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필 무렵
"NETFLIX 오리지널 시리즈"
[주제곡]
[긴장되는 음악] [스쿠터 시동음]
(용식) 그날 밤
모두가 그녀의 마지막을 봤다
도둑이 제 발로 죽을 자릴 찾아왔네
[안전벨트를 달칵 찬다]
[자동차 시동음]
[남자1이 피식 웃는다]
(남자1) 오케이, 가자
(화자) 아, 그래서 지금 어디냐고!
다 죽여 버릴 거야!
[분한 숨소리]
[규태의 힘주는 신음]
[경적이 들린다]
[술 취한 말투로] 씨, 저게 진짜 사람을 우습게 봐, 씨...
[자동차 경적이 연신 울린다]
(용식) 그날 밤
[자동차 경적] [타이어 마찰음]
(용식) 모두가
그녀의 마지막 길을 봤다
네, 까멜리아 앞요
지금요
(동백) 엄마
이, 이 시간에 택시는 왜?
(정숙) 애 데리고 먼저 들어가
괜히 자꾸 쪽방에서 재우지 말고
(동백) 아니, 어디 가는 거야, 엄마, 갑자기?
어딜 이렇게 나다녀?
그리고 제발
늦게 좀 다니지 마라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용식) 그리고
그 모두에게는
너 까불다 죽어
네가 여기 호수에서 떠오른다 쳐도
저거 그냥 죽여 버릴까?
합법한 수준으로는
제 분이 안 풀릴 거 같아서요
진짜 저걸 콱 죽일 수도 없고, 씨...
죽여 버릴 거야
(용식) 나름의 동기가 있다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다가오는 발걸음]
[문이 끼익 열린다]
- (동백) 향미야? - (주인1) 왜 남의 집에
[동백의 놀라는 신음] (주인1) 귀는 대고 있어요?
(주인1) 보증금이야 애초에 다 까먹었지
아이고, 이 곰팡이 다 어쩔 거야?
(동백) [한숨 쉬며] 향미가 내 보증금도 털어먹었다
향미는 진짜 코펜하겐이라도 간 걸까?
[뛰어오는 발걸음]
- (변 소장) 야, 너 - (용식) 어, 어, 깜짝이야, 아유
(용식) 아유, 어,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변 소장) [가쁜 숨을 내쉬며] 너 말이여
이 손
이거 병원에서 뭐랴?
죽는댜?
예? 아, 내가 왜 죽어요?
야, 인마
그 고양이 밥
거서 그라목손
그라목손이 나왔디야
[의미심장한 음악] (용식) 아, 약 발랐다니께요
아이참
[용식의 다급한 신음]
(변 소장) 이게 저, 만지기만 해도 큰일 날 수 있고
먹으면 치사율이 90이랴
(용식) 아이, 그러니까 그래 갖고요, 그래 갖고요?
그 농약이 그 고양이 밥 전부에서 나왔대요?
거진 다 나왔디야
이거 봐 봐
(변 소장) 네가 보낸 열네 개 표본 중의
열세 개에서 검출
나머지 하나는요?
(변 소장) 그 밥 준 놈 집에서 수거했다는 거
아, 거기서만 안 나왔다는 겨
[한숨 쉬며] 뭐야, 진짜?
(변 소장) 그게 저, 일명 음독 농약이라고
옛날엔 죽으려 하면 다 그걸 먹었다고
하도 자살들을 허니께
별 해괴한 경고문을 다 그냥 병에다 박아 놨었다니께?
(오준) 그렇게 독해서 판매가 금지됐던 거래요
(용식) 판매 금지요? 언제?
2012년에 금지됐다는디?
(용식) [한숨 쉬며] 뭐여, 이거?
[변 소장이 서류를 사락 넘긴다]
이거는, 이거
진짜로 색출을 해야 되겠는디?
이런, 니미
아, 색출해서 뭐?
구속시키게? 고양이 다 죽였다고?
[흥미진진한 음악] (용식) 지금은 팔지도 않는
그 독한 약을요, 예?
6년 전서부터 사람이 다섯이나 죽은 이 동네서
어떤 놈이 2012년부터 기어코 그거를
7년 동안이나 쟁여 놓고 있었다는 거 아니어요? 예?
고러면서 고 몇 년 새에 고양이 씨를 말리고
아직까지 지독하게 매일매일 그 농약을 타고 있단 말이에요?
씁, 하...
나는 고, 이 성실함이 너무 끔찍한데요? 예?
그래 갖고요
나는 이거 꼭 잡어야겠는디?
(함께) 눈, 눈, 눈, 눈, 눈, 눈, 눈, 눈, 눈
잉?
이게 또 눈깔이 또 왜 이랴? [문이 덜컥 열린다]
아이, 동백...
[한숨]
[의미심장한 음악] [직원1의 놀라는 신음]
(직원1) 아유, 이거 무슨 가드레일이라도 박으셨나 봐요?
그, 보험 처리 안 하면 사고 내역은 안 남죠?
[종렬의 한숨]
(종렬) 나중에 설명할게
저기요
이 차 트렁크는 이따가 따로 세척 좀 부탁드릴게요
(직원2) 예
(종렬) 어
[세차 기계 작동음] (제시카) 뭐래?
거기서 왜 전화 온 거야?
[한숨]
정수기 CF 취소했어
괜히 그런 거 찍었다가 이혼하면 위약금만 물고...
하, 네가 뭔데...
(제시카) 아, 네가 뭔데 내 CF를 까?
아, 그거는 부부 동반인데 왜, 왜?
내 아들 [제시카의 짜증 섞인 한숨]
맞아
[한숨]
필구 내 아들 맞고
이혼하면
내가 데려오고 싶어
닥쳐
네가 원하는 대로 다 줄게
지선이야 어차피 내가 키우던 거고
지금이랑 크게 달라질 것도 없어 그냥 도장만 찍는 거지
[어이없는 숨소리]
뭐가 안 달라져?
너나 안 달라지겠지, 너나
[한숨]
언젠 뭐, 우리가 부부였냐?
얼굴 맞대고 밥 한 끼 한 지가 언제인지도 모르겠는데
그놈의 밥, 밥, 밥!
[제시카의 성난 숨소리]
(제시카) 아, 나도 밥 먹고 싶어!
근데 먹으면 살찐다고
살찌면 더 깐다고!
뭐?
돼지라고
(제시카) 강종렬이 아깝다고
강종렬한테 빨대 꽂고 뒤룩뒤룩 살만 찐대
하, 근데 나보고 어쩌라고!
[제시카의 성난 숨소리]
마음 같아선
나도 진작 물에 빠져 죽었어
- (성민) 차 좀 드세요 - (변 소장) 어
(변 소장) 씁, 그니께 향미가
돈 3천을 들고 튀긴 튀었다가
잠깐 오긴 왔었다?
[변 소장의 의아한 숨소리]
그러믄
뭘 더 가져갈 게 있었나 보지
결과적으로는 오토바이까지 갖고 튄 거 아닌가?
[연신 펜으로 툭툭 친다] (동백) 혹시 사고 신고 같은 건 없었죠?
배달 가던 길이라도 좀...
쩝, 씁, 이건 정황상 100% 튄 겨
아, 근데 뭘 실종 신고를 햐?
(변 소장) 고소를 해야지
향미가 진짜로 튀었을까요?
(용식) 아이, 뭐, 굳이, 그 그 오밤중에 배달 나갔다
뭐, 까불이라도 만났나 보죠, 뭐
[억지웃음]
[멀어지는 발걸음]
[용식의 못마땅한 신음]
[문이 덜컥거린다]
(용식) 아이, 그니께 진짜 왜 그러냐고요, 왜, 왜, 왜!
[용식의 답답한 한숨]
용식 씨 화났어요?
아니, 그, 야식 배달을 왜 하시냐고요, 예?
(용식) 아, 누가 동백 씨한테, 뭐 야식 팔래요?
하, 기어코 그렇게 사람을 걱정시키고
기어코 이렇게 사람 피를 말리셔야
직성이 풀리시는 거죠? 예?
그럼 저 배달도 하지 마요?
아니, 야식 배달만 좀 하지 마시라고요, 좀
[한숨]
그럼
용식 씨 걱정 안 하게 그냥 가게 문도 일찍 닫고
배달도 안 하고
그냥 용식 씨가 '오냐, 착하다' 하는 일만 해요?
아니, 하, 참
[아련한 음악]
(동백) 아시잖아요
제 상황이...
아니, 제 팔자 그렇게 순할 수 없는 거
뭐, 배달을 하든 돈을 뜯기든
까불이가 덤비든, 그거 다
제 인생이에요
제 인생
제 입장, 제 몫의 산전수전, 그거 다
그, 존중해 주세요
[떨리는 숨소리]
동백 씨
동백 씨가 뭐, 내 아이돌이에요? 예?
(용식) 그럼 나는요?
나는 기냥 뭐, 죽어라 기냥 바라보고
죽어라 그냥 박수 치고 그냥 죽어라 좋아하면 돼요?
[한숨]
나도 지쳐요
지쳐요?
[답답한 한숨]
(동백) 사랑받지 못한 사람한테는 못난 버릇이 있다
불안하면 더 꼭 붙들면 되는데
불안하면 확인받고 싶어진다
(종렬) 아이, 진짜 아니라니까, 어?
(동백) 속으론 떨면서
겉으론 어깃장이 난다 [종렬이 계속 말한다]
불안해서
[종렬과 동백이 실랑이한다] 확인받고 싶어서
(동백) 네가 사랑이 식어서 그랬나 보지!
[혀를 쯧 찬다]
그럼 그냥 헤어지든가
(종렬) 야
(동백) 다 망치고 만다
지쳐요?
그럼 안 지치는 분 만나면 되겠네
[한숨]
(동백) 먹고살 걱정도 없고 애 키울 걱정 없는
그런 분 만나야겠네요
동백 씨
제가요
동백 씨를 더 좋아하는 게
그게
동백 씨한테 빚진 거 아니잖아요
그런 말
무기로 사용하지 마요
[속상한 숨소리]
아, 쯧
(동백) 갈수록 불안해지는 걸 보면
가셔요
(동백) 이제 내가 더 좋아하는 거 같다
- (변 소장) 야, 막내 - (성민) 네
(변 소장) 넌 말이여, 저, 터미널 가서 향미 나오나 CCTV 좀 따 보고
그리고 넌 그, 씁, 그 깡패 그, 그, 이름이 뭐지?
- (오준) 김낙호요? - (변 소장) 어, 그려, 그려
(변 소장) 걔한테 저, 전화해서 [문이 덜컥 열린다]
그, 걔 좀 한번 떠봐 봐
어이구
동백이 팔자가 그냥 첩첩산중이구나, 첩첩...
(용식) 아유, 좀, 아유!
참말로, 좀 그놈의, 좀
팔자, 팔자, 팔자 팔자, 팔자, 팔자, 좀!
[거친 숨소리]
아, 그 팔자 소리 좀 하지 마요, 좀
아이참...
아, 동백 씨 팔자가 에러면, 잉?
나 이 황용식이를 만났겄어요?
[용식의 한숨] (변 소장) 너 자신감이 상당해졌다?
아주 기냥 세상 오만 주댕이가 그냥, 다 그냥
동백 씨 팔자, 팔자, 팔자, 팔자
(용식) 하, 내가 아주 그냥 보란 듯이 보여 줄 겨, 잉?
동백 씨가 얼마나 기똥차게 행복해질 수 있는지를 내가
닥치고 보여 줘야 그냥 다들 찍소리들을 안 하지, 그냥
어휴, 이씨
(변 소장) 너 시방
나한테 오만 주둥이라고 한 겨?
하, 자, 그
어제 자 그, 향미 씨 동선 따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변 소장) 동선은 저희들이 딸게유
[오준과 성민의 당황한 신음] 대장님은
- (변 소장) 까불이나 잡으셔요 - (오준) 아이, 소장님
(용식) 아니, 아이, 그게 아니고요, 예?
(변 소장) 아, 됐어요
어어? 저...
[변 소장의 헛기침] 아이, 소장님! 좀...
[의미심장한 음악]
(기자1) [키보드를 탁탁 두드리며] 여자 동선만 다 따면 뭐 하냐고
투샷을 못 땄는데, 투샷을
(향미) 필구 아빠!
아빠?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기자1) 어, 옹산, 옹산
글로 빨리 차 하나 보내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기자1) 야
쟤가 강종렬이 만나고
제시카 만났으면 이거는 빼박 아니냐?
[스쿠터 엔진음]
(기자1) 그래, 그렇지
둘이 붙어야지
쟤네들 투샷을 찍어야 된다고
(기자2) 예?
[한숨]
볼 사람만 없으면 그냥 진짜 확 밀어 버리고 싶네, 쯧
[카메라 셔터음] [종렬의 한숨]
[긴장되는 음악]
(기자1) 야, 이 미친놈아 플래시를 왜 터뜨려? 씨
(기자2) 아, 밤이라...
(기자1) 아이, 씨, 쯧
(종렬) 안 가요?
(기자1) 야, 안 와, 안 온다고
종렬이도 안 오고 [카메라 조작음]
여자도 코빼기도 안 보인다고, 지금, 씨, 쯧
어!
[덜커덕 소리가 난다]
뭐야?
아, 씨
야, 잠깐 끊어 봐
[의미심장한 음악] (기자1) 야, 인마! 이 새끼가
[차 문이 달칵 열린다] 너 왜, 인마 남의 차를 함부로 긁고...
[차 문이 탁 닫힌다]
(기자2) [작은 목소리로] 선배, 선배
걔잖아요, 여자랑 손잡고 가던
[헛웃음]
너 근데
야구하니?
장모 낌새가 어떻디?
아는 거 같디?
자영인 거기 진짜 없디?
(규태) 아, 몰라
기억 안 나
아이, 진짜 어저께 무슨 일이 있었나?
아이, 씨
이상하게 불안하네
(은실) 네가 지금 필름이 끊기도록 술이나 처먹고 다닐 때야?
재개발 집 한 채를 날리게 생길 판에? [규태가 숨을 카 내뱉는다]
[규태가 병을 탁 내려놓는다] [규태의 힘겨운 숨소리]
너 그 집 명의 바꿨어?
(규태) 아, 지금 재개발이 문제야? 씨
[규태의 짜증 섞인 신음] (은실) 문제지, 문제야!
아유, 재개발만 문제야?
너 바람피우다 이혼당했다고 소문나면
난 쪽팔려서
아주 혀를 깨물고 죽고 말 거라고!
엄마 쪽팔린 게 그렇게 중요하면
엄마도 있을 때 잘했어야지!
네가 못나서, 네가 기우니까
너 무시당할까 봐
(은실) 나라도 진상을 떤 거지!
(규태) 아유, 그럼 뭐, 그런 논리면
매형은 왜 떠받드는데? 어?
매형은 왜 떠받드는데?
누나 그건 나보다 더 개망나니인데
뭐?
(은실) 이게... [규태의 한숨]
누나가 여기면 매형이 여기지? 어?
(규태) 그럼 내가 여기면 자영이는 어디야?
자영이는 여기라고, 여기, 여기, 여기!
누나네는 갭이 이만큼 있으니까 엄마가
매형한테 차 사 준 거 아니야
그러면 자영이는
어? 이만큼 자영, 자영이는 자영이한테는
집으로 퉁쳐 주는 게 맞지
(은실) 별, 씨, 그냥, 아유, 아유
그 퉁을 아는 놈이 바람을 피워?
어유, 내가 진짜...
(규태) 바람 아니라고
아휴, 쯧
[흥미로운 음악]
(용식) 흥식이네 집 앞
피부 관리실 앞
한빛학원 방화
초록색 라이터
네 번 방화 후 살인
한빛학원 원장
노규태와 호형호제
[용식이 셔터를 툭툭 친다] [규태의 다급한 신음]
(규태) 뭐야?
어? 당신이 왜 내 사업장 앞에 와 있어?
(용식) 신문하려고요
(규태) 뭐, 신문?
(용식) 씁, 아, 노규태 씨, 음
한빛학원
원장님 아시죠?
씁, 아이, 뭐, 아주 기냥 뭐, 이 호형호제를 일삼았다던디?
뭐, 영장 가지고 왔어? 씨
[용식의 헛웃음]
(용식) 아, 그럼 뭐, 지대로 영장 갖고 와 줘요? 예?
나는 몰라, 어
(규태) 나는 죽어도 몰라
열쇠를 못 넣네?
(용식) 왜? 왜 그럴까?
당황했어요?
[규태의 당황한 숨소리]
내가 지금 당신의 허를 찔렀지?
응? 내가 찔렀죠, 내가 지금? 응?
[쿵 소리가 난다] (용식) 어유
[호탕하게 웃으며] 아이, 다리까지 후들거리시네
아유, 왜 그러실까? 예?
내가 지금 당신의 정곡을 후벼 팠죠?
예? 후벼 팠지, 내가 지금?
야! 나 오리 배 탔어! 씨
[오리 울음 효과음] 뭐요?
너 오리 배 굴려 봤어?
내가 너한테 그런 것까지 증명을 해야 돼?
나 좀 놔둬, 좀, 나 좀! 씨
(규태) 아휴, 내가 지금 마누라도 집 나간 판에, 씨
오리 배, 씨
오리 배 증명을 왜 해, 씨
[규태의 짜증 섞인 신음]
(용식) 아, 울어요?
아이, 참 나 아이, 내가 뭐, 뭐 했다고
아이, 왜 이래요?
(규태) 너
[떨리는 목소리로] 한빛학원 파지 마
옹산에 피바람 불어
[거친 숨소리]
(기자1) 아이고, 실례합니다
말씀 좀 여쭐게요
씁, 뭐, 딴게 아니고
여기 뒤쪽에 이상한 술집 하나 있잖아요?
이름이 뭐였더라? 무슨 까, 까...
(승희) 까멜리아?
(기자1) 아, 거기, 거기, 거기 [기자2가 호응한다]
이 동네 술집이 그거 하나인 거 같던데
(귀련) 하나유
평정, 평정, 독점이유 [기자1이 호응한다]
(기자1) 아이, 근데 뭐, 이런 건전한 동네에
그런 이상한 술집이 있어? 그렇죠?
[기자1의 만족스러운 신음]
근데
거기 느낌 요상한 여자 하나 있잖아요
(애정) 누구?
동백이?
(기자1) 아, 이름이 동백이구나, 동백이 [기자2가 호응한다]
근데 그 여자는
혼자인가?
남편은 안 보이던데
근데 또 애는 하나 있는 거 같던데?
(찬숙) 근데 왜 말은 놔?
우리 알아요?
[익살스러운 음악] (기자1) 예?
근디 왜 남의 떡은 집어 먹고 있어?
(재영) 너 세 개, 너 네 개
내가 다 세고 있었어, 쯧 [기자들의 당황한 기침]
(기자2) 아, 이거 시, 시식 아니었어요?
(재영) 떡 팔아 얼마 남는다고 시식을 대 줘?
시골 인심이 호구여?
(찬숙) 아, 뭐를 녹음하는 겨?
(기자1) 예? 아... [귀련의 놀란 신음]
(찬숙) 시골 사람은 다 컴맹인 줄 아나 벼?
[기자1의 당황한 숨소리] 이, 나인 써?
- (기자1) 아이... - (찬숙) 난 텐 써
(기자1) 아, 이, 이게 왜 켜져 있냐, 이게? [기자2의 어색한 웃음]
주머니에서 나오다가 손가락으로 잘못... [찬숙의 비웃음]
(귀련) 동백이네 왜 찝쩍대는지 모르겄는디
걔 혼자 아니어요
(기자1) 혼자가 아니에요?
(찬숙) 걔 남편이 강력반 형사여
걸리면 죽어
맨주먹으로 탈옥범 잡았어
[기자1의 어색한 웃음]
(기자1) 뭐, 그 집이랑 되게 친하신가 보네
[기자1의 어색한 웃음] (귀련) 형님, 친햐?
(찬숙) 원래 자기 동생 톡톡 건드리는 언니들이
남이 내 동생 건드리는 꼴은 못 보는 겨
[여자들이 호응한다]
(기자2) 아, 언니분...
- (재영) 여기 다 언니여 - (귀련) 그러면
(찬숙) 우리 동네 여자들은 조직으로 움직이니께
응, 험난한 꼴 보기 싫으면
꺼지세요
(재영) 귓구녕이 맥혔나 비네
[뼈가 우두둑거린다]
귓방망이 좀 뚫어 줘야겄네
[웅장한 음악]
[귀련의 한숨]
[우두둑거린다] [날렵한 효과음]
[기자들의 당황한 신음]
- (찬숙) 안 나가? - (재영) 잘한다
(기자2) 아, 뭔가 삥 뜯긴 기분인데
(기자1) 야, 너 가서 돈 좀 찾아와
[기자2의 당황한 신음]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내가 직접 가서 물어보게
[기자2의 감탄하는 숨소리] 원래 돈 좀 먹이면
측근들 입이 더 가볍더라고
(규태) 어?
[규태의 가쁜 숨소리]
(규태) 자영이가 돌아왔다
[안도하는 숨소리]
어, 어디 이렇게 싸돌아다니다 온 거야? 씨
[도어 록 작동음]
[익살스러운 음악]
[헛기침] (규태) 뭔 말을 해야 될까?
[도어 록 작동음]
(자영) 어, 왔어?
어, 왔어?
(규태) 얼렁뚱땅 넘어갈 수 있는 걸까?
(자영) 어, 옷 벗지 마
바로 나가야 돼
어디를?
당신 도장 찍어 놨어
[문이 달칵 열린다]
[격정적인 음악]
씨...
(자영) 양육권 싸움이 없으니까 훨씬 더 편하네
[규태의 헛기침]
(규태) 겁이나 먹이는 거겠지
(자영) 뭘 앉아?
법원 문 닫기 전에 가야지
진짜 이혼을 하게?
내가 쇼할 사람이야?
[익살스러운 효과음]
[한숨]
(규태) 아니
내가 어제 장모님 가게에도 갔었는데
뭐, 끼, 낌새도 모르고 계시던데, 뭘 [자영이 지퍼를 직 잠근다]
[규태의 헛기침] 뭐, 장모랑 이혼해?
당신이 언제부터 장모 낌새 살폈다고
안 해!
아, 못 해
나 이렇게는 억울해
(규태) 까놓고 내가 뭘 하기나 했어?
어? 그깟 게 유책 사유면
그, 동창회 나가는 것들 그냥 싹 다 집어 처넣어야 된다고! 쯧
그럼 안 억울하게
도장 찍고 한 풀어
실컷 연애하라고
(규태) 아, 센 척하지 말라고!
너, 너, 저...
너도 울었잖아
네 눈물이
나에게는 샷건과도 같았어
너 요새도 게임하니?
(규태) 비유야!
[격정적인 음악] (자영) 됐고
뭐, 안 할 재간 있어?
나 이혼 전문이야
(규태) 나 군수는!
당신 옹산 영부인 안 할 거야?
내가 청혼할 때 뭐라고 했어?
옹산 영부인 시켜 준다고 했지?
했지!
(자영) 응
내가 마지막 의리로 충고하는데
당신 헛물 그만 켜
괜히 여기저기 불려 다니면서 술값 쏘고 다니지 말라고
뭐가 헛물이야!
다들 나만 봤다 하면 나 뽑는대, 어
어? 나를 안 뽑겠다는 사람을 내가 본 적이 없는데?
(자영) 응, 알겠고 신분증이나 챙겨
나 군수랑 캐톡 친구다
안 나오면 너 바람피운 거 다 얘기할 거야
[문이 달칵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기자1) 그 다른 여자분은 어디 가셨나 봐요?
그 지라시 터지고 나서부터 쭉 팔로우하면서
정황 체크는 다 했고요
그, 강 선수 쪽이 별거 중인 것도
(동백) 얘는 왜 쓸데없이 별거를 할까?
(기자1) 그리고 이 여자분이랑 만남이 있었던 것도
다 체크했습니다
(동백) 향미는 뭘 하고 다니던 걸까?
그리고 왜
[의미심장한 음악]
남의 애는 찍는 걸까?
(기자1) 마지막으로 팩트만 좀 체크할게요
강종렬 아시죠?
본 적 있죠?
아, 물론 우리 제보자님께 성의 표시는
확실하게 해 드릴 거고요, 네 [카메라 조작음]
이거 어떻게 지우는 거예요?
- 예? - (동백) 이거 어떻게 지워요? [카메라 조작음]
(기자1) 어유, 남의 걸 왜 함부로 만져요?
아, 이리 줘요, 아, 달라고요, 왜...
애는 찍으면 안 되죠
(기자1) 예?
애, 애를 왜 찍어요!
(기자1) [헛웃음 치며] 아이, 왜 이러실까?
아, 우리가 필요하면 모자이크해서 쓰는 거고
일반인은 알아서 보호해 드린다고요, 일로 줘요
당신이 뭔데 내 자식을 보호해?
애가 무슨 죄라고
(동백) 애는 찍으면 안 되죠!
필구는 그냥 내 아들이에요
얘 내 아들이라고요!
애가 뭐가 있나 봐요?
(기자1) 뭐가 있네
그렇죠?
[기자1의 놀라는 신음]
이 여자가 미쳤나! 씨
너 이게 얼마짜리인 줄 알아! 이씨
너 내 자식은 얼마짜리인 줄 알아?
애 건들지 마
너희 진짜 다 죽어
애 사진을 찍었다고!
(동백) 네가 뭔데 필구 인생을 건드려!
야, 필구 네 자식이야
짱구 굴리지 말고 네 거 다 걸고 지켜!
[한숨]
[성난 숨소리]
개새끼들이 진짜! 이씨
[한숨]
[규태의 한숨]
(규태) 가정 법원 앞에 삼겹살집이라니
인생의 아이러니네
씁, 원래 통상적으로 삼겹살은 1인분을 안 시키잖아
이혼하는 사람들은
삼겹살도 못 먹겠네
인생의 형벌인가?
(자영) 아, 파란불이야
나 배고파서 도장 못 찍겠어
[자동차 경적이 연신 울린다]
(자영) 개수작 부리지 말고 출발해
(규태) 개수작 아니야
최후의 만찬은 하자는 거지
(자영) 진짜 가지가지 한다 [자동차 경적이 연신 울린다]
(규태) 내가 마지막으로 당신이랑 삼겹살도 못 먹어?
사형수도 죽기 전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준다더라
[자동차 경적이 연신 울린다]
[어이없는 한숨]
내가 대체 네 어디가 좋았을까?
[지글거리는 소리가 난다]
(규태) 나 있잖아, 근데 까놓고
아, 진짜 억울하거든
이건 뭐, 오얏나무 아래서 신발 끈 좀 묶었다고
수갑 채우는 꼴이라고
오얏나무 밑에선 갓끈을 묶었겠지
나는 [물을 조르르 따른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무죄는 무죄라고
(규태) 어? 막말로 나는 걔 손 한 번을 안 잡았고
심적으로도
향미 걔는 내 스타일 자체가 아니라고
그래, 미수라고 치자
당신의 외도 미수가 결정적 트리거이긴 했지만...
이 상황에서도 어려운 말을 꼭 써야겠어?
결국 우리도 똑같아
이혼하는 사람들 십중팔구가 죽어도 못 살겠다는
그 성격 차이
우리도 그거 아니겠니?
옘병, 성격이야 다 안 맞지
부모 자식 간에도 성격은 안 맞아, 응?
근데 우라질, 그딴 걸로 가정을 풍지박살을 내?
풍비박산
(자영) 풍지박살 아니고 풍비박산
[규태가 젓가락을 툭 떨어뜨린다]
(규태) 이러니까
이러니까, 어?
당신 한 번이라도 '내 남편 최고다, 우리 규태 잘한다'
우쭈쭈 해 준 적 있어?
맨날 무시하고 기나 죽이고
다 자기 마누라랑 살고 싶지
세종대왕이랑 살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냐고
당신도 나 무시했잖아
아, 쇤네가요? 변호사 나리를요?
맞춤법 까는 것만 무시야?
까놓고
우리가 난임이었니? 피임이었지
[잔잔한 음악] (자영) 서로 하숙하듯 산 게
벌써 몇 년째인데?
(규태) [작은 목소리로] 야
그런 얘기를 왜 바깥에서 해?
우린 그냥
쯧, 배달은 1인분이 안 돼서 같이 사는 사람들처럼
그렇게 살았잖아
넌 계속 '풍지박살' 같은 걸 해야 되는 사람인데
난 그걸 또
기어코 고쳐 줘야 되는 사람이거든
(자영) 그러니 어떡해?
할 수 없지
[한숨]
그만 좀 참고 살자, 우리
그냥 그럼 우리 일단
그냥 다시 살면서 복수라도 하면 안 돼?
복수는
최향미로 다 했어
뭐?
[카드 단말기 작동음]
(주인2) 네, 감사합니다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차 문이 달칵 잠긴다]
[의미심장한 음악]
뭐 하냐?
저기
생각해 보면 나는 당신이 세종대왕이라 멋졌는데
(규태) 이제 와서 내가 왜 더 찌질해졌는지 모르겠어
(자영) 문 따
(규태) 아, 근데 당신도
처음엔 나 찌질해서 귀여워했었잖아
우리 초심으로 돌아가자
문 안 따?
누나
사랑해
저 새끼가, 이씨
[힘주는 숨소리]
이쁜 게 유세지, 이쁜 게 유세야
참, 뭐, 맨날 까딱하면 때려치우재
계시는가?
[놀라는 신음]
- (용식) 아이, 어유, 깜짝이야 - (정숙) 놀라기는
어유, 아, 아유
아유, 어머니, 아유
뭐, 어디 갔다 오셔요?
꽃 또 사 왔네?
아, 예 [멋쩍은 웃음]
이...
제가 조금 좀
점수 딸 일이 쪼끔 있어 갖고요
[용식의 웃음]
걔가 애야? 꽃 주면 헬렐레하게
(정숙) 먹지도 못할 풀때기를 왜 자꾸 사 와?
(용식) 저, 근데 이건 좀 싸요
요, 이 수국이, 이게 한 단에 3천 원뿐이 안 하기 때문에요
[용식의 웃음] 수국 3천 원 말고
너 처자식 먹여 살리려면 얼마 있어야 되는지 알아?
(정숙) 너 돈 많아?
모아 둔 돈 좀 있어?
이, 근디 저도요
이 수국으로 이, 미래에다가 투자하는 건데요
[웃음]
참 맑다, 너 맑아
(정숙) 아주 그냥 천진난만해
네가 그런데 주야장천 해맑게 살려면
네 마누라는 억척 돼야 되겠지?
그래도
저는 이, 행복은
요거 순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웃음]
아이고, 그래요?
어, 돈 있다고 행복한 건 무조건 아니겠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겠냐?
뭐...
(정숙) 행복으로 돈은 못 사지만
돈으로는 행복을 간간이 산다 그러더라
[어색하게 웃으며] 예, 예
눈 뜨자마자 '밥, 밥'거리니까
자식도 버리게 되던데
[애잔한 음악]
(어린 동백) [흐느끼며] 배고파!
(정숙) [흐느끼며] 제발 좀
[물이 조르르 흘러나온다] 그만 좀 배고파, 그만 좀...
(어린 동백) 배고파
[정숙과 어린 동백이 흐느낀다]
(정숙) 그만 좀 배고파 [흐느낀다]
난 그냥
내 자식이, 그
배부르게나 살았으면 좋겠는데
(정숙) 그놈의 눈치 안 보고 살았으면 좋겠는데
너처럼 착한 놈은 항상 애매해
어머니
저 동백 씨 안 굶겨요
그리고 그 눈칫밥도 안 먹게 할 수 있고요
뭔 재주로?
네 엄니는 어쩔 건데?
거봐
착한 놈들은
결국 말이 없어
(정숙) 내 딸년 절대 눈치 보게 하지 마
걔 일평생 눈치 보고 살았어
빌빌대게 하지도 마
죄 없는데 왜 너한테 꿀려야 돼?
저희 엄마는 제가
조금씩 설득을 좀...
(정숙) 애매하게 착할 거면 당장 때려치워
그놈의 뜸 들이다가
인생 다 가
[문이 스르륵 열린다]
[긴장한 숨소리]
[흥미로운 음악] [힘주는 숨소리]
[숨을 후 내뱉는다]
[긴장한 숨을 내뱉는다]
[숨을 후후 내뱉는다]
(용식) 엄마!
나 있잖어!
(남자들) 건배!
[남자들이 저마다 말한다]
(동백) 엄마 자꾸 어디서 이렇게 외박을 하고 오는 거야? 어?
엄만 들어오는 것도 막 마음대로고
그냥 나가는 것도 휙휙 마음대로야?
엄마
혹시, 뭐
다른 식구 있어?
남자나 다른 자식이나 뭐 그런...
뭘 그렇게 물어?
왜? 나 보고 싶었어?
행여나, 치...
(정숙) 그렇게 이를 갈던 엄마인데
이제 없으니까 궁금해? 아쉬워?
누가 아쉽다 그래?
향미도 안 오고 엄마도 안 오니까 그렇지
(동백) 어? 오늘 동문회 단체 온다고 얘기했지?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음성 사서함으로...
하, 향미 얘는 이제 전화도 꺼 놨네
아니, 돈 3천에 나하고 진짜 연을 끊겠다는 거야, 뭐야, 얘?
향미 이제 안 와
어?
안 올 사람 기다리지 말라고
[의미심장한 음악]
엄마가 어떻게 알아?
(진배) 여기 계산!
(동백) 예, 나가요!
(진배) 어
[한숨]
[무거운 효과음]
(덕순) 안 기어들어 오면 호적을 파 버리려 했더니
암만 정신이 팔려도
아빠 제사를 까먹으면 자기가 사람이여?
[흥미로운 음악]
(규식) 쟤 어디에 정신 팔렸는데?
응, 큰성 왔네?
(용식) 큰형은 배를 탔는데
집에 올 때마다 늘 하나만 묻곤 했다 [규식이 되묻는다]
그래서 몇 대 맞을 거냐고
[날렵한 효과음] 정신이 왜 팔려?
너 요새 누구 만나?
(용식) 작은형은 주짓수를 한다
(규식) 엄마, 용식이 요즘 뭐, 말 안 듣고 뭐 그런 거 없지?
아이, 뭐
아, 뭐, 내가 뭐, 애여?
[웃으며] 진짜 누구 생기셨나?
꽃을 다 들고 다니시네?
(두식) 너 연애하는 겨?
[익살스러운 음악]
야, 인마, 그럼 인마
형한테 상의를 해야지, 인마
형은 다 알어
(덕순) 야, 헛소리 말고 가서 옷이나 갈아입어
나
누구 있어
[두식의 헛웃음]
(두식) 아이고
우리 용식이 기냥 다 컸어
(규식) 연애 많이 해
그, 결혼하기 전에 연애하는 거 좋은 거여
(두식) 아이, 얘는
얘는 연애 많이 햐 [규식의 웃음]
얘가 원래 금사빠잖어
그, 옛날에 있잖어, 거, 저기
거기, 승엽이 누나 [규식의 웃음]
아유, 그 꾸질꾸질한 거 그냥 좋다고 그냥
천지 사방으로 기냥 방아깨비 잡으러 댕기고
그 방아깨비랑은 달러!
아, 가서 옷이나 갈아입고 오라고
(두식) 아이, 깔끔한 애를 자꾸 갈아입으랴 [덕순의 못마땅한 숨소리]
[덕순이 혀를 쯧 찬다] 저기
너 저기, 진지하게 만나는 거여?
뭐 하는 여자여?
사업
- (규식) 사업? - (용식) 자영업
- (두식) 자영업 뭐? 장사? - (규식) 어디서?
- 여서 - (두식) 여기가 어디여?
- 저기 - (두식) 저기가 뭐여?
(규식) 아, 저기 뭐?
아, 가서 옷이나 갈아입고 오라고 [제기를 탁 내려놓는다]
저기
동백
그, 저, 저짝 그, 까멜리아 있잖어
거기 그, 사장님이여
[애잔한 음악] [문이 스르륵 여닫힌다]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진배) 아, 아
아, 우산, 우산
(동백) 예, 가세요
(진배) 네 [동백의 웃음]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문이 스르륵 여닫힌다]
(정숙) 무슨 강아지 새끼냐?
아주 문소리 날 때마다
뛰쳐나가겠네
뭐
(정숙) 덥석덥석 정도 잘 줘
안 오면 안 오는갑다 하고 새침 떨고 말지
목이 빠져라 그냥 노심초사, 전전긍긍
아, 왜 그렇게 사람이, 어?
아, 나 헤퍼, 일생이 외로워서 그런가
아, 걱정받으니까 좋고 관심받으니까 신나고 뭐, 그래
너 나 멕이는 거야?
정 못 받고 커서 그렇단 소리 하고 싶어?
[한숨]
(동백) 사랑만 받고 산 애들은 그냥
연애를 해도 예쁘게만 주고받던데
나는 그냥 일생을 모 아니면 도야
씨, 상처받을까 봐 각 잡고 버티다가
맨날 찌질만 대다가 그냥
덥석 손잡고 나면 간쓸개 다 빼 준다, 뭐
뭐, 찌질해도 어떡해? 그게 나인데 별수 없지, 뭐
아, 문 고만 쳐다보고 전화해
(정숙) 간쓸개 다 준비돼 있다고
나 양심상 그냥 참는 거야
뭐?
용식이는 왜 이렇게 무슨 흠도 없어?
걔가 너무 아까우니까 내가 들이대지도 못하지
(두식) 정신 나간 놈 아니여, 이거! [달그락 소리가 난다]
(규식) 애새끼라면 내가 그냥 패기라도 하지, 씨
너 엄마 생각은 안 해?
[한숨]
(규식) 엄마가 저 나이에, 어?
식당 하면서까지 너 밥 먹여서 살렸는데, 새끼야
네가 사람이라면, 어?
이렇게 엄마 뒤통수칠 수가 있어?
(두식) 차라리, 인마!
방아깨비를 잡으러 댕겨!
어디 여자가 없어서, 저...
너
너, 너 그 여자가 막 꼬리 쳐?
들러붙어? 막 그래서 그랴?
(용식) 말 함부로 하지 말어!
(규식) 이 새끼, 이거 눈 돌았네, 눈 돌았어
이거 아주 그냥! 쯧
너, 인마, 눈깔 똑바로 안 갖다 놔!
[두식이 말을 버벅댄다]
(두식) 너 나가
호적 파서 기냥 나가! 팍 그냥, 씨 [문이 드르륵 열린다]
(덕순) 애 좀 내비둬라
[고무장갑으로 탁 치며] 좀 내비둬!
용식이 기냥 집에 가, 얼른 가
(두식) 아유, 엄마가 자꾸 애를 이렇게 싸고도니까
애가 이러는 거 아니여!
(규식) 아, 엄니가 애 역성 자꾸 들어 주니까
애가 철딱서니가 없잖아요
(덕순) 너희들은 그래도 아빠 정 한 번은 받아 봤잖어
[차분한 음악] 아빠 한 번 못 보고 큰 딱한 거를 왜 그렇게 잡어?
성들이 살살 달래야지 왜 애를 잡어?
용식이 잡지 말어
엄니 속상햐!
(규식) 너 뚝 안 해! 씨, 쯧
[코를 훌쩍인다]
아이!
엄마도 좋고 성들도 좋은디
동백이까지 좋은 걸 어떡햐!
좋은 걸 어떡해
[문이 탁 닫힌다]
(정숙) 어디 가?
[놀라는 신음]
시장 가?
[부드러운 음악]
(동백) 아, 뭐?
어휴
되게 시장 가는 사람 같네?
아, 뭐?
그, 그거 신고 가자미 사게?
[정숙의 웃음]
엄마가 우리 시장 스타일을 알아?
엄마 우리 시장 가 봤어?
기다려 봐
왜?
같이 가게
[시계 알람음]
[휴대전화 알람음]
[시계 버튼을 탁 누른다]
[피곤한 신음]
[달그락 소리가 들린다]
(용식) 아이, 파출소 가면 아침 먹는다니께
왜 이렇게 자꾸 싸 와?
(덕순) 제사 지내고는 잡탕이 원칙이여
(용식) 아휴, 또 뭘 이렇게 또 한 상을 차렸어, 또?
(덕순) 야
너 성한테 개기지 말어
읃어터져
(용식) 아유, 나 하필 또 일찍 나가는 날인데 또...
너 목요일마다 새박 시장 간다며?
(덕순) 동백이 따라서?
너희들 둘이 3번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서
손잡고 쪼물딱댄다며?
[연신 쿨럭거린다]
온 동네가 내 프락치여
[쿨럭거린다]
아이, 진짜 이놈의 아줌마들을 기냥
(용식) 아이, 뭐, 우리가, 뭐 중고딩 연애하는 줄 아나
아이, 서른 넘은 놈 프라이버시를
뭘 그렇게 온 동네방네 그, 생중계를 하고 난리들이여, 진짜
아이, 진짜
근디
오늘은 나가지 말어
엄마
내가 애여?
어? 뭐, 그런다고 우리가, 뭐 갈라질 거 같어?
나 동백 씨 디게 좋아햐
어제 네 아빠 꿈에 나왔어
에?
통 안 보이더니 왔어
제사니께 왔겠지, 뭐
근데 네 아빠 혼자서 서 있더라고, 새박 시장에
근디 얼굴이 안 좋더라고
나가지 마, 엄마랑 밥이나 먹어
[휴대전화 벨 소리]
아, 뭔 새벽에 전화여?
예
예?
옹산호에서요?
[애잔한 음악]
(용식) 동백 씨!
동백 씨! 어유
[용식의 못마땅한 신음]
아, 오늘은 내가 먼저 나오려고 했는데!
아유, 씨
아유, 동백 씨
[용식의 가쁜 신음]
자, 하하
이게요, 저, 울 엄마가 그, 나 먹으라고 해 준
그, 붕어즙이걸랑요?
이게 또, 이게 또
새벽에 또 춥고 하니께
[용식의 다급한 신음]
아유, 참
[웃으며] 진짜
제가 이래유, 진짜, 아이고, 참 나
[용식의 웃음]
그래, 뭐
새벽에 일어나기가 쉽나?
쯧, 그, 맨날 한결같으면 그게 사람인가?
원래 그런 거지
(동백) 둘이 앉는 버스도 싫고
(점원) 몇 분이세요?
몇 분?
예? 몇 분이시냐고
저 한 명인데 2인분 시킬 거거든요
(동백) 둘이 먹는 닭갈비도 싫어서
(동백) 짝꿍 나부랭이 없어도 그만인 지 오래됐는데
(동백) 이제 혼자 앉기가 싫다
길이 드는 건 거지 같은 일이다
(변 소장) 하이고 [긴장되는 음악]
아, 왜 자꾸 이렇게 불이 나?
사람 신경 쓰이게
(용식) 세 번째 불이다
(소방대원1) 불이 나면 무조건 전화를 하래서 내가 하긴 했는디
이 정도면, 뭐 장난 전화급이라고 봐야쥬
[미심쩍은 숨소리]
(변 소장) 그, 저번 그 학원 건물서도
톱밥이 좀 있지 않았나?
(소방대원2) 네, 있었어요, 저도 톱밥 봤어요
[변 소장의 미심쩍은 숨소리]
(변 소장) 그 체육 창고 불났을 때도
그, 톱밥이 좀 보이던디?
[소방대원1의 힘주는 신음]
(소방대원1) 에이
누가 옷가지 째끔 태운 거 같다니께?
[스쿠터 시동음]
이거
동백 씨 스웨터 같은디?
뭐?
(용식) 소장님
6년 전에 불이 네 번 나고 사람 죽었다고 했었죠?
(소방대원3) 아이, 씨, 이 정도면 이거 허위 신고네
신고는 뭐가 다 타서 죽느니 어쩌니 하더구먼
(변 소장) 아이, 꼭두새벽부터
왜 이딴 일로 허위 신고를 햐?
소장님
제가 지금
여기 있으면 안 됐던 거 같어요
(용식) [가쁜 숨을 내쉬며] 동백 씨, 동백 씨!
지금 어디쯤이세요? 버스쥬?
저 시장 가는 길인데 왜요?
아, 그
그 버스에 그, 사람 많아요?
이상한 놈 없죠?
이상한 놈 있으면 뭐, 뭐요?
하, 어...
어, 동백 씨, 지금 어디쯤이세요?
제가 지금 가는 중이니께...
[하차 벨이 울린다]
저 지금 내릴 건데 왜요?
[강조되는 효과음]
- (상인1) 아이고, 이거 좋네 - (상인2) 자, 자연산 생물 아귀
(상인2) 생물 아귀, 수산 라인 6번에서 경매 시작합니다
(상인1) 어이, 오늘은 어째 혼자여?
짝꿍은 어쩌고?
[방송 알림음] (동백) 저 혼자...
(상인1) 아이고 [상인1의 웃음]
(안내 방송 속 남자2) 옹산읍 까멜리아 사장님
옹산읍 까멜리아 사장님
2층 영업 사무소에서 영수증 찾아가세요
- (상인3) 어이, 동백이 - (동백) 네
(상인3) 너 영수증 잘 챙겨
세금 그거 엄청 무섭다
- (동백) 네, 저 가 볼게요 - (상인3) 어
[긴장되는 음악]
(남자2) 이건 누가 붙여 놓고 갔대?
[서로 인사를 나눈다]
(동백) 계세요?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상인4) 아, 어디서 벌써 난로를 뗐나, 이씨
이 냄새 때문에 골이 띵해
- (상인5) 준희야 - (상인6) 네
아니, 왜 불러 놓고 사람이 없어?
[헛기침]
(동백) 음, 머리야
난로 냄새인가?
환기 좀 해야겠다, 여기
[동백의 헛기침]
[동백이 물을 쪼르르 따른다] [바깥이 소란스럽다]
[경보음이 울린다]
[놀라며] 어머, 어머
어머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 (남자3) 아이고... - (여자) 119 불렀어?
[발걸음이 울린다]
[동백의 놀라는 신음]
[동백이 콜록거린다]
[휴대전화 벨 소리]
[동백의 가쁜 숨소리]
[동백이 문을 연신 두드린다]
(동백) 도와주세요!
[동백의 놀라는 신음]
저기요! 도와주세요!
[문이 연신 덜컹거린다]
문 좀 열어...
누구 없어요?
[콜록거린다]
도와주세요!
살려 주세요!
[동백의 비명]
도와주세요!
(무전 속 경찰) 화재 출동, 화재 출동
위치는 옹산 수산 시장
옹산 수산 시장 [분한 신음]
[사이렌이 울린다] (용식) 네 번째 불이
[긴박한 음악] 목요일
새벽 시장에서 났다
[자동차 엔진 가속음]
[타이어 마찰음]
[화재 경보음] (용식) 나가요, 나가요, 나가요!
(용식) 나가, 나가, 나가요!
나가요! 얼른 나가요, 나가요 나가요, 나가요!
[남자4가 쿨럭거린다]
[남자5가 쿨럭거린다] [용식의 힘겨운 신음]
저짝으로, 저짝으로, 저짝으로!
[용식이 연신 쿨럭거린다]
[힘겨운 신음]
[용식이 연신 쿨럭거린다]
[쿵 소리가 난다]
[동백이 쿨럭거린다]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난다]
[용식의 힘겨운 신음]
[놀라는 신음]
[동백이 연신 쿨럭거린다]
[용식의 거친 숨소리]
[용식의 다급한 신음]
[동백이 연신 쿨럭거린다]
[힘겨운 신음]
[콜록거린다]
동백 씨!
[치지직 소리가 난다] [용식의 아파하는 신음]
[용식이 발로 퍽 찬다]
[용식의 다급한 신음]
[힘겨운 신음]
[용식의 힘주는 신음]
[용식이 연신 쿨럭거린다]
[가쁜 숨소리]
[가쁜 숨소리]
[쾅 소리가 난다] [용식의 비명]
[용식의 아파하는 신음]
[용식의 힘겨운 숨소리]
허, 동백 씨!
동백 씨!
(의사1) 왜 손만 더 그래?
(의사2) 뭔 불붙은 문짝을 뜯었다나?
(의사1) 미쳤네, 미쳤어
[아련한 음악]
어휴, 미쳤어
어유, 미쳤어, 어떡해
[응급실이 분주하다] (간호사) 네, 응급실 환자 중에 있고요
감염 때문에 면회가 가능한지는 한번 확인해 봐야 알 수...
(남자6) 면회가 돼요?
[어두운 음악] 네?
(남자6) 안 들려?
안 죽었냐고
[남자6의 짜증 섞인 숨소리]
(변 소장) 별 해괴한 경고문을 다 그냥 병에다 박아 놨었다니께?
[동백이 흐느낀다]
(동백) 저기...
[흐느끼며] 어떡해
[놀라며] 어떡해
[힘겨운 숨소리]
[힘겨운 목소리로] 동백 씨
[울먹인다]
용식 씨, 어떡해, 어떡...
괜찮아요?
(동백) 어? 아유, 어떡해, 어떡해 [동백이 흐느낀다]
손
손... [헛기침]
[힘겨운 숨소리]
손, 손, 손 봐 봐요, 손
지금 내 손이 문제예요?
봐 봐요, 손
(용식) 봐요, 빨리
봐 봐요
[아련한 음악]
[놀라며] 아유
[훌쩍이며] 용식 씨
돌대가리예요? 상황 판단이 안 돼?
이렇게 몸을 사릴 줄 몰라서 어떡해? 어?
자기가 무슨 진짜 히어로인 줄 아나 봐
[동백이 훌쩍인다]
(동백) 자긴 안 죽는 줄 아는 거예요?
[동백의 속상한 한숨]
아, 내가 뭐라고 이래요?
아유, 진짜 싫다
[흐느끼며] 아, 싫어요, 씨...
[동백이 흐느낀다]
[용식의 힘겨운 신음]
[힘겨운 숨소리]
[한숨]
근데요
저도 더는 못 하겄어요
나도 지쳐요
[한숨]
더는 안 할래
[훌쩍인다] (용식) 동백 씨 걱정하느라 내 일도 못 하고
[한숨]
내가 요즘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라고요
(동백) 결국 나 때문에 또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용식) 나
이제 고만 좀
편하게 살고 싶어요
우리 고만해요, 이제
용식 씨 이제 좀 철드나 보다
그래요
얼른 도망가요
(동백) 용식 씨
내 옆에 있으면 팔자도 옮아요
고놈의 썸
기냥 다 때려치워요
(용식) 다 때려치우고요
우리
고만 결혼해요
[부드러운 음악]
저 동백 씨 걱정돼서 못 살겄어요
걱정되고
애가 닳고
그리고
너무
너무 귀여워 갖고요
진짜 죽을 때까지
내 옆에다 두고 싶어요
미쳤나 봐
팔자도 옮는다며요, 예?
동백 씨
제 팔자가요
아주 기냥 타고난 상팔자래요
내가 내 거
동백 씨한테 다 퍼다 줄게요
미쳤어
아, 진짜 미쳤나 봐
[한숨]
[당황한 신음]
(동백) 내 나이 서른넷
난생처음 청혼을 받았고
아이, 불구덩이도 안 무섭다는데 어떡하냐고요
같이 살아야지
응?
하자
응?
(동백) 사랑받지 못해 찌질대던 일생의 불안이 날아가며
겁도 없이 말해 버렸다
용식 씨
사랑해요
[웃음]
아유
내가 그럴 줄 알았다니까?
(변 소장) 100% 방화가 맞지
(오준) 라이터 쪼가리가 나오긴 했는데
(변 소장) 또 초록색이디?
(용식) 동백 씨한테 덤비는 놈
나는 잡어요
(덕순) 까불이 쫓아댕기다 이 지경이 된 거였니?
동백이 때미?
(용식) 엄마!
(동백) 엄마 치매 아니지?
전과 같은 그런 건 없지? 그렇지?
(동백) 나 이제 엄마가 좀 무서우려 그래
(제시카) 다 죽여 버릴 거야 [자동차 경적이 연신 울린다]
[제시카의 거친 숨소리] [종렬이 소리친다]
죽여 버릴까?
(용식) 24일 22시경
어디서 뭐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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