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g with the Gods: The Two Worlds_신과함께: 죄와 벌_Thử thách thần chết: Giữa hai thế giới (2017)
영화 시나리오
(자홍) 안 돼
(소방관1) 잡아 [자홍의 신음]
잡아!
애부터 먼저 보내, 잡아, 잡아!
[자홍의 신음] 잡아!
팔 좀 뻗어 봐!
빨리, 빨리!
[자홍의 신음] 불! 저거 위의 불!
[자홍의 놀란 신음] 잡아!
[자홍의 비명] - (소방관1) 안 돼! - (소방관2) 자홍아, 안 돼!
[자홍의 신음]
[웅장한 음악]
[자홍의 신음]
[굉음] [자홍의 신음]
[자홍의 기합]
[소란스럽다] [거친 신음]
[헬리콥터 엔진음]
아, 살았다, 살았다
아, 괜찮아, 괜찮아
(아이1) 엄마!
엄마! [자홍의 힘주는 신음]
(소방관3) 야, 주봉아, 주봉아, 빨리 와!
[자홍의 거친 신음]
(자홍) 아유, 죽을 뻔했네
어유, 진짜 큰일 날 뻔했어 [사람들이 흐느낀다]
아, 우리 꼬마 아가씨 이름이 뭐예요?
(덕춘) 김자홍 [덕춘의 목소리가 울린다]
(자홍) 아, 그건 아저씨 이름이고
아저씨 이름은 또 어떻게 알았어, 이 와중에
이름이 뭐야, 어?
이름, 이름이...
(덕춘) 김자홍
[의미심장한 음악]
김자홍
(자홍) 아유, 아저씨!
아유, 나와, 나와 거기 있으면 위험해요! [소방관들이 소란스럽다]
(소방관4) 자홍이 형! [자홍의 놀란 신음]
- (소방관4) 아, 정신 차려요! - (소방관3) 들것 가져와, 새끼야
- (소방관3) 빨리! - (소방관4) 자홍이 형!
(해원맥) 김자홍 씨
이야...
아니, 어떻게 저기서 그냥 뛰어내릴 생각을 다 했어?
죽으려고, 겁도 없이, 어?
(덕춘) 이렇게 높은 곳에서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장렬하게 운명
[놀란 신음]
'귀인'
장렬하게 운명하신 거
422년 만이에요
감동입니다, 김자홍 씨
(해원맥) 1593년 논개 이모 다음으로, 그렇지?
귀인이야?
(덕춘) 예
김자홍 씨께서는 2017년 4월 28일 오늘
예정대로 무사히 사망하셨습니다
저희는 저승에서 피고이자 망자이신 김자홍 씨에게
앞으로 49일 동안 진행될
[소방관들이 소란스럽다] 일곱 재판의 변호와 경호를 맡은 저승 삼차사입니다
(해원맥) 하, 난 재판 몰라요 경호 담당 일직 차사 해원맥
(덕춘) 아, 그, 보조 변호사 월직 차사 덕춘 인사 올리겠습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영광입니다, 김자홍 씨
(해원맥) 자, 삼차사인데 왜 두 명이야? 그렇지?
아주 자연스러운 질문이야
다른 한 분은...
어, 지금 아저씨 장례식장에 있어 [자홍의 거친 숨소리]
기본 절차긴 한데
내가 봤을 땐 젯밥 먹으러 가는 거 같아
이상한 취향이야, 그렇지?
김자홍 씨, 아저씨, 뭐 해? 어?
어, 어, 괜찮아, 괜찮아
[자홍의 놀란 신음] 아저씨 오늘 처음 죽어 봐서 그래
그래서 막 낯설고 서툴고
뭐, 그런 거야
아니, 아니요
전 아직 죽으면 안 됩니다
(자홍) 어머니를...
어머니를 두고는 못 갑니다
(해원맥) 씁, 저승 차사법 제3조 1항!
'망자는 구천을 떠돌 자격이 없으며'
[자홍의 놀란 신음] '누군가와 작별할 시간은 더더욱 없고'
'묵비권을 행사할'...
'사용할수록 더 불리해진다는 것을'...
귀인은 귀인인가 보다 매뉴얼대로 움직여 주네?
그래요, 계속 뒤로 가!
쭉, 쭉, 쭉!
(자홍) 어머니를, 어머니를 한 번만 보고 갈게요, 네?
제가 할 말이 있어서 그래요 어머니께!
저 효심은 또 어쩔 거야
(자홍) 제발요, 부탁드립니다!
[다급한 신음]
어머니를 한 번만요!
어머니를, 어머니...
[자홍의 신음]
[툭 뱉는다]
[퉤 뱉는다]
[강림의 힘주는 신음]
(강림) 나도 이건 못 먹겠다
[안내 방송 알림음] [차분한 음악]
(안내 방송 속 관계자) 3호실 김자홍 씨 입관 진행합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3호실 김자홍 씨 입관 진행합니다
(수홍) 엄마
엄마
정신 차려 봐, 엄마
입관한대, 가자, 응?
엄마
가자고!
[웅장한 음악]
- (덕춘) 귀인이에요! - (해원맥) 충성!
[덕춘이 소리친다] (해원맥) 아, 염라, 저분이 염라대왕
천륜지옥 주심 재판장이자 대왕 중의 대왕
그리고 저분이 아까 소개를 못 시켜 드린 강림 차사님
우리 삼차사의 리더이자 영도자
천 년 동안 마흔일곱 명이나 환생시키신
어마무시한 분이십니다
- (강림) 김자홍 씨 - (덕춘) 귀인입니다!
- (강림) 반갑습니다 - (덕춘) 귀인이에요, 귀인!
(자홍) 전 귀인이 아닙니다
[강림의 웃음]
(덕춘) 여기요!
여기, 여기, 여기, 여기
(해원맥) 자, 비켜 주세요, 지나갑니다
- (덕춘) 김자홍 씨! 빨리 오세요 - (해원맥) 비켜 주세요
[철커덩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신비로운 효과음]
[탄성]
[덕춘의 탄성]
(덕춘) 맞아요! 맞아요, 맞아, 맞아!
[덕춘의 탄성]
김자홍 씨!
정의로운 망자 맞네요
19년 만입니다
49일 안에 일곱 재판을 무사히 통과할 확률이 가장 높다는
정의로운 망자 귀인 김자홍이오!
[어두운 음악]
[놀란 신음]
(해원맥) 왜 처음부터 살인지옥이야, 어?
살인지옥, 화탕영도
정의로운 망자라면서, 어?
아니, 초장부터 누굴 죽인 거야, 어?
(자홍) 예?
아, 제, 제가 누굴 죽여요?
저승의 죄는 모두 일곱 가지로 구성되어 있어요
배신, 폭력, 천륜 살인, 나태, 거짓, 불의
(강림) 재판의 순서는 염라대왕이 해당 망자에 따라
가벼운 죄부터 시작해 무거운 죄까지 직접 배정합니다
(해원맥) 그러니까 염라 말고
아저씨 재판 순서는 우리도 모른다는 얘기야
죽이다니요
전 사람을 해친 적이 없습니다
(강림) 살인지옥은 간접적인 죄도 묻습니다
김자홍 씨의 언행이 영향을 미쳐 누군가를 죽게 했다면
그 원인 제공만으로도 기소될 수 있습니다
(해원맥) 그러니까 인터넷 댓글 같은 거 함부로 달면 안 돼
기록 다 남아!
근데 걱정 마, 아저씨
얘가 지금 뭐 하는 거 같아?
우리 막내에겐 재능이 있어요
얘가 이번 지옥의 아저씨 기소 내용을 쭉 살펴보고 있는 거야
스캔하고 있는 거라고 뭘 어떻게 변호할지, 쯧
이게 재주 같아 보이지만 업보지, 업보
얼마나 힘들겠어, 본인은
[긴장되는 음악] 누굴 죽였다니?
[소란스럽다]
[건물이 삐거덕거린다] [놀란 숨소리]
[소방관5의 떨리는 숨소리]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굉음] [소방관들의 놀란 신음]
[소란스럽다] (자홍) 어, 형, 안 돼!
안 돼!
형!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놀란 신음]
[자홍의 놀란 신음]
[망자들이 아우성친다]
(자홍) 빨리 잡아요!
조금만 더요!
됐어, 잡았어 [망자1의 힘주는 신음]
(변성대왕) 네 이놈!
뭐 하는 짓이냐!
[자홍의 놀란 신음] (망자1) 안 돼!
[망자들의 비명] [자홍의 놀란 신음]
[어두운 음악]
[못마땅한 신음]
[망자들의 비명]
[겁먹은 신음]
(판관1) 본 사건은 위험에 처한 동료 소방관을 목전에 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시간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안위와 두려움으로 인한
피고의 우유부단함으로 인해
결국 피해자가 안타까운 죽음에 이르게 된 사건입니다
[무거운 음악] (판관1) 당시 피해자는 구조됐더라면
충분히 살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는 피고가 골든 타임을 놓쳐 발생한
간접 살인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판관2가 코를 드르릉 곤다]
[코를 드르릉 곤다]
[판관2의 놀란 신음]
이에 본 판관들은
피고 김자홍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판관2) 간접 살인죄로 기소함과 동시에
화탕형, 화탕형 50년을 구형하는...
(판관1) [작은 목소리로] 5년, 5년
귀인한테 무슨 50년을 때려, 이 등신아
귀인의 재판이다
[놀란 신음]
(변성대왕) 구형에 신중을 기하도록 해라
50년 같은
- 5, 5 - (판관2) 5년을
- 그래그래 - (판관2) 구형하는 바입니다
(판관2) 피고는 귀인이니까요
[헛웃음]
[호응하는 신음]
차사들은 최후 변론을 시작하라
(강림) 먼저 김자홍 씨에게 묻겠습니다
그날 목숨을 잃은 동료 소방관의 마지막 말을 기억하십니까?
[소방관5의 떨리는 숨소리]
[자홍의 힘주는 신음] [소방관5의 신음]
[소방관5의 떨리는 신음] (남자1) 저기요!
- (남자1) 저기요! - (소방관5) 야, 부상자들 먼저 옮겨
(소방관5) 불만 잡으면 여기가 더 안전하니까
불 먼저 잡고 외벽 부수고 장비로 들자고
[건물이 삐거덕거린다] 알았지?
[자홍의 떨리는 숨소리]
야, 이러다 다 무너져, 새끼야
[잔잔한 음악] 빨리 가, 빨리 가
- 형, 나, 나 금방 올 거야 - (소방관5) 빨리 가
그대로 가만있어야 돼
그래, 난 그대로 가만있을 수밖에 없어
(소방관5) 나 여기 있을게, 응
[자홍의 다급한 신음]
(자홍) 형, 이거, 이거 갖고 있어, 응?
[소방관5가 울먹인다]
(자홍) 자, 자, 잡으세요
[자홍의 힘주는 신음]
[자홍의 애쓰는 신음]
(소방관5) 가, 가, 응
[자홍의 떨리는 숨소리]
(강림) 김자홍 씨, 고개 드세요
당신 아직 죄인 아닙니다
고개 드세요, 김자홍 씨
다시 피고에게 묻겠습니다
동료 소방관의 지시에 따르느라
정작 그 동료를 구하지 못했던 바로 그날 그 화재 현장에서
몇 명의 다른 이들의 목숨을 구하셨습니까?
여섯 명...
(자홍) 일곱 명...
자, 잘 생각나지 않습니다
기억이, 기억이 잘...
[판관1의 헛웃음]
업경을 한번 봐 주시기 바랍니다
(덕춘) 조금만 빌릴게요 [귀왕대원의 당황한 신음]
[신비로운 효과음]
[남자1의 괴로워하는 신음]
[차분한 음악] (강림) 지금 보시는 바와 같이
피고는 기억조차 잘 나지 않는다는 그 위험천만한 불길 속에서
(강림) 정확히 여덟 명을 구하셨습니다
피고 김자홍은 그날 저녁 8시 뉴스에 나와
영웅이 되기도 했습니다
자, 이제 판관들께 묻겠습니다
피고는 자신과 일면식도 없는 여덟 명의 목숨을 구해 내느라
자신과 가장 가까웠던 단 한 명
그 동료의 목숨은 구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둘의 목숨의 무게는 어떻게 다른지
답변해 주시기 바랍니다
[옅은 신음]
(판관2) 쟨 초장부터 무슨 개소리야
목숨의 무게를 어떻게 재?
아, 그게 이렇게 만져지는 거냐? 어?
무게를 어떻게 재냐고
안 보이는 게 무게가 있으면 그게 다 같은 거지...
[못마땅한 신음]
[새어 나오는 웃음]
[한숨] (강림) 존경하는 변성대왕님
모든 목숨의 무게는 다르지 않다는 판관의 답변을
증거로 적극 채택하여 주심과 동시에 [덕춘의 만족스러운 신음]
[잔잔한 음악] 정의로운 망자 김자홍의 살인지옥 기소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내려 주시기 바랍니다
[소방관들이 소란스럽다]
(자홍) 안 돼! 안 돼! [소방관들이 자홍을 말린다]
[떨리는 숨소리]
(소방관5) [울먹이며] 우리 딸
[소방관5가 울먹인다]
(소방관5) 지연아
지연아
[건물이 삐거덕거린다] [흐느낀다]
[건물이 와르르 무너진다]
[울먹인다]
최종 판결을 내리겠다
(변성대왕) 동료 소방관의 희생적인 죽음으로
여러 타인들의 삶을 구해 낸 피고의 판단과 행동은
역설적이지만 죽음을 통해 삶을 증명해 냄과 동시에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 모두를 일축시킨다
이에 본 법정은
귀인 김자홍에게 기소된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며 그의 의로움을 치하하는 바이다
(강림) 김자홍 씨
다음 지옥은 망자가 생전에
자신의 삶을 낭비하지 않았는지를 심판하는
나태지옥입니다
즉,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는가를...
(덕춘) 차사님!
[흥미진진한 음악]
우리 로또 맞은 느낌, 로또!
(해원맥) 뭐야, 벌써 다 본 거야?
나태지옥엔 공소장 자체가 아예 없고요
(덕춘) 김자홍 씨 잠깐 들르셔서
살아생전의 부지런하고 치열했던 삶을 그냥 낭독해 달래요
(해원맥) 뭐야, 그럼
판관들을 저승에서 제일 떨어지는 애들로 붙여 놓은 것도...
(덕춘) 아, 그냥 다 통과시키라는 거죠
[해원맥의 헛웃음]
(강림) 너희들, 판관들 조심해라
첫 재판부터 징계 먹어 가지고 지금 칼 갈고들 있을 거야
걔네들 입장에선 귀인 잡아넣으면
포상도 남다르고 팔자도 달라지니까...
(자홍) 당신들은 뭐가 좋은 겁니까?
왜 저 같은 사람을 구하려고 하냐고요
(해원맥) 아이, 아저씨는 무슨 질문을 그렇게 공격적으로 해?
아저씨도 환생하면 좋은 거 아니야?
환생하고 싶지 않습니다
(강림) 김자홍 씨
그건 저승이 판단할 겁니다
(덕춘) 천 년 전 약속이에요
염라대왕님과 맺은 약속
천 년 동안 마흔아홉 명의 망자들을 환생시키면 [해원맥이 호응한다]
우리도 환생시켜 준다고 했거든요
(해원맥) 음, 그것도 우리가 원하는 모습으로
난 환생할 거 정했어
코스피 10위권 안쪽 재벌 2세로
한국은 그거 아니면 저승보다 더 지옥이거든
[해원맥의 장난 섞인 신음]
(덕춘) 하지만 그 모든 게 다 김자홍 씨 같은 귀인을 만나야 가능한 거죠
이승에서 49재를 지내는 49일 안에
그 모든 지옥을 죄 없이 통과한다는 게
일반적인 망자들은 불가능하니까요
저희의 마흔여덟 번째 귀인이 되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자홍) 내가 귀인이 아니라면요?
아니라면 어쩌실 건가요?
(강림) 다시 말씀드리지만
그것도 저승이 판단할 겁니다
[차분한 음악]
[한숨]
[물이 찰랑거린다]
[물고기의 괴성] [자홍의 놀란 신음]
(해원맥) 아이고, 눈 마주치면 안 된다고 [자홍의 겁먹은 신음]
안광, 눈빛!
사람 눈빛을 보고 쫓아오는 거라니까
망자가 쳐다보면 쫓아오는 거라고, 어, 어?
다 뜯어 먹으려고
[자홍의 겁먹은 신음]
[해원맥의 힘주는 신음]
(강림) 김자홍 씨
지금 가시는 나태지옥은 그냥 관광 왔다고 생각하시고
[해원맥의 탄성] 한 가지만 명심하세요
재판장인 초강대왕에게는
절대, 절대 말대꾸하지 마세요 [해원맥의 힘주는 신음]
말대꾸 안 됩니다 [해원맥의 짜증 섞인 신음]
그리고 그 앞에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난다] [자홍의 놀란 탄성]
[해원맥의 힘주는 신음]
[거친 신음]
(해원맥) 야, 잡아 [덕춘의 힘겨운 숨소리]
덕춘이 잡아! [덕춘의 애쓰는 신음]
[밝은 음악]
(덕춘) 저승형법 2조 3항!
'나태함이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무위도식과 태만으로 일관해'
'고귀한 인생을 허비한 죄'라고 적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보시는 바와 같이 정의로운 망자 김자홍에게
나태와 게으름이란 웬 말이냐
차사 덕춘, 초강대왕님께 감히 말씀드리는 바입니다
[고민하는 신음]
[흥미진진한 음악] [소방관들이 소란스럽다]
- (소방관6) 그렇지, 빨리빨리... - (소방관7) 씌워, 씌워
- (소방관6) 오! 좋아, 잘했어 - (소방관7) 씌워, 잘했어 [벌이 윙 소리를 낸다]
(소방관7) 잘했어, 얼른 떼어, 떼어 [소방관들이 저마다 말한다]
- (소방관7) 아, 빨리 떼어! - (자홍) 오, 벌!
벌이 들어왔어!
[소란스럽다] [자홍의 비명]
[벌 떼가 윙윙거린다] [사람들의 비명]
[소란스럽다]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린다]
[소란스럽다]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린다]
(초강대왕) 흠...
(덕춘) 아! 그의 열정적인 삶의 태도로 목숨을 구한 이들은
비단 인간 사회에 국한되지 않았으니
[소 울음] [자홍의 거친 신음]
(덕춘) 놀랍도다, 놀랍도다!
한낱 미물들로 여길 수 있는 이승의 하찮은 짐승에게조차
(덕춘) 차별 없는 사랑의 손길이 그득히 닿았으니
그의 손길 간 곳 하나하나
희생과 구원의 영롱한 빛이 이승 전체에 만개하였도다
(남자2) 어, 왜 날 봐? 나비를 봐야지 [자홍의 거친 숨소리]
- (아이2) 아저씨, 빨리요 - (남자2) 나비 저기 있잖아, 잡아
(남자2) 어, 빨리
얘기해, 대화해
오라 그래, 오라 그래 [고양이 울음]
[남자2가 말한다] (덕춘) 아뿔싸!
때로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그의 투철한 직업 윤리가 [판관2가 중얼거린다]
[초강대왕의 걱정스러운 신음] [고양이 울음] 어쩌면 자신까지 위험에 빠뜨리는
(덕춘) 난감한 상황을 몰고 오기도 했지만...
[고양이 울음]
[자홍의 당황한 신음]
[남자2의 당황한 신음]
(남자2) 왜 그래
[자홍의 비명]
[자동차 경보음]
[놀란 탄성]
- (판관2) 람보르기니! - (덕춘) 아! 잘못 없다, 김자홍 [판관1의 놀란 신음]
(덕춘) 충분히 이해된다, 김자홍!
그 누가 정의로운 망자 김자홍에게 [초강대왕과 판관2의 놀란 신음]
돌을 던질 수 있단 말입니까! [판관1의 짜증 섞인 신음] [소방관들이 사과한다]
(판관1) 저기, 대왕님
대왕님?
저, 이 차사들이 말입니다
이, 대왕님의 이 존엄한 재판장을
[초강대왕의 한숨] 미취학 아동들의 그, 백일장 시상식처럼
능욕하고 있습니다
법정 모독죄로 그냥...
- 야, 다 필요 없다, 답 나왔어 - (판관1) 예
[힘주는 신음]
(초강대왕) 김자홍이 여기에 동상 세우자, 어?
세우자
저런 애 동상 안 세우면 누구 세우니? 그래, 안 그래? [덕춘의 탄성]
- (초강대왕) 세우자 - (판관1) 예, 그럼요, 대왕님
(판관1) 예, 예, 예, 예
이왕이면 빅 사이즈로 좀 크게 좀 만들어 달라 그러자
크게...
어, 그래, 큰 걸로, 어
[옅은 헛기침]
아유...
(초강대왕) 어휴
어찌 저리도 자신의 몸을 던져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그리 돕고 싶었느냐
아니면 주어진 너 자신의 삶을
하루하루 충실히 살고 싶었던 것이냐? 어?
돈 때문이었습니다
- (판관1) 응? - (초강대왕) 뭐라고? [해원맥의 당황한 신음]
너 뭐라 그랬니?
[덕춘의 당황한 신음] (초강대왕) 돈?
머니?
(판관2) 응?
(자홍) 네
전 돈을 모아야 했습니다
김자홍 씨
대왕님
(판관1) 그냥 저희가 천천히 열게요
어, 그래라, 그럼, 해, 응
(판관1) 예
(초강대왕) 너한텐 돈이 신이었냐
하, 진짜 잘못된 신을 만났구나
내려가서
[긴장되는 효과음]
진짜 신을 한번 만나 봐야겠구나
[흥미진진한 음악]
[판관들의 힘주는 신음]
[자홍의 당황한 신음]
[자홍의 놀란 신음]
[자홍의 놀란 탄성]
[망자들이 아우성친다]
[망자들이 아우성친다] [물고기들의 괴성]
[놀란 신음]
- (덕춘) 차사님, 가요 - (해원맥) 어?
(판관2) 가
(덕춘) 아, 김자홍 씨 어떡해
[강림과 해원맥의 힘주는 신음]
초강대왕님
(강림) 업경을 한번 봐 주시길 간청드립니다
(초강대왕) 뭐 하는 짓들이냐!
잘못된 신을 섬긴 놈이다!
네, 맞습니다
(강림) 잘못된 신을 섬긴 대가로 김자홍은
낮에는 불을 꺼야만 했고
밤에는 불을 피워야만 했습니다
(주인) 불 좀 갖다드려!
[차분한 음악] 예
(자홍) 조심하세요, 불 나갑니다
(강림) 그 잔혹하고 파렴치한 그 신은
김자홍의 연차를 소진시켜 야채 배달을 하게 했으며
일요일마다 목욕탕 바닥을 닦게 했고
목욕탕 청소가 끝난 휴일 날 저녁에는
밤새도록 대리운전을 시켜
(강림) 김자홍을 혹사시켰습니다
[자동차 경적] [전화벨이 울린다]
[경보음이 울린다] [자홍의 놀란 신음]
- (소방관8) 아, 자홍이 형! - (자홍) 어!
(남자3) 이 새끼야 운전 똑바로 안 해, 이 새끼야?
앞을 봐, 이 새끼야! [자홍의 당황한 신음]
(초강대왕) 흠
휴일에도?
아니, 그럼 도대체 저놈은 언제 쉬었단 말이냐?
피고 김자홍의 휴일은
(강림) 그가 잘못된 신과 헤어진 사망한 다음 날부터입니다
김자홍은 살아생전
단 하루도 쉬지 못했습니다
(강림) 그에게는 치료가 필요했던 병든 노모와
대법관을 꿈꾸며 고시 공부를 하던
하나뿐인 동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강림) 그 돈이 아니었다면
그의 가족은 지금까지 살아 있지도 못했을 겁니다
돈은 김자홍에게 전부였던 것입니다
(남자4) 아저씨!
[한숨]
(강림) 돈이라는 잘못된 신에게서
죽어서야 벗어날 수 있었던
이 가련한 김자홍의 지친 영혼만이라도
초강대왕님께서 부디
따뜻하게 품어 주시길 간청드립니다
(자홍) 감사합니다
[웃으며] 예, 안녕하세요
최종 판결을 하겠다
(초강대왕) 본 법정은
자신의 삶이 나태하지 않았던 이유가
돈과 재화의 축적이었다라는 피고의 발언을 해석함에 있어 [덕춘의 안도하는 숨소리]
그 행동의 목적성이
피고 자신의 사리사욕이 아닌
병든 노모와 어린 동생의 부양이라는
(초강대왕) 지극히 이타적인 목적에 기인함이 인정되는바
피고 김자홍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바람이 세차게 분다]
(덕춘) 여기는 생전에 망자가 했던 거짓을 심판하는 거짓지옥이에요
칼날로 이루어진 이 숲을 검수림이라고 하고요 [어두운 음악]
저, 달빛에 빛나는 나뭇잎이...
나, 나뭇잎이 아름답죠?
근데 괜한 호기심으로 잘못 만지...
괜한 호기심으로 잘못 만지셨다간
[자홍의 신음]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자홍의 놀란 신음]
(강림) 이렇게 검수림의 칼날이 온몸을 구석구석 도려내
극심한 고통을 주죠 [자홍의 신음]
제가 분명히 말대꾸하지 말라고 부탁드렸었는데
약속을 또 어기셨습니다 [자홍의 겁먹은 신음]
앞으로 약속 같은 건 하지 않을 겁니다 [자홍의 거친 신음]
모두 명령으로 바꾸도록 하죠
(덕춘) 빨리요
(해원맥) 아, 그러니까 왜 이렇게 삐딱해
시키는 대로 하면 얼마나 좋아
우리는 마흔여덟 번째 귀인 얻어서 좋고
[괴로워하는 신음이 들린다] 아저씨는 환생해서 좋고
어? 그리고 또
[자홍과 덕춘의 거친 숨소리] 환생하기 전에 현몽 한번 시원하게 하고
그래, 아저씨는 현몽에서 엄마 한번 보고 오면 되겠다
(덕춘) 조금만 참으세요
상처는 금방 아물어요
지금 뭐라고 했어요?
(덕춘) 저승은 상처가 금방 아문다고...
아니, 혀, 현몽...
(해원맥) 아니, 현몽 몰라?
그, 꿈에 나타나는 거 [차분한 음악]
[칼을 탁탁 꽂으며] 아저씨 이승에서 보고 싶은 사람 꿈에 나타나게 해 줘요, 마지막으로
(자홍) 다시요, 어머니를 만날 수 있다고?
(덕춘) 말씀드렸을 텐데요
다시 환생할 수 있는 망자에게는
이승의 보고 싶은 사람에게 딱 한 번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게 해 준다고...
(해원맥) 이승 사람들 간밤에 아버지가 다녀왔네, 어쩌네 하는 거
그게 다 현몽이라고, 이 아저씨야
어?
왜 그래
(자홍) 어머니
어머니!
응, 그래, 자홍아, 내가 네 어미다
(해원맥) 응, 그래
어머니
(해원맥) 이거 반응을 계속해 줘야 되는 거지?
[덕춘의 호응하는 신음]
(자홍) [울먹이며] 어머니
[묵직한 효과음]
(해원맥) 아휴
여기는 어떻게 천 년을 와도 낯설어
걸어가지, 그냥, 뭘 또...
덕춘아
이 아저씨 또 골질하지 않게 사전 설명 좀 확실하게 해 줄래?
(덕춘) 이건 귀인에게 내려 주는 특혜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검수림을 빠르고 안전하게 관통시켜 주는 이동 수단이고요
(해원맥) 응?
뭐 하는 거야?
갑시다
[흥미진진한 음악]
[자홍의 놀란 탄성]
[괴성이 들린다] (해원맥) 어어?
[긴장되는 음악] [지옥귀들이 그르렁거린다]
어, 지옥귀!
지옥귀가 왜 나와! 어?
[자홍의 떨리는 신음]
아이씨
(덕춘) 시간까지 빨라지고 있어요
이승에 원귀
- (덕춘) 원귀가 나타난 거죠? - (해원맥) 씨...
아저씨, 이승에 직계 가족 누가 남아 있어, 어? [자홍의 놀란 신음]
[지옥귀들의 괴성]
[해원맥의 힘주는 신음]
[지옥귀1의 신음]
[지옥귀2의 신음]
[자홍의 놀란 신음]
(강림) 김자홍 씨의 저승이 이렇게 변하는 건
망자의 직계 가족 중 누군가 원귀가 된 겁니다
(자홍) 예?
무...
무슨 말씀이신지
(덕춘) 어, 어, 차사님!
[지옥귀들의 괴성] [덕춘의 놀란 신음]
(해원맥) 어, 대가리! [덕춘과 자홍의 놀란 신음]
치워!
[지옥귀3의 괴성] [덕춘의 비명]
[지옥귀3의 괴성] [덕춘의 다급한 신음]
(해원맥) 어어, 뒤!
[지옥귀들의 괴성]
[해원맥의 힘주는 신음]
(해원맥) 대장! 빨리 올라와!
[해원맥의 기합]
[해원맥의 힘주는 신음]
[해원맥의 힘주는 신음]
[해원맥의 힘주는 신음] [지옥귀들의 괴성]
[지옥귀4의 괴성]
[해원맥의 힘주는 신음] [지옥귀들의 신음]
대장, 괜찮아?
- (강림) 저거, 저거, 저 앞에 - (해원맥) 어? 뭐요?
(강림) 저거, 저거, 부숴, 부숴
- (해원맥) 뭘, 어? - (강림) 저거 부수라고, 씨
(덕춘) [다급한 목소리로] 아, 아, 빨리요, 빨리!
[지옥귀5의 괴성] [자홍의 놀란 신음]
[해원맥의 힘주는 신음]
[긴박한 음악]
[지옥귀들의 괴성]
[해원맥의 지친 신음] [해원맥이 칼을 탁 꽂는다]
[어두운 음악]
[강림의 힘겨운 신음]
[해원맥의 힘주는 신음] [자홍의 놀란 신음]
(해원맥) 무슨 말씀이냐고?
당신 직계 가족, 엄마, 아빠, 형제
그 사람들 중의 누군가가 죽은 거라고!
그것도 원한을 가진 귀신이 돼서 원귀!
그 원귀가 구천을 맴돌고 있으니까
아저씨 저승이 이 난리가 난 거라고!
아휴, 씨...
[해원맥의 힘겨운 신음]
(자홍) 어머니
(해원맥) [자홍을 흉내 내며] 어머니
덕춘아, 이 아저씨 눈 가려
눈 가리라고, 빨리
[지옥귀들의 괴성]
(자홍) 어머니에게...
어머니에게 무슨 일 생긴 거 아니겠죠?
(덕춘) 네, 아직 확실한 건 모르지만 아닐 거예요
(자홍) 아니요! 확실하게 말해 주세요
어머니 괜찮으신 거죠?
(해원맥) 확실한 게 알고 싶어?
당신 재판이고 나발이고
이렇게 원귀 때문에 지옥귀들이 난리 치고
시간까지 짧아진다면
49일 안에 당신도, 우리도
[칼을 탁 꽂으며] 마지막 재판까지 가기는 힘들다는 거야
(강림) 이덕춘
(덕춘) 네, 월직 차사 이덕춘
덕춘아
(강림) 나 잠깐 내려갔다 올 테니까 잠시만 변호 맡고 있어
김자홍 씨는 귀인이라
거의 지금처럼 피해자가 없을 거야
만약에 문제 생기면
내가 신호 보낼 때까지 최대한 시간을 끌고 있어
부탁한다, 이덕춘
너랑 나랑 연결되어 있다는 거 잊지 말고, 응?
(해원맥) 걱정 마요, 대장
여기는 내가 있잖아
(강림) 으음, 음,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넌 아무 생각 하지 마
왜 그런 생각을 해?
어떤 생각이 떠올라도
넌 그 떠오르는 생각을 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는 거 같아, 어?
이게 옳은 생각인지
그다음에 덕춘이한테 확인받고
덕춘이는 바로 가르쳐 주고
쉽지? 쉬울 거야
그러니까 김자홍 씨 보호하는 거 말고는
제발 아무 생각 안 했으면 좋겠어, 난
- (덕춘) 응 - (강림) 응?
(강림) 내가 진심으로 부탁할게
[어두운 음악] 응?
- (해원맥) 흠 - (강림) 응 [강림이 해원맥의 어깨를 토닥인다]
[경보음이 울린다] [사이렌이 울린다]
[강림의 한숨]
(소방관9) 여기 자홍이가 쓰던 물건입니다
(수홍) 엄마
[상자가 탁 떨어진다]
엄마
그거 왜 가져가?
죽은 거야, 버려!
[수홍의 한숨]
[수홍의 한숨] (자홍) 어머니는 농아셨어요
말씀을 하실 수 없는
(자홍) 그러니까 전
태어나서 어머니 목소리를 들은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거죠
[다가오는 발걸음]
[수홍의 한숨]
(수홍) 2주만 기다려, 2주만
나 제대하면 엄마 옆에만 있을 거니까
[수홍의 한숨]
김자홍 이 병신 같은 새끼, 씨...
[짜증 섞인 신음]
[문이 달칵 열린다]
[강림의 한숨]
(강림) 애도를 표합니다, 어머님
예전에 김자홍 씨가 저를 구해 주셔서
새로운 생명을 선물받은 사람입니다
텔레비전 뉴스를 보고선 너무 놀라서
급하게 달려왔습니다
마지막 고인이 가시는 길...
[자홍 모가 흐느낀다]
[자홍 모가 흐느낀다]
[긴장되는 효과음]
제가 아직 김자홍 씨에게
인사를 아직 못 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제가 김자홍 씨께
마지막 인사를
개인적으로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감사합니다, 어머니
[어두운 음악] [문이 달칵 닫힌다]
김수홍
[날카로운 효과음]
네가 죽은 곳이 어디냐?
(춘삼) 이 할아비가
죽을 때가 다 됐나 보다
저승 차사가 보이는 걸 보니께
내가 그딴 소리 하지 말라 그랬지
할아버지 안 죽어!
[긴장되는 음악] (현동) 안 죽어!
[부엉이 울음] [해원맥의 헛웃음]
(해원맥) 별들 돌아가는 거 봐라
여기가 클럽이야, 지옥이야?
아니, 어떻게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
[흥얼거리며] 깨우면 안 돼요
(자홍) 저, 저기요 [덕춘의 신음]
어머니 소식 안 왔어요?
(해원맥) 안 돼요
(자홍) 저기요, 저기요!
(해원맥) 깨우지 말라고
자는 게 아니라고요, 아저씨
다음 지옥에서 기소되는 내용이 뭔지를 보고 있는 거라니까
거, 진짜 말귀를 못 알아 처먹네, 정말
안대는 또 왜 벗었어?
[지옥귀들의 괴성] 당장 써, 빨리!
[긴장되는 음악]
[지옥귀들의 괴성]
놔둬, 늦었어
나와
덕춘이 깨워 가지고, 빨리
- (자홍) 눈 뜨세요, 눈 떠요, 눈 - (해원맥) 얼른 나와
(자홍) 빨리빨리
(덕춘) 이제 끝난 거예요? [자홍의 놀란 신음]
(해원맥) 우리가 끝난 거 같은데?
[자홍의 놀란 신음]
[지옥귀들의 괴성]
[웅장한 음악]
(해원맥) 염라다
[해원맥이 자홍을 툭툭 친다]
(해원맥) [작은 목소리로] 숙여, 숙여
고개 숙이라고!
[차분한 음악]
(염라대왕) 저 망자는 이미 죽었는데
왜 또 죽고 싶은 얼굴인 게냐?
(덕춘) 19년 만에 만난 정의로운 망자 귀인 김자홍입니다
(염라대왕) 그 19년 만에 만난 정의롭다는 망자가
이승에 원귀를 불러내 저승을 이렇게 어지럽히는 것이냐
(덕춘) 그래서 강림 차사님이 급히 내려가셨습니다
(해원맥) 예, 수사가 상당 부분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원귀는 어떻게 처벌하느냐?
(해원맥) 발견 즉시 그 시체를 불에 태우고 그 영혼은 소멸시킨다
단 이승에 물리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말입니다
어? 안 돼!
- (해원맥) 응? - (자홍) 아, 안 돼! [덕춘의 놀란 숨소리]
[흥미진진한 음악] (자홍) 안 돼!
[귀왕대원들이 그르렁거린다] - (염라대왕) 잠깐 - (자홍) 안 돼, 이놈들아!
- (자홍) 안 돼! - (해원맥) 아저씨!
- (해원맥) 아, 제발, 멈춰! - (자홍) 안 돼!
[해원맥의 힘겨운 신음]
(자홍) 야! [염라대왕의 신음]
너, 너 뭐 하는 놈이야
너 뭐 하는 놈이냐고! [귀왕대원들의 당황한 신음]
[해원맥의 당황한 신음] 내 어머니한테 손끝 하나 대기만 해 봐!
내가 가만 안 둘 거야, 너!
- (염라대왕) 빼 - (해원맥) 아, 죄송합니다
(자홍) 너 뭐 하는 놈이야
네가 뭔데 어머니를 소멸시켜!
(염라대왕) 빼라고
[자홍의 힘주는 신음] (해원맥) 예?
(자홍) 네가 우리 어머니를 알아?
- (자홍) 어디서 개폼 잡고... - (해원맥) 죄송합니다!
(해원맥)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자홍의 신음]
아저씨, 좀! 제발, 시끄러워
[자홍의 애쓰는 신음] 가만있어
[염라대왕의 한숨]
죄송합니다!
[자홍의 신음] 닥치라고
- (해원맥) 닥치라고! - (덕춘) 아이...
- (해원맥) 닥치라고! - (덕춘) 시간을 주십시오, 염라대왕님
[자홍과 해원맥이 소란스럽다] (염라대왕) 흠...
- (해원맥) 조용히 좀 해 - (자홍) 아, 놔, 놔...
- (해원맥) 나 좀 살려 줘라 - 강림에게 일러라
서둘러 원귀를 소멸시...
(자홍) 야!
야, 지랄하고 자빠졌네!
[자홍의 힘주는 신음]
(염라대왕) 소... [익살스러운 음악]
지금 뭐 하는 거야 [자홍과 해원맥의 신음]
[염라대왕의 한숨]
강림에게 일러라! [덕춘의 난처한 신음]
서둘러 원귀를 소멸시키고 저승을 되돌려 놓지 않으면
내 친히 이승으로 내려가겠다고!
[해원맥의 수긍하는 신음]
(덕춘) 네, 알겠습니다!
[자홍의 힘주는 신음] [염라대왕의 근엄한 신음]
(해원맥) 죄송합니다!
- (자홍) 너 뭐 하는 놈이야! - (해원맥) 시끄러워, 죄송합니다!
[어두운 음악]
(사병1) 김수홍 병장님
형님 때문에 탈영했다는데 그거 맞습니까?
- (사병2) 몰라 - (사병1) 뭐 알고 계신 거...
- (사병3) 탈영을 했다고? - (사병4) 3일 됐지 말입니다
(사병5) 아니, 김 병장님은 왜 말년에 탈영을 해 가지고, 아...
(사병6) 아, 이제 혼자 어떡하냐
(사병7) 진짜 어떡합니까, 근데
아, 저 같으면 속이 그냥 썩을 거 같습니다
(사병6) 썩을 거 같은 게 아니라 썩지
(수홍) 몇 번을 말하냐, 어? [무거운 음악]
누가 그랬냐고
(사병들) 죄송합니다!
(수홍) 야, 이거 봐, 얼굴 봐 봐, 어?
내가 너희 쟤랑 똑같이 만들어 주고 영창 가려고
(사병들) 잘못했습니다!
(수홍) 관심 병사야, 이 새끼들아!
[잔잔한 기타 연주] - (수홍) ♪ 가슴팍에 무엇인가 ♪ - (원 일병) ♪ 가슴팍에 무엇인가 ♪
(수홍) 아, 좋다!
- (수홍) ♪ 노란 배지 달더니 ♪ - (원 일병) ♪ 노란 배지 달더니 ♪
(수홍) 가사 진짜 잘 만들지 않았냐?
이거 널 위해서 만든 거야, 인마
(원 일병) 네, 저도 좋습니다
(수홍) 야, 동연아, 원동연 [원 일병의 힘겨운 신음]
일어나, 인마
(원 일병) 병장님, 저 못 걷겠습니다
(수홍) 못 걸으면 어떡해, 어?
- (수홍) 일어나, 빨리 - (원 일병) 너무 힘듭니다
(수홍) 일어나, 빨리, 가자
[잔잔한 기타 연주] - (수홍) ♪ 노란 배지 달더니 ♪ - (원 일병) ♪ 노란 배지 달더니 ♪
(수홍) 아이, 좋다! 더 크게!
[수홍과 원 일병이 노래 부른다]
(원 일병) 그게 아니라
잠을 통 못 자서 말입니다
(박 중위) 그러니까 왜 잠을 통 못 자는데, 어? [어두운 음악]
(원 일병) 밤에 누가 쳐다보는 느낌이 들면서
소름이 돋고 말입니다
[원 일병이 울먹인다] [달려오는 발걸음]
(사병8) 중위님, 충성!
김수홍 병장 탈영 사건으로 기무사에서 수사관이 나왔습니다
어, 그래?
중령이 나왔는데요
기무부대장이?
[의미심장한 음악] (사병8) 네
[드르릉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드르릉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판관1) '아빠는 항상 우리 지연이 근처에서 지연이를 지켜보고 있을 거야'
'그러니까 공부도 열심히 하고'
'어떤 곳에서든 떳떳하고 멋진 사람으로 자라 주길 바란다'
'아빠가 말한 대로 잘 지내고 있으면'
'크리스마스 때 지연이가 좋아하는'
- (해원맥) 저게 뭐야? - (판관1) '강아지를 선물해 줄 거야'
(덕춘) 편지를 썼어요 [판관1이 편지를 계속 읽는다]
죽은 동료 소방관의 딸에게
아빠가 쓴 것처럼
(판관1) '그리고 이번에는 놀이동산에 꼭 같이 놀러 가자'
'아빠가 많이 미안하고 많이 사랑해'
(해원맥) 죽은 아빠?
그럼 유서 아니야?
[판관2가 편지를 읽는다] 자기가 왜 유서를 써? 어?
저건 사문서 위조야
(판관2) '어디 아프지 말고 사이좋게 씩씩하게 잘 지내야 해'
이건 피고가 어린 지연이에게 보냈던 여러 편지들 중
극히 일부일 뿐입니다
(판관1) 본 법정은!
피고 김자홍이 저질렀던
이따위 거짓 편지의 죄질을 따지기 전에
먼저 그 거짓 편지들의 양에 주목하시길 바랍니다
[긴장되는 효과음]
[놀란 신음]
(해원맥) 몇 통이나 보낸 건데?
(판관2) 아흔여덟 통!
이 귀인이라는 작자가 부모 잃은 아이들한테
희망을 주겠다는 미명하에
거짓으로 작성해서 보낸 유서의 개수다!
(해원맥) 아흔여덟... 아흔여덟 통?
두 통 더 써서 아예 백 통 채우지, 왜?
정말 미친 거 아니냐!
[헛웃음]
[덕춘의 걱정 섞인 한숨]
[기쁜 신음]
[해원맥의 의아한 신음] (판관2) 대답하세요, 피고
당신 변호하는 사람들이 미친 거 아니냐고 묻습니다
[판관2가 풋 웃는다]
너무 가슴이 아파서 그랬습니다
[차분한 음악] 너무나 어린아이들이라
너무 어린아이들이라
(자홍) 제가 해 줄 수 있는 게
그것밖에는 없었습니다
[혀를 찬다]
(박 중위) 충성!
(강림) 응
내가 시간이 없어
좀 급하니까 이상한 점만 물어볼게
김수홍 병장이 탈영을 했는데
자기 모친은 아직 모르고 있데?
(박 중위) 김 병장 형님이 돌아가신 지 몇 주 안 됐습니다
또 영내 단순 근무 이탈일 가능성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형님 비보에 이어서
김 병장 어머니께서 받으실 충격... [강림이 일지를 착 넘긴다]
[강림의 헛웃음] [어두운 음악]
[일지를 탁 내려놓는다] 박 중위님 사리 나오겠다
(강림) 뭔 보살 같은 배려야, 그 배려는?
김 병장 제 친동생 같은 놈이었습니다
(박 중위) 부임해서 보니 요즘 젊은이들답지 않게
소대 내 관심 병사들도 잘 챙기고
뭐, 그 덕에 제가 표창도 좀 많이 받았습니다
말씀하신 부분은 그렇지 않아도
오늘내일 부대에서 김 병장 댁에 직접 보고 예정입니다
어디다 묻었냐? 김 병장
(태산대왕) 피고는 대답하세요
대답을 안 하실 건가요?
(판관1) 피고!
저 죄 없는 애들이 네가 보낸 편지가 거짓이었다는 것을 알고 느끼게 될
[천둥이 우르릉 울린다] (판관1) 고통과 절망에 대해서 몰랐냐고
대왕님께서 지금 묻고 계시잖아!
(태산대왕) 대답을 하세요
(판관1) 지연이는 네가 보낸 편지가 가짜라는 걸 알면서도
매일 저렇게 아빠를 기다렸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밤이나 낮이나! 어?
(태산대왕) 진술을 계속 거부하는 것이죠?
침묵이 최선의 방어라고 생각하는
피고의 쓰지 않는 혓바닥을 [긴장되는 음악]
먼저 뽑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락 몰려드는 소리가 들린다]
[덕춘의 놀란 숨소리]
[자홍의 놀란 신음]
[신음]
(덕춘) 차사님
[자홍의 신음] (해원맥) 아, 대장!
대장!
(해원맥) 대장!
(강림) 나 바쁘다고
마지막이야
김 병장 어디에 묻었어?
[덕춘의 떨리는 신음] [자홍의 신음]
[싹둑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자홍의 신음]
(박 중위) 중령님을
허위 사실과 협박의 혐의로
(박 중위) 헌병대에 즉시 신고하겠습니다
됐다, 그만하자
(강림) 신고는 무슨 [어두운 음악]
아, 이거 마지막 근무 일지 맞는 거니?
김 병장이 원동연 일병이랑 초소 야간 경계 근무 했다는 거
내가 너 기회는 줬다
나중에 혓바닥 조심해
[문이 달칵 열린다]
(강림) 월직 차사 이덕춘
[자홍의 힘겨운 숨소리]
(자홍) 안 돼, 안 돼, 아직은 안 돼!
(강림) 월직 차사 이덕춘!
네, 네, 월직 차사 이덕춘
지금부터 연결한다
월직 차사 이덕춘
최후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태산대왕) 잠깐 멈춰 봐
[자홍의 신음] (강림) 태산대왕님
(덕춘) 태산대왕님
(강림) 피고 김자홍은 거짓말쟁이가 맞습니다
(덕춘) 거짓말쟁이가 맞습니다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강림) 지금 보시는 것은 피고 김자홍이 [덕춘이 강림의 말을 따라 말한다]
사고로 아빠를 잃은 지연이에게 쓴 거짓 편지를 넘어
자신의 어머니에게까지 거짓으로 썼던
- 지난 15년간의 기록입니다 - (덕춘) 지난 15년간의 기록입니다
[돼지 울음] [판관1의 놀란 탄성]
[판관2의 놀란 신음] (판관2) 가, 가, 가라고!
[판관2의 당황한 신음]
[돼지 울음] [소방관들의 놀란 탄성]
[소란스럽다] (소방관10) 빨리 잡아!
[자홍의 당황한 신음]
[자홍의 아파하는 신음] [차분한 음악]
[소란스럽다]
(자홍) 어머니, 오늘 첫째 아들 녀석이랑 장난을 치다가
팔을 좀 다쳤습니다
[자홍이 말한다] (덕춘) 포악한 멧돼지의 공격을
존재하지도 않는 귀여운 손자의 재롱으로 둔갑시켜야 했고
(자홍) 오늘은 집사람이 누룽지를 해 줬습니다
(덕춘) 자칫 병마와 싸우다 지쳐 [자홍이 말한다]
어머니가 삶의 의지를 포기할까 두려워
상상 속의 부인은 따뜻한 밥 대신 매일같이 지겹게
(덕춘) 누룽지를 끓여야 했습니다
(강림) 그런데 어찌 된 일일까요
불치의 병으로 유명을 달리할 뻔한 김자홍의 어머니는
지금 그 병을 물리치고
(강림과 덕춘) 당당히 이승에서 행복하게 살고 계십니다
(판관2) 이게 뭐야
- (판관1) 쉿 - (판관2) 아이고
(수홍) 엄마 먹어
맛있어?
(덕춘) 만약 가망이 없었던 자신의 병원비를 벌어 보내기 위해
(덕춘) 당신 자식이 매 순간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고 있다는 사실을 여과 없이 듣게 된다면
어머니의 기적 같은 쾌유가 가능했을지 묻고 싶습니다 [해원맥이 호응한다]
(판관1) 그 모든 편지들이!
새빨간 거짓말로 들통난다면
그 어머니가 받게 될 좌절의 상처 또한
기적 같은 쾌유가 가능한지 묻고 싶다!
그들은 그 좌절을 통해 성장도 하고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태산대왕) 마지막으로 묻습니다
수많은 거짓 편지를 작성한
(태산대왕) 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인가요?
(강림) 피고의 거짓 편지로 기대와 희망이 컸던 만큼
(덕춘) 그 거짓이 밝혀진 이후 상실감 또한 컸겠지만
하지만 그들은
이승의 인간들은
그 상실감의 크기만큼
더 크게 성장했습니다
(지연) 사랑하는 아빠, 잘 지내고 있지?
[아이들이 소란스럽다] 나는 소방관 삼촌들이 신경 써 주시고
힘을 주셔서 잘 지내고 있어
선생님 말씀도 잘 듣고 친구들과도 사이좋게 지낼게
지연이는 빨래도 잘하고 밥도 잘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아빠와 떨어져 있어도 아빠는 항상 내 가슴속에 있어
아빠 딸 지연이 항상 지켜봐 줘
(지연) 아빠의 보물 지연이 올림
(태산대왕) 판관, 과거에
해당 사건과 비슷한 판례가 있습니까?
(판관1) 아니요, 그...
그게 그...
(판관2) 충무공
이순신입니다
내 죽음을 알리지 말라고
[풋 웃는다]
적군한테 알리지 말라고요
(판관1) 그, 그러니까 그... [태산대왕의 한숨]
전략 전술적 차원에서...
(덕춘) 아군에게 한 말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밝은 음악]
실망과 좌절로 사기를 잃을 게 자명하니까요
(태산대왕) 내가 이래서
적패지 뒤에 귀인이라고 써 붙은 애들
그냥 보내자 그랬지?
피고 김자홍의 거짓 편지 작성으로 인한
거짓지옥의 최종 판결은
기소 자체를 기각하는 바입니다
이에 본 법정은
피고, 아니, 귀인 김자홍에게 제기됐던
모든 해당 공소 사실에 대해 [해원맥의 당황한 신음]
불기소 처분을 내림과 동시에
즉시 다음 지옥 이동을 명령합니다
그리고 너희는 바쁘지 않으면 좀 나와 볼래?
[판관2가 흥얼거린다]
[태산대왕의 한숨]
(태산대왕) 너희 둘 다 나오시라고요, 밖으로
[익살스러운 효과음]
너희 때문에 늙는다, 늙어, 아휴
[새가 지저귄다]
(해원맥) 아니, 근데 아저씨는 왜 엄마를 다시 보려고 하는 거야?
맨날 마미, 마미
그 이유나 좀 알자
(덕춘) 네, 그, 뭐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 거죠?
계속 궁금했거든요
- (해원맥) 기소 내용 안 보냐? - (덕춘) 예?
[덕춘의 한숨]
(자홍) 전기밥솥요
[잔잔한 음악] 누룽지가 잘 만들어지는
전기밥솥을 사 놨거든요
(어린 수홍) 맛있겠다
(자홍) 어릴 땐 내내 누룽지만 먹었던 거 같아요
[보글보글 끓는다]
어머니는 항상 냄비에 밥을 하셨는데
기가 막히게 누룽지를 잘 만드셨어요
[어린 수홍의 탄성]
[함께 웃는다]
(자홍) 근데 요새 어머니가 정신이 좀 깜빡깜빡하신지
냄비를 자꾸 태우시더라고요
(수홍) 아, 뭐야!
아, 뜨거워!
(자홍) 애꿎은 냄비만 몇 개를 태우셨는지 [수홍의 신음]
[자홍 모의 놀란 신음] (수홍) 아, 엄마 치매야?
- (현동) 우아, 고물이다! - (수홍) 여기 이거 다 가져가세요
(자홍) 그런데 그거 아세요?
[현동이 즐거워한다]
(자홍) 요새는 신기하게 누룽지를 만들어 주는 밥솥도 있다는 거?
(직원) 디자인도 세련되게 나와서...
(자홍) 선물로 드리려고 소방서 창고에 보관해 놨는데
그걸 꼭 전해 드리고 싶어요
(덕춘) 정말요?
어머니께 전해 드리고 싶은 게 정말 누룽지 밥솥뿐이에요?
(해원맥) 누룽지 밥솥, 참...
(덕춘) 아니면
그 안에 있는 편지예요?
아직 하나 남아 있잖아요
어머니께 못 전해 드린
(덕춘) 거짓이 아닌
마지막 편지 한 통
(강림) 김자홍 씨 [덕춘의 놀란 신음]
[어두운 음악]
어머니는 무사히 잘 지내고 계십니다
[자홍의 안도하는 숨소리]
(자홍) 아, 차사님, 아,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차사님
저...
제 동생 수홍이는요?
아주 건강하게 군 생활 잘하고 있습니다
(자홍) 아,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아이고, 고맙습...
아, 아, 죄송합니다
(강림) 차사들은 잘 들어라
동생 김수홍은 사망해서 원귀가 되었다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는 지금 조사 중이고
시체는 발견 즉시 소각시키겠지만
[자홍의 기쁜 탄성]
원귀가 소멸되지 않는 한
김자홍의 재판은 계속해서 위험에 처하게 될...
(덕춘) 거짓지옥 앞에서
거짓말하신 거네요
(해원맥) 야, 사실을 알게 되면 재판이 제대로 진행이 되겠냐?
난 아주 깊숙이 이해가 되는데 대장이 왜 저러는지
(강림) 지금 이 순간부터 김수홍은 머릿속에서 지워
어차피 소멸될 운명이니까
(해원맥) 제발, 제발 좀 빨리만 좀, 예?
대장 내려가고 여기 3일이나 지났어
[천둥이 콰르릉 친다]
[수홍의 한숨]
[달칵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한숨]
[천둥이 콰르릉 친다]
(수홍) 괜찮다고, 인마, 걱정하지 말라고
제대해도 가끔 면회 온다니까 [천둥이 콰르릉 친다]
선임들이 괴롭히면 바로 얘기해 박 중위한테
(원 일병) 그거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닌데 말입니다
병장님 큰형님께서 돌아가셨지 말입니다
꾹 참고 계시는 거 보니까 제 속이 너무 상해서 말입니다
[천둥이 연신 콰르릉 친다]
(수홍) 동연아
(원 일병) 일병 원동연
[수홍의 한숨]
(수홍) 지나간 일에
새로운 눈물을 낭비하지 말자 [긴장되는 음악]
죽은 우리 형이 해 준 말이다, 자식아
그러니까 너도 질질 짜고 그러지 마
나도 우리 형 잊을 거야, 이제, 씨, 쯧
[수홍이 훌쩍인다]
[수홍의 한숨]
(원 일병) 병장님...
[천둥이 콰르릉 친다]
[수홍의 헛웃음]
(수홍) 아유, 씨
야, 총 똑바로 메야지 [원 일병의 당황한 신음]
(원 일병) 아, 아, 죄, 죄, 죄송합니다
[총성] [원 일병과 수홍의 놀란 신음]
[원 일병의 떨리는 신음] [천둥이 콰르릉 친다]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천둥이 연신 콰르릉 친다]
[원 일병의 당황한 탄성]
[수홍이 피를 컥 토한다]
(수홍) [힘겨운 목소리로] 동연아, 이거 뭐냐
아유, 야, 여기 왜 이렇게 뜨겁냐
[수홍의 신음] (원 일병) 아, 어, 어떡하지
[울먹인다]
- (원 일병) 피, 피, 피... - 동연아
(수홍) 무전 쳐, 무전 [원 일병의 당황한 신음]
[슬픈 음악] 박 중위한테 무전 쳐
다른 애들은 알지 못하게
박 중위만 불러라
동연아 [수홍의 힘겨운 신음]
[원 일병의 다급한 신음]
박 중위한테 무전 쳐
박 중위한테 무전 치라고 [원 일병의 떨리는 신음]
(해원맥) 좋아, 좋아, 좋아! [의미심장한 음악]
아유, 신나! 김자홍 씨!
예
(해원맥) 자, 다음은 불의의 지옥
살아생전 정의롭지 못한 자들을 심판하는 곳인데
우리 이제 딱 절반 남은 거야, 아저씨
일곱 지옥에서 세 개 통과했는데 절반을 넘은 겁니까?
(해원맥) 아저씨는 무사통과 대상이니까
자
(덕춘) 아, 정의롭지 못한 사람의 죄를 묻는 지옥이기 때문에
김자홍 씨처럼 정의로운 망자로 판명된 귀인들은
해당 사항이 없는 거죠
[쾅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긴장되는 음악]
(자홍) 어머니도 수홍이도 무사한데 왜 이러는 거죠?
(해원맥) 그러게? 나도 참 궁금하네 [덕춘과 자홍의 당황한 신음]
우리 함께 뛰면서 생각해 볼까?
타, 타!
(덕춘) 차사님! 차사님, 빨리요!
빨리 오세요! 빨리요!
(해원맥) 앞을 봐, 빨리빨리!
[천둥이 콰르릉 친다]
[놀란 신음]
[박 중위의 놀란 신음]
(박 중위) 수홍아, 수홍아
수, 수, 수홍아, 왜 이래
[박 중위의 다급한 신음] 수홍아, 수홍아
[어두운 음악]
[군모를 탁 내려놓으며] 수홍아
[박 중위의 힘주는 신음]
[천둥이 콰르릉 친다]
[박 중위의 거친 신음]
수홍아, 정신 차려
[박 중위의 힘주는 신음] [천둥이 연신 콰르릉 친다]
[놀란 숨소리]
안 돼
수홍아...
수홍아, 안 돼
눈 떠 봐, 이 새끼야
김수홍
김수홍 병장!
[천둥이 콰르릉 친다]
[박 중위가 흐느낀다]
(원 일병) [떨리는 목소리로] 중위님...
제가 병장님 그냥 끌어안았는데요
초, 초, 초...
총이 나가 버렸어요
그냥 안았는데... [어두운 효과음]
난 몰랐는데...
[긴장되는 음악]
[어두운 효과음]
(박 중위) 닦자
[천둥이 콰르릉 친다]
야, 이 새끼야, 여기 피 다 닦으라고!
[천둥이 연신 콰르릉 친다]
아니야, 일단 옮기자, 어?
동, 동연아
나 봐 봐, 괜찮아 일부러 그런 거 아니니까, 어?
내가, 내가 다 해결할 수 있어
다음 달에 나 대위 진급이라고 이 새끼야
[원 일병이 울먹인다]
[박 중위의 다급한 신음]
들어, 이 새끼야
[박 중위의 거친 신음]
잠깐만, 피
동연아, 동연아, 피 닦을 거
피 닦을 거 빨리 찾아, 빨리
[박 중위의 다급한 신음]
[박 중위가 중얼거린다]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해원맥의 비명] [자홍의 놀란 신음]
(해원맥) 대장!
형을 받고 집행 중인 망자들이에요
(덕춘) 남을 돕지 않았던 [망자2의 비명]
[어두운 음악] 얼음처럼 차가운 마음을 벌하기 위해
얼음 블록에 가둬 놓죠
10년이고 100년이고
(해원맥) 그중에서도
불의의 지옥 최악의 범죄는
공소 시효 만료로 저승에 올라온 놈들이지
자신의 욕망이나 이득 때문에 사실을 은폐한 놈들
(덕춘) 저승엔 공소 시효란 게 없거든요
이승에서 한번 지은 죄는 절대 소멸되지 않죠
(원 일병) [울먹이며] 김 병장님 어떡해요, 중위님
나 못 하겠어요, 중위님
(해원맥) 죄라는 게 입 다물고 시간 보낸다고 사라지나
[박 중위의 힘주는 신음] [원 일병의 신음]
(박 중위) 내가 왜 네가 벌인 일에 말려야 되는데!
정신 차려! 너 지금 사람 죽인 거야, 인마!
(해원맥) 감추고 숨겨 온 시간만큼
저승 와서 받게 될 형벌만 더 드라마틱해지는 거지
(박 중위) 수홍이가 생전에 널 얼마나 아꼈는데!
수홍이도 너 이해해 줄 거라고, 인마!
(헌병) 아드님이 어젯밤 군대에서 탈영을 했습니다
잠시 집안 수색을 실시하겠습니다
혹시 연락 없었습니까?
[흐느낀다]
[흙을 탁탁 파낸다]
대장은 진짜, 씨... 뭐 하고 있는 거야, 씨
(자홍) 어렸을 때 말이에요
수홍이 녀석이
남산에 케이블카 타러 가자고
그렇게 엄마를 졸랐거든요
케이블카, 참...
(자홍) 참 그때 철없던 그 녀석을
얼마나 혼내고 싶던지
(덕춘) 부러워요, 김자홍 씨
네?
[차분한 음악]
우린 그런 기억이 없거든요
(해원맥) 야
어디서 뭘 하다 죽었는지 [해원맥의 한숨]
하나도 몰라요
천 년 동안 망자들 따라다니면서
그게 제일 부러웠거든요
아니, 세 분 다 기억이 없으세요?
(덕춘) 아, 강림 차사님은 빼고요
여기 해원맥 님이랑 미천한 전 아무 기억이 없죠
기억을 갖고 싶은데
(해원맥) 하, 아주 고해성사를 해라
응? 그만하지?
망자들 얘기 들어 보면
(덕춘) 재밌는 사실이 하나 있어요
[해원맥의 한숨] 아무리 고통스러운 기억도
지금 김자홍 씨처럼 저승 와서 말할 때 보면
다 예쁜 추억이 되어 있어요
지금 이곳처럼요
예쁘죠?
(해원맥) 야, 이덕춘
이뻐?
지금 여기가 어떻게 네 눈엔 이뻐 보일 수가 있을까?
여기 지옥이야
아저씨도 이뻐서 좋아?
그럼 아저씨 동생도 좋아하겠네 케이블카 좋아하면
아, 걔는 원귀랬지?
원귀는 죽어도 저승에 못 올라오... [덕춘의 난처한 신음]
(자홍) 무, 무슨 말씀인지...
뭐라고 그랬어요, 지금?
(해원맥) 아, 몰라!
아저씨 동생 죽었대
원귀래, 저승이 이렇게 홀딱 뒤집힌 것도 걔 때문이고 [긴장되는 음악]
[놀란 신음]
[케이블카가 철커덩거린다] [해원맥과 자홍의 놀란 신음]
[덕춘과 자홍의 비명]
[힘겨운 목소리로] 내가 그래서 이승에 손대는 거 아니라 그랬지?
[철커덩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자홍의 놀란 신음]
[덕춘의 비명] (해원맥) 꽉 잡아!
[덕춘과 해원맥의 신음]
꽉 잡아!
아, 가만있어, 움직이지 마
[철커덩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움직이지 마!
꽉 잡아
[해원맥의 놀란 신음]
[해원맥의 비명]
어? 뭐야
[차분한 음악]
빨리 잡아요
(자홍) 이제 어머니 곁엔 아무도 없는 거예요
동생도 없는 거니까 내가, 내가 갈게요
- (해원맥) 뭐라는 거야 - (자홍) 그래서
꼭 어머니를 만나겠어요
그러니 절 좀 도와주세요 부탁드립니다!
[해원맥의 힘겨운 신음] 빨리 잡아요!
(해원맥) 내가 어떻게 잡아 팔이 두 개인데, 이씨
이거, 얘를 잡으라고, 이씨
[자홍의 당황한 신음]
[해원맥의 힘겨운 신음]
[자홍과 덕춘의 힘주는 신음]
(해원맥) 이승에 손대는 게 아주 습관이 되셨네
취미 생활
그, 불태우라는 원귀 놈 시체는 파내서 뭐 하시려고?
염해 주시려고?
아니면 김수홍 여기 묻혔다 알려 주시려고?
[잔잔한 음악] (강림) 얘 어머니
아무것도 모르고 평생 찾아 헤맬 얘 어머니
제사만이라도 지내게 해 주자
(해원맥) 제사?
제사는 지금 우리가 치르게 생겼어
형제가 한꺼번에 다 죽어서 홀로 남은 엄마가 그렇게 불쌍해요?
대장 지금 '라이언 일병 구하기' 찍습니까?
태웁시다
저승형법 8조 2항!
[흥미진진한 음악]
'원귀는 소멸시키며'
'그 시체는 발견 즉시 소각시킨다'!
지금 저승법을 어기는 겁니까?
넌 내 명령을 어기고 있는 거고
당장 올라가
(강림) 원귀는 내가 잡는다
[어두운 음악] (박 중위) 안 되겠어
(박 중위) 일단 3일짜리 휴가 끊어 줄게
[휴가증을 착 내밀며] 여기 돈도 좀 넣어 놨으니까
밖에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와
전 괜찮습니다
(박 중위) 괜찮아? 어?
[원 일병의 떨리는 신음] 너 지금 이게 사람 얼굴로 보이냐?
어?
왜 이렇게 떨어?
아직도 추운 거야?
(박 중위) 너 이렇게 심약한 상태로 인마
이러다 진짜 취조라도 당하면, 어?
얼굴 봐
얼굴 봐 봐, 어?
(박 중위) 동연아
휴가 나가서 며칠 잘 생각해 봐
우리 강해져야 된다
부탁할게
[신비로운 음악]
(덕춘) 여기는 천지경이라는 곳인데
여기를 지나면 거울로 이루어진 배신지옥이 나와요
(덕춘) 그곳에서는
타인의 믿음을 저버렸던 망자들을 [망자3의 다급한 신음]
거울에 가둬 놓고 파괴해 버리죠
배신지옥을 관장하시는 송제대왕님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분이세요
그리고 그 모습처럼 비록 배신이라 하더라도
(덕춘) 아름다운 배신만큼은 유일하게 용서해 주세요
아름다운 배신은 아니니?
(덕춘) 아름다운 배신이란
타인을 배신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이기적인 마음에서가 아니라
더 큰 정의나 사회적 가치를 위한 [원 일병의 신음]
양심적인 배신이었을 때를 말해요
(덕춘) 그래서 정의로운 삶을 살았던 김자홍 씨는
이곳도 재판 없이 그냥 통과하시는 거고요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람들의 환호]
[원 일병의 환호]
[원 일병의 술에 취한 웃음]
[긴장되는 음악]
[수홍의 신음]
[수홍의 힘주는 신음]
[강림의 신음]
[수홍의 힘주는 신음]
[어두운 음악] (강림) 이승과 저승을 어지럽히는
너의 부질없는 원한을 버리고
복수를 포기해라
그렇게 한다면 널 법정에 세워
널 끝까지 변호해 다음 생을 기약할 수 있게 해 주겠다
(수홍) 다음 생이 뭔데?
그리고 내가 왜 그렇게 해야 되는데?
너로 인해 너의 형이 위험해졌다
[헛웃음]
(수홍) 형?
나한테 그런 게 있었나?
내가 왜 15년 전에 집 나간 인간을 걱정해야 되는데?
그것도 죽어서 돌아온 놈을, 어?
(강림) 난 네가 그날 겪은 너의 분노와 원한을 다 이해한다
[헛웃음]
그러니까 이제 그만해
(수홍)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나는 그날 죽지 않았어
산 채로 묻혀 있었다고!
(수홍) 하루 동안이나 살아 있었던 그 고통을
네가 어떻게 이해해?
(수홍) 그 숨 막히고
축축한 그곳에서 살려 달라고...
(강림) 살려 달라고
처절하고 고통스럽게 소리쳤겠지
(강림) 아버지...
(강림) 내 아버지처럼
아버지
(강림) 하지만 그들은 듣지 못했다 [박 중위가 말한다]
(강림) 네가 죽었다고 생각했으니까
[수홍이 울먹인다]
[수홍의 성난 신음]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그래서 내 원혼을 달래 주겠다고?
(수홍) 아니, 사양할게
넌 몰라
그놈들은 그날
내 믿음과 희망을 묻어 버린 거야!
(수홍) 날, 날 배신한 거라고!
[수홍이 울먹인다]
[수홍의 힘주는 신음]
[초인종이 띵동 울린다] [박 중위의 놀라는 숨소리]
(박 중위) 그래서 지금 나...
[어두운 음악] 배신하겠다고?
응?
(원 일병) 잘해 주시던 기억밖에 안 나서...
[울먹이며] 너무 힘듭니다
(박 중위) 내가 왜 네가 벌인 일에 말려야 되는데?
어?
어?
[우르릉거리는 소리가 난다]
(해원맥) 아, 대장, 왜 올라왔어? 원귀 잡아야지
- (해원맥) 아이, 가, 가, 가, 가 - (강림) 김자홍 씨
(강림) 고등학교 졸업하고 15년 동안
단 한 번도 어머니 집에 방문하지 않았어
(해원맥) 세상에 둘도 없는 효자라면서
(덕춘) 아, 그럼 그렇게 고생해서
돈만 부쳐 드렸던 거예요?
(해원맥) 아, 몰라
대장, 내려가서 원귀부터 소멸시켜요, 빨리
이러다가 시간 안에 죽든가 악귀한테 당하든가
우리까지 소멸될 수 있다니까요? [철퍼덕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 깜짝이야, 정말, 씨... [어두운 음악]
(자홍) 부탁드립니다
제 동생을 소멸시키지 말아 주세요
아주 그냥 죽은 사람을 살려 달라 그래
[해원맥의 헛웃음]
그게...
그게 가능하면 그럼 살려 주십시오
김자홍 씨
(강림) 저에게 가능한 일은
죽은 사람을 저승에 데려오고
원귀는 소멸시키는 일입니다
[자홍의 다급한 숨소리]
(자홍) [울먹이며] 안 돼요, 안 돼요
살려 주십시오!
당신들은 해 줄 수 있잖아요!
안 돼요
살려 주십시오
제 동생을 살려 주십시오
[원 일병이 웅얼거린다]
[원 일병이 술에 취한 숨을 내뱉는다]
[문이 삐거덕 여닫힌다]
[원 일병의 힘주는 신음] [종이가 탁 떨어진다]
[원 일병의 다급한 신음]
(원 일병) ♪ 나 때문에 절망이다 ♪
♪ 관심 사병 원동연 ♪
[의미심장한 음악]
[어두운 효과음]
[웅장한 음악]
(덕춘) 이곳은 폭력의 지옥으로 통하는 진공심혈이라는 곳이에요
망자의 죄질에 따라 깊이가 결정되죠
김자홍 씨는 귀인이니까 금방 도착할 거예요
제발, 아저씨 재판 때 보니까
(해원맥) 그, 홍수에 떠내려가는 개돼지도 잘 구하더구먼
겁먹지 맙시다
거기보단 쉬운 데니까
그리고 쟨 뛰어내리자마자 눈 감고 아저씨 기소 내용 살필 거니까
- 아... - (해원맥) 말 걸지 말고
- (해원맥) 그래도 궁금한 게 있으면 - 아...
그냥 가, 제발! [자홍의 신음]
[자홍의 비명]
시작해
(덕춘) 아, 네
[숨을 들이켠다]
(원 일병) ♪ 나 때문에 ♪ [긴장되는 음악]
♪ 절망이다 ♪
♪ 관심 사병 원동연 ♪
♪ 친구들아 ♪
♪ 자대 가면 ♪
[덜커덩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 선임 나이는 묻지 마 ♪
[원 일병이 캑캑거린다]
(수홍) 저 병신 같은 놈 좀 구해 줘라
부탁한다
[원 일병의 신음]
차사는 이승의 일에 개입할 수 없다
(수홍) 도망치지 않을게, 다시는
(강림) 물리적인 일에는 더더욱 더 금기시되어 있으며...
(수홍) 저 병신 같은 놈 좀 구해 달라고, 제발
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할게
약속한다
그게 뭐든지
[긴장되는 음악]
[자홍의 놀란 신음]
[해원맥의 비명]
[자홍의 비명]
[자홍의 신음]
[자홍의 다급한 신음]
[해원맥의 힘주는 탄성]
(해원맥) 여기서 질문!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걸까?
이건 위대하신 우리 강림 차사님께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인간사에 치명적인 개입을 했다는 거야!
[자홍의 놀란 신음] 오지 마, 안 돼!
안 된다고!
[자홍과 해원맥의 비명]
[원 일병의 떨리는 신음]
(강림) 생명엔 지장 없습니다
네, 부탁드리겠습니다
가자, 앰뷸런스 온다
(수홍) 야, 야, 그, 자, 잠깐 서 봐
[한숨]
내가 쟤한테 마지막으로 할 말이 좀 있는데
네가 내 말을 좀 전달해 줬으면 한다
(강림) 부탁하는 새끼가 반말이나 찍찍 하고, 이씨
아, 이 어린놈의 새끼가 진짜
(수홍) 네, 차사님, 부탁 좀 드릴게요
저는 차사님이 원하시는 대로 다 할 거예요
앞으로는 반말도 삼가겠습니다
[헛웃음]
- (수홍) 동연아 - 동연아
[원 일병의 떨리는 숨소리]
(수홍) 나 김수홍 병장이다
(강림) 나 김수홍 병장이다
(원 일병) 아니야...
(강림) 응?
(수홍) ♪ 얼때리며 ♪
♪ 육공 타고 ♪
♪ 자대 배치 받던 날 ♪
♪ 선임들에 ♪
♪ 둘러싸여 ♪
♪ 전입 신고 하던 때 ♪ [긴장되는 효과음]
- (수홍) ♪ 가슴팍에 ♪ - ♪ 가슴팍에 ♪
- (수홍) ♪ 무엇인가 ♪ - (강림) ♪ 무엇인가 ♪ [신비로운 음악]
(강림) ♪ 노란 배지 달더니 ♪
- ♪ 선임들의 ♪ - (강림) ♪ 선임들의 ♪
(함께) ♪ 성난 얼굴 ♪
(강림) ♪ 모든 것이 두렵다 ♪ [원 일병이 노래를 작게 따라 부른다]
- (수홍) ♪ 나 때문에 ♪ - (강림) ♪ 나 때문에 ♪
[강림이 노래를 부른다] 벼, 벼, 병장님
(원 일병) [울먹이며] 병장님
[어두운 음악]
[자홍의 신음]
(해원맥) 덕춘이 잡아!
잡으라고!
(자홍) 아, 잡았다!
[해원맥의 힘주는 신음]
[자홍의 비명]
(해원맥) 아이씨!
[자홍의 신음]
안 돼, 안 돼
[자홍의 힘주는 신음]
아저씨! 손잡아!
잡아, 잡아, 손!
손, 손! 손잡아, 손! [자홍의 신음]
제발 손!
[자홍의 신음]
[차분한 음악]
(강림) 네가 어떻게 했다고?
다시 말해 봐
(원 일병) 난 잘못한 게 없다...
(수홍) 그래, 너 잘못한 게 없어
너 잘못한 거 없어
(수홍) 우리 약속 하나 하자
우리 약속 하나 하자
- (수홍) 이제부터 - (강림) 이제부터
지금 이 시간부터는
지금 이 시간부터
- (수홍) 다시는 - 다시는
- (수홍) 다신 - (강림) 다신
- 지나간 슬픔에 - (강림) 지나간 슬픔에
새로운 눈물을 낭비하지 않겠다고
(강림) 새로운 눈물을 낭비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자
약속하자
[울먹인다]
[쾅 울린다]
[자홍의 당황한 신음]
(자홍) 차, 차사님
[해원맥의 힘겨운 신음] 차사님
(해원맥) 이야!
대한민국 소방관들 다 어벤져스야
괜찮냐, 이덕춘?
아휴
(덕춘) 차사님
[해원맥의 힘주는 신음] 이번 재판에 피해자가 있어요
[긴장되는 음악] 피해자?
[망자4의 신음]
[망자4의 신음이 울린다] (해원맥) 이덕춘, 뭐냐고?
[팍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 누굴 때린 거냐고 묻잖아
[망자4가 소리친다]
[헛기침]
(판관1) 대왕님!
본 사건은 피고 김자홍이 고등학교 시절
자신의 하나뿐인 동생
김수홍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한 사건입니다
뭐, 형제들끼리 크면서
서로 다툴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 반드시 주목하셔야 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판관2의 힘주는 신음]
그 당시 피고의 동생은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로!
심신이 매우 연약한
보호받아야 마땅한 병자라는 점에서
본 사건의 죄질 자체가 매우 불순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린 수홍의 아파하는 비명]
(어린 수홍) 하지 마, 때리지 마! [어린 자홍의 힘주는 신음]
[울먹이며] 때리지 마
(자홍) 하지 마 [어린 수홍의 울음]
- (어린 수홍) 하지 말라고! - (자홍) 안 돼
(자홍) 자홍아, 그러지 마, 하지 마
[어린 수홍의 울음] [자홍이 울먹인다]
[차분한 음악] [어린 수홍이 울며 소리친다]
[사이렌이 울린다]
(박 중위) 내 이럴 줄 알았어
무책임한 새끼가 아주 끝까지...
(수홍) 갑시다
[수홍의 힘주는 신음]
[수홍의 신음]
아이, 뭐야
아...
안 도망가요
약속했잖아요
닥치고 걸어
네 육신부터 회복해야 되니까
(수홍) [힘주며] 아유, 씨
아이씨...
[어두운 음악]
(진광대왕) 음, 이 재판이 재밌는 게
지금 여기 이 재판하고 마지막 재판이 연관이 돼 있네
피고가 용서를 받은 기록은 없나?
없습니다
(판관2) 사건이 종료된 후에
가해자와 피해자가 일체의 사과나 용서도 없이
이렇게 얼렁뚱땅, 유야무야 흐지부지, 뻔뻔하게
마무리된 것이 기록의 전부임을 밝힙니다
(진광대왕) 음, 근데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나?
같이 살았을 긴데
아니요
이 사건 이후 집을 뛰쳐나온 피고 김자홍은
(판관2) 삶이 다하는 순간까지 무려 15년 동안이나
자신의 집에 돌아가지 않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덕춘) 대왕님
존경하는 진광대왕님 변론 시작해도 될까요?
(진광대왕) 마, 됐다, 변론은 무슨
용서도 몬 받고 피해자도 확실한데
치아라!
퍼뜩 구형해라!
[긴장되는 음악]
[땅이 우르릉 울린다] [당황한 신음]
[해원맥의 놀란 신음]
[망자들의 비명]
[자홍의 놀란 신음]
(해원맥) 덕춘아
내가 생각한 걸 너한테 안 물어보고 바로 진행할게
빨리 들어가
(강림) 들어가
(해원맥) [작은 목소리로] 대장, 대장
대장!
이덕춘
네, 월직 차사 이덕춘
합산 처벌 요청해
(해원맥) 어?
합, 합, 합산 처벌요?
(수홍) 어? 형이다
야, 자홍아!
(수홍) 김자홍! 너 거기서 뭐 해!
[수홍의 당황한 신음]
[강림의 힘주는 신음] [수홍의 짜증 섞인 신음]
합산 처벌 요청해!
아, 대장
이쯤에서 그만합시다, 예?
(해원맥) 야, 넌 가만있어, 여기, 응?
(강림) 이덕춘!
(진광대왕) 피고 김자홍에 대한 최종 판결을 시작합니다
- (판관2) 됐어요! - 수고했다
(해원맥) 야, 덕춘아!
(덕춘) 대왕님! 대왕님, 대왕님
대왕님!
피고 김자홍의 폭력에 대한 죄의 판결은
다음 천륜지옥과 합산하여 처벌해 주시길 간청드립니다
(진광대왕) 합산 처벌?
(판관2) 합산, 합산 처벌?
(진광대왕) 너그는 우예 생각하노?
(판관1) 예!
에, 차사가 요청한 합산 처벌 재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알고나 요청하는 것인지
차사에게 묻고 싶습니다
[웅장한 음악] 연관된 천륜지옥에서
피고가 무죄를 받지 못하면
(덕춘) 피고는 두 개의 죄를 합산하여 가중 처벌 됨과 동시에
변호를 맡은 차사들은
저승에서의 모든 자격을 박탈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린 좋아요!
이제 저승 가나요?
(강림) 앞장서, 부대 먼저 가자
(수홍) 네
[수홍이 흥얼거린다]
[사병9의 웃음] (사병10) 이 새끼, 웃음이 나와?
야, 이씨
[사병10이 말한다]
[어두운 음악]
(해원맥) 자, 마지막이야
부모에게 지은 죄를 묻는 천륜지옥
이거 합산 처벌이라고, 김자홍 씨
덕춘아, 정신 바짝 차리자, 우리 [자홍의 당황한 신음]
(강림) 일단 네가 있었던 생활관 주위를 세 번 돌고 갈 거야
망자의 마지막 위령제니까
- 가서 쓸데없이, 어? - (수홍) 아이고, 바보 같은 놈
(수홍) 아, 진짜 그렇게 하지도 못할 게 겁은 많아 가지고, 씨
아이, 그, 아까 재판장에서 말이에요
그때 형이 나 왜 때린 줄 모르죠?
몰라, 빨리 가자
마지막 재판 전까지 빨리 올라가야 돼
(수홍) 아니, 그날
그날 자다 깨서 보니까
형이 엄마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더라고요 [어두운 음악]
(수홍) 그래서 내가 뭐 하냐고 물었죠
(어린 수홍) 뭐 해, 형?
형, 뭐 하냐고
베개 들고 뭐 해?
형, 하지 마
형, 하지 마
[어린 자홍의 힘주는 신음] [어린 수홍의 신음]
하지 말라고!
이게 뭐 하는 거야!
[어린 자홍의 힘주는 신음] [어린 수홍의 신음]
(어린 수홍) [퍽퍽 맞으며] 아, 아, 아파!
(어린 수홍) [울먹이며] 하지 마! 때리지 마! 형!
[무거운 음악] 동생을 때린 그날
(덕춘) 그날 어머니를
살해하려고 했던 거예요?
(해원맥) 아, 그거야?
그거였어?
그래서 연관됐다 그랬구나
그날 집에서 엄마를 살해하려고 했던 거야?
그래서 부모, 자식 간의 죄를 묻는 천륜지옥이 마지막...
아, 그랬구나
대답해 보세요, 김자홍 씨
그날
어머니를 죽이려고 했던 거냐고요
아니요
모두 다요
(자홍) 그날 우리 가족 [차분한 음악]
다 같이 죽으려고 했어요
우리 가족에겐
아무런 희망이 없었거든요
먼저 가망 없는
어머니를 돌아가시게 하고
그러고 나서
동생이랑 전
모아 놨던 수면제를
다 먹어 버리려고 했었죠
(덕춘) 그때 결심한 거예요?
[문이 철컥 열린다]
(덕춘) 그 죄책감 때문에
집을 떠나던 그날
김자홍 씨 목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이승의 삶이 다할 때까지
(덕춘) 어머니와 동생을 위해 살겠다고
(덕춘) 그런 거예요?
안 돼...
[사병9가 속삭인다]
(사병10) 쳐다보지 마
보면 모르냐 좀 쳐다보지 말라고, 인마 [사병9의 신음]
(강림) 빨리 가자
(수홍) 아, 예, 그럼요
- (위병1) 또 왔습니다 - (위병2) 야, 빨리 막아
- (위병1) 뭐라고 합니까? - (위병2) 일단 막아, 그냥
(위병2) 어머니, 자꾸 찾아오시면 안 됩니다
(위병1) 맞습니다, 어머니 지금 김수홍 병장 부대 내에 없습니다
[훈련받는 소리가 들린다] (위병2) 어머니, 어머니,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어머니
(위병1) 어머니, 제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위병2) 어머니, 이러시면 난처합니다, 저희
(위병1) 어머니
- (위병1) 어머니! - (위병2) 어머니! 어머니!
[긴장되는 음악] 어? 엄마
(수홍) 아, 여긴 또 왜 왔어?
아, 엄마, 거, 울지 마!
(자홍) 그렇게 떠났던 그날 이후론
차마 어머니께 갈 수가 없었습니다
한 해, 두 해
그렇게 시간이 흘렀던 거고요
(덕춘) 그래서 보고 싶을 때마다
그 거짓말로 가득 찬 편지를 썼던 거고요
[군모가 탁 떨어진다]
(수홍) 어어?
(박 중위) 여기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나가세요
(수홍) 뭐 하는 거야, 이씨
(강림) 김수홍
소용없다
아무 소용 없다고
(박 중위) 나가시라고요
[자홍 모의 다급한 신음]
(해원맥) 나는 충분히 이해해
의식 없는 엄마는 죽지도 않지
동생 놈은 못 먹여서 영양실조 걸려
그런데도 도와주는 데라고는 개뿔, 한 군데도 없어요
그래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
엄마 먼저 살해하고 온 가족이 동반 자살
(덕춘) 차사님
(해원맥) 19년 만의 귀인 같은 소리들 하고 자빠졌네
씨, 쯧
[해원맥의 힘주는 신음] [긴장되는 음악]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난다]
(박 중위) 이거 어디서 구하셨어요? 예?
뭐 해, 이 새끼들아!
[자홍 모의 다급한 신음] [위병들이 소란스럽다]
빨리 안 끌어내고!
[수홍이 화난 숨을 내뱉는다]
(위병1) 아이, 어머니, 제가 여기 들어오면 안 된다 그랬잖아요
[긴장되는 음악] (해원맥) 덕춘아
우리 다시 시작하는 거야, 처음부터 그게 빨라
너 알지?
[덕춘의 놀란 신음] [해원맥의 힘주는 신음]
알잖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돼
천 년 훅 간다
시간 무지 빨리 가, 이씨
환생은 무슨
꿈 깨자
우린 저승이 잘 어울려
[해원맥이 크게 웃는다]
[위병2의 힘주는 신음] [위병1의 당황한 신음]
(위병1) 아이고, 어머니... [자홍 모의 다급한 신음]
(박 중위) 제발 이러지 마세요, 제발
어머니 아들은 탈영했다고요! [위병들의 당황한 신음]
[수홍의 화난 숨소리]
(강림) 김수홍, 가자
(위병2) 앰뷸런스!
(강림) 어머니는 어머니의 인생을 사는 거야
[어두운 효과음]
[수홍의 기합]
(강림) 김수홍!
[힘주는 신음]
[수홍의 힘주는 신음]
[수홍의 괴성]
[수홍의 성난 신음]
[놀란 신음]
(박 중위) 대피해!
(덕춘) 차사님!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자홍의 신음]
차사님!
[수홍의 기합]
[사병들의 신음]
[사병들의 놀란 탄성]
[강림의 힘주는 신음]
[힘주는 신음]
[자동차 시동음]
[박 중위의 신음]
[힘겨운 신음]
[박 중위의 신음]
[힘주는 신음]
[박 중위의 비명] [강림의 다급한 신음]
[박 중위의 신음]
[박 중위의 신음] [강림의 힘주는 신음]
[강림의 놀란 신음] [박 중위의 신음]
[박 중위의 신음]
(강림) 해원맥!
[해원맥의 기합]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해원맥의 힘주는 신음]
[강림의 힘주는 신음]
[덕춘의 신음]
[덕춘의 다급한 신음]
(덕춘) 아, 안 돼
[자홍의 힘주는 신음] 안 된다고!
[덕춘의 애쓰는 신음]
[힘주는 신음]
(덕춘)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수홍의 기합]
[덕춘이 울먹인다] [자홍의 신음]
[수홍의 놀란 신음]
[잔잔한 음악] [덕춘의 애쓰는 신음]
[놀란 신음]
(강림) 잘 봐 둬라, 김수홍
너와 네 어머니가 기억하는
네 형의 마지막 모습이다
[덕춘이 흐느낀다]
[수홍의 신음]
[거친 신음]
[쿵 하는 소리가 들린다]
[긴장되는 음악]
천륜지옥이다
[힘주는 신음]
[놀란 신음]
[자홍의 기침]
[무거운 음악]
(판관1) '피고 김자홍은'
[판관1의 당황한 신음] (염라대왕) 피고 김자홍이
자신의 어머니에게 저지른 반인륜적 존속 살인 혐의에 대해
천륜지옥의 최종 판결을 시작한다
(덕춘) 존경하는 염라대왕님
변론하겠습니다
(염라대왕) '판결문'
'피고 김자홍'
'유죄'!
'피고 김자홍은'
[염라대왕이 판결문을 읽는다] 피고 김자홍은 그날 이후
(판관1) 어?
'피고 김자홍은 어머니가 그토록 어려운'
[염라대왕이 판결문을 읽는다] 피고 김자홍은 그날 이후 병든 자신의 어머니와
(덕춘) 고시 공부를 하는 동생을 위해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염라대왕) 네 이놈 이덕춘!
이 재판은 잘못되었습니다!
(덕춘) [울먹이며] 어머니는 의식이 없었다고요
피해자가 없다고요!
대왕님은 모르시잖아요!
아무것도 모르시잖아요
(염라대왕) 업경을 띄워라
[신비로운 효과음]
(어린 수홍) 형
형
(어린 수홍) 형, 하지 마
[슬픈 음악] 하지 말라고!
이게 뭐 하는 거야!
(염라대왕) 모른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건 바로 너희들이다 [자홍의 떨리는 숨소리]
(염라대왕) 오직 어머니만이 그날의 진실을 알고 계셨지
[어린 자홍의 힘주는 신음] (염라대왕) 피고 김자홍의 어머니는
[어린 수홍의 울음] 당시 의식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염라대왕) 자신이 그렇게 죽음을 맞이해야만 [자홍이 울먹인다]
남겨진 자식들의 삶이 편안할 수 있음을 아신 게다
(염라대왕) 저렇게 다 알고 있었단 말이다 알겠느냐!
[어린 수홍의 울음] [어린 자홍의 힘주는 신음]
[신비로운 효과음]
(염라대왕) 네 어머니는
그렇게 가슴에 대못이 박힌 채로 끔찍한 삶을 살아왔다
그날의 그 기억을 가슴속 깊은 곳에다 묻어 두고
그 잘난 죄책감 때문에 집을 떠나 돌아오지 않는
네놈을 기다리며 말이다!
[울먹이며] 벌을 받겠습니다
(자홍) 어떤 벌이든 받을 테니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한 번만 보게 해 주십시오
저는 어머니께
잘못했다는 말씀을 드려야 합니다
[한숨]
[자홍이 흐느낀다]
(염라대왕) 살아서 못 한 일을 죽어서 해 보겠다고?
난 이미 네놈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
무려 15년이나 말이다!
판결문을 읽어라
[헛기침]
[어두운 음악] [판관들의 웃음]
(판관1) '판결문'!
'피고 김자홍은'
[판관1이 판결문을 읽는다] 망했네, 끝났어, 아주 깔끔하게 [강림의 한숨]
(해원맥) 수고하셨습니다, 대장
근데 얜 어떡해요? 다시 묻을까?
아, 어떡해, 소멸시켜?
(판관1) '모든 자격을 박탈할 것임을 명백히 한다'
'피고 김자홍은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문제 삼아'
(판관1) '친모를 존속 살해 하려는 천륜 대죄를 저질렀으며'
'그것도 모자라서'
[땅이 우르릉 울린다] [판관들의 놀란 신음]
[흥미진진한 음악]
[신비로운 효과음]
(판관1) 그, 그, 그것은, 그것은 뭐...
'그것도 모자라 무려 15년 동안이나 유기에'...
(수홍) 엄마
엄마?
[땅이 우르릉 울린다] [판관들의 놀란 신음]
빨리 읽지 못하겠느냐!
(판관1) '크나큰 상처를 입힌 자신의 어머니를 무려 15년 동안이나'
'유기에 가까운 방치를 한 천륜 대죄인에 속하는바'
'해당 법정은 피고 김자홍을'...
(수홍) 엄마
엄마, 엄마, 일어나 봐
[신비로운 효과음]
빨리 일어나 봐
(판관2) 현몽이다
꿈에 나타났어!
강림 이놈이...
(판관1) 차사 강림은 즉시 원귀의 현몽을 중단하라!
대왕님
당장 차사 강림을 호출하시어 그 직위를 박탈하시고...
(수홍) 엄마, 일어나 봐, 빨리
[신비로운 효과음]
(수홍) 엄마
[차분한 음악]
(수홍) 엄마
엄마 아들 수홍이
[수홍이 살짝 웃는다]
이거 봐 봐, 응?
나 대법관 됐어
엄마, 기쁘지?
[웃으며] 나 멋있어? 옷 잘 어울리지?
(수홍) 거봐, 나 됐잖아
[수홍의 웃음]
엄마
[해원맥이 구시렁거린다]
[해원맥의 놀란 신음] (수홍) 내 쫄따구들
(해원맥) 안녕하세요
[수홍이 살짝 웃는다]
(수홍) 엄마, 근데...
근데 엄마, 나 이제...
나 못 만나
왜냐하면
나 봐 봐, 대법관 돼서 하늘나라 가
거기서 나쁜 놈들 심판해 줄 거야, 엄마, 내가
그러니까 엄마 나 만난다고 부대 찾아오고 그러면 안 돼
어? 엄마
알았지?
아, 아, 알았지, 엄마?
알았어?
그리고 있잖아
[울먹이며] 엄마, 우리 옛날에...
엄마 아파 가지고 병원에 누워 있을 때
그때 나 못 먹어 가지고 영양실조 걸리고
엄마 아파 가지고 깨어나지도 못하고
그랬던 거 기억나지?
그때 우리 참 힘들었다, 엄마, 그렇지?
그래 가지고 형이
자홍이 이 새끼가
엄마랑 나랑 둘 다 죽이려고
근데 엄마 이거 다 알았다면서, 어?
엄마 다 알고 있었다면서
맞지? 엄마...
(수홍) [흐느끼며] 그래서 형 이 새끼가
이, 이, 이 병신 같은 게, 이게
(수홍) 엄마한테 미안해 가지고 [자홍 모가 흐느낀다]
다시는 집에도 못 오고 죽어라고 일해 가지고
돈 다 준, 준 거잖아, 엄마
자홍이, 자홍이 그 병신이 그게
(수홍) 평생, 평생을 그랬다고, 엄마
엄마랑, 엄마랑 나 때문에 평생을...
[수홍이 흐느낀다]
[해원맥이 훌쩍인다]
[수홍이 계속 흐느낀다]
(자홍 모) 수홍아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자홍의 놀란 신음]
(자홍 모) 내 새끼
너희들은 아무 잘못 없어
모든 게 다
이 못난 엄마가 잘못한 거야
알았지? 얘들아
(자홍 모) 엄마가 잘못했다
(수홍) 엄마...
(자홍 모) 미안
미안하다
내 아들
[수홍이 흐느낀다] 사랑한다
자홍아
(자홍 모) [흐느끼며] 수홍아
(수홍) [흐느끼며] 엄마
(판관2) [울먹이며] 말을 하네?
(판관1) 꿈속이잖아
(수홍)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수홍) 엄마
엄마...
(수홍) 엄마
(자홍 모) 사랑한다
(자홍) [흐느끼며]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잔잔한 음악] 이승의 모든 인간은 죄를 짓고 산다
(염라대왕) 그리고 그들 중 아주 일부만이
진정한 용기를 내어 용서를 구하고
그들 중 아주 극소수만이
진심으로 용서를 받는다
저승법 제1조 1항에 의거!
이승의 인간이 이미 진심으로 용서받은 죄를
저승은 더 이상 심판하지 않는다
이에 본 법정은!
피고 김자홍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김자홍에게 즉시 환생할 것을 명하는 바이다
[자홍의 놀란 숨소리]
[잔잔한 음악]
고맙습니다, 차사님
(판관1) 음... [판관2가 울먹인다]
[사이렌이 울린다]
(수홍) 가, 엄마
(해원맥) 이제 어떡한대요, 이 상황을?
(강림) 뭘 어떡해?
데리고 올라가 있어
누굴?
(강림) 음
[신비로운 음악]
(해원맥) 또 귀인?
아, 쟤 원귀예요
원귀가 무슨 정의로운 사람이야?
그거 잘못된 거야, 오류야, 오류
(강림) 과연 그럴까?
(해원맥) 아, 그리고 원귀는 초군문 자체가 입장 불가예요, 몰라요?
몰라요?
(강림) 넌 이렇게 됐는지 몰라서
다 뒤집어질 때까지 구경만 하다가
이렇게 늦게 내려온 거야?
[해원맥의 답답한 한숨] 필요 없을 땐 그렇게 뻔질나게 내려와서 사람 괴롭히더니
누가, 언제 내려왔어요?
(해원맥) 이번엔 불러서 내려온 거잖아요
부탁한다며, 함부로 행동하지 말라고
[흥미진진한 음악] 뭐?
아, '해원맥!' 하고 대장이 불렀잖아요
(해원맥) 이승에 손대는 게 아주 습관이 되셨네
아니면 김수홍 여기 묻혔다 알려 주시려고?
지금 저승법을 어기는 겁니까?
아, 아무튼 초군문은 못 가요
(강림) 갈 필요 없어, 초군문
천륜지옥 앞에 가 있어, 염라가 있는
(해원맥) 아이...
(수홍) 나 지옥 가는 거예요?
그런 말 없었는데
참 피곤하네
(TV 속 앵커) 예, 어제 강원도 철원에서 발생한 무시무시한 용오름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었는데요
그동안 도서 지역에서는 발생한 적이 있는데
이렇게 내륙에서 발생한 적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문이 드르륵 열린다]
(강림) 택배입니다
(TV 속 앵커) 다행히도 인명 피해는 크지 않았는데요 [차분한 음악]
대신 인근 군부대의 재산 피해가 상당했다고 확인됐습니다
[TV에서 뉴스가 계속 흘러나온다]
(현동) '구수한 누룽지' [잔잔한 음악]
'전기밥솥으로 간편하게'?
[춘삼의 헛기침]
(자홍) 어머니, 큰아들 자홍이예요
어머니 건강이 회복되셔서 잘 지내고 계신다는 소식에
전 요새 너무 행복하기만 합니다
(강림) 김자홍 씨의 마지막 편지는
결국 그의 어머니에게 전해졌다
거짓이 아닌 진실을 담았다는 그 편지에
(수홍) 맛있어?
(강림) 무엇이 쓰여 있는지
난 알지 못한다
물론 궁금하지도 않았다
염라의 말처럼 살아서 못 한 일을
죽어서 해 보겠다는 수많은 망자들 중 하나일 뿐이니까
(자홍) 어머니, 이전에 보내 드렸던 모든 편지는
어머니를 안심시키려 제가 거짓말을 했던 거예요
어머니처럼 맛있는 누룽지를 잘 끓여 주는 아내도
저를 쏙 빼닮은 씩씩한 아들이 있다는 것도
모두 거짓말이었습니다
어머니
더 늦기 전에 전 이제 어머니 곁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강림) 내가 진짜 궁금한 건
이승에 개입해선 안 된다는 차사의 불문율을 어긴 나에게
왜 아무런 경고도 내려지지 않는 것인지
왜 염라가 이승에 내려와 나를 시험하려 했는지
반드시 물어봐야겠다
[웅장한 음악]
(강림) 염라대왕을 만나러 왔다!
길을 비키지 않으면 모두 소멸될 것이다!
(해원맥) 대장 진짜 미친 거 아니냐?
(덕춘) 다 생각이 있으실 거예요 속이 깊으신 분이니까...
(해원맥) 그래, 그 속이 너무 깊지
너무 깊어 가지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니까
(강림) 망자 김수홍은
우리의 마흔아홉 번째 귀인이 될 것이다
우리의 환생을 위한
[해원맥의 부정하는 신음] (수홍) 나?
(강림) 가자, 해원맥 [해원맥의 당황한 신음]
[긴장되는 음악]
[해원맥의 한숨]
[수홍의 당황한 신음] 갔다 올게
[강림과 해원맥의 기합]
(저승 차사1) 허춘삼
[흥미진진한 음악] 허춘삼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허...
(저승 차사2) 네가 골칫덩어리 성주신이냐?
하, 새끼, 저거 귀엽게 생겼는데, 어?
근데 왜 자꾸 말썽을 피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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