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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팔이 11

 

이거 응급 엑스레이감 맞죠?

 

어떻게 된 거예요?

 

어쩐 일인지

 

아무 선생님도 수술을 하려고 나서질 않네요

 

[의사3] 왜 그러세요, 의국장님?

 

[간호사] 어머, 김영미 씨!

 

[극적인 음악]

 

[사이렌]

 

아무 기억도 안 나세요?

 

그럼 저기 본인 이름 한번 말해보세요

 

아, 아, 됐습니다 환자분 애쓰지 마세요

 

괜찮아요? 어

 

앞으로 좋아질 겁니다

 

그, 저기, 환자분은 일단 데리고 나가세요

 

[남자의 헛기침]

 

어떻게 된 겁니까?

 

전형적인 뇌 손상에 의한 실어증과 기억상실증이에요

 

그럼 언제쯤 기억이 돌아오고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영환] 뭐, 글쎄요 그건 아무도 모르는 거지만

 

일단 상태로 봐서는

 

단기간의 회복은 어려울 것 같은데요?

 

[한숨 소리]

 

[보안실장] 차라리 잘 된 거 아닙니까?

 

[남자] 그렇긴 한데 코마보단 귀찮잖아요

 

[보안실장의 웃음소리]

 

- 일단 주주총회 전까지는 - [비밀스러운 음악]

 

12층에서 철저하게 관리 좀 해주세요

 

가족과 노조 측과는 절대 접촉하지 못하게

 

그래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러죠

 

[민희] 실어증에 기억상실증이요?

 

어머…

 

고객님, 기운 내세요

 

곧 좋아지실 거예요

 

고마워요, 한 간호사님

 

네?

 

김 선생님이 왜 고마워요?

 

아, 뭐… 환자한테 이렇게 잘해주시니까

 

그럼 전 가볼게요

 

[태현] 네

 

[드르륵- 문]

 

[탁 - 문]

 

당신 미쳤어?

 

아, 여길 돌아오면 어떡해?

 

무슨 생각인 거야, 대…

 

[흥미로운 음악]

 

그게 이별 통보 편지니?

 

구조 신호지

 

[깊은 한숨]

 

그렇다고 여기 오면 어떡해

 

좋으면 좋다고 해

 

지금 상황에 웃음이 나와?

 

걱정 마

 

나한테도

 

한도준과 싸울 무기가 생겼으니까

 

널 구할 수 있는

 

무기?

 

- [서늘한 효과음] - 뭐 하려고?

 

이제 우리한테 숨을 곳은 없어

 

이 싸움을 피할 수도 없고

 

그리고 난

 

피하지도 않을 거야

 

감사합니다, 회장님

 

한 배에 태워주셔서

 

'오월동주'는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아,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똑똑똑 - 문]

 

[달칵]

 

[도준] 자, 그럼 지분이니 구조조정이니

 

하는 골치 아픈 문제는 해결됐고

 

[달그닥 - 찻잔]

 

이제는 다음 스텝으로 가야지요

 

- [성훈의 웃음소리] - [흥미로운 음악]

 

당연히 그러셔야지요

 

- 자, 그럼 이제 - [달그락 - 찻잔]

 

영애님의 부고를 내셔야지요

 

그리고

 

나머지도 청소를 해야죠

 

청소?

 

김태현?

 

[성훈의 웃음소리]

 

[달칵 - 문]

 

[휴대폰 조작음]

 

[통화 연결음]

 

[휴대폰 벨 소리]

 

어, 왜?

 

[태현] 사모님 부르셨어요?

 

닥터 김

 

이제 시간이 없어

 

- 예? - 곧 여진이에 대한

 

부고가 날 거야

 

빨리 여기서 나가

 

사모님

 

제가 알아서 할게요

 

알아

 

나한테는 도망간 거로 하고

 

스스로 죽겠지

 

그, 그걸 어떻게…

 

나도 정보력 좋아

 

닥터 김

 

내 곁에 있지 않아도 돼

 

그러니까 여기서 빨리 나가

 

내가 도와줄게

 

[옅은 웃음] 왜?

 

내가 나중에 돈이라도 내라고 할까 봐?

 

사모님

 

왜 저를 도와주시는 겁니까?

 

좋아하니까

 

나 닥터 김 같은 스타일 좋아해

 

죄송하지만 사모님

 

전 지금 여기서

 

나갈 수가 없어요

 

하…

 

알겠어

 

마음 바뀌면 얘기해, 대신에

 

너무 늦으면 나도 어쩔 수 없어

 

[긴장되는 음악]

 

[여진/독백] 아버지가 내게 남긴 유언이 저 안에 있어

 

내 자리를 되찾으려면 꼭 들어가야 해

 

[민희] 어머, 회장님이셔!

 

[저벅저벅]

 

[직원들]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

 

[비서실장] 마침 여기 계셨네

 

김태현 선생, 따라 들어오세요

 

자, 시작해

 

사망 선고하세요

 

뭐 해?

 

[묵직한 음악]

 

2015년

 

9월 9일

 

오후 12시 20분

 

한여진 환자

 

[극적인 음악]

 

사망하셨습니다

 

사인은?

 

글쎄요

 

뭐… 저혈성 쇼크로 인한

 

심장마비쯤 되겠죠

 

동생은

 

치료 잘 받고 있지?

 

어떻게 장례식 준비는 해 놨어?

 

[비서실장] 예, 끝났습니다

 

되도록이면 조촐하게

 

언론의 주목을 받지 않도록 통제하겠습니다

 

그래, 그게 좋겠지

 

안 됩니다, 회장님

 

[무거운 음악]

 

- 안 되다니? - 이번 부고는

 

단순히 영애님의 죽음을 알리는 부고가 아닙니다

 

이번 부고는

 

이제 한신 그룹이

 

온전히 회장님의 것이 되었다는 것을

 

세상에 발표하는 겁니다

 

따라서

 

장례식은 그저 장례식이 아닌

 

회장님의 대관식이어야 합니다

 

대관식?

 

조촐하게 치를 일이 아닙니다

 

[도준의 고민하는 숨소리]

 

장례식장에 대관식이라…

 

[도준의 옅은 웃음]

 

역시 본부장님은 생각이 참 깊어

 

그래, 그럼 본부장이

 

이번 일을 맡아서 준비해 주세요

 

실장은 뒤에서 잘 돕고

 

[성훈] 영광입니다, 회장님

 

중책의 명 잘 받들겠습니다

 

여기서 빨리 나가야 돼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방금

 

당신 사망선고를 했어

 

- [긴박한 음악] - 이제 곧 당신 부고를 낼 거야

 

그럼 오늘부터 장례식이 열릴 거고

 

내일이나 모레 입관식을 하겠지

 

그럼 당신 정체가 탄로 난다고

 

여기서 빨리 나가야 돼

 

장례식?

 

[놀라는 탄성]

 

어쩜 일이 더 쉬워질지도 모르겠네

 

그 자리에 누구누구 있었어?

 

- 뭐? - 내 사망선고하는 자리에서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자세히 말해줘

 

[묵직한 음악]

 

[성훈] 저희 한신 그룹

 

한도준 회장님의 동생이자

 

그룹의 핵심 주주인 한여진 님께서

 

오랜 투병 생활 끝에

 

오늘 오전

 

운명하셨습니다

 

[흥미진진한 음악]

 

저희 한신 그룹 임직원 일동은

 

깊은 슬픔과 함께

 

애도의 시간을 가질 것입니다

 

장례는 5일장으로 치러지며

 

상주는

 

한도준 회장님이십니다

 

질문 있습니다

 

사인은 뭔가요?

 

나눠드린 보도 자료대로

 

심장마비입니다

 

자살이라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입니까?

 

추측성 보도는 삼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장례 위원 명단은 그룹 내 서열 순위와 같습니까?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이 추측성 보도는 삼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더 이상 질문은 받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웅성웅성]

 

이런 회견은

 

당연히 실장님이 하셔야 되는 거 아닙니까?

 

그리고 이거 장례 명단은 또 뭡니까?

 

앞자리는 자기들이 다 차지하고 그, 실장님은…

 

그만하세요!

 

[여진/독백]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휴대폰 조작음]

 

[휴대폰 진동음]

 

[여진] 내 장례식은 잘 치러줘, 오빠

 

한여진

 

왜 그러십니까, 실장님?

 

[의미심장한 음악]

 

아니, 누가 감히 실장님께 이런 장난질을

 

추적할까요?

 

이건 추적이 안 돼요

 

회장님 보안 폰이라

 

네?

 

극소수 가족들 외엔 번호 아는 사람도 없는데

 

아니, 그럼 사모님이?

 

[삑 - 측정기 소리]

 

[뚜벅뚜벅]

 

- [탁 - 자동문 버튼] - [스르륵 - 문]

 

 

- 왜? - 형이라도 이 과장님

 

수술해 드리지

 

지금 이 양반 수술 안 하면

 

죽어

 

니가 하지 그러냐?

 

형은 진짜 의사잖아

 

난 속물이고

 

[위태로운 음악]

 

[의사1] 에이, 형 아, 저희도 답답한데요

 

아, 보안과에서 허락을…

 

보안과에서 허락해서 하면

 

진짜 의사냐?

 

이 자식이, 야

 

생명을 다루는 의사는 상명하복의 체계가 있어

 

난 외과 의국 전체의 이익을 생각해서 판단해

 

그래서 신고했어?

 

난 외과 의국원이 아니라?

 

[의사2] 신고여?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앞으로 애들 앞에서

 

진짜 의사다, 뭐

 

그런 말 하지 마

 

장례식장 분위기가 어째 잔칫집 같네요

 

하… 무모해요

 

빨리 여기서 내보내야겠어요

 

그럼 김 선생은요?

 

어떻게 나가려고요?

 

일단 좀 지켜보세요

 

저들과 김 선생은 다른 사람들이에요

 

저들은 저들만의 싸움 방식이 있어요

 

괜찮을까요?

 

두고 보세요

 

영애는 절대로 약한 사람이 아니에요

 

저… 선생님

 

하나만 더 도와주셔야겠어요

 

네?

 

또 뭘요?

 

이 과장님 살려야 돼요

 

- [긴장되는 음악] - 네?

 

아이고…

 

[우아한 음악]

 

[도준/독백] 부디 극락왕생하거라

 

난 기꺼이 지옥으로 갈 테니

 

왜?

 

내가 주는 향은 받기 싫어?

 

앞으로 회장님께 충성하기로 한 사람들은

 

짙은 회색 넥타이를 매기로 했습니다

 

[성훈] 화학의 한태섭 대표입니다

 

경하드립니다, 회장님

 

[의미심장한 음악]

 

정밀의 최 대표입니다

 

경하드립니다, 회장님

 

쓰읍, 최 대표는 여진이 외가 쪽 아니었나?

 

[민망한 탄성]

 

과거는 너그러이

 

혜량하여 주시길 앙망하나이다

 

시멘트 조용준 대표입니다

 

삼가 심심한 애도를 표합니다

 

나 역시

 

[성훈] 다음은

 

아이고, 장인어른 오셨습니까?

 

회장님

 

부디 못난 제 여식을 용서하십시오

 

모든 것이 다 제 부덕의 소치입니다

 

아휴, 왜 그러십니까?

 

장인어른, 남들이 봅니다

 

[뜸 들이며] 채영이가

 

아버지 입장 생각도 하고 좀 그래야 할 텐데

 

[한숨]

 

[휴대폰 조작음]

 

[여진] 오빠, 내가 버젓이 살아있는 게 알려지면

 

세상이 발칵 뒤집히겠지?

 

[어두운 음악]

 

이게 누구야?

 

왜 그러십니까? 실장님

 

- 영애가 아니잖아 - 예?

 

- 아니라고요? - [격정적인 음악]

 

그럼

 

진짜로 영애가…

 

이제 우린 죽었어

 

실장님

 

[비서실장] 내일모레가 입관식인데

 

회장님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고정하십시오, 실장님 그 전에 찾으면 됩니다

 

찾아?

 

뭘 찾아요?

 

빨리 영애의 시신을 찾아서 이 자리로 돌려놓아야 합니다

 

그럼

 

대체 이 자는 누구예요?

 

거기부터가 시작입니다

 

여기 환자 혈압 체크해 주고

 

- 드레싱 하는 거 잊지 말고 - 네

 

[스산한 음악]

 

[달칵 - 문]

 

[쾅 - 문]

 

[긴장감 있는 음악]

 

수간호사님

 

왜 그러세요?

 

그러니까

 

왜 그러셨어요?

 

네?

 

뭐가요?

 

[보안실장] 왜 엉뚱한 시체를

 

영애라고 하셨을까

 

엉뚱한 시체라니요?

 

[보안실장의 못마땅한 숨소리]

 

내가 분명히 경고를 했을 텐데

 

마지막 기회를 드리지

 

이 과장님이요

 

이 과장님이 시켰어요

 

- 이 과장이요? - 네

 

이 과장님이 시체 안치실에서

 

신원 미상의 시체를 가져와

 

영애님과 바꿔놓으라고 시켰습니다

 

정말이에요, 저는 그냥

 

-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 무슨 소리예요?

 

그날 영애가 죽는 걸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아니에요, 영애님은 죽지 않았어요

 

죽은 것처럼 꾸며서

 

이 과장님이 어디론가 데려가셨어요

 

[떨리는 숨소리]

 

하!

 

이번에도 허튼소리면

 

알죠?

 

그럼요

 

[달칵 - 문]

 

[쾅 - 문]

 

[한숨]

 

[한숨] 무슨 일이시죠?

 

[비서실장] 이 환자 살릴 수 있겠어요?

 

- 예? - 꼭 의식이 돌아와야 합니다

 

잠시라도

 

[한숨]

 

어차피 죽을 사람한테 다른 사람 살리라고 하면

 

하고 싶겠어요?

 

김태현 선생

 

동생 생각도 해야지

 

[격동적인 음악]

 

합시다

 

까짓것

 

[성훈] 케미컬의 오 대표입니다

 

[도준의 한숨]

 

[성훈] 회장님 오늘은 이만 쉬시죠

 

내일도 계속 손님을 맞이해야 할 텐데요

 

그럴까요?

 

하긴 좀 피곤하긴 하네

 

빈소는 저희가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에, 숙소는 가까운 호텔을 잡아놨습니다

 

[긴박한 음악]

 

[태현] 석션

 

켈리

 

하나 더

 

하나 더

 

하나 더

 

하나 더

 

[헛웃음]

 

오늘 같은 날은 작작 좀 마시지?

 

[채영] 오늘 같은 대관식에는

 

축하주 한잔해야 하는 거 아니야?

 

- [쨍 - 유리 부딪치는 소리] - [쪼르륵 술 따르는 소리]

 

장인어른한테 충성 맹세를 받으니까 좋아?

 

[도준의 코웃음]

 

그래, 당신이 이겼어, 인정

 

하!

 

그러니까 이제 그만 날 놔줘

 

인질극은 그만하고

 

인질극?

 

그렇잖아

 

그동안 우리 아빠를 인질로 날 잡아뒀잖아

 

그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김태현이도 인질로 잡고 있고

 

[한숨]

 

이제 그만 이혼하자

 

[차분한 음악]

 

뭐 나도 그동안에는

 

여진이를 차지해서 한몫 잡고

 

친정에 효도나 하고 나가려고 했는데

 

이제 여진이도 죽은 마당에 뭐…

 

내가 이러고 살 이유가 없어졌네?

 

인생도 짧은데

 

그러니 이제 위자료나 몇 푼 챙겨서 나가려고

 

 

위자료?

 

위자료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위자료를 준다면 당신이 나한테 줘야 될 것 같은데?

 

당신은

 

절대 내 손아귀에서 빠져나올 수 없어

 

당신은

 

같이 자주지도 않는 와이프

 

뭐가 좋아서 붙들려고 그래?

 

[기가 찬 숨소리]

 

사랑한다니까

 

뭐? 사랑?

 

[채연의 조소 섞인 웃음]

 

자기야, 왜 그래

 

자기 나 사랑하는 거 아니야

 

그냥 집착하는 거야

 

집착?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내가 사랑한 사람들은

 

모두 날 버렸으니까

 

우리 엄마도 어릴 때 날 버리고

 

뉴욕 알콜중독자 요양원에서

 

자살했고

 

[도준의 깊은 호흡]

 

새어머니와 결혼했던

 

내 아버지도

 

결국 날 버렸고

 

친모보다 더 사랑했던

 

새어머니도

 

여진이를 낳자 결국 날 버렸어

 

[도준이 깊게 숨을 들이켠다]

 

그래서 그 사람들이 어떻게 됐는 줄 알아?

 

모두

 

내 손으로 묻었어

 

이번엔 여진이를 묻을 차례고

 

[도준의 나지막한 웃음소리]

 

[탁 - 잔]

 

이젠 아무도 날 버릴 수 없어

 

내가 버리기 전엔

 

하…

 

[흥미로운 음악]

 

당신과 결혼하기 전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어

 

그 사람은 평범한 중소기업 집 아들이었고

 

착한 사람이었어

 

그리고 난

 

그 사람의 아이를 가지고 있었어

 

[탁 - 잔]

 

재벌 집 사모 따위?

 

눈곱만큼도 되고 싶지 않았어

 

근데

 

딸을 주인집 도련님한테 시집보내려던 우리 아버지가

 

주인마님인 당신 아버지의 강요에 의해

 

그 사람한테 무슨 짓을 했는 줄 알아?

 

그 사람 집안은 파산했고

 

결국

 

그 사람도 자살했어

 

끝까지 날 지켜주진 못해서

 

미안하다는 유서만 남기고

 

그리고 난

 

그 사람의 아이를 지웠어

 

알겠어?

 

당신은 피해자가 아니야

 

언제나 가해자였지

 

난 절대

 

당신의 아이를 낳지 않아

 

[서늘한 효과음]

 

[격한 숨소리]

 

[역동적인 음악]

 

당신은 날 죽일 순 있어도

 

가질 순 없어, 영원히

 

하아

 

그러니까 내가 결혼하기 전

 

채영이의 뒷조사를 담당한 게 너란 말이지?

 

[꿀꺽]

 

 

그럼 넌

 

채영이의 과거에 대해 다 알고 있었겠네?

 

[섬뜩한 음악]

 

근데 왜 내게 말을 안 했지?

 

아, 그, 그게…

 

선대 회장님께서 절대 함구를 명령하셔서

 

그랬겠지

 

[극적인 효과음]

 

회장님, 용서해 주십시오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래, 어쩔 수 없었겠지

 

[무거운 음악]

 

감사합니다, 회장님 이해해 주셔서

 

근데 그러고 보니

 

생각보다 니가 많은 걸 알고 있었구나

 

[성훈] 원래 피라미드가 완성되면

 

피라미드의 미로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함께 묻히는 거 아니겠습니까?

 

피라미드요?

 

그렇죠, 피라미드

 

[도준의 낮은 웃음소리]

 

그래요, 묻어야죠

 

모두

 

[도준] 그럼 그동안

 

내가 실장을 너무 막 대한 거네

 

- 그치? - 아, 아닙니다, 회장님

 

항상 은혜에 감읍하고 있습니다

 

감읍?

 

[섬뜩한 효과음]

 

우습게 보지는 않았고?

 

알았어

 

나가봐

 

[긴장감 있는 음악]

 

[휴대폰 조작음]

 

[휴대폰 알림음]

 

[여진] 지금 즉시 내 여권을 인천공항으로 가져와

 

안 그러면 너도 한도준 손에 죽게 될 거야

 

한여진

 

[비서실장] 영애가 살아있는 게 틀림없어

 

외국으로 뜨려는 거야

 

시간이 없어요

 

전화해 놓을 테니까

 

비서실에 가서 영애 여권 가지고 공항으로 가요

 

경찰, 항공사, 법무부 모든 정보 라인 다 열고

 

병원에 있는 보안과 직원 다 빼서 공항으로 데려가요

 

빈틈없이 막아야 됩니다

 

꼭 잡아야 돼요, 빨리

 

예, 알겠습니다 근데 12층 인원도…

 

12층?

 

12층은 개뿔

 

빈방 지키고 있어서 뭐 하게요!

 

영애를 못 잡으면

 

당신이나 나나 죽은 목숨이야

 

빨리 공항으로 가!

 

알겠습니다

 

[거친 숨소리]

 

12층 경호원 전부 철수한다

 

[의미심장한 음악]

 

다들 어디로 가는 거지?

 

글쎄, 또 무슨 난리가 났나?

 

제한구역 앞에 경호원이 없는 건 또 처음이네요

 

[민희] 하긴 인제 영애님도 없는데, 뭐

 

[삑 - 기계음]

 

[태현] 타이

 

 

- 하… 마무리할 수 있지? - [의사] 예

 

[태현] 붕대 풀고 있으면 어떡해?

 

바람이 너무 좋아서

 

근데 뭐 기분 좋은 일 있어?

 

수술이 잘됐어

 

수술? 무슨 수술?

 

그냥 수술

 

핸드폰 좀 줘봐

 

[휴대폰 조작음]

 

뭐 하게?

 

[휴대폰 알림음]

 

[태현] 사모님 저 좀 데려가 주세요

 

병원에서 나가야겠어요

 

[알림음]

 

[채영] 오케이, 30분 후 도착

 

[묵직한 음악]

 

이게 뭐야?

 

태현아

 

부탁이 있어

 

이게 뭐냐고

 

병원에서 탈출해

 

뭐, 탈출?

 

너는?

 

지금쯤 병원 보안 요원들은

 

모두 공항으로 몰려갔을 거야

 

지금이 기회야

 

지금 장난해?

 

내가 너 두고 어떻게 가?

 

태현아

 

난 이 싸움을 끝내야 해

 

그리고 너

 

밖에서 날 위해 꼭 해줄 일이 있어

 

거짓말하지 마

 

너 나만 내보내려는 거잖아

 

난 거짓말 안 하잖아

 

지금 내가 부탁하는 일은

 

세상에서 너만이 해줄 수 있는 일이야

 

제발 날 도와줘

 

뭔데?

 

나랑

 

결혼해 줄래?

 

잘 들어

 

나와 결혼해 줘

 

그리고 나의 상속자이자

 

법적 보호자가 되어줘

 

그래서 한도준의 손에서

 

날 지켜줘

 

그래, 그럴게

 

그렇게 쉽게 대답하지 마

 

이건 너도 잘 생각해 봐야 할…

 

[정인 '사실은 내가'] ♪ 다시 안아볼 수만 있다면 ♪

 

♪ 숨도 못 쉴 만큼 그댈 힘껏 안고서… ♪

 

이게

 

잘 생각해 본 나의 대답이야

 

♪ 사랑해요… ♪

 

[여러 대의 차가 급정거하는 소리]

 

예, 도착했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통화 종료음]

 

- 빨리 서둘러 - 네

 

[여진] 나와 결혼해 줘

 

- [감성적인 음악] - 그리고 나의 상속자이자

 

법적 보호자가 되어줘

 

그래서 한도준의 손에서 날 지켜줘

 

[띵동 - 엘리베이터]

 

[경호원] 선생님 더 이상 나가시면 안 됩니다

 

[긴박한 음악]

 

[경호원의 비명]

 

[채영] 뭐해, 빨리 타

 

거봐, 간단하다니까 [웃음]

 

저, 사모님 인천공항으로 좀 가주세요

 

뭐, 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

 

설마 외국으로?

 

그, 바쁘시면

 

택시 타고 가고요

 

하! 참…

 

[채영의 웃음소리]

 

[간호사] 김영미 고객님 어디 가세요?

 

어? 저쪽은 제한구역인데

 

아이, 놔둬, 어차피 안으로는 들어가지도 못하잖아

 

하긴

 

영애님 가고 나니 경호원들도 다 철수하고

 

이런 말 하면 안 되는 거 알지만

 

솔직히 영애님이 없어지니까 마음은 편하다

 

그러게요

 

그래도 급해지니까 내 생각이 났나 보네

 

[채영의 웃음소리]

 

왜, 인정하려니까 쪽팔려?

 

저, 사모님

 

저 이렇게 구해주신 건 정말 고마운데요

 

됐어

 

기뻤어, 내게 구조 요청을 해줘서

 

어디로 갈 거야, 미국?

 

동생이 있는?

 

사모님

 

저 이렇게 살려주시고

 

또 도와주신 거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는데요

 

그리고 은혜는 어떻게든 갚을게요 근데…

 

그래, 미국이 좋겠다

 

거기서 좀만 참아, 곧 따라갈게

 

나 곧 이혼해

 

그럼 한도준이 자길 괴롭힐 이유가 없어져

 

그러니까 좀만 참아

 

설마

 

저 때문에 이혼한다는…

 

그럼 내가 뭣 때문에 이혼을 해?

 

그, 저…

 

저 사랑하는 사람 있어요

 

거짓말, 나도 다 알아봤어

 

예?

 

[무거운 음악]

 

[알림음]

 

[휴대폰 조작음]

 

[여진] 다들 공항으로 몰려갔으면 넌 내 방으로 와

 

내 방?

 

[흥미로운 음악]

 

[여진 부] 니가 그 방의 주인이고

 

니가 곧 그 방의 열쇠야

 

[기계음]

 

[삑 - 센서음]

 

[의료기기 작동음]

 

[뚜벅뚜벅]

 

[극적인 음악]

 

[도준의 한숨]

 

그동안 잘 있었니?

 

오라비가 자주 찾아와 보지도 못하고

 

미안하다

 

[병원장] 어차피 얜 이렇게 죽을 운명이었어

 

이렇게 코마 상태에서 죽는 거니까

 

고통은 없을 거야

 

[태현] 왕좌까지 걸어갈 수 없으면

 

왕좌에 앉을 수도 없어

 

"한신그룹, 연결 해제"

 

[센서음]

 

[감성적인 음악]

 

[여진 부] 니가 앉을 그 자리가

 

바로 왕의 자리다

 

[자동 기계 작동음]

 

[삐리릭 - 스캔음]

 

[여진 부] 여진아

 

잘 잤니?

 

니가 지금 이 영상을 보고 있다는 것은

 

니 스스로 이 방을 찾아왔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제 넌

 

이 방의 주인이 될 자격을 갖췄고

 

또한

 

한신 그룹의 주인이 될 자격을 갖춘 셈이다

 

그리고

 

니가 이 영상을 보고 있다는 것은

 

내가 이 세상에

 

없다는 뜻이겠지

 

그러니 얼마나 다행이냐

 

이제 니가

 

일부러 나 보라고 죽을 필요도 없어졌으니 말이다

 

[여진 부의 낮은 웃음소리]

 

- 어째, 약 오르니? - [여진의 흐느낌]

 

뭐, 내가 미워서 죽으려고 했으니까

 

인제는 속 시원하겠지

 

[서정적인 음악]

 

[여진 부의 나지막한 웃음소리]

 

[여진 부/흐느끼며] 그러니

 

제발 죽지 마라, 여진아

 

[깊은 호흡]

 

미안하구나, 여진아

 

이렇게밖에 널 살릴 수가 없어서

 

[여진 부의 울음 참는 숨소리]

 

내게서

 

가장 사랑한 사람을 빼앗기 위해 죽겠다는 너의 말은

 

너무나 아팠지만

 

그래도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너라는 걸 알아줬으니

 

고맙구나

 

내가 가고 나면

 

도준이가 널 깨우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그 녀석을 어쩌지 못하고 떠날 수밖에 없어서

 

미안하구나

 

끝까지 널 지켜주지 못해서

 

[여진의 흐느낌]

 

여진아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듣고

 

더 이상 충격받을 필요도

 

아파할 필요도 없다

 

[여진의 거친 숨소리]

 

다만

 

진실을 알아야 한다

 

사실 난 이전부터

 

니가 대정 그룹의 최성훈이와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

 

 

미안해요 신혼여행 갔다 와서 뵐게요

 

[여진 부] 당연히 걱정은 했지만

 

넌 똑똑하고

 

판단력이 있는 아이이기 때문에

 

믿고

 

기다려 보기로 했었다

 

하지만 니들 사고 나기 얼마 전부터

 

난 수상한 동향 보고를 받았다

 

 

도준이가

 

대정의 최성훈이와

 

내통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어

 

[머뭇거리며] 그래, 성훈이는

 

의도적으로 너에게 접근한 거다

 

도준이로부터

 

한신 그룹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신수정 사업의 기밀을 넘겨받고

 

대신 그 누명을 너에게 씌워

 

도준이가

 

이사회에서 널 쫓아내는 조건으로 말이다

 

하지만 성훈이는

 

사업의 기밀과 너라는 두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욕심을 부렸고

 

결국 도준이의 손에 죽임을 당한 거다

 

그날의 사고는

 

[도준] 둘 다 죽여

 

[여진 부] 너희 둘 다 죽이라는

 

도준의 명령 때문에 일어난 거야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아, 아니야

 

[절규하며] 아니야!

 

[여진의 절규하는 비명]

 

[민희] 지금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았어?

 

에? 아니요

 

[처연한 음악]

 

[계속되는 여진의 흐느낌]

 

[민희] 비서실장님이 웬일이시지?

 

[긴장감 있는 음악]

 

[삐빅]

 

씨…

 

[삐빅]

 

아휴, 씨…

 

[여진 부/영상] 이제부터 넌

 

강해져야 한다

 

그래서 난 널 위해

 

이 방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곳에

 

너에게 커다란 힘을 실어줄

 

선물을 준비해 놓았어

 

그걸 지금

 

너에게 넘겨주마

 

니 오른쪽 아래를 보렴

 

[스산한 효과음]

 

[딸칵]

 

그 USB에는

 

[낮은 탄성]

 

그동안 한신 그룹이

 

전 계열사를 통해 조성해 온 비자금 내역과

 

그것으로

 

정관계 로비에 사용한

 

자금의 사용처가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이게 어떤 의미인지는

 

너도 물론 잘 알 것이다

 

니가 그것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 알게 돼도

 

한신의 모든 계열사 사장들은 물론

 

모든 정관계 인사들까지

 

너에게 감히 대적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그 장부를 가진 사람만이

 

한신 그룹의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다

 

물론 내가 가고 나면

 

도준이는 그것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겠지

 

하지만

 

절대 가질 수 없을 것이다

 

그 아이는

 

한신의 후계자가 아니니까

 

[고통의 찬 기침 소리]

 

[여진 부의 몰아쉬는 숨소리]

 

이제

 

나에게 남은 시간이

 

더 이상 없는가 보다

 

[애절한 음악]

 

이제 나의 마지막 말을

 

너에게 전해주마

 

사람들은 끝까지 의심을 했지만

 

난 진심으로

 

니 엄마를 사랑했었다

 

그래서 한신을 지킬 수가 있었어

 

여진아

 

사랑한다

 

그리고

 

한신을 지켜다오

 

[격정적인 음악]

 

[의미심장한 음악]

 

[삑 - 기계음]

 

[스르륵 - 문]

 

[극적인 음악]

 

- [서늘한 효과음] - 빈틈없이 막아야 됩니다

 

꼭 잡아야 돼요, 빨리

 

예, 알겠습니다 근데 12층 인원도…

 

12층?

 

12층은 개뿔

 

빈방 지키고 있어서 뭐 하게요!

 

영애를 못 잡으면

 

당신이나 나나 죽은 목숨이야

 

빨리 공항으로 가!

 

알겠습니다

 

[휴대폰 알림음]

 

[여진] 그리고 당신은 내 방으로 와

 

[한숨]

 

 

분부대로 왔습니다

 

이제 어쩌시겠습니까?

 

스스로 독 안에 든 쥐가 되셨으니

 

무릎 꿇어


.용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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