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연가 9
제9회> 2002년 2월 11일 월요일
1. 스키장 주차장 (밤)
민형의 차가 주차장에 들어선다. 민형, 차를 세운다.
민형 (고개돌리며) 유진씨, 다 왔......
하는데 유진은 잠들어 있다.
민형 (낮게) 유진씨 자는거에요?
유진 .......
민형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핸들에 엎드린다) .....유진씨. 나, 오면서 무슨 생각 했는지
알아요? 이대로 아무 길이나 멈추지 않고 달리면 얼마나 좋을까.... 유진씨랑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숨어버리면 안될까....
유진 (깨어났지만 차마 눈 뜨지 못하는.....)
민형 나 혼자 마음아파하는거.... 아니라고... 유진씨도 날 좋아하는거라고..... 단지 말할
수 없는 것 뿐이라고.... 그렇게 믿고 싶은데.... (유진의 얼굴을 보며) .....그래도
되는거죠....?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유진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이다. 민형, 그런 유진을 보다가 살며시 손을 들어서 머리칼을 넘겨주려고
하는데 유진이 이때 눈을 뜬다. 민형, 당황해서 손을 거둔다.
민형 (어색한 표정) ......잘 잤어요?
유진 (어색해서) 버,벌써 다 왔어요...? 깜빡 잠들어서.....
민형 유진씨 졸리면 커피 한잔 할까요? .....잠깐만 기다려요. 내가 뽑아올테니까.
민형, 차에서 내린다. 유진, 혼란스럽고 복잡한 얼굴이다.
2. 실내 자판기 (밤)
민형, 캔커피 두 개를 뽑아서 다시 밖으로 향한다.
3. 스키장 주차장 (밤)
민형, 차로 다가온다. 차문을 여는데 유진은 없다. 민형, 멈칫하는데 룸미러에 유진의
메모가 붙어 있다. “민형씨.... 저, 먼저 들어갈께요. 오늘... 고마웠어요. - 유진”
민형, 허탈한 듯 웃는다.
4. 유진의 방 (밤)
유진, 방에 들어선다. 가방을 놓고 의자에 앉더니 한숨을 쉰다.
5. 호텔 전경 (오전)
6. 호텔 로비 (오전)
미희가 걸어나오고 있고 옆에서 뭔가 열심히 얘기하며 따라나오는 남자.
남자 (수첩을 보며) 연습실은 선생님 편하신 시간 아무 때나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내일은
포스터하고 팜풀렛 사진 촬영이 준비되어 있고, 잡지나 신문 인터뷰는 다음주로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미희 (말 막으며) 아, 오늘 스케쥴은 비워주세요. 개인적으로 볼 일이 있습니다.
남자 (일어나며) 네.... 그럼 돌아오신 후에 전화주십시오.
미희 (승용차에 올라타며) 고마워요.
7. 준상의 집 앞 (춘천 - 오후)
미희가 차가 와서 멈춘다. 미희가 내린다. 감회어린 시선으로 집을 바라보는 미희의 시선.
8. 마당 (오후)
미희, 마당에 들어선다. 모든 게 그대로이지만 어딘가 휑하고 쓸쓸한 느낌.
9. 거실 (오후)
햇볕이 들어오는 실내. 미희가 문을 밀고 들어온다. 미희, 내부를 천천히 훑어본다.
피아노 뚜껑을 열어본다. 손가락으로 건반을 누르는데 갑자기 준상의 목소리가 들린다.
#. 준상(소리) 어머니.
미희의 손이 멈추면서 눈이 커진다. 휙 뒤돌아보는 미희. 식탁이다.
#. 준상 제 아버지가 누구죠? (다른 비젼이 있다면 더 좋다...)
미희, 피아노 뚜껑을 닫더니 준상이 앉았던 자리로 간다. 의자를 손으로 천천히 훑는 미희.
의자에 앉는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 고였다. 창밖을 보며 준상이 그리운 듯 눈물짓는 미희.
10. 민형의 사무실 (밤)
민형이 일을 처리하고 있는데 노크소리가 들리면서 김차장이 들어온다.
김차장 (서류를 내려놓고) 삼원동 주상복합 건은 박실장이 처리하기로 했고.... 저쪽 버찌
힐은 내일부터 바닥재 공사 들어가기로 했다. (하고 앉는다)
민형 (서류만 보며) 수고했습니다.
김차장 (손톱 다듬으며) ... 그나저나 어젯밤에 어디 갔다 왔냐?
민형 네?
김차장 이거 왜 이래.... 내가 술취했다고 모를 줄 알아? 어젯밤에 정유진씨랑 같이 스키장
들어온 거 (귀를 가르키며) 이미 다 접수했다.
민형 (눈길 힐긋) 그런 말은 또 누가 해줬어요?
김차장 이정아씨. 원래 춘향이랑 이도령이 애정행각할땐 방자와 향단이가 귀 쫑긋 하는 거 몰라?
둘이 어디 갔다 온 건데? 데이트 한 거지? 그치?
민형 (고개들고) 그런 거 아니에요. 어제 유진씨가 스키장 오는 차편이 끊겨서 데리러 나간 것
뿐이에요.
김차장 그래... 그럴테지. 그래서 니가 백마끌고 나가서 모시고 오셨겠지..... 근데 둘이
싸웠어?
민형 아뇨.
김차장 그래? 근데 이상하네.... 정유진씨 얼굴이 안좋단 말야.
민형 무슨 말이에요?
김차장 아까 현장에서도 그렇고.... 내내 얼굴이 안좋아. 우울해보여.... 넌 알 거 같은데....
아냐?
민형, 어색하게 웃어보이다가 생각에 잠긴 얼굴이 된다.
11. 스키장 일각 벤치 (밤)
유진, 벤치에 앉아서 텅 빈 슬로프를 바라보고 있다. 얼굴이 무거운 표정. 고민이 많다.
#. 어젯밤 민형과 공원에서 껴안고 울던 장면이 떠오른다.
유진, 황급히 고개를 젓는다. 이런 유진의 뒤로 유진을 찾는 민형의 모습이 보인다.
- 민형의 시점. 민형, 두리번 거리다가 벤치에 앉아 있는 유진의 뒷모습을 본다. 안도한다.
- 유진의 시점. 유진, 고개를 숙인채 멍하니 앉아 있는데 누군가의 발이 눈앞에 들어온다.
유진, 고개를 들면 민형이 안경달린 모자를 쓰고 있다. 민형, 모자를 벗는다. 웃는다.
12. 스키장 일각 (밤)
라이트가 환하게 켜진 텅 빈 스키장. 두 사람, 나란히 걷는다. 민형, 갑자기 자신의 목도리를
풀더니 유진의 목에 감아준다. 유진, 당황해서 피하려고 하는데-
민형 (웃으며) 가만 있어요. 춥잖아요.
유진 (가만히 있는다)
민형 살다보면 항상 갈림길에 서있는 순간들이 오는 것 같아요. 이길로 가야 하나, 저 길로 가야
하나.... 결정을 해야 하죠.
하더니 민형, 가만히 유진의 손을 잡는다. 유진, 손을 빼내려고 한다. 민형, 놓치 않는다.
민형 결정하기 힘들면 잡아주는 쪽으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지금처럼요.
유진 (표정)
민형, 웃으면서 유진의 손을 잡고 걷는다. 유진, 따라 걷는데.... 복잡한 표정.
13. 유진의 방 (밤)
유진이 방에 들어선다. 이때 식탁 위에 놓아둔 핸드폰이 계속 울린다. 유진, 받는다.
유진 네에...
상혁(소리) 유진아, 나야.....
유진 (표정)
14. 찻집 (오후)
유진과 상혁이 앉아 있다. 상혁은 죄인의 얼굴.
상혁 .....미안하다.
유진 ......
상혁 그날 호텔에서..... 내가...... 어떻게 됐었나봐. 미안해 유진아... 내가 잘못했어.
유진 (말을 막으며) 상혁아. 그 얘긴 우리 하지 말자.
상혁 ..... 그, 그래. (좀 초조하다) 유진아. 다시는 그런 일 없을거야. 그러니까 나,
용서해주면 안되겠니? 없던 일로 하진 못하겠지만.... 우리, 잊으려고 노력하면 안될까?
유진 ... 상혁아.
상혁 (불안한 눈빛)
유진 ... 우리, 결혼하는 거.... 다시 생각하면 안되겠니?
상혁 (눈 커진다. 쿵하고 내려앉는 심정) 무,무슨 말이야?
유진 그날 일 때문에 이러는 거 아니야. 그러니까 오해하지 말고 들어줘.
상혁 (긴장하는데)
유진 (흐려지는 눈빛) 요즘 나 너무 힘들어. 분명한 것이라곤 하나도 없고... 내가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흔들리고 있어. (상혁보며)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친구로, 가족같은 친구로
지내면 안될까?
상혁 (굳어지는) ....헤어지자는 얘기니?
유진 (한숨 쉰다) ... 나도 잘 모르겠어.
상혁 힘든 이유가 뭔데? .....이민형씨 때문이니?
유진 그 사람 때문만은 아니야.
상혁 (절박하게) 그런데 왜?! .....(마음 아픈) 내가 도와줄 순 없는거니?
유진 (표정)
상혁 (절망스런) ....그런거야?
유진 (담담하게) .......이건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거야.
15. 찻집 앞 (오후)
상혁과 유진이 찻집을 나온다. 두 사람, 어색하게 마주보고 서있다.
유진 나, 갈게.
상혁 유진아.
유진 (멈칫한다)
상혁 기다려줄게. 니가 괜찮아질 때까지 평생이라도 기다릴거야.
유진 (슬프게 상혁을 본다) .... 갈게. 잘 있어.
하더니 유진, 돌아선다. 상혁, 유진을 잡지 못한다. 유진이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상혁.
16. 상혁의 집 부엌 (밤)
지영은 요리를 하고 있고 상혁은 괜히 지영의 눈치를 보고 있다. 이때 진우가 들어와서는 물을
컵에 따른다. 진우, 상혁과 눈이 마주치더니 슬쩍 지영의 뒷모습을 본다.
진우 내일 스키장으로 떠나는 거냐?
상혁 네.
진우 (지영을 흘깃 보더니) 가서 유진이 보면 니 엄마가 생일날 있었던 일 때문에 마음 많이
쓴다고 전해줘라. 니 엄마도 마음은 편하지 않은 것 같으니까....
지영 (뒤도 안돌아보고) 여보, 그만해요.
진우 내가 뭘요.... 상혁아, 저녁 다 되면 불러라. 서재에 있을 테니까.
진우, 상혁을 보고 지영을 달래라는 눈짓을 하더니 나간다. 어색한 지영과 상혁의 침묵.
상혁 (지영 눈치보며) 어머니도 괜찮으시면 내일 저랑 같이 스키장에 가시죠? 바람도 쇨 겸....
지영 .. 됐다. 생각없어. (국을 담으며) 넌 내가 유진이를 괜히 미워한다고 생각하는 거 같은데....
사람 이상하게 만들지 마라. 나, 그런 사람 아냐.
상혁 어머니, 그거 다 오해에요.
지영 (휙 돌아보며) 오해든 뭐든 간에 암튼 우리집 며느리될 애한테 다른 남자 얘기 들리는 거
난 싫다. 불결하고 기분 나빠.
상혁 어머니, 유진이 예쁘고 착한 모습도 많이 봐오셨잖아요. 왜 그런 모습은 기억 안하시고 남의
말만 듣고 그러세요? 한번만 다시 생각해주세요. 이렇게 부탁드려요. 네?
지영 (아직도 맘이 안풀린다) 넌 정말 그런 말 듣고도 아무렇지도 않니?
상혁 유진일 믿으니까요. (지영을 잡고) 어머닌 제 얘기만 믿으세요. 아들 얘기만 들으시라구요.
지영 (돌아서며 좀 풀린 목소리) 알았으니까 아버지 저녁 드시러 오시라고 해.
상혁 (웃는다. 뒤에서 지영 안으며) ... 고마워요. 어머니....
지영 (곱게 눈 흘기며 혀 끌끌) 못난 놈....
상혁, 웃는데 그래도 유진이 때문에 뭔가 마음에 걸린 표정.
17. 숙소 로비 (밤)
김차장과 정아, 민형이 스키복을 입고 엘리베이터에서 나온다.
김차장 (민형 눈치 살피며) 유진씨, 서울에서 언제 돌아온다고 했어요? 올 시간 지나지 않았나?
정아 왜 그렇게 유진이한테 관심이 많아요? 별 일이네.... 안그래요, 이사님?
민형 (웃지만 걱정되는 눈치)
김차장 아니, 요즘 너무 자주 서울을 왔다갔다 하니까 그러죠.
정아 남이야 서울을 가든 평양을 가든?
이때 유진이 힘없는 걸음으로 숙소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정아/김차장 유진아? / 유진씨?
유진 (인사한다)
민형 잘 갔다 왔어요?
유진 네에.
김차장 우리, 스키 타러 가는데 같이 가시죠?
유진 아뇨. 전 그냥 올라갈께요. (하고 지나가다가 돌아서며) 이사님,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민형 (잠시 머뭇거리는데)
김차장 (얼른 눈치 살피고) 얼른 가봐.
민형, 유진과 함께 가고 남은 정아와 김차장.
김차장 참, 또 향단이랑 방자만 남는구나....
정아 무슨 말이에요?
김차장 (가리키며) 향단이. (자신을 가리키며) 방자. 잘 될 것 같지 않아요? 난 그림이 잘
나올 것 같은데....
정아 뭐요? (김차장을 훑어보며) 칙칙하게시리....
정아, 먼저 나간다. 김차장, 어이가 없는 듯 “칙칙하다...” 하더니 정아를 따라 나간다.
19. 까페 (밤)
종업원이 차를 놓고 간다. 유진을 향해 잔을 밀어주는 민형.
민형 마셔요. 우울하고 힘들 때 코코아처럼 단 걸 먹으면 힘이 난데요.
유진 ....고마워요.
민형 (마시며 괜히 밝게) ....왜 그렇게 슬퍼 보여요?
유진 (슬픈 미소) ...어제 민형씨가 갈림길에 서면 선택을 해야 한다고 했었죠? 이 길이든,
저 길이든 말이에요.
민형 (보는 표정)
유진 (망설이다가 힘들게) ....나, 민형씨 좋아해요.
민형 (표정)
유진 (똑바로 보며) 하지만..... 좋아할 수 없어요. 민형씨를 따라가면 상혁이가 걸리고....
상혁이를 따라가면 민형씨가 걸리고.... 난 어느 길로도 갈 수가 없어요. 이게 내 선택이에요.
민형 (좀 강하게) 유진씨.
유진 (말 막듯) 오늘 상혁이 만나서 결혼 못할 거 같다고 말했어요.
민형 (좀 놀란다)
유진 ... 나, 앞으로 혼자서 잘 지내볼래요. 잘 할지 모르겠지만.... 힘들어도 견딜래요.
(명랑한척) 민형씨, 나.... 상혁이한테도 민형씨한테도 나쁜 사람 되고 싶지 않아요. 나,
도와줄 수 있죠?
민형 (가슴 아프다)
유진 (일어나며) 그만 가볼께요. 잘 마셨어요.
유진, 일어나서 방을 나간다. 민형, 일어나서 유진이 나가는 모습을 바라본다.
시간경과.
창가에 선 민형의 모습. 유진의 마지막 말이 떠오른다.
#. 유진(소리) 나, 앞으로 혼자서 잘 지내볼래요. 민형씨, 나... 도와줄 수 있죠?
20. 스키장 일각 (오전)
김차장과 민형이 뭔가 얘기하면서 지나가고 있는데 방송국 차가 들어온다.
그 뒤를 이어서 들어오는 상혁의 차. 민형, 지나가다가 상혁의 차와 마주친다.
서로 눈이 마주치는 두 사람. 상혁, 싸늘하게 일별하고 스쳐 지나간다.
김차장 (방송국 차를 보며) 공개방송인가 뭔가 한다더니.... 이번 준가 부지?
민형, 멀어지는 상혁의 차를 보다가 “가죠”하더니 앞장서서 걷는다.
21. 호텔 로비 (오전)
상혁과 DJ가 들어온다. 호텔 프론트로 향하는 두 사람.
DJ (둘러보며) 역시 공기가 달라, 공기가!!! 방송이고 뭐고 난 설원으로 당장 나가봐야겠어.
상혁 짐 정리부터 하고 나가시죠.
두 사람, 웃으면서 프론트로 다가간다.
22. 호텔 방 (오전)
DJ는 짐 정리를 하고 있고 상혁은 나가려고 한다.
상혁 그럼 이따 5시에 회의 있으니까 그때까지 푹 쉬세요.
DJ 알았어. 참, 김피디?
상혁 (다시 고개 들이밀고) 네?
DJ 약혼녀 언제 보여 줄거야? 오늘 중으로 볼 수 있는 거지?
상혁 (자신만만) 당연하죠.
23. 호텔 밖 (오전)
호텔을 나오는 상혁.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
24. 민형의 사무실 (오전)
민형이 서서 뭔가를 살펴보고 있는데 노크소리가 들린다. 민형이 “네”하면 상혁이 들어온다.
민형, 상혁을 보고는 얼굴빛이 좀 굳는다. 상혁도 굳은 얼굴이지만 이상한 자신감.
민형 오랜만이군요. 앉으시죠.
상혁 아닙니다. 할 얘기만 하고 가겠습니다.
민형 .....?
상혁 저번에 이민형씨가 말했었죠? 좋은 걸 보면 갖고 싶기 보다는 지켜주고 싶다구요? 하지만
전 다릅니다. 전 아무리 좋은 것도 내게 아니면 관심 없습니다. (강조한다) 단, 내 건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려고 하죠.
민형 .....
상혁 그렇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해서는 안될 일 같은 건 절대로 하지 않습니다.민형 무슨 말씀이
하고 싶은 거죠?
상혁 이민형씨, 분방하고 감정가는 대로 솔직하게 행동한다는 거 압니다. 그래서 채린이 좋아하다가
이번엔 유진이도 좋아진 거겠죠...
민형 .... 김상혁씨!
상혁 유진이가 이민형씨 보면서 다른 사람 생각한다는 거 아시죠? 강준상이요.
민형 .... (좀 불쾌하다) 그래서요?
상혁 그걸 이용해서 순진한 유진이, 흔들지 말아 주십시요.
민형 흔든다....? (쓰게 웃으며) 옛날에도 강준상이란 사람이랑 유진씨를 두고 이런 식으로
말했습니까?
상혁 !!! (순간 당혹)
민형 뭔가를 이용해서 여자 흔들만큼 나, 그렇게 자신 없는 사람 아닙니다. 방금 얘긴 못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상혁 무슨 일이 있어도 유진인 날 떠나지 못할 겁니다.
민형 (좀 날카롭다) 그건 유진씨가 선택하는 거 아닙니까?
상혁 그럼 한번 지켜보십시오. 유진이가 선택하는 사람이 누굴지....
상혁, 휙 돌아서 나가버린다. 민형, 마음이 안좋다.
25. 공사현장 (오후)
유진과 정아가 일하고 있다. 이때 뒤에서 상혁이 들어온다.
상혁 유진아.
유진 .... 상혁아....
정아 어? 왔구나.... 너, 공연인가 뭔가 한다면서?
상혁 네. 내일 하니까 유진이랑 같이 오세요. 참, 누나... 우리 유진이 너무 일 많이 시키진
말아요. 이쁜 손 굳은 살 박히는 거, 나 싫어요.
정아 (아니꼽다) 어, 얘 말하는 것 좀 봐.... 누가 들으면 내가 유진이 혹사 시키는 줄
알겠어....
유진 (좀 경직) 상혁아, 나 지금 일해야 하거든?
상혁 (유진 어깨 잡아주며) 알아. 이따 저녁이나 같이 먹자고 온 거야.
유진 ... 나 오늘 늦게까지 마쳐야할 일 있어. 힘들 것 같아....
상혁 (말 막고) 그래도 저녁은 먹어야 하지 않겠어? 나랑 같이 방송하는 선배가 너 안보여주면
내일 공연 펑크 낼 거래. (시계보며) 7시에 데리러 갈게.
유진 (안된다는 듯) 상혁아,
상혁 (얼굴이 굳는다) 이따 보자.
상혁, 나가버린다. 유진, 어둡다. 정아, 그런 유진을 힐끔 본다.
26. 유진의 방 (밤)
7시 정각으로 시계가 바뀐다. 딩동- 벨소리.
유진, 내키지 않은 듯 한숨 쉬고 나가서 문을 열면 상혁이 서 있다.
상혁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가자.
27. 호텔 로비 (밤)
유진과 상혁이 호텔 로비로 들어가면 DJ가 기다리고 있다.
상혁 (갑자기 허리 안고) 이리 와. 여긴 나랑 같이 방송하시는 유선배. 디제이셔.
DJ (과장되게) 어이구, 이제야 얼굴을 뵙네요. 김피티한텐 침이 마르도록 얘기 잘 듣고 있습니다.
역시 상당한 미인이시네요...
상혁 그럼요. 누구 약혼녀데요....
유진 (허리 손 푸르려고 하는데 안된다)
상혁 (모른척) 저쪽으로 가자. (DJ에게) 선배, 가죠.
29. 레스토랑 안 (밤)
세 사람이 들어서면 김차장과 민형이 식사하는 모습이 보인다.
유진, 순간 민형과 눈이 마주친다. 상혁도 민형을 보고는 정중하게 인사한다.
상혁, 유진을 데리고 바로 앞자리로 가서 앉는다. 상혁, 메뉴를 유진에게 내밀며-
상혁 뭐 먹을래?
유진 .... (불편하다)
DJ 너무하네.... 아무리 약혼녀가 좋아도 그렇지 연장자를 앞에 두고 이거 너무하는 거 아냐?
(유진에게) 아, 근데 언제쯤 식 올릴 거에요?
유진 네?
DJ 빨리 결혼하세요. 아주 김피디 땜에 미치겠어요. 유진씨 들려준다고 저번에 가요 틀었다가
시말서 쓴 사건.... 들었지요?
상혁 약혼선물로 “제비꽃” 틀었었잖아.
유진 ... 아아... (하면서 민형 신경쓰인다)
DJ 여기 스키장으로 방송 잡은 것도 다 유진씨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빨리 국수먹게 해줘요.
(메뉴 두드리며) 이런 칼로 써는 거 말고요...
상혁 선배, 걱정 마요. 우리, 곧 날 잡을 겁니다.
DJ 좋았어. 날 잡으면 말만 해. 그날 방송 오프닝으로 “결혼 행진곡”이다. (유진을 보며)
결혼식 사회도 제가 봐두릴 수 있는데...
상혁 그건 이미 임자 있습니다. (유진에게) 용국이가 벌써부터 연습하고 있다....
유진은 불편한 듯 앉아 있고 상혁은 더 다정한 척한다. 민형, 얼굴이 안좋다.
김차장 (눈치채고) .... 그만 나갈까...?
민형 그러죠.
민형과 김차장, 일어난다. 유진의 옆을 스쳐 지나가는 민형과 김차장.
민형, 상혁에게 간단히 인사하고 유진에게도 인사한다. 유진, 민형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상혁, 그런 유진을 놓치지 않는다.
30. 레스토랑 밖 (밤)
김차장과 민형이 나온다. 김차장, 안을 가르키며-
김차장 무섭네.... 유진씨 약혼자. 아주 니 앞에서 도장 찍는구나, 도장 찍어.
민형 ... (쓰게 웃는다)
김차장 기분도 그런데.... 한잔 할까?
민형 아뇨. 바람 좀 쐬고 들어갈래요. 먼저 들어가세요.
김차장 그래, 알았어.
민형, 웃으면서 밖으로 나간다. 김차장, 민형의 뒷모습을 보며 안됐다는 듯 혀를 끌끌 찬다.
31. 스키장 일각 (밤)
민형, 혼자서 바람을 쐬며 무작정 스키장을 걸어 올라간다. 심사가 편하지 않다.
32. 호텔 로비 앞 (밤)
상혁과 유진, DJ가 밥을 먹고 나왔다.
DJ 내일 공연할 때 오실 거죠?
상혁 당연히 와야죠. 누가 하는 프론데... 그치, 유진아.
유진 으응.... (얼굴이 안좋다) 상혁아, 우리 얘기 좀 해.
DJ 아, 얘기 해야죠. 오랜만에 만났을 테니 밀린 얘기가 많겠죠. 얘기 많이 하십시오. 김피디,
먼저 들어갈게.
DJ가 멀어져 가고 유진과 상혁만 남는다.
상혁 (대수롭지 않게) 차 마실까?
33. 찻집 (밤)
상혁과 유진이 앉아 있다. 상혁은 괜히 말이 많고 들떠 있다.
상혁 원래 저 선배가 디게 웃기는 사람이야. 스튜디오 안에서 담배피우고, 피아노 연주도 잘
하거든? 근데 피아노 치면서 허밍하고 그런다? 자기가 무슨 글렌 굴든 줄 안다니깐.... (하고
차 마시는데)
유진 ... (작지만 또박또박) 이러지 않기로 했잖아.
상혁 !!!
유진 상혁아, 저번에 내가 한 얘기.... 나, 힘들게 한 말이야. 그냥 순간적인 기분으로 한
말이 아니라구.
상혁 그래서?
유진 (하소연하듯) ....이러지마. 이런다고 달라지지 않아. 난, 이미 결혼안하기로 결심했어.
상혁 (갑자기 화난다) 니 결심, 들어줄 수 없다면? 용납하지 못하겠다면?
유진 (놀란다)
34. 호텔 근처 (밤)
유진이 서둘러 황급히 뛰쳐나온다. 뒤에서 상혁이 쫓아나온다. 사람들이 없는 곳.
상혁 유진아! 유진아!!! (하면서 잡아 세운다)
유진 이거 놔.
상혁 못놔. 너, 혼자 일방적으로 결혼 못한다고 하면 난 그냥 받아들이면 된다는 거야? 그럴
순 없어.
유진 ... 미안해... 상혁아... 니가 나 좀 이해해주면 안되겠니?
상혁 (버럭) 나, 사랑하지 않아도 돼. 사랑하지 않아도 된다구!!! 어차피 이제까지 나 혼자
사랑한거잖아.
유진 (놀란다) 상혁아...?
상혁 그냥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내 옆에만 있어주면 된다구. 그게 그렇게 힘든 거니?
유진 (괴롭게 고개를 젓는다) 아냐.... 안돼..... 이건 아냐....
35. 근처 (밤)
민형이 걸어 들어오고 있다. 점점 유진과 상혁이 말하고 있는 곳으로 다가가는 민형.
민형, 유진과 상혁의 모습을 보게 된다. 상혁이 유진의 어깨를 잡으며 거칠게 말하고 있다. 민형,
걸음을 멈춘다.
상혁 힘들다, 괴롭다, 빙빙 돌려 말하지 말고 정확한 이유를 대봐! 왜 말 못하니!!
유진 ...상혁아...!!
상혁 내가 대신 말해줄까? 이민형씨 때문이잖아. 니가 아무리 아니라고 발 뺌해도 나 다 알아.
그 사람 때문인거 맞잖아?!
민형(소리)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상혁, 돌아본다. 민형이 서있다. 유진, 놀란다.
민형 유진씨, 들어가요.
상혁 뭐야?
민형 (유진에게) 내가 상혁씨랑 얘기할 테니까 유진씨는 어서 들어가요.
유진 (이건 아니다) 민형씨....?
상혁 당신 정말!!!
하면서 상혁이 민형의 멱살을 잡는다. 민형, 차갑게 상혁을 본다.
민형 칠테면 쳐봐요. 얼마든지 맞아줄 수 있으니까. 하지만 당신이 저 여자한테 함부로 하는
건 못보겠어.
상혁 (기가 막히다. 작게) 뭐야....?
민형 (차갑게 웃으며) 왜....? 못치겠어요? 사람을 치는 건 해선 안되는 일이라 못치겠어요?
#. 준상비젼 왜....? 못치겠어? 사람을 치면 안된다고 하니까 못치겠어?
상혁 (깜짝 놀라며 딱 놓는다) ..... 당신, 도대체 정체가 뭐야?
민형 유진씨, 가죠.
하면서 민형은 유진을 잡고 데리고 간다. 상혁은 멍하니 제자리에 서있다. 유진, 그런 상혁을
보다가 갑자기 민형을 뿌리친다.
유진 전 상혁이랑 얘기하고 갈께요.
민형 유진씨!
유진 ... 상혁이 저대로 보낼 수 없어요. 미안해요.
유진, 민형을 보다가 고개를 돌려 상혁에게로 간다. 상혁을 잡고 호텔 쪽으로 가는 유진.
민형, 유진에게 어떤 일말의 서운함.... 휙 돌아서 숙소 쪽으로 걸어간다.
36. 호텔 복도 창가 (밤)
상혁은 뭔가 생각에 골똘한 상태이고 유진은 그런 상혁을 바라보고 있다.
상혁 (가라앉은) 유진아....
유진 .... (본다)
상혁 우리, 꼭 이런 식으로 밖에 안되는 거니?
유진 ... (시선 피하며) 미안해, 상혁아.
상혁 아니. 미안해할 거 없어. (자기 손 보며) 난 너 못놔줘. 절대.
유진 (한숨 쉰다) 갈게. 다음에 얘기하자.
하면서 유진은 일어나서 복도 끝으로 사라진다.
37. 유진의 방 앞 (밤)
유진, 자신의 방으로 걸어간다.
민형의 방을 보는 유진, 다가가서 노크하려고 하다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
38. 민형의 방 (밤)
민형, 창가에 서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유진이 상혁에게로 간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린 듯한 느낌. 착잡한 표정이다.
39. 상혁의 호텔 방 (밤)
상혁은 여전히 민형과 준상에 대한 비젼으로 괴롭다.
#. 민형 왜....? 못치겠어요? 사람을 치면 안된다고 하니까 못치겠어요?
상혁, 괴롭다. 잠시후 상혁의 얼굴이 뭔가 결심한 듯한 표정이 서린다.
갑자기 생각난 듯 전화기를 집어든다.
40. 김진우 서재/상혁의 호텔방 (밤)
김진우가 책상에 앉아서 신문을 보고 있다. 신문에는 “강미희, 10년 만에 귀국 독주회”라고
써있는 기사가 보인다. 진우의 얼굴은 심각하다. 이때 전화가 울린다.
김진우 네에. 어, 상혁아.... 그래. 잘 도착했냐?
상혁(소리) 네에...
김진우 유진이도 잘 있고?
상혁 네. (한 템포 쉬고) 아버지.
김진우(소리) 응?
상혁 (눈빛 반짝) 내일 어머니 모시고 같이 스키장으로 오세요.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꼭 오셔야
해요.
김진우 .... 그래?
상혁(소리) 네에.
김진우 알았다. 그럼 내일 오후에 도착하도록 하마.
상혁 .... 네. 안녕히 주무세요.
상혁, 전화를 끊는다. 다시 어딘가로 전화하는 상혁.
41. 오채린 부띠끄 (밤)
채린 내가 모시고 가면 되는 거지? 알았어. 그래. 그럼 내일 보자.
채린, 전화를 끊고 뭔가 흐뭇한 미소. 진숙은 그런 채린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진숙 ....누구야...?
채린 어, 상혁이.
진숙 (반색하며) 상혁이? 혹시 나 찾는 거 아니었어?
채린 뭐?
진숙 그렇잖아.... 상혁이가 너한테 뭐하러 전화를 하냐?
채린 쓸데없는 소리 말고 넌 권용국한테 연락해서 내일 스키장 갈 준비나 하라고 해. 알았니?
(하고 핑하니 나가버린다)
진숙 스키장? 스키장을 또 가? (생각하듯) 또 뭔 일 나는 거 아냐...? 이젠 스키장만 간다면
불안해죽겠어.....
42. 스키장 무대 (오전)
스탭들과 사람들이 무대를 설치하고 있다. 상혁이 사람들에게 뭔가 지시하는 모습 보인다.
43. 폴라리스 현장 앞 (오전)
김차장과 정아, 유진과 민형이 현장에서 나온다. 김차장과 정아는 다른 쪽으로 가고.... 유진은
괜히 민형 주위에서 뮝기적거린다. 민형은 서류를 보며 서있다가 유진을 본다.
민형 나한테 할 얘기 있어요?
유진 .... 어젯밤에 내가 민형씨 맘 상하게 한 거 같아서요.... 기분 나빴죠?
민형 내가 왜요? 유진씨가 상혁씨한테 가서요?
유진 ..... (어색하다. 말 못한다)
민형 (웃는다) 유진씬 너무 착한 것 같아요.
유진 .... 네?
민형 너무 착한 거 같다구요.... 근데 이거 알아요? 착한 사람들이 옆에 있는 사람 힘들게
한다는 거....
유진 무슨....
민형 다른 사람 상처받을까봐 자기 감정 솔직히 표현 못해서 유진씨도 힘들고.... 또 주위 사람들은
헤깔려서 힘들고.... 무슨 얘긴지 알죠?
유진 내가 우유부단하단 얘기군요.
민형 (웃는다) 나쁘다는 얘긴 아니에요. 난 그런 유진씨 성격을 좋아하기도 하니까.... 하지만
지금은 분명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안그럼 상혁씨도 나도 힘들어져요. 가장 나쁜 건 유진씨가
가장 힘들다는 거죠.
유진 ... 내가 어떡해야 하죠?
민형 (어깨를 잡으며) 분명하게 표현해요. 유진씨가 어떤 결정을 내려도 난 유진씨 편이니까.....
(손 떼고) 가죠. 빌라부터 보죠.
유진 네.
44. 스키장 주차장 (오후)
김진우의 차가 들어선다. 상혁이 기다리고 서있다. 진우와 지영이 내린다.
상혁 아버지, 생각보다 빨리 도착하셨네요....?
진우 그래. (둘러보며) 공연은 어디서 하냐?
상혁 (가리키며) 저기요. 아직 멀었어요. 들어가죠. (강조한다) 어머니, 안오실까봐 조마조마
했었는데.... 너무 좋네요.
지영, 아부하는 상혁을 기가 막히다는 듯 웃어준다. 세 사람이 가는데 진우가 갑자기-
진우 (멈춰서며) 아니, 저 친구는!!!
상혁, 진우의 시선을 따라가면 유진과 민형이 걸어오고 있다. 상혁, 안색이 변한다.
앞에서 얘기하며 걸어오던 유진도 상혁 부모님을 보더니 놀란다.
유진 어,어머님.... 아버님.... 안녕하셨어요?
진우 어, 그래. (하다가 민형 앞으로 간다) 자네! 강,준,상.... 아닌가?
상혁과 유진, 민형, 모두 당황한다. 지영도 놀란다.
진우 그래, 맞아. 내 강의실로도 종종 놀러왔잖나.... 모르겠나? 나, 김진울세.
민형 (난감한 표정)
유진 (놀라는 표정)
상혁 (끼어들며) 아니에요. 아버지. 이 사람은 이민형씨라고 스키장 공사 책임지시는 분이에요.
지영 (순간 민형을 본다)
진우 (황당한 듯) 뭐?
민형 (웃으며) 괜찮습니다. 닮았다는 말 많이 들었습니다.
상혁 (유진에게) 유진아. 이따 공연할 때 꼭 와라. 알았지? (부모한테) 일루 가시죠.
하고는 멀어져간다. 유진, 진우의 뒷모습을 보며 의아한 얼굴이다.
민형 유진씨.... 그만 가죠.
유진 .... 이상해요....
민형 뭐가요?
유진 왜 준상이가 상혁이 아버지를 찾아갔었던 걸까요?
하면서 하염없이 진우의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보고 서있는 유진.
45. 호텔 근처 (오후)
상혁과 진우와 지영이 올라가고 있다.
진우 (갸웃하며)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어떻게 저렇게 똑같은 사람이 있을 수 있지?
상혁 ....
진우 상혁아, 그 강준상이란 친구는 정말 죽은 게 확실하냐?
상혁 네. 저 사람은 미국에서 살다 온 사람이에요.
지영 (좀 예민해져서) 채린이 애인이 혹시 저 사람이냐?
상혁 ... (무시하고) 어서 들어가시죠.
46. 다른 주차장 (오후)
채린의 차가 들어온다. 채린의 차에서 내리는 용국, 진숙, 채린... 그리고 유진모.
아이들, 유진모를 모시고 수다 떨며 호텔 쪽으로 향한다.
47. 호텔 프론트 (오후)
상혁이 지영과 진우한테 키를 건네주고 있다.
상혁 오늘 공연 보시고요.... 하루 푹 쉬고 내일 같이 올라가요. 괜찮으시죠?
진우 것도 좋은 생각이다.
용국(소리) 상혁아!!!
상혁과 진우, 지영이 돌아보면 용국과 진숙, 채린, 그리고 유진모가 보인다.
서로 인사하다가 지영은 유진모를 보자 안색이 변한다. 유진모도 괜히 미안하게 웃는 얼굴.
상혁 (좋아서) 어머니. 오시는데 피곤하지 않으셨어요? (자기 부모님한테) 제가 유진이 어머님도
오시라고 했어요.
유진모 (진우와 지영에게) 그동안 잘 지내셨죠?
지영 (차가운 웃음) 네. 그럼요....
진우 (인사하며) 사부인도 별 일 없으셨죠?
유진모 네에....
상혁 여기서 이러지 마시고 자릴 옮기죠.
48. 찻집 (오후)
지영, 진우, 그리고 유진모가 앉아 있다. 차를 마시고 있는 상황.
상혁 (전화 닫으며) 전 이제 리허설 준비하러 가봐야 하거든요? 이따 모시러 올께요. 말씀들
나누고 계세요. (하고 나간다)
순간 어색한 침묵.
진우 참, 저번에 이 사람 생일날... 사부인이 보내신 선물 잘 받았습니다. 색깔이 이 사람이
좋아하는 거더군요. (하면서 슬쩍 지영에게 눈짓)
유진모 네에.... 마음에 드실지 걱정 많이 했는데....
지영 (웃으며) 걱정은 무슨.... 아주 잘 입고 있어요.
유진모 네에... 참, 저번 약혼식 일은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직접 뵙고 사죄드려야 마땅한
일인데....
진우 아이구, 이거 왜 이러십니까? 다 지난 일입니다.
지영 (뾰롱통한 표정)
유진모 (조아리며) 그래도.... 우리 유진이가 부족해서 그런 거니까... 너그럽게 봐주세요.
진우 아닙니다. 그때 일은 사부인도 잊어버리세요. 우린 괜찮습니다.
유진모 .... (딸가진게 죄인이다)
지영 참, 희진이는 잘 있죠?
유진모 (웃는다) 네에... 오겠다고 하는거 간신히 떼놓고 왔어요. 이제 고 3인데 공부하라구요.
진우 이런.... 그래도 데리고 오지 그러셨어요? 책상에만 앉아 있다고 공부 잘되는 거 아닙니다.
가끔 바람도 쐬고 그래야죠.
유진모 데리고 올 걸 그랬나요....? (하더니 웃는다) 제가 뭘 잘 몰라서....
진우와 유진모는 웃는데 지영은 뭔가 좀 삐진 듯한 표정. 눈마주치면 억지로 웃어준다.
49. 민형의 사무실 (오후)
민형이 전화통화를 막 끝내고 있는데 채린이가 들어온다. 민형, 멈칫한다.
채린 겁먹을 거 없어, 민형씨. 친구로서 온 거니까. 괜찮지?
민형 .... 앉아. 뭐 마실래?
채린 아니. 됐어.
민형 (얼굴을 보며) 좀 야윈 것 같다.
채린 (멈칫하더니 싸늘하게) 다 민형씨... 덕분이야.
민형 (아차) ... 미안해.
채린 아니. 미안하단 말 듣고 싶어서 한 말은 아냐. 근데 유진이하고는 잘 되가?
민형 (쓰게 웃는다)
채린 어머? 미안해. 물어선 안되는 걸 물었네.....?
민형 (무시하고) 공연 때문에 온 거니?
채린 겸사겸사. 민형씨도 공연 볼 거지?
민형 글쎄 잘 모르겠다. 일이 많아서 말야....
채린 일어나란 얘기지? 알았어. (일어나며) 그럼 이따 봐. 술한잔 정도는 사줄 수 있지?
민형 .... 시간되면.
채린 (나가려다 말고) 참... 오늘 잘 하면 아주 재밌는 일이 있을 것 같아. 기대해도 괜찮을
것 같아....
하더니 채린, 눈웃음치더니 나간다. 민형, 무슨 말인가.... 하는 표정이다가 다시 일을 한다.
50. 스키장 무대 (저녁)
조명이 하나둘씩 들어오면서 무대가 환하게 밝혀진다. 사람들, 주위에 몰려 있다.
현악 4중주단인 사람들이 악기들을 조율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51. 호텔 앞 거리 (저녁)
상혁이 지영과 진우, 유진모를 모시고 호텔로비를 나서고 있다.
상혁 추울지도 모르니까 단단히 옷 입으시구요.... 지루하셔도 끝까지 자리 지키셔야 해요.
지영 (농담하듯) 알았으니까 공연에나 신경 쓰세요... 김피디님.
상혁 (웃는다)
유진모 상혁아, 근데 우리 유진인 어딨는 거니?
상혁 유진이, 지금 일하고 있을 거에요. 제가 데리고 올께요. 걱정마세요.
유진모 그래... 고맙구나...
지영 (생각난 듯) 참, 여보 나 방에다 지갑을 놓고 왔네요. 먼저 자리 잡고 계세요. 바로
갈께요.
진우 그래요. 그럼....
지영은 다시 호텔로 들어가고 진우는 유진모를 앞세우고 상혁을 따라간다.
52. 호텔 근처 (저녁)
민형과 유진이 L동을 향해서 걷고 있다. 민형, 유진의 목에 감긴 목도리를 보고는-
민형 공연 보러 가야죠?
유진 네. 정아언니랑 만나서 가기로 했어요. 민형씬 안가요?
민형 글쎄요.... 봐서요.... (웃으며) 목도리 잘 어울리는 데요...?
유진 (아차) 아, 돌려준다고 해놓고선 깜빡 했네요. (하면서 목도리를 마구 푸른다)
민형 아니에요. 유진씨 해요.
유진 (고개 저으며) 민형씨 거잖아요.
민형 아, 괜찮다니까요?
유진 (마구 둘러준다) 아뇨. 민형씨도 이거밖에 없는데.... 내가 할 순 없죠?
53. 호텔 앞 (저녁)
지영, 지갑을 가지고 나오다가 문득 시선이 멈춘다.
유진이 민형이 목에 목도리를 감아주는 모습이다. 가로등 불에 다정해보이는 민형과 유진.
유진과 민형, 어딘가로 간다. 지영의 눈이 싸늘하게 변한다.
지영 그럼 그렇지.... 괘씸한 것....!!!
지영, 휙 돌아서 공연장으로 향한다.
54. 공연무대 (밤)
조명이 켜지면서 무대가 환하게 밝혀진다.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무대 뒤에서는 상혁과 DJ가 뭔가를 얘기하고 있다.
상혁 아무튼 공연 끝나자 마자 약속대로 해주는 겁니다. 아셨죠?
DJ 알았어, 알았어.... 부모님들은 다 오셨지?
상혁 네.
DJ 약혼녀는?
상혁 지금 데리러 가려구요. 선배, 잘 부탁합니다.
DJ 알았어.
하더니 무대 위로 올라간다. 상혁은 설레이는 눈으로 무대 앞을 바라보고 있다. 지영이 막 들어와서
진우 옆에 앉는다. 무대 맨 앞에는 상혁의 부모님과 친구들, 유진모가 나란히 앉아 있다.
DJ 안녕하십니까? “고전음악 감상”의 진행자 유열입니다. 이렇게 설원에서의 공연은 처음이라
좀 어색하고 떨리기까지 하는군요. 그럼 일단 첫 번째 순서를 진행하겠습니다. 아름다운 성악곡으로
시작하죠. “수선화” 테너 김웅현씨가 노래합니다.
박수 소리 들리고 연주 시작되면 가수가 나와서 노래를 시작한다. 사람들, 좋아한다.
상혁, 싸인을 주고는 다른 스탭에게 뭔가를 지시하고는 어딘가로 멀어져 간다.
55. 공사현장 앞 (밤)
상혁이 뛰어와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유진을 찾는다. 이때 정아, 유진, 김차장, 민형이 나오는
모습이 보인다. 상혁, 얼굴이 순간 굳지만 달려간다.
상혁 유진아, 공연 시작했어. 빨리 가자.
유진 ... 어, 지금 그렇잖아도 가려고 했어.
상혁 누나도 같이 가요. (민형을 보고) 이민형씨도 같이 가죠.
민형 글쎄요...
상혁 같이 가시죠. 꼭 자리해 주셨으면 합니다. (유진에게) 가자, 유진아.
하더니 상혁은 유진을 데리고 먼저 걸어간다. 유진, 얼결에 따라간다.
민형 (뭔가 이상하다)
김차장 (민형에게) 가지, 가자구.... 공짜잖아....
상혁, 유진을 먼저 데리고 가고 나머지 세 사람은 유진과 상혁의 뒷모습을 보며 따라간다.
56. 공연 무대 (밤)
공연은 진행중이다. 성악가수가 노래하는 상황.
상혁이 유진을 데리고 가더니 자리를 가리킨다. 유진, 순간 엄마를 보더니 놀란다.
유진 (상혁을 본다)
상혁 내가 애들한테 모시고 오라고 했어. 어서 가서 앉아.
유진, 뭔가 걸리는 눈으로 상혁을 보다가 엄마를 향해 다가간다. 유진, 옆에 앉는다.
유진모 유진아.
유진 엄마, 왔으면 전화라도 하지 그랬어?
유진모 ... 너, 일하는데 방해 될까봐.... 잘 지냈어?
다정한 모녀의 모습. 친구들과도 인사하는 유진. 엄마의 팔짱을 끼고 공연을 본다.
잠시후 민형과 정아, 김차장도 자리에 앉는다. 상혁, 민형의 모습을 바라본다.
57. 스키장 외경 (밤)
58. 공연무대 (밤)
바이올린을 든 연주자들이 내려가고 있다.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
공연은 끝나가고 있다. 상혁, DJ에게 사인을 주면 DJ는 마지막 멘트를 하기 시작한다.
DJ 참..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군요. 그럼 여기서 본 공연은 마무리하도록 하고....
특별히 마련된 스페셜 무대를 시작하겠습니다. 왜 스페셜이냐.... 제가 직접 노래를 하기 때문이죠.
어차피 편집에선 잘린 테니깐 가요로 한곡 하겠습니다. 이 노래는 특별히 우리 “고전음악 감상”
의 프로듀서인 김상혁 피디의 신청곡입니다. “제비꽃”
DJ, 통기타를 두드리며 제비꽃을 부른다. 유진,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 뭔가 일어날
것만 같은 기분. 하지만 모두들, 좋아한다. 노래를 감상하는 사람들. 민형은 유진을 보고 있고
상혁도 유진을 보고 있다. 인물들이 노래를 감상하는 모습들이 차례로 보인다.
김차장 (민형에게 귓속말) 노래는 끝내주는데 뭔가 터질 것 같지 않아?
민형 (상혁을 본다)
이윽고 노래가 다 끝났다. 사람들, 박수를 친다.
DJ 자, 이 노래의 주인공 김상혁 피디... 나와주세요. (상혁, 걸어나온다) 자, 김상혁
피디가 오늘 공연을 계기로 중대한 발표를 한다고 합니다. 자, 그럼 꽃다운 약혼녀 정유진 양을
소개합니다. 앞으로 나와주세요.
다들, 당황하고 놀란다. 지영, 유진을 확 쏘아보고 유진은 멍한 상태. 사람들은 환호한다.
진우, 유진모와 친구들은 다 좋아하는 분위기. 유진, 얼굴색이 하얗게 질린다.
민형과 김차장, 정아도 다 황당한 상태.
상혁 (마이크 잡고) 유진아, 어서 올라와. 어서!
유진, 사람들의 환호와 친구들, 유진모의 떠밀림에 꼼짝 없이 무대 위로 올라가게 된다.
이 모습을 보던 민형, 벌떡 일어나려고 하면 김차장이 꽉 잡는다.
김차장 왜 이래....?
민형 무슨 짓 하려는지 안봐도 알아요. 말려야죠.
김차장 (작게) 미쳤어? 유진씨 어머니도 와 계셔. 가만 있어, 가만.... 오늘은 가만 있는
게 유진씨 도와주는 거야.
민형, 도저히 못있겠다는 듯 벌떡 일어난다. 김차장과 정아, 놀라고... 상혁과 눈이 마주치는
민형. 빠른 걸음으로 무대에서 멀어져간다. 상혁의 얼굴에 퍼지는 승리의 미소.
스키장 일각 (밤)
민형이 기분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하는 표정.
공연장 (밤)
무대에 서있는 상혁과 유진.
DJ 자, 멍석 깔아줬으니까 김피디.... 할 말씀 하셔야죠?
상혁 네. (유진을 끌어당기며) 유진아, 안떨어도 돼. 이리와.... 오늘 공연을 빛내주신 연주자들과
자리를 지켜주신 여러분들... 정말 감사드리구요.... 특별히 먼 걸음 해주신 부모님들과 친구들....
감사합니다. 오늘 제가 드릴 말씀은 다름이 아니라 유진이와 다음달 결혼한다는 발표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다음달에 결혼하기로 유진이와 약속했습니다.
유진, 절망스런 눈으로 상혁을 보면 상혁은 모른척한다. 유진모는 진숙과 손잡고 좋아하고
진우도 좋아한다. 친구들도 좋아하는 분위기. 이때 지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지영 (싸늘하게) 상혁아!!
59. 스키장 일각 (밤)
민형이 화를 삭이며 담배를 피우고 있고 두리번거리다 민형을 발견한 김차장이 다가온다.
김차장 (뜸들인다) 이이사, 저 말야.... 지금 좀 일이 생겼어....
민형 (표정)
60. 호텔 식당 (밤)
가족들과 친구들(용국, 채린, 진숙, 정아)이 심각한 얼굴로 앉아 있다. 유진모는 얼굴색이
하얗고 유진은 고개를 푹 숙인 채이다. 상혁은 버럭 화내고 있다.
상혁 어머니,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에요? 도대체 왜 이러시는 거냐구요?
지영 (침착하다) 넌 가만 있어. 니가 유진이 사랑하는 건 삼척동자도 잘 아니까. 유진아, 솔직히
말해주렴. 너, 우리 상혁이 사랑하니?
진우 여보!!!
지영 아니, 결혼을 하려면 서로 사랑을 확인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유진모에게) 유진 어머님, 제가 지금 심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볼때는 유진이가 우리 상혁이를
별로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서요....
유진모 (한번은 참는다)
지영 유진아, 왜 대답 못하니? 너, 우리 상혁이 진심으로 사랑하니?
유진 ..... (고개 숙인채 앉아 있다)
유진모 (못참겠다) 상혁이 어머님, 너무하십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이런 자리에서
유진이를.... (유진을 잡으며) 유진아, 일어나자.
진우 (유진모에게) 사부인! 이렇게 가시면 어떻합니까? 이 사람이 뭔가 오해가 있어서 그러니
잠시만 앉아보세요. (지영에게) 당신, 지금 너무 무례하잖아? 어서 사과드리지 못해요!
지영 당신이 잘 몰라서 그래요. 내가 볼 때는 유진이가 좋아하는 남자는 따로 있어요. 내가 오늘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 그런데도 우리 상혁이랑 결혼시키는 건 유진이한테도 못할 짓이죠.
제가 지금 꾸며서 말하는 거 같아요?
하는데 문이 열리면서 민형과 김차장이 들어온다. 문 옆에 선 민형. 지영, 차갑게 웃으며-
지영 저기 들어오시네.... (민형을 가르키며) 유진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 저 사람 아니니?
아까 내가 보기엔 그런 것 같던데.....?
상혁 (민형에게) 당신, 나가! 당신이 뭔데 여기에 들어오는 거야?
지영 유진이 어머님... 유진이가 다른 사람 좋아한다는 말은 안했나요? 난 내가 오해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와서 직접 보니까 사실인 것 같아서요...
민형 .... 말씀하시는데 실례합니다만.... 저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면 사과합니다. (지영을
보며) 아까 어떤 모습을 보고 이러시는진 잘 모르겠지만 유진씨 오해받을 만한 행동 절대 하지
않았습니다.
상혁 (나직하게) 나가주시죠, 이민형씨.
민형 ,,,, (상혁을 쏘아본다)
상혁 (버럭) 당장 나가라구! 꺼지란 말야!!!
유진 (벌떡 일어나며) 그만해, 상혁아.... 제발 그만해!
사람들, 일제히 놀라서 유진을 바라본다. 상혁도, 민형도 유진을 바라본다.
유진, 고개들면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다.
유진 (흐느끼며) 나, 결혼 안해요. 결혼 할 수 없어요.... (유진모에게) 엄마, 미안해....
나, 결혼 못하겠어요....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하더니 유진, 갑자기 뛰쳐나간다. 순식간에 우왕좌왕하는 분위기. 민형, 유진이 자신을 스켜
지나가자 황급히 유진이의 뒤를 따라서 나간다. 채린, 벌떡 일어난다.
채린 민형씨!!!
지영 (거보란 듯) 저것 보렴... 내 눈은 못속인다니깐!
상혁 (버럭) 어머니!
지영 (놀라는데)
상혁 (이 악물고) 만약 유진이랑 잘못되면.... 저, 다시는 어머니 안봅니다.
지영 뭐어....?
상혁, 듣지도 않고 유진을 뒤를 따라 뛰쳐나간다. 채린은 넋이 나간 듯 제자리에 철썩 주저앉는다.
61. 호텔 앞 (밤)
상혁이 호텔을 미친 듯이 뛰쳐나간다. 주위를 둘러보지만 어디에도 유진과 민형은 보이지 않는다.
아무 데로나 일단 달리는 상혁.
63. 스키장 일각 (밤)
유진은 어딘가로 정신없이 달리고 있다. 뒤에서는 민형이 유진의 이름을 부르면서 달려온다
민형, 가까스로 유진을 잡아서 돌려세운다. 유진, 울고 있다.
민형, 유진의 얼굴을 보자 덥썩 안는다. 유진, 순간 놀란 눈이다.
민형 (결심한 듯) 유진씨, 이젠 안보낼거에요. 어디에도, 누구한테도 안보낼거에요.
유진 민형씨....?
민형 (유진의 얼굴을 잡고) 내가 하자는 대로 하는 거에요.
유진 ....
민형 대답해봐요. 이젠 내가 하는 대로 따라오는 거에요. 알았죠?
유진, 민형의 눈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민형, 유진을 다시 와락 껴안는다. 눈물이 흐르는
유진의 얼굴 위로
유진 (나레이션) .... 준상아.... 나, 이 사람 좋아해도 되는 거지? 나, 이 사람
사랑해도 되는 거지.....?
64. 몽타쥬 (밤)
- 민형이 유진을 잡고 스키장을 달리는 장면.
- 민형의 옆얼굴을 바라보는 유진의 얼굴.
- 민형과 함께 주차장으로 달리는 유진.
65. 주차장 주변 (밤)
상혁이 유진을 찾아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저 앞에서 민형의 차가 기이익
소리를 내며 빠르게 다가온다.
상혁 유진아, 안돼!!!
민형의 차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상혁의 옆을 휙 지나간다. 상혁, 순간 창에 비친 유진의
얼굴을 본다. 유진의 얼굴은 마치 상혁이가 모르는 다른 사람의 얼굴같다.
민형의 차는 이미 스키장을 빠져나간다. 상혁의 얼굴이 절망적으로 구겨진다.
상혁 .... 유진아.....
66. 별장 앞 도로 (밤)
민형의 차가 빠르게 별장 쪽으로 올라간다.
67. 별장 앞 (밤)
끼이익 멈추는 민형의 차. 잠시후 차에서 내리는 유진과 민형.
유진 .... 여기가 어디에요?
민형 우리 집 별장이에요. 가죠.
민형, 유진을 데리고 별장으로 향한다.
68. 별장 앞 (밤)
민형이 열쇠를 넣고 돌리려고 하는데 갑자기 문이 확 열린다.
깜짝 놀라는 민형, 놀라서 보면 강미희가 서 있다.
세 사람, 잠시동안 놀라서 서로 보는데, 미소를 지으며 민형을 끌어안는 강미희.
미희 민형아!
민형 (중얼거리듯) 어머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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