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계단 2
#1 공항 출국대 앞
1 부에 이어
송주와 정서, 마주 서있다.
서로 아무말없이 애틋하게 마주보고만있는 두사람.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도 통하는 느낌.
그 둘의 표정에 서서히 어리는 미소...
웃고는 있지만 안타까움이 배인 미소다.
송주 밥 잘 먹고.. 아프지 말고..
정서 ...
송주 편지 써.
정서 (고개 끄덕인다. 테입 꺼내주며) 이거.. 오빠가 갖구 가.
송주, 테입 받아들고 정서 향해 손 내민다. 그 손 잡는 정서.
송주 손 떼면 마술처럼 정서손에 남아있는 목걸이.
한개가 두개가 되는 캐릭터 목걸이. 송주, 목걸이를 정서 목에 걸어준다.
정서 목에 빛나는 목걸이.
정서 (미소)
송주 한정서! 그렇게 웃는거야.
정서 (눈물 맺히면서도 웃는)
그들 뒤로 정서와 송주를 질투에 찬 눈으로 보고 있는 유리 보인다.
천천히 돌아 들어가는 송주.
정서, 그대로 선채 웃음지으며 송주 바라보고있다.
뒤돌아보는 송주 시선으로 보이는 정서,
그대로 송주만 바라본채 그 자리에 서있다.
그 앞으로 천천히 닫히는 문.
정서의 시선으로 보이는 송주.
닫히는 문 사이로 뒤돌아 손 흔들어주는 송주....
안타깝게 점점 멀어지다가.. 닫히는 문.
그래도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서있는 정서... 혼자 남겨진 느낌이다.
#2 정서 유리 방
정서, 들어서면 후다닥 일어나 나가버리는 태화.
정서, 갸웃해 보다가 태화가 앉았던 자기 책상위 보면 펼쳐진 정서의 화집들.
뭉크, 클림트, 렘브란트등의 화집과 서양미술사다.
태화가 나간 문 쪽 돌아보는 정서.
#3 태화 방
태화, 책상에 종이 펼쳐놓고 뭔가 그림을 그리고있다.
문 두드리는 소리에 얼른 종이 한쪽으로 밀쳐놓는 태화.
돌아보면 정서 들어선다.
들고온 화집 책상위에 내려 놓다가 태화가 그리던 그림 발견하는 정서.
여러장 그려진 모조화. 진짜와 구분하기 힘들정도로 정교하다.
정서 와아.... (감탄한 듯 돌아보며) 진짜 잘 그린다 오빠.
(하다가 정서 옛집을 그린 그림을 집어드는데)
태화 (치부라도 들킨 듯 정서 옛집을 그린 그림을 팍 뺏어 구겨 휴지통쪽으로 져버린다)
정서 (화집 밀어주며) 이거.. 돌아가신 엄마가 아끼던 화집이야. 천천히 봐.
그리구 아까전에 ...문 열어줘서 고마워.
태화 (외면한채)
정서 (나가다가 바닥에 떨어져있는 구겨진 그림 집어들고 나간다)
문 닫기는 소리.
화집 확 밀어내는 태화.
바닥에 떨어지는 화집들.
펼쳐진 화집, 클림트의 입맞춤 등...
자석이라도 끌린 듯 그 그림 들여다보는 태화.
#4 정서 방 (밤)
다리미가 한 번 지나가면 빳빳해지는 그림. 만족스럽게 그 그림 보는 정서.
#5 태화 방 (밤)
다린 그림을 넣은 액자를 갖고 들어와 책상위에 거는 정서
조금 비뚤어져있자 이리저리 맞춰보고 만족한 듯 미소짓는 정서
갑자기 확 나꿔채지는 액자, 정서 놀라서보면 태화다.
액자를 집어던지는 태화, 사정없이 깨지는 그림액자
놀라서 얼른 나가는 정서.
태화, 문을 거칠게 닫고도 성이 안 차 도어록을 잠근다.
#6 태화 방 앞 (밤)
뒤로 문 잠그는 소리 듣고 씁쓸하게 자신의 목걸이를 만지는 정서(미소)
정서 오빠! 이렇게 웃는 거지?
#7 정서 유리 방 (아침)
빳빳이 다려 네 귀가 베일 듯 접힌 손수건을 집어드는 손, 유리다.
전신거울앞에 만족한 듯 교복을 입고 선 자신의 모습을 보는 유리.
미라, 촤르륵, 롤 브라인드를 올리면 유리를 향해 쏟아지는 햇빛.
미라 (자신의 쪽을 향해 유리를 돌려세우고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훑는다)
(서서히 차오르는 미소) 좋았어! 이제부터...넌 내 고객이야.
유리 ...고객?
미라 좋은 것만 먹고, 좋은것만 입고...넌 내 집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게 될거 야...
유리 (감동한다. 진심으로 고마움을 담아) 엄마...
미라 나중에 다 갚을거지? 난 밑지는 장사는 안하거든.
유리 실망시키지 않을께요.
미라 유리야, 나는 세상의 스타지만, 엄마한테는 네가 스타야,
너...스타의 운명이 뭔지 알아?
유리 ...
미라 빛나거나 사라지는거야. 하늘의 모든 별은 빛나거나 사라지지...
사람들은 가장 밝은 별만 봐. 그 뒤에 흐릿한 별들은 보이지도 않지. 가장 빛나는 별만이
살아남는거야. 넌 가장 빛나는 별이 될거야.
유리 (마른 침 삼킨다.)
미라 (유리의 칼라깃 잡아주며) 엄만 오늘부터 너한테 모든걸 걸었다.
이제부터 시작이야. 알지?
유리 (긴장으로 고개를 빳빳하게 든다.)...
#8 집 앞 버스 정류장 / 미라 차안
미라차 뒷좌석에 으시대듯 앉아 등교하는 유리의 시선으로 보이는 정서.
뛰어서 버스를 쫒아가고있다.
#9 집앞 버스 정류장
버스에 올라타는 교복차림의 정서.
#10 버스 안
이어폰을 꽂은 채 손에는 문고판 책을 들고 리딩하는 정서...
정서 (책 읽는) The captain didn't slow the Titanic down ever after he had warning
of iceberg....
#11 골프장
멋지게 스윙하는 누군가의 뒷모습, 멀리 날아가는 공.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골프웨어로 무장한 유리다.
유리의 스윙자세를 교정해주는 전문강사.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만족한 듯 박수치는 미라, 역시 골프웨어차림이다.
#12 한교수 집 앞
집앞으로 뛰어오는 정서. 편지왔나 확인한다. 아무것도 없자 실망하는 표정.
#13 일류호텔 프랑스 레스토랑
은은하게 흐르는 클래식음악, 테이블에 세팅된 전채 요리
프랑스인 과외교사가 유리에게 테이블 매너를 가르치고 있다.
유리, 실크로 휘감은 차림이다. 태미라도 지켜보고 있다.
소피 아니...그건 샐러드용 포크가 아니지...(불어로 해도 좋을 듯)
유리 (고기용 포크를 놓고, 제일 바깥쪽의 샐러드용 포크 집어든다.)...
소피 (끄덕이며 환한 미소로 보면)...
유리 (상류사회의 달콤함을 만끽하는듯 즐거운 표정)...
요란한 진공청소기 굉음
#14 한교수 집 1 층 거실
자기 덩치만한 무거운 청소기를 끌고 돌아다니는 정서.
힘들어서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구석구석 깨끗이 청소한다.
허름한 티셔츠가 땀에 흠뻑 젖어 정서의 가슴에 철썩 붙어있다.
끄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조용해진다. 정서, 놀라서보면
막 들어선 태화가 청소기 플러그를 확 잡아뽑고 서 있다.
그제서야 태화가 들어온 것을 알고 환하게 웃어주는 정서.
태화, 냉장고에서 포도쥬스 PET 병을 꺼낸다.
쥬스의 반을 단숨에 비우는 태화, 남은 병을 정서에게 건넨다.
정서 (당황하며) 괜찮아...난!
태화 왜?... 너두 내가 더럽냐?
정서 ...
태화 (정서 노려보며 병 던져버린다)
여기저기 튀고 쏟아져내리는 주스. 태화, 2 층으로 올라가버린다.
바닥에 흘러내리는 주스 보며 망연히 보고있는 정서.
#15 정서방
유리의 책상앞, 이미 뜯겨진 항공봉투가 있다.
시집을 펴 놓고 송주에게 편지를 쓰고있는 유리.
편지내용 .......... <오빠, 제 편지 받고 놀라셨죠? 정서언니가 오빠 주소 가르쳐줬거든요.
오늘, 칼릴 지브란의 시집을 한권 샀는데 거기서 멋진 구절을 발견했어요. 들어보실래요?>
유리 (시집을 보고 읽는다)
나는 그대를 영원히 사랑하겠습니다.
이 육신을 타고나 그대를 만나기 훨씬 전부터
나는 그대를 사랑하고 있었나 봅니다.
그대를 처음 본 순간 그것을 알아버렸습니다.
운명... 우리 둘은 이처럼 하나이며,
그 무엇도 우리를 갈라놓을순 없습니다‘
(읽다가 맘에 안드는 듯 갸웃하는) 처음부터 너무 노골적인가?
유리, 송주 편지를 다시 읽어본다.
<정서야...왜 이렇게 연락이 없니?
혹시...새엄마가 일일이 편지 검열하고, 구박하는 거 아냐? 농담!!!
1-201-xxx-xxxx, 이 번호...오빠 핫라인이야, 너하고 어머니만 아는 번 호... 언제건 바로
연락될거야. 연락해, 알았지?>
유리 (질투심으로 바르르...) 너하고...어머니만 아는 번호?
(편지 보는데 뒤에서 잡아채는 편지, 돌아보고는 경악한다.)
정서 (송주의 편지를 보고 유리의 편지지에 시선이 간다.)
유리 (얼른 송주에게 쓰던 편지를 숨기다말고 정서를 본다.)
정서 ...너였구나...돌려줘, 오빠편지, 전부 다 돌려줘.
유리, 정서 손에 들린 송주 편지 확 나꿔채 밖으로 나가버린다.
쫒아가는 정서.
#16 2 층 복도
장난치듯 도망치는 유리를 쫒아나오는 정서.
유리, 계단에서 올라서고 있는 태화에게 편지 던진다. 편지 보는 태화.
정서 (유리에게) 나한테 왜 이래?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유리 몰라? 정말, 몰라서 물어?
정서 ?
유리 나 너 싫어. 재수없어. (야유하듯) 난, 이런 연애편지 한 장도 못 받아봤거 든. 내가 기를
써도 못 갖는거, 넌 고마운줄도 모르고 다 갖구 있잖아. 잘 난것도 없는게 부모 잘 만나서 다
누리고 사는거. 너무 불공평하지 않니?
정서 (어이없어 보는데)
태화 (종이비행기 접어 창쪽으로 간다)
정서 (다급하게 태화 쫒아가며) 오빠, 그거 내 편지야. 나 줘.
태화 (창밖으로 날려버린다)
정서 (창밖 내다보다가 분노로 태화본다)
태화 (모른척 방으로 들어가버리는)
정서 (밖으로 뛰쳐나간다)
유리 (조소하듯 웃으며 정서 보는)
#17 한교수 집 정원
여기저기 편지를 찾아헤매는 정서, 아무리 찾아도 없다.
#18 정서 유리방 테라스
정서를 내려다보고 있는 미라.
돌아서면, 책상앞의 유리, 항공편지봉투를 봉인하고 있다.
미라 편지 잘 썼니?
유리 (다가오며 자신없는) 괜히 송주오빠...실망하는 거 아닐까요?
정서편진줄 알았다가...
미라 (웃으며) 실망하겠지. 그치만 그건 니가 아니라 정서한테 실망하는거야.
그게 점점 쌓여가면, 어떻게 되겠니?
정서에 대한 실망은, 너한텐 희망이지.
창밖을 본다. 편지를 찾고 있는 우울한 정서. 유리 그런 정서를 비웃듯이 웃는다.
#19 정서 유리 방 (밤)
늘어지게 자고있는 유리.
정서, 잠들지 못하고 환하게 웃으며 자신을 보는 송주의 사진을 집어든다.
바닷가, 진흙범벅이 되서 즐거운 4 사람의 한때...
목걸이 만지는 정서.
#20 내리막 길 (회상)
하나, 둘, 셋 고함과 함께 양 손에서 핸들을 놓는 송주
비행하듯 양 손 수평으로 펼치면
정서도 뒤에서 비행하듯 양 손 수평으로 펼친다.
//어느순간 와당탕 쿵탕 젖은 땅에 쳐박히고 포개지는 두 사람.
정서의 얼굴 송주의 얼굴과 아주 가까이 마주하게 된다.
정서, 눈 동그랗게 뜨고 보는데 키스하듯 점점 다가오는 송주의 얼굴.
// 정서, 몸 슥 돌리는데 잡아당기며 난데없이 이마에 뽀뽀를 쪽 한다.
정서, 당황해 얼굴 빨개진다.
바라보는 송주.
바라보는 정서....
#21 정서 유리 방 (밤)
미소로 목걸이 만지며 회상에 빠져있는 정서를 깨우는 전화벨소리.
정서, 어떤 느낌에 확 돌아본다. (송주전화임을 알아보는듯한)
급하게 일어나 수화기 드려는데 끊어지는 전화벨 소리.
정서, 실망해서 아쉽게 전화기 바라보고 있는데 올라오는 미라 소리.
미라 (들어서며 통화중) 송주학생도 잘 지내죠? 음식 입에 안 맞아서 고생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정서 (반가움과 긴장이 뒤섞인)
미라 (그런 정서 보며) 그럼. 우리 정서야 잘 있죠.
정서 ....
미라 막 잠든거 같은데.. 지금 깨워줄께요 (다정하게) 정서야. 전화받어봐.
정서 (전화기 받아들고 미라 본다)
미라 (느긋하게 대본 펼치고 정서 옆에 앉는다)
정서 (그런 미라 보다가 전화기 귀에 대고) 오빠..
송주(E) 정서야.
정서 응... 오빠.
송주(E) 내가 너무 늦게 전화했지? 내가 깨운거야?
정서 으응... 괜찮아.
송주(E) 너 왜 이렇게 연락이 안돼? 전화도 안하고, 편지도 안하고.
무슨 일 있어?
정서 (미라 눈치보며 할말 못하는) 아니... 요즘 시험기간이라 그래.
(밝게) 오빤 어때? 잘 지내지?
송주(E) (밝은) 나두 정신없지. 야, 그래두 니 목소리 들으니까 좀 살거 같다.
전화 좀 해! 내 전화번호 알잖아.
정서 ...
송주 우리 안본지 얼마나 됐냐? 한 일년은 지난거 같은데.
정서 한달쯤?(하품하는 미라 눈치보면)
미라 (정서를 빤히 보고 있다)
정서 오빠 늦었으니까 다음에 전화하자.
송주(E) 그래. 정서, 잘자라.
정서 (눈물 고여오는) 응... 오빠두. (끊는다)
미라, 그제야 대본 덮고 일어난다.
미라 잘 자라.
눈물 털어내며 수첩 뒤적이는 정서.
송주출국한 날 표시로부터 날자 짚어가다가... 태화오빠의 생일이라고 적힌 메모 발견한다.
책상옆의 탁자형 달력에 표시하는 정서.
#22 한교수 집 앞
태화, 걸어오다가 멈춰선다.
집앞에 얼쩡거리고 서서 집안 기웃거리는 필수.
반가우면서도 필수 모습 안스러워 눈물 핑 도는 태화.
태화 (뒤에서 툭 친다) 뭐해?
필수 (태화 보고 반색하는데)
태화 (버럭) 왜 왔어? 난 오지 말라면서 아빤 왜 와?
필수 보고 싶어서 온 줄 아냐? .. 일루 지나가는 길이야. 지나는 길.
태화 (연민으로 보면)
필수 (태화의 떨어진 신발 보다가 들고있던 봉지 불쑥 내민다)
태화 (받아보면 싸구려 운동화 들어있다. 울컥해지는데)
필수 신든지 말든지. ... 간다! (돌아서는데)
태화 (붙잡는다. 얼른 주머니에서 돈 있는대로 꺼내 쥐어준다)돈두 없으면서 이 런건 왜샀어.
이런거 안사두 돼니까 엄마한테 돈 달라구 협박이나하지마.
필수 (탁 뿌리치며) 이게 누굴 거지루 아나! 나두 돈 있어 새꺄!
그들 뒤로 들어오는 미라차 보인다.
내리는 미라와 유리.
미라, 필수보고 사색이 된다.
필수 (슥 훑어보며 남처럼) 야아, 탈랜트 태미라씨. 더 이뻐졌네요?
미라 여긴 왜 왔어요? (주위 살피며) 얼씬도 않기로 했잖아요!
필수 (무시하고 유리보며) 야! 한유리! 너 완전히 부자 됐구나 인제.
지나가다 봐도 몰라보겠네. 이쁘다. 네 엄마 닮아서.(유리 얼굴 만진다)
유리 (입술 깨물며 차갑게) 챙피하게 왜 이래?
필수 뭐? 챙피해? 아빠가 챙피해?
유리 (외면하며 집안으로 들어가버린다)
태화· (그대로 서있다)
필수 자식두 차별하냐? 웬만하면 얘두 운동화 하나 사 신겨라. 저게 뭐냐?
왜 얘만 아직두 거지 티가나?
미라 (필수 노려보며) . 돈도 줄만큼 줬고, 애들두 내가 데려왔어. 더 협박할일 남았어요?
빨리가! 경찰에 신고 해야 돼겠네 (전화기 꺼내는데)
필수 (미라 전화기 탁 나꿔채며 미라 노려보면서)지나가다 들렀다니까요.
대한민국 도로에 대한민국 국민이 지나가는데, 것도 죕니까. 태미라씨?
미라 마지막이에요. 다음에는 진짜 신고 합니다(들어가 버린다)
태화 (뒤에서 이런 모습을 지켜보고 서있다. 손에 들려 있는 신발. 화내며)
오지마. 왜 이런건 사와서 귀찮게해.
필수 (머리 쥐어 박으며) 생일 선물이야. 새끼야 (간다)
태화 (태화 우울하게 서있다)
#23 주방
태화, 냉장고 문을 열고 1000ml 우유팩을 꺼낸다.
통째로 입에 대고 벌컥벌컥 마시다가 화가 잔뜩 나 방에서 나오던 미라와 눈 마주친다.
무심코 다시 냉장고에 집어넣으려는데 우유팩을 뺏아드는 미라.
미라 더러워.
태화 (분노로 노려보고 서있는데)
미라 니 더러운걸 누구보고 먹으라는거야?
(남은 우유 씽크대에 쏟아부으며) 어쩜 그렇게 하는짓마다 똑같니?. 닮아 도 꼭 못된것만
닮아가지고...
태화 ....(필수 험담에 돈다)
미라 너 이 집에 들어온 이상 그 인간하구 상종도 하지 말랬지.
신발이 떨어졌으면 사달래지, 왜 그 인간한테 전화해?
태화 전화 한적 없어요.
미라 근데 그 인간이 왜 왔어. 어떻게 네 신발 떨어진걸 아니!
태화 몰라요. 그냥 왔어요.
미라 (빈정대며)끼리끼리 잘 통하는 구나.
태화 (돌아서는데)
미라 넌 그런 주정뱅이, 망나니, 노름꾼이 좋니? 너 한테 뭘 해 줬는데?
경고하는데 다시는 그 쓰레기 같은 인간 집 앞으로 불러들이지마. 알겠지?
태화 (낮게 으르렁거리는) 아빠 욕하지 마세요.
미라 왜? 이 집 들어와서 나 괴롭히라고 시키디?
태화 (경멸에 찬 표정 일그러지며 가면서)... 잘 아네.
미라 뭐? 너 지금 뭐라 그랬어?
태화 잘 안다고. 알면서 뭘 물어?
미라 뭐어?
태화 당신은, 그 인간 쓰레기보다 나은게 뭔데?
미라 (부들부들) 뭐? 너... 나가! 당장 나가!
태화를 밀어내는 미라. 태미라 태화의 머리를 잡고 늘어지면, 태화와 격하게 몸싸움이 된다.
내려오던 정서, 둘의 실랑이를 보고 놀라 멈춰선다.
힘으로도 미라에게 밀리지 않는 태화. 둘이 격하게 몸싸움한다.
태화 (미라의 팔목 확 나꿔채 잡으며)나 못나가. 안나가. 당신이 우리한테 한짓, 다 갚아주기
전엔 못 나가!
질린 미라의 팔을 확 뿌리치는 태화. 미라를 확 민다.
미라, 휘청하면서 장식장에 가 부딪친다.
그러는 바람에 떨어져 깨지는 도자기.
미라 너 너... 이거 한교수님이 얼마나 아끼시는건데...
(정서보고) 뭐하니? 얼른 안 치우고.
정서 (깨진 조각들 서둘러 수습하는데)
한교수 (들어서며) 왜 이렇게 시끄러워요?
들어서다가 깨진 도자기 발견하고 굳는 한교수.
태화, 쿵쾅거리며 나가는데
미라 어떡해요? 정서가 절 도와주다가....
다 제 잘못이에요. 정서 나무라지 마세요.
정서 (치우다 말고 놀라 보고)
한교수 (화난 시선으로 정서 보는데)
나가다 말고 돌아보는 태화. 미라와 시선 마주친다.
태화 내가 깼어요.
미라 (당황해 굳어지는)
정서 (놀라서 태화를 본다)
태화 정서가 아니라 내가 깼다구요.
한교수 ...다친덴 없냐?
태화 (대꾸없이 밖으로 나가버린다)
정서 (나가는 태화를 본다)
미라 (한숨 내쉬며) 태화 때문에 너무 힘들어요. 제 아버지가 뭐라구 했는지 자 꾸 엇나가기만
하고...
한교수 .. 우리가 이해합시다. (등 다독거려주는데)
미라 (한교수에게 안긴채 무서운 눈빛으로 태화쪽보는)
#24 한교수 집 전경 (깊은 밤)
#25 태화방 (밤)
잠자는 태화의 머리를 다짜고자 제끼는 손, 미라다.
#26 2 층 복도 (밤)
런닝차림의 태화를 질질 끌고 오는 미라.
태화, 아예 귀찮은 듯 끌려온다.
미라 니가 나 망쳐먹을려구 작정을 한 모양인데, 너 내가 그렇게 호락호락 한줄 알어?
태화 (끌려오다가 확 뿌리친다)
미라 (다시 잡는데)
태화 (다락방으로 들어가 문 쾅 닫아버린다)
보다가 씩씩거리며 밖에서 문 잠가 버리는 미라.
화장실에서 나오던 정서와 마주친다.
미라, 내려가고 나면 정서, 문 빼꼼히 열고 다락방쪽 본다
걱정스럽지만 문을 열어주지는 못하는 정서.
#27 보일러실 (밤)
미라, 보일러를 꺼 버린다.
#28 다락방 안 (밤)
런닝차림의 태화, 덜덜 떨다가 행거에 걸려있는 여름옷들 꺼내 대충 뒤집어쓴다. 춥다.
#29 한교수 집 주방 (아침)
아침식사중인 미라, 한교수, 유리, 정서.
국이 미역국이다.
한교수 눈치 못채게 정서쪽 못마땅하게 보는 유리.
한교수 (미역국 그릇을 들고 마신다) 시원하다 맛있네.
당신이 음식솜씨에 내 입이 길들여지나봐요
미라 고마워요.
한교수 유리 오늘 시험 끝나고 놀이공원 간다구 했지?
유리 네.
한교수 그래. 민회장한테 얘기했으니까 가서 재밌게 놀아. 정서도 같이 가니?
정서 아뇨. 전 ..
한교수 왜?
정서 다른 약속이 있어서요.
유리 (얼른 껴들며) 같이 가면 좋은데... 언니, 그러지 말고 같이 가자.
정서 (말없이 밥만 먹는다)
한교수 (못마땅하게 정서 보다가 일어나며) 5 분만 있다 나와요. 날씨 추우니까 먼 저 시동
걸어놓을께요.
미라 (일어나며) 금방 나갈께요. 고마워요. (애들 보며) 니들두 얼른 나와.
나가는 한교수와 미라.
정서, 일어나서 먹은 그릇 치우려는데
유리 너 지금 누구 약올리는거니?
정서 (보면)
유리 시험인거 뻔히 알면서, 재수없게 미역국은 왜 끓여?
나 시험 망치라는거니? 나 미역국 먹으면 시험 못 본단 말야.
정서 ....
#30 교실
수업 종료 벨소리와 함께 선생님, 시험답안 걷어간다.
시험 끝난 해방감에 환호성 지르는 아이들.
정서, 천천히 가방 챙기는데
유리 (으시대며) 오늘 내가 놀이공원 공짜구 구경시켜준다구 했지.
생각있는 사람 붙어. 오늘 오는 사람 까짓거, 전부다 자유이용권 끊어준다.
일동 (갑자기 소란스러워지며 유리자리로 몰린다.)...정말?
유리 사실은 그거...우리꺼나 마찬가지거든. 다 놀러와, 다...
가방 챙겨들고 정서를 휙 지나쳐 나가는 유리. 유리를 따라 우르르 몰려 나가는 아이들
#31 놀이공원
날아갈듯한 비명소리와 함께
자이로 드롭에서 확 내려오는 유리일행.
유리 (안전장치 올리며) 이번에 뭐 탈까?
하나 (유리의 가방까지 두개를 맨 채) 진짜, 죽인다...
우리 이번에 바이킹 타두 돼?
유리 따라 와. (앞장선다.)
부러움으로 유리를 쫓아가는 친구들
일행을 수행하는 정장차림의 홍보실 직원하나.급하게 달려가 인사를 한다.
민회장 많은 수행원들과 오고 있다. 유리 놀다가 갑자기 그리로 달려간다.
유리 (정중하게)안녕하세요. 한 유리에요
민회장 그래 유리. 알지. 아빠 한테 연락 받았다. 재미있니?
유리 녜.
민회장 정서는?
유리 다른 약속이 있다고 해서요. 오늘은 같이 못 왔읍니다.
민회장 그래.
유리 송주 오빠도 잘 있죠. 편지 보냈는데..
민회장 오! 그래. 기특하구나. 오늘 재미있게 놀다가라. 맛있는 거도 많이 먹구.
아이들 (와-환호.역시 유리다. 등)
민회장 (홍보직원에게 애들 특별히 잘해 주라고 지시한다. 모두 깍듯하게 대답한 다) 다음에
또 보자.(간다)
의기 양양한 유리. 하나, 가방에서 음료수꺼내 빨대까지 꽂아 유리의 입에 넣어준다.
당연한 듯 받아마시던 유리, 걸음을 멈춘다.
실내스케이트장이 보인다. 멈추며 꿈꾸듯 링크를 보는 유리
컷백> 스케이트장에서 자기를 껴안아주던 송주
유리 차송주 넌 내꺼야, 전부 다... 전부다 내걸로 만들거야, 꼭!
#32 한교수 거실
정서 들어선다. 아무도 없다. 가방 놓고 주방으로 달려 간다.
#33 다락방
추운 듯 잔뜩 웅크리고 누워있던 태화. 인기척에 눈을 뜬다.
문 여는 교복차림의 정서. 소반을 들고있다.
태화, 일어나 보면 소반을 내려놓는 정서.
김이 모락모락나는 밥과 미역국.
정서 먹어봐. 미역국, 나도 처음 끓여본거라 간이 맞을지 몰라.
태화 (미역국을 본다... 얘가 왜 이러나...의심스런 눈길로 보는데)
정서 (태화의 손에 수저를 쥐여준다)
태화 (수저 팍 내팽개쳐버린다)
정서 (움찔해 보다가 일어난다) ....나 나갈께... 편하게 먹어.
태화 (외면하고 다른데 보는데)
정서 (가져온 봉투에서 목도리 꺼내 태화 목에 매준다)
태화 (멍하게 그런 정서얼굴만 보고있는데)
정서 (환하게 웃으며 태화 본다) ... 멋있다.
태화 (당황스러운) ....
정서 (일어난다. 나가다가 돌아보며) ... 오빠, 생일 축하해.
태화 (굳은채) ....
정서, 나간다.
물끄러미 미역국 쳐다보는 태화.
그 눈에 조금씩 어리는 물기.
으씨... 화난 듯 눈물 훔쳐내는 태화.
태화, 수저들고 미역국을 천천히 떠먹기 시작한다.
몇 번 훔쳐내다가... 흐르는 눈물 닦아낼 생각도 않고 미역국 먹는 태화.
#34 학교 앞 (다른날)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
학교의 중앙현관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서 있는 태화. 목도리 차림.
대장처럼 아이들 우르르 거느리고 나오던 유리, 태화 발견하고 다가간다.
유리 오빠.
태화 (화들짝 놀라는)
유리 우산 갖다주러 온거야? 히야.. 별일이네.
태화 (할수없이 들었던 우산 하나 유리에게 준다)
유리 (우산 펴들고) 안 가?
태화 (나오는 애들쪽 쳐다본채) 먼저 가.
이상하다는 듯 보다가 가는 유리.
두리번 거리던 태화, 표정 환해진다.
우산이 없어 낭패한 얼굴로 서 있는 정서
그 옆에서 확 켜지는 비닐우산.
환해지며 돌아보는 정서.
컷백> 마술로 자동우산을 펴 주던 송주의 얼굴(1 회)
다시 보면 서 있는 사람, 송주가 아닌 태화다.
태화, 무뚝뚝한 얼굴로 정서에게 우산 손잡이 내민다.
정서, 손잡이 잡으면 빗속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버리는 태화.
태화 위로 쏟아지는 비.
정서 오빠! (달려가 태화에게 우산 씌워준다)
태화 (어색하게 앞만 보며)
정서 (그 표정에 후 웃는) 같이 쓰고 가. (환하게 웃어주면)
태화 (멍하게 그 얼굴 본다)
정서 (좀 이상해서 보면) 오빠, 왜 그래?
태화 (굳어져 얼른 다시 앞 보며 가다가 정서가방 뺏아들고 뛰어가버린다)
정서 (어리둥절해 보다가 뛰어간다) 오빠, 같이 가!
태화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정서.
태화, 그대로 뚜벅뚜벅 걸어가면 다시 뛰어가 우산을 씌워주는 정서.
안 쓰려는 태화와 씌워주려는 정서사이의 작은 실랑이.. .
그러느라 정서도 태화도 흠뻑 젖는다.
결국 정서한테 우산을 안기고 앞으로 뛰어가버리는 태화.
정서의 시선으로 달려가는 태화의 모습이 보인다.
태화의 얼굴에 감도는 희미한 미소.
정서의 얼굴에도 작은 미소가 보인다.
#35 한교수 집 거실
비에 쫄딱 맞고 들어서는 태화를 이상하다는 듯 보는 유리
유리 오빠 우산은 어쨌어?
태화 (씩 웃는다)...
유리 (빈정대듯) 오빠 왜 그래?... 그 목도리는 왠 거야?
태화 ... 선물. (휙 올라가버린다.)...
유리 ....
#36 2 층 복도 (밤)
화장실에 다녀오던 태화, 정서의 방앞에서 신음소리를 듣고는 멈칫한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보다가 놀라서 활짝 열어젖히는 태화,
자고있는 유리. 식은땀이 나는 정서, 신음을 하고 있다.
이마에 손을 얹어보면 펄펄끓는다.
의식없는 정서를 들쳐업는 태화
#37 거리 (밤)
정서를 업고 미친 듯이 달리는 태화
#38 병원 응급실 (밤)
정서의 겨드랑이에서 체온계를 뽑는 간호사, 사정없이 정서의 겉옷을 벗긴다.
슬립차림의 정서. 태화, 좀 당황스러운데
간호사 (물수건으로 정서 몸 닦아주며 태화본다)
열 떨어질 때까지 계속 이렇게 닦아주세요.
수건을 태화에게 건네는 간호사, 당황하는 태화
태화, 얼떨떨해서 수건만 들고 서 있다.
간호사 뭐 해요? 가족 아니예요?
태화 (수건을 들고 차마 정서의 몸을 닦지 못한다.)...
간호사 열 안 내리면 위험해요. 안 해요?
태화 (후들거리는 손으로 어색하게 정서의 몸 닦아주며) ...아프지 마.
정서 (의식이 없다)
#39 골목길 (밤)
정서를 업고오는 태화.
정서 오빠...
태화 (돌아본다)
정서 (좀 몽롱한 상태로 눈감은채) 오빠...
태화 (망설이다가)...응?
#40 바닷가 (회상)
신발을 양손에 든 정서를 업고 뻘을 걸어오는 송주.
(바지 무릎까지 걷고 정서를 건너주는 중이다)
행복한 표정의 정서.
#41 골목길 (밤)
정서 (그 행복한 표정으로 태화 등에 얼굴 기대며) 오빠...
오빠 등...너무 따뜻해. 참 좋다...(기댄다)
태화 (멈칫해 선다...온 몸에서 스르르 기운이 다 빠지는 듯하다)
오해하고 감격해서 멈춰서있던 태화. 다시 정서 추슬러 업고 달리기 시작한다.
아무도 없는 골목길. 정서를 업고 달려가는 태화.
가로등 불빛에 드러나는 환한 태화의 표정.
#42 한교수 집 정원 (다른 날 낮)
빨래통 들고 나와 추운 듯 손 호호 불어가며 빨래 너는 정서.
#43 태화방 테라스
태화, 정원에서 빨래너는 정서 모습을 빠르게 스케치해나가고있다.
신들린 듯 몇장씩 정서를 그리는 태화.
정서, 문득 이쪽을 올려다본다.
태화 발견하고 손 흔들어주는 정서.
태화, 종이 비행기 하나 정서를 향해 날린다.
펴보는 정서. 태화가 정서를 그린 그림이다.
정서, 환하게 태화향해 웃어주는데 또 한 장을 날리는 태화.
한 장 두장... 연이어 계속 날아오는 종이 비행기. 모두 정서를 그린 그림이다.
수십장씩 날아오는 종이비행기를 쫒아다니며 즐거운 정서.
그중 한 장, 불어오는 바람에 다른곳으로 날아간다.
보고 쫒아가는 정서.
태화, 목 빼고 보는데
#44 정원 일각
나무 사이를 뒤지던 정서, 비에 젖은채 수풀 사이에 꽂혀있는 송주의 편지.
(전에 태화가 날려버렸던)
정서 ( 조심스럽게 그 편지 집어들고 펴본다.소리내서 읽는다)
‘정서야...왜 이렇게 연락이 없니?혹시...새엄마가 일일이 편지 검열하고, 구박하는 거 아냐?
농담!!!1-201-xxx-xxxx, 이 번호...오빠 핫라인이야, 너하고 어머니만 아 는 번호... 언제건
바로 연락될거야. 연락해, 알았지?...
빗물에 얼룩져있는 송주의 글씨... . 눈물 맺히는 정서.
테라스의 태화, 굳어서 보고있다.
#45 정서 유리 방
정서, 송주의 편지를 소중하게 들고 올라오는데
갑자기 뒤에서 정서를 안는 태화.
정서 (영문 모르고) 오빠. 왜 그래?
태화 (격하다) 너... 나 좋아, 싫어?
정서 응? (무슨 말인가... 돌아보는데)
태화 (정서 어깨 붙잡고 앞으로 돌려세우며) 좋아, 싫어?
정서 (배시시 웃으며) 당연히 좋지. 오빤데.
태화 ...그런거 말고.
정서 그럼 뭐?
태화 .... 남자로.
정서 오빠!
태화 말해봐. 나 좋아 싫어?
정서 (놀라서 쳐다보다가 태화 손 뿌리친다)
태화 (정서 얼굴 격하게 보다가 주머니에서 사생대회 팜플렛 꺼내 내민다)
내일 나 사생대회야. 나 물감 놓고 갈거야. 너 안오면 난 그림 안그린다. 니가 물감 갖고 오면
너도 나 좋아하는걸로 알께. (들어가버리는 태화.)
정서, (미동도 않고 그 팜플렛만 보고 서있다.)
#46 공원 / 다음날 낮
‘서울시 주최 사생대회’ 현수막아래 그림을 그리느라 여념이 없는 참가자들.
가족야유회라도 온 듯 가족단위, 혹은 학원생들끼리 둘러앉아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그 중 화구통을 열지도 않고 맨 채 미동도 않고 앉아 삐딱하게 앉아있는 태화.
두 손의 엄지와 집게 손가락으로 프레임 만들어 그 프레임으로 입구쪽 보고 있다.
#47 정서 방
집에서 입는 옷 그대로 의자위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정서,
극도로 갈등이 이는 표정으로 팜플렛 본다.
정서의 옆 책상, 유리가 정서와 반대의 들뜬 표정으로 송주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유리 (정서 들으라는듯) 송주오빠. 정서언니두 잘 있어요. 근데 이런 얘기 해두 될지
모르겠지만 언니, 요즘 연애하는거 같아요. 오빠한테 편지두 잘 안하 죠? 하지만 너무
섭섭해하지 마세요. 제가 있잖아요...
도전적으로 정서보는 유리.
정서, 이제 유리가 하는짓에 신경도 안 쓰이는 듯 딴 생각에 빠져있다.
이상하다는 듯 정서보는 유리.
책상위에 가득 펼쳐져있는 놀이공원에서 찍은 사진 중 제일 예쁘게 나온 사진을 집어 봉투에
넣는 유리. 다시 한번 이상하다는 듯 정서 본다. 정서 나간다.
#48 태화 방
빼꼼히 태화의 방문 열어보던 정서, 책상쪽을 보고는 환해진다.
태화의 책상 위, 태화가 집어던졌던 그림액자가 걸려있다. (정서 집 사진 그림)
보란 듯 책상위에 놓인 수채화 물감. 흔들리는 시선.
세게 고개를 젓고 나가려다가 다시 그림액자 돌아보는 정서.
#49 공원
삐딱한 자세로 손 프레임을 이리 저리 방향을 바꿔보는 태화.
표정은 점점 어두워진다.
옆의 참가자는 이미 그림을 완성해서 들고 나간다.
순간, 태화의 손 프레임에 가쁜 숨을 몰아쉬며 들어서는 그녀, 정서다.
헐떡이며 태화를 찾는 모습이 태화의 손프레임에 갇혀있다.
태화, 좋아 죽겠다는 듯 피식 웃으며 일어난다.
두리번거리는 정서앞에 불쑥 나타나는 태화. 헐떡이는 정서.
태화 너 올줄 알았어... (벅 찬) 역시.. 너 나 좋아하는거 맞잖아. 그치?
정서 (가방에서 물감부터 꺼내주며) ...마감 10 분전이야. 할 수 있겠어?
태화 (정서만 보고 있다.)...
화구통을 열어 종이를 꺼내 이젤에 고정하고 가방에서 생수병을 꺼내는 정서.
분주한 손놀림. 멍하게 정서만 보고있는 태화의 손에 4B 연필을 쥐여주는 정서.
순식간에 척척 터치하는 태화의 손.
미친 듯 그림에 집중하는 태화의 모습, 눈 떼지 못 하는 정서.
어느새 완성되는 그림.
풍경화와 인물화가 절묘하게 배치되어있다.
거침없이 적는 제목 ‘천국’이다.
#50 고궁거리
이쑤시개로 컵볶이를 찍어먹으며 걷고있는 태화와 정서.
정서 (연신 매워서 후후하면서) 그 그림제목, 왜 천국이야?
태화 (의미있게 정서를 본다.)...
정서 그림속의 여자, 누군데?
태화 너.
정서 나? 왜 날 그렸어?
태화 (순수하게) 네가 나 좋아하니까...
정서 ....
태화 ....
정서 (딴청 부린다.) ...어떻게 기다리지?
태화 뭘?
정서 수상자 발표. 만약에, 오빠가 상 타면 내가 선물하나 해줄께.
태화 나 이미 선물 받았어. 니가 날 좋아하잖아.
태화, 환하게 웃으며 앞으로 달려나간다.
정서, 처음보는 태화의 밝고 순수한 모습을 조금은 걱정스럽게 본다
달리다가 돌아보는 태화,
갑자기 굳어지며 정서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식수용 물이 올라오고있는 작은 분수대, 물을 마시고있는 정서...
천천히 고개를 드는 정서, 정서의 입가에 묻은 물...
그 물을 손으로 닦아주는 태화,
멈칫하며 자기가 입가를 훔치는 정서.
#51 한교수 집 앞 길 (저녁)
골목길, 화구통을 둘러맨 태화, 마냥 즐거운 모습이다.
정서의 걸음이 늦자 몇발자국 앞에서 기다리다가 아예 정서를 향해 돌아서서 걷는 태화...
태화의 바로 뒤에 돌출된 광고판이 있다.
정서 어? 조심해...
태화 (이미 쿵 부딪혀 뒤통수를 찧은후다. 만지며) 으으...
정서 (배꼽 잡으며 웃으면)...
태화 (같이 배꼽잡고 웃는다.)...
#52 정서 유리 방 테라스 (저녁)
갸웃하며 즐겁게 걸어오는 태화, 정서를 내려다보고있는 유리.
#53 태화방 테라스 (밤)
태화, 옆방에서 들리는 인기척에 슬그머니 정서방쪽으로 넘어가는 태화.
#54 정서방 테라스 (밤)
태화, 창 안쪽 보면 정서. 막 씻고 들어오는 듯 들어선다.
머릿수건을 풀면 젖은 머리들이 어깨로 흘러넘친다.
멍하게 보고있던 태화.
문 열고 들어가서 정서 확 잡아끌고 테라스쪽으로 나간다.
정서, 놀라지만 영문 모르고 따라나오는데 갑자기 정서를 와락 껴안는 태화.
정서 (놀라 확 뿌리치는데)
태화 (굳어진다) 왜 그래? 너도 나 좋아하잖아.
정서 오빠!
태화 (답답한 듯 정서를 돌려세운다. 격정적인) 좋아, 싫어? 그것만 말해.
정서 (똑바로 보며) 오빤 ...내가 왜 좋은데?
태화 네가 날 좋아하게 만들었잖아?
정서 ...내가...언제?
태화 나...생일이라고 미역국 끓여준 사람, 네가 첨이야.
난...생일날 미역국 먹는 건 줄도 몰랐어.
정서 (충격이다.)...
태화 생일선물...도 첨 받아봤어.
나한테 그렇게 웃어준 사람도....
나한테 그림 잘 그린다고 칭찬해준 사람도... 니가 첨이야.
이상하게 먹어도 먹어도 배고프고, 입어도 입어도 추웠는데...
정서 (연민이 인다... )
태화 근데... 이젠 안 그래....
너 때문에... 니가 이렇게 만들었잖아.
그래놓고 왜 내 맘 안 받아주는건데?
사람 미치게 만들어놓고 왜 이제와서 딴청부리는건데?
책임져! 책임지라구!...
정서 (연민과 아픔으로 태화를 보는데)...
태화 (다시 정서를 세게 안는다.)...
유리 E 야. 한정서! 내 비누 니가 썼지?
쿵쾅대며 다가오는 소리.
유리가 정서방의 문을 막 여는 순간, 테라스로 급하게 뛰어내리는 태화.
‘아악’ 태화의 비명소리.
굳어지는 정서, 의혹으로 정서를 보는 유리.
#55 골목길 (다음날 아침)
발에 기브스를 한 태화, 목발을 짚고 절뚝이며 급하게 걸어가는 태화,
답답한 몸놀림이 우스꽝스럽다.
골목길코너를 막 돌아 나오는 정서의 앞을 가로막는 목발하나
멈추는 정서, 당황한다.
말하는 대신 자신의 새하얀 기브스를 보여주는 태화
‘너 나 좋아? 싫어?’ 라고 적혀있다.
굳어진채 외면하고 가는 정서.
그 뒤에서 유리가 보고있다.
#56 정서네 교실
선생님이 판서한 문제를 푸느라 열심인 정서네교실
정서도 문제풀이에 열심이다.
여기, 저기서 키득대는 소리와 함께 아이들 소란스러워지며 창 밖을 가르킨다.
창 밖, 하얀 푯말에 종이를 붙여서 시위하듯 들고 다리 절면서 왔다갔다하는 태화
‘너 나 좋아? 싫어?’
유리,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정서를 노려본다. 당황하는 정서.
#57 정서 유리 방 (밤)
정서, 송주에게 편지쓰고있는데 들어서는 유리. 편지쓰는 정서를 한참 내려다 보다가
유리 (편지 확 뺏으며 읽는다) 송주 오빠. 잘있어(비웃듯이)
너 확실히 말 해, 차송주야, 울 오빠야?
정서 무슨 소리야, 그게?
유리 너 지금 양다리 걸치는거잖아. 아냐?
정서 ...말 조심해.
유리 너 울오빠한테 도대체 어떻게 한 거야? 한 집에서. 아무리 피 한방울 안섞 인 사이래두
너하구 우리 태화 오빠 법적으로 남매아니니. ...증말...불결하 고 더러워, 추잡해.
정서 (더 못참고 부르르 떠는 정서) 그만해!!
유리 (도전적으로 노려보며) 내가 가만 있을거 같니?
(비웃으며) 남매끼리의 열애라... 송주 오빠가 이거 알면 뭐라 그럴까?
그 표정 진짜 볼만하겠다.
유리, 재밌다는 듯 웃다가 갑자기 탁 정서가 쓰던 편지 다시 읽기 시작한다.
유리 (편지 읽는) 오빠.. 오빠가 어떻게 지내고있는지 너무 궁금해. 혼자서 너무 외롭지?
힘들지? .. 오빠... 혹시 벌써 여자친구 생긴거 아냐?
(정서보며 비웃는) 야, 가증스럽다 증말.
정서 (부르르...벌떡 일어나 유리의 따귀를 가격한다.)..
유리 (정서의 따귀를 때린다)
정서 (유리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유리 아악...(비명 있는대로 지른다.)...
#58 태미라 침실 (밤)
잠이 든 태미라
불 꺼주고 살며시 나오던 한교수, 위층서 들리는 비명소리에 쫓아올라간다.
#59 정서 방 (밤)
쫓아들어온 한교수, 믿을 수 없는 광경에 경악한다.
정서가 유리의 머리채를 막 잡아 흔들고 있고 유리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한교수 무슨 짓들이야?
그제서야 머리채를 놓는 정서,
머리가 산발이 된 유리가 한교수를 보자마자 설움이 복받친 듯 더욱 크게운다.
유리 아빠! 언니가...걸핏하면 나 욕하고...때리고...
· (더욱 서럽게 운다)
정서 아빠...그게 아니고...
미라 (들어서며) 왜 이래요? 무슨 일이야?
유리 (태미라에게 안기며) 엄마.. (울음 터뜨린다.)
미라 유리야...너 또 언니한테 무슨 잘못했어? 응?
(특유의 이중인격으로) 정서야...괜찮니? 응? (정서얼굴 만지면)
정서 (뿌리치며 혐오스럽게 미라를 본다.)...
미라 (무섭다는 듯 한교수 보며) 여보...
한교수 (정서의 따귀를 때린다.) 너...엄마한테 그게 무슨 버릇이야? 엄마가 너 때 문에
얼마나 고생하는지나 알아?
아빠 너한테 정말 실망했다... 정말 감당을 못 하겠어.
정서 (후두둑 눈물 흐르며 그대로 뛰쳐나간다)
한교수 (쫒아가려면)
미라 당신 진정하세요...다 내 잘못이예요, 여보...
#60 복도 (밤)
태화, 눈물범벅으로 뛰쳐나오는 정서를 본다. 태화, 자켓 하나 집어들고 쫓아간다.
#61 공중전화박스 (밤)
눈물을 닦는 정서, 길게 심호흡하며 목소리 가다듬는다. 번호를 누르는 손, 신호음이 간다.
송주 Hello?
정서 ...
송주(E) 정서니?
정서 오빠! (과장되게 환한 목소리, 눈에 다시 눈물이 고인다.)
송주(E) 정서야...어떻게 지내? 왜 이렇게 연락이 없었어? 너...무슨 일 있지?
정서 (눈물 흐르면서도 목소리는 밝게) 아니? 무슨 일 있을게 뭐 있어.
...아무 걱정하지 마, 오빠...
송주(E) 정서야, 너 우니, 지금? 너 울지?
정서 아냐...오빠 보구 싶어서...
송주(E) 정서야...
정서 .. 어떡하지? 동전이 다 됐네...오빠, 내가 또 연락할게...안녕...오빠...안녕!
다급하게 수화기를 내리는 손, 전화기옆에 수북하게 쌓인 동전들...
떼구르르 굴러 떨어지는 눈물...전화박스에서 나오는 정서.
막막하게 서있다가 고개 들어 하늘 올려다본다. 눈물 흘러내리는 눈을 감고 송주를 느끼려는
듯 .... 드러난 목에서 빛나는 정서의 목걸이... 근처, 태화가 정서 지켜보고있다.
#62 태미라 집 앞 골목길 (밤)
얇은 티셔츠 한 장차림의 정서, 덜덜 떨면서 대문앞에 선다.
차마 초인종을 누르지 못 하고 망설이듯 서는데
먼발치에서 보던 태화, 쫓아와 뒤에서 안 듯 정서에게 자켓을 벗어준다.
소름끼치는 듯 확 태화를 뿌리치며 원망스럽게 태화 보는 정서.
태화 (굳어지는데)
정서 (눈물로) 오빠 도대체 나한테 왜 이래? 오빠 이럼 안되잖아.
나 오빠 동생이야. 아무리 좋아해도 안되는거 알잖아.
태화 ....
정서 왜 다들 날 이렇게 힘들게 하는거야... 왜....
주저앉으며 참았던 눈물이 터지듯 서럽게 흐느끼는 정서. 그런 정서를 바라보는 태화, 힘들다.
정서어깨를 감싸주려는 듯 손 들었다가.... 차마 손대지 못하고 다시 내리는 태화.
주저앉아 울고있는 정서와 그 옆에 서서 어쩔줄 모르는 태화.
#63 정서 유리 방 테라스
유리와 미라, 정서와 태화쪽 내려다보며
유리 둘이 진짜 사귀나 봐,
(몸서리치며) 아우 징그러워... 엄마, 보고만 있을거예요?
미라 (싸늘한)... 냅 둬, 둘이 좋아하는 거, 너한테 나쁠 거 없어.
유리 ?
미라 둘이 좋아하면...그 자리에 누가 앉게되지?
유리 ?
미라 송주 옆자리. 백화점 며누리 자리 말야.
유리 (그제서야 눈빛이 빛난다.)...
#64 학교 운동장
전교생이 모여 조회를 하고 있다.
선생님 지난번 서울시 교육청이 주최한 사생대회 최우수상의 영예를 영광스럽게도 우리학교
학생이 차지했습니다.
중학교쪽 교실 창가에서 고개 내밀고 보고있는 정서. 유리 보인다.
(고등학교와 중학교가 붙어있는 설정으로)
가슴 졸이며 보는 정서.
선생님 서울시 교육청주최 사생대회, 수채화부문 최우수상!
고등학교 3 학년 5 반 한태화!
무표정하게 나가는 태화.
미소띤채 그런 태화 보는 정서. 박수를 친다.
유리, 의외라는 듯 본다.
연단위, 상장과 트로피를 받아드는 태화.
태화, 정서의 얼굴을 찾는다. 눈 마주치는 두사람.
정서, 태화를 향해 환하게 웃어준다.
그제야 태화 얼굴에 떠오르는 미소.
태화 (마이크 들고) 한정서! 울지마. 오빠가 있다.
학교에 울려퍼지는 태화 목소리. 와하하 웃음 터뜨리는 아이들.
우우... 야유를 해대고 삑삑 휘파람 불어대는 아이도 있다.
정서, 당황해서 서 있다. 유리도 야릇한 미소로
#65 태미라집 앞 정원 (저녁)
정서, 빨래를 널고있는데 들어서는 태화.
태화, 정서에게 다가오더니 불쑥 상장과 트로피를 정서에게 건넨다.
태화 받아. 네 거야.
정서 (보다가) 이거...새엄마 드려.
태화 (굳어진다)
정서 오빠가 새엄마하고 화해할 수 있는 기회야.
새엄마도 오빠한테 이런 재능이 있다는 거 알면 달라지실거야.
태화 넌 몰라.
정서 알아. 엄마 마음 다 똑같은거 아냐?
오랫동안 떨어져 살아서 표현하는 방법을 잊어버린걸거야.
오빠한테 아무리 험하게 대해도, 마음속으론 오빠 사랑하고 계실거야.
태화 (자조적인 웃음)
정서 오빠도 맘 속으론 엄마한테 인정받고 싶잖아.
태화 ....
정서 오빠가 나 생각하는 마음, 그거 사랑 아냐.
태화 그럼.. 뭔데?
정서 글쎄... 엄말 좋아하는 마음.. 그런거 아닐까?
태화 ....
정서 지금 오빠한테 가장 필요한건 엄마랑 화해하는거야.
그게 채워지면... 나에 대한 감정도 정리될거야.
태화 ....
정서 난 마음만 받을께. 들어가봐. 새엄마 지금 혼자 계실거야.
#66 태미라 집 안방 (저녁)
들어서는 태화. 정서에게 등 떠밀려 쭈삣거리며 들어선다.
소파에 앉아 대본 보며 매니큐어 바르던 미라, 마뜩찮은 표정으로 태화본다.
태화 (어색하게 트로피와 상장 내밀며) 이거...
미라 뭐니?
태화 사생대회에서 상 .. 받았어요.
미라 ..그래서?
태화 ....
미라 (태화가 내밀고 있는 상장과 트로피 보면서 비웃듯)
곰두 구르는 재주가 있구나...
바닥에 떨어지는 트로피와 상장. 부들부들 떨고 서 있는 태화.
상황을 파악한 정서, 얼른 쫓아 들어와 트로피와 상장을 챙긴다.
정서 저기...새엄마...태화오빠가 오늘 조회시간에 전교생앞에서 상 받았어요.
사생대회 최우수상요. 보세요. (상장 펼쳐보인다.)
미라 봤잖아. 그래서 나더러 어떡하라는거니?
정서 새엄마
미라 잘했다. 됐니?
정서 (의외의 결과에 당황한다.)...새엄마!
태화 (고개 숙인채 눈물 한방울 떨어진다)... 나한테 왜 이래? 왜?
미라 내가 너 땜에 얼마나 조마조마하게 사는지 알어? 그니까 우리 서로 건드리 지 말자. 아니
너, 니 아빠한테 가구 싶음 가. 이집에선 아무도 말릴 사람 없어. 너두 그게 낫지? 잘 생각해봐
태화 (눈물로 그대로 서 있다.)...
미라 (바르던 매니큐어 마저 바른다.)...
정서 (눈물 흐른채)
미라 안나가니?
#67 태화방 앞 (밤)
정서가 아무리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문, 안에서 굳게 잠겨있다.
정서 태화오빠. 문 좀 열어봐...응? 할 말있어, 오빠...
#68 태화 방 (밤)
롤 블라인드 다 내리고 어둠속에서 문앞에 쳐박히듯 앉아있는 태화. 슬픔에 찬 눈빛.
태화, 쭈그려 앉아있는데 창문쪽에서 들어오는 종이비행기 하나.
태화의 옆에 멈춘다. 천천히 종이비행기를 펴 보는 태화, 울컥해진다.
‘오빠, 이제 그만 화 풀어. 오빠 상타면 내가 선물하나 해주기로 했지?
내일 놀이공원 갈까? ... ‘
#69 회전목마 (낮)
회전목마를 타는 정서.
태화, 정서 바라보며 손 흔들며
태화 한정서! 너 나 좋아, 싫어?
목마 천천히 돌아간다.
#70 동 회전목마
정서를 태운 목마 천천히 돌아가면 그 포즈 그대로 성인이 된 정서로 변해있다.
자막 <3 년후, 1999 년>
태화 한정서! 너 나 좋아, 싫어? 너 아직도 대답 안했다!
정서를 향해 막 손 흔드는 (성인) 태화.
#71 버스 정류장 (밤)
내리는 비에 정류장 안에 서 있는 태화, 정서.
젖은채 하늘 올려다보는 정서, 물끄러미 쳐다보는 태화.
정서, 태화 시선 느끼고 좀 어색한데
태화, 자기 옷 벗어 정서에게 둘러준다.
태화 유학... 준비는 다 됐어?
정서 거의. 송주오빠가 다 해놨다니까 내가 준비할건 별로 없어.
태화 ... 3 일 남았나? 3 일 지나면 너 가는구나?
정서 ... .
태화 (본다)
정서 (부러 밝게) 오빠, 내가 오빠 여자 친구 소개시켜줄까?
내 친구중에 진짜 괜찮은 애 있거든. 딱 오빠 스타일인데..
태화 됐어.
정서 왜에? ...성격 얼마나 좋은데. 얼굴두 이쁘구 키두 오빠랑 딱이겠다.
나보다 작으니까 ..이 정도쯤 되나? (태화 앞에 서서 키 대보는데)
태화 (탁 정서 손목 잡고 뚫어지게 본다)
정서 오빠..
태화 (보다가.. 시선 피하며 정서 손목 끌고 막 출발하려는 버스에 올라타는)
#72 버스 안 (밤)
맨 뒷좌석에 흔들리며 가는 태화와 정서.
태화, 모자 눌러쓴채 고개 뒤로 젖히고 자는 듯 앉아있다.
정서 (태화보며) 오빠 나 없어도 행복할수있어. 오빠가 나밖에 몰라서 그래. 다 른 여자
사겨본적이 없잖아. 나 말구, ...나같은 동생 말구 오빨 진짜루 좋 아하는 여자 만나면 오빠
생각도 달라질거야.
태화 ....
정서 오빠... (뭔가 더 말하려는데)
태화, 갑자기 정서 손 끌어다 잡는다
정서, 그 손 물끄러미 보는데, 잡은 정서 손 힘주어 꽉 쥐는 태화.
태화, 고개는 뒤로 젖힌채 표정 보이지 않는다.
정서 (울컥해서) 오빠...
태화 ... 아무말도 하지 마.
손 잡은채 덜컹거리며 가는 버스안의 두사람...
차창밖으로 시선 돌린 태화의 눈에 차창에 비친 정서의 얼굴 보인다.
그 얼굴 안타깝게... 물끄러미 보는 태화....
#73 한교수 집 앞 (밤)
태화와 정서 손 잡은채 나란히 걸어온다.
집앞에 다다르자 멈춰서는 둘.
어색하게 잡은 손 놓는다.
태화 (애써 밝게) 내일은 어디 갈까? 야외에 그림 그리러 나갈래? 바람도 쐬고..
정서 아니. 나.. 이제 밖에서 오빠 안 만날래.
태화 (굳어져 보는데)
정서 준비할 것도 있고.... 오빠두 맘 잡는데 시간 필요할거야.
태화 .... 왜, 그 자식 온다니까 마음이 급해?
정서 오빠!
태화 그러시겠지. 그 자식 엄청 부자라며? 여자들이 줄을 설만도 하네.
정서 송주오빠, 나한텐 특별한 사람이야. 그런식으로 말하지 마.
태화 그래? 그럼, 나한테 넌 어떤 사람일거 같애?
정서 ...
태화 나한텐 한정서, 니가 특별한 사람이야. 너무나 특별한 사람이라구 알아?
정서 (더 이상 이야기 하지 않는다)
태화 난 도대체 너한테 뭐야. 그렇게 아무것도 아냐?
정서 ....
태화 (눈물 고이며) 나는 네가 웃는것만 봐도 가슴이 뛰는데...
나는 네 눈에 눈물만 고여도 돌아버릴거 같은데...넌 아니지?
아니지?
태화, 눈물 보이지 않으려 뒤돌아서는데
그런 태화 안타깝게 보다가 뒤에서 가만히 안는 정서.
정서 미안해. 미안해 오빠....
나 그동안 오빠 때문에 정말 행복했어. 오빠 없었다면... 나 정말 견디기 힘들었을거야.
고마워... 고마웠어, 오빠...
태화 ....
정서 ....
태화 (확 돌아서 정서 어깨 붙잡는다)
정서 (보면)
태화 (감정 억누르며) 내일, 영화 보자.
정서 ...
태화 네시. 시네마 서울. 기다린다.
정서 기다리지 마. 나 안나가.
태화 마지막으로... 한번만... 할 얘기가 있어.
정서 지금 해.
태화 .... 기다린다. 너 올때까지. 너 안오면 나 무슨 일 벌일지 몰라.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정서를 본다)
정서 (안타까움으로 그 눈빛 받고 서서) ....
#74 극장 앞
태화, 기다리고있다. 손에 든 반지 상자와 장미꽃 한다발.
#75 정서 유리 방
여행가방을 챙기는 정서, 지퍼를 닫다 말고 시계를 본다. 4 시가 넘어가고있다.
후 한숨쉬며 마저 지퍼를 닫는 정서.
#76 극장 앞 (밤)
영화가 끝난 듯 쏟아져 나오는 인파. 그 인파 다 사라지고 나면, 미동도 않고 서있는 태화.
반지 상자와 시든 장미를 들고있다.
#77 2 층 복도(밤)
정서 나오는데 태화 지켜 보고 서 있다
태화 나. 내일도 기다린다. 네시
#78 극장 앞 (다른날)
같은 장소, 같은 시간.
옷차림만 바뀐 태화, 반지 케이스,와 장미꽃 들고 기다리고있다.
#79 태화방
들어와 방안을 둘러보는 정서.
태화 책상위에 걸린 그림액자를 본다.
비뚤어진 액자 바로 잡아주는 정서.
태화 책상에 앉는다. 물끄러미 시계보는 정서.
째깍째깍 돌아가는 초침.... 4 시를 훨씬 넘겼다.
#80 고급 의상실
밝고 우아한 음악이 흐르는 실내
전신거울 앞에 선 여자, 다리에서부터 죽 훑어올라가면 ... 성인이 된 유리의 모습.
직원의 도움을 받아 거울앞에서 옷을 입어보고있다.
세련된 차림에 자신넘치는 미소.... 완벽하게 탈바꿈한 유리의 모습.
미라(E) 유리야.
유리 (돌아보면)
미라 (만면에 웃음띠고 다가온다)
유리 (직원에게) 이거 빨간색두 있죠? 그거랑 같이 할께요.
매장에 마련된 소파에 앉는 유리와 미라.
미라 너 아주 태평하다?
유리 뭐가?
미라 송주, 내일 돌아와.
유리 내가 그거 모르겠어? 하나두 걱정안해.
정서옆에 태화오빠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
얼마나 솔직하게 송주한테 태화오빠와 정서의 사랑을 알리느냐... 그게 문 제지. 안믿을수
없을걸? 우리가 거짓말하는거 아니잖아.
미라 (동의하는 미소)내일 민회장이랑 저녁약속 잡아놨어.
나 오늘 지방 촬영갔다가 내일 그 시간 맞춰서 바로 갈거니까 시간 맞춰서 나와.
유리 아빠두 출장가셨는데... 그럼 오늘 집 비겠네?
(뭔가 꿍꿍이가 있는듯한 표정)
미라 태화랑 정서, 어떡하구 있을까? 아별할 날도 이틀 밖에 안 남았는데...
유리 태화오빠 혼자 난리겠지 뭐. 한번만 찔러주면 완전히 돌아버릴걸?
#81 극장 앞 (밤)
태화, 여전히 기다리고있다. 잔뜩 굳은 표정의 태화.
누군가, 어깨를 잡는다. 태화, 확 돌아보면 유리가 서있다.
유리 오빠 진짜 대단하다 응?
태화 ....
#82 포장마차 (밤)
태화와 유리 술잔 앞에 놓고 마주앉아있다.
이미 테이블에 빈 술병 몇 개 올려져있다.
유리 (태화잔에 술 따라주며) 그렇게 정서가 좋아? 안되는거 뻔히 알면서 그래 두 좋아?
태화 (잔 들이키고)
유리 하긴... 피 한방울 안 섞였는데 안될건 또 뭐야? 안그래?
태화 ...
유리 내가 보기에 정서 걔두 오빠 싫어하는거 아냐. 지금까지 오빠한테 얼마 나 잘 했어?
친동생인 나보다 더 끔찍했는데.. 안 좋아하면 그럴수 있어?
태화 (어떤 희망에 유리 본다)
유리 (모른척) 그치만 오빠두 알잖아. 걔 얼마나 고지식해? 법같은 거 무시하고 가족 다
버리고 오빠한테 사랑한단 말 못해.
태화 ....
유리 오빠, 차라리 걔 데리구 도망가. 오빠, 정서 좋아하잖아. 사랑하잖아.
어쩜 정서두 속으론 오빠가 그래주길 바라고 있을걸?
태화 ....
유리 (술 마시고) 사랑해선 안될 사람? 사랑하니까 떠난다구? 웃기지 말라구 그 래. 난
그딴거 안믿어. 다 거짓말이야. 진짜루 사랑하는데, 극복못할게 뭐 있어.
태화 (연거푸 자작하며 술만 들이키고있다) ....
유리 (술병 뺏어 술 따라주며 한숨 푹) 오빠두 진짜 불쌍하다...
송주 오빠 내일이면 들어오는데 ...정서랑 둘이 유학가버리면 오빠 어떡해?
아줌마! 여기 한병 더 주세요!
태화 (술 들이키더니 탁 잔 놓고 뛰쳐나가버린다)
유리 (그런 태화 보다가 잔인한 표정으로 일어선다)
#83 한교수 집 앞 (밤)
불이 꺼져있는 집, 적요에 싸여있다. 술병들고 마시면서 그 앞에 비틀대며 와 서는 태화.
태화 (잠시 보다가 있는 힘껏) 한정서! 창문 좀 열어봐. 나...한 번만 봐! 응?
여전히 미동도 없는 집.
태화 (미친듯 고래고래 고함치며) 한정서! ...너 이래도 나 안 봐줄래? 한정서... 한정서...(
끝내 사랑한다는 말은 나오지 않고)...
#84 정서 유리 방 (밤)
캄캄한 방에 쪼그려 앉아있는 정서.
밖에서 한정서! 한정서! 부르는 태화의 목소리 들린다.
눈물 흘리며 힘들게 그 소리 듣고있던 정서, 어느 순간 뛰어나간다.
#85 한교수 집 앞 골목길 (밤)
뛰어나오는 정서.
잔뜩 취해서 거의 쓰러질 듯 비틀거리는 태화.
정서 오빠, 왜 이래? 응? 왜 이래 정말...
태화 정서야... 정서야.... (비틀거리다가 정서쪽으로 푹 쓰러진다)
정서 (태화를 부축해 들어가고)
역시 취한채 그 모습 야릇한 표정으로 지켜보고있는 유리.
#86 태화 방 (밤)
낮은 조도의 스탠드불이 켜져있다.
정서, 침대에 태화를 기대 앉히는데
태화, 미친 듯이 정서를 잡아 흔든다.
태화 왜 안나왔어?
정서 ....
태화 내가 너한테 그렇게 아무것도 아냐?
정서 .. 오빠.
태화 (격정으로 일어나 정서 벽에 밀어붙이고 두팔로 가둔다)나 너 가기전에 남 들처럼 선물
주고 싶었어. 이게 마지막이니까. 너랑 만나는거 마지막이니 까.이제 완전히 헤어지는 거니까
내 마음을 주고 싶었어(반지 케이스 보인 다)너한테 좋은 모습 보여주고 멋있게 돌아설라고
했어. 그런데 왜 안나왔 어. 왜? 왜? 왜? (반지케이스 던져 버린다)
정서 (눈물로 본다)왜 우리가 마지막이야. 우리 언제든지 볼수 있잖아. 우린 남 매잖아. 오빠.
태화 가지 마.
정서 오빠...
태화 가지마... 너 힘들게 안할께.. 아무것도 안 바라고. 나 안 좋아해도 되니까.. 가지마.
가지마 정서야.
정서 ... 미안해 오빠.
태화 (격정으로 보다가 확 안으려면)
정서 (홱 뿌리친다) 도대체 왜 이래? 제발 이러지 마. 응?
태화 나 너 못 보내!
정서 계속 이러면 나 다시 오빠 안 봐. 그래도 좋아?
태화 ....
정서 오빠... 나 오빠 동생이야. 그거 알잖아. 그거 알면서 이러면 안되잖아.
태화 .... (허탈함.... 자조적인 웃음 배어나온다)
그래... 가! 가서 잘 살어. 나 같은놈이 뭐라고.... (목소리 점점 젖어드는)
나... 너 때문에 처음 웃었고, 너 때문에 처음 기뻤고,
너 때문에 처음 행복했어, 그걸로 충분해...
정서 (눈물 참으며 보고있는데)
비틀거리며 일어나 가방 꺼내 되는대로 짐 챙겨넣는 태화.
그런 태화를 보고있는 정서 눈에서도 눈물 흐른다.
태화 나도 갈거야. 너 보내고 나 이 집에서 살 자신 없어.
너 때문에 살았는데... 이제 여기 있을 필요가 없지.
내가 떠날거야. 갈거야.
태화에게 다가가 가방 뺏는 정서. 태화, 정서 본다. 눈물범벅인채 정서를 보는 태화.
그런 태화를 보는 정서, 가슴이 아프다. 따뜻하게 보듬듯 태화 안아주는 정서.
정서에게 안긴채 눈물 흘리는 태화. 가슴 아프게 안고있는 두사람.
그때 벌컥 열리는 문. 취한 유리다.
유리 야, 한정서! 너 진짜 뻔뻔하다. 도대체 너 뭐야? 어?
정서 유리야!
유리 (둘 사이 떼어놓으며) 떨어져! 울오빠 맘 더 흔들어놓지 말구 떨어져!
울오빠 이렇게 만들어놓고, 이제 모른척하겠다는거야?
니 맘대로 꼬리칠땐 언제구... 너 어떻게 이럴수가 있어?
정서 말조심해.
유리 (바짝 다가서며 위협적으로) 너나 행동 조심해. 내가 가만있을거 같애?
송주오빠 들어오면 다 얘기해버릴거야. 너 사귀는 남자있다. 그 사람, 우리 오빠다. 둘이
껴안고 별짓 다했다...
정서 (부르르 떠는데)
태화 (벌떡 일어나 유리 밀쳐낸다)
유리 (비틀거리며 넘어졌다가 발딱 일어나며) 오빠, 나 쳤어 지금?
내가 없는 말 하는거야? 내말이 뭐가 틀려?
태화에게 악 쓰며 바락바락 대드는 유리. 정서, 그들 둘 뜯어말리느라 힘에 부치고...
결국 엎치락 뒤치락하다가 방바닥에 나동그라지는 세사람.. 그때 울리는 전화벨.
태화와 유리는 취한채 나동그라져있고 정서, 눈물 훔치며 전화받는다.
정서 여보세요.
송주(E) (한껏 밝은) 정서야!
정서 ... 오빠!
유리 (취한 상태에서도 확 돌아본다)
태화 (역시 굳고)
정서 ... 공항? 지금?
송주(E) 어, 하루라두 빨리 너 보구 싶어서. 먼저 왔다. 지금 나올수있지?
정서 응.. 나갈께. ...어디루?
(전화끊고 다급하게 나가는데)
유리 (벌떡 일어나 정서 잡는다) 송주오빠 들어왔대? 지금?
정서 (뿌리치고 그냥 나간다)
유리 (따라가며) 야, 내가 너 송주오빠 만나게 내버려둘줄 알어?
가서 다 얘기할거야. 다 불어버릴거야. (쫒아나간다)
다급하게 일어나는 태화.
#87 공항 입국대
수행하는 장이사와 수행원들에 둘러싸여 나오는 송주. (성인) 멋지게 성장한 모습이다.
감회가 새로운 듯 기대에 찬 표정으로 걸어나오는 송주의 모습에서 엔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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