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연가 10
<제10회> 2002년 2월 12일 화요일
1. 별장 외경 (밤)
2. 별장 (밤)
유진, 민형, 그리고 강미희가 앉아있다. 유진을 못마땅하게 흘낏 보는 강미희의 시선.
민형 연락도 없이 어쩐 일이세요?
강미희 너야말로 여기 어쩐 일이니?
민형 (선뜻 말하지 못하는데)
강미희 한창 일할 젊은 녀석이 괜히 이런 산골 드나드는거..... 보기 싫다. 넌 바쁜 사람이잖아? (그리고는 괜히 날카롭게 유진을 쳐다보는 시선)
유진 (어색해지는데)
민형 (얼른 농담처럼) 이 근처 풍광이 굉장히 좋은데.... 어머니 혼자 보고 싶으셔서 욕심내시는거에요. 여기 바로 앞에 강이 있는데 낚시터가 유명하데요. 여름이면 수영하고 가는건데...
강미희 (무심코.. 혀 끌끌 차는) 너 7살 때, 여기서 물에 빠져가지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아직도 그런 소리를 하니?
민형 (의아하게 보며) ......어머니? 그건.... 미국 있을 때 레곤 카운티 놀러가서 있었던 일이잖아요.
강미희 (당황한다) 아... 그, 그렇지. 내 정신좀 봐. 내가 다른 이야기랑 헷갈구나. (시계보고)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니? 약속 있어서 급히 나가던 중이었는데 많이 늦었구나. 가봐야겠다.
당황한 걸 감추고 얼른 나가는 강미희. 의아하게 보던 민형과 유진도 따라 나선다.
3. 별장 앞 (밤)
미희의 차가 저만치 밑에 대기하고 있다. 민형과 유진, 배웅하러 따라나온다. 유진, 안녕히 가세요. 인사꾸벅하면 미희, 차갑게 목례하고 계단을 내려간다. 민형이 따라나선다.
미희 (유진 슬쩍 돌아보며) ...같이 일하는 사람이니?
민형 ......네.
미희 내가 여자문제까지 간섭할 건 아니다만 나중에 귀찮은 일 생기지 않게 잘 처신해.
민형 .....어머니 그런 거 아니에요.
미희 너도 성인이니까 니가 알아서 잘 하겠지.
민형 (그거 아닌데 당혹스러운) .....어머니!!
미희 (모르는척 내려가며) 서울 오는데로 한 번 들려라. 그럼 들어가봐. (기사에게) 갑시다.
멀어지는 미희의 차. 유진이 내려와 민형의 옆에 선다. 사위가 조용-하다. 마주보고 어색하게 웃는 두 사람.
4. 강미희의 차안 (밤)
생각하면서 차를 타고 가던 강미희.
강미희 (기사에게) 아, 잠깐만 여기 세워봐요.
5. 강 가 어떤 집 (밤)
중년남자가 황급히 문을 열고 튀어나온다. 강미희를 향해 굽신굽신 열심히 인사한다.
강미희 별 일 없으셨죠?
중년남 그러믄요.
강미희 (돈봉투 꺼내 전해주며) 이번 달 안에 한 번 쯤 더 들를 지도 모르겠어요. 잊지 마시고 틈나는대로 별장 관리 좀 잘 해주세요.
중년남 걱정마십쇼. 참, 이제 준상이 장가보내셔야겄습니다. 물에 빠진 거 내가 구해줬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참... 어떻게 컸는지 궁금하네요.
강미희 (말 피하며) 네에.... 어쨌든 잘 부탁드립니다.
강미희, 차타고 떠난다.
6. 강 가 (혹은 별장 근처) (밤)
저수지 옆 길을 걷고 있는 유진과 민형. 작은 선착장 같은 곳에 선다.
민형 우리 어머니..... 불편하지 않았어요?
유진 (고개 가로젓는다)
민형 (웃으며) 얼핏 보면 차가운 사람 같지만 원래는 따뜻한 분이세요. 잘 표현할 줄 몰라서 그렇지....
유진 (고개 끄덕거리며) .....어떤 분인지 알 것 같아요.
민형 춥죠? (겉옷을 벌려 유진을 안아 감싸준다)
유진 (멈칫!하다가 가만히 있는다)
민형 (조용히 웃으며) 좋은데요..... 더 많이 추웠으면 좋겠다.
유진 (어색하게 웃는데)
민형 (하늘보며) 오늘은 별이 하나도 안보이네요. 눈이 오려나....?
유진 (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에 잠기는)
민형 (보면)
유진 (가만히 웃으며) ........폴라리스 알아요, 폴라리스?
민형 알죠. (유진 가리키며) 폴라리스. (씩 웃는데)
유진 (하늘 올려다보며) 예전에 준상이가 가르쳐줬어요. 산에서 길을 잃었을 땐 폴라리스를 찾으면 된데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른 별은 다 자리를 옮기지만 폴라리스만큼은 절대로 움직이지 않거든요. 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니까..... (눈빛 흐려진다)
민형 (유진을 돌려 세워 얼굴을 마주본다. 마음 아픈) .......유진씨.... 길을 잃은 것 같아요?
유진 (애써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오늘.... 소중한 사람들에게 큰 상처를 줬어요.... 엄마... 진숙이... 용국이... (사이) ....상혁이... 어쩌면.... 다시는 나 용서 안해줄지도 몰라요..... 어떡하죠...? (눈물이 나올 것 같은데...)
민형 (유진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유진 (고개 돌려 눈물을 감추는데)
민형 (하늘 보며) 다른 별이 다 자리를 옮겨도 폴라리스는 늘 그 자리에 있다고 했죠? 혹시.... 다른 사람들이 모두 유진씨 용서할 수 없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다며 떠난다 해도... 내가 늘 그 자리에 있어주면....... 길 잃지 않을 수 있어요?
유진 .......!
민형 (유진을 바라보며 물기어린) .......나 믿어줄 수 있어요?
유진 (눈물이 그렁그렁해진다) ....... (끄덕)
민형, 유진에게 가만히 키스를 한다.
7. 호텔 일각 (밤)
상혁이 멍하게 서 있다.
8. 호텔 로비 커피숍 (밤)
부모들과 친구들이 따로따로 모여앉아있다. 유진모, 날벼락 맞은 느낌으로 불안해하고 위로하는 진숙과 용국. 채린은 팔짱낀 채 생각에 잠겨있다. 그때 상혁이 나타난다.
유진모 (벌떡 일어나며) 유진이는? 유진이는 어디 있니?
상혁 (망설이다가) 유진이.... 서울집으로 갔습니다. 제가 보냈어요.
지영 (싸늘하게) 뭐, 서울집? 채린이 애인이랑 도망이라도 간거 아니고?
채린 (표정)
상혁 (순간 눈빛 변하며 버럭) 어머니!! 도대체 왜 이러시는 거에요? 그런 거 아니라고 말씀 드렸잖아요!!
지영 (당황한다!)
상혁 (화누르고 냉정하게) .....제가 한가지 드릴 말씀이 있어요.
일동 (물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지는데)
상혁 (숨가다듬고 결심) 어머니 생일날 유진이 서울왔을때... (사이) 제가 유진이한테 몹쓸 짓을 했습니다. ....유진이 스키장으로 보내지 않았어요.
일동 (경악하는 표정들!)
진우 (얼굴 굳어서) 그게.... 사실이냐?
상혁 그래서 결혼 발표 서두른건데... 유진이가 아직도 저한테 화가 안풀려서 오늘 결혼 못한다고 한 겁니다. 이해해주세요. (유진모 향해) 어머님 죄송합니다. (지영 향해) 어머니, 쓸데 없는 말씀하신거... 유진이 어머님께 빨리 사과하세요. (단호하게) ...어서요!
진우 (엄하게) 상혁아!!
상혁 ......!
진우 유진이가 원치 않는데 니가 그런 행동 한게 사실이라면.... 정말로 실망이다. (유진모 향해 정중하게) 자식 교육 잘못시켜서 부끄럽습니다. 사부인... 죄송합니다.
지영 (노려보며 부들부들) ....망할 자식!
지영, 찬바람나게 가버리고 진우도 인사하고 뒤따라간다. 주먹 불끈 쥐고 미동도 없이 서있는 상혁을 보는 유진모, 진숙, 용국의 표정. 그리고 싸늘한 채린의 시선.
9. 호텔 복도 (밤)
채린(소리) 너, 거짓말했지?
상혁 (걸음 멈추고 보면 채린이 벽에 등을 기댄 채 서있다.)
채린 (다가오며) 다른 사람은 속여도 나는 못 속여. 유진이 걔.... 서울집에 간 거.... 아니지?
상혁 (싸늘하게) 니가 상관할 일 아니야. (가려고 하는데)
채린 민형씨랑 도망간 거, 맞지? 아냐?
상혁 (천천히 몸 돌려 채린 보며) 유진이와 이민형씨 관계... 우리어머니한테 고자질한 사람, 너지?
채린 (당황한다!) ....
상혁 (싸늘하게) 그래. 니가 무슨 뜻으로 그런 짓 했는지는 알겠어. 어떡게든 유진이랑 그 사람 떼놓고 싶어서 한 거겠지. 그런데 의도와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거, 오늘 보니까 알겠지?
채린 (아무 말도 못한다) ........!!
상혁 (낮고 강하게) 알았으면..... 모르는 척 해. (싸늘하게 보고 돌아선다)
10. 유진모의 방 (밤)
유진모 짐을 챙기는데 상혁이 들어온다.
상혁 (고개 숙인 채) 어머니 죄송합니다. 용서해주세요.
유진모 ......
상혁 제가 잘못했어요....
유진모 (부지런히 짐 챙기며) 나는 먼저 서울로 갈테니까 부모님께는 인사 못하고 가서 죄송하다고 전해드려라.
상혁 (멈칫 잡으며) ......어머니.... 저기... 그러지마시고.... 춘천집에 가 계시면 제가 유진이 달래서 같이 찾아뵙겠습니다.
유진모 무슨 소리야. 딸년이 서울에 있다는데 에미도 따라가야지. 가서 행실 똑바로 하라고 가르쳐야지.
상혁 (당황하며) 어머니!!
유진모 (짐 챙기는 거 멈추고 돌아본다) .....상혁아...!
상혁 (표정)
유진모 .....너 바른대로 말해라. 유진이 어디 있니?
상혁 .......!!!
유진모 내가 볼 때 넌 그런 행동할 애가 아니다. 우리 유진이도 마찬가지고.... .....솔직히 말해봐. 유진이... 지금 서울집에 있는거 맞니?
상혁 (아무말도 할 수 없는) .....!
유진모 (우려가 현실로..) 거기 있는거 아니지! ....그럼 어디있는거야? ....걔 지금 어딨니? ....어딨어?
상혁 (얼굴 일그러지는데)
유진모 (아니길 바라는) ....혹시 이민형이라는....사람... 그 사람이랑 같이 있는건 아니겠지? .....아니지?!!
상혁 (아무말 할 수 없는데)
유진모 (점점 확신하는 절망적인 표정)
상혁 (입술 깨물며) ....어머님.... 죄송합니다...
유진모 (!!! 털썩 주저앉아버린다)
상혁 (표정)
11. 호텔 앞 (밤)
빠르게 걷는 유진모를 쫓아나오는 상혁.
상혁 (가방 뺏어들려고 하며) 어머니! 이렇게 가시면 어떡해요?
유진모 (가방 도로 들며) 지금 내가 서울집에 가는 흉내라도 내야 유진이가 덜 망신스럽다. 들어가라.
상혁 (안타까워서) 어머니... 그럼 쫌만 기다리세요. 제가 모셔다드릴게요.
유진모 (눈물 섞인) 내가 지금 무슨 면목으로 니 차를 타고 가겠니. .....내가 니 얼굴을 쳐다볼 수가 없다. 미안하다 상혁아....
상혁 .......어머니.....!!!
유진모 (가다말고 상혁 손 끌어잡으며) 상혁아...... 그래도 우리 유진이... ....유진이.....제발... (말 잇지 못하고 울먹이다가 서둘러 택시 잡아 탄다) 간다!!
상혁 (택시 유리창 두드리며) .....어머니.....!!
울면서 택시를 타고 떠나버리는 유진모. 뒤에 남아 멍하게 선 상혁.
상혁 (독한 눈빛 중얼거리듯) ......어머니.... 저도... 유진이 잃고 싶지 않아요....
12. 별장의 어느 방 (밤)
창 밖을 보며 서 있는 유진의 표정. 이불을 들고 뒤에서 다가오던 민형, 물끄러미 보다가.
민형(소리) 유진씨!
유진 (돌아보면)
민형 ....걱정 많이 돼요?
유진 (들켰구나... 어색하게 웃는데)
민형 (이불 내려놓으며 아무렇지 않게) 난 2층에서 잘테니까 이 방에서 자요. 푹 자고 나면 좀 나아질거에요.
유진 (웃으며 농담처럼) ....아침에 일어났는데도 나아진 게 없으면 어떡하죠?
마주 선 두 사람. 조심스럽게 손 내밀어 유진의 뺨을 만져주는 민형.
민형 (유진 향해 웃어준다) 자고 일어나서 생각해 보죠. .....잘 자요.
문 닫고 나오는 민형의 표정.
13. 별장의 아침 외경 (오전)
14. 별장의 어느 방 (오전)
유진이 눈을 뜬다.
15. 별장 안 (오전)
유진이 방문을 열고 나오는데 안이 조용하다. 살금살금 걸어서 부엌으로 가보는데... 아무도 없다. 문득 발견한 냉장고 위의 쪽지. “잠깐 나갔다올게요.”
유진, 소파에 앉아서 기다리다가 문득 주머니 속의 핸드폰을 꺼낸다. 망설이다가 전원을 켜보는데 켜자마자 정신없이 쏟아져들어오는 메시지들. 유진, 놀라서 얼른 꺼버린다.
16. 별장 밖 (오전)
은빛으로 빛나는 벌판에 서 있는 유진, 타박타박 눈위를 걷다가 민형의 발자국을 만난다. 커다란 발자국 속에 자신의 발을 슬쩍 넣어보는데.....
민형(소리) 일어났어요?
유진 (돌아보면)
민형 (양손 가득 뭔가를 들고) 불편하지는 않았어요? (웃는데)
유진 (민형이 한쪽 손에 든 그물망 안에서 팔딱거리는 물고기를 보고 놀란다) ......그거 민형씨가 잡은 거에요?
민형 (의기양양하게) 아, 이거요? 이거...... 산거죠.
마주보고 웃어버리는 두 사람. 민형, 들어달라는 듯 그물망을 내밀고... 유진은 물고기가 요동을 치는게 좀 징그러운 듯 그물을 드는데... 척 빈 손을 내미는 민형.
유진, 웃으며 그 손을 잡는다.
17. 별장 부엌 (오전)
온갖 재료들을 늘어놓고 열심히 요리를 하는 민형. 주변에서 얼쩡거리며 서 있는 유진.
유진 도와줄까요?
민형 (서툰 칼질을 열심히 하며) 됐습니다! 나 혼자 할 수 있어요.
유진은 민형이 어설픈 솜씨로 정신없이 뭔가를 해대는 모습을 지켜본다. 행복한 느낌.
그때 민형이 짧은 비명을 지른다. 손을 벴다.
유진 (얼른 살펴보며) 괜찮아요?
민형 (손가락 빨며 괜찮다는 듯 끄덕)
유진 (웃으며 팔 걷어부치고) 비켜봐요.
탁탁탁탁 능숙하게 칼질하는 유진.
열심히 요리하는 유진의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민형.
민형 (혼잣말 하듯) ....이런 느낌이구나....
유진 (보면)
민형 (턱 괴고 흐뭇해져서) 김선배가 말하는데 대부분의 남자들한테는 이런 환타지가 있데요. 퇴근하고 집에 돌아가면 사랑하는 사람과 보글보글 맛있게 끓고 있는 된장찌개가 기다리고 있는 느낌.... 그게 뭔지 알겠어요.
유진 (가만히 웃는다)
(시간경과)
식탁에 마주앉아 아침식사를 하는 두 사람.
민형 (밥먹다 말고) 고마워요 유진씨.
유진 ....뭐가요?
민형 (웃으며) 아침식사를 선물해줘서. 나, 누군가와 함께 아침을 먹은 거 정말 오래간만이에요.
유진 (표정)
18. 민형의 차 안 (오전)
유진이 전화를 걸고 있는 모습을 룸미러로 보고 있는 민형.
정아(소리) 여보세요....
유진 (망설이다가) 어.......언니......!! 나야.......
정아 유진아!
유진 언니... 미안해.... 엄마는?
정아 엄마 서울가셨는데 못만났어?
유진 (무슨 말이지?)
정아 야, 너는 서울가면 간다고 나한테 말을 하고 갔어야지.
유진 (놀란다) ....서울...?
19. 민형의 차 안 (오전)
유진이 차에 탄다.
민형 (담담하게) 어디로 갈거에요?
유진 .....서울이요.
민형 (표정)
유진 .......상혁이가.... 사람들한테 말 안했나봐요.
민형 (끄덕끄덕) ....준비됐어요?
유진 (보면)
민형 (웃어주며) 상처받지 않을 준비.
유진 (씁쓸하게 웃으며) 상처는 내가 줬는데요 뭘....
민형 (시동걸며 애써 씩씩하게) .....출발할게요!
20. 스키장 주차장 (오전)
진우가 차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생각에 잠긴 진우. 민형과 준상의 모습이 계속 떠오른다. 뭔가 마음에 걸리는 듯.
상혁이 지영과 함께 다가온다. 지영, 먼저 차에 올라탄다.
상혁 아버지 먼저 출발하세요. 뒤 따라 갈게요.
진우 그래. (망설이다가) 저... 그런데.... 그 이민형이라는 사람...
상혁 (말 자르며) 말씀드렸잖아요. 어머니가 걱정하시는 그런 사이 아니라구요.
진우 ......알았다.
차에 오르는 진우, 지영. 출발한다.
상혁 뒤로 다가오는 친구들 그리고 배웅하러온 정아와 김차장.
진숙, 채린의 차에 타려고 하는데-
채린 (차갑게) 너 상혁이 차 타고가.
진숙 (뜨악하게 보는데)
채린 (상혁과 눈맞추며) 너, 유진이한테 몹쓸 짓 했다며? 유진이한테 사과하러 가는 거 아냐? 어차피 가는 길 태우고 가는게 낫지 않겠어? (뼈가 느껴지는) 유진이 집에 있을텐데말야.
일동 (무슨 뜻인지 짐작하고 긴장하는 표정들)
채린, 휙 돌아서 자기 차를 향해 걸어간다.
상혁, 벙쪄서 보는 정아와 김차장에게 가볍게 목례하고 차에 탄다.
김차장 (멀어져가는 상혁의 차를 보며) 맞는 거 같죠?
정아 뭐가요?
김차장 (쩝쩝 쓴입맛 다시며) 둘이 도망간 거.
정아 (누가 들을까봐 무섭다는 듯 주위를 둘러본다.) 이 사람이!!
21. 상혁의 차 안 (오전)
아무말 없이 운전만 하는 상혁. 뒷좌석에 나란히 앉은 용국과 진숙은 상혁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진숙 (걱정스럽게 입 떼는) 상혁이 너.... 니가 정말..... 유진이한테 ..... (차마 말 못하고) .....그랬어?
상혁 ........
용국 (눈치보며) .....야!! 어린 애도 아니고 다 큰 성인들이... 그것도 곧 결혼할 사람들끼리 그게 무슨 대수야?
진숙 (고개 숙인 채) 아니.... 나는 차라리... 니가 그랬다면 다행인데.....(말 잇지 못한다)
상혁 .....
진숙 (불안해서) 유진이... 서울에 있는 거... 맞지? 그치?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용국과 상혁.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알수 없게 무표정한 상혁의 얼굴.
22. 유진의 집 근처 (오후)
민형의 차가 멈추고 두 사람이 내린다.
민형 (둘러보며) 유진씨 집이 어디에요?
유진 (손가락으로 가리켜준다.)
민형 (기억해두려는) ...저기구나.....
유진 ......저.... 들어갈게요.
민형 (안타깝게 유진 보며) ......돌아올 거죠?
유진 (끄덕하고 애써 명랑하게) 곧 돌아갈게요.
민형,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 유진을 안는다. 두 사람의 짧은 이별.
23. 유진의 집 (오후)
유진, 심호흡한 후 문을 열고 들어간다. 식탁에 앉아있던 엄마가 고개를 돌려 유진을 본다.
“엄마......!”
24. 거실 식탁 (오후)
엄마와 마주앉은 유진. 몸이 안좋은 듯 버럭 화내지도 못하는 힘없는 엄마.
엄마 니가 어떻게 상혁이한테 이럴 수 있니?
유진 .......
엄마 니가 이러는거.... 상혁이한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알고 하는거니, 모르고 하는거니?
유진 .......
엄마 상혁이가 어떤 앤데 니가 걔 가슴에 이렇게 못을 박아!! 걔가 도대체 너한테 잘못한게 뭐길래 니가 이러는거야! 응? 유진아... 니가 말 좀 해봐라. 니 입으로 말 좀 해봐!
유진 ......상혁이가 잘못한 거.... 없어.
엄마 근데 왜 그래? 이민형인가 뭔가 하는 그 사람 때문에? 그 사람 때문이야? 그 사람 어디가 그렇게 좋은데? 십년 사귄 약혼자 버리고 엄마 속 이렇게 뒤집어 놓아도 상관없을 만큼 그렇게 좋은거야?
유진 ........
엄마 말을 해봐. 니가 도대체 왜 이러는 건지, 왜 이러는건지 말을 해봐 이것아!!
유진 (눈물 뚝뚝 흘리며) 엄마... 나....
엄마 (표정)
유진 상혁이... 사랑하지 않아.
25. 유진의 집 앞 (오후)
짐을 든 유진모,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온다. 정신없이 뒤쫓아오는 유진.
유진 엄마! 엄마!!
엄마 (대답하지 않고 빨리 걷는)
유진 엄마... 내가 말할게... 내가 다 말할게.. 엄마 내 말 좀 들어줘. ...엄마!!
엄마 (울며 뒤돌아보는) ....너, 내 딸 맞니? .....내 딸 유진이 맞아?
뭔가 더 말하고 싶은게 많은데 차마 말 잇지 못하는 엄마. 택시를 잡아타고 떠나버린다.
유진 (상처받은) ......엄마.....
유진, 멍하게 서있는데..... 진숙의 소리 “유진아!!!”
상혁의 차에서 내리는 진숙과 용국, 그리고 상혁. 진숙, 얼른 달려와 유진을 껴안고 좋아한다.
진숙 (걱정이 놓인 듯 눈물 글썽해서) 그래 너 서울에 있을 줄 알았어. 나 믿었어...
유진, 진숙을 안은 채 멍하게 상혁을 바라본다. 유진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상혁의 눈빛.
26. 유진의 방 앞 (오후)
용국과 진숙이 불안한 표정으로 유진의 방 앞에 서 있다.
상혁(소리) 이렇게까지 한 이유가 뭐니?
27. 유진의 방 (오후)
고개 숙인 채 침대에 앉아있는 유진. 유진을 보지않고 창 밖만 보며 말하는 상혁.
상혁 (유진 돌아보며) 내가 너한테 그렇게 부족했니?
유진 .......(고개 가로젓는데)
상혁 내가 널 그렇게 힘들게 했어?
유진 (고개를 가로젓는데)
상혁 (독하게) 그런데 왜 그랬어! (유진을 돌아보며) 준상이도 아닌데.... 내가 아니라 그 사람이어야 하는 이유가 뭐니?
유진 .......
상혁 그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가 뭐냐구!
멍하게 상혁을 바라보는 유진의 얼굴 위로 들리는 민형의 소리.
민형(소리) 정말 좋아하는 건 이유를 댈 수 없는 거에요.
유진 (눈물 글썽해지며) ....이유를 댈 수가 없어.
유진을 내려다보는 상혁의 표정!
상혁 (심호흡하고) .....헤어져줄까?
유진 (고개들어 상혁을 보는 표정)
상혁 내 맘 돌아서기 전에 결정해.
유진 (멍한데)
상혁 .....헤어질까?
유진 (눈물 뚝뚝 떨어진다) .....상혁아.....미안해....
상혁 (주먹 꾹 쥔 채 이 악물고 유진 내려다보는!!)
유진 .....미안해....
상혁 ....용서하지 않을거야.....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거야.... 절대로! (거칠게 문열고 나가버린다)
문 앞에 서서 이야기를 훔쳐듣고 있던 용국과 진숙, 자지러지게 놀란다. 용국은 뛰쳐나가는 상혁을 부르며 따라나간다. 놀라 멍하게 유진을 보는 진숙의 표정이 유진의 가슴에 박힌다.
진숙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어떻게... 유진이 니가.... 어떻게....
문 쾅 닫고 돌아서 가버리는 진숙.
유진, “진.....” 부르려다가 털썩 주저앉고 만다. 계속 해서 쏟아져내리는 눈물.
28. 호텔 전경 (오후)
29. 호텔 방 (오후)
미희가 민형의 앞에 차를 내민다.
미희 바로 올라온 거니?
민형 .....네.
미희 잘 왔다. 오래간만에 저녁이나 같이 먹자. (하는데 슬쩍 민형의 눈치 살피며) .......그런데 오늘 우리 아들 표정이 왜 이럴까?
민형 (괜한 웃음)
미희 (차 마시며 못마땅한) .....혹시.... 그 아가씨 때문에 이러는 거니?
민형 (부인하지 않는다)
미희 (맞았구나! 하는 표정)
민형 (씁쓸하게) .....춘천에서 학교 다닐 때... 저랑 비슷하게 생긴 사람을 좋아했었는데...
미희 (민형 향해 고개돌리는 표정)
민형 ....죽었데요.
쨍그랑! 커피잔 놓쳐 커피를 손에 엎지르고 만다. 당황함을 감추며 수습하려고 하는 미희.
민형 어머니..?!
미희 내 정신 좀 봐라. 피아노 치는 사람이 이렇게 손 함부로 해선 안되는데... (어색하게 웃는다) 좀 닦고 오마.
민형 (이상한 느낌?!!)
30. 스키장 주차장 (밤)
민형의 차가 들어온다. 차를 멈추고 생각에 잠기는 민형. 미희가 놀라던 모습이 생각난다.
민형, 혼란스러운 표정이다. 차에서 내리는 민형.
31. 민형의 방 (밤)
민형, 문을 열고 들어온다. 겉옷 벗어 던져놓고 시계 풀어 화장대에 놓다가....
민형,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답답하다.
32. 화장실 (밤)
민형의 시선에서 넘어오면 거울을 바라보고 있는 유진.
상혁(소리) 용서하지 않을거야... 절대로....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다가 보기 싫은 듯 푸푸 세수를 한다. 물인지.. 눈물인지...
33. 거실 (밤)
유진, 화장실에서 나오는데 가방을 들고 나오는 진숙과 마주친다.
유진 진숙아....!
진숙 (외면한 채) 유진아 미안한데... 나 니 얼굴 도저히 못보겠어. 당분간 채린이 가게에서 지낼게.
유진 (눈물 글썽해져서) 진숙아.... 너까지 이러면 난 어떡해....
진숙 (외면한 채 눈물 참으며) 너도 내 친구지만.... 상혁이도 내 친구야. 미안해.
진숙, 후닥딱 나가버린다. 멍하게 선 유진.
34. 채린의 부띠끄 (밤)
가방을 든 진숙이 몰래 문을 따고 들어온다. 이때 진숙, 채린이 혼자서 술을 마시고 있는걸 본다. 평상시와 달리 화장기 하나 없이 초췌한 채린, 양주를 스트레이트로 계속 원샷한다. 얼른 쫓아가서 병을 뺏는 진숙.
진숙 너 미쳤니? 이 독한 걸....
채린 (노려보며) 이리 내!
진숙 그,그만 마셔.
채린 니가 뭔데? 흐... 니가 뭔데에!!!
진숙 (답답한 표정)
채린 (노려보며) 너 때문이야... 생각해보니까... 너 때문이었어. 니가 민형씨한테 준상이 닮았다는 말만 안했어도..! 니가 죄다 말하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 없었을거야. 전부! 다! 너! 공.진.숙... 너 때문이야... 너 때문이라구!!!
진숙 (뜨거운게 올라온다) ...내가 없어지면 되는거지? 그래... 갈게... 가 줄게. 가면 될거아냐...
진숙, 가방 들고 돌아서는데, 채린이 진숙쪽으로 술잔을 던진다.
채린 (악에 받쳐) 그래, 가! 가버려. 니들이 언제 내 친구였어? 니들 다 유진이 편이잖아!!
진숙 (천천히 채린을 돌아본다)
채린 가! 가버려...! 가버리라구... 가버려... (눈물이 철철 쏟아져내린다)
진숙 (눈물 글썽해져서) ....채린아..... (채린을 안아준다)
채린 (울면서) 진숙아... 나 어떡해.... 나.. 민형씨 정말 좋아했는데.... 진숙아.... 나 어떻게 살지? 응? 진숙아.....
채린, 진숙의 품에 안겨 엉엉 운다. 같이 우는 진숙.
35. 유진의 방 (밤)
책상 앞에 멍하게 앉은 유진. 상혁과의 약혼 반지를 빼내 케이스에 담는다.
유진 (중얼거리는) 상혁아.... 나 용서하지마....
36. 민형의 방 (오전)
밤새 그대로 있었던 것처럼 소파에 앉아있던 민형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커튼 한 쪽을 밀어 여는 민형, 어둡던 방에 아침 햇살이 쏟아져 들어온다.
멍하게 보던 민형의 표정이 점점 바뀐다. 갑자기 옷을 들고 뛰쳐 나간다.
37. 스키장 일각 (오전)
유진이 뒷모습을 보인 채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다. 숨차게 숙소 문을 열고 뛰어나오던 민형, 유진의 뒷모습을 보고 안도한다. 한동안 바라보다가.... 유진에게 말 걸지 않고 몇 미터 쯤 떨어져서 따라가는 민형. 스키장 이곳 저곳을 걸어다니는 유진 그리고 조용히 그 뒤를 따라가는 민형의 모습들.
그늘집 주변. 눈을 밟으며 걸어가는 유진 그리고 그 뒤를 따라가는 민형.
유진 문득 멈춰서서 뒤를 돌아보는데 발자국을 따라 밟으며 오는 민형. 유진의 표정.
한 걸음씩 다가와 가까워지는 두 사람.
민형 안돌아오는 줄 알고 불안했어요.
유진 (웃는다)
민형 ....괜찮았어요?
유진 (애써 밝게 웃으며) ....괜찮았어요.
민형 (가슴아프다)
유진이 먼저 민형을 향해 손을 내민다. 가만히 바라보다가 그 손을 잡는 민형.
두 사람, 나란히 눈 밭을 걸어간다. 발자국을 남기며.
38. 몽타주
-유진이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근처를 지나가는 민형과 눈이 마주친다. 서로에게 웃어주는 두 사람.
-스키장 일각. 사람들 틈에 섞여 뭔가를 확인하며 걷는 민형과 유진. 앞서가던 유진이 눈쌓인 나무 밑에 쭈그리고 앉아 신발끈을 다시 묶는데 모르는척 지나가다가 나뭇가지의 눈을 털어버리고 가는 민형. 눈벼락을 맞은 유진이 민형을 흘겨보고 민형은 혼자 씩 웃는다.
-민형의 차에 탄 유진이 차 천정에 야광별 스티커를 붙여준다. 선물이에요. 빙그레 웃는 유진과 민형.
-민형의 차에 탄 김차장, 문득 천정 보고 ‘애냐?“며 핀잔 준다.
-민형이 유진에게 불쑥 눈뭉치를 내민다. “선물이에요” 별 것 아니네하고 민형에게 퍽 던져버리는데 민형은 화들짝 놀라면서 얼른 눈뭉치를 뒤적거린다. 유진도 보는데 눈속에서 목걸이가 나온다. 별모양의 폴라리스 목걸이. 놀라는 유진. 웃어주는 민형.
-해저무는 스키장의 하얀 눈밭길을 손잡고 걷는 민형과 유진.
39. 스키장 레스토랑 (밤)
유진의 가슴에서 빛나는 폴라리스 목걸이. 종업원이 혼자 앉아있는 유진에게 주문 받으러 온다.
유진 (앞자리 가리키며) 오면 시킬게요.
하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유진 여보세요.... (얼굴 굳어진다) 용국아.....! (애써 웃으며) 잘 지냈어...?
용국(소리) 너... 지금 상혁이 상태가 어떤 지....... 알아?
유진 (불안해서) ....상혁이가.... 왜...?
용국(소리) 상혁이..... 그자식... 완전히 엉망이야......
유진 ....!!
용국(소리) 말도 안하고 밥도 안먹고 잠도 안자고.... 그냥 멍하게 앉아있기만 한다구. 걔.... 회사도 때려쳤데.
유진 .....정말이야...?
용국 그래. ....유진아... 니가 좀 도와주라. 아마 너만 돌아오면 괜찮아질거야. 니가 도와주면 돼.... 상혁이 이대로 가면 정말 폐인될 거야. 응? 유진아...!
유진 (목이 메어서) ....안돼... 용국아....
용국(소리) 야, 정유진!! 그게 무슨 소리야!
유진 (눈물이 떨어진다) .....미안해.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없어...
레스토랑에 들어선 민형, 유진을 향해 웃으며 다가오다가 멈칫한다. 통화하며 눈물 글썽거리는 유진의 모습. 유진, 전화를 끊고 눈물을 닦는데 민형이 말없이 앞자리에 앉는다.
유진 (눈물자국 감추며) ...왔어요?
민형 ....상혁씨... 때문이에요?
유진 ......(끄덕) .... (애써 웃는) 많이 안좋은가봐요. 걔가 좀 바보같은 데가 있거든요...... 내가 그거 잘 아는데... (말 잇지 못한다)
민형, 유진의 손을 잡는다. 약혼반지가 끼워져 있던 손가락이 비어있다.
유진 (눈물 글썽한 채) 시간이 지나면..... 시간이 아주 많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죠?
민형 (안쓰럽게 유진을 보는 표정)
40. 까페 현장 (오후)
유진이 일하고 있는데 정아가 다가온다.
정아 (조심스럽게) 유진아... 누가 찾아왔어.
유진 누군데....?
정아 (차마 말 하지 못하고 고개짓한다)
통유리 너머 정아가 가리키는 곳을 보면 지영이 서 있다. 멈칫! 놀라는 유진.
얼굴 굳어져서 장갑 벗고 나간다. 구석에서 일보던 김차장이 정아 옆으로 다가온다.
통유리 너머 지영에게 인사하는 유진을 보는 김차장과 정아.
김차장 (턱짓하며) 상혁씨 어머니죠?
정아 (걱정스럽게 살피며) 네... (혼잣말) 상혁이가 정말로 많이 안좋은가보네...?
김차장 (혀 끌끌 차며) 누구 가슴에 대못질하러 오셨구만.
41. 까페 (오후)
마주 앉은 지영과 유진.
지영 우리 상혁이.... 병원에 입원했다.
유진 (쿵!)
지영 니가.... 나 때문에 이러는 거라면... 내가 빌으마... 내가 잘못했다.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유진아... 제발... 우리 상혁이, 상혁이 좀 살려주라 않을래?
유진 어머니.....!
지영 상혁이 원대로 너희 결혼하면 분가도 시켜주고 너 일도 계속하게 하고 니 원하는대로 다 하게 해줄게. 다 들어줄테니까.... 제발 우리 상혁이 더 이상 힘들게 하지말고.... 돌아와라. 부탁이다 유진아... 응?
유진 (어렵게) ....어머니... 죄송해요...
지영 (답답한 듯 눈물 흘리며) 유진아...! 니가 우리 상혁이를 못봐서 이래. 지금 상혁이 꼴이 어떤지 알아? 걔가 지금 어떤 꼴인지 니가 딱 한번만 보면... 이렇게 못해. 절대로 못해!
유진 (고개 숙인채 떨리는 목소리로) .....죄송해요.......
지영 ......정말.... 안된다는 거니?
유진 ........
지영 .....니가 상혁이하고 지낸 시간이 얼만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니? (눈물 거두고 노려보는 표정) .....니가 이렇게 독한 앤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 (벌떡 일어나 나가버린다)
유진, 어머니..! 하며 뒤따라가려다가 차마 쫓지 못한다. 자리에 주저앉아버리고 만다.
42. 민형의 사무실 (오후)
민형은 일하고 있고 책상에 다리 올리고 느긋하게 서류 뒤적이며 앉아있는 김차장.
김차장 (뜬금없이) 내가 아는 놈이 강아지를 키웠는데 말이야.
민형 (보면)
김차장 (민형 보며) 요크셔테리어 있잖아? 왜, 그 털 북실북실~한 거...
민형 (다시 서류 보며) ....그런데요?
김차장 (종이 넘기며) ....십년을 키웠데.
민형 (김차장을 본다. 무슨 얘길 하려고?)
김차장 (경쾌하게) 밥도 같이 먹고 잠도 같이 자고....동물이라도 이게 십년을 같이 사니까 마누라보다 더 죽이 잘 맞는거야. 근데 그놈이 어렵게 아파트를 하나 장만했는데 하필 개를 키우면 안되는 곳이었다지 뭐야. 뭐... 어쩔 수 없으니까 눈물을 머금고 아는 사람한테 맡겼는데......(흘낏 보며) ......개가 죽어버린 거야. 그 얘기 듣자마자 그 놈이 회사 월차 내고..... 사흘간 울었데.
민형 ....그래서요?
김차장 그래서.....? 쩝... 뭐.....십년 세월이 무섭다는 거지. (민형 보며) 하물며 사람은 더 그렇겠지?
민형 (서류 덮으며)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에요?
김차장 .....상혁씨가 많이 안좋은가 보더라. 오늘 상혁씨 어머님 왔었어.
민형 .....정말이에요? (얼굴 흐려지며) .....유진씨.... 어떤 것 같았어요?
김차장 글쎄.... (생각하다가) ....일번, 걱정이 많이 된다. 이번, 미안해진다. 삼번, ....자신이 없어진다. 셋 중에 골라봐. 정답 없으면 말고. (서류 땅땅 정리해들고) 간다.
민형 (걱정되는 표정)
43. 까페 공사 현장 앞 (밤)
민형이 천천히 걸어와 멈춰선다. 통유리 너머 유진이 혼자서 앉아있는게 보인다.
사람들 아무도 없는 공사현장. 부분조명 켜놓고 일하던 차림 그대로 멍하게 앉아있는 유진의 모습. 민형, 아는척을 할까 망설이는데 ..... 유진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는 걸 본다. 마음이 아프다.
44. 민형의 차 (밤)
밤길을 운전해서 어디론가 가는 민형. 생각에 잠긴 표정.
45. 상혁의 병원 (밤)
도착한 곳은 병원이다. 심호흡하고 차에서 내리는 민형.
46. 상혁의 병실 앞 (밤)
민형, 병실을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문을 조금 열고 들여다보는데.....
사람 몰골이 아닌 상혁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미음그릇을 들고 애원하는 지영.
지영(소리) (안타깝게) 상혁아..... 이렇게 안먹고 어쩌려고 그래...? 엄마가 부탁했으니까 유진이 올거야.... 꼭 올거야... 그러니까 한번만 먹어... 상혁아 제발....!
초점없이 넋나간 상혁의 모습을 보다가 가만히 문을 닫는 민형.
괴로운 표정.
47. 그늘집 근처 (밤)
유진, 걸어다니고 있다. 생각 많고 괴로운 표정.
지영(소리) 지금 상혁이 꼴이 어떤지 알아? 걔가 지금 어떤 꼴인지 니가 딱 한번만 보면... 이렇게 못해. 절대 로 못해!
용국(소리) 아마 너만 돌아오면 괜찮아질거야. 니가 도와주면 돼.
유진, 마음이 정리가 되지 않아 괴로운데... 이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는 민형.
유진, 걷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뒤에서 유진의 양어깨를 꽉 쥔다.
유진 (뒤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서있다)
민형(소리) (부드러운) 오른발부터 움직이는거에요. 오른발... 왼발... 오른발.... 왼발....
유진 (민형이 시키는 대로 걷는다.)
민형 이렇게.... 한 걸음 한걸음이 모여서 뭐가 될 것 같아요?
유진 (돌아보면) ......
민형 (담담하게) ...시간이요.
유진 (민형 보는 표정) ....!
민형 내가.... 상혁씨에게 부러운 게 딱 한가지가 있는데... 뭔지 알아요?
유진 (표정!)
민형 .....시간이요. 유진씨와 함께 한.... 그 긴 시간..... (가슴 아프지만 애써 웃으며) ....한꺼번에 두 걸음을 걸을 순 없잖아요.
유진 (표정)
민형 ....상혁씨.... 걱정 많이 되지요?
유진 (고개 푹 숙인다)
민형 ....가보고 싶지 않아요?
유진 (가로젓는다) .....상혁이.... 잘 견딜거에요.... 괜찮을거에요.....
하지만... 고개돌린 유진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민형이 본다. 마음이 아프다.
48. 민형의 방 (밤)
고민하는 민형의 모습.
49. 주차장 (오전)
유진의 손을 끌고 차를 향해 오는 민형.
유진 어디 가는 거에요?
민형 .....갈데가 있어요.
유진 어디 가는 건데요...?
민형 (웃으며) 따라와요. 유진씨 가고 싶어 하는 곳이니까.
유진, 설마..? 하는 표정이 되는데 민형, 유진을 차에 태운다.
50. 병원 앞 (오전)
차를 세우는 민형. 유진, 얼굴이 굳어있다.
민형 ......들어가봐요.
유진 (민형 얼굴 쳐다보지 못하고) .....민형씨... 이렇게 하는거 아니에요....
민형 이렇게 하는 거에요. .....상혁씨 걱정되잖아요. 아니에요?
유진 (이러면 안되는데... 눈물 글썽해져서) ....민형씨...
민형 괜찮으니까.... 다녀와요....
유진 (앞만 보며 떨리는 목소리) .....혹시 못돌아오면요?
민형 (덜컥!) ......!!!
유진 나 상혁이 얼굴 보면.... 민형씨한테 못돌아올지도 몰라요. 그럼... 어떡해요....?
민형 (아픈) ......그래도... 괜찮아요. 유진씨 힘들어하는 모습 보는 것보다는... 이게 나아요.....
유진 (아프다)
민형 (손가락으로 천정 가리키며 애써 밝게) 유진씨..... 폴라리스 찾을 수 있죠?
유진 (보면... 유진이 붙여준 별모양 스티커) ..... (갑자기 눈물이 핑 돈다) ......!
민형 ......나 괜찮으니까.... 가요. (마음 아픈) .....대신......돌아오는 길....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죠? 시간이 많이 흐른 뒤..... 아주 나중에라도..... 찾아올 수 있겠죠? (민형의 눈가가 젖는다)
유진 (눈물을 참는다)
51. 민형의 차 앞 (오전)
차에서 내린 유진, 꾹참고 뒤돌아보지 않는 채 걸어간다.
유진의 뒷모습을 아프게 바라보는 민형.
52. 병실 복도 앞 (오전)
병실복도를 걸어오는 유진의 표정.
이윽고 상혁의 방문 앞에 선다. 문을 미는데...
열리는 문틈으로 조금씩 보이는 상혁의 모습. 유진, 움직이지 못한채 멍하게 서있다. 보면, 수염자라고 너무나 핼쓱하게 야윈 상혁의 모습. 유진... 상혁의 옆에 털썩 주저앉는다. 눈물을 쏟는 유진. “상혁아...”
조용히 흐느끼는데.... 천천히 눈을 뜨는 상혁....
상혁 (희미하게) .......유진아......
유진 (울음 거세게 터져나오는) .....이게 뭐야..... 이 바보야.... 이게 뭐야........
유진을 보는 상혁의 멍한 표정. 유진, 운다.
53. 병실 밖 (오전)
진숙과 용국이 문을 열고 들어가려가 하다가 상혁을 끌어안고 우는 유진의 모습을 본다. 유진을 부르지 않고 조용히 문을 닫는 진숙과 용국. 둘 다 눈물이 글썽해졌다.
진숙 (울면서) ......기집애.... 저렇게 돌아올거면서.....
54. 민형의 차 안 (밤)
병원 앞 어두운 민형의 차안. 천정에 붙은 별모양스티커가 야광으로 빛난다. 의자를 길게 뒤로 젖힌 채 누워보던 민형이 몸을 일으킨다. 떠나는 민형의 차.
스키장 전경 (오후)
55. 유진의 방 (오후)
짐정리를 하는 유진. 책상을 정리하다가 약혼반지를 본다.
유진, 문득 옆에 있는 거울에 자신을 비춰본다. 유진의 목에서 빛나는 폴라리스 목걸이.
유진, 손가락으로 매만져 보다가 결심한 듯 스웨터 속으로 보이지 않게 밀어넣어버린다.
그리고 반지를 꺼내 손가락에 끼우는 유진. 그때 정아가 들어온다.
정아 다 챙겼어?
유진 (반사적으로 반지낀 손 가리며) 어, 거의 다.
정아 (걱정스럽게) 상혁이는 어때? ...퇴원했어?
유진 응. 내일부터 출근할거래.
정아 사표 냈다면서, 어떻게 잘 처리됐나보지?
유진 (끄덕)
정아 다행이다... (눈치 살피며) 근데..... 너, 괜찮은거야?
유진 (아무렇지 않게) 그럼. 괜찮아.
정아 (팔짱 끼고) ......이민형 이사는?
유진 (표정!)
정아 ......안만나고 갈거야?
유진 (말 돌리며 짐짓 밝게) 언니, 나 짐 많은데 태워다 줄거지? 나 먼저 나가 있을게!
정아, 걱정스럽게 보는데 커다란 가방 하나를 들고 먼저 나가는 유진.
56. 방 앞 복도 (오후)
짐을 들고 나온 유진, 민형의 방문을 잠시 보고는 망설이다가 그냥 엘리베이터로 향한다.
57. 주차장 (오후)
정아의 차, 트렁크에 짐을 실어주는 김차장.
김차장 아, 이거 서운해서 어쩌나....
유진 (밝게) 서울에서 또 보면 되죠.
김차장 (정아 가리키며) 유진씨 없으면 나, 저 아줌마 컨트롤 안되는데 어쩌지?
정아 (불끈) 아니, 어따 대고 아줌마래요?
김차장 잡아먹겠네 잡아먹겠어.
정아와 김차장 옥신각신하는데 유진, 멀리서 보던 민형과 눈이 마주친다.
정아 ......됐어요! 말을 하는 내가 바보지. 유진아, 가자! (하는데)
유진 언니... 나 잠깐만. (하고 걸어간다)
58. 스키장 일각 숲길 (오후)
유진, 민형에게 다가간다. 가만히 바라보는 민형.
유진 (짐짓 웃으며) .....나... 민형씨한테 미안하단 말 안할거에요.
민형 ......
유진 ......민형씬 나한테서 가장 중요한 걸 가져갔으니까..... 내 마음을 가져 갔으니까 나 하나도 미안하지 않아요.
민형 ......
유진 (눈물 글썽한 채 민형 똑바로 보며) .....사랑합니다.
유진, 민형의 옆을 스쳐지나가는데... 민형이 갑자기 유진을 확 껴안는다.
민형 (눈 젖어) .....고마워요. 유진씨.....
떨리는 손으로 민형을 안은 유진.... 뿌리치고 멀어져간다.
59. 정아의 차 안 (오후)
유진이 올라탄다.
정아 야, 김차장이 너 가면서 먹으라고 이거.... (하다가 유진의 얼굴을 보고 말을 멈춘다)
유진 (눈물 억지로 참으며 명랑한 척) 언니, 가자.
말없이 시동 걸고 출발하는 정아. 꾸역꾸역 울음을 삼키는 유진의 표정.
60. 몽타주
-눈쌓인 숲길에 있는 민형의 모습...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 보며 울음삼키는 유진의 모습...
-스키장 일각 (밤) - 쓸쓸하게 서 있는 민형의 모습.
61. 스튜디오 (오전)
사운드 박스에 다리 올리고 앉아 여유작작 담배피우는 유열. 누군가의 손이 들어와 담배를 뺏어 재떨이에 끈다.
유열 (심통맞게 돌아보는데... 얼굴 밝아지며) 어, 김피디!! 이게 얼마만이야!!
상혁 (웃으며) 스튜디오에서 금연이라고 말씀드렸을텐데요.
유열 (투덜) 오랜만에 봐도 역시 잔소리부터 시작하는구나.
상혁 저 없는 동안 문제는 없었어요?
유열 하루이틀 장사하냐?
상혁 (씩 웃고 큐시트 같은 걸 넘겨보며 확인한다) 장사만 하면 뭐합니까? 실적이 좋아야죠.
유열 근데... 그동안 도대체 뭐한거야? 연차, 월차 다끌어다쓰고... 모르는 사람이 보면 회사 그만둔 줄 알았겠어.
상혁 .....그럴 일이 좀 있어서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62. 폴라리스 (오후)
승룡과 이야기하고 있는 유진.
유진 (자료들을 넘겨주며) ....수고스러워도 내 대신 마무리 좀 잘 해줘. 참! 마감재는 마르시안 쪽에서 원하는게 있다고 했으니까 확인 한 번 해보고....
승룡 (괜히 눈치 살피며) 이상하다... 정유진. 너답지않게 왜 중간에 일을 그만두는거야?
유진 (웃으며) 니가 나보다 실력이 출중하니까!
승룡 물론, 그야 그렇지만.... 너 마르시안 쪽이랑 무슨 트러블 있었던 거 아냐?
유진 (뜨끔! 곧 아무렇지 않게) ......그런거 아니니까 일이나 잘 끝내줘.
승룡 (이상하긴 하지만... 끄덕끄덕) 알았어...
유진, 자기 자리에 돌아와 앉는다.
(시간경과)
유진, 일이 손에 잘 안잡히는 표정. 멍하게 앉아있다가 핸드폰을 꺼내본다. 뭔가 뚜뚜 누르는데 보면 액정화면에 떠있는 민형의 번호... 유진이 핸드폰을 내려다보는데
뒤에서 들리는 남자 목소리. “실례합니다” 보면 상혁이 웃으며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승룡에게 인사하고 유진에게 다가오는 상혁.
상혁 어머니가 저녁 먹으러 오래. 다 끝났지?
유진 (얼른 핸드폰 닫고 표정 감추며 끄덕)
63. 상혁의 집 (밤)
지영이 식탁 가운데 전골 냄비를 내려놓는다.
지영 다 됐습니다!! 어서 드세요. (국을 덜어 유진에게 먼저 놓아주며) 유진아, 많이 먹어라.
유진 (어색하지만 애써 웃는) ...네. 맛있게 먹겠습니다.
상혁 (흐뭇하게 보는 표정)
진우 어서 먹자. (숟가락 들고 먹는데)
지영 참, 내가 오늘 이 근처에 아파트 하나 보고 왔는데.... 어떠니? 아무래도 신혼살림에는 아파트가 편하겠지?
상혁 (웃으며) 어머니, 집 구하실 필요 없어요.
일동 (보면)
상혁 저희.... 결혼하면 바로 유학가고 싶어요.
지영/지영/유진 (놀라본다)
지영 유학..?!
상혁 네. 사실 아직 유진이랑 상의한 건 아닌데... 공부 더 하면 좋을 것 같아서요. (유진보며) 유진아, 괜찮지?
유진 어? 어.....
지영 (서운해서) 아니... 그래도 그렇지.... 갑자기..
진우 (말리며) 공부하고 싶다면 해야지. 그래 잘생각했다.
유진 (표정)
64. 유진의 집 앞 (밤)
상혁의 차가 멈춘다. 유진과 상혁이 내리고... 마주 선 두 사람.
상혁 (유진보며) 유학가는 거.... 괜찮지? ....너도 전에 공부 더하고 싶다고 했잖아.
유진 ......좋아.
상혁 결혼준비는 간단하게 하자. 식만 올린다 생각하고....
유진 난 괜찮으니까 너 좋을대로 해.
상혁 (조금 차갑게) .....알았어.
유진 그래... 그럼 나 들어갈게. (가려고 하는데 팔을 잡는 상혁)
상혁 (유진보며) .....후회하니?
유진 (물끄러미 상혁 보다가) ......아니.
유진, 돌아서 계단을 올라가는데 눈물이 뚝 떨어진다.
65. 민형의 사무실 (밤)
민형이 앉아있고 김차장이 보고하고 있다. 멍한 민형의 표정.
김차장(소리) .....박실장 말로 C 지구 쪽은 괜찮다는데 내가 볼땐 그쪽도 조인트에 문제가 있을 것 같애. 아무래도 보강작업을 한 후에 계속해야 될 거 같은데... (문득 민형을 본다)
민형 (무표정하게 얼이 나간)
김차장 .....이민형 이사님! (뭐라고 말하려다가 마는) ......
민형 (가만히 보다가) 선배.... 나 며칠만 쉬다 올게요. ....괜찮죠?
김차장 (어깨 두드려주며 한숨) .....내가 하고 싶은 말이 그거다.
66. 별장 앞 (밤)
어둠 속에 민형의 차가 헤드라이트를 켠 채 올라온다.
67. 별장 안 (밤)
어두운 별장안. 민형이 들어온다. 멍하게 둘러보는 민형.... 어둡고 스산한 느낌.
민형, 탁 불을 켜는데 창가에 유진이 서 있다. 놀란 민형, 다시 보면 아무도 없다.
다시 불을 꺼버리는 민형. 어둠 속에 그대로 서 있다.
68. 대학 복도 (오후)
진우가 동료교수와 이야기하며 걸어온다. “그럼 김교수만 믿어요.” 하하 웃으며 헤어진다.
진우, 혼자 걸어가다가 문득 발걸음을 멈춘다. 강미희의 공연 포스터가 붙어있다.
69. 콘서트 홀 (오후)
포스터로 연결. 강미희 피아노 독주회 포스터가 여기저기 붙어 있는데 상혁과 유열이 그 앞을 지나간다.
상혁 섭외 요청하기 전에 잠깐 인터뷰부터 할 수 있을까요?
유열 글쎄... 내가 말은 해놨는데... 이 양반이 워낙 인터뷰를 싫어한다니까... 모르겠네? 하여튼 해보자구.
두 사람 얘기하며 지나간 후.... 진우가 들어와 선다.
70. 대기실 (오후)
공연 준비에 여념이 없는 스탶들. 문을 열고 들어온 진우가 그 중 한 명에게 다가간다.
진우 저.... 강미희씨 좀 뵐 수 있을까요?
스탶 무슨 일이신데요?
진우 (머뭇거리는데)
스탶 (바로) 지금 공연전이라서 안될 것 같은데... 끝나고 다시 오시죠.
진우 아, 예....
하고 돌아서려는데 안쪽 문이 열리며 강미희가 나온다.
강미희 (옆 스탶에게) 3번 마이크 좀 다시 체크해줘요.... 그리고...
하다가 진우와 눈마주치고 얼굴이 굳어지는데.....
상혁(소리) 어? .....아버지....?!!
놀라서 보는 김진우, 강미희, 그리고 상혁의 표정.
71. 저수지 풍경 (노을)
72. 저수지 (노을)
노을지는 저수지.
앞에 나왔던 중년남자가 한들한들 강가를 걸어가는데 낚시대를 드리우고 앉은 민형의 모습.... 어정어정 걸어가 민형의 물고기통을 들여다본다.
사내 여기 입질이 얼마나 좋은디 이것 밖에 못 잡은겨? (담배꺼내 물고 민형 보며) 이동네 사람은 아닌 것 같은디... 요새 자주 보이네?
민형 ....잠깐 쉬러왔습니다. (둘러보며) 날이 더 추워지면 얼음낚시하는 것도 괜찮겠어요.
사내 (깜짝 놀라며) 이사람, 큰일 날 소리하네. 여기가 얼핏 보긴엔 물이 얕아보여도 그렇게 만만히 볼데가 아니여. 해마다 몇 명씩 죽어나간다고. 옛날에 나도 물에 빠진 꼬맹이 하나 간신히 구한 적 있긴 하지... 10년도 더 됐지?
민형 (웃으며 들어주는) 아...예....
사내 (담배 불붙이며 혼잣말) 근디 목심 구해줘봤자 아무 소용이 없어. 나같으믄 생명의 은인이라고 해마다 찾아오겠구만..... 준상이 그놈 인사 한 번이 없네........
민형 (순간 귀가 번쩍하는!!)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사내 어.... 옛날에 내가 물에서 건져낸 놈 생각한거여. 내 덕에 지금쯤 장가갈 때가 됐을 건인디...
민형 (다급하게) 아니, 방금 누구라고 했습니까?
사내 ?
민형 누구 목숨을 구해줬다구요?
사내 (민형보며) 준상이.... 고 놈 이름이 준상이여. 왜?
놀라 하얗게 굳어진 민형의 얼굴에서
<10부 끝>
.겨울연가 ↲
.영화 & 드라마 대본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