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스물하나 4
[잔잔한 음악] [떨리는 숨을 들이켠다]
(유림) 그 애가 잘못했네
잊지 마, 나는 언제나 니 편이야
[키보드 조작음]
(희도) 우리 언젠간 꼭 만나자
[키보드 조작음]
(유림) 나는 분명
널 단 한 번에 알아볼 거야
[밝은 음악]
[새가 지저귄다] [매미 울음]
[희도의 어이없는 숨소리]
왜, 무슨 일인데?
그럼 나한테
앞뒤 상관없이 딱 한마디만 해 줄 수 있어?
무슨 말?
[목멘 소리로] '고유림이 잘못했네'
[한숨]
안 되는구나?
(이진) 아니, 무슨 상황인지도…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가쁜 숨소리]
[리드미컬한 음악]
문지웅!
(지웅) 하이
(희도) 너 춤 잘 춰?
아니, 나 춤 끊었어
방금 건 못 본 걸로 해 줘
(희도) 왜?
난 밴드부니까
(희도) 야, 그러지 말고 나 춤 좀 가르쳐 줘
진짜 엄청 급한 일이야
미안, 로큰롤은 춤추지 않아
(희도) 다 같은 음악이잖아
별로 어려운 춤도 아니야
힙합 같은 그런 건데…
미안, 로큰롤은 힙합을 음악이라고 부르지 않아
피스
뭐든 할게!
그러니까
도와줘
[지웅의 힘주는 숨소리] [희도의 힘겨운 신음]
(희도) 대체 어디서 춤 연습을 한다는 건데?
(지웅) 넌 지금 특별한 곳에 초대받은 거야
여기 멤버십 공간이거든
(희도) 여기 서라고?
[강조되는 효과음]
[반짝이는 효과음] [밝은 음악]
(지웅) 들어와
여기야, 우리가 앞으로 춤 연습 할 곳
(희도) 지승완
(승완) 손님이 왔네?
(희도) 야, 여기 대체 뭐야?
(지웅) 우리 아지트
(승완) 정확히는 내 아지트지 내가 꾸몄는데
(희도) 전교 1등 특권 같은 거야?
쌤들도 아셔?
(승완) 알면 안 되지
어느 정신 나간 애가
옥상 창고에다가 이 지랄을 해 놓겠어
(지웅) 얘가 2년째 옥상 창고 청소 담당이거든
쌤들은 여기 아직까지 청소 잘되고 있는 줄 알아
이래서 이미지가 중요하다니까
엽기지?
(희도) 어 [희도의 웃음]
(승완) 근데
펜싱 선수가 웬 춤 연습?
아, 나도 잘 몰라
그냥 코치 쌤이 시키니까 하는 거야
자, 그럼 이제 거래를 시작하자
(지웅) 내가 춤을 가르쳐 주는 대신 네가 할 일은
매일 아침 유림이 로커에 음료수를 넣어 주는 거야
[흥미로운 음악] 유림이가 좋아하는 그 소나무 음료수 알지?
(희도) 매일 아침 걔 로커에 음료수를 넣으라고?
'걔'라고 부르네?
(지웅) 너 혹시 유림이한테 악감정 생겼냐?
그럼 이 수업은 못 해
야, 그럴 리가 없잖아
(희도) 야, 내가 고유림을 좋아한 세월이 몇 년인데
[희도의 헛웃음]
너 근데 고유림이
그 음료수 좋아하는지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몰라
열여덟 살이 솔잎 향 음료수를 먹는데
숲의 요정일까?
[한숨]
(이진 고모) 아유 밥이라도 먹고 가지
[이진이 살짝 웃는다] 아유
(이진) 면접 시간 다 돼서 가 봐야 돼요
(이진 고모) 아유 그래도 이 시국에
신입 사원 뽑는 데가 있긴 있나 보구나, 어?
[손뼉을 짝 치며] 아, 아유, 참 너 내일 와서 네 차 좀 가져가
차고 페인트칠해야 돼 가지고 빼야 돼, 어?
제 차 그거 넘어간 거 아니었어요?
(이진 고모) 아유 부도나기 직전에
네 아빠가 나한테 명의 돌렸어, 쯧
뭐, 예감했던 모양이지, 뭐 아유, 쯧
내일 찾으러 올게요
(이진) 저, 그리고 이거 얼마 안 되는데
- 아, 아유, 얘 - (이진) 이현이 생활비…
(이진 고모) 이러지 마 아유, 됐어
- (이진 고모) 아유, 괜찮… - (이진) 받아 주세요
받으셔야 제가 마음이 편해요, 예 [이진 고모의 겸연쩍은 소리]
- 야, 너 고모 말씀 잘 듣고 있지? - (이현) 그럼
(이진 고모) 아이, 아르바이트해서 얼마 번다고 이런 걸 다, 어?
[헛기침하며] 그럼 저기 면접 잘 봐라, 어?
파이팅
어? 가, 어?
- (이진 고모) 어, 고마워, 간다 - (이진) 들어가세요, 네
형 정치 진짜 잘한다
(이현) 나 앞에 세워 두고 고모한테 생색 다 내고
짱이야, 짱
(이진) 야, 넌 열다섯 주제에 무슨 그런 눈치를 채? [이현의 아파하는 신음]
형 마음 아프게
(이현) 눈칫밥 먹은 거 아니고
내가 너무 똑똑해서 다 눈치챈 거니까
마음 아파하지 마시고요
쯧, 내일 올게
[이현의 못마땅한 소리]
- 아, 형 - (이진) 응?
그…
차 형이 가져가면은 다시 형이 타는 건가?
야, 놔
왜? 아, 아니야?
내 차 아니고 고모 차잖아
너 여기 고모 집에 맡길 계획으로 아빠가 고모한테 드린 걸 거야
너 잘 부탁한다고
그럼 형도 나중에 자식 낳으면 나한테 맡겨
그리고 나 차 사 줘
(이진) 야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들어가 [이현의 아파하는 신음]
들어가
(이현) 응, 가
형, 면접 잘 봐
내 걱정 하지 말고 나 잘 먹고 잘 살아
알아서 잘해!
(면접관) 자, 마지막으로
공통 질문입니다
90년대 들어서 세상이 급변하고 있는데요
모든 것이 변화하는 와중에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 게 있다면 무엇입니까?
(면접자1) 저는 가족 간의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고 믿습니다
꿈꾸는 저 자신입니다
(면접자2) 나이가 들어도 저는 늘 꿈을 꾸고 살 거 같습니다
[옅은 한숨]
중력입니다
(면접관) [피식 웃으며] 네?
(이진)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 건 [밝은 음악]
중력뿐입니다
저는 변하지 않는다고 믿을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그 믿음엔 기대가 들어가 있으니까요
그렇게 되고 싶다는 기대
근데 중력은
기대와 상관없이 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중력만 믿을 수 있습니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부르셨어요?
[문이 달칵 닫힌다]
(찬미) 선배한테 대들었다매?
유림이한테 들었다
[풀벌레 울음]
(찬미) 고유림 이거 무슨 상황이고?
말 안 하나?
저는
선배들이 야간 훈련 못 하게 하는 거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짤 긴데?
계속 야간 훈련 할 겁니다
계속 몬 하게 하면?
생각해 놓은 수는 있고?
졌다, 이미
(찬미) 벌써 이 수 싸움에서 짔잖아
니 선배는 니가 개기믄은 니를 우째 조질지
수를 서너 개는 갖고 있을걸?
근데 니는 가지고 있는 수가 하나도 없네
쌤도 제가
야간 훈련 하는 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헛웃음]
니는 내가 지금 선후배 기강 잡자고 이러는 거 같나?
내 지금 펜싱 얘기 하고 있다
(찬미) 니 처음에 내 찾아왔을 때 우쨌노?
그때도 별수 없이 막무가내로 내한테 막 들이댔지!
그때나 지금이나 니는 바뀐 게 없다!
달라진 게 없다고!
가진 수도 없이 그냥 막 밀어붙이잖아!
그 태도가!
지금 니가 하는 펜싱이다
나희도, 니는 펜싱이 칼싸움 같제?
아니, 펜싱은 수 싸움이다
상대의 수를 예측하고 니 수를 다루는 거
그거를 경기 운영이라 칸다
근데 니 펜싱에는 운영이 없다
딱 지금처럼
어떻게 하면 돼요?
가르쳐 주세요 시키는 대로 할게요
시키는 대로 하는 훈련은 끝났다
(찬미) 앞으로 우짤지는
지금부터 니가 생각해라
[문이 달칵 여닫힌다]
[혼란스러운 숨소리]
운영?
경기 운영?
[웅성거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직원) 자, 여러분
면접 끝나고 바로 합격자 발표 나오니까
대기해 주세요
(면접자들) 네
정 대리
(직원) 어? 이사님 여기 어쩐 일이세요?
(이사) 김 부장님 아직 면접 중이신 거죠?
(직원) 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이사) 백이진?
(이진) [어색하게 웃으며] 형
[웃음]
아니
(이사) [수험표를 툭 잡으며] 설마 면접 보러 온 거야?
아이참, 야
힘들면 나한테 얘기를 하지, 응?
우리 아버지가 너희 아버지 걱정 많이 하셨어
지금 어디에 계셔?
나도 잘 몰라
그, 걱정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해 줘
아유 나사 들어가겠다던 놈이, 어?
[수험표를 툭 치며] 무역 회사 면접을 다 오고
[풀벌레 울음] [사람들이 저마다 대화한다]
[술잔을 탁 놓는다]
[이진이 바스락거린다]
[쓸쓸한 음악]
[문이 달칵 닫힌다]
- (직원) 수험 번호 3번 - (면접자3) 네
- (직원) 17번 - (면접자4) 네
- (직원) 24번 - (면접자5) 네
(직원) 29번
(면접자2) 네
(직원) 합격하셨습니다
[합격자들의 환호]
[저마다 축하한다]
[한숨 쉬며] 야, 그러니까 미리 전화를 하지, 인마
더 좋은 기회 있겠지
(이진) 형, 신경 써 줘서 고마워
(이사) 야, 자, 잠깐, 잠깐
- (이사) 택시 타고 가라 - (이진) 아, 형, 괜찮아
(이사) 아, 받아 [거부하는 소리]
- 받아, 어? - (이진) 아, 괜찮아, 진짜
[문이 달칵 열린다] (면접관) 아, 이사님 찾으셨습니까?
(이사) 아, 예 [문이 달칵 닫힌다]
그, 면접 보느라고 고생 많으셨죠? [면접관이 의아해한다]
(면접관) 아, 고생은 뭐…
(이사) 식사하셨어요? [면접관이 대답한다]
[쓴 숨을 내뱉는다] [술잔을 탁 놓는다]
[술잔을 툭툭 친다]
[코를 훌쩍인다]
(이진) 여기 소주 한 병 더 주세요
[웃음소리가 들린다]
(사람들) ♪ 축하합니다 ♪ [박수 소리가 들린다]
♪ 생일 축하합니다 ♪
♪ 사랑하는… ♪
[한숨]
[한숨]
[멀리서 개가 짖는다]
[다가오는 발걸음]
[희도가 흥얼거린다]
(희도) ♪ 마지막까지 난 너를 포기할 순 없어 ♪
'마지막', '마지막'
♪ 마지막… ♪
[피식 웃는다] [희도가 콩콩거린다]
마, 마…
[힘겨운 숨소리]
아씨
♪ 마지막까지 난… ♪ [이진의 한숨]
[이진이 피식 웃는다]
참 나
말로는 '참 나'고 슬리퍼는 신어 줬네
(이진) 고맙다
[피식 웃는다]
[이진의 한숨]
(희도) 왜 실실 웃어?
너 봐서
너 보면 그렇게 되더라
[피식 웃는다]
술 마셨어?
[희도가 냄새를 킁킁 맡는다]
[희도의 불편한 숨소리] (희도) 마셨네, 마셨어
무슨 일 있어?
있지
오늘 회사 면접 봤는데
떨어졌어
그 회사가 잘못했네
야, 네가 그렇게 쉽게 편들어 주면 내가 뭐가 되냐?
뭐가 되긴
이딴 말 한마디 못 해 줬던 쪼잔한 백이진 된 거지
[이진이 피식 웃는다]
[입소리를 쯧 낸다]
그래
쪼잔하고 면접 떨어진 백이진 됐네
[숨을 들이켠다]
(희도) 괜찮아
난 오늘 발전도 없고
경기 운영도 할 줄 모르는 나희도 됐으니까
(이진) 누가 그래?
(희도) 코치 쌤이
위로하지 마
그냥 놀려 줘
[희도가 피식 웃는다] (이진) 놀려 달라고?
(희도) 어
비극을 희극으로 바꾸면 마음이 좀 나아지거든
[이진의 옅은 한숨]
[이진이 입소리를 쩝 낸다]
[이진이 목을 가다듬는다]
발전도 없을 거면 전학은 뭐 하러 갔어?
(이진) 경기 운영 못 하는 그걸 뭐, 선수라고 할 수 있나?
이렇게?
야
말이 너무 심하잖아
[피식거리며] 네가 놀려 달라며
[이진이 피식거린다]
(희도) 아씨
[희도의 헛웃음]
아씨, 뭘 그렇게 예리하게 놀려?
그건 놀리는 수준이 아니라 내 가슴에 대못을 박았거든, 지금?
참 나
치
네 말이 맞아
모든 비극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랬어
그러니까 멀리서 보는 것처럼 살아야 한다고
(희도) 심지어 네 꿈은 우주였잖아
우주에서 보는 것처럼 살자
[이진이 숨을 들이켠다]
난 그냥 옆에서 볼래
[잔잔한 음악]
(이진) 넌 옆에서 봐도
희극이거든
[이진이 피식 웃는다]
[이진이 피식 웃는다]
(희도) 그렇다면 다행이네
[피식 웃는다]
한 달 전엔
시대가 내 꿈을 뺏었단 얘길 들었는데
얼마 전엔 시대가 날 살렸단 말을 들었어
그러고 보면 100%의 비극도 없고
100%의 희극도 없는 거 같아
그래도 너랑 내 앞에 놓인 길엔
희극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뭐야, 자는 거야?
나 지금 되게 중요한 얘기 했는데?
아씨, 열라 황당하네, 이 아저씨
아저씨, 이런 데서 주무시면 얼어 죽어요
야
일어나
밤엔 쌀쌀하다고
[희도가 입소리를 푸 낸다]
네 마음대로 해라
몰락한 도련님한테 이 정도 경험은 훈장이지, 뭐
난 간다, 잘 자
[밤새 울음]
[새가 지저귄다] [매미 울음]
[가쁜 숨소리]
[한숨]
(희도) 어휴, 진짜 못 해 먹겠네
[잔잔한 음악] [비가 쏴 내린다]
[우산이 툭 떨어진다]
[벅찬 숨소리]
[한숨]
[쾅]
- (슈퍼 주인) 총각 - 네?
면접 떨어졌다며?
[슈퍼 주인의 웃음]
(이진) 아, 예
[익살스러운 음악]
(슈퍼 주인) 좀 열심히 좀 하지 그랬어
저는 뭐, 열심히는 했어요
(남자1) 야! 너 면접 떨어졌다며?
[남자1의 웃음]
아, 예, 뭐…
(여자) 면접 떨어진 청년인데 저것도 떨어졌네
아휴
힘내, 응?
[여자가 안쓰러워한다]
[대문이 덜컥 열린다]
(승완)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오늘도 수고가 많으십니다
아, 왜, 뭐?
너도 봤어?
네? 뭘요?
뭐, 못 봤으면 됐다, 어
그, 뭐, 나 기다린 거야?
(승완) 네, 활기찬 아침
잘생긴 선배님 얼굴 뵙고 싶어서 기다렸습니다
공복이실 텐데 식사 전에 위장 시동 걸어 주시고요
따끈하게 데웠습니다
[흥미로운 음악]
고맙다
선배님
(승완) 제가 요즘 늘
15분 일찍 일어나서 샤워하고 있습니다
불편한 점 없으시죠?
야, 이게 불편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제가 그동안 여러모로
선배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 드린 거 같아서
깊이 반성 중입니다
(승완) 아, 그리고 나희도랑 친하시다면서요?
저도 희도랑 친해요 [웃음]
친구예요
- 아, 아, 그래? - (승완) 네
친하구나?
야
내가 오늘
나희도 때문에 열받는 일이 생겼는데
(이진) 갑자기 나희도 얘기를 꺼내네?
그, 많이 친하니?
[흥미로운 음악] [어색한 웃음]
생각해 보니까
제가 친구의 기준을 너무 관대하게 설정했네요
그렇지?
[승완의 어색한 웃음]
안 지도 얼마 안 됐는데
- 엄밀히 말하면 친구는 아니죠 - (이진) 응
(승완)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이진) 그래, 어 그, 등교 잘하고
- (이진) 응, 응? - 네
[이진의 힘주는 숨소리]
[이진의 한숨]
(다슬) 내가 열받아 가지고 체육관 딱 들어왔는데
고유림이랑 나희도랑 야간 훈련 하고 있더라니까
와, 씨, 미쳤네
근데 고유림은 잘못했다고 사과라도 하는데
나희도는 그런 것도 없어
- (지수) 와… - (다슬) 암튼 [고무 밴드가 빠드득거린다]
오늘 밤에 한 번만 더 야간 훈련 해 봐
자기 하나 때문에 전체 집합 걸리는 꼬라지
보여 줄 거니까
[문이 쾅 열린다]
[힘찬 음악] [강조되는 효과음]
[탁]
[우두둑거리는 효과음]
[강조되는 효과음]
[발소리가 울린다]
[뼈가 우두둑거린다]
[강조되는 효과음]
[입바람을 후 분다]
[긴장되는 효과음]
[다슬의 헛웃음]
(다슬) 치겠다?
(희도) 선배님 제가 죄송했습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다슬의 헛웃음]
선배님께 예의 없이 말대꾸하고 대든 점
정말 사과드립니다!
(다슬) 너 뭐 하냐?
(희도) 제가 전학 온 지 얼마 안 돼서
분위기 파악 못 하고 펜싱부 기강을 흐트러트린 점
정말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다슬) [헛웃음 치며] 아나, 진짜…
(희도) 선배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선배들 등신 만들면서까지 그렇게 잘하고 싶냐고요
아닙니다
절대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전 모두 함께 다 잘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저 혼자 야간 훈련 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다슬의 당황한 웃음] (다슬) 야, 그래
[이를 악물며] 알았으니까…
(희도) 대신
모두 다 같이 야간 훈련 하고 싶습니다
(다슬) [헛웃음 치며] 뭐, 뭐?
다 같이 하면 사기도 오르고 능률도 오르고
(희도) 모두 함께 다 잘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희도와 다슬의 과장된 웃음]
너 미쳤냐?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선배님, 부디 함께 해 주십시오!
(다슬) [헛웃음 치며] 와, 나, 씨
와, 나, 별 또라이 같은 게
야, 뭐, 뭐, 뭘 같이 해?
야간 훈련이요
(다슬) [헛웃음 치며] 야
너 해, 야간 훈련 해
너 하고 싶은 거 혼자 다 해
안 됩니다
선배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부디 함께 해 주십시오
(희도) 선배님, 함께 해 주십시오! [다슬이 당황한다]
(다슬) 아, 왜 이래!
태양고 펜싱부는 하나다!
(다슬) 아! 진짜…
(희도) 함께 해 주십시오!
(다슬) 아, 이거 놔!
아, 놔!
- (다슬) 꺼져! 미쳤나 봐, 진짜 - (지수) 야, 야, 좀…
[소란스럽다]
[웃음]
[헛기침]
(찬미) 다들 몸 좀 풀었나?
(찬미) 국가 대표 평가전 끝나고 경기 줄줄이 있는 거 알제?
정신 똑디 차리라이
(부원들) 네
쌤, 저 다음 주에 입촌하는 걸로 결정 났어요
(찬미) 드디어 대표 팀 복귀하는 기가?
발목은? 다 나았나?
(유림) 많이 좋아졌어요
관리만 잘하면 문제없을 거 같아요
그래
당분간 얼굴 보기 힘들겠네
(찬미) 아, 아, 아이구나 보겠구나
그, 대표 팀도 평가전 관람 오제?
내 희도 데리고 화성 간다 아이가
네, 저희도 간다고 알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저마다 대화한다]
마늘종이 좀 짜게 된 거 같다고
입에 안 맞으면 버리라고 해
알았어
근데 아빠 일요일엔 와?
못 올 거 같은데?
거제에서 인천 가는 화물이라 내가 무리하지 말라고 했어
(유림) 어…
그럼, 무리하면 안 되지
(유림 모) 근데 너 이거 들고 갈 수 있겠어?
이진이한테 오라고 하면 되는데
어, 아니야 내가 가고 싶어서 그래
[살짝 웃으며] 다녀올게요
(유림 모) 어, 조심해
- (유림) 응 - 응
[동전이 잘그랑 떨어진다]
어, 아니야, 아니야 앉아 있어, 앉아 있어
[버스 문이 쉭 닫힌다] (지웅) 앉으세요
(할머니) 아이고, 고마워 고마워요
아, 나 아니구나
예쁘게 생긴 학생이 마음도 이쁘네
어떻게 아셨어요?
제 별명이 7반 이쁜이입니다
(지웅) 그런 의미로 혹시
이쁜 짐 좀 맡아 주시겠습니까?
(할머니) 그럼
(지웅) 감사합니다
- (유림) 감사합니다 - (할머니) 응
[발랄한 음악]
안녕, 유림아
안녕, 지웅아
(지웅) 어디 가는 길이야?
아, 아현동에 반찬 배달
(지웅) 어?
나도 아현동에 반찬 통 반납하러 가는데
(유림) 진짜야?
방금 목적지 바뀐 거 아니고?
(지웅) 에이
그 정도로 널 좋아하진 않아
아, 미안
농담이야
뭐가 농담인데?
그 정도로 널 좋아하진 않는다는 거
[매미 울음]
- (남자2) 야, 어제 걔는, 야 - (남자3) 아, 진짜
- (남자3) 걔는 작살나더라, 진짜 - (남자2) 와, 장난 아니더라
(남자4와 남자3) - 그냥, 와, 그냥 - 지존이야, 지존, 그 정도면
[남자들의 웃음] (남자2) 야, 야, 야, 야 쟤 그때 걔 아니야?
우산으로 너 조지던 애
(남자3) 맞네
아씨 [남자3이 담배를 탁 던진다]
야!
[남자3의 헛웃음]
누구세요?
(남자3) '누구세요'?
하, 참, 섭섭하다
너 때문에 내 몸에 구멍이 몇 개가 났는데
그걸 기억 못 하면 어떡해?
[학생들이 소란스럽게 싸운다] [긴장되는 음악]
[날렵한 효과음]
[아파하는 신음] [성난 숨소리]
[힘주는 신음]
[놀란 숨소리]
안녕?
[희도의 어색한 웃음]
잘 지냈어?
내가 그때는 반드시 그 사건에 휘말려야 했고
(희도) 지금은 내가 이딴 사건에 절대 휘말리면 안 되거든?
그냥 서로 못 본 척 적당히 지나가자
[살짝 웃는다]
(남자3) 너는 왜 네 사정만 있어?
내 사정도 있는데
[흥미진진한 음악] 야, 쟤 잡아, 씨
[남자3의 성난 숨소리]
[남자3이 소리친다]
(남자3) 야!
[남자2의 힘겨운 신음] 야, 너 거기 안 서!
야!
[남자3의 성난 숨소리]
야! 너 거기 안 서!
(남자2) 야 쟤 왜 이렇게 빨라? 씨
[남자3이 소리친다]
[희도의 가쁜 숨소리]
(남자5) 야, 너 뭐야?
야!
야! 씨 [희도의 놀란 탄성]
[남자5의 힘겨운 신음]
(희도) 모래주머니 빼니까 열라 빠르네?
[남자5가 당황한다] (남자3) 야 너희 오토바이 가져와! 씨
[남자2의 못마땅한 소리] 오토바이
[남자3의 가쁜 숨소리]
[힘겨운 숨소리]
[자동차 엔진음이 요란하다] [헛구역질]
[타이어 마찰음] [자동차 경적]
(희도) 어? 백이진!
[강조되는 효과음]
백이진!
이거 무슨 차야?
야, 너 왜 쫓기고 있는데?
너 뭐 잘못했냐, 또?
(희도) 나 잘못한 거 아니거든!
그리고 쫓기고 있으면은
태워 줘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아니야?
(이진) 아니야 너 잡힐 거리 아니야
힘들겠다는 생각이 안 드냐고!
[타이어 마찰음]
[손잡이를 탁 잡는다] (이진) 타고 싶어?
태워 줘
[희도가 손잡이를 달칵거린다]
[당황한 숨소리]
[다가오는 오토바이 엔진음] (이진) 타고 싶으면
나 면접 떨어졌다고 동네방네 망신 준 거 사과해
아니, 지금 사과할 시간이 어디 있어!
너 쟤네 쫓아오는 거 안 보여?
(남자3) 빨리빨리!
[놀라며] 쟤네 오토바이 탔다!
나 지금부터 진지해
[희도의 힘주는 신음]
문 좀 열어 줘, 제발
그 말 할 시간에 사과를 했겠네
아이씨, 진짜
[탁] [강조되는 효과음]
[이진이 놀란다] [희도의 힘주는 신음]
(희도) 출발, 빨리!
- (이진) 벨트 매 - (남자3) 야, 야, 야! [기어 조작음]
[자동차 엔진음이 요란하다]
[타이어 마찰음]
[힘찬 음악] [희도의 힘겨운 신음]
[희도의 웃음]
[희도의 환호]
[희도의 신난 탄성]
[남자3이 재촉한다] [남자2가 호응한다]
[희도의 웃음] [타이어 마찰음]
[남자2가 답답해한다]
[자동차 엔진 가속음]
[타이어 마찰음]
[희도의 웃음]
[웃음]
[타이어 마찰음]
[기어 조작음]
[비상등 조작음]
(희도) 어…
[희도의 힘주는 숨소리]
이제 안 보이네?
안 보인 지 한참 됐어
[어색한 숨소리]
언제 할 거야?
(희도) 뭘?
사과
[희도의 한숨]
그리고 너 '건들이지 마시오'가 뭐냐, 어?
(이진) '건들이지'가 아니라
'건드리지'거든?
너 전에 찢어진 '풀하우스' 직접 그린 거
거기서도…
아휴, 참
'왜 안 돼'를 단 한 글자도 맞게 쓰지 않았어
나 그거 보고 충격받아서
3일 동안 '외 않 되'만 생각한 거 알아?
어?
빨리 그것까지 다 사과해
아, 맞춤법 좀 틀리면 왜 안 돼?
무슨 말인지 다 알아먹었잖아!
그리고 너 담요 안 덮어 줬으면 얼어 죽었어
[이진의 헛웃음] 그날 열대야였어
씁, 근데 이거 진짜 무슨 차야?
네 차야? [희도가 차를 더듬거린다]
(이진) 왜 말 돌려?
[버튼 조작음]
(희도) 어, 부자였던 흔적 같은 건가?
잘살았던 추억?
[이진의 한숨]
야, 비극을 희극으로 만드는 일에서 나는 좀 빼 줄래?
[웃음]
미안
근데 효과가 있긴 하더라
[익살스러운 음악] [풀벌레 울음]
[새가 지저귄다]
[이진이 답답해한다]
[한숨]
(이진) [잠에 취한 목소리로] '오늘 면접 떨어'…
[헛기침하며] '오늘 면접 떨어짐'
'건들이지 마시오'
'건들이지'가 아니라 '건드리지'지
[구시렁거린다]
아씨
덕분에 웃었지, 응
웃고 나니까 면접 떨어진 것도 별거 아닌 거 같고
이해되던데? 비극을 희극으로 만드는 거
넌 어쩌다 그런 생각을 해 냈어?
(희도) 경기에서 맨날 졌으니까
맨날 진다고 매일이 비극일 순 없잖아
웃고 나면 잊기 쉬워져
잊어야 다음이 있어
[잔잔한 음악]
멋있었지?
[이진의 헛웃음]
그거 알아?
(이진) 뭐?
(희도) 비 온다? [빗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이진) 아씨, 아, 큰일 났네 이거 뚜껑 안 닫히는데
(희도) 왜?
(이진) [달그락거리며] 고장 났어
야, 안 그러면 창피하게 내가 이러고 왔겠냐?
[이진이 당황한다]
(희도) 잘됐다
둘이 있을 때 행복할 찬스
나 비 맞는 거 엄청 좋아해!
[희도의 웃음]
신호 바뀌었어, 출발!
[희도의 환호] [기어 조작음]
[희도의 환호]
[웃음]
(희도) 비 온다!
[희도의 환호] (이진) 재밌어?
[희도의 웃음] [웃으며] 어?
(희도) 어, 엄청 재밌는데? [말소리가 울린다]
[희도의 신난 탄성]
[유림과 지웅의 웃음]
바보 같아
[지웅과 유림의 신난 탄성]
[새가 지저귄다] [매미 울음]
[유림과 지웅의 가쁜 숨소리]
(지웅) 이제 비 안 온다
(유림) 아, 어, 그러네, 어휴
[유림이 살짝 웃는다]
아, 난 여기 배달 왔어
- 여기 누구? - (유림) 응?
(지웅) 여긴 내가 배달 온 곳인데?
승완이 집?
여기가 승완이 집이라고?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기어 조작음]
[희도의 웃음]
[이진의 힘겨운 숨소리]
(이진) 야
야, 가방에 다 묻…
[이진이 가방을 탁탁 턴다]
아휴, 진짜
(희도) 아, 진짜 재밌다
[희도의 웃음]
(이진) 어? 유림아, 웬일이야?
(유림) 엄마가 오빠한테 반찬 갖다주래서
(이진) 아
(희도) 문지웅 넌 여기 왜 있어?
나 승완이 집에 반찬 통 반납하러
[손뼉을 짝 치며] 아, 맞다
(희도) 이 집 주인집 딸이 방송부 후배잖아, 알아?
- (이진) 알지, 응 - (희도) 아…
(유림) 차는 어떻게 된 거야? 가지고 있었어?
(이진) 아, 판 줄 알았는데 고모한테 있더라고
고모가 나한테 잠깐 맡긴 거야
(유림) 아…
[한숨]
둘은 어디 갔다 오는 건데?
(희도) 갔다 오는 게 아니고 돌아오는 길에 마주친 거야
너는 백이진이 껴 있어야 나한테 말을 거는구나?
이진 오빠한테 말 건 건데 왜 대답해?
- (희도) 이씨 - (이진) 야, 야, 얘들아, 또…
(지웅) 야, 잠깐
대체 이 형은 누군데 너희들이 다 알아?
뭐, 주요 인물이야?
(이진) 안 주요하진 않지
(승완) 이건 무슨 구성이야?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이진) 어, 안녕
(승완) 오늘도 잘생기셨습니다
[한숨]
[한숨 쉬며] 근데
너희들은 왜 여기 있어?
[우당탕거리는 소리] [승완 모의 비명]
(희도) 무슨 소리야?
(지웅) 야, 이모 목소리 아니야?
[승완이 당황한다]
[승완 모의 비명] [문이 달칵 열린다]
- (승완 모) 아, 이걸 어째? - (지웅) 이모, 무슨 일이야?
(지웅) 아씨! 이게 뭐야? [저마다 놀란다]
(승완) 엄마! 추어탕 한다더니 이 사달을 낸 거야?
(승완 모) 아유, 잔소리하지 말고 얼른 미꾸라지부터 잡아!
아유, 아유, 아유, 아유, 아유 아유, 아유, 아유 [승완이 당황한다]
[흥미진진한 음악] [승완의 비명]
[승완의 다급한 숨소리] (승완 모) 어, 밟으면 안 돼!
[승완이 소란스럽다] 밟으면 안 돼
어, 저기, 저기
[희도의 다급한 숨소리]
[승완의 비명] [승완 모의 힘겨운 숨소리]
[강조되는 효과음]
[지웅의 힘주는 숨소리]
[미꾸라지가 팔딱거린다] 아이!
[지웅의 기합]
[승완의 비명] [질색하는 소리]
(승완) 엄마, 엄마, 살아 있잖아!
(승완 모) 아, 그럼 미꾸라지가 살아 있지, 죽어 있냐 [지웅이 힘겨워한다]
[유림과 희도의 비명]
[승완의 비명]
야! 던지지 마
어, 미안하다
[지웅의 힘주는 신음]
쉬운데?
[희도의 힘주는 숨소리]
(승완 모) 저기, 장정들은 저기 냉장고, 냉장고 좀 들어
냉장고 밑으로도 들어갔어 저기, 저기, 저기
(지웅과 이진) 하나, 둘, 셋
[사람들의 힘주는 신음]
(이진) 하나, 둘, 셋
[사람들의 힘겨운 신음] (승완 모) 아유, 아유, 허리야
[승완 모의 가쁜 숨소리]
아유, 고맙다
근데 너희들은 누구니?
[미꾸라지가 팔딱거린다] (희도) 안녕하세요 저는 나희도라고 합니다
승완이 반 친구예요
[희도의 힘주는 신음] (유림) 안녕하세요 저는 고유림이라고 합니다
(승완 모) 반 친구들?
우리 승완이 반장 뽑아 준 애들이구나?
어, 저는 펜싱부라서 반장 선거는 못 했어요
(희도) [힘주며] 전 전학 온 지 얼마 안 돼서…
(지웅) 나도 승완이 안 뽑았는데
[이진과 지웅의 힘겨운 신음]
대체 누가 뽑은 거야?
너는 왜 안 뽑았는데?
너 바쁘면 심심해서
[힘겨운 신음] 야, 저, 후배님
지금 나 혼자 들고 있는 거 같거든?
힘 좀 주지? 어?
최선을 다하고 있거든요?
(이진) 빨리 들어 [사람들의 힘주는 신음]
(지웅) 아직 남았어?
(희도) 예, 마지막! 어어?
[사람들의 비명]
- (유림) 내가 잡았어! - (희도) 나이스!
[이진과 지웅의 지친 숨소리]
[당황한 숨소리]
[헛기침]
(승완 모) 고생들 했어
너희들 없었으면 아주 밤새도록 잡을 뻔했다
셋방 총각도 고생 많았어
많이들 먹어
- (사람들) 잘 먹겠습니다 - (승완 모) 어
[문이 달칵 여닫힌다]
(승완) 혹시 여기 추어탕 좋아하는 사람 있습니까?
제가 대신 사과드립니다
어, 아니야, 먹을게
어, 맛있어, 응
[희도가 밥을 추어탕에 푹 만다]
안 좋아한다며
난 안 좋아하는 것도 많이 먹을 수 있어
(지웅) 재능이네
[지웅이 피식 웃는다]
[발랄한 음악]
(유림) 근데 너랑 승완이는 언제부터 친한 거야?
집끼리도 알아?
(승완) 태어날 때부터
지웅이네 엄마랑 우리 엄마랑 친구거든
(지웅) 내 인생 최초의 기억부터 지승완이 있었지
둘이 사귄 건 아니고?
(승완) 밥상머리 앞에서 그런 소리 하는 거 아니다
(지웅) 내가 지승완 때문에 연애가 안됐지
얘가 내 영원한 스캔들 상대잖아
그렇지만 순도 100% 친구니까 오해 없었으면 좋겠어
너 왜 유림이 보면서 얘기하냐?
유림이만 오해 안 하면 돼서요
근데 형은 이 구성에 대체 왜 끼어 있어요?
(승완) 야, 우리 방송반 하늘 같은 졸업 선배님이시거든!
깝치지 마
(지웅) 졸업했으면 형이지 무슨 선배님이야
아, 그래서 유림이랑 무슨 사이길래
반찬이 막 오가는데요?
아, 어렸을 때부터 안 사이야
어, 너랑 승완이랑 비슷해
- 지웅아 - (지웅) 어
나랑 이 형이 왜 친한지는 안 궁금하냐?
- (지웅) 전혀 - (희도) 오케이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승완) 와, 진짜 맛있지?
(희도) 응
(승완 모) 지웅아
너 그때 빌려 달라는 카메라가 이거 말하는 거냐? 수동? [카메라 조작음]
(지웅) 응, 이모, 그거 맞아
아직 있었네?
(승완 모) 잘 작동하나 모르겠네
[카메라 작동음]
[카메라 셔터음] [잔잔한 음악]
(재경) 어머머 백이진이 어린 거 봐
(민채) 어? 할머니 누가 백이진인데?
(재경) 유림이
지웅이
승완이
너희 엄마
그리고 얘가 이진이
(민채) 아, 이 사람이 백이진이야?
(재경) 응
백이진 알아? 응?
(민채) 어?
아니, 난 모르지
[재경이 살짝 웃는다] 아, 나 밥 먹으라고 부른 거지, 할머니?
(재경) 응
아유
(중년 희도) 뭘 그렇게 봐요?
(재경) 민채가 네 앨범에서 이 사진 보고 있더라
[중년 희도가 피식 웃는다]
(중년 희도) 이게 언제냐
아, 다들 진짜 어리다
(재경) 그땐 그래도 백이진은 나름 듬직해 보였었는데
지금 보니 영락없이 애네
그래 봤자 스물둘이었으니까
지난달에 이진이 만났어
[숨을 들이켠다]
[한숨 쉬며] 세월이 많이 흘렀네
(재경) 유림이랑 겸상하고 있는 거 보니 친할 땐가?
[피식 웃는다]
아니
엄청 싫어하던 때였어
[문소리가 달칵 난다]
[로커가 쾅 닫힌다]
지금 뭐 하자는 거야?
어?
어, 그게…
매일 아침 음료수 넣어 둔 게 너였어?
[헛웃음]
너 나 싫어하기로 하지 않았니?
[한숨]
그게 아니라 나도 사정이…
(유림) 나 그만 좋아해
앞에선 싫어하는 척 뒤에선 이러는 거
내 입장에선 소름 돋지 않겠어?
나 이 음료수 엄청 좋아하는 거 맞는데
이제 못 먹겠다, 너 때문에
[흥미로운 음악]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참 나
우산은 뭘 그렇게 소중하게 끌어안고 가냐?
그것도 내가 준 거거든?
[답답한 숨소리]
[강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바라보았어 ♪
- 예! - (지웅) 나희도!
[함께 환호한다]
[희도의 가쁜 숨소리] (지웅) 됐어, 나희도
됐어!
[희도의 환호]
[지웅의 힘주는 신음]
[희도의 시원한 숨소리] [지웅의 지친 숨소리]
(희도) 문지웅
나 깨달았어
(지웅) 안 돼
나 좋아하지 마라
깨달은 거 말해 봐
고유림 펜싱이 우아해 보이는 이유
그리고 코치 쌤이 나한테 춤을 시킨 이유
(지웅) 뭔데?
그런 게 있어
고마우니까 얘기해 주는 건데
고유림 다음 주부터 선수촌 복귀한대
(지웅) 뭐?
그럼 또 학교 안 와?
아, 맞다
(희도) 나 오늘 아침에 걔 로커에 음료수 넣다가 딱 걸렸거든?
네가 오해 좀 풀어 주길 바란다
내가 아직 자기를 좋아한다고 착각하고 있으니까
[분한 숨을 들이켠다]
치욕스러웠어
[씩씩거린다]
(유림 모) 유림아 짐 잘 싸고 있어?
(유림) 어
(유림 모) 얼른 나와서 밥 먹어
(유림) 잠깐만
[문이 스르륵 열린다] (유림 부) 유림아, 아빠 왔다!
(유림) 아빠!
(유림 부) 고유림! [유림의 기쁜 탄성]
우아! [유림 부의 웃음]
아, 못 보고 갈 줄 알았는데
사랑하는 우리 딸 얼굴 보려고 좀 밟았지
어, 그러지 말지
[유림 부를 탁 치며] 사고 나면 어떡하려 그래, 진짜?
알았어, 다신 안 그래
[유림 부가 유림을 탁 친다]
[부녀가 함께 웃는다] [잔잔한 음악]
- (유림 모) 얼른 와서 밥 먹어 - (유림) 네
(유림 모) 자, 아빠가 사 온 치킨
(유림) 맛있겠다
(유림 모) 조금만 드세요
(유림 부) 네
[함께 웃는다]
(유림 모) 얼른 먹어
(유림 부) 당신도 앉아
아니, 나 아까 가게에서 먹고 왔어
부녀 상봉 마저 하셔요
[유림 모의 웃음]
(유림 모) 나 가게 좀 갔다 올게
(유림) 어
[작은 목소리로] 오랜만에 아빠랑 한잔할까?
[문이 스르륵 열린다]
(유림 부) 엄마한텐 비밀 [문이 스르륵 닫힌다]
아빠, 그러다 엄마한테 또 혼나
[작은 목소리로] 이따가 엄마 없을 때
[함께 웃는다]
[유림 부가 숨을 들이켠다]
(유림 부) 당분간 또 얼굴 못 보겠네?
우리 딸, 힘든 거 없어?
[살짝 웃는다]
힘든 거? 있지
근데 나만 힘든 거 아니잖아
아빠도 엄마도 다 힘든데
어른 되지 마
고유림, 힘들면 징징대고 칭얼대도 돼
그냥 생각이 좀 많아졌어
(유림) '내 인생에 금메달이 저거 하나뿐이면 어쩌지?'
'내 전성기가 시작이 아니라'
'여기가 끝이면 어쩌지?'
그런 생각?
어쩌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유림 부) 국제 대회 금메달 목에 걸어 본 사람이 몇이나 되냐?
아빠는 한 인간으로서 널 존경해
넌 이미 엄마 아빠의 자랑이야
[잔잔한 음악]
나는 더 잘돼서 엄마 아빠 호강시켜 주고 싶단 말이야
야, 인마, 그렇게 되면
엄마 아빠가 네 눈치 보면서 살아야 돼
난 그거 싫다
(유림) 치
안 되겠다, 아빠, 나 딱 한 잔만
(유림 부) [작은 목소리로] 그래그래
[함께 웃는다]
[달려오는 발걸음]
(유림 모) 어유, 당신
당신, 어유, 어유, 당신 [유림 부의 아파하는 신음]
또 애한테 술 주지? 어?
- (유림 모) 아, 왜 그래, 정말 - (유림 부) 빨리 마셔, 빨리 마셔
- (유림 부) 빨리 마셔 - (유림 모) 아유, 안 돼, 뭘 마셔
나나 마셔야지
(유림 부) 엄마 안주 하나 준비해 드려
- (유림 모) 아, 좋다 - (유림) 치킨?
(유림 부) 아니 엄마 단무지 좋아한대
[유림이 피식 웃는다] (유림 모) 어, 한 잔 더 따라 봐요
문지웅
나 기다린 거야?
오늘은 직접 주려고
그동안 내가 나희도한테 부탁했어
네 로커에 매일 아침 넣어 달라고
너였어?
(유림) 아, 야, 나…
아, 나 그것도 모르고
나희도한테 얼마나 꼴값을 떨었는데
괜찮아 꼴값 떠는 모습도 예뻤을 거야
[피식 웃으며] 뭐?
[밝은 음악]
너 진짜 좀 이상해
나도 내가 요즘 이상해
(지웅) 앞으로 너 자주 못 본다고 생각하니까
한 시간을 여기서 기다리게 되더라
[피식 웃는다]
진짜 이상하지?
가끔 수업 일수 때문에 와야 되니까
그때 보자
선수촌에 잘생기고 키 큰 남자들 많겠다?
그중에 네 팬도 많겠지?
팬은 너도 많잖아
별명도 7반 이쁜이고
맨날 고백받고
난 팬이랑은 안 사귀지
너는?
나도
[살짝 웃는다]
늦겠다
얼른 가
그래, 갈게
또 봐
(지웅) 유림아
난 네 팬 아니다
[풀벌레 울음]
쌤
저 춤 마스터했습니다
(찬미) 보여 줄 필요 없다
(희도) 네? 왜요?
봐 주세요, 저 진짜 열심히 했어요
(찬미) 됐고
니 깨달은 거나 말해 봐
고유림과
저의 차이에 대해서 깨달았습니다
(희도) 고유림의 펜싱이
춤추는 것처럼 우아해 보였던 이유는
리듬감 때문이었고
제 펜싱은
박치가 추는 춤 같았어요
안무 하나 마스터했다고 없던 리듬감이 생기진 않는다
(찬미) 근데 왜 내가 시켰느냐?
좋은 펜싱이 뭔지 알라고
안목을 높이라
안목이 높아지면 니 펜싱이 객관적으로 보인다
네, 알겠습니다
(찬미) 오늘 평가전 하기 전에 마지막 훈련이제?
옷 입어라
[밝은 음악]
마지막 훈련은 내랑 겨룬다
예?
(찬미) 보통 코치들은 이런 짓 안 한다
이기야 본전이고 지믄 명예 실추거든
근데 내야 우짠들
내 명예가 실추되겠나?
예지, 심판 봐라
(예지) 예
[찬미가 부스럭거린다] [긴장한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버저가 삐 울린다]
[긴장한 숨소리]
[전선을 탁 꽂는다]
(예지) 앙 가르드
프레, 알레
[긴장되는 효과음]
[삐 소리가 울린다]
쯧, 시대가 그런 걸 어쩔 수 없잖아요
(재경) 바뀔 건 바뀌어야죠
(보도국장) 아무리 그래도 언론 고시가 장난도 아니고
아, 기자 뽑는데 고졸을 받자는 게 말이 돼?
어제 제가 보도한 뉴스 안 보셨어요?
IMF 여파로 대학교 휴학생이 45만입니다
신입 기자 채용을 대졸로 두면
45만 명은 기회가 없어지는 거예요
(재경) 그 45만 명 안에 어떤 인재가 있을진 모르지만
상관없으시다면 그렇게 하세요
무슨 말인진 아는데
이 보도국 역사상 고졸을 뽑은 전례도 없고…
(재경) 사실 요즘 대학생들이 뭘 했습니까?
공부를 하나, 학점 관리를 하나
술 마시고 연애나 하다 졸업장 따면
대기업들이 줄줄이 모셔 갔던 게 작년까지 상황이었어요
대졸 학력이 그렇게 의미 있습니까?
[한숨]
저 뉴스 들어갑니다
[달그락거리는 소리] IMF 체제 이후 자기 집에서 살던 사람은…
[TV 속 재경이 계속 말한다] (이진) 어머니, 저 왔어요
(유림 모) 어, 이진아 어쩐 일이야?
(이진) 반찬 통 가져왔어요
전 재주가 없어 가지고 아무것도 못 담았어요, 죄송해요
아유, 입에 맞았어?
응, 너무너무 맛있었어요
늘 챙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유림 모) [피식 웃으며] 잘 먹었다니 다행이네
- 아, 저 가 볼게요 - (유림 모) 어
- 네, 수고하세요 - (유림 모) 응
[탁 치는 소리] [버저가 삐 울린다]
[희도와 찬미의 가쁜 숨소리]
(찬미) 니가 진 이유
질 거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라고 그거를 내한테 들킸기 때문에
니가 이번 평가전에서 만날 선수 중에
내보다 더 위대한 선수는 없다
겁묵지 마라
겁묵더라도 들키지 마라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니를 위한 모든 훈련은 끝났다
수고했다, 나희도
[밝은 음악]
그동안 영광이었습니다
양찬미 선배님
[풀벌레 울음]
[바스락거리는 소리]
[헛기침] [톡톡 치는 소리]
아무도 없나?
[발랄한 음악] [희도의 힘주는 신음]
[거친 숨소리] (이진) [작은 목소리로] 아유, 깜짝이야
[희도가 거친 숨을 몰아쉰다]
뭐야?
[희도의 놀란 숨소리] (이진) 나야
(희도) 아, 놀라라
뭐야, 왜 거기서 나와?
이 근처에 왔다가
체육관 불 켜져 있길래 너인 거 같아서
(이진) 이거 다 먹었길래
아씨, 갑자기 빨대 생겨서 깜짝 놀랐네
(희도) 난 내가 시합 앞두고 드디어 미친 줄 알았어
[함께 피식 웃는다]
난 안 반가워?
(희도) 안으로 들어와
지금 '로미오와 줄리엣' 구도라서 못 참겠어
[멀어지는 발걸음]
(이진) 너 펜싱복 입은 거 처음 봐
좀 달라 보인다?
(희도) 어떻게 달라 보이는데?
(이진) 까불면 안 될 거 같아
(희도) [피식 웃으며] 잘됐네
[희도의 웃음] [이진의 힘주는 숨소리]
씨
옷 만져 봐도 돼?
(희도) 응
(이진) 오, 생각보다 두껍다
- 그런가? - (이진) 응
(희도) 칼 맞으면 아프니까
(이진) 이 칼은 안 무거워?
(희도) 응, 익숙해, 500g 정도?
[이진이 피식 웃는다] [희도의 웃음]
(이진) 오, 생각보다 가볍진 않네
근데 저 칼은 왜 손잡이 안쪽이 빨갛게 칠해져 있어?
다른 건 안 그런데
(희도) 응, 고유림 칼이라서
(이진) 어? 유림이 칼은 뭐가 달라?
(희도) 응 국제 대회 나갔었다는 증거야
국제 대회를 나갔었다는 건
국가 대표를 해 본 적이 있단 얘기고
저렇게 빨간색이나 파란색으로 가드 안쪽을 칠하는 게
국제 대회 규정이거든
(이진) 왜?
가드 안쪽에…
줘 봐 봐
(희도) 가드 안쪽에 상대 칼이 닿게 되면은
불 들어올 수도 있으니까
그거 방지하려고 래커로 칠하게 해
(이진) 음
만약에 칠하게 된다면 넌 무슨 색으로 하고 싶어?
난
파란색이 좋아
[피식 웃는다]
마스크 쓰면 숨은 잘 통해?
(희도) 궁금한 게 참 많네?
입어 볼래?
펜싱복을?
재작년까지 남자 펜싱부도 있었대
어디 뒤져 보면 남는 거 있을 거야
[감성적인 음악]
이거 이렇게 입는 거 맞아?
(희도) 이리 와 봐
[부스럭거린다]
[희도가 지퍼를 직 올린다]
[희도가 달그락거린다]
[직 떼는 소리]
[달그락거린다]
[희도가 칼을 탁 집는다]
[희도가 달그락거린다]
[피식 웃는다]
[희도의 탄성]
(희도) [마스크를 탁 집으며] 옷 입었으니까
한 경기 뛰어 봐야지?
어?
[이진의 헛웃음]
(이진) 야, 나 패고 싶은 거면 그냥 패지?
스포츠로 가장하지 말고
(희도) 핸디캡 적용할 거니까 쫄지 마
[어이없는 탄성] [탁 집는 소리]
나는 공격은 아예 안 하고 막기만 할게
[달그락거린다]
3분 동안 단 한 번이라도 내 몸 찌르거나 베서 불 들어오면
네가 이기는 거야
[헛웃음]
어때?
(이진) 와, 진짜, 와
야, 오케이 그 정도면 해 볼 만하지
근데 난 내기 없으면 게임 안 해
무슨 내기야?
좋아, 뭐 걸래?
이기는 사람 소원 들어주기
콜
- (희도) 테스트 - (이진) 어?
(희도) 때려 봐
[버저가 삐 울린다]
간다
시작 [타이머 조작음]
[밝은 음악]
[이진이 당황한다]
(이진) 어어?
아, 잠깐, 잠깐, 잠깐
[이진의 기합]
[탁 치는 소리]
[이진의 탄식]
[이진의 기합] [탁 치는 소리]
[이진의 절규]
[이진이 중얼거린다]
(이진) 제발!
[타이머 조작음]
(희도) 30초 남았다
(이진) 오케이, 30초
아, '풀하우스'
(희도) '풀하우스' 뭐?
(이진) 13권 나왔다
(희도) 뭐라고?
[버저가 삐 울린다] (이진) 야! 이겼다!
[이진의 웃음]
진짜 13권 나왔어?
(이진) 아니
야!
이씨
[이진이 칼을 툭 놓는다]
(이진) 야, '풀하우스'에 무너지는 집중력으로, 어?
너 평가전 나가서 잘할 수 있겠어?
'풀하우스'에만 무너지는 거거든?
그리고 이건 반칙이지!
왜 말 걸어?
(이진) 경기 중에 말하는 게 왜 반칙이야?
그럼 너는? 너는 왜 대답했어?
와, 씨
(희도) 아씨!
아유, 억울해, 씨!
백이진 진짜!
그, 소원은 생각해 보고 말할게
이런 기회는 쉽게 오는 게 아니라서
- (희도) 야, 씨! - (이진) 어?
솔직히 이런 게 어디 있어!
(이진) 왜?
(희도) 아, 내가…
아, 말도 안 돼, 와!
야, 거짓말하는 게 어디 있어!
[선수1이 냄새를 킁킁 맡는다]
[문이 달칵 열린다]
(선수1) 어, 코치님, 안녕하세요 [문이 달칵 닫힌다]
- (코치) 어 - (선수2) 안녕하세요 [코치의 웃음]
(유림) 식사하셨어요?
(코치) 어, 먹었지
[문이 달칵 여닫힌다] 아참, 그, 평가전 날 아침 7시 출발이니까
다른 선수들한테 공지해
(유림) 네 [코치가 살짝 웃는다]
(코치) 국가 대표 누가 될 거 같냐?
글쎄요
9등인 혜주 언니가 제일 유력하지 않을까요?
혜주…
그, 나희도라고 했나?
(코치) 걔 너희 펜싱부지?
걔 잘하냐?
아, 양찬미가 만든 애일 거 아니야
랭킹 26위예요
두 명 빠지는 바람에 평가전도 겨우 참가한
[피식 웃는다]
야, 이 선수 기량이라는 게 천천히 오르디?
어느 날 갑자기 빡!
그게 무서운 거야
[코치의 웃음]
[코치가 달그락거린다]
[코치의 한숨]
[풀벌레 울음]
[가쁜 숨소리]
난 26등이잖아
(희도) 현실적으로 내가 평가전에서
1등을 꿈꾸는 게 말이 안 돼
(이진) 근데 넌 꿈꾸잖아
[가쁜 숨소리]
그렇지
난 꿈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실망하지 않거든
[발소리가 와다닥 울린다]
지고 실패하는 데 익숙해서
그걸 사람들은
정신력이라고 불러
(이진) 지는 게 두렵지 않고
실패하는 걸 겁내지 않아 하는 그 단단한 마음을
모두 갖고 싶어 한다고
[잔잔한 음악]
뺏어 오고 싶을 정도로 탐나
그래서 나도
약해질 때면 네가 보고 싶은 거겠지?
[피식 웃는다]
(희도) 11시인가 보다
전체 소등
[피식 웃는다]
[발걸음이 탁탁 울린다]
[버저가 삐 울린다]
(이진) 너는 평가전에 나온 선수 중에
가장 많이 져 본 선수야
진 경험으로 넌 지금까지 계단을 쌓아 올린 거야
생각해 봐
이제 네 계단이 제일 높다
[피식 웃는다]
천천히 올라가서
원하는 걸 가져
[탁 소리가 울린다] [버저가 삐 울린다]
넌 왜 나를 응원해?
우리 엄마도 나를 응원하지 않는데
기대하게 만들어서
[부드러운 음악]
그래서 자꾸 욕심이 나
(희도) 나, 그, 백이진 방송 녹음본 좀 빌려줄 수 있어?
(이진) 너 같은 앤 어디에도 없을 거야
(희도) 네 응원 다 가질게
우리 같이 훌륭해지자
(유림) 문지웅, 너 나 봤는데…
(희도) '국가 대표 나희도'
[전화벨이 울린다]
(이진) 기다려, 희도야 [이진의 가쁜 숨소리]
(심판) 앙 가르드, 알레
(희도) 저 오늘 한 번도 안 져요
.스물다섯 스물하나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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