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웠던 우리에게 10
(진환) ♪ 보채지 않고 나를 기다려준 너 ♪
♪ 편안하게 스며들어 와 ♪
[흥얼거린다] ♪ Oh ♪
♪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사랑스러워 ♪
♪ Oh 네가 나의 여자라는 게 자랑스러워 ♪
[고양이 울음 효과음]
[애교 섞인 말투로] 진환아
[익살스러운 효과음]
뭐야, 신솔이 [흥미로운 음악]
무섭게 왜 그래?
내 MP3 배터리가 없어서 그러는데…
(진환) 아, 안 돼, 절대 안 돼
얜 나랑 한 몸이야
아, 그리고 내가 책도 빌려줬잖아
뭐, 다 뺏어 가려고 그러냐?
[맹수 울음 효과음]
헌이야, 있잖아…
(희지) 차헌
이거 내가 주말에 만들었거든
받아
동생 주려고 만들다가
너도 주고 싶어서 가져왔어
맛있게 먹어
(솔이) 줘, 줘
(대성) 얘들아, 안녕
[솔이의 못마땅한 숨소리]
브라더, 왜 그래?
아, 아니, 나 MP3 배터리가 다 돼서
아 [살짝 웃는다]
자, 여기 있어
어? 너 안 들어도 돼?
응
오, 완전 고마워
[옅은 한숨]
(숙희) 자, 복합 관계 대명사는
관계 대명사에 'ever'가 붙어 있는 형식이라고 했던 거
기억나지?
(학생들) 네
(솔이) '이제 한 가지는 안다' [숙희가 계속 말한다]
'그래도 산다는 것'
'죽을 것 같지만, 죽을 것 같다' [흥미로운 음악]
[훌쩍인다] '이건 사는 게 아니야라고 되뇌는 것도'
'삶이라는 것을' [놀라는 숨소리]
어떡해, 너무 슬프다
(하영) [속삭이며] 야, 야, 신솔이
어, 잠깐만, 나 몇 장 안 남았어
[속삭이며] 브라더
아, 왜?
[다가오는 발걸음]
- (숙희) 신솔이 - 네
네? [익살스러운 효과음]
(숙희) 하루라도 딴짓을 안 하면 아주 심심해 죽겠지?
죄송합니다
그것도 내놔
네?
또 뭘…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숙희의 한숨]
[숙희의 한숨]
(숙희) 둘 다 일주일 동안 압수야
어, 어, 샘!
아, 책은 괜찮은데
(솔이) MP3는 돌려주시면 안 될까요?
안 돼
(진환) 신솔이
뭐?
'책은 괜찮은데 MP3는 돌려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아니, 진환이 네 책 연체료는 내가 낼 수 있는데
MP3는 일주일이나 없으면 안 되잖아
(솔이) 어쨌든 둘 다 너무 미안해
(대성) 괜찮아, 나 어차피 수영장에 하나 더 있어
[대성이 젓가락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나 오늘 핫 팩 완전 많이 갖고 왔는데
필요한 사람?
(진환) 나 줘, 나, 나, 나 2개, 2개
우리 하영이 감기 조심해야지
요즘 독감이 완전 유행이래
나 괜찮아
내가 안 괜찮거든?
(진환) 그거 걸리면 완전 큰일 난대
심하면 병원에 입원할 수도 있다던데?
[진환이 코를 훌쩍인다]
[울먹이며] 그럼 내가 우리 하영이 얼굴 못 보잖아, 응?
(하영) 아유, 진짜 귀찮아 죽겠네
고마워
(진환) 응 [진환의 웃음]
이게 더 따뜻해
생큐
[젓가락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응? 헌이 벌써 다 먹었나 봐
(솔이) 헌아, 같이 가, 너 핫 팩 필요 없어?
[살짝 웃는다]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교사) 자, 이 작품은
a, a, b, a로 정말 안정적인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수진이 콜록거린다]
[수진이 코를 훌쩍인다] 수진아, 괜찮니?
[수진이 계속 콜록거린다]
희지도 안 좋은 것 같은데?
(세형) 샘, 쟤 1교시부터 계속 저랬어요
[흥미로운 음악] (교사) 진작 얘기했어야지
선생님하고 양호실 가자
어? 일어나, 일어나
너희들은 미안한데 자습 좀 하고 있어, 알았지?
[학생들이 저마다 대답한다] 일어나, 어서 일어나, 일어나
진작 가지 [수진이 콜록거린다]
[문이 드르륵 열린다]
[문이 드르륵 닫힌다] (세형) 야, 쟤네 독감 아니야?
내가 어제 뉴스에서 봤는데
요번 독감은 걸리면 그냥 끝장난다던데?
한 명 걸리는 순간 다른 사람한테 전염되는 것도 완전 빠르고
열 명 중의 한 명은 걸리면 그냥 끽이래
[학생들의 놀라는 신음] 야, 그럼 우리 반에 몇 명 끽인 거냐?
세 명이나 끽인 거야?
벌써 두 명 나왔고 나머지 한 명 누구야?
(학생1) 야, 뻥치지 마, 왕세형
독감 걸린다고 누가 죽기라도 한대?
(학생2) 아니야, 심각하긴 하대
야, 너 뉴스도 안 보냐?
다른 나라에선 벌써 몇 명 죽었대
죽…
[솔이가 코를 훌쩍인다]
(솔이) 에취! [흥미로운 음악]
(세형) 어? 신솔이
야, 다음 신솔이야, 신솔이
다음 신솔이야 [세형이 책상을 드르륵 끈다]
[학생들이 술렁인다]
(헌) 이미 개발된 치료제도 많아
치료 시기만 안 놓치면 절대 안 죽어
(학생2) 아닌데, 우리 엄마가 죽는다 그랬는데 [익살스러운 음악]
(대성) 브라더, 괜찮아? [솔이가 코를 훌쩍인다]
어디 아픈 거 아니지?
아니야, 나 괜찮아
(솔이) 그럼 치료 시기를 절대 놓치면 안 되겠다
[코를 훌쩍인다]
(솔이) 에취!
[학생들이 수군거린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솔이의 떨리는 숨소리]
(진환) 어떡해, 솔이 봐
진짜 아파 보이는데?
(하영) 그러게, 안색이 너무 안 좋아 [솔이가 훌쩍인다]
(솔이) 하영아, 나 죽는 거야?
아니지?
(하영) 솔아, 괜찮아, 아무 일도 없을 거야
(대성) 브라더, 일단 양호실부터 가 보는 게 좋겠다
같이 가 줄까?
아니야, 괜찮아
나 혼자 다녀올게
[흥미로운 음악] [솔이가 훌쩍인다]
[훌쩍인다]
[문이 드르륵 여닫힌다]
[한숨]
[체온계 조작음]
[보건 교사가 사각사각 적는다]
(솔이) 선생님, 수진이는요?
수진이는 상태가 더 안 좋아져서 바로 병원으로 갔어
(보건 교사) 솔이는 미열이 조금 있긴 한데
뭐, 또 다른 증상은 없었고?
(솔이) 네, 저 아까 진짜 재채기한 거였어요
완전 멀쩡해요, 선생님
그러니까 저 독감은 절대 아니겠죠?
일단 약 먹고 조금 쉬어 보자
[한숨]
(보건 교사) 어, 근데
눈 밑이 왜 이렇게 퀭하지?
[놀란 신음]
이상하네
[살짝 웃는다]
일단 저기 가서 쉬어
아, 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전화벨이 울린다]
(학생 주임) 아이고, 어머니, 예, 예
아, 예, 별일 아닙니다
[문이 드르륵 열린다] 예, 예
걱정 마세요 [문이 드르륵 닫힌다]
예
(보건 교사) 이수진 학생 연락 왔는데요
유행성 독감 맞는답니다
전염성이 꽤 높다고 하니까
일단 모두 귀가 조치 시키는 게 어떨까요?
(학생 주임) 그, 고민할 게 뭐 있어요
당장 다들 학생들 귀가시키세요
그리고 그 양호실에 있는 그 두 명은
다른 학생들 귀가 때까지 그냥 양호실에 격리시킵시다
지금 교장 선생님께는 제가 당장 보고할게요
(교사) 네, 알겠습니다
(학생 주임) 자, 움직이세요
와, 이수진이 도움이 될 때가 다 있네
(세형) 아니지, 이수진이 아니라 독감 덕분이지
독감 생큐! [학생2의 웃음]
(학생3) 야, 피방 가자, 피방
- (학생2) 어, 가자, 피시방 가자 - (세형) 레츠 고!
(학생2) 고, 고, 고!
(진환) 신솔이한테 갈 거지?
(하영) 차헌, 넌 솔이한테 안 갈 거야?
아, 가려면 가고 말려면 말고
우리끼리 가자, 빨리 와
야, 차헌, 네가 안 가면 뭐 하냐
우리가 트럭째 가 봤자 너 하나만 못하다고
어휴, 답답해
[옅은 한숨]
[흥미로운 음악]
[반가운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브라더
[작은 목소리로] - (진환) 솔솔 - (하영) 솔이야
[놀란 신음] 얘들아
(솔이) 여기 어떻게 왔어?
(대성) 걱정돼서 왔지
좀 괜찮아, 브라더?
어디 아픈 데는 없고?
선생님이 뭐래?
나 괜찮아
정말 아픈 데도 없고
[대성의 안도하는 한숨]
(솔이) 근데 헌이는?
허, 헌이라, 헌이
(하영) 헌이는 선생님이 시키신 게 있어서
못, 못 왔어
[하영의 어색한 웃음] (솔이) 아…
그렇구나 [대성의 헛기침]
(대성) 브라더
너도 곧 집에 갈 수 있을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솔이) 응, 고마워
아, 너희들도 얼른 집에 가
- (하영) 내일 봐 - (솔이) 응
- (대성) 갈게 - (솔이) 고마워
가
[문이 탁 닫힌다]
[한숨]
[학생 주임의 피곤한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무슨 일이니?
(헌) 아
이것 좀 전해 주세요
어, 근데 이거 누구한테…
[한숨]
(보건 교사) 이거 차헌이가 전해 달라고 하던데
누구 거니?
(솔이) 어? 그거 차헌 건데
저 주세요
(희지) 제가 빌려 달라고 했어요
(보건 교사) [웃으며] 어, 그래
[문이 달칵 여닫힌다]
[잔잔한 음악]
[다급한 숨소리]
"방송 중"
아, 아
[헛기침]
(솔이) 어?
[흥미로운 음악] 이거 헌이 목소리인데
아, 환청이 들리네
나 설마 진짜 아픈가?
(학생 주임) 너희들, 딴전들 하지 말고 빨리빨리 집으로 가, 어?
옆으로 새면 어떻게 된다?
혼난다, 알겠어?
[학생들이 저마다 대답한다] 그래
(하영) 어, 선생님
솔이는 언제 나올 수 있어요?
아직 지켜보고 있는 중이니까
하영이는 먼저 들어가
솔이가 걱정돼서요
(보건 교사) 음
우주에서 어떤 탐사기가 고장 났을 때
나머지 동료 탐사기들은 어떻게 해야 되는 줄 아니?
일단 대기해야 돼
그러니까 오늘은 먼저 들어가
[하영의 웃음] [익살스러운 음악]
(하영) 선생님도 우주 좋아하시는구나
(진환) 씁, 하영아
내가 봤을 땐
선생님도 독감에 걸린 게 아닐까?
우주, 탐사기? 갑자기?
이게 다 뭔 소리지?
넌 몰라도 돼
(스피커 속 헌) '사랑은 그 사람을 위해서 기꺼이 견디는 것이고'
'때로는 자신을 바꿔 낼 수 있는 용기라는 것을'
(학생 주임) 뭐야, 이거
(스피커 속 헌) '나는 윤수를 통해서 깨달았던 거였다'
- (학생1) 응? 이게 뭐야? - (학생4) 무슨 소리야?
(학생 주임) 이런, 요놈, 요, 요, 요
어, 그래, 그래
(스피커 속 헌) '팔십에 가까운 생애 동안'
'우리들이 몰랐다라는 말로 간단히 외면해 버린' [부드러운 음악]
'어두운 뒷골목과 버려진 숲'
'공포의 골짜기와 진리의 사막'
(헌) '그리고 도도하고 가혹했던 강들을'
'그리고 생각했을 것이다'
(스피커 속 헌) '결국 다른 이름을 가진 작은 개울물로 시작하지만'
[스피커 속 헌이 계속 말한다] (진환) 지금 이거
나만 차헌 목소리라 생각하는 거 아니지?
아휴, 신솔이
없던 병도 깨끗이 낫겠네
[진환의 놀라는 신음]
'나는 나직한 소리로 말했다'
'이제는 편히 쉬세요'
'사랑합니다, 나의 어머니'
그리고
그가 말했다
(스피커 속 헌) 걱정하지 마
[놀란 신음]
[기분 좋은 신음]
나 더 아팠으면 좋겠다
[기분 좋은 신음]
[들뜬 신음]
[픽 웃는다]
(솔이)
[잔잔한 음악]
[책을 탁 내려놓는다]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문고리가 달그락거린다]
(학생 주임) [문을 쾅쾅 두드리며] 어떤 놈이 이런 대형 사고를 쳐!
당장 안 나와?
문 열어, 빨리
어느 놈이야, 이거?
[문을 쾅 두드리며] 이거 안 열어? 하나, 둘
이거 어느 놈이 문까지 걸어 잠그고, 쯧
[학생 주임의 당황한 신음]
네가 왜 여기 있냐?
진짜 너 혼자 있는 거 맞아?
딴 놈 있는 거 아니야?
어, 나와 봐, 어?
퉤, 야
(보건 교사) 희지도 많이 괜찮아졌고
솔이도 전혀 열이 없으니까
이제 집에 가도 돼
(솔이) 네
(희지) 수진이는 괜찮아요?
응, 약 먹고 며칠 쉬면 금방 괜찮아질 거야
네, 감사합니다
[옅은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솔이)
[메시지 전송음]
[휴대전화 진동음]
[놀란 신음] (헌)
[밝은 음악]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 진동음]
- 왜? - (솔이) 헌아
너 라디오 진행해도 될 것 같아
어, 아니, 아니
가수 해도 될 것 같아
[픽 웃는다]
(솔이) 그냥도 좋지만
스피커로 듣는 목소리도 완전 좋은 거 있지
(솔이) 아, 내가 오늘부터 읽는 책은
'늑대 같은 그놈은 멋있었다'야
여기 남자 주인공이 완전 멋있는데
나 이것도 읽어 줄 수 있어?
생각해 볼게
어, 진짜?
(솔이) 너 싫다고 안 했다?
진짜 생각해 본다고 했다?
응
[솔이의 기쁜 탄성] 고마워, 헌아
[웃음]
"다음에 계속"
[버튼 조작음]
[헛기침]
신솔이
너에게 유행성 독감에 대해서 알려 줄 게 있어
독감은 말 그대로 증세가 일반적인 감기보다 훨씬 심한
어, 그러니까
[밝은 음악] 일종의 독한 감기라고 할 수 있지
독감의 증상 역시 감기와 마찬가지고
대개는 수일 동안 앓다 보면 저절로 좋아져
특히 젊고 튼튼한 사람에게서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아
[뿡 소리가 들린다]
(세형) 미안
내가 오늘 모닝 똥을 못 싸고 왔어
[세형의 웃음]
[세형의 힘주는 신음]
다시 녹음해야겠다
[뿌지직 소리가 들린다]
[세형의 힘주는 신음]
아이고, 다시 한번 미안
[뿌지직거린다] [힘주는 신음]
[한숨]
[밝은 음악]
(하영) 그걸로 되겠어?
네 라이벌은 벌써 어마어마한데?
(세형) 너같이 드센 여자애를 누가 좋아하겠냐?
(진환) 내가 좋아해
(진환) 내가 별 따다 준댔잖아
이 우주에서 단 하나뿐인 강하영 별이라고
분명 눈이 온댔거든
(진환) 너는 기상청을 믿냐?
(세형) 야, 눈이다, 눈
(학생 주임) 저거 또 어느 놈 짓이야? [숨을 하 내뱉는다]
(솔이) 이번 크리스마스에 눈 내렸으면 좋겠다
(희지) 차헌, 이거 받아
- (솔이) 나 이거 안 맬래 - (헌) 그냥 해, 춥잖아
(대성) 그냥 하고 가, 나 안 추워
[솔이의 놀란 신음] (솔이) 왜?
(헌) 위험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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