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프러포즈 10회
[제 10 부]
S# 1. 빌딩 옥상(아파트촌과 서울전경 잘 내려다보이는)
미영, 창백한 얼굴로 멀리 아파트촌을 내려다보고 있다.
옆에는 가방 내려놓았고......
꼭 금방이라도 뛰어내릴 듯한 분위기로,
이를 악물고, 두 주먹도 부르르......!
S# 2. 옥상출입구
경수, 놀라서 급히 오다가 미영의 위태한 모습 발견하고
기겁을 하며 크게 놀라서 당황하면서
경수 (버벅버벅)저저, 저 아줌마 왜저랫!(경악스러운데)
S# 3. 동 옥상
미영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 오하라가 폐허가 된 타라농장의 대지위에서 외치던 장면처럼, 마음의 소리로 절절하게)되찾을거야! 내 애들, 내 인생, 내집! 전부 찾아올거야! 그때까진, 안 울어! 다시는 안 울어!
(난간 위에 올라가 두손 입에 대고 소리친다)약속한다 장미영! 약속한다 장미영!!!(비장하게 아주 큰 소리로 외치는데)
경수 아줌마, 아줌마앗!(헐레벌떡 달려와 미영 끌어내리고)
미영 (그 바람에 경수와 함께 바닥으로 나동그라지면서)악!
경수 (기겁을 하고 야단치며)무슨 짓이예요! 애들을 생각해야죠!!!
미영 (경수 밀치고 까진 손바닥 만지면서 아파한다)왜 이래욧!
경수 (어리둥절)지금, 뛰어내릴려 그런거 아니예요?
미영 (기막히다는듯 매섭게 쏴보더니, 가방 집어들고 총총 가버린다)......!
경수 뭐야...?(허탈하게 미영 뒷모습을 보는데)
S# 4. 버스정류장(덮개가 있고 앉아 기다릴 수 있는 의자 있는)
미영, 맨 끝쪽 의자에 앉아 가방 발치에 내려놓고 앉아있다.
버스들이 달려와 손님 내려놓고 태우고 달려가기를 반복하지만
어디로 가야 하나..... 막막하기만 한데......
경수, 뚝 떨어진 맨 끝 의자에 앉아 다리 쩍 벌리고 달달달 떨면서,
안보는 척 하면서도 미영 의식하면서 듣던가 말던가 툭툭 던지듯이
경수 행복에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리는 거예요, 보통은 닫힌
문만 보니까 열려있는 다른 문은 못보는 거구요... 헬렌켈러 알죠? 눈멀고 귀멀고 벙어리까지 삼중고 가진 그 아줌마, 그 아줌마가 한 말인데......
치매기가 있어 보이는 할머니, 경수와 미영 중간에 앉아서
그런 경수와, 생각에 잠겨있는 미영을 번갈아 보는 데......
미영, 깊은 한숨......
가방 들고 일어나 터덜터덜 정처없는 발걸음을 옮기는데......
얼른 일어나 간격 두고 뒤따르며
경수 (속사포처럼)절망은 희망의 또다른 이름이다, 성공은 실패의 꼬리를 물고 온다, 안되는 것이 실패가 아니라 포기하는 것이 실패다!
미영 (들리지도 않는듯 그냥 걸어간다)......
경수 (따라가며)갈 덴 있어요?
미영 ......(무시하고 계속 걸어가는데)
경수 숙식 제공되는 일자리 있는데......!(딴청 피우듯 미영반응 살피는데)
미영 (그저 묵묵히 저만치 가버린다)
경수 (쫓아가며)아줌마, 아줌마.....!
S# 5. 영순집 애들방
꽃비와 단비의 침대며 책상이 배치된 방,
꽃비, 책꽂이에 교과서를 정리하고 있고
침대에 엎드려서 턱 괴고 꽃비보면서
단비 기분이 이상해 누나......
꽃비 (시무룩)나두 그래......
단비 (벌렁 누워서 몸을 풀썩풀썩 장난치는데)......
꽃비 (짜증)야아, 먼지 나잖아!
단비 (툴툴대는)잔소리쟁이!(못마땅하고)
꽃비 (시무룩하게 책정리 계속하는데)
단비 뭐가 이래. 집도 두개, 방도 두개, 장난감도 두개랬잖아?
꽃비 (위로하는)기다려봐. 엄마집 생기면 그때 가보면 되잖아...
단비 (시무룩)......!
S# 6. 영순안방
영순과 민석, 마주앉아있다.
영순 (단호한)세간살인 어떡 하기로 했냐?
민석 (착찹한)이사올 사람이 인수한대요.
영순 (억장 무너지는 한숨)......!
민석 (마음이 안 놓이는)저기...... 애들 좀 잘 돌봐주세요......(면목이 없다)
영순 (화난듯)너나 똑바로 살어!
민석 (무거운 마음으로 일어선다)......
영순 (외면하고)......!
S# 7. 영순거실
민석, 영순방에서 나와 한숨짓는데
꽃단비, 애들방에서 나와 민석 품에 안긴다.
꽃비 아빠!(촉촉한 눈으로 올려다보는데)
민석 (마음 아프지만, 부러 씩씩한 척)아빠가 매일 전화하구, 자주자주 올게. 알았지?
단비 (천진난만)근데, 아빠 집은 어디야?
민석 (말문이 막히는)저기... 아빠가 좀 큰 집 장만할때까지 조금만 기다려줘. 알았지?
꽃단비 (끄덕끄덕)......
민석 (꽃단비 양팔에 안아올리며 정깊게 볼을 부빈다)......!
S# 8. 미영거실
민석, 침울한 표정으로 들어서면서 ‘꽃비야!’ 부르지만 아무도 없다.
이상한듯 안방 쪽으로 가는데
S# 9. 동 안방
세간살이 그대로 있지만,
경대 위에 화장품 보이지 않고 휑하게 느껴지는 빈방,
문열고 들여다보던 민석, 묘한 기분이 든다.
도로 닫고 나간다.
S# 10. 동 거실
이방저방 열어보던 민석, 느낌이 안좋다...
주방쪽을 돌아보면
식탁 위에 봉투와 반으로 접은 편지지, 그리고 식탁위에 걸쳐놓은 미영의 앞치마 보인다.
민석, 봉투를 열어보면 고액권 수표 그대로 있고...
옆에 편지를 펼쳐보는데...
미영E 꽃비는 잘 안아프지만, 한해 걸러 한번씩 감기 심하게 앓는 편이예요. 독감예방접종 꼭 맞혀야돼요. 주사맞는거 싫어해서 울고 떼쓸 때도 있어요. 그럴 땐 단비부터 맞추고 살살 달래면 돼요. 단비는 주사 별로 안 무서워해요.
애들, 뭐든지 잘 먹지만 버섯 먹으면 잘 토하는거 어머니께 꼭 말씀드려요. 모르고 먹어도 그러니까 조심해야돼요.
단비발 짝발이라 왼쪽 신발 속에 휴지 들어있어요. 신발 빨땐 빼고 빨아야 돼요. 신발 살 때도 오른발에 맞춰주세요.
단비 좋아하는 애기담요는 항상 꺼내놔요, 무서운 꿈꾸면 찾아요.
자다 깨서 울면 억지로 재우지 말고, 펜션에서 읽어줬던 그 동화책 알죠, 그거 읽어줘요.
민석 (편지 읽으면서 마음이 울컥 아파온다. 미영의 앞치마를 아픈 느낌으로 보다가, 퍼뜩 불길한 예감)......!
S# 11. 아파트 입구
아파트 현관을 급히 빠져나오던
민석 (경비를 보며)혹시 애들 엄마 못보셨어요?
경비 아까 전에 가방 들고 나가시던데......
민석 (놀라)네?
경비 (맘이 안 좋은듯)여행가방 하나 들고 가시더라구요......
민석 ......!(난감한데)
S# 12. 아파트 공원
민석과 유경, 얘기중이다.
유경 (걱정에)어딜 가냐고 물었는데 대답 안했어요. 자리 정해지면 전화하라 그러긴 했는데......
민석 (다급히)다른 친구들, 어디 갈만한데 없을까요?
유경 아까 전화해봤거든요, 저도 마음이 안좋아서...... 다들 모르더라구요.
민석 (불안하고 마음이 아픈데)......!
유경 친정 쪽엔?
민석 두 분 다 돌아가셨어요. 결혼 안한 남동생은 외국유학 중이구요.
유경 (걱정스런)아휴, 얘가 대체 어딜간거야?
민석 (한숨... 무겁게 일어서는데)
유경 (따라 일어서며)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무슨 일이야 있겠어요.
민석 무슨 연락오면 저한테 꼭 전화 좀 해주세요.
유경 그럴게요.
민석 (목례하고 돌아서는 발걸음 무겁고)......!
S# 13. 도시의 도로
민석차 달려가다 일각 도로변에 멈춰선다.
S# 14. 민석차안
걱정과 연민으로 속이 몹시 상하는
민석 대체 어디로 간거야, 돈도 한푼 없이!(미치겠는데)
S# 15. 찜질방 카운터앞
보디가드처럼 검은양복에 흰 와이셔츠, 귀에 리시버까지 꽂은 경수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쓰여진 티셔츠와 반바지 입은 미영,
주임 앞에서 훈시를 듣고 있다.
경수, 베테랑처럼 가슴팍에 힘을 딱 주고 서있지만,
미영은 낯설고 어색하기만 한데......
주임 애... 우리 찜질방으로 말할거 같으면 외국 손님들에게도 사랑 받고 있는 지역의 명솝니다. 여러분의 행동, 서비스 하나하나가 바로 국위선양으로 이어진다는 점 각별히 명심하고, 각자 맡은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 줄 것을 당부하는 바입니다!(하면서 미영에게 대걸레를 떠안긴다)
미영 (얼결에 받아들면)
주임 (지나던 고참에게)강여사, 여기 신참 안내 좀 해줘요.
강 (다짜고짜 반말로)처음이야?
미영 ...네.
강 따라 와.
미영 (경수를 보면)
경수 (따라가보라는 눈짓)
미영 (대걸레 밀며 강여사를 따라가고)......
S# 16. 동 중앙홀
미영, 대걸레 들고 어색하게 둘러보는 가운데
강 (따발총처럼)여기가 중앙홀이야. 아까 있던 1층은 카운터, 2층은 사우나, 여긴 얼음방, 황토방, 소금방, 또 헬스장, 노래방, 만화방, 스낵 다 모여있고, 4층은 소모임방, 5층은 수면실이랑 DVD방 PC방 있어. 알아들었지?
미영 (어리버리)......
강 어질어진 음료수병이랑 젖은 수건같은건 제때제때 치우구, 낮엔 걸레질 살살 하고 청소기는 아침에 한번씩 밀면 돼.
미영 네......
강 (미영을 빤히 보며)살림만 하다 처음 나왔지?
미영 ...... 네.
강 하루 여덟시간씩 3교대 근무니까 그럭저럭 할만해. 요새 이만한 자리도 흔치 않고. 나도 강남에서 파출부 뛰다가 일감 끊어져서 일루 옮겼잖아.
미영 네에......
강 자기는 여기 중앙홀 청소부터 해. 난 소금방 치울테니까.(간다)
미영 (한숨으로 사방을 둘러보고는 결심한듯, 씩씩하게 대걸레 밀기 시작한다. 어질어진 목침들 일각에 가지런히 쌓아놓고 젖은 수건들 줏어 치우며 열심히 대걸레 청소를 하는데)
E 어이, 아줌마! 아줌마!
미영 (돌아보면)
남 (스낵바 주인인 50대 후반 대머리 남자가 손짓을 한다)
미영 (어리버리)저요?
남 (끄덕끄덕... 이리 와보라는듯 다시 손짓)
미영 (대걸레를 밀면서 가는데)
S# 17. 동 스낵바
남 (미영에게)기왕 하는 김에 여기 바닥도 좀 밀어달라구?
미영 아, 네.(땀을 뻘뻘 흘리며 아주 열심히 청소를 한다)
남 (그 사이 손님에게 먹을거리를 팔고있고)......
S# 18. 스낵바 앞
스낵바 청소를 마친 미영, 땀 닦으며 대걸레 밀며 나오는데
강 (젖은 수건들 모아들고 오다가)아니, 왜 거기서 나와?
미영 바닥 좀 닦아달라 그래서요.
강 (휙 스낵바 주인을 쏘아보면)
주인 (얼른 딴청 피운다)......!
강 스낵바, 한식당, 마사지룸같은데 전부 임대매장이야. 우리랑은 상관 없으니까 청소해줄 필요없어. 신참이라고 얕보는거야 뭐야?(스낵 바주인을 다시 쏘아보고)
미영 (얼떨떨한데)......!
S# 19. 히노끼방
보디가드 복장의 경수, 무전기까지 그럴듯하게 갖추고 순시를 도는데
일각 구석자리의 젊은 커플, 팔베개하고 찰싹 달라붙어서 아주아주 에로틱한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중인데......
경수 (내려다보며 무게를 잡는다)손님! 손님!
남자 (누운채로 놀라 돌아보며)뭐야?(하면)
경수 공공장소에서의 지나친 애정행위는 삼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자 거봐!(민망한 듯)
남자 (일어나서 고까운)당신이 뭔데?(하면)
경수 고개의 안녕과 찜질방의 안전을 책임지는 보안요원입니다.
남자 (고까운듯 경수 가슴을 손가락으로 탁탁 밀어가며)당신, 나 데이트하는데 불만있어? 어? 당신이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기분잡치게스리!(하는데)
경수 (딱 부러지게)공공장소에서 공공연하게 이런 행위를 하시면 형법 245조 공연음란죄에 해당되겠습니다.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해지실 수 있습니다!
남자 (말문 막히고)......!
여자 어후, 쪽팔려!(나가버리면)
남자 (쫓아나가며)자기야, 자기야!
경수 (그 뒤에서 의기양양)찜질방에 신혼방을 차릴려그래, 쯧!
S# 20. 민석회사
가방에 브리핑 서류를 부지런히 챙겨넣던 민석의 시야에,
미영이 남기고 간 편지 보인다, 울컥 마음이 무거운데......
재원 (가방 챙겨 일어서며)시간됐어, 나가자!
민석 어...... (가방 들고 따라 일어서고)
S# 21. 홈쇼핑회의실
민석, 홈쇼핑 간부들과 고PD, 연정 지켜보는 가운데 이온정수기 브리핑 중이다.
재원, 컴퓨터에 연결된 스크린으로 자료지원하고 있고.
민석 2004년 경제계 최대 화두는 웰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유기농채소 판매량이 급증하고, 물에 대한 관심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알려진대로 알카리수는 체내의 활성산소를 제거해주는 기능숩니다.
간부 국내 정수기 시장은 이미 포화상탠데, 상대적으로 고가인 이온정수기
판매가 어느 정도 승산이 있다고 봅니까?
민석 건강에 관심이 많은 부유층 사이엔 이미 전해환원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상탭니다, 일본의 경우 번화가에 이온수 판매용 자판기까지 놓여있는 실정이구요. 여러분들 왼쪽 컵에 있는 물이 일반 정수기물, 오른쪽 컵에 담긴 물이 알카리이온숩니다. 비교해 보시죠.
일동 (물을 마신다, 물맛이 다르다는듯 끄덕끄덕)
고 물맛이 좀 다른거 같긴 하네......(하는데)
재원 운동하고 갈증날때 음료수만 마시면, 속이 닝닝하잖아요. 시원하게 냉장 보관한 알카리수는 갈증도 순식간에 가라앉혀줍니다.
간부 (아직도 약간 판단이 안서는듯 망설이며)가격이 좀 쎄......(하는데)
연정 연예인 마케팅 해보는 건 어떨까요?
모두 (연정을 돌아보는데)
연정 피부미인으로 소문난 박은희씨나 한수영씨같은 연예인들한테 정수기를 무료 렌탈해 주는거예요. 그분들 사용소감 방송중에 삽입하구요.
여자 연예인들 특히 피부미용에 민감하잖아요. 연예계에서 입소문 나면 일반인들한테도 금방 어필됩니다.
재원 (눈이 반짝)그래요, 그게 좋겠네. 연예인 마케팅!
간부 (끄덕끄덕)섭외는 가능한가요?
연정 제 프로그램 출연 연예인들 통하면 어렵지 않을거 같아요.
간부 그래요. 그럼 황연정씨랑 협조해서 추진하세요.
고 알겠습니다.
연정 (미소)......
민석 (연정과 남들 모르게 슬쩍 미소로 시선 교환).....
S# 22. 동 복도
민석, 재원, 고PD, 연정 흡족한 표정으로 걸어오고 있다.
재원 (감탄)연정씨, 이제보니까 비즈니스 마인드가 보통이 아니예요?
고 재색을 겸비했단 말, 이럴 때 쓰는거지.
연정 (무안한)비행기 그만 태우세요.
민석 (연정보며 흐뭇한데)......
연정 (민석팔 살짝 잡으며 소근소근)잠깐 저좀 봐요.
민석 어, 왜?
연정 (미소)와보면 알아요.
민석 어......(재원을 돌아보면)
재원 갔다와.
민석 그래. 금방 들어갈게.(고 PD에게)먼저 갈게요, 선배.
연정 (목례하고 민석과 나란히 간다)
재원 (그 둘의 다정한 뒷모습을 보면서)이제 말을 놓네, 민석이가?
고 혼인신고까지 해버렸대. 이젠 정식으로 부분데 뭐...
재원 (깜짝 놀라)네에? 언제요?
고 여행갔다 와서 바로.
재원 아주 번개불에 콩을 볶아 먹었구만! 요새 저자식 보면 생각나는 노래가 있어요!
고 뭔데?
재원 (성량 풍부한 음색으로 김상국 노래 ‘불나비’ 일부분 부른다)아아아 너를 안고 가련다 불나비 사랑!
고 (둘의 뒷모습을 착찹한 미소로 보며)어쩌겠냐, 서로 죽고 못산다는데...... 축복해주자구. 사실, 둘이 그림은 좋잖냐!
재원 그렇기야 한데......(그래도 미영을 생각하면 마음이 찝찝한데)
S# 23. 홈쇼핑 일각
연정과 민석이 얘기 중이다.
연정 생각해 봤는데요, 꽃비랑 단비한테 예쁜 강아지 한마리 사주는게 어때요?
민석 강아지?
연정 (사려깊게)저, 다섯살때 아버지 돌아가셨다 그랬잖아요.
민석 응.
연정 어린 맘에도 많이 힘들었거든요. 근데 이웃집에서 강아지 한마릴 줬어요. 이름이 뽀삐였는데, 뽀삐랑 놀고 얘기하고 껴안고..... 모르는 사이에 많이 위로 받았어요.
민석 (가슴이 찡한)......!
연정 (미소)꽃비단비, 지금 많이 힘들거예요. 나중에 같이 가서 사요. 알았죠?
민석 (고마운 미소로)그래......
S# 24. 찜질방
미영, 고참 강여사와 함께 청소를 하고 있는데
부티 나는 40대 초반 여사장, 주임의 보고를 들으며 끄덕끄덕...
강 (흘낏 보면서)여기 사장!
미영 (느낌으로 돌아보면)......!
강 (한탄하듯)좋겠다! 이정도 찜질방 갖고 있음 평생 등따숩고 배부르지뭐.......
미영 (느낌으로 여사장을 보는데)......!
강 (걸레 집어들고 일어서며)아휴 허리야... 나 수면실에 잠깐 누울테니까 주임이 찾으면 화장실 갔다그래.(간다)
미영 네.(걸레질 하면서도 여사장에게 눈을 못 뗀다, 부러움으로 보는데)
경수 (스텝 티셔츠 반바지 차림. 옆에 쭈그려앉아서)뭘 그렇게봐요?
미영 (엉덩방아)아후 깜짝이야!
경수 죄진거 있어요, 뭘 그렇게 놀라요?
미영 기척두 안하고 오니까 그렇죠...(가슴을 쓸어내리는데)
경수 얼음방에 눈치우래요. 주임이.(간다)
미영 ......!
경수 (돌아보며)뭐해요, 빨리 안오고?
미영 (따라간다. 경수랑 같이 해야하는 게 안내키고)......!
S# 25. 얼음방
경수와 함께 얼음방에 쌓인 눈들을 부삽으로 퍼서 치워내는
미영 저기요. 여기 찜질방 사장 말이예요... 물려받은 유산이 많데요? 아님 남편이 부자예요?(하는데)
경수 자수성가형 인물이죠. 세신아줌마부터 시작했대요.
미영 세신... 아줌마요?
경수 씻을 세, 몸신. 쉽게 말하자면 때밀이.
미영 (크게 놀라서)그걸로 돈을 이렇게 많이 벌어요?
경수 10년 전쯤에 일본으로 목욕관리사들 한창 취업 나갔을 때 있거든요. 때미는 문화가 우리나라 밖에 없잖아요. 일본 사람들 온천문환 발달했어도 때는 안 밀거든. 한국 관광 왔다가 때밀이 체험을 했는데, 생전 처음 때를 밀었으니 얼마나 많이들 나왔겠어요? 그냥 완전히 날
아갈것 같지... 신주쿠에 한국식 목욕탕 처음 생길때 초창기 멤버로 나갔다가 돈 왕창 벌었대요. 그거에다 융자받고 어찌어찌해서 작게 목욕탕부터 시작했는데, 그게 이렇게 커졌대요.
미영 (큰 느낌으로 끄덕끄덕)......!
S# 26. 여자사우나
때밀이 아줌마, 평상 위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음료수캔 따서 건내며 기웃기웃 말을 붙여보는
미영 저기요, 이거 드세요.....
아줌 ......?
미영 저기...... (어렵게 말꺼내는)목욕관리사 할려면 어떡해야 돼요?
아줌 (밥 먹으며)배워보게?
미영 (긍정의).......
아줌 요샌 목욕관리사 협회랑 여기저기 학원들이 많어.
미영 (!)학원이요?
아줌 수강료 만만찮아. 거기서 몇달 배워야 돼.
미영 ......!
아줌 여기도 프로 아마츄어 확실한 데야. 한번 밀어보면 알거든. 혈을 제대로 짚어서 시원하게 풀어주는지, 안아프게 밀면서도 제대로 때 벗겨내는지... 손님들 금방 알거든.
미영 (그렇구나)......
아줌 권리금 있는건, 알고 있지?
미영 (놀라)권리금이요?
아줌 그러엄! 몇천부터 시작해서 대형업소는 몇억까지 가는데도 많어. 그래서 돈많은 전주가 따로 분양받아 하청놓는 수도 많구...(하는데)
E 아줌마!(탕 안에서 누가 때밀어달라고 아줌마를 부른다)
아줌 (급히 밥숟가락 놓으며)들어가요!(물 마시며 급히 들어간다)
미영 (만만치 않구나!)휴우......
S# 27. 스포츠 마사지실
미영, 대걸레 밀면서 서글서글하게 생긴 꽃미남 스포츠사와 대화중.
미남 저희가 청소해도 되는데......
미영 이까짓거 걸레질 한번 더하는게 뭐가 어려워요, 하는김에 해줄게요.
미남 고맙습니다.(앉아서 고객명부 검토하고 있는데)
미영 저기요... 스포츠마사지는 얼마나 배워야 돼요?
미남 (자부심넘치는)전 대학에서 운동처방학과 전공했구요, 우리 사장님은태릉선수촌에서 국가대표 트레이너 하던 분이예요.
미영 ......!
미남 민간단체에서 1, 2급 자격증 따기도 하구요, 강남에 잘 나가는 업소에는 유학파들도 많아요. 카이로프락틱 대학이라고 유명한데가 있거든요. 저도 거기로 유학갈려구 돈모으는 중이예요.(장부 정리 계속)
미영 (만만한게 하나도 없구나 하는 느낌)......!
S# 28. 중앙홀
미영, 얼음방에서 퍼내온 눈을 폭포수에 뿌리고 있는데
경수, 외국인들에게 안내를 하며 오고 있다.
경수 (유창한 영어로)지금부터 여러분을 한국의 독특한 목욕문화의 세계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들어가실 곳이 황토방. 황토는 유해물질을 정화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외국인들 (끄덕이며 경수를 따라 들어가는데)
일본인 (일각에서 쪼르르 와서 일어로)히노끼방은 어디 있습니까?
경수 (돌아보며 친절하게 일어로)4층 숯방 옆에 있습니다.
일본인 아리가도우.(인사하고 간다)
경수 (외국인들 안내하며 황토방으로 들어가는데)
강 (와서 보면서)영어에 일어에... 못하는게 없네?
미영 (어리둥절... 전혀 낯선 사람을 보는 듯한 느낌)......!
S# 29. 찜질방 일각
미영, 다 쓴 수건들을 모아들고 가는데
단비 또래의 꼬마가 천방지축으로 뛰다가 미영과 부딪친다.
미영, 그 바람에 나동그라지고, 달려온 꼬마의
엄마 (꼬마를 나무라며)이럴 줄 알았어! 이럼 다신 안데려온댔지?
미영 (일어서며)괜찮아요. 애들이 그럴 수도 있죠.(꼬마에게)괜찮아?
엄마 (꼬마를 데리고 일각의 자리로 간다.)
미영 (꼬마에게서 눈을 떼질 못한다)
(미영의 시선)
단비또래 꼬마와 꽃비 또래 여자애, 엄마, 그리고 아빠가 모여앉아
음료수 먹고 맥반석 계란 까먹으며 할랑할랑 놀고있다.
그 위로 오버랩되는 민석, 미영, 꽃비, 단비가 찜질방에서 한가롭게
시간 보내던 모습(미영은 맥반석 계란 민석에게 넣어주고, 싫다고 튕기던 민석은 마지못해 받아먹고, 꽃단비는 누워서 뒹굴뒹굴 만화책
보던 행복했던 지난날의 기억) ......
미영, 그들을 보는 눈빛 아주 슬픈데......
그러다가 마음 추스리려는듯 얼른 수건더미 들고 가버린다.
찜질방에서 나오던 경수, 그런 미영의 모습을 느낌으로 보고......!
S# 30. 대형수퍼(저녁)
민석과 연정, 신혼부부답게 아주 다정하게 장을 보고 있다.
연정, 물건들을 고르면,
민석, 카트를 몰고 뒤따르며 담고
그러다, 젊은 연인들처럼 슬쩍슬쩍 장난도 치면서
다정한 시간 보내고 있는데......
S# 31. 동 중앙홀(밤)
미영, 대걸레 밀면서 음료수 엎지른 자리 박박 닦고
어질어진 베개들도 가지런히 정리하고 있는데
일각에 재원과 재원처, 화기애애하게 들어서고 있다.
재원은 미처 미영을 못봤는데
주춤주춤 발걸음을 멈추는 재원의
처 (놀라)어머!
재원 왜? (그 시선 따라서 돌아보면)
미영 (엎드려서 음료수 얼룩을 박박 닦아내고 있는 중이다)
재원 (크게 놀라서)아니, 저......?
처 (소근소근)민석씨 와이프, 맞지?
재원 (입을 딱 벌리고 말을 못하는데)......!
미영 (걸레 들고 일어서다가 재원과 눈이 딱 마주친다)......!
재원 (기가 막혀서)미영씨......?
미영 (당혹스럽고)......!
처 (재원과 미영을 번갈아 보면서 난처한듯)......
S# 32. 찜질방 커피숍(밤)
미영과 재원, 마주앉아 있고
재원처, 떨어진 일각의 자리에서 음료수 마시고 있다.
재원처, 안보는 척 하면서도 신경이 잔뜩 곤두서 있고......
미영 (당황스럽지만, 그러나 당당하려는)......!
재원 (난감하다)미영씨......!
미영 (자존심 상하지만, 애써 당당하게)어떻게, 이렇게 다시 만나네요......
재원 처가가 이 동네거든요. 저녁 먹고 오다 들렸어요.
미영 ......(고개 숙이고 손만 만지작만지작)
재원 (마음이 아픈)어떻게....... (한숨)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미영 (애써 웃으며)재원씨 볼 면목이 없어요. 늘 신경만 쓰게 해드리고......
재원 무슨 말씀을요... 제가 도움 드린 것도 없고 죄송합니다......
미영 (강하게)아니예요. 저 힘들때 그래도 재원씨덕에 많이 도움 됐어요.
재원 민석이가 미영씨 여?는거 모르는 눈치던데......(하는데)
미영 (얼른 강경하게)그사람한텐 아무 말 하지 마세요!
재원 그래도......(하는데)
미영 (단호한)서로 남남이잖아요, 이제!
재원 (할 말이 없다)......!
미영 (아픈)저, 이런 모습 보여주기 싫어요! 그사람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빨리 자기 갈길 가야죠. 그게 최선인거 같아요.
재원 그거야......(하는데)
미영 (씩씩하게 웃는)저 정말 괜찮거든요? 직업에 귀천이 어딨어요? 애들 도로 데려올만큼 능력 갖출 때까지 열심히 일할거예요. (씩씩한 미소)아시잖아요, 저 억척아줌마예요! (굳은 각오)제가 날린 재산만큼 꼭 도로 회복해 놀거예요!
재원 (씩씩하게 웃는 미영을 보니 더 마음이 아픈데)......!
미영 (저쪽에서 힐끗거리는 재원처를 의식하며)윤아엄마 기다리는데, 어서 가보세요. 저도 일하는 중이라......(일어선다)
재원 (엉거주춤 따라 일어서고)
미영 (재원과 재원처쪽에 목례를 하고 돌아서서 총총 가버린다)
재원 (한숨이 나오는데)......!
경수 (일각에서 대걸레질하면서 그 모습 보고있다가 걸레 밀면서 슬슬 미영 뒤를 따라간다)
S# 33. 여자사우나(밤)
미영, 급히 와서 사우나 안으로 쏙 들어가버리면
슬슬 뒤따라 오던 경수, 따라들어가지 못하고, 괜히 기웃기웃......
S# 34. 동 사우나 세면대(밤)
세면대 앞에서 거울 들여다보면서 애써 씩씩하게
미영 괜찮아, 장미영! 더 힘든 일도 다 겪어냈잖아. 여기가 바닥이니까 이젠 올라갈 일만 남은거야. 괜찮아 장미영!(수돗물 틀어서 세수를 하고
애써 기운 북돋으면서 나가는데)
S# 35. 여자사우나 앞(밤)
저쪽에서 휘파람 불면서 대걸레질하던
경수 아줌마, 울었구나?
미영 (퉁명)울긴 누가 울었요?
경수 운거 같은데?(하는데)
미영 (찬바람)이봐요!
경수 ......?
미영 싸래기밥만 먹구 컸어요? 왜 자꾸 반말이예요? 막내 동생 뻘밖에 안되면서!(휭하니 가버리고)
경수 (억울해서)누가 아줌마 이뻐서 그런 줄 알아요? (혼잣말)그 약병, 그거 땜에 그러지...... 덜컥 일이라도 저질르면 어떡하냐구요!(투덜투덜)어휴... 인간성 너무 좋은 것도 치명적인 결함이야!(투덜투덜 걸레질)
S# 36. 숯방
재원과 재원처, 찜질을 하는 중이다.
재원은 미영을 본 일로 마음이 무거운데
처 (식혜를 마시면서)당신, 회사 옮기면 안돼? 아님, 아예 독립을 하던가......
재원 무슨 소리야?
처 유유상종이란 말 몰라? 친구따라 강남간다구, 이혼한 친구랑 하루종일 붙어서 일하는거... 나, 신경쓰여!
재원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거야, 이혼이 무슨 법정전염병이야?(하는데)
처 민석씬 젊고 예쁜 여자랑 재혼해서 알콩달콩 사는데, 옆에서 당신 슬
그머니 딴 생각 안들어?
재원 안들어! 원... 별 소릴 다 듣겠네!(하는데)
처 그리구, 미영씨한테 신경 끊어! 막말로 이젠 민석씨 와이프도 아닌데 당신이 왜 신경을 쓰냐구?
재원 사람이 점점...... 당신도 그러는거 아냐! 당신, 미영씨랑 알구 지낸게 한두해야? 아까 안면 싹 바꾸는데, 내가 다 민망해 죽겠더라.
처 (발끈해서)내가 뭘 어쨌다구?
재원 (귀찮은)아휴, 알았어. 알았다구!
처 길을 막고 물어봐라! 남편이 이혼한 친구 와이프랑 만나는거, 좋아할 여자 있나?
재원 (귀찮은)어휴! 집에나 가자.(나간다)
처 (아주 못마땅한듯 따라나가고)......!
S# 37. 찜질방 창고(저녁)
미영, 마른 수건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강 (투덜투덜 와서)여자화장실 말야... 그거 하나 뒷처리를 제대로 못하고.... 휴지에 싸서 버려야 될거 아냐, 여자들이 왜그래!(하는데)
미영 (예사로 듣다가는 퍼뜩 어떤 느낌으로 얼른 벽에 달력을 본다)......!
강 (투덜투덜대며 수건을 정리하고 있는데)
미영 (급히)저기요, 저 잠깐만 요 앞에 나갔다올게요.
강 왜?
미영 금방 갔다올게요.(급히 나간다)
S# 38. 찜질방 여자화장실(저녁)
거울 앞에서 진단시약을 묻힌 테스트봉을 쥔 미영,
초조해서 어쩔 줄 몰라하며
미영 (마음의 소리)아닐거야, 아니겠지! 그럴리가 없잖아... 아닐거야, 너무 힘들어서 좀 늦어진걸거야.(심호흡... 침 꿀꺽... 부들부들 떨면서 테스트결과를 보는데, 이럴수가... 임신이다!!!)
미영 (휘청)말도 안돼!(휘청... 어지러운 듯 세면대를 부여잡는데)......!
S# 39. 연정오피스텔(저녁)
연정, 씽크대에서 요리책 펼쳐놓고 서툰 솜씨로 야채를 썰고 있는데
가스렌지에는 전골냄비 속에 된장찌개와 후라이팬에 오징어볶음...
일각에서 지켜보며 못미더운
민석 도와줘?
연정 됐어요.(어설픈 칼질로 청양고추를 썰어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전골냄비에 집어넣고는, 요리책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소리내 읽는다)음, 오징어 볶음은 센불에 빨리 볶아내야 질기지 않다! 어머, 어떡해! (땀 뻘뻘 흘리면서 후라이팬을 잡다가)앗 뜨거!
민석 (놀라 연정 손을 잡아 물로 식혀주며)해준다니깐!(걱정스러운데)
연정 (손 잡힌채 후라이팬 가리키며 호들갑)탄다, 탄다!
민석 (얼른 가스렌지 불을 끄면서 어이없어 웃는)저녁한번 먹기 되게 힘드네!
연정 (귀엽게 울상)미안해요......
민석 (연정 엉덩이를 툭툭 쳐주며 정겹게)괜찮아!
연정 (무안하고 울상인데)......!
민석 (연정을 의자에 앉혀놓고)내가 할테니까, 구경이나 해.(연정보다는 훨씬 더 나은 솜씨로 식사준비를 하고)......
연정 (민석 등뒤에서 허리를 껴안고 장난을 친다)......
민석 (그런 연정이 아주 사랑스러운듯 머리로 콩 박치기하고)......!
S# 40. 황토방(밤)
미영, 수족관 아래서 잠시 지친 몸을 쉬면서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미영 (마음의 소리)어떡해야되지...... 생각을 해보자... 장미영... 생각해봐, 어
떡해야돼?(괴로워하고 있는데)
강 (급히 와서)중앙홀에 누가 음료수 엎질렀어!
미영 네.(얼른 일어서고)
S# 41. 찜질방 홀(밤)
미영, 걸레 들고 홀을 가로질러 가다가
일각에 엄마옆에 누워 잠들어있는 아주 갓난애기를 느낌으로 본다!막막하기만 한데......!
S# 42. 연정오피스텔(밤)
침대에 민석 팔베개를 하고 누워 도란도란 얘기하는
연정 나요, 엄마랑 단둘이 살면서 많이 외로웠거든요. 그래서 나중에 결혼하면 애들 많이 낳구 북적북적 살구 싶었어요.
민석 (다정하게)그랬어?(하는데)
연정 우리요... 꽃비 단비 있으니까, 애기 한명 만 더 낳아요.
민석 (움찔)......!
연정 내가 꽃비단비 몰라라 할까봐 걱정돼서 그래요?(하는데)
민석 그게 아니구.....
연정 ......?
민석 (난감한)저기, 이제 애기 못 가져.
연정 (놀라서)왜요?
민석 수술했어, 단비 낳고 나서......
연정 어머......!
민석 (난감하고)......!
연정 (몹시 실망스럽다)......!
민석 저기... 연정아....(하는데)
연정 (난감하고 너무나 실망스런 표정)......!
민석 (당황스러운데)......!
S# 43. 찜질방 여자 수면실(밤)
미영, 잠자리에 누웠지만 잠을 이루지 못한다.
씩씩하게 살아보려고 하는데 왜 이렇게 인생이 꼬이는걸까!
뒤척뒤척 잠 못 이루며 괴로운 밤을 보내는데......!
S# 44. 민석회사(낮)
민석, 자기 자리에 앉아 모니터 들여다보며 국제전화하는 중이다.
민석 (수화기, 영어)견적송장은 받아봤습니다만, 저희가 기대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네요. 최대한 가능한 선을 협의해서 메일로 넣어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전화 끊는데)
재원 (자기 자리에서 민석을 지켜보고 있고)......!
민석 (수화기 내려놓다가 문득 재원과 눈 마주친다)왜, 뭐 할 말 있냐?
재원 어? 아니.....
민석 싱겁긴......
재원 너, 연정씨랑 혼인신고 했다며?
민석 ... 응.
재원 (섭섭한)그런 걸 말도 않고... 딴 사람 통해 듣게 만드냐?
민석 미안해, 경황이 없었잖아.
재원 (못마땅한데)......!
민석 (가방 집어들며)나, 제일물산 들어갈게.(나가고)
재원 (머리가 복잡한듯 혼잣말로)이렇게 되면 완전 종료된건데, 얘기해봤자 저자식 속만 시끄럽겠지? 그렇다고 모른 척 할 수도 없고......(난감한데)
S# 45. 찜질방 중앙홀
재즈댄스 강의 시간이다.
강사의 구령에 맞춰서
주로 중노년의 아줌마가 주축인 손님들이 엉성한 댄스를 따라한다.
경수, 그들 틈에 끼어서 발랄한 댄스로 분위기 띄우며
아줌마들에게 엄청 귀염을 받는 중이다.
S# 46. 동 일각
미영, 강여사와 함께 청소기 윙윙 돌리며 청소하는데
재원E 미영씨!
미영, 돌아보면
재원이 양복차림으로 서 있다.
놀라서 청소기를 끄며
미영 어머, 재원씨......?
S# 47. 찜질방 식당
미영과 재원이 마주앉아 식사중이다.
미영 (미안한)저기, 나가서 드실걸 그랬나봐요?
재원 아니, 아니예요. 반찬 맛있구 좋은데요 뭐.
미영 (물 따라서 밀어준다)......
재원 미영씨도 많이 드세요. 얼굴이 상했네요.
미영 (얼굴 만지며 민망한데)......
지나가던 한 아줌마(재즈댄스 교습 받던), 재원을 보고 눈이 휘둥그래진다.
미영과 재원이 다정하게 뭐라뭐라 얘기하며 밥먹는 광경을 보다가,
반바지 주머니에서 핸드폰 꺼내들더니 소근소근
아줌 (핸드폰)윤아엄마? 응, 난데... 윤아아빠가 찜질방에서 어떤 여자랑 같이 밥을 먹네. 아주 너무 다정해보여!
S# 48. 동 중앙홀 폭포수
찜질을 하느라 땀을 뻘뻘 흘린 아저씨, 폭포수에 들어가 발을 담그고 있는데
경수 (와서 만류하며)손님... 폭포수는 인테리어 용입니다. 샤워는 남자 사우나를 이용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저 (그제서야 폭포수에서 나온다)
경수 (돌아서는데)
재원처 (평상복차림. 독이 잔뜩 오른 얼굴로 씩씩거리며 홀을 가로질러 간다)
경수 (재원처를 의아해서 돌아보는데)......!
S# 49. 찜질방커피숍
재원과 미영, 커피잔 놓고 마주앉아 있는데
재원, 조심스럽게 양복 안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올려놓는다.
미영, 의아해서 보는데......?
재원 (조심스럽게)오해는 하지 마시구요... 민석이도 민석이지만, 미영씨 저랑 알고 지낸 세월만 해도 얼맙니까. 제가 옆에서 민석이 좀 더 챙겼
어야 했는데 그러지도 못하고... 저도 맘이 아파요.
미영 ......!(당황스러운데)
재원 저기, 정말 부담갖지 마시구요. 이거 얼마 안돼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찜질방에서 먹구 자구 계속 그러겠어요. 작은 월세방 한칸이라도 있어야죠.
미영 (당황스런)재원씨!(하는데)
재원 (얼른)그냥 드리는거 아니구요, 꿔드리는 거예요. 나중에 힘될때 천천
히 갚으세요. 그럼 돼요.
미영 (완강히)말도 안돼요! 저 이 돈 받을 이유 없구요, (자존심 상해서 눈물 나려는걸 간신히 참으면서 애써 웃으며 버벅버벅 둘러대는)저 정말 돈 있어요. 방 하나 얻을 돈은 있는데요, 그냥 여기가 너무 편해서요... 일끝나고 밤에 혼자 있으면 자꾸 잡생각만 날거 같구 그래서요...(버벅대며 둘러대는데)
재원처 (어느새 나타나 다짜고짜 미영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뒤흔든다)어디서
꼬리를 쳐!
미영 (머리채 휘어잡힌채 놀라 어쩔 줄 모르며)어머, 어머!
재원 (놀라 뜯어말리며)여보! 왜이래 대체! 이 사람이 왜 이래! 놔!(하지만)
처 (죽기살기로 미영 머리채를 뒤흔들며 악다구니 써댄다)어디서 할짓이 없어서 남의 남편을 넘봐, 넘보길!
재원 (기겁을 하고)여보, 오해야! 그런거 아니라구!(뜯어 말리는데)
처 (악다구니)아니긴 뭐가 아니야? 그런거 아닌데 방얻으라구 돈을 주니? 엉!
재원 아니라니깐 그래!(뜯어 말리는 와중에 실수로 처의 손톱이 볼을 스치고)아얏!
처 (그 바람에 놀라서 멈칫)......!
미영 (그 서슬에 복부를 테이블 모서리에 심하게 부딪치면서 나동그라지는데)
경수 (놀라 달려와 부축하며)괜찮아요?
미영 (산발이 된 머리로 웅크리고 앉아 배를 거머쥐는데)......!
재원 (놀라서)미영씨......
처 (씩씩대는데)......!
미영 (엉망이 된 얼굴로 천천히 일어나 재원처를 보며 슬프게)윤아엄마... 윤아엄마 나 알잖아요? 나, 그런 사람 아니예요. 오해 푸세요!
처 (씩씩대지만 약간은 누그러진)......!
미영 (서럽다!)나요, 애가 둘이나 있는 엄마예요, 남편 다른 여자한테 가는거 보고 피눈물 흘린 상처,(가슴에 손바닥 대며)아직 딱지도 안 생긴 채 그대로구요...... 근데, 남의 남편한테 그러겠어요, 제가?(서러운데)
처 (누그러진, 반외면하고)......!
재원 (챙피하고 속상하고)......!
미영, 산발이 된 얼굴로 울음을 애써 삼키며 돌아선다.
모여들어 웅성웅성 구경하던 손님들과 강여사, 물러서고...
일각에서 들어오던 찜질방 여사장도 눈이 매섭게 빛난다.
사장을 호위하던 주임, 난감한데......
재원, 몹시 화가 나서 처를 매섭게 노려보고 가버리고
처, 봉투를 챙겨들고 난감하고 아직도 좀 화난 얼굴로 따라간다.
주임 (손님들에게 큰소리로)별일 아닙니다, 네... (미영을 따라가려는 경수에게)여기 빨리 정리해!
사장 (몹시 못마땅한듯 가고)......!
주임 (난감한 표정으로 사장을 쫓아간다)......
경수 (할 수 없이 자리정돈을 하면서도 자꾸 미영쪽을 돌아보는데)......!
S# 50. 찜질방 창고
미영, 산발이 된 머리를 손가락 빗질하며 설움을 삭이는 중이다.
눈물 그렁그렁 금방이라도 통곡이 쏟아질 것 같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낸다.
미영 (마음이 소리)약속했잖아, 장미영! 절대로 안울거야!(하는데)
강 (들어와서)괜찮아?
미영 (그런 모습 들키기 싫어서 얼른 돌아서며, 잠긴 목소리로)네......
강 쯧쯧쯧...... 자기두 안그렇게 생겨갖구 팔짜 꽤나 센 모양이네...... (주머니에서 시원한 캔음료 꺼내 쥐어주며)이거 마시고, 좀 있다 나와. 주임한텐 내가 적당히 둘러대놀테니깐.
미영 (돌아보지도 못한채 작은 목소리로)고맙습니다.
강 원, 여자가 체구도 조그맣던데 암팡지기는... 머리를 다 뽑아놨네... (쯧쯧 혀를 차며 나간다)
S# 51. 동 창고 앞
강여사, 창고 문을 열고 나와서 총총 사라진다.
두리번거리면서 걱정스런 얼굴로 미영을 찾고 있던 경수,
빼꼼히 열린 문 틈으로 미영을 본다.
(경수의 시선)
뒤돌아 서서 설움을 삭이던 미영, 천천히 돌아서서 심호흡!
기운 쪽 빠진 얼굴로, 마른 수건들을 차곡차곡 정리하기 시작한다.
그 모습 보는 경수의 마음이 이상하게 찡해오는데......!
미영, 배가 아픈지 움켜쥐고 쭈그려 앉는다.
경수, 놀라 뛰어들어가고...
S# 52. 동 창고
미영, 배가 아파서 고통스러워 하는데
경수, 미영 팔을 잡으며
경수 괜찮아요? 어디가 안좋은데요?
미영 (하얗게 질려서 괜찮다는듯 손짓으로 밀어내며 일어선다)괜찮아요!
(배를 움켜쥐고 나가버린다)
경수 (난감한데)......!
S# 53. 산부인과 주사실
미영, 핼쓱한 표정으로 링거액 맞으면서 누워있다.
간호사, 와서 링거액 떨어지는 속도를 조절해주면서
간호 유산도 출산한거 만큼 몸에 무리가는 거, 아시죠?
미영 (핼쓱한)......!
간호 집에 가서도 몸 따뜻하게 하시구요, 조리 잘 하세요.(나간다)
미영 (다른 손등을 눈위에 올려놓는데, 눈물 방울 또르르)......!
S# 54. 민석회사
재원, 얼굴에 반창고를 붙인채 챙피한듯 손으로 가리고 들어온다.
서류 들여다보고 있다가 놀라서 그런 재원을 보는
민석 얼굴이 왜그래?
재원 (씩씩대며 자리에 탁 앉아서 툴툴툴툴)이놈의 마누라쟁이, 으휴!
민석 (놀라)윤아엄마가 그랬단말야?(하는데)
재원 이건 여자가 갈수록...... 으휴 말을 말자, 말을 말어!(분한데)
민석 무슨 일인데?
재원 (화난)알려고 하지마, 다쳐!(하는데)
E 노크소리
재원처 (푹 기가 죽어서 들어온다)
민석 (놀라)아이구, 어서오세요.
처 (꾸벅, 면목 없는듯 인사하고 재원 옆으로 가서 눈치보며)여보......
재원 (획 돌아앉는다)......!
처 저기, 미안해......
재원 (버럭)집에 가서 얘기해. 여기 내 직장이야!(하는데)
처 (억울한)당신두 잘한건 없잖아. 왜 미영씰 만나, 그러니까 내가 오핼 하지!(하는데)
민석 (깜짝 놀라서 재원을 본다)......!
재원 츳!(처에게 눈짓을 하고)
처 (그제서야 찔끔하는데).....!
민석 (놀라서 재원에게)꽃비엄말, 만났어? 어디서?
S# 55. 찜질방 카운터
핼쓱한 표정의 미영, 급히 들어서는데
몹시 못마땅한듯 보는 주임......!
경수, 찜질 마치고 나가는 손님들에게 계산해주며 걱정스러운듯 미영을 보고...
미영 죄송합니다. 외출한거 제 일당에서 까세요.
주임 아줌마! 이런 식으로 일하면 곤란해요!
미영 죄송합니다. 다신 이런 일 없을거예요.
주임 (몹시 못마땅한)아까두 그래! 손님들이 우리 찜질방을 어떻게 생각하겠어? 당장 그만두게 해야 맞는데, 남경수씨가 하두 간곡하게 얘길 해서 넘어가는 줄이나 알아요.
미영 죄송합니다.(경수를 본다)
경수 (딴청 피우는데)......!
주임 빨리 가서 얼음방 청소나 해요. 애들이 음료수 쏟아놨대요.
미영 네.(얼른 들어간다)
S# 56. 얼음방
반팔 반바지 입은 미영, 창백하게 파들파들 떨린다.
음료수 쏟아진 자리 눈을 파내면서 정리하는데
오한이 나고 오들오들 떨리는데......
경수, 부삽들고 들어와서 말없이 눈을 치워준다.
미영 (눈 안 마주치면서 덜덜 떠는)고마워요, 여러가지로......
경수 몸은 괜찮은거예요? 어디가 아픈데요?
미영 그냥, ... 몸살이요.
경수 (부삽들고 씩씩하게 눈 치우면서)여긴 내가 할테니까 어디 따뜻한데
짱박혀서 좀 쉬어요.
미영 ......!
경수 얼른요!
미영 고마워요... (나간다)
S# 57. 얼음방 앞
오한이 들어 덜덜 떨리는 미영, 나오자마자
강여사 (쪼르르 와서)빨리 화장실 청소해! 사장 지금 저기압이야. 아까전에 자기 난리치는거 다 보고 벼르는 모양이니까 깨끗하게 해. 알았지?
미영 네.(창백한 얼굴로 부지런히 남자화장실 쪽으로 간다)
S# 58. 찜질방 남자화장실
변기 닦으며 청소하는 중인데
속이 메슥메슥하다.
참고 억지로 하려니까 얼굴까지 하얗게 질리지만
휴지통 비우고 소변기도 닦고..... 구역질이 치받쳐 올라오는데
양복차림의 발이 쭈그리고 청소하는 미영의 앞에 와서 선다.
미영, 올려다보며
참담한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는
민석 ......!
미영 (고무장갑 낀채 올려다보는데 자존심도 상하고, 서럽고)......!
민석 (무슨 말을 하려다가 억장이 무너지는지 말도 못하고)......!
미영 (자존심 지키려 냉정한 표정으로 천천히 일어서는데)......!
S# 59. 찜질방 한적한 곳
민석과 미영이 다투고 있다.
미영, 행여 누가 또 볼새라 조마조마한데......
민석 (억장이 무너지는... 감정 누르려 애를 쓰며)돈은 왜 놓구 간거야?
미영 ......!
민석 왜 놓구 갔냐구!
미영 (차갑게)그돈을 내가 왜 받아!
민석 왜 못 받아?
미영 애들 다 뺐기구 돈봉투 받아 나오는 기분, 생각해봤어?
민석 ......!
미영 알리가 없지...... 내 맘이 어땠을지 생각했다면 애초에 그런 일 저 지르지도 않았을테니까!
민석 이제 와서 그런 말 하면 뭐해!
미영 (분노)......!
민석 자존심 세울 때 세워! 못이기는 척 받아서 방이라도 하나 얻어 살라구!
미영 (차갑게)나를 위해서야, 아님 당신 위해서야?
민석 (말문이 막히는데)......!
미영 (그런 민석을 조소로 본다)......!
민석 얼굴이 왜 그렇게 창백해? 어디 아퍼?(하는데)
미영 (조소로...)유산했어!
민석 (못 알아듣고)뭐?
미영 유산했다구, 오늘!
민석 (어이가 없다)허......!
미영 (이를 악물고)......!
민석 (기가 막힌듯)당신... 점점 사람이 왜 이렇게 변하니? 유산? 나 수술받은거 잊었어?
미영 (차갑게)알아, 근데, 임신했구 유산됐어!
민석 (답답하고 안타까운)정신 좀 차려! 이런다구 옛날로 돌아갈 수 없어!
이젠 거짓말까지!(속이 상한데)
미영 (부들부들)거짓말 아냐!
민석 이러지 말자! 내가 너한테 몹쓸 짓 한거 알구, 너한테만큼은 세상에서 제일 나쁜 놈인것두 아는데, 암만 그래두 이젠 당신한테 못돌아가!
미영 (부들부들 치를 떨며 버럭)온대두 안 받아줘!
민석 근데 왜 쓸데없는 소릴 하구 그래! 찜질방에서 지지리 궁상 떨면서 시위하는거야 지금? 사람이 점점!(하는데)
미영 (분노로 부르르)말 다했니?(하는데)
민석 (끓는 감정 내리면서, 휴우 한숨...... 돈봉투 꺼내려는데)
미영 (자근자근 씹듯이)안받는댔지?
민석 (그래도 봉투 꺼내 미영손에 억지로 쥐어주며)고집피지 말구 받어 글쎄! 돈 모으는 대로 좀 더 만들어 줄테니까 제발 헛소리좀 하지 말구!(하는데)
미영 (분노의 눈물 글썽글썽한 눈으로 돈봉투를 얼굴에 확 집어던진다)......!
민석 (열이 올라, 버럭)장미영!!!(하는데)
미영 (부들부들)당신이랑 이혼하구 여기까지 흘러올때도 나, 당신 완전히 못버렸었거든! 근데, 이젠 되겠다! 이민석, 너랑은 완전히 끝이야!
민석 (난감한데)......!
미영 (이를 악물고 가다 돌아서서)병원가서 확인해봐, 거짓말인지 아닌지!(가버린다)
민석 (그 뒷모습에 난감하고 속상해서 미치겠는데)......!
S# 60. 동 계단
미영, 분노와 설움으로 부들부들 떨면서 계단을 내려오는데
여사장이 그런 미영을 차갑게 보고 있다.
미영, 놀라서 멈칫하는데......!
여사장, 못마땅한 표정으로 미영을 아래위로 보더니 가버리고!
미영, 당황스러운데......!
S# 61. 홈쇼핑 스튜디오
방송 준비를 하느라 부산한 스튜디오.
연정, 대본을 검토하면서 핸드폰을 거는데
E 전화를 받지 않아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
연정, 갸우뚱하면서 버튼 눌러 메시지 녹음을 한다.
연정 (핸드폰, 정이 뚝뚝 떨어지게)어딘데 전활 안받아요? 저녁 먹었어요? 나중에 방송 끝나고 통화해요.(끊는다)
S# 62. BAR
민석, 스탠드에서 양주 마시고 있는데
착찹한 얼굴로 와서 앉는
재원 (민석을 본다)......!
민석 (술 따라주며)한잔해.
재원 (마신다, 술맛이 쓴데)......!
민석 (술 마신다)......!
재원 (알만하다는 듯)미영씨, 뭐래?
민석 사람이 변했더라구......
재원 (착찹한)왜 아니겠냐, 너같으면 안그러겠어?
민석 (괴로운)나... 아마, 벌받을거야!
재원 (한숨)어쩌겠냐, 사랑이 죄지!
민석 (괴로운)전부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인데... 연정이, 꽃비단비, 우리 엄마, 그리구...... 그리구...... (아픈)우리... 꽃비 엄마......!
재원 (술 따라주며)마셔, 마시구 죽자구 오늘...(자기도 쭉 마신다)
민석 (마시고)......
S# 63. 찜질방 카운터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미영, 가방 옆에 내려놓고 풀 팍 죽은 표정이다.
경수, 강여사, 안타깝게 보고 있는데
봉투를 건내주며
주임 이거, 오늘까지 일한 일당.
경수 (옆에서 안타까워서)아니, 사람을 이렇게 자르는게 어딨어요? 무슨 죽을 죄를 진 것도 아닌데!
주임 우리 사장, 한번 아닌 건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아니거든. 아까 낮부터 영 못마땅해 하다가, 좀 수그러드는가 싶더니, 갑자기 또 저러네!
미영 (차분히)아니예요. 여러가지로 죄송했습니다. 다 제 잘못이예요.
경수 (안타까운)아줌마가 뭘 잘못했다 그래요? 아까 일도 그 이상한 아줌마가 오해한 걸로 판명 됐잖아요!
주임 몰라! 나두 골치아파. 아으 참... (미영에게)아무래도 여기랑은 인연이 없는 모양이다 생각하고 너무 서운해 마세요.
미영 그동안 고마웠습니다.(꾸벅 인사... 가방 들고 나가려는데)
강 (쫓아가서)저기, 어디 갈데는 있어?
미영 (슬프게 웃는)......
강 (쪽지를 쥐어주며)온천호텔 하우스키퍼 일이 있는데, 시간제야. 원래는 내가 갈려던 덴데, 난 애들 학교때문에 거기까진 가기가 그래서... 여기 가서 면접한번 봐봐!
미영 (꾸벅)고맙습니다.(나간다)
강 (그 뒷모습 안쓰럽게 보는데)......!
경수 (성질 난다)암만 계약직 알바래두 그렇지... 이건 파리목숨도 아니고, 오 밤중에 사람을 내쫓는 데가 어딨어요? 이건 근로기준법 제32조, 해고기간을 예고하지 않은 해고에 해당된다구요!
주임 (어이가 없는데)......!
경수 (속상해서)아이씨... 나두 관둘래요!
주임 남경수씨가 왜 관둬!
경수 제거 일당이나 계산해 노세요.(옷 갈아입으러 올라가 버리고)
S# 64. 찜질방 앞(밤)
가방 들고 나온 미영, 한숨을 내쉰다.
오한이 드는지 옷깃을 여미면서, 심호흡......
가방을 한번 치켜들고 뚜벅뚜벅 걸어간다.
S# 65. BAR앞(밤)
취한 민석을 재원이 부축해서 나오는데
연정차, 멈춰서고 연정 급하게 내린다.
연정 (민석을 부축하며 다정하게)술 많이 했어요?
민석 (아프게 웃으며)조금......
연정 (웃으며)가요!
재원 (연정을 도와 민석을 연정차 조수석에 태운다)
연정 (재원에게 싹싹하게)타세요. 가다 내려드릴게요.
재원 아니요, 됐어요. 택시 타면 금방인걸요.
연정 (사려깊은)저이, 요새 많이 힘들어하죠?
재원 (쓴웃음)......!
연정 그래도 송상무님 계셔서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요. 앞으로도 저이 많이 좀 도와주세요. 대리운전 언제라도 나올테니까 걱정 마시구요.
재원 (머쓱)아니 뭐 저.......(하는데)
연정 언제 집으로 한번 초대할게요.
재원 아, 네......
연정 (인사하고 차에 올라 출발한다)
재원 (그 뒷모습 보면서)여자는 만점짜리 여잔데......!
S# 66. 시외버스 안(밤. 시외버스 정류장에 정차해있는 버스)
미영, 가방 옆에 놓고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데......
헐레벌떡 달려온 경수, 여기저기 버스들을 기웃대다 미영 발견한다.
경수, 급히 버스에 오르는 순간
버스 출발한다.
미영, 깊은 생각에 잠겨서 경수를 보지 못했다.
경수, 일각 떨어진 뒷자리에 앉아서 숨 헐떡이며 미영을 보는데......
미영, 창 밖 내다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있다.
S# 67. 서해안 고속도로(밤)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려가는 시외버스.
S# 68. 시외버스 정류장(안면도, 아침)
버스 멈춰서고, 사람들 내린다.
S# 69. 동 버스 안
미영, 가방을 챙겨들고 일어서다가
뒷쪽 좌석에서 입을 헤 벌리고 잠이 든 경수를 보고 깜짝 놀란다.
미영, 그러나 그냥 두고 내린다.
뒤돌아 경수를 보는
기사 다왔는데요 손님!
경수 (드르렁 쿨쿨)
기사 (큰소리로)다왔어요, 종점이예요.
경수 (부시시 눈비비고 기지개 켜다가 퍼뜩 둘러보면 아무도 없다, 놀라서)어라? 이 아줌마 어디갔어?(뛰어내린다)
S# 70. 길
경수, 이리저리 둘러보며 미영을 찾고 있는데
저만치 앞서서 걸어가는 미영 보인다.
살금살금 뒤따라 가는데
미영 (휙 돌아보면서)스토커예요? 왜 자꾸 사람 뒤를 따라다녀요?
경수 (머쓱해서)......!
미영 내가 바다에라도 뛰어들까봐 그래요?
경수 아니 뭐 그런건 아니구...... (사실은 그래서다)
미영 (차분히)걱정 말아요, 나 절대 안죽어요. 그러니까 자기 갈길 가요.(걸어가버린다)
경수 (멈칫)......!
S# 71. 오션캐슬앞
가방을 든 미영, 호텔건물을 올려다본후
옷차림 바로잡고 심호흡 한번 크게 한 후 들어간다.
저만치서 간격두고 슬슬 따라오던 경수,
그런 미영을 보고있고......
S# 72. 동 로비
미영, 쭈뼛쭈뼛 들어서는데
청소부 아줌마가 청소를 하고 있다.
미영 저... 면접 보러 왔는데요......
청소 무슨 면접이요?
미영 하우스키퍼.....(하는데)
청소 저기 저 안쪽으로 들어가봐요.
미영 (꾸벅, 안쪽으로 들어간다)
S# 73. 동 사무실
하우스키퍼 아줌마들의 조회가 끝나가는 참이다.
하우스키퍼들에게 룸메이드 일지를 나누어주는 김과장
김 6층에 단체 손님 들었으니까 각별히 신경쓰고, 김명순씨는 내일 상휴 나가세요.
명순 네.
김 자, 그럼 다 같이 구호 한번 외칩시다. 나의 친절은 호텔의 얼굴!
일동 (따라 한다)나의 친절은 호텔의 얼굴!
김 우리집 안방처럼 객실을 관리한다!
일동 우리집 안방처럼 객실을 관리한다!(하는데)
미영 (쭈뼛쭈뼛 들어간다)......
김 (미영을 보는데)어떻게 오셨어요?
미영 저... 하우스키퍼 면접보러 왔는데요...
김 (미영을 아래위로 훑어보면서)경험 있어요?
미영 찜질방에서 일해봤어요......
김 다른 경력은?
미영 없지만, (간절하게)저 정말 잘할 수 있거든요! 청소 하난 깨끗하게 정말 잘해요!
김 (난처하다는듯)경력자를 보내 달랬는데... 뭔가 오해가 있었던 모양이네요......(하는데)
미영 (얼른)저기요, 일단 시켜보세요. 일하는거 보시구요, 안되겠다 싶으면 그때 결정하셔도 되잖아요!
김 ......!(생각하는 표정인데)
명순 (퍼뜩)9층 그 방이요, 거기 한번 시켜보세요.
미영 (얼른)맡겨만 주세요! 열심히 해볼게요!
김 으음......!
S# 74. 9층 복도
명순, 메이드카트를 밀고
하우스키퍼 복장으로 갈아입은 미영을 데리고 오고 있다.
명순 제일 골때리는 손님이예요. 청소 못한지가 두달은 됐을걸... 담배연기에다 쓰레기에다 완전 돼지우리가 따로 없다니깐! 장기투숙하는 손님인데 우리가 아주 두손두발 다 들었어!
미영 (굳은 결의를 다지는)......!
명순 원래는 교육받고 순서대로 치워야 되는데 일단은 거기 들어가서 쓰레기통 비우고 욕실 청소라도 해요. 그것만 해도 대단한 거니까.
미영 네!
명순 (세제통 들어보이며)이거랑 이거, 욕조 닦는 세제구, 다 닦구 난다음엔 이 타올로 물기 말끔하게 닦아내면 돼요. 비품 떨어진거 채워놓고!
미영 (좀 걱정에)저기, 많이 이상한 사람이예요?
명순 지난번엔 벨 눌렀다가 얼마나 봉변을 당했나 몰라! 뭐 리듬을 깼대나 어쨌대나...... 우리 직원들 치고 그 손님한테 한번씩 안 당한 사람없어.
미영 (덜컥 겁이 나는데)......!
명순 나 갈테니까, 알아서 해봐요. 906호야.(카트 넘겨주고 가버린다)
미영 (울상이 돼서 카트를 밀고 가는데, 의외로 객실문이 약간 열려있다.
흠흠... 인기척을 내보지만 응답이 없다. 조심스럽게 객실 안을 살짝 들여다 보는데)......!
S# 75. 동 객실안(미영의 시선)
담배연기 자욱하고 발디딜 틈 없이 책이며 잡지, 폐지, 빈 페트병, 빈 담배갑들로 어질어진 돼지우리보다 더 더러운 객실,
태우, 입구 쪽에 등을 돌리고 앉아서 노트북 자판을 열나게 두드리는 중이다.
중얼중얼 미친 사람처럼 대사 읊조리다가, 자판 열나게 두드려대고...
완전히 몰두해있는데......!
S# 76. 동 복도
미영 (잔뜩 주눅들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저기요...... 청소하러 왔는데요...
(조금 기다리다 응답이 없자 대형 쓰레기봉투와 욕실청소도구 들고 조심스럽게 문 열고 들어가는데)......
S# 77. 동 객실
태우, 지금 막 속도가 붙는 순간인지 완전히 삼매경에 빠져서 열나게
자판 두드리느라 누가 왔는지 알지도 못한다.
미영, 엉거주춤 서 있다가...... 흠흠 헛기침도 해보지만 소용없다.
조심스럽게 휴지통을 살금살금 비우고
소리 안내려 조심조심 어지럽게 널려진 빈 생수병들도 주워치우고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진 젖은 홍차티백 여러 개를 주워 모으다가
문득 태우의 옆모습을 본 미영, 어디서 본 듯한 느낌에 갸우뚱......!
그러다 퍼뜩, 몹시 당혹스러워하는데!
S# 78. 회사사무실(미영의 회상)
회사유니폼을 입은 스물네살의 미영, 복사한 서류를 한아름 안고 들어오는데 사무실 여기저기 홍차 티백이 널려있다.
책상위, 창틀, 전화기 옆, 화분 위에도......
미영, 짜증이 치받치는 얼굴로 티백들을 줏어 치우는데
스물여덟살 태우, 종이컵에 담긴 홍차를 홀짝 마시면서 서류 들여다
보며 들어선다.
미영이 씩씩대며 보고있건만, 전혀 아랑곳않고 다 마신 티백을 사무실 일각에 아무렇게나 던져버리는데
미영 (더는 못참고 카랑카랑)이봐요, 석태우씨!
태우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저말입니까?
미영 여기 석태우씨 말구 딴 사람 있어요?(노려보는데)
태우 (느물느물)왜요? 내 얼굴에 뭐 묻었어요?(하는데)
미영 (따다다다)어지는 손 따로있구, 치우는 손 따로있구...... (티백 들이밀며)쓰레기통은 뭐 폼으로 갖다논 줄 알아욧! 내가 석태우씨 마누라예요, 뭐예욧?(하는데)
태우 (느물느물)지금 그거, 나한테 프러포즈 한겁니까?(하면)
미영 (기막혀 펄펄 뛰며)뭐뭐, 뭐라구욧!
S# 79. 동 객실(현실)
미영, 태우의 옆모습 보면서 입이 딱 벌어진다!
순간 퍼뜩 드는 자괴감에 미영, 얼른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욕실로 쏙 들어간다.
S# 80. 동 욕실
놀란 가슴에 손을 올리고 진정하려는 미영...... 당황스럽다 .
망설이다가 고개 살짝 내밀고 보면
(미영의 시선)
태우, 아무런 눈치 못채고 열심히 작업하는 중이다.
심호흡하면서 미영......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한다...... 어떡하나......
그러다 결심한 듯 욕실 문을 조심스럽게 닫고는
가져온 세제로 욕조를 닦기 시작한다, 비누거품 내면서 열심히 닦고는 행궈낼려고 샤워기 트는데 소리가 너무 크다!
깜짝 놀라 껐다가... 조심스럽게 다시 켜고......
아주 조심조심하면서 욕조를 닦고있는데
태우E (우렁찬 목소리)딱다구리 장미영씨!
놀란 미영, 샤워기 든 채로 화들짝 돌아보는 바람에
욕실 문 열고 들여다보던 태우, 고스란히 물벼락을 뒤집어쓰면서
태우 어어어!(물벼락 쓰고)
미영 엄마야!(하면서도 여전히 샤워기 발사하고 있는 형국인데)
그렇게 놀라서 우왕좌왕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 STO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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