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프러포즈 2회
[제 2 부]
S# 1. 호텔방
커튼 사이로 비춰드는 아침햇살...
시트 밖으로 벗은 상체 보이는 민석, 엎드려 자다가 부시시 눈뜨지만
잠결이라 아직 정신이 없다......
그러다가 문득 이상한 느낌에 퍼뜩 일어나는데,
연정, 저만치 구석에서 돌아선 채 몹시 당황해하며 옷 입는 중이다.
순간, 퍼뜩퍼뜩 플래시백 되는 기억의 편린들!
연정을 껴안고 열정적으로 키스 나누던 모습!!
그대로 뒷걸음질쳐 침대에 포개 눕던 모습!!!
난감하다... 급히 시계를 보는데 벌써 오전 9시.
연정도 민석이 깨어난 것 알아채고 단추 채우는 손 버벅대는데,
E 약하게 들려오는 핸드폰 벨소리!
민석도 연정도 멈칫!
민석, 침대 옆에 던져놓은 옷 밑에서 핸드폰 찾아내
폴더 열면, 액정 속에 떠오르는 미영의 얼굴!
아찔하다!
연정도 굳어있는데......!
E 핸드폰 벨소리......
민석, 마른침 삼키며 마침내 핸드폰 통화버튼 누른다.
민석(낮은 목소리)여보세요...(하는데)
S# 2. 미영거실
켜놓은 TV에선 뽀뽀뽀 류의 유아 프로그램이 요란하게 울려퍼지고.
유치원 갈 준비를 하다 말고 챙기던 가방도 팽개쳐 둔 채, 목둘레도
늘어나고 색도 바랜 후즐근한 만화캐릭터 티셔츠를 입은 단비,
TV 앞에 엉거주춤 주저앉아 넋이 나가있다.
꽃비(방에서 나오며)엄마, 멜로디언 못봤어?(하다가 단비보며 호들갑)엄마, 단비 또 저 옷 입었데요!(하는데)
미영(단비보며 빽!)딴거 입으랬지, 옆에 꺼내놨잖아!(이어서 수화기들고 열 올라 소리친다)어디야 당신!
S# 3. 호텔방
민석(핸드폰, 당황해서)어......(하며, 뒷쪽의 연정을 의식하다가, 낮고 빠르게)사우나.
연정......!
미영E (짜증)그럼 그렇다구 전활 해줘야 될거 아냐!
민석(핸드폰)미안해. 깜빡 잠이 들었어.
미영E (따다다다)아휴 진짜 내가 못살아... 증말 나나 되니까 살아주는 줄이 나 알어, 이사하는 것도 몽땅 나한테 맡겨놓고 자기만 혼자 쏙 빠져 나가서 술이나 마시구!
민석(연정이 신경쓰인다, O.L 느낌으로 낮게)알았어, 이따 얘기해.(끊는다)
민석과 연정, 차마 서로를 보지 못한채 민망해서 굳어있는데.....!
S# 4. 미영거실
단비는 아직도 TV앞에서 미적대는 중이고,
꽃비는 멜로디언을 챙기고 있다.
미영(수화기)여보세요! 여보세요!(수화기 내려놓으며 투덜대는데)무전기예 요 무전기! 자기 할 말만 하구 끊어버려.(투덜대다가 단비보고)너 따른 옷 입으랬지!(하는데)
꽃비엄마 늦었어, 유치원 버스 놓쳐!
미영(놀라 벽시계보며)어머머머, 빨랑 나가자! 꽃빈 준비 다 됐어?
꽃비네.
급히 우르르 몰려나간다.
S# 5. 아파트 앞 도로
유치원 버스 기다리는 아이들과 엄마들,
그 속에 미영과 단비, 유경과 아영이 있다.
미영, 이사하느라 힘을 뺀데다 잠까지 설쳐서 부석부석한 맨얼굴인데,
유경은 완벽한 화장에 품위있고 우아한 미시주부의 모습이다.
아이들끼리도 비교가 된다.
아영은 양갈래로 묶어올린 머리와 이쁜 드레스가 동화속 공주님처럼 깜찍하건만,
단비는 후즐근한데다 앞에 음식얼룩까지 묻은 꼬질꼬질한 티셔츠다.
미영(속상해서 단비에게)넌 이옷이 뭐가 그렇게 좋아, 엄마 눈엔 하나두 안 이쁘구만...(음식 얼룩 부벼 털어내면서 유경보기 민망한데)
단비(여유만만)난 좋아, 제일 좋아.
미영(오늘따라 단비 머리도 더 더부룩한거 같다, 속상해서 손가락 빗질해주는데)
단비아, 아퍼어!(피하고)
유경(우아하게 아영을 챙겨주고 있다)......
S# 6. 호텔방
핸드백까지 챙겨든 연정이 일각에 어정쩡 서 있고,
바지입은 민석도 침대쪽에서 뒤돌아서 급히 상의를 걸쳐입던 중인데,
문득 민석의 시야에 침대 시트에 묻은 작은 혈흔이 보인다.
놀란 민석, 어떤 느낌에 연정을 휙 돌아보는데!
연정(얼굴이 새빨개진채 외면하고 어정쩡 서있다)
민석(혈흔을 보며)저기 혹시...?(하는데)
연정(몹시 당황해하며)저, 먼저 내려갈게요.(나가버린다)
민석(잡을 수도 없고... 난감한데)......!
S# 7. 동 엘리베이터 안
연정 참담한 표정으로 서 있다.
연정(혼잣말)미쳤어!(괴로운데)
S# 8. 호텔앞
몹시 당황해하며 연정, 급히 호텔현관을 빠져나온다.
마침 도착한 택시에 오른다.
택시, 출발하는 순간
호텔현관을 막 빠져나오던 민석,
연정이 탄 택시의 뒷모습 보면서,
마음이 이상하다, 난처하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뭔가 소중한 것을 순식간에 잡았다 놓쳐버린 듯 묘한 기분인데......!
S# 9. 홈쇼핑 복도
연정, 출연의상과 화장케이스 들고 빠른 걸음으로 걷는데
고PD, 경제신문 들고 급히 따라오고 있다.
고 (신문 들이밀며)이게 무슨 하늘 찢어지는 소리야?
연정(묵묵히 걷는다)......
고 (답답해 죽겠다)어떻게 된거냐니깐?
연정써있는 대루야.
S# 10. 동 분장실
연정, 화장대 앞에서 굳은 얼굴로 앉는데
고 (옆에서)허!(기막혀서)어쩐지... 입에두 못대던 술을 그렇게 마시드라 니... 무슨 이런 개같은 경우가 다 있다니? 장실장, 간두 쓸개두 다 줄 것처럼 그렇게 너한테 공들였잖아, 그러던 사람이 어느새 이렇게 뒷 통수를 쳐! (펄펄 뛰는데)
연정(차분히)선배, 나 방송시간 다 됐어!
고 (할수없다)알았어, 이따 얘기해?
연정(분장만 계속)......!
고 (분을 못 가라앉히며 씩씩거리면서 나간다)
연정(심호흡 한번 크게 하고 분장 시작한다)......!
S# 11. 깔끔한 한식당
민석과 재원이 해장음식을 먹고 있다.
재원(은근히 떠보는)나한테 뭐 할 말 없어?
민석없어.(묵묵히 먹는다)
재원(답답해 죽겠다, 못참고)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너 설마(하는데)
민석(자르는)포장마차에서 한잔 더하구 택시태워 보냈어. 찌부둥해서 사 우나 하다 잠들었구.
재원그렇게 말이야 해줬지 나두.
민석(보는데)......?
재원새벽같이 전화왔었어, 꽃비엄마한테. 둘러대느라구 혼났다.
민석(찔끔하는데)......!
재원술마시구 피곤해서 사우나하다 잠들었다, 그거 남자들 단골 레파토리아냐.(후루룩 국물 마시고는)어, 시원하다! 근데 왜 생전 안하던 외 박은 하구 그래?
민석피곤했었나봐, 사우나 좀 하구 들어간다는게 깜빡 잠이 들었어.
재원뭔가 냄새가 나는걸... 수상한데?(캐는듯한 눈빛인데)
민석(일어서며)이빨에 고추가루나 빼.(계산서 들고 나간다)
재원어? (숟가락 뒤집어 이빨 비쳐보는데)......
S# 12. 유경거실
60평대의 잘 꾸며진 아파트 거실.
가구도 모두 이태리제 수입가구에, 양주장에는 발렌타인 30년, 조니 워커 블루, 글렌피딕 30년, 로얄살루트 같은 값비싼 양주가 그득하다.
여성지 인테리어 코너를 그대로 옮겨온듯 잘 꾸며진 고급스런 실내. 후즐근한 평상복 차림의 미영과
세련된 며느리룩 차림의 우아한 유경, 마주앉아 쥬스 마시고 있다.
미영, 어색하게 주위 둘러보며 절로 나오는 감탄사를 억제하는 중,
가정부, 앞치마 정갈하게 두르고 안에서 나온다.
가정사모님, 식사준비 됐어요.
유경(마시던 쥬스잔 내려놓으며)그래요?(미영에게)아침 안먹었지?.
미영나 그냥 집에 가서 먹으면 돼. 이거 쥬스나 한잔 마시고 갈게.
유경약속 있어?
미영그런 건 아니구...(하는데)
유경(웃는)그럼 먹구가, 연어 좋은거 들어와서 스테이크 준비시켰어.
(일어선다)
미영그래? 그럼 그러든가... (유경을 따라 엉거주춤 주방으로 간다)
S# 13. 동 주방
값비싼 이태리제 6인 식탁에 은은한 꽃장식과, 은식기에 담긴 ??, 갓구운 바게트빵, 버터바구니, 그리고 연어스테이크 보기좋게 차려있다.
미영과 유경, 마주앉아 있는데
유경순서대로 내와야 되는데 번거로워서 그냥 한꺼번에 차렸어.
미영(주눅이 든다)어, 그래.
유경(미소)먹자.(우아하게 ?좇? 먹는다)
미영(어설프게 따라 먹으며 유경을 보는데)......
유경(세련되고 우아한 상류층 사모님의 완벽한 자태다)
미영(그 모습에 어쩐지 빈정이 상한다)......!
유경(바게트를 한조각 뜯어 버터 발라 먹는데)
미영(빼딱하게)밥은 없니?
유경어?
미영(시침 뚝 떼고)받은 없냐구? 아침부터 이런거 느글대잖아. (밖에 대 고)아줌마! 여기 밥이랑 김치두 좀 줘요
가정(들어와 난처한듯)밥이 없는데......
유경어떡하니, 오늘 아침엔 밥을 안했는데...
미영그래? 그럼 할 수 없지뭐. 됐어. (깨작깨작 포크를 드는데)
S# 14. 미영거실
미영, 소파위에 양반다리로 올라 앉아 커다란 양푼끼고서 열무비빔밥을 아주 맛나게 퍼넣는다.
미영아휴, 맛있어!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르겠네. 역시 한국사람은 밥을 먹어야돼, 연어 스테이크? 흥, 간에 기별두 안온다야.(물김치도한숟깔 맛있게 떠먹고, 다시 밥 한 숟갈 크게 떠먹는데)
S# 15. 백화점 여성의류코너
연정, 가죽쟈켓들을 살펴보는 중이다.
가격이며 재질, 원산지 등을 판매원에게 묻기도 하고
이것저것 꼼꼼 히 살피는데
고PD, 옆에서 쯧쯧쯧 하는 얼굴로 보고 있다.
고 넌 지금 일할 기분이 나니?
연정가죽의류특집 준비해야지, 시장조사 안하면 감각 떨어져. 감각 떨어지 면 안목두 없어지구. 안목 없는 쇼호스트가 어떻게 물건을 권해?
고 (측은하다)미련한 건지 독한 건지......
S# 16. 백화점 안 까페
연정과 고PD가 지친 다리 주무르며 음료수 마시고 있다.
고 그 장관딸인지 뭐시깽인지랑은 언제부터 양다릴 걸친거야?
연정선봤대, 두번 만나구 나서 양가 상견례했구.
고 허! 아주 초스피드로구만. 그래서, 뭐라 그러면서 헤어지재?
연정계속 만나재.
고 (놀라)그게 무슨 소리야?
연정(담담히)결혼은 비즈니스래, 아직두 나 사랑한대.
고 (버럭 흥분해서)뭐어? 무슨 그런 개자식이 다 있다니!
연정(주위 의식 낮게)목소리 좀 낮춰.
고 (부글부글)그러니까 뭐야, 결혼이랑 상관없이 넌 따루 계속 만나시겠다?
연정나 그 사람한테 미련없어, 다 정리했어.
고 어휴, 어휴 열불나!(얼음 우둑우둑 씹으며)그래, 너 생각잘했어! 지가 돈 좀 있으면 다야? 어디서 개수작이야 개수작이! 세상이 반이 남자 야, 저 아니면 남자 없을까봐? 너 정도면 더 좋은 사람 만날수 있어.
연정(씁쓸한듯 음료수 마시는데)......
고 (속 쓰린듯 배 어루만지며)어휴, 어제 너무 마셨나부다. 속쓰려 죽겠네. 넌 괜찮아? 술두 못하는 애가 꽤 마셨잖아, 난 뒷부분이 완전 필름 끊겼어. 재원이가 데려다 줬다던데, 넌 어떻게 갔어?
연정(흠칫)어? 어어......!(머뭇하는데)
고 (시계보며 놀라)어머, 들어가야겠다.(일어선다)
연정(따라 일어나고)...
S# 17. 백화점 통로
연정과 고PD, 승강기 쪽으로 걸어가는데
저만치 세준과 비서가 백화점 관계자들의 브리핑 들으며 오고있다.
연정과 고PD, 먼저 세준 일행 보고 멈칫하는데...
세준도 연정을 발견한다. 브리핑 들으면서도 연정을 한번 돌아보는데
고 (미운듯)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연정 보는데)
연정(굳은 얼굴로 애써 평정을 가장하며 또각또각 가버린다)
고 (따라가고)
연정과 고, 세준 일행을 못본척 지나치고 그냥 가버린다.
세준, 비서에게 뭐라 귀엣말을 하고.
S# 18. 백화점 주차장
연정과 고, 차문을 여는데
급히 와서 깍듯이 인사를 하는 세준의
비서모셔오랍니다.
연정만날 이유 없다고 전해주세요.
비서(그대로 버티고 있다, 목례한 채)......!
연정(난감한데)
고 (열나서)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사람 아니라고 가서좀 전해줄래요?
비서(그대로 목례한채 버티고 있다)
고 아니 딴여자랑 약혼까지 해놓구 왜 오라가라 하는거래!(하는데)
연정(결심한듯)선배, 먼저 들어가요.(차키 넘겨준다)
고 (걱정에)괜찮겠어? 내가 같이 가줄까?
연정괜찮아요. 가서 확실히 끝내고 올게요.
고 (걱정스러운데)
연정(비서를 따라 또각또각 걸어간다)
고 아흐!(그 모습 속상한듯 보는데)
S# 19. 경치좋은 강변
연정과 세준, 격하게 말다툼하고 있다.
세준죽고 못살만큼 사랑해서 하는 결혼, 얼마나 될거같니?
연정적어도 우리 부몬 그렇게 결혼했구 행복하셨어!
세준다섯살 때라고 했지, 아버지 돌아가신게?
연정......!
세준아름다운 오해로 출발해 참혹한 이해로 끝나는 게 결혼이야. 그것
두 그럭저럭 이혼않고 살아내는 사람들 경우구, 결혼한 부부 세쌍중 에 적어도 한쌍이 이혼하는 세상이라구! 죽고 못살거 같던 절절한 마음두 길어야 삼년, 그 다음은 자식때문에 아니면 그냥 관성으루 흘러가는거야! 결혼은 껍데기구 형식이구 죽은 제도일 뿐야 나한텐!
연정나한텐 아니야! 남녀가 좋아서 만나구 사랑하구 그러다 싫증나 헤 어질 수 있어, 얼마든지. 그렇담 나두 적당히 맘아파하다 다시 내갈 길 갈거라구, 그치만 당신 그 궤변에 이기심, 난 도저히 용서못해 ! 당신같은 사람 만났던 나까지 미워질 판이라구!
세준(버럭)흥분하지 말구 이성적으로 한번 생각해봐!
연정......!
세준말했잖아, 내 결혼은 비즈니스일 뿐이라구! 너를 사랑해, 그래서 너 놓치기 싫구!
연정(부들부들)근데 어떡하지, 난 이제 당신 사랑 안하거든!
세준(냉정하게 씹듯이)지금, 니가 놓치고 있는게 뭔지, 알기나 하니?
연정(경멸로 또박또박)너무 잘 알어, 그리구 손톱만큼도 미련 없구!
세준연정아!(잡으려는데)
연정(차갑게 얼른 물러선다)
세준......!
연정(조소로)명심해, 당신이 아니라 내가 당신 버린거야!
연정, 세준을 남겨두고 또각또각 가버린다.
S# 20. 홈쇼핑 휴게실
연정, 창백한 얼굴로 자판기 앞으로 온다.
지친듯 캔커피 하나를 꺼내서 뚜껑을 따다가
손톱 부러지면서 피가 약간 난다.
연정, 당황하며 핸드백 열고 휴지 찾는데,
민석이 준 손수건이 떨어진다.
연정, 손수건을 가만히 본다...
손수건으로 상처난 손을 감싸쥐는데......!
S# 21. 웰빙Bar
탁자 밑으로 졸졸 흐르는 인공 시냇물 속에 발을 담그고
민석과 재원, 미스터 갸스똥 환담하고 있는데
음료를 서빙해주던 종업원, 실수로 갸스똥의 옷에 음료를 쏟는다.
놀란 재원, 얼른 손수건 꺼내 닦아주고
갸스똥 괜찮다 하고
민석도 반사적으로 손수건 찾느라 주머니에 손이 갔다가 멈칫,
손수건이 없다... 연정을 떠올리고
S# 22. 미영거실
미영, 캔트지 위에 S자 코스랑 T자 코스 그려놓고 아주 진지하게
단비의 모형자동차로 주행연습 하고 있다.
꽃비, 단비, 쭈쭈바 빨면서 옆에서 뒹굴뒹굴 구경하고 있다.
꽃비(냠냠)엄마 이번엔 자신 있어?
미영그러엄. 이번엔 꼬옥 붙을거야.
단비저번에두 그래놓구 떨어졌잖아?
꽃비이번에두 떨어지면 분명히 아빠가 (민석흉내)때려치구 솥뚜껑 운전이나 해! 그럴거란 말야.
미영이번엔 느낌이 팍팍 온다니깐!
단비진짜?
미영드디어 전세살이 면하고 집장만 했겠다, 아빠 회사 잘되겠다, 니들 건 강하게 쑥쑥 자라주겠다, 여기다 엄마 운전면허까지 따면 만사오케이아냐! 면허 따면 니들 태우구 놀이동산두 가구 수영장두 가구...(꿈에 부풀어 열심히 연습하는데)
단비엄마, 우리두 가서 응원해줄까?
미영(열심히 연습하며)니들은, 안오는게 도와주는거네요.
꽃비얌전히 구경만 할게.
단비가서 응원해주면 되잖아!
미영하유, 조용히 좀 해봐, 정신사나워!(집중해서 연습하는데)
S# 23. 아파트 길
미영, 꽃비와 단비 손을 잡고 룰루랄라 노래 부르며 오고 있다.
미영엄마가 특별히 만화 DVD 하나 빌려줄테니까 집 잘지키구 있어야돼?
꽃단비 (신나서)네!
S# 24. 비디오가게
껄렁한 모자 쓴 경수, 야한 비디오 보면서 카운터에서 컵라면 먹는중.
여배우 몸매에 감탄해 마지않는 중인데,
꽃비와 단비를 이끌고 들어오다 화면 보고 화들짝 놀라는
미영(얼른 애들 눈 가려 품에 끌어안고, 버럭)어머머머 빨랑 꺼요, 빨랑!
경수(리모콘 집어들고 투덜투덜)아이 깜짝이야...(비디오 끄는데)
단비(경수 손가락으로 가리키며)어? 이사짐 아저씨다!
미영(그제서야 보며)어머?
경수(입맛쓴듯 반외면)......!
미영아저씨가 왜 여기 있어요?
경수(떫은)저 아저씨 아니걸랑요.
꽃비오늘은 이사 안해요?
경수(씨익)아저씨 아니라 오빠, 오늘부터 여기서 일해.
단비진짜요?
경수응, 진짜. 여기 주인아저씨랑 이 오빠랑 옛날에 같은 영화사 다녔어.어제 4년만에 다시 만났지뭐야?
미영(새침떨고 반외면하는데)......!
경수만화영화 빌리러 왔어?
꽃비네.
경수골라봐. 저쪽에 있어.
꽃비네.(단비 데리고 만화 DVD를 이것저것 뒤적이다)
미영(못마땅)대낮부터 저런영활 틀어노면 어떡해요, 애들도 드나드는 가겐 데!
경수새영화 들어오면 바로바로 모니터해야죠, 그래야 손님들한테두 권해 주고 영 아닌건 반품두 시키구요.
미영(앞쪽에 진열된 낯뜨거운 에로비디오 쟈켓들 보며)어머, 이게 다 뭐 야? 마님은 돌쇠에게 왜 쌀밥을 줬을까, 뒷집여자, 장화낄련? 세상에,
이런걸 어떻게 이 앞에다 진열해놔요?
경수얼마나 인기있는데 그래요, 회전율 제일 빵빵한 알짜들인데!
미영진짜 이 아저씨 안되겠네!(하더니 앞쪽 에로비디오들을 죄다 뽑는다)
경수지금 뭐하는거예요?
미영(한무더기 에로비디오를 경수에게 턱 안기며)이거요, 저기 뒤쪽 구석에다 박아놔요. 안보이는데다. 볼사람들은 구석아니라 구석 할아버지한테 박아놔도 알아서 다 찾아본다구욧! 안그러면 이가게, 청소년 유해업소루 반상회에서 소문 쫙 내버릴거에요!
경수아줌마!(하는데)
단비(만화DVD 카운터에 올리며)우리 엄마 진짜 한다면 해요.
미영(두손 허리에 올린채 거봐! 하는 표정으로 돈꺼내서 카운터에 탁!)
경수(어이가 없는데)......!
꽃비엄마, 시험보러 안가?
미영(그제서야 놀라)어머어머, 내 정신 좀봐. 엄마 갔다올게!(헐레벌떡 뛰 어나간다)
경수으흐!(질린다는듯 진저리치며 만화 DVD 집어들고)......
S# 25. 운전면허시험장 코스시험장
각양각색의 대기생들이 자기 차례를 기다리며 지켜보는 가운데
하얀 장갑낀 미영, T자 코스를 막 운행하는 중이다.
미영, 마른침 꼴깍 삼키며 차창 밖으로 얼굴 내민채 후진도 잘하고...
미영, 엄청 긴장했던 얼굴로 정신없이 차에서 내리는데
000번 80점 합격입니다! 하는 방송 흘러나온다.
E 할렐루야 할렐루야! 메시아 음악 흘러나오고.....
흰 장갑 낀 미영, 좋아서 팔짝팔짝 박수를 치며
대기석의 생면부지 뚱뚱한 아줌마와 얼싸안고 날뛴다.
사람들 박수쳐주며 커트라인에 딱 맞춰 붙는게 알짜배기다,
만점 맞는다구 면허증에 금테 둘러주냐... 떠들어댄다.
미영(흥분해서)아줌마, 방금 합격이라 그랬죠, 그렇죠?
아줌응, 합격이야!
미영(흥분)아줌마, 저 붙었어요!
아줌(같이 좋아해주며)좋겠네, 몇번만에 붙은거야?
미영(좋아서 펄쩍펄쩍)여덟번째에요!
S# 26. 동 접수창구
미영, 흥분해서 코스합격쪽지를 접수대에 내미는데
인지가 너덜너덜 붙은 여러장짜리 수험원서를 넘겨보더니
직원그동안 엄청 떨어지셨네요?
미영(배시시)쫌요... 저기, 주행은 언제봐요?
직원(모니터 보며)나흘 후에요. 여기 써있어요.(서류 준다)
미영(받으며 연신 꾸벅)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신바람 나서 나간다)
S# 27. 동 공중전화
미영, 들뜬 얼굴로 수화기 들고 있는데
민석E 어, 왜?
미영(수화기, 감격)여보, 빅뉴스! 나 오늘 코스 합격했어!
민석E (믿기지 않는다)진짜야?
미영(수화기)어, 진짜라니까!
민석E 허... (아직도 믿기지 않는듯)
미영(수화기)내가 오늘 저녁, 근사하게 쏠테니까 일찍 들어와, 알았지?
민석E 알았어.
미영, 전화 끊고 신바람나게 룰루랄라 발걸음 날아갈듯한데...
S# 28. 민석사무실
민석, 천천히 핸드폰 폴더를 접는데
재원(모니터 들여다보다가)왜?
민석집사람, 코스 시험 통과했다네?
재원진짜? 야, 칠전팔기가 따로 없구만! 아무래두 집터가 좋은가부다야, 이사하지 마자 그렇게 떨어지던 코스시험도 통과하구.
민석붙어도 걱정이야, 지독한 기계치에다 방향치거든. 맨날 다니던 길도 이리저리 두바퀴만 돌려노면 절대 못찾잖아.
재원그런 여자들 많지왜... 일찍 들어오래지?
민석응.
재원그래, 너 오늘 먼저 들어가라, 내가 일아서 마무리 할테니까. 이사하는것도 맡겨두고, 어제 외박까지 했잖아. 오늘은 일찌감치 들어가서 좀 오바해서 축하두 해주구 그래. 그래야 또 한주가 편해질거아냐.
민석(마음이 복잡한데)......
재원지금 들어가.
민석알았어.(하면서도 미적미적대는데)
S# 29. 수퍼마켓
장보는 주부들로 몹시 분주한 대형 수퍼마켓.
미영, 계산대 앞에서 삼겹살이며 쌈종류등 잔뜩 장본것들을 계산하고
막 돌아서는데,
(미영의 시선)옆계산대에 늘어선 사람들 속에서 어떤 멋쟁이 할머니
손가방으로 슬며시 접근하는 손,
순식간에 가방을 따더니 지갑을 빼낸다. 귀신같은 솜씨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아무도 눈치를 못 챘는데, 미영은 봤다!
미영, 놀라 입이 딱 벌어지는데
소매치기 여자, 유유히 계단을 올라간다.
미영, 뚱뚱한 쇼핑봉지 들고 엉겁결에 여자 뒤를 쫓아간다.
할머니, 그제서야 지갑 없어진 것을 깨닫고 야단야단하고......
S# 30. 동 상가 1층
계단을 올라오는 소매치기여자 유유히 화장실 쪽으로 향한다.
몇걸음 떨어져 뒤를 쫓는 미영, 어머어머 어떡해... 하면서 주위를 둘 러보는데 아무도 없다.
미영, 얼결에 따라들어간다.
S# 31. 여자화장실 한칸
소매치기여자, 변기뚜껑 닫고 걸터앉더니 여유있게 지갑꺼내는데...
S# 32. 동 화장실
살금살금 발소리를 죽이며 들어온 미영, 입구에 조심스럽게 쇼핑봉지내려놓는다.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닫힌 문 한칸에 주목하는 미영, 가슴이 콩콩 뛰지만
미영(마음의 소리)침착하자, 침착해야돼!
미영, 얼른 쇼핑봉지 속에서 튀김가루와 고추가루 봉지를 꺼낸다.
튀김가루, 고추가루봉지 이빨로 물어뜯어 구멍내서 들고
살금살금 닫힌 옆칸으로 들어간다.
S# 33. 동 옆칸
미영, 변기뚜껑을 닫고 위에 올라가서 옆칸을 내려다보면
S# 34. 동 닫힌칸(미영의 시선)
소매치기가 지갑에서 현금 십여만원 가량을 꺼내는 모습 보인다.
여자어쭈?
소매치기, 현금은 챙기고 카드가 있나 뒤져보지만 없다.
경로우대권을 꺼내더니 김샜다며 휴지통에 던져버리는데
갑자기 위에서 쏟아져내리는 하얀 튀김가루들.
돌연한 기습에 소매치기, 놀라 비명지르며 우왕좌왕하는데
이어서 쏟아지는 고추가루세례...
매워서 눈물콧물 다 흘리며 눈도 못 뜬채 소리소리지른다.
여자누구얏!
S# 35. 동 화장실
옆칸에서 뛰어나온 미영, 얼른 닫힌칸 문을 온몸으로 막는다.
안에선 나오려고 쿵쿵대며 좌충우돌인 소매치기, 소리소리지르는데
여자E 어떤 년이야? 빨랑 못열어! 너, 죽는다!
미영, 무서워 벌벌 떨리지만, 문을 온몸으로 버티며 고래고래
미영도와줘요, 아무도 없어요, 소매치기야, 소매치기! 누구 없어요?
S# 36. 남자화장실
미영E 도와줘요, 아무도 없어요? 소매치기야, 소매치기! 누구 없어요?
소변보던 경수,
미영의 고함소리에 황급히 쟈크 올리면서 나간다.
S# 37. 여자화장실앞
경수, 선뜻 못 들어가고 여자화장실 앞을 기웃대는데
미영E 소매치기야, 소매치기!
경수, 그 소리에 급히 여자화장실로 뛰어든다.
S# 38. 여자화장실 안
경수, 뛰어들어오면
미영, 고추가루 뒤집어 쓴 소매치기 여자와 난투중이다.
경수(놀라)뭐예요, 뭐하는거야?
미영(꽥꽥)뭐해요, 이여자 좀 안잡고! 소매치기란 말예요!
경수에?
경수, 합세해서 소매치기 찍어누르고
미영, 대걸레 휘둘러대는데
마침 들어서던 통장과 아줌마, 구석으로 피하며
통장어머머 뭐하는거야 지금?
아줌몰라, 개싸움 하나봐...
S# 39. 파출소
튀김가루, 고추가루 범벅된 소매치기, 연신 재채기 해대며 묶여있다.미영꼴도 말이 아니다.
소매치기 당했던 할머니, 미영 손을 잡고 고마워 어쩔줄 몰라하는데
통장, 동네 주민들, 경찰아저씨들 둘러서 박수 쳐주고 있다.
미영, 몸둘바를 모르겠는데...
소장(흥분해서)애, 경찰생활 20년 만에 아줌마가, 그것도 고추가루로 소매 치기를 잡은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애, 용감한 시민상에 추천을 해
올리겠습니다.
주민들 (모두 박수친다)
통장아무튼 우리 아파트에 명물이 하나 이사온거네, 안그래?
아줌1 그러게 말야, 어제는 소방서, 오늘은 파출소, 아주 바뻐!
미영(쑥스러운데)......
할머(고마워서 연신 미영 손등 쓰다듬으며)세상에 이렇게 고마울때가...
젊은 새댁이 어쩜 그렇게 씩씩하누!(오만원 쥐어주며)저기 이거, 얼마 안되지만 내 성의니까 받아줘요.
미영(놀라 사양하는)어머, 아니예요 할머니!
할머(막무가내로 쥐어주며)고마워서 그러지. 너무 고마워서... 새댁 아니었 음 큰일난뻔 했는데!
미영(펄쩍뛰는)아니예요 할머니. 정말 괜찮아요. 이거, 가실때 택시 타고가세요.(억지로 도로 쥐어준다)
할머(감탄)어쩜 젊은 사람이 생각두 이렇게 반듯해, 나때문에 고추가루 한 봉질 다 버렸는데.....(하는데)
미영(그말에 번쩍)어머, 내 장바구니! (경찰에게)아저씨, 제 장바구니 못봤 어요?
경찰못봤는데요?
미영(퍼뜩)어머 어머 어떡해, 놓구왔나봐!
S# 40. 상가 여자화장실
미영, 급히 뛰어들어오는데
말끔하게 청소돼있고 쇼핑봉지 보이지 않는다.
미영, 난감해서 둘러보다 허망한 얼굴로 나가는데
S# 41. 동 비디오가게 앞복도
허탈해서 터덜터덜 가게앞을 지나가는
미영(중얼중얼)청정삼겹살이랑 쌈야채랑 잔뜩 샀는데, 6만원어치도 넘는 데... 할머니가 주신돈 못이기는척 받을걸 그랬나?(속상한데)
경수E 이거 찾아요?
미영(돌아보면)
경수(통오이 아작아작 씹으며 쇼핑봉지 내민다)
미영(와서 휙 나꿔챈다)......!
경수(씹던 오이보며)이거 어디 오이야? 아삭아삭한게 맛있네!
미영(봉지 들춰보며)아니 근데, 왜 남의 오일 먹구 그래요, 허락두 없이?
경수소매치기 잡아주고 장바구니까지 찾아줬는데, 나같음 오이 아니라 인삼이라두 주겠네...
미영(얼른 쇼핑봉지 뒤적이며 또 없어진거 없나 보는데)
경수(치사하다는 듯)오이 딱 두개 먹었네요!
미영그거 비싼 거예요, 무농약이라 세배두 더 비싸다구욧!
경수어휴 치사해, 진짜. 알았어요 오이값 주면 될거아니예요? 얼만데요?
미영누가 오이값 달랬어요? 됐어요!(쇼핑봉지 들고 휭 나가버린다)
경수어흐 왕소금! 막무가내에 단순문식! 어떤 남잔지 저아줌마 남편 진짜짜증나겠다!(투덜투덜 가게로 들어간다)
S# 42. 아파트 주차장
민석의 차 달려와 멈춰선다.
S# 43. 민석 차안
민석, 시동을 끄지만 선뜻 내리지 못한다.
그대로 앉아서 아파트 올려다보며 망설이는데...
어느새 와서 차창 똑똑 두드리는
미영뭐해 안내리구?
민석(화들짝 놀라)어?!
미영(장난스레)겁나서 못들어 오는구나?
민석......!
미영그렇게 떨거면서 외박은 왜하냐? 안 잡아 먹을테니까 내려.
민석(차키 뽑아들고 느릿느릿 내린다)......
S# 44. 아파트 앞길
쇼핑봉지 든 미영과 서류가방 든 민석이 나란히 걸어온다
미영(장난섞인 으름장)당신, 어제 꿈 잘 꾼 줄이나 알어, 내가 코스시험 통과기념으로 특별히 한번 봐준다!
민석......!
미영초범이니까 봐주는거야, 또 한 번 그러면 죽는다?
민석(쇼핑봉지 슬그머니 받아들며)이리줘.
미영(피식)미안하긴 했나보네? 생전 안하던 짓을 다하구...
민석(눈도 못맞춘채)근데, 머리 왜 그래, 옷두 엉망이구?
미영이거... (흐트러진 머리 매만지다가, 신나서)있잖아, 오늘!(하다가는)그 냥, 시장보는데 사람이 워낙 많더라구.(민석 팔짱을 끼는데)
민석......!(차마 아내와 눈을 못 맞추겠다)
미영(그런 줄도 모르고 재잘재잘)나, 100점 만점에 몇점으로 통과했나 맞춰봐 당신!
민석글쎄......
미영80점! 80점부터 합격이거든. 사람들 다 박수쳐주고 난리났잖아. 만점맞는 것보다 나처럼 커트라인에 딱 맞게 붙는게 훨씬 더 어려운거래!
신나서 수다떠는 미영, 민석의 팔짱끼고 1층 현관으로 들어간다.
S# 45. 미영현관
미영과 민석, 들어서면
꽃비와 단비가 아빠를 부르며 펄쩍펄쩍 민석 품에 안긴다.
민석(번쩍 안아올리며 )그래, 잘들 놀았어?
꽃비네!
단비엄마가 만화영화 빌려줬어요.
민석그랬어?(해맑은 눈동자로 조잘대는 아이들 보며 죄스럽다)
미영(서둘러 주방으로 들어가며)배고프지 당신, 조금만 기다려?
민석천천히 해.(안방으로 들어간다)
S# 46. 동 안방
민석, 양복상의를 장롱 속에 걸며 돌아서던 민석
경대위에 놓여진 가족사진 액자 본다.
웃고있는 꽃비, 단비, 미영, 그리고 민석의 모습.
찔린다......!
S# 47. 동 욕실
민석, 샤워기 아래서 물 맞고 서 있는데 떠오르는
<연정과 에로틱했던 S#1.의 장면들.
연정을 껴안고 열정적으로 키스 나누던 모습!!
그대로 뒷걸음질쳐서 침대에 포개 눕던 모습!!!
S# 6.의 상의 걸쳐입다 침대시트 혈흔을 발견한 장면,
민망해 하며 황급히 호텔방을 나가버리던 연정,
1부에서 비상계단에서 손수건 서로 집으려다 마주쳤던 연정의 눈물그렁한 얼굴>
민석, 혼란스런 마음 털어내려는 듯 물줄기 맞으며 머리를 흔드는데
벌컥 문열고 들여다보는 앞치마차림의
미영등밀어줘?
민석(소스라치게 놀라 벽에 등대고 붙어)아이 깜짝이야!(가슴 쿵쿵뛰는데)
미영(예사로)뭘 그렇게 놀라?
민석(약간 짜증스럽게)노크도 안하고 벌컥벌컥 여니까 그렇지!
미영별일이야, 새삼스럽게 노크는 무슨... 빨랑 나와, 저녁 다됐어.(나간다)
민석(십년은 감수한 듯)......!
S# 48. 동 거실
샤워마친 민석, 거실로 나오자마자
E 빵(미영이 터트리는 생일축하용 폭죽소리)
생일축하 꼬깔모자 쓴 꽃비 상장을 일기 시작한다.
꼬깔모자 쓴 단비, 옆에서 좋아서 펄쩍펄쩍 뛰고
꽃비(상장을 읽는)표창장, 이름 이민석. 위 사람은 언제나 우리 가족을 위 해 열심히 일하시고, 이렇게 좋은 집까지 마련하시어 가족을 행복하 게 살 수 있게 해주신 세상에서 제일 좋은 아빠이기에 이에 상장을 드립니다. 행복한 우리집 대표 이꽃비, 이단비!(도화지로 직접 만든 상장 준다)
민석(받으며, 뭉클한데)......!
단비(짝짝짝 신나서 박수치고)
민석(진심으로)아빠가 지금까지 받은 상중에 제일 좋은 상이야, 고마워.
(아이들 껴안고 뽀뽀해준다)
꽃비(수염 따갑다고 소리지르고)
민석(장난스레 더 부비고)
단비(좋아라 비명)
미영자 이제 그만하구 고기 먹자!
애들네!
거실 바닥이 빈틈없이 신문지로 덮여있고
앉은뱅이 상에 푸짐한 각종 쌈야채, 쌈장, 김치, 개인접시, 파절이, 깐 마늘, 오이 등이 차려져있다.
꽃비와 단비, 상앞에 모여앉아 기다리고 있고
미영은 베란다에 내놓은 휴대용 가스버너 위에서 다 구워진 삼겹살 들고 들어오다.
민석(어이없는듯 앉으며)이게 다 뭐야?
꽃비새집에 냄새배면 안된다구요 베란다에서 구워온대요.
단비바닥에두 기름 떨어지면 안된데요.
미영어서 먹어.
민석그래두 그렇지 이게 뭐야, 피난살림도 아니고...
미영(쌈싸서 단비주며)도배 장판 새로 했는데, 기름 냄새 배면 금방 누래져.
민석그러면 나가서 사먹든가...
미영뭐하러 생돈을 써? 집에서 먹음 이렇게 푸짐한데...
민석(먹으며)너무 돈돈 하지마. 이제 집장만두 했구 우리 살만해.
미영(쌈싸서 건내주며)여기서 멈출순 없지, 아임 스틸 헝그리. 몇 년 더 열심히 모아서 강남 진출할거야. 애들 중학교 가기 전에.
꽃비우리 또 이사가?
미영응, 돈 모아서 강남에 더 좋은 집으로 이사갈거야, (쌈싸주며)이거
먹구 당신 더 힘내서 일해줘?
민석(마당쇠 버젼으로)알겠습니다요, 마님.(쌈 받아서 먹는다)......
꽃단비 (웃긴다)히히히!
꽃비아빠, 우리두 가족여행가면 안돼요?
민석가족여행?
단비맞어, 보람이네 아빠는 얼마나 많이 놀러다니는데?
미영보람이네 아빤 선생님이잖아, 그래서 방학때 시간 많으셔.
꽃비치... 우리두 가족여행가구 싶은데...
단비나두!
민석(미소)까짓거, 한번 다녀오지뭐...
꽃비진짜요?
민석그래, 진짜.
미영당신 시간돼? 이번에두 괜히 공수표 날리는거 아니지?
민석좋은 펜션 하나 예약해 놀게.
꽃비, 단비, 좋아서 민석위에 올라타고 야단법썩이 났다.
미영은 아빠 힘들다고 말리고
민석은 두 녀석과 씨름하면서도 행복한데......
S# 49. 동 안방(밤)
미영, 피곤에 지쳐 곤히 잠들었다.
민석, 스탠드불빛 아래서 베개 등에 받히고 경제서적 읽고 있다.
미영, 끄응 웅크리고 돌아누워 자는데 그모습 안쓰럽다.
민석, 그런 아내를 연민으로 보다가...
보던 책 잠깐 밀어두고 아내가 차낸 이불도 덮어주고 베개도 바로잡 아주는데,
미영이 잠결에도 미소로 민석의 손을 잡는다.
민석, 미영을 느낌으로 본다......!
그렇게 한손은 미영에게 내준채 다시 경제서적 집어들고 읽는다...
S# 50. 연정 오피스텔(밤)
민석이 보던 똑같은 경제서적, 테이블 위에 보던채로 엎어져 있다.
아로마향초 켜놓고 재즈음악 흐르는 실내...
편한 일상복 차림으로 소파위에 올라앉아 무릎위에 고개를 외로 묻고앉아있는 연정의 볼에 또르르 눈물이 한방울 흘러내린다.
방 일각에는 깨끗이 빤 민석의 손수건 두장이 널어져 있고......
S# 51. 아파트 외경(이른 아침)
S# 52. 미영거실
막 잠에서 깬 파자마 차림의 미영, 부시시한 머리로 기지개켜며 나와
커튼을 걷고, 현관으로 나가는데
S# 53. 미영복도
현관문 살짝 열리더니 잠옷차림의 미영 나와서 신문과 우유등을 집어들다가 터져나오는 하품을 참지못해 입찢어져라 시원하게 하품하는데
벌컥 앞집문 열리며 상의 벗은채 반바지 하나만 달랑 입은 경수,
나와서 신문을 집어든다.
엄마야! 깜짝 놀라 웅크린채 후다닥 뛰어들어가고
경수(어이없다는듯)아침부터 눈만 버렸네! 누가 아줌마 아니랠까봐 파자마 바람으루!(우유 꺼내 한모금 쭈욱 마시며 들어간다)
S# 54. 미영거실
놀라서 웅크린채로
미영아니 저인간이 왜 앞집에서 나와? (투덜투덜)애떨어질 뻔 했네!
(하는데)
꽃비(눈비비고 방에서 나오며)그 오빠가 앞집도 봐주기로 했대.
미영그래?
꽃비(화장실 들어가며)응 어저께 그랬어.(하는데)
민석(경쾌한 테니스복장으로 안방나서며)운동갔다올게.
미영밥은 갔다와서 먹어요?
민석(신 신으며)응.(나간다)
S# 55. 아파트단지안 테니스장(아침)
세련된 운동복 차림의 유경(테니스 스커트차림)과 철수, 부부끼리 단식게임중이다.
경기 마치고 땀 닦으며 코트를 나서다가
마침 들어서던 민석과 마주친다.
유경(밝게)어머, 안녕하세요?
민석아, 안녕하세요?(하는데)
철수아니 너, 이소위아냐?
민석(그제서야 보며)어? 나중위님?
철수(반갑게 악수)야, 반갑다 이소위!
유경두분, 아는 사이예요?
철수같은 부대있었지.
민석우리부대 군의관이셨어요.
유경어머, 그러세요?(철수에게)여보, 내가 말한 동창 장미영이요, 그집 신 랑이잖아!
철수그래? 야, 이런 인연이 있단말야, 진짜 반갑다! 일루 이사왔다구?
민석네.
철수잘됐네, 내 병원도 이 근처야.
민석(웃는)그러세요!
유경테니스 치세요?
민석네.
철수야, 우리 이제 자주자주 만날 일만 남았네. 언제 연락해, 술한잔 해 야지.
민석그럴게요.
철수반갑다야, 꼭 연락해. 우리집 3동 1506호야.
민석네.
유경미영이가 저희집 알아요.
민석알겠습니다. 연락드릴게요.
테니스 라켓 들고 다정하게 걸어가는 유경과 철수 뒷모습 보다가
테니스코트로 들어선 민석, 경쾌한 서브를 날리면서 경기시작한다.
S# 56. 미영안방
와이셔츠에 넥타이 매고있는 민석,
미영은 옆에서 새 손수건 양복상의에 넣어주다가
미영당신, 손수건 어딨어?(다른 주머니 뒤져보는데)
민석(찔끔)글쎄...
미영얻다 흘렸어?(하는데)
민석(얼른)당신동창 유경씨 있잖아, 그 남편이 내 군대선배더라구. 아까 테니스코트에서 만났어.
미영(놀라)어머 그랬어? 까맣게 몰랐네.(하는데)
민석부부끼리 운동하니까 보기 좋더라. 당신도 테니스 시작해볼래? 이제 애들도 웬만큼 컸잖아.
미영생각해볼게.
S# 57. 동 현관
민석, 구두를 신고
미영, 잘 다녀오라 배웅하고는
돌아서자 마자 여기저기 어질어진 거실을 치우기 시작한다.
S# 58. 민석회사
민석, 기운차게 들어서는데
재원(신바람나서)야, 방금 홈쇼핑에서 연락왔어. 우리 기획서 오케이됐 다구, 바로 들어오랜다!
민석(기쁜)그래?
재원뭐가 이렇게 술술 풀리냐? 이러다 우리 이거 재벌되는거 아냐?
민석오바하지 말구 자료 준비나 깔끔하게 해.(그러면서도 기분좋은데)
재원완벽하게 준비해놨어, 내가 누구냐 브리핑 송 아니냐.(가방 챙기며)가 자구.
민석그래.(나선다)
S# 59. 홈쇼핑 회의실
민석, 재원, 노트북에 연결된 스크린에 동영상자료 띄워 점검하는데
고PD, 고위간부, 연정이 차례로 들어온다.
민석, 연정을 보며 흠칫,
연정도 민석을 보며 멈칫하고...
고, 간부, 연정, 자리에 앉으면
민석, 스크린 앞으로 나간다.
재원은 노트북으로 자료를 지원하고.
민석골프투어 프로그램은 여타 홈쇼핑에서도 많이 다뤄져 왔습니다만, 이번에 저희가 구성한 프로그램은 기존 골프투어가 단지 골프만을 상품화 한것과는 달리, 동반가족 혹은 어린 자녀들까지도 완벽한 서비스 를 지원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재원(수상스포츠 장면, 호텔내 수영장, 베이비 케어 서비스 등의 화면을 비추면)
민석골프 상품을 선택한 소비자가 마음껏 게임에 몰두하는 동안, 동반 가족들도 패러세일링, 스노클링, 스킨스쿠버 같은 수상스포츠를 즐길 수 있고, 동반자녀들도 어린이 캠프에서 안전하게 보호해주는, 가족동반의 휴양여행과 골프투어가 접목된 새로운 타입의 프로그램입니다.
간부골프투어라면 보통 가족단위가 아닌 동성끼리의 사교여행처럼 인식돼왔는데, 이런 식의 가족단위 프로그램이 얼마만큼 호응도가 있을거라예상하죠?
민석그 점에 대해서 저희 회사에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재원(자료 나눠준다)
민석연봉 5천만원 이상의 3,40대 전문직 백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괍니 다. 가족휴양여행과 연계된 골프상품이 출시될 경우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응답이 무려 70퍼센트에 달했습니다.
재원와이프랑 애들한테도 즐거운 시간을 마련해 주고, 본인은 본인대로 마음껏 게임을 할 수가 있으니까요.
고 그러니까 수상스포츠랑 어린이 캠프는 아내와 애들을 위한 당근인 셈
이네요?
일동(웃음)
민석그런 셈이죠.
간부(흡족한듯)좋아요, 추진합시다. 우선 현지가서 촬영부터 해와야죠?
고 그래야죠.
간부이번에는 연정씨도 같이 가지. 라운딩도 하고 수상스포츠랑 관광하는모습 때깔 좋게 찍어와요.
연정(놀라)네?
민석......!
고 그게 좋겠네. 대부분 현지에서 찍어온 동영상만 좌악 훑어주고 말잖 아. 연정씨가 가서 멋지게 진행해 와.
간부미적미적 끌지말구 말나온 김에 후딱 찍어와, 준비되는 대로 바로 편성하구.(민석에게)문제 없죠?
민석네!
간부그럼 나머지 일정은 고PD랑 상의하세요.(일어서 나간다)
모두(따라 일어서고)
S# 60. 동 복도
민석, 연정, 고, 재원, 사무실을 나오는데
고 나 방송땜에 들어가야 되거든, 자세한 스케줄은 이사장이랑 연정씨랑
의논해.
민석네.
고 수고!(가고)
재원저두 거래처 땜에 먼저 실례합니다.(목례)
연정네.(목례)
재원(가고)
민석(어색하고)......!
연정(난감하다)......!
민석(먼저 입을 연다)저... 저랑, 차 한 잔 하시죠.
연정(난감한데)......!
S# 61. 까페
민석과 연정, 어색하게 커피잔 앞에 두고 앉아있다.
난감한 침묵이 흐르는데
연정은 민망한 기억에 얼굴이 붉게 상기돼 있다,
찻잔든 손이 파르르 떨리게 한모금 마시고, 내려놓는데
민석(동시에)그날
연정(동시에)그날
민석(멈칫하는데)......
연정(조심스럽게)제가 먼저, 말씀드릴게요.
민석......!
연정못먹는 술을 과하게 했어요 그날...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서로 없었던 일로 하는게 최선일거 같아요...
민석(말문 막히는데)......
연정(어색하게 핸드백 챙기며)차값은 제가 내고 가겠습니다.
민석......!
연정(정중히 목례하고 일어서려는데)
민석(급히)저기요, 혹시...(처음이었냐 물으려는 참인데)
연정(당황해하며)먼저 실례할게요.(얼른 나가버린다)
민석(좀 난감한듯 허탈한 웃음 짓는데)......!
S# 62. 까페앞
당황해서 얼굴 새빨개진 채로 나온 연정, 손바닥으로 달아오른 얼굴 만지며 급히 가버린다.
S# 63. 홈쇼핑 사무실
고PD, 상품 샘플 살펴보고 있는데
연정(눈치 살피며 들어선다)바빠요 선배?
고 응, 샘플 좀 보고있어, 이거 어때?
연정(보며)색감은 좋은데 (만지며)촉감이 좀 떨어지네?
고 그렇지?(자세히 여기저기 살피는데)
연정(눈치살피며)선배, 00출장 말예요...
고 어, 왜?
연정저말구 다른 호스트가 맡으면 안될까요?
고 (의아해서 돌아보며)왜?
연정그냥, 마음이 좀 복잡해서요.
고 그래서 자기더러 가래는거야. 실연하면 열대지방으로 떠나란말 몰라?
가서 좋은 공기두 마시고 기분전환 좀 하구와. 그리구 갑자기 누구더러 대신 가라그래, 자기 프론데. 안그래?
연정(말문이 막히는데)......!
S# 64. 민석회사
민석, 여행사와 통화중이다.
민석(수화기)내일것만 있어요? 모레나 글피는요... 아 그래요? 알겠습니다. 그럼 그걸로 세사람 예약해주세요. 인적사항은 메일로 넣을게요.
재원(서류가방 들고 바삐 들어오며)내일표밖에 없대?
민석응. 연락해보구 스케줄 괜찮다면 내일 당장 출발해야 될거같아.
재원그래 그럼. (땀 닦으며)어떻게 아직도 여름이야. 9월 들어선 제가 언젠데...
민석봄가을이 없어졌잖아 우리나라.
재원그러게나말야. 이러다 아열대 기후 되는거 아냐?(하는데)
민석00 출장말이야, 니가 가는게 어때?
재원(의아해서)왜?
민석이사하자 마자 출장은 좀 부담스러워서. 집사람한테두 미안하구.(하는 데)
재원니가 언제 그런거 따졌냐?
민석(할 말 없는데)......
재원나두 그랬음 좋겠는데 낼모레 처제 결혼식이잖아. 그리구 괌쪽은 쭈 욱 니 담당이었잖아.
민석(난감한데)......!
S# 65. 미영거실(밤)
미영, 민석의 런닝셔츠, 손수건을 다림질풀 스프레이 해가며 정성껏 다리고 있다.
풀먹여 다린 빳빳한 하얀 런닝들 탁탁 털어서 만족한듯 보더니,
챙겨들고 안방으로 들어간다.
S# 66. 동 서재(밤)
방 일각에 민석의 여행가방 펼쳐져 있고
민석, 컴퓨터 보며 뭔가 열심히 작업중이다.
다린 손수건과 런닝셔츠를 갖고 들어와 여행가방에 넣어주며
미영나같은 마누라두 없지않냐? 속옷까지 풀먹여 다려주고...
민석버릇이잖아 어릴때부터.
미영속옷두 풀먹여서 빳빳하게 데려줘야만 입구, 사온 반찬, 사온 김친 입 에두 안대구, 와이셔츠 다릴 때두 소매랑 팔은 주름 없이 꼭 둥글게 모양 잡아줘야되구... 당신이 좀 별나게 까탈스런건 스스로도 알지?
민석(모니터 보며)......
미영(같이 들여다보며)뭐하는건데?
민석proforma invoice 만들어달라구...
미영(어리둥절)그게...뭔데?
민석(귀찮다)당신 몰라두 돼!
미영칫...그래, 난 아무것두 모른다, 그러는 당신은 애들 예방접종은 뭐뭐 해야되는지, 공과금은 며칠날 내는지, 재활용품 분리수거일은 무슨 요 일인지 그런거 알어? 아냐구?
민석(건성으로)몰라.
미영(의기양양)거봐, 하나도 모르면서!
민석(성가신듯)그래, 알았어 미안해.
미영(그제서야 좀 풀린)안자?
민석먼저자.
미영(하품)빨리와.(나간다)
민석(컴퓨터 작업에 열중하다, 문득 생각에 잠기는데)......!
S# 67. 연정오피스텔(밤)
여행가방 챙기는 연정,
장롱속에서 옷을 꺼내다가 문득 바닥에 놓아둔 민석손수건을 본다.
잠시 망설이다, 손수건들 챙겨넣고는 뚜껑을 닫는데.
S# 68. 인천공항 라운지
민석, 기내용 가방 옆에 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저만치 연정과 카메라맨이 온다.
민석, 연정을 보고 목례,
연정도 목례
카메(악수)정영철입니다, 반갑습니다.
민석(악수)잘 부탁드립니다.
연정......
민석여기 비행기표(나눠준다)
카메(기분이 좋은듯)아, 괌! 기다려라, 내가 간다!
모두, 출국장으로 들어간다.
민석과 카메라맨 앞장서고
연정 따라가다가
출국장 입구에 약혼녀와 비서의 배웅을 받고있는 세준을 본다.
연정, 발걸음 멈칫하는데
(연정의 시선)
약혼녀, 세준의 팔짱을 끼고 다정하게 웃으며 뭐라뭐라 얘기한다.
세준도 매너놓게 웃으며 대꾸해주고
약혼녀 세준의 옷깃을 바로해주고 있다.
연정, 얼굴이 굳는데......!
카메(돌아보며)황연정씨 뭐해?
세준(그 소리에 연정을 본다)......!
연정(얼른 평정을 가장하며 일부러 밝게 웃으며)가요.
연정일행, 세준을 스쳐서 출국장으로 들어선다.
세준도 일행의 배웅 받으며 이어서 출국장으로 들어서고.
S# 69. 비행기 비즈니스석
민석과 카메라맨 나란히,
연정은 다른 쪽 창가에 따로 앉아있고
그 대각선 쯤으로 세준이 앉아있다.
카메라맨은 잠을 자고,
민석은 영자신문 읽고
연정은 창 밖 보며 헤드폰으로 귀막은 채 생각에 잠겨있다.
세준, 표정 읽을 수 없는 딱딱한 얼굴로 서류 검토하고.
S# 70. 창공
창공을 가르며 날아가는 비행기.
S# 71. 외국공항청사앞
민석, 연정, 카메라맨 청사를 나온다.
카메라맨은 벌써 공기가 다르다는 둥 혼자 희희낙락.
민석과 연정은 진중하다.
이어서 서류가방든 세준도 청사를 나온다.
세준은 정장을 한 현지인이 영접하고 있다.
연정과 세준, 냉정하게 서로를 모른 채 하고 있다.
세준, 대기중이던 근사한 리무진에 오르고,
민석일행도 곧바로 도착한 리조트 밴에 오른다.
두대의 차, 이어서 출발하고.
S# 72. 공항 인근도로
리무진과 밴이 나란히 달려간다.
연정, 냉정하게 앞만 보고 있다.
세준도 마찬가지다.
S# 73. 현지 골프장
카메라맨, 손가락으로 프레임 잡으며 오락가락하고 있고
민석과 골프복 차림 연정, 골프채 들고 카트 옆에 서있다.
민석(연정에게)골프 좀 해요?
연정(어색한)조금이요.
민석(어색한 미소)얼만큼 조금이요?(하는데)
카메연정씨 들어갑시다!
연정(간다)
연정과 카메라맨, 골프코스방향 가리키며 이런저런 의논하고
연정, 뭐라뭐라 대꾸하며 끄덕인다.
연정, 정해진 자리에 서서 준비를 하고
카메라맨 손가락으로 사인을 주고,
연정, 멋지게 드라이브 샷을 날리는데, 훌륭한 포즈에 상당한 실력.
민석, 놀라는데......
연정, 카메라 보면서 활짝 웃으며 리포트 시작한다.
S# 74. 씨푸드 레스토랑
민석, 연정, 카메라맨, 환담하며 식사중이다.
카메라맨만 떠들어대고
민석과 연정, 아직도 사무적인 어색한 분위기다.
민석, 메뉴판 보며 이런저런 주문을 하고나서
민석(와인리스트를 보이며)와인은 연정씨가 골라볼래요?
연정(와인 리스트 받아드는데)
정장한 세준과 외국 비즈니스맨 두명이 웨이터의 안내 받으며
바로 옆 좌석에 들어와 앉는다.
연정과 세준, 순간 서로를 의식하지만
이내 평정을 찾는다.
세준도 와인리스트 펼쳐들고 들여다본다.
연정과 세준, 동시에 같은 와인을 주문한다.
멈칫 놀라는 두 사람, 그러나 주위 사람들은 눈치 못챈다.
웨이터들, 리스트 들고 돌아가고.
카메내일 아침은 해변쪽으로 이동해서 빡세게 찍어대구, 돌아와서 리조 트 쭈욱 훑어찍고, 하루에 끝냅시다?
연정(일부러 쾌활한척)얼른 끝내고 땡땡이칠려 그러시죠? 어쩐지, 도착하자마자 의욕이 넘친다 했어요.
카메앗! 들켰다!
민석(웃는)그러세요, 일찍 끝내구 좀 쉬다 가세요.
카메그럼요, 사람 사는거 별거 있읍니까,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열심히 일하고 더 열-씨미 놀아주자! 이게 내 인생관이죠.
웨이터 (와인 가져와 한잔씩 따라주는 동안)
연정정선배님이 우리 회사 최고의 놀맨이거든요.
민석놀맨이요?
카메(어리둥절)놀맨이라구들 해, 나한테?
연정몰랐어요 선밴?
카메(어리둥절)몰라.
연정호호호, 놀기를 제일 좋아하는 카메라맨이라구요.
카메하하하, 놀기 좋아하는 카메라맨, 맞다 맞어. 내가 유흥엔 좀 약하지.민석 하하하, 그런 의미에서 건배!
세 사람, 와인잔으로 건배하며 화기애애하다.
세준, 동행한 외국인 비즈니스맨들과 환담하면서도
명랑하게 웃고 떠드는 연정에게 신경이 쓰인다.
S# 75. 호텔수영장(밤)
별들이 총총한 남국의 밤.
멀리 호텔Bar에서 들려오는 필리핀 악단의 ‘베사메무쵸’ 노래소리
감미로운 해풍에 실려와 감기는 가운데
연정, 어두운 호텔풀장에서 홀로 수영하고 있다.
사이드로 헤엄쳐 나온 연정, 몸을 솟구쳐 밖으로 나온다.
의자에 앉아 대형타올로 대충 몸을 닦는데
S# 76. 호텔방(밤)
베란다에 나와 밤바람을 쐬던 민석,
우연히 그 모습을 내려다본다.
(민석의 시선)
연정, 머리의 물기도 대충 털고
대형타올로 몸을 감싼채 의자위에 발올려 올라앉는다.
연정, 웅크려앉아 베사메무쵸 들으며 하염없이 생각에 잠겨있다.
민석, 그녀에게서 눈을 뗄수가 없는데......
S# 77. 현지 Bar(밤)
세준, 혼자 위스키 잔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다, 핸드폰 꺼내 천천히 버튼 누른다.
세준(핸드폰)난데, 황연정 있는 호텔좀 알아봐. 여기 괌에 와있어.
(핸드폰 끊고, 생각에 잠긴다)
S# 78. 해변(아침)
패러세일링 하는 낙하산들 두둥실 하늘에 떠있고
바다에는 경쾌한 워터바이크가 질주하고 있다.
연정, 그런 광경을 소개하는 리포트 하고 있고
카메라맨 그 모습 촬영중이다.
민석(일각에서 지켜보고 있다)
카메(오케이 사인을 내면)
연정(활짝 웃으며)수고하셨습니다.
카메좋아좋아, 한방에 가자구.(카메라를 들고 앞장서고)
민석(연정에게 찬 음료수 건내준다)마셔요.
연정(깍듯하게 사무적으로)감사합니다.
카메(차에 카메라 실으며)빨랑 이동합시다! 빨랑빨랑 끝내구 태평양바다에 몸한번 푸욱 담궈줘야지!
연정(웃는)태평양바다가 무슨 사우나에요, 푸욱 담그게.(간다)
민석(카메라맨에게만 웃어주고 자신에겐 지극히 사무적인 연정보며 좀 씁쓸한데)......
S# 79. 호텔앞
민석차가 와서 멈추면, 연정과 카메라맨 내린다.
연정두분만 다녀오세요. 전 그냥 쉴래요.
카메아니 무슨 말씀, 같이 가야지.
연정제가 없어야 여기 미인들하고 데이트 맘껏 할거 아니예요. 소문 안낼테니까 재밌게 놀다 오세요.
카메앗, 얼굴만 이쁜줄 알았더니 센스까지!
민석(서운하다)......!
카메그래두 좀 미안하네, 우리끼리만 놀러가서.
연정전 해변에서 산책이나 할래요. (민석에게)다녀들 오세요.(들어간다)
민석(그 뒷모습 아쉬움에 보는데)......
카메(신바람나서)갑시다 이사장.
민석네.(차에 오른다)
카메(따라 오르고)
민석차, 달려간다.
S# 80. 술집
반라의 외국무희들 춤추는 술집.
카메라맨, 기분이 들썩들썩 오가는 아가씨들에게 농도 걸고 신났다.
민석, 적당히 분위기 맞춰주면서도 마음은 딴데 가있는데......
S# 81. 해변
연정, 적당한 그늘에서 편안한 복장, 편안한 자세로 책 읽고 있다. 이따금 눈을 들어 멀리 수평선 바라보며 생각에도 잠기고
그러다 다시 책(폴오스터 作을 <뉴욕3부작>)읽으며 휴식을 즐기는데
다가서는 사람의 그림자가 책을 가린다.
연정, 고개들면
세준이다.
연정(차갑게 외면)웬일이예요?(하는데)
세준(다짜고짜 연정의 손목을 끌고간다)
연정(버티며)왜이래요?
세준(대꾸없이 막무가내로 끌고간다)......!
연정이 보던책, 나뒹굴고......
S# 82. 달리는 컨버터블 안
무서운 속도로 해안도로를 달려가는 컨버터블 안.
공포에 질려 소리지르는
연정왜이래요 대체! 차세워요 빨리!
세준(굳은 표정으로 난폭하게 운전한다)......!
연정원하는게 뭐예요 나한테?
세준(버럭)도곡동에 70평짜리 하나 해줄게!
연정(어이없다)뭐라구요?
세준(버럭)아파트 하나 해준다구, 그러니까 신경쓰이게 하지말구 내 말 좀 들으란 말야!
연정(경멸에)진짜루 당신 대책없는 인간이야, 이정돈 줄은 몰랐어!
(두손으로 마구 때린다)
세준왜이래!(한손으로 연정 잡느라 비틀비틀 운전하는데)
연정(절규)차 세우란 말야!
세준(일각에 끼익 급정거를 한다)
연정(그 바람에 급하게 앞으로 쏠리는데)......
세준(감정 누르려 애쓰며)진짜 이럴래?(하는데)
연정(부들부들 떨며 만정이 떨어진듯 씹듯이)당신은 정말... 구제 불능이야!(차에서 내리고 차문 쾅 닫고, 굳은 얼굴로 걸어간다)
세준(고래고래)연정아! 황연정!
연정(돌아보지 않고 그냥 화나서 걸어간다)
세준(차가운 분노로 부들부들, 그러다 차 움직여 연정의 앞을 가로막는다)
연정(분한듯 눈물 그렁한 눈으로 세준을 쏘아보고)......!
세준(화난 얼굴로 차에서 내려 문을 쾅 닫는다!)
S# 83. 술집앞(초저녁)
술이 취한 카메라맨, 외국아가씨와 어깨동무한채 민석에게 윙크하고 유흥가 쪽으로 비틀비틀 간다.
민석, 쓴웃음 지으며 차에 오른다.
민석차 출발하고.
S# 84. 민석차(초저녁)
해안도로를 달려가는 민석의 차안.
민석, 음악 들으며 운전하고 있는데
저만치 일각에 고급 스포츠카 서있고,
세준과 연정이 실랑이하는 모습 보인다.
연정, 세준에게 잡힌 팔 뿌리치고,
세준은 억지로 차에 태우려 하고...
놀란 민석, 엑셀을 밟고 속도를 높여서 연정의 앞쪽으로 차를 세운다.
S# 85. 인적없는 해안도로
민석, 차에서 내려 연정에게 다가간다.
연정, 눈물그렁한 눈으로 민석을 보고 멈칫하는데!
민석(의아해서)왜그래요, 연정씨?! 무슨 일이예요?
연정(눈물 그렁한 눈으로 당황해 외면하는데)......!
세준(냉정하게 민석에게)참견하지 말구 가던길 가요!(연정을 태우려는데)
민석(얼른 세준을 막으며)아니 이 사람이!(연정을 잡은 세준 손을 풀려는데)
세준(느닷없이 주먹을 날린다)
연정악!(비명 지르는데)
아구를 제대로 얻어맞아 그대로 휙 제껴지면서 쓰러지는 찰나의
민석의 놀란 얼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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