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웠던 우리에게 5
[문이 덜컥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솔이 부) 우리 딸! [문이 탁 닫힌다]
[웃으며] 여기 있네
아빠가 자전거 새로 사 놓은 거 봤어?
[솔이 부의 웃음]
아니, 근데 뭐 해?
아빠, 나 뭐가 제일 잘 어울릴까?
(솔이 부) 응?
'플 하우스'가 나으려나?
나 살짝 송혜교 닮지 않았어?
(솔이 부) 씁
(솔이) ♪ 곰 세 마리가 한집에 있어 ♪
(솔이 부) [웃으며] 딸
아빠도 눈이 있어, 어이구
[익살스러운 음악] - (솔이) 치 - (솔이 부) 어이구, 참
(솔이) 그럼 '발리에서 생긴 그 일'은?
딸, 조인성이 좀 아빠랑 좀 닮지 않았니?
(솔이 부) 이거 뭐야, 그거
[솔이 부가 흐느낀다]
[흐느끼며] '내가 좀 바쁜데'
(솔이) 아빠?
나도 눈이 있어
[솔이 부의 옅은 신음]
(솔이 부) [헛기침하며] 그럼 이거 어때, 이거, 어?
'저 남자가 내 사람이다'
'저 남자가 내 애인이다'
'왜 말을 못 하냐고'!
'이 꼴을 하고서 어떻게 그래요'
'저 사람들 틈에서 내가 어떻게 그래요'
[솔이 부의 거친 숨소리] (솔이 모) 아휴, 놀고들 있네
이 남자 내 남자거든?
너 빨리 들어가서 공부 안 해?
[솔이 부의 멋쩍은 신음]
어휴 [솔이의 놀란 신음]
(진환) ♪ 조심스럽게 얘기할래요 ♪
♪ 용기 내 볼래요 ♪
♪ 나 오늘부터 그대를 ♪
♪ 사랑해… ♪
[익살스러운 효과음]
(솔이) 명곡 훼손 그만
(진환) 야, 내가 진짜 한기준 역에 딱이지 않냐?
시켜 주십시오, 신솔이 조장님!
제가 정말 박신양 한기준 역할 잘할 수 있습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안 돼
남자 주인공은 이미 마감됐어요
뭐? 벌써 마감됐어?
[진환의 한숨]
누군데?
넌 눈치도 없냐?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진환) 아…
[학교 종이 울린다]
(솔이) 빠이
(숙희) 자, 다들 교내 연극제 준비 잘하고 있지?
(학생들) 네
(숙희) 이번 주 토요일에 반 대표 뽑을 테니까
그때까지 누구 하나 빠지지 말고
(학생들) 네
(숙희) 희지는 조원 정리되는 대로 갖고 오렴
(희지) 네
자, 이상
(학생들) 감사합니다
헌아
(희지) 차헌
혹시 괜찮으면 나랑 같은 조 할래?
우리 조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준비하려고 해
조원은 나랑 수진이랑 미녀랑 세형이
[익살스러운 효과음]
(솔이) [작은 목소리로] 안 돼
[흥미로운 음악] 하지 마
생각해 볼게
[익살스러운 효과음]
[매미 울음]
헌아, 드라마 '빠리의 연인' 알지?
[솔이의 헛기침]
(솔이) '저 남자가 내 사람이다'
'저 남자가 내 애인이다'
'왜 말을 못 하냐고'!
[익살스러운 효과음]
우리 조는 이거 할 거거든
어때? 완전 재밌겠지?
완전 하고 싶지?
'애기야, 가자'!
나 애기 아닌데
[옹알이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책을 탁 덮는다]
[심호흡]
(교사) '어둠 속에서도 불빛 속에서도'
'변치 않는 사랑을 배웠다' [밝은 음악]
'너로 해서'
'그러나 너의 얼굴은'
'어둠에서 불빛으로 넘어가는'
'그 찰나에 꺼졌다 살아났다'
'너의 얼굴은 그만큼 불안하다'
이 시는 김수영 시인의 '사랑'이란 시입니다
자, 그럼 이 시의 특징으로 적합한 것은…
[교사가 계속 말한다] (솔이)
(솔이)
(솔이)
[헌이 종이를 부스럭거린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솔이)
[펜을 달그락거린다]
(헌)
[옹알이 효과음]
[자전거가 철커덕거린다]
[흥미로운 음악]
[실망한 신음]
(솔이) ♪ 조심스럽게 얘기할래요 ♪
(진환) ♪ 용기 내 볼래요 ♪
♪ 나 오늘부터 그대를 ♪
(솔이와 진환) ♪ 사랑해도 될까요 ♪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잔잔한 음악]
너 대본
응?
달라고? 할 거야?
(헌) 젖었어
[놀란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솔이의 속상한 신음]
(숙희) 어디 보자
씁, 아직 한 명 안 정한 사람 있네?
누구지?
(수진) 차헌요
(희지) 선생님, 마침 저희 조가 한 명이 비는데요
(숙희) 그래?
그래, 그럼 희지 조로 헌이가 들어가면 되겠다
그럼 준비들 열심히 해
(학생들) 네
[심호흡]
(하영)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저번에 빌려주신 카디건요
(보건 교사) 아, 그래
지난번엔 감사했습니다
세탁도 다 했어요
고마워
[흥미로운 음악]
[종이 뎅뎅 울린다]
[새가 지저귄다]
(보건 교사) 하영아, 괜찮니?
네
다리는 이제 괜찮아?
네
[웃으며] 네
[익살스러운 효과음]
[세형의 뛰어가는 발걸음]
[익살스러운 음악]
(보건 교사) 괜찮니?
네
괜찮아요
(진환) 아니, 안 괜찮아요
어, 그러니까
여기 하영이랑 같은 반인데요
어, 저는…
심장이 아픕니다
어, 저, 그러니까
어렸을 때부터 안 좋았는데요
중학교 땐 응급실도 몇 번 실려 갔었거든요
아, 근데 지금 아프다는 말은 아니고요
앞으로도 아플 수 있다는 얘기죠
[익살스러운 효과음]
저희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 그래 - (진환) 네
[반짝이는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뭐? 운명의 종이 울렸다고?
(하영) 응, 완전 머릿속에
뎅, 뎅, 뎅
혹시 수업 종 소리 아니야?
(솔이) 머릿속에 그렇게
뎅, 뎅, 뎅
(하영) 야
어쨌든 절대로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된다
- 우리 둘만의 비밀 - (솔이) 비밀!
(대성) 브라더
오늘 학교 끝나고 뭐 해? 약속 있어?
응? 아니, 별건 없어, 왜?
잘됐네, 대본 연습 같이 하자
(솔이) 올, 완전 열심인데?
하영아, 너도 같이 하자
[한숨] 나 오늘 수학 과외 있어
따로 내일 아침까지 연습해 올게
미안
아쉽다
아쉽다
[의아한 신음]
(대성) 할머니가 자주 깜빡깜빡하셔
아닐 때도 있긴 한데
그래도 되도록 붙여 두는 편이야
(솔이) 그렇구나
근데 되게 좋은 방법이다
나도 앞으로 잘 까먹는 건 이렇게 해 봐야겠어
[문이 달칵 열린다]
(대성 조모) 아이고, 우리 대성이 왔니?
(대성) 네, 할머니, 저 왔어요 [대성 조모의 웃음]
(솔이) 안녕하세요, 같은 반 친구 신솔이예요
(대성 조모) 어, 그래, 아이고, 잘 왔다
아직 저녁 안 먹었지?
내가 얼른 차려 줄게
[함께 웃는다]
- (솔이) 감사합니다 - (대성 조모) 그래
부모님은?
할머니랑 나랑 아버지랑 셋이 사는데
오늘은 아버지가 좀 많이 바쁘신가 봐
아, 그렇구나
브라더, 내 방 구경할래?
어
[풀벌레 울음]
고마워 [잔잔한 음악]
(솔이) 어? 뭐가?
(대성) 나 어릴 때부터 수영만 하느라고
학교생활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거든
근데 여기로 전학 와서는
너희 같은 친구들도 만나고
노래방도 가고 연극 준비도 같이 하고
[대성이 살짝 웃는다] 매일매일이 너무 재밌어
그렇지? 내가 좀 재밌지?
응, 브라더가 짱이야!
[솔이의 웃음]
[학생들이 소란스럽다] (세형) 뛰어, 뛰어, 뛰어, 뛰어
(하영) 야, 왕세형
조심해, 밖에서 놀아
아, 되게 뭐라 뭐라 하네
[못마땅한 신음]
나가
(세형) 아, 씨
(학생1) 야, 같이 가
[흥미로운 음악]
(진환) 저는 심장이 아픕니다
진짠가?
[진환이 씩씩댄다]
어머머, 이거 오늘 새로 산 옷인데
어떻게 입고 집에 가!
(솔이) 죄송합니다, 제가 세탁비를…
(하영) 아줌마, 우리 애기 옷 안 보여?
[진환의 성난 신음] 이게 세탁 가지고 될 일이야!
아저씨!
우리 애기 놀란 거 안 보여?
(대성) 우리 애기 안 놀랐니?
애기야, 가자
[학생들의 탄성]
[흥미로운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진환) 나 안 보여?
난 어땠을 것 같은데?
사랑하는 여자가 내 앞에서 우는데
내 힘으론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어서
다른 남자에게 부탁해야 하는
내 기분 어땠을 것 같은데!
무슨 소리야?
이 안에
너 있다
[세형의 웃음]
(세형) 야, 정진환, 너 완전 웃긴다
[웃음]
[학생들이 계속 박수 친다]
[함께 웃는다]
[익살스러운 음악]
[진환과 하영의 한숨]
(진환) 우리가 왜 떨어졌지?
이게 다 우리 하영이가 주인공을 안 해서 그런 거잖아
신솔이, 말해 봐
왜 말을 못 하냐고!
[솔이의 질색하는 신음]
침, 침!
(하영) 진환아
난 가끔
네가 말을 못 했으면 좋겠어
- 하영아 - (하영) 조용히 해
(하영) [힘주며] 일어나, 가자
[소란스럽다]
[학생들이 저마다 대화한다]
[솔이의 가쁜 숨소리] (미녀) 어, 솔이야, 왜 이렇게 늦었어
MP3는?
(솔이) 어, 미안, 미안
하영이랑 몇 번 연습하고 녹음하느라
여기 있어
그냥 순서대로 틀면 되니까 너무 걱정 마
- (미녀) 어 - (솔이) 내가 나중에 빵 사 줄게
(미녀) 어, 알았어
- (솔이) 응, 이따 봐 - (미녀) 응
[잔잔한 음악] [학생들의 환호와 박수]
(세형) 뭐 잊은 거 없지?
(수진) 야, 왕세형, 너 컵 챙겼어?
(세형) 아, 여기 있잖아
(수진) 아, 그래? 오케이
(솔이) 어? 독약은?
(세형) 아, 여기 있잖아!
오케이 [떨리는 숨소리]
(헌) 나는 언제까지나 당신하고 있고
이곳 컴컴한 밤의 궁전을
다시는 떠나지 않겠소
[학생들의 탄성]
(학생2) 진짜, 진짜 하려나 봐, 부럽다
- (학생3) 쟤네 키스하려나 봐 - (학생2) 부럽다
[학생들이 술렁인다]
(학생4) 미녀야, 뭐 해?
[놀란 신음]
(스피커 속 솔이) 하나님, 이 거룩한 식을 축복하시와
[함께 안도한다]
근데 내가 왜 얘네 결혼을 축하해야 돼?
[학생들이 술렁인다] 난 이 결혼 반댈세
[익살스러운 음악] (스피커 속 하영) 자, 그럼
이번엔 너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봐
[스피커 속 솔이의 헛기침]
[속삭이며] 야, 이거 나야
아휴, 신솔이
(스피커 속 솔이) 오, 로미오, 왜 당신인가요?
나의 로미오는 왜 그렇게 잘생긴 건가요?
(교사) 앉아, 앉아, 앉아
(스피커 속 솔이) 오, 로미오, 내 사랑을 받아 주세요!
아, 진짜
(스피커 속 하영) 오, 신솔이, 줄리엣으로 딱인데?
(스피커 속 솔이) 그렇지, 그렇지? 내가 짱이지? [솔이의 한숨]
[스피커 속 솔이의 웃음]
(세형) 어떻게 된 거야?
몰라, 몰라
(세형) 아이, 씨, 나와!
(솔이) 비켜
아, 나와, 비켜 [수진의 놀란 신음]
[흥미로운 음악]
[함께 놀란다] (미녀)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진환) [어색한 말투로] 와, 멋있다
와, 와, 완전 색다른 결말이다 [익살스러운 음악]
[진환의 탄성]
멋있다, 7반!
[환호한다]
[진환의 어색한 웃음]
[학생 주임의 못마땅한 신음]
[학생들이 계속 박수 친다]
[솔이의 속상한 신음]
[솔이가 흐느낀다]
(학생5) 아이, 뭐 이런 공연이 다 있냐?
(학생6) 야, 신솔이 걔 때문에 공연 다 망친 거 맞지?
(학생7) 아휴, 다 망했지, 뭐
(학생8) 아휴, 망했어 [학생6의 한숨]
(세형) 신솔이 걔가 문제야, 문제, 어?
잘하는 게 하나도 없어
[학생들이 웅얼거린다] 왜, 뭐?
신솔이 봤어?
아, 정리한다고 무대 뒤편에 있을 거야
이제 좀 괜찮아?
[거친 숨소리]
헌아
[차분한 음악]
[한숨]
신솔이
넌 진짜 구제 불능이야
[훌쩍인다]
"다음에 계속"
'저 남자가 내 사람이다'
'저 남자 내 애인이다 왜 말을 못 하냐…'
아, 이 느낌이 아닌가?
[밝은 음악] (솔이) '애기야, 가자'!
[실망한 신음]
앞으로 깐죽거리는 놈 있으면 나한테 다 얘기해
(수진) 우대성 믿고 학교 나오는 거야?
(헌) 신솔이, 넌 자존심도 없냐?
(솔이) 신경 쓰지 마
(미녀) 너 진짜 좋아하는 사람 없어?
(솔이) 응, 대성아
(대성) 짜잔, 웰컴 투 하와이!
(대성) 아, 나 믿고 한 번만 타 봐
(헌) 어떻게 된 일이에요?
(솔이 모) 오늘 낮에 담임 선생님한테 전화 왔었어
(헌) 신솔이
가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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