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김삼순 11 회
1. 자막 - 제 11 회 실수라고 말하지 말아요. 이건 두 번째 키스니까요.
2. 삼순집 앞 (10 회 엔딩. 이하 동밤)
삼순 선 보러 나가서 두 번씩이나 만나는 게 보통 인연인 줄 알어? 그 날도, 오늘도 우린 정말 잘
통했다구. 근데 너 뭐야. 내가 좋구, 날 좋아하구, 그런 남잘 또 만날 수 있을 것 같애? ... 너 땜에
망쳤어. 내 인생에 마지막 기회였을지도 모를 남자를 니가 쫒아냈다구! (눈물이 글썽하다)
진헌 ... 왜 자꾸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요.
삼순 아직도 희롱하고 싶니?
진헌 그 남자보다 더 나은 사람, 얼마든지 만날 수 있어요.
삼순 (약 올라) 얼마든지? (꽥) 얼마든지?!
진헌 ... 응
삼순 (갑작스런 반말에 놀라는)!...
진헌 ... 응.
삼순 (갑작스런 반말에 놀라는)!...
진헌 당신, ... 매력 있어.
삼순 ?!...
진헌 자기가 얼마나 매력 있는지 모르는 게 당신 매력이야.
삼순 ???!!!
진헌 자기가 얼마나 매력 있는지 모르는 게 당신 매력이야.
삼순 ???!!!
진헌 (빤히 바라본다)
삼순 (또 다시 가슴이 두근거린다)... 내, 내가 허튼 말 하지 말라 그랬지.
진헌 허튼 말, 아냐.
삼순 (이럼 안되지, 얼른 정신 차리는) ... 이, 이젠 안 속아. 너 제주도에서도 사람
헷갈리게 해놓고 내뺐잖아.
진헌 (빤히 본다)
삼순 (그래도 가슴은 떨려서) 그, 그렇게 보면 어쩔건데.
진헌 (단호하게) 다른 남자, 만나지마. 선도 보지 말구.
삼순 !!!...
진헌 (거침없이) 당신이 다른 남자 만나는 거 싫어.
삼순 !!!
진헌 정말 싫어.
삼순 ! ... 그래서... 그래서 뭐 어쩌자구.
진헌 말했잖아. 다른 남자 만나지 말라구.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격으로)
오천만원 갚을 때까지.
삼순 (뭐???)
- 진헌, 마치 당연한 요구를 한 듯한 얼굴이다.
-삼순, 두근대던 감정이 분노로 돌변한다. 표정 일그러지며 미친 놈 소리가 튀어나오기
일보직전인데.
현우 (E) 미친 놈.
삼순 (놀라 휙 돌아본다)
진헌 (역시 돌아본다)
- 삼순을 기다리던 현우가 다가선다.
현우 그런 거였어? 오천만원 때문에?
삼순 (아.. 이런 수모를 당하다니!)
진헌 (이런 낭패가!)
현우 (다가들며) 이런 순 날나리 같은 자식! (주먹을 휘두른다)
- 맞고 쓰러지는 진헌.
- 악! 짧은 비명을 지르는 삼순.
-열 받은 진헌, 발딱 일어나 달려들어 현우의 멱살을 움켜쥔다.
현우도 진헌의 멱살을 움켜쥔다.
진헌 (쏘아보며) 넌 꺼져.
현우 니가 꺼져 이 새끼야.
진헌 (부르르 노려본다)
현우 그렇게 보면 어쩔건데? 돈으로 장난 치니까 재밌냐?
진헌 (확 주먹을 휘두른다)
- 현우, 한 대 맞고 휘청이더니 곧 달려드는데.
-삼순이 “스탑!!! 스탑!” 소리치며 막아선다.
- 현우, 또 이 자식 편을 드는 가 싶어서 으이씨! 하는 표정이고.
- 진헌, 씩씩거리며 쏘아보는데.
-삼순이 진헌을 향해 휙 돌아서더니 소리친다.
삼순 너 가.
진헌 ? ...
삼순 가라구. 이제 너랑 볼 일 없어. 그러니까 얼른 가.
진헌 ???
현우 (역시 놀라는)
삼순 (가슴을 퍽퍽 밀며 야멸차게) 가란 말 안들려? 가! 가라구! 가!
진헌 (충격에) !!!...
현우 얼른 가시지?
진헌 (현우를 본다)
현우 (가라고 눈짓)
진헌 (삼순을 본다)
삼순 귀 먹었어? 가란말야! 가라구! 가!
진헌 !!! ...
삼순 (쏘아보는)
- 결국 돌아서는 진헌. 넋나간 표정! 그 뒤로 계속 쏘아보는 삼순의 표정.
- 오기가 돋힌 진헌, 성큼성큼 간다.
- 복잡한 마음으로 쏘아보는 삼순. 이윽고 현우를 향해 돌아선다.
삼순 너도 가.
현우 ? 저 녀석 보내고 나랑 할 말 있는 거 아니었어?
삼순 니 편 들어준 거 아니니까 착각하지 마.
현우 그렇다고 그 놈 편 들어준 건 아니잖아.
삼순 (쏘아본다)
현우 앞으로 돈 필요하면 나한테 얘기해. (싱긋 웃어준다)
삼순 꼴갑을 떨어요.
현우 오랜만에 들으니까 흥분되는데.
삼순 지랄한다.
현우 (흥분된 가슴을 누르며) 오우-
3. 자하문
- 몹시 화가 난 걸음걸이로 성큼성큼 문을 통과하는 진헌의 실루엣.
4. 삼순집 앞
삼순 우리 엄마한테 걸리면 뼈도 못추리니까 말로 할 때 가라?
(하고는 대문 앞으로 가 초인종을 누르려는데)
현우 (얼른 잡더니 담벼락에 몰아붙인다)
삼순 !!!
현우 니가 지금 얼마나 섹시한 지 알어? (입 맞추려는데)
삼순 (홱 고개 돌리며 소리 지른다) 엄마---
현우 ???
삼순 엄마 변태가 막 쫓아와- 엄마---
현우 (얼른 입을 막는다) 너 미쳤어?
삼순 (그 손을 확 깨문다)
현우 악! (펄쩍 뛰고)
- 안에서 현관문 열리고 다급히 슬리퍼 끌고 나오는 소리와 함께.
봉숙 (E) 삼순이니? 삼순아-
현우 (헉! 얼른 내뺀다)
- 문 열리면 호미를 든 봉숙이 뛰쳐나온다.
봉숙 누구야! 누가 우리 딸을 건드려! (두리번거리며) 어느 놈이야. 어딨어!
삼순 (도망가는 현우 가리키며) 조기. 아주 악질인 거 있지.
봉숙 야! 너 거기 안 서?! 야! (쫓아간다)
- 현우, 잔뜩 겁 먹은 얼굴로 한 번 돌아본다.
- 야 이놈아! 소리치며 쫓아오는 봉숙.
-허겁지겁 도망가는 현우.
-삼순, 맥이 탁 풀린다.
5. 사장실
-맞은 턱이 얼얼한 듯 만지며 터덜터덜 들어오는 진헌. 의자에 털썩 앉아 멍하다...
버림받은 기분... 자존심이 완전히 뭉개진 느낌... 문득 꿀꿀이가 보인다. 진헌의 눈빛이 달라진다.
일어나 녀석을 집어들고 나간다.
6. 보나뻬띠 쓰레기장
- 쓰레기봉지들 위로 툭 던져지는 꿀꿀이
-진헌, 화풀이하듯 그렇게 던져놓고 간다
- 꿀꿀이가 밑으로 툭 미끄러져 내린다.
-멈추는 진헌. 일이초쯤 있다가 돌아서서 본다. 아 정말 버려지지 않는 저 녀석... 짜증난다... 다시
다가와 꿀꿀이를 집어들고 간다.
7. 삼순 방
- 뒤척이는 삼순. 벌떡 일어나 앉는다.
삼순 두 놈이 달려들면 뭐하냐구요. 한 놈은 입만 열면 오천만원, 한 놈은 변태에로물. ... 왜
나한텐 멀쩡한 놈이 안붙냐구요, 왜에... 아 열불 나. (일어나 나간다)
8. 오피스텔
-꿀꿀이를 들고 들어오는 진헌. 아무데나 휙 던져버리고는 냉장고로 가 캔맥주를 꺼내 한 모금
마신다. 꿀꿀이를 본다. 삼순이 같아서 얄밉다! 다가와 꿀꿀이를 퍽 찬다.
-꿀꿀이가 저만치 나가떨어진다.
-진헌이 다시 다가와 또 찬다. 퍽!!!
9. 삼순네 주방
- 아!!! 얼음통을 앞에 놓고 앉아 얼음 씹다가 혀 깨물고는 ‘아 아파라’ 아파하는 삼순.
10. 오피스텔
- 잠을 못이루고 뒤척이는 진헌. 몇 번을 뒤집어눕다가 꿀꿀이와 눈이 마주친다.
- 항상 있던 그 자리에서 천연덕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꿀꿀이.
진헌 (팍 인상 쓰며)... 보면 어쩔건데... 눈도 없는 게... 뚱해갖구는...
(돌아누우며 이불을 뒤집어쓴다)
- 꿀꿀이에서 화면 어두워진다.
- F.O
11. 북악스카이웨이 인근 조깅코스나 공원 (아침. F.I)
- 적당한 오르막 숲길을 몇몇 사람이 걷거나 뛰고 있다.
-조깅하는 삼순과 이영.
-삼순은 벌서 뒤로 쳐지며 할딱 할딱 숨이 가쁘다.
이영 (돌아보고는) 야, 벌써 그럼 어떡해. 이제 겨우 1 키론데.
삼순 (걸어오며) 뛰지 말고 걷자 언니야. 나 관절에 무리 오는 것 같애.
이영 쯧쯧 그 몸으로 무리지.
12. 북악스카이웨이
-경보선수처럼 속보로 걷느라 뒤뚱뒤뚱 우스꽝스러운 삼순과 이영.
이영 잘 했어. 그런 바람둥이는 아주 확 밟아놔야 돼. 안 그러면 지가 멋있는 줄 안다니 까?
삼순 (뚜해서)... 바람둥인 아니다 뭐. 옛날 여자한테 돌아간 게 바람둥이냐?
이영 다른 남자 만나지 말라 그랬다며. 그럼 유희진이랑 헤어진대?
삼순 ?... 그건 안 물어봤는데.
이영 물어보고 말고 할 게 어딨어. 그 자식한테 니가 뭔 줄 알어?
내가 갖긴 아쉽고 남 주긴 아깝고, 심심풀이 땅콩이야 땅콩.
삼순 (멈추며) 정말 징하다. 그런 잔인한 말을 자꾸 하고 싶냐?
이영 (멈추며) 으유 웅담도 없으면서 곰스런 짓은 혼자 다 하지. 좀만 기다려. 아파트
팔리면 샵 내자. (간다)
삼순 ??? 샵?
13. 나사장 집무실 (동 아침)
- 진헌, 나사장의 책상 앞에 서 있다.
나사장 뭐? 빵이 아니라 아예 파티쉐를 빌려달라구?
진헌 네.
나사장 그러게 왜 삼순양을 그만두게 만들어?
진헌 (비싯 웃으며) 엑스맨이 그래요?
나사장 ? 뭐? 에, 엑스맨?
진헌 나사장이 박아논 스파이.
나사장 (아니 그걸 어떻게!) ...
진헌 뭘 그렇게 놀래요?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었어요?
나사장 (머쓱)!... 어쨌든, 삼순양은 왜 그만 둔 거냐.
진헌 그건 나사장이 알 필요 없구요. 후임자 구할 때까지만 빌려주세요.
나사장 시끄럿! 니 사업이니까 니가 알아서 해. 난 몰라.
진헌 그럼 크리스한테 직접 부탁할까요?
나사장 재주껏 해 봐 한 번.
진헌 그러죠 뭐. (나가다가 돌아보며) 아, 엑스맨이 누군지 알아냈으니까 이제 고스톱
그만 치세요. 피박 쓰지 마시고. (윙크하고 나간다)
나사장 ???... (부글부글) 저 자식이... (인터폰 누르고) 들어와.
- 곧 윤비서가 들어온다.
나사장 엑스맨 들켰어?
윤비서 ? 엑스맨이라뇨?
나사장 아 걔 말야, 레스토랑에
윤비서 아... 근데, 들키다뇨?
나사장 진헌이 이 자식이 누군지 알아냈다고 그러잖아.
윤비서 ? ... 어떻게요?
나사장 그러니까 묻잖아 지금!
14. 진헌의 차 안(동)
-진헌, 운전하며 핸즈프리로 통화중이다. 소개업체와.
진헌 네, 그 정도 경력이면 좋겠구요,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면 더 좋겠습니다. 실력만
좋으면 연봉은 얼마든지 협상 가능합니다. ...네, 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끊고는) 파티쉐가
당신만 있는 건 아니지.
- 황색불이 들어온다.
-진헌, 신호대기 하면서 무심히 밖을 보다가 어? 놀란다.
-빌딩 옥상의 대형 전광판 화장품 광고. 삼순이 백만불짜리 몸매를 뽐내고 있다.
섹쉬하게~
- 진헌, 정신 차리고 다시 본다.
-전지현이다.
- 아.. 내가 왜 이러지? 어이없어하는 진헌.뒤에서 크랙션 소리가 나자 얼른 출발한다.
15. 근린공원
-마무리 스트레칭을 하는 삼순과 이영.
이영 일단 인터넷으로 온라인 샵부터 시작하는 거야. 봐서 반응이 좋으면 진짜 샵도 내 고.
삼순 정말? 정말이지?
이영 아파트, 시세보다 싸게 내놨으니까 금방 나갈거야. 나가면 오천만원 바로 갚아버리고 남은
걸로 사고 한 번 치는 거야.
삼순 (감동) 언니...
이영 감동할 거 없어. 니가 케잌 하나는 기가 막히게 굽잖아. 넌 케잌 굽고 난 운영하고.
필이 오지 않냐?
삼순 필 온다! 팍팍 온다! 드디어 이 방앗간집 딸들이 날개를 펴는구만?
16. 요가학원 강습실 (동 낮)
-10 여명의 수강생들 틈에서 요가하는 희진.
17. 복도
- 유리창 너머로 들여다보고 있는 나사장과 윤비서.
나사장 ...
윤비서 부를까요?
나사장 기다려봐
윤비서 ...
나사장 (퉁명스레) 제일 이쁘네.
윤비서 그러게요.
나사장 (마음이 짠해져서는) ... 아까워 죽겠네. (한 숨만 나온다)
윤비서 살만 좀 붙으면 옥주현 뺨 치겠는데요.
나사장 ? 옥주현이 누구야?
윤비서 모르세요? 핑클이요.
나사장 핑클은 또 뭐야? 새로 나온 아이스케끼야?
윤비서 (못말려, 도리도리 고개 저으며 유리 너머로 시선 돌린다)
나사장 (잠시 유리 너머를 보다가) ... 가자. (간다)
윤비서 (얼른 따르며) 희진이 안만나시구요?
나사장 오늘은 기분이 그렇다.
- 맞은편에서 헨리가 온다.
-나사장과 윤비서, 어? 하더니 넋 놓고 본다. 옆을 지나쳐가자 너무나 자연스럽게 고개 돌려 본다.
나사장 (넋 놓고 계속 걸으면서) 뉘 댁 자식이 저리 잘 생겼을꼬.
윤비서 (마찬가지) 그러게요.
- 그러다가 마악 열리는 문에 쾅 부딪히는 나사장.
-으~ 찡그리는 윤비서.
-헨리, 창 앞에 멈추어 안을 들여다본다.
-희진, 문득 이 쪽을 보다가 헨리를 발견하자 손을 들어 보인다.
- 싱긋 웃으며 손 흔들어주는 헨리.
18. 홀(동 오후)
-현관문 열리며 희진과 헨리가 들어온다.
-오지배인이 ‘어서오세요’ 하며 인사하다가 희진인 걸 알고는 좀 놀란다.
희진 안녕하셨어요.
오지배인(미소) 어서 와요. 반가워요.
19. 홀
-영자가 쟁반을 들고 희진과 헨리의 테이블(진헌은 아직 없는)로 온다.
-영자, 희진 앞에 물잔을 거칠게 내려놓는다. 살짝 흘기면서.
희진 (왜 이러지)???
- 영자, 헨리 앞에는 공손히 내려놓는다. 의미심장한 눈길을 보내면서.
헨리 (싱긋 웃어주며, 우리말) 고마워
- 영자, 그 미소에 뻑 간다. 넋이 나간 얼굴로 돌아선다.
20. 홀 일각
- 넋나간 영자가 벌렁대는 가슴을 누르며 모여있는 인혜와 여직원들에게로 온다.
여직원 1 어때요? 가까이서 보니까 더 멋있어요?
영자 (얼얼한 채 끄떡끄떡) 아트가 따로 없어. 이건 사람이 아니라 조각이야 조각!
- 어머! 탄성을 지르고 웅성대면서.
여직원 4 그러니까 삼순이 언니를 밀어낸 게 바로 저 여자라 이거죠?
여직원 1 밀어낸 게 맞긴 한데 옛날 애인이래.
여직원 2 어쩜.. 삼순이 언닌 쨉도 안되네.
여직원 3 그러게. 나래두 저 여자한테 가겠다.
인혜 (팩 토라져서는) 난 그래두 삼순이 언니가 낫네요. 저게 뭐야 삐쩍 말라가지구.
영자 근데 저 여잔 무슨 복을 타고 나서 우리 사장님을 애인으로 두고 저렇게 잘 생긴
남자를 친구로 뒀을까.
여직원들 (한숨 섞어) 내 말이.
21. 홀
-메인요리를 먹는 희진과 헨리. 무척 흡족한 표정들이다.
-진헌은 희진의 옆에 앉아 차를 마신다.
진헌 (헨리에게) 어때? 괜찮어?
헨리 (우리말) 맛있어. (손가락을 치켜 세운다)
진헌 (우쭐해서는) 뭐 이 정도 갖고
헨리 (영어) 근데 소피는 어딨어? 나 소피한테 부탁할 거 있는데.
진헌 !...
희진 (힐긋 진헌을 보더니 대신 대답해준다. 영어) 그만뒀어.
헨리 !... (아.. 그제야 상황파악하고는 미안해 한다)
진헌 (영) 무슨 부탁을 하려고.
헨리 (영) 아냐 됐어. 신경 쓰지 마.
희진 게스트하우스에 누가 생일인가봐. 케잌 때문에.
진헌 (못마땅해서는) 그렇게 한가한 사람 아냐. 아무데서나 사.
헨리 (못 알아듣고 ?해서 보는)
희진 (역시 ?해서 진헌을 본다. 말뜻이 좀 거슬린다)
진헌 (희진의 시선에 좀 민망해져서는) 새 직장 찾느라고 바쁠거야.
22. 삼순네 주방(동)
-양념 안 한 스테이크를 썰어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는 삼순 (옆에는 자몽이 통째로).
눈길은 맞은 편 양푼비빔밥에 가 있다.
- 노란색 구식 양푼에 비빈 비빔밥을 통째로 놓고 맛있게 먹는 봉숙과 이영.
삼순 (선망의 눈초리. 아 맛있겠다)... 맛있어?
봉숙 왜. 밥 줘?
삼순 아니.
봉숙 하여튼 백수 주제에 스테이크 썰고 있는 년은 대한민국에 너 하나밖에 없을거다.
삼순 누군 좋아서 이러는 줄 알어? 간도 안한 고기 먹어봐. 이건 고문이야 고문.
봉숙 그러게 왜 하고 많은 것 중에 그 딴 다이어트를 해.
삼순 몇 번을 말하냐? 탄수화물은 다이어트의 적이라구, 적!
봉숙 스테이크도 모자라 한 개에 삼천원 하는 자몽까지. 속 없는 것 같으니라구.
이영 놔 둬. 마지막 몸부림이잖아.
- 봉숙과 이영, 참 맛나게도 먹는다.
- 삼순, 입이 쑥 나와서는 고기를 썰다가 괜히 화풀이한다.
삼순 이 씨, 왜 이렇게 질겨. 밭 갈던 소 아냐 이거?
23. 희진 아파트 앞 (동 밤)
- 진허느이 차가 달려와 멈춘다.
희진 (벨트 풀며) 자고 갈래?
진헌 아니, 집에 가서 할 일 있어.
희진 무슨 일?
진헌 그냥 이 것저것.
희진 그럼 차 마시고 가.
진헌 오늘 차를 너무 많이 마셨어. 더 마시면 못잘 거 같애.
희진 (곱게 흘기며 입이 쑥 나온다) 꼭 떼쓰는 과부 같잖아.
진헌 (뺨을 톡 치며) 이렇게 이쁜 과부가 어딨어. 벌써 보쌈해갔지.
희진 (웃으며) 치... (뺨에 쪽 뽀뽀하고는) 잘 가. 운전 조심하고.
진헌 응.
-희진이 내린다.
-진헌, 손 흔들어주고 출발한다.
-희진, 바라보다가 안으로 들어간다.
24. 오피스텔
- 들어오는 진헌. 제일 먼저 자전거가 눈에 띈다. 눈에 가시처럼 보다가 다가온다.
툭툭 몇 번 차더니 핸드폰을 연다.
25. 삼순네 주방 (동 밤)
- 양푼을 껴안고 비빔밥을 먹는 삼순. 옆에는 소줏병. 소주도 한 잔 마시고.
삼순 캬~ 죽인다. 천국이 따로 없네. 인생 뭐 별 거 있어? 오늘까지만 먹고 내일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야. (입 안 가득 밥을 떠넣고 우물우물 )
- 그 때 핸드폰이 울리자 무심히 액정을 확인하다가 놀란다
-액정에 <삼식이>
-삼순, 잠시 갈등하다가 엎어놓고 계속 밥을 먹는다.
26. 오피스텔
-음성사서함 멘트가 나오자 약이 올라 탁 덮는 진헌. 잠시 생각하더니 유선전화기를 집어들고 버튼
누른다.
27. 주방 & 오피스텔
- 액정 확인하는 삼순. 발신자 없이 번호만 뜨자 갸웃하며 받는다.
삼순 (양푼 안은 채) 여보세요.
진헌 왜 전화 안 받아요.
삼순 !...
진헌 왜 전화 안 받냐구요.
삼순 받기 싫어서요.
진헌 (약이 올라 퉁명스레) 자전거 언제 가져갈 거에요?
삼순 ? 아 맞어...
진헌 지근 당장 가져가요.
삼순 너무 늦었어요. 내일 가져갈게요.
진헌 안돼요. 지금 당장 가져가요.
삼순 지금이 몇 신 줄이나 알아요?
진헌 이 자전거 때문에 내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 줄 알아요?
삼순 왜요. 자전거가 말이라도 시켜요?
진헌 그래요. 잠도 못자게 얼마나 떠드는 줄 알아요? 빨리 가져가요.
삼순 하루만 참아요. 아침 일찍 가지러 갈게요.
진헌 지금 당장 가져가요! 안 그러면 엿 바꿔 먹을 거니까! (탁 끊는다)
삼순 (허! 어이가 없다)
28. 오피스텔 복도(동 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뚜하게 부은 삼순이 나와서 걸어간다.
29. 오피스텔
- 자전거를 타고 넓은 실내를 뱅뱅 돌고 있는 진헌.
30. 복도
- 초인종 누르는 삼순.
31. 오피스텔
- 초인종 소리에 얼른 내리는 진헌. 한 쪽에 세워놓고 시침 딱 떼고 현관으로 간다.
문을 연다.
삼순 (흘기는)
진헌 (모른 척 문을 활짝 연다)
- 삼순이 들어온다. 진헌도 들어온다.
-삼순, 자전거를 끌고 간다.
진헌 이것도 가져가요.
삼순 (보면)
진헌 (꿀꿀이를 내민다)
삼순 ...(확 나꿔채 짐받이에 꿀꿀이를 묶는다)
진헌 노니까 좋아요?
삼순 닐니리맘보죠.
진헌 놀면 더 살 찔텐데.
삼순 왠 걱정?
진헌 벌써 찐 거 같은데.
삼순 (흘기며) 신경 끄시죠 사장씨. (매듭을 짓는다)
진헌 (계속 퉁명스레 보는)
삼순 (끌고 나간다)
진헌 현관 안 긁히게 조심해요.
삼순 (벨이 꼬여서) 봐서요. (하다가 어? 멈추며 뭔가를 본다)
진헌 (그 시선을 따라간다)
- 어딘가에 놓여진 ‘모모’
진헌 (순간 당황)!...
삼순 (니가 샀니? 하듯 진헌을 보는)
진헌 (순식간에 태연하게) 미주가 사달라 그래서요.
- 삼순, 무심히 넘기고 자전거 끌고 나가다가 멈춘다. 뭔가 이상하다. 자전거를 요리조리 살핀다.
진헌 ?...
삼순 혹시 이거 건드렸어요?
진헌 ?... 아뇨.
삼순 (앞바퀴 타이어를 만진다) 바람 빠졌잖아요.
진헌 그래요?
삼순 혹시 펑크 낸 거 아녜요?
진헌 내가 애에요?
삼순 장가 가서 아빠가 되기 전엔 다 애에요 남자는.
진헌 그러셔요 아주머니?
삼순 뭐?
진헌 여잔 서른 넘으면 아주머니 아닌가?
삼순 (씨.. 흘기고는) 바람 넣는 거 있어요?
진헌 안 키워요. 그런거.
삼순 안 되겠네 그럼. 실어다 줄거죠?
진헌 네?
삼순 그럼 이걸 집까지 끌고 가라구요?
32. 차 안
- 짜증스런 얼굴로 운전하는 진헌.
- 꿀꿀이를 안고 있는 삼순.
삼순 음악 없어요?
진헌 그냥 가요.
삼순 (보는)... 왜 자꾸 화를 내요?
진헌 내가 언제요.
삼순 아까부터 계속 짜증내고 있잖아요.
진헌 신경 끄시죠 아주머니
삼순 (삐죽삐죽)
진헌 ... 그 날 민현우씨랑 뭐 했어요.
삼순 (뭐? 보는)
진헌 뭐 했어요.
삼순 신경 끄시죠 사장씨.
진헌 (새삼 화가 난다. 앞 차가 끼어들기라도 하는지 성질 부리듯 크랙션을 빵빵 누른 다)
삼순 (깜짝 놀란다)
33. 달리는 차
- 달리는 차의 트렁크에 자전거가 실려있고 문도 활짝 열려있다.
34. 차 안
- 삼순, 힐끔 그를 본다.
- 입 다문 옆모습.
-삼순, 마음이 이상해진다. 운전하는 그는 처음이다. 낯설기도 하고 왠지 멋있어도 보인다.
삼순 (마음의 소리. E) 짜식이 말야, 간신히 진정하고 있는데 괜히 불러내갖고...
(힐끔 보고는. E) 옆 모습 잘 생겼다고 자랑하는 거야 뭐야...
(손을 힐끔 거리며. E) 손가락은 왜 저렇게 길어? (자신의손을 힐긋 내려다보고는. E)
나보다 더 하얗잖아? (다시 힐끔거리며. E) 하여튼 얄미운 짓만 골라서 해요.
진헌 (앞만 보며) 뭘 봐요.
삼순 (놀라 얼른 앞을 본다) ... 운전.. 안 무서워요?
진헌 안 무서워요.
삼순 그럴거면서 택시는 왜 타고 다녔어요?
진헌 조용히 갑시다.
-삼순, 삐죽거리고는 다시 힐긋 본다. 자꾸 눈길이 간다. 그 눈에 핸들을 잡은 손이 매혹적으로
보인다.
- <삼순, 그 손을 덥석 잡는다>
-<진헌, 흠칫 놀라 쳐다본다>
- 삼상하던 삼순, 이럼 안되지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삼순 (혼잣말) 변태야 변태...
진헌 (확 흘기며) 지금 난한테 그러는 거예요?
삼순 !... 귀도 밝어. 신경 꺼요, 나 혼잣말 하는 거 처음 들어요?
진헌 (쯧, 다시 앞을 본다)... (꼭 시비 걸 듯이) 왜 이름이 삼순이에요?
삼순 (보는)?...
진헌 언니들도 일순이, 이순이에요?
삼순 일찍도 물어보네.. 아들인 줄 알았는데 기집애가 튀어나오니까 할아버지가 홧김에
호적에 올리셨대요.
진헌 (그렇군)... 집하고 오천만원은 무슨 상관이에요.
삼순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빚보증 선게 이제 와서 탈이 났어요.
진헌 (그렇군) ...
삼순 (문득 이상해서) 근데 그런 걸 왜 자꾸 물어요?
진헌 그냥.
삼순 치- 그럼 나도 하나 물어볼래요. 그 날 화장실에서 어떻게 나왔어요.
진헌 ... 엑스맨이 도와줬어요.
삼순 ??? (달려들 듯이) 엑스맨이요? 엑스맨을 찾았어요?
진헌 네.
삼순 어떻게요? 누군데요?
진헌 맨 입으로 안 가르쳐주죠.
삼순 !... 어우 유치해.
진헌 다시 출근하면 가르쳐주죠.
삼순 !... 치사빤스다 정말. 관둬요!
- 그 때 핸즈프리에 걸어놓은 진헌의 핸드폰이 울린다.
- 진헌, 힐긋 보고 무심히 넘긴다.
- 삼순, 신경 쓰인다.
삼순 받아요.
진헌 됐어요.
삼순 내가 받아줘요?
진헌 됐다구요
삼순 (무심히 액정을 들여다본다)?... 웃음의 여왕이 누구예요?
진헌 (화가 나서 꽥) 됐다구 했잖아요!
삼순 (움찔! 했다가 그래도 못 참겠어서)... 유희진씨에요?
진헌 ...
삼순 받아요 빨리. 꼭 바람 피는 사람 같잖아요.
진헌 (발끈해서) 누가 바람을 펴요?!
삼순 그러니까 받으라구요.
진헌 (에이 정말! 화풀이하듯 손을 뻗어 버튼을 누른다) ... 어, 나야.
- 스피커를 통해 희진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희진 (F) 그냥 잠이 안와서 해봤어.
35. 희진 침실
- 스탠드 불만 켜놓은 채 이불 속에서 뒹굴거리며 통화하는 희진
희진 뭐해?
36. 차 안
진헌 (당황) 어... 그냥 뭐... 음악 듣지.
삼순 (뭐? 음악을들어? 이런 날강도!)
희진 (F) 뭐 듣는데?
진헌 어... FM...
- 삼순, 약 올리듯 버튼 눌러 FM 을 켠다. 93.1MH 의 클래식이 나온다.
-진헌, 기가 막혀 힐긋 본다.
37. 희진 침실
희진 그럼 나도 들어야지. (리모콘을 들어오디오를 켠다. 같은 음악이 나온다. 기분이 좋다)
이러니까 옛날 생각 난다. 밤새도록 같은 음악 들으면서 수다 떨다가 잠 들었잖아.
38. 차 안
진헌 (삼순이 다 듣고 있으므로 죽을 상이다) 어...
- 고스란히 듣고 있는 삼순, 놀고 있네, 하는 표정이다가 전방을 보고는 놀라서 자기도 모르게
진헌의 팔을 퍽퍽 치며 소리친다.
삼순 빨간 불, 빨간 불! 스탑! 스탑!
진헌 (놀라 브레이크 밟고)
39. 희진 침실
- 희진, 여자 목소리에 놀란다.
삼순 (F) 조심해요, 큰 일 날 뻔 했잖아요.
희진 !... (일어나 앉으며) 옆에 누구 있니?
40. 차 안
진헌 (아뿔싸!)...
삼순 (그제야 실수를 깨닫고 역시 아뿔싸!)...
희진 (F) 진헌아.
진헌 (아 미치겠다)
삼순 (덩달아 당황스럽고)
희진 (F) 진헌아.
진헌 ... 희진아, 미안한데 나 운전 중이거든? 좀 있다 다시 할게. (끊는다)
41. 희진 침실
- 희진, 얼빠진 표정으로 전화를 끊는다. 가슴이 울렁댄다. 분명 여자였는데! 삼순이 같은데!
42. 집 근처 도로 & 차 안
- 한 쪽에 끽 서는 차.
- 화가 난 진헌이 삼순을 휙 쳐다본다.
삼순 (좀 미안해서 딴 청)
진헌 (계속 쏘아본다)
삼순 (힐끔 보고는 다시 얄미워져서)... 뭐요.
진헌 (차자)... 내려요.
삼순 온 김에 집 앞까지 올라가지?
진헌 내려서 끌고 가.
삼순 (이게 또 반말이네?) ... 싫어. 니가 불러냈으니까 끝까지 책임 져.
- 단단히 화가 난 진헌이 내린다. 이 쪽으로 돌아와 차 문을 연다.
진헌 내려.
삼순 (얄미워서 뭉개며 깐죽거린다) 아.. 남자들이 이런 식으로 거짓말을 하는구나.
옆에 딴 여자 앉혀놓고 혼자 있는 척.
진헌 (끓어오른다)
삼순 공부 잘 했다 삼식아. 수업료 줄까?
진헌 (완력으로 끌어낸다)
삼순 어머! 어머머머... 야! 니가 잘못해놓고 어따 대고 화풀이야?!
진헌 김삼순씨!
삼순 왜, 사장씨!
진헌 케잌만 굽지 말고 교양도 좀 굽지?
삼순 걱정 마. 교양은 없어도 양다리는 안 걸치니까.
진헌 누가 양다릴 걸쳤다 그래!
삼순 방금 걸쳤잖아. 너 거짓말 했어. 얼굴도 하얗게 질려서 얼마나 웃겼는지 알어?
진헌 !... 내, 내가 언제!
삼순 봐, 말 더듬잖아. 그리고 왜 또 날 바보로 만들어? 왜 하필이면 날 옆에 앉혀놓고 거짓말을
하냐구 기분 더럽게!
진헌 그래서 안받는다 그랬잖아!
삼순 전화 안 받는게 바람 피는 거잖아!
진헌 (아 씨 정말...)
- 진헌, 안되겠는지 뒤로 돌아가 트렁크에서 자전거를 끌어낸다. 혼자 내리기엔 좀 벅차다.
- 삼순, 흘겨보다가 차 안에 꿀꿀이를 놓고 문 닫고 총총히 다가와 함께 자전거를 끌어내린다.
- 진헌, 트렁크 문을 닫고 쳐다도 안보고 운전석으로 간다.
삼순 (잠시 보다가, 정색하고) 너 나 좋아하니?
진헌 (멈칫)!...
삼순 오늘 너, 얼마나 수상한지 알어?
진헌 (티껍다는 듯 돌아본다)
삼순 머리 굴리지 말고 그냥 딱 떠오르는 생각을 말해. 너 나 좋아해?
진헌 (다가온다)
삼순 (보는)
진헌 (비싯 비웃는)
삼순 (이게?)
진헌 전에 말하지 않았나? 누가 당신같은 여자를 안고 싶어 하겠냐고?
삼순 (일그러진다)
진헌 당신, ... (비아냥) 내 타입 아냐. 왠 줄 알어? (삼순의 손목을 잡아올려 눈 앞에 들이대며)
손이 못 생겼거든. 족발이야? (쓰레기 버리듯 확 놓는다)
삼순 (약 올라) 너도 내 타입 아냐. 왠 줄 알어?
진헌 (말해보시지, 자신만만한)
삼순 솔직하지가 못하거든.
진헌 (무슨 뜻인지 몰라서)?...
삼순 너 솔직하게 말해. 나한테 1 분 1 초도 딴 맘 가진 적 없어?
진헌 (허를 질린 듯)!...
삼순 있어 없어.
진헌 (머리카락이 쭈삣 서는 것 같다)
삼순 (뚫어지게 보는)
진헌 (정신없이 얼른 내뱉어버린다) 없어.
삼순 (그래? 정말로?) ...
진헌 (그래! 정말로!) ...
삼순 그럼 하나 더 가르쳐줄게. 이런 짓, 하지 마. 괜히 밤 중에 불러내고 틱틱거리고
호구조사하고.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 난 당신한테 관심있습니다.
진헌 !...
삼순 관심도 없으면서 이런 쓸 데 없는 짓 하지 말라구. 괜히 여자들 착각하게 만들지 말고.
진헌 ... (지기는 싫어서) 그래서. 착각했어?
삼순 (좀 당황... 곧 인정한다) 그래. 한 59 초쯤.
진헌 미안, 착각하게 해서. (비웃음 한 번 날려주고 돌아서서 차로 간다)
삼순 (흘긴다)
-진헌, 홱 돌아서더니 다시 온다.
-삼순, 왜 저래?
-다가온 진헌, 자전거를 뻥 걷어차고 간다.
-삼순, 기가 막히고!
-진헌, 운전석에 올라 문을 탕 닫고 곧바로 출발한다.
삼순 저 싸가지!... 십리도 못 가서 빵구나 나라. (자전거를 일으켜 세운다)
43. 희진 침실
-앉아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희진.
-(플래쉬백)자신을 삼순이라고 부르던 진헌.
-희진, 머리를 흔든다. 쓸데 없는 생각하지 말자는 듯이...
44. 자하문
-자전거 끌고 오는 삼순의 실루엣.
삼순 ... 나쁜 자식... 가만 있는 사람 불러내서 염장이나 지르고...
아- 도로아미타불 됐잖아. 며칠 잘 참았는데...
45. 차 안
- 진헌은 더더욱 심란하다. 화도 나고, 내가 정말 좋아하나 의심도 들고, 기가 막히고, 신경질 나고...
그러다 문득 옆을 보며 놀란다.
-조수석의 꿀꿀이!
- 아 저 자식! 찰거머리 같은 놈! 끓어오르는 진헌!
- F.O
46. 삼순네 뜰 (아침 F.I)
-삼순이 이것저것 야채를 뜯고 있다. 퇴비로 준 마른 꽃의 흔적이 아직 남아있다.
47. 삼순네 주방
-아침먹는 세 모녀.
-삼순은 야채 바구니를 아예 앞에 놓고 계속 야채만 먹어댄다. 밥도 안 넣고 야채만 여러 겹에
쌈장을 얹어 꾸역꾸역 먹어댄다.
봉숙 덴마크 다이어튼가 뭔가 그거 포기했어? 야채로 하기로 했어?
삼순 ... 응.
봉숙 진작에 그럴 것이지. 괜히 고깃값만 나갔잖아.
삼순 (묵묵히 먹는다)
봉숙 (이상하다)
이영 (역시 이상하게 보는)
48. 삼순네 뜰 (동 아침)
- 삼순, 타이어에 바람을 넣고 있다.
-타이어를 만져본다. 땅땅하다.
-기구를 빼고 구멍을 막고 손을 탈탈 털다가 문득 찡그리며 배를 움켜쥔다.
삼순 아 배야... 아... (집으로 뛰어들어간다)
49. 마루
- 현관문 열고 우당탕탕 뛰어 들어오는 삼순. 신발을 벗어던지며 (한 짝은 안 벗겨지거나) 화장실로
뛰어간다.
- 걸레질 하던 봉숙이 쳐다본다.
봉숙 ?... 왜 그래. 배탈났니?
삼순 (E)어 그런가봐. 아으...
봉숙 그러게 염소처럼 풀은 왜 뜯어먹어. 뭐든 적당해야지, 그런다고 살 빠질 거 같애?
50. 화장실
삼순 (변기 위에 앉아서) 아 모르면 가만 계셔어. 그게 그냥 야챈 줄 알어?
내 피눈물을 먹고 자란 야채라구. 남의 속도 모르고 쯧...
- 삼순, 배 아파 찡그리고.. 설사가 지나간 듯 후- 숨을 내쉰다. 그러고 있자니 자신이 한심해진다.
삼순 ... 뱃속까지 들어와서 괴롭히구... 질긴 놈... 거머리 같은 놈...
51. 희진의 아파트 앞 & 차 안 (동 아침)
-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진헌. 곧 심판을 받아야 하므로 마음이 편치 않다.
-희진이 평상복 차림으로 안에서 나온다.
진헌 (힐긋 보고 딴 데 보는) ...
- 희진, 차에 오른다.
진헌 ...
희진 (돌아앉아 보며) ... 미안해, 출근하는데 불러서.
진헌 아냐, 가는 길인데...
희진 ... 이제 말해봐.
진헌 ...
희진 여자 목소리던데, 김삼순씨랑 같이 있었어?
진헌 ... 응.
희진 왜.
진헌 ... 자전거 가지러 왔었어.
희진 ... 실어다줬니?
진헌 ... 응.
희진 근데 왜 거짓말 해?
진헌 ... 미안.
희진 왜. 내가 기분 나빠할까봐?
진헌 (참 할 말 없다) ... 미안.
희진 사실대로 말했으면 이해했을 거야. 근데 나 어제 밤새도록 기분 되게 나빴어.
진헌 .. 그것도 미안.
희진 ... 말 좀 해에.
진헌 ...
희진 변명이든 해명이든 해보라구.
진헌 ...
희진 어?
진헌 ... (기껏 한다느 말이) 정말 미안.
희진 !... (어유, 피식 웃고 만다)
진헌 (스윽 본다. 엄마 눈치를 보는 아이처럼)
희진 (진헌의 머리를 마구 흩트리며) 으이구.. 딴 짓 할려면 감쪽같이 하든가.
진헌 (짐짓 불쌍한 표정)
희진 (웃음이 난다) 그러면 누가 봐줄까봐? 한 번만 더 걸려? 죽음인 줄 알어?
진헌 (씨익 웃는다)
- 출발하는 차.
-애써 웃으며 손 흔들어주는 희진.
-룸미러로 기분 좋게 보는 진헌
-그러나 희진은 차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표정이 어두워진다. 둘이 무슨 일 있었느냐고 차마 묻지
못한 그녀, 두려움이 밀려온다.
52. 삼순네 마루 (동 낮)
-화장실 문이 열리고 탈진한 삼순이 기어나온다. 벌써 여러번째다.
-이영이 방에서 나와 주방으로 가며, 무심히.
이영 괜찮어? 약 사다줄까?
삼순 아니 안괜찮아.. 그래도 투철한 정신력으로 버틸거야.
이영 (E)하여튼 약 안먹고 버티는 것도 삼순이스러워.
삼순 (힘없이 흘기는)
- 그 때 핸드폰 울린다. 삼순, 쓰러진 채 핸드폰을 꺼내 발신자를 확인하고는 얼른 받는다.
삼순 네, 이부장님. 안녕하셨어요?
53. 물품반입구
-직원들이 부지런히 물품을 실어나르고 있다.
-한 켠에서 통화중인 현무.
현무 나야 뭐 안녕하지. 근데 삼순씨가 안보이니까 섭섭하네. 심심하기도 하고.
삼순 (F)저두요. 거긴 별 일 없죠?
현무 뭐 아직은.
삼순 (F)인혜는 어떡하고 있어요. 잘 해요?
현무 그럭저럭. 케잌은 아직 호텔에서 공수해오고.
-때마침 호텔 트럭이 들어온다.
54. 마루
삼순 (그렇구나)네에...
현무 (F)근데 저기 말야 (좀 망설이며) 언니... 전화번호 좀 알 수 있을까?
삼순 언니요?
-그 때 이영이 주방에서 물 컵 들고 나오다가 나? 누군데? 하는 표정으로 본다.
삼순 언니 전화번호는 왜요?
현무 (심드렁한 척. F)좀 물어볼 게 있어서. 뭐 중요한 건 아니고.
삼순 잠깐만 기다리세요. (이영에게 내민다) 받아봐.
이영 누군데.
삼순 받아보면 알 거 아냐. (건네고 쓰러져 엎어지는)
이영 (갸웃하며 받는다) 네, 전화 바꿨습니다.
현무 (F) 나요
이영 ? 나가 누군데요?
현무 (F) 십만원짜리 남자요.
이영 ? ... (아!) ... 근데 왠일이세요?
55. 물품반입구
현무 좀 만납시다.
이영 (F) 왜요?
현무 이 수표 이거, 위조수푠 거 몰랐어요?
이영 (F)위조수표요?
현무 경찰서에 가서 참고인 진술해야 되니까 오늘 밤 아홉시까지 레스토랑 앞으로 나오세요. (탁
끊는다)
56. 마루
- 이영, 어이없어하며 끊는다.
이영 수작 부리고 있네. 밤 아홉시에 무슨 경찰서를 가.
삼순 이부장님하고 무슨 일 있어?
이영 있을 게 뭐 있어. 심심풀이 땅콩인데.
삼순 (자격지심에 꽥 지르고 싶지만 힘이 없어서) 내 앞에서 땅콩 얘기 하지 마.
땅콩이 얼마나 비싼데. 그 비싼 걸 어떻게 심심풀이로 먹어.
이영 (방으로 들어가며) 슈퍼 나가봐. 쪼그만 거 한 봉지에 천원이야.
삼순 그건 중국산이지... 국산은 얼마나 비싼데... 얼마나 고소하고 비싼데 씨...
57. 사장실 (동 밤)
-진헌, 서류를 검토하다가 집중이 안되는 듯 덮는다. 온갖 생각이 밀려온다.
58. 도로 (#42)
삼순 너 솔직하게 말해. 나한테 1 분 1 초도 딴 맘 가진 적 없어?
진헌 (허를 찔린 듯)!...
삼순 있어 없어.
진헌 (머리카락이 쭈삣 서는 것 같다)
삼순 (뚫어지게 보는)
진헌 (정신없이 얼른 내뱉어버린다) 없어.
삼순 (그래? 정말로?) ...
진헌 (그래! 정말로!) ...
삼순 그럼 하나 더 가르쳐줄게. 이런 짓, 하지마. 괜히 밤 중에 불러내고 틱틱거리고
호구조사하고.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 난 당신한테 관심 있습니다.
59. 사장실
-고심하는 진헌. 벌떡 일어나 옷을 챙겨들고 나간다. 나가면서 불을 끈다.
60. 공원 (동 밤)
- 허공에서 나풀거리는 수표
현무 (수표 흔들며) 내 몸값이 이것 밖에 안돼요? 몸 값을 줄려면 제대로 주든가. 구십만원 더
내놔요.
이영 백만원짜리 몸이시다?
현무 그래요.
이영 그럼 천만원 내놓으시지.
현무 ???
이영 내 몸 값은 천만원이거든. (수표를 달랑 뺏으며) 이건 원래 내 꺼.
(손바닥 디밀며) 천만원.
현무 (기가 막혀서) 와- 이 여자 정말- 와- 허- 뭐 이딴 여자가- (버럭) 야!!!
이영 왜!!!
현무 처녀도 아닌 게 뭐가 그렇게 비싸!
이영 처녀가 아니니까 비싸지! 넌 완숙미도 모르니?!
현무 완숙 좋아하시네. 넌 반숙이야 임마!
이영 내가 반숙이면 넌 날달걀이니? 비린내 나 짜식아!
현무 와- 미치겠네 정말. 어떻게 한마디도 안 지냐? 집에서 거 뭐야 투견장 하나? 싸움닭 키워?
어머니는 플라이급, 댁은 미들급? 그럼 삼순이는 헤비급인가?
이영 할 말 없으면 조용히 돌아가시지? 그래야 본전이라도 찾지. (하며 돌아서는데)
현무 (얼른 잡으며 수표를 빼앗는다) 이걸로 술이나 마시자
(이영의 손을 확 잡아 끌고 간다)
이영 (어? 얼결에 끌려가는)
61. 베이커리실
- 나오는 진헌. 베이커리실 앞에서 멈칫. 머뭇거리더니 불을 켜고 안으로 들어간다.
-진헌, 둘러볼 것도 없이 항상 그 자리에 놓여있는 삼순의 노트를 집어든다. 한 장 한 장 넘기다가
어느 장에 멈추어 읽어본다.
삼순 (E) 졸려죽겠다. 배도 고프고. 아직 자면 안되는데... 외워야 할 게 산더미 갚은데...
아- 삼겹살 먹고 싶다. 참기름장에 톡 찍어서 구운 마늘이랑 한 입 쏙 먹으면 잠이 쏙 달아날
것 같은데... 그래도 오늘 하나 건졌다. 누군가와 함께 식사를 한다는 건 서로의 영혼을 나누는 것!
뽈 선생님의 명강의!
- 진헌,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짓는다. 노트를 덮고 제자리에 놓는다. 내가 왜 이러나...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 나간다.
62. 삼순집 앞 (동 밤)
- 대문 열고 나오는 삼순. 보면,
- 차앞에 현우가 서 있다.
-삼순, 뚱한 얼굴로 다가온다.
현우 ? 어디 아프니? 핼쓱해졌다?
삼순 용건부터 말해.
현우 (문 열며) 타.
삼순 ... 엄마 부를까?
현우 마지막이야.
삼순 (놀라지도 않는다) 나나 작년 크리스마스가 마지막이었어.
현우 마지막 의식 쯤은 치러야 되지 않겠니?
삼순 (같잖다) 작년 크리스마스에 화려하게 치렀어. 기억 안나?
현우 정말 마지막이야. 타.
삼순 (흘긴다)
현우 정말이라니까?
삼순 어디 갈건데.
현우 마지막 의식을 치루기에 좋은 곳.
삼순 아우 귀찮어. 할려면 우리집 마당에서 해. 엄마랑 언니 참관인으로 모셔놓고.
현우 너희 어머니 무섭잖아.
삼순 (귀찮다)
현우 정말 마지막인데 너무 하는 거 아냐?
삼순 ... 좋아. 딴 수작 부리면 나도 가만 안 있을 거니까 알아서 해. (차에 오른다)
현우 (싱긋 웃고는 차에 오른다)
- 곧 차가 출발한다.
63. 유흥가 골목
- 술에 취해 어깨동무를 하고 홍야홍야~ 걸어오는 현무와 이영.
이영 두 번째 원칙이 뭐냐! 날 모욕하는건 못 참는다 이거지.
현무 머? 목욕?
이영 목욕이 아니라 모욕. 글쎄 그 자식이 지 애인을 우리 집에 초대한 거 있지.
현무 와-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왔네. 그래서, 그래서 어떡했어.
이영 마침 끓고 있던 숩을 확 부어버렸지. 둘 다 화상 좀 입었어.
현무 으하하- 역시 삼순이 언니다워.
이영 얌마, 삼순이가 내 동생다운 거지. (가리키며) 어 저깄다!
- 모텔이다.
현무 하여튼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고, 간신히 찾았네.
- 죽이 맞아 기운차게 들어가는 두 사람.
64. 서울 호텔 현관 & 차 안
-멈추는 현우의 차.
삼순 (기가 막혀서) 너 지금 뭐하자는 플레이야? 기껏 온다는 게 호텔방이니?
현우 무슨 상상을 하는거야. 빠에 갈 건데.
삼순 (그래도 흘긴다)
현우 여기 빠가 좋아. 멤버쉽 카드도 있고. 조용히 얘기하기엔 여기가 적당해.
삼순 ... 딴 데로 가.
현우 왜. 그 자식 때문에?
삼순 ...
현우 가짜연애였다며. 신경 쓰여?
삼순 ... 아무튼 딴 데로 가.
현우 딴 덴 아는 데가 없어서. 내려. (내린다)
삼순 (흘기다가 내린다)
65. 호텔 로비
-걸어오는 삼순과 현우. 엘리베이터 앞에 멈춘다. 내내 골똘히 생각중이던 삼순, 도저히 안
되겠는지.
삼순 안되겠어, 딴 데로 가. 여긴 기분 나뻐. (돌아서다가 멈칫)
-이미 늦었다. 진헌이 마악 다가와 멈추다가 삼순을 보고 놀란다.
진헌 !...
삼순 !...
현우 (돌아보다가 역시 놀라는)!...
진헌 (옆의 현우를 보고 또 놀라는)!...
현우 (싱긋) 자주 만나네요?
진헌 (어떻게 된 거냐는 듯 삼순을 본다)
삼순 (아 정말... 외면해버리는)
현우 빠에 술 한 잔 하러 왔습니다. 같이 하실래요?
진헌 (현우를 부라리고는 앞을 본다)
삼순 (아 정말)...
- 엘리베이터가 열린다.
- 현우가 삼순의 등을 감싸안으며 탄다. 삼순, 툭 손을 치며 탄다.
-마주 보게 된 삼순과 진헌.
삼순 ...
진헌 ...
현우 다음에 타실려구?
- 문이 닫힌다. 진헌, 문을 가로막으며 오른다. 짐짓 무심한 표정으로.
66. 엘리베이터 안
- 세 사람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
진헌 (기분 더럽지만 무심한 척) ...
삼순 (마찬가지) ...
현우 (여유만만) 레스토랑, 요즘도 잘 나가죠?
진헌 그럼요.
현우 삼순이가 갑자기 그만 둬서 곤란하시겠어요.
진헌 파티쉐가 어디 한 둘인가요?
삼순 (뭐? 혼자 흘기는)
현우 그래도 우리나라 최고의 파티쉐가 될 삼순이만 하겠어요?
진헌 난 양다리 걸치는 파티쉐는 필요 없습니다.
삼순 (뭐? 쳐다본다)
진헌 어떤 남자한테 좋다고 고백해놓고 옛날 남자를 만나는 것도 양다리죠.
현우 (고백? 삼순을 쳐다본다)
삼순 (앞만 노려보며 으~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67. 사장실 층
- 엘리베이터가 열린다. 진헌이 내린다. 마치 문득 생각난 듯 돌아보며.
진헌 아, 새직장 찾기 좀 어려울 겁니다. 왠만한 데는 내가 다 얘길 해놔서.
삼순 (무슨 소리야?)
진헌 후임자도 안 구하고 갑자기 그만 두는 무책임한 사람이라고.
(빙긋 웃어주고는 간다)
삼순 (아우 저걸 그냥!)
- 엘리베이터가 닫힌다.
-걸어오는 진헌. 표정 무섭게 변한다. 질투심이, 폭발하기 직전의 활화산처럼 끓어오른다.
68. 호텔 내 빠
- 현우가 삼순의 손목을 잡고 온다. 삼순, 확 뿌리치고 제 발로 걸어온다.
현우, 단골인 듯 빠텐더와 서로 아는 체를 하고 스툴을 빼준다.
-스툴에 앉는 삼순. 현우도 옆에 앉는다.
69. 나사장 집무실
-퇴근 준비하느라 책상 정리하는 나 사장. 앞에 진헌이 서 있다. 여느 때와 달리 무섭게
표정 굳어있다.
진헌 파티쉐 언제 빌려줄 거예요.
나사장 왜. 크리스한테 직접 말한다며.
진헌 나 사장 결재 없인 안된대요.
나사장 걷어치우고 들어와. 나도 지친다.
진헌 빌려주세요.
나사장 알아보니까 느이 레스토랑 사고 싶어하는 사람 많더라.
구기동 김회장님댁 막내딸도 (탐내더라)
진헌 (말 자르며, 강하게) 빌려줘 나사장.
나사장 !... 이 자식이 정말? ‘님’자 안 붙여?!
진헌 나 지금 상태 안 좋거든요?
70. 집무실 앞
- 벌컥 문 열고 나오는 진헌. 굳은 표정으로 성큼성큼 간다.
71. 호텔 현관
- 문을 빠져나오는 진헌. 파킹맨이 건네주는 키를 받아 대기하고 있는 창 오른다.
성질 급하게 출발한다.
72. 호텔 내 빠
-반지케이스가 열린다. 꽤 근사한 다이아반지다.
-현우, 케이스를 자랑스럽게 디민다.
삼순 (노래 흉내) 왠 다~~~이아~
현우 야! 넌 무드 없게!
삼순 내가 너랑 무드 찾게 생겼니?
현우 결혼하자 우리.
삼순 (뭐?)!...
현우 결혼하자구.
삼순 허! ... 채리는 어떡하구.
현우 이거 받으면 파혼할게.
삼순 !... 니가? 파혼? 해삼 늘어지는 소리 하고 있네.
현우 (답답하다는 듯이) 넌 왜 내 말을 안 믿니?
삼순 (참 기가 막힌다) ... 그래, 믿어줄게. 대신, 먼저 파혼해.
현우 !...
삼순 파혼하고, 채리가 나한테 달려와서 울고불고 머리끄댕이 잡고,
내 눈으로 그거 확인하면 받아줄게. 알았어?
현우 정말이야? 파혼하면 받아줄거야?
삼순 넌 파혼 안해. 왠 줄 알어? 니 유전자에는 진심이란 게 없거든.
쯧쯧 어떡하니, 황우석 박사님도 그건 구제 못한다는데.
73. 달리는 진헌의 차
74. 진헌의 차 안
- 굳은 얼굴로 운전하는 진헌.
-플래쉬백)솔직하게 말 해. 너 1 분 1 초도 나한테 딴 맘 가진 적 없어? 하던 삼순.
- 도무지 알 수 없는 진헌의 표정... 그러나 어느 순간 핸들을 확 꺾어버린다.
75. 급하게 유턴해서 달려가는 차.
76. 호텔 내 빠
현우 (사뭇 심각한) ... 좋아. 당장 파혼할게.
삼순 그럼 지금 전화해.
현우 지금은 너무 늦었잖아.
삼순 선수들은 이 시간이면 초저녁 아냐? 직접 하기 그러면 내가 대신 해줄게.
(핸드폰을 꺼내 버튼 누른다)
현우 ??? 야.
삼순 (신호음 떨어지자) 채리니? 나 삼순이 언닌데.
현우 (뺏으려 하며, 낮게) 야 너 뭐하는 거야.
삼순 (현우의 손을 결사적으로 막으며 통화) 내가 이 짓은 정말 하기 싫었는데, 니 약혼자가
나한테 자꾸 들이댄다. 나 피곤해 죽겠거든? 다리 몽둥이를 부러뜨리든지 유전자를 싹
갈아치우든지 인간 좀 맹글어라. 알았니? 기다려, 바꿔줄게. (태어나게 핸드폰을 내민다)
현우 (사색이 되어서 핸드폰을 빼앗아 덮어버리며) 야 김삼순!!!
진헌 (E) 어따 대고 소릴 질러?
- 삼순과 현우, 놀라서 돌아본다.
진헌 (현우의 손에서 핸드폰을 빼앗으며) 내 여자 물건에 손대지 마.
삼순 !!!
현우 !!!
진헌 (삼순을 보며) 내가 딴 남자 만나지 말라 그랬지.
삼순 !!!
진헌 (삼순을 보며) 내가 딴 남자 만나지 말라 그랬지.
삼순 !!!
진헌 (삼순의 손을 낚아 채 일으키는데)
현우 (얼른 잡으며, 참 생뚱맞은) 너 아직 오천만원 못 갚았니? 내가 갚아줘?
- 그 순간, 진헌의 발이 현우가 앉은 스툴을 힘껏 찬다.
- 스툴과 함께 넘어지는 현우
-진헌, 삼순을 끌고 나간다.
77. 호텔 로비
- 진헌이 삼순을 끌고 온다. 분노가 극에 달한 삼순, 온 힘으로 손을 빼려 버둥거리지만 역시 화가 난
진헌에게 질질 끌려오면서 욕을 해댄다.
삼순 야, 이거 안놔? 야! 니가 뭔데 왜 또 지랄이야. 지랄이! 놔!
진헌 (굳게 입 다물고 몹시 화난 채 아랑곳 없다)
삼순 너 아직도 내가 만만해 보여? 내가 니 장난감이야? 왜 툭하면 나타나서 염장을
질러! 왜! 이 나쁜 새끼야, 내가 돌멩이 던지지 말라 그랬지! 허튼 짓 하지 말라
그랬지! 돈 갚으면 될 거 아냐! 갚어! 갚는다구!
- 진헌, 몰려드는 사람들을 피해 남자 화장실로 끌고 들어간다.
78. 남자화장실
- 끌고 들어오는 진헌
- 두 세명의 남자들이 쳐다보다가 놀란다.
- 삼순도 공간개념 없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삼순 너 나를 물로 보다못해 아주 졸로 보는 모양인데! 사람 잘못 봤어!
내가 다시 말 섞으면 사람도 아니다. 놔! 안 놔?! 놔 이 말탱구리야!
-순간, 확 끌어당겨 입 맞추는 진헌.
-삼순, 흡! 놀라고
-격렬하게 입 맞추는 진헌.
- 몸부림치는 삼순... 몸부림이 잦아들고... 그러나 어느 순간 확 밀어내는 삼순.
삼순 (반쯤 정신 잃고 쳐다본다)
진헌 (뚫어지게 본다)
삼순 약 먹었니?
진헌 (단호한) 아니.
삼순 술 마셨어?
진헌 아니.
삼순 아님, 또 이성을 잃었어? 실수야?
진헌 아니.
삼순 (제 정신이 든다)... 그럼 뭐야. 민현우 그 자식처럼 너도 나랑 바람피고 싶니?
진헌 그 딴 자식이랑 비교하지 마.
삼순 너도 똑같애. 아니 더 악질이야.
진헌 (버럭) 아니라니까!
삼순 그럼 뭔데!
진헌 당신이 좋아졌어!
삼순 ???!!!
진헌 당신이 좋아! 자꾸 생각나서 미치겠어! 왜 내 머릿 속에 들어와서 자꾸 날 괴롭혀 왜!
여기서 당신을 만난 게 저주스러워! 차라리 꺼져버리든가!
삼순 !!! ...
진헌 (흥분 가라앉히는)...
삼순 알았어, 꺼져줄게. (돌아서는)
진헌 (얼른 잡고는) 마지막 말은 취소야.
삼순 (손을 확 뿌리치며 울먹울먹) 니가 뭔데 소릴 질러 이 나쁜 놈아.
진헌 ?!..
삼순 내가 니 머리뚜껑 열었니? 내가 일부러 널 괴롭혔어? 뭘 잘 했다고 소릴 질러 뭘
잘했다고.
진헌 (아)!... (툭 내뱉듯) 미안.
삼순 (훌쩍훌쩍 운다)
진헌 ?... 미안하다고 했잖아. 그만 울어.
삼순 (아이처럼 잉잉거리며 운다. 좋아서, 옛날 생각에 서러워서)
- 남자가 들어오다가 놀라서 나간다.
진헌 (그 남자를 힐끔 보고는) 그만 해, 여기 남자화장실이야.
삼순 그러니까!
진헌 ? ...
삼순 왜 하필 여기야. 나 여기에 한 맺힌 거 몰라? 무드는 바라지도 않아.
그래도 기본이라는 게 있지. 왜 하필이면 여기냐구.
진헌 (그러고보니 그렇다. 뻘쭘해서)... 알았어, 미안해.
삼순 뭐가 이렇게 어렵니.
진헌 (이번엔 또 뭐야)? ...
삼순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 거지, 뭐가 이렇게 어렵고 복잡하냐구. 힘들어.
힘들어 죽겠어 정말.
진헌 (진짜 미안해진다. 손을 뻗어 눈물을 닦아준다)
삼순 (보며)?...
진헌 (다정하게 닦아주며 미소) 오늘은 검은 눈물이 아니네?
삼순 (마음이 녹는다) ... 그럼 이 밤 중에 화장하고 나오니?
진헌 (살포시 안아준다)
삼순 (아직도 믿기지 않고 어리둥절하다)
진헌 (힘을 준다)
삼순 (어설프게 손을 뻗어 등을 감싸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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