그녀의 사생할 5
그 거짓말
가짜 애인, 가짜 연애
한번 해 보면 어떨까 싶어서
(선주) 딱 한 번의 거짓말은
해도 괜찮을까요?
안녕하세요?
(신디) 오늘부터 채움미술관 인턴으로 일하게 된 김효진입니다
[선주의 부정하는 신음]
(선주) 거짓말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아요
내 남친이야
(선주) 더 큰 거짓말
[덕미의 놀란 신음]
[덕미의 힘주는 신음]
(선주) 더, 더 큰 거짓말을 하게 된답니다
거짓말이 이렇게 무서운 거랍니다
(건우) 아
거짓말 많이 하면 어떻게 돼요?
여기에 있는 예쁜 영혼이
'나쁜 아이는 싫어!' 하고 도망가지
[어색한 웃음]
설명이 좀 필요한 상황 같은데
[덕미의 난감한 신음]
그게…
성 큐레이터?
새로운 인턴이요
(덕미) 그 인턴이 제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 사생팬이에요
[흥미로운 음악]
김효진 씨가
차시안 씨 스토커라고요?
네
근데 그거 어떻게 압니까?
아…
사진 찍는 걸 봤어요 그날 차시안 씨 집 앞에서
[익살스러운 효과음]
제가
김효진 씨 내보내실 거죠?
(덕미) 우리가 미술관에서까지 이렇게 사귀는 척할 수 없잖아요
사귀는 척은 계속해야 될 겁니다
어차피 내보내는 건 불가능해서
- 왜요? - (라이언) 김효진 씨
전임 관장 딸입니다
- 누구요? - (라이언) 인턴이 아니더라도
(라이언) 미술관에 계속 출근시킬 기세였어요
그럴 바엔 성 큐레이터한테 사과하는 조건으로…
엄 관장님 딸이요?
네
[헛웃음]
[경쾌한 음악]
(소혜) 의미가 없는 면접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어머
내가 내 딸 팬질하는 거 보는 것도 지긋지긋해 죽겠는데
팬질하는 직원까지 둬야겠어요?
아이돌 좋아하는 것들은
내 미술관에 발 들일 생각도 하지 마세요
[덕미의 한숨]
[덕미의 헛웃음]
[헛웃음]
(경아) 이게 말이 돼요?
도대체 언제부터?
(유섭) 아, 직장에서 연애가 가능하구나
아무도 몰랐나 봐요? 연애하는 거?
상상도 못 했지
(경아) 씁, 그래서 차시안 씨 팬들 테러가 멈춘 건가?
아니, 우리도 몰랐던 걸 팬들이 어떻게 알아요?
[경아의 의아한 신음]
[마우스 클릭음]
(신디) 여기요
(경아) 응? 누구예요?
[발랄한 음악]
[놀라며] 어머!
(유섭) 아니, 설마
성 큐레이터님이랑 관장님?
(경아) 어머, 어머, 어머! 어머
(유섭) 헐
(경아) 어머!
(라이언) 뭐 하는 겁니까?
지금 근무 시간 아닙니까?
(유섭) 관장님
근무 시간에 이래도 되는 거였어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경아) 인턴 아니었으면 모르고 그냥 지나갈 뻔했어요
연예인도 아니고 파파라치라니 너무하네, 진짜, 쯧
고소하실 거죠?
어? 고소?
조용히 넘어가죠
(라이언) 덕분에 잠잠해진 것도 사실이니까
이제 저 사진은 내려 달라고…
[흥미로운 음악]
(유섭) 인턴 아이디로 들어가서 좀 둘러봤는데
평범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너의 쇄골에 하악하악'
[경아의 놀란 신음] '네가 너무 좋아서 죽고 싶은데 목숨이 하나네'
'시안이 허벅지가 나의 복지다' 허벅지?
[유섭이 풉 웃는다]
'나쁜 마음 먹으라고 이렇게 예쁘니?'
[당황한 신음]
(건우) 아, 거짓말 많이 하면 벌을 받는구나
그럼
(은기) 우리 선주 많이 무섭겠다
그리고 엄마는 건우가 거짓말을 하면 다 알아
[놀란 신음]
어떻게요?
눈은 거짓말을 못 하거든
[놀란 신음]
[헛웃음]
(라이언) 자, 우리 둘이 사귄다고 해서 달라지는 거 아무것도 없습니다
미술관 내에선 철저하게 관장과 큐레이터로서…
두 분 사귄 지 며칠 됐어요?
[흥미로운 음악]
며칠?
(덕미) 며…
김효진 씨는 출근 첫날에 그런 게 궁금합니까?
근무 시간이라 그런가?
(신디) 두 분 눈에 달달함이 하나도 없네요
[탄성] [게임 소리가 흘러나온다]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선주) 나 건우 데리고 치과 갔다가 체육관 데려다주고 올게
(주혁) 네
선주야, 덕미한테 톡 왔어
뭐래?
잠깐만
[휴대전화 조작음]
야, 이거 뭐야?
(선주) 뭐?
아, 그때 말했잖아 연애하는 척하는 사진
아, 그냥 데이트 사진이라며
- 아, 이거 너무… - (선주) 너무 잘 어울리지?
(선주) 그때 내가 찍었잖아
[놀라며] 대박!
시안이 팬이 미술관 인턴으로 들어와서
사자랑 가짜 연애 계속해야 된대
뭐?
내 이럴 줄 알았어, 내가
[은기의 힘주는 신음]
[문이 달칵 열린다]
(선주) 강건우, 형한테 인사
(건우) 다녀오겠습니다
안녕 [컵이 쨍그랑 깨진다]
(선주) 가자, 건우야
[문이 달칵 열린다]
(덕미) 남은기
너 우리나라에 기지국이 몇 개인 줄 알아?
핸드폰이 안 터지는 곳이 없어요
근데 뭐?
할 말 있으면 핸드폰으로 하라고 일하는데 찾아오지 말고
야, 성덕미
네가 한 똘짓이 몇 개인 줄 알아?
(은기) 넌 말로 해서 들어 먹는 애가 아니야, 이…
계집애야 [고양이 울음 효과음]
(덕미) '계집애', 미쳤냐고
(은기) 가짜 연애를 계속해? 미술관에서까지?
(덕미) 그게 뭐? 어때서, 왜? 어?
너 엄마 생각은 안 하냐?
여기서 엄마 얘기가 왜 나와?
(은기) 너 걱정할까 봐 얘기 안 했는데, 어?
너 차시안이랑 스캔들 난 거 남 편까지 알아
남 편집장님이?
[놀라며] 야, 설마 엄마한테 말씀 안 하셨겠지?
너 계속 연애하는 척하다가, 어? 남 편이 알고 엄마까지 알아 봐
그땐 어쩔 건데?
그러니까 아무도 모르게 해야지
- 그만둬라 - (덕미) 싫어
하지 마라
내 맘인데
너
엄마한테 다 이를 거야
(은기) 아이돌 덕질하고 실드 치겠다고 가짜 연애 하는 거 전부 다
일러 봐, 어떻게 되나
이를 거야, 엄마한테도 이르고, 어? 미술관에도 아웃팅할 거야
네가 누군지, 누굴 좋아하는지
야, 남은기
저, 성덕미는 사자랑 사귀는 게 아니고요!
[밝은 음악] - (은기) 아! - (덕미) 미쳤냐, 어? 조용히 해
[힘주는 신음]
(은기) 미친 건 너야
어? 진작에 솔직했으면 끝났을 일을 이렇게까지 키워?
너 언제까지 거짓말하면서 살 건데, 어?
[한숨]
야
너한테는 그냥 거짓말일지 몰라도
나한테는 내 인생 내 정체성이 달린 일이야
그러니깐 넌 빠져
아니, 당장 아웃팅을 시켜서라도 다 바로잡을 거야
- 사무실 어디야? 씨 - (덕미) 야!
(은기) 어? 아아! 잠시만
- 그만하라고 했지 - (은기) 아! 아, 야, 야, 놔라
- (은기) 놔라, 놔라! 잠시만 - 말귀를 못 알아들어?
(은기) 금사자! 아, 아아! 잠시만
(라이언) 남 관장님
(은기) 안녕하세요
(라이언) 미술관에서 자주 보네요
성 큐레이터 만나러 왔나 봐요?
예, 아, 따끔하게 얘기할 게 좀 있어 가지고
무슨 얘기요?
아닙니다, 아 말이 통하는 애가 아니라서
[어색한 웃음] 그럼
(라이언) 관장님
제가…
유도를 좀 배워 보고 싶은데
관장님이요?
의외시네?
뭐, 좋죠, 시간 나실 때 체육관으로 한번 오세요
안 바쁘시면 가죠, 지금
지금 당장이요?
가시죠
[고풍스러운 음악]
"일념통암, 칠전팔기"
예시예종
(은기) 유도는 예로 시작해 예로 끝납니다
예가 없는 운동은 '도'를 붙일 수 없습니다
자, 첫날이니까 낙법부터…
기술부터 가르쳐 주시죠
아, 초보한테 기술은 쉽지 않을 텐데
운동 신경은 좀 있는 편입니다
예, 뭐
그럼 초보자가 배우기 쉬운 한 팔 업어 치기부터
자, 왼손으로 상대방의 오른팔을 잡은 뒤
(은기) 잡은 손을 당기면서 오른팔을 집어넣습니다
그리고 상대방의 몸쪽으로 돌려서
그대로 잡은 손을 당기면서 무릎을 펴면!
이렇게 상대방의 몸이 뜨게 되는 겁니다
여기까지
아시겠어요?
네
그럼 한번 해 보시죠
(은기) 어, 왼손잡이?
[흥미진진한 음악]
[놀란 신음]
[은기의 힘주는 신음]
[은기가 숨을 후 내뱉는다]
배우는 게 빠르시네요
그렇습니까?
다시 한번 해 볼까요?
예, 뭐
[흥미로운 음악]
[힘겨운 숨소리]
자
[힘겨운 신음]
후!
[은기의 한숨]
[라이언의 힘주는 신음]
[힘겨운 신음]
[숨을 후 내뱉는다]
[은기의 힘주는 신음]
[은기의 한숨]
[힘겨운 신음]
[헛웃음]
[숨을 후 내뱉는다]
[은기의 거친 숨소리]
[은기의 힘주는 신음]
[은기의 힘주는 신음]
[헛웃음]
[무거운 효과음]
[은기의 힘주는 신음]
[흥미로운 음악] [라이언의 아파하는 신음]
(은기) 뭐야, 당신?
어때요? 가르칠 만합니까?
[라이언의 거친 숨소리] 헛소리 말고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라
(은기) 최소 몇 년은 배워 놓고 왜 초보인 척 이러는 건데?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매트에 꽂을 방법이
(라이언) 이것밖에 없으니까?
그러니까, 왜, 씨! [라이언의 힘겨운 신음]
날 던지고 싶은 이유가 뭐냐고
이대로 얘기할까요?
(라이언) 나쁘진 않은데
[라이언의 힘주는 신음]
정이 들까 봐
[은기의 한숨]
[라이언의 아파하는 신음]
[은기가 숨을 후 내뱉는다]
[라이언의 거친 숨소리]
[숨을 후 내뱉는다]
[은기의 한숨]
말씀하시죠
(은기) 이 정도 당해 줬으면 들을 자격 되는 거 같은데
미술관에서 성 큐레이터에게 하는 얘기를 우연히 들었습니다
[흥미진진한 음악] (은기) 진작에 솔직했으면 끝났을 일을 이렇게까지 키워?
너 언제까지 거짓말하면서 살 건데?
(덕미) 너한테는 그냥 거짓말일지 몰라도
나한테는 내 인생 내 정체성이 달린 일이야
그러니깐 넌 빠져
(은기) 아니, 당장 아웃팅을 시켜서라도 다 바로잡을 거야
사무실 어디야? 씨
[은기의 아파하는 신음]
아, 야, 야, 놓으라고!
아시다시피 성 큐레이터는 사회적 약자입니다
(라이언)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선 더더욱 그렇죠
그래서 성 큐레이터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거짓말을 하더라도 저는 지지하고 지켜 줄 생각입니다
적어도 미술관 내에서는 안전하길 바라니까요
그러니 남 관장님도
친구분 의사에 반하는 행동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헛웃음]
에, 예?
오늘 일은 비밀로 하죠
내가 알고 있는 것도 성 큐레이터가 알면 불편할 테니까
그럼
(은기) 쳇
사회적 뭐?
[문이 달칵 열린다]
금사, 아니 금 관장님! [문이 달칵 닫힌다]
아,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약자라니요? 누가…
금 관장님!
'사회적 약자'
참 나, 진짜
뭐? 의, 의사에 반하는 행동?
아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아유, 진짜…
(건우) 관장님!
안녕하십니까!
(은기) 응, 강건우
자, 가서 도복 갈아입고 옵니다, 자
(선주) 건우 파이팅!
- (은기) 야, 선주야 - 응?
덕미가 사회적 약자야?
덕미가 사회적 약자래? 누가 그래?
아까 덕미랑 미술관에서 얘기하는 걸 사자가 봤나 봐
내가 아웃팅시킨다고 그랬는데
뭐, 아웃팅?
미친놈이네, 미친놈이네 미친놈이네!
이미 덕미한테 실컷 맞았어
야, 너 지금 살아 있는 게 용하다
그러니까
내가 엄청 맞았는데 그걸 보고 덕미가 약자래
[소란스러운 소리가 난다] 그걸 봤는데?
그건…
사자가 덕미한테 안 맞아 봐서 그래
그렇지, 어? [익살스러운 음악]
(은기) 야, 그럼 네가 대신 얘기 좀 해 줘라, 진짜 완전 억울해
(선주) 걔가 어떻게 약자야
[문이 달칵 닫힌다]
(선주) 저기요
안 갖고 싶어요?
어?
어머?
(선주) 호텔에서 방 바꿔 준…
맞죠?
네
그 사람이 관장님이셨어요?
네
(선주) 근데 왜 그동안 아는 척 안 하셨어요?
일부러 모른 척했던 거 아닙니까?
모른 척을 왜 해요?
덕분에 그날 덕미랑 스위트룸에서 얼마나 잘 놀았는데
너희 또 나 빼고 스위트룸 갔냐?
(은기) 아, 그럴 때만 나만 쏙 빼더라?
남편하고도 안 가는데 너랑 왜 가냐?
친구니까
(은기) 너희 둘만 친구야? 나도 친구거든
(선주) 좀 조용히 해, 씨
저기
성 큐레이터하고 카페 사장님
그냥 친굽니까?
(선주) 친구죠
아니, 아니, 그러니까
그냥 친구, 그…
'저스트 프렌드'?
(선주) [영어] 당연하죠!
[흥미로운 음악]
[한국어] 친구끼리 호텔에 왜 갑니까? 호텔에서 이렇게…
너희 또 뻔하지 또, 성지 순례 또
그, 요즘에
(선주) 멀리 안 가고 가까운 호텔에서 이렇게 휴가를 즐기는 게 유행이거든요
그, 호캉스라고
아, 진짜 재미있었는데
아웃팅, 아웃팅한다고 했잖아요?
아, 그건 그…
(선주) 가짜 연애요
요즘에 관장님이랑 덕미랑 가짜 연애 하시잖아요
(선주) 그거를 얘가 되게 못마땅해하거든요
그거 말하려고 했었나 보다, 그렇지?
예, 예, 아주 못마땅합니다, 예
[떨리는 숨소리]
[잔잔한 음악] [놀란 신음]
(선주) 괜찮으세요, 관장님?
제가
오해를…
죄송합니다
[흥미로운 음악]
오, 오해?
[선주를 툭 치며] 무슨 오해?
아, 저 미친 새끼가, 씨
뭐? 오해?
[헛웃음 치며] 설마 나랑 얘랑?
(은기) 확실해 [덕미의 헛웃음]
아웃팅한다는 말에 화냈지 '성덕미 씨는 사회적 약자다'
'저스트 프렌드냐' 셋
[흥미로운 음악] 성 큐레이터와 내가 연인인 척하는 사진을?
네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저분이?
(라이언) 저분이? [라이언의 말이 울린다]
[헛웃음]
아, 그래서…
[덕미의 한숨]
(은기) 그렇게 붙어 다니면 오해받을 만하지
[한숨]
야,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나랑 얘랑 오해를 해?
(은기) 왜? 우리 선주 별로야?
- 뭔 소리야, 진짜 - (선주) 아이씨
[선주의 의아한 숨소리]
(선주) 근데 난 사자가 너한테 관심 있는 줄 알았다?
아니라고 하니까 은근 서운하네 [은기가 맥주 캔을 탁 내려놓는다]
관심은 관심이지
범인류애적 관심
조용히 해라 [안주가 탁 떨어진다]
너도 서운하지?
서운하긴
(승민) 다들 모여 있었네?
(은기) 형
- (덕미) 안녕하세요 - (승민) 안녕
[승민의 힘주는 신음] (선주) 뭐, 하루 이틀인가?
건우는?
아, 엄마네서 잠들었대서 그냥 거기서 재우라고 했어
(선주) 뭐 마실래?
(승민) 씁, 나는…
형! 맥주?
맥주 좋지, 생큐 [은기의 힘주는 신음]
(승민) 덕미 씨, 이제 괜찮아?
차시안 팬들한테 해코지당했다면서?
아, 잘 해결됐어요
응, 다행이네
근데 어떻게 해결됐어요?
그걸 오빠가 왜 물어?
당연하지, 자기 친군데
(은기) 형, 형까지 덕질 얘기 하지 마요
나 진짜 지긋지긋하니까
그래?
[맥주 캔을 달칵 딴다] 다른 얘기 할까? 씁, 무슨 얘기 하지, 응?
운전해야지
[밝은 음악]
[덕미가 접시를 드르륵 민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당신 뭐야?
저 여자 내 여자 친구야
내 여자 친구라고! [라이언의 말이 울린다]
(라이언) 그냥 내가 하죠
뭘요?
성덕미 씨 남자 친구
네?
날 가져 봐요, 잠깐
[힘겨운 신음]
[괴로운 신음]
[초인종이 울린다]
- (라이언) 누구세요? - (배달원) 배달입니다
[도어 록 작동음]
잘못 오셨습니다, 주문 안 했는데…
(시안) 형! 제가 시켰어요
계산 좀…
드세요
재워 주시고 비밀 지켜 주신 거 또 신세 진 거 갚는 거니까
신세를 이렇게 갚는 거군요?
내 카드로 계산하고 내 집에 냄새 풍기면서
아이, 저도 제 카드로 계산하고 제 집에서 딱 대접하고 싶죠
(시안) 근데 지금 관리 기간이거든요
이런 거 시켰다가 걸리면
운동 시간 2배, 식단 관리 2배
[한숨]
엄청 쪼여요
아니, 그래 놓고 음악 작업은 또 빨리하래
체력도 없고 시간도 없는데
그래서
팔 다친 척했어요?
음악 작업에 매진하려고?
[멋쩍은 웃음]
관장님
셀럽의 컬렉션전 할게요
(시안) 대신
비밀
딜?
[흥미로운 음악]
딜!
왜 그래요?
아, 오늘 운동을 좀 해서
아, 근육통?
그거 제가 또 전문인데
이 엄지손가락으로 여기 뒷목
(시안) 여기를 천천히 눌러 줘요
시계 방향으로
이렇게
그렇죠?
시원하죠?
[살짝 웃는다]
이런 거 언제 배웠습니까?
제가 연습생 때 근육통 달고 살았거든요
저희 멤버들 다
(시안) 근데 뭐, 마사지받을 돈은 없고
그래서 그냥 인터넷 보고 배웠어요
힘든 일이군요, 생각보다
[살짝 웃는다]
근데 세상에 안 힘든 일이 어디 있겠어요?
뭐, 사내 연애 중이라면
덜 힘들긴 하겠죠?
[당황한 신음]
봤습니까?
[살짝 웃는다]
시나길 홈에서 봤어요
큐레이터 누나랑 찍힌 사진
근데 시나길 님이 그런 사진 찍을 분이 아닌데
(시안) 이상하네
[흥미로운 음악]
분명 그 사진 안 보냈는데
(라이언) 시안은 나의 길 님
말씀하신 콘셉트대로 찍은 사진을 첨부해 보냅니다
어려운 부탁 들어주셔서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관장님, 근무 시간에 이래도 되는 거였어요?
[한숨]
(덕미) 내일 오전 11시 특별전 회의 있습니다
[부드러운 음악]
그냥 제대로 하죠
[강조되는 효과음]
[카메라 셔터 효과음]
목격자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 보죠
[카메라 셔터 효과음]
그 모든 게 내 성적 취향을 오해해서 한 거였다니
난 왜 호의랑 호감을 구분을 못 하냐
호감은 무슨
[한숨 쉬며] 회원님들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좀 볼까?
[마우스 조작음] [피식 웃는다]
(덕미) 'CU패치'?
CU패치가 뭐야?
[마우스 조작음]
'CU패치 CU의 R과 S의 관계 추적 계정'
'그들은 정말 애인 사이인가?'
CU?
CU, C…
채움?
[흥미진진한 음악]
CU의 R, R…
라, 라이언
[놀란 숨소리] 성…
S는 성덕…
[헛웃음]
와, 신디 얘
미친 거 아니야? 아, 어쩐지 느낌이 싸하더니
아니, 채움패치 만들어서 뭐 하려고 그러는 거야?
관계 추적…
[짜증 섞인 신음]
사자가 계속 도와주겠지?
[김 비서의 힘주는 숨소리]
헐
(김 비서) 왜 그래요? [신디의 실망한 신음]
팔로우 또 떨어졌어
(김 비서) 아이고, 큰일이네
아, 이게 다 시나길 때문이야
(팬1) 한국엔 저 옷 한 벌밖에 없다더니
신디 구라, 허세 오지고요
(팬2) 신디가 싼 똥 시나길이 싹 치우네
아이씨!
내 촉이 딱 맞았는데, 왜 초를 쳐?
(소혜) 효진!
김효진!
[흥미진진한 음악] 쉿! 비밀
(김 비서) 쉿! [익살스러운 효과음]
[문이 철컥 열린다]
(소혜) 가자
채움미술관 인턴 김효진?
(신디) 네
효진
(소혜) 미술관 다니게 해 주면
아이돌 따라다니는 거 그만한다는 약속 잊지 않았지?
네, 그럼요
믿을게
아이 트러스트 유
(소혜) 아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거 뭐지?
엄마 딸인 건 비밀
그렇지
(소혜) 내가 사임하고 바로 딸을 낙하산으로 들여보냈다
뭐, 그런 건 좀…
무슨 말인지 알지?
네
[신디가 살짝 웃는다]
- (유섭) 유 큐레이터님 - 굿 모닝
- 안녕하세요 - (경아) 응
[유섭의 웃음]
저기 [차 문이 탁 닫힌다]
(경아) 원또랑 인턴 아니에요?
맞네요
둘이 어떻게 같이 오지?
효진!
엄마 딸인 거 절대 비밀!
네
엄소혜 딸인 거 비밀
[익살스러운 음악] 네
[차 문이 탁 열린다] 인턴이 아니라 상전이었어?
헐
[커피 머신 작동음]
[흥미로운 음악]
(덕미) 흥
신디
[웃음]
봐준다
- (경아) 안녕하십니까 - (유섭) 안녕하십니까
(신디) 안녕하세요
[경아와 유섭의 환호성]
자
(유섭) 성 큐레이터님 오늘 어디 가세요?
[살짝 웃으며] 일하러 왔습니다
잘 마실게요
(경아) 근데 일만 하러 오신 거 맞아요?
그러기엔 너무나 데이트 룩인데?
(덕미) [살짝 웃으며] 뭐, 겸사겸사
[경아의 놀란 탄성]
[멋쩍은 웃음] [유섭의 탄성]
(유섭) 아, 공개하시더니 거침없으십니다
[멋쩍은 웃음] [휴대전화 진동음]
(덕미) 참
(라이언) 시나길 님 수첩 어떻게 돌려드릴까요?
[흥미진진한 음악]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경아) 관장님
관장님 오늘 좋은 데 가셔야겠어요
성 큐레이터님 그냥 집에 가시기에는
- (경아) 너무… - 회의 시작하겠습니다
(경아) 문학인, 대중음악가 배우, 감독 뭐, 스포츠 선수 등
다양한 분야에 있는 셀럽들한테 요청을 먼저 해 놓은 상태고요
자료를 직접 보시면
이번 특별전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계신 분들과 [라이언이 서류를 사락 넘긴다]
그분들의 컬렉션 목록입니다
우선 참여가 확정되신 화이트오션의 차시안 씨
[경아가 계속 말한다] (덕미) 오해한 게 부끄러운 건가?
성 큐레이터 생각은 어때요?
네?
회의에 집중 안 합니까?
아, 죄송합니다
(라이언) 셀럽들의 컬렉션이 대부분 다 회화 작품들이라
다양성이 좀 부족한 거 같은데
그렇다고 설치 작품을 추가하기엔 공간이 부족합니다
소설가 노석 씨가 소장하고 있는
(라이언) 고 윤태화 사진작가의 미공개 작품은 어떻습니까?
그게 저희뿐만 아니라 다른 미술관에서도
(경아) 미공개 작품을 공개해 달라는 요청이 굉장히 많았었는데요
그때마다 작가님께선 절대 안 된다고 하셨어요
저도 윤 작가님 마지막 사진이 좋아서
(덕미) 미공개 작품을 보고 싶지만 쉽지 않을 겁니다
쉽지 않은 만큼 의미가 있겠죠
제가 직접 찾아뵙겠습니다 댁이 어디죠?
강원도요
강원도
강원도면 오늘 중으로는 안 되고
(라이언) 다음 주 휴관일에 다녀오겠습니다, 주소 알려 주세요
어? 관장님 혼자 다녀오시게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당황한 신음]
혼자 다녀오겠습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회의는 여기까지
(경아) 수고하셨습니다
[덕미가 컵을 쾅 내려놓는다]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아니, 누가 오해를 하래?
어? 자기가 오해해 놓고선 왜 나한테 저래?
아니, 아무리 부끄럽고 민망해도 그렇지
가짜 연애를 먼저 시작한 사람도 사자
(덕미) 그리고 신디를 인턴으로 받아 준 사람도 사자잖아, 근데!
성인 남자가 책임질 행동을 했으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지, 안 그래?
[선주의 탄성]
우리 덕미 말 잘하네
(선주) 근데 그걸 왜 사자한테 얘기 안 하고 나한테 얘기할까?
사자는 얼굴에 쓰여 있어
'울타리를 넘지 마시오 나는 위험한 짐승이오'
덕미야, 지금 진짜 위험한 건 사자가 아니야
우리의 본업이지
본업?
[한숨]
요즘 신디한테 좀 밀리는 기분이 들어서
(덕미) 이게 뭐야?
[놀라며] 대박! [밝은 음악]
(선주) 신디 그 어린걸 체력으로 이길 수 없잖아?
장비발로라도 메꿔야지
선주야
나 진짜 멋있지?
(덕미) [애교 섞인 말투로] 응
하지 마, 또 오해받기 싫어 빨리 이거 봐 봐
야, 갖고 다니기 너무 편하겠다
- (선주) 되게 괜찮지? - (덕미) 응
[차분한 음악]
'매니 피플'?
최다인
[한숨]
[통화 연결음]
윤태화 작가 마지막 작품 네가 가지고 있어?
[한숨 쉬며] 아, 누구세요?
(라이언) 매니 피플 너잖아
라이언?
윤태화 작가 미공개 작품이 뭔지 너 알고 있어?
(다인) 너 나한테 말도 없이 한국에 가서
내 전화는 받지도 않고 메일은 읽지도 않고
그러고서 지금 처음 전화하고서 나한테 하는 소리가
고작 그거야?
바쁘니까 대답 먼저 해
- 윤태화 작가 미공개 작품이 뭔지… - (다인) 대답은 네가 먼저 해
나 보고 싶어, 안 보고 싶어?
[흥미로운 음악]
[한숨]
내가 보고 싶어, 안 보고 싶어?
보고…
끊어
(다인) 미공개 작품에 대해서 소문이 무성했어
풍경 위주의 작품이니까
단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장소라는 말들도 있고
뭐, 마지막 사진이 본인을 찍은 거라서
다른 사진들이 더 있을 거라는 말도 있고
그래서 궁금해서 소유주인 소설가한테 연락을 해 봤거든
근데 여러 제안을 해 봐도 소용없더라고
알았어
(다인) 라이언
분명 나 보고 싶다고 했다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한숨]
(라이언) 얜 대체 뭔 생각을 하는지
[흥미진진한 음악]
(경아) 관장님 오늘 좋은 데 가셔야겠어요
성 큐레이터님 그냥 집에 가시기에는 너무…
회의 시작하죠
(신디) S 풀 드레스 업, R 핵노관심
(신디)
(신디)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경아) 아, 성 큐레이터님하고 관장님은
언제부터 사귄 걸까요?
(유섭) 저도 그게 진짜 궁금해요
아니, 두 분, 관장님 채움 오셨을 때 처음 만난 거고
사이도 별로 안 좋지 않았어요?
(경아) 안 좋은 정도예요?
관장님이 성 큐레이터님 해고까지 했는데요
(유섭) 그러니까
(경아) 그러다 반했나?
'날 자른 남잔 네가 처음이야' 이런 거
(유섭) [웃으며] 에이
(신디)
(신디)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차 문이 탁 열린다]
[자동차 시동음]
(신디)
(신디)
(신디)
뭔가 있어
내가 반드시 밝혀낼 거야
[휴대전화 벨 소리]
- 여보세요? - (선주) 봤어?
채움패치, 신디가 드디어 게시했어
잠깐만
[놀란 신음]
야, 신디 이 정도면 집착 아니야?
나 어떡해? 뭐, 가짜 데이트라도 한 번 더 해야 되나?
덕미야, 데이트 사진 100장보다 묵직한 한 방이 낫지 않겠어?
묵직한 한 방? 그게 뭔데?
한방!
[흥미로운 음악] 한방에서 같이 하룻밤!
상상력을 자극할 만한 그런 거
아, 그런 한방
근데 그거 어떻게 해?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자동차 시동음]
진짜 혼자 가네?
그럴 줄 알았…
뭐야?
자기야, 문
[덕미의 웃음] [덕미가 차 문을 달그락거린다]
[잠금장치가 달칵 풀린다]
혼자 간다고 했을 텐데요
아, 노석 작가님이 낯을 많이 가리셔서요
괜찮을 겁니다
관장님은 괜찮으셔도 노석 작가님은요?
(덕미) 대여를 부탁하러 가는 입장인데 배려해 드려야 되지 않을까요?
[혀를 쯧 찬다]
[덕미가 안전벨트를 달칵 맨다] [덕미가 살짝 웃는다]
아유, 더워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신나는 음악]
[하늘이 우르릉 울린다]
[힘주는 신음]
[힘겨운 숨소리]
내가 안 따라왔으면 어쩔 뻔했어?
[덕미의 힘주는 신음]
[힘주는 신음]
(라이언) 안 되겠어요 보험 회사에 맡기죠
네, 그러는 게 좋을 거 같아요
고생했어요
아니에요, 이 나이 먹도록 면허도 못 딴 제 잘못이죠
너무 산속이라 오래 걸릴 거 같은데
노 작가님 기다리실 테니 우린 걸어가죠
네
저 괜찮아요
입고 있어요
[풀벌레 울음]
[노크 소리가 들린다]
(라이언) 자, 작가님!
계십니까?
[못마땅한 신음]
(덕미) 작가님, 노 작가님!
[한숨]
(석) 그, 지금 몇 신지 아십니까?
아니
아니, 내가 와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아니, 늦으면 늦는다고 무슨 연락이라도…
[라이언의 떨리는 숨소리]
(라이언) 처, 처음 뵙겠습니다
채움미술관…
(석) 예의 차리다가 얼어 죽어요 자, 어서
[라이언의 떨리는 숨소리] (덕미) 감사합니다
[못마땅한 신음]
죄송합니다, 선생님
그러게 여기까지 뭐 하러 옵니까?
내 작품 공개는 절대 안 하겠다고 몇 번을 말했는데
(석) 자, 우선, 이거라도 갈아입어요
여기까지 와서 빈손으로 가는 것도 속상할 텐데
병까지 얻어 가지 말고
작가님
그래도 저희 제안을 들어 보시고 결정하시는 게…
욕실은 저쪽입니다
작가님…
[라이언의 한숨]
[아파하는 신음]
(라이언) 성 큐레이터 무슨 일 있습니까?
아, 아니요, 괜찮아요
[어색한 웃음]
[스카프가 직 뜯긴다] 아!
[난감한 숨소리] (라이언) 뭐 도와줄까요?
네
(라이언) 들어가겠습니다
스카프에 머리카락이 걸려서
[물방울이 똑똑 떨어진다]
아, 단추에 머리카락이 걸…
[긴장한 숨소리]
[어색한 숨소리]
감사합니다, 벗겨 주셔…
스, 스카프
[침을 꼴깍 삼킨다]
[덕미의 어색한 웃음]
아, 노석 작가는
확고한 거 같죠?
네, 아무래도
[라이언의 어색한 신음]
다시 한번 부탁드려 보죠
네
갈아입고 나오세요
[스카프를 탁 올려놓는다]
(은기) 덕미 오늘 쉬는 날 아니야?
와 저녁이나 먹으라 그래
(영숙) 덕미 지방 출장 갔대
(은기) 출장? 누구랑?
어디로 얼마나?
몰라
엄마, 덕미한테 전화 좀 해 봐
전화는 뭐 하러 해? 일하는 애한테
엄만 그런 면에서 참 쿨해
(은기) 어? 덕미 독립할 때도 그러더니
요즘 남자애들 로망이 자취하는 여자인 거 몰라?
(영숙) 응
뉴스에서 그러더라
요즘 애들은 돈 없어서 자취 집에서 데이트하고
돈도 반반씩 한다고
[젓가락을 쾅 내려놓는다] 엄마야!
[흥미로운 음악] 안 돼, 그런 놈은!
깜짝이야
좋아하는 여자 돈 쓰게 하는 놈 못써
[근호가 젓가락을 달그락 집는다]
당신은 말할 때 기척 좀 하고 해
(영숙) 아유, 깜짝이야
그리고 돈 없는 놈은 뭐 연애도 못 해?
[헛기침]
난 안 해
[근호가 수저를 달그락거린다]
오
아버지 연애할 때 돈 좀 쓰셨나 봐요?
[영숙의 웃음]
(영숙) 썼다 뿐이야?
만날 때마다 꽃에 선물에
공주 대접이 이런 건가 싶었지
야, 아버지 상남자네
[웃음]
[근호의 웃음]
이렇게 살 줄도 모르고
[익살스러운 음악]
(영숙) 연애할 때 호강시킨 놈도 결혼하면은 고생시키는데
연애할 때 고생시킨 놈? 거, 안 봐도 비디오다
여자도 마찬가지야!
아니다 싶으면 딱 잘라!
네
[젓가락을 달그락 집는다]
(라이언) 이미 거절 의사를 밝히셨지만
다시 한번 부탁드리기 위해서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소장 중이신 고 윤태화 사진작가의 미공개 작품을
저희 채움미술관 5주년 특별전에 전시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저, 작가님
(덕미) 돌아가신 윤 작가님과 굉장히 가까운 사이셨다고 들었습니다
미공개 작품을 노 작가님께 맡기실 정도로요
친구인 노 작가님께 맡기신 이유가 있을까요?
윤 작가하고 전 중학교 때 처음 만났습니다
(석) 음, 그즈음 태화는 사진을
저는 글 같지 않은 글을 쓰기 시작했죠
태화의 첫 필름부터 마지막 커트까지
제가 안 본 사진은 아마 없을 겁니다
그건 태화도 마찬가지고요
나름 예술 한다는 예민한 두 사람이 서로의 30년을 지켜봤으니
말이 필요 없는 사이였죠, 태화와 저는
윤 작가가 죽기 전 그 사진들을 유족이 아닌 저에게 맡긴 건
그것들이
[한숨]
졸작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절대로 공개하지 말아라'
'무슨 일이 있어도 누구에게도 보이게 하지 말아라'
그 뜻이었을 겁니다
노 작가님, 그건…
(석)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무슨 말씀을 하셔도
제 결심이 바뀌는 일은 없을 거예요
[석의 헛웃음]
뭐, 오늘 이왕 이렇게 어렵게 내려오셨으니까
오늘 밤은 편안하게 묵다 가십시오
자, 그럼
[석의 힘주는 신음]
[덕미의 한숨]
[라이언의 한숨]
관장님 추우시죠?
(덕미) 이쪽으로 오세요 제가 그리로 갈게요
괜찮습니다
(덕미) 새벽 되면 더 추워져요 이쪽으로 오세요
성 큐레이터
괜찮아요
관장님
네
관장님이 저랑 선주 사이 오해한 거 다 알아요
(덕미) 그래서 차시안 씨 팬한테 아웃팅당할까 봐
가짜 연애 하자고 한 것도
동정으로 한 건 아닙니다 동정할 일도 아니고요
이유가 뭐든 감사해요
(덕미) 관장님이 생각하는 거보다 훨씬 더 많이
성 큐레이터
네?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됩니까?
네
사진 찍는 거 좋아해요?
인물 사진
(덕미) [웃으며] 아!
[덕미의 웃음]
이거 때문에 그러시죠?
제가 이 사진 좋다고 한 거 기억하셨구나
네
인상적이었어요
(덕미) 평생 풍경만 찍으시던 분이 마지막으로 공개한 사진은
자기 본인의 인물 사진이라니
병환으로 돌아가셨으니까 마지막 인사로 남기고 간 거 아닐까요?
제목도 '굿바이'고
작가님은 제목을 '안녕'이라고 지으셨지
영어 제목을 직접 지으시진 않았어요
(덕미) 전 그 번역이 오역이라고 생각해요
아니, 분명해요
근거는요?
보세요
만약에 진짜로 '안녕'이 '굿바이'고 자기 자신에게 하는 인사였다면
작가님은 분명히 카메라 렌즈를 보셨을 거예요
(덕미) 왜냐하면 사진작가에게 카메라란 자신의 분신 같은 존재니까
(라이언) 어…
그리고 만약에
그동안 살아온 세상을 향한 작별 인사였다면
(덕미) 아마 시선을 조금 더 아래로 멀리 내다봤을 거예요
아니면 옆모습의 시선을 담았던지요
'안녕'이 '굿바이'가 아니라 처음 만나는 세계
이제부터 갈 곳에 대한 인사라면요?
음, 저도 그 가능성을 생각해 보긴 했는데요
그랬다면 아마 시선을 좀 더 하늘을 향해 있지 않았을까요
그럼 성 큐레이터의 가설은 뭔데요?
카메라 앞에 누군가 있는 거예요
[부드러운 음악]
이 눈빛은
작별의 슬픔이나 죽음을 앞둔 자의 해탈이 아니에요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 있는 거죠
남겨 주고 싶었던 거예요
그 사람을 바라보던 눈빛
그 사람에게 건네는 인사를
'안녕, 나 여기 있어'
'난 언제나 이렇게 널 바라보고 있어'
'안녕'
안녕
(덕미) 그냥 제 가설이에요
- (덕미) 피곤하실 텐데 주무세요 - 네
[라이언의 헛기침]
[한숨]
[라이언의 한숨]
[새가 지저귄다]
[부드러운 음악]
[피곤한 숨소리]
[놀란 숨소리]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선생님, 저희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덕분에 잘 쉬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석) 나도 오랜만이라…
[석의 한숨]
[잔잔한 음악]
작가님, 이건…
제 아버진 군인이셨습니다
(석)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당신을 닮지 않은 걸 늘 수치스러워하셨죠
소설가가 되겠다고 했을 땐 몇 년 동안 말도 걸지 않을 정도로
그래서
받아 줄 수가 없었습니다
인정할 수가 없었습니다
태화의 마음을
이 사진들
윤 작가님의 러브레터였군요
작가님을 향한
그래서 공개할 수가 없었습니다
(석) 죽을 때까지 숨기고 싶은 비밀이었으니까요
태화의 마음이 싫어서가 아니라
그 마음이 뭔지 알면서도
끝까지 외면한
비겁한 내가 부끄러워서
그런데 태화도 없는 지금
어떻게 이 마음을 공개하겠습니까
너무 늦었는데
정말 외면하셨습니까?
외면하신 분의 표정이 아닌데요
(라이언) 노 작가님은 본인 마음을 모르셨어도
윤 작가님은 아셨을 겁니다
뷰파인더로 이 눈빛을 보고
어떻게 모를 수 있었겠어요? 사진작가가
아셨을 겁니다
(석) 알았을까요?
그랬을까요?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새가 지저귄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부드러운 음악]
[덕미가 살짝 웃는다]
고생했어요
외박시킬 생각은 아니었는데
[웃으며] 외박해서 좋았어요
(라이언) 네?
아, 아니요, 그게 아니라
효진 씨 때문에요
어, 효진 씨가 채움패치를 만들었거든요
채움패치?
네, 관장님과 제 사이를 의심해서 감시하고 있다는 거죠
(덕미) 사실 그래서 더 연애하는 티를 내려고 했어요
[덕미의 어색한 웃음]
알았어요
그럼 김효진 씨를 더 확실하게 속여 보죠
[덕미가 살짝 웃는다]
[부드러운 음악]
[키보드를 탁탁 친다]
아, 도판은 이게 다인가?
[메시지 수신음]
신규 회원?
환영 인사나 해 볼까?
[반짝이는 효과음]
(덕미) 불꽃시안 님, 시안하세요 샤인시안 님, 시안하세요
라떼 님, 시안하세요
[의미심장한 음악]
(덕미) 삶의 희망 님, 시안하세요!
내 맘속 시안 님, 시안하세요
[덕미의 웃음]
여분 통장 님, 시안하세요, 시안하세요
핑크시안 님, 시안하세요
심쿵유발자 님, 시안일보 님
[늑대 울음 효과음] 시안인증 님, 시안하세요
[경쾌한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덕미) 라떼 님, 시안하세요
반가워요
성덕미 씨
시안!
[발랄한 음악]
(라이언) 그게 다 한 사람이었다?
테스트?
(경아) 제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죠?
(유섭) 미스터리 치정 멜로의 서막?
(시안) 이솔 그림 한 점 더 찾았어요
(라이언) 어떻게 알죠? 이솔에 대해선 알려진 게 없는데
(다인) 보고 싶었어, 라이언
(시안) 제가 욕심 좀 내도 되겠죠?
(신디) 세상에 비밀이 어디 있어요?
(덕미) 관장님!
(라이언) 혹시 진짜 연애 중이라고 착각이라도 하는 건가?
(덕미) 이 사람이 나한테 실망하면 어쩌지?
(선주) 너 진짜 좋아하는구나?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