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외전 9부
방송일: 20040816
동영상 : 줄거리:
구미호 외전 -9부-
1.시연집 앞+마당/낮
손으로 시연의 턱을 잡아 돌려세우며 키스를 하는 무영.
시연, 급작스러움에 무영을 밀어내려하지만
무영은 시연을 더욱 꼭 부둥켜안은 채 틈을 주지 않는다.
시연과 무영의 키스하는 장면에 얼른 고개를 돌리는 민우,
그러나 곧 다시 두 사람으로 시선을 확 돌려본다.
시연과 무영의 키스하는 모습을 재확인한 민우,
마음은 당장이라도 시연에게서 무영을 떼어 놓고 싶지만 자신은 이제 시연과는 아무 관계도 아니라는 사실을 절감하고 씁쓸하게 돌아설 수밖에 없다.
이때 돌아서는 민우를 보게 되는 시연은 무영을 밀어내며 물러선다.
하지만 민우는 이미 가버리는 중이고 시연은 그런 민우를 안타깝게 바라본다.
무영, 민우에게서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시연으로 마음이 아프지만...
무영 이것으로 이제 강민우에게는 전사로서의 윤시연만 남았다.
그의 목에 검을 겨눌 전사 윤시연만...
무영의 말이 가슴에 와서 박히는 시연, 민우 보던 눈길을 그대로 떨구면
시연을 지나쳐 가버리는 무영.
시연, 이젠 정말 민우와는 끝이라는 절망감에 서 있는데
부는 바람에 덜그덕거리며 흔들리는 담장 문.
이에 시연, 소리가 나는 담장 문으로 천천히 시선을 옮기면
흔들리는 담장 문에 걸려 있는 쇼핑백.
2.시연집 근처 언덕길/낮
걸어가는 민우. 시연에 대한 상실감과 씁쓸함으로 발걸음이 무거운데
이때 민우 옆을 지나쳐가는 무영의 차.
순간 옆으로 스쳐서 겹치는 무영과 민우의 얼굴,
둘 다 서로를 보지는 않지만 상대에 대한 강한 경쟁심과 질투로 굳어져 있다.
무영의 차, 민우를 앞질러 가버리면
멈춰 서서 무영의 차를 보는 민우, 쓰라린 심정이다.
3.시연 집안/낮
쇼핑백에서 핸드폰 박스를 꺼내는 시연,
핸드폰임에 민우의 배려에 애잔해져서는 박스에서 핸드폰을 꺼낸다.
전원이 켜진 핸드폰의 액정에 떠 있는 음성 메시지.
시연, 핸드폰 열어 음성 메시지를 확인하면
민우 (소리) ...나에요, 시연씨. 인사하고 싶어서요. ..마지막으로.
<마지막 인사>라는 말에 애절해져 두 손으로 핸드폰을 움켜쥐고 듣는 시연.
민우 (소리) 나요, 시연씨한테 내가 휴식이 아니라 위협이 된다는 거, 알면서도 무시했어요.시연씨 좋아하는 감정만 믿고 다른 건 돌아보지 않았거든요.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게 사람을 참 무모하게 만든다는 거, 이제야 알았습니다.
그러니까 다 내 잘못이에요. 이기적인 것도 나구요.
시연씬 자책하거나 맘 상하지 않았으면 해요.
시연, 차오르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듣는데...
민우 (소리) 그리구...고마웠어요. 그동안 잊고 있었던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해줘서.
시연씨는 내 오랜 기억이 될 겁니다. ....잘 지내요.
삐하는 소리와 함께 음성 메시지가 끝났는데도 핸드폰을 귀에서 떼지 못하는 시연,
민우 목소리의 여운을 잡으려는 듯 가슴이 에이는 표정으로 그대로 있는다.
그런 시연의 모습 길게...
4.몽타주/밤
-민우 집
어깨를 늘어뜨리고 고개를 떨군 채 침대 끝에 걸터앉아 생각에 잠겨 있는 민우,
순간 시연의 손길로 개켜진 점퍼로 시선을 준다.
이에 점퍼를 들어 무릎에 놓는 민우, 시연의 온기를 느끼려는 듯 점퍼를 손바닥을 대고
쓰다듬는다.
-무영 집무실
서랍을 열어 반지 케이스를 꺼내 보는 무영,
거절당한 반지이기에 마음이 쓰림에도 반지 케이스를 열어 반지를 본다.
반지 보는 무영의 표정, 시연의 마음을 잡지 못하는 애절함과 이젠 시연을 놓지 않겠다는 결연한 표정이 뒤섞여 있다.
-시연 집 다락방
열려진 창문으로 들어오는 달빛에 보이는 바닥에 나란히 놓인 찌그러진 펜던트와 핸드폰.
그 앞에는 시연이 무릎을 세운 채 그 세운 무릎에 턱을 괴고 펜던트와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다.
덩그마니 앉아있는 시연을 비추는 하늘의 커다랗고 둥근 달.
5.SICS 전경/다른 날/낮
6.SICS 일층 사무실/낮
사물박스를 들고 오는 민우,
비어있는 승준의 자리를 보고는 뻐근해지는 마음으로 눈가가 젖어온다.
민우와 마찬가지 심정으로 승준의 자리를 보는 세경과 문형사,
민우, 승준 자리의 집기들을 사물박스에 옮겨 담다가
승준의 사진이 든 액자를 집어 들게 되자 동작 멈추고 사진을 보고
문형사, 자책감의 민우가 걱정돼서 다가서는데
이때 검은 양복을 입은 영모가 착잡한 표정으로 들어온다.
문형사 어떻게 장례식 잘 치뤘어?
영모 마약 수사과에서 주도해서 잘 처리해줬어요. 대외적으로 승준이가 마약수사과 소속으로 돼있어서.
세경 정체 드러 날까봐 동료 장례식조차 참석을 못 하구... (책상에 서류 팍 놓으며) 뭣 때문에 죽자 살자 이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 정말...
이때 손뼉 치는 소리.
세 사람, 소리가 나는 이층을 보면 찬혁이다.
찬혁 감상에 빠질 시간 없다. 다들 올라와.
문형사 (궁시렁) 깨도 너무 깬다. 슬픔도 깨고, 아픔도 깨고... 저것도 재주일세.
영모, 문형사, 세경이 이층으로 향하면
승준의 사진이 담긴 액자를 사물박스에 넣는 민우, 눈빛에 복수심과 오기가 스친다.
7. SICS 회의실/낮
회의중인 장국장과 요원들, 표정이 비장하다.
장국장 이승준 요원의 목숨을 헛되이 하지 않는 것은 그놈들의 정체를 밝혀내 다 처치하는 거다. 그러니까 지체 없이, 흔들림 없이 임무들에 충실하도록.
이에 모두들 숙연해지는 분위기인데 ... 특히나 이를 악무는 민우.
문형사에게 눈짓하는 찬혁.
문형사, 얼른 일어나 브리핑을 한다.
문형사 물류 창고에서 발견된 사체들의 신원을 확인해 본 결과 전원 노숙자들이였습니다.
민우 (문형사 보면)
문형사 **역 지하도 주변에서 주로 기거하던 이들로 사망 시기는 모두 똑같이 사흘 전으로 추정됩니다.
장국장 같은 장소에 있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살해를 당했다면...
그쪽에 노숙자들을 한 장소로 끌어들이는 미끼나 접선책이 있다는 거군.
찬혁 (장국장에게) 그래서 현장으로 요원을 잠입시키려고 합니다.
요새 들어 장기매매가 대규모로 이루어지고 간 적출 살인사건 빈도도 높아지는 점으로 봐서 공격적인 전략을 써야할 시점입니다.
장국장 음...
영모 노숙자 역할이라면 아무래도 문선배가 동급 최강이지. (엄지 내밀며 문형사 보면)
문형사 (영모를 째리는)
영모 (문형사 어깨 토닥이며) 걱정 말아요. 추적 장치에 도청장치까지 줄줄이 달아줄
게요. 아, 소형 카메라도 달자. 나중에라도 놈들 얼굴을 가려낼려면 사진이라도 여러 방 박아둬야 되니까.
카메라라는 말에 순간 번뜩이는 민우.
(flash back) 카메라 플래쉬에 녹색으로 발광하며 세로로 길게 변하던 랑의 눈.
민우, 순간 벌떡 일어나 나간다.
다들 놀라 민우를 보는데
문형사 강민우! (눈치 보면 좇아 나가고)
민우가 뭔가를 알아냈다는 걸 감지하고 민우가 나간 쪽을 의미심장하게 보는 장국장.
8.민우 사무실/낮
8부에서 승준이 조작하던 카메라와 플래쉬를 들고 들어오는 민우, 실내 전등 전원을 내린다.
이때 뒤따라 들어오는 문형사.
문형사 불은 왜 끄고 그러냐? 뭐야? 무슨 일이야?
대답 없이 플래쉬를 작동하며 문형사를 찍는 민우.
연속적으로 터지는 플래쉬 불빛.
문형사, 눈살을 찌푸리며 의아하다.
문형사 (버럭) 아, 뭐냐니까?
다시 전등 전원을 켠 민우, 서둘러 카메라 필름 넣는 부분을 열어 필름을 빼낸다.
9.암실
인화액 속에서 흔들리는 인화지 두 장.
인화지에 서서히 떠오르는 피사체의 모습, 각각 랑과 문형사다.
이에 집게로 잡은 인화지를 들어 건조 줄에 걸어 놓는 민우,
돋보기를 들어 사진 두장을 세심하게 비교하며 살펴본다.
그러다 뭔가를 발견한 민우, 눈빛을 빛낸다.
플래쉬에 노출된 문형사의 눈동자는 붉은색, 랑의 눈동자는 녹색. C.U
10. 무영 집무실 안+앞/낮
무영, 들어오는데 창가에 서 있는 신수장.
무영 (인사하며) 오셨어요?
신수장 (굳어서 무영 보는)
무영 (무슨 일인가 싶은데)
신수장 니가 올린 원로회 재구성 제안을.... 거부한다.
무영 무슨 말씀이십니까?
신수장 이전처럼 다수의 원로들을 두고 그들의 각자의 이익에 좇아 우리 일족의 미래를 결정짓지 않겠다는 거야.
무영 (신수장의 의중을 알겠는) 그건 독재를 하시겠다는 뜻...
신수장 (말 자르며) 수장 중심의 일인 통치를 해야 만이 이 난국을 해쳐 나갈 수 있어.
무영 제가 동의해드리지 않는다면요?
신수장 넌 언제나 내 생각과 같다고 하지 않았니?
무영 ...그런 줄 알았습니다. (씁쓸한) 정말... 그런 줄 알았죠.
팽팽하게 서로를 보는 신수장과 무영.
신수장 이미 난 마음을 정했다. 그러니 니 마음을 정해라.
그게 어느 쪽이든.
무영 (반감이 어린 시선으로) 어머니.
신수장 (굽히지 않는 무영의 시선에 입구로 가려는데)
무영 저도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신수장 (꿰뚫 듯한 시선으로) 뭐냐?
무영 (신수장 똑바로 보며) 시연이와 결혼하겠습니다.
이때 집무실로 들어서던 채이, 무영의 말에 걸음을 멈추고 옆으로 비켜서 듣는다.
신수장 (순간 놀라 무영을 보는)
무영 가능한한 빠른 날짜로 서두르고 싶습니다.
신수장 (싸늘하게 변하며 강하게) 허락할 수 없어. 시연이와의 결혼, 허락 못 해.
신수장의 답이 의외라 놀라 신수장을 보는 무영.
입구의 채이도 뜻밖이라 놀라는데...
무영 이유가 뭡니까?
신수장 (억지로 이유를 찾아대는)...전사들끼리는 결혼할 수 없다. 기강을 흩트리고...
무영 그게 이유라면 시연이를 그만두게 하겠습니다.
신수장 시연이는 태어날 때부터 전사로 운명지어진 애야.
무영 (맞받아치는) 그럼 제가 전사를 그만두죠.
11. 무영 집무실 앞 복도/낮
사준과 시연이 함께 오는데 맞은편에서 오는 랑
사준 안색이 안 좋다. 상처가 꽤 깊던데 아직 안 나은 거야?
랑 오늘 제의식을 하고 간을 먹으면 바로 낫겠지 뭐.
몸의 상처보다 마음의 상처가 깊어.
(이를 가는) 그놈들한테 끌려가서 당했던 내 꼬라지를 생각하면....
(시연을 보는 시선이 매섭다)
시연 (미안해서 랑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준 들어가자. (앞서 가면)
랑 (시연에게 다가서 눈 부라리며) 나, 강민우와 그 인간 패거리들 용서 못해.
너하구 어떻게 아는 사인지는 모르겠지만 반드시 내 이 손으로 죽인다.
알아둬.
가버리는 랑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보는 시연.
12. 무영집무실 안+앞/낮
사준, 랑, 시연이 오는데 충격으로 입구에 서 있는 채이.
사준 안 들어가고 뭐 하니?
이에 무영과 신수장의 시선으로 입구로 향하고...
영문을 몰라 들어오는 전사들, 신수장에게 목례를 하는데
신수장 나중에 얘기하자.
무영 비밀일 거 없습니다. 어차피 다들 알아야 할 일입니다.
시연에게 성큼성큼 걸어가 시연 손을 잡는 무영.
시연, 당황해서 무영을 보는데
무영, 전사들을 쭉 둘러보며 선언하듯이
무영 시연이하구 나 결혼 해.
파리해지는 채이와 못마땅해서 고개를 옆으로 돌리는 신수장.
아랑곳없이 시연과 눈 맞추는 무영, 확고하고 단호하다.
13. 야외/낮
마주보며 얘기 중인 시연과 무영.
시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내가 아직...
무영 그래, 너 아직 내 청혼에 대답 안했어. 근데 나 굳이 그 대답, 들을 필요 없거든
말했잖아. 나, 더 이상 물러서지 않는다구. 널 지켜보는 거 이제 안 한다구.
시연 (무영의 마음 알기에 아프게 보는)
무영 결혼을 발표했으니 나를 따라. 너하구 나, 이대로 가는 길 밖에 없어.
시연 (강하게) 이런 식으로의 결혼, 나 싫어. 안 해.
무영 넌 이 결혼, 꼭 해야 해. 강민우를 위해서라도.
시연 (보면)
무영 (이런 말까지 해야 하는 자신이 싫지만) 어머니도, 전사들도 너와 강민우 사이를
알고 있다. 너 때문에 강민우 목숨이 위태로워..
시연 .....
무영 강민우를 위하다면, 보호하고 싶다면... 주변정리를 해야 할 거다.
나하고의 결혼이 가장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이지.
안주머니에서 반지를 꺼낸 무영, 시연의 손을 잡는다.
시연, 차마 손을 빼지 못하고 무영을 보면
무영 날 사랑 할 수 없다면, 이용이라도 해.
시연 손에 반지를 끼워주는 무영.
반지를 내려다보는 시연과 그렇게 시연의 손을 잡고 시연을 보는 무영.
14. 채이 레스토랑/낮
와인 잔에 와인을 벌컥벌컥 따르는 채이,
패배감으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채 와인을 마시다가 울분을 이기지 못하고
잔을 바닥에 던져 버린다.
파열음과 함께 산산조각이 나는 와인 잔.
이에 부서진 와인 잔 조각을 밟고 나가는 채이.
15. 노천극장/낮
원형의 계단 구조에 앞에는 무대.
계단에서 무대로 가는 채이와 무대 뒤에서 나오는 K, 서로를 본다.
(시간경과)
무대 위의 채이와 K, 마주 서 있다.
채이 (독기 오른) 어서 서둘러요. 남준우 원로의 지지를 받았으니 이쯤에서 신수장을 엎는 거 어렵지 않잖아요?
K 조바심이 항상 위험을 부르는 법입니다, 아가씨.
채이 시간만 끌다가 언제 뒤엎는다는 거죠? 이도저도 다 놓치게 될지 몰라요
K 진정하십시오. 20년 동안 공 들인 일입니다. 감정으로 망쳐서야 되겠습니까?
채이 (확 노려보면)
K (부드럽게) 약속드리죠. 이 싸움의 전리품으로 신무영을 아가씨 손에 올려드릴 것을. (얼굴 굳히며) 하지만 전리품은 전리품일 뿐...승리를 만끽하기 위한 장난감으로만 쓰십시오.
채이 (여전히 싸한 표정으로 시선 돌리면)
K 근데...이해가 안 되는군요. 신수장이 신무영과 윤시연과의 결혼을 반대하다니...
누구보다도 윤시연을 싸고도는 신수장 아닙니까?
채이 (비아냥) 딴에는 아들 가진 어머니라고 시연이가 며느리감으로는 눈에 차지 않는 모양이죠.
K (고개 저으며) 이제껏 신수장은 아들의 정혼 상대로 윤시연을 떠올리게끔 행동해왔어요. 그런데 막상 결혼 얘기가 나오자 결사반대를 한다...
뭔가 있습니다. (예리한 눈빛으로) 드러나지 않은 뭔가가...
이에 비로소 의구심으로 골똘해지는 채이.
16. 원로회장/낮
원탁에 앉아있는 신수장,
어두운 얼굴로 목하 고민하다가 벌떡 일어나 서성인다.
초조함이 드러나게 보이는 신수장, 순간 옷자락을 휘날리며 나간다.
17. 민우 사무실/낮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 <적목 현상>이라는 검색어를 치는 민우.
이에 적목 현상에 대해 뜨는 정보들...
그 정보들을 읽는 민우, 상기되어 있다.
18. SICS 사무실/낮
벗은 문형사의 상체에 여러 가지 추적 장치를 다는 세경.
문형사, 세경 눈치 보며 배에 힘을 빡 주고 어깨를 뻣뻣하게 세우고 있는데
아랑곳 않고 철퍼덕 철퍼덕 수신기를 붙여버리는 세경.
문형사 (촐싹스럽게 세경이 때린 살갗을 막 부비며) 앗, 따거! 앗, 따거!
세경 (찌푸리며) 이런 뱃살이 벨트를 먹어 버렸네. 다시 배에 힘줘요, 빨랑. (토할 듯이) 헉, 쏠린다.
벌쭘한 문형사, 얼른 배에 힘주고는 여전히 수신기 부착하는 세경을 째린다.
문형사 무슨 여자가 남자 벗은 몸을 보고 부끄러움도 없고요, 남자 근육을 막 주물러대면서 즐거우시니...
세경 (둘레둘레 보며) 누가 남잔데요?
문형사 (이 부드득) 우리 세경씨, 손끝 맵고, 승질 사납고, 말뽄새 험악하고.
참 어디 하나 이쁘지 않은 데가 없단 말야.
세경 그러게요.
문형사, 한 대 쥐어박을 듯이 세경을 보는데
이때 허름한 옷과 신발, 가방 등을 들고 들어오는 영모.
영모 (들고 온 거 문형사에게 척 안겨주며) 자요, 위장용 의상.
문형사 (이리저리 보면 노숙자용 허름한 물품이기에) 아, 이 허접한 것들을 보니 실감난다. 피비린내 나는 사지로 떠난다는 게.
영모 스타일로는 지금 입고 있는 거나 별반 차이 없구만.
문형사 (무시하고)혹시 나 죽으면.. 그때 빌려준 CD 있잖아.(속삭이는) <쭉쭉 아가씨와 빵빵 아줌마> 시리즈 그거 같이 넣어주고... 예쁘게 화장 즉 메이크업 시켜서 뜨겁게 화장해줘. 장례식 꽃은 장미 제외. 나 장미 알러지 있거든.
세경 (죽는다는 말에 생해져서) 농담도 참 재미없게 하시네요.
문형사 나름대로 유언이야, 이거.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이 판국에 농담을 왜 하나?
(탄식처럼) 인생, 가늘고 길게 살려구했는데...
영모 (박수 치며) 일단 가늘게는 달성하셨습니다.
문형사 (세모꼴 눈으로) 둘이 세트다, 그거지? 아이고, 나두 짝궁 있네요.
(버럭) 야, 강민우, 강민우!
민우 (물 벌컥 열고 들어오며) 넵!
문형사 (놀라 움찔하며) 짜식아, 간 떨어지겠다.
민우 실험실 가야 되거든요. 할 말 있음 빨리 해요.
문형사 (야리며) 야, 너 내가 지금 목숨 걸고 현장에 나가는데 코빼기도 안 내밀고...
민우 뭐 도와줄까? 노숙자 컨셉? 알았어요.
민우, 문형사에게 다가서 문형사 머리를 마구 흩트려 놓는다.
문형사, 민우를 훽 밀어내면
벌집이 된 문형사 머리를 보고는 흡족한 웃음을 지어보이고는 나가버리는 민우.
문형사, 기막힌데
문형사의 모습에 감탄의 시선으로 엄지를 동시에 내미는 세경, 영모
19. 실험실/낮
연구원에게 안내되어 들어오는 민우, 실험대를 보면
실험대 위에 있는 각종 전구들과 조명기구들.
실험대로 다가가 조명기구를 하나 들어보는 민우, 구미호 판별법에 대한 실마리를 잡은 여유와 꼭 파헤쳐내고야 말겠다는 결연함이 표정 전체에 깔려 있다.
20. 시연네 마당/낮
벤치에 앉아있는 시연, 갈등의 표정으로 반지를 낀 손을 보고 있다.
하지만 이게 아니다 싶은 시연, 반지를 빼려다가 순간 동작을 멈추는 모습 위로...
무영 (소리) 날 사랑할 수 없다면, 이용이라도 해.
무영의 아픈 사랑고백과 민우를 보호해야 하는 두 가지의 이유로 갈등하는 시연,
다시 반지를 제자리로 밀어 넣는다.
그리고는 반지 낀 손의 주먹을 꼭 쥐는 시연.
이때 마당으로 들어서는 신수장.
시연, 순간 신수장을 보고 긴장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선다.
21. 시연 집 근처 산책로/낮
걷는 신수장과 시연.
신수장 그 집은 예전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더구나.
시연 ...네.
신수장 추억이 있는 곳이라 그런가? 끔찍한 일이 있었던 곳인데도 그 집에 있는 너, 평화롭고 따스해 보였어. 인간적인 모습이라고 해야 하나.
시연 .....
순간 뚝 멈춰서는 신수장.
시연도 멈춰서 신수장을 보는데
신수장 니가 무영이를 물리쳐라. ...그래주면 좋겠다.
시연 (뜻밖인데)
신수장 (부드럽게 시연의 손을 잡으며 부탁하는)그래주겠니?
시연 (난처한데)
순간 시연 손의 반지를 보게 되는 신수장, 돌연 싸늘한 기운이 스치면서
신수장 이미 결혼을 승낙한 거냐?
시연 ....죄송합니다.
이를 악문 채 시연을 보던 느낀 신수장, 애써 싸늘함을 감추며 온화하게
신수장 내가 널 얼마나 아끼는지 알지?
시연 잘 압니다.
신수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널 무영이 정혼자로 반대하는 것은, 무영이가 너한테 모든 걸 걸기 때문이야.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 때문에 흔들리고 아파하는 거, 수장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감정들이다. 그 감정으로 인해 무영이와 너, 둘 다 위험해질 수 있어.
시연 압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신수장 하지만 니 둘이 벌써 결혼을 결심했다면 어쩔 수 없지.
그러나 한 가지는 약속해다오.
시연 (무슨 뜻인가 해서 신수장 보면)
신수장 결혼하는 그 순간까지 여자로서의 순결과 전사로서의 본분을 지키겠다고 말야.
시연 (신수장의 태도가 다소 이상해서 보는)
신수장 약속할 수 있겠니?
의아하지만 고개를 끄덕이는 시연.
22. 지하도/밤
허름하기 그지없는 옷과 신발에 비닐가방을 끌어안은 봉두난발의 문형사,
노숙자들을 사이에 앉아서 신문지를 서로 가지겠다고 한쪽씩 잡아당기며 싱갱이 하고 있다.
이때 뒤쪽에서 컵라면과 소주를 돌려 먹으며 쑤군대고 있는 노숙자들.
문형사, 낌새를 채고 당기고 있던 신문지를 놓아버리고는
그쪽으로 돌아앉아 엉덩이를 슬쩍 들이민다.
노숙1 두툼하게 집어 준다니까 얼굴 빛 좋고 몸 단단해 뵈는 놈들로 데려와.
문형사 무슨 일인데?
노숙1 뭐야, 넌?
가방에서 말라비틀어진 오징어 다리를 꺼내 하나씩 찢어 권하는 문형사.
문형사 안주로 드셔! 울릉도 오징어라 착착 감기면서도 이 사이로 살짝 삐져나오면서 앙탈을 부리는 게 죽이거든.
노숙1 (입맛 다시며 받으면)
문형사 무슨 일인데?
23. 요원 차 안/밤
수신기 앞의 영모, 찬혁.
문형사 (소리) 매혈을 핑계 삼아 사람들을 대대적으로 모으고 있어.
여기 중간책이 그놈들과 직접 접선하는 D-DAY는 내일이고.
찬혁 내일이라... 음력 보름이군.
영모 문선배, 오늘밤은 발 뻗고 편하게 자도 되겠네.
24. 지하도/밤
문형사, 박스 깔고 잠든 노숙자들 사이에 새우처럼 웅크리고 앉아있다.
문형사 군계일학의 형상이로세.
문형사, 얼굴 찌푸리며 할 수 없이 엉거주춤으로 겨우 몸을 눕히려는데
양쪽에서 방귀를 뀌고 트림을 하는 노숙자들.
이에 얼굴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마땅치 않아 벌떡 일어나 앉는 문형사,
문형사 환장하겠다. 이게 뭐가 (발음 굴려가며) 스페셜 인텔러전스 콥스야. 에잇!
(가방을 가슴에 꼭 품고 처량하게) 민우 이 자식은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25. 실험실/밤
어두운 실내에 환하기 그지없는 빛이 새어 나오는 실험대.
연구원과 같이 조명등을 조작하고 있는 민우.
민우 밝기를 더 올릴 수 있죠?
연구원 이거 형광등의 4배나 되는 1500 룩스예요.
민우 더 올려 보세요.
연구소 필라멘트가 깨질 텐데.
계기를 사용해서 밝기를 올리는 연구원.
올라가는 계기의 바늘.
계기 바늘과 조명등을 번갈아 유심하게 보는 민우.
계기 바늘이 1700까지 올라가며 조명등의 밝기가 더욱 환해지는 순간
퍽 하는 섬광과 함께 암전이 된다.
26. 호텔 일각/다른 날/낮
뒤돌아서 있는 신수장에게 다가서는 무영.
무영 부르셨습니까?
신수장 (뒤돌아 무영 보는 차가운 시선)
무영 (도전적이지는 않지만 그대로 신수장을 맞받아보는)
신수장 그래, 결정을 했느냐? 원로회 재구성안 말이다.
무영 ....
무영 ...네.
신수장 시연이는 널 사랑하지 않아.
무영 ...상관없습니다.
신수장 강민우 목숨을 볼모로 시연이의 발목을 잡은 건가?
무영 (사실이기에 대답하지 못하고 자괴감으로 주먹을 꼭 쥐는)
신수장 그렇게 치졸한 방법을 써서라도 결혼을 하고 싶으냐?
이미 무영의 답을 알고 있었던 신수장, 잠시 무영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신수장 그래, 허락하마.
무영 (신수장 보면)
신수장 하지만 조건이 있다. 원로회 재구성은 하지 않는 거다.
무영 그건...
신수장 나도 내 뜻을 꺾었으니 너도 니 뜻을 꺾어야 공평하지.
또 약혼은 서둘러 하더라도 결혼은 올 가을에 해라.
무영 어머니.
신수장 (못을 박듯) 올 가을이야.
신수장, 다시 돌아서 버리면
어쩔 수 없다는 걸 안 무영, 목례하고 간다.
이에 한쪽에서 무영이 가는 것을 보고 신수장에게 다가서는 사준.
사준 어쩌시려고 허락을 하신 겁니까?
차분하게 사준을 보는 신수장.
27. 호텔 모처 안/낮
앉아있는 신수장과 서 있는 사준
신수장 무영이를 내 밑에 두려면 허락할 수 밖에..
사준 하지만 시연이는...
신수장 시간을 벌어야 해. 붉은 달의 개기 월식이 있을 때까지.
시연이의 마음이 기우는 건 무영이가 아니라 강민우야.
그런 강민우에게서 시연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영이가 쓸모가 있을 것이다.
적절하게 무영이의 감정을 이용해라.
사준 (신수장의 냉혹함에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보면)
신수장 (엄하게) 알겠어?
사준 ...네.
대답은 하지만 신수장의 냉혹함에 표정이 굳어지는 사준.
이때 노크소리.
신수장 가봐라.
사준, 문으로 가 여는데 정박사다.
28. 호텔 복도/낮
엘리베이터로 걸어가는 사준,
정박사의 정체와 신수장의 의중이 염려스러워 걸음을 멈추고 룸 쪽을 휙 돌아다본다.
29. 호텔 모처 안/낮
마주 앉은 신수장과 정박사.
정박사 (들뜬) 최종 실험결과 간복제가 성공했고, 이제 임상실험만 남았습니다.
신수장 임상 실험에서 오류가 발견될 확률은?
정박사 5% 이내입니다.
신수장 임상실험 결과를 알기까지 얼마나 걸리나?
정박사 한 달이면 충분합니다.
신수장 한 달? 한 달이라...
입가로 저절로 웃음이 머금어지는 신수장.
30. 몽타주/실험실/낮
-계기판을 바늘이 1500 룩스를 넘어서면 여지없이 퍽하며 나가버리는 조명등., 조명등...
-연구원과 머리를 싸매고 재시도를 하는 민우, 하지만 전등은 또 꺼져버리고...
-어느 순간 계기판 바늘이 1700 룩스를 가르키고
이에 민우와 연구원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조명등을 보는데...꺼지지 않고 멀쩡한 조명등.
민우 (벌떡 일어나며) 고양이 어디서 구할 수 있죠?
31. K의 은신처/밤
부하1,2,에게 낮게 지시하는 K.
이에 부하1,2가 목례를 하고 나가면 수화기 드는K.
K 분부대로 오늘 대량의 간 밀매를 할 예정입니다.
전사들의 시선을 분산 시켜주십시오, 아가씨.
32. 채이 레스토랑/밤
쉬폰 천이 늘어진 한쪽 테이블에서 싸한 표정의 채이, 수화기를 내려놓는데
이때 오는 랑.
채이 (표정 풀며) 왔어? (갸웃하는) 근데 이상하다. 너 뭔지 되게 어색해.
랑 (귀 가르키며) 헤드폰을 안 끼고 있어서 그럴 거야.
채이 (웃으며) 아, 그러니까 머리 띠 안 하고 있는 손오공인 거네?
랑 (살피며 자리에 앉는) 괜찮아?
채이 뭐가?
랑 (얘기 꺼내기가 어려운) 아니, 그...
채이 (표정 굳히며) 하지 마. 무영오빠하구 시연이 얘기할 거면.
랑 채이야.
채이 오늘 밤 인간의 생간을 먹는 현장이 있다는 정보야.
랑 성질 같아서는 SICS인지 뭔지부터 때려 부수고 싶은데...
채이 조만간 그렇게 되겠지.
이때 들어오는 사준, 랑과 채이에게로 다가온다.
채이 오빠가 왠일이야?
사준 (그냥 채이 보는)
랑 왜, 무슨 일 있어?
사준 약혼 파티 준비해야겠다.
채이 ...누구?
사준 무영이하고 시연이.
채이 (충격으로 멍한 시선)
랑 수장님께서 반대하시잖아? 근데 무슨 약혼 파티?
사준 허락 하셨어, 수장님이. (채이에게) 몇 일 내로 날짜 잡을 테니까 준비해라.
채이 (입술을 앙다물며 흔들리는 시선으로 사준을 보는데)
이때 직원이 채이에게 다가와
직원 노래 부르실 시간인데요.
채이 알았어.
채이, 일어나는데 충격으로 휘청한다.
랑, 얼른 채이의 손을 잡아주지만 랑의 손길을 거부하고 무대로 향하는 채이,
랑, 걱정스럽게 그런 채이를 보면서 사준에게
랑 너무 잔인한 거 아냐?
사준 어쩔 수 없지. 숨긴다고 될 일도 아니고,
곧 음악이 흐르고 노래를 하는 채이, 끓어오르는 감정을 간신히 누르며 노래를 부르다가
순간 노래를 뚝 멈추고 만다.
음악은 흐르는데 그대로 가만히 서 있는 채이, 허공을 차갑게 응시하다가
무대에서 내려와 현관으로 빠르게 가버린다.
채이의 행동에 랑은 어쩔 줄 모르는데 사준은 짐작한 듯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긴다.
33. 표본제작실/밤
랑의 헤드폰과 MP3를 착용하고 음악에 맞춰 리듬을 타며 작업대에서 표본을 만드는 민주,
문득 벽시계를 보면 허걱 놀라 백팩에 소지품 챙겨 넣으며...
민주 (투덜) 퇴근시간 지난 것도 모르고.. 대체 얼마나 더 일을 한 거냐. 아, 야근수당도 안 주는데...
이때 표본판을 들고 들어오는 시연.
민주, 시연을 보고는 헤드폰 빼고 반갑고 밝게 인사한다.
민주 안녕하세요.
시연 (애틋함으로) 잘 지내요?
민주 몸 어떠냐는 뜻이죠, 그거? (팔뚝에 힘줘 보이며) 자,힘줄과 근육의 앙상불을 직접 보시죠.
시연 아직 병원에서는 연락 안 왔어요?
민주 ...아직요. (밝게) 하지만 곧 좋은 소식 있을 거예요.
하늘에서 간이 마구 쏟아지는 기막히는 꿈을 꿨거든요,호호호.
시연, 애써 밝게 웃는 민주의 마음을 아는데
순간 랑의 것과 비슷한 헤드폰과 MP3로 시선이 간다
시연 못 보던 거네요?
민주 아, 어떤 양아치 건데 잠깐 맡아가지고 있는 거예요.
시연 네.
민주 참, 오빠하구 소풍 가셨다면서요? 오빠가 되게 자랑하던데.
시연 .....
민주 (뻘쭘해서) 재미없으셨구나? 그 아저씨가 워낙이 쿨하다 보니까 잔재미는 좀 없어요. 아, 잊어 먹을 뻔 했다. 펜던트 고쳐주신 거 감사해요. 학예사님 아니였으면 저요, 간도 기증 받기 전에 우리 오빠 손에 먼저 죽었을 거에요.
시연 (진지하게) 민주씨.
민주 네?
시연 여기 아르바이트, 이제 그만 해요.
민주 무슨...?
시연 (마음 다잡아먹고) 민주씨 사정은 아는데...좀 그렇네요,
계속 모른 척하면서 아픈 민주씨 근무하게 하기가.
민주 그러니까... 저, 짜르시는 건가요?
시연 (사무적으로) 실장님께 말해 놓을 께요. 이번 달까지만 일하고 그만 두는 걸로.
미안해요.
시연, 표본을 들고 나가면 황당해서 보는 민주.
민주 뭐야, 또.. 상냥하기 그지없는 언니 같았다가 얼음처럼 싸한 마녀로 순식간에 변하구.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네, 그 언니.
34. 전시실/밤
민주에게 한 것 때문에 마음이 안 좋은 시연, 표본을 들고 어두운 낯빛으로 들어오는데
기다리고 있던 랑이 손을 들어 보인다.
조금 머쓱하게 서로를 보는 랑과 시연.
(시간경과)
마주 앉은 랑과 시연.
랑 너한테 막말하고 마음이 불편하더라. 실수해서 잡혀 들어간 내 자신한테 화가 난 건데, 엉뚱하게 너한테 화살이 돌아갔다. ...미안해
시연 내가 더 미안해. (진심의 표정으로 랑을 보는)
랑 (시연 마음 알기에 빙글 웃으며) 참, 약혼 축하해.
시연 (무슨?)
랑 수장님께서 니들 약혼 하라고 하셨대. 무영이 형한테 연락 못 받았어?
시연 아니.
랑 내가 초 친 거 아냐? 형이 꽃 들고 찾아와서 깜짝 발표 할려구 하는데.
시연 (무영이가 왜 전화를 안 했는지 알기에 씁쓸한 표정이 되는)
랑 (실수했나 싶은데)
시연 채이도... 알아?
랑 (마음 안 좋은) ...어. 뻔히 알고 있었으면서도 걔 충격 먹었어.
그래서 오늘밤 임무는 너하구 내가 맡아야 할 것 같아.
시연 (끄덕이면)
랑 그럼 이따 보자. (일어나는데)
시연 잠깐만.
랑 (시연 보면)
시연 (한쪽에서 박스 가져와 랑에게 주며) 잃어버린 거하고 똑 같은 걸로 샀어.
랑, 박스를 보면 mp3와 헤드폰.
이때 지나가던 민주, 서로를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랑과 시연을 본다.
35. 박물관 일각/밤
박스를 든 랑이 오는데 갑자기 랑의 앞을 탁 막아서는 민주.
랑 (민주 알아보고) 어, 이만 원?
민주 (랑 코앞에 손바닥 디밀며) 내놔.
랑 누가 그까짓 거 떼먹냐?
민주 (기 막히는) .. 떼먹구 도망갔잖아, 댁이.
랑 도망 간 게 아니라 그땐 사정이 있어서...
민주 줄 거야, 말 거야?
랑 (어이없어하며 지갑에서 돈 꺼내 주면) 자, 됐지?
민주 (받고는 가방에서 mp3와 헤드폰 꺼내주는) 보관료 받아야 하는데 원체 없어 보여서 고건 생략하기로 하지.
랑 (놀라는) 아니, 이걸 니가 어떻게?
민주 댁 뒷덜미 잡을려구 좇아다니다 주웠지. 이렇게 멀쩡한지도 모르고 괜히 걱정했네.
랑 아이고, 왠 걱정씩이나?
민주 (핏대 세우는) 그때 상황이 찝찝했으니까 그렇지.
랑 (민주가 귀엽다)이건 니가 임잔가보다. 너 가져. (민주한테 도로 안기는)
민주 (당황하면서도 받는) 아니, 내가 이걸 왜 갖나? 나 공짜 싫어해.
랑 싫긴. 좋아죽겠는 얼굴이구만.
민주 (슬쩍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데)
랑 근데 너 여기서 뭐하냐?
민주 일하지. 댁처럼 백수건달일까.
랑 너 몇 살인데 또박또박 반말이냐? 나 79년생이거든.
민주 그래서? 오빠라구 부르라구?
랑 오빠는 무슨. 남자답게 형이라고 불러야지.
민주 (확 흘기고는) 형, 뭐하나 물어봐도 돼?
랑 뭔데?
민주 윤시연 학예사님하고 어떤 관계야?랑 친군데.
민주 친구? (콧방귀) 허, 말도 안돼. 안 어울려도 한참을 안 어울...
(순간 통증으로 주저앉는)
랑 (놀라) 너 왜 그래?
민주 (이를 악물며 통증을 참는)
랑 어디 아퍼? 야!
민주 ....배고파서 그래.
36. 분식집/밤
민주 앞에 놓이는 순대와 간이 담긴 접시.
옆의 랑, 얼떨떨한 표정으로 민주를 보면
포크를 들어 간을 우걱우걱 먹는 민주, 전투적이다.
민주 순대를 먹을 때마다 느끼는 건데 간을 너무 조금 줘, 안 그래?
랑 어? 어.
민주 이렇게 맛있는 간이 왜 한 몸에 하나 밖에 없을까?
피부 재생술이니 성형수술은 발달도 잘 되더구만, 간 복제는 왜 안 되는 거야?
간 복제만 되면 간을 많이 만들고, 그럼 싼 가격에 실컷 먹을 수 있을 텐데.
랑 (기가 막히다)
민주 댁의 생각은 어때?
랑 (황당하지만 동감도 되는) 그러게. 간이 많으면 좋겠지.
민주 첨으로 맘에 드는 대답을 하는군.
간을 씹으며 애써 말을 돌려하던 민주, 울컥하는 심정에 순간 포크를 탁 놓는다.
랑 왜?
민주 이제 배불러.
일어나 서둘러 가버리는 민주의 눈에 눈물이 맺혀있다.
그런 민주를 보는 랑, 민주가 이상하면서도 왠지 가슴 한구석이 시려온다.
37. 실험실/밤
짧은 간격으로 퍽퍽 터졌다가 꺼지는 섬광에 노출된 고양이 눈,
그때마다 녹색으로 발광하며 동공이 세로로 길게 변한다.
다음 순간 실내등이 켜지면 고양이 앞에 광선봉을 들고 서서 보고 있는 민우,
만족한 듯 웃음을 지으며 광선봉을 들고 뛰어나간다.
38. 몽타주/밤
-지하도
문형사,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와서 툭 치며 눈짓하는 노숙자1.
문형사 보면 웅성우성 모여서 어디론가 가고 있는 노숙자들.
이에 가방을 얼른 옆에 끼고 따라가는 문형사.
-요원 차 안
모니터에 추적 신호를 보고 지시를 내리는 찬혁.
시동을 거는 영모와 무기를 챙겨드는 세경.
-강변 일각/밤
휘영청한 보름달 밑으로 강바람을 가르며 전사복으로 걸어오는 랑과 시연,
목표지점인 저 멀리의 다리 밑을 주시한다.
-모처 앞
노숙자들을 따라 창고로 오는 문형사, 둘레둘레 둘러보며 살피는데
이때 드르륵 열리는 창고 문.
노숙자들 뒤의 문형사, 뒤꿈치 들고 폴짝 뛰어가며 창고문을 보면
창고 안의 조명을 등지고 서 있는 K의 부하들, 얼굴은 식별이 안된다.
-강변 다리 밑
드럼통 안에서 불타고 있는 장작불.
그 주위에 둘러선 구미호족들이 손에 손을 잡고서 달을 향해 제의식을 올리는 모습이
벽에 어리는 그림자로 보인다.
음산하고 은밀한 분위기다
-모처 앞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문형사와 노숙자들.
문형사, 조금은 겁에 질려 요원들이 어디 있나 자꾸 뒤를 돌아다본다.
이에 문형사의 등을 확 밀어 넣는 K의 부하들.
문형사가 들어가자 다시 드르륵 닫히는 문.
이때 건물 주위로 민첩하게 다가오는 찬혁, 영모, 세경,
서로 눈짓을 하고는 사방으로 흩어진다.
-강변 다리 밑
의식을 진행하는 구미호족들 앞에 나타나는 랑과 시연.
랑과 시연, 무기를 휘두르며 다가가면
의식을 진행하는 구미호족 이외에 어둠 속에서 간을 먹고 있는 구미호족들의 느낌을 받는다.
이에 요요를 날려 드럼통을 넘어뜨리는 랑.
불꽃이 날리며 어둠 속으로 굴러가는 드럼통에 의해 들어나는 또 다른 구미호족들,
입에 피를 묻힌 채 두려움에 랑과 시연을 본다.
숫자도 많을 뿐만 아니라 남녀노소가 섞인 무리임에 놀라는 시연과 랑.
이때 할아버지, 손에 든 생간을 시연에게 권하며 다가오자
시연, 칼로 간을 일시에 쳐서 날려버리는 것과 동시에 젊음 남자들이 시연과 랑에 덤벼들면
일반 구미호족들이라 가볍고도 손쉽게 물리쳐버리는 시연과 랑.
-모처 안
텅 빈 창고 같은 실내에 k의 부하들에 의해 한쪽으로 몰리는 노숙자들, 우왕좌왕이다.
문형사, 위기의 순간임을 알고 재빨리 상황을 둘러보는데
일시에 무기들을 뽑아드는 k의 부하들, 노숙자들을 향해 무기를 휘두르면
문형사 (권총을 빼들고) 손들어, 경찰이다.
잠시 멈칫하지만 다시 곧 달려드는 k의 부하들.
문형사, 총을 쏘지만 총에 맞을 뿐 꿈쩍도 않고 오히려 문형사에게 덤벼드는 k의 부하들.
문형사, k의 부하들의 손에 난사하면 무기를 놓치는 k의 부하들.
순식간에 도망가려는 노숙자들과 처치하려는 k의 부하가 섞여 몸싸움으로 아수라장이 된다.
이때 잠입해서 들어오는 찬혁, 영모, 세경,
하지만 노숙자들과 k의 부하가 섞여서 공격이 용이하지가 않다.
그 와중에 k의 부하, 문형사를 때려눕혀 기절 시키고는 무기로 내려치려는데
순간 삑하는 휘파람 소리.
찬혁, 소리 나는 곳을 보면
민우가 광선봉을 들어 찬혁에게 신호를 보내고는 배선박스를 총으로 날려버린다.
암전이 되는 실내.
그리고는 섬광이 번쩍거리면서 구미호족들의 녹색 발광체 눈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강변 다리 밑
흩어져서 도망가는 구미호족들을 일일이 처단하는 랑과 시연,
간 밀매자가 아닌 일반 구미호 일족이라 착잡하기 그지없다.
이때 어둠 속으로 마구 달려가는 소리를 들은 시연, 몸을 날려 좇아간다.
시연, 좇아가 앞을 막아서면 간 조각을 가슴에 품고 있는 여자다.
시연, 여자의 가슴을 향해 검을 겨누는 순간 아이 울음소리.
시연, 돌아보면 구석에서 아이가 울고 있다.
무릎 끓으며 시연에게 매달리는 여자.
여자 인간의 생간을 먹어야만 우리 애 병이 낫습니다. 한번만 봐주세요, 한번만.
충격의 시연, 여자를 항해 겨누었던 검 끝을 내리고 만다.
-모처 안
(cutback) 광선봉의 섬광에 따라 보이는 다음 장면들.
발광체 눈동자인 k의 부하를 상대로 일대일 대결을 펼치는 찬혁, 민우.
우르르 도망가는 노숙자들.
도망가는 k의 부하3,4 좇아 밖으로 달려가는 세경, 영모.
찬혁과 민우의 공격에 궁지에 몰린 k의 부하1,2.
이중 부하1이 찬혁에게 뒷덜미를 잡혀 끌려간다.
부하2, 생포 당하겠다 싶자 바닥에 떨어진 무기를 들어 부하1의 가슴을 찌르고는
자신의 가슴도 찌른다.
찬혁과 민우, 제지하려하지만 섬광에 보이는 허공으로 흩날리는 재들.
39. 제단/밤
제의식 중인 신수장과 채이, 무영, 사준.
이때 뒤늦게 도착한 시연과 랑, 뒤에 조용히 선다.
무영, 시연의 표정이 너무도 착잡함에 시선이 가는데
손짓하는 신수장.
이에 전사들, 간을 먹기 위해 제단으로 다가가지만
오히려 뒤로 물러서는 시연, 표정이 어둡다.
40. SICS 회의실/다른 날/낮
확대된 랑의 사진과 문형사 사진의 눈동자를 비교하며 설명하는 민우.
민우 어두운 곳에서 사진 촬영할 때 플래쉬를 받으면 사람은 붉은색으로 발광하는데, 랑이라는 자는 녹색으로 발광을 합니다. 개나 고양이는 사람처럼 동공 속 혈관에서 빛이 반사되는 게 아니라 안구의 표피에서 반사되기 때문이죠.
회의 중인 요원들과 장국장.
문 개나 고양이? (랑 사진 가르키며) 그래서 눈동자 모양도 저런 거냐?
영모 그러게요. 동공이...아래위로 긴 게, 꼭 고양이 같네?
민우 (일동을 보며) 개과 동물은 밝은 데서 순간적으로 동공이 축소되면 둥글게 되는 데 반해 여우는 개과인데도 고양이처럼 세로로 가늘고 길게 되요.
문 (놀라서) 그럼...뭐야? 쟤네가 진짜, 진짜진짜 여우라는 거야? 구미호?
세경 간만에 또 봉창 두들기시네.
문 (째려보는데) 내가 몸 바쳐서 잡은 구미호를, 홀랑 놓친 분이 누구시던가?
세경 (삐죽이는)
영모 그니까 그놈들 눈에 빛만 쏘면 되는 거잖아. 차, 그렇게 쉬운 거였어?
민우 어둠 속이나 사진 촬영에서는 그런데, 낮이라던지 그냥 이런 실제 환경에서는 아직 어려움이 있어요.
밝기를 최대치로 올리는 걸로 어느 정도 효과는 있지만 완벽하지는 않거든요.
영모 어쨌거나 원리는 다 알아낸 거잖아? (종주먹 들이대며)그 족속들 이제 다 죽었어.
문형사 화악 쓸어 버리자구. 그놈들 손에 억울하게 죽은 우리 승준이 한 풀어줘야지.
장국장 (찬혁 보며) 이미 장비를 만들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
찬혁 스캔 기능과 촬영 기능을 첨가해서 연구 중입니다.
장국장 서둘러. 이젠 시간 싸움이야.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는 그들도 알고 있는 거니까.
민우를 보는 장국장, 대견하고 뿌듯하다.
41. k의 은신처/낮
초조하게 서성이는k, 얼굴이 일그러져 있는데 들어오는 부하.
부하 누구하고도 연락이 전혀 되질 않습니다. 현장에는 어떤 흔적도 남아있지를 않구요.
k (이를 악무는) 알아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알아내란 말야!
부하 네.
나가려고 문을 여는데 들어오는 남준우.
k, 남준우를 보며 웃을 기분은 아니지만 속마음을 감추며 다가선다.
K 어서 오십시오.
남준우 안녕하십니까?
K 어쩐 일로 여기까지?
남준우 어제 분명 신선한 간을 보내주겠다 했는데... 연락이 없어서요.
K 일에 차질이 좀 생겼습니다.
남준우 (곤두세우고) 어떤 차질 말입니까?
이때 다시 들어오는 부하, 할 말이 있는 표정으로 k를 보면
K, 얘기하라고 눈짓하면 K에게 다가서 귓속말을 하는 부하.
급속도로 굳어버리는 K의 표정.
남준우 (뭔가 일이 잘못 됐음을 짐작하고) 대체 무슨 일이예요?
K (이 갈며) ....당했습니다.
남준우 누구요? 전사들한테 말입니까?
K 아직 누군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건 전사들은 아니라는 겁니다.
순간 SICS를 떠올리는 남준우, 분노가 치민 K를 보며 입을 굳게 다문다.
42. 표본제작실/낮
민주에게 자료뭉치를 넘겨주는 직원.
직원 윤시연 학예사한테 갖다줘요.
민주 (좀 떨떠름한) 네.
직원 내 정신 좀 봐. 윤학예사 오늘 안 나왔지.
민주 왜요? 어디 아프시대요?
직원 약혼하잖아, 오늘.
민주 (멍해지는)
43. 노천 호프집/낮
<건배!>하며 부딪히는 맥주잔.
건배를 한 민우, 문형사, 민주가 기분 좋은 표정으로 쭉 들이킨다.
민주 무슨 공을 세웠길래 나한테까지 콩고물이 떨어지냐?
문형사 다 목숨 값이지.
민우 (문형사 옆구리 푹 찌르는)
민주 (팩해서 맥주잔 밀어버리며) 또 뭐야? 본청으로서 가서 사무만 본대며?
나한테 거짓말 친 거야?
민우 (변명) 아니, 나 사무만 봐.
민주 (펄쩍) 근데 목숨 값이 뭐야? 목숨 값이?
문형사 (수습) 그게 민주야, 민우 얘가 맡은 일이 인사관리거든.
그래서 남의 목을 짜르기도 하고 뭐 그런단 얘기야.
민주 아,씨. 하필이면 남의 가슴에 못질하는 그런 부서래?
문형사 (삐죽) 그래도 야, 국장님 총애만 받는 황태자다.
민주 제발 출세해라. 오빨 우습게 아는 여자한테 보란 듯이 출세해.
문형사 민우를 우습게 아는 여자가 누군데?
민우 (농담조) 이 세상에 그런 몹쓸 여자가 있어? 그게 누군데?
순간 입을 닫고 애처러운 시선으로 민우를 보던 민주, 툭 내뱉는다
민주 윤시연, 그 여자 약혼한대.
민우 (할말을 잃고 멍한)
문형사 (민우에게)그래서 니가 요새 풀이 팍 죽어 있었던 거구나? (민주에게) 누구랑?
민주 우리 박물관 관리 이사이자 관장 아들.
문형사 어구구, 민우하고는 정말 쨉이 안되네. 그 자연사 박물관?
(갸웃하며 중얼) 이상하다. 또 연줄 걸리듯이 걸리네, 그 아가씨.
민우 ...언젠데, 약혼식이?
민주 그건 알아서 뭐하게. 술 마시고 오늘로 다 잊으라구 말해주는 거야.
(술잔 들며) 강민우의 출세를 위해 건배!
문형사 (골똘해졌다가 잔 들며) 건배!
민우 잠깐 화장실 좀... (가면)
속상해서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키는 민주와 다시 골똘해지는 문형사.
44. 레스토랑 앞/낮
답답한 마음에 나온 민우, 핸드폰을 꺼내 <윤시연>을 찾는다.
하지만 차마 누르지 못하고 보기만 하는 민우, 그리움과 안타까움으로 핸드폰을 닫는다.
45. 시연 집 안/낮
민우가 준 핸드폰을 손에 든 채 보고 있는 시연.
이때 울리는 전화벨.
시연, 놀라 얼른 핸드폰을 드는데 곧 집 전화벨 소리임을 깨닫고 설레였던 표정이 사라진다.
시연 (받으면) 여보세요.
시연의 시야에 들어오는 침대에 예쁘게 펼쳐져 있는 드레스.
46. 무영 집무실/낮
통화중인 무영.
무영 원래 일정에 있던 중요한 주주 모임 때문에 내가 못 데리러 가.
사준이 형 보낼게.
시연 (소리) 번거롭게 그러지 말아요. 알아서 갈께요.
시연의 먼저 전화 끊는 소리에 무영, 씁쓸한데... 다가오는 사준.
사준 (진심으로) ...지금도 늦지 않았어.
무영 (보면)
사준 시연이하고의 약혼, 그리고 결혼.
무영 .....
사준 난 니가 피할 수 있으면, 피했으면 한다. 시연이는 너한테... 상처가 될거다.
절대 아물지 않는 상처. 너도 알잖아.
무영, 쓴 웃음으로 사준 어깨를 툭툭 쳐주고 나간다.
그런 무영을 보는 사준, 무영을 위하는 마음과 신수장의 명령 사이에서 갈등으로 복잡하다.
47. 편의점 앞 거리/낮
음료들이 든 봉투를 들고 나오는데 민우, 가는데
누군가 좇아오는 느낌에 뒤를 확 돌아다보면 아무도 없다.
48. 골목/낮
걸어가는 민우는 자꾸만 자신을 따라오는 듯한 기척과 느낌을 받는다.
이에 티를 내고 돌아다보지는 않지만 주위를 경계하며 모퉁이를 돌고 또 돈다.
그러다가 민우, 따라오는 자를 잡기 위해 확 돌아서는데
순간 민우 옆의 나무에 와서 박히는 칼.
민우, 그 칼을 보면 칼에 꽂혀 있는 시연 사진.
49. 시연 집 안/낮
드레스를 입은 시연, 거울을 보며 머리를 매만지는데
거울로 보이는 전사복의 채이.
시연, 놀라 돌아보면 성큼성큼 다가오는 채이다.
채이 (비아냥과 부러움이 섞인) 예쁘다, 무영 오빠가 좋아하겠어.
시연 (이상함을 느끼고) 뭐하는 거야?
채이 뭐하는 거 같애?
시연 (노려보면)
채이 (시연에게 다가와 시연 드레스 자락을 만지작거리며) 내가 계산을 굉장히 잘못 했더라구. 너도 알 거야. 무영오빠한테서 널 떼놓기 위해 내가 참 바쁘게 뛰어다닌 거. 근데 말야... 그게 무영 오빠가 너한테 가버리도록 만들어 준 결정적인 계기가 돼버렸네.
시연 하고 싶은 말이 정확하게 뭐야?
채이 그래서 생각을 해봤지. 난 무영 오빠를 갖고 싶은데, 무영 오빠는 널 원해.
그렇다면 시연이 널 흔들어야겠구나. 널 흔들 수 있는 걸 이용해야겠구나.
시연 (민우를 가르키는 말인지 알고 굳는)
채이 맞아, 강민우.
순간 수리검을 빼서 시연 목에 겨누는 채이.
50. 시연 집 마당/낮
시연의 목에 검을 겨눈 채 나오는 채이.
시연은 불편한 드레스로 채이를 막지 못하고 채이가 미는 대로 마당으로 내려선다.
매서운 눈으로 서로를 쏘아보는 채이와 시연.
그러다가 순간 드레스 자락을 매섭게 채이 쪽으로 날리고는 채이를 공격하는 시연.
시연의 공격에 몰리지만 검을 지닌 채이, 시연을 몰아 부쳐 다시 시연의 목에 검을 겨누고는
채이 이번에 강민우를 만나면 니 진짜 모습을 보여 주는 게 어떨까?
시연 (노려보면)
채이 싫다는 표정인데. (비난하는) 니 사랑은 그런 거니? 베일 속에 가려서 보이고 싶은 얼굴만 보여주는 거. 가증스러워.
시연 너야말로 이렇게 해서 뭘 얻자는 건데?
채이 (슬프게) ...사랑.
시연 이러지마. 이러다간 우리 둘 다 노출돼.
채이 노출되는 건 너지, 나는 아냐. 난 강민우한테 숨길게 없거든.
이때 밖에서 차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채이 (냉소) 드디어 오셨나보다. 우리의 주인공.
시연 (진퇴양난의 상황임에 어찌해야 할지 난감하다)
51. 시연 집 앞/낮
급정거하는 민우의 차.
차에서 뛰어내려 달려오는 민우, 담장을 밀치고 들어간다.
52. 시연 집 마당
민우, 권총을 빼들고 뛰어 들어오면
채이의 검에 위협 당하고 있는 시연의 모습에 가슴이 저며온다.
민우로 인해 채이에게 반격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그대로 있어야하는 시연,
자신을 보는 민우의 안타까운 시선과 마주치자 가슴이 내려앉는데
비틀린 웃음으로 민우와 시연을 번갈아보는 채이.
민우 (채이에게 총 겨누며) 내가 왔으니까 그 여자는 놔줘.
채이 명령은 내가 해. 총 버려.
민우 (겨눈 채 있으면)
채이 (검으로 시연 목에 상처를 내며) 총 버리란 말야!
민우 (시연이 다칠까봐 얼른 권총을 내려놓는데)
시연 (목에 상처를 입은 채 채이를 노려보는)
채이 (시연에게 속삭이는) 약혼식에서 보자.
순간 시연을 검으로 확 밀어내버리고 민우에게 달려드는 채이.
맨손으로 채이의 수리검에 대항해서 싸우는 민우.
채이, 고양이가 쥐를 갖고 놀 듯 민우의 몸 여기저기에 칼끝을 스치는데
시연을 보호하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달려드는 민우.
이 광경을 봐야하는 시연, 분노로 드레스 자락을 꾹 움켜쥐며 참는데
채이의 검이 민우의 가슴을 향해 날아드는 순간 달려가 민우를 막아서지만
교묘하게 시연을 피해 민우의 복부를 찌르는 채이.
시연이 고통으로 주저앉는 민우를 부축하며 안는 걸 보고는 사라진다.
민우 (시연 목의 상처를 만지며 안타깝게) 아프죠? 아파서 어떡하지?
(거친 호흡으로) 미안해요. 나 때문에.... 미안해요
눈물이 어리고 마는 시연.
53. SICS 사무실/밤
커다란 보드판에 매직펜으로 도표를 그려가며 열심인 문형사.
문형사 처음 민우가 그 아가씨를 만나건 오상훈 때문이였어. (종이에 오상훈 쓰고)
오상훈은 강주선과 연관이 되어 있고. (강주선 쓰고) 그 다음에 어디서 봤더라.
아, 홍상수 회장 사무실 앞에서 박물관 후원금 때문에 온 걸 봤지. (홍상수 쓰고)
근데 홍상수 회장은 김상현 회장과 같이 죽었고 (김상현 쓰고)
그 두 사람의 돈이 흘러간 곳이 자연사 박물관인데, 그 박물관 관장 아들과 약혼
을 한다?
(새삼 날카로운 표정으로 보드판을 보면서) 오상훈, 강주선, 홍상수, 김상현, 자연사 박물관....그리고 윤시연. 이들의 공통점은....헉, 구미호?
이때 팩스 들어오는 소리에 가서 팩스를 보는 문형사, 윤시연의 인적사항이다.
그 중에서도 주소를 보는 문형사.
문형사 어? 이 동네는 옛날 민우가 살았다던 그 동넨데.
순간 위험을 감지한 문형사, 핸드폰 꺼내 전화하면 신호음만 갈뿐 받지 않는다.
문형사 (초조한) 민우야, 전화 받어. 받아라, 어서...
핸드폰 위치 추적을 하는 문형사.
위치추적 장치가 가르키는 곳, 시연네 집 동네다.
시연이 구미호족일거라는 생각과 민우가 위험하다는 생각에 어쩔줄 모르고 안절부절 왔다갔다하는 문형사, 옆에 있는 광선 봉으로 시선이 간다.
54. 채이 레스토랑/밤
약혼식 스타일로 차려진 메인테이블 세팅과 그 위에는 약혼 케??.
서로인사를 나누며 악수하는 사준, 랑, 하객들.
예복 차림으로 등장하는 무영과 신수장.
하객들 , 신수장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올리면
온화한 표정으로 받아주는 신수장
하지만 무영은 하객들과 인사하면서도 시연을 찾아 이리저리 쳐다본다.
한쪽에서 그런 무영을 보는 고혹적인 드레스 차림의 채이, 서늘한 웃음기를 머금는다.
55. 시연 집 안/밤
서둘러 피 묻은 드레스를 벗고 있는 시연.
이때 창으로 들어온 달빛이 시연의 등을 비추면 시연의 등에 희미하게 떠오르는 문양.
시연, 드레스를 벗어 한쪽에 놓다가 문득 거울에 비친 자신의 등을 본다.
등으로 어릿어릿 나타난 문양을 보는 시연, 뭐지 싶어 더욱 거울로 다가가 비춰보는데
문양이 스르르 사라져 버린다.
의아한 시연, 자신이 잘못 봤나 이상한 느낌인데
문을 발로 차며 들어오는 발자국 소리.
문형사 (소리) 민우야. 어딨어? 강민우!
얼른 가운을 걸쳐 입고 문 쪽으로 가는 시연.
어느새 들어와 적개심과 긴장으로 시연이를 노려보는 문형사다.
놀랍고도 당황한 시연, 문형사에게 다가서는데
상처를 입은 채 침대에 누워있는 민우를 보는 문형사, 광선봉을 시연 앞으로 처든다.
시연, 뭐라고 얘기하기도 전에 섬광이 터지고
빛이 시연의 눈으로 들어가는 모습에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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