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연가 6
제6회> 2002년 1월 29일 화요일
민형의 호텔 방 (밤)
침대에 쓰러져 있는 유진을 본 민형, 다가가 이불을 덮어주고 돌아서는데 유진이 실눈을 뜬다.
유진의 시점으로 흐리게 보이는 민형, 준상의 모습과 겹쳐보인다.
유진 .....준상아.......!
걸음을 딱 멈추는 민형의 뒷모습. 천천히 몸을 돌려 유진을 바라보는 민형.
민형 .......왜?
놀라 몸을 일으키는 유진. 민형, 유진에게 천천히 다가온다. (민형, 준상처럼 보여야 한다)
유진 .....준...상아...!!
민형 (따뜻하고 다정한 눈빛으로 유진을 바라본다.)
유진 (눈물이 그렁그렁) 정말.... 준상이였구나.... 너 맞지? 그치? .....너였던 거지?
하더니 유진, 민형을 와락 끌어안는다. 민형, 손을 돌려 천천히 유진을 안아준다.
유진 (눈물 흘리며) 너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니...... 나... 한번도 너 잊은 적
없는데...... 정말 너 잊은 적 없는데....
민형 ......
유진 준상아, 이거 꿈 아닌 거지....?
민형 (눈물을 닦아주며) 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니?
유진 (끄덕끄덕) 왜.... 왜.... 나한테 아는 척 안했니? 응? 내가 얼마나 너 보고 싶었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민형 (슬프게 보며) ......채린이가 있잖아.....
유진 (절박하게) 니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은 나잖아.... 준상아, 옛날부터 넌 날 좋아했잖아.
(민형을 간절하게 보며) 날 잊은 거였니....? 날 잊고 산 거였어....?
민형 (유진을 물끄러미 보다가........ 고개를 가로젓는다) ....아니.....아니야......
천천히 유진의 얼굴을 끌어당기는 민형. 마주 보는 두 사람의 얼굴이 점점 가까워지고.....
유진, 살며시 눈을 감는다. 민형, 키스 하려는 것처럼 거의 입술을 데려고 하다가 피식 웃어버린다.
민형 (속삭이듯) 너무 쉬운데..... 정유진씨?
놀란 유진이 멍하게 민형을 바라본다. 유진에게서 몸을 떼고 돌아서는 민형.
민형 이게 닮은 남자 이야기의 끝인가? .......그런데 어쩌죠? 내가 지금까지 들은 이야기
중에 제일 재미가 없는데?
유진 (아직도 안믿어진다) 준...상...아....?
민형 (싸늘하다) 그만하죠. 재미없다고 했잖아요.
유진 (놀라 멍하게 민형을 쳐다본다) ......
민형 (팔짱을 끼며 차갑게) 눈물도 흘릴 만큼 흘렸고.... 술마시면서 타이밍도 절묘하게 잘
맞췄고..... 닮은 남자 얘기도 다 했고.... 아직도 나한테 더 보여줄게 남았나요?
유진 (그제서야 술이 깬 듯) 이민형씨....?
민형 (피식 웃더니) 그래요. 이민형이에요. (비아냥대듯) 설마 했는데.... 친구 남자한테까지
이럴 줄은 몰랐어요?
유진 (말도 못하고 부들부들 떠는 유진) 뭐...뭐라구요?
민형 (빙글빙글 웃으며) 왜요? 아쉬워요? 물론 유진씨가 굳이 계속하고 싶다면 나야 거절할 이유가
없죠. (바짝 다가서며 속삭이듯) 어때? 계속할까요?
유진은 갑자기 허겁지겁 가방을 챙긴다. 민형, 차갑게 유진의 행동을 바라본다. 유진이 스쳐
지나가려고 하는데 휙 팔을 잡아채는 민형. 유진의 가방이 떨어지면서 안에 든 물건들이 쫙 흩어진다.
민형 (유진을 잡고) 당신이 바란 게 이런 거 아니였어?
철썩, 민형의 뺨을 때리는 유진. 민형, 멍하게 있다가 유진의 눈을 보는데 눈물로 흥건하게
젖어있다.
진심으로 상처받은 유진의 얼굴에 순간 놀라는 민형. 유진, 민형을 뿌리치더니 울음을 참으면서
가방에 물건을 쓸어 담아서 뛰쳐 나간다. 민형, 유진을 잡지 못한다.
호텔복도 (밤)
도망치듯 뛰어가는 유진.
손으로 입을 막고 울음을 참으려고 애쓰지만 계속 눈물이 뚝뚝 떨어져 내린다.
거리 (밤)
거리에 서서 엉엉 우는 유진. 지나가던 사람들 힐끔힐끔 쳐다보지만 유진은 눈물을 참을 수 없다.
유진 (소리) 아니잖아. 아니야 유진아.... 준상이가 아니란 말야.
너 왜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니.
씬/ 호텔방 (밤)
민형 심하게 대한 것 같고 유진의 눈물이 마음에 걸리기도 한다. 마음을 못 잡겠는 지 서성이는
그러다가 후하고 자리에 앉는다.
씬/ 거리 (밤)
이젠 눈물도 안나오고 그렇게 힘빠져 앉아 있는 유진의 표정에서.
마르시안 전경 (오전)
민형의 사무실 (오전)
민형이 창 밖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잠을 못잔 듯 초췌한 모습. 그때 김차장이 들어선다.
김차장 (문을 똑똑 두드리며) 회의시간 다 됐는데..... 안가?
민형 (돌아보며) ....가야죠. (서류 챙기는 그러다가 문득) 선배...
김차장 왜? 왜 또 뭘 까다롭게 굴려구 그러냐?
민형 (잠시 그러다가) 나 어떤 사람이예요?
김차장 뭐?
민형 그냥.. 어떤 사람인가 해서 나 원래 다른 사람한테 신경 쓰는 타입은 아니지?
김차장 신경 안써. 관심 없지. 이이사 관심은 사람 아니잖아. 돌이나 나무나 흙 철근 콘크리
트 뭐 이런거.. (그러다가) 어 혹시 뉴페이스? 이이사 새로 연애 하려구? 채린씨 말 고 딴
여자한테 관심 생겼어?
민형 관심이 아니라..
김차장 아니라?
민형 (잠시 그러다가 피식) 아니 좀 실망스러워서..
김차장 (재밌어 하면서 따라 나선다) 실망? 실망이면 더 심각하잖아. 그건 우선 호감이 있었
어야 가능한 거니까. 누구야? 누군데? 누구니? 응?
회의실 (오전)
김차장과 민형이 회의실에 들어서자 자리에서 일어서는 협력업체 사람들.
민형, 방에 들어서자마자 사람들 중에 유진의 모습을 찾아 눈으로 훑는다. 그러나 정아 혼자 와있다.
정아 옆에 앉으며 조그맣게 속닥거리는 김차장.
김차장 (정아 향해) 아니, 업혀서 들어간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멀쩡해요?
정아 (아무렇지도 않게) 그 정도 쯤이야... 문제없죠.
김차장 (두리번) 정유진씬 안보이네..? 어제 무리한 거 아니에요?
민형 언뜻 유진 이름을 듣고 흘낏 돌아본다. 김차장과 정아의 말을 들으며 표정이 어두워진다.
민형 (감정을 감추고) ..... 시작하죠.
김차장 저기... 폴라리스 정유진씨가 조금 늦는 모양인데...
민형 (무표정) 시간 됐으니까 시작합시다.
김차장 (사람들 향해) 아침 일찍부터 이렇게 모이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내일 스키장으로 출발하기
전에 마지막 점검을 하려고 하는데.
그때 유진이 들어선다.
유진 (사람들에게 인사 꾸벅) ...늦어서 죄송합니다.
민형 (유진을 보는데)
유진 (민형을 보지 않고 자리로 가서 앉는)
민형 (표정)
김차장 ....이제... 다 오신 것 같으니까 계속하겠습니다......
민형은 자신을 외면하고 있는 유진을 슬쩍 바라본다.
유진 편안한 표정으로 서류와 도면들을 들여다 보고 있다.
(시간경과)
회의가 끝난 듯 사람들이 하나둘 나간다. 유진과 정아가 서류 정리를 하고 있을 때 민형이 다가온다.
민형 (딱딱하게) 정유진씨, 잠깐 얘기 좀 하고 싶은데요.
유진 (본다 역시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네.. (정아에게) 언니, 먼저 나가있어.
서로 바라보는 두 사람. 정아, 두 사람 눈치를 살피다가 나간다.
회의실 밖 로비 (오전)
정아가 혼자 서 있는데 김차장이 다가온다.
김차장 정유진씨는요....?
정아 이사님하고 할 얘기가 있다네요. (생각하다가) 김차장님, 어제 저 데려다 주시고 어떻게
하셨어요?
김차장 어제요? 저도 그냥 집으로 갔죠.
정아 그래요? (골똘...) .....그러면 유진이랑 이민형 이사만 남겨놓고 다 간거네?
김차장 (무심히) 그런가...?? (그러다가) 어? 혹시 실망스러운 뉴 페이스가 혹시?
정아 그게 무슨 얘기예요?
김차장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니예요. (하면서도 회의실 쪽 눈여겨 보는)
회의실 (오전)
민형과 유진이 마주 보고 서있다. 팽팽한 긴장감.
민형 어제 일...
유진 (말을 막으며 정중하게) 어젠.... 실수가 많았습니다. (심호흡) 제가 술에 취해서 이이사님을
다른 사람으로 착각했어요.
민형 .... (보는 표정)
유진 그 사람 제가 오랫동안 보고 싶어했던 사람이라서 ... 착각했어요.
민형 확실 한겁니까?
유진 (본다)
민형 그거 착각이 확실하냐구요.
유진 무슨... 뜻이죠?
민형 어제 나를 누군가로 착각할 때 유진씨 만취한 사람치고는 너무 진지했어요. 그리고 그렇게
취할만큼 많이 마시지도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유진 그게.. 무슨.. 그럼 제가...일부러 ...취한 척이라도 했다는 말인가요?
민형 (본다) 그건 정유진씨가 더 잘 알겠죠.
유진 내가 왜... (그러다가) ! 그 말..그럼 제가 정말 이사님을 유혹이라도 하려고 했단
말인가요? 어떻게 그런 말도 안되는...
민형 됐습니다. 그런 일 굳이 확인하려고 보자고 한건 아닙니다.
유진 (억울한 입술 떨리는) 이것 보세요...
민형 앞으로 이 일이 우리 일에 영향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유진 이것 보세요! 나 그런 사람 아닙니다. 나 약혼한 사람이구 ..게다가 채린인 내 친군데...
내가 어떻게!
민형 그러게요 어떻게 그랬는지 나도 정말 궁금하군요!
유진 (표정)
민형 (다시 외면하고) 됐습니다. 나도 실수 했어요. 솔직히 말해서 나 유진씨한테 여자로써 아주
관심이 없었던건 아니었으니까 내가 먼저 틈을 보였어요. 그러니까...
짝 민형에게 따귀를 올려 부치는 유진.
민형 정유진씨 이게 무슨 짓 입니까!
유진 (보는 표정 그러다가 수습한다) 죄송합니다. 어쩌면 이해 받을수 있을거라 생각했어요. (눈물
글썽) 닮은 사람이라서 어쩌면... 같은 사람처럼 그렇게 .. 쉽게 이해해줄거라고...
민형 (표정 이 여자 진심일지도 모르겠다)
유진 ...닮았으니까.. 그것도 내 착각이네요. 죄송합니다. ...네. 일에 지장 없게 그렇게
할게요. 그리고 앞으로 일 외엔 이렇게 부딪히는 일도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유진 목례하고 나가버리는. 민형 그대로 서서. 뭔가 이게 아닌데 하는 표정의 민형.
씬/ 거리 외경 (저녁)
유진 버스에서 내린다 그러다가 털어 버리듯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
씬/ 유진의 집 주방 (저녁)
찌개가 보글 보글 끓고 있다. 진숙 다녀왔습니다. 들어오는데 유진이 미소 짓는 표
정으로 돌아본다.
유진 왔어? 밥먹자.
두사람 밥 먹고 있는
모처럼 밝은 유진의 표정에 진숙 좀 의아하기도 하고
유진 찌개 맛있지? 좀 푹푹 좀 먹어라 친구!
진숙 너...이상하다 .. 왜 이렇게 신났니? 내일 스키장 간다더니 나 버리고 가는게 좋니?
유진 (웃는) 그래 좋다 친구!
진숙 너무해 친구~ ! (하다가) 너 혹시..그 채린이 남자 친구두 같이 가니 그 스키장?
유진 (시선 피하는) 응.
진숙 너 그래서 이렇게 신나는 거야? 내 예상이 맞았네 맞았어. 내가 위험하다 그랬지!
너 진짜 그 사람 준상이로 착각하는거 ..(아냐)
유진 (말 끊으며) 준상이가.
진숙 (보는)
유진 예전에 그랬어. 혼자 밥먹기 싫어서 자꾸 밖에서 밥 사먹게 된다구 그래서 찌개 끓 일때마다
밥상 차릴 때 마다 먹을때마다 한동안 걔 생각 났었는데. (웃는) 몰랐지?
진숙 그랬..구나....
유진 나 .. 너무 잊어 버리려고만 했어.
진숙 (본다)
유진 (담담하게) 기억 하면 괴로우니까 너무 잊어 버리려고 해서 그래서 더 못 잊었던 건 가봐
그래서 다른 사람을 준상이라고 착각하기도 하구... 바보 (그러다가 웃으며)
나 앞으로 준상이 얘기 가끔씩 하면서 살려구. 그래서 이번엔 정말로 말끔
히 잊으려구. 가끔 니가 들어 줄래? 준상이 얘긴 ...상혁이 한테 하면 미안하니까.. 진숙아
...나.. 너 한텐 가끔 준상이 얘기 해도 돼?
진숙 (뭉클한) 어... 어.. ..(열심히 끄덕여 준다)
유진 고마워. 고맙다 친구! (짐짓 웃고 밥 떠먹는 표정)
하는데 딩동 하는 벨소리 유진 돌아 보는 표정. 진숙 누구지? 하고 유진 나서면
상혁이 웃으며 서 있다.
상혁 들어가도 돼?
8. 호텔 외경 (밤)
채린 (소리) 나 들어가도 돼?
민형의 호텔방 (밤)
민형 의아한 표정이고 채린 쇼핑백 들고 들어서는 표정.
민형 웬일이야?
채린 선물! ......(둘러보며) 어떻게 하고 사는지 꼭 한 번 보고 싶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데....?
쇼핑백을 받아든 민형, 약간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시간경과)
채린, 쇼핑백에서 이것 저것 꺼내서 얘기하고 있다. 민형은 그런 채린을 보며 생각에 감긴 얼굴.
채린 (쇼핑백에 든 것들을 꺼내며) ....이건 핫팩이고... 이건 장갑.... 목도리....
내복!!! 추우니까 무조건 껴입고 다녀. 알았지?!
민형 .... (결심한 듯) 채린아.
채린 응?
민형 .....니가 그랬지 정유진씨가 자기 첫사랑하고 닮았다는 말로 남자들 유혹한다구.
채린 (철렁- 해서 민형을 쳐다본다)
민형 누군가 닮았다는 말... 할 말 없을 때나, 괜히 관심끌고 싶을 때 하는 말이라는 거 잘
아는데.... 그래도 왠지 닮았다는 말을 들으면 가슴 한 켠이 서늘해져. (채린 보고 웃으며)
내가 아닌 누가 나와 닮았다는 것일까....?
채린 (굳어져서) 유진이가..... 누구 닮았다는 이야기.... 했구나?
민형 (채린보며) .......혹시 정말 닮은 사람이 있었던 건 아닐까?
채린, 갑자기 입을 다물고 화난 사람처럼 선물만 챙겨 담는다.
민형 ......채린아...!
민형, 다가가서 짐만 챙기는 채린을 자기 앞으로 돌리는데 채린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민형 ... (놀라서) 채린아....?
채린 (대꾸하지 않고 짐만 챙겨담는다. 슬픈 척)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아.
민형 왜 그래....? 갑자기 왜 이러는 건데?
채린 (망설이는척) .....민형씨.... 나, 이런 말 하고 싶지 않지만...... (민형을
보고 슬프게) 나.... 친구로서 유진이 정말 좋아해. 하지만 유진이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한테
또 접근하는 거..... 난 정말 보고 싶지 않아. 이런 생각하는 내가 나쁜 건가?
채린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주르르 흘러내린다. 당황한 민형, 채린을 안아준다.
민형 (달래주며) 너 나쁘지 않아. 아니야. 내가 괜한 얘기를 했나보다. ......미안해.
채린 (얼른 눈물 닦으며) ......아니야... 괜찮아... 이런 모습 보여서 내가 더 미안해.
민형 (가만히 보다가) ..... 나가자. 저녁 안먹었지? (일어서며) 옷갈아입고 올게.
민형이 들어가자 채린은 금방 멀쩡해진다.
채린 기막혀 결국 준상이 얘길 했다 이거지?
콤팩트를 꺼내 얼른 화장을 고치는 채린, 침대 밑에 수첩 하나가 떨어져 있는 걸 발견한다.
뭔가 싶어 수첩을 주워들고 첫장을 열어보는데 ‘폴라리스 정유진’이라고 씌여 있다.
채린 수첩을 보고 입술을 무는.
채린 정유진 여기까지 왔었어? (하다가 좋은 생각이 난 듯 미소 짓는 표정)
대형수퍼마켓 (밤)
상혁과 유진이 수레를 끌고 다니며 장을 보고 있다. 라면이며 콘푸레이크 같은 것들을 가득 담는
유진.
상혁 (놀라서) 뭘 이렇게 많이 사? 스키장에서 밥 안줘?
유진 진숙이 비상식량이야. 혼자 있으면 귀찮아서 안챙겨먹을 게 틀림없어.
상혁 (웃다가 생각난 듯) 너 필요한 건 다 챙겼어?
유진 그러엄. (열심히 물건을 고르며) 거기 참치캔 좀 몇 개 담아줄래?
상혁 어, 그래. (아무렇지 않은 척) 그럼 내일...... 이민형씨도.... 같이 출발하겠네....?
유진 (멈칫하고 상혁을 본다)
상혁 (모른척하고 물건 고르는 시늉)
유진 상혁아......
상혁 (보면)
유진 (단호하게) .....우리 이제 그 사람 신경쓰지 말자.
상혁 ......!
유진 .......니가 나 걱정하는 거 알아. 뭘 신경쓰는 줄도 알고. 그치만.. 이젠 정말
됐어.
상혁 유진아.....!
유진 ......이민형씨.... 내 거래처 사람일 뿐이잖아? 일만 끝나면 다시 만날 일 없어.......
(웃어주며) 가자.
유진, 아무렇지 않게 수레를 밀고 간다. 유진의 뒷모습을 보는 상혁, 왠지 안도감을 느낀다.
유진의 집 앞 (밤)
상혁의 차가 들어와 멈춰선다. 상혁, 내릴 준비를 하는 유진을 빤히 쳐다본다.
유진 (문득 상혁의 시선을 느끼고) 뭘 그렇게 뚫어지게 봐?
상혁 (웃으며) .....앞으로 얼굴 잊어먹게 될까봐.
유진 (괜히 명랑하게 얼굴을 들이밀며) 자, 3초간 시간 줄게. 사진 찍어 놔. 하나, 둘,
셋! (눈 크게 뜨고 웃어주며) ....됐지?
상혁, 자신을 향해 웃는 유진을 애틋하게 바라보다가 가만히 안는다. 유진도 상혁을 안는다.
말없이 유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상혁.
상혁 잘 다녀와......
유진 (괜히 마음이 아프다) ....상혁아... 미안해...
상혁 뭐가....?
유진 그냥.....
상혁 (웃으며) ......바보.....
상혁, 유진의 볼을 장난치듯 잡으며 웃는다. 유진, 아픈척 상혁을 한 대 툭 때린다. 웃는
두 사람.
유진의 집 전경 (오전)
유진의 집 앞에 정아의 차가 멈춰서 있고 정아가 시계를 보며 유진을 기다린다.
유진, 가방을 들고 나오고 진숙은 부시시한 차림으로 따라나온다.
유진 잘 챙겨먹고.... 제때 제때 청소 잘 하고 있어.
진숙 (억울하다는 듯) 너.... 끝까지 잔소리할거야?
정아 (진숙에게 인사하며) 진숙씨죠? 저 유진이랑 같이 일하는 이정아에요.
진숙 (부시시한 차림을 쑥쓰러워하며) 아..... 예... 안녕하세요......
정아 유진이 다른 친구들은 다 봤는데 진숙씨는 처음 뵙네요?
진숙 예..... (하다가.... 어??) .... 용국이도 봤어요?
정아 아아.. 그 아~주 웃기는 수의사 선생?
유진(소리) 언니, 트렁크 좀 열어줘.
정아 어? 알았어!
트렁크에 짐을 싣는 진숙과 유진.
유진 (차에 타며) 전화할게. 잘 있어.
진숙 그래.... 몸 조심하구.... (정아의 차가 떠나면) ....아~주 웃기는 수의사 선생?
도대체 용국이는 어떻게 본거지....??
스키장 일각 (오후)
민형과 김차장이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건물에서 나와서 걷는다.
김차장 (스키타는 사람들을 보며) 한가한 인생들이구만.....
민형 오늘 작업 일찍 끝나니까 선배도 타지 그래요?
김차장 것도 괜찮지. 다음은 어디로 갈거야?
민형 폴라리스 현장으로 가죠. 정유진씨랑 이정아씬 아직이죠?
공사현장 주변 (오후)
민형과 김반장이 폴라리스 작업 현장으로 들어간다.
김차장, 먼저 들어가고 민형도 들어가려고 하다가 멈칫한다.
김반장이 자재 옆에 주저 앉아서 소주를 마시고 있다. 벌건 낮에 얼굴이 붉게 익은 김반장.
민형, 뭐라고 하려고 하다가 그냥 들어간다.
고속도로 (오전)
달리는 차안의 정아와 유진.
정아 ....우리 쪽 자재랑 소품들은 승룡이가 날짜 맞춰서 보내 준댔으니까 됐고...
유진 인부들은?
정아 내일 도착할거야 .... 마르시안 쪽 사람들도 출발했다고 전화왔으니까
유진 (표정)
정아 (흘낏) 해결은 된거야?
유진 ?
정아 언뜻 보니 마르시안의 이민형씨하고 너하고 뭔가 기류가 심상치 않던데
유진 (표정)
정아 아는척 하지 말까?
유진 계속 쭈욱~ (웃는)
정아 그래 알았어 계속 쭈욱~ ....(흘낏 보다가) 근데 야 아무리 일이래도 좀 설레이지 않니?
유진 뭐가?
정아 겨울 스키장!
스키장 입구 (오후)
스키장 전경. 정아의 차가 스키장 안으로 들어선다.
숙소 외경 (오후)
복도 (오후)
짐을 들고 복도를 걸어오는 정아와 유진 그리고 짐을 들어다 주는 김차장. 티격태격
김차장 .....(으시대며) 제가 스키장 쪽에 박박 우겨서 두분 방은 제일 좋은 곳으로 했습니다.
맘이 편해야 일이 잘되는 거 아니겠어요?
정아 혹시 김차장님 마음만 편하고 우리는 전부 불편한 거 아니에요?
김차장 유진씨, 이정아씨는 원래 이렇게 의심이 많아요?
유진 (웃고)
정아 (끼어들며) 확인과 의심은 다른 거죠. (방실방실 웃으며) 안그렇습니까, 김차장님?
김차장 (픽 웃으며 멈춰선다) 여깁니다! 확인해보십쇼. 참! 있다가 스키장 담당자들이랑 간단하게
회식있는 거 아시죠?
하는데 유진의 방 건너편 문이 열리며 민형이 나온다. 순간 눈이 마주친 민형과 유진.
유진 외면한다. 민형의 표정.
김차장 어디 갔나 했더니 방에 있었구나.
민형 (정아보고) 도착하셨군요.
정아와 민형은 인사하는데 유진은 민형이 어색한 듯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서 있다.
정아 두사람 눈치 본다.
김차장 (시계보며) 시간 많이 남았는데 같이 차라도 한 잔 하는 게 어때요?
정아 (유진보고) 그럴까....?
유진 (웃는) ....저기..... 난 그냥 방에서 좀 쉴게. 언니는 갔다와.
정아 그래 알았다 계속 쭈욱~ (민형과 김차장 보고) 자 가시죠.
김차장 아, 왜 그래요 유진씨도 같이 가시지.
정아 아, 얼른 갑시다 우리끼리!
정아 민형과 김차장 밀고 민형 가다가 유진을 돌아본다. 유진 짐짓 미소 지으며
까닥 고개 숙여 보이는 표정. 방으로 들어가는 유진.
씬/ 유진의 숙소 (오후)
짐 가지고 들어온 유진. 민형과의 마주침이 힘들다. 그러다가 힘내자. 베란다를 열어 본다
펼쳐진 설원의 풍경 심호흡하는 유진.
일각 (오후)
설원이 풍경이 창으로 내다보이는 커피숍. 유진과 같은 포즈로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민형.
정아가 김차장의 타로점을 봐주고 있다. 테이블에 좍 펼쳐진 각양각색의 카드들.
정아 (점장이 같은 말투) 최근에 주식투자 같은 거 하셨어요?
김차장 (깜짝 놀라며) ....네?
정아 (카드를 보며) 사악한 것들의 유혹을 저버리지 못함, 헤어날 수 없는 구속, 예측하지 못한
사건..... (김차장 올려다보며) 돈 좀 버리셨겠는데?
김차장 (!) 어, 어떻게 알았어요?
정아 (씩 웃으며) 여기 다 나와 있잖아요. 이민형씨도 제가 한번 봐 드릴까요?
창밖을 내다보던 민형이 돌아보는.
민형 .....난 이런거 안믿어요. (김차장에게) 선배님도 그만 하고 박실장님한테 안가봐요?
한시간쯤 쉰다고 해놓고 지금 몇시간째예요?
김차장 내가 너의 유물론적인 세계관을 모르는바는 아니지만 의외의 운명에 카운터펀치를 맞을 수도
있는 거다, 너?
민형 (피식 웃는다) .....선배가 박실장님한테 카운터펀치 맞는게 더 빠를걸요?
김차장 알았어. 간다, 가! (민형을 의자에 끌어앉히며) 야, 어쨌든 한 번 해봐. 니 미래가
쫙 보일거다.
김차장은 나가고 민형은 앉아서 정아를 보면 정아는 카드를 뽑으라는 듯 민형의 눈앞에 쫙 펼친다.
(시간경과)
정아의 손이 카드를 뒤집는 게 클로즈업으로 보인다. 타로카드의 그림.... Wheel of
Fortune.
정아(소리) 정말 희한하네요. 어떻게 계속 똑같은 패가 나올 수 있지....? 신기하네....
민형 (카드를 보며) ....왜... 점괘가 나빠요?
정아 (Wheel of Fortune이라고 씌어진 카드를 민형 쪽으로 밀어주며) “운명의 수레바퀴”.
이게 이사님 운명의 카드에요.
민형 (카드를 보며 갸우뚱) ....그게 무슨 뜻이죠?
정아 (미소를 띄운 채) .......운명의 상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거죠.
민형 (쿡 웃어버린다)
정아 왜요? 안믿어져요?
민형 (손사래하며 웃는다) 아뇨, 아뇨! 믿어요. 그래서요?
정아(소리) (다른 카드를 뒤집으며) 이사님 운명의 여자는...... 지금 파도가 거칠게 이는
강을 건너고 있어요. (기묘한 그림의 카드들이 차례로 보여진다) 흠.... 길을 잃기 쉬운 사람이군요.
점괘에 지팡이가 하나도 없는걸 보면 알 수 있어요..... 어디로 가야할 지 몰라 망설이고 있는데.....
(민형보며) 곧 만나게 될 거에요...... 틀림없어요.
민형 (웃기지만 흥미롭다는 표정) ....그런데... 그 운명의 상대를 제가 어떻게 알아보죠?
정아 “운명의 수레바퀴”가 연결해 줄 거에요. (Wheel of Fortune을 두드리며 진지하게)
혹시 이 카드를 갖고 있는 여자가 나타나면 무조건 잡으세요. 아셨죠?
민형 (자리에서 일어서며) 고맙지만 사양하겠습니다. (농담하듯) 운명이 너무 가까이에 있으면
두려워져서요.
정아는 카드를 정리하고 민형은 창 밖을 내다본다.
산책로에서 누군가 걷고 있는게 보인다. 유진이다. 민형의 얼굴에 감도는 묘한 표정.
민형 (창 밖 유진을 계속 보며) 궁금한 게 있는데요...... 정유진씨..... 정아씨가
보기에 어떤 사람인 거 같아요?
정아 (카드를 정리하다 말고) 그건 왜요?
민형 (농담하듯) .....들리는 말에.... 남자편력이 화려하다던데.... 저도 그 리스트에
한 번 올려보면 어떨까해서요.
정아 (정색을 하고) 무슨 말씀하시는 거에요? 누가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해요?
민형 (정아의 반응에 놀란다)
정아 (화낼것처럼) 이사님 그렇게 사람보는 눈이 없으세요? 유진이는 미련퉁이같이 평생 한 사람만
좋아했으면 했지 절대 그럴 애 아니에요. 농담으로라도 그런 말씀하지 마세요.
정색을 한 정아의 반응에 당황한 민형의 얼굴
식당 외경 (밤)
김반장(소리) 아니, 지금 저 새파랗게 어린 기집것들하고 일하라 이 말씀이요?
식당 (밤)
양복을 입은 사람들 사이에 있던 김반장이 테이블을 주먹으로 탕치며 일어난다.
김차장, 민형 등의 사람들 일제히 놀라고, 유진과 정아의 얼굴은 하얗게 굳는다.
김반장 여그 계신 분들은 가방끈 긴 분들만 있어서 모르겄지만 내가 올해로 노가다 짬밥이 이십하고도
팔년이여. 근디 저 조막만한 것들 밑에서 잔소리 들으면서 일해야 한단 말이여? (유진과 정아를
보며) 여기가 애들 소꿉장난 하는 데도 아니고 말이야.
김차장 (당황해서) 아니.... 저기... 김반장님....
유진 (당차게 나서며) 저희도 여기서 소꿉장난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우리가 어려서 일하기
싫으신 건가요, 아니면 여자라서 싫으신 건가요?
순간 긴장하는 사람들. 김차장, 유진을 말리려는데-
김반장 (부르르) .......아니... 기집년이 어디서 어른 말씀하시는데 말대꾸야? 내.가!
노가다 짬밥, 이십하고도 팔년만에 (유진을 가리키며) 요런,
유진 (말을 자르며) 버르장머리 없는 년은 처음이라구요?
일동 (찬물을 끼얹은 분위기. 눈치만 보고 있다)
유진 (피식 웃으며) 아저씨! 레파토리 좀 바꾸세요!
마주보고 선 유진과 김반장의 얼굴에 빙그레 미소가 올라온다.
김반장 (누그러진 목소리) 할 말 하는 거 보니께 이제 노가다 십장 냄새가 쬐끔 나는구만?
유진 (웃으면서) 아저씬 여전하시네요.
김반장 (말투는 퉁명스럽지만 얼굴은 미소가 가득하다) 사람이 변하는 거 봤냐?
민형과 김차장은 유진과 김반장의 돌변한 태도에 벙쪄하는데
정아 (어깨를 으쓱하며) 원래 저래요.
(시간경과)
술자리. 사람들 술잔을 돌리고 있다. 작업반장 중의 한 명이 유진에게 술을 권한다.
직원 한 잔 하시죠?
유진 (콜라잔 들고 건배하려고 하는데)
직원 에고고, 이게 뭐야? 술 못해요? 잘 하게 생겼는데?
김반장 (커- 술잔 비우고 유진 대신 술 받으며) 정유진이가 못하는게 딱! 세가지가 있어. 술!
거짓말! ......그리고 서방질이여!!!
민형 (돌아보는 표정 유진에게) 술... 못 마셔요?
유진 (표정)
김반장 술 못해. 취하면 그대로 정신 잃으니까. 내가 한두번 봤나? 정유진이 술먹고 죽을뻔한
얘기 해줄까?
유진 (짐짓) 아우 아저씨 알았어요 알았어 노래 부르면 되잖아요!
유진 말 끊으려는데 앞에 서서 마이크를 잡는다. “아기 공룡 둘리”를 부르는 유진. 사람들
박수치며 너무 좋아한다.
김차장 (쓰윽 잔들고 들어와 앉으며 재밌다는 듯 유진을 보며) 별명이 폭탄 처리반이래.
민형 (보면)
김차장 현장에서 곤조부리고 사고 잘 치는 폭탄들 구슬리는데 정유진씨만한 사람이 없다는 거야.
저 김반장도 보통 깐깐한 양반이 아니거든. 근데 정유진씨한테는 꼼짝을 못한데. (웃으며) 진짜
재밌는 여자라니까.....
민형 (가만히 유진을 바라본다)
꾸밈없이 밝고 예쁜 유진의 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긴 민형, 혼란스럽다.
노래를 마친 유진이 자리에 앉으려고 돌아오는데, 유진의 자리에는 다른 사람이 앉아 있다.
김반장 저기 빈자리 가서 앉아.
유진 (민형과 눈이 마주치자) 너무해요 아저씨. 오랜만에 만났는데 그럴 순 없죠.
하며 김반장 옆자리에 끼어 앉는다.
스키장 일각 (밤)
유진과 김반장 걷고 있다. 다정하게 김반장의 팔짱을 낀 유진의 표정.
김반장 오랜만에 기분 좋다~!
유진 아저씨... 술 조금만 줄이세요.
김반장 어이구 망치 쥐는 법부터 다 배워줬는데 이제 날 막 가르치려 드네? 싫다 술 없이
내가 무슨 낙으로 살아.
유진 (연민으로 그러다가) 그냥 조금만 줄이세요... 아예 끊으시라는 말은 안하잖아요.
네? 조금만 ... 조금만요 네?
두사람 지나가고. 그 두사람을 보고 있던 민형.
밤바람을 맞으며 산책하는 민형, 뭔가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다.
불이 훤히 켜진 슬로프, 멀리서 들리는 음악소리, 쓴 담배 한모금.
숙소 입구 근처 (밤)
민형이 기다리고 있는데 저만치 유진이 걸어오는 게 보인다. 유진 걷다가 민형을 보고 당황 돌아선다.
민형 정유진씨!
유진 (그냥 가려는)
민형 이리와요 방으로 가는 길 여기밖에 없어요.
유진 (돌아 본다 걸어 오는 표정) 무슨 할 얘기라도...
민형 나랑 말하는 거 싫다고 했으니까.... 본 김에 얘기할께요.
유진 무슨 얘기죠?
민형 김반장님 작업 중에 술마시는 거 알고 있어요?
유진 (멈칫) .....?
민형 나도 몇번 봤고.... 보고가 계속 들어오고 있어요.
유진 .....말씀하신 게 사실이라면 제가 김반장님께 주의 드리겠습니다.
민형 만약 개선되지 않는다면 제가 알아서 조치를 취할 겁니다.
유진 김반장님, 저희랑 같이 일하는 분이에요. 저희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민형 책임질 수 있겠어요?
유진 (싸늘) ......책임지겠습니다.
민형 이게 아닌데. 지나 가려는데 민형 유진을 잡는다.
민형 미안합니다. 그말 하려는게 아니라 사과 하고 싶었어요.
유진 (보는)
민형 유진씬 술... 못 먹는거 .... 몰랐어요. 그때 내가 거짓말로 취한척 한거라고 한거...
사과해요.
유진 됐어요. 그런 일 잊어 버렸어요. 잊기로 했으니 이민형씨도 잊으세요. (다시 가려면)
민형 뭐가 진짜죠?
유진 (다시 보는)
민형 모르겠어요. 나 유진씰 잘 모르겠어요. 처음 유진씨 만났을 때 그 맑은 느낌이 진짠지..
아니면 ...호텔에서..
유진 호텔에서...아직도...정말로 내가 이민형씰.. 그렇다고 믿는건가요?
민형 채린이 한테 들었어요. 유진씨가 예전부터 채린이
채린 (소리) 민형씨~!
민형과 유진이 돌아보면 채린이 가방을 들고 서있다.
채린 (다가서며) .....중요한 얘기하는데 내가 방해한 건가?
유진 (채린에게 어색한 미소) 아, 아냐.... 잘왔어. 그럼 전 이만....나중에 보자.
하더니 유진, 도망치듯 서둘로 자리를 뜬다. 채린, 유진의 모습을 보다가 민형에게 다가선다.
민형 .....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 어떻게 된 거야?
채린 (웃어보이며) 민형씨 보고 싶어서 왔지.
민형, 어 하면서 유진이 간쪽을 보는.
채린의 빌라 앞 (밤)
채린의 빌라를 향해서 걸어가는 민형과 채린.
채린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민형씨는 바빠서 서울에 자주 못올 것 같아서 내가
왔어. 주말에만 쓸 수 있게 방 잡았놨다.
민형 (채린을 바라본다) ..... 채린아!
채린 나, 민형씨 일 방해안해. 그러니까 부담갖지마. (민형을 흘겨보며) 잘 왔다는 말 안해줄거야?
민형 (졌다는 듯 웃는다)
채린 (빌라를 가르키며) 한잔 하고 갈래?
민형 (웃어주며) 아니. 밤에 처리할 일이 있어. 쉬어라. 내일 같이 스키나 타자.
민형, 착잡하게 돌아서 가고 채린은 그런 민형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스키장 아침 일각 (아침)
유진의 방 (아침)
유진은 창가에 앉아서 창밖을 보고 있고 정아는 타로카드를 테이블에 쫙 펼치고 뒤집고 있다.
정아 음.... 오늘은 껀수가 하나 생기겠구나.... 껀수를 만들려면 방을 나가야 하는데.....
어이, 정유진!
유진 .... (계속 생각에 잠겨 있다)
정아 정유진!!!
유진 어, 응?
정아 너, 병든 닭처럼 요즘 상태가 안좋다.... 무슨 고민 있어?
유진 고민은 무슨....
정아 모처럼 시간도 남는데 바람쐬러 나갈까? (카드를 보여주며) 오늘 껀수 올린다고 나왔거든...
유진 (피식) 난 그냥 있을래.
정아 (일어서며) 야아, 너...
하는데 노크소리가 들린다. 정아, 문을 열면 김차장이 스키복 차림으로 얼굴 삐죽 내민다.
김차장 아, 이런 날 왠 독수공방? 어서 나와요.
정아 왜요?
김차장 (스키타는 흉내내며) 스키장에 왔는데 신발창에 눈이라도 좀 밟아줘야 할 거 아니에요?
어서 나와요. 정유진씨도... 어서!!!
정아 그래, 가자. 어서!!!
유진, 계속 안나갈려고 버티는데 정아가 유진을 잡아끌고 방을 나선다. (“가자” “오늘밖에 시간
없어” “싫어, 언니” “난 그냥 있을래” 등등) 유진이 정아에게 끌려서 나가고 나면 탁자 위의
유진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한다.
방송국 복도 (낮)
상혁이 지나가는 동료들과 인사를 하면서 전화를 받고 가는데 유진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
상혁, 좀 우울한 표정. 전화를 넣고 복도를 돌아선다.
동물병원 (낮)
해피가 왈왈 짖고 있다. 다가와서 해피를 안아주는 용국.
용국 (개짖는 소리를 내며 해피와 대화) 오로로로! (해피, 월월) 그르그르, 월월! ...그래
알았다 알았어. 배가 고프다 이거지? (사료를 놓아주며) 해피야, 밥먹자!
신나서 밥을 먹는 해피. 보면 진숙이 구석 테이블에 앉아서 심심하게 잡지나 넘겨보고 있다.
용국 (해피 쓰다듬으며) 유진이가 없으니까 너도 엄마 잃은 강아지 신세구나. (진숙 보며)
이 화장한 주말 오후에 너는 나 말고는 놀아줄 사람도 없냐?
진숙 (상처 받았다!) .....내가 있어서 싫음... 간다...뭐...
용국 쯧쯧.... 꽁진숙, 또 꽁해진다! (사람 좋게 웃으며) 얌마, 벗이 자원방래했는데 내
너를 박대하겠냐? (강아지를 만지며) 그치, 해피야? 오로로로!!
진숙 (괜히 심통) .....야! 무슨 강아지가 이렇게 못 생겼냐?
용국 주인 닮아서 그래. (해피를 보며) 니 엄마는 어째 안부전화 한 통화가 없구나.....
그럼 그렇지.... 그런 여자한테 어찌 모성을 기대하리오.....
진숙 (슬쩍 용국의 눈치를 본다) 주인이 여자야?
용국 (해피의 사료를 하나 집어 맛있게 먹으며) 여자지. 아-주 웃기는 여자. (혼자 생각하며
씩 웃는다)
진숙 (어이없음 + 왠 여자? 하는 의구심)
용국 (진숙에게 사료를 내밀며) 너도 먹어볼래? 먹을만 하다.
진숙 (퉁명) 됐다, 이 사람아!
용국 커피 마실거지? (웃으며 일어서 나간다)
진숙 (혼잣말) 여-자?!
진숙, 괜히 해피를 한 번 째려보는데 가만히 밥먹던 해피가 진숙을 향해 앙칼지게 왈왈 짖는다.
진숙, 소스라치게 놀라는데 문여는 소리가 들린다.
용국(소리) 어, 넌 또 왠일이냐?
상혁 아니 뭐..... 유진이도 없는데.... 그냥 집에 가기도 뭣하고 해서...
용국 (허허 웃으며) 유진이가 없으니까 탁아소가 따로 없구나.
멋적게 웃는 세 사람. 유진의 빈자리가 허전하다.
스키장 (오후)
정아와 유진, 김차장이 스키복을 입고 나왔다. 싱싱 달리는 사람들을 보며 즐거워하는 세 사람.
정아 거 봐라.... 나오길 잘 했지?
유진 .... (웃는다)
김차장 세월앞에 장사 없다더니... 뼈마디가 굳어서 겁나서 못타겠네....
이때 저 멀리서 누군가 멋지게 스키를 타고 내려온다. 정아, 입이 벌어져서 “와아....”
남자는 멋지게 턴을 돌더니 김차장과 정아 앞에 선다. 고글을 벗으면 민형이다.
민형 선배, 위로 올라가서 타죠? (정아보며) 나오셨군요.
정아 ... (일부러 위아래로 훑어보며) 폼, 좋은데요?
김차장 채린씨는?
민형 (돌아보며) 채린아!
멋지게 스키복을 입은 채린, 민형 옆으로 바짝 다가선다. 채린, 유진을 보더니 싸늘하게 웃으며-
채린 유진이도 나왔구나.....? (민형을 잡으며) 민형씨, 올라가자.
민형, 유진을 한번 보더니 채린을 따라 리프트가 있는 곳으로 다가간다.
유진,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는데 표정이 좀 우울하고 어둡다. “괜히 나왔네....”하는 눈빛.
정아, 그런 유진을 툭 치더니 가자고 한다. 정아를 따라가는 유진.
스키장 몽타쥬 (오후)
- 리프트를 타는 유진. 앞에는 민형과 채린이 다정하게 앉아서 가는 뒷모습이 보인다. 이때
민형이 몸을 돌려서 유진과 시선이 마주친다. 민형, 차갑게 시선을 돌린다.
- 유진, 스키를 타는데 잘 안된다. 별로 안하고 싶어하는 분위기.
- 유진, 달리다가 민형이 달리는 모습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시선이 간다.
- 민형과 채린의 다정하게 넘어지는 모습. 민형, 채린을 일부러 자꾸 넘어트린다.
- 그모습을 보는 유진. 그런 유진을 의식하듯 민형에게 매달리는 채린.
유진의 방 (오후)
유진이 옷 갈이 입는데 노크 소리가 들린다. 유진이 문 열면 채린이다.
유진 채린아....?
(시간경과)
유진이 채린 앞에 커피를 내려놓는다. 유진도 그 앞에 앉는다.
채린 (웃으며) 얘기할 시간 좀 있니?
유진 ......어.. 좀 있다 작업장 잠시 들리면 돼.
채린 (살피며) 얼굴이 안좋다.... 무슨 걱정 있니?
유진 아니.
어색한 침묵. 채린, 차마시는 유진의 얼굴을 보다가 결심한 듯 뭔가를 꺼낸다.
채린 (유진의 수첩을 밀어주며) 이거.... 니 꺼 맞지?
유진 (깜짝 놀란다)
채린 ......민형씨 호텔방에서 가져온 거야...... 너, 왜 그랬니?
유진 (어쩔 줄 몰라한다. 미안함과 당혹스러움)
채린 유진아.... 나한테 말해봐. (떠보듯) 그날, 민형씨 방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유진 (약간 두서없이) 채, 채린아.... 미안해. 너한테 정말 미안해..... (하고 고개
떨군다)
채린 (확인한데서 오는 싸늘함)
유진 .... 내가 그 날.... 회사 사람들하고 술을 많이 마셨어..... 이민형씨는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거고..... (채린 표정) 내가 몸을 못가누니까 이민형씨가 방으로 데려간 거야.
(절실하게) 하지만 니가 오해할 일은 하나도 없었어. 정말이야. 믿어줘, 채린아....
채린 알아. 민형씨도 아무 여자하고나 사고칠 사람은 아니니까.
유진 (채린을 올려다본다)
채린 아아... 말이 좀 심했구나. 내 말은 니 얘길 믿는다는 뜻이었어.
유진 아냐. 그런 말 들어도 할 말 없어. 내가 실수한 거니까.... (생각하기도 싫은 듯)
내가 바보같이 술에 취해서,
채린 (말을 막으며) 준상이로 착각한 거구나? 그렇지?
유진 ..... (채린을 본다)
채린 .... 난 이해해. 하지만 상혁이가 알면 얼마나 속상하겠니? 넌 왜 상혁이 마음은 생각하지
않는 거야?
유진 .....
채린 민형씨가 너에 대해서 지금은 안좋게 생각하지만.... 내가 잘 말해줄게. (좀 독하게)
하지만 이런 일이 또 생긴다면 나.... 널 다신 안볼지도 몰라. 무슨 얘긴지 알지?
유진 (착잡하다) .... 공사만 끝나면 이민형씨 볼 일 없을거야. 나도 그랬으면 좋겠구.....
채린 그래. 니가 좀 힘들어도 민형씨랑 안부딪히게 노력해. 그게 현명한 것 같아.
유진 ... 미안해, 채린아.
채린 나한테 미안할거 없어. 상혁일 생각해.
채린, 괴로워하는 유진과 눈이 마주치면 웃어주다가 유진이 시선을 내리깔며 싸늘하게 쏘아본다.
작업장 (저녁)
유진 작업장에 나와 있지만 제대로 작업이 잘 안되는 분위기.
스키장 일각 (저녁)
채린이 통유리로 된 곳에 서서 스키장 풍광을 바라보고 있다. 이때 민형이 다가온다.
민형 (채린을 툭치며) 어디 갔었어? 저녁 같이 먹으려고한참 찾았잖아.
채린 유진이 방에 있었어.
민형 (표정) !
채린 민형씨.
민형 (멈춰서서) 응?
채린 .... 어제 유진이랑 무슨 얘기 했어?
민형 (대수롭지 않게) 으응... 일 얘기.
채린 (비난하듯) 그럼 호텔방에서도 일 얘기 했어?
민형, 놀란 눈으로 채린을 본다. 채린, 비난이 서린 눈으로 민형을 보더니 휙 돌아서 멀어져간다.
가로수 길 (저녁)
채린이 앞서서 걷고 있고 민형이 채린의 이름을 부르면서 따라오고 있다.
민형 채린아, 채린아.
채린 나 집에 갈거야. 일분도 여기 있기 싫어졌어.
민형 채린아, 내 얘기 좀 들어봐. (하면서 채린을 거칠게 돌려세운다)
채린 (눈물 고였다)
민형 (놀란 표정)
채린 민형씨...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민형씨가 술 취한 유진이를 호텔방으로 데려간 거라며?
민형 (어이가 없다) 뭐?
채린 나, 정말 실망이야.... 유진이가 뭐란 줄 알아? 민형씨 조심하래..... 약혼한 여자한테
접근하는 남자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녜.....
민형 (미간을 모으며) 정유진씨가 그런 식으로 얘기 해?
채린 그래.
민형 (화도 안난다. 기가 막힌듯 웃는 민형)
채린 어제 유진이한테 얘기 듣고 민형씨한테 말할까 말까 망설였었어. 그러다가 관두기로 했어.
왜냐면 민형씨를 믿고 싶으니까.
민형 .....
채린 근데... 민형씨는 그것도 모르고 아까 유진이랑 또 얘기하고....
민형 그건 일 얘기였어, 이 바보야.
채린 암튼 난 집에 갈래. (서러운 듯 다시 눈물 그렁) 유진이 보기도 챙피하고.... 민형씨도
밉고..... (확인하려고) 민형씨, 솔직히 말해줘. 유진이한테 관심 있는 거야? 마음있는 거냐구....?
민형 .... 아니라는 거 니가 더 잘 알잖아.
채린 ....
민형 (다가서며) 채린아.... (하면서 얼굴에 손대려고 한다)
채린 (상처받은 듯 얼굴을 돌린다) 미안해..... 나, 서울 갈래.
하면서 빌라 쪽으로 걸어간다. 민형은 당혹스런 얼굴이고 채린의 입가에는 차가운 미소가 어린다.
유진의 방 앞 복도 (밤)
유진이 자신의 방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간다.
유진의 방 (밤)
유진, 들어가서 방불을 켠다. 유진, 파카를 벗는데-
민형(소리) 채린이... 서울로 갔어요.
유진, 놀라서 돌아보면 민형이 창가에서 몸을 떼서 천천히 다가온다.
민형 유진씨가 원하는 대로 된 거 아닌가.....?
유진 어떻게 들어왔어요?
민형 왜 왔는지가 더 궁금하지 않아요?
유진 ... 할 얘기가 있다면 나가죠. (하면서 문 쪽으로 향하는데)
민형 나, 좋아해요?
유진 (돌아본다) 뭐라구요?
민형 (바짝 다가서며) 날 좋아하냐구요.... 채린이한테 호텔방에서 있었던 일 말했다면서요?
유진 (얼굴빛이 변한다)
민형 (차갑게 보며) 난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하지만 채린이가 무슨 잘못이 있죠? 왜 당신과
나 때문에 채린이가 상처 받아야하죠?
유진 ... 그, 그건 일부러 말한 게 아니였어요.
민형 당연하겠죠. 이렇게 천사같이 생긴 얼굴로 말하는데 누가 일부러 그랬다고 생각하겠어요?
유진 ...... 미안해요. 그건 어쨋든 제가 잘못했어요.
민형 (말을 막으며) 됐어요. 내가 여기 온 건 사과받으려고 온 게 아니라 정유진씨한테 못박아
둘 게 있어서에요.
유진 (민형을 본다)
민형 나, 여자 좋아해요. 하지만 정유진씨 같은 여잔 아니에요.
유진 ....
민형 앞으로 헛수고하는 일 없었으면 좋겠어요.
민형, 차갑게 유진의 옆을 지나쳐서 나간다. 유진, 문이 닫히자 마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유진, 눈물을 훔치면서 애써 웃으려고 하는데 눈물은 계속 흐른다.
민형의 방 (밤)
민형, 담배를 끄고는 전화기를 든다. 전화를 하는데 받지 않는다.
민형 채린아, 나야.... 전화받기 싫구나.... 그래, 서울 가면 전화할게. 그때 보자.
채린의 차 안 (밤)
채린, 메시지를 듣더니 흡족한 얼굴로 전화를 끊는다.
스키장 일각 (오전)
유진이 카메라를 들고 낡은 건물을 찍고 있는데 직원이 헐레벌떡 다가온다.
인부 (숨을 가쁘게 쉬며) ...컨테이너 쪽에 좀 가보셔야겠는데요?
유진 무슨 일인데요?
인부 (난처해하며) ...김반장님이 술 드시다가.... 실수로 불을 내셨나봐요.
유진 네?
컨테이너 (오전)
모래로 뒤덮인 바닥에 까만 그을음 자국이 남아있다. 구석자리 담요에 쌓여있는 김반장.
사람들이 김반장의 팔다리를 주무르고 있다. 놀라서 뛰어들어오는 유진.
유진 아저씨!!
김반장 (어렵게 몸을 일으키려 한다.)
유진 (얼굴이 하얘져서) 어떻게 된 일이에요....!?
인부 (일어서며) 김반장님 거의 동사할 뻔했어. (김반장보며 나무래듯) 그러게 무슨 술을 그렇게
마신댜....
유진 (걱정된다) 아저씨, 괜찮으세요?
김반장 (아직 술이 덜 깨서) 미안혀.... 미안혀..... 미안혀.....
유진과 인부들, 김반장 주위에 서서 걱정하고 있는데 잠시후 정아가 들어온다.
정아 (일어나) 유진아, 잠깐만 나 좀 보자.
유진 (구석으로 따라가면)
정아 저...... 다행히 큰 피해는 없는데..... 마르시안에서 김반장님 해고하겠데.
유진의 얼굴이 굳어진다.
민형의 사무실 외경 (오후)
민형(소리) (단호하게) 그렇게 할 순 없어요.
민형의 사무실 안 (오후)
민형과 마주 보고 선 유진.
민형 일찍 발견해서 다행이지 늦었으면 인재까지 생겼을지 몰라요.
유진 .......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가족도 없이 외롭게 사시는 분인데.... 이렇게
그만두시면 정말 폐인이 될지도 몰라요.
민형 이건 사적인 감정으로 처리할 문제가 아니에요. 그런 분하고 일하지 않는 건 원칙입니다.
유진 (절박하게) 술을 드신 건 잘못했지만.... 어제가 돌아가신 부인 기일이었데요.
민형 (시니컬하게) .... 그거 다 변명 아닙니까?
유진 (화나지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번만 생각해주세요.
민형 (유진을 보며) 아뇨. 이 얘긴 그만하죠.
유진 (간절하게) 이사님!!!
민형 술마시고.... 눈물 흘리고..... (웃으며) 그게 죽은 사람을 위한 겁니까? 내가 볼땐
자기 외로움을 달래려는 행동으로 밖에 안보여요.
유진 (눈빛이 변하며) 말씀이 너무 심하시네요.
민형 아니요! (쐐기를 박듯) ........죽은 사람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잊어주는 겁니다.
아시겠어요?
주먹을 꼭 쥔 채 민형을 노려보고 서있는 유진.
유진 (차갑게) 그럼 저도 그만두겠습니다.
민형 ..... !!
유진 (싸늘하게) 제 책임도 있으니까..... 저도 그만 두겠습니다. 그럼 된 거죠?
유진, 그냥 휙 몸을 돌려 나가려고 한다. 민형, 갑자기 쫓아가서 유진의 팔을 잡아 돌려세운다.
민형 정유진씨, 지나치게 감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유진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어쨌든 난 당신같이 비인간적인 사람하고는 일하고 싶지 않아요.
민형 (차갑게 웃으며) 뭐라구요?
유진 (낮고 냉소적으로) ....이제까지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해본 적 없죠?
민형 ......!
유진 (비웃는다) 그래.... 그럴 거야..... 그러니까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겠죠.
민형 .... (의외의 유진의 모습에 당혹해한다)
유진 바로 옆에서 숨쉬고 말하던 사람이 하루 아침에 사라진 느낌.... 그게 뭔지 모르죠? 다른
건 변한 게 아무 것도 없는데..... 단 한 사람만 없는....느낌..... 그 느낌이 뭔지
당신같은 사람이 알 수 있겠어요?
민형 .......!!
유진 (눈물 글썽해져서) ......그래서 마음 아파하는 게..... 그게 그렇게 잘못된 건가요?
거칠게 민형의 팔을 뿌리치고 나가버리는 유진. 민형, 멍해진다.
스키장 풍경 (밤)
민형의 사무실 (밤)
민형, 혼자 스키장 야경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고 있다.
유진(소리) 이제까지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해본 적 없죠?..... 다른 건 변한게 아무것도
없는데..... 단 한 사람만 없는....느낌..... 그 느낌이 뭔지 당신같은 사람이 알 수
있겠어요?
후- 한숨같은 담배연기. 지친 듯 벽에 등을 털썩 기댄다.
스키장 일각 (밤)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생각에 잠겨 걷고 있는 유진, 어느새 민형의 사무실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유리창 너머 보이는 민형의 모습. 준상을 보듯 민형을 바라보는 유진. 마음이 아프다.
민형(소리) 죽은 사람한테 가장 좋은 선물이 뭔지 알아요?.... 잊어주는 거에요.....
유진의 눈가가 촉촉해진다.
유진의 방/춘천 유진의 집 (밤)
침대 위에 정아는 누워서 자고 있고 유진의 침대는 텅 비어 있다.
카메라가 점점 어느 구석으로 가면 쪼그리고 앉아 전화를 하고 있는 유진이 보인다.
유진 ......아니야 엄마... 하나도 안힘들어....
유진모(소리) 너 날도 추운데 옷 든든히 입고 해.
유진 그럼.... 걱정하지마.
유진모 두꺼운 옷 없으면 엄마가 하나 사서 보내줄까?
유진 (괜히 목이 메인다) 아냐.. 있어...... 괜찮아.
목에 전화기를 끼우고 바느질을 하며 전화를 받던 유진모, 전화기를 고쳐 잡으며
유진모 (걱정스럽게) 유진아, 너 목소리가 왜 그래? 감기 걸렸어?
유진 아니... 아니야.... (말을 얼른 잊지 못하고 망설인다) 엄마......있지.....
유진모 ...왜....?
유진 ....엄마... 요새도 아빠 생각나?
유진모 (다시 바느질 하며) 갑자기 왠 아빠 얘기야.....
유진 그냥.... 궁금해서..... 아직도 아빠 기억해?
유진모 그러엄. 당연하지... (추억에 잠겨서) 아빠가 뭘 잘 드시고 뭘 싫어하는지... 무슨
노래를 잘 부르는지.. 늬들 이쁜 짓할 때 어떤 표정 짓는지.... 하나도 안잊어먹고 다 기억하고
있지.....
유진 (목이 메이지만 괜히) 십오년도 더 됐는데 그걸 아직까지 기억하면 어떡해?
유진모 세월이 아무리 흘러봐라.. 잊혀지나..... 마음에 묻은 사람은 평생 잊지 못하는거야......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유진.
숙소 외경 (아침)
유진의 방 (아침)
정아가 유진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유진이 테이블 앞에 앉아서 생각이 많다. 그대로 앉아 밤을
샌 듯하다. 멍한 유진의 표정. 그때 정아가 유진 앞에 털썩 앉더니 카드를 탁 펼친다.
정아 (턱을 괴고) 하나 골라봐. 니가 고민하는 거 그대로 나온다.
유진 (픽 웃는다)
정아 얘봐... 거짓말 같지? 진짜야. (카드를 놓아주며) 자, 마음을 비우고..... 두 장만
골라.
유진 (가만히 정아를 쳐다보며 망설이던 유진, 카드 두 장을 뽑아놓는다.)
정아 잘 했어. 오른쪽 카드가 니가 고민하는 문제고 왼쪽 카드는 그 답이야. 그럼 정유진이 고민이
뭔지부터 한번 볼까?
정아, 카드를 뒤집으면 ‘lovers’라고 적힌 카드가 나온다.
정아 (카드보고 픽 웃으며 놀리듯) 어라? 연애카드네.... 너, 김반장님 때문에 고민하는
거 아니었어?
유진 (웃으며) 관둬. 언니 말 들은 내가 바보지....
정아 암튼 이건 연애카드야. 왼쪽에 있는 이 카드가 바로 니 운명의 남자에 대한 건데....
보나안보나 상혁이겠지? (‘운명의 남자’ 카드를 밀어주며) 기분이다. 선물이야. 니가 갖든지
아니면 니 운명의 남자, 상혁이한테 줘.
정아는 일어나고 혼자 남은 유진, 후- 한숨을 쉰다.
책상 위에 남겨진 운명의 카드. 유진, 운명의 카드를 뒤집어본다. 민형과 똑같은 “Wheel
of Fortune"
스키장 일각 (오후)
들어온 목재들을 공터 구석에 쌓고 끈으로 묶는 작업을 한다. 유진, 분주하게 사람들 사이를
뛰어다니며 일을 지휘하고 있다. “차곡차곡 잘 쌓아주세요” 근데 끈들이 헐겁게 되어 있다.
유진 (풀어진 끈을 보여주며) 이렇게 헐겁게 묶어놓으시면 어떡해요?
인부 (유진을 티껍게 보며) 어차피 내일 쓸건데 꽉 묶어놓으면 풀기만 귀찮고 힘들어요. 알지도
못하면서....
유진 (개의치 않고) 혹시 무너지기라도 하면 어떡하려구 그러세요? 이쪽에 있는 것들... 전부
풀어서 다시 좀 묶어주세요. 번거롭겠지만 부탁드릴게요.
하면서 돌아서는데 다가오는 김차장과 만난다. 김차장, 유진을 보더니-
김차장 정유진씨. 김반장님 해고 철회 된 거 들었어요?
유진 (놀라서) 네?
김차장 이민형 이사가 서울 가기 전에 철회 조치 내렸어요. 앞으로 관리 잘해요.
유진 .... 이사님, 서울 가셨어요?
김차장 네. 본사 일 때문에 아침에 올라갔어요. (직원을 보며) 어, 박기사 나 좀 봐요...
하면서 멀어져 간다. 유진, 왠지 마음이 착잡한다.
방송국 스튜디오 (오후)
판을 고르던 DJ가 문득 고개를 돌려보면 상혁이 심각한 표정으로 창가에 앉아있다. 약혼반지를
보며 생각에 잠겨있는 상혁, 후우- 한숨을 쉰다. 그때 DJ가 다가가 상혁의 등을 툭 친다.
DJ 땅꺼지겠다. 한숨 좀 그만 쉬어.
상혁 (멋적어 하며 웃는다)
DJ (알만하다는 표정) ......일 하기 싫지?
상혁 (DJ올려다보고는 크게 끄덕-)
DJ 일났구만, 일났어! (다 안다는 듯) 당신, 상사병이지?
상혁 (픽 웃어버린다)
DJ (혀를 끌끌 차며) 십년간 사귀었다면서 아직도 그렇게 애인이 보고 싶냐?
상혁 (쑥스럽게) ....보고 싶죠... 걱정도 되고.....
DJ (기막혀한다) 허참!! (얄미운 듯 상혁을 보다가 턱 팔짱끼고) 야, 너 내 맘 변하기
전에 빨리 나가.
상혁 (놀라서) .....네?
DJ 날이면 날마다 하는 방송, 너 없다고 못하겠냐? 어서 가란 말야.
상혁 .....선배....!!
DJ 위에다 안꼰질러! 어서!
얼굴이 확 펴지는 상혁, 벌떡 일어나 겉옷을 챙겨들고 나간다. “고마워요!!!”
DJ (회심의 미소) .... 오늘, 내 맘대로 선곡이다...!!
상혁의 차 안/상혁의 집 (오후)
운전하면서 집에 전화하는 상혁. 퇴근하고 들어오던 김진우가 전화를 받는다.
진우(소리) 여보세요?
상혁 어? 아버지 일찍 오셨네요?
진우 어, 그래. 지금 퇴근하니?
상혁 아니요. 저... 오늘 집에 못들어갈 것 같아요.
진우 아니, 왜? 무슨 일 있니?
상혁 (멋적게 웃으며) ....저 유진이 만나러 스키장 가는 중이거든요? 아버지... 어머니한테는
비밀로 해주세요.
진우 (허허 웃으며) 알았다, 욘석아. 조심해서 잘 다녀와....
진우가 웃으며 전화를 끊는데 부엌에서 나오는 지영.
지영 상혁이에요?
진우 어.... 상혁이 오늘 지방 출장 때문에 못들어온다는데?
지영 (얼굴색이 싹 바뀌며) 걔 유진이 만나러 갔죠? 그쵸? ......하여튼 부자가 똑같애.
그런 거짓말하면 내가 믿을 줄 알아요?
진우 모른척 해요. (사람 좋게 웃으며) 나는 오랜만에 당신이랑 둘만 있으니까 아주 좋은데?
삐진 척 하지만 싫지않은 표정의 지영.
고속도로 (오후)
신나게 고속도로를 달리는 상혁의 차
마르시안 외경 (오후)
민형의 사무실 (오후)
일을 처리하고있는 민형.
민형 (서류 넘기며) 신호동 주상복합 쪽은요?
직원 지금 감리 중인데 별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민형 그래요? (서류 넘기며) 다음주 중에 김차장님 올라오실 거에요. 그때 다시 검토하도록 하죠.
그때 전화벨이 울린다. 민형, “잠깐만요”하고는 전화를 받는다.
민형 여보세요 (얼굴 환해지며) 채린아..! ....화풀린거지?.... 나, 지금 서울이야?
....7시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 샵으로 갈게. (웃더니) 이따 보자.
마르시안 로비 (오후)
민형과 직원들이 걸어나온다.
직원 회의도 일찍 끝났는데.... 같이 저녁이라도 드시죠?
민형 아뇨, 들를데가 있어서요.
직원 아쉽네.... 그럼 김차장한테도 안부 좀 전해주십시오.
인사하고 돌아서 나오는 민형, 차를 향해서 활기차게 뛰어간다.
채린의 2층 작업실 (오후)
채린은 거울 앞에 서서 맵시를 뽐내고 있고 진숙은 옆에서 깜짝 놀란 얼굴.
진숙 진짜....? 유진이가 그... (말하기 힘들다) 준상이 닮은, (하는데 채린이 노려보자)
이민형씨 호텔방까지 갔었단 말야?
채린 그래. (은근히 그랬으면 하는 맘으로) 상혁이한테 말하고 싶은 해.
진숙 (말도 안된다) 내가 미쳤니? 근데 넌 그걸 어떻게 알았어?
부띠끄 2층으로 가는 계단 (오후)
부띠끄에 들어온 민형. 반가워하는 점원들한테 입가에 손가락을 대고는 계단을 올라간다.
이때 진숙과 채린의 말소리가 들리자 걸음을 멈추는 민형.
진숙(소리) 유진이가 너한테 호텔 방에 갔었다고 말했단 말야?
채린(소리) 정유진이 말할 애가 아니지. 내가 대충 눈치로 때렸더니 미안하다면서 막 빌더라....
바보같이....
진숙(소리) 어유.... 유진이 불쌍해서 어떡해.....
채린(소리) 불쌍하긴! 자업자득이야.
민형, 얼굴색이 확 변한다.
채린의 작업실 (오후)
채린, 코트를 걸치더니 진숙에게로 돌아선다.
채린 (쌀쌀 맞은 목소리로) 조금 있다가 민형씨 올거야. 나, 최대한 빨리 올테니까 2층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해.
진숙 (밀걸레 잡고 퉁퉁) .....알았다.
채린 (가다말고 돌아보며) 그리고 너..... 입단속 잘 해. 혹시라도 민형씨에게 준상이 닮았다는둥
헛소리하면 가만 안둘거야.
찬바람소리 나게 휭 돌아서 가버리는 채린. 진숙, 어이없어한다. 진숙, 입이 나와서 걸레질을
하면서 돌아서는데 민형이 서있다. 진숙, 괜히 화들짝 놀란다.
(시간경과)
민형의 앞에 조심스럽게 커피를 내려놓는 진숙.
진숙 채린이... 금방 온다고 했거든요?
민형 알아요. 일부러 일찍 온 거에요.
진숙 그럼 전.... (하고 돌아서는데)
민형 진숙씨.
진숙 (놀라서) 네?
민형 .....제가 그렇게 많이 닮았나요?
진숙 (놀라서) 무,무슨... 말씀이세요?
민형 (떠보는 말투) .....친구 중에 저랑 비슷한 사람이 있다면서요. 제가 그렇게 닮았어요?
진숙 (놀라며) 어머! 채린이가 다 얘기했어요? (혼잣말) 기집애, 나한테는 말하지 말라고 그렇게
신신당부를 해놓고는...
민형 (놀란다. 사실이었구나..... 하는 눈빛)
진숙 (신이 나서) 저는요, 전에 춘천에서 봤을때요 정말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니까요. 이렇게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
민형 (찻잔을 든 손이 미세하게 떨린다) 그 닮은 친구 이름이 준...상....?
진숙 강준상이요. 강준상.
#. 유진이 민형의 호텔방에서 “준상아....”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창백해지는 민형.
민형 ... 채린이랑 많이 좋아했었다면서요?
진숙 에??? (선심쓰듯) 채린이가 좋아하긴 했죠. 준상이가 유진이를 좋아해서 그렇지....
민형 .... (멍한 미소) 그 친군.... 강준상이란 사람은.... 지금 어딨죠?
진숙 .... (얼굴이 어두워지며) 죽었어요. 채린이가 죽었다는 말은 안했어요?
민형, 순간 머리속이 하얘진다. 민형, 갑자기 자켓을 집어들고 계단을 뛰어내려간다.
혼자 열심히 떠들다가 후닥닥 사라지는 민형을 보고 입벌리고 서있는 진숙.
오채린 부띠끄 앞 (저녁)
민형, 후닥닥 나오더니 차에 올라탄다. 굉음을 내며 달리기 시작하는 민형의 차.
민형의 차 안 (도로 - 밤)
민형의 얼굴에 당황함과 미안함,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 담겨 있다.
민형의 머리에 떠오르는 유진에 대한 비젼들.
- 스키장, 유진,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 제일 좋은 집이라는 말을 한다.
- 김반장과 맞짱뜨는 유진의 모습.
- 술에 취해 민형을 보며 “닮았어요, 정말 닮았어요...”
- 민형의 호텔방, 민형의 뺨을 철썩 때리는 유진. 진심으로 상처받은 얼굴.
- 유진,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해본 적 없죠?” 할 때의 유진의 표정.
- 유진, “준상아....”하며 자신을 바라보던 모습.
민형의 차 안 (밤)
민형의 차가 스키장으로 접어든다.
주차장 (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숙소를 향해 뛰어가는 민형.
유진의 방 (밤)
민형, 초조하게 벨을 누르는데 문이 열리면 상혁이 서있다. 깜짝 놀라는 민형과 상혁.
유진(소리) 상혁아, 누구야?
하다가 얼굴을 내밀고 민형을 본다. 민형, 상혁과 유진을 번갈아 바라본다. 유진도 얼굴이 굳는다.
상혁 ....오랜만에 뵙네요....
민형 .....예.....
상혁 유진이한테 무슨 할 말이라도.....?
민형 ......아닙니다. (둘러대듯) 일 얘긴데.... 다음에 하죠.
인사하고 돌아서는 민형. 상혁과 유진, 서로 바라본다. 유진, 어색하게 웃어주면서 문을 닫는다.
스키장 일각 (밤)
민형, 통유리로 야간스키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운다. 감정이 혼란스럽고 왠지 언잖다.
민형의 방 앞 복도 (밤)
민형, 자신의 방으로 가는데 유진의 방앞에 상혁과 유진이 서 있다. 민형, 얼른 숨는다.
상혁 더 있다가. 나 혼자 심심하잖아...
유진 안돼. 어서 자.
상혁 너 정말..... (하면서 유진을 잡으려고 한다)
유진 (냉큼 몸을 빼며) 잘자. 내일 아침에 깨워줄게.
헤어지는 두 사람. 상혁, 들어간다. 민형, 자기 방으로 걸어간다. 유진과 눈이 마주치자 민형,
괜히 차갑게 외면한다. 민형, 유진이 정아 방 앞에서 “언니, 나야”하고 방에 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한다.
채린의 부띠끄 외경 (오전)
채린(소리) (신경질적으로) 아우, 속상해.
채린의 부띠끄 (오전)
눈에 쌍심지를 켜고 진숙을 노려보는 채린. 진숙, 기가 팍 죽어있다.
채린 (짜증섞인) 서울까지 왔는데 얼굴도 못보고.... 좀 기다리라고 말하지 그랬어?
진숙 (조그맣게) ....하긴 했지....
채린 (버럭) 할려면 제대로 해야지. 넌 다른 때는 입싸게 말도 잘 하면서 왜 그런 말은 제대로
못해?
진숙 (빈정이 상했다. 소심한 항변) ....니 애인이지 내 애인이냐? ...그리구.....내가
입이 싸긴 뭐가 싸냐? 너, 나보고는 준상이 닮았다는 얘기하지 말라고 난리를 쳐놓고는 니 입으로
가서 말했잖아. 니가 더 싼 거 아냐?
채린 (덜컥) 너, 그게 무슨 소리야? (놀라서) 민형씨.... 준상이에 대해서 알고 있단 말야?
진숙 그래애.... 나보고 정말 그렇게 많이 닮았냐고 물어보던데?
낭패한 표정이 된 채린. 갑자기 벌떡 일어나 나간다.
채린의 부띠끄 앞 (오전)
채린이 옷이며 가방이며 대충 옆자리에 던져놓고 차에 오른다. 시동을 걸고 거칠게 출발한다.
공사현장 근처 (오전)
유진, 민형을 찾아 돌아다니다가 현장 구석에 서 있는 민형을 발견한다.
어색하게 민형 앞으로 다가서는 유진. 민형은 무표정하게 유진을 바라본다.
유진 ..... 저기... 김반장님 일.... 어제 들었어요. 고맙다고,
민형 (유진을 외면하며 퉁명스럽게) 약혼자 떠났어요?
유진 네? 아아.... 점심 먹고 출발한다고.
민형 (도면을 접으며) 그럼 지금 가봐야하지 않나요? 점심 때 된 거 같은데....
민형, 괜히 유진을 차갑게 바라본다. 유진, 뭔가 이상하지만 아무 말 안한다.
유진 암튼... 김반장님 일, 감사드립니다. 그럼....
하면서 돌아서서 간다. 이때 멀어져가는 유진의 다이어리 사이에서 떨어지는 타로카드.
민형 (무심코) 정유진씨!
유진, 고개돌려 민형을 바라보고 민형, 허리를 구부려 카드를 주워든다.
무심코 카드를 뒤집어보는데...... Wheel of Fortune이다.
깜짝 놀라는 민형의 얼굴 위로 스쳐가는 정아의 소리.
정아(소리) 운명의 수레바퀴, 이게 이사님 운명의 카드에요.....
의아하게 민형을 보고 있던 유진은 문득 자재를 묶어놓은 줄이 투둑하고 하나둘씩 풀리는 것을
본다.
유진 (멍해져서 중얼거리듯) .....안돼.....!!!
민형을 향해 뛰어오는 유진.... 온힘을 다해 팍 민형을 밀쳐낸다.
저만치 튕겨져 나간 민형은 미처 피하지 못한 유진 위로 자재들이 쏟아져내려오는 것을 본다.
깜짝 놀라 멍해진 민형의 얼굴에서 정지화면.
그 위로 들리는 정아와 민형의 목소리.
정아(소리) “운명의 수레바퀴”, 이게 이사님 운명의 카드에요.
민형(소리) ....그게..... 무슨 뜻이에요?
정아(소리) .......운명의 상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거죠.
6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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