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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끌모아 로맨스

-1-
태어나긴 했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사람은 참 불쌍하고 웃긴 존재입니다.
그래서 아프고 창피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서로 웃겨주고 서로 불쌍히 여기며 살 수밖에요.
- 각본 김정환. 2011.02.13

-2-
타이틀 프롤로그
화면이 열리면 영롱한 갈색 빛이 어른거린다.
갈색의 어떤 물체 부분 부분이 익스트림 클로즈업으로 디졸브 되는 화면.
그 위로 타이틀 롤 뜬다.
1. 지웅의 옥탑. 오전.


화면이 넓어지면 드러나는 갈색 물체의 정체. 맥주병이다.
카메라 움직이면 맥주병 옆으로 구두 두 짝이 덩그러니 놓여있는 것이 보인다.
구두를 지나면, 바닥을 향하고 있는 두 발, 한 쪽만 신겨있는 양말, 구겨진 양복 바지를
지나 헝클어진 와이셔츠, 마지막으로 엎드려 누운 한 남자의 얼굴이 보인다.
주인공 천지웅이 누워있는 곳은 옥탑방 앞에 놓여있는 평상. 미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지웅, 죽은 것처럼 보인다. 어디선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자 목소리 저기요~
아무런 반응이 없는 지웅.
여자 목소리 저기요~
그제야 꿈틀하는 지웅. 죽진 않았다.
얼굴에 진한 자국을 한 채 일어나 소리 나는 쪽을 돌아보는 지웅.
맞은편 건물 옥탑 쪽에 누군가 서 있다.
역광에 눈이 부셔 지웅은 똑바로 쳐다보기가 힘들다.

여자
지웅
여자
죄송한데요. 그거 저 주시면 안 될까요?
예?
그 빈 병들이요. 저 주시면 안 돼요?

지웅, 그제야 자기 옆에 빈 맥주병들이 굴러다니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지웅
여자
지웅
(그 중에 하나를 들어 보이며) 이거요?
네.
(별 이상한 사람 다 보겠다는 표정) 뭐.. 그렇게 하세요.

지웅, 맥주병을 들고 이걸 어떻게 하나 하는데
여자 잠시 만요.
가방을 고쳐 메더니 뒤로 물러서는 여자, 한 걸음 한 걸음 뒤로 물러서다 맞은편 끝에
가 닿자 멈춰 선다. 심호흡을 하고 깊게 한 숨 들이마시더니 숨을 멈춘다.
‘ 설마?’ 하는 지웅. 후다다닥~ 도움닫기를 하는 여자, 2~3미터 가량의 건물과 건물
사이를 매트릭스의 트리니티마냥 훌~쩍 뛰어 넘어 탁! 지웅의 옥탑방 앞으로 착지한다.

-3-
깜짝 놀라는 지웅.
툭툭 손바닥을 털고 일어나 천연덕스럽게 빈 병들을 가방 안에 넣는 여자.
여자 고맙습니다.
하고는 다시 자신의 옥탑방 쪽으로 건너가려고 하는데

지웅
여자
지웅
여자
저기요.
네?
근데 그건 뭐 할려구..?
뭐하긴요. 팔아야죠.

하며 씩~ 웃는 여자 주인공 구홍실. F.O
제목 뜬다.
2. 취업박람회장. 오후.
취업희망자들로 북적이는 박람회장. 각 업체별로 부스가 차려져 있다.
어느 부스, 면접 보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다. 지웅 차례.
지웅 그러니까 음.. 스펙이 좋은 사람은 투자한 게 있으니까 다른데서
연봉 더 준다 그러면 하루아침에 배신 때리고 튀게 돼 있거든요.
그런데 저는 연봉에 대한 욕심은 면봉만큼도 없구요. 그저 주어진
일 하고! 딱 그만큼만 받고! 그런 게 좋거든요. 저 같은 사람이
회사 입장에서도 재정적 부담이 덜 하지 않을.. 않겠.. 않을치
않겠습니까?

면접관1
지웅
아니 그럴 거면 공무원이 되지 그랬어요?
아유~ 공무원 시험은 어디 쉽나요.

또 다른 부스. 여기도 역시 줄이 길다.

면접관2
지웅
한문학과? 그럼 중국어 잘해?
중국어요? 에이~ 한자 많이 안다고 중국어 잘하면 한국 사람들이
세계에서 영어 제일 잘해야죠.
(뭐야? 이 자식)
아! 사자성어는 많이 압니다.
(피식) 그럼 지금 상황을 사자성어로 표현해 봐.
음.. 언감생심?
면접관2
지웅
면접관2
지웅

다른 부스에 비해 지원자들이 별로 없는 한가한 어느 부스.

여자 면접관(자기 소개서를 읽는다) 인간이란 모름지기 가시적 세계에서는
언제나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한계에 부딪치기 마련입니다.


-4-
그래서 절망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인간 조건의 중요한 요소라
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비가시적 세계 즉 몸보다는 마음,
물질보다는 정신을 다루는 데 있어 더 뛰어난 재능이 있다고
자부합니다. (지웅에게)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에요?
지웅 쉽게 얘기하자면.. 낙천적이라고 할까요?
여자 면접관 우리 회사가 지금 인기 없는 부스라고 장난치는 거예요 뭐예요!!!
지웅 (덤덤) 아닌데요.
여자 면접관 하~ 나참 별.. 잠깐만. 천지웅. 천지웅 혹시 저번에도 지원하지 않
았어요?
지웅 그럼요. (가리키며) 살 좀 찌셨네요. (헤벌쭉 웃는다)
3. 술 집. 저녁.
지웅과 지웅의 친구 태우, 창근이 생맥주를 먹고 있다.
모두 면접을 본 듯 양복차림이다.
태우 어떤 사회학자가 실험을 했어. 연봉 천만 원부터 일억까지 남자
열명, 미모수준 레벨 원부터 텐까지 여자 열 명. 야들을 한 공간
에 모아놓고 인자 저거끼리 알아서 커플들을 찾도록 했는기라.
근데 결과가 우예됐을까? 기가 막히게도 소득수준과 미모수준이
정확히 일치하는 열 커플이 나왔는기라. 놀랍지.

지웅그 사람들 말은 하게 했대냐? 남자 열 명을 벙어리부터 최고 이빨
꾼까지 모아 놔도 결과는 똑같은 걸.
야. 니는 외제차 보조석에 못생긴 아들 타고 있는 거 봤나?
그게 왜 그런지 아냐? 예쁜 애들이 외제차 있는 애들을 고른 게
아니라 외제차 없는 놈들이 예쁜 애들한테 말을 못 걸어서 그런
거야. 너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니깐. 여자는 (이빨 까는 동작)
이거야. 이거.
그래! 근데 문제는 말도 잘하면서 동시에 돈까지 많은 놈들이
태우
지웅
태우

우리 앞에 수도 없이 많다는 거야. 취직도 못한 우리한테는 기회
가 안 와요. 왜냐? 섹스의 시장에도 보이지 않는 손이 있는 거
거든.

지웅
태우
참나. 그래서? 니 전략이 뭐라는 거야?
자! 쉽게 얘기해서 가격자체를 낮추는 기라. 돈이 별로 안 드는

아들만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거지. 100만원 드는 아랑 한 번
하는 것보다 10만원 드는 아랑 열 번 하는 게 낫다 이 말이야.
그 쪽이 성공률도 훨씬 높고.
가만히 듣고 있던 셋 중에 키가 제일 크고 잘 생긴 창근.

창근
태우/지웅
창근
얘들아.
?
말 안 해도 되면서 3만원 정도 드는 여자는 없을까?


-5-
태우/지웅 (동시에) 너는 여자 있잖아 새끼야!!!
4. 지웅 모 가게/골목길. 오전.
등산로 입구에 있는 식당. 가게 앞으로 등산객들이 오고 간다.
일을 하며 통화하는 지웅 모.
지웅은 아래의 동작을 하면서 통화한다.
덮개를 벗겨내자 귀엽게 생긴 스쿠터가 보인다. 두꺼운 체인을 풀고, 시동을 걸어
예열을 하는 동안 덮개를 각 잡아 접고, 헬멧을 쓴다. 호~ 하고 입김을 불고 세심하게
백미러를 닦는 지웅.

지웅운전면허 볼 때 접수비 내지. 그리고 대학에 원서 쓸 때 돈 내지.
그거랑 똑같다니깐.
근다고 뭔 놈의 돈이 고로케 많이 들어간다냐?
원서를 많이 쓰니깐 그렇지. 엄마 88만원세대라고 들어봤지?
팔시.. 뭐시여?
그게 뭐냐면 요즘 하도 취직이 어렵다 보니까 취업 원서비로만 한
달에 88만원이 든다. 그래서 붙은 이름이거든. 요즘 기업들이 다
그걸로 돈 버는 거야. 대학처럼.
워매. 어찌끄나. 그라믄 대기업 원서는 더 비싸다냐?
대기업? 다.. 당연히 훨씬 비싸지. 대기업인데.
글면 한 100만원은 있어야 안 허겄냐?
카~ 울 엄마 진짜 핀란드에서 태어났으면 대통령 됐다 대통령.
지웅 모
지웅
지웅 모
지웅
지웅 모
지웅
지웅 모
지웅

5. 재개발위원회 사무실 앞. 오전.
다세대연립이 빽빽이 들어차 있는 동네.
휘파람을 불며 스쿠터를 타고 가는 지웅, 홍실을 지나쳐 간다.
홍실은 ‘ 참석 통지서’ 를 보면서 어딘가로 들어간다. 재개발위원회 사무실.
‘ 뉴타운 재개발’ 과 관련된 현수막이 붙어있다.
6. 라이딩 집합 장소. 오전.
스쿠터가 몇 대 세워져 있다.
비슷한 연배의 네 명의 여자와 한 명의 남자(시삽). 시삽은 뚱뚱하다.
그들에게 익숙하게 인사하는 지웅.

지웅
시삽
체리
아이고~ 죄송합니다~
말론님 맨날 늦어요.
(시삽에게) 우리 주말에 모이면 안 돼요?


-6-

시삽
체리
왜요? 남자회원 없어서?
아니 뭐.. 그것도 그렇고. 평일 낮에 모이니까 백수들 단체로 돌아
다니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에이~ 무슨 소리예요. 체리님은 쇼핑몰 하시고, 미로님은 만화
시고, 퐁당님은 악세사리 만드시고, 우리 시삽님은...
사업.
사업하시고 노는 사람은 저 하고.. 민트님 밖에 없는데요 뭘.
지웅
그리
시삽
지웅

민트라는 닉네임으로 불리는 그 여자, 하경주(26). 네 명중 가장 예쁘다.

여자회원들 지웅에게 ‘ 저 만화 그리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
얘기했어요?’ 라고 말하는데..
‘ 제가 무슨 일 하는지

경주 저 취직했어요.
모두, 경주를 주목한다.

시삽
경주
어? 그럼 라이딩 못 나오시는 거예요?
네. 오늘이 마지막일 거 같은데요.

다들 경주에게 축하를 전한다. 특히 여자회원들이 기뻐(?)한다.
지웅 역시 말로는 축하한다고는 하지만 얼굴에는 서운한 표정이 역력하다.
7. 서울근교 도로. 오후.
한적한 도로를 달리는 바이크 회원들.
시삽이 선두에 서고 여자 네 명이 가운데, 지웅이 맨 뒤다.
지웅, 앞에 가는 경주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교차로 노란 불. 앞 쪽 무리가 교차로를 빠져나가고 경주는 브레이크를 잡는다.
경주 옆에 서는 지웅, 무슨 말을 걸어볼까 싶은데 경주는 무표정하게 앞만 본다.

지웅민트님은 무슨 민트세요? 저는 말론브란도 할 때 그 말론 이냐고
사람들이 물어보는데요. 사실은 말로는 나를 다 설명하기가 힘들

다 그래서 말론이라고...
경주, 듣지도 않고 휭~ 하니 달려 나간다. 뻘쭘한 지웅.
8. 재개발위원회 사무실. 오전.
주민들 틈에 끼어있는 홍실. 어수룩한 사무실 직원이 서류를 보며 설명하고 있다.
직원 세입자 분들은 이번 주까지 등본하고 임대차계약서 가지고 와서
-7-
신고를 하셔야 되구요. 에 또.. 주거 이사비 아.. 아니 주거 이전
비하고 이사비 입금되면 두 달 후 5월 말일 그러니까.. 30일이야?
31일이야?.. 아! 31일! 네. 이 날까지는 이사를 한 분도 빠짐없다
다 마치셔야..

주민1
직원
주민2
직원
돈이 얼마나 나와요? 가족이 두 명인데?
두 분이시면.. 9백 48만원 6천원이라고 되어있네요.
1인 세대는요?
1인 세대는.. 7백 6십.. 아.. 아니 7백 6만원 8천원이요.


‘ 한 집에 세대주가 둘인데 어떻게 해야 되냐?’‘ 다음 주에 이사 가는 사람은
어떻게 되는 거냐?’‘ 애가 5월 31일 이전에 태어나면 세대 원으로 들어가느냐?’

세입자들의 질문공세에 정신을 못 차리는 직원. 무리 중 홍실만이 여유롭다.
9. 라이딩 도로 인근 가게. 오후.
한적한 가게 앞에 모여 앉아 음료를 마시는 동호회원들.

지웅
시삽
얘기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민트님이 먼저 말씀하셔가지고...
잘 됐네요~

하며 등을 치자 휘청하는 지웅.

지웅
시삽
마지막이니깐 여기 음료수 값은 제가...
에이~ 음료수 가지고 되겠어요. 민트님이랑 말론님이랑 같이 술
한번 쏘셔야죠.

마주보는 지웅과 경주.
10. 라이딩 도로. 오후.
횡단보도 앞에 나란히 선 경주와 지웅. 뒤로 회원들이 보인다.
말없이 서 있는 두 사람. 그런데 갑자기 경주가 먼저 말을 건다.

경주
지웅
저기.. 어디 취직하셨는지 물어봐도 되요?
네?

지웅,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하는데, 경주 뒤에 붙은 광고판이 눈에 띤다.
‘ 생각대로 해. 그게 답이야. SK Telecom’

지웅
경주
에스케이 텔레콤.. 이요.
아.. (의외라는 표정) 근데요. 우리가 저 사람들한테 술을 사야 될
이유가 있나요?


-8-
지웅 하긴.. 그렇죠?
빵~ 하고 뒤에서 시삽이 경적을 울린다.
11. 지웅의 집 계단. 저녁.
계단을 올라오는 지웅, 자신의 머리를 때리며 반성한다.
지웅 아~ 병신... 삼성이라고 할 걸.
누군가 지웅을 가로막고 서 있다.

주인아줌마
지웅
주인아줌마
지웅
주인아줌마
지웅
(손을 내밀며) 오늘까지 저거 해주기로 했잖여.
네? 아~ 월세요?
그려!
보증금에서 좀 까주세요.
보증금 다 저거 된 게 저기 전이여. 이 사람아.
예? 세달 전에 다 까였다구요?

온통 ‘ 저거’ 혹은 ‘ 저기’ 라고 하는 아줌마의 말을 용케도 잘 알아먹는 지웅.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던 홍실이 이 모습을 건너편에서 본다.

주인아줌마
지웅
내가 몇 번을 저기혀 월세가 내 저거라고!
에이~ 아줌마 생활비랑 제 저거랑은 따로 저기를 하셔야죠.

조만간 돈 들어오니까 너무 저기하지 마세요. (홍실과 눈이 마주
친다.) 저 아시잖아요? 무슨 저거가 있어도 꼭 저기 하는 거!
그럼..
배꼽 인사하고 집으로 들어가는 지웅.
주인아줌마 으유~ 저거를 어떻게 저기 할 수도 없고..
홍실, 발걸음을 옮기다가 갑자기 멈춰 선다.
홍실 저기.. 아주머니.
12. 지웅의 방 안. 오전.
척~ 노트북이 열린다. 착! 착! 착! 잭들이 꼽힌다. 틱! 만능 리모컨을 누르는 손.
‘ I ♥ ME' 티셔츠를 입고 앉은뱅이책상에 노트북을 놓고 앉아있는 지웅. 뭔가 대단한
일을 할 기세다. 노트북과 TV가 연결되어있다. TV로 보이는 컴퓨터 화면.
큰 식당에나 있을 법한 한쪽 벽면을 거의 다 차지하고 남을 정도의, 크기는 하지만

-9-
화질은 엉망인 대형 아날로그 TV. 생뚱맞다. 자기 머리통만한 아이콘(명예의 전당)을
클릭하자 국가별 장르별로 깔끔하게 잘 정리된 폴더(경국지색, 신토불이, 삼자회동 등)
안에 수많은 야동. 그 중 하나를 더블 클릭하는 지웅.
지웅, 몰아일체의 경지에 빠져드는 동안 방안 곳곳이 보인다.
우쿨렐레가 보이고, 단칸방에는 과하다 싶게 진공청소기, 스팀청소기, 먼지흡착 밀대가
나란히 서있고, 스테퍼는 구석에 처박혀 있으며, 택배박스는 어지럽게 널려있다. 그
동안 어떤 소비를 하며 살아왔는지 감이 잡힌다.
지웅, 슬며시 손을 뻗어 옆에 있는 두루마리 휴지를 잡는데 마지막 휴지만 조금
매달려있다. 아이씨! 두리번거리며 휴지를 찾는데.. 쾅! 쾅! 문 두들기는 소리.
주인아줌마가 서 있다.

주인아줌마
지웅
주인아줌마
저기.. 밀린 월세는 없던 저거로 혀.
네? (감격) 고맙습니다. 제가 아줌마 진짜 저기하는 거 아시죠?
대신 내일까지 다 까먹은 보증금 500만원을 새로 가지고 와서
계약서 다시 저기혀. 안 그러면 딴 사람이랑 저거 헐라니께. 내 말
뭔말인지 저기허지?
네??!!
내일까지여! (하고 돌아서 가버린다)
(따라가며) 내일까지 500만원을 어떻게 저기 해요!! 아줌마!!
지웅
주인아줌마
지웅

13. 은행 안. 오후.
직원이 서류를 가지고 와서 지웅 맞은편에 앉는다.

직원
지웅
직원
그렇지 않아도 저희가 연락을 드리려고 했는데 마침 잘 오셨네요.
?
학자금대출 2000만원 받으신 거 이번 달로 거치기간이 끝나거
든요. 지금까지는 해남 장학회에서 이자를 내주셨.. 아! 고객님
다른 볼 일 때문에 오신 건가요? 상담 받고 싶다고 하신 게??

멍한 지웅. 그때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 ‘ 축하 드립니다. 3천만 원 만기되셨습니다.’
지웅, 고개를 돌려보면 홍실이 기쁜 표정으로 통장을 들여다보고 있다.
14. 공중화장실. 오후.
핸드폰하며 들어서는 지웅.

목소리
지웅
죄송합니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에브리바디 캐시였습니다. 뚝.
여보세.. 에이 씨~

한 숨 쉬며 소변을 보는 지웅.
-10-
소변을 보다가 앞에 붙은 스티커를 본다. ‘ 신장매매 010..’
15. 언덕. 오후
어딘가에 다마스가 서고 홍실이 내린다.
비닐봉지를 들고 언덕을 오르는 홍실.
어느 나무 아래에 선 홍실, 위를 올려다본다.
높은 가지에 얼룩덜룩한 하얀 보자기가 묶여있다.
비닐봉지에서 뭔가를 꺼내는 홍실. 비비빅. 비닐포장을 벗겨 나무 밑동에 꽂는다.
옆에 앉아 홍실도 하나 꺼내 먹는다.
홍실, 비비빅 자국을 입에 묻힌 채 나무에 기대고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다.
나무 그리고 홍실...
16. 지웅의 옥탑/오피스텔. 저녁.
평상 앞을 왔다 갔다 하며 태우와 통화하는 지웅.
샤워를 마친 듯 팬티바람에 타올을 걸치고 있는 태우.

지웅아니. 그래도 그게 두 개인 이유가 있을 거 아냐. 하나만 있어도
괜찮으면 애초부터 왜 두 개가 있겠어?
(팬티 속을 들여다보며) 이게 워낙에 중요한 거라서 하나가 없어
지면 나머지 하나가 그 역할을 충분히 다하게 되어있데요.
태우


욕실이 빼꼼히 열리며 “ 오빠! 타올 좀~”하자 목에 걸친 타올을 건네주는 태우.
“ 새거 없어~~”태우, 새 타올을 찾으며


지웅
태우
혹시 말야, 섹스에 지장이 있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아니라니깐. 카고 내가 볼 때 니는 하나만 있어도 충분해. 걱정
하지 마.
그래서 그걸 사고팔고 하는 거구나..
뭐? 마. 아무리 그래도 누가 그걸 사고 파노.
니가 이 세상이 얼마나 각박한지 아직 모르는 구나. 끊어 임마.
???
지웅
태우
지웅
태우

평상에 앉는 지웅, 뭔가를 본다. 그 신장매매 스티커.
자신의 옆구리를 꾹꾹 눌러보는 지웅, 조심스럽게 핸드폰을 연다.
스티커에 나와 있는 번호를 누르려다가..
지웅 (스티커 던지며) 에이~ (평상에 드러눕는다) 어떻게 되겠지 뭐..
-11-
그때, 핸드폰이 울린다. 모르는 번호다.

지웅
경주(v.o)
지웅
경주(v.o)
네.
말론님 핸드폰 맞나요?
예?
저 민튼데요.

일어나는 지웅. 벌떡~
17. 술 집. 저녁.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오는 지웅. 양복 차림이다.
Cut to.
맥주가 꽤 많이 쌓여있다.

경주돈도 떨어져 가니까 어쩔 수 없이 다시 취업은 했는데 사실 경리
직 사원 하는 일이 뭐 대단하겠어요. 또 며칠 하니까 너무 하기가
싫어지는 거 있죠.
사람은 말야. 두 가지 일을 하고 살아야 되거든. 하고 싶은 일 그
리고 해야 할 일. 젊었을 때 해야 할 일을 안 하잖아? 그럼 나중
에 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되요. 나라고 뭐 직장 다니고 싶겠어.
근데 저는 요. 오빠. 아! 오빠라고 불러도 되죠?
그럼~
문제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모르겠거든요.
지금 하고 있잖아.
?
나랑 술 마시면서 얘기하는 거. 니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 아냐?
아.. 이런 거요.
그럼~ 뭐 대단한 걸 얘기하는 게 아니야. 그냥 니가 그리고 우리
가 하고 싶은 거 응? 남자 여자가 같이 할 수 있는.. 뭐랄까..
아! 맞다! 나 그거 진짜 하고 싶어요!
그래~ 그거.
결혼이요.
뭐? 결혼??
네. 저 결혼해서 진짜 살림하고 싶거든요.
뭐.. 그것도 좋은데.. 남녀가 같이 할 수 있는 것 중에는 또..
지웅
경주
지웅
경주
지웅
경주
지웅
경주
지웅
경주
지웅
경주
지웅
경주
지웅

갑자기 지웅의 핸드폰이 울린다. ‘ 누나’ 라고 뜬다.
지웅 잠깐만.
지웅, 어딘가로 가서 전화를 받는다. 경주는 그 사이에 향수를 바른다.
-12-

누나(v.o)
지웅
아야. 큰일 나부렀다.
왜? 매형한테 또 맞았어? 아~ 이 새끼 진짜.

- 한쪽 눈이 시퍼런 누나 뒤로 보이는 지웅 모의 파전가게.
폭탄을 맞은 듯 엉망이 되어있다. 집기들을 정리하는 지웅 모.

누나고거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작것아. 엄니 가게에 멧돼지가 쳐들어
와부러가꼬 가게가 완전히 박살 나부렀시야.
뭐? 멧돼지가 왜?
왜 근지는 나가 알겄냐 멧돼지가 알겄제. 다행이 엄니는 괜찮은디
가게를 어쩌끄나잉.
아이씨.. 근데 누나 있잖아. 엄마가 오늘 100만원 보내주기로 했
는데 그거는 어떻게..
야이! 염병헐 놈아! 지금 엄니가 살길이 막막헌디 니가 자식새끼
냐! 자식새끼여!!
지웅
누나
지웅
누나

아무렇지 않는 듯 자리에 와 앉는 지웅.
경주 잠깐 화장실 좀...
경주가 자리를 뜨자 잽싸게 빌지를 보는 지웅.
지금까지 먹은 술과 안주를 계산해본다.

지웅
경주
지웅
경주
4만6천원에 안주가...
(돌아오며) 오빠 우리 2차 가요?
어? 화장실은..?
아. 사람 있어서요.

지웅과 경주, 계산대로 나란히 향하는데.. 여자화장실에서 누군가 나오자
경주 어? (하고는 화장실로 쏙 들어가 버린다)
어쩔 수 없이 혼자 계산대 앞에 서게 된 지웅.

종업원
지웅
종업원
5만 9천원입니다.
(조심스럽게 카드를 내민다)
(카드를 보더니) 손님 죄송한데 다른 카드 없으세요? 이 은행 체
크 카드가 저희 가게에서 가끔씩 에러가 나서요.
어? 다른 카드는 없는데.
잠시 만요. 혹시 모르니까 한 번 해볼게요.
지웅
종업원

카드를 긁는 종업원. 삐~ 삐~ 송수신되는 신호음.
리더기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지웅, 갑자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침을 꼴깍 삼킨다.
그런데 갑자기 치릭~ 치릭~ 하며 명세표가 인자된다.

-13-
종업원 어! 되네요.
휴~ 안도의 한숨을 쉬는 지웅.
18. 경주의 원룸. 밤.
빼꼼히 경주를 따라 들어오는 지웅.
경주 좀 어지러워요.
보면, 단출한 반지하 원룸 안에 박스가 몇 개 쌓여있다.

경주
지웅
경주
지웅
경주
내일 이사 가거든요.
아..
(침대를 가리키며) 앉아요.
(어색하게 앉는다)
직장이 분당에 있어서 출퇴근하기가 너무 힘들어서요. 언니네
집이 용인이라 애기 낳기 전까지는 거기 가 있을려구요.

경주, 얘기하면서 냉장고에서 남은 보드카를 가지고 온다.
옆에 있는 박스를 발로 밀어 침대 앞에 놓고 술병을 내려놓는다.

경주
지웅
보드카 좋아해요?
아유~ (넥타이를 풀며) 나는 다음 생에는 러시아에서 태어나는 게
소원이야 소원.

쨍~ 건배하고 원샷하는 두 사람.
경주/지웅 크~~~
쨍~ 부딪치는 잔.
경주/지웅 크~~~
쨍~ 부딪치는 잔.
지웅 크~~~
지웅, 뭔가 이상해 경주를 쳐다보자, 경주는 안마시고 잔을 들고 있다.

지웅
경주
어? 왜?
(잔을 내려놓으며) 이제 그만 마시죠.


-14-
지웅 아! 이사하려면 일찍 일어..
하는데 갑자기 지웅의 머리를 잡고 키스를 하는 경주.
놀라는 지웅.. 하지만 곧바로 응수를 한다. 키스를 하며 침대로 쓰러지는 두 사람.
엎치락뒤치락 비벼대다가 지웅이 경주의 단추를 풀려고 하자

경주
지웅
잠깐.
?

경주, 지웅의 귀에 대고 뭐라고 속삭인다.
19. 편의점 안. 밤.
꾸벅꾸벅 졸고 있는 알바생, 문이 버럭~ 열리자 얼른 일어난다.
뛰어 들어온 지웅, 성큼성큼 진열대로 다가간다.
정신 없이 진열대를 훑어보다가.. 콘돔을 발견하고는 얼른 집어 드는 지웅.
계산대로 와서 내민다. 두꺼운 안경을 쓴 여드름투성이 알바생, 아무런 표정변화 없이
기계적으로 바코드를 찍는다.
알바생 이천 원입니다.
얼른 지갑을 여는 지웅. 앗! 천 원짜리 달랑 하나 있다. 당황하는 지웅, 얼른 주머니를
뒤진다. 동전들을 모으는 지웅. 오백 원짜리 하나, 백 원짜리 하나, 둘, 셋, 넷,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십 원짜리 하나. 도합 구백오십 원이다.

지웅저기 죄송한데요. 제가 딱 오십 원이 모자라는데 다음에 갖다 드
릴 테니까. 어떻게 좀..

돌부처처럼 서있는 알바생. 지웅, 눈치를 보다가 동전을 다시 넣고 지갑에서 체크카드를
꺼내 내민다. 알바생, 체크카드를 긁는다.

알바생
지웅
잔액부족입니다.
네??!! (카드를 낚아챈다)

체크카드를 들고 캐시기로 가는 지웅.
잔액 조회를 해본다. 모니터에 찍히는 선명한 글씨. ‘ 잔액 42원’
지웅 아...
지웅, 아찔하다. 다시 터벅터벅 계산대로 걸어온다.

지웅저기.. 학생 있잖아. 그거 세 개 들어있는 거거든. 두 개 천오백
원에 주면 안 될까? 아! 아니다. 학생이 50원만 내주면 내가 하나


-15-
줄게. 응? 학생도 쓸 일 있을 거 아냐. 지금 당장 아니어도 갖고
있으면 분명히 쓸 일이 있어요~ 내가 장담한다. 진짜.
전혀 쓸 일이 없을 거 같이 생긴 알바생, 콘돔을 옆으로 쓰~윽 치운다.
어떻게 해야 하나 안절부절 못하는 지웅.
지웅 (창밖을 가리키며) 어?? UFO 다!!
알바생,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는다. 더욱 난감해진 지웅.
딸랑~ 누군가 들어오자 고개를 돌리는 알바생.. 그 순간!! 지웅, 잽싸게 콘돔을 확~
낚아채고는 냅다 튄다.
20. 골목길. 밤.
지웅, 있는 힘껏 골목길을 내달린다.
- 그 사이에 지웅을 기다리며 뭔가를 하는 경주의 인터컷.
후다다닥~ 코너를 돌아 나오는 지웅, 뒤를 돌아보며 이제 됐다 싶은지 멈춰 선다.
헉헉대며 환희에 가득 찬 표정으로 손에 쥔 콘돔을 보는 지웅. 앗!!! 그러나 손에 쥔
것은 고려은단!!!
21. 버스정류장 / 버스 안. 밤.
넋이 나간 듯 정류장 벤치에 멍하니 앉아있는 지웅.
힘없이 핸드폰을 꺼내 문자를 보낸다.
인서트 - 메시지 알림음. 핸드폰을 열어보는 경주.
“ 우리 천천히 알아갔으면 좋겠어 ^^ 조만간에 라이딩 하자궁~”
버스가 도착한다. 지웅, 버스에 올라 스틱을 갖다 댄다. “ 잔액이 부족합니다.”
지웅 어?
다시 갖다 댄다. 역시 “ 잔액이 부족합니다.”
날카로운 인상의 버스운전사가 지웅을 노려본다.
지웅, 어쩔 수 없이 주머니를 뒤져 동전을 쫘르르륵~ 털어 넣는다.
자리로 걸어가는 지웅. 그런데 갑자기..

버스운전사어이~ 아씨. 50원이 모자라는구만. 내 눈을 속일라 그르믄 안
되지~

찌릿! 마비가 오는 지웅. 울컥! 뭔가 치밀어 오른다.
-16-
지웅 아!! 진짜!! 950원어치만 타면 되잖아요!!!! 에이씨! 안타! 안타!
더러워서. 돈 다시 꺼내줘요!! 내릴라니깐! 사람들이 말이야. 측은
지심이 없어. 측은지심이. 아 뭐해요! 도로 꺼내 달라니깐!!!!!
놀라는 승객들과 운전사.
지웅의 기세에 눌려 헛기침을 하며 슬며시 출발하는 버스 운전사.
22. 지웅의 옥탑/홍실의 옥탑. 밤/아침.
냉장고를 열자 맥주병 세 개가 보인다.
평상. 지웅, 맥주를 쭉~ 들이키고는
지웅 그래.. 그래도 가슴은 만졌으니까..
지웅, 고개를 갸우뚱하며 손으로 모양을 만들며 사이즈를 가늠해본다. F.O
F.I 아침. 가방을 메고 집 밖으로 나오는 홍실.
옥탑 마당 구석에 있는 닭장으로 다가간다. 암탉 한 마리가 들어가 있는 닭장.
홍실, 계란을 집어 들어 소매에 슥슥 문지르더니 날계란을 쪽쪽 빨아 먹는다.
닭장뿐만 아니라 홍실의 옥탑에는 온갖 먹을 거리를 심은 화분들이 즐비하다.
무심코 지웅이 평상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본 홍실, 건물 끝으로 다가간다.
홍실 저기요~
눈을 비비고 일어나 홍실 쪽을 바라보는 지웅.
눈이 부신지 햇살을 가리며 이쪽을 두리번거린다.

홍실
지웅
죄송한데요. 그거 저 주시면 안 될까요?
예?

홍실 ‘ 잠시 만요’ 하고 뒤로 물러난다.
탁~ 지웅의 옥탑방 앞으로 착지하는 홍실, 빈 병들을 가방 안에 넣는다.
홍실 고맙습니다.
하고 다시 자신의 옥탑방 쪽으로 건너가려고 하는데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저기요.
네?
근데 그건 뭐 할려구..?
뭐하긴요. 팔아야죠.

하며 씩~ 웃는 홍실. (여기까지 #1의 반복)
-17-
지웅 (피식 혼잣말) 쳇.. 그게 얼마나 한다구.
멈칫하는 홍실, 뒤돌아서 지웅에게 뚜벅뚜벅 걸어온다.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이거 하나에 얼만 줄 알아요?
??
50원. 세 개면? 150원. 하루에 150원씩 365일을 모으면 얼마?
오오 이십오에...
5만 천 7백 5십 원. 그 돈이면 (지웅의 집을 보며) 이 집 일 년치
수도세 아닌가?
(홍실의 기세에 놀려 말을 못한다)...
지웅

Cut to.
집 뒤편에 있는 뭔가를 바라보는 지웅. 맥주병들이 가득 쌓여있다.
맥주병을 가득 담은 포대를 번쩍 들고 일어서는데.. 주인아줌마와 몇 명의 인부들이
올라온다.
지웅 ?
23. 동사무소 안. 오전.
홍실, ‘ 구장일’ 이라고 쓰인 임대차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누군가에게 넘겨준다.
지웅의 집 주인 아줌마다. 홍실, 가방에서 봉투를 꺼내며

홍실
주인아줌마
밀린 월세 60만원하고 두달 치 더해서 100만원이요. 고맙습니다.
아이고. 내가 더 저기허지~ 그 인간 안 봐서 속이 다 저거혀~
그리구 (계약서 보며) 이 사람이 실제로 이사 오는 건 아니라
이거지?
네.
그러면 말여. 그 집 딴 사람헌티 두 달 만이라도 저기혀서 나
용돈 좀 저거허먼 안될까?
홍실
주인아줌마

24. 재개발위원회 사무실. 오전.
서류를 준비해 어수룩한 직원에게 신고를 하는 홍실.

직원
홍실
직원
홍실
직원
(서류 보며) 구장일씨 구홍실씨. 어? 부녀가 바로 옆에 사시네요?
예. 저희 가족이 같이 있는 걸 좋아해서요.
그러면 그냥 한 집에 사시지. 왜..?
(씩 웃으며) 그 정도로 좋아하진 않구요.
아.. 그럼 어떻게.. 돈은 따로따로 입금시켜요?


-18-

홍실
직원
홍실
아뇨. 제 통장으로 같이 보내주세요.
그럼 7백 6만 8천원 곱하기 2니까.. (계산기를 두들기자)
천 4백 13만 6천원이죠.

25. 지웅의 옥탑. 오후.
웬 청년과 함께 지웅의 방을 나오는 주인 아줌마.

주인아줌마
청년
두 달 동안 잠만 자기엔 이만한 저기 읎어. 어뗘?
네. 괜찮네요. 근데 저건..?

옥탑 마당에 나와 있는 지웅의 세간. 지웅은 신경질적으로 담배를 뻑뻑 피고 있다.

주인아줌마
지웅
언능 저기 안 하고 뭐혀!!
아! 진짜! 이 많은 짐을 갑자기 어떻게 저기하라구요!!!

26. 커피숍. 저녁.
일층 창가에 앉아있는 홍실, 문득 자신의 손가락에 붙어있는 지저분해진 대일밴드를
인식하고는 얼른 떼어낸다. 테두리 떼를 벗겨내며 창 밖을 보는데 서글서글한 인상의
사람 좋아 보이는 양관우(28)가 걸어온다. 얼른 마무리하는 홍실.
나오는 여자를 위해 문을 잡아주는 매너 남 관우.
관우 (들어서며) 많이 기다렸지?
머그컵 두 개가 놓인 트레이가 나온다. 관우의 핸드폰이 울린다.

관우hey~ what's up? (홍실에게) 먼저 올라가 있을래? (나가면서)
tomorrow 10pm? you mean hongkong time or..

2층 창가 자리에 트레이를 놓는 홍실, 설탕이 보이지 않자 비치대로 가지러 간다.
종이봉투 설탕 하나를 집는 홍실, 갑자기 좌우를 둘러보고는 슬그머니 설탕을 한 움큼
집어 들어 주머니에 넣으려고 하는데..

점원
홍실
뭐 하시는 거예요?
(돌아보며) 네? 아.. 제가 설탕을.. 많이 타거든요.

점원이 계속 째려보자 슬그머니 제자리로 와서 20여개정도 되는 설탕을 다 털어 넣는
홍실.
홍실 (맛을 보고는) 아~ 이제 좀 먹을 만하네.
-19-
점원을 향해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이는 홍실. 그제야 자리를 옮기는 점원.
으웩- 토할 거 같은 홍실, 관우가 오는 모습을 보고 후다닥 설탕 봉투를 치운다.
Cut to.

홍실
관우
홍실
관우
홍실
관우
왜?
니 계좌 1억 5천 넘어가면 내가 감사 팀에 걸리거든.
아.. 근데 어떡하지? 내 주변에는 믿을만한 사람이 없는데..
가족이나 친구 중에도 없어?
(생각해보더니 고개를 젓는다) 니가 아는 사람은?
있기야 한데 그래도 니 돈인데 만약을 위해서라도 니가 아는 사람
으로 해야지.
...
정 안되면 최후의 방법이 있긴 한데.
?
차명계좌만 전문적으로 파는 브로커들 있거든. 왜 있잖아. 노숙자
들 명의 가지고..
아.. 근데 괜찮나?
진짜 믿을만한 사람 아니면 차라리 그게 나을 수도 있어.
...
암튼 생각해보자. (시계 보고) 난 사무실에 다시 들어가야 되는데.
(챙기며) 그래?
마시고 일어나. (많이 남은 홍실의 커피를 보더니) 커피 안 좋아
해?
아니.. 식어가지구.
나 식은 커피 좋아하는데 (손 내밀며) 안 그래도 밤 세야 되는..
(잽싸게 잡으며) 아.. 아냐. 내가 마실게.
홍실
관우
홍실
관우
홍실
관우
홍실
관우
홍실
관우
홍실
관우
홍실

커피를 마시는 홍실, 조금 마시고 다시 내려놓자, 관우가 자신이 마시겠다고 손을
내민다. 그러자 얼른 다시 마시는 홍실. 마치 날카로운 첫 키스를 하는 듯 쫙 펴지는
손과 발. 식은 땀을 흘리며 미소를 짓는 홍실. 관우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홍실도 따라
일어나다가 갑자기 휘청한다. 슈가쇼크. 잽싸게 홍실을 부축하는 관우.

관우
홍실
왜 그래? 괜찮아?
어.. 갑자기 멀미가...

바짝 붙어있는 두 사람의 얼굴. 얼른 일어나 몸을 추스르는 홍실.
다시 계단을 향해 가는 관우와 홍실, 설탕 놔둔 다이 옆을 지나가는데..
홍실, 마치 전문 소매치기와 같은 솜씨로 다시 설탕을 한 움큼 집어넣는다.
27. 지웅의 옥탑/홍실의 옥탑. 밤.
팔짱을 낀 채 뭔가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홍실.
-20-
세간에 기대어 꾸벅꾸벅 졸고 있는 지웅, 옆에는 먹다 남은 생라면 봉지가 보인다.
천상 노숙자 꼴이다. 홍실, 뭔가 결심한 듯..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저기요.
(화들짝 깨서 돌아본다)
몇 년생이에요?
예? 팔..산데요.
내가 팔 삼인데 그냥 서로 말 놓자. 술 한 잔 할래?

Cut to.
홍실의 마당. 아이스박스를 가져오는 홍실. 그 안에는 락앤락에 담긴 온갖 먹을 거리가
있다. 김밥, 갈비, 산적, 떡, 과일. 게다가 소주와 음료수까지. 이게 다 뭔가 싶은 지웅.
그것들을 꺼내서 아이스박스에 올리자 조그만 술상이 된다.

홍실
지웅
홍실
지웅
(잔과 소주를 주며) 따라 마셔.
혹시 맥주는.. ?
(도로 가져간다) 먹기 싫음 말고.
(잽싸게 잡으며) 아냐. 아냐.

Cut to.
약간 취한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갈 데는 있고?
갈대는 강변에 있겠지.
저 상황에 지금 농담이 나오나?
농담이라도 해야 살지.
(피식) 뭐 잘하는 거 없어?
잘하는 거? 음..

갑자기 닭 우는 소리를 내는 지웅. 진짜 잘한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진짜 닭.

홍실
지웅
여태까지 산 게 기적이다 싶다.
여태까지 살았으니까 앞으로도 어떻게든 살겠지 뭐. 성경에 365번
나오는 얘기가 뭔지 알아? 걱정하지 마라 야. 걱정한다고 뭐가
달라지나?

홍실, 지웅을 가만히 보다가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두 달 뒤에 이 동네 다 이사해야 되는 거 알지?
진짜? 왜?
왜긴. 재개발 때문이지.
아~ 자식들. 갑자기 그러면 난 어떡.. 아! 나는 쫓겨났구나.
(볼수록 어이없다) 그래서 말인데 두 달 동안 돈 좀 벌어볼래?
돈? 어떻게?
그건 차차 알게 될 거고.


-21-

지웅
홍실
얼마나 벌 수 있는데?
얼마나 벌고 싶은데?

지웅, 건너편 자신의 집과 세간을 보고는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글쎄.. 한 오백.. 만원?
오케이. 500.
진짜? 두 달 만에??
대신! 조건이 있어.
?
무조건! 반드시! 내가 시키는 대로 하겠다고 약속해.
뭐. 이상한.. 그런 거 아냐?
하기 싫음 말고.
아냐. 아냐. 할게. 뭐든지 시키는 대로 할게.
좋아. (지웅의 잔을 가져와) 따라봐.
(술을 따라준다)
우선 니가 지금 가지고 있는 돈 다 꺼내 놔봐. 십 원짜리 하나
남기지 말고.

주섬주섬 돈을 털어 올려놓는 지웅.

홍실
지웅
홍실
4천 7백 6십 원. 이게 다야?
응.. 병 팔고 남은 돈.
(원샷하고는) 자. 앞으로 내가 하는 얘길 잘 들어. 하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 (자기 주머니로 돈을 집어넣으며) 이 돈은 숙박료.
?
지웅

Cut to.
옥탑 마당에 텐트를 치는 홍실.

홍실니 이불 가지고 와서 여기서 자. 내일부터는 일찍 움직여야 되니
까 일찍 자고.
저기 혹시..
?
나 좋아하니?
뭐?
(배시시 웃으며) 아니 그러지 않고서야 왜 갑자기 나한테..
(무시하고 들어가며 혼잣말) 병신..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Cut to.
텐트 안. 누워있긴 하지만 말똥말똥 잠이 오지 않는 지웅.
몸을 뒤척이다 텐트 구석에 쓰여 있는 뭔가를 보는 지웅, 랜턴을 가져가 본다.
조그맣게 
‘ 씨발 누가 이기나 해보자’ 라고 쓰여 있는 혈서.
이게 뭔가 싶은 지웅의 표정.F.O

-22-
28. 오피스텔. 밤.
오피스텔로 들어서는 지웅과 경주.

경주
지웅
경주
지웅
경주
지웅
경주
지웅
(둘러보며) 와~ 좋네.
좋기는 더 좋은 데로 이사가야지.
오빠. 여긴 보증금이 얼마나 해?
500. 근데 월세가 쎄. 어떻게.. 나 먼저 할까? 아님 너 먼저 할래?
?
아! 같이하면 되겠구나.
뭐를..?
뭐긴. 샤워는 하고 해야지. 한 번 하는데 여관비 5만원 잡고, 여기
보증금 뽑으려면 샤워 백 번은 해야겠다. 그치? 어! 잠깐만 그럼
수도세 많이 나올 텐데. 음.. 그러지 말고 두 번 하고 샤워 한번.
어때?

경주, 몸을 배배꼬며 지웅의 발을 툭툭 찬다.
29. 다음날. 아침.
지웅의 발을 툭툭 차는 홍실. 부스스하게 텐트 밖으로 몸을 내미는 지웅.
팔목에 스카치테이프를 낀 홍실, 빈 박스들을 툭 내려놓는다.

홍실(지웅의 건너편 세간을 가리키며) 저 중에 너한테 꼭 필요하다 싶
은 물건들만 갖고 와. 이 박스 세 개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Cut to.
세간을 챙기는 지웅. 신발, 노트북, 옷가지, 만능 리모컨, 문서류 등을 담자 박스 세
개가 꽉 찬다. 텐트 옆에 마지막 박스를 내려놓는 지웅.
지웅 (옷을 잔뜩 껴입고 우쿨렐레를 맨 채) 나머지는..?
Cut to.
아저씨 두 명과 흥정하는 홍실, 냉장고, 세탁기, TV, 가스레인지, 등속을 팔고 있다.
전기 면도를 하며 그 모습을 건너편에서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지웅.
아저씨 “ 아이고 저 평상을 누가 사. 갖다 버려야지”
- 홍실 옥탑 마당에 놓인 지웅의 평상.
30. 골목길. 오전.
-23-
집 앞 골목에 서 있는 스쿠터를 끌어안는 지웅.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이건 안 돼!!
사람들이 뭔가를 살 때 착각하는 게 뭔지 알아?
?
필요한 것과 원하는 걸 구분하지 못한다는 거야. 그리고 원하는
것들 중엔 대부분은 필요 없는 것들이고. 대표적인 케이스가 이런
거지.
아냐. 난 이거 필요해.
무엇에?
그러니깐.. 아무튼 필요해. 넌 잘 모르겠지만 얘는 단순한 스쿠터
가 아니야. 서울에서 나하고 십 년 세월을 같이 한 내 동생 같은
애라구. 동생! 오죽했으면 내가 이름까지 붙였겠어.
이름이 뭔데?
아우..디.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스쿠터 어딘가에 붙어있는 아우디 엠블럼 스티커.

홍실
지웅
(어이없다) 기름 값도 없으면서 무슨.
이건 좀 봐주라. 응?? 제발~~

어쩔 수 없다는 듯 포기하고 발걸음을 옮기는 홍실. 쫄래쫄래 쫓아가는 지웅.

홍실
지웅
홍실
확실히 다 정리한 거 맞어? 잘 생각해봐.
글쎄.. 다 정리된 거 같은데. 내가 어디 돈 맡겨 놓은 것도 없고.
(생각났다는 듯 피식 웃으며) 맡겨 놓은 돈이 없다구?

31. 비디오 가게 앞. 오전.
비디오 가게에서 나오는 지웅, 홍실에게 만원을 보이며..
지웅 와~~ 나 이 보증금 완전 까먹고 있었는데..
32. 은행. 오전.
‘ 계좌개설 양식지’ 에 신상정보를 적어 넣는 지웅.
이름, 주민번호, 주소, 핸드폰 번호까지 다 쓰자 양식지를 낚아채는 홍실.
홍실 기다려.
뭔가를 하고 있는 지웅. 홍실이 다가온다.
홍실 (돈을 건네며) 자. 니 물건 판 돈 17만 7천원에다 어제 준 4천 7
-24-
백 6십 원 (통장을 내밀며) 500만원 만기 통장 만들었으니까
여기 다 십 원하나 남김없이 다 입급해. 지금.
통장 열어보는 지웅. 그런데 통장 명의가 홍실로 되어있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구홍실? 뭐야?
우량고객이라 내 이름으로 하면 이자가 1.2% 더 높대.
아니. 그래도..
만기 전엔 출금 안 되고, 어차피 통장은 니가 가지고 다닐 거니까
걱정할 거 없잖아.
....
시키는 대로 한다면서? 싫음 관두고.
지웅
홍실

어떻게 하나 싶은 지웅. 그런 지웅을 물끄러미 보는 홍실.
Cut to.
은행 밖. 앞장서서 나오는 홍실. 통장을 보면서 뒤따라 나오는 지웅.

홍실
지웅
홍실
몇 시야?
(핸드폰 보며) 열 시 사십육 분.
(손가락 장갑을 끼며) 넌 오늘 오전에만 19만 천 7백 6십 원을
모은 거야. 통장은 가지고 다니면서 돈 생기면 바로 바로 입금
하고, 숫자가 늘어나는 걸 두 눈으로 항상 체크해 알았어? 운전할
줄 알지?

33. 몽타주. 오전.
- 골목. 부릉~ 출발하는 다마스
- 다마스 안. 운전하는 지웅. 지도를 보고 있는 홍실.
- 국도를 달리는 다마스.
- 다마스 안. 락앤락에 담긴 어제 먹던 김밥을 꺼내먹으며 통화하는 홍실.
지웅은 냄새를 맡으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홍실 네 황작가님. 네. 173회 나왔던데요. 네. OO읍 사거리에서...
- ‘ 강원도’ 표지판을 지나가는 다마스.
34. OO 식당 앞. 오후.
OO 식당 앞에 서는 다마스.
홍실 기다려.
-25-
홍실, 뒤에서 판넬 하나를 꺼내더니 식당 안으로 들어간다.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한 다마스 뒷칸. 지웅, 무슨 판넬인가 싶어 남아있는 판넬을 본다.
지웅 참.. 이런 건 누가 팔아먹나 했더니...
옆에 놓인 클리어 파일을 펼쳐보는 지웅. 칼라 A4지가 잔뜩 끼워져 있다.
‘ 너무 너무 맛있어요. 강호동’ ‘ 세 그릇 먹고 갑니다. 대박나세요. 유재석’ 등..
모두 연예인의 사인이다. 이게 뭔가 싶은 지웅.
식당에서 나오는 홍실. 판넬을 그냥 가지고 왔다.

홍실
지웅
출발해.
어? 안 산대?

35. 시골 마을. 오후.
작은 산골마을에 들어서는 다마스.
지웅 저거 폐가 맞는 거 같은데.
어느 폐가 앞에 서는 다마스.
마당에 들어서는 지웅과 홍실.
삐뚤어진 문, 마당에 웃자란 풀들, 사람 없이 방치된 전형적인 폐가.
지웅 근데 여기서 뭘...?
방으로 들어가는 홍실. 그 뒤를 따라 들어가는 지웅.
방 안에는 옛날에 쓰던 물건들이 먼지가 쌓인 채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물건들을 뒤지는 홍실, 뭔가를 발견한다. ‘ 철수, 영희’ 나오는 옛날 국어 교과서.
홍실, 그걸 지웅에게 보여주며
홍실 하나. 세상에 쓸모 없는 물건은 하나도 없다.
Cut to.
다마스 뒷칸. 옛날 장난감, 철제 도시락, 옛날 전화기, 돌확, 호미 등이 쌓여가는 디졸브.
쿵~ 하고 문이 닫힌다.
36. OO 식당. 오후.
다시 그 식당 앞에 서 있는 다마스.

홍실
지웅
홍실
(판넬을 넘기며) 얼마라구?
15만원.
(파일을 들어 보이며) 이건?


-26-
Cut to.
식당 안. 지웅에게 돈을 건네는 아줌마.

아줌마
지웅
웬 아가씨가 와가지구 이런 걸 20만원 달라 그러는 거야. 나 참..
아! 그리고 (파일을 보이며) 이걸 판넬 옆에 붙여놓으시면 좀
더...

파일을 펼쳐보는 아줌마.

아줌마
지웅
(조심스럽게) 이건.. 얼만데요?
네. 장당 만원입니다.

Cut to.
맛 집에 가면 의례히 걸려있는 TV화면 캡처한 그 판넬 옆에 싸인 A4지를 붙이고 있는
아줌마.
37. 다마스 안. 해질녘.
노을이 지웅과 홍실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홍실은 은행원처럼 돈을 세고 있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돈 버는 거 말야 좀...
좀 뭐?
좀 건전한 거는 없나?
따슨 밥이든 식은 밥이든 어차피 다 미지근한 똥 되는 거야. 건전
은 개뿔.
아니.. 아무리 그래도 저런 물건들 막 들고 오면 안 되는 거 아냐?
야. 우리가 안 가져가면 다른 놈들이 먼저 가져가는 거야. 너 아프
리카 영양 알지? 치타한테 잡아 먹히는 애들. 걔들한테 중요한 게
뭔지 알아?
?
그건 치타보다 빨리 뛰는 게 아니라 다른 영양보다 더 빨리 뛰는
거야.
참.. 말을 어쩜 저렇게 잘하실까.
야! 너 때문에 까먹었잖아!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38. 토토 가게. 저녁.
‘ 토토의 오래된 물건’ 가게가 보인다. 홍실이 상당히 많은 돈을 세면서 나온다.
39. 다마스 안. 저녁.
-27-
지하철 역 앞에 서 있는 다마스.

홍실
지웅
홍실
니가 오늘 한 일이 얼마 정도의 일당이라고 생각해?
(비스듬히 앉아) 글쎄 한.. 십만 원?
(피식) 하나! 무조건 더 불러라. 손해 볼 거 없다. (봉투를 넘겨
주며) 자! 오늘 일은 끝났으니까 너 볼일 봐. (차에서 내리며)
은행 보이면 바로 입금하고!

홍실, 문을 닫고는 인도와 차도 사이의 차단 펜스를 가볍게 뛰어 넘는다.
얼른 봉투를 열어보는 지웅. 이십만 원이 들어있다. 놀라는 지웅.
지폐를 떨어트려 몸을 숙여 집어 드는데 홍실이 창문을 두들기자 깜짝 놀란다.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저기.. 뭐 하나만 물어보자.
?
그러니깐.. 음.. 남자들은 어떤 여자를 좋아하냐?
뭐.. 그거야 사람마다 다르지.
음.. 말을 잘 하는 여자랑 말이 적은 여자 중에 고르라면?
굳이 고르라면.. 적은 여자?

40. 프라이빗 뱅크 안. 밤.
외국계 은행 ‘ 메이튼 프라이빗 뱅크 센터’ . 룸이 쭉 늘어선 복도를 지나가며 손가락
장갑을 벗는 홍실. 불 켜진 한 룸. 양관우가 삼각김밥을 먹으면서 모니터를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열린 문을 똑똑- 하는 홍실.

관우
홍실
관우
홍실
관우
왔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앞에 앉는다.)
아! 저녁 먹었어?
(끄덕끄덕)
월말보고 해야지? 우선 MMF쪽에 이번에 만기된 3천만 원하고..
어? 내가 너무 급하게 돈 얘긴가?
(고개를 가로 젓고 마저 얘기하라는 제스처)
응. 3천만원하고 또 그 천사백만원을..
홍실
관우

홍실, 지웅의 조언을 과도하게 해석하고 있다.
홍실에게 뭔가를 열심히 설명하는 관우가 창 밖으로 보인다.

관우... 그리고 채권 쪽에서 4.3%면 나쁜 건 아닌데. 뭐랄까.. 나는 좀
성에 안차네. 어떻게 할까? 여전히 제일 안전한 걸로?
(끄덕끄덕)
그래 그럼. 근데 무슨 일 있어?
(절레절레)
오늘따라 말이 없네.
(어색한 미소)
홍실
관우
홍실
관우
홍실


-28-

관우
홍실
아! 그리고 얘기했던 건?
(쓸 거를 달라는 제스처)

회사 펜과 메모지를 건네주는 관우.
홍실, 관우 안보이게 뒤돌아서 지웅이 썼던 ‘ 계좌개설 양식지’ 를 꺼낸다.
메모지에 지웅의 이름, 주소, 주민번호를 적어서 넘겨준다.

관우
홍실
관우
오케이. 두 달 정도 쓸 수 있다고?
(끄덕끄덕)
계좌 열어서 알려줄 테니까 이제부터는 이쪽으로 송금해. 근데
누구야? 믿을 만한 사람이야?
(크게 끄덕끄덕)
혹시.. 남자 친구?
(혐오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젓는다.)
(미소) 이 계좌에서 수익 많이 나면 사례 좀 해줘. 누군진 몰라도.
(표정이 갑자기 변하며) 사례? 얼마나?
보통 10%정도 주는 게 관례지.
뭐?! 저기.. 관우야. 있잖아.. 내가 안 그래도 그걸 생각해봤는데
말야. 진짜 사례는 물고기를 주는 게 아니라 물고기를 낚는 법을
가르쳐 주는 거라고 생각하거든. 내가 돈이 아까워서 그러는 게
홍실
관우
홍실
관우
홍실
관우
홍실

아니라. 그렇잖아. 돈 몇 푼 줘봐야 그게 무슨 소용이겠어. 사람이
사람 노릇하게 만들어 주는 게 진짜 사례지. 안 그래?
관우 (놀란다) 그.. 그렇지.
홍실, 그제서야 정신 차리고 다시 다소곳해 진다.
41. 거리. 밤.

관우우리가 일년 전에만 만났어도 니 자산이 20%는 더 늘었을 텐데.
싸이 좀 하지 그랬어. 내가 너 얼마나 찾았었는데.
그.. 그래? 아! 그리고 아까 얘기 못했는데.
?
두 달 뒤에 500만원 만기 되는 거 하나 있을 거야.
또? 와~ 홍실아?
?
근데 너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하길래 그렇게 돈을 잘 버는 거야?
뭐.. (씩 웃는다)
확실히 오늘 좀 이상해. (술집을 가리키며) 저기. 아! 막걸리 괜찮
아?
응. 막걸리 좋아해.
잘 됐네. 저 집 막걸리 전주에서 가져오는 건데 맛이 끝내주거든.
어떻게.. 고생하고 있는 매니저한테 오늘은 한 번 쏘나?
홍실
관우
홍실
관우
홍실
관우
홍실
관우
홍실
관우

갑자기 걸음을 멈추는 홍실, 표정이 싹 변한다.
-29-
관우 (계속 걸어가며) 아무리 친구지만 너 지금까지 나한테 껌 한 통
안 사준 거 알어? 내 고객 중에는 차 사주겠다는 사람..
홍실 저기..
42. 도로. 밤

홍실
관우
미안..
미안하긴. 아버지가 입원하셨다는데 빨리 가봐야지. 근데 괜찮으신
거야?
어. 괜찮아. 금방 퇴원해.
홍실

택시를 잡는 관우, 친절하게 뒷문을 열어주는데 홍실은 난감하다.

관우
홍실
관우
홍실
왜?
나.. 멀미해. 택시타면. (택시 문을 닫으며) 죄송합니다.
그럼 잠깐 기다려. 내가 차 가지고 올게.
아냐 아냐. 여기서 버스타면 금방 가.

43. 버스 안. 밤.
버스 창가에 앉아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는 홍실, 조금 전의 일을 떠올리고 있다.
홍실 으유~~ (하더니 머리를 쿵쿵 찧는다)
이때, 꼬부랑 할머니가 버스를 타려고 다가오는데 버스가 그냥 출발해 버린다.
그 광경을 보던 홍실.
홍실 (벌떡 일어나 운전사에게 가며) 아저씨!!! 사람 타잖아요!!!
급정거하는 버스. 할머니가 타는 것을 부축해주는 홍실, 운전사에게 계속 따진다.
홍실 할머니라고 뭐 빨리 안 걷고 싶어요? 몸이 그렇게 안 움직이는 걸
어떡해요! 습관 되고 버릇돼서 몸이 그렇게 안 되는 걸 어떡하냐
구요! 사람들이 말야... 어? 할머니. 그래도 카드는 찍으셔야죠.
‘ 이게 지금 무슨 시추에이션인가?’ 싶은 버스 운전사. (지웅과 만났던 그 운전사)
44. 홍실의 옥탑. 밤.
하얀 옷걸이를 들고 옥탑에 올라서는 홍실. 지웅이 문고리를 잡고 죽어가고 있다.
-30-
Cut to.
변기에 앉아 일을 보는 지웅, 살았다는 표정이다.
옆에는 공중화장실에 있을 법한 초대형 두루마리 휴지가 노끈에 매달려 있다.
화장실에서 나오는 지웅, 그제서야 처음으로 홍실의 집 안을 본다.
각종 잡동사니로 꽉 들어찬 집 안. 정작 있어야 할 기본적인 살림이 없다.

지웅
홍실
지웅
뭐야? 티비도 없어?
(옷걸이로 뭔가를 만들며) 그게 뭔데? 먹는 거야?
참나.. 아! 덕분에 돈 버는데..

지웅,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홍실에게 내민다.

지웅
홍실
지웅
남자친구 만나러 가는 거 같던데 이런 거라도 좀 바르면..
뭐야 이게?
아~ 이게 최신 유행인데 한쪽은 아이라이너 한쪽은 마스카라
그러니까.. 21세기 최첨단 하이테크놀러.. 뭐 아무튼 좋은 거야. 첫
수입 생긴 기념으로 뭘 살까 고민하다가..
당장 가서 물러와.
에이~ 그러지 말고 받어. 내가 고마워서 그래.
지랄한다. 병신.
홍실
지웅
홍실

존경하는 사람에게 한 대 맞은 것 같은 지웅, 아이라이너를 그냥 놓고 나간다.
평상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지웅.
홍실 야!
45. 동네 골목. 밤.
앞장서서 걷는 홍실을 따라가는 지웅.
고무장갑을 끼고 있는 홍실, 까만 비닐봉지를 들고 있다.
지웅 ?
어느 전봇대 앞에 서는 홍실. 전봇대 아래엔 쓰레기 봉투들이 모여 있다.
홍실 봐.
쓰레기 봉투를 벌려 그 틈 사이로 까만 비닐봉지 안에 있던 자신의 쓰레기를 끼워
넣는다. 지웅, 그 모습을 보더니 졌다는 듯 고개를 가로 젓는다.
냄새를 참아가며 힘들게 쓰레기를 치우는 홍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지웅.
도대체 이 여자는 뭔가 싶다..
지웅 알았어. 내가 할게.
-31-
홍실에게 비키라 하고 지웅이 쓰레기를 치운다.
사내답게 씩씩하게 쓰레기를 치워가는 지웅. 그런 지웅을 물끄러미 보는 홍실.

홍실
지웅
장갑 끼고 해.
됐어. (뭔가를 보고는) 아~~ 악!!!!! 쥐!!

소스라치게 놀라는 홍실에게 컴퓨터 마우스를 들어 보이며 씩~ 웃는 지웅.
Cut to.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지웅과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싸웠구나?
?
에이~ 내가 딱 보면 알아요. 데이트하다 싸웠지? 그치?
데이트? (피식) 나한테 절대 있을 수 없는 세 가지가 뭔지 알아?
?
종교, 병, 그리고 연애.
그게 뭐야?
반드시 돈 드는 것들.
에이~ 그래도 사람이 연애를 안 하고 살 수 있나.
잘 사는 사람 여기 있거든.
아니 내 말은 그러니까.. 뭔가.. 타인과의 교감을 통한 응? 삶의
의미 뭐 이런 게 필요하다는 거지.
의미는 무슨 목표만 있으면 되지.
그래서? 목표가 뭔데? 사람 사는 목표 결국 행복해지는 거 아냐.
그러려구 연애도 하는 거고.
행복? 사람은.. 행복해지려고 하니까 불행해지는 거야.
....
홍실
지웅
홍실
지웅

멀리 아파트 단지 불빛이 보인다. F.O.
46. 술집. 저녁.
술집에 모인 세 친구. 태우와 창근은 여전히 양복차림이다.

태우
창근
지웅
사업?
무슨 사업?
어우~ 한두 가지가 아냐. (손가락을 꼽으며) 웨딩사업.

지웅과 홍실이 했던 일들이 빠르게 펼쳐진다.
- 예식장. 사진사 “ 신랑 신부 친구분들 나오세요”
정장을 입은 지웅과 홍실이 일어난다.

-32-
단상에 올라가 사진을 찍는 지웅과 홍실. 찰칵!
- 다른 홀. 사진사 “ 던지세요~”
부케를 던지는 신부. 박수치는 지웅과 홍실. 찰칵!
- 예식장 사무실. 직원에게 두꺼운 만원 다발을 받는 홍실.
- 식당. 지웅은 락앤락에 음식들을 담아 아이스박스에 넣는다.
- 주차장. 정장 입은 몇 명에게 일당을 나누어 주는 홍실.
지웅 그리고 또.. 스포츠 마케팅.
- 밤. 두꺼비 집 안에 아이스크림을 넣는 홍실. 지웅 “ ?”
- 네트가 많은 야외 배드민턴 장. 조명을 밝힌 채 배드민턴을 치고 있는 중년들.
그 틈에 끼어 배드민턴을 치고 있는 지웅과 홍실.
- 두꺼비 집 안에 있던 아이스크림이 녹아 빠지직!!
- 조명이 나가자 사람들 우왕좌왕한다. 하지만 홍실과 지웅만 유유히 배드민턴을 즐기
고 있다. 그들의 공은 야광! 그 모습을 신기한 듯 쳐다보는 사람들.
- ‘ LED 야광셔틀콕 3개 세트 만원’ 공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선다.
지웅 그리고 그걸 뭐라고 불러야 되나. 음.. 사운드 비즈니스?
- 평상. 오후. 공 테이프가 데크에 꼽힌다. 녹음버튼을 누르는 손.
데크에 연결된 라인을 따라가 보면 마이크가 보인다.
“ 울릉도 오징어가 왔으요~ 울릉도 처녀가 직접 잡은 싱싱한 생물 오징어~”
홍실이 마이크에 대고 녹음을 하고 있다.
지웅 차례. “ 법성포 영광 굴비~ 일단 한 번 맛을 보시고..” 홍실이 녹음버튼을
끈다. “ 야! 너 전라도래매! 사투리를 써야지! 다시!”

창근
지웅
그래서? 돈은 많이 벌어?
에이~ 많이는 뭘. 그냥 니들 술 한 잔 사줄 수 있는 정도..

하며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빼려는 지웅.

지웅
태우/창근
지웅
어? 지갑 놓고 왔다.
믄데? / 뭐야?~~
미안하다 야. 내가 다음엔 꼭 사줄게. 진짜. 아! 태우 너 누구 만나
냐? 창근이 맨날 못 들어오게 한다면서.
만나긴 무슨.. 잠만 자는 거지.
10만원?
태우
지웅


-33-

태우
지웅
태우
창근
태우
창근
지웅
태우
지웅
10만원이면 열 번은 하지.
그거밖에 안 들어?
가가 직장인이라 돈이 좀 있거든. 내사 뭐.. 콘돔 값 정도?
근데 그 동업한다는 사람은 믿을 만 한 거야?
그니까. 니가 돈 번다카이 왜 내가 다 불안하노.
그 사람 뭔가 좀 의심스러운 거 없어?
글쎄..
생각 잘 해라. 괜히 뒤통수 맞지 말고.
(좀 생각하더니) 에이~ 없어. 없어. 걱정하지마. 마셔!

47. 은행 자동화 창구. 밤.
얼큰하게 취한 지웅, 다른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낸다. 십만 원 수표가 여러 장 있다.
지웅 니들, 우리 사부님이 뭐라 그랬어? (귀에 갖다 대고) 뭐? 안 들
려~ 그래~ 니들은 팀이야 팀! (한 장씩 세며) 투수, 포수, 일루수,
이루수, 삼루수, 유격수, 좌익수, 중견수, 우익수 그리고..(한 장이
남는 다) 타자! 니들은 한 팀이란 말야. 알았지? 흩어지면 안 되는
거야. 절대루~
자동화기기 앞으로 가서 입금을 하려는 지웅. 뒷주머니에서 통장을 꺼내 집어넣으려고
하다가 멈칫하고 통장을 본다. ‘ 구홍실’ 이라는 이름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지웅.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민트. 놀라는 지웅.
지웅 (조심스럽게) 여보세요. (얼굴이 확 펴지며) 아니~ 안 그래도
전화하려고 그랬는데 연수다 뭐다 해서 바빠가지구.. 어? 라이딩?
내일? 조오치~
돈을 다시 지갑에 넣는 지웅.
48. 홍실의 옥탑 안. 밤.
아버지와 마주보고 앉아있는 홍실, 아버지를 꼴 보기 싫은 선배 대하듯 한다.

홍실 부내 주소가 이 옆집으로 돼 있던데. 나 찾아오라고 일부러 그런 거
아냐?
...
(방 안을 둘러본다)
홍실
홍실 부

그 사이 홍실은 잽싸게 옆에 붙은 사진을 빼서 감춘다. 그 나무를 찍은 사진이다.

홍실
홍실 부
뒤져 봐야 소용없어. 나한테는 돈 한 푼도 없으니까.
자식.. 내가 오늘은 돈 주러 왔다. 자! (봉투를 내민다) 이걸로 맛


-34-
있는 거 사먹고 옷도 좀 사 입고. 임마.

홍실
홍실 부
홍실
홍실 부
홍실
홍실 부
홍실
홍실 부
홍실
홍실 부
홍실
홍실 부
홍실
같이 사는 아줌마나 갖다 줘.
....
또?
조미료를 얼마나 많이 쓰는지. 어휴..
그래서?
그래서는 뭘.. 혼자 있지.
지난번에는 뭐였어? 빨래가 뭐?
하얀 옷을 얼마나 하얗게 빠느냐. 이게 얼마나 중요한 건데.
조미료 안 넣고 흰 옷 일일이 삶아서 빨래하는 사람 있으면?
그런 사람 있으면 내가 아주 여왕처럼 모시고 살지.
(차갑게) 근데 엄마한테는 왜 그랬어?
...
이걸로 산채비빔밥 사먹고 세탁비나 하셔.

49. 홍실의 옥탑. 밤.
지웅, 집에서 나오는 홍실 부와 마주친다.

지웅/홍실 부
홍실 부
홍실
홍실 부
?
(홍실에게) 보이 후렌드?
(밀치며) 빨리 가!
쓰~ 가만있어봐. (지웅에게) 안녕하십니까.

홍실 부, 지웅에게 악수하자는 듯 손을 내밀자 지웅도 얼른 손을 내민다.
그런데 지웅은 오른 손, 홍실 부는 왼손이다.
지웅, 얼른 손을 바꿔 왼손을 내민다. 악수하는 두 사람.

지웅
홍실 부
천지웅이라고 합니다.
카~ 이름이 참.. 팔공산 위로 날아가는 한 마리 학 같구만.

지웅, 그제야 홍실 부의 오른손이 의수라는 것을 확인한다.

지웅
홍실 부
?
우리 홍실이랑 어떤 사이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봉투를 꺼내
며) 잘 부탁 드립니다.

지웅, 이게 뭔가 싶어 홍실을 쳐다보는데 홍실은 창피한지 딴 곳을 쳐다본다.

홍실 부
지웅
홍실
어른이 주면 고맙습니다 하고 받아야지.
(엉거주춤 받으며) 네.. 고맙습니다.
(밀치며) 빨리 가 좀.

Cut to.
-35-
지웅, 봉투를 확인해 본다. 2백만 원짜리 수표다. 헉!! 평상에 앉는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아버지?
... 타짜야.
진짜?
유명해. 실력 없는 걸로.
아~ (그래서 손이..)
5년 전에 사업 다 말아먹고 화투를 화두 삼아 제2의 인생을 개척
하고 자빠졌지.
근데. 이거 내가 가져도 돼?
(피식) 갖고 있어봐.
?
(일어선다) 아. 뭐 하나 물어보자. 사람들은 보통 어디를 가냐?
어떤 사람들?
그냥 뭐.. 사람.. 남자. 여자.
둘이?
뭐..
서울에서 젊은 남녀가 자주 가는 세 군데가 있지. 극장, 카페,
여관.
돈 안 드는 데는 없어?
돈 안 드는 데라.. 한강?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Cut to.
새벽. 텐트 안. 정신 없이 자고 있는 지웅. 누군가 텐트로 스~윽 들어온다.

홍실 부
지웅
홍실 부
지웅
홍실 부
(지웅의 뺨을 툭툭 치며) 얌마! 일어나봐! 야!
어? (알아보고는) 아.. 안녕하세요.
야. 내가 아까 줬던 돈 있지. 그거 줘봐.
예?
아까 줬던 수표 있잖아 임마. 얼른!

어리둥절한 지웅, 벗어놓은 바지 주머니를 뒤져 그 수표를 꺼낸다.
수표를 낚아채 가는 홍실 부, 갑자기 멈춰서더니

홍실 부
지웅
홍실 부
야. 너 돈 좀 가진 거 없어?
네? (바지를 품속으로 끌어당기며) 어.. 없는데요.
진짜 없어?

하며 홍실 부, 우악스럽게 지웅의 바지를 낚아채 뒤진다.
앗! 뭔가 손에 잡힌다. 꺼내보는 홍실 부. 고려은단이다.
홍실 부 어디 백날 먹어봐라. 담배가 끊어지나.
은단을 챙겨 텐트를 나가는 홍실 부. 어리둥절한 지웅. F.O.
-36-
50. 몽타주. 오후.
- 한강 고수부지를 나란히 걷고 있는 홍실과 관우.

홍실처음엔 5천만 원을 모았는데 뭔가 좀 불안하더라구.. 이걸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싶고.. 그래서 다시 1억을 모았는데 그래도 여전
히 불안한 거야.
그래서 목표가 2억이 된 거구나.
응.
음.. (계산해보더니) 지금 추세면 한 달이면 되겠다. 목표달성.
덕분에.. 고마워.
고맙긴. 근데 2억으로 뭐 할거야?
어? 그건.. 아직 생각을 못해봤는데.
5억 모으면 되겠네. 2억도 사실 좀 불안하지. 안 그래?
관우
홍실
관우
홍실
관우
홍실
관우

- 서울 근교.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달리는 경주와 지웅. 신이 났다.
- 여전히 고수부지를 걷고 있는 홍실과 관우.

관우
홍실
관우
홍실
관우
콘서트 안 좋아해?
그건.. 얼마나 하는데?
얼마더라? 18만원이던가?
(휘청~) 저기.. 근데 내가 사람 많은데 가면 멀미를 좀...
또? 너 그거 병원 가봐야 되는 거 아냐?

- 모텔이 보이는 가게 앞. 스쿠터를 세워두고 음료수를 마시는 지웅과 경주.

지웅
경주
(스트레칭 하며) 아우~ 오랜만에 달렸더니 피곤하네.
(모텔로 차 한 대 들어가는 걸 보고) 근데 오빠. 나는 저런데
들어가는 사람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
응??
다른 사람이 썼던 이불을 쓰는 거잖아. 으~~~
(쩝..)
아! 그 시삽 오빠 있잖아. 스쿠터샵 차렸대.
그래?
나보고 맨날 가게 한번 놀러 오라고 귀찮게 해서 그냥 얘기 해버
렸어. 오빠 만난다고.
(씩~ 웃으며) 잘했네.
오늘은 집 구경 시켜주는 거지?
어?
지웅
경주
지웅
경주
지웅
경주
지웅
경주
지웅

- 해질녘. 여전히 고수부지를 걷고 있는 홍실과 관우의 실루엣.

관우(v.o)
홍실(v.o)
홍실아.
응?


-37-

관우(v.o)
홍실(v.o)
관우(v.o)
우리 지금 성산대교 밑이야.
그래? (획 뒤돌더니) 그럼 돌아갈까?
걸어서? 한남대교까지?

51. 명품 구두 가게. 저녁.
쇼윈도. 넋이 반쯤 나간 채 어떤 구두를 쳐다보는 경주.

경주
지웅
예쁘지?
어. 예쁘네.

구두 밑에 쓰여 있는 가격표를 보고 놀라는 지웅. 80만원.
경주 (땅이 꺼져라 한 숨을 쉰다) 휴~~~ 그럼 뭐해.
고개를 푹 숙이고 스쿠터로 향하는 경주.
뻘쭘히 뒤따르는 지웅. 스쿠터에 올라타는 경주.

경주
지웅
경주
(풀 죽은 목소리) 오빠. 나 집에 갈게.
어? 우리 집에 간다면서?
나중에.

출발하려고 하는 경주.
지웅 경주야. 잠깐만.
Cut to.
가게 안. 그 구두를 신고 이리저리 비춰보는 경주.
지웅은 계산대에 서서 지갑을 본다. 그 많던 돈이 거의 다 사라졌다.

경주
지웅
직원
어울려?
응.. 잘 어울리네.
부가세 포함 88만원. 영수증 여깄습니다.

52. 창근과 태우의 오피스텔. 밤.
오피스텔로 들어서는 지웅과 경주. 경주의 손에는 쇼핑백이 들려있다.

경주
지웅
경주
지웅
경주
(둘러보며) 와~ 좋네.
좋기는 더 좋은 데로 이사가야지.
오빠. 여긴 보증금이 얼마나 해?
500. 근데 월세가 쎄. 어? 잠깐만.. 이거 데자뷴데..?
오빠. 나 화장실.


-38-
지웅 어? 어.. 저기.
Cut to.
경주, 스탠드를 만지작거린다. 지웅은 커피를 뒤지고 있다.

지웅요즘엔 사무실에서 커피를 다섯 잔씩 마시고 그래 가지구.. 집에서
는 통.. 어디다 뒀더라..
오빠. 그러지 말고 시원한 맥주나 한잔 하자.
그럴까? 근데 너 운전하려면...
어차피 피곤해서 당장 못할 거 같은데. 좀 쉬었다 가지 뭐.
그.. 그럴래?
오빠가 선물 사줬으니까 내가 갔다 올게.
경주
지웅
경주
지웅
경주

경주, 지웅에게 손을 내민다.

지웅
경주
지웅
뭐..?
술 값.
아~~ (지갑을 꺼낸다)

Cut to.
PC방에 나란히 앉아 게임 하는 태우와 창근. 태우와 통화하는 지웅.

지웅
태우
몇 번째?
세 번째.

서랍을 여는 지웅. 서랍 전체가 국가, 특성 별로 콘돔이 깔끔히 정렬되어 있고 각종
섹스토이들도 눈에 띤다.

창근
태우
지웅
여관비 달라 그래. 4만원.
야. 창근이가 5만원 놓고 가란다.
(콘돔 고르며) 알았어. 알았어. 내가 놓고 갈게. 아무튼 내가 전화
하기 전까지는 절대 들어오면 안 된다. 알았지?

- 인서트. 경주가 벨을 누른다.

지웅야. 왔다. (현관으로 가며) 절대루 들어오면 안 된다. 절대루~ (전
화를 끊고 문을 열며) 오래 걸렸네...

웬 아줌마가 반찬 통을 들고 서 있다.

지웅
창근 모
지웅
창근 모
지웅
??!!
누구...??
저.. 지웅인데요. 창근이 친구.
아. 지웅이구나. 오랜만이네.
창근이 지금...


-39-
경주 (들어오며) 오빠. 내가 깜빡하고 한 층을 더..
현관에 선 세 사람. 경주와 창근 모, 서로를 이상하게 쳐다본다.

지웅
창근 모
경주
창근 모
경주
창근 모
지웅
창근 모
경주
(창근 모에게) 어머니! 여기... 여자 친구예요.
아 그래~
아! 어머니세요. 안녕하세요. 하경주라고 합니다. (술을 감춘다)
그래요. 참 곱상하게도 생겼네.
아유. 어머니가 더 고우신데요, 뭘.
하이고. 말도 예쁘게 하고. 근데 창근이는?
아! 저기 도서관 간다고...
그래?
들어가세요. 어머니. 왜 서계세요.

들어오는 세 사람. 창근 모, 들고 왔던 반찬 통을 냉장고로 가져간다.
그 사이 경주에게서 술을 받아 숨기는 지웅.

창근 모
경주
창근 모
경주
지웅
경주
지웅
(반찬 통을 냉장고에 집어넣으며) 취직은?
어? 어머니 모르세요? 오빠 에스케이 텔레콤 취직했어요.
오~ 그래? 잘 됐네.
?
(경주에게 속삭인다) 놀래켜드리려고 아직 말씀을 안 드렸거든.
(속삭인다) 별로 안 놀라시는데.
(속삭인다) 어머니가 고혈압 때문에 쓰러지고 나서 그 뭐냐.. 감정
을 일부러 좀 자세하시거든. 무리가 오실까 봐. 저 정도면 엄청
놀라신 거야.
창근이도 얼른 취직이 돼야 될 텐데 걱정이다 걱정.
(지웅에게 속삭인다) 창근이가 누구야?
(역시 속삭인다) 어.. 사촌 동생인데. 어렸을 때 어머니가 키워서
정이 많이 들었거든. 우리 집에 자주 놀러 오고 그래.
취직을 해야 너처럼 이쁜 아가씨도 생기고 장가도 가고 그럴
텐데.
걱정 마세요. 어머니. 곧 될 거예요.
니가 창근이 좀 도와줘. 그 녀석이 머리는 좋은데 요령이 없어.
네.
그래. 그러면 놀다 가~
예. 어머니. 들어가세요.
창근 모
경주
지웅
창근 모
지웅
창근 모
지웅
창근 모
지웅

창근 모, 현관으로 향하는데 누군가 도어락을 열고 들어온다.
모두다 현관을 쳐다보는데... 웬 젊은 여자가 들어온다.
헤드폰을 쓰고 들어왔다가 사람들을 보고 헤드폰을 벗는다. 약간 날티나 보인다.

송이
지웅
경주
어? 지웅이 오빠.
어... 송이야.
누구야?


-40-

지웅
창근 모
지웅
송이
창근 모
송이
창근 모
송이
창근 모
아.. 인사해. 여기 창근이 여자 친구 송이. 여기는 민트 아니 경주.
창근이 여자친구?
소.. 송이야. 인사 드려. 어머님.
안녕하세요. (지웅에게) 오빠는 어디 갔어?
(송이를 달갑지 않게 보며) 도서관 갔다.
어? 오빠가 일루 오라 그랬는데.
(버럭) 창근이가 왜?!
왜 그러세요?
왜 그러냐니. 니가 맨날 창근이 불러내고 그러니까 창근이가 여태
취직도 못하고 그러는 거 아냐!!
아니. 오빠 취직 못한 거랑 아줌마랑 무슨 상관인데요.
뭐? 아줌마?! 너 다시 말해봐. 아줌마?! 너 내가 누군..
어머니! 진정하세요. 창근이 취직 못한 게 송이 잘못은 아니잖아
요.
소리 지르시면 안 돼요. 어머니. 혈압에 무리 와요. (송이에게) 넌
나이도 어려 보이는데 어른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니!
아~ 진짜. 니가 나를 언제 봤다고 반말이야.
뭐?! 야! 너 일루와 봐.
경주야 참아. 참아. 송이야 너도 이러는 거 아니지. 어머니도 좀
진정하시구요~
송이
창근 모
지웅
경주
송이
경주
지웅

- 인서트. 창근 “ 어! 맞다!”

송이아니 내가 뭘 어쨌다고 나한테 뭐라 그러냐구. 그리고 오빠는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온 가족이 출동해서.
그래!! 너 같은 애 못 만나게 하려고 다 출동했다. 왜!!
어머니. 조심하세요.
창근 모
경주

송이의 핸드폰이 울린다.

송이
지웅
어. 오빠. 아니 여기 지웅이 오빠랑...
(화들짝 놀라 얼른 송이를 끌고 나간다) 송이야 잠깐만.

송이를 밖으로 데리고 나온 지웅.

송이
지웅
잠깐만. (지웅에게) 오빠 바꿔 달래.
(받아서 확 끊는다) 송이야. 내가 나중에 설명할 테니까. 일단...

한편, 안에서는

경주
창근 모
어머니. 괜찮으세요?
내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상하다 싶었어. 창근이가 절대로 취직
을 못할 애가 아니거든.
어머니 힘내세요. 지웅이 오빠가 있잖아요.
???
경주
창근 모


-41-
얼른 문을 열고 들어오는 지웅.
53. 태우와 창근의 집 앞. 밤.
경주를 배웅하고 있는 지웅.

경주
지웅
경주
지웅
경주
지웅
경주
(헬멧 쓰며) 오빠는 어머니가 더 먼저구나.
아니 그게 아니라. 혈압이 너무 오르셔가지구. 아무래도..
치~ 알았어. 들어가.
그래. 차 조심하고.
(손을 내민다)
?
기름 값 좀.

출발하는 경주. 완전히 다 털린 지갑을 멍하니 바라보는 지웅.
54. 홍실의 옥탑. 밤.
불 꺼진 텐트를 보고 있는 홍실. 핸드폰을 꺼내는데 마침 지웅이 온다.
홍실 너 내일 갔다 줄 거 녹음 다 해놨어?
듣는 둥 마는 둥하고 평상에 가서 담배를 꺼내 무는 지웅.
홍실, 그런 지웅을 가만히 보다 다가간다.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지금까지 모은 거 320정도 되지?
응??
통장 줘봐.
.. 왜?
줘봐. 얼른.
저기.. 그게..

지웅이 머뭇거리자 동네 꼬마 삥 뜯듯 얼른 뒷주머니에서 통장을 낚아채는 홍실.

홍실
지웅
홍실
지웅
뭐야? 왜 220밖에 안 돼?
그게 말야.. 어떻게 된 거냐면..
썼어?
아니. 아니. 잠깐 빌려 준거야. 내 친구 창근이라고 있는데.. 걔가
갑자기 수술비가 필요하다고..
수술? 근데 왜 니가 돈을 꿔줘?
그게 말야.. 치질수술이라.. 다른 사람한테는 말하기 창피하다고.
뭐? (어이없다) 니가 지금 누구 돈 꿔줄 처지야.
홍실
지웅
홍실


-42-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에이~ 친구 똥구멍이 힘들 땐 도와주고 그러는 거지.
병신 새끼. 누가 누굴 도와줘 지금.
...... 너 내가 가만히 있으니까 점점 심해진다.
지 입구멍에는 거미줄 치는 주제에 무슨.
야! 솔직히 내가 번 돈 내가 알아서 쓰는 건데 니가 무슨 상관
이야.
니가 그 모양이니까 방 한 칸도 없는 거야. 이 병신아.
그러는 너는? 돈이 그렇게 좋냐. 어? 니가 그 모양이니까 친구
하나 없는 거야. 이.. 그리고 이거 왜 니 이름으로 하는데? 어?
나중에 나 몰래 빼가지고 튈라 그러는 거 아냐?
뭐? 하~ 나 진짜.. (갑자기 찔려서 말이 안 나온다) 야! 다 때려
쳐. 내일 이거 깨 줄 테니까. 갖고 꺼져 이 새끼야!
홍실
지웅
홍실

통장을 지웅의 면상에 퍽 날리고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홍실.
지웅 어휴. 진짜. (통장을 집는다) 에이.. 암이라 그럴 걸 괜히..
방 안을 왔다 갔다 하는 홍실. F.O
55. 버스 안. 오후.
버스 뒷좌석 창가에 앉아있는 홍실, 고개를 돌려보면 맞은편 끝에 지웅이 앉아있다.
씁쓸한 표정의 지웅. 홍실은 지웅 뒷주머니에 꼽힌 통장을 본다.
56. 헌혈차. 오후.
앞서가는 홍실을 따라가며 눈치를 살피는 지웅.
지웅, 뭔가를 발견하고 멈춰 선다. 헌혈차에 붙은 ‘ 헌혈하시는 분께 해피밀 세트 식사
권 드립니다’ 플랜카드.
헌혈차 안. 호들갑을 떠는 간호원, 홍실과 지웅의 서류를 보고 있다.

간호원
홍실/지웅
간호원
지웅
홍실
간호원
두 분 커플이신 거죠? 그쵸?
(서로를 쳐다보며)?
왜냐면요. 커플 분들한테는 식사 권을 한 장씩 더 드리거든요.
(홍실의 어깨를 두르며) 티 나나 봐요.
(부끄) 200일 됐어요.
좋으시겠어요~~ 어머! 혈액형도 똑같고. 와~ 두 분 천생연분이신
가 보다. 와~

마주보며 피식 웃는 지웅과 홍실.
Cut to.

-43-
창가 침대에 누워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는 지웅.
건너편 창가 침대에서 들려오는 소리.

간호원
홍실
지웅
어? 언니. 이거 괜찮아요?
아. 5년 된 거라 괜찮아요.
?

Cut to.
침대에서 일어나는 지웅, 홍실 쪽을 본다.
홍실은 어느새 잠이 들어있다. 피곤했는지 가늘게 코까지 곤다. 피식 웃는 지웅.

간호원
지웅
언니 이제 가셔야...
(쉿! 조금만 더 자게 해달라는 제스처)

물러나는 간호원. 홍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지웅.
그런 두 사람을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간호원.
지웅, 뭔가를 보더니 고개를 갸웃한다.
살짝 드러난 홍실의 옆구리에 수술자국 흉터가 보인다.
57. 거리. 밤.
패스트푸드 콜라를 마시며 걷는 지웅과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저기.. 뭐 하나 물어봐도 돼?
뭐?
어머니는 언제 돌아가신 거야?
.... 왜?
아니. 그냥.. 궁금해서..
5년 전에.
아버지 망하고 나서?
아니. 그 직전에. 다행이지 뭐. 험한 꼴 안 봐서.
너 그럼 혹시 그때 돈이 없어서 (옆구리를 가리키며) 그...
?
아니다.
뭐?
아냐.

전철역 입구로 들어가는 지웅. 하지만 홍실은 옆으로 지나간다.

지웅
홍실
어디가?
어디 가긴. 집에 가야지.

58. 한강다리. 밤.
-44-
다리를 걸어서 건너고 있는 지웅과 홍실.

홍실급한 일 아니면 반경 10킬로 이내는 무조건 걸어. 돈 아끼고 운동
되고. 얼마나 좋아.
아예. 그럼요.
지웅

한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걷는 두 사람.

홍실
지웅
야. 니가 만약에 2억 정도 있으면 그 돈으로 뭐 할래?
2억? 그럼 일단 근사한 오피스텔 하나 얻고 차 사고 그리고 여행
도 좀 가고. 할 거야 많지.
그 돈으로 평생 살래? 뭘 해야 돈을 더 벌 수 있을까를 생각해
야지. 이 벼...
그럼 너는 평생 돈만 모으고 살래? 너 내가 쭉 지켜보니까 심각한
문제가 좀 있어.
뭐?
음... 너 하고 싶은 게 뭐야?
하고 싶은 거? 지금?
지금이든 앞으로든.
뭐.. 딱히.
그래. 바로 그거야.
?
사람은 말야. 두 가지 일을 하고 살아야 되거든? 하고 싶은 일
그리고 해야 할 일. 근데 니 머릿속에는 온통 해야 할 일 밖에
없어. 하고 싶은 일이 끼어들 틈이 없는 거지.
...
그게 버릇이 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나중에 자기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뭔지도 모르게 돼요. 생각해봐. 이 얼마나 슬픈 일이야.
.......
(코를 훌쩍인다)
그게 그렇게 슬프냐?
말하다 보니까. 엄마 생각나가지구..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59. 홍실의 옥탑 방 안. 밤.
거울을 보고 예쁜 표정을 지으며 통화하고 있는 홍실.

홍실그 콘서트 하는데 꽤 넓을 거 아냐. 다행히 내가 넓은 데서는
멀미 잘 안 하거든... 어? 티켓팅한다구? 안 그래도 되는데..

60. 버스 안. 오후.
-45-
정장을 입은 채 버스에 앉아있는 지웅과 홍실. 지웅의 무릎 위에는 아이스박스가
놓여있다. 홍실은 앞에 앉은 사람이 보는 신문을 뚫어지게 본다. TV프로그램 란.

지웅
홍실
지웅
뭘 그렇게 자세히 봐?
저 영화 아냐? 겨울 나그네?
그런 영화도 있어? 봐봐. 에이~ 완전 구린 영화구만.

신문 남자, ‘ 이 사람들이 뭐하나’ 하는 표정.

홍실어렸을 때 엄마가 저거 보면서 우는 거 보고 나도 괜히 따라 울고
그랬는데.
티비 하나 사라! 사!
미쳤냐?
지웅
홍실

61. 공중 화장실. 저녁.
뭔가를 꺼내는 홍실. 지웅이 줬던 아이라이너다.
거울을 보며 조심스럽게 아이라인을 그리는 홍실.
62. 콘서트장 입구. 저녁.
락 콘서트가 있는 듯 자유분방한 옷차림의 젊은이들이 지나간다.
반면, 전형적인 정장을 입은 홍실이 뻘쭘하게 서있다. 지나가던 커플이 갑자기 말을
건다.

남자
홍실
남자
저기요. S석은 어디로 들어가야 되요?
네?
어? 죄송합니다. 직원이신 줄 알고..

멀어지는 커플. 더 뻘쭘해진 홍실.
관우 홍실아~
홍실, 소리 나는 쪽을 돌아보면 관우와 웬 서양미녀가 다가온다.
둘 다 역시 자유분방한 옷차림. 스킨십이 상당히 자연스럽다.

관우
홍실
관우
미쉘
홍실
관우
(홍실을 보며 피식 웃는다) 어디 예식장이라도 갔다 온 거야?
어? 어..
(미녀에게) 미쉘. 디스 이즈 홍실 (홍실에게) 여기는 미쉘
하이~ 나이스 투 미 츄.
하.. 하이.
(미쉘에게 영어로) 초등학교 동창이야 (홍실에게) 미쉘은 유학 갔
을 때 미국에서 만난 친구.


-46-

홍실
관우
미쉘
아.. 여자.. 친구?
(미쉘에게 영어로) 너 여자친구냐고 물어보는데?
(홍실에게 갑자기 빠른 영어로) 나는 관우를 남자친구라고 생각하
는데 얘는 아니래. 그러면서 내가 다른 남자 만났다 그러면 뭐라
그러는 거 있지.
(미쉘에게 영어로) 야~ 내가 언제 그랬어?
뭐라고..?
아냐. 아무 것도.
(뭔가를 보고는) 어! 저기 야광봉 있다. 갔다 올게. (홍실에게) 너
도 하나 원해?
응. 같이 사다 줘. 고마워.
관우
홍실
관우
미쉘
관우

미쉘이 어딘가로 가자..

관우같은 분야라 말도 잘 통하고 한국에 자주 놀러 오거든. 공연 보고
나서 같이 놀자.
저기.. 미안한데 나 가봐야겠다.
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사람들 보니까 멀미가..
진짜?
나 먼저 갈게. 미안.
홍실
관우
홍실
관우
홍실

도망치듯 빠져나가는 홍실.
관우 ??
63. 홍실의 옥탑. 밤.
텐트에서 나오는 지웅.
지웅 아! 깜짝이야.
평상에 앉아있는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언제 왔어? 올라오는 소리 안 들리던데.
(말이 없다)
어? 거봐~
?
그거 하나만 해도 훨씬 예쁘잖아. (옆에 앉으며) 야. 나한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남산터널 지나가려면 2천원 내야 되잖아.
세 명이 타면 무료고. 그러니까 터널 앞에서 한 명이나 두 명밖에
없는 차에 타주고 천원을 받는 거야. 어때?
...
(그제야 홍실의 분위기를 눈치 채고) 무슨 일 있어?
홍실
지웅


-47-

홍실
지웅
...
왜? 아버지가 돈 달래?

홍실, 일어나 방으로 들어간다.
지웅 ?
Cut to.
박스를 뒤져 뭔가를 찾는 지웅.
홍실을 앞장세우고 계단을 내려가는 지웅.

홍실
지웅
뭔데?
내려가 봐 글쎄.

64. 집 앞. 밤.
탁! 헬멧을 홍실에게 넘기는 지웅.
지웅 (스쿠터를 가리키며) 이게 왜 필요한 물건인지 가르쳐 주지.
65. 도로. 밤.
도로를 달리는 스쿠터 몽타주.
고개를 내밀고 눈을 감아보는 홍실.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이 시원하다.
스쿠터가 횡단보도 앞에 서자 아우디 한 대가 나란히 선다.
- 아우디 안. 스쿠터 동호회 시삽과 시삽 모가 타고 있다.

시삽
시삽 모
시삽
엄마! 저거야 저거. 내가 파는 스쿠터.
너는 하여튼 이번에도 망해봐 아주.
걱정하지마 엄마. 요번에는 진짜 확실해. (지웅을 보고) 어???

66. 전자대리점 앞. 밤
불 꺼진 전자대리점 앞에 서는 스쿠터.
지웅 잠깐만.
지웅, 쇼윈도 앞으로 간다.
홍실 ?
품속에서 뭔가를 꺼내는 지웅. 만능 리모컨이다.
-48-
버튼을 누르자 대형 디지털 TV가 켜진다.
지웅 오케이~
채널을 돌리자 이제 막 ‘ 겨울 나그네’ 가 시작된다. 놀라는 홍실.
지웅, 어디선가 차량 차단용으로 세워둔 키 작은 ㅠ빔을 낑낑대며 들고 오더니 스쿠터
비닐 커버를 그 위에 깔면서
지웅 동영상은 자고로 큰 화면으로 봐야 되거든. 뭐해? 앉어.
홍실, 피식 웃고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프레임 아웃.
지웅 ?
Cut to.
비비빅을 먹으면서 영화를 보는 지웅과 홍실, TV를 보며 동시에 웃는다.
Cut to.
영화에 몰입하고 있는 홍실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지웅.
지웅, 괜히 침을 꿀꺽 삼킨다. 기분이 이상하다. 핸드폰이 진동한다. ‘ 민트’
어떻게 할까 하다 배터리를 빼버린다.
Cut to.
‘ 겨울 나그네’ 클라이맥스 장면이 펼쳐진다.
눈물을 찍어내는 홍실, 지웅을 본다.
지웅은 아예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고 있다. 피식 웃는 홍실.
어둠이 내린 도심 한 가운데 대리점 앞만 유난히 환하게 빛나고 있다.
67. 몽타주.
신나는 음악과 함께 둘이 일하는 모습이 흐른다.
- 방안. 녹음하는 지웅. “ 세발 낚지~ 세발 낚지가 왔어요. 발이 세 개가 아니라...”
홍실이 잽싸게 손가락 8개를 편다. “ 무려 여덟 개! 팔 발 낚지!”
- 폐가. 낑낑대며 맷돌을 들고 나오는 지웅.
옆에서 홍실은 조그만 나무 막대 하나만 들고 나온다. 지웅이 ‘ 뭐냐?’ 는 고갯짓을
하자 홍실이 그 나무를 맷돌 구멍에 쏙 끼운다. 손잡이다.
- 방안. 일필휘지로 연예인들의 싸인을 그려내는 지웅. 홍실보다 더 빠르다.
- 배드민턴 장. 운동복을 차려 입은 지웅과 홍실이 즐겁게 배드민턴을 치고 있다.

-49-
68. 관우의 사무실. 밤.
사무실에서 나와 복도를 걸으며

관우
홍실
관우
홍실
관우
홍실
관우
홍실
관우
500만원 만기되는 건 언제라 그랬지?
어? 아.. 그거.
그거 입금되면 잘하면 다음주에 2억 되겠는데. 축하해.
(골똘한 표정)
기념으로 오늘은 막걸리 한 잔 괜찮겠어?
응? 뭐?
막걸리. (일어서며) 저번에 못 먹었잖아. 내가 살게.
관우야. 나 막걸리 안 좋아하는데.
응??

69. 술집. 저녁.
심각한 얼굴로 담배를 뻑뻑 피우고 있는 태우.

지웅
창근
태우
지웅,창근
태우
지웅
창근
태우
뭔데?
걔가 그만 만나재?
아~ 돈 안 든다고 너무 자주 했디만...
?
임신이란다.
뭐?!
그래서? 수술했어?
마! 우예 그라노. 다음 달에 상견례 하기로 했다.

지웅과 창근 배꼽을 잡고 깔깔댄다.
태우 웃지마라~ 아놔. 결혼은 진짜 이쁜 아랑 할라 캤는데...
70. 다마스 안. 오후.
국도를 달리는 다마스. 지웅의 통장을 검사하고 있는 홍실.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친구한테 아직 못 받은 거야?
아.. 곧 준데.
다음주면 두 달 인데 빨리 받어. 500 채워야 될 거 아냐.
응. 그.. 그래야지.
너 이 돈으로 뭐 할거냐?
뭐하긴. 방 구해야지.
..... (넘겨주며) 그래서? 친구 치질은 다 나았대?
아유~ 걔가 똥 쌀 때마다 내 생각한데.


-50-
피식 웃는 홍실. 그러다 다시 키득키득. 생각할수록 웃긴다.
홍실, 계속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지웅도 따라 웃는다.
창 밖으로 ‘ OO납골공원’ 표지판이 지나간다. 그것을 본 홍실, 갑자기 웃음을 멈춘다.
홍실 (잠시 생각하다) 100미터 전방에서 좌회전.
71. 언덕. 오후.
언덕 아래 서 있는 다마스 옆에서 지웅이 꽃을 꺾으며 놀고 있다.
시계를 보더니 언덕 쪽으로 걸어가다.. 진흙 구덩이를 밟는다.
그 나무에 기대 앉아 있는 홍실, 눈을 감고 있다. 밑에서 지웅이 올라온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뭐야? 20분 있다가 내려온데매?
벌써 지났어?
(신발에 묻은 진흙을 닦아내며) 30분 지났다.
올라온 김에 담배 하나 줘봐.
뭐? 너 안 피잖아.
끊은 거야.
그럼 계속 끊어. 뭘 다시 필라 그래?
하고 싶은 거 하래매~

Cut to.
나란히 앉아 담배를 피우는 지웅과 홍실.

홍실엄마 장례 치르는 중에 아버지가 부도가 났거든. 아버지는 그
와중에 도망가고 빚쟁이들이 찾아 와가지고 부조금까지 탈탈 털어

가더라. 다행히 화장은 했는데.. 납골을 못했어. (피식) 단 돈 5만
원이 부족해서..
- 과거. 버스 안. 하얀 보자기를 무릎 위에 올린 채 통곡을 하는 홍실. 하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창 밖으로 그 나무가 보인다.

홍실(v.o)버스를 타고 가는데 이 나무가 보이더라구. 엄마랑 살던 집 바로
앞에 이런 나무가 하나 있었거든..

- 나무 밑동에 유골을 뿌리는 홍실. 나무 가지에 하얀 보자기를 묶는 홍실.
결연한 표정으로 그것을 올려다보는 홍실.
얼룩덜룩해진 하얀 보자기. 올려다 보는 지웅.
홍실 아... 어지러워서 그런가. 내가 별소릴 다하네.
홍실을 물끄러미 보는 지웅. 그때 갑자기 측량기를 짊어진 사내 두 명이 나타난다.
-51-
Cut to.
홍실 골프장이요?
72. 다마스 안. 오후.
운전하는 지웅,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홍실을 본다.
73. 홍실의 옥탑. 해질녘.
인서트 - 홍실 방안에 붙어있는 그 나무를 찍은 사진. 그 위로 대사.

지웅(v.o)
홍실(v.o)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땅을 산다고? 거기?
응. 어떻게 생각해?
(평상에 앉아) 좋네. 사.
(그 앞을 왔다 갔다 하며) 야. 생각을 하고 대답을 좀..
생각할 게 뭐 있어. 내가 너라면 난 산다.
...
야. 하고 싶은 데로 해. 너는 지금 사고 싶은 거잖아. 아냐?
...
그리고 너 그 얘기 몰라? 어떤 부자 할아버지가 일가족을 모아
놓고 죽기 전에 유언을 했다잖아. 잘 드.. 들어라. 대한민국은 무..
무조건.. 땅이야!!!! 켁.

피식 웃는 홍실.
74. 부동산. 오후.
중개인 에이~ 여길 누가 팔어? 골프장 인가나면 보상비 나오는데
지도를 보며 중개인과 얘기중인 홍실. 지웅도 옆에 있다.

홍실
중개인
홍실
중개인
보상비가 얼마나 되는데요?
못해도 평당 만원은 받지.
그럼.. 제가 만원보다 더 드리면요?
거기 임야라 쬐끔씩 안 파는 건 알지? 아가씨 돈 많나 봐?

Cut to.
중개인과 중년 남자(남사장)가 부동산 밖에서 뭐라고 얘기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안으로 들어간다.

-52-
중개인 여기 땅 주인 오셨네. 조경업 하시는 남사장님.
남사장 (지웅에게 손을 내밀며) 반갑습니다.
지웅 아니 제가 아니라 이쪽.
남사장 아. 김사장님한테 대충 얘기는 들으셨을 테고. 내가 사실 거기
아끼는 나무가 많아요. 나도 급전 쓸 일만 아니면 안 팔라 그랬
는데..
75. 관우의 사무실. 저녁.

관우
홍실
관우
홍실
관우
홍실
관우
일억 이천?
응.
급해?
(끄덕끄덕)
(고개를 갸우뚱)
왜?
나는 니가 일단 2억을 채우는 게 맞다고 생각하거든. 뺄 때 빼더
라도 목표치를 달성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너도 잘 알잖아?
아니. 지금 뺄게.
(단호한 태도에 놀란다) 뭐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거야?
응.
(홍실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오케이. 고객님 생각이 정 그러시다
면야. 보자.. 그러면 우선 천지웅 계좌 다 정리한다.
응. 아! 그러지 말고 좀 남겨줘. 사례비.
얼마나?
음... 100만원.
(웃으며) 웬일이야?
(미소)
아! 돈 일주일만 더 있다 빼면 안 돼? 배당 좋은 게 몇 개 있어서.
지금 빼면 못 받거든.
...
어떻게 할래? 정 급하면 지금 빼고. 니가 결정해. 어차피 니 돈이
니까.
......
홍실
관우
홍실
관우
홍실
관우
홍실
관우
홍실
관우
홍실
관우
홍실

76. 부동산. 오후.
중개인 (내밀며) 여기 등기부 등본.
홍실,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서 대조해본다.
등기부등본이다. 두 개를 꼼꼼히 대조해 보는 홍실.
중개인 참.. 아가씨 꼼꼼하네. 꼼꼼해.
-53-
남사장이 중개인을 쳐다보자 중개인이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Cut to.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홍실.

홍실
남사장
홍실
중개인
(봉투를 내밀며) 여기 계약금.
십일 안으로 잔금 안 치르면 계약 파깁니다.
네. 일주일 뒤에 꼭 드릴게요.
내가 솔직히 이제야 하는 얘긴데 거기 만 천원에 사도 아가씨가
이익이야. (남사장에게) 안 그래요?
(돈 세며) 그럼요~
남사장

77. 빈 집. 오후.
넓고 깨끗한 2층 집. 중개인과 함께 둘러보는 홍실.

홍실
중개인
좋네요.
그럼~ 아까 본 집보다는 훨씬 낫지. 평수가 다른데. 근데 아가씨
혼자라 그러지 않았어? 여긴 혼자 살기엔 좀 큰데.
(집을 꼼꼼히 살피며) 그냥 좀 보는 거예요.
홍실

78. 예식장. 오후.
예식장 로비를 지나가는 지웅. 예의 그 아이스박스를 들고 있다.
지웅 옆으로 부케를 든 경주가 지나간다. 지웅은 경주를 보지 못한다.

경주
지웅
(멈춰서 돌아본다) 야. 천지웅.
(돌아본다) 어?! 겨... 경주야.

경주 뚜벅뚜벅 걸어오더니 퍽!! 지웅의 얼굴에 부케를 날린다.

지웅
경주
지웅
경주
지웅
경주
지웅
경주
지웅
??!!
나쁜 새끼.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어?
어??
나를 언제까지 속이려 그랬던 거야? 엉?
알고.. 있었구나.
그럼. 내가 모를 줄 알았어?
미... 미안하다. 내가 그렇지 않아도 다 애기하려고 그랬어. 미안해.
어쩐지 뭔가 좀 수상하다 했어 내가.
경주야. 내가 진짜 일부러 속이려고 그런 건 아니야. 진짜루. 니가
취직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만..
무슨 소리야?
아니 솔직히.. 너도 내가 취직 못했으면 안 만났을 거 아냐.
경주
지웅


-54-

경주
지웅
경주
지웅
경주
?
그렇다고 거짓말한 게 잘했다는 건 아니고. 나는 그냥..
뭐?! 거짓말 한 거야? 취직?!!
??!! 그럼?
이 새끼 이거 완전히 양다리에 개구라에! 에이~ (부케를 집어
들자)

지웅, 막기 위해 반사적으로 얼른 손을 들어 올리다가 그만...
아이스박스가 왈칵 열리고 만다. 와르르~ 각종 음식을 담은 락앤락들이 바닥에
쏟아진다. 몇 개는 뚜껑이 열려 내용물이 처참하게 흩어진다.
얼른 바닥에 앉아 수습하는 지웅.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본다.

경주
지웅
뭐야 이게 다?
저기 이게 그러니까... (변명하랴 수습하랴 정신이 없다) 회사에서
결식아동들 도와주는 봉사활동 때문에...
취직 안 했다면서?
그.. 그렇지.. 안했긴 안 했는데.. 그래도 결식아동은 도.. 도와야지.
경주
지웅

지웅, 쏟아진 떡을 수습하다가 갑자기 동작을 멈춘다.
‘ 이건 아니다’ 싶어 일어서는 지웅.

지웅경주야. 거짓말 한 건 정말 미안하다. 차라리 잘 됐어. 어차피 나
는 너한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니깐 나 말고 그.. 어! 그래.

시삽 만나. 시삽. 너한텐 그 사람이 더 잘 맞을 거야.
하는데 지웅의 뒤에서 누군가 나타난다.

시삽
지웅
경주야 신부가 너 찾는데.
?

멀뚱멀뚱 서로를 쳐다보는 지웅과 시삽. 경주, 시삽을 끌고 가버린다.
Cut to.
과장되게 웃으며 예식장을 나오는 지웅.

지웅으하하하하 아이고~ 저 돼지가 뭐가 좋다고. 잠깐.. (웃음을 갑자
기 멈추고) 내가 지금 웃는 게 맞나?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다시 피식 웃는 지웅.
79. 홍실의 옥탑. 밤.
삼겹살이 거북이등짝 위에서 익고 있다. 평상에서 만찬을 벌이는 지웅과 홍실.
-55-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고기를 들어보며) 이거 진짜 삼겹살 맞어?
맞다니깐.
(냄새를 맡아보며) 돼지가 맞긴 맞는데.
국내산이야 국내산. 자! 건배. 두 달 동안 고생했다.
덕분에 고맙다.
거봐. 내 말만 들으면 된다고 했지.
에이~ 그 100만원만 아니었어도 정확히 500인데.
내가 너 그 돈 못 받을 줄 진작에 알았다.
사실 그 돈 말야...
?
아니다.
내일 나랑 어디 좀 가자.
어디?
돈 벌게 해줄게. 100만원.
100만원? 진짜? 무슨 일인데?
가보면 알아.
너 혹시 내 그.. 아~ 이름이 뭐더라? 왜 그 있잖아. 옆에서 계속
도와주는 거. 마.. 마니.. 뭔데. 몰라?
마니커?
그건 닭고기고. 암튼 너도 계약한 거 축하한다.
그래. 고맙다.
내가 뭐 한 게 있다고?
그러게? (피식)
아~ 이 동네도 이제 며칠 안 남았구만. 어떻게.. 집은 좀 알아
봤어?
뭐.. 알아봐야지. 너는?
나도 뭐.. 슬슬 구해봐야지.
근데.. 겨우 그 돈으로 구할 데나 있겠어? 월세는 어떻게 하구?
뭐...
...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서로 눈치를 보는 지웅과 홍실.
지웅, 괜히 삼겹살 봉지를 만지작거리다
지웅 어! 칠레산이구만.
Cut to.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첫 번째 목표를 달성했으니까 이제 두 번째 목표를 세워.
뭐?
취직.
취직? 야. 그거는 진짜 안 돼. 불가능이야.
두 달 전에 너한테 500만원이 가능한 거였어? 너 몇 년 더 지나
면 곧 서른이야. 서른. 더 늦으면 취직자리도 없어.
(쩝..)
지웅


-56-

홍실
지웅
홍실
나도 딱 서른까지만 하고 정리할거야.
?
난들 뭐 계속 이렇게 살고 싶겠냐..

하고 소주를 천천히 들이키는 홍실. 그런 홍실을 물끄러미 보는 지웅.
Cut to.
취한 지웅과 홍실.

지웅
홍실
지웅
뭐 어때? 얘기해봐~ 언젠데?
됐어~
좋아 그럼 나부터 애기할게. 나는 보자... 그 때가 우사인 볼트가
신기록 세웠을 때니까. 응 2년 좀 넘었네.
너보다는 길다. 됐냐? 야! 그리고 섹스 좀 안하고 살면 어때.
내가 하고 싶은 말이 그 말이라니깐. 섹스 말고도 세상에 중요한
게 얼마나 많아. 안 그래?
그럼~
그러니까~
...
...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뭔가 씁쓸한 기운이 감돈다.

홍실
지웅
탄다.
어.

Cut to.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근데 말야. 내가 진짜 궁금한 게...
?
두 달 전에 왜 갑자기 나를 도와준 거야?
어?.. 왜긴.. 불쌍해서 그랬지.
진짜? 그게 다야?
그.. 그럼?
아니 뭐.. 다른 이유가 있나 싶어서.
...
...
야! 그러지 말고 노래나 한 번 불러봐라.
그럴까?

잽싸게 우쿨렐레를 가지고 오는 지웅.
우쿨렐레에는 지웅스러운 스티커가 붙어있다.

지웅
홍실
신청 곡.
너 자주 부르던 거. 그거 해봐.


-57-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들렸어?
내가 너 때문에 여름에도 창문 다 닫고 살았거든.
(손을 내민다)
?
세상에 공짜는 없다. 천원.
어쭈. 2천원 줘봐. 내가 뽀뽀해 줄게.
얼씨구. 야. 내가 3천원 주면 안아줄게. 어때?
4천원에 찐한 키스는 어때?
그 찐한 키스에다가 약간의 터치. 5천원. 야~ 싸다.
6천 원주면 안아줄게.
야. 그거는 아까..
누워서.
음.. 좋아. 그럼 7천 원주면 내가.. 내가..
콜!
엉?

킥킥 웃는 홍실. 지웅도 따라 웃는다.
우쿨렐레를 튕기며 웃긴 노래를 부르는 지웅. 홍실 깔깔댄다.
지웅, 바로 이어서 분위기 있는 팝송을 부른다. 노래를 부르는 지웅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홍실. 지웅이 홍실을 보자 홍실, 괜히 시선을 피한다. 홍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지웅.
Cut to.
텐트 안. 누워있는 지웅, 말똥말똥 잠이 안 온다.
방 안에 누워있는 홍실도 마찬가지다. F.O.
80. 골목길. 오전.
골목길에 이삿짐 차들이 서 있다. 이사를 나가는 동네 사람들.
예전 집 주인 아주머니와 마주치는 지웅, 모른 척 하고 지나가는데

주인
지웅
주인
지웅
주인
저기 말여.
왜요? 왜?
나가 궁금혀서 그런디. 그 처녀랑은 같이 저기허는겨?
그런데요.
그 처녀도 참 저기혀. 언제는 저거를 해달라더니 갑자기 뭔 저기
를 헌다고 같이 저거를 혀. 참..
예? 뭐라..?
(흠칫 놀라 입을 막으며) 저기하면 안 되는디.
??
지웅
주인
지웅

81. 홍실의 옥탑. 오전.
-58-
어제 부른 지웅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닭장에서 계란을 꺼내는 홍실.
닭장 밑에 떨어진 종이를 본다. 그것을 집어보는 홍실.
홍실 ?
영수증에 나와있는 상품과 금액 그리고 전화번호가 크게 보인다.
통화하는 홍실.
홍실 구두요?
82. 재개발 사무실. 오전.
복사한 서류를 보며 재개발 사무실을 나오는 지웅. 표정이 완전히 변했다.
83. 홍실의 방 안. 오전.
어두운 표정의 홍실. 지웅이 거칠게 방 안으로 들어온다.

홍실
지웅
홍실
지웅
너 이거 뭐야?
(무시하고) 니네 아버지 이름이 구장일 맞지?
?
(서류를 내민다)

서류를 보자 아찔해지는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하~ 어이가 없어서. 너 뭐야? 사기꾼이야?
...
세상 진짜 무섭다 무서워. 너 당장 도장 가지고 나와.

84. 은행. 오전.
직원 (내밀며) 4백 8만 9천 6백 4십 원입니다.
홍실에게 내미는 돈을 잽싸게 가로채는 지웅.
85. 홍실의 옥탑. 오전.
텐트 안에서 짐을 챙기는 지웅. 밖에 서 있는 홍실.
지웅, 갑자기 벌떡 일어나 뚜벅뚜벅 걸어와 손을 확 들어올리며
지웅 으유~ 이걸 진짜.
-59-
홍실이 찔끔 눈을 감는다.
지웅 내 돈 700만원 내놔.
눈을 뜬 홍실, 표정이 달라졌다.

홍실
지웅
홍실
병신. 지랄하네.
뭐?
그래 계산해보자. 니 월세 내준 거 100만원. 모은 돈 500만원. 그
리고 두 달 동안 너 생활비 하나도 안 들었지. 그것까지 치면
이미 700이야. 새끼야.
야! 500은 내가 번 돈 아냐.
웃기고 있네. 니가 벌었다고? 니가 무슨 재주로? 나 아니었으면
니가 그 돈 구경이나 했을 거 같애. 내가 받아도 모자란 판국에
뭐? 돈을 달라고?
...
그리고 이 동네 집주인들 이주비 챙겨먹을라고 세입자들 어떻게든
쫓아내는 판국에 니가 버틸 수나 있었을 거 같애?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할 말이 없다. 다시 텐트 안으로 들어가 짐을 싼다. 박스를 들고 나온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야. 내가 지금 돈 때문에 이러는 거 같냐? 응?
그럼?
...
...
차라리 니가 진짜로 내가 불쌍해서 도와줬다는 게 훨씬 낫겠다.
그러는 너는? 돈 아니었으면 니가 여기 있었을 거 같애?
...

돌아서는 지웅.
홍실 야! 갈 데도 없잖아.
우뚝 멈춰서는 지웅, 하지만 돌아보지 않고 다시 움직인다.
그러자 갑자기 홍실이 달려와서 지웅의 엉덩이를 냅다 걷어찬다.
이건 뭔가 싶은 지웅, 돌아보자
홍실 (영수증을 지웅의 얼굴에 구겨 던지며) 그래. 가라. 이 새끼야.
홍실, 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린다.
지웅, 바닥에 떨어진 영수증을 본다.
86. 홍실 집 계단/방 안. 오전.
-60-
계단에 앉아 영수증을 보는 지웅.
지웅 병신 새끼.. 아....
방안. 문가에 기대어 있는 홍실. 핸드폰이 울린다.
지웅, 다시 짐을 들고 일어나 올라가는데.. 울리는 핸드폰.

지웅
목소리
지웅
여보세요
천지웅씨 되시죠.
예. 그런데요.

그때 위에서 홍실이 황급히 뛰어내려온다. 지웅을 밀치며 뛰어 내려가는 홍실.
지웅 ?
87. 경찰서 내실. 오후.
스마트한 인상의 최형사와 홍실이 마주보고 앉아있다. 홍실 옆엔 지웅이 앉아있다.
최형사 천지웅씨는 나가셔도 좋습니다.
엉거주춤 일어나 나가는 지웅.
최형사가 홍실에게 사진 한 장을 내민다. 미쉘의 사진이다.

최형사
홍실
최형사
이 사람 맞아요?
네..
그럼. 공범이 확실하네요. 양관우랑 이 여자랑 잠적한 시기가 비슷
하거든요. 이 여자 금융사기범으로 홍콩 쪽 블랙리스트에 올라와
있는 여자예요.
그럼 제 돈은 어떻게..?
홍실

Cut to.
밖에서 지웅이 빼꼼히 들여다보고 있다.
양복차림의 사내와 마주 앉은 홍실. 시건방지게 얘기하는 금융회사 직원.

직원이런 일이 처음이라 저희도 좀 당황스럽긴 한데.. 우리 직원의
불법 행위로 인한 손실은 보상처리가 가능하거든요.
정말요?
그런데.. (서류를 보며) 구홍실씨 맞죠?
네.
구홍실씨를 포함한 몇몇 분들은 보상처리가 안 되겠네요.
??!!
홍실
직원
홍실
직원
홍실


-61-

직원(서류를 내밀며) 보면 알겠지만 이 어카운트들 전적으로 양관우가
개인적으로 관리하던 거라.. 솔직히 이런 부분까지 책임져주는 금
융 회사는 적어도 지구상에는 없다고 봐야죠.
...
아! 그리고 우리 피비센터 자산 5억 이상인 분들만 이용할 수
홍실
직원

있다는 거 알아요? 2억 아니 (서류를 보더니) 2억이 좀 안 되는
돈인데 이 정도면 솔직히 다른 고객 분들에 비하면 피해 금액이
그렇게 큰 편도 아니고. 뭐 보아하니 개인적 친분으로 우리 센터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한 거 같은데.. 아! 무료가 아니겠구나.
양관우랑은 돈만 오고 가고 그랬던 건 아니죠? 그쵸?
지웅, 참지 못하고 문을 박차고 들어간다. 쾅!!

직원
지웅
엄마야!
야! 너 일루와 봐! 너 뭐야 이 개새끼야!!

지웅이 직원의 멱살을 잡자 경찰들이 들이 닥쳐 말린다.

지웅이 씨발놈이 지 돈 아니라고 말을 좆같이 하네. 야! 그게 어떻게
번 돈 인줄 알어! 어! 그게 어떻게 번 돈 인지 니가 아냐구 이

개새끼야. 뭐? 다시 말해봐. 이 씨발놈아!
지웅을 말리는 경찰들.
난장판의 와중에 홍실은 그저 멍하니 앉아있을 뿐이다.
88. 거리. 오후
터벅터벅 거리를 걷고 있는 홍실. 넋이 나간 표정이다.
지웅,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그저 뒤에서 홍실을 따라갈 뿐이다.
횡단보도를 걷고, 인도를 걷고, 걷고.. 걷고.. 그저 계속 걸을 뿐인 홍실.
그 뒤를 어정쩡하게 계속 쫓아가는 지웅.
89. 한강다리. 해질녘.
한강다리를 걷고 있는 홍실. 세찬 강바람이 홍실의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날린다.
홍실이 갑자기 멈춰 서자 지웅도 같이 멈춰 선다.
뒤돌아서 지웅에게 걸어오는 홍실.

홍실
지웅
홍실
가.
홍실아..
더 이상 따라오면.. 죽여버릴 거야.

다시 걸어가는 홍실. 난감한 지웅, 담배를 꺼내 문다.
-62-
불을 붙이려고 하는데 강바람에 라이터 불이 자꾸 꺼진다.
찰칵! 찰칵! 풍덩!! 소리가 난다. 놀라는 지웅. 앞을 보니 홍실이 안 보인다.
달려가는 지웅. 황급히 다리 밑을 본다. 수면위로 올라오는 거품들.
지웅 홍실아! 홍실아!
지웅, 일단 난간을 넘어 매달리는데 밑을 내려다보니 아찔하다.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 창백해지는 얼굴.
지웅 아...
뛰어 내려야 한다는 마음과 뛰어 내리지 못하는 현실이 교차한다.
지웅,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미치겠다.
눈을 질끈 감고 뛰어내리려고 하는데.. 갑자기 누군가 뒤에서 잡는다.
웬 타이즈 싸이클맨이다.

싸이클맨
지웅
하지마. 그러다 둘 다 죽어.
아이씨.....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지웅. 싸이클맨을 잠시 쳐다보다가 갑자기 확 밀치고 몸을 날린다.
볼품없이 낙하하는 지웅. 휙~~~~~~~ 풍덩!!!
90. 앰뷸런스 안. 저녁.
삐뽀~ 삐뽀~ 사이렌을 울리며 달리는 앰뷸런스.
누군가 응급처치를 받고 있다. 소생술을 받고 있는 사람은... 지웅.
담요를 덮고 그런 지웅을 물끄러미 보고 있는 홍실.
91. 병원. 밤.
병원 원무과. 직원이 홍실에게 진료비 청구서를 내민다.
직원 앰뷸런스 비용 5만원까지 해서 13만 7천원입니다.
청구서를 받아 든 홍실의 난감한 표정. F.O.
92. 홍실의 옥탑. 오전/해질녘.
F.I 다마스 안에 있는 닭장. 눈을 껌벅이는 암탉.
텅 빈 방안에 홍실이 서 있다. 천천히 방 안을 둘러보는 홍실. F.O
F.I 텅 빈 집안을 망연자실 바라보는 지웅.

-63-
지웅, 핸드폰을 해보지만 꺼져있다는 메시지.
고스란히 남겨져 있는 텐트를 보는 지웅. 심란하다. F.O.
93. 언덕. 오후.
그 나무에 눈을 감고 기대어 있는 홍실. 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지막이 읊조리는 홍실.
홍실 엄마.. 나 어떡해..
Cut to.
홍실, 다마스로 다가가는데 경적소리가 들려온다.
지웅이 스쿠터를 타고 달려오고 있다. 잽싸게 내리는 지웅, 터벅터벅 다가오며

지웅
홍실
지웅
야! 임마!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가버리는 법이 어딨어!!
...
너 나 영영 안 볼려 그랬어? 어? 너 도대체 어디로 이사를 간
거야?
...
사람이 말야. 힘들수록 서로 돕고 그러는 거지. 뭐가 그렇게...
누가 누굴 도와주겠다는 건데?
누구긴.
나를? 니가?.. 너 돈 있어?
야! 너 진짜..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지웅을 빤히 쳐다보다가 다시 다마스로 향해가는 홍실.
지웅 야! 구홍실!
홍실, 대꾸하지 않고 그냥 걸어가다가 갑자기 휘청한다.
진흙에 신발이 파묻혔다. 얼른 다가오는 지웅.
홍실, 힘껏 빼내는데 그만 발만 쏙 빠져버린다. 갑자기 울컥하는 홍실.
지웅이 신발을 빼내려고 하자 지웅을 밀치고 자신이 신발을 쑥 잡아 뺀다.
그러더니 갑자기 냅다 던져버리고 지웅에게 돌아서는 홍실.

홍실야! 우리가 봐서 뭐 어쩔 건데. 어? 이런 거지같은 인간들끼리
봐서 뭐 어쩔거냐구!! 나 지금 혼자 있는 것도 벅차니까 귀찮게

하지 말고 제발 좀...
홍실,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씩씩대며 다마스로 향하다가 갑자기 나머지 다른
신발도 벗어서 멀리 던져버리고 맨발로 저벅저벅 걸어간다.
쾅!! 하고 문을 닫고 거칠게 출발하는 홍실.
지웅, 어쩌지 못하고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다.

-64-
백미러로 그런 지웅을 보는 홍실, 힘겹게 울음을 참.고.있.다.
어딘가에 떨어진 신발 그리고 언덕 위에 나무. F.O.
94. 몽타주.
- 철거촌 풍경 인서트.
- 밤. 텐트 안. 이불을 말고 누운 지웅, 끙끙 앓는 소리를 내고 있다.
몸을 뒤집자 그 혈서 (씨발 누가 이기나 해보자)가 보인다. 착잡한 지웅.
모두가 이사 간 듯 칠흑 같은 동네에 지웅의 텐트만 밝다.
- 오후. 홍실의 새 옥탑. 더 작고 더 초라하다. 텅 빈 옥탑 앞 공간에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진다. 창문으로 짐을 정리하는 홍실이 보인다. 홍실, 나무를 찍은 사진을 보다가
찢는다.
- 비가 내리자 허겁지겁 텐트에 방수 비닐을 치는 지웅.
- 짐 정리하다 뭔가를 발견하는 홍실. 지웅이 줬던 아이라이너.
- 옥탑. 뭔가를 물끄러미 보고 있는 지웅. 누워있는 맥주병 하나. 비를 맞고 있다.
95. 차 안. 오후.
F.I 초췌한 모습의 양관우가 승용차 뒷자리에 탄 채 꾸벅꾸벅 졸고 있다.
보면 손목에 수갑을 차고 있다.

최형사(v.o)도망 다니는 동안 잠을 못 잤다나. 참나. 내가 구속당하고 차 안에
서 조는 사람은 처음 봤네.

96. 경찰서. 오후.
최형사와 마주앉은 지웅.

지웅
최형사
혹시 돈은?
(고개를 젓고는) 알고 보니까 양관우도 피해자더라구요. 그 미쉘
이라는 여자한테 완전히 당했어요.
...
아! 그리고 (통장을 내밀며) 양관우가 관리하던 계좌 중에 딱
하나 남아있던 게 있어서.
지웅
최형사

통장을 보는 지웅. 자신의 이름으로 된 통장에 100만원이 들어있다.
-65-

최형사
지웅
최형사
지웅
최형사
지웅
잔액이 얼마 안돼서 그냥 놔뒀던가 봐요.
최형사님. 이거.. 제 돈 아닌데.
구홍실씨가 천지웅씨 주라 그러던데요. 뭔지 알 거라면서.
...
(일어서며) 그럼.
아! 최형사님.

97. 홍실의 새 옥탑. 오후
비가 온다. 우산을 들고 옥탑에 올라서는 지웅.
주소가 적힌 쪽지를 들고 여기가 맞나 싶어 둘러보다가 그 닭장을 발견한다. 맞다.
지웅, 조심스럽게 문을 두들겨 본다. 아무런 대답이 없다.
Cut to.
옥탑 난간에 서서 물끄러미 아래를 쳐다보는 지웅. 초등학교 운동장이 보인다.
우산을 쓴 채 계단을 올라오는 홍실. 소리를 들은 지웅, 긴장한다.
지웅, 계단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다가 홍실이 올라서는데.. 갑자기 몸을 숨긴다.
집으로 들어가는 홍실. 고개를 떨구는 지웅. 우산이 얼굴을 가린다. F.O
98. 부동산. 오전.
중개인 봐서 알겠지만 그게 이름만 반지하지. 일층이야. 거의 일층.
계약서에 싸인을 하고 중개인에게 넘겨주는 지웅.
중개인이 계약서를 보는 사이 지웅은 무심코 시선을 돌리다 뭔가를 본다.

중개인
지웅
이사는 내일 하는 걸로 하고.. 돈은 가져왔죠?
네? 아. 여기요.

지웅, 품속에서 봉투를 꺼내 내민다.
중개인이 봉투를 잡는데 지웅, 봉투를 놓지 않는다.
중개인 ?
뭔가를 쳐다본 채 봉투를 꽉 잡고 있는 지웅.
지웅이 보고 있는 것은 나무 분재다. 봉투를 확 낚아채 벌떡 일어나는 지웅.
99. 도로. 오후.
스쿠터를 타고 달리는 지웅.
-66-
100. 부동산. 오후.
땅 계약 했던 부동산에서 뛰어 나오는 지웅, 잽싸게 스쿠터에 올라탄다.
101. 남사장 업체. 오후.
조경관련 업체. 지웅, 어딘가에 붙어있는 그 나무를 찍은 사진을 가리키며

지웅
직원
이거요! 이거!
어? 그 나무 사장님이 아까 싣고 갔는데.

102. 도로. 오후.
그 나무를 싣고 가는 트럭. 하얀 보자기가 펄럭인다.
보조석엔 남사장이 타고 있다.
- 미친 듯이 달리는 지웅의 스쿠터.
103. 아파트 단지. 오후.
공사 중인 아파트 단지 내에 서 있는 트럭. 조경수를 심기 위해 작업중인 인부들.
트럭에서 나무를 내리려고 하는데..
지웅 아저씨!!!!
끼이이익~~ 급정거 하는 지웅. 돌아보는 남사장.
Cut to.

지웅
남사장
네?! 800만원이요? 뭐가 그렇게 비싸요?
비싸긴 이 사람아 이거 지금 천만 원에 파는 건데 내가 계약금
받은 것도 있어서 싸게 주는 거야.
저기 제가 가진 돈이 500밖에 없는데 어떻게 좀...
(인부들에게) 어이~ 심어!
(옷자락을 잡으며) 사장님~~
지웅
남사장
지웅

104. 도로. 오후.
스쿠터를 타고 달리는 지웅.

남사장(v.o)그럼 운송비랑 이것저것 빼 줄 테니까 700! 대신 9시까지 안 오
면 여기 심을 거니깐 그런 줄 알어.


-67-
105. 옥탑. 해질녘.
허겁지겁 물건을 뒤지는 지웅.
106. 악기매장. 저녁.
굽실거리며 우쿨렐레를 팔고 있는 지웅의 모습이 보인다.
107. 노트북 대리점. 저녁.
노트북을 파는 지웅의 모습. ‘ 야동 진짜 많다’ 며 돈 좀 더 달라고 애원한다.
108. 홍실의 새 옥탑. 저녁.
옥탑 난간에 앉아있는 홍실, 텅 빈 마당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유난히 넓어 보이는 마당. 닭장 안에는 계란이 많이 쌓여있다.
109. 스쿠터 샵. 밤.
스쿠터 샵 앞에 서 있는 스쿠터. 지웅, 스쿠터를 쓰다듬으며
지웅 (글썽) 그 동안 고생했다. 잘 가라. 아우.. 디.
Cut to.

지웅
시삽
십만 원 더.
아유. 백이십 드리면 잘 드린 거 아시면서. 알았어요. 내가 그럼
오만 원 더 드릴게요. 됐죠?
십만 원 더.
지웅

요지부동인 지웅. 주인인 시삽, 마지못해 십만 원을 더 내민다.
Cut to.
스쿠터가게를 나오며 통화하는 지웅.

지웅창근아. 니네 엄마한테 부탁해서 어떻게 40만원만 좀 안되겠냐?
(점프) 가불 좀 해달라 그럼 되잖아. 삼촌이 하는 학원이래매!!

전화를 끊는 지웅.
-68-
지웅 새끼들.. 하여튼 꼭 결정적일 때 도움이 안 돼.
핸드폰 시계를 보는 지웅.
110. 아파트 단지. 밤.
8시 38분. 시계를 보는 남사장.
남사장 어이~ 시동 걸어.
111. 구두 가게. 밤.

경주
지웅
정말 사주시는 거예요?
예. 제 사과의 표시라고 생각하고 맘에 드는 거 골라보세요.

지웅이 사줬던 구두를 벗고 새 구두를 신어보는 경주, 이리저리 비춰본다.
그 사이 지웅, 얼른 경주가 벗어놓은 그 구두를 들고 튄다.
후다닥~ 가게 문을 밀고 나가려다 쿵! 부딪친다. 당기는 문이다.
번개처럼 일어나 문을 당기고 나가는 지웅.
매장 안에 있던 직원들과 경주,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 싶어 멍하다.
112. 거리. 밤.
구두를 양손에 들고 미친 듯이 달리는 지웅. 뭔가 익숙한 풍경이다.
113. 아파트 단지. 밤.
크레인에 매달려 나무가 구덩이로 들어가고 있다.
지웅 잠깐만요!!!!!
돌아보는 남사장. 지웅이 허겁지겁 달려오면서 공사 중 출입제한 바를 마치 허들 선수
처럼(고속) 훌~쩍 뛰어 넘는다. W.O
114. 홍실의 새 옥탑. 아침.
W.I 초췌한 모습의 홍실, 집을 나오는데 발에 뭔가 걸린다. 웬 박스.
열어보면 언덕 아래에서 버렸던 신발이 깨끗이 씻겨져 박스 안에 담겨있다.
홍실, 시선을 옮기자 옥탑 공간에 지웅이 썼던 텐트가 처져있다.

-69-
홍실, 텐트 안을 들여다보는데 지웅의 짐이 그대로 있다.
뭔가 싶어 두리번거리는 홍실. 그때 지웅이 수탉이 든 닭장을 들고 올라온다.

지웅우리같이 영양이 부족한 사람들한테는 무정란보다는 유정란이
단백질 보충에 더 좋아요.

늘 그래왔던 것처럼 행동하는 지웅, 가져 온 닭장 안으로 홍실의 암탉을 밀어 넣으며

지웅그리고 얘도 맨날 혼자 있으려면 얼마나 심심하겠어. 그치?
암탉아. 아! 얘네들 말야. 이름을 좀 붙여줘야 되지 않을까? 많이
크라고 마니커? 얘는.. 마니쿤 얘는 마니키?
뭐 하는 거야?
뭐하긴. 나 갈 데 없잖아.
집구할 돈 있잖아.
아~ 그거? 엊그제 다 써버렸는데. 알잖아? 나 경제관념 없는 거.
뭐?! 너 미쳤어? 어디다 썼는데?
있어.
어디다 썼어? 말해 빨리!
내 돈 내가 쓴 건데 왜?
야이 병신아. 그 돈이 어떤 돈인데 그걸 다 써? 니가 지금 제
정신이야?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이 발끈하자 오히려 반갑다. 씩~ 웃는다.
홍실 웃어? 너 지금 이 상황에 웃음이 나와? 어따 썼어? 빨리 말해!
지웅, 손을 들어 어딘가를 가리킨다. 그곳을 보는 홍실.
학교 운동장 모퉁이에 심겨진 키 큰 나무가 옥탑 바로 앞에 서 있다.
하얀 보자기가 보인다. 놀라는 홍실, 지웅을 본다. 고개를 끄덕이는 지웅.
그 나무에게로 천천히 걸어가는 홍실.
나무 앞에 선 홍실, 손을 뻗자 나뭇가지가 손에 닿는다.
그러자 갑자기 왈칵 눈물이 쏟아지는 홍실. 지웅, 홍실에게 다가간다.
홍실이 우는 것을 보자 지웅도 글썽인다.

지웅생각해 봤는데 2억 너 혼자 5년 동안 모았잖아. 그러니까 앞으로
너랑 나랑 같이 모으면 3 아니 2년이면 다시 모을 수 있을 거야.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돈 꼭 다시 모아줄게. 홍실아..
(눈물을 닦아내며) 씨.. 야.. 너 내가 불쌍해서 이러는 거야?
그래. 니가 너무 불쌍해서 내가 죽을 것 같아서 그런다. 왜? 그럼
안 되냐? (눈물을 닦아내며) 씨..
홍실
지웅

어린아이 마냥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며 눈물을 닦아내는 지웅과 홍실.
지웅, 천천히 다가가 홍실을 안는다.
그러자 홍실, 그 동안 참아왔던 뭔가가 터진 듯 갑자기 엉~ 엉~ 울기 시작한다.
지웅, 홍실의 등을 쓰다듬어 준다.

-70-
서로를 불쌍히 여기는 불쌍한 두 남녀가 서로를 안고 그렇게.. 운다.
Cut to
옥탑 난간 나무 그늘 아래 나란히 앉아있는 지웅과 홍실.

지웅
홍실
지웅
아! 그리고. (일어서며)
?
혹시나 너 거기 문제 생기면. 알잖아, 우리 혈액형 같은 거. 나한
테 두 개 있으니까...
무슨 소리야?
나 알고 있어. 너 그거 하나밖에 없는 거.
?
콩팥.
응??
5년 전에 아버지 빚도 있고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고 그래서 그런
거잖아. 다 알고 있어. 흉터도 봤어.
흉터? (일어서며) 이거?
응.
이거 맹장수술 한 건데. 그리고 아버지 빚은 팔 다친 거 보험금
받아가지고 다 갚았어.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뻘쭘하게 다시 앉는다. 홍실도 웃으며 다시 옆에 앉는다.

홍실
지웅
홍실
지웅
홍실
지웅
야. 너는 돈 많은 여자가 좋냐 돈 없는 여자가 좋냐?
나는 무조건 예쁜 여자. 너처럼.
(입을 삐죽 내밀면서도 기분 좋다) 천지웅.
응?
(손을 내밀며) 내가 뽀뽀해줄까?
(주머니를 뒤지며) 닭 사느라 다 써가지구 나 지금 돈 하나도
없는데. 야~ 무슨 닭이 그렇게 비싸..

홍실, 기습 키스를 하고 나서
홍실 공짜야 임마.
그러자 지웅, 홍실에게 달려들어 마구 키스한다.
신나는 음악이 흐르며 화면 가득 나무가 보인다. F.O
115. 몽타주.
- 도박장. 껄껄껄 웃으면서 화투 장을 탁! 내려치는 홍실 부.
앗! 그런데 패를 잘못 맞췄다. 똥에다 비를 때렸다.
홍실 부, 슬며시 다시 패를 가져오려고 하자 꽝! 손 옆으로 칼이 꽂힌다.

-71-
- 갓길에 서 있는 아우디 허니문 카. 심통 난 신부 경주, 신경질적으로 속눈썹을 떼어
낸다. 통화하는 신랑 시삽. “ 엄마~ 기름 안 넣어 놨어?”
- 버스. 어딘가에 붙어있는 학원 광고. 학원 선생이 된 태우의 사진이 보인다.
그 밑에 ‘ 경제! 미친 존재감!! 손태우!!!’
- 지웅 모의 사진이 들어간 
‘ 멧돼지 쳐들어온 집’ 이라는 TV화면 캡처한 판넬이
화면 가득 보인다. 화면 넓어지면 옆에는 연예인들 사인이 잔뜩 붙어있다.
- 다마스 핸들에 붙어있는 아우디 엠블럼.
- 텐트 안 혈서. ‘ 씨발 누가 이기나 해보자’ 에서 ‘ 이’ 가 ‘ 웃’ 으로 바뀌어 있다.
116. 면접장/악기점/새 옥탑. 오후.
- 어느 부스 안. 맨 처음 지웅을 면접했던 여자 면접 관이 보인다.

여자 면접관
천지웅
여자 면접관
천지웅
여자 면접관
천지웅
(서류를 보며) 천지웅씨?
네.
어? (고개를 든다)
네. 맞습니다.
나 참.. 장난해요 지금?
아닙니다.

사뭇 달라진 지웅의 모습에 놀라는 면접관.
- 지웅이 우쿨렐레 팔았던 그 악기매장에서 뭔가를 찾는 홍실.
지웅의 스티커가 붙은 우쿨렐레를 보고 미소 짓는 홍실. 돈을 건네는 홍실.
- 지웅, 가지고 들어온 재활용 쇼핑백에서 꽤 두꺼운 파일을 꺼내 면접관에게 내민다.
그것을 펴자 회사와 관련된 각종 문서가 들어있다. 회사와 관련된 사장(면접관)의
인터뷰, 각종 기사, 해당 산업에 대한 논문과 동향보고서 등. 회사와 관련된 모든
것이 그 안에 있다.

여자 면접관
지웅
어? 이건 우리회사에도 없는 자룐데. 이건 어디서 났어요?
중국 환경청 홈페이지에 가면 그 회사와 관련된 자료들이 있습
니다.

- 옥탑 마당. 홍실이 나무 그늘 아래에서 지웅의 우쿨렐레로 연습하고 있다.
어설프게 뚱땅거리며 지웅이 불렀던 노래를 부르는 홍실.
나무 너머로 보이는 운동장에 아이들 몇이 뛰어 논다.
- 그 노래 소리 위로 뭔가를 열심히 얘기하는 지웅의 모습이 보이고

-72-

여자 면접관
지웅
여자 면접관
지웅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얘기 있어요?
저.. 이런 말씀 드려도 될지 모르겠는데..
?
예뻐지셨네요.

하고 씩~ 웃는 지웅의 얼굴에서. F.O
자막 옆 조그만 화면으로 지웅과 홍실이 찍었던 결혼식 사진들이 흐르며 자막올라간다.
- 끝 -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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