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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인: 17부>

 

S#1 강릉 호텔 디럭스룸(낮)

16부 엔딩에 이어서...

-강재: 방 좀 같이 씁시다. (하고 미주 밀치고 들어오는)

-미주: 뭐요? 여, 여기는 어떻게 왔어요? 나 여기 온 건 또 어떻게 알고요?

-강재: (매트 쿡쿡 눌러보는) 침대가 더블이네. 괜찮겠어요? 바닥 좀 배길 텐데.

-미주: 내 말 안 들려요? 왜 왔냐니까요?

-강재: 보고 싶어서요.

-미주: (헉) 네?

-강재: 바다요.

-미주: (이런 씨) 허! 지금 장난해요?

 삼면이 바다인 나라에 살면서 바다 볼 데가 없어 여기를 왔다고요?

 신도에도 널린 게 바다구먼?

-강재: 방 바꿉시다. 아무리 생각해도 둘이 쓰기에는 좀 좁겠는데.

-미주: 방을 왜 바꿔요? 누가 댁이랑 같이 쓴대요?

 내가 뭐 여기 놀러 온 줄 알아요? 왜 불쑥 나타나 사람 놀래키냐고요.

 빨리 안 나가요?

-강재: 남자랑 방 써본 적 없습니까?

-미주: 지, 지금 나 떠보는 거예요? (하는데)

인터폰 울리고 강재 순간 긴장한다.

미주 받으려 하면 강재가 먼저 받는...

-강재: 네.

-미주: (소근) 미쳐, 정말!

 여기 내 방인 거 다 아는데 남자가 받으면 어떡해요!

 이상하게 생각할 거 아니냐고요!

-강재: (끊고) 세미나 진행 맡은 사람인데 10분 후에 모이랍니다. 어디로 모이는 겁니까?

-미주: 어디면 왜요!

 

S#2 강릉 호텔 세미나장(낮)

화면 보며 경청하는 의사들 가운데 인상 잔뜩 쓴 미주 보이고.

신경 온통 뒤에 쏠려 있다.

손거울 꺼내 뒤쪽 비쳐보면 맨 뒤에 혼자 떨어져 앉아 있는 강재.

미주 저만치 옆에 알 만한 얼굴 앉아 있는데 전에 미주 더듬던 태운이다.

(시간 경과)

빔 프로젝트 쏘아올린 스크린 위로 가슴 성형 관련 파워포인트 그림 보인다.

단상 위에 선 미주, 마이크 들고 스크린의 내용 열심히 설명하고.

-미주: 듀얼 플레인(dual plane) 유방확대술에서 

보형물의 윗부분은 대흉근 밑에, 아랫부분은 유선 밑에 위치하게 됩니다.

강재, 팔짱 끼고 앉아 고개 삐딱하게 그런 미주 모습 보는데 멋지다 생각 든다.

-미주: 듀얼플레인(dual plane) 유방확대술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대흉근 인썰션(insertion)을... (강재 신경 쓰이는)

 유방 밑주름 수준에서 분리하여 대흉근 최하단부가...

(시간 경과)

지겨워 죽겠는 표정의 의사들, 누군가는 하품도 하고 미주도 허리 꼼지락하는데.

오히려 강재 그런 의사들보다 더 열심히 발표하는 의사 얘기 경청하고 있다.

(시간 경과)

다 끝나고 자리 뜨는 의사들.

미주도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태윤 다가온다.

-태윤: 오랜만이다? 발표 잘 들었어. 네가 그렇게 유방에 조예가 깊은 줄 미처 몰랐다, 야.

 저번에는 그렇게 헤어져서 서운했는데 말이야. 이따 저녁이나 같이 할래?

-미주: 그러실래요? 일행이 있는데 괜찮으시겠어요?

 (강재 부르는) 하강재 씨!

태윤, 누군데? 하고 보다 헉! 표정 바뀌는...

강재, 태윤 알아보고 눈 험악하게 뜬다.

-미주: 두 분 다 구면이죠? 이쪽은 저 더듬은 선배님, 이쪽은 저랑 무지 친한 조폭이에요.

강재 어이없는...

-미주: 실은 그날 출소 기념파티 중이었대요. 죄목이 뭐였죠? 아, 맞다. 특수폭행?

 어떤 응큼한 놈이 술집서 여자 더듬는 거 구해 주다가 욱해서 그만...

 저녁은 어디서 먹을까요, 선배님?

-태윤: (식은땀 나는) 미안하다, 내가 갑자기 속이 좀 안 좋아서...

 먼저 간다. (냅다 튀는)

-강재: 미친 겁니까?

-미주: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거든요?

 왜 사람을 졸졸 따라 다녀요? 여기까지 따라 들어오면 어떡하냐고요!

 다들 이상하게 생각하잖아요.

-강재: 이상하게 만든 게 누군데... 특수 뭐요?

하더니 가고 미주, 어이없어 강재 뒷모습만 보는데...

 

S#3 강릉 호텔 디럭스룸(낮)

학술지 말아 쥔 채 씩씩거리며 들어오는 미주, 휴대전화 걸며 들어선다.

-미주: 야, 홍순정. 내가 김 선배 대신 발제라며. 김 선배 안 올...

 (하다) 어, 뭐야. 내 가방. 야, 이따 다시 전화할게.

 (하고 침대 밑, 옷장 다 뒤지고 트렁크 없는, 헉! 놀라 프런트에 전화 거는)

 여기 1906호인데요, 제 가방이 없어졌거든요? 네?

 

S#4 강릉 호텔 스위트룸(낮)

미주 문 열고 들어오면 소파 옆에 자기 가방 놓여 있고 허, 이 사람이 정말 하는 표정인데.

강재, 방에서 나오는...

-미주: 이봐요! 누가 자기 마음대로 내 짐을 옮기래요? 방은 또 왜 바꾸는데요?

-강재: 거기 침대 더블인 거 못 봤습니까? 정말 같이 자고 싶었어요?

-미주: 뭐, 뭐라고요?

-강재: 나는 좁은 방에서 못 잡니다, 빵 생각나서. 저 방 써요, 나는 여기서 잘 테니까.

-미주: 대체 왜 이러는데요? 신도에서 내가 한 말...

-강재: 늦은 거 아닙니까? 아까 시간표 보니까 휴식시간 20분이던데.

-미주: (시계 보고 이런 씨) 꼼짝 말고 여기 있어요. 얘기는 갔다와서 합시다.

 따라오지 마요. (하고 나가는)

-강재: (휴대전화 거는) 지금 어디야?

 

S#5 고속도로 하행 휴게소 일각(낮)

상택 통화중이고 창밖에 시선, 보면 창배 일행 호두과자 가게에서 호두과자 사고 있다.

-상택: 고속도로 휴게소입니다. 한 시간 반 정도면 도착할 겁니다.

-(강재): 몇 명이나 와?

-상택: 창배는 한 차 가득입니다. 저희는 애들 몇 더 데리고 가고요.

 저희가 먼저 가 기다릴까 합니다. 어차피 목적지는 호텔일 테니까요.

-(강재): 알았고 현기는 일단 나이트에서 빼놔. 뒤 밟힌 거 알면 위험할 수도 있어.

-상택: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내려 올 때 이미 대석이한테 부탁해 놓고 왔습니다.

 그럼 이따 뵙겠습니다. (끊고 운전하는 대우에게) 가자.

하면서 차창 밖으로 손 내밀어 뒤차에게 따라오라고 신호한다.

상택 차 출발하고 뒤에 부하들 한 차 더 따라간다.

차 떠나면 창배와 천수 호두과자 사 들고 휴게소 계단 내려오고 먹느라 정신없다.

-창배: 앗, 뜨거뜨거! 오랜만에 먹으니까 진짜 맛있다, 이거.

-천수: 역시 지방 출장의 묘미는 휴게소 아니겠습니까, 형님? 그런데 말입니다, 형님.

-창배: 왜, 뭐?

-천수: 호두과자가 미쳤나 봅니다. 엄청나게 큰 호두가 두 개나 들었습니다, 형님.

-창배: 그래? (자기 반 먹은 거 보며) 너는 돈 더 줬냐?

-천수: (먹던 거 주며) 이거 드실랍니까, 형님? 형님, 아...

-창배: 이 새끼가 더럽게... 너나 많이 처먹어, 너나!

창배, 자기 먹던 거 천수 입에 넣어주고 가고 천수, 울상 짓고 우걱우걱 씹는다.

 

S#6 강릉 호텔 세미나실(낮)

노트북 올려놓고 가끔 메모도 하면서 열심히 강연 듣고 있는 미주.

그러다 돌아보면 강재 앉았던 자리 비어 있다.

 

S#7 강릉 호텔 내 라운지(낮)

테이블 위 물컵에 물 따라지고 옆으로 샌드위치와 커피 등등 보인다.

까르륵 웃으며 수다 떠는 의사들.

미주, 틈틈이 주위 둘러보는데 강제 안 보이고.

안 보이니 더 불안한 미주.

S#8 강릉 호텔 전망대(낮)

전망대 아래로 좌악 푸른 바다 펼쳐져 있고 바다 보며 서 있는 강재.

옆에서는 결혼식 준비 한창이고 아치형 꽃문, 오색 풍선, 직원들 분주하고.

강재, 하염없이 바다 보고 섰는데 미주, 강재 찾아 온 듯 씩씩거리며 오는...

-미주: 여기 있으면 어떡해요? 꼼짝 말고 방에 있으랬죠. 왜 돌아다녀요, 왜!

-강재: 메모 못 봤습니까?

-미주: 봤으니 올라왔죠. 진짜 바다 보러 왔어요?

강재 보면...

-미주: 무슨 바다를 또 봐요? 날 새도록 보고 앉았더구먼.

-강재: 따라왔었습니까?

-미주: 따, 따라가기는 누가요? 뱃시간은 뻘로 있어요? 그 시간에 뻔하죠.

 안 추웠어요?

-강재: 차 안에 있었는데 뭐가요. 밖에 있는 사람이 더 추웠겠지.

미주 !!!

강재 빤히 보면...

-미주: 내, 내 가방 어디 있어요? 방에 가니 또 없던데.

-강재: 프런트에 맡겼습니다.

-미주: 예? 아니, 금덩이 든 것도 아니고 구린 속옷 몇 개 든 가방을 왜 프런트에 맡겨요?

-강재: 원래 방으로 갈까 봐요. 거기는 이미 다른 손님 예약했거든요.

-미주: 대체 무슨 소리... (하다)

 무슨 일... 있는 거예요? 그런 거예요?

-강재: 국수 좋아합니까?

-미주: 다른 소리 할래요?

-강재: 꽤 낭만적인 커플인가 봅니다. 한 해의 마지막 날 결혼하는 걸 보면.

 초대받지 않은 하객 한 명 더 있다고 화낼 것 같지는 않으니까 국수 얻어먹고 있어요.

-미주: 내가 왜 남에 국수를 얻어먹어요?

-강재: 이윤는 묻지 말고 손님들 속에 섞여 있어요. 방보다 그게 더 안전해요.

-미주: 나 지금... 위험한 거예요?

강재 보는...

-미주: 왜요?

-강재: 위험한 놈을 좋아하니까.

미주 !!!

-강재: 갔다올게요.

하고 가고 미주, 불안하게 서 있는데...

 

S#9 강릉 바닷가(낮)

바다 보고 있는 창배 일행.

-창배: 요즘 아주 하강재 덕에 바다를 아주 끼고 사네, 살아.

-천수: (손 부는) 때깔은 죽이는데요, 형님. 나 잡아봐라 한번 할까요?

-창배: 죽고 싶냐? 잡았다 치고 한번 맞을까?

-천수: 죄송합니다, 형님. 그럼 바다 배경으로 사진이나 한방... (하며 휴대전화 꺼내는데)

창배, 천수 얼굴 옆으로 찌익 밀면 저만치서 뛰어오는 부하 보인다.

-부하: 알아냈습니다. 1906호입니다. 저 호텔입니다.

-창배: 그래?

눈빛 날카롭게 보면 산 위에 호텔 전경 보이고.

 

S#10 강릉 호텔 디럭스룸(낮)

문 따는 소리 들리더니 문 벌컥 열고 들어오던 창배 헉 놀라는데.

창밖 보고 있다 돌아보는 남자, 상택과 대우다.

-창배: (당황) 네, 네가 왜 여기 있냐?

-상택: 들켰다는 얘기죠. 마중이 배웅이 되서 어쩝니까?

-창배: 그러게, 어쩌나... 뭘 어째, 그냥 가야지. (천수에게) 그렇지? 그럼 수고.

하고 잽싸게 돌아서면 어느새 강재와 태산 문 앞에 서 있고 뒤로 부하들 좌악!

-강재: 그냥은 못 보내지, 섭섭해서.

창배 부하들 흠칫 달려들 태세면...

-창배: (손들어 말리는) 그냥 안 보내면 어쩔 건데?

 여기서 떠들어봐야 서로 곤란하지 않겠어? 의사선생도 계신데?

-강재: 그래서 오늘부로 주먹질 접으려고. 이게 마지막이야.

하더니 퍽! 주먹 날리면 창배 휘청하고 달려들려 하면 발로 가슴 퍽 차 완전히 쓰러뜨린다.

-창배: (무섭게 노려보면) 너 이 새끼!

-강재: 두 번 다시는 그 여자 주위에 얼쩡대지 마. 얼쩡댈 생각도 하지 마!

 그 의사선생... (사이) 이제 내 여자야.

창배 !!!

-강재: 오늘 이후로 나 다시 주먹 쓰게 하면 그때는 제대로 묻는다. 오늘은 그 연습이야.

창배, 무슨 소리인가 싶은데 상택, 창배 앞에 자루 휙 던진다.

창배, 자루 보고 강재 보면...

-강재: 뭔지 궁금해?

 

S#11 강릉 호텔 주차장(낮)

부하들 차 두 대 트렁크에 각각 자루에 담긴 창배와 천수 집어넣는다.

창배, 천수 입 테이프로 막혀 꾹꾹대고 자루 속에서 발버둥친다.

멀리서 지켜보는 상택과 태산 강재.

-강재: 나이트 앞에 떨궈놔. 당분간은 둘 다 애들 몇 달고 다니고.

 (창배쪽 시선 줬다가) 가만 있진지는않을 거야.

 특히 산이 너, 손 그래서 밥이나 제대로 먹냐?

-태산: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상택: 그럼 저희는 먼저 올라가보겠습니다.

강재 고개 끄덕이면 차로 가 부웅 떠나고 그 모습 지켜보는 강재.

 

S#12 강릉 호텔 전망대(낮)

결혼식 한창이고 주례사 진행되고 있다.

미주, 불안하게 하객들 사이에 앉아 있는데 아무리 돌아봐도 강재 안 온다.

다들 웃음 짓고 있는 속에서 미주 혼자만 표정 굳어 앉아 있다.

주례사 끝난 신랑, 신부 하객들에게 인사하고 박수치는 하객들.

미주 옆 아줌마 박수 막 치며 미주 어깨 막 치고.

미주, 퍼뜩 정신 들며 어색하게 웃으며 박수 치는데 그때 옆에 와 앉는 누군가, 강재다.

미주 놀라 보면 씩 웃어주는 강재.

미주, 해결 됐구나 싶고 안심하는...

서로의 얼굴 뚫어져라 바라보는 두 사람.

두 사람 옆으로 신랑, 신부 행진한다.

그때 쉬익 하는 소리 들리더니 폭죽 터지고 수소풍선 더미 날아오른다.

서로 바라보고 있는 두 사람 머리 위로 꽃종이 나풀나풀 쏟아지는...

카메라 멀리서 잡으면 모두들 신랑, 신부 보고 있는데 두 사람만 서로 바라보고 있다.

두 사람 오래오래 바라보는...

슬로우로 분분히 떨어지는 꽃잎 들.

 

S#13 강릉 바닷가(해질녘)

바닷가에 앉아 있는 두 사람.

미주, 결혼식장에서 가져온 풍선 흔들며 장난친다.

그러다 풍선 날리고 하늘 바라보는 두 사람.

-미주: 이러고 있으니까 해남도 갔던 거 생각나네요.

-강재: 그때도 위험했었죠.

미주 빤히 보는...

강재 보는...

-미주: 나 이제 안 위험한 거예요?

 아니면 계속...

-강재: 나랑 있으면... 평생 그럴 겁니다.

미주 !!!

-강재: 무서우면...

-미주: 아니요, 안 무서워요.

강재 !!!

-미주: 하강재 씨가 구해 줄 거잖아요. 내가 어디에 있든... 올 거잖아요.

강재 보는...

-미주: 그렇게... 믿어도 돼요?

-강재: 믿어요. 이제는 지구도 구하고 여자도 구할 거니까.

작게 웃는...

미주 가슴 쿵! 가슴 무너지는...

이내 환하게 웃어주는... 하나 슬픈...

강재도 환하게 웃는...

한동안 말이 없는 두 사람, 각자 바다로 시선 돌리는...

-미주: 지난번에 신도에서 횟집 갔을 때요, 두목님은 왜 노래 안 했어요? 노래 못해요?

-강재: 불러본 적이 없습니다.

-미주: 왜요? 목소리는 좋은데.

-강재: 노래 부르고 싶을 만큼 즐거웠던 적이 별로 없었거든요.

미주 안쓰러운...

-미주: 오늘은요?

강재 !!!

미주 보는...

강재 시선 돌려 바다 보는...

미주, 피 나는 즐거운데... 고개 돌려 바다 보는...

-(강재): 웃지 마요.

미주 !!! 천천히 고개 돌려 강재 보면...

-강재: (쓸쓸하고 쓸쓸하게) ♬ 내가 원한 게 없다면 그건 나의 거짓말...

미주 !!! 가슴 쿵쿵쿵!

-강재: (바다만 바라보며 쓸쓸히) ♬ 내겐 전부인 그댈 갖는 게 나의 소망인데...

 모두 잘못이라 해도 그대 나를 받아주오.

 (중략) 사랑하게 되었단 고백... 나를 받아주오...

미주 저도 몰래 눈물 툭 떨어지고 강재 옆모습에서 눈 떼지 못하는데...

바다만 보는 쓸쓸한 강재.

 

S#14 강릉 호텔 스위트룸(밤)

각자의 침대 끝에 앉아 있는 두 사람.

어색한... 각자 발끝만 보는... 말 없는....

-미주: 노래... 참 못하네요.

-강재: (피식) 알아요.

(시간 경과)

각자 침대에 등 기대고 바닥에 앉아 있고 그러다 마주보는...

말 없는...

그렇게 둘이 앉아만 있어도 좋은...

(시간 경과)

미주 꾸벅꾸벅 조는...

강재 그런 미주 보다가 옆으로 살짝 옮겨가 어깨 빌려주는...

툭! 미주 고개 강재 어깨에 떨어지는데 강재 어깨 올려주는... 기분 좋은...

(시간 경과)

미주는 강재 어깨에, 강재는 미주 머리에 기대 깊이깊이 잠들어 있는 두 사람.

 

S#15 나이트 입구 앞(다음 날 새벽)

나비넥타이 삐뚤어진 웨이터, 하품하며 건성으로 비질하다 툭 무언가에 부딪힌다.

자루 뭉치인데 뭐야 싶어 빗자루로 툭툭 치는데 "으으" 신음소리.

헉! 뒤로 자빠질 뻔하자 다시 빗자루로 쿡! 으으으...

급히 자루 풀어보면 테이프로 입막음 당한 창배, 천수.

-웨이터: 어, 사, 사장님! (테이프 뜯어내는)

-창배: 악! 야! 이, 확! 누가 그렇게 아프게 뜯으래!

 (입술 따가워서 파닥파닥 뛰고 난리난)

-웨이터: 죄, 죄송합니다.

-창배: 뒤에나 빨리 풀어, 끊기겠다.

웨이터 급히 창배 뒤로 가 손 풀고 창배, 손목 주무르며 입술 씰룩거리며 분해한다.

천수, 웨이터에게 우우~ 자기도 풀어달라고 난리치고 웨이터 풀어주고 있는데...

-창배: (웨이터 멱살 잡는) 오늘 이거 나불댔다가는 바로 뒷산 비료로 뿌린다. 알았냐?

웨이터, 바짝 쫄아 겨우 고개 끄덕이는...

 

S#16 창배 나이트 사무실(새벽)

머리 벅벅 긁으며 왔다갔다 하는고 천수, 그런 창배 눈치 살피는...

-창배: 돌겠네, 돌겠네, 돌겠네! 아유~ 쪽팔려!

-천수: 쪽팔리는 건 둘째고 사모님 어쩝니까? 목청은 또 좀 크십니까?

-창배: 그러니까 돌겠다고 이 새끼야!

-천수: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드리는 말씀인데요, 형님 줄 잘못 서신 거 아닙니까?

-창배: 줄? 무슨 줄!

-천수: 솔직한 말로 세연이면 모를까, 사모님이 무슨 힘이 있습니까?

 말만 앞섰지 형님 위해 뭐 한 거 없잖습니까.

 만날 계집애들 꽁무니 쫓는 거나 시키고.

-창배: (퍼뜩 정신 드는) 그럼 그 줄이 강재인가? 강재가 회장님 아들이라거든?

-천수: 에이, 그게 말이나 됩니까? 강재가 회장님 아들이면 사모님 성질에 참겠습니까?

창배, 무언가 퍼뜩 떠오른!

 

S#17 창배 나이트 사무실(밤/회상-16부 S#41과 같은 시간)

술잔 탁 내려놓는 양금.

-양금: 남 사장, 나를 그렇게 몰라?

 다 참을 만하니 참지. 못 참을 거 참으면 빨리 늙는 거 몰라?

-창배: 그게 무슨 소리유?

-양금: 어차피 피장파장이거든.

 두고 봐, 내가 이것들 아주 뒷목 잡고 꼬꾸라지게 해 줄 테니까.

 

S#18 창배 나이트 사무실(새벽)

창배: 천수야, 너 피장파장이라는 말 알지?

-천수: 형님, 저 너무 무시하시는 거 아닙니까?

 너랑 나랑 샘샘이다, 뭐 그런 말 아닙니까.

-창배: 그렇지, 너랑 나랑 샘샘! 둘이 똑같다 이건데...

 (혼자 깊이 생각하다) 그럼 혹시?

-천수: 혹시 뭡니까, 형님?

-창배: 세연이가?

-천수: 네?

 

S#19 변호사 사무실(낮)

차 두 잔 놓이고 보면 김 변호사와 세연 마주앉아 있다.

-김 변호사: 여기까지 어쩐 일이십니까?

-세연: 궁금한 게 있어서요.

 그때 주차장에서 뵙고 바로 물어보려다 며칠 묵혔습니다.

-김 변호사: 말씀하세요.

-세연: 아버지, 김 변호사님하고 차나 마시면서 농담 나눌 분 아니세요.

 인사치레로 사람 드나드는 거 싫어하시거든요.

 그런데 요새 부쩍 김 변호사님을 자주 봬서요.

김 변호사 !!!

-세연: 아버지 혹시 유언장 작성하셨어요?

김 변호사 !!!

세연 빤히 보면...

-김 변호사: 자식 허락 받고 유언장을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세연: 물론이죠. 그런데 워낙 생각 못 한 일을 벌이시는 분이라 내용이 궁금해서요.

-김 변호사: 유언장은 사후에 공개되는 겁니다.

-세연: 그럼 내용을 알려면 아버지가 돌아가시길 기다려야겠네요?

김 변호사 !!!

-세연: 겁먹지 마세요. 설마 자식이 아버지 돌아가시기를 바라겠어요?

김 변호사 !!!

-세연: 그만 가죠. 앞으로는 아버지 뵈러 오실 때 제 방에도 종종 들려주세요.

 저는 인사치레 좋아하거든요.

하고 나가는 세연.

김 변호사, 불안한 얼굴로 세연 뒷모습 보는데...

 

S#20 DO산업개발 세연 사무실(낮)

세연 들어오면 세연 책상에 앉아 의자 빙글빙글 돌리고 있는 양금.

-양금: 야, 이 의자 너무 좋다. 높이도 조절되고 그러니?

-세연: 여기가 무슨 미용실이에요? 왜 오셨어요?

-양금: 너는 나만 보면 인사가 "왜 오셨어요"니? (책상에 여자 사진들 던지며)

 골라봐, 내 보기에는 다 그만그만 하더라마는.

세연, 뭐야 하는 눈빛으로 보면.

-양금: 왜 나를 봐? 사진 보라고, 사진. (한 장 뽑아 들고) 얘 어때?

 고친 티도 안 나면서 부티도 나면서 괜찮지 않아? 미스코리아 본선까지 갔다더라.

세연, 꾹꾹 참는.

-양금: 얘 봐라, 얘. 싼티가 아주 홍수 났다. 이런 얘 말고...

-세연: 미주 씨한테 기사 붙였다더니 이러려고 그런 거야?

-양금: 재수없게 걔 얘기는 왜 꺼내?

-세연: 뭔데? 미주 씨는 또 뭘 잘못했는데? 이번에는 어디서 머리채 잡을 건데!

-양금: 너는 엄마가 그렇게 평범하게 보여?

세연 !!!

-양금: 저녁 때까지 골라, 주 내로 약속 잡게.

 볼짱 다 본 계집애 얘기는 꺼내지도 말고.

-세연: 그게 무슨 소리야? 엄마 대체 미주 씨한테는 무슨 짓 한 거야!

-양금: 야! 엄마한테 짓이 뭐니, 짓이! 너 이러라고 뼈 빠지게 대학에 유학에... (하는데)

세연, 휙 나가버리는...

-양금: 야, 어디 가! 세연아! 아니, 쟤는 누구를 닮아 저렇게 모자라?

 (하다) 나를 닮았나?

 

S#21 희망성형외과 데스크(낮)

세연 급하게 들어서다 데스크에 앉은 순정 발견하고...

-세연: 미주 씨 안에 있어요?

-순정: 어? 얘기 못 들으셨어요? 언니 학회 때문에 강릉 갔는데.

 지금쯤 회에다 소주에다... (하다) 그런데 왜 그러시는데요?

-세연: 혹시 어디 묵는지 알아요? 휴대전화를 안 받아서요.

-순정: 이름은 모르고요, 경포대 있는 호텔인데. 그 동네에서 제일 크고 전망 좋은...

하는데 급히 나가는 세연.

순정, 의아하게 그런 세연 보는.

 

S#22 DO산업개발 복도(낮)

세연, 회사 복도 걸어가면서 미주에게 전화 거는데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어'

확 끊고 다시 전화하려고 하는데 동훈과 경란 걸어오다 세연 발견한다.

-동훈: (반가워하는) 어, 세연아. 야, 어떻게 다를 회사 다닐 때보다 더 보기 힘드냐?

-세연: 요새 좀 바빴어? 강재는 잘 하고 있냐?

-동훈: 잘 하기는 개뿔... 일하기 싫다고 막 재껴.

 그게 말이 되냐? 벌써 며칠째냐고, 이게.

-세연: 재껴? (이상한 생각 드는, 굳은 얼굴로 휴대전화 거는)

-(동훈): 이게 다 너희 아버지 덕 아니냐.

 너희 아버지가 뻔질나게 찾아대니까 하강재 간댕이가 처부었잖냐.

 회장님 그러시는 거 아니다. 하강재만 입이냐?

 

S#23 강릉 해안도로+강재 차 안(낮)

운전중인 강재 휴대전화 울리자 본다.

-미주: (그런 강재 보며) 세연 씨죠? 그냥 내가 받을걸 그랬나 봐요.

-강재: 그럴 필요 없어요. 이제부터는 뭐든 나한테 맡겨요. (전화 받는) 어, 왜.

-(세연): 어디야?

-강재: 강릉.

미주 !!!

 

S#24 DO 산업개발 세연 사무실(낮)

통화중인채 들어오다 멈춰서는.

-세연: 어디?

-(강재): 강릉이라고.

-세연: 미주 씨랑... 같이 있냐?

-(강재): 전할 말 있으면 해, 옆에 있으니까.

-세연: (질투심에 어금니 꽉 무는) 별일 없어 다행이라고 전해 줘.

 전화 안 돼서 걱정했다고. 도착하면 전화 달라고도 전해 줘. 너 없는 자리에서 하라고.

하고 끊는데 화가 잘 참아지지 않아 괴로운, 그러다 휴대전화 집어던지는데...

 

S#25 상행 휴게소(한계령이면 좋겠음)(낮)

휴게소로 들어오는 강재 차, 차에서 내리는 강재와 미주.

매점쪽으로 걸어가고 미주, 조금 뒤에서 강재 따라 걷는다.

강재, 가다 멈추고 돌아보자 미주, 왜 저러나 싶은데...

강재, 손 내밀고 미주, 가슴 쿵!

강재, 손 내밀고 기다리는...

미주, 천천히 가 손 잡고 강재, 꽉 힘주어 잡는...

두 사람 손잡고 걷는...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수줍은 연인처럼 눈빛 마주치면 웃는...

(시간 경과)

두 사람 나란히 서서 커피 마시는...

그러다 강재 컵 입에 물고 코트 벗더니 미주에게 덮어준다.

미주, 기분 좋고 옷에 팔 넣고 제대로 입는데 팔 남는다.

-미주: 팔은 진짜 되게 길다니까.

-강재: 어떻게 남자 건 뭐든 그렇게 잘 맞나 몰라?

미주, 도끼눈! 삐친 척.

주머니 손 찔러넣는데 퍼뜩 표정 바뀌고 강재, 왜 저래 싶은데...

손 꺼내보면 강재 지갑 들려있고 강재, 지갑이 뭐 하는 표정인데...

미주, 슬금 뒤로 한 발짝 가더니 후다닥 뛰어 매점으로 도망가고.

강재, 그런 미주 귀여워 웃음 절로 나는데...

 

S#26 미주 오피스텔 근처 대로변(밤)

차 안에 앉아 있는 두 사람.

-강재: 집 앞까지 못 가요...

-미주: 알아요...

강재, 미안하다는 말 안 하려 입술 깨무는...

-미주: 이사... 할까 봐요.

강재, 어렵게 고개 끄덕이는...

-미주: 우리... 벌 받겠죠?

-강재: (고개 절레절레) 내가... 다 받을게요.

미주, 안쓰럽게 보면...

-강재: 걱정 말아요. 나는 죄와 벌도 읽었으니까.

미주, 피식하는데 눈물 그렁.

-강재: 들어가요.

-미주: 나 내리면 바로 가기예요. 괜히 오래 있지 말고.

강재 고개 끄덕이면 미주 내리고, 내려서 가라고 손 흔든다.

강재, 미주 보다가 부웅 가고 미주, 그런 강재 뒷모습 보는데...

 

S#27 강재 호텔 거실 안(밤)

넥타이 풀며 들어오는 강재, 거실 가운데 덩그러니 서 있다가 천천히 고개 돌려 보면...

냉장고 위에 유진 사진 놓여 있고 강재, 유진 사진 물끄러미 보는데...

(시간 경과)

종이상자 들고 다니며 유진의 흔적 지우는 강재.

이미 상자에 유진 사진 들어 있다.

*욕실-핸드크림, 남자 향수 담는다.

*옷장-넥타이 두 개, 니트 한 벌, 와이셔츠 두 벌 담는다.

*거실 테이블 서랍-감기약 등등 약상자 꺼내 담는다.

상자 들고 서 있는 강재, 가슴 먹먹한데...

이내 마음 다잡고 상자 들고 나가려고 문 여는 순간 노크하려는 듯 손 쳐들고 있는 유진.

두 사람 서로 놀라고 그러다 유진 상자 보고 충격 받는.

-유진: 이게... 다 뭐야?

-강재: 너 보러 가던 참이야.

-유진: 이거 들고? 왜?

-강재: 허락은 받아야 할 것 같아서... 버려야 할지, 돌려줘야 할지...

-유진: (상자 속 물건 꺼내 보는, 기막힌) 이제는 내가 선물한 것까지 다 버리겠다고?

-강재: 유진아...

-유진: 제자리 갖다놔. 있던 자리에 갔다놔.

 와서 볼 거야. 내일도 오고 모레도 와서 볼 거니까 그냥 다 둬!

 있던 자리에 다 두란 말이야!

-강재: 너 이제 여기 못 와. 오면 안 돼.

-유진: 왜 못 와? 내가 왜 못 와? 오빠 정말 왜 이래! 어떻게 나한테 이래!

-강재: 미안하다...

-유진: 미안하면 이러지 마. 안 그러면 되잖아.

 오빠 지금 속고 있는 거야. 오빠 나밖에 모르고 살아서 그래.

 나밖에 안 보고 살아서 처음으로 다른 여자 보니까 아주 잠깐 설렌 것뿐이란 말이야.

-강재: 그런 거 아니야.

-유진: 그런 거 맞아. 오빠가 여자를 뭘 알아?

 그래, 좀 달라 보이기는 할 거야. 다른 게 당연하지. 그 여자는 내가 아니니까.

 그런데 오빠, 그냥 다른 것뿐이야. 특별한 게 아니란 말이야.

 지금 이게 진정한 사랑 같겠지만 사랑은 다 식어. 식으면 나 같아지는 거야.

 그때는 어떡할 건데? 또 다른 사람 만날 거야?

강재 보는...

-유진: 그것 봐, 아니잖아. 오빠, 우리 그냥 잘 견디자.

 내가 잘 할게. 징징거리지도 않을게. 안 만나준다고 울고불고도 안 할게.

 그 여자는 그런 거 못 해. 오빠 여자로 사는 게 어떤 건데. 윤미주는 그거 못 견뎌!

-강재: 그래서 안 되는 거야, 우리는...

유진 !!!

-강재: 너는 견디게 했지만 그 여자는... 안 견디게 할 거야.

-유진: 오빠...

-강재: 그 빌어먹을 마음이라는 거... 어떻게 주는 건지 이제 알았거든.

-유진: 오빠...

절망하는 유진.

 

S#28 호텔 주차장 유진의 차 안(밤)

조수석에 강재가 챙긴 박스 놓여 있다.

넋 나간 듯 멍하니 앉아 있는 유진, 그러다 어딘가로 휴대전화 걸고 있다.

-유진: 안녕하셨어요. 안 바쁘시면 좀 뵙고 싶은데요.

 지금 안 되면 내일 낮에라도요.

 

S#29 커피숍(다음 날 낮)

상택과 마주 앉은 유진 핏기 없는 얼굴이고.

두 사람 다 커피잔만 보고 있다.

-유진: 도와주세요.

 부탁 드려요...

 제발... 오빠 좀 말려 주세요. 오빠 마음 좀 돌려주세요.

 다 아시잖아요. 지난 8년 동안 오빠랑 저 어땠는지 다 아시잖아요.

 엄 상무님은 가정도 있으시니까 오빠가 저한테 이러면 안 된다는 거 아시잖아요.

 지금 제 편 들어주실 분은 엄 상무님밖에 없으세요.

-상택: 죄송합니다.

유진 !!!

-상택: 이건... 누구 편을 들고 말고 할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유진 !!!

-상택: 사장님은 남자지 성인군자가 아닙니다.

유진 !!!

-상택: 한 사람을 좋아했는데 다른 사람이 더 좋아진 겁니다.

 저는 늘 사장님을 말리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사이) 그 마음을 말릴 재주가 저한테는 없습니다.

-유진: 이러지 마세요. 엄 상무님까지 이러시면... 저는 정말 갈 곳이 없어요.

 안 변하는 사랑이 어디 있어요. 오빠도 나랑 있어 좋았던 적 있었어요.

 외롭지 않았던 적 있었어요. 웃었던 적 있었다고요.

상택, 안쓰러운... 그러나 할 말 없는...

-유진: 그래요, 알았어요. 제 편 안 돼 주셔도 좋으니까 제 적은 되지 말아주세요.

 부탁드려요...

상택, 가슴 먹먹하게 유진 보는데...

 

S#30 공원(낮)

벤치에 앉아 있는 미주, 세연이 선물한 양산 쓰고 마음 편치 않은 표정.

옆에 테이크아웃 커피 두 잔 놓여 있다.

저만치서 세연 오고 세연, 미주가 양산 쓰고 있어 조금 놀란.

-미주: 왔어요? 앉아요. (양산 접으며) 이 아이는 참... 볼 때마다 예뻐요.

-세연: (그대로 서서) 언제 왔어요?

-미주: 어제 밤에요.

-세연: 강재가 도착하자마자 전화하라는 얘기 안 해요? 꼭 전하랬는데?

-미주: 들었는데 하루 묵혔어요, 하기 힘든 얘기라.

 강릉에서 일이 좀... 있었거든요.

세연 !!!

-미주: 무슨 일이 어떻게 있었는지는 잘 몰라요.

 하강재 씨가 기다리래서 기다렸고... 다 해결하고 짠 나타났어요, 슈퍼맨처럼.

-세연: (양금에게 화나 죽겠는, 말하기도 난처한)

 엄마가 화가 좀 난 모양이에요. 미안해요.

 내가 얘기하겠지만 혹시 또 미주 씨 찾아가 심한 말 하면...

-미주: 이제는 그러면 안 된다고 전해 주세요.

세연 !!!

-미주: 나 어제부터 강세연 씨랑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거든요.

세연 !!!

-미주: 미안해요. 하강씨 랑 나... 우리... 이제 뭐 해요.

세연 !!! 짐작했지만 더 힘든...

-미주: 그래서... 이거 돌려주려고요.

 왜냐하면... 양산 받았을 때는 설렝었고 휴대전화 받았을 때는 감동했거든요.

 그래서 돌려주는 거예요.

 그냥 갖고 있으면 세연 씨한테도 그 사람한테도 미안하니까요.

 (양산과 휴대전화 벤치에 놓고 일어나는)

세연, 양산과 휴대전화 아프게 보는...

-미주: 좋은 사람... 만나요. 나나 유진 씨처럼 등 보이는 여자 말고요...

미주, 또각또각 멀어져 가는...

잡을 수도 없어 아프게 미주 뒷모습 보는 세연인데.

 

S#31 일식집(낮)

잘 차려진 일식상.

창배, 맛있게 먹고 있고 동규, 젓가락도 안 들고 보는.

-창배: 왜요, 입맛이 없어?

-동규: 너랑 겸상해서 입맛 돌게 뭐야? 왜 불렀어?

-창배: 거 사람이 왜 점점 까칠해져.

 내가 뭐 하나 물어 볼 게 있는데... 그러니까 그게... 몇 년 전이야? 한 20년 됐나?

동규 !!! 헉! 20년?

-창배: 충식 형님 대신 칼 맞고 골로 간 양반 있잖아요.

 충식 형님이 예뻐라 예뻐라 했던.

-동규: (얼굴 하얗게 질리는) 갑자기 뭐, 뭐 좋은 얘기라고 그 얘기를 꺼내?

-창배: 그러게. 이 얘기를 왜 꺼내냐 하면 말이유.

그 양반 장례식날 내가 뭘 좀 봤거든?

동규 !!!

-창배: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게 참 이상한데 말이야.

 그때야 뭐, 나도 코흘리개 시절이라 형님들이 우니까 같이 울고불고 했는데

 형수님은 왜 그렇게 서럽게 우셨을까?

동규, 헉!!!

-창배: (동규 표정 놓치지 않고) 내가 그날 분명히 봤거든.

 (동규 턱짓) 형님이 형수님 차고로 데려가 속닥속닥하는 거.

 그런데 그게 참 많이 수상하데?

-동규: (당황해서 버럭) 뭐,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그게!

-창배: 말 같지도 않은 소리에 소리는 왜 지르시나? 혹시 그 죽은 양반하고 형수님하고...

-동규: 이 새끼가 뚫린 입이라고! 너 안 닥쳐?

-창배: (싱긋 웃는) 나는 이래서 형님이 참 좋아. 어쩜 반응이 그렇게 정직해?

동규 !!!

-창배: (고기 한 점 먹는) 그런데 형님, 강재는 또 큰형님 진짜 아들이라며?

동규, 헉!!!

-창배: 아, 숨 쉬어요, 숨. 세상에 비밀이 어디 있어?

 그러고 보면 씨도둑질 못 한다는 말 꼭 맞아.

 세연이는 그 형님이랑 쏙 뺐고 강재는 회장님 쏙 뺐고.

 유전자 그거그거 참 용해.

-동규: 너, 너 자꾸 이렇게 나오면 더는 나도 너...

-창배: 이거 왜 이러시나? 이제 칼자루 쥔 쪽은 나인 것 같은데.

 안 그래요, 형님?

부르르 주먹 쥐는 동규, 빙글빙글 웃기만 하는 창배.

 

S#32 허름한 이발소(낮)

강 회장 이발하고 있고 옆에 동규 서 있는데 멍한...

-강 회장: (앞만 보고) 너 요즘 연애하냐?

-동규: 네?

-강 회장: 아니면 어디 병났어? 틈만 나면 없어지고 멍하니 정신 놓고.

 알아보라는 건 무슨 깡으로 입을 닦아?

동규,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강 회장: 강재 뭐하고 돌아다니나 알아보라니까. 회사는 오늘도 안 나온 거야?

-동규: (이발사에게) 물 좀 떠와, 시원한 걸로.

-이발사: 예, 형님. (하고 나가면)

강 회장, 뭔데 이래 싶어 보면...

-동규: 저...

-강 회장: 뭐야? 뭔데 말을 못 하고 입 안에서 굴려?

-동규: 제가... 얘기를 했습니다.

-강 회장: 뭘?

-동규: 강재한테...

-강 회장: 뭐야?

-동규: 아무리 생각해도 저밖에 없었습니다.

-강 회장: 왜 시키지 않은 짓을 하고 그래! 시키는 건 안 하고 왜 사고부터 쳐!

-동규: 회장님께 직접 듣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한 다리 건너는 게 충격도 덜하겠다 싶고

 강재도 강재지만 세연이가 먼저 알면 어쩌나 싶어서...

-강 회장: ... 얘기하니 뭐래? 믿기는 하는 눈치야?

-동규: 회사 안 나오는 거 보면 저도 무지 애쓰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강 회장: 그래, 그렇겠지... 그럴 게야...

회한 서린 강 회장 얼굴.

동규, 창배 얘기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스런 얼굴인데...

 

S#33 강변(낮)

강 회장과 왔던 강변.

강물 바라보고 서 있는 강재.

강 회장 목소리 들리는...

<9부 S#30>

-(강 회장) 젊어 떠돌 때 마음에 둔 여자가 있었다. 단정하고 예뻤지.

 그 여자가 오래 전부터 여기 산다...

하아... 깊은 한숨 내쉬는 강재.

그리움과 혼란스러움 교차하는 얼굴.

 

S#34 달동네 현장(낮)

천막 안, 김나는 율무차 내미는 김 대리,빗자루 쥔 채 건네받는 백 이사.

저만치에서는 경란과 동훈 지나가는 주민들에게 전단지 나눠주고 있다.

-경란: 행복한 하루 되세요. DO산업개발입니다.

-동훈: (전단지 내미는) 안녕하세요, 어머니. DO산업개발입니다. 이거 한번 보고 가세요.

-반장: (배추다발 머리에 인) 아, 왜 자꾸 잡아? 저 아래에서도 잡더구먼. 무거워 죽겠어.

-동훈: 아, 죄송합니다. 내려놓으세요, 제가 잡아...

하는데 누군가 배추 다발 내려준다.

보면 강재다.

-반장: 아이고, 고맙네. 줘봐, 뭐 읽어보면 되는데? (하는데)

-(백 이사): 야, 도로 가! 너 같은 놈 필요 없어, 가!

-반장: (헉! 나 보고 하는 표정인데) 뭐야?

-강재: 잘못했습니다.

-백 이사: 잘못이고 나발이고 너 같이 책임감 없는 놈 필요없으니까 가.

-강재: 잘못했습니다.

-백 이사: 가라는 말 안 들려? 성질 돋우지 말고 가. 맞고 갈래? (하고 빗자루 들면)

-동훈: 이사님, 이럴 때일수록 이성을 찾으셔서 아주 세게, 세게! 나가셔야 돼요.

 원래 낙하산들이 막 들어와서 막 나가거든요. 한 번 봐주기 시작하면...

-강재: 맞으면 용서해 줍니까?

-백 이사: 뭐? 야! 너 같은 놈은 매도 아까워. 꼴보기 싫으니까 얼른 꺼져!

-경란: 아이, 이 사님. 잘못했다고 비는데 용서해 주세요, 네?

-백 이사: 너 지금 어디다가 편을 들어! 저게 지금 비는 거냐? 협박이지?

-동훈: 제 말이요.

-강재: 정말 잘못했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시면 다시는 월차 안 쓰겠습니다.

-백 이사: 한 번 실수한 놈을 어떻게 믿어?

 그리고 네가 쓸 월차가 어디 있어? 다 당겨 쓰고.

-강재: (씨익) 그러니까 안 쓴다고요.

-백 이사: 아니,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반장: 거 용서를 하려면 얼른 하고 말라면 말든가. 바쁜 사람 잡아놓고 이게 무슨 경우야?

-강재: 죄송합니다. 대신 이건 제가 들어다 드리겠습니다.

-반장: (강재 아래 위 훑어보며) 그쪽이 직접? (동훈 보며) 그쪽도 같이 가면 안 될까?

-동훈: 저, 저요?

 

S#35 달동네 어느 집 마당(낮)

은박 돗자리 위에 절인 배추 가득 쌓인 마당, 아줌마 서넛 둘러앉아 김장 담그고 있다.

킥킥거리는데 보면 동훈과 강재, 고무장갑 끼고 열심히 배추 속 넣고 있다.

서로 째려보고 너 때문에 이게 뭐야 하는 표정인데.

강재 옆에 있는 아줌마, 강재 쿡 찔러 아~ 하라는...

강재 영문 몰라 하는데 금방 담은 김치 들고 아~!

강재, 싫어 죽겠는 표정으로 아~ 하는데 다른 아줌마 또 아~...

동훈 얼른 아~ 하면 "아저씨 말고 이 총각" 하며 강재한테 아~ 하는.

강재 미치겠고, 하나 억지로 웃으며 아~ 하는.

대문 밖에서 그 모습 흐뭇하게 보는 백 이사.

 

S#36 거리+강재 차 안(낮)

운전중인 강재, 온 몸에 힘 쭉 빠진 듯...

손 냄새 맡아보면 김치 냄새 베인.

신경질 나다가도 피식 웃는.

그러다 생각 난 듯 미주에게 전화 거는데...

 

S#37 DO산업개발 세연 사무실(낮)

세연, 미주의 결별에 충격 받은 듯 머리 짚고 앉아 있는데 서랍 속에서 윙 진동 울린다.

세연, 굳은 얼굴로 서랍 열면 미주 휴대전화 진동 오고.

액정 보면 '보조개 두목님' 뜬다.

세연, 차가운 표정으로 배터리 빼버리고 서랍 쾅 닫는다.

 

S#38 거리+강재 차 안(낮)

강재, 휴대전화 뚝 끊기자 다시 전화 거는데.

'지금 저희 고객님의 휴대전화의 전원이 꺼져있사오니...'

뭐지 싶은...

그러다 창배인가 싶어 얼굴 굳는데.

S#39 미주 진료실 안(낮)

수술가운 입은 미주, 모자 벗으며 들어오고 커피 들고 따라들어 오는 순정.

-순정: 마지막 예약환자 캔슬됐어. 도저히 겁나서 못 하겠대나?

 상담하는 내내 아프냐 소리를 백 번도 더 묻더니 결국...

하는데 문 열리며 강재 급히 들어온다.

미주, 놀라 보면...

-강재: 괜찮아요? 아무 일 없는 겁니까?

-미주: 일요? 있기는 있죠. 캔슬한 환자가 혹시 이 남자니?

-순정: 이제는 아주 대놓고 이 남자니?

-강재: 그런데 휴대전화는 왜 갑자기 끕니까? 사람 걱정되게.

-미주: 아, 그거요. 나 이제 그 휴대전화 안 써요.

 세연 씨한테 선물 받은 거라 돌려줬거든요.

 그 새 무슨 일 있을까 봐 냅다 달려온 거예요?

-강재: 걱정되지 안 됩니까? 잘 가던 신호가 갑자기 뚝 끊겼는데?

순정, 미주 째려보고 고개 절레절레하고 나가고.

-미주: 회사는 괜찮아요? 안 잘렸어요?

-강재: 잘릴까 봐 야근해야 합니다. 나 없어도 집에 잘 갈 수 있습니까?

미주, 뭐래 하는 표정으로 웃는데 행복한 웃음이고.

 

S#40 희망성형외과 카운터(낮)

순정, 차트 툭 던지며...

-순정: 허~ 돌았어, 돌았어. 건설회사 대표랑 깡패랑 상대가 되냐고, 상대가.

 뺨이나 맞게 하는 놈이 뭐가 좋다고... (하다 주머니 뒤져 휴대전화 꺼내 꾹 누르는)

 그래,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그래, 오늘 좀 맞자.

 (저쪽에서 받는) 야! 나, 순정인데. 왜, 반말하니까 띠꺼워?

 띠꺼워도 어쩔 거야? 내가 누나잖아. 너보다 네 살 많은 거 잊었어?

 시끄럽고 너 지금 당장 나와! 이게 마지막 전화니까 당장 나오라고!

 

S#41 Bar(밤)

얼음물 벌컥벌컥 마시고 쾅 내려놓는 순정.

옆 째려보면 기막힌 얼굴로 앉아 있는 태산.

-순정: 너 언니한테 이쪽저쪽 다 정리했다고 그랬다며!

-태산: 그런데요.

-순정: 그래서 너한테 좀 맞으려고.

태산 !!

-순정: 여자를 어떻게 패는지 궁금하면 계속 전화하라며?

태산 !!

-순정: 내가 너한테 얼마나 우습게 보였기에 그런 소리를 했는지는 몰라도

 나는 너한테 진심이었거든?

-태산: 진심인데 어쩌라고요.

-순정: 어쩌기는 뭘 어째? 네가 깡패라는 거 알고 나니까 더 신경쓰여.

 먹고 자는 건 어떻게 해결하나, 손은 싸우다가 다친 건가,

 다 낫기 전에 또 싸우면 어떡하나... 혼자 영화 찍고 소설 쓰고...

 나도 죽겠으니까 나 한 대 패라고. 맞아야 정신 들 것 같으니까.

태산, 물끄러미 보는...

-순정: 그리고 이거. (가방에서 컬러로션 꺼내 던지는)

 어차피 얘는 네 운명이니까 네가 알아서 해.

-태산: (살짝 마음 아픈) 스물아홉이 적은 나이야? 깡패 새끼가 뭐가 좋아?

 그냥 조신하게 있다 좋은 새끼 만나 시집이나 가요.

-순정: 장난하니? 나 나름 되게 괜찮은 여자거든?

 나도 깡패 진짜 싫어. 깡패인데 능력 없는 연하는 더 싫어.

 그런데 너는 안 싫은데 어쩌냐고. 그러니까 나 좀 패라고!

-태산: (일어서는) 일어나요.

-순정: (눈물 그렁한 채 허걱!) 팰 거면 그냥 여기서 패!

-태산: 내가 여자나 패는 양아치로 보입니까? 데려다줄 테니까 일어나라고요.

-순정: (눈물 쓱쓱 닦는) 정말? 정말이야?

-태산: 말은 놓지 말고.

태산과 순정, 서로 오래오래 보는데...

 

S#42 DO산업개발 영업본부 사무실(밤)

열심히 DM 작업하고 있는 강재.

책상에 소포봉지 가득 쌓여 있는데 툭 와르르 쏟는다.

이런 씨 하며 다시 줍는데 누군가 같이 줍는 손, 강재 고개 들어 보면 상택이다.

-강재: 퇴근 안 했어? 놔둬, 이제는 뭐든 내가 직접 할 거야.

상택, 빤히 보다 그냥 놓는...

-강재: 그렇다고 집은 걸 그냥 놓냐?

-상택: 윤 선생님이 정말 유능한 의사인가 봅니다.

-강재: 무슨 소리야?

-상택: 사장님을 참... 많이 고치시잖습니까.

강재 !!!

-상택: 저 아까 낮에... 유진 씨 만났습니다.

강재 !!!

-상택: 저더러 유진 씨 편 되어달라고요.

강재: ...

-상택: 마음 정하셨으면 잘 보내셔야 될 것 같습니다. 그 말씀 드리고 싶어 왔습니다.

-강재: ...보냈어.

상택 !!!

-강재: 다음에 또 오거든... 그때는 무조건 유진이 편 들어줘. 아무 소리 말고...

상택, 힘들어 보이는 강재 얼굴 보는데...

 

S#43 강재 호텔 거실(밤)

강재, 테이블에 무언가 툭 놓는데 휴대전화 박스고 뜯어보면 빨간색 휴대전화다.

자기 휴대전화 꺼내 1번 꾹 누르면 빨간 휴대전화에 신호 간다.

끊고 흐뭇하게 보는데 그때 딩동!

미주인가 싶어 피식 웃으며 문 열면! 창배 서 있다.

-창배: 내가 근사한 새해 선물을 하나 들고 왔거든? 시간 좀 있냐?

뭐지 싶은 강재의 얼굴에서...

 

17부 엔딩


.연인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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