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 부]
S# 1. 태우방
태우, 지금 막 속도가 붙는 순간인지 완전히 삼매경에 빠져서 열나게
자판 두드리느라 누가 왔는지 알지 못한다.
미영, 엉거주춤 서 있다가...... 흠흠 헛기침도 해보지만 소용없다.
조심스럽게 휴지통을 살금살금 비우고
소리 안내려 조심조심 어지럽게 널려진 빈 생수병들도 주워치우고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진 젖은 홍차티백 여러 개를 주워 모으다가
문득 태우의 옆모습을 본 미영, 어디서 본 듯한 느낌에 갸우뚱......!
그러다 퍼뜩, 몹시 당혹스러워하는데!
당황해서 얼른 욕실로 쏙 들어가버린다.
S# 2. 태우 욕실
놀란 가슴에 손을 올리고 진정하려는 미영...... 당황스럽다 .
망설이다가 고개 살짝 내밀고 보면
(미영의 시선)
태우, 아무런 눈치 못 채고 열심히 작업하는 중이다.
심호흡하면서 미영...... 마음을 가라앉히려 노력한다...... 어떡하나......
그러다 결심한 듯 욕실 문을 조심스럽게 닫고는
가져온 세제로 욕조를 닦기 시작한다, 비누거품 내면서 열심히 닦고 는 행궈낼려고 샤워기 트는데 소리가 너무 크다!
깜짝 놀라 껐다가... 조심스럽게 다시 켜고......
아주 조심조심하면서 욕조를 닦고있는데
태우E (우렁찬 목소리)딱다구리 장미영씨!
놀란 미영, 샤워기 든 채로 화들짝 돌아보는 바람에
욕실 문 열고 들여다보던 태우, 고스란히 물벼락을 뒤집어쓰면서
태우 어어어!
미영 엄마야!(하면서도 여전히 샤워기 발사하고 있는 형국인데)
태우 (물벼락 고스란히 뒤집어쓰고)으악......!
미영 어머어머 어떡해!(허둥지둥하다가 간신히 샤워기를 끈다)
태우 (물 뚝뚝 흘리면서 기막혀서)......!
미영 (얼른 수건을 집어들고 허둥지둥 닦아주려는)정말 미안해요!
태우 (어이가 없어서)허......!
S# 3. 태우방
사색이 된 미영, 일각 구석에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데,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털어말리며
태우 (농담인지 진담인지)고마워요?
미영 (아직도 당황스러운)......!
태우 덕분에 사흘만에 세수했어요......
미영 (아직도 난감한데)......!
태우 (미영을 그대로 두고 다시 원고작업 시작한다)......
미영 (난감하다...... 그러나 애써 용기내어 입을 뗀다)저기요...... 이방 청소 좀 하면 안될까요?
태우 (못 들은듯 원고작업)......
미영 (조금 더 큰 목소리로)저기요... 방 청소 좀 할게요!(하는데)
태우 (O.L)안돼요, 리듬 깨지면 다시 잡는데 시간걸려!(하는데)
미영 (아주 절박하게)나, 꼭 해야 되거든요. 정말 중요한 문제예요!
태우 (미영을 돌아보며)......?
미영 (아주 절박한 표정, 마른 침 삼키는데)......!
태우 (미영의 절박함을 읽어내는)......!
미영 (몹시 절실한데)......!
태우 (천천히)청소가 그렇게 중요해요? 얼굴 허옇게 질릴만큼?
미영 (자존심 상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다. 마른목소리)나한텐, 그래요!
태우 (의자에 앉아 컴퓨터 작업 다시 시작한다)......!
미영 (어쩔 줄 몰라 난감하게 서있는데)......!
태우 (눈으로는 모니터 원고 쭈욱 훑으며)죽어라 어지는 성격인건 옛날부 터 알거고, 내가 좀 성질이 못됐거든요. 모아니면 도! 웬만하면 안치 우는데, 한번 치우기 시작하면 티클하나 먼지한점 못 봐넘겨요. 그거 감당할 수 있어요?
미영 네?
태우 (시선 모니터)정해진 시간 말구라도, 내가 호출하면 언제든지 달려와 서 원하는만큼 치워 줄거냐구요?
미영 (얼른)할게요!
태우 (모니터 보면서 손은 자판두드리는)알았어요, 시작해요!
미영 (안도의)......!
태우 (어느새 대본작업에 아주 열중해 있다)......!
미영 (얼굴이 좀 밝아지는... 조심조심 그러나 활기차게 엉망이 된 방청소 를 시작하는데)......!
S# 4. 룸메이드 사무실앞 자판기
김팀장과 명순, 춘애, 종이컵 커피를 마시며 환담중이다.
춘애 (궁금)여태 안오는거 보니, 청소를 하는건가?(하면)
명순 (심술궂은)문도 안열어줘서, 밖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을걸?
팀장 그방, 마지막으로 청소 들어간게 언제예요?
명순 7월, 아니 유월인가?
팀장 (골치아픈)비싼방인데, 카펫이랑 욕조랑 곰팡이 다 슬었겠네!(하는데)
미영 (상기된 얼굴로 헐떡헐떡 달려와)다했어요!
일동 (놀라서 미영을 쳐다보는데)......!
미영 (희망에 찬)청소 깨끗이 했다구요!(아직도 숨이 찬데)
일동 (놀라서 본다)......!
S# 5. 태우방
완전히 환골탈퇴한 태우의 방, 책상위만 빼고 완벽하게 정리됐다.
태우는 보이지 않고......
팀장, 명순, 춘애, 윤이 반질반질한 깨끗한 방안을 둘러보면서......!
미영 (희망에)저, 이제 채용 된건가요?
S# 6. 룸메이드 사무실
팀장, 책상앞에 앉아있고,
얼굴이 상기된 미영, 그 앞에 서 있다.
팀장 수습기간엔 봉급 50만원, 수습기간 끝날동안 인사고과에 문제 없으면 정식 발령납니다. 그땐 월급 백만원, 4대 보험 다 되고, 기숙사도 무료제공 되구요.
미영 (너무 반가운)기숙사요?!
팀장 수습 딱지 떼고 난 다음에요. (미영 이력서를 검토하면서)집주소가 안 써있네?
미영 (얼른)저기, 금방 이사할 예정이라서요......
팀장 핸드폰도 없어요?
미영 ......네.
팀장 모레 아침부터 정식으로 출근해요.
미영 (꾸벅 연신 절하면서)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열심히 일할게요!
팀장 (미소)그래요.
미영 (꾸벅 인사하고 기쁜 마음으로 나간다)
S# 7. 호텔앞 해변
가방 내려놓고 바다를 바라보는 미영, 오랫만에 밝은 표정이다.
이제는 자리잡고 새인생을 계획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의 느낌,
철썩대는 바다를 보면서 결의를 다지는
미영 (마음의 소리)다시 해보는거야! 처음부터 다시!
S# 8. 선셋 까페
창가 자리에 앉아 위스키 온더락스를 마시던 태우,
문득 고개돌려 창 밖을 보는데,
바다를 보고 서 있는 미영의 뒷모습......
태우, 그런 미영을 관심있게 보는데......!
돌아서 씩씩한 걸음으로 정류장 방향으로 걸어가는 미영......
S# 9. 버스정류장 근처
가방을 든 미영, 씩씩하게 걸어오고 있는데
가방 메고 일각에 걸터앉아 콜라 마시고 있던 경수,
미영을 보며 반색을 하고 일어나면서
경수 아줌마!
미영 (놀라)아직 안갔어요?
경수 (딴청)그냥 뭐... 바다 구경하고 있었지. 경치 좋네, 이동네!
미영 (어이가 없다. 이 사람한테 신경쓸 겨를 없다는듯 근처에 꽂혀진 생 활정보지를 꺼내서 월세방 란을 펼쳐보는데)......!
경수 (와서 어깨 너머로 들여다보면서)방 구하게?
미영 신경 꺼요!(생활 정보지 들고 근처에 공중전화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데)......
경수 (한심하다는듯)디지털 시대에 웬 아날로그 방식?
미영 ......?(돌아보는데)
경수 귀찮게 뭐하러 일일이 전활걸어요, 한방에 해결하면 되지!
S# 10. PC방
경수, PC 부동산코너를 클릭해서 월세방을 쭈욱 훑어보고 있고,
미영, 옆에 의자놓고 앉아서 엉거주춤 들여다보는데
이것 저것, 나온 상품들을 클릭해보면서
경수 보증금 너무 쎄고... 이건 월세가 비싸다! 여긴 교통이 안좋은데......
미영 싼거 없어요? 멀어도 되고, 옥탑방이래두 상관없는데......
경수 잠깐만요...(클릭해보다가)아, 이거 괜찮네, 근데 좀 먼데......
미영 (얼른)괜찮아요. 아침에 더 일찍 일어나면 되죠.
경수 (관심있는)옥탑방 두 개가 동시에 나왔네?
미영 얼만데요?
경수 삼백, 삼백에 2십......
미영 (낙심)휴우... 더 싼 건 없어요?
경수 이게 제일 싼건데?
미영 (혼잣말처럼)안되겠다......(절망인데)
경수 (연락처 메모하면서 일어나는)일단 가보자구요.
미영 ......?
경수 (자신 있는듯)안되면 되게해야죠! 사람이 하는 일인데, 안되는 게 어 딨어요? 가보자구요!
미영 ......!
경수 (활기차게 미영가방까지 집어들려는)가요!(재촉하는데)
미영 됐어요!(얼른 가방을 뺏어들고 나간다)
경수 (투덜)칫! (따라 나가고)
S# 11. 낡은 아파트앞
각자 가방을 든 경수와 미영이 좀 떨어져서 오고 있다.
미영, 가방이 무거운듯 이손 저손 바꿔들며 낑낑대는데...
경수 (돌아보며)들어줘요?
미영 됐어요!
경수 (궁시렁)가방에 금덩어리라도 숨겼나......(낡은 아파트 올려다본다)
미영 (와서 같이 올려다보는데, 아주 심란스러울 정도로 낡은 모습)......!
S# 12. 아파트 계단
경수를 뒤따라 계단을 오르는 미영, 복도를 보는데...
(미영과 경수 시선)
금방 어디서 귀신이라도 튀어나올듯 낡고 퇴락한 아파트 복도.
집집마다 내놓은 세간살이며 빨래건조대로 가뜩이나 좁은 복도가 더 어지러운데......
전에 살던 깔끔한 31평 아파트를 떠올리며 미영, 아주 심란스럽다!
경수 뒤따라 계단을 오르고......
S# 13. 동 관리실
필보, 완전 구닥다리 구형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보면서
컴퓨터 바둑에 빠져있다.
필보 (난감한듯)이런, 제엔장! (심각한 상황이라는듯 궁시렁대는데)
경수 (쪽창 열고 들여다보면서)할아버지, 옥탑방 월세 나온거 있죠?
미영 (옆에서 같이 들여다보고)......
경수 할아버지!(하는데)
필보 (눈은 모니터에)거기, 계단으로 올라가봐, 여기 열쇠!(열쇠 하나 건내 주면서)하나 볼거야, 두개 다 볼거야?
미영 하나(하는데)
경수 (동시에)두개요.
미영 (놀라 경수를 돌아보는데)......?
필보 (눈은 모니터에)둘 다 똑같은 방이니까, 하나만 보면 돼.
경수 네.(미영 보며)가요.(계단을 오른다)
미영 ...(따라 올라간다)
S# 14. 옥탑입구
미영과 경수, 옥상 입구 출입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갑자기 눈앞에 펼쳐진 작고 아기자기한 옥탑마당 풍경...
화분도 많고 공들여 키운 덩굴나무도 감겨있고 예상외로 아늑하다.
좀 전까지의 스산한 풍경때문에 위축돼있던 미영의 표정 풀리는데,
경수 (앞장서 옥상으로 오르면서)위에 옥상이 또 있네?
미영 (따라 올라가고)......
S# 15. 동 옥상
미영, 경수를 따라 올라가보면
사방이 탁 트인 훌륭한 전망이다!
가방을 평상 위에 내려놓고 둘러보며
경수 (아주 마음에 드는)와, 전망 좋네! 그쵸?
미영 (아주 마음에 든다, 사방 둘러보면서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
S# 16. 옥탑방
경수를 따라 들어선 미영, 내부를 둘러보는데
작지만 아늑하고 오밀조밀한게 마음에 든다!
경수, 둘러보며 끄덕끄덕......!
미영 (이것저것 둘러보는데)
경수 이정도면 훌륭하죠?
미영 그렇긴 한데......
경수 이걸로 결정해요!
미영 (낙심)나, 보증금...... 없어요......(하는데)
경수 다달이 나눠 낸다고 졸라 보자구요.(나간다)
미영 (반신반의한 심정으로 따라 나가고)......!
S# 17. 옥탑마당
경수와 미영, 옥탑방을 나오는데
마침 들어서던
필보 어때? 전망 죽이지?
경수 네, 진짜 좋아요!
미영 (난감한)......!
필보 그래? 그럼 언제 들어올래? 두 집 다 비어있으니까 당장이라도 괜찮 아.
경수 (미소작전)저기요, 저희가 쪼금, 아주 쪼오금 양해를 구할 일이 있거
든요?
필보 (경계하는)뭔 양해?
경수 보증금이 쪼오금 부족해서요.
필보 (냉랭)흠흠......!
경수 다달이 조금씩 나눠 갚으면 안될까요?
미영 월세 낼때마다 다달이 조금씩 나눠 갚을게요! (얼른)이자도 드릴게요, 부탁드립니다.(하는데)
필보 (씨도 안먹힌다는듯 냉정하게)허, 텍도 없는 소리!(찬바람나게 쌩 내 려가버린다)
미영 (난감한데)
경수 (얼른 따라 내려가며)할아버지, 할아버지!(미영 돌아보며 빨리 와보란 눈짓)......!
미영 (얼른 따라 내려가고)
S# 18. 동 관리실 앞
필보, 관리실로 들어가려는데
쫓아와서 통사정을 하는
경수 사정 좀 봐주세요! 네?
미영 (옆에서 간곡하게)어르신, 부탁드립니다! 이 은혜 잊지 않을게요!(하는 데)
필보 글쎄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들 하지말고, 가! 그런 소리에 내가 한 두번 속는 줄 알어? 다달이 나눠낸다 해놓구 몇달씩 월세까지 밀리다 줄행랑 친게 한두번인줄 아냐고!
미영 (얼른)믿어주세요, 정말 꼭 갚을거예요!
경수 (넉살좋게)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산사람 소원 한번 들어주 세요, 네?(하는데)
필보 누가 그래, 죽은 사람 소원 들어준다고?
경수 저기...(말문 막히는데)
필보 (관리실로 들어가 쪽창문 탁 닫아걸어버린다, 문도 잠그고)......!
경수 아흐......!
미영 (낙심되는)......!
S# 19. 민석회사
서류 들여다보면서 검토하고 있는 민석, 그러나 영 집중이 안된다.
10부 59씬의 임신했고, 유산됐다는 미영, 병원가서 확인해봐, 거짓말 인지, 아닌지!라고 마지막 말을 남기던 미영을 떠올리는데......
민석, 고민스럽다... 망설이다...... 결심한듯 일어나 윗옷을 걸쳐입는다.
S# 20. 비뇨기과 진료실
의사와 마주앉아 있는
민석 제가 7년 전에 수술 받았거든요, 혹시... 임신 될 수 있는겁니까?
의사 가능성이 희박하긴 한데... 뭐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거든요. 일단 검사부터 해보시죠.
민석 (엉거주춤 일어서고)......
S# 21. 로비
한 남자, 같이 온 아내를 윽박지르고 있다.
남자 (아내에게)콱 쥑이삘라! 임시인? 무쓴 임신? 정관수술 받았는데, 무슨 임신을 해! 내 오늘 검사하고, 당당하게 니 손본다이, 각오해라!
아내 (떨리지만, 애써서 빠득빠득)그래, 해! 하라구! (떨리는)정말, 생사람 잡구 난리야! 내가 뭐, 당신 같은 줄 알어?(씩씩대지만, 겁이 난다)
민석 (카운터로 가서)저기 검사......(하는데)
간호사 (통 주며 사무적으로)저쪽 끝방에서 해오세요.
남자 (씩씩대며 버럭)나두 하나 주이소!
민석 (통받고 가고)
남자 (씩씩대면서 뒤이어 가는데)
S# 22. 간식파는 포장마차
미영과 경수, 선채로 오뎅과 손가락 김밥을 먹고 있다.
미영 (먹으면서도 걱정에 시무룩)......
경수 (오뎅 먹으면서)세상 무너지는 얼굴 좀 하지 말구요, 다른데 더 알아 보자구요.(하는데)
미영 됐어요, 지금까지 신경 써준걸로도 고맙구요, 이제 갈길 가요. (주인 에게)얼마예요?
주인 3천원인데요.
경수 (얼른 지갑꺼내며)내가 낼게요!(하는데)
미영 (얼른 돈 내버리면서)이건 내가 살게요. 그동안 여러가지로 애써줘서 정말 고마웠어요.(가방들고 나간다)
S# 23. 싸구려 여관들 밀집한 골목 어귀
경수 (놀라 쫓아가며)어디로 가게요?
미영 (가면서)알아서 할테니까, 이제 그만 좀 따라와요. 부담스럽고 걸리작 거려요.
경수 (난감해서)아니 그게 아니라(하는데)
E 경수핸드폰 벨소리......
경수 (핸드폰 번호를 확인하고는 난감한듯 찡그리다가... 할 수 없이 받아 서는, 지금까지 경수캐릭터와는 사뭇 다른 진지한 캐릭터로)네, 네 아 버지. 알아요..... (난감한)네, 생각하고 있어요. 정말이예요. 네... (골치 아프다는 표정으로 끊고 돌아보는데 미영이 안보인다, 놀라서)어? 이 아줌마 어디로 간거야?(놀라 사방을 이리저리 찾아보는데, 미영이 없 다)......!
S# 24. 비뇨기과 카운터
민석과 남자, 카운터 안쪽에 각자의 검사통을 내려놓는다.
간호사, 챠트 정리하고 있고
아내, 초조하고 떨리는 듯 잔뜩 걱정스러운데
남자, 그런 여자 옆에 앉아 씩씩대고......
민석, 일각에 떨어져 앉아있는데
의사E 김간호사, 여기 환자분 주사좀 놔줘요.
간호 네!(들어감과 동시에)
E 민석과 남자의 핸드폰이 동시에 요란하게 울려댄다.
민석과 남자, 동시에 핸드폰 받아들고
민석 (핸드폰)어, 저기 잠깐 밖이야.
연정E 어딘데요?
남자 (핸드폰, 큰소리로)뭐라꼬? 잘 안들린다, 크게 말해봐라! 여기 병원이 다, 비뇨기과!
민석 (그 소리에 얼른 저만치 구석으로 이동해서)어, 잠깐 일이 좀 있어서.
남자 (핸드폰)안들린다, 내가 나가서 받으께. 이 안이 잘 안터지는갚다!(나 간다)
아내 (남자와 민석이 저만치 간 사이, 초조하게 안절부절하다가...... 얼른 카 운터로 가서 민석과 남자의 검사통을 바꿔치기 하는데)
간호 (안에서 나온다)
아내 (화들짝, 카운터에 팜플렛을 집어들면서 보는척)......!
간호 (아내가 바꿔놓은 두개의 통에 각자 이름표를 붙이고는 갖고 들어간 다)
S# 25. 동 진료실
민석, 긴장한 표정으로 의사 앞에 앉는데
의사 (현미경으로 슬라이드 보고있다가)정관수술 상태 그대로, 잘 유지 되고 있습니다.
민석 (허탈하다)......!
S# 26. 동 로비
허탈한 민석, 카운터에서 수납을 하고 있는데
진료실에서 기죽어서 나오는 남자와
속으로 안도하면서, 새침을 떨고 나오는
아내 (새침을 떨며 앞장서면)
남자 (꼬리 내리고)아, 거 이상타......
아내 (새침떨며 나가버리고)
남자 (수납을 하려고 지갑꺼내며)얼만교?
민석 (미영이 거짓말 한거였다는 생각에, 쓴웃음 지으며 나가고)......!
S# 27. 동 병원앞
병원을 나서는 민석, 무거웠던 고민이 해결됐지만,
그러나 씁쓸하기만한데......
한숨 내쉬던 민석, 핸드폰 꺼내들고 버튼 누른다.
민석 (핸드폰)안녕하세요, 저 꽃비아빤데요...
유경 (반화면, 반갑게)어머, 미영이 있는데 알아내셨어요?(하는데)
민석 (핸드폰)알아내긴 했는데......도통 제도움은 안받을려 그러네요.
유경 (답답한듯)아휴, 걔는 쓸데없는 자존심을 세우고 그래......(속상한데)
민석 (핸드폰)유경씨가 빌려주는 형식으로 전해주면 어떨까요...
S# 28. 민석회사 로비
유경,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급한 걸음으로 오는
민석 (아주 궁금한듯 기대감에)만나셨어요?(하는데)
유경 (난감한듯)그새 관두고 어디로 가버렸더라구요.
민석 (놀라서)네에?
유경 주임이란 사람한테도 물어봤는데, 어디고 갔는지 모른데요.
민석 (난감하다)......!
유경 (돈봉투 내주며)여기, 보내주신돈 도로 갖구왔어요.
민석 (받으며, 마음이 무거운데)......!
유경 어떡해요......
민석 (갑갑해서 한숨만 나온다)고맙습니다. 괜히 번거롭게만 해드렸네요.
유경 애들 있는데, 연락이라도 한번 오겠죠. 너무 걱정마세요.
민석 (무거운)......!
유경 (걱정스럽고)......!
S# 29. 여인숙 쪽방(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마지막 장면같은 아주 심란한 여인숙 쪽방.
냄새나는 이불에 두루마리 휴지와 양철주전자, 쟁반 따위 놓여있다.
손바닥만한 창문으론 붉은 네온싸인이 반짝반짝.....
눕지도 못하고 입은 옷 그대로 쪼그려 앉아 밤을 보내는 미영......
옆방에서 쿵쾅쿵쾅 취객이 소란피우는 소리,
다른 옆방에선 묘한 남녀의 신음소리 뒤섞여서 스산하고 무서운데......
옆방에서 취객이 발로 벽을 차는듯 요란한 소리와 고함에
화들짝 놀란 미영, 가방을 끌어안고 바들바들 떤다, 두려운데......!
S# 30. 낡은아파트 화장실 칸안(밤)
필보, 변기에 앉아 힘을 모으며 집중하는 중인데
경수E (조르는)할아버지이, 네?
필보 (버럭)저리 못가, 니놈땜에 똥이 안나오잖아!(하는데)
경수E (보채는)그러니까 보증금 나눠 내게 해줘요, 네?
필보 (버럭)글쎄, 안됐다 그랬지! (열나는)하루종일 졸졸졸졸... 사람이 살 수가 있나!(변보기를 결국은 포기하고 휴지를 뗄려는데, 아뿔싸! 휴지 가 없다)아니?(하는데)
S# 31. 동 칸 밖(밤)
경수 왜요? 밀어내기 성공?
필보E (신경질)아 시끄러!(궁시렁궁시렁)이런 젠장, 하필......(난감해하는데)
경수 (얼른, 반색, 찬스다 싶어서)할아버지, 휴지 없구나?
필보E 끄응......
경수 (얼른 가방에서 휴지 꺼내며)나 휴지 있는데?!
필보E 이리 너줘!(하는데)
경수 그냥은 못 드리죠, 약속하세요, 보증금 분활상환이요!
필보E (버럭)안된다니깐?
경수 (시치미)그럼 저도 못 드리죠. 안녕히계세요. (나가버리겠다는듯)
필보E (다급히)어딜가!
경수 (얼른)들어주시는거죠?
필보E (버럭)알았으니까 휴지나 줘!(문 조금 연다)
경수 (휴지를 건내주면)
필보 (나꿔채서 문 탁 닫아버리고)
경수 (좋아서 희희낙락하는데)
E 물 내리는 소리......
필보 (나와서 세면대에서 비누칠해 손을 씻는데)......
경수 (따라붙으며)약속 하신거예요?
필보 (시치미 뚝 떼고)뭔 약속?
경수 (놀라)보증금 분할이요, 해주기로 했잖아요?
필보 내가 언제?(시치미 뚝 떼고 손을 행군다)
경수 (펄쩍)이런 법이 어딨어요?(하는데)
필보 (손에 물기 툭툭 털어내며)여?지!
경수 (기가 막히는데)아이 참 치사하네!(하는데)
필보 화장실 들어갈 때랑 나올때 맘이 다른거야, 알어?(나가버린다)
경수 우이씨!(난감하고)
S# 32. 여인숙 골목(새벽)
여인숙 문을 열고 나오는 가방 든 미영,
밤새 잠 못자고 도망치듯 빠져나오는데
밤새 퍼마신 비틀비틀 취객, 비틀대며 오다가 미영쪽으로 휘청,
기겁을 한 미영, 잔뜩 위축돼서 가방껴안고 거의 뛰다시피 가는데
갑자기 등뒤에서 나타나 짠! 사람을 놀래키는
경수 (반갑게)아줌마!
미영 (화들짝 놀라 가방을 떨어트리고)엄마야!
경수 (가방 집어주면서)어디 갔었어, 얼마나 찾았는데......
미영 (가방 나꿔채며)나타날 땐 기척 좀 할 수 없어욧!(아직도 심장이 벌렁 벌렁)......!
경수 (여인숙 쪽 돌아보며 놀라)저기서 잔거예요?
미영 ......!(아직도 놀란 가슴)
경수 (눈이 똥그래져서)겁도 없이, 여자가 저런데서 잠을 자구 그래요?
미영 신경 꺼요!(앞서 가버리는데)
경수 하긴 뭐...... (유들유들)아줌말 얻다 쓰겠다고 잡아가겠어... 마늘이나 까라그럴래나?
미영 (분해서)뭐예욧?(돌아보는데)
경수 (얼른)옥탑방말예요!
미영 (멈칫)......!
경수 (빅뉴스라는듯)보증금 할부로 해주기로 했어요!
미영 (놀라서)어머......!
S# 33. 옥탑방(아주 이른 아침)
미영, 기쁜 표정으로 계약서에 지장을 찍고
경수,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
필보 (계약서 챙기면서 잠 덜깬듯 하품)약속, 꼭 지키는거야?
미영 (조아리며)그럼요, 틀림없이 제날짜에 꼭꼭 갚을게요.
필보 (경수보며)그쪽 말야!
경수 (애교)걱정 붙들어매세요. ‘안되면 될때까지,죽을 때까지 부킹!’ 영등포 돼지엄마 하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실력이었다니깐요?
미영 (어리둥절)......?
필보 흠흠.... 지하실에 가면 줄행랑 친 놈들 놓고 간 세간 있으니까, 필요 하면 갖다 쓰든가.(나간다)
미영 (그 뒤에 대고 고마워서 꾸벅)감사합니다!(기분 좋은데)
S# 34. 아파트 계단
헌 비키니장이며 솥단지같은 살림살이들을 끙끙대며 같이 옮기고 있 는 경수와
미영 근데, 아까 그게 무슨 말이예요, 주인 할아버지랑 무슨 약속한건데요?경수 (씨익 웃는)그런게 있어요.
S# 35. 홈쇼핑 스튜디오
E 에델바이스 음악 흘러나오는 가운데
불켜진 이온정수기 몇대 놓여있다.
어린이 모델이 정수기 물 맛있게 마시기도 하고,
여자 모델은 맨 어깨에 발라 보이기도 하고,
남자 모델은 물에 사과를 씻은 후 사과를 만져 보이기도 하고,
마지막으로 무대 앞에 놓인 홈쇼핑 TV 화면 통해
모델이 정수기 단추 조작해 보이는 모습 나오고 있는데
그런 모델들을 배경으로
연정 정말 저희가 이 맛, 이 느낌 직접 전해드리지 못하는 게 너무나 아쉽 습니다. 다섯가지 기능수를 만들어주는 이온수 정수기, 정말 가정에서 꼭 필요한 우리 가족 건강지킴인데요, 아름다운 외관으로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전혀 손색없는 디자인입니다.
S# 36. 동 부조
고PD, 생방송 지휘하는 광경을
민석과 재원, 뒷쪽에서 지켜보고 있다.
고PD (마이크에 대고 소리지르는) 사과 모델 좀 활짝 웃으라 그래! 아니, 사과 한 입 깨물어 먹으라 그래! 무슨 독 묻었어? 계속 문지르고만 있음 어떡해!
스텝1 판매전화 폭주하네요! 대박인데......
재원 (흥분)야, 지금 내 온몸에 전율이 짜르르 흐른다!
민석 (뿌듯한)......!
고 (민석 돌아보며 엄지 손가락 치켜올려)이연타석 홈런!
재원 (흥분에 겨워서 마주 엄지 손가락 치켜주고)허허허......!
민석 (뿌듯하다)......!
S# 37. 미영옥탑방
간소한 중고 생활용품으로 어느 정도 자리가 갖춰진 실내,
외출 준비 마친 미영, 뿌듯한 듯 둘러보고는 밖으로 나간다.
S# 38. 옥탑 마당
미영, 옥탑방 문을 걸어 잠그는데
경수 (옥상에서 내려다보며)어, 아줌마 어디가게?
미영 (돌아보면)
경수 (옥상에서 내려다본다)......?
미영 일하러 가죠.
경수 (의아)내일부터 출근하면 된다면서요?
미영 놀면 뭐해요, 하루라도 빨리 분위기 익히는게 낫지.
경수 (말리는)뭐하러 그래요?(하는데)
미영 (벌써 옥탑출입구로 나가버린다)
경수 (옥상계단으로 내려와서)극성은......! 하루 쉬면 좋잖아.(못마땅하다)
S# 39. 거리
민석과 재원,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은듯 기분좋게 걸어오고 있다.
재원 좋았어, 느낌이 아주 좋아!
민석 너무 설치지 마, 두고 봐야지.(하는데)
재원 틀림없어, 내말이 맞나 틀리나 봐. 골프 상품보다 더 크게 대박 날테 니까!
민석 (예감이 좋은듯 미소... 그런데 저만치 앞에 미영과 뒷모습 흡사한 아줌마가 가고 있다. 놀란 민석, 얼른 뛰어가서)미영아!(하는데)
아줌 (돌아보면, 전혀 다른 사람이다)......?
민석 (당황, 꾸벅)죄송합니다.
아줌 (무심히 가버리고)
민석 (이 여자가 대체 어디로 가버린걸까, 마음이 무거운데)......!
재원 (그런 민석을 씁쓸하게 보고)......!
S# 40. 호텔앞 해변
바바리코트 입은 창백한 경희, 하염없이 바다를 보고있다......
그동안 얼굴이 많이 상해서 초췌하다, 괴로운듯......
S# 41. 호텔 복도
룸메이드 복장으로 갈아입은 미영, 팀장을 따라 걸어오고 있다.
일각의 열려진 객실 앞에 메이드카트 놓여있고
S# 42. 바다가 잘 보이는 객실
명순 (창문 커튼을 활짝 열어젖히는데, 저 멀리 해변의 경희모습 보인다.)
팀장 (미영 인솔하고 들어와서)김명순씨!
명순 (돌아보며)네?
팀장 여기 장미영씨가 일 배우겠다고 나오셨네. 원래는 내일부터 출근인데, 먼저 나왔대요.
명순 (고까운)......!
미영 (꾸벅 명순에게 인사하며)잘 부탁드려요.
팀장 (미영에게)룸메이드 중에서 최고참이니까 배울게 많을거예요. (명순에 게)데리고 다니면서 교육 좀 시켜줘요. 수고!(간다)
명순 (까딱)......
미영 (어색)저기... 뭐부터 할까요?(하는데)
명순 (쌀쌀맞게)일단 환기부터 시키고, 다음엔 쓰레기버려요. (고갯짓만 까 딱까딱 하면서) 이불이랑 베갯잇, 시트 모두 벗겨서 밖에 린넨카트에 있는 자루 속에 넣고. 매트리스랑 다 깨끗하면 새 거 씌우면 돼요. 침 대 꾸미기 끝나면 저기 걸레로 가구랑 다 닦고 진공 청소기 한 번 돌 리고... 주방도 좀 지저분하니까 정리 좀 해놓고. 원래 수습은 욕실 청 소부터 시키는데 (생색)그건 힘드니까 내가 할게. 됐죠?
미영 (고마워서)네. 알았습니다.
명순 (쌩하니 욕실청소용구 들고 욕실로 들어가 문 닫아버리는데)
E 샤워기 흐르는 소리.
S# 43. 동 욕실
변기 뚜껑 닦고 걸터앉아서 건성으로 샤워기로 세면대에 물뿌리며 할 랑할랑 놀고 있다......
S# 44. 호텔앞 해변
바다 보고 서있던 경희, 돌아서서 왼쪽으로 걸어가고......
S# 45. 바다가 잘 보이는 객실
미영, 열심히 일하고 있다. 이불과 베갯잇 벗겨내고 시트 벗겨내 바닥 에 던지고, 매트리스를 탁탁 털다 머리카락 발견하 고 집어내고, 바닥 에 과자봉투 주워서 쓰레기봉투에 넣다가, 문득 생 각난듯)아참, 환기 부터 시키랬지!(창문 활짝 열어젖히고 돌아서는데, 멀리 경희 걸어가 는 모습 보이지만 미영은 까맣게 모르고 식탁의자들을 꺼내놓는다.
미영, 막 청소기를 돌리기 시작하는데)
복남 (헐레벌떡 달려들어와)장미영씨 여?어요?
미영 (어리둥절)전데요?
복남 (헉헉)빨리 좀 와봐요!
미영 (어리둥절)왜...그러세요?
명순 (무슨 일인가 싶어서 나와보는데)무슨 일인데?
복남 어제 청소한 그 방, 지금 난리났어요! 빨리요.(재촉하는데)
미영 (청소기 끄면서 당황해서 급히 복남을 따라나간다)
명순 오자마자 무슨 사골 친거야?(하다가 잔뜩 어질어놓고 청소도 못한 방 안을 보더니)뭐야, 이래놓구 가면 어쩌라구!(짜증나는데)
S# 46. 캐슬동 앞길
복남과 미영, 태우방 쪽으로 죽어라 뛰고 있다.
미영 (당황)뭐가 없어졌다는 건데요?
복남 USB 메모리요!
미영 (못 알아듣고 어리둥절)네?
복남 (헉헉 앞서 급하다)빨리 오기나 해요!
미영 (난감하고 어리둥절 따라 뛰어가고)......!
S# 47. 태우방
태우, 미친 사람처럼 길길이 날뛰고 있고
팀장, 땀 뻘뻘 흘리면서 어쩔 줄 몰라한다.
태우 (머리 쥐어뜯으며 괴성)으윽! 아아아아악!
팀장 진정하세요, 손님!
태우 내가 지금 진정하게 됐어! 서울서 작업한 내용, 몽땅 거기 들었단 말 얏!
팀장 찬찬히 다 찾아보셨어요?
태우 으으으윽! 아아악!(괴성을 지르며 패닉상탠데)
미영 (복남에게 이끌려 헐레벌떡 들어선다)......!
팀장 (얼른)장미영씨, 어제 청소할 때 USB메모리 못 봤어요?
미영 (못 알아듣겠다, 더듬는)저, 잘 모르겠는데요......
태우 (씩씩대며 진정하려고 애를 쓴다,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절망인 데)......!
복남 (손가락 내밀며)요만한거 손가락만한, 줄달린 작은 목걸이처럼 생긴... 아흐 그런거 있어요, 문서 저장 장치!
태우 (파랗게 질린 미영을 보니 화도 못내겠고, 속은 끓고 미칠 지경)......!
팀장 아주 중요한 원고가 들었다는데, 그게 없어졌대요!
미영 (울상)저, 잘 모르는데요!
팀장 이방 장미영씨가 청소했잖아, 그때 쓰레기더미에 섞여 들어간거 아 니예요?
미영 어머......!
태우 (절망이다)......!
미영 (난감한데)
태우 (말하기도 싫다, 손짓으로 다들 나가라는듯)......!
팀장 죄송합니다, 손님!(하는데)
태우 (폭발한다, 티슈통이며 베개 등등 집어던지면서 버럭버럭)나갓, 다 나 가란 말얏!
미영 (사색이 된)......!
팀장 (난감한듯)일단 나갑시다.(나간다)
복남 (나가고)
미영 (어쩔 줄 몰라하며 따라나가는데)
S# 48. 태우방앞 도로
파랗게 질린 미영, 팀장과 복남을 따라 나오는데
호텔을 순시중이던 사장, 몹시 못마땅한 얼굴로 팀장을 본다.
태우방의 소동을 고스란히 다 본 것이다!
사장, 못마땅한듯 팀장을 보면서 헛기침하고 가고
팀장, 당황해서 그 뒷모습에 깍듯이 절 하며 안절부절...
복남, 쩝쩝... 입맛을 다시고....
미영, 뭐가 어떻게 되는 건가... 울상인데......!
메이드카 몰고 지나던 춘애와
명순 (왠지 고소한)정식 출근두 하기 전에 짤리게 생겼네!
춘애 그 유에슨지 뭔지가 뭡네까?
명순 (아무 상관없다는듯 얄밉게)신경 쓸거 없잖아?
S# 49. 호텔 정원 일각
열이 나서 씩씩대는 팀장 앞에 고개 푹 숙이고 기가 죽은
미영 (파랗게 질려서)......!
팀장 (스팀 모락모락 나는 기분, 간신히 누르며 씹듯이)장미영씨!
미영 (긴장)......!
팀장 (푸우 입바람으로 앞머리 날리며)내일, 나오지 마세요, 모레두 글피두!미영 (화들짝 놀라는)저기요, 제가 찾을게요, 어떻게든 찾아낼게요!
팀장 (O.L, 자르듯)됐구, 장미영씨 지금 당장 그만둬요!
미영 제가 어떻게든 찾아낼테니까, 한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매달리는데)
팀장 내가 지금 사장님한테 얼마나 깨지고 나온 줄 알기나 해요? 내 인사 고과 점수가 우수수 떨어지는 소리 들리는데, 나더러 장미영씨 얼굴 매일매일 보라구?
미영 (할말이 없는)......!
팀장 긴 말 필요없구, 그 옷 반납하구 돌아가요!
미영 (다급히)팀장님!(하는데)
팀장 아흐, 끓는다!(쌩하고 가버린다)
미영 어떡해......!(울상... 절망인데)
S# 50. 고급 빌라촌
연정, 민석의 팔짱을 끼고 걸어오면서 예쁜 집들을 보고 감탄한다.
연정 저집, 저집 너무 예쁘죠? 그쵸?
민석 (미소)응, 좋네.
연정 (꿈꾸듯)나요, 나중에 결혼하면 꼭 이런 데서 살고 싶었어요.
민석 (연정의 손등 토닥이며 미안한)조금만 기다려. 이온수기 반응도 괜 찮고, 열심히 일해서 금방 힘잡을거야. 나 믿지?(하는데)
연정 (민석 눈을 들여다보며)저기요, 당신한테 줄거 있어.
민석 ......?
연정 (핸드백에서 토지등기권리증 꺼내 준다)
민석 (받고, 의아해서)이게 뭐야?
연정 엄마 사시던 시골집이랑 땅이 좀 있었거든요.
민석 근데?
연정 원래는 얼마 안하는데, 수도이전 소리 나오고부터 많이 뛰었대요.
민석 ......!
연정 이거 처분하면 이런 빌라 살 수 있을거예요, 나혼자 사는건 몰라두 오피스텔은 당신한텐 너무 좁잖아요. 안그래도 전세기간도 끝나가고...
민석 (아직도 좀 어안이 벙벙한데)......!
연정 (미소)나중에 애들도 데려와야 되니까 예쁜 2층집으로 알아봐요, 알았 죠?
민석 (어리둥절)......!
연정 (팔 잡아끌며 재촉)이제 빨리 강아지 사러 가요.
민석 응...... (따라 가면서도 어안이 벙벙한데)
S# 51. 영순거실
영순앞에 건강식품과 고급 부인복 포장상자를 내려놓으며 앉는
민석 이거, 그사람이 보내는거예요.
영순 (본척도 않는)......!
민석 조만간 정식으로 인사 드릴게요.
영순 누구맘대로!(냉정한데)
민석 그만 마음 푸세요. 이제 어머니 며느리예요, 그사람.
영순 아, 글쎄 누구 맘대루?(하는데)
민석 그 사람이랑 저, 혼인신고 했어요.
영순 (기막힌)허! 이혼도 지맘대루 결혼두 지맘대루...... 참, 비싼 며느리 들 였다! 집한채에 대출금하구 바꾼 며느리냐?(하는데)
민석 저희 이사해요.
영순 니들이 무슨 돈이 있어!
민석 ......!
영순 무슨 돈이 있냐구?(하는데)
민석 (낮게)그 사람한테 물려받은 재산이 좀 있었나봐요.
영순 ......!
S# 52. 영순마당
꽃비와 단비, 아주 예쁘게 생긴 강아지 껴안고 좋아 어쩔 줄 몰라 쓰다듬고 있다.
단비 (기분 좋은)누나, 이혼하니까 좋은 것도 있다, 그치? 강아지 사주잖 아?
꽃비 (쥐어박는)어휴!
단비 (분해서)왜 때려이!
꽃비 이 바보야, 철 좀 들어라!
단비 (분해서)씨이......(하는데)
민석 (나온다)
영순 (따라 나오고)
꽃단비 (달려와 안기며)아빠아!
민석 (꽃단비 안아들고 번갈아 볼 부비면)
꽃단비 (따갑다고 까르르까르르)아이 따가워!
민석 따가워? 따가워?(더 부비고)
꽃단비 (좋아서 까르르)......!
영순 (좀 못마땅한)강아지 한마리 키우는게 얼마나 손이가는데......
꽃단비 (조르는)할머니이!
영순 (누그러져서)좋으냐?
꽃단비 (동시에)네에, 엄청 좋아요!
영순 (완전히 풀려서)내 강아지들이 강아지 키우겠다는데 할머니가 들어줘 야지!
꽃단비 (환호성)할머니 최고!
영순 (흐뭇한듯)......!
민석 (꽃단비 내려놓으며)아빠, 자주자주 올게. 꽃비, 동생 잘 돌봐주고.
꽃비 네.
영순 (무뚝뚝하게)저녁이나 먹고 가든가....(하는데)
민석 (애들 못 듣게, 작게)밖에 기다려요.
영순 ......!
꽃단비 (강아지 어르느라 못 들었다)
민석 (꽃단비에게)아빠 갈게.
꽃단비 아빠, 안녕!
민석 (미소, 머리 한번씩 흐트러주고 나간다)
영순 (계단 위에서 민석차 달려갈 때 조수석에 앉은 연정을 유심히 보고)... ...!
S# 53. 민석차안(밤)
도시의 도로를 달리는 민석의 차안.
왼손으로 운전하면서 오른손은 연정의 손을 잡고 있다.
연정, 그런 민석을 보면서 따뜻한 미소......
민석, 마주 웃어주고......!
S# 54. 호텔 쓰레기장(밤)
사복차림 목장갑 낀 미영, 후레쉬 비쳐가며 수많은 쓰레기봉지를 하 나하나 뒤지고 있다.
절대로 이대로 짤릴 순 없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바닥에 널린 쓰레기봉지는 몽땅 뒤졌는데도 없다, 난감한데......
E 야옹!
도둑고양이 한마리가 휙 스쳐간다.
기겁을 한 미영, 엉덩방아를 찧는데, 그러다가
후레쉬로 옆에 놓여있는 높은 담속의 쓰레기더미를 올려다본다.
미영, 옆에 사다리를 가져다 받치고 올려다본다!
후레쉬 입에 물고, 비장한 각오로 사다리 오르기 시작하는데......!
S# 55. 와인바(밤)
민석, 연정, 재원, 고PD, 다같이 와인잔 부딪히며 방송대박을 축하하 고 있다.
고 방송 대박도 대박이지만, 우리끼리라도 두사람 새출발 축하해주자구.
재원 (연정에게)행복하게 사세요.
연정 (미소)고맙습니다.
민석 선배랑 재원이, 둘다한테 미안하고 고맙구 그래요...... 우리, 잘 살게 요.
고 그래, 힘들게 맺어졌으니까 남들보다 몇배로 더 잘 살아야돼.(마신다)
연정 (고PD에게)참, 선배... 분당에 빌라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부동산, 아는 데 있다 그랬죠?
고 응. 왜?
연정 아담한 빌라 하나 알아보려구요.
재원 ......?
고 (의아한)거기 빌라들, 가격 만만찮은데, 괜찮겠어?
연정 시골집이랑 땅 전부 처분하면 얼추 맞을거 같아요.
고 (놀라)땅이 그렇게나 많았어?(하는데)
연정 평당 5천원 정도 밖에 안했었는데, 수도이전 소리 나오구 많이 올랐
대요.
재원 우와... 연정씨 알고보니까 엄청 부자네!(민석 보며, 의심에)너두 알구 있었냐?
연정 (웃는)아니예요, 저두 잘 몰랐던걸요. 엄마가 제 앞으로 조금씩 사노 신 모양이에요. 이번에 상속세 정리하면서 그때 알았어요.
민석 (고에게)지금 있는 오피스텔, 다음달에 전세 만료된데요...
고 어, 그래. 내일이라도 당장 알아봐줄게.
연정 잠깐 실례할게요.(일어서는데)
민석 왜?
연정 (작게)화장실이요...
민석 (일어서며)같이 가줘?
연정 (미소)......
민석 (연정 팔을 가볍게 잡고 다정하게 데리고 나간다)
재원 (그 모습 돌아보며)어이그... 화장실도 같이가냐...
고 냅둬, 신혼이잖아.(하는데)
재원 그런 빌라, 얼마나 해요?
고 글쎄... 못줘도 칠팔억은 줘야 될걸?
고 (크게 놀라)칠팔억이요? (몹시 부러운)짜식, 어디 저렇게 복이 붙은거 야! (몹시 부러운듯)젊지, 예쁘지, 능력있지, 물려받은 재산까지 많다 잖아요. 게다다 애들두 키워준대지!
고 왜, 부럽냐?
재원 (속쓰린듯)좀 부럽긴 하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인물은 내가 훨씬 낫잖아요.
고 (쥐어박는 시늉)애라 잇!
S# 56. 호텔 쓰레기장(밤)
쓰레기더미를 뒤적이던 미영의 시야에, 퍼뜩 뭔가가 보인다.
미영, 놀라서 급히 쓰레기를 헤치는데......
미영 표정, 환하게 펴지고......!!!
S# 57. 태우방(밤)
태우, 짜증 가라앉히려는듯 산타나의 ‘SMOOTH' 크게 틀어놓고
눈감고 음악감상하고 있는데
E 현관 벨소리......
태우, 음악 때문에 미처 벨소리 못 들었다.
E 쾅쾅 현관문 두드리는 소리.
미영E 태우씨, 석태우씨! 자요?
태우, 그제서야 일어나 좀 짜증나는 표정으로 현관으로 간다.
S# 58. 동 현관(밤)
태우, 짜증스런 표정으로 현관문을 확 열어젖히면
USB메모리를 태우 앞으로 확 들이밀며 엉망진창 몰골로 헉헉대는
미영 (환희에 찬)이거 맞죠?
태우 (놀라 입이 딱 벌어지는데)......!
S# 59. 태우방(밤)
머리 헝클어지고 옷에는 쓰레기 묻어 엉망진창인 미영,
의자에 엉거주춤 앉아서 태우가 건내주는 따뜻한 찻잔을 받아든다.
태우 (앉으며)마셔요. 얼굴 파랗게 질렸네......
미영 (마시는데, 힘이 많이 들었던듯 손이 덜덜 떨리고, 그러나 기분은 좋 다)......!
태우 (어이가 없는듯)그 쓰레기를 다 뒤진거예요, 이 밤까지?
미영 (차를 마신다, 추운듯 찻잔 두 손으로 감싸는데)......!
태우 (미영의 모습에 묘한 감동)......!
미영 (일어나며)차 잘마셨어요.
태우 어디 가요?
미영 집에 가야죠.(하는데)
태우 그 꼴을 하고요?
미영 (그제서야 자기 옷을 내려다보면서 정신이 든다, 난감한데)......!
태우 지금 냄새 장난아니게 나는거, 알아요?
미영 (얼굴 달아올라 작은 소리로)어떡해!(하는데)
태우 (빙글빙글 놀리는)그러구 나가봐요, 깡통하나만 챙겨들면 푼돈 꽤나 모이겠네!
미영 (난감해서 울상인데)......!
태우 (자기 티셔츠와 츄리닝바지 꺼내주며)이걸로 갈아입어요. 세수라도 좀 하고.
미영 됐어요!(하는데)
태우 되긴 뭐가 돼요, 그러구 나가면 버스도 안태워줄걸요. 냄새난다구......미영 (난감한데)
태우 나가서 차 빼올테니까 세수하고 있어요.
미영 (당황)그냥 버스타고 가면 돼요!(하는데)
태우 지금이 몇신줄 알아요? 버스 끊겼어요.
미영 (시계 올려다보면 벌써 자정이 지났다, 난감한데)......!
태우 (잠바 집어들고 나가려는데)
미영 (급히)저기, 먼저 호텔에 전화좀 해줄래요, 그거 찾던거 찾았다구요. (하는데)
태우 아까 전화했어요.
미영 (어리둥절)네?
태우 아까 초저녁에 전화했다구요.
미영 (어리둥절)......!
태우 책상 서랍속에 있었다구, 미안하다구 했어요.
미영 (놀라, 느낌으로 태우를 본다)......!
태우 연락 못받았어요? 미영씨한테 얘기하라 그랬는데?(나간다)
미영 ......!
S# 60. 경수방(밤)
세간 들어오고 정리 끝난 방안,
경수, 방안을 오가며 걱정중이다.
경수 지금이 몇신데 여태 안와? 어떻게 된거야......(그러다가 퍼뜩 불길한 상상에)설마......!!!
S# 61. 바닷가(경수의 상상)
손가방과 신발, 바닷가에 가지런히 놓여있고
미영, 한발두발 바다로 걸어 들어가는 모습......
경수E (큰 비명으로)안돼애!
S# 62. 경수방(밤)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방안을 오락가락 정신이 혼돈한
경수 아니겠지? 직장도 구하고 방도 얻고, 그런 사람이 일 저지를리 없겠 지? 근데 왜 여태 안오냐구우... 아흐, 왕짜증!(하는데)
E 밖에서 인기척...
경수 (반가워서 크게)아줌마?(급히 나가는데)
S# 63. 옥탑마당(밤)
필보,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가벼운 맨손체조 하고 있는데
경수 (반갑게 나오며)왜 이렇게 늦어요?(나오다 필보를 보고 실망한듯)
필보 (체조 하면서)저방 새댁, 아직 안왔어?(하는데)
경수 새댁은 무슨..... 애가 둘이나 딸린 아줌마예요.
필보 누나야?
경수 그냥, 전에 앞집 살던 아줌마요. (필보 보며)근데, 달밤에 웬 체조를 하구 그러세요, 잠도 안자구?
필보 (체조하면서)너두 한 이십년 독수리공방 해봐라, 잠이 오나...... 아주 내가, 밤이 무섭다......
경수 (어이 없어 웃는데)......
필보 (관심 없는척 하면서도 은근히 챙기는)약속 잊지마?
경수 (웃는)걱정 붙들어 매시라니깐요.
S# 64. 캐슬동 앞길(밤)
시동을 건 태우차 운전석에 태우 앉아있다.
태우옷을 입고 옷봉지 든 미영, 쭈뼛거리면서 태우방을 나와서
난감한듯 온다. 선뜻 차에 오르지 못하는데
태우 (차창 밖으로 내다보며)뭐해요, 안타구?
미영 (난감한듯 망설이다가 할 수 없이 타면, 태우차 달려가고)
S# 65. 태우차안(밤)
조수석에 앉은 미영, 태우옷 입고 앉아서 몹시 어색하다.
태우도 말 없이 운전만 하고......
옷봉지 쥔 미영의 손에 힘이 꽉 쥐어지는데......
태우 (시선 정면, 운전하면서 유들유들)손에 힘 풀어요, 안잡아먹으니까.
미영 (무안하다)......!
S# 66. 해장국집(밤)
태우차 달려와 멈춰선다.
S# 67. 태우차안(밤)
미영 (의아해서)여긴, 왜요?(하는데)
태우 해장국 잘해요, 이집. 신경질나서 하루종일 굶었더니 속쓰리네.(내린 다)
미영 (난감해서 망설이고 있는데)......!
태우 (차창 속으로 상체 쑥 들이밀며)안내리구 뭐해요?
미영 (그 기세에 움찔 뒤로)......!
S# 68. 해장국집(밤)
미영과 태우, 마주앉아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해장국 먹고 있다.
쫄쫄 굶고 쓰레기장 뒤지느라 지쳐있던 미영, 해장국이 너무 맛있다.
이마에 땀 송송한 맺힌 채로 해장국을 달게 먹고 있는데
그 모습 보면서 왠지 안쓰럽고 측은한 마음드는 태우......!
미영 (열심히 먹다가 무안해서 얼굴 만지며)내 얼굴에 뭐 묻었어요?
태우 (피식)그렇게 잘 먹을거면서 빼기는 왜 빼요? 그냥 가자그랬음 가다
가 울 뻔 했네!
미영 (무안한데)......!
태우 (주인에게)아줌마, 여기 국물 따뜻한거 더주구요, 소주도 한병 줘봐요.
미영 (놀라)운전하는데 무슨 술을 마셔요?
태우 반주로 딱 두잔만 마실게요. 해장국 먹으면서 소주 빼놓는건 소주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주인 (국물과 소주 갖고 온다)
태우 (소주를 잔에 따라 맛있게 한잔 들이키고)한잔 할래요?
미영 (놀라)술 못해요!
태우 이 맛있는걸 왜 못 마시나?(또 한잔 따라서 쭈욱 마신다)
S# 69. 해장국집앞(밤)
미영과 태우, 나오는데
저 멀리 음주단속 차량의 경광등 같은것이 빙빙 돌아가고 입간판 서 있다. 사람들 서있는 실루엣 보이고...
태우 (난감한듯)제엔장!
미영 (따라보면, 음주운전이다)어머, 어떡해!
태우 (할 수 없는듯)딱 두잔 마셨으니까 좀 있음 깨요.(어슬렁어슬렁 앞 서간다)
미영 (난감한듯...... 그러나 할 수 없이 간격 두고 따라가고)
S# 70. 읍내 가게앞(밤)
시골 할머니들이 주로 입는 꽃무늬 난분분한 몸뻬바지, 촌스런 스웨 터(할머니들이 도꾸리라 부르는, 두툼하고 앞에 단추 서너개 달린)파 는 가게 하나가 아직까지 불을 밝히고 있다.
가게안에 서너명의 중년남녀 고스톱치는 모습 보이고...
태우, 그 앞길을 건들건들 걷다가 뒤돌아보면
미영, 추운듯 양팔로 몸 감싸며 따라오고 있다.
태우, 가게 안으로 쑥 들어가고
미영, 의아해서 보는데......?
S# 71. 동 가게안(밤)
태우, 가게안 옷들중에 제일 따뜻해보이는(그러나, 역시 촌스럽기 이 를데 없는)할머니 쉐타를 집어들며
태우 이거 얼마예요?
주인 (고스톱에 정신이 팔려, 손에든 패 들여다보며 건성으로)3만5천원인 데, 3만원만 내쇼.
태우 (주머니에서 꾸깃꾸깃한 만원권 세장꺼내서 올려놓고, 쉐타 들고 나 간다)
S# 72. 동 가게앞(밤)
촌스런 쉐타를 손에 들고 나와 미영에게 내밀며
태우 자요!
미영 (의아해서)뭐예요 이게?
태우 입으라구요, 추워서 파들파들 떨지 말고......
미영 (놀라)됐어요!(하는데)
태우 되긴 뭐가 됐다그래요, 코까지 빨개져놓구.(억지로 떠안기고 앞서 걸 어가버린다)
미영 (얼결에 받아들고, 어이없고 난감하고)......!
명순 (사복차림, 집이 근처인듯 두꺼운 잠바 입고 종종거리고 가다가 그런 태우와 미영 보고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지는데)어머!
미영 (그런 줄도 모르고 쉐터 들고 난감하고 따라가는데)......
명순 (경멸하듯 그런 미영을 보고)기막혀......!
S# 73. 바닷가(밤)
촌스런 쉐타 어깨에 걸친 미영과, 태우,
바닷가 일각에 앉아 종이컵 커피 마 시며 앉아있다.
미영, 다사다난했던 하루였던지라 노곤하고 피곤하지만,
그래도 짤리지 않고 다시 일할 수 있는 희망에 뿌듯한데......
태우 (미영을 보며 놀리는)잘 어울리네?
미영 (쑥쓰러운데)......
태우 멋내다 얼어죽는것보단 훨씬 낫잖아요.
미영 ......(커피 한모금 마신다)
태우 (아무렇지도 않게, 툭 던지듯)이혼했어요?
미영 (당황하는데)......!
태우 (별일 아니라는듯)나두 했어요!
미영 (태우를 보는데)......!
태우 (쓴웃음)이혼당했단 말이 더 맞겠다. 나, 사실 좋은 남편은 아니거 든요. 사는 꼴 봐서 알잖아요.
미영 무슨 원고같은거 쓴다면서요?
태우 (피식)시나리오 작가예요. 감독데뷔 준비하구 있구.
미영 어머......?
태우 놀랐어요?
미영 쪼금요......
태우 (피식)내친구들도 다들 놀래요. 나두, 내가 글밥 먹고 살게 될줄은 몰 랐거든......
미영 (기억 더듬어)생각해보니까 사보에 글도 쓰고 그랬 던것 같네요......
태우 (피식 웃는)애는 있어요?
미영 (마음이 아프다)...... 딸하나...... 아들하나......
태우 몇살?
미영 여덟살, 일곱살......(마음이 저려온다)
태우 난 아들 하나, 여섯살이요. 나 닮아서 지독 한 말썽꾸러기예요.
미영 부인이 키워요?
태우 내 한몸 건사도 못하잖아요...... 그녀석도 엄마랑 살겠대요. 그쪽 애들 은 애아빠가 키워요?
미영 (아픈)......!
태우 (다 안다는듯)세월이 약이란 말 있죠? 그거 진짜예요. 당장 죽을것 같 이 힘들던 일도 하루, 이틀... 한달, 두달 그렇게 해가 바뀌고 세월이
가면, 또 살만해지거든요.
미영 (동병상련의 느낌으로 태우를 보는데)......!
태우 (손목시계 보더니)지금쯤 가면 안걸리겠다, 갑시다.(일어선다)
미영 (따라 일어서고)......
S# 74. 해장국집앞(밤)
미영, 태우를 따라 걸어온다.
태우, 일각에 주차된 차에 오르고 미영 조수석에 앉으면
태우차 출발한다.
S# 75. 태우차(밤)
저만치 아직도 음주단속 경광등과 입간판이 보이는데
지나면서 보니, 도로공사 입간판과 표시등이다!
태우 (기가 막히다)하 참......!
미영 (어이가 없다)어머......!
S# 76. 옥탑마당(밤)
경수, 자기 방에서 나와 미영방 기웃거리지만 여전히 불 꺼져있다.
경수 이 아줌마, 이사 첫날부터 외박을 하구 그러냐.... (답답한듯)핸드폰도 없으니까 연락도 안돼고!(답답한데)
S# 77. 국도일각(밤)
달려오던 태우차, 주춤주춤 도로변에 비상등 켜고 멈춰선다.
S# 78. 태우차안(밤)
태우, 시동을 걸려하는데 치칙 소리만 날뿐 잘 안된다.
의아해서 쳐다보면서
미영 왜그래요, 뭐가 잘못됐어요?(하는데)
태우 (계기판 이리저리 보다가, 난감한듯)엔꼬났네......
미영 (어리둥절)엔꼬가, 고장났어요?
태우 (씁쓸)기름 떨어졌다구요.
미영 (어이가 없다)기름 체크두 안하구 출발했단 말예요?
태우 하두 오래 세워만 놨던 차라, 잊어버렸죠.
미영 (난감한데)......!
S# 79. 국도일각(밤)
태우차 밖에, 미영과 태우 나와서 서성거린다.
태우는 핸드폰 통화중이고.
태우 (핸드폰)거기가 아니라 해장국집 앞 사거리 알죠? 거기 지나서 10키 로 쯤 더 왔다구요. 그렇죠! 엉뚱한 데로 갔구만! 빨리 좀 와주세요. (핸드폰 끊는다)
미영 (난감한데)......
태우 (딴청 피우면서)미안해요.....
미영 (속은 상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괜찮아요......
태우 쌀쌀한데 차안에 들어가 있어요.
미영 됐어요.
태우 들어가라구요.(하는데)
미영 (좀 짜증이 난다)됐다니깐요!(하는데)
태우 (투덜, 혼잣말)고집센건 여전하네!
미영 (마음이 좀 상하는)뭐라구요?(하는데)
태우 (야금야금 속 긁는다)회사 다닐때, 장미영씨 별명 뭐였는지 알죠?
미영 (퉁명)뭔데요?
태우 딱따구리요. 따다다다닥! 맘에 안드는건 쫘버려야 속이 시원하잖아요. 그리구, 내가 홍차 티백좀 흘리고 다녔다구, 내 책상 앞에다 대문짝만
하게 써붙여 놨던말, 기억해요, 뭐라고 썼었는지?
미영 (아리송한데)......?
태우 (한글자도 안틀리고 여태까지 기억하고 있다)나의 잘못된 습관으로 타인의 노동이 필요할때, 그것은 더 이상 습관이 아닙니다, 범죕니다!
미영 (어이가 없는듯)그걸 여태까지 기억하고 있단 말예요?
태우 내가 얼마나 가슴에 사무쳤으면 그걸 기억하고 있겠냐구요?
미영 (약이 오른다)오죽하면 그랬겠어요? 홍차, 녹차, 마시고 나서 젖은 티 백 아무데나 던져두는 버릇 여전하던데요 뭘! (궁시렁)자기 별명은 뭐, 썩 훌륭했던 줄 아나......
태우 내가 무슨 별명이 있었다그래요?
미영 (지지않고)찐떡찐떡 찐덕이요! 석태우씨 책상엔 커피 자국, 홍차 자국, 하두 찐덕거려서 서류도 못 올려논다구요!
태우 (약 올라)그거, 장미영씨가 지어낸 별명 아니예요?
미영 뭐라구요?
미영과 태우, 반외면하고 서로 씩씩대는데......!
보험사 서비스차량이 와서 멈춰서고,
직원, 기름통 갖고 내린다.
태우 (짜증)이렇게 늦게 오면 어떡해요!
직원 죄송합니다.
S# 80. 옥탑 옥상(밤)
평상에 벌렁 누워 밤하늘 바라보다가 벌떡 일어나더니
경수 아, 그 아줌마 진짜 신경쓰이게 만드네!(투덜투덜 계단을 내려간다)
S# 81. 낡은아파트 앞(밤)
투덜투덜 현관을 나온 경수, 미영을 기다리고 있는데
저만치 태우차가 달려와 멈춰선다.
경수, 헤드라이트 불빛이 눈부셔서 손으로 가리며 찡그리는데......
S# 82. 태우차안(밤)
내리려고 손가방 집어들며
미영 (퉁명)태워다 줘서 고마워요.
태우 (퉁명)천만의 말씀......
미영 (내리고 문을 닫는다)
태우 (출발하려다 보니, 바닥에 미영의 옷봉지가 그대로 있다)쯧쯧쯧.......
(안전벨트 풀며 옷봉지를 집어드는데)
S# 83. 낡은아파트 앞(밤)
헤드라이트 불빛때문에 찡그린채 태우차 쪽을 보던 경수,
미영이 내리는 걸 보고 반가워서 다가가며,
경수 아줌마!
미영 (놀라서)어머, 여기서 뭐해요?
경수 (의아한듯 태우차쪽 돌아보며)누구예요?(하는데)
태우 (차에서 내려 미영 옷봉지를 들고 오면서)이거 가져가야죠!
미영 아참!
태우 (와서 옷봉지를 미영에게 준다)
경수 (놀란 표정으로 어리둥절 태우를 보면서 경계하듯)누구예요?
태우 (이상한듯 경수를 돌아보며, 동시에)누구예요?
그런 두 남자 사이에서 약간 난감한듯 머뭇머뭇하는 미영의 얼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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