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외전 7부
방송일: 20040809
동영상 : 줄거리:
구미호 외전 -7부-
1.시연네 집/낮
흔들리는 시선으로 바닥에 떨어진 펜던트로 다가가는 시연,
창백해져서는 뚜껑이 찌그러진 펜던트를 집어 든다.
그리고는 시연, 긴장된 상태로 뚜껑을 더욱 열어 안을 보면
어릴 적 자신의 사진....
이때 초인종 소리가 울리고
넋 나간 표정으로 민우가 서 있는 현관 쪽으로 시선을 확 돌리는 시연.
2.시연 집 앞/낮
안에서 기척이 없자 다시 한번 초인종을 누르는 민우,
현관 옆의 창문으로 안을 살펴보고자 기웃대는데
커튼으로 가려진 실내가 불명확하게 보인다.
이때 민우의 어깨를 탁 치는 손.
민우, 돌아보면 문형사다.
문형사 뭐하냐? 남의 집 앞에서.
민우 내내 비어있었는데... 누가 이사 온 거 같네요.
문형사 (안을 휙 보며) 그래? (이상하다) 근데 초인종은 왜 눌러?
민우 이사 온 사람 좀 만나구 싶어서요.
문형사 왜?
민우 (할 말 없는) 그냥... 누군지 궁금하기도 하구...
문형사 뭐, 만나서 이 집에 대한 추억담을 쏟아 놓을려구? 왠 노친네 모드?
민우 (들은 척도 않고 여전히 기웃) 아무도 없나?
문형사 (팩) 회의시간에 늦어. 요새 가뜩이나 서팀장 눈이 도끼눈인데.
이에 민우, 문형사와 가는데
문형사 (한숨) 내 팔자도 모질지. 이 나이에 어린 팀장 눈치나 봐야 되고 말야.
민우 윽, 지겹다. 나이 얘기 좀 그만 해요.
문형사 너도 내 나이 돼봐라. 나이 들수록 섭섭한 것도 많고...(계속 구시렁대는)
문형사와 가면서도 기분이 이상해서 자꾸 집을 돌아보는 민우.
이에 창가에서 반쯤 몸을 감추고 민우를 보는 시연, 혼란스럽고 안타까운 표정이다.
3.시연 집 안/낮
박스로 떨리는 손을 뻗는 시연, 심호흡 후 천천히 박스를 연다.
박스 안에서 펜던트를 꺼내는 시연,
양 손에 자신의 펜던트와 민우의 찌그러진 펜던트를 들고 바라본다.
시연, 애써 감정을 억누르지만 눈물이 글썽해져서는 동시에 펜던트 뚜껑을 열면
울리는 오르골 음악.
그리고 펜던트 안의 환하게 웃고 있는 어린 시절의 민우와 시연의 사진.
잠시 후 비로소 후두둑 눈물을 흘리는 시연...
충격과 그리움, 반가움이 복받치는 감정으로 어깨가 떨리도록 오열을 하는데
그 오열은 눈물과 함께 민우가 살아 있다는 기쁨이 섞여 있다.
울리는 오르골 음악과 오열하는 시연의 뒷모습.
4. SICS 회의실/낮
장국장과 문형사, SICS 요원들과 브리핑하는 찬혁, 다리에 붕대를 감은 상태다
장국장 사진 보완추정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오토바이를 번호판을 추적한 결과는 어떻게 되었나?
찬혁 번호판 확인은 아직 2와5... 이 두 자리 밖에 알아내지 못했습니다만, 그 자의 오토바이 기종이 현재 우리나라에 오십 여대 밖에 없기 때문에
곧 신분을 밝혀 낼 수 있을 겁니다.
장국장 (끄덕이고 민우를 보면)
민우 조사 결과 죽은 강주선씨와 김상현, 홍상수 회장의 사후 재산은 모두 사회 복지 문화 등 여러 재단에 나뉘어서 기부됩니다.
장국장 (골똘해지는) 전 재산이 모두 기부된다?
승준 (앞의 노트북을 보며) 그래서 기부 받는 재단들을 조사해봤는데 공통적으로
** 자연사 박물관이 들어 있었습니다.
장국장 자연사 박물관?
민우 (시연의 박물관임에 흠칫하는데)
문형사 (민우에게 속닥이는) 니가 목매는 그 아가씨가 근무하는데 아냐?
잊을 만 하면 잘도 엮인다, 야.
시연 생각에 잠기며 어두워지는 민우의 표정.
5.시연 집 안/밤
침대에 누워있던 민주, 뒤척이다가 눈을 뜨면 시연 집임에 놀라 자리에서 일어난다.
사이드 테이블 위에 백팩에서 쏟아진 찌그러진 펜던트와 약병, 소지품이 가지런히 놓여 있는 걸 보지 못한 민주, 허둥지둥 백 팩을 찾아 들고 나가려는데
이때 시연이 죽 그릇이 담긴 쟁반을 들고 다가온다.
시연 깼어요?
민주 (미안하고 난감한) 죄송해요. 제가 너무 폐를 끼쳤죠?
시연 앉아요. 죽 끓였거든요.
민주 기숙사 점호 시간 때문에 가봐야 돼서요. (목례하고) 그럼... (나가려하면)
시연 민주씨.
민주 (놀라 돌아보며) 네?
민주에게 물어보고 싶은 말이 너무도 많은 시연, 애타는 심정이지만 침착하게...
시연 내가 데려다 줄께요.
민주 아뇨. 버스 타고 가면...
시연 아무것도 안 물어볼게요. 그러니까... 내 차 타고 가요.
민주, 시연의 배려가 고마워 시연을 보면
시연, 민주에 대한 아릿한 추억으로 따스하고도 슬픈 시선으로 민주를 바라본다.
6.대학 기숙사 앞/밤
달려와 멈추는 시연의 차.
차 안의 시연, 옆 자리의 민주를 보면
멍하니 앞을 바라보는 민주,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시연을 본다.
민주 고맙습니다.
민주, 차에서 내려 기숙사 쪽으로 향하고
시연 또한 차에서 내려 안타까움으로 가는 민주를 보는데
어느 순간 가다가 멈춰서는 민주,
다시 시연에게 돌아와 메마른 입술에 혀로 침을 축이고는 어렵게 말을 꺼낸다.
민주 ....저, 간경화 말기예요.
시연 (놀라는 눈빛)
민주 간을 이식 받아야만 살 수 있대요.
시연 그렇다면... 그렇다면 가족한테 알려야지, 왜 혼자서 이래요?
민주 (머뭇거리다가) 가족들한테서는... 어차피 이식 받을 수 없거든요.
오빠는 혈액형이 다르고... 부모님은...
시연 (사연이 있는 걸 알고 있기에 애절하게 민주를 보는데)
민주 (입술을 깨물며 말을 하지 못한다)
시연 그래도 오빠한테는 민주씨 병을 말 하는 게...
민주 아뇨. (민우 생각하면 가슴 아픈) 오빠가 제 병을 알면 일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저만 좇아다닐 거에요. (목이 메는) 그거... 소용없는 일이잖아요.
민우에 대한 민주의 각별한 애정을 느끼는 시연, 민주가 대견하고도 애틋해서 보면
민주 (애써 밝게) 장기기증을 받으려구 신청 해놨거든요. 기증자가 나타나서 수술이 결정되면 그때 오빠한테 말 할려구요. 그때까지 비밀, 지켜 주세요.
(간절한 시선으로 보는)
시연 (끓어오르는 감정을 누르기 위해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여 주면)
밝은 표정으로 인사하고 기숙사로 힘차게 걸어가는 민주.
그런 민주를 더 이상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는 시연,
비극적인 운명의 처연함으로 눈물방울을 떨구고 만다.
7.시연집 안/밤
충격의 시연, 마음을 다 잡으려 애쓰며 침대 끝에 걸터앉아 생각에 잠긴다.
하지만 민우에게로 향하는 마음을 제어할 수 없기에 벌떡 일어나 초조하게 서성이는데
사이드 테이블 위에 놓인 찌그러진 펜던트와 민주의 약병, 소지품 등을 보게 된다.
이에 사이드 테이블로 다가가 펜던트로 손을 뻗어 집어드는 시연,
소중하기 이를 데 없는 눈빛으로 민우의 찌그러진 펜던트를 바라본다.
8. 포장마차/밤
혼자 술을 마시고 있는 민우, 잔에 술을 따라 마시려다가 문득 생각에 잠긴다.
-(flash back) 6부 공원- 빗속에서 민우에게 화를 내던 시연의 모습.
민우를 남겨 놓고 매몰차게 뒤돌아 가버리던 시연-
이에 술잔을 들어 입에 털어 넣는 민우,
하지만 마음은 시연에 대한 상실감으로 쓸쓸하고 씁쓸한 기분이다.
9. 민우 집 앞/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민우의 집을 지켜보는 시연,
불이 켜져 있는 창문을 마치 민우이기라도 하듯이 그리움 가득해서 본다.
이에 갈등을 하다가 민우를 보고 싶은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끌리듯 현관으로 다가가는 시연, 초인종을 누르려고 손을 뻗는다.
하지만 정작 초인종을 누르지는 못하고 망설이며 망설이다가...
손을 거두고 마는 시연, 다시 한번 불 켜진 창문을 보고는 안타깝게 돌아서는데
이때 다가오는 민우.
민우 (시연을 알아보고는) 시연씨?
시연, 민우를 보고 그대로 정지해서 민우만 보면
시연 앞에 서는 민우, 반갑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한 표정이다.
눈앞에 민우가 있다는 사실에 억눌러왔던 감정이 치밀어 오르는 시연,
하지만 표현 할 수 없음에 눈물 그렁해져 차마 말을 잇지 못한다.
시연의 출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는 민우, 당황스러우면서도 반갑다.
민우 여긴 어떻게..?
시연 ....
민우 (환해지는) 나 만나러 왔구나, 그쵸?
시연 (대답대신 그저 민우를 바라보기만 하는)
민우 (특유의 넉살로) 음... 굳이 사과할 필요 없어요. 시연씨 맘 다 아는데 뭐.. 지난번에 나한테 그렇게 모질게 해대고는, 시연씨 잠 한숨 제대로 못 잤을 거야.
하긴 빗속에 사람 버려두고 가는 거, 얼마나 비인간적이구 모욕적인지...
(치떠는) 윽...
그렇다고 사과하러 여기까지 오냐? 되게 미안했나부다, 시연씨?
시연 (천진한 민우로 인해 더욱 가슴이 아프다)
민주 근데 우리 집 어떻게 알았어요?
시연 .....
민우, 이상하다 싶어 시연을 보면
그제서야 마음과 상황을 추슬러야 한다고 깨닫는 시연,
약간 허둥지둥 가방에서 펜던트를 꺼내 민우에게 건넨다.
민우 (놀라 받으며) 시연씨가 왜 이걸?
시연 (여기 온 이유를 변명하는) ...민주씨가 놓고 갔어요.
민우 놓구 가요? 어디에요?
시연 그게... 박물관 자료실에...
민우 이 짜식이.. 이게 어떤 건데 아무데나 흘리고 다녀 다니길.
시연 전 그럼..
시연, 떨어지는 눈물 때문에 서둘러 돌아서는데
그대로 시연을 보낼 수 없는 민우, 덥석 시연의 손을 잡고 만다.
돌아선 자세로 민우에게 손을 잡힌 시연, 굳어 멈춰서면
민우 잠깐만요, 시연씨. (붙잡고 싶은 마음에)...잠깐만.
시연 (안타까움으로 눈물이 후두둑 떨어지는데)
민우 ....나두 줄 거 있어요. (애원하는) 그러니까... 잠깐만요.
천천히 민우를 돌아보는 시연, 떨리는 눈빛이다.
10. 민우 집 안/밤
냉장고에서 이것저것 음료들을 꺼내고 컵을 찾느라 분주한 민우와
소파에 차분하게 앉아있는 시연, 한쪽에 활짝 펴진 채 놓여 있는 우산을 본다.
그 펴놓은 우산을 보며 민우의 맘을 느끼는 시연, 민우에게 시선을 주는데
민우, 시연이 같이 있다는 것에 설레임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어색한 부위기를 띄우기 위해 너스레를 떤다.
민우 걱정하지 마요. 시연씨한테 손끝 하나 안댈 테니까.
입술이라도 축여 보내야지, 일부러 집까지 찾아 온 사람을 어떻게 맨입으로 그냥 보내요? 나, 그렇게 건조한 놈 아니거든요.
민우, 쟁반에 여러 음료들을 담아 온다.
시연, 온갖 음료가 있는 쟁반을 보면
민우 시연씨가 어떤 걸 좋아할지 몰라서 다 가져왔어요. 그리구 이러면 골라먹는 재미도 있구. 골라 봐요.
(음료 병 들어 보이며) 요게 일단 비싸기는 한건데 좀 달구요, 요건 진한데 텁텁하더라구요.
시연 ...오렌지 쥬스 마실게요.
민우 오렌지 쥬스? 알았어요. (컵에 쥬스를 따라주며) 근데 이걸로는 답례가 너무 약하다.
나한테 (강조) 제일 소중한 걸 주워서, 게다가 가져다주기까지 했는데.
시연 (제일 소중하다는 말에 가슴이 아릿해져오는데)
민우 (생각난 듯 펜던트 꺼내 확인해보며) 근데 민주 이 녀석 어딜 망가뜨렸단 거지? 말짱하구만.
시연, 민우가 펜던트가 바뀐 것을 못 알아채는 것이 다행이다 싶어 안심이 되는데
펜던트 뚜껑을 열어 시연 사진을 확인하는 민우, 그 시선이 애틋하다.
이에 시연, 애끓는 심정으로 민우를 볼 수밖에 없는데
그런 시연의 눈빛과 마주치자 어색해서 변명을 하게 되는 민우.
민우 사실 시연씨 처음 봤을 때, 시연씨가 이 친구하구 비슷해서.... 그래서 시연씨한테 끌렸어요.
시연 ...
민우 이거 두 여자한테 다 욕먹는 얘긴가?
(시연 기분 살피는) 기분 나빠요?
시연 ...아뇨.
민우 이상하죠. 12살짜리 소녀 하고 25살의 숙녀하고 자꾸 비슷하게 보이는 거.
근데 정말 그런 걸 어떡해.
시연 (목이 메어 오지만)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
민우 뭔데요?
시연 사진 속의 그 친구... 지금 어디 있어요?
민우 (순간 어두워지는)
시연 그 친구 다시 만날 때까지, 펜던트 안 열기로 약속 했다구 했었잖아요.
민우 음... (시연에게만은 진실을 말하고 싶기에 손가락으로 위를 가르키며)
저 위에 있어요.
시연 (?)
민우 (슬픈) 천국에...
시연 (민우가 자신을 죽었다고 생각하는 것에 눈물이 차오르자 시선 떨구며) ....어떻게 죽었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민우 (잠시 망설이다가) 말 안 할래요, 시연씨.
여기서 더 말하면 나...거짓말해야 되거든요. 시연씨한테 거짓말 안하고 싶어요.
시연 (가슴이 먹먹해져 입술을 깨무는데)
민우 나두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
시연 (민우를 보면)
민우 펜던트, 왜 직접 가져왔어요? 시연씨, 나하구 만나는 거 꺼리면서.
시연 ......
민우 (시연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 왜냐고 묻는 시선)
시연 ...모르겠어요. 그냥... 그러고 싶었어요.
순간 서로를 보는 민우와 시연, 긴장과 설레임의 눈빛이 흐르고 서로의 눈빛을 읽는다.
시연의 마음이 자신에게 기울고 있다는 걸 감지하는 민우.
어쩔 수 없이 감정을 들키고 마는 시연, 가방을 찾아들고 일어서면
시연 그만 가 볼께요.
민우 잠깐요, 나두 줄 거 있다구 그랬잖아요. (서둘러 우산 쪽으로 가는)
시연, 안타깝게 민우를 보면
우산을 집어 곱게 접어 시연 앞으로 오는 민우, 시연에게 건넨다.
이에 시연, 우산을 건네받기 위해 민우와 시선을 마주치는데
민우 (어떡하든 시연과 끈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다가) 아, 소풍! 펜던트 가져다준 답례로 주말에 근사한 소풍 시켜줄께요, 내가.
시연 ...
민우 (시연이 거절하겠지만 그래도 설득해보는) 시연씨는 가볍게 그냥 오기만 해요.
준비는 내가 다 할께요, 네?
시연 (한번쯤은 민우와 같이 있고 싶은 심정이기에)...그래요.
민우 (믿기지 않는) 정말?
시연 네.
민우 정말 가는 거다, 소풍?
시연 (끄덕이는)
마냥 좋기만한 민우, 함박웃음을 띠고
시연은 그런 민우를 애잔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때 창문 밖으로 얼핏 보이는 채이, 시연과 민우를 날카롭게 지켜보고 있다.
11. 민우 집 앞/밤
민우 집을 등지고 성큼성큼 가는 채이,
민우와 시연의 관계로 혼란스러우면서도 적과 개인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는 시연의 비밀을 알아냈다는 사실로 냉소를 띠게 된다.
12. 무영 집무실/밤
사준, 책상 위에 디스켓을 가지런히 놓는데 들어오는 채이.
사준, 채이를 보고 걱정했던 마음에 반갑기도 하지만 이내 엄한 표정으로 다가선다.
사준 너, 며칠 동안 연락도 끊고 대체 어디 있었던 거야?
채이 할 일 했어.
사준 (따끔하게) 니 기분에 따라, 니 사정에 따라 개인 행동하는 거, 앞으로 절대 용납 못한다.
채이 ....
사준 그 끝없는 승부욕부터 버려. 우린 임무를 놓고 서로 경쟁하는 게 아냐.
전사로서의 니 본분을 먼저 생각해.
채이 (피식) 전사로서의 본분? 그 얘기, 시연이한테 해야 되는 말 같은데?
사준 (채이의 말에 가시가 돋힌 걸 느끼고 채이를 보면)
채이 오빠 역할이 뭐야? 무영 오빠의 빈 곳을 채워 주는 거 아냐?
그럼 저울질을 똑바로 해야지.
사준 무슨 뜻이야?
이때 들어오는 무영.
채이의 시선, 무영에게 가 꽂히지만
반면 채이를 차갑게 일갈하고 책상으로 가는 무영, 책상 위 디스켓 보면
사준 (무영에게 다가가) 세경 백화점 인수합병 추진 기획서야.
전년 동기 매출액과 신장률 등도 다 들어있다.
채이 시간 좀 내줘. 할 얘기가 있어.
무영 (냉혹하게 채이에게 시선 주며) 나, 니 얘기 들어줄 시간도 마음도 없어.
가서 너 자신부터 정리해.
채이 오빠...
무영, 디스켓을 들고 채이를 지나 나가버리면
부글부글 끓어 무영을 노려보는 채이.
13. 시연네 마당/밤
차에서 내려 마당으로 들어오는 시연,
그토록 기다려왔던 민우를 만났다는 환희와 민우에게 자신을 숨길 수밖에 없는 고통으로 벤치에 스르르 주저앉는다.
이에 펜던트를 꺼내보는 시연.
시연의 손에 들린 펜던트, 찌그러진 민우의 펜던트다.
14. 남준우 장관실/다른 날/낮
통화중인 남준우.
남준우 SICS? 그게 장국장이 거느리는 조직이름이란 말이지?
(버럭) 뭐하는 조직인지 그걸 알아봐야지. 움직여, 빨리.
노크 소리와 함께 문 여는 비서, 난감한 표정으로 말하려는데
불쑥 들어오는 K.
남준우, 느닷없는 K의 등장에 놀라지만 비서에게 나가라는 눈짓을 한다.
남준우 어쩐 일이요, 여기까지?
K 장관님께서 답을 주시지 않으니 애가 달아 달려 왔습니다.
남준우 경솔하시구만. 누가 보면 어쩌려구?
K 벗을 얻으려면 목숨을 내놓고라도 만나러 와야지요.
어쩌시겠습니까? 저에 대한 지지를 일족들 앞에서 밝혀 주시겠습니까?
남준우 (K를 꿰뚫듯 보는) 그쪽이 바라는 게 우리 일족이 인간들을 거느리고 자유롭게 사는 거, 정말 그게 답니까?
K (끄덕이고는) 장관님의 뜻도 인간세상을 갈아엎자 아니였습니까?
장관님의 힘을 제게 보태 주십시오.
남준우 그럼 나한테는 뭘 주겠소?
K 수장 자리를 바치지요.
남준우 (솔깃하지만 여전히 탐색의 눈빛이다)
K (속마음을 숨긴 채 옅은 미소를 띤다)
15. 남준우 장관실 앞 복도
장관실에서 나오는 K, 선글래스를 끼며 가는데
맞은편에서 오는 장국장.
K와 장국장, 드러내지는 않지만 서로에게 알 수 없는 강한 반감을 느끼며 상대를 의식한 채
스쳐 지나간다.
가다가 문득 돌아보는 장국장, K를 다시 한번 예의주시한다.
16. 무영 집무실/낮
장국장이 청사에서 나오는 모습의 연속 컷 사진들이 한 장 씩 넘겨지고 있다.
책상의 무영이 사진들을 보고 있고 그 앞에서 무영에게 보고하는 사준.
사준 장성훈이라는 자야.
무영 (고개 들어 사준을 보면)
사준 그 정도의 특수요원들을 여태까지 극비로 운영해온 걸 보면 공권력이 개입 된거 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정부 부서 쪽으로 알아봤는데...
정체불명의 조직이 있는 데가 있더라.
무영 어디야, 그게?
사준 행정자치부. (굳는) 남준우 원로가 주무 장관이야.
무영 (생각에 잠기는)
사준 남준우 원로 밑의 하부조직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하나도 없어.
사진의 그 자가 국장이라는 거 외엔.
무영 장성훈....
사준 나이는 48세고 독신이야. 다른 이력은 기밀이고.
무영 미행 붙여서 그들의 본거지를 알아내.
사준 (끄덕인다)
불길한 예감으로 마음이 편치 않은 무영, 손으로 이마를 짚고 골똘해진다.
17. SICS 장국장 사무실/낮
장국장과 민우, 찬혁, 심각한 회의 중이다.
장국장 곧 보름이 된다. 이번에는 반드시 그자들을 생포해야 돼.
생포해서 그들이 우리 인간과 어떤 점이 다른지 빨리 알아내야만 한다.
찬혁과 민우, 숙연하다.
장국장 남준우 장관이 우리 SICS의 존재를 파헤치려고 손을 뻗쳤어.
민우 (놀라 장국장 보면)
장국장 남준우가 계속 우릴 좇는다면 우리가 아무리 윗선으로부터 비호를 받고 있다 해도 조직 자체를 비밀에 부치기 어려워질 거야. 그럼 비호세력도 우릴 부담스러워할 테고... 우리 SICS는 해체될 것이다.
(초조함이 묻어나는) 시간이 없어, 시간이...
민우 (위기감으로 장국장을 본다)
18. SICS 일층
모여서 술렁이는 SICS 요원들.
영모 (민우에게) 그러니까! 우리도 그 흉흉하기 짝이 없는 놈들을 때려잡고 싶지.
나 날고 뛰는 거 봤지? 근데 그놈들이 우리보다 한수 위에 있으니...
문형사 그놈들, 사람이 아니고 동물이잖아. 날쌘 걸로 어떻게 당하겠냐고.
난 요새 사람 많은 데를 가면 멀미가 나요. 이 사람들 속에 그놈들이 분명 끼여 있을 텐데. 요 놈 일까? 조 놈일까? 얼굴 봐서 딱 알면 얼마나 좋아.
(옆의 세경 보고) 이렇게 하관이 살짝 튀어나와 새초롬한 게 딱 여우상인데.
세경 (확 째리며) 관상을 참으로 열심히 못 보시네요.
제 얼굴이 어디 여우상이에요, 공식 왕비상이지?
문형사 (절레절레) 얼추 과대망상이군.
이때 급하게 사진을 들고 오는 승준과 이층 계단에서 내려오는 찬혁.
승준 드디어 지난번 작전에서 놓친 오토바이 탄 놈을 찾아냈어요.
승준, 요원들과 찬혁에게 사진을 나눠주면 사진을 보는 요원들.
민우, 사진을 보면 랑이다.
문형사 (사진 보며 화들짝) 얘 머리가 왜 이래? 메두사가 따로 없구만.
찬혁 주거지는?
승준 그게 정확하지가 않아요.
찬혁 빨리 이 자의 행동반경과 주변인물 모두 샅샅이 알아내.
승준 넵!
랑의 사진을 보는 민우, 적의가 서린 눈빛이다.
19. 생명공학 연구소 생체실험실 안/낮
현미경으로 확대되어 보이는 세포 조직, 움직이고 있다.
스포이드로 액체를 세포에 떨어뜨리자 한꺼번에 터져 버리는 세포들.
현미경에서 눈을 떼는 정박사, 화가 치밀어 올라 연구대 위의 샘플들을 확 쓸어버린다.
놀라 정박사를 보는 주위의 연구원들.
20. 생명공학 연구소 일각/낮
뒷짐 진채 밖을 내다보고 서 있는 신수장.
신수장 앞에서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 정박사.
정박사 거의 다 성공했는데 마지막 순간에 거부 반응이 일어났습니다.
조금만 시간을 더 주시면...
신수장 (차갑게 보면)
정박사 돌아가신 아버지의 뜻을 이어 꼭 성공 시키겠습니다.
신수장 때가 늦은 성공은 빛이 바래는 법이지.
정박사 얼마 걸리지 않을 겁니다.
신수장 (불신의 눈빛으로 보면)
정박사 지금도 인간의 간과 95퍼센트는 유사한 간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완벽하게 인간의 간을 복제하고자 하는 것이니...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신수장 다음 개기월식이 있기 전까지야. 알겠나?
정박사 네.
얼음처럼 차가운 신수장, 정박사를 뒤로 하고 가버린다.
21. 자연사 박물관 전경/밤
22. 제단/밤
제단 앞에 서 있는 신수장과 그 밑에 도열한 전사들.
신수장 오늘 너희들을 부른 건 각별히 부탁을 하기 위해서야.
그동안 원로들의 죽음으로 동요했으리라 본다.
우리 지도부가 흔들렸다면 나머지 일족의 혼란은 말할 것도 없겠지.
이럴 때 일수록 너희 전사들이 중심을 잡고 더욱 규율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전사들 굳은 채 신수장의 얘기를 듣는 가운데 무영의 표정이 특히나 굳어있다.
신수장 남준우가 반대세력과 손을 잡았다.
전사들, 순간 놀라 일제히 신수장을 보면
신수장 앞으로 간밀매나 살인이 더욱 많아질 것이고 일족들도 휩쓸릴 테니 그에 대한 방
비책을 세우도록 해라. 그리고...
채이 반대세력도 문제지만 우릴 좇는 인간 조직을 제거하는 게 더 급선무인 것 같 습니다.
신수장 (말을 가로채는 채이가 맹랑하다 싶어 보면)
채이 그들은 필사적으로 우릴 좇고 있습니다. 당하기 전에 쳐버려야 합니다.
(의미 있게 시연을 보면)
시연 (어두운 표정으로 앞만 보는)
신수장, 날이 선 채이와 말 없는 시연을 동시에 유심히 본다.
23. 신전 복도/밤
무영, 오는데
기다리고 있는 채이.
채이 (툭) 시간 좀 내줘.
무영 (보면)
채이 (빈정거림이 섞인) 아마 오늘은 내 얘길 들어줄 시간도 마음도 생길 거야.
시연이와 강민우에 관한 이야기니까. (똑바로 보며) 내 바에서 기다릴께.
강민우라는 말에 무영, 흠칫해서 양미간을 찌푸리고 채이를 보면
싸늘하게 돌아서 가는 채이.
24. 채이 레스토랑/밤
긴 점화기로 각 테이블의 초마다 불을 붙이고 있는 채이
일렁이는 촛불들로 아른대는 실내로 들어서는 무영, 채이에게 다가온다
채이, 시연의 일로 온 무영을 보고는 쓰디 쓴 웃음을 짓는다.
(시간경과)
테이블에 마주 앉은 채이와 무영.
채이 (비꼬지만 가슴 아린) 이제부터 오빠 얼굴 보고 싶으면, 시연이를 입에 올리면 되겠어.
무영 (말없이 채이 보면)
채이 시연이 믿어?
무영 ....
채이 얼만큼? ...얼만큼이나 믿고 싶은 거야?
무영 하고 싶은 말이 뭐니?
채이 시연이가 강민우 암살에 실패 했을 때 솔직히 나, 충격 먹었었어.
윤시연이가 실수를 하다니... 근데 거기엔 아주 깊은 비밀이 있더라구.
무영 .....
채이 강민우... 시연이가 그토록 못 잊어하던 펜던트의 주인공이야.
무영 (채이가 진짜 아는구나...)
채이 (무영의 반응이 궁금해 무영 보는)
무영, 별 동요 없이 채이를 가만히 보면
순간 무영의 무반응에 실망스럽고 의아한 채이, 더욱 쐐기를 박듯
채이 왜 , 못 믿겠어? 시연이, 강민우 집까지 찾아와 펜던트를 주고받으며 아주 애틋하던데.
무영 (펜던트라는 말에 순간 놀라지만 곧 냉정하게) 시연이와 강민우 관계....
채이 (무영 보면)
무영 ....모른 척 해줬음 좋겠다.
채이 (기 막히는) 알고... 있었어?
무영 해줄 수 있지?
채이 (이글대는 눈으로 보는데)
무영 (일어서 가려한다)
채이, 시연에 대한 무영의 한없는 애정에 분노와 배신감으로 이를 악물며
채이 다 알면서... 그러면서도 시연이한테 청혼을 한 거야?
무영 ...부탁한다. (나가버린다)
억장이 무너지는 채이, 그 자세로 그대로 헛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곧 꼭 움켜준 주먹으로 뚝 떨어지는 채이의 눈물.
25. 무영 집무실/밤
창가에 서 밖을 보는 무영.
채이 (소리) 시연이, 강민우 집까지 찾아와 펜던트를 주고받으며 아주 애틋하던데.
무영, 끝내 시연이가 민우의 정체를 알고 말았다는 것에 안심이 되면서도 괴롭다.
26. 민우 집 안/다른 날/낮
입에 김밥을 문 민우,
정신없이 찬합에 김밥을 쓸어 넣고 과일과 음료들을 피크닉 바구니에 마구 집어넣는다.
안 닫히는 피크닉 바구니 뚜껑을 겨우 눌러 잠그고는 들고 나가려다
아차! 하는 표정으로 다시 돌아와 작은 찬합을 드는 민우, 찬합을 보며 빙글 웃는다.
27. 시연 집 안/낮
거울 앞에서 단아하게 머리를 묶고 옷매무새를 살펴보는 시연, 설레임이 묻어있다.
하지만 순간 자신의 들뜬 모습에 동작을 멈추고 갈등을 하게 되고 급기야는 묶었던 머리끈을 확 잡아 뺀다.
이때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에 핸드폰 드는 시연, 발신자 확인을 하면 <강민우>다.
시연 (망설이다가 받으면)
민우 (소리) 지금 마음속으로 별의별 핑계를 다 대고 있죠? 소풍 안 가려구.
시연 저기, 강형사님...
민우 (소리) 나, 다리 힘이 그닥 좋지 않거든요?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아요.
공원 앞에서 봐요, 그럼.
시연이 말 할 사이도 없이 끊어진 신호음 소리.
핸드폰을 내려놓고 갈등하는 시연, 거울 속의 자신을 슬프게 본다.
28. 대학 기숙사 앞/낮
민주 앞에 쑥 내밀어지는 작은 찬합.
민우 상이야, 이 오래비가 손수 만드신 김밥
민주 (뜬끔 없다는 듯 민우를 보면)
민우 (민주 볼을 꼬집으며) 기특한 놈! 우리 못난이가 간만에 아주 이쁜 짓을 했어요.
민주 (밀어내며) 아, 뭐야.
민우 (흘기고는) 고마우이, 시연씨랑 다시 엮어줘서
민주 (놀란) 학예사님 만났어?
민우 펜던트 가져 왔더라구. 니가 떨어뜨리고 갔다며?
민주 (화들짝) 펜던트?
민우 왜 그렇게 놀래?
민주 (펜던트를 잊고 있었기에 당황) 있잖아, 오빠. 그거 망가진 거 말야.
민우 (목에 건 펜던트 보이며) 어디가 망가졌었다는 거야, 대체?
민주 (멀쩡한 펜던트에 놀라) 어라?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민우 (영문 몰라 민주 보는)
민주 (갸웃) 학예사님이 고쳤나?
민우 (갑자기 생각하다가 모든 걸 알겠다는 듯 장난스럽게) 으하하하! 그랬던 게야.
시연씨가 펜던트를 고쳐가지고 집까지 온 게야... (으쓱) 나를 위해서.
으하하하!
민주 (흘기고는 살피며) 근데...학예사님이 혹시 내 얘기 안 해?
민주 니 얘기 뭐?
민주 아냐. (화제 돌리려 민우 목의 펜던트 꺼내보며) 와, 정말 감쪽같이 고쳤다.
민우 그래서 지금 오래비가 시연씨 접대 할려구 가는 길 아니겠냐.
민주 (민우 손잡아 악수하며) 훌륭하십니다.
(갑자기 얼굴 굳히고) 근데 나한테는 겨우 이 꼴 난 김밥 하나냐?
민우 꼴 난 김밥? 너 김밥 좋아했잖아.
민주 (택도 없다는 듯) 내가 언제?
민우 야, 너 요만했을 때 김 먹구 밥 한번 먹구. 김 먹구 밥 한번 먹구.
그래서 너 울면 엄마가 니 얼굴 앞에다 김을 대고 흔들었..잖아?
불쑥 친모의 얘기를 꺼낸 민우, 실수했다 싶어 입을 다무는데
친모의 얘긴줄 짐작하는 민주, 태연함을 가장한 그리움으로...
민주 엄마가.. 그랬어?
민우 ...어.
민주 아빠는? 아빠는 내가 울면 어떻게 했어?
민우 (가슴 시린) 목마 태우고, 별 보여줬지.
우리 애기, 별님 공주. 우리 애기, 별님 공주... 그러면서
민주 (슬픈 미소) 닭살이었네. 우리 아빠?
민우, 처참하게 죽은 부모님의 생각에 어두워지면
민주, 그런 민우가 가슴 아파 민우 어깨를 확 잡아 돌리며
민주 빨리 가봐. 데이트 늦겠다. (민우 엉덩이 툭 쳐주며) 화이팅!
민우 (애써 밝게) 화이팅!
민주 뎀비지 말고 부드럽게 잘 해. 이번에 또 채이면 나도 책임 못 져.
피크닉 바구니를 들고 뛰어 가며 손 흔드는 민우.
슬픈 시선으로 민우를 보는 민주.
29. 가족공원 앞/낮
피크닉 바구니를 든 민우, 설레는 표정으로 둘레둘레 주위를 보면
아이들과 다정하게 지나가는 가족들.
민우, 가족들 보는 시선이 애잔해지는데 오는 시연.
순간 시연을 보고 밝은 미소가 저절로 퍼지는 민우.
30. 가족공원1/낮
잔디에 커다란 러그를 깔고 앉은 시연과 민우.
민우, 한 손으로 앞쪽의 경치를 가르키고 한 손으로는 피크닉 바구니를 열어
음료, 과일 등을 꺼내놓으며 분주하다.
민우 경치 참 좋죠? 나무가 많아서 바람 시원하고 한적하고..
시연 좋으네요.
민우 게다가 맛있는 것도 많이 싸왔거든요. 기대하시라, 짜자잔!
(음식 찬합을 떨어뜨리는)
시연 (찬합 집어 놓으며) 천천히 하세요.
민우 내가 흥분했나 보다. (미소) 천천히.
시연, 민우의 천진함에 설핏 미소가 지어지는데
민우, 찬합 뚜껑을 열면 크기도 모양도 엉망진창인 채 뒤섞여 있는 김밥.
민우 (난처한) 얘들이 언제 이렇게 친해진 거야. (계면쩍은) 지들끼리 막 뭉쳐있네요.
시연 ...맛있겠다.
민우 (반짝) 그렇죠? 먹어봐요.(나무젓가락을 시연에게 건네는)
시연 (김밥을 하나 먹으면)
민우 (답을 기대하는) 몇 점이에요?
시연 ...90점.
흡족한 민우, 손으로 김밥 하나를 집어 먹고는 씨익 웃는다.
그런 민우의 눈은 피하지만 시연 또한 즐겁다.
민우 내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 모를 거에요, 시연씨는.
시연 (민우 보면)
민우 싸우고 피 흘리고, 분노하고 증오하고...요새 내가 그렇게 살거든요.
시연 (민우의 삶을 알기에 마음이 아프다)
민우 근데요, 음식을 준비하면서, 여기로 오는 동안에, 그리고 지금...
마음이 따뜻해지고 편안했어요.
시연 ....
민우 (시연을 깊게 보며) ...고마워요.
민우에게 끌리듯 시선을 맞추는 시연, 고백이라도 할 듯 입술을 달싹이는데
자전거 벨 소리에 민우와 얽힌 시선을 푸는 시연.
민우와 시연 앞을 지나가는 자전거 탄 아이들.
시연 (아이들 보다가) 자전거 타요, 우리.
민우 네?
시연 (일어서며) 내가 태워 줄께요.
31. 가족 공원2/낮
달리는 2인용 자전거.
민우를 뒤에 태우고 자전거를 달리는 시연의 모습에
2부에서 어린 민우를 태우고 언덕을 달리던 어린 시연의 모습이 겹친다
과거처럼 한쪽 팔을 뻗어 바람을 가르는 민우.
그런 민우를 뒤돌아보고는 아릿해지는 시연, 더욱 페달을 힘차게 밟는다.
32.무영 집무실/낮
통화중인 무영.
무영 윤시연 학예사 부탁드립니다.
직원 (소리) 학예사님. 오늘 몸이 아프셔서 결근하셨습니다.
무영 네, 알겠습니다.
수화기 내려놓는 무영, 시연이 걱정 되면서도 본능적으로 불안한 느낌을 갖는다.
33. 민우 집 앞/밤
와서 멈추는 시연의 차.
민우 오늘 심하게 즐거웠죠? 인정?
시연 (살며시 웃음을 보이고 만다)
민우 처음 봐요, 웃는 거. ....예쁘네.
시연 (스스로도 당황스러워 얼른 웃음기를 지우면)
민우 전화할게요.
시연 저기...
민우 네?
시연 내가 할께요, 전화. ...시간이 되면.
민우 (별로 맘에 들지 않지만) 그래요, 기다릴께요. 조심해서 가요.
민우, 피크닉 바구니 들고 차에서 내리면 떠나는 시연의 차.
멀어지는 시연 차를 보며 손을 흔드는 민우.
차 안의 시연, 룸미러로 보면
밝은 미소로 크고 힘차게 손을 오래토록 흔들고 있는 민우.
시연, 그런 민우를 소중하고 안타깝게 본다..
34. 시연 집 앞/밤
초인종을 누르는 무영, 안에서 기척이 없자 더욱 불안해지는 마음으로 돌아서는데 풍경소리가 울린다.
무영,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으로 손을 뻗어 잡으면 멈추는 풍경 소리.
이때 현관으로 들어서는 시연.
무영을 보게 된 시연, 표정 굳어 서서히 걸음을 멈춘다.
계단 아래위로 서서 마주 보는 무영과 시연.
35. 시연 집 안/밤
창가에 서 있는 무영에게 다가서는 시연, 무영의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음에 긴장해있다.
시연에게로 시선을 돌려 보는 무영, 차마 묻기 싫은 말임에 주저하지만 곧 냉정하게
무영 어디서 오는 길이니?
시연 (대답 할 수 없음에 괴로운데)
무영 강민우 만난 거야?
시연 (입술을 깨무는)
무영 (시연의 반응으로 확신하는) 강민우는 인간이고...우리가 죽여 할 적이야.
잊었니? 너한텐 어떤 선택의 여지도 없다는 거.
시연 ....
무영 강민우가 아무리 니 옛친구라 할지라도.
시연 (놀라 보는)
무영 이런 식으로 니가 미적거리면 강민우의 죽음이 더 당겨 질수도 있다, 시연이 너로 인해서. ...명심해.
시연 ...내가 누군지 그 친구는 아직 몰라.
무영 .....
시연 (마음을 털어 놓는) 예전의 윤혜인으로 돌아가 단 하루라도 맘 편하게 그 친구와 함께 있고 싶어. 13년 동안 그리워하고 기다렸는데 그 정도도 안 되는 거야?
무영 그 다음에는?
시연 (민우와는 미래가 없음을 알고 있기에 할 말 없는)
무영 다시는 강민우를 만나지 마라. 이건 전사로서의 명령이다.
마음은 안타깝지만 냉혹한 표정을 유지한 채 시연을 두고 가버리는 무영.
고개를 떨구고 마는 시연.
36. 몽타쥬/밤
1. 민우 집-시연과의 소풍으로 기분이 좋은 민우, 샌드백을 두들겼다 역기를 들었다 놨다 하며 생기와 미소가 가득이다
2. 시연네 마당-어두운 표정으로 벤치에 앉아있는 시연, 인간과 구미호족 사이에 낀
갈등으로 더욱 더 가라앉는 표정이다.
3. 달리는 차 안-운전대에 한손을 얹고 다른 한손으로는 이마를 받치며 굳어가는 무영,
시연이 민우에게 걷잡을 수 없이 빠지고 있다는 것에 열패감과 씁쓸함을 느낀다.
37. 채이 레스토랑/밤
랑, 들어오다가
한쪽 테이블에 골똘해져 있는 채이를 보고 다가간다.
랑 (앉으며) 뭘 그렇게 생각해?
채이 ...비밀.
랑 뭐?
채이 (비틀린 웃음으로) 내가 아주 기막힌 비밀을 하나 알고 있거든.
이걸 어떻게 터트려야 가장 효과적이고 충격적일지 고민 중이야.
랑 (진저리 치는) 어휴, 야 너 지금 너무 섬뜩하다.
채이 (싸해지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랑 어디 가?
대답 없이 표독스러울 만치 굳은 표정의 채이, 현관으로 간다.
영문 몰라 어리둥절한 랑, 채이를 보면
어느새 현관으로 나가버리는 채이.
38.박물관 전시실/밤
어두운 로비의 공룡 화석을 지나가고 있는 사준, 주변을 살피는 것이 매우 조심스럽다.
39. 원로회장/밤
원탁에 앉아있는 신수장과 그 뒤에 서 있는 여자 호위 무사1,2.
신수장, 고개 들어 천정을 보면 이때 원형 돔이 열리면서 밤하늘의 달이 보인다.
달의 기운을 받아들이듯 길고 깊은 호흡을 하는 신수장.
이때 들어오는 사준, 신수장에게 정중한 인사를 한다.
신수장, 깊은 시선으로 가까이 오라는 눈짓을 하면
신수장 앞에 다가서는 사준.
이제껏 보지 못했던 깊고 개인적인 유대감이 두 사람 사이에 흐른다.
신수장 시연이는?
사준 눈에 띠는 변화는 없습니다. 아직 징후가 나타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신수장 시연이를 잘 지켜봐야한다.
사준 ...네.
신수장 무엇보다도 무영이가 시연이의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하게 해야 해.
사준 (순간 무영과의 개인적인 의리 때문에 멈칫하는)
신수장 (눈치 채고 엄하게) 우리 일족의 천년 염원을 이루는 일이야.
니가 15년 동안 2인자로서 무영이 옆에 있어야만 했던 이유이기도 하고.
사준 명심하겠습니다.
신수장 이제 60일 남았다. 60일....
걱정과 기대가 섞인 표정으로 다시 달을 올려다보는 신수장.
40. 벽화 복도/밤
벽화 앞에선 신수장, 천천히 벽화 앞으로 다가선다.
신수장의 바로 앞에는 천년 여전사의 모습이 새겨진 부조.
손을 뻗어 천년호를 어루만지는 신수장, 간절함이 묻어나는 눈빛이다.
이때 누군가 뒤로 다가오는 인기척에 일순 예의 무표정한 표정으로 돌아보면
채이다.
신수장의 차가운 시선에도 깊은 목례를 하는 채이.
41. 훈련장/밤
채이와 마주 선 신수장, 내색 않으려 하지만 당황하고 놀란 기색이 역력하다.
신수장 시연이가 인간남자와... 사랑에 빠졌다는 거냐?
채이 ...네. 그 인간 남자는 바로 우리가 좇는 인간 조직의 조직원이구요.
신수장 (잠시 골똘해졌다가 단호한) 그럴 리 없어. 니가 뭘 잘못 알았을 거다.
채이 (거침없는) 사실입니다. 그 남자는 시연이가 오래전부터...
신수장 듣기 싫다. (가버리는데)
가는 신수장의 앞을 막아서는 채이.
채이를 무섭게 쏘아보는 신수장.
신수장의 눈빛을 맞받아 보는 채이,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다.
채이 (필사적인) 제게 한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수장님께 직접 그 증거를 보여 드릴 기회를...
채이의 행동과 말에 시연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는 신수장, 채이를 내려다본다.
42. SICS 전경/다른 날/낮
(망원경으로 보이는) 삼엄한 경비원들을 통과해 정문 앞에 서는 차.
경비원, 차 안의 장국장에게 거수경례를 하면
고개를 끄덕여 보이는 장국장.
이에 장국장이 탄 차, 안으로 들어가면
망원경을 서서히 내려놓는 사준,
SICS 본부가 멀리로 보이는 지점에 차를 대놓고 감시하고 있었던 중이다.
SICS 본부 전경을 세밀하고 날카롭게 둘러보는 사준.
43. 무영집무실/낮
급히 들어오는 사준, 창가의 무영에게 다가가 SICS 위치에 대해 속삭이며 보고를 한다.
사준의 보고를 받으며 고개를 끄덕여 보이는 무영, 보고를 마친 사준이 한발 물러서면
무영 그쪽이 눈치 채지 않게 그들 조직원들까지 샅샅이 더 알아봐.
사준 이미 그렇게 지시했어. 우리가 전면적으로 나설 수는 없기 때문에 일인 암살을 시도해야 할 거 같아서.
무영 (사준을 깊게 보는)
사준 ..왜?
무영 ...고마워, 형.
무영의 신뢰가 마음이 걸리는 사준, 무영을 바라보다가 입을 뗀다.
사준 무영아.
무영 음?
사준 (머뭇거리는 갈등의 표정) ...아니다. 나가볼게.
이상해서 사준을 보는 무영.
그런 무영을 뒤로 하고 나가는 사준, 무영을 속이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언짢다.
44. 클럽 앞/낮
클럽 앞을 지나가는 요원들의 차.
차 안에는 찬혁, 민우, 영모, 문형사가 클럽을 날카롭게 살피고 있다.
문형사 저기가 그 랑이라는 놈이 일한다는 클럽이야?
영모 예. 언더에서는 알아주는 레이브 DJ라네요.
문형사 음악 틀어대며 간 빼 먹고, 아주 딱이구만.
긴장된 표정으로 클럽에서 눈을 떼지 않는 민우.
45. 클럽 주차장
한쪽에 서는 요원들의 차.
차 안에서는 찬혁이 요원들에게 지시를 하고 있다.
찬혁 그놈이 우리들 얼굴을 알지도 모르니까, 밖은 문요원이 맡도록.
문형사 문요원은 좀 듣기 그러네. 문선배도 있고, 형님도 있고...듣기 좋은 말 많구만. 찬혁 (가차 없이 쏘아보면)
문형사 족보는 나중에 따지기로 하지.(헛기침하며 찬혁의 시선을 피하는데)
찬혁 강요원과 김요원이 안을 맡아. 내가 후방을 지킬 테니까.
이번에는 실수 없이 꼭 생포해야 한다.
이에 결연한 표정의 민우.
찬혁의 눈치를 보며 찬혁을 몰래 째리는 문형사, 드르륵 차 문을 연다.
46. 오토바이 수리점/낮
헤드폰 낀 랑, 오토바이 바퀴에 공기주입기로 바람을 넣고 있는데
민주 (꽥) 진짜 얘는 아무한테나 팔면 안 된다니깐요, 아저씨.
민주 목소리에 놀라 헤드폰 벗고 삐죽 고개 들어 보면
직원과 얘기하는 민주.
민주 1. 원동기 장치 자전거 면허 소지자. 2. 운전경력 일년 이상
3. 무사고에 20세 이상
직원 나, 참..
민주 그런 사람으로 알아보세요. 안 그럼 안 팔아요.
직원 알았으니까 놓고 가.
민주 (애원) 꼭이요. 확인할 거에요.
직원 알았다니까. (안으로 가버리는)
민주 (스쿠터를 소중하게 쓰다듬으며) 뭐, 꼭 병원비가 필요해서 널 파는 건 아냐.
널 타고 가다가 갑자기 통증이 와서 넘어지기라도 하면 너 다치고 나 다치고...그럴까봐. 이해하지?
그동안 널 깔고 앉아 달리면서 행복했다. 부디 좋은 주인 만나라. 안녕...
그런 민주(쇼핑백 든)를 보는 랑, 피식 웃음이 나온다.
47. 거리/낮
쇼핑백 든 민주, 가고 있는데 그 뒤로 달려오는 랑의 오토바이.
민주 (깜짝) 에구, 수리점 전화번호를 안 가져왔네.
민주, 쇼핑백을 휘두르며 돌아서는데
뒤에 오던 랑, 날아오는 쇼핑백에 고개를 숙이면서 오토바이가 흔들리고
물웅덩이를 확 지나쳐 간다.
이에 날아오는 물을 팍 뒤집어쓰며 쇼핑백을 놓치는 민주.
저만치 가서 멈춰서는 랑, 민주를 알아보고 민주 쪽으로 오토바이 몰고 와 훑어본다.
랑 하여튼 인간들 조심성 없는 건 알아줘야 하다니까. 그걸 그렇게 흔들면 어떡해?
민주 (화나는) 내가 잘못했다는 거에요?
랑 아냐, 그럼?
민주 (후 바람 불어 앞머리 날리고) 어디 한번 찬찬히 따져 봅시다.
랑 짜증나는 인간이구만.
민주 말끝마다 인간, 인간... 당신은 인간 아니에요?
랑 아니거든.
민주 (황당해서 보는데)
랑 (바닥에 떨어진 쇼핑백 가르키며) 저거나 치우지 그래?
민주, 쇼핑백 보면 남자 팬티, 양말, 런닝 셔츠 등등이 쏟아져 나와 있다.
놀란 민주, 쇼핑백 쪽으로 가는데 가버리려는 랑.
민주 (얼른 뛰어와 랑의 팔을 잡으며) 어딜 도망 가냐.
랑 (황당해서 민주 보는)
48. 클럽 앞/낮
민주를 오토바이 뒤에 태우고 온 랑, 멈춰서며
랑 내려. 안에 들어가서 돈 가져 올 테니까.
민주 (삐죽이며 내리는) 아까처럼 또 토끼는 건 아니겠지?
랑 얼마야, 세탁비가?
민주 이 만 원.
랑 차, 당신 옷값보다 세탁비가 더 비싸겠네. 기다려.
랑, 주차장 쪽으로 오토바이 몰고 가면
랑을 흘겨보는 민주.
49. 클럽 주차장/낮
랑, 주차장 한쪽에 오토바이를 세워 두고 클럽 후문으로 들어간다.
이에 주차된 차들 속에서 랑을 지켜보던 문형사, 사방을 살피며 랑의 오토바이로 다가간다.
50. 클럽 계단
랑, 오토바이 키홀더를 손가락으로 돌리며 계단을 내려가는데
클럽의 직원과 얘기하고 있는 영모와 민우를 본다.
민우를 알아보고 재빨리 몸을 피하는 랑, 얼른 다시 계단으로 올라간다.
51. 클럽 주차장
바짝 긴장해서 주위를 경계하며 나오는 랑,
오토바이 주변에서 얼쩡대고 있는 문형사를 본다.
한편 계단으로는 민우와 영모가 올라오는 것이 보이고...
랑, 피해야하는 위기의 순간임에도 자신을 과신하는 웃음기를 띄우고는 공중으로 회전돌기를 해서 오토바이 쪽으로 날아가 오토바이 의자에 날렵하게 올라선다.
그러자 놀라 랑을 올려다보는 문형사.
문형사를 돌려차기로 쓰러뜨리고 그대로 의자에 착 내려앉는 랑,
비웃음으로 헤롱대는 문형사 보며
랑 흥, 니들이 감히 날 잡겠다고? 인간아, 제발 주제를 알아라.
그리고는 랑, 오토바이를 출발시키기 위해 한쪽 발을 땅에 딛는 순간 철컥하는 쇳소리와 동시에 고통으로 얼굴이 일그러진다.
고통의 랑, 발을 보면 랑의 발목을 꽉 조이고 있는 커다란 덫.
이에 랑, 덫을 치워내기 위해 오토바이에서 내리는데
이때 차에서 랑을 지켜보던 찬혁이 민첩하게 내리며 허점을 보이는 랑을 향해 쇠체인을 붕붕 소리가 나도록 돌려서 날린다
무서운 속도로 랑의 몸으로 날아가 랑의 몸을 포박하듯 둘둘 마는 쇠체인.
당황한 랑, 쇠체인을 풀어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순간
어느새 달려온 민우와 영모, 뒤에서 랑의 얼굴에 보자기를 뒤집어씌우고 목을 조인다.
랑, 사력을 다해 몸부림치는데... 랑의 귀에 꽂혀있던 헤드폰과 MP3가 땅에 떨어진다.
찬혁은 랑의 발에 맞아 정신이 없는 문형사를 끌고 차로 가고
영모와 민우는 재빠르게 랑을 끌고 차로 가 태운다.
잠시 후 요원들의 차가 떠나고..
동시에 반대편에서 주차장으로 오는 민주, 두리번대다가 짜증스럽게...
민주 날랐네. 내가 미쳤지. 그 머리 냄새 지독한 놈을 뭘 믿고 놔줬을까.
이때 랑의 오토바이를 본 민주, 갸웃하는데
그 옆쪽으로 바닥에 떨어진 랑의 헤드폰과 MP3를 보게 된다
그것들을 집어 드는 민주, 어찌된 일일까 벙벙한 표정으로 주차장을 둘러본다.
52. 모처 전경/낮
빠르게 달려 들어가는 요원들의 차.
53. 모처 룸 안/낮
눈에는 안대를, 입에는 테잎이 붙여진 채 온 몸이 꽁꽁 포박 당한 랑, 의자에 앉혀져 있다.
잠에서 서서히 깨는 랑, 머리 아파 고개를 흔드는데
이때 랑의 안대를 풀어주고 입에서 테입을 확 잡아떼는 영모.
랑, 눈살을 찌푸리고 보면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찬혁, 영모, 민우, 세경.
인간조직임을 알아채는 랑, 하지만 표정관리하며 일단 소리친다.
랑 (버럭) 당신들 뭐야? 당신들 뭐냐구?
찬혁 (차갑게) 우리 몰라?
랑 몰라.
찬혁 그래? 그럼 곧 알게 되겠군.
랑 (몸부림치며) 이거 풀어, 당장. 안 풀어?
랑의 뺨을 후려치는 찬혁, 테잎을 랑의 입에 다시 붙인다.
민우와 영모, 몸부림치는 랑을 잡으면
랑의 팔뚝에 주사기를 꽂는 세경.
랑, 놀래 휘둥그레한 눈으로 자신의 팔뚝을 보면 주사기로 빨려 들어가는 빨간 피.
랑을 붙잡은 채 그 피를 보는 민우, 긴장해 있다.
54. 박물관 로비/낮
백을 든 시연, 로비로 들어오는데
채이 (소리) 윤시연.
시연, 소리 나는 곳을 보면
시연에게 손을 들어 보이는 채이.
55. 자연사 박물관 자료실/낮
채이를 좌석에 안내하는 시연, 채이와 함께 마주 앉는다.
시연, 채이가 무슨 일로 왔을까 의아해서 채이를 보면.
채이 한 시간이나 기다렸어. 어디 갔다 와?
시연 세미나.
채이 음...세미나? 어울린다, 너하고.
시연 근데... 무슨 일이야?
채이 (비꼬는) 나두 손님이라면 손님인데 음료수라도 줘야 되는 거 아냐?
다짜고자 용건부터 말 하라니... 민망하다.
시연 (채이가 이상하지만) 뭐 마실래?
채이 홍차.
시연 잠깐만.
핸드백에서 지갑 꺼내 나가는 시연.
시연이 가는 걸 보고는 시연 핸드백에서 핸드폰을 꺼내는 채이,
싸늘한 얼굴로 시연의 핸드폰 목록에서 이름을 찾으면
<강민우> 이름이 뜨자 냉소를 띠운 채 더욱 차가워진다.
56. 모처 룸 안/낮
눈과 입을 가린 채 여전히 몸부림 치고 있는 랑.
랑의 옷과 얼굴이 땀으로 범벅이다.
분노와 분함으로 어떡하든 빠져나가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요지부동이다.
맞은편에 앉아 이 모습을 보고 있는 장국장,
오랜 숙원을 이루어낸 감격과 구미호족에 대한 증오로 만감이 교차한다.
하지만 그런 표정도 잠시 곧 자신의 감정을 지워내는데
옆에서 보고하는 찬혁과 지켜보는 민우.
찬혁 채혈해서 연구소로 넘겼습니다. 곧 DNA 결과를 알 수 있을 겁니다.
장국장, 고개 끄덕이고 랑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이때 민우의 핸드폰에서 문자 메시지 신호음이 울린다.
민우, 핸드폰을 확인해보면
<꼭 만나고 싶습니다, 시연>라는 문자가 뜬다.
무슨 일이지 싶어 시연에게 전화를 하는 민우.
하지만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의 메시지가 들려오고
이에 민우, 핸드폰 폴더를 닫는다.
57. 박물관 자료실 안/낮
채이, 전원이 꺼진 핸드폰을 다시 시연의 핸드백에 넣고는 미묘한 웃음을 짓는데
음료 캔을 들고 오는 시연.
시연 (채이에게 음료 캔을 건네면)
채이 (받으며) 고마워.
시연 (채이가 이상해서 보는데)
채이 아, 용건? (메모지 주며 딱딱하게) 임무 명령이야.
시연 임무?
채이 장소, 시간 거기 다 적혀 있어.
(조소를 띠고) 수장님이 특별히 내리신 임무니까 실수 없도록 해야 할 거야.
느긋한 표정으로 음료를 마시며 시연을 보는 채이.
메모지를 보는 시연, 뭔가 불길하고 이상한 느낌이다.
58. 가건물 공사장 전경/밤
어둡고 스산한 건물로 민첩하게 스며들어가는 전사복 차림의 시연.
59. 가건물 공사장 1/밤
목재와 건축자재가 널린 을씨년스런 실내를 조심스럽게 살피며 오던 시연,
윗층에서 인기척 소리가 난다.
이에 경계하며 소리 나는 쪽으로 유연하게 몸을 날리는 시연.
60. 가건물 공사장2/밤
어느새 나타난 시연, 소리 나는 쪽을 보면
어둠 속에서 남자가 플래쉬를 들고 계단을 오르고 있다.
이에 달려가 회전으로 남자의 앞을 막아서는 시연,
발로 남자 손에 들린 플래쉬를 쳐내고 칼로 남자의 목을 겨눈다.
놀란 남자, 시연의 쌍단도에 곧 방어 태세로 한 걸음 물러선다.
순간 남자의 얼굴을 보게 되는 시연, 그대로 굳는다.
남자, 민우다.
민우 또한 여러 번 마주쳤던 구미호족 여전사임을 알아보고 이를 악문다.
당황한 시연, 공격을 하지 못하고 그저 민우를 바라보는데
시연의 틈을 느낀 민우, 얼른 바닥의 철재를 집어 들고 시연을 공격한다.
필사적으로 시연에게 덤벼드는 민우와
민우의 공격을 피하기만 하는 시연.
민우의 매서운 공격 하나하나에 가슴이 아려오는 시연, 뒷걸음질치며 막아내는데
순간 민우도 시연의 태도가 이상한 것을 느끼지만 공격의 강도를 더해가고
민우의 공격에 속절없이 뒷걸음질치던 시연, 삐죽이 나와 있는 철재 모서리에 뒤쪽 어깨를 찢기고 만다.
시연, 고개 돌려 철재 모서리를 보는 순간
시연의 얼굴로 손을 확 뻗어 베일을 벗겨내는 민우.
민우에게 얼굴을 보이지 않기 위해 회전을 하는 시연.
시연의 긴 머리가 풀리며 반쯤 얼굴을 가리는 상태에서 쌍단도를 매섭게 날리는 시연,
칼 손잡이로 민우의 복부와 얼굴을 연타해서 민우를 날려버린다.
시연의 베일을 꼭 쥔 채 바닥에 나가떨어지며 기절해버린 민우.
이에 시연, 검을 거두고 민우에게 서서히 다가간다.
자신으로 인해 기절한 민우의 얼굴로 손을 뻗는 시연,
민우와는 적으로 만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슬픔 가득해서
민우의 얼굴을 가슴으로 안는다.
한편 먼발치서 그런 시연과 민우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신수장과 채이.
배신감과 당혹함으로 굳어버린 신수장과 교활함이 묻어나는 웃음기를 띄우는 채이.
신수장과 채이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모른 채
민우를 안고 눈물로 민우를 보는 시연.
결국 민우의 얼굴 위로 눈물방울을 뚝뚝 떨어뜨리고 마는 시연의 모습에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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