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This Blog



  용팔이 2

 

"취급 주의"

 

- [빵 - 경적] - [타이어 마찰음]

 

[사이렌]

 

[철컹 - 철조망]

 

[엔진 가속음]

 

[타이어 마찰음]

 

[태현의 거친 숨소리]

 

[연이은 태현의 거친 숨소리]

 

[두목] 용팔아 인자 운이 다했는갑다

 

고만하자

 

아이 씨, 선배님 저 새끼들 저거 어떡할까요?

 

[이 형사/달래는 말투] 서두를 거 없잖아

 

[형사] 어, 아니 저 새끼들, 저거, 설마 저거!

 

[태현] 가까이 오지 마 가까이 오지 말라고!

 

[이 형사] 어, 용팔아 이제 고만하자

 

- 아따, 피곤하다, 씨 - [흥미진진한 음악]

 

너 거기서 뛰면 뒤진다

 

[두목] 야, 인마, 너 그거 뭐야? 그 주사기 뭐야, 인마?

 

[태현] 에피네프린, 이거 없이 여기서 뛰면 100% 사망이야

 

알았어, 알았어

 

참말로 그 주사기 맞고… 안 돼!

 

[두목의 신음]

 

[두목의 신음]

 

- [두목의 신음] - [태현] 간다

 

- [멀리서 울리는 사이렌 소리] - [긴장감 넘치는 음악]

 

[사람들의 아우성]

 

- [이 형사] 씨, 이런, 씨 - [여럿이 웅성거린다]

 

- [이 형사] 보트 오라 그래 - [형사] 야, 연락해

 

[형사] 뭐야, 구경났어? 씨

 

[이 형사] 씨

 

[태현의 숨찬 호흡]

 

[두목의 신음]

 

[태현] 정신 차려

 

- 정신 차리라고, 이, 씨 - [두목의 숨찬 호흡]

 

[형사] 아, 이거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요

 

아무래도 이 새끼들 죽은 것 같은데

 

아니야, 이 새끼 분명히 튀었어

 

내가 무슨 주사 놓는 거 아까 똑똑히 봤어

 

아, 세상에 물에 빠져도 안 죽는 그런 주사가 어딨어요?

 

있을지 어떻게 알아 이 새끼야, 씨

 

뭔가 있어

 

그렇지 않고서는 그렇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뛰어내릴 수가 없어

 

[흥미진진한 음악]

 

[형사] 아이, 씨 아니,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뭔 짓을 못 해요

 

왜 그, 음주 운전 해놓고

 

한강 다리에서 뛰어내리는 그런 인간들도 있잖아요

 

그냥 순간 판단 미스로 뛰어내린 거예요

 

쯧, 아이, 멍청한 새끼들, 씨

 

아니, 물도 물이지만 저렇게 해서 뛰어내리면 아마

 

심장 마비로 죽었을 거예요, 그쵸?

 

심장 마비?

 

주사!

 

그거 알아? 만일 우리 형님 잘못되면

 

니들도 같이 죽는 거?

 

아니, 모르겠는데? 아, 왜 우리가 죽어?

 

아니, 누구 땜시 개고생을 하는디

 

지금 용팔이 그 자식이 우리 형님을 모시고 있잖아!

 

허허, 아따 참말로 이상한 셈법일세

 

- [흥미로운 음악] - 아니, 입은 이렇게 삐뚤어졌어도

 

말은 좀 똑바로 좀 하자고

 

아니, 어거지로 죽어가는 사람 맡겨놓고, 뭐?

 

당신 형님이 잘못되면 뭐, 우리가 죽어야?

 

- 에레이 - 근데 이 자식이

 

겁대가리를 상실했나

 

- [휴대전화 벨 소리] - 아, 저, 전화 왔어요, 네

 

[삑 - 연결음]

 

예, 그 만식…

 

야, 용팔이냐?

 

용팔이? 형님은?

 

- 야, 그래, 너, 너 무사혀? - 형님은? 이 새끼야!

 

서, 성수대교 남단? 어, 알았다, 내 금방 갈게, 어

 

이 새끼, 죽으려고 환장했나

 

아따, 용팔이가 누구요, 응?

 

거 무사하대 저, 얼른얼른 갑시다, 응

 

[다가오는 차 소리]

 

[끼익 - 브레이크]

 

아? 형님, 저기…

 

[조직원] 오매, 성님!

 

형님, 형님!

 

[조직원] 오매, 성님! 오매

 

- [조직원] 성님! - [만식] 야, 용팔아

 

- [두목의 신음] - 형님!

 

[조직원] 괜찮으십니까?

 

[두목의 신음]

 

[만식] 야, 너 괜찮냐? 인마, 응?

 

[조직원] 형님!

 

형님, 괜찮습니까?

 

니 눈에는 이게 괜찮아 보이는개비지?

 

[만식] 야, 이거 물 뭐냐, 어?

 

너 혹시 여기서 뛰어내렸냐, 인마? 아따, 거 춥겄다, 씨

 

[부두목] 형님,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알아, 알아, 야, 너는 후딱 가서

 

- 히터라도 빵빵하게 틀어라 - 예!

 

[두목] 어우, 추워 [기침] 아주 그냥 알 수가 없다

 

[부두목] 인자 제가 모시겠습니다

 

야, 야

 

미친놈

 

[잔잔한 음악]

 

저, 뭐래냐? 저 문어 머리는, 응?

 

아, 얼른 가자 춥다, 너

 

[두목/기침]

 

조심하십시오

 

[두목/신음]

 

[두목/기침]

 

[두목] 어째서 날 버리고 도망가지 않았냐?

 

몰라

 

버리고 가는 거

 

간에 안 맞아

 

희한한 놈이네

 

- 야, 야, 야 - 예, 형님

 

야, 저놈 좀 알아봐라

 

아니, 저놈이라면?

 

아, 누구긴 누구야, 인마 용팔이 저놈이지

 

- [심전도계 비프음] - [심장박동 소리]

 

[어두운 음악]

 

[긴박한 음악]

 

[삑삑 - 경고음]

 

[빵- 경적]

 

[타이어 마찰음]

 

[남자1] 차 세우세요 차 세우세요!

 

- [남자1] 세워요 - [남자2] 차 세우세요

 

[남자1] 차 세워요 차 세우란 말이야

 

[남자2] 차 세워, 차 세워!

 

[남자 1] 차 세워!

 

[연신 계속되는 타이어 마찰음]

 

[비프음이 빨라진다]

 

[엔진 가속음]

 

[빵 - 경적]

 

[연이어 울리는 비프음]

 

[여진의 가쁜 호흡]

 

[와장창 - 차 유리]

 

[타이어 마찰음]

 

[연이어 울리는 날카로운 경고음]

 

[와장창 - 차 유리]

 

[느린 음악으로 변주]

 

[달칵 - 차 문]

 

[의미심장한 효과음]

 

[긴박한 음악]

 

[연신 울리는 경고음]

 

[계속되는 휴대전화 알림음]

 

[삐삐 - 경고음]

 

[간호사의 놀란 숨소리]

 

[태현] 야, 내 메스 니가 챙긴 거 아니야?

 

아니, 다 봤다니까

 

아이, 씨, 진짜, 쯧

 

왜, 뭐 비싼 거여?

 

너 바보냐? 경찰이 메스로 나 추적할 거 아니야

 

너 항상 그 고무장갑 끼고 만지잖애

 

아, 지문이 문제가 아니라 그 메스에 일련번호 있다고

 

그래서 그, 경찰이 그걸 추적해서 널 잡으러 올 거라고?

 

아이, 씨, 쯧 그래

 

야, 넌 너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구만, 어?

 

- 뭐? - 난 경찰이 느그 병원 안 온다에

 

내 손모가지랑 니 이자 석 달치를 걸겄어

 

넌 뭘 걸래, 인마?

 

치, 뭐래

 

아, 경찰이 미쳤냐, 어? 뭐, 할 짓이 없겄어

 

아니, 지금 그 조폭 잡으러 다니기도 바쁜 판에, 아니, 뭐

 

뭐, 메스로 추적해? 니가 뭔데? 인마

 

- 응, 그렇겠지? - [만식] 참, 씨

 

웃기고 자빠졌다, 진짜

 

근데 그건 받았냐?

 

- 또 뭘? - 아, 왕진비

 

야, 넌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이 나오냐?

 

아, 그건 아니지 줄 거 줬으니까 받을 건 받아야지

 

걔들 깜빡하면 그거 어디서 받아?

 

용팔아, 너 그, 혹시 꿈이, 어? 저, 사채업자냐?

 

똑바로 받아, 이거 큰 건이야

 

그리고 만약에 이걸로 잡히면

 

진짜 끝이야

 

건들지 말고 나와, 인마!

 

아이, 씨

 

[이 형사의 거친 숨소리]

 

- [이 형사] 너 여기 누가 치우래? - [형사] 죄송합니다

 

[이 형사의 숨찬 호흡]

 

[이 형사] 이런, 씨

 

[긴장감 도는 음악]

 

[날카로운 효과음]

 

오호라, 용팔아!

 

[타이어 마찰음]

 

아니지, 그렇게 하면 혈중 농도가 더 떨어질 염려가 있어

 

일단 산소만 넣어 주면서 기다려

 

나 주차장이야, 금방 올라가요

 

[타이어 마찰음]

 

[어두운 음악]

 

아니, 저 자식은…

 

[삑 – 엘리베이터]

 

[간호사] 이번 주에만 벌써 두 번째 발작이에요

 

[호준] 아무래도 같은 약을 너무 오래 쓰다 보니…

 

내성인가요? 농도를 좀 올려볼까요?

 

아니야, 그럼 위험해

 

[의사] 김철수 씨 피버 있는 것 같으니까 체크하고

 

- CBC 검사해 봐 - [의사] 네

 

- 야, 태현아 - 예

 

오늘 수술 니가 어시스트 좀 해야겠다

 

- 아이, 몇 시쯤에… - [의사] 왜? 스케줄 있어?

 

[태현] 아, 오후에 박 교수님이…

 

박 교수? 박무성이?

 

왜? 요즘 박무성이가 너한테 잘해 주냐?

 

아이, 아닙니다, 그런 거

 

[의사, 태현/웃음]

 

[의사] 아니긴, 짜식

 

알았어, 내가 캔슬시킬게

 

펠로우가 어디서

 

넌 스탭 전용이야

 

아유, 과찬의 말씀을

 

아, 니들은 그만 해산하고

 

태현이는 지난번에 나랑 같이 수술한 환자 보러

 

- 12층 가자 - 예

 

- [의사] 음 - [태현] 타시죠

 

[일동 인사]

 

과장님 너무 태현이 형만 편애하는 거 아닙니까?

 

- 넌 저게 편애로 보이냐? - 그럼요

 

- 저런 건 거래라고 부르는 거야 - 거래요?

 

아주 임시적인 거래지

 

너 우리 학교 출신 아닌 레지가 펠로우 되는 거 봤어?

 

레지가 끝나면

 

태현이가 더 이상 이 병원에 남아 있을 리가 없을 테고

 

그럼 더 이상 어시할 일도 없어지지 않겠어?

 

아, 그렇구나

 

- 가자 - 예, 가시죠

 

- 어, 이 과장 - [호준] 어, 회진 왔어?

 

[과장] 어, 27호

 

근데 얼굴은 또 왜 그래?

 

[호준] 어, 새벽에 응급 콜 받고 나오느라고

 

[과장] 콜? 아이고

 

12층 올라가더니 아주 약골이 다 됐구만

 

새벽 콜 한 번에 다크서클이 목까지 내려왔어

 

아, 그리고 조수 하나 써 무슨 과장이 응급 콜을 다 받아?

 

거 흰소리 말고 27호 고객님 잘 봐 드려

 

그 양반도 나름 재계에서 무시 못 하는 서열이야

 

그래

 

- 근데 쟤는? - [과장] 응?

 

음, 수술 같이했거든

 

그래서 또 수금하러 왔냐?

 

[과장] 에헤이, 왜 그래?

 

너 한 번만 더 VIP 고객 상대로 그딴 짓 하다 걸리면 각오해

 

자네도 애들 버릇 제대로 가르쳐

 

[과장] 왜 무슨 일 있어?

 

[태현/웃음] 예

 

어제 제가 과장님한테 실수를 좀 했습니다

 

[과장] 에이, 아니, 왜 그러니?

 

죄송합니다, 과장님 용서해 주십시오

 

[과장] 그래, 얘도 깊이 뉘우치고 있는 것 같은데

 

한 번만 봐주지

 

당신도 얘 다시 안 볼 것도 아니잖아

 

수술방에서

 

[미스터리한 음악]

 

- [과장/웃음] 가자 - [태현] 예

 

[형사] 예, 아, 그래요? 예, 알겠습니다

 

[탁 - 전화기]

 

이거 뭐, 시리얼 넘버고 자시고도 필요 없는데요

 

우리나라에서 그 회사 메스 납품 받은 병원은

 

한신 병원뿐이랍니다

 

진짜?

 

오케이

 

[바스락 - 종이]

 

[의사1] 좀 전에 CT 찍은 환자 판독 받아 놔

 

[의사2] 예, 알겠습니다

 

[의사1] 저 김철수 환자 CBC 결과 나왔어요?

 

[간호사] 네, 여기 있습니다

 

- 의국장님 - 응

 

그 12층에 영애가 누군지 아세요?

 

영애? 이영애?

 

- 뭐, '대장금'? - '대장금'?

 

아, 그런가?

 

하, 이영애가 우리 병원에

 

아닌데, 이상한데

 

[수간호사] 아이고, 우리 선생님들

 

의사 되는 공부들은 열심히 하셨겠지만

 

상식은 참 쓸쓸하시네

 

아, 수간호사님은 영애가 누군지 알아요

 

'영애'란 남의 딸

 

특히 높은 사람의 딸을 높여 부르는 아부성 호칭이에요

 

그래서 대통령 자식들한테 붙이고는 하는데

 

뭐, 사실은 대통령 아니래도 써요

 

[의국장] 아, 그 영애 난 또, 씨

 

뭐야?

 

- [익살스러운 음악] - 이제 와서 아는 척하는 거야?

 

아니, 그걸 누가 모르니?

 

그, 사람이 정직하지 못한 것보다 좀 무식한 게 낫다고 봐, 난

 

허, 참 이상한 놈이네 지가 무식하다고 왜 남까지

 

- 그래? - [탁]

 

그럼 딸이 영애면 아들은 뭐야?

 

남의 아들 높여 부르는 말도 있을 거 아니야

 

말하지 마요

 

[의국장] 참, 한심하다, 한심해

 

- 저, 김희진 환자 드레싱 했어요? - 치

 

이거 봐, 이거 봐 사람이 정직하질 못해

 

뭐? 좋아, 알았어

 

어디 있더라? 여기 있었는데 어, 여기 있네

 

자, 여기 김영식 환자 이거 니가 맡아, ICU에 있어

 

ICU?

 

아, 싫어 내가 이런 환자 맡을 짬밥이야?

 

야, 그럼 난 너한테 환자 배정도 마음대로 못 할 짬밥이냐?

 

[태현] 그런 건 아닌데요

 

밑에 쫄따구들 한참 놔두고 왜 나한테 이런 환자…

 

이건 벌이야 날 정직하지 않다고 한 데 대한

 

예? 뭔 소리야?

 

수간호사님한테 물어봐라

 

[수간호사/웃음]

 

뭔 소리예요?

 

김영식이잖아요

 

남의 아들을 높여 부를 때는 영식이라고 하거든요

 

[수간호사/웃음]

 

아이, 씨, 쯧

 

유식하네, 의국장

 

근데 우리 병원에 무슨 영애가 입원했어요?

 

- 네? - 아니, 저번에 12층에서 보니까

 

그룹 회장님도 오고

 

이 과장님이 영애님 어쩌고저쩌고 그러던데

 

그래요? 씁, 글쎄, 난 잘 모르겠네요

 

음, 쩝 뭐, 엄청 VVIP라 이거네

 

궁금해요? 궁금하면…

 

진짜 알아요?

 

아, 글쎄

 

난 뭐, 뻥 같은 건 잘 안 쳐요

 

궁금하면 가서 라떼 하나만 뽑아 와요

 

편의점 거는 말고

 

[익살스러운 음악]

 

됐어요

 

[간호사의 당황한 신음]

 

아오, 아이, 씨, 아오! 저 돈벌레

 

아휴, 내가 진짜 어떻게 해서든

 

쟤한테 뭐라도 얻어먹고 만다 내가

 

아, 두고 봐

 

너 미친년 아니야

 

너 그지야

 

선생님!

 

[태현] ICU, ICU

 

저기 김영식 환자 어디 있어요?

 

[심전도계 비프음]

 

[태현/한숨]

 

[쯧 입소리]

 

[쯧 입소리]

 

저기, 이 환자 보호자 어딨어요?

 

- 보호자 없는데요 - 보호자가 없다고요?

 

- [간호사] 네, 무연고 환자예요 - 예?

 

아이, 씨, 이 형님 진짜 미쳤나 [쯧 입소리]

 

- 선생님이 이 환자 주치의세요? - 네

 

근데 이제야 보러 오시면 어떻게 해요?

 

- 저도 방금 배당받았어요 - 음, 방금

 

쳇, 너무들 하시네

 

- 예? - [간호사] 그렇지 않나요?

 

무연고 환자라고 해서 초기 응급 수술만 해놓고

 

이렇게 개복 상태로 랩핑만 해놓고 방치해 놨다가

 

만 하루가 다 돼서 주치의라고 나타나시고

 

저기요, 수간호사님

 

무연고 환자라고 해서 수술하다 말았겠어요?

 

그 선생님이 다 이유가 있으니까 어련히 알아서 하셨을까요, 예?

 

음, 그러니까 장이 부어 있으니까

 

억지로 닫으면 조직 괴사 우려가 있다

 

뭐, 그런 말씀이시네요

 

- 예, 잘 아시네요 - [수간호사] 그렇게 잘 아시면

 

최초 응급 수술은 보호자 없이 할 수 있어도

 

재수술은 병원 방침상

 

보호자 동의 없이는 안 되는 것도 아시겠네요?

 

그래서 여기 있는 이 무연고 환자는

 

이제 더 이상 이 배를 다시 닫을 수도 없다는 것도 아시겠네요

 

보호자가 나타나겠죠

 

제가 이 환자에 대해서 아는 거는 이름이 김영식이라는 것뿐이에요

 

공사판에 일용직으로 나왔다가 4층에서 추락했는데

 

중국 동포인 것 같대요

 

뭐, 미리 수소문을 해봤지만

 

아무도 보호자라고 나서지를 않네요

 

공사장 측에서도 어제 일 처음 나온 사람이라고

 

시치미를 딱 떼고요

 

자, 이제 어떻게 하시겠어요?

 

아, 거참, 이상하네

 

내가 그랬어요?

 

아, 내가 4층에서 밀었냐고

 

그리고, 내가 수술했어요?

 

왜 자꾸 나한테 그래? 짜증 나게, 진짜

 

[쯧 입소리]

 

원무과에 연락했어요?

 

무연고 환자면 빨리 시설로 보내야 되잖아요

 

지금 이 상태로요?

 

아이고, 다른 선생님들이 전부 김 쌤처럼

 

저희 업무에 협조적이면 얼마나 좋아요, 그쵸?

 

[쩝 입소리] 그쵸? 그쵸, 카

 

- 대화가 통하시네, 김 쌤은 - [탁 - 볼펜]

 

아니, 돈도 안 되는 환자를 끼고 있으면 어쩌자는 거냐고요

 

병원은 땅 파서 장사하나? 그렇잖아요

 

와, 역시 김 쌤은 비즈니스 마인드가 있으신 것 같아

 

- 틀림없이 성공하실 거야 - [태현/웃음]

 

근데 이거 언제 될까요?

 

뭐, 오늘 신고 접수하면 내일이나 모레쯤

 

아유, 이거 오늘 어떻게 안 될까요? 급행으로

 

급행으로?

 

아니, 그러면 저희도 얼마나 좋겠어요

 

아니, 중환자실 하루 입원비가 얼마예요?

 

- 아시잖아 - [톡톡톡 - 볼펜]

 

과장님

 

경찰에서 오셨는데요

 

실례합니다, 서울 경찰청 광역 수사대에서 왔는데요

 

[긴장감 도는 음악]

 

[이 형사] 니가 뭔 죄가 있겠어?

 

- [사이렌 소리] - 내가 정상참작 해줄게

 

너 기껏해야 의료법 위반이야

 

집행유예, 알지?

 

[과장] 아니, 무슨…

 

다름이 아니고요

 

이 메스에 대해서 몇 가지 물어볼 게 있어서 왔는데요

 

[과장] 메스라니요?

 

- [심전도계 경고음] - [삑삑 - 조작음]

 

- 빨리 주치의 콜해 - [간호사] 네

 

그러니까 범죄 용의자가 사용한 이 메스가

 

우리 병원에서 사용한 것이다 이 말씀이시죠?

 

그렇죠

 

김 쌤

 

- 이럴 땐 어떻게 해야 되는 거죠? - 예?

 

이거 김 쌤이 쓰시던 메스잖아요

 

농담이에요, 농담 뭘 그렇게 놀라시고 [웃음]

 

이거 보시죠, 형사님

 

아니, 세상에 병원 안에 메스가 몇 개나 있는지 아십니까? 그리고

 

이거하고 같은 메스를 써본 의사, 간호사

 

소독실, 하다못해 청소부까지

 

그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생각을 해보시죠

 

재미있으신가 보네

 

아무튼 이 메스에는 일련번호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메스가 이 병원에 납품돼서

 

병원 밖으로 반출된 것은 분명합니다

 

이 메스를 만진 사람이 천 명이건 만 명이건 상관없습니다, 난

 

그 경위를 알아야겠습니다

 

수색영장 받아올까요? 아니면

 

그냥 비품 관리대장 보여주실랍니까?

 

[휴대전화 벨 소리]

 

예, 김태현입니다

 

김영식 환자가요? 알겠습니다

 

저,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 김영식 환자 어레스트 왔대요

 

[과장] 아이고, 빨리 가보셔

 

저분도 외과 의사예요?

 

 

[심전도계 비프음]

 

너 지금 어디 갔다 오는 거야?

 

- 원무과 - 뭐?

 

원무과?

 

너 설마 이 환자 트랜스퍼 신청하러?

 

- [태현] 응 - 이 더러운 새끼

 

[의사] 의국장님, 고정하십시오

 

너 같은 놈은 구제 불능이야

 

그래

 

나 원래 이런 놈이야

 

- 이 새끼 - 그래서 어쩌라고?

 

- 니가 그러고도 의사냐? - 뭐?

 

니가 진짜 외과 의사냐고, 인마

 

- 지금 말 다… - 한 마디만 더 해봐

 

너 3년 차고 뭐고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짤라버릴 테니까

 

야, 김영식 환자 니가 맡아

 

저요? 아…

 

뭐라 씨부리는 거야, 씨

 

내가 의사가 아니면?

 

수고해라, 나 간다

 

아, 진짜요? 진짜 가시려고요?

 

너 의국장님 말씀 못 들었니?

 

이제 니 환자야

 

[의사] 저기요, 형! 아, 형!

 

아이, 씨

 

[과장] 누군지 모르겠어요

 

어디 아프신 데는 없어요? 여기 잠깐 기다리시면

 

이호준 과장님이시라고 외과 과장님 나오십니다

 

- [이 형사] 아, 예 - [과장/웃음]

 

[과장] 왜 이렇게 안 오시는지 하하하

 

아이, 아이고, 이 과장님 잠깐 이쪽으로

 

아, 이쪽이 이호준 외과 과장이십니다

 

- 예, 이쪽은 저… - 안녕하십니까

 

- 서울 경찰청 이 형사입니다 - [과장] 아…

 

메스에 대해서 간단하게 물어볼 말씀이 있으시다고

 

씁, 뭐지? 왜 이 과장님이…

 

- [이 형사] 예, 그러시죠 - [과장] 가시죠 [웃음]

 

아, 이쪽 이쪽 가시죠 [웃음]

 

아이

 

메스?

 

[태현/기침]

 

- [과장] 어, 김 쌤! - [태현] 예

 

김영식 환자 어떻게 됐어요?

 

아, 다행히 다시 돌아왔어요

 

아이고, 다행은 다행이다, 그쵸? 쯧

 

형사들은요? 골치 아플 것 같던데

 

골치라뇨, 그럴 리가 있겠어요? 외과로 넘겨버렸지

 

아, 외과요?

 

이 과장님이요

 

아니 관리대장을 보니까

 

그 메스 폐기할 당시에 외과 과장님이

 

12층에 이호준 과장님이시더라고

 

그래서 토스했죠, 뭐 [웃음]

 

'받아라'

 

- [태현] 아, 잘하셨네요 - 잘했죠? 그쵸? 그쵸?

 

'받아라, 나는 모른다' [웃음]

 

사실 그 메스 수입 회사 대표가 내 후배인 건 사실이지만

 

병원에서 구입하는 과정에

 

무슨 리베이트나 그런 건 전혀 없었습니다

 

저희가 찾아온 이유는 그런 거 아닙니다

 

그런 게 아니시라면?

 

[이 형사] 그 당시 새로 구입하신 그 메스가 아니라

 

그 때문에 폐기시킨

 

그 폐기시킨 메스에 대해서 궁금한 게 있어서요

 

무슨 일로 그러세요, 선생님? 도와드릴까요?

 

아, 예, 그…

 

1227호 환자 어떠신가 해서요

 

- 많이 좋아지셨어요 - 아, 예, 다행이네요

 

[간호사] 궁금하시면 들어가 보시든가요

 

- [태현] 아, 예 - [휴대전화 알림음]

 

[긴장감 도는 음악]

 

[태현] 아, 응급 예약 도와드릴까요?

 

아니에요, 상관 마세요

 

[호준] 아, 진작에 그렇게 말씀하시죠

 

저희가 수술용 기구들을 폐기하게 되면 대부분

 

학교에 실습용으로 기증을 하거나 아니면 폐기업자에게 넘깁니다

 

하지만 수술 기구 자체는 바이오 해자드가 아니라서

 

바이오 헤드… 자 아니, 뭐요?

 

아, 생물학적으로 오염된 물질을 의미하죠

 

어쨌든 잘 소독된 수술 기구는 위험 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고철로 넘겨지곤 합니다

 

[이 형사] 고철이요?

 

그런데 이 경우는…

 

[씁 입소리]

 

[작게 중얼거린다]

 

1000315, 1000315

 

[어두운 음악]

 

보자

 

고철 처리 됐네요

 

'고철 처리'라면은…

 

뭐, 고물상이죠

 

근데 그건 왜 찾으시는데요?

 

[형사] 애시당초 메스로 용팔이를 추적한다는 거 자체가 무리였어요

 

[이 형사] 고철로 엿을 바꿔 먹던 학교에 기증을 했던

 

어디선가 용팔이한테 샜을 거 아니야

 

아이고, 선배님

 

그게 얼마나 억지인지 선배님도 잘 아시죠?

 

이 단서는 여기가 인제 끝입니다 예? 쫑 났다고요

 

아무래도 너무 이상하지 않냐?

 

잡혀봐야 기껏 6개월 먹을 텐데

 

굳이 한강 다리 위해서 목숨까지 걸고 뛴다면…

 

혹시…

 

- 진짜 의사? - 예?

 

[이 형사] 그렇잖아 아니, 진짜 의사라면은

 

목숨만큼 소중한 의사 면허가 날아가는 거니까

 

[형사/웃음] 아이, 참

 

아이고, 의사는 뭐 개나 소나 아무나 돼?

 

- [작은 목소리로] 죄송합니다 - [형사, 이 형사/웃음]

 

그치?

 

- 말도 안 되지? - [형사] 아, 안 되죠, 아이

 

[태현] 아,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선생님

 

- 네 - 그…

 

무슨 일인지 말씀을 해주셔야 제가 뭘 잘못했는지…

 

그걸 몰라서 그러세요?

 

예, 모르겠는데요

 

[수간호사] 남들이 돈벌레니 수전노니 하면서

 

김태현 선생을 비웃어도

 

나만은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김태현 선생이 더 잘 알 거예요

 

그동안 김태현 선생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리고 어떻게 어머니를 잃었는지

 

내가 아니까요

 

[사이렌 소리]

 

[긴장감 도는 음악]

 

[구급 요원] 공사장 발파 사고 환자입니다

 

현장에서 멘탈은 희미하게 있었고요

 

근데 후송 중에 어레스트가 왔습니다

 

- 그래서 지금 상황은요? - 심폐는 계속했는데 아직…

 

- 얼마나 하셨는데요? - 한 10분, 15분?

 

아이씨, 그럼 운명하신 거네 그쵸?

 

그건 뭐, 선생님이 알아서 판단하실…

 

그럼 어떻게… 사망 선고 해 드려요?

 

- 아, 그걸 왜 저한테… - 아, 하긴

 

2012년 6월 17일 8시 42분

 

사망 확인됐습니다

 

[여자] 아이고, 현이 엄마 아이고, 어떡해, 아이고 [울음]

 

[의사] 저, 저, 진정 좀 하시고요

 

선생님, 제발 살려주세요 우리 현이 엄마 좀 살려주세요

 

지금 저희가 뭐 해드릴 수 있는 건 없고요

 

저기요, 우리 현이 엄마 아들 좀 불러주세요

 

네? 부탁입니다

 

아니, 환자 아드님은

 

보호자분이 부르셔야죠 왜 저희가…

 

아니, 현이 엄마 아들이 이 병원 의사예요, 좀 불러주세요

 

- 우리 병원 의사요? - [여자] 예

 

[긴박한 음악]

 

야, 빨리 옮겨, 뭐 해! 씨

 

야, 어레스트야, 어레스트 EKG 준비해

 

- [남자] 이쪽으로! - [의사] 야, 시간 없어, 빨리!

 

자, 자, 조심 자, 하나, 둘, 셋

 

야, 에피네프린!

 

[의사] 똑바로 못 하지, 응?

 

씁, 아, 나 이 병아리 새끼들을 어떻게 하지, 이거, 어?

 

[휴대전화 벨 소리]

 

[의사] 여보세요?

 

예?

 

야, 김태현

 

- [긴박한 음악] - 예?

 

저희 엄마가 여기…

 

느그 엄마

 

살았다, 빨리 수술실로 가봐

 

- [어두운 음악] - 감사합니다

 

[태현/울먹이며] 엄마, 엄마 엄마, 진짜 어쩌다 그랬어?

 

[태현 모] 엄마, 괜찮아

 

엄마, 괜찮아

 

비켜요,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요

 

자네가 아들이라며

 

예, 교수님 저희 엄마 좀 살려주십시오

 

[교수] 허허 어머니가 운이 좋으시구만

 

내가 마침 병원 안에 있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 CT 봤어

 

감사합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일동] 예

 

[교수] 뭐야? 아, 왜들 저래?

 

뭐라고? 진짜?

 

그럼 말이야 여기 펠로우 강 선생 빨리 보내줘

 

아, 이보게 지금 응급 환자가 생겨서

 

내가 다른 선생을 보낼게, 이리로

 

[감성적인 음악]

 

[태현] 교수님 그냥 가시면 어떡해요?

 

저희 엄마는 어떡하고요?

 

교수님!

 

큰일 났어요

 

지금 수술하실 수 있는 선생님이 한 분도 안 계세요

 

[의사1] 아이고, 씨

 

야, 안 되겠어 더 이상 못 버텨

 

야, 니가 개복해

 

[의사2] 예? 제가요?

 

아니, 그래도 아무 교수님이라도 오셔야지, 제가 어떻게…

 

[의사1] 야, 그 인간들 절대 안 와

 

보통 VIP가 아니야, 초초 VVIP래

 

지금 병원 수술 스케줄 전부 취소됐어

 

스탭들은 물론이고 펠로우까지 모조리 차출이고

 

아이, 어떻게 할 거야?

 

- 태현아 - 어떡해요?

 

[의사1] 아, 뭘 어떡해? 시간 없다니까

 

한 번 어레스트 났는데 또 나면 이번엔 정말 끝장이야

 

[삐삐 - 경고음]

 

어레스트다

 

[흐느끼며] 엄마, 엄마

 

엄마!

 

[계속되는 태현의 흐느낌] 엄마

 

[매미 소리]

 

[수간호사] 지금 내 말 듣고 있는 거예요?

 

관두세요

 

[태현] 그래서요?

 

그래서라니요?

 

나는 최소한 그런 일을 겪은 김태현 선생이

 

김영식 환자 같은 사람을 외면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거꾸로 생각하셨네요

 

그런 일을 겪지 않았으면

 

저도 저들처럼 의사니 서전이니

 

같잖은 휴머니즘을 들먹이며

 

김영식 환자 곁에 붙어 있었겠죠

 

네?

 

근데 어떡하죠?

 

그런 건 환자를 살리는 데 아무 도움도 안 된다는 걸

 

난 너무 일찍 깨달아 버렸는데?

 

병원이란 말이에요 자선 사업 하는 곳이 아니에요

 

제 어머니가…

 

제 어머니가 죽은 건

 

제가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김영식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길도 보호자가 나타나는 것뿐이에요

 

[감성적인 음악]

 

돈을 아주 많이 가지고

 

왜요?

 

- 제 말이 틀렸어요? - 아니요

 

환자를 살리는 건 결국 의사예요

 

돈이니 보호자니 하는 건 비겁한 변명이에요

 

김태현 선생이 환자를 살릴 의지만 있다면

 

방법은 분명히 있을 거예요

 

수간호사님

 

아직도 그런 나이브한 생각을 가지고 계세요?

 

정말로 김영식 환자 살릴 수 있는 방법이 뭔지 말해드려요?

 

지금이라도 빨리 김영식 환자 트랜스퍼 시키는 거예요

 

아니면 가망이 없어요

 

네?

 

원무과에 가기 전에 진단 검사실에 들렀어요

 

후배한테 억지 부탁으로 고속 세균 배양 검사를 했는데

 

원래 이것도 의료보험 없으면 안 해주는 항목이에요, 아시죠?

 

아무튼 결과는 예상대로 감염이에요

 

그런 얘기를 왜 진작…

 

[태현] 이런 얘기를 누구한테 합니까?

 

지금은 4세대건 퀴놀론계건

 

있는 대로 항생제를 쏟아부어야 할 시기예요

 

근데 김영식 환자한텐 이미 전산상으로는 불가능한 오더죠

 

빨리 국립 시설로 보내서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하는 거

 

그게 김영식 환자 살릴 수 있는 길이에요

 

그래서 원무과로 갔던 거고요

 

지금 바랄 수 있는 건

 

김영식 환자가 하루라도 빨리 트랜스퍼 되는 거고

 

그때까지 살아서 버텨주는 것뿐이에요

 

지금 주고 있는

 

그 100원짜리 항생제로

 

[의사] 하

 

오, 맛있겠다

 

 

형, 방금 12층에서 호출 왔어요 이 과장님 방으로 오시라고

 

이 과장님이? 왜?

 

- 부르셨습니까? - 응

 

거기 그렇게 서 있지 말고 이쪽으로 와서 편히 앉게

 

- 김태현 선생 - 예

 

차도 한잔하겠나? 용팔이

 

[긴장감 도는 음악]

 

왜? 뭐 잘못됐나?

 

 

팔이

 

살려주십시오, 과장님

 

역시 딱 예상했던 대로야

 

난 자네의 이런 태도

 

그러니까 삶을 대하는 순수한 태도랄까

 

어쨌든 참 좋아 아주 솔직하고 분명하며

 

또 간결하잖아

 

그 시건방진 태도에서부터 무릎을 꿇는 데까지

 

단 1초도 안 걸렸어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과장님

 

자, 이제 어떻게 할까?

 

내가 그 메스를 보고 어떻게 자네가 용팔이라는 걸 알았는지

 

설명해야 하나?

 

- 아닙니다 - 그럼?

 

이제 경찰을 불러서 자네를 넘기겠다고 협박을 해야 하나?

 

[태현] 아닙니다, 과장님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그냥

 

원하시는 걸 말씀만 하시면 됩니다, 과장님

 

왜?

 

내가 너한테 뭐 원하는 게 있을 것 같아?

 

그게 아니시라면

 

이미 절 경찰에 넘기셨을 테니까요

 

건방진 새끼

 

[태현] 죄송합니다

 

내가 원하는 건 원할 때 얘기할 거야, 이 새끼야

 

알겠어?

 

예, 알겠습니다, 과장님

 

[계속되는 호준의 웃음]

 

[어두운 음악]

 

[전화 연결음]

 

네, 원장님, 접니다

 

오늘 저녁에 시간이 어떠신가 해서요

 

아까 말씀드린 그 친구 면접 좀 봐주셨으면 해서요

 

예, 딱 저희가 찾던 인물이죠

 

- [미스터리한 음악] - [심전도계 비프음]

 

[간호사/흥얼거림]

 

[간호사] 자, 어때? 맘에 들어?

 

[호준] 아주 뻔뻔한 놈입니다

 

별명이 돈벌레일 정도로 아주 타산적이고

 

너무나 이기적인 놈이죠

 

제법 머리도 잘 돌아가는 것 같고요

 

그래서 더 믿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만

 

[병원장] 쩝, 아…

 

소문 들어 알고 있어

 

그래도 실력은 있다며?

 

[호준] 예, 조폭 왕진을 많이 다니다 보니

 

외상 수술에 손재주가 좀 생긴 것 같습니다

 

아니, 어쩌다가 그런 일을 다 하게 됐어?

 

응?

 

저… 돈이 필요해서

 

아, 이 사람아 돈이야 누구나 다 필요하지

 

근데 그런다고 의사가 다

 

조폭 왕진이나 다니고 그러진 않잖아

 

[어두운 음악]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살려만 주십시오

 

[태현의 다급한 숨소리]

 

어떻게 살려줄까?

 

시키시는 건 뭐든지 하겠습니다 시켜만 주십시오

 

[병원장] 그래? 진짜 뭐든지?

 

뭐든지 시켜만 주십시오 견마지로를 다 하겠습니다

 

'견마지로'?

 

이 친구 재밌네, 응?

 

정말입니다, 원장님

 

살려만 주십시오 뭐든지 하겠습니다

 

뭐든지라

 

근데 어떡하지? 내가 시키는 일을 하려면은

 

조폭 왕진 알바 같은 건 못할 텐데

 

예, 물론입니다, 제가 어떻게 감히

 

[병원장] 그리고 또 보자

 

어, 이젠

 

수술장에서 메스 잡기는 힘들 텐데

 

괜찮겠어?

 

예, 상관없습니다 살려만 주십시오

 

이 친구는 서전의 자부심이라는 건

 

뭐, 그런 건 아예 없는 친구니까요

 

[병원장] 그래? 그럼 다행이군

 

그럼 난 일단 마음에 드네

 

나머지는 이 과정이 알아서 해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병원장] 자, 이 과장, 축하하네

 

[호준] 감사합니다

 

[병원장] 아, 야, 오늘은 이 돌게가 싱싱하구만, 응?

 

[웃음]

 

아, 자네도 한잔하지

 

 

[쪼르륵 - 술]

 

[태현] 감사합니다

 

[병원장/웃음]

 

[헛웃음] 새끼, 운도 좋아요

 

너 레지 끝나고 전문의 따면 뭐 하려고 했냐?

 

쩝, 글쎄요

 

아직 생각은 못 해봤지만 그냥 적당한 데 페이 닥터로…

 

페이 닥터는 개뿔

 

조폭 왕진이나 다녔겠지

 

너 내일부터 12층으로 출근해

 

- [긴장감 도는 음악] - 네?

 

[호준] 넌 앞으로 우리 병원에서 펠로우를 하게 될 거야

 

그다음엔 스탭도 할 거고

 

그리고 아마 최연소 과장 계급 정도 달게 되겠지

 

예?

 

나처럼

 

자, 가시죠

 

[병원장] 그리고 또 보자

 

어, 이젠

 

수술장에서 메스 잡기는 힘들 텐데

 

괜찮겠어?

 

예, 상관없습니다 살려만 주십시오

 

이 친구는 서전의 자부심이라는 건

 

뭐, 그런 건 아예 없는 친구니까요

 

[한숨]

 

아휴

 

[휴대전화 연결음]

 

음, 오빠야

 

몸은 어때?

 

어, 그래? 다행이네

 

아, 술?

 

쩝, 조금 [한숨]

 

아, 그 정도는 아니고

 

쩝, 아, 그나저나

 

오빠 승진했다, 12층으로

 

[감성적인 음악]

 

야, 이 자식아

 

6층에서 12층 올라간 거면 엄청 출세한 거지

 

무식한 놈

 

오빠 이제 수술 같은 거 안 해도 돼

 

12층 경우는 최고 VIP 고객들만 상대하지

 

응, 12층에서는 환자라고 안 해

 

고객님이지

 

[태현] 쩝, 응

 

여보세요?

 

예? 어레스트요?

 

- [긴박한 음악] - 금방 가겠습니다

 

[의사] 하나, 둘, 셋, 넷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 돌아왔어요

 

[의사의 안심한 숨소리]

 

뭐야? 어떻게 된 거야?

 

보시면 모르시겠어요? 어레스트잖아요

 

오늘 저녁만 벌써 두 번째예요 오늘 밤 못 넘길 것 같아요

 

이번에 어레스트 오면 진짜 끝인데

 

[태현] 끝, 어레스트

 

[의사] 그 인간들 절대 안 와 보통 VIP가 아니야

 

초초 VVIP래

 

어떡해요?

 

아이, 뭘 어떡해? 시간 없다니까

 

한 번 어레스트 났는데 또 나면 이번엔 정말 끝장이야

 

[흐느끼며] 엄마, 엄마

 

엄마!

 

엄마

 

[태현] 그래, 하자, 마지막 수술

 

[의사] 아이, 씨, 내일 신 과장님

 

휘플 수술 어시스트도 들어가야 되는데

 

아이, 잠도 못 자고

 

여기 내가 봐줄게 너 올라가서 쉬어

 

- 예? - 너 올라가서 쉬라고

 

- 여기 내가 있을 테니까 - 진짜요?

 

왜요?

 

- 왜, 싫어? - 아니요

 

그런 게 아니라 좀 이상해서

 

아, 형, 술 드셨구나?

 

됐어, 간다

 

아유, 형님, 왜 그러세요

 

형님이 진짜 이렇게 오랜만에 저한테 호의를 베푸시는 건데

 

제가 어찌 감히

 

그럼 수고하십시오, 형님

 

[심전도계 비프음]

 

[긴박한 음악]

 

[수간호사]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지금 김영식 환자 엑스레이 한번 찍어보려고요

 

네? 엑스레이요?

 

아니, 무슨 뜬금없이 엑스레이예요, 이 밤에?

 

그리고 정 필요하시면 여기 씨암도 있어요

 

아니요, 그 씨암으로는 안 돼요

 

엑스레이실로 가야 돼요

 

지금 장난하세요? 못 가요

 

- 이게 지금 무슨 짓이에요? - 수간호사님

 

이 환자 정말로 살리고 싶어요?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세요?

 

그럼 이 환자 지금 당장

 

엑스레이 찍어야 합니다

 

김영식 환자는요 복강 구획 증후군이에요

 

그, 출혈이 심해서 복강 부피가 증가하니까

 

복압이 심해서 그, 심장을 압박하는 거라고요

 

따라서 지금 출혈 부위를 봉합하고 괴사 부위를 절제해야 한다

 

그럼 이 환자한테 제일 필요한 건 뭐죠?

 

- 그건 당근 수술… - [손가락을 튕기며] 맞아요

 

엑스레이요

 

자, 그러니까 이 환자의 출혈을 제거해서 복압을 낮추고

 

괴사 부위를 제거하려면 지금 빨리 뭘 해야 한다고요?

 

- 그러니까 빨리 수술… - 아니요, 아니죠

 

우리 병원 방침상

 

치료비를 회수할 수 없는 무연고 환자에겐

 

수술을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주치의 판단에 따라 무료로 해줄 수 있는 거

 

뭐죠?

 

지금 빨리

 

엑스레이뿐이에요

 

아, 그러니까 빨리…

 

엄마, 그래, 어, 그러네요

 

그럼 빨리 그, 엑스레이를 찍어야겠네요

 

예, 맞아요, 엑스레이요

 

그럼 혼자서 지금 그, 그 위험한 수, 아니

 

- 엑스레이를? - 예, 시간이 없어요

 

[긴장감 도는 음악]

 

내리세요, 다쳐요

 

이런 엑스레이는 절대 혼자 못 찍어요

 

[긴장감 넘치는 음악]

 

[계속되는 모니터 비프음]

 

[간호사의 놀란 숨소리]

 

아니, 아니

 

[미스터리한 음악]

 

[간호사의 놀란 신음]

 

아, 아가씨

 

아가씨

 

[간호사] 안 돼요 [놀란 신음]

 

가까이 오지 마

 

[긴박한 음악]

 


.용팔이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