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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도시의 사랑법 

드라마 대본 8

 

[직원이 영어로미스터 고오랜만입니다

 

다시 만나 뵈어서 반갑습니다

 

[절 기억하시나요?

 

[직원그럼요미스터 고

 

[달그락 소리]

 

일행분이 여기 카드 키를 맡기셨습니다

 

방 호수는 3300입니다

 

- [감사합니다 - [직원감사합니다

 

[카드 인식음]

 

[달칵 문 닫히는 소리]

 

[탁 내던지는 소리]

 

"호텔 리모델링 후 첫 번째 신혼부부입니다"

 

"특별한 허니문을 축하드립니다"

 

[영이 한국어로우와

 

허니문이라고 쓰니까 샴페인을 주는구나

 

[나른한 숨소리살 것 같다

 

씻고 누워

 

 

[규호이불 위에만 누워 있을게

 

[툭 소리]

 

너도 일로 와

 

잠시만 같이 누워 있자

 

[바스락 소리]

 

[규호의 옅은 웃음]

 

그러게 누가 그렇게 퍼마시래?

 

저녁에 수영장 갈 수 있겠어?

 

[규호공짜 술이잖아 비행깃값이 얼만데 다 마셔야지

 

[규호의 힘겨운 숨소리가서 커튼 치고 와

 

바보야

 

특급 호텔에서 누가 커튼을 손으로 치냐?

 

그럼? - [딸깍 버튼 소리]

 

[커튼 작동음]

 

[규호미쳤다개좋네?

 

- [? - [딸깍 버튼음]

 

[영의 한숨]

 

[규호?

 

[아이이상해 고장 난 거 같아

 

그냥 자자

 

[이런데 어떻게 자

 

- [카메라 셔터음] - 규호야 [옅은 웃음]

 

여기 굉장한 거 있다

 

?

 

크리스털 자지

 

[규호?

 

[웃음]

 

크고 대단하네

 

[피곤한 숨소리]

 

[전화 버튼음]

 

[통화 연결음]

 

[영이 영어로여보세요?

 

자동 커튼이 끝까지 안 닫혀요

 

[직원불편을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사과의 의미로 룸 업그레이드를 해 드렸어요

 

[달칵 문 닫히는 소리]

 

현재 제공할 수 있는 최고 등급의 '파크 스위트 킹 룸'입니다

 

[감사합니다

 

[직원별말씀을요 편안한 시간 보내세요

 

- [태국어로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 [직원의 웃음] - [멀어지는 발걸음]

 

[달칵 문 열리는 소리]

 

[달칵 문 닫히는 소리]

 

[규호의 신난 탄성]

 

- [규호의 탄성] - [영의 웃음]

 

[규호가 한국어로아이개놀랜

 

 

아까 그 사람이 뭐래?

 

[미안하다고 '파크 스위트 킹 룸'으로 업그레이드해 줬대

 

[규호무슨 게임 끝판왕 이름 같네

 

[그러게

 

- [규호초콜릿 - [그거 돈 내야 돼!

 

[규호진짜?

 

- [뻥인데 - [규호

 

[규호시티 뷰

 

[도시 소음]

 

[영의 탄성]

 

여기서는 안 보여크리스털 자지

 

[그러네 이쪽에서는 안 보이네

 

[규호아까 볼걸아쉽다

 

[달칵 문 열리는 소리]

 

[달칵 문 닫히는 소리]

 

[자동차 경적]

 

"저녁을 포함한 회의가 계속 잡혀 있습니다"

 

"혼자 밥을 먹고 관광을 하고 돌아다니세요"

 

"상황을 보고 다시 연락할게요 하비비"

 

[지잉 커튼 작동음]

 

[영 내레이션서울과 방콕

 

두 도시 중 어느 쪽에서든 혼자인 건 마찬가지였다

 

여행지의 생경함은 외로움을 더 선명하게 할 뿐이었다

 

이젠 외로움도 지겹고 지겨움도 지겹다

 

[시끌벅적한 소리]

 

[휴대 전화 진동음]

 

[휴대 전화 조작음]

 

"저녁에 시간이 납니다 6시에 마하칸 요새에서 만나죠"

 

[메시지 조작음]

 

[메시지 발신음]

 

[직원이 영어로끔뻑끔뻑 데구루루끔뻑끔뻑데구루루

 

끔뻑끔뻑데구루루 끔뻑끔뻑데구루루

 

끔뻑끔뻑데구루루 끔뻑끔뻑데구루루

 

끔뻑끔뻑데구루루 끔뻑끔뻑데구루루

 

끔뻑끔뻑데구루루 끔뻑끔뻑데구루루

 

끔뻑끔뻑데구루루 끔뻑끔뻑데구루루

 

끔뻑끔뻑데구루루 - [영의 놀란 소리]

 

끔뻑끔뻑데구루루 끔뻑끔뻑데구루루

 

끔뻑끔뻑데구루루 끔뻑끔뻑데구루루

 

끔뻑끔뻑데구루루

 

[점원의 태국어 말소리]

 

[영이 영어로그러니까 이 도수에 맞는 건 이거밖에 없다는 거죠?

 

[점원

 

[웃음]

 

[한국어니 시력에 맞는 거 이거 하나밖에 없대

 

?

 

[영어진짜진짜로요?

 

[점원이것밖에 없어요

 

[규호의 한숨]

 

[오토바이 엔진음]

 

[오토바이 경적]

 

[규호가 한국어로젠장할졸라 덥네!

 

[영의 힘주는 소리]

 

[규호의 멋쩍은 소리]

 

더워

 

[규호의 힘주는 소리]

 

[새어 나오는 웃음]

 

[숨죽여 웃는 소리]

 

[놀란 숨소리]

 

[규호그만 웃으라고진짜

 

미안미안 알겠어이제 진짜 안 웃을게?

 

- [영의 웃음] - 웃지 말라고

 

[너도 솔직히 웃기잖아

 

너 그거 같다명탐정 우사미 짱

 

[규호그럼 너는 쿠마키치다 변태 곰

 

[영의 웃음]

 

- [규호나는야 우사미 짱! - [나도 우사미 짱!

 

[규호아니야너는 쿠마키치야!

 

[영이 장난스럽게내가 우사미 짱

 

[규호나는 눈이 파래요!

 

[나 우사미다!

 

[규호아니야 내가 우사미 짱이야!

 

[호각 소리]

 

[자동차 경적]

 

- [호각 소리] - [] '코쿤캅'

 

[영어로] HIV 항바이러스제 있나요?

 

[약사잠시만요

 

[딸랑 울리는 소리]

 

- [자동차 경적] - [호각 소리]

 

[자동차 경적]

 

[호각 소리]

 

이건 항바이러스제 복제약이에요

 

[툭 내려놓는 소리]

 

[약사약의 효능과 복용법도 동일합니다

 

섹스하기 전 두 알을 먹으세요

 

이후 24시간마다 두 번씩 한 알을 먹으면

 

바이러스 감염을 막을 수 있어요

 

구매하실 겁니까?

 

[호각 소리]

 

[얼마인가요?

 

[호각 소리]

 

[자동차 경적]

 

[규호가 한국어로뚱고 아니쿠마키치 군

 

- [? - 우리 이제 뭐 할 거?

 

[글쎄일단 호텔?

 

[사람들 말소리]

 

[규호우리 바다 보러 갈까?

 

[바다는 엄청 멀어

 

[규호태국이잖아 사방이 바다 아니야?

 

[푸껫이나 코사무이 같은 섬이나 그렇지

 

여기는 방콕이야

 

바다 가려면 한참 가야 돼

 

[규호방콕도 육지구나

 

[영의 웃음]

 

왜 웃으맨? - [영의 웃는 숨소리]

 

너가 그랬잖아 우리 처음 만났을 때

 

육지 보는 게 니 소원이었다고

 

[규호의 헛웃음그게 웃김?

 

[우리 바다 대신 강 보러 갈래짜오프라야강

 

!

 

[시끌벅적한 소리]

 

[!

 

[감성적인 음악]

 

- [영의 힘주는 소리] - [규호의 놀란 소리]

 

[규호짜오짱짜오프라야강!

 

[영 내레이션카일리는 소리 없이 언제나

 

내 삶을 차지하고 있었다

 

9년 전의 내가 이런 것들을 알고 있었다면

 

무엇이 달라졌을까?

 

지금과 많이 다른 인생을 살고 있을까?

 

그 인생은 어떤 형태일까?

 

더 나을까더 나쁠까?

 

아니면 지금과 별다를 바 없을까?

 

카일리와 함께한 지 벌써 9년이 지났지만

 

카일리의 존재가 익숙해지지 않는다

 

나조차도 낯선 카일리의 존재를

 

규호는 항상 당연하게 받아들여 줬다

 

나는 그것에 대해 미안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잦아드는 음악]

 

[오토바이 엔진음]

 

[툭툭 발로 치는 소리]

 

[호각 소리]

 

[하비비가 영어로이봐요핵폭탄

 

[영의 웃음]

 

[미안해요

 

내 얼굴을 기억 못 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

 

얼굴도 기억 못 하는 사람과 방콕에 가나요?

 

[그럴 수도 있죠

 

[영의 웃음]

 

[하비비어떤 하루였어요?

 

[노래하며 춤추는 거인의 눈을 보았어요

 

끔뻑끔뻑데구루루 끔뻑끔뻑데구루루

 

[영의 웃음]

 

[하비비아주 재미있는 하루를 보냈네요

 

당신은요?

 

지루했죠언제나처럼

 

그래도 오늘 저녁은 아주 특별한 날이 될 거예요

 

나 덕분에요?

 

[하비비아뇨

 

오늘 밤 방콕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불꽃놀이가 예정되어 있거든요

 

[영의 웃음]

 

[흘러나오는 분위기 있는 음악]

 

[씁 들이켜는 숨소리]

 

전부

 

[직원알겠습니다

 

[헛웃음]

 

- [직원이 술은… - [잠시만요

 

말해 주지 마세요모르고 싶어요

 

[태국어로감사합니다

 

[영이 영어로한 번쯤 이렇게 시켜 보고 싶었어요

 

돈이라는 것은 참 좋네요

 

돈이 이렇게 재미있는 건 줄 몰랐어요

 

당신 꽤 바보군요그걸 몰랐다니

 

[하비비의 웃음]

 

[영의 씁 들이켜는 숨소리]

 

[영의 똑 입소리]

 

[맛있다 그건 무슨 맛이에요?

 

[생각하는 소리]

 

멜론말리부레몬

 

[하비비의 쩝 입소리그리고 바나나

 

무난한 준 벅이네요

 

[탁 내려놓으며당신 것은 무슨 맛인가요?

 

내 약지손가락 맛?

 

?

 

당신의 약지손가락 맛이 난다고요?

 

한번 드셔 보실래요?

 

아니어떻게 정말 약지손가락에서 같은 맛이 나네요?

 

그렇죠?

 

- [웃음] - [리드미컬한 음악]

 

[하비비의 웃음]

 

[하비비영의 캑캑대는 소리]

 

[탄성]

 

[영의 신난 탄성]

 

[바나나?

 

[하비비이건 어때이건 어때?

 

[영의 개운한 탄성]

 

건배! - [하비비건배!

 

건배

 

[괜찮아요?

 

전혀요전혀 - [영의 웃음]

 

- [놀란 탄성] - [하비비의 웃음]

 

[잦아드는 음악]

 

[이젠 더 이상 맛도 느껴지지 않아요

 

혀가 마비되었나 봐요

 

[하비비괜찮아요

 

애초에 맛은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직원의 태국어 말소리]

 

[후드득 빗소리]

 

[천둥소리]

 

[한국어왜 비 와건기라며

 

[늦은 우기야

 

[규호그게 건기인 거 아니야?

 

늦은 우기도 우기인 건가 봐

 

그래서 비행깃값이 쌌구나

 

[규호의 거친 숨소리]

 

[그만 뛰어 어차피 다 젖었어

 

천천히 가자고

 

[규호의 한숨]

 

뭐 해?

 

[규호뭐 하긴 힘드니까 누워 있지

 

그러니까 왜 길바닥에 누워 있냐고

 

[규호나 어렸을 때 서귀포 살 때 자주 이랬어

 

[차도에 누워 있었다고?

 

[규호

 

바닷가 옆 도로에서 하루 종일 누워 있었어

 

[고영미쳤네?

 

안 죽은 게 용하다 위험하게 왜 그랬어?

 

[규호그냥 이러고 있는 게 좋아서

 

시원하고편하고

 

눈을 뜨면 하늘이 바로 보이는 게 하늘을 덮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너 시 쓰니?

 

[빨리 일어나 아일어나!

 

[영의 놀란 숨소리]

 

[차분한 음악]

 

너도 여기 누워

 

[규호영의 하 내뱉는 숨소리]

 

[규호영아

 

나 지금 너무 좋아

 

팬티까지 다 젖었는데 좋긴 뭐가 좋아

 

그냥

 

너랑 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다는 거

 

[규호그게 좋아

 

[잦아드는 음악]

 

[무거운 음악]

 

[하비비 내레이션이 일본어로어느 날 어둠이 찾아왔습니다

 

문자 그대로 어둠이요

 

[탁 소리]

 

앞이 캄캄해져서 - [달칵 문 닫히는 소리]

 

병원에 가 봤더니 원인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보름 동안을 호텔에만 박혀 지냈습니다

 

[힘주는 숨소리]

 

[조르르 술 따르는 소리]

 

[탁 내려놓는 소리]

 

[하비비 내레이션침대에 누워 있는 동안

 

오로지 기억나는 건

 

캄캄해지기 전 마지막으로 봤던 호텔 천장이었습니다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

 

그날부터 새로운 호텔에 가게 되면 사진을 찍었습니다

 

[카메라 셔터음]

 

여러 종류의 조명들

 

샹들리에 그리고 실링팬

 

그저 간신히 매달려 있는 것들

 

[잦아드는 음악]

 

[멀어지는 발걸음]

 

- [우당탕 소리] - [물소리]

 

[탁 수도꼭지 잠그는 소리]

 

[물 빨려 들어가는 소리]

 

"더 이상 사는 의미를 모르겠어"

 

"가족 모두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마지막이 될지도 몰라돌아와"

 

"당신 딸이 불쌍하지도 않아?"

 

[한국말로 중얼거리며규탄해라

 

규탄해라

 

[하수구에 물 내려가는 소리]

 

[영이 영어로스탠더드 룸을 달라고요

 

[빗소리]

 

[사장디럭스 룸을 하셔야 해요

 

[우린 딱 3시간만 있을 겁니다

 

[사장] 1,000바트예요

 

[규호] 300바트

 

1,000바트예요

 

[규호가 한국어로진짜 여긴 대실도 없나

 

[영이 한숨 쉬며어쩌겠어

 

그냥 1,000바트 내고 쉬다 가자

 

[영어] 1,000바트요

 

[규호의 헛웃음]

 

[영의 헛웃음]

 

[규호가 한국어로이딴 방을 1,000바트나 받는다고?

 

실화야?

 

[쟁그랑 울리는 소리]

 

- [이것도 다 추억이야 - [드르륵 소리]

 

지저분해내려놔

 

- [규호의 쩝 입소리] - [달그락 내려놓는 소리]

 

[돌아가는 실링팬 소리]

 

[영 내레이션규호는 콘돔을 끼면 자꾸만 죽어 버렸고

 

나는 카일리 때문에 콘돔 없이 섹스를 할 수 없었다

 

그렇게 규호와 나의 관계 빈도에 카일리는 큰 영향을 주었다

 

[규호영의 거친 숨소리]

 

우리는 카일리에게도 휴가를 주기로 했다

 

콘돔 없이 하는 규호와의 처음이자 마지막 섹스였다

 

방콕 게스트 하우스에서의 섹스는 짜고 축축했다

 

- [쪽 소리] - [규호의 거친 숨소리]

 

[저게 떨어지면

 

우린 다진 고기처럼 될 거야 그치?

 

[규호같이 햄버거 패티가 되자

 

[규호의 웃음]

 

- [영이 웃으며뭐래 - [규호의 웃음]

 

[규호가 툭 치며

 

- [진짜 왜 저래 - 줘 봐줘 봐

 

[떨어져떨어져

 

[웃으며알았어알았어일로 와

 

- [영의 웃음] - [규호 [웃음]

 

- [웃으며하지하지 마 - [찰싹 때리는 소리]

 

[규호영의 웃음]

 

[규호팬티 아직 덜 마른 거 같애

 

[나도 찝찝하다

 

[규호선물

 

- [영의 놀란 소리와 웃음] - [규호의 웃음]

 

[도둑놈의 새끼 이딴 걸 왜 훔쳐 와?

 

[규호그 후진 방이 1,000바트라니괘씸하잖아

 

게다가 우리와 카일리의 허니문 기념?

 

[영의 질색하는 소리]

 

[너 갈수록 이상해지는 거 같애

 

너한테 옮은 거거든! - [영의 웃음그런가?

 

[규호아무튼 선물이니까 잘 챙겨 둬

 

[너 들고 다니기 걸리적거려서 주는 거 맞지?

 

[규호가 익살스럽게

 

- [규호의 놀란 탄성] - [활기찬 음악]

 

[개 짖는 소리]

 

"인디 마켓"

 

- [잦아드는 음악] - [흘러나오는 신나는 음악]

 

[사람들의 신난 탄성]

 

[점점 잔잔한 음악으로 변조]

 

[잦아드는 음악]

 

[다시 흘러나오는 신나는 음악]

 

근데

 

우리 돌아가서 또 싸우면 어떡해?

 

[규호뭐라고?

 

우리 또 싸우면 어떡하냐고!

 

[규호화해하면 돼!

 

[또 싸우면?

 

[규호화해해

 

[또 싸우면?

 

[규호화해해

 

[또 싸우면?

 

[규호화해하면 된다고!

 

[영이 웃으며또 싸우면?

 

[규호화해하자니까!

 

- [또 싸우면? - [규호화해해!

 

- [또 싸우면? - [규호화해할 거야!

 

- [또 싸우면? - [규호화해하자고!

 

[잦아드는 클럽 음악]

 

[영 내레이션불꽃놀이를 했는지 안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깜빡 잠든 사이에 모든 게 지나가 버린 듯했다

 

언제부터인가

 

모든 게 희미해져 버렸다

 

[잔잔한 음악]

 

[하비비

 

피로한 당신의 얼굴을 볼 때면

 

어떤 방식으로든

 

당신을 위로해 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발걸음 소리]

 

하지만 곧 그런 감정은 사랑이 아닌

 

그저 동질감에 불과할 뿐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달칵 문 닫히는 소리]

 

[당신과의 방콕에서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자주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사랑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솔직하게 나누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온전히 솔직해질 수 있는 사람을 찾았지만

 

그 가치를 몰랐습니다

 

하비비

 

저는 온전한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당신도 부디 솔직해질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기를 바랍니다

 

먼저 가 보겠습니다

 

당신의 뉴클리어 웨폰

 

[잦아드는 음악]

 

[영의 기침]

 

[나 이런 데서 어떻게 살았지?

 

[은수평소에 좀 닦지 그랬어

 

이거 어떡할까?

 

[어쩌긴다 버려야지

 

[은수

 

[부스럭 소리]

 

[은수의 코 훌쩍이는 소리]

 

[은수의 옅은 숨소리]

 

마지막으로 힘 좀 쓰자

 

너 거기 잡아 봐

 

빨리

 

[영의 힘주는 소리]

 

[감성적인 음악]

 

잠시만

 

[칙칙]

 

[달칵 소리]

 

[달그락 내려놓는 소리]

 

[새소리]

 

- [힘주는 소리] - [은수나밖에 없지?

 

[애교스럽게은수밖에 없지

 

[은수말은 잘한다 나 뭐 사 줄 거야?

 

아이스크림?

 

- [은수아이 - [놀란 탄성]

 

- [은수의 웃음] - [신음]

 

뭐라고잠시만

 

[영의 힘주는 소리]

 

[은수의 웃음]

 

발 조심

 

[은수의 힘주는 소리]

 

오케이

 

[영의 힘주는 소리]

 

[힘겨운 숨소리]

 

[자동차 문 여는 소리]

 

[자동차 문 닫히는 소리]

 

[자동차 시동음]

 

[빵 자동차 경적]

 

[달칵 자동차 문 여는 소리]

 

[은수

 

가 보자고 - [철컥 안전벨트 매는 소리]

 

[기어 조작음]

 

[덜컹거리는 소리]

 

[잦아드는 음악]

 

[은수의 힘겨운 소리다 버리고 와서 옮길 것도 없네

 

[그러게

 

어머님 집에서는 이거 하나?

 

[영 나랑 취향에 안 맞아서

 

가져올 게 하나도 없더라

 

이제 하나씩 새로 사는 재미로 살어

 

[그래그래야겠다

 

애들은 언제 온대?

 

[부스럭]

 

[은수둘 다 오고 있대

 

[덜컹거리는 소리]

 

[한숨]

 

어머님 진짜 대단하시다

 

[은수공로상을 몇 개나 받으신 거야?

 

우리 술이나 마실래?

 

[은수가 씁 숨을 들이켜며그럼 레드?

 

고기도 댓장 구워야 되나?

 

좋은데옥상에서 구워 먹자

 

[은수옥상 문 열려 있어?

 

[씁 들이켜는 숨소리]

 

아마도?

 

[씁 들이켜는 숨소리그러고 보니까

 

오늘 밤에 불꽃놀이 한댔는데?

 

진짜? - [은수

 

[은수가 소리를 길게굿!

 

[은수

 

- [은수우리 잔 든 김에 - [지글지글 고기 굽는 소리]

 

[지태공주 모임을 위하여!

 

- [친구들프린세스! - [챙 잔 부딪는 소리]

 

- [호민의 탄성] - [딱이다

 

- [은수기가 막히는구먼 - [호민의 한숨]

 

[은수존나 예쁘다진짜

 

[호민그러니까이런 건 애인이랑 봐야 되는 거 아니냐?

 

[지태마늘을 먹어도 쓸 데가 없고

 

[은수의 웃음]

 

그러고 보니까 우리 넷 다 솔로다

 

[은수의 코 훌쩍이는 소리]

 

[계속되는 지글지글 소리]

 

?

 

진짜네? [웃음]

 

진짜네 - [은수아이

 

[호민푼수

 

[아이괜찮아왜 그래

 

- [은수의 개운한 탄성] - [호민고기 먹어고기 먹어

 

- [호민] '' - [은수] '', 맛있다

 

근데 10년 동안 이런 적 처음이지 않냐?

 

나한텐 니들밖에 없는 거 알지?

 

- [지태자기 - [은수너도 일로 와

 

[호민! [웃음]

 

[지태니들 핸드폰 꺼내 봐

 

남자랑 연락하고 있으면 손모가지다

 

- [푸 호민의 술 내뿜는 소리] - 어디 있어내놔 봐

 

- [호민의 캑캑대는 소리] - [지태저년 있어

 

- [은수이것 봐라? - [지태너 있어

 

- [지태이번엔 누구야? - [호민아니야

 

- [지태이년 봐라 - [은수굉장히 수상한데?

 

- [호민아니야진짜 아니야 - [은수왜 그러는 거지?

 

아니야진짜 아니야 진짜진짜잠시만

 

- [펑 폭죽 소리] - [지태!

 

불꽃놀이다 - [은수의 탄성]

 

[친구들의 탄성]

 

[지태불꽃놀이다!

 

- [옅은 웃음] - [지태호민의 탄성]

 

[지태이제 말해 누구야도대체?

 

- [호민의 비명 - [은수던져던져

 

[던져!

 

[영 내레이션지난 연애들을 소설로 다시 쓰며

 

온전한 사랑으로 남겨 두었다

 

[친구들의 시끌벅적한 소리]

 

하지만 현실의 나의 연애는

 

[은수의 웃음]

 

모두 실패로 끝나 버렸다

 

- [호민의 다급한 소리] - [지태의 웃음]

 

실패한 사랑을 쓰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서로를 떠난 이유를 이해하고 싶었지만

 

소설을 쓰며 유일하게 알게 된 건

 

여전히 내가 사랑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실 뿐이었다

 

- [친구들의 탄성과 웃음] - [부드러운 음악]

 

- [영의 장난치는 소리] - [규호의 웃음]

 

[규호뭐 하는 거야쿠마키치 너 일로 와

 

[영의 웃음가자가자 가자가자가자가자

 

[규호잠깐 [놀란 소리]

 

- [규호하지 말라고 - [조심해조심해

 

- [규호가 웃으며진짜 - [영의 웃음]

 

[행인1] 우와

 

[여자풍등에 소원을 적으면 붙여서 날려 드립니다

 

[규호가 작게중국분이신가 봐

 

[여자중국에서 새해 첫날 풍등에 소원을 적어 날리는

 

풍습이 있어요

 

[행인2의 웃음]

 

[부스럭거리는 소리]

 

[해 보자

 

[쓱쓱 글자 적는 소리]

 

[규호영의 웃음]

 

가 볼까?

 

- [천천히 - 조심해

 

- [규호하나 - 

 

- [영의 환호] - [규호사람들의 탄성]

 

저기 간다우리 거우리 거

 

[규호의 탄성]

 

[규호가 웃으며미쳤어미쳤어

 

[사람들의 탄성]

 

너무 예쁘다

 

[진짜

 

- [사람들의 탄성] - [영의 벅찬 숨소리]

 

[사람들?

 

[행인3] 저거 떨어지는 거 같은데?

 

- [행인4] 잠깐만 - [행인3] 안 올라가잖아

 

- [규호저거 우리 풍등 아니야? - [?

 

[행인5] 저기 내려간다 내려간다내려간다

 

[어떡해우리 거 활활 탄다

 

[행인6] 떨어진다

 

[사람들의 탄식]

 

[여자풍등에 구멍 나 버렸나 봐요

 

- [행인7] 그래요? - [사람들의 탄식]

 

- [사람들 말소리] - [어떡해

 

[규호괜찮아괜찮아

 

[영 내레이션나는 풍등에 쓸 문장을 여러 번 고쳐 썼다

 

그런데 뭔가 내 진짜 소원이 아닌 것 같아 지워 버렸는데

 

아마도 그러는 사이 구멍이 나 버린 것이겠지

 

[계속되는 음악]

 

[옅은 웃음가자

 

[옅은 웃음]

 

[영 내레이션결국 내가 풍등에 남긴 소원 두 글자는

 

[펑 불꽃놀이 소리]

 

사랑 - [친구들의 신난 탄성]

 

그게 내 유일한 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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