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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팔이 4

 

자, 인사해

 

 

[호준] 이분은…

 

안녕하십니까 저는 레지던트 김태현이라고…

 

[의미심장한 음악]

 

[떨리는 숨소리]

 

[태현/독백] 그 여자다

 

[호준의 코웃음]

 

이분은 잠자는 숲속의 공주

 

- 이, 이게 어떻게 된… - 자…

 

니가 본 대로 진단을 내려봐 의사로서

 

"한여진"

 

이건…

 

- PVS - 빙고

 

퍼시스턴트 베저테이티브 스테이트

 

식물인간이지

 

잠자는 숲속의 공주 한여진

 

한 회장의 이복동생

 

우리 한신그룹의 대주주

 

연 매출 27조 6천억

 

한신그룹의 진정한 주인

 

그래서 절대 죽어서는 안 되는

 

아니,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죽을 수 없는 인물

 

이래 봬도 밖에서는

 

그룹 사장단을 비롯한 핵심 인사 결정

 

신사업 진출이나 투자 결정 같은

 

중요한 결재도 다 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

 

그러니까 이 방의 키를 쥔 자가

 

바로 한신그룹의 주인이 되는 거지

 

 

굳이 저한테 그런 말씀까지 안 하셔도…

 

왜?

 

한신그룹의 최종 의사 결정권자가

 

실은 식물인간이라는 사실을 숨기는 공범이 되는 게 불안해?

 

아니요

 

저는 저와 상관없는 일이면 굳이 알고 싶어하지 않아서

 

아니

 

그건 아니지

 

- [긴장되는 음악] - 이미 늦었어

 

넌 이미 범인의 얼굴을 봤어

 

목격자가 된 거지

 

이젠 눈을 감아도 소용없어

 

이게 바로 니가 원하는 최종 면접의 핵심이야

 

이 치명적인 비밀의 범죄 현장을 목격하게 하는 것

 

그리고 그나마 아직은 내가 막아주려 했던 것

 

[호준의 낮은 웃음]

 

왜?

 

이 안에 꿀단지라도 있는 줄 알았냐?

 

똥팔아, 미안하지만

 

넌 불을 보고 달려든 나방이야

 

나방!

 

[태현/독백] 분명 코마가 아니었어

 

[태현] 근데 대주주라면

 

어떻게 여동생이 오빠보다 서열이…

 

모계 상속

 

여기 여진의 엄마가 원래 한신그룹의 무남독녀였고

 

지금 회장인 오빠 도준은

 

아버지 한 회장이 재혼할 때 데리고 온 아들이었으니까

 

따라서 적통은 여기 이 한여진인 거지

 

그럼 회장님은 지금 저분이 코마인 덕분에…

 

[호준] 그렇지 식물인간만 아니었다면

 

여기 이 한여진이 당연히 그룹 회장이 됐을 테니까

 

아아…

 

[태현/독백] 그래, 억지로 재운 거다

 

뭐, 더 궁금한 거 있어?

 

아니요, 없습니다

 

아까 제한 구역 들어올 때 끄덕거리던 CCTV 카메라 봤지?

 

- 예 - 너에 대한 최종 면접은

 

그 카메라 너머에서 이미 끝났어

 

그리고 그 면접은 그 자체가

 

이미 너에 대한 최종 결정인 셈이지

 

다시는 번복할 수 없는…

 

그럼 이제 여기서 본 것이나 들은 걸

 

밖에서 한 마디라도 뻥끗하면

 

- [비밀스러운 음악] - 너나 니 동생이 어떻게 될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지?

 

눈깔에 힘 풀어, 이 새끼야

 

아…

 

김태현

 

나도 니가 여기까지 들어오게 되길 바라진 않았어

 

그리고 넌 니 발로

 

이 비밀의 이너 서클 안으로 걸어 들어온 거야

 

하지만 이제 니 마음대로 걸어 나갈 순 없어

 

살아서는…

 

[여진/독백] 김태현?

 

"VIP 병동"

 

[호준] 조심해

 

지금부터 저들이

 

너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볼 테니까

 

[날카로운 효과음]

 

[묵직한 효과음]

 

[민희] 어떻게 됐어요?

 

- [호준] 왜, 뭐? - 여기 김 선생님은…

 

- 이 친구가 왜? - 영애님 방 통과되셨냐고요

 

그럼 통과됐지

 

[민희] 네? 정말요?

 

어머, 축하드려요, 김 선생님

 

[간호사] 축하드려요, 과장님

 

나? 난 왜?

 

아, 왜라니요 그동안 영애님 때문에

 

과장님이랑 황 간호사님이랑 얼마나 고생하셨어요?

 

그동안 남들 다 가는 휴가도 제대로 못 가셨잖아요

 

아, 그랬지

 

그래요, 우리 자축합시다

 

황 선생, 이쪽으로 와요 인사 좀 하게

 

자, 이쪽은 영애님 전담하는 황현숙 간호사 선생이야

 

안녕하세요

 

 

- [비밀스러운 음악] - [태현/독백] 그럼 당신도

 

공범인가요?

 

[현숙/독백] 당연하지 바로 너처럼

 

[휴대전화 진동음]

 

예, 여보세요?

 

이식 센터요?

 

소현이 등급이 올라가요?

 

상태가 안 좋아졌나요?

 

[코디네이터] 아니요 그런 건 아니고요

 

아무튼 운이 좋으세요 정말 축하드려요

 

아, 아, 정말요?

 

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코디네이터] 저한테 고마워하실 필요는 없고요

 

원장님한테 감사하다고 하세요

 

원장님이요?

 

[의미심장한 음악]

 

예, 알겠습니다

 

왜 이래, 이 친구?

 

열심히 하겠습니다, 과장님

 

넌 오늘 하루가 너무 길었겠다

 

그만 들어가 쉬어

 

[옅은 한숨]

 

[탁 - 전등]

 

[긴장되는 음악]

 

[채영] 한 대 줄까?

 

저기요

 

아니, 고객님

 

병원에서 담배 피우시면 안 됩니다

 

그리고 주인 없는 방에 이렇게 들어오시면 안 되고요

 

뭐? 주인?

 

아… 그 신삥이구나

 

귀엽네

 

병원에서 금연이라고요

 

그래?

 

[혼잣말로] 그럼 이 재떨이 뭐야?

 

[톡 - 재떨이]

 

아…

 

그러네요, 재떨이네요

 

아, 죄송합니다 제가 여기 처음 온 신삥이라

 

이 방이 고객님들 흡연실인 줄은 몰랐네요

 

죄송합니다

 

아유, 뭘, 이딴 걸 그렇게 자조하고

 

그러지 마, 까칠하게, 남자가

 

아…

 

확실히 야경은 이 방이 제일 좋아

 

[태현] 그럼 천천히 피우다 가십시오

 

[채영] 어떻게…

 

한 대 줘?

 

열 좀 받은 거 같은데

 

[쏴아 - 분수]

 

- [태현이 흥얼거린다] -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여보시오?

 

오빠야, 뭐 해?

 

어, 그냥 뭐, 집에 있지, 뭐

 

너 내일 투석하는 날인 거 알고 있지?

 

알아

 

제시간에 안 오면 진짜 죽는다

 

진짜? 나 그렇게 위독해진 거야?

 

뭐?

 

- 치, 까불고 있어, 진짜, 쯧 - [부드러운 음악]

 

밥은? 오빠가 맛난 거 사줄까?

 

됐어, 환자가 무슨 맛있는 거야

 

[태현] 야, 오빠 의사야

 

니 몸에 의학적으로 좋으면서

 

맛있는 걸 사주겠다고, 인마

 

됐어

 

그런 거는 다 비싸, 돈 아껴

 

치이…

 

아휴, 오빠 출세했다니까

 

[태현 부] 니 오빠냐?

 

[소현] 네, 오빠예요

 

뭐야, 집에 왔어?

 

거, 뉘 집 자식인지 얼굴 까먹겠다고 얘기 좀 해라

 

[작게] 오빠, 잠깐만

 

[탁 - 젓가락]

 

응, 오빠, 방에서 나왔어

 

야, 집에 있지 말고 빨리 나와

 

아, 오빠, 그러지 좀 마

 

아빠도 오랜만에 들어오신 거잖아

 

오랜만이고 나발이고 빨리 나오라고!

 

[소현] 아빠도 많이 달라졌어

 

지방에서 일 다니신데

 

생활비도 내놓더라

 

생활비?

 

내가 언제 너한테 생활비 안 준 적 있어?

 

[소현] 그런 말이 아니잖아

 

지금 저녁 드시는데 오빠도 집에 올래?

 

내가 찌개 맛있게 끓였는데

 

끊어

 

[쏴아 - 분수]

 

- [탁!] - 에이, 씨!

 

- [시끌벅적한 소리] - [감성적인 음악]

 

[호준] 이게 바로 니가 원하는 최종 면접의 핵심이야

 

이 치명적인 비밀의 범죄 현장을 목격하게 하는 것

 

하지만 이제 니 마음대로 걸어 나갈 수는 없어

 

살아서는…

 

왜?

 

이 안에 꿀단지라도 있는 줄 알았냐?

 

미안하지만

 

넌 불을 보고 달려든 나방이야

 

아…

 

응? 이모, 여기 소주 한 병 더요

 

잔도 하나 더 주시고요

 

[탁 - 술병]

 

우리 신삥 닥을 이런 데서 다 만나네?

 

[태현] 저기요, 고객님

 

내가 그렇게 만만하게 보입니까, 예?

 

남자가 필요하면 그냥 호스트바를 가세요

 

호스트바?

 

어머머, 나 그런 데 안 가요

 

에이, 안 가긴 뭘 안 가 딱 그쪽으로 보이는구먼

 

[달그락 - 젓가락]

 

어머나

 

아닌데

 

근데

 

그게 진짜 이렇게 보여?

 

예, 잘 보여요, 예

 

빨리 술이나 주세요

 

[탁 - 젓가락]

 

- [채영] 짠! - [탁 - 술잔]

 

[뒤척이는 호흡]

 

- [휴대전화 진동음] - [태현] 아이, 씨!

 

[졸린 호흡]

 

여보세요

 

예, 과장님!

 

- 예, 금방 가겠습니다 - [통화 종료음]

 

아, 씨

 

[태현] 아… 첫 번째 환자는 35세…

 

[호준] 어허, '고객님'

 

[태현] 예

 

[여자] 아… 아우

 

으휴…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밤새 편히 주무셨습니까, 사모님

 

[웃으며] 네 아주 좋았어요, 과장님

 

[채영의 웃음]

 

근데 옆에 있는 핸섬한 닥은 누구?

 

아, 예, 12층에 새로 온 김태현 선생이라고 합니다

 

인사드려, 회장님 사모님이셔

 

저, 회장님 사모님이면 어느 회사…

 

어디긴 어디야, 하, 이 친구

 

우리 회장님 사모님이시지

 

예?

 

반가워요

 

- 앞으로 잘 부탁해요 - [밝은 음악]

 

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흥미로운 음악]

 

[태현] 다음은 오늘 ICU에서 올라온 환자입니다

 

그, 나이는 23세

 

- 복부 자상과… - [호준] 됐어

 

어제 니가 데려온 애 말이지?

 

 

[호준] 자… 환자분 좀 어떠세요?

 

아무래도 정신과 쪽에 상담을 해보는 게…

 

돌았어? 정신과?

 

아예 동네방네 소문을 내지 그러냐?

 

그래도

 

포스트 트라우마틱 스트레스가 상당한 거 같습니다

 

어허, 이 친구 왜 이래?

 

그럼 당사자한테 직접 물어봐

 

'아가씨, 정신과의사 불러줄까?'

 

'아니면 차라리 기자라도 불러줄까?'

 

'합의금 다 토해내고'

 

지금 자네가 하는 말이 이 환자를 위해주는 게 아니야

 

아가씨, 마음 편하게 먹고 푹 쉬어요

 

아무 걱정 말고 우리가 잘 돌봐줄게요

 

뭐 불편한 게 있다든지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뭐든지 말하고

 

알았죠?

 

그리고 아가씨 이렇게 누워만 있으면 안 돼요

 

자꾸 움직이고 운동을 해야 상처가 빨리 아물어요

 

[세윤] 아이고

 

[호준] 아이고, 좀 어떠십니까? 잠은 잘 주무셨고요?

 

[세윤] 아주 잘 잤습니다 박사님 덕분이죠

 

뭐 딴 데 불편한 데 없으시고?

 

뭐, 불편할 게 있겠습니까?

 

- 자, 볼까요? - [세윤] 아, 네

 

저 주세요

 

[TV에서 뉴스가 흘러나온다]

 

어쩔 수 없이 조그만 흉터를 하나 만들어 놓긴 했는데

 

뭐, 경찰 조사 끝나고

 

나중에 필요 없어지면 깔끔하게 성형해 드릴게요

 

뭐, 까짓거 이 정도 상처야 갖고 살아도 되죠, 뭐

 

하긴 뭐, 영광의 흉터죠

 

[세윤] 그죠? 하하…

 

어어, 나온다, 나온다

 

[앵커/TV] 용의자 허 씨가 경찰에 자수했습니다

 

- 경찰에 따르면 허 씨는 - [세윤] 하…

 

[앵커] 피해자 조 모양과

 

- 톱 탤런트 차세윤 씨에게 - [기자들의 질문 세례]

 

상처를 입히고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 오케이, 여기까지 - [TV 전원음]

 

하, 새끼

 

저거 단순 폭행에 집행 유예로 나오기로 됐어요

 

완전 공으로 먹은 거죠, 뭐

 

축하합니다, 마무리 잘됐네요

 

[세윤] 다 과장님 덕분입니다

 

- 아유… - 아, 그리고 물론

 

우리 닥터 킴하고요

 

언제 소주나 한잔하시자고요

 

[태현] 이분은

 

홍길동?

 

이름이 좀…

 

뻔하잖아, 익명이야

 

익명이요? 익명으로 입원할 수도 있나요?

 

그럼, 어차피 보험도 안 되는데 안 될 게 뭐 있겠어?

 

가끔 있는 케이스야

 

입원 사유는 아마 건강 검진일걸?

 

- 예, 맞네요 - [호준] 흠…

 

가보자, 뭔 짓을 하고 병원에 기어든 건지

 

[똑똑똑 - 노크]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안녕하십니까

 

저희 병원은 처음이신 거 같은데 건강 검진을 원하신다고요?

 

[박진감 있는 음악]

 

[호준] 오~ 풍채가 참 기품 있으십니다

 

[두철] 건강 진단은 되았고

 

여그 상처나 좀 봐주시오

 

네, 알겠습니다

 

뭐 해, 김 선생, 붕대 좀 풀어봐

 

 

[두철] 아따, 이거 수술한 의사 놈의 시끼가 완전 돌팔이라

 

상처가 개판이여 그리고 이거 꼬매다 말았당게

 

아이고, 그렇습니까?

 

아, 어디, 제가 한번 보겠습니다

 

자, 아…

 

어, 완전히 돌팔이는 아닌 솜씨인데요?

 

뭐, 대충 하긴 했는데

 

[두철] 그래? 허긴 뭐, 그놈도 그 바닥에서는

 

용하다고 소문이 나긴 했지

 

아이고, 많이 힘드셨겠네요

 

제가 성심껏 치료해 드리겠습니다

 

[두철] 근디, 어찌해서 생긴 상처인가는 안 물어볼 거여?

 

언놈은 딱 보고 알던디

 

[두철] 아휴…

 

내가 너를 처음 볼 때부터

 

그냥 예사 돌팔이가 아닌 줄은 알었다

 

근디 이러고 큰 병원에

 

멀쩡한 의사인 줄은 참말로 몰랐어

 

아, 대체 원하는 게 뭐유, 응?

 

'뭐유'?

 

이 새끼가 말투가 건방지게…

 

씁, 야야, 야, 말어, 말어, 쯧!

 

야가 인마, 지금 겁나게 반갑다는 표현을

 

이라고 하는 거 아녀, 쯧

 

- 그쟈? - 아…

 

- 만식이 이 새끼, 진짜 미치겠네 - [가벼운 음악]

 

쓰읍… 어이, 생명의 은인 그러지 말어

 

갸가 뭔 죄가 있겄어?

 

너 어딨냐고 불라고 한 우리한테 죄라면 죄가 있겄지

 

아, 그러니까 날 왜 찾았는데?

 

어이, 용팔이 의사가 한 번 환자를 봤으면

 

끝까장 책임을 져야지, 쯧

 

두목

 

나 진짜로 여기서 짤리면 안 돼

 

하믄, 나도 니가 여기서 짤리면 안 되지

 

글면 누가 나를 고쳐, 안 그냐?

 

한편, 내가 여기서 잽혀불면은

 

너도 잽힐 거 아니겄냐

 

혀서, 생각이, 에, 이 상황에서는

 

나를 제일로다 잘 고쳐주고

 

제일로다 잘 숨겨줄 데가 여기밖에 더 있겠냐고

 

근디, 용팔아

 

너 우리 아그들 그, 왕진 왔을 때는

 

뭔 돌팔이가 의사보다도 더 의사 같더니만

 

어찌 여기서는 막상 이, 진짜 병원인디

 

어째서 내 눈에는 니가, 잉

 

꼭 호텔 보이맹키로 보이냐

 

응? [웃음]

 

참, 워쩌 내 말이 맞어, 안 맞어, 맞지, 응?

 

- [부두목] 어이, 룸서비스 되나? - [두철] 이런 씨…

 

[두철, 부두목의 웃음]

 

[태현] 휴, 씨…

 

[심전도계 비프음]

 

[통화 연결음]

 

이 새끼가 계속 전화를 씹네, 씨…

 

[요란한 휴대전화 벨 소리]

 

- [통화 연결음] - 오냐, 아주 끝까지…

 

[만식] 사랑하는 용팔아 내가 그, 죽을죄를 지었다

 

야, 이 미친놈아, 돌았냐?

 

나 있는 데를 알려주면 어떡해?

 

아, 거, 진짜, 미안해, 엉?

 

거, 내가 독립군 된 마음으로다가

 

모진 고문에도 끝까지 버티려고 했는디

 

고문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털끝 하나 안 건드렸다는데?

 

그래?

 

야, 뭐, 어디, 그 육체적 고문만 고문이겄냐, 응?

 

야, 잘 들어

 

불법 왕진은 진짜 끝났어

 

그러니까

 

지금까지 금액 정산해서 남은 거 알려줘

 

야, 이 미친놈아 지금 그게 문제야?

 

경찰이 두철이 찾아내면 나까지 잡혀들어가게 될 거 아냐?

 

그럼 아픈 내 동생

 

진짜 죽는다고, 새끼야

 

- [잔잔한 음악] - [물 흐르는 소리 효과음]

 

[여진/독백] 경찰? 불법 왕진?

 

대체 이게 다 무슨 소릴까?

 

그리고 얜 도대체 뭐지?

 

[심전도계 비프음]

 

[태현의 옅은 한숨]

 

[떨리는 숨소리]

 

[태현] 흠…

 

한여진 씨

 

혹시 지금 내 말 들려요?

 

[여진/독백] 뭐지?

 

혹시 내가 의식이 있다는 걸 아는 거야?

 

그래

 

만약에 몸이 이러고 있는데 의식이 있으면…

 

쯧…

 

아니다, 세상 편하지, 뭐

 

당신 같은 사람이 사채 빚에 쫓겨 다니길 해봤겠어?

 

경찰에 쫓겨보길 했겠어?

 

아니야, 들려, 다 들린다고!

 

근데

 

여태 이렇게 살았어도

 

어제오늘처럼 기분이 더럽진 않았는데

 

[아득하게] 나 좀 보라고 이 바보 같은 놈아!

 

[비명 지르며] 나 좀 봐!

 

[긴장감 도는 음악]

 

- [뚝 멎는 음악] - [현숙] 여기서 뭐 하세요?

 

아, 뭐 하긴요, 회진 왔죠

 

이 환자 코마인지 얼마나 됐죠?

 

그건 왜요?

 

[태현] 반사 신경이 예민해서요 얼마나 됐어요?

 

그런 거까진 알 필요 없는데?

 

아,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

 

의사가 뭘 물어보면 대답을 해줘야지

 

알 필요가 없다니요

 

- 의사? - [묵직한 음악]

 

조폭 왕진 알바나 다니던 주제에

 

의사 대접은 받고 싶어?

 

- 그걸 어떻게? - 여긴 그냥 일반 병실이 아니야

 

여기서는 내가 고참이야

 

주제넘게 굴지 마

 

아가씨 상태는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아니까

 

- [사람들의 대화 소리] - [아이들의 웃음]

 

[깔깔거리는 웃음]

 

[놀란 호흡]

 

[기괴한 웃음]

 

[고조되는 기괴한 웃음]

 

[더욱 고조되는 기괴한 웃음]

 

[직원] 근데 저, 요즘 구내식당 너무 짜진 거 같지 않아요?

 

많이 짜

 

[직원] 뭐, 계속 지금 측정하고 있으니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끼익 - 거치대]

 

[간호사들의 대화 소리]

 

[어지러운 음악]

 

[기계음]

 

[직원1] 후우…

 

어!

 

야! 야, 이리 와봐

 

- [직원2] 예? - 너 내가 뭐랬어?

 

이 배전반은 꼭 잠가두라고 했어, 안 했어?

 

아, 이거, 아까 실장님이 시운전한다 그러셔 가지고

 

[실장] 이거 봐, 이거 봐

 

이 스위치는 꼭 자동으로 두라고 했어, 안 했어?

 

너 이게 만약 수동으로 있다가

 

과열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몰라?

 

- 죄송합니다 - 병원이 통째로 날아간다고

 

몇 번 얘기해! 몽땅 죽는다고, 인마!

 

죄송합니다

 

그치만 이 아래 가동 스위치는 안 올려서…

 

그래도 이 자식이

 

매뉴얼대로 하란 말이야 매뉴얼대로!

 

혹시 만에 하나, 아니

 

십만 분의 하나라도

 

수동 상태에서 가동 스위치를 올린 채

 

조작원이 의식을 잃고 쓰러지기라도 했다고 생각해 봐

 

어떻게 되겠어?

 

네, 명심하겠습니다

 

너 또 이러면 짤릴 줄 알아

 

 

[탁탁탁 - 조작음]

 

- 아유, 아유! - [탁, 탁!]

 

[심장 박동 효과음]

 

[채영] 나 담배 안 피웠어

 

아유, 사모님

 

- [리드미컬한 음악] - [탁 - 술잔]

 

[채영] 왜? 생각만 해도 짜릿해?

 

저, 사모님

 

어제 일은 제가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고 한 번만 덮어주시면 제가…

 

'제가' 뭐?

 

예?

 

덮어주면 자기가 나한테 뭘 해줄 건데?

 

글쎄

 

제가 사모님께 뭘 해드릴 수 있을까요?

 

[달그락, 탁]

 

- 태현 씨 - 예?

 

날 우리 아가씨와 만나게 해줘요

 

우리 시누이

 

한여진

 

[보안 요원이 소곤댄다]

 

[긴장감 도는 음악]

 

- 사모님 어디 계신지 아세요? - 김 선생님 방이요

 

- [신씨아] 땡큐 - 잠깐만요!

 

사모님이 방해하지 말라셨는데

 

그럼 그, 회장님께 말씀드려서

 

직접 허락을 구하시는 게

 

그럴 거 같았으면 왜 한신그룹 회장 사모인 내가

 

레지던트 따위와 호텔에서 같이 밤을 보냈겠어요?

 

사모님, 같이 밤을 보내다니요?

 

저는 그냥 취해서…

 

알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거

 

하지만 우릴 지켜본 CCTV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어쨌든 호텔 방에 함께 들어갔는데?

 

CCTV요?

 

미안해요, 태현 씨 레지던트 따위란 표현을 써서

 

하지만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란 점 이해해 줘요

 

지금 여진이가 위험해요

 

-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탁 - 문]

 

[보안 요원] 사모님 빨리 저와 같이 가셔야 합니다

 

왜? 무슨 일인데?

 

코드 레드 상황입니다 신속히 대피하셔야 합니다

 

대피?

 

[신씨아] 매뉴얼에 따라 닥터 김은 영애님을 모시고

 

지하 주차장으로 대피해요

 

보안 팀에서 앰뷸런스 대기시켜 놨을 거예요

 

- 무슨 일이에요? - 나도 몰라요

 

아니, 무슨 말이에요? 모른다니 내용도 모르고 대피해요?

 

지금 내가 아는 건

 

영애님과 사모님 대피하시기 전까진

 

아무도 이 건물에서 나갈 수 없다는 거예요

 

- 뭐요? - [신씨아] 빨리 움직여요

 

그래야 우리도 대피할 수 있어요

 

닥터 김이 늑장을 부리면

 

여기 있는 사람 모두가 죽을 수도 있어요

 

[긴장되는 음악]

 

[기계음]

 

[실장] 아가씨, 빨리 문 열어요!

 

정말 이럼 큰일 나요, 다 죽어!

 

[직원] 아이, 문 좀 열어요!

 

[작게] 아, 미치겠네, 진짜

 

- [삐릭 - 무전기] - VVIP 아직 안 내려오셨나?

 

VVIP 대피하기 전까지 아무도 움직이면 안 돼, 절대

 

"연결 해제"

 

뭐 하느라 이제 와요?

 

[탁!]

 

[삐 - 전원음]

 

안 돼, 그건!

 

카트 가져올게요

 

기다려요

 

[강조 효과음]

 

[고조되는 음악]

 

[휴대전화 벨 소리]

 

[계속되는 휴대전화 벨 소리]

 

[태현] 너 내일 투석하는 날인 거 알고 있지?

 

[소현] 알아

 

[태현] 제시간에 안 오면 진짜 죽는다

 

어디야?

 

- 무슨 전화를 그렇게 받… - 너 지금 어디냐고

 

왜 그래, 오빠?

 

너 오늘도 땡땡이치고 안 온 거지, 그치?

 

뭐? 아니네

 

치이… 왔어 지금 벌써 투석 중이야

 

[보안 요원] VIP 무사 도착 그쪽 상황은?

 

[무거운 음악]

 

[긴장되는 음악]

 

당신 뭐야, 뭐 하는 사람이야?

 

뭐 하는 거야? 야, 차 키 내놔, 차 키, 야!

 

키 줘, 야, 야!

 

[태현] 오지 마

 

오지 마, 이 새끼야, 씨!

 

말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니면, 이 키는 저 밑에 어딘가에서 찾아야 될 거야

 

[긴박한 음악]

 

- [어린 환자들의 놀이 소리] - [여자들 대화 소리]

 

[간호사가 부르는 소리]

 

[어린 환자의 웃음]

 

[더욱 긴박해지는 음악]

 

[소현] 치이… 왔어 지금 벌써 투석 중이야

 

[보안 요원] 안 됩니다 이곳은 통제구역입니다

 

비켜요, 내가 만나야 돼요

 

안 된다니까요, 돌아가세요

 

저기요, 내가 저 환자 주치의라고

 

[보안 요원] 절대 아무도 들어갈 수 없습니다

 

좋아, 그럼 여기 책임자한테 가서 전해

 

내가 소방서, 경찰서 그리고 방송국에 전화해서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다 불어버리겠다고

 

저기 잠깐만

 

주치의시라고요?

 

[보안팀장] 사이클로토른이 오래 못 버틸 거예요

 

아직은 정화 장치가 버티고 있지만은

 

조금만 더 있으면은…

 

문을 뚫으면 안 되나요?

 

시설과장이 그러는데 저 문짝은

 

폭발을 할래도 두어 시간은 걸린다고 합니다

 

두어 시간 걸리면요?

 

그 전에 이미 정화 장치는 임계점에 도달을 할 것이고

 

그럼 그냥 뿜어져 나오게 되겠죠 방사능이

 

그럼 이 병원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아니, 그럼

 

무슨 방법이 없다는 말씀이세요?

 

있죠, 지금 저 안에서 스스로 스위치를 내려 주는 거

 

선생이 저 여자 주치의라고 했죠?

 

아니, 도대체 저 여자 왜 그런 겁니까?

 

- 통화는 할 수 있죠? - [보안팀장] 인터폰도 안 받아요

 

대신 방송은 할 수 있습니다

 

[실장] 서둘러요, 시간이 없어요

 

혜인 씨, 내 말 들려요?

 

나 혜인 씨 치료한 의사예요

 

내 목소리 기억나요?

 

나 혜인 씨 마음 이해해요 그러니까

 

얼굴 보면서 얘기합시다

 

아,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난 다 알잖아요

 

내가 현장에 있었으니까 내가 나서서

 

혜인 씨 유리하도록 증언도 해주고

 

차세윤이 그 인간 처벌받도록 할게요

 

거기 계속 그러고 있으면 정말 큰일 난다니까

 

그러니까 문 열고 나와서 나랑 얘기합시다

 

아…

 

그, 아침에 우리 이 과장 참 싹퉁머리 없이 얘기하데

 

기분 나빴죠? 내가 다 열받더라니까

 

다 죽어버려

 

[묵직한 효과음]

 

하아…

 

[태현] 그래

 

- 넌 이제 죽게 될 거야 - [무거운 음악]

 

[보안팀장] 미쳤어? 그렇게 얘기하면 어떡합니까?

 

[탁 - 조작음]

 

넌 이제 죽게 될 거야

 

하지만 그건 오늘이 아니야 왜냐면

 

아주 서서히

 

인간이 겪을 수 없는

 

최악의 고통을 겪은 후에야 죽게 될 테니까

 

니가 여기를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진 모르겠지만

 

니가 상상하는 그런 폭발은 일어나지 않아

 

차세윤과 한통속이 된 이 병원을 날려버릴

 

그런 폭발 말이야

 

그런 건 없어

 

일어나지 않아

 

거짓말

 

아니, 사실이야

 

이곳의 폭발은 니가 생각하는 그런 폭발이 아니야

 

니 뒤에서 맹렬히 돌아가고 있는 사이클로트론이 어느 순간 멈추면

 

그냥 풀썩하고 먼지나 재 같은 게 그 방을 덮을 거야

 

그게 폭발이야

 

너와 이 병원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 방 안에서 새어 나온 방사능에 피폭되는 거지

 

그리고 서서히 고통스럽게 죽게 될 거야

 

이 병원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말이야

 

하지만 그 사람들 중에

 

차세윤은 없어, 이미 달아났으니까

 

니가 날려버리고 싶은

 

이 병원의 다른 갑들과 함께 말이야

 

맞아, 이 세상의 갑들은 그렇게 쉽게 안 당해

 

아까 내가 말한 증언이네 처벌이네 하는 말?

 

다 개소리야

 

대신 비참하게 죽게 될 사람들은

 

아무 죄도 없이 아파서 병원에 왔다가

 

아무 대피 신호도 못 들은 채

 

가만히 기다리고 있던 무고한 사람들뿐이지

 

그렇게 무고하게 희생될 사람들 가운데

 

내가 아는 여자애도 하나 있어

 

걔는 어릴 때부터 병치레가 잦았어

 

집안이 좀 더 여유가 있고

 

부모가 관심을 가져줬다면

 

그리고

 

그렇게 멍청한 오빠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몸이 그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

 

이미 걔 오빠가 간 이식을 한 번 해줬는데

 

거부 반응 때문에 못 쓰게 됐어

 

최근엔 신장까지 나빠져서

 

투석을 하고 있고

 

걔 아버지는 주폭이었어

 

- 술만 먹고 들어왔다 하면 - [누군가의 비명]

 

더 이상 부술 것도 없는 살림살이를 때려 부수고

 

아내를 때렸지

 

[어린 태현의 비명]

 

아빠, 안 돼, 안 돼!

 

- [태현 모/작게] 하지 마… - [어린 태현] 엄마, 엄마, 아!

 

[어린 소현의 울음]

 

[태현] 그 애 엄마는

 

- 새끼들을 지키기 위해서 - [어린 태현] 하지 말라고!

 

- [태현 모] 하지 마! - [태현] 참고 맞았던 거야

 

[어린 태현] 하지 마!

 

그러던 어느 날

 

자식들 다 키우고 고생 그만할 만하니까

 

사고로 세상을 떠나더라

 

그때 걔 오빠는 병원 인턴이었는데

 

- [태현/회상] 엄마, 엄마! - [태현] 능력이 없어서

 

지 엄마 수술도 제대로 못 시켜줬고

 

[태현/회상의 울음]

 

돈 많이 버는 의사 돼서

 

엄마랑 동생 호강시켜 주겠다더니

 

물론 차세윤이 너한테 한 짓은 죽어 마땅하지만

 

쉽게 연예인이 되고 싶어서

 

그 애 호텔 방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간

 

너의 잘못이 없어지지 않아

 

그리고 너의 자책감을 덮기 위해서

 

아무 이유 없이 사람들을 죽게 해선 안 돼

 

어쩌면 넌 지금 이 순간

 

저 철문이라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서

 

사람들을 죽게 만드는

 

또 다른 갑질을 하고 있는 걸지도 몰라

 

아니야, 난 아니라고!

 

[혜인의 울음]

 

[계속되는 혜인의 울음]

 

[자동차 소음]

 

전 저 앞에 좀 세워주세요

 

왜?

 

아무래도 병원에 좀 가봐야겠습니다

 

아, 뭐라고?

 

병원에? 위험해

 

여기 세워달라고요

 

[끼익 - 타이어]

 

[의미심장한 음악]

 

- [딸깍딸깍 - 마우스] - [탁 - 조작음]

 

됐어, 됐어!

 

이러면 돼!

 

- [직원] 무슨 소리예요? - [보안팀장] 뭔데?

 

[실장] 제가 지금 컴퓨터를 속였어요

 

지금 기계실 안의 방사능 수치를 실제보다 조금 더 높게 측정하게요

 

- 아니, 그럼… - [실장] 그럼 당연히

 

이 시스템 프로그램이

 

자동적으로 장치를 셧다운시킬 거 아니에요?

 

그럼 정화 장치가 임계점에 도달하기 전에

 

기계를 세우는 거죠

 

됐어요, 됐다고요

 

- [보안팀장] 아… - [직원] 아, 그럼 되겠구나

 

[보안팀장/안도의 한숨]

 

들었지? 이제 그러고 있을 이유 없어

 

- [혜인의 울음] - [태현] 밖으로 나와

 

나하고 다른 층으로 같이 가자

 

12층은 너하고 어울리지 않아

 

[기계음]

 

[위잉위잉 - 경보음]

 

- [강조 효과음] - [실장] 허?

 

[보안팀장] 어, 뭐야? 폭발한 거야?

 

[실장] 아니요, 시스템이 화재 가능성을 인지하고

 

할론가스 분사하는 거예요

 

저, 그런데 이제 안에서 문을 못 열지도 몰라요

 

뭐, 뭐요?

 

저 안이 실제 방사능 수치보다 높게 잡혀 있다면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문을 차단하거든요

 

혜인아, 빨리 나와, 빨리!

 

- [쉬익 - 가스 분사음] - [경보음]

 

[콜록콜록]

 

혜인아, 일단 문부터 빨리 열어야 돼

 

만일 쟤가 문을 열지 못하면요?

 

그, 그럼…

 

저 방 안에 있는 산소가 없어지고

 

그럼 당연히 죽…

 

혜인아, 일어서 빨리, 정신 차려

 

[긴박한 음악]

 

컴퓨터 꺼

 

- 네? - 컴퓨터 끄라고

 

그래야 문이 열릴 거 아냐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저 여자애 하나 구하자고 우리 모두 죽자는 거예요?

 

아니요, 지금은 컴퓨터를 속인 거뿐이에요

 

지금 저 안의 방사능 수치는

 

실제로 정화 장치 임계점에 도달하지 않았어, 그쵸?

 

그야, 그렇지만

 

한 번 프로그램 원상 복귀하면은 다시 조작할 수 없어요

 

아니면 배전반의 스위치를 직접 끄면요?

 

그야, 그렇지만

 

아니, 꺼질 때까지 기다리는 거보다

 

훨씬 빠를 거 아닙니까?

 

[보안팀장] 나 참, 아휴…

 

자, 좋아요, 좋아

 

그럼 대체 저길 누가 들어갑니까?

 

까딱하면 질식할 테고

 

저 안에 방사선의 수치도 상당히 높을 텐데

 

어차피 안 될 이야기예요

 

한 사람 구하자고 또 다른 희생을 감수할 수 없어요

 

그냥 이거 컴퓨터 자동으로 돌아가도록…

 

제가 들어갈게요

 

- 예? - 프로그램을 멈춰줘요

 

부탁합니다

 

- [보안팀장] 아, 이것 봐 - [실장] 아…

 

[긴박한 음악]

 

- 열어 - 어떡해요?

 

하, 나… 저 자식 미쳤어, 저거

 

빨리 열어, 씨…

 

[달칵 - 문]

 

- [쉬익 - 가스 분사음] - [경보음]

 

[신씨아] 닥터 김! 닥터 김!

 

[휴대전화 벨 소리]

 

그래, 나야

 

[보안 요원] 사태 종료됐습니다 귀환하세요

 

알았다

 

- 차 돌리세요 - 예

 

- [부드러운 음악] - 흠…

 

[달그락]

 

엄마

 

어, 이제 왔어?

 

빨리 와서 앉아, 찌개 다 식겠다

 

이리 와

 

어여 먹어

 

엄마

 

나, 죽은 거야?

 

[태현 모] 뭐? 이런 덜떨어진 놈을 봤나

 

어여 먹어

 

맛있다

 

미안해, 태현아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게 이거밖에 없네

 

너무 먹고 싶었는데

 

이게 제일 억울했는데

 

엄마가 끓여준 된장찌개

 

잘했네, 내 아들

 

그리고 미안해, 아들

 

소현이 맡아서 힘들었지?

 

 

[훌쩍이며] 나 힘들었어

 

무지

 

[태현 모] 엄마가 미안해

 

아들

 

엄마

 

아, 엄마

 

엄마

 

엄마

 

아, 엄마

 

오염 안 됐어요

 

[심전도계 비프음]

 

[신씨아] 괜찮아요?

 

하, 제정신이 아니야

 

소현이는? 혜인이는 괜찮아요?

 

[보안팀장] 격리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멀쩡하진 않지만 그, 죽지는 않을 거 같다네요

 

[태현의 가쁜 호흡]

 

[감성적인 음악]

 

소현아

 

오빠, 왜 그래? 왜 이렇게 숨이 차?

 

어, 뛰어오느라고

 

너 빨리 보고 싶어서

 

뻥치시네

 

또 의국장한테 혼났구나?

 

오빠 왜 그래?

 

진짜 무슨 일 있었어?

 

아니, 꿈을 꿨어

 

왜, 꿈에서 내가 죽기라도 했어?

 

쓰… 아냐, 인마, 재수 없게시리

 

에이, 뭐가 아니야?

 

그래서 헐레벌떡 뛰어왔구먼, 뭐

 

오빠 걱정 마, 꿈은 반대래

 

그래, 맞아

 

[웅성웅성]

 

[엘리베이터 도착음]

 

[세윤] 아니…

 

어이, 닥터 김 닥터 김도 나갔다 오나 봐?

 

아니, 그, 외출을 줄 거면 이 사람아, 소주 한잔…

 

- 으악… - [박진감 넘치는 음악]

 

왜 이래요, 닥터 김?

 

[부두목] 얼씨구?

 

저 자식이 이제 보니 주먹도 쓸 줄 아는데요?

 

인자 쟈가 좀 용팔이답다

 

[태현] 하아…

 

흠…

 

뭐 해요?

 

또 한 번만 그런 짓을 하면

 

위에다 보고할 거예요

 

[띠리링 - 작동음]

 

[심전도계 비프음]

 

수액 새거로 가져올게요

 

[휴대전화 진동음]

 

전화하지 말랬지?

 

뭐?

 

얼만데?

 

도둑놈들

 

내가 그동안 벌어다 준 게 얼만데

 

야, 미친놈아 지금 그걸 어떻게 갚아?

 

요즘 알바도 못 하는데

 

이거 니가 준 핸드폰 버릴 거니까 알아서 해

 

산 넘어 산이네

 

[여진] 그 돈, 내가 줄까?

 

[The One (더원) '사랑하는 그대에게']

 

♪ 가슴이 메어와… ♪

 


.용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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