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프러포즈 6회
[제 6 부]
S# 1. 호텔 로비
유경과 미영, 경희, 은미, 현진이 즐겁게 깔깔거리며 들어선다.
1층 엘리베이터를 향해 가고 있는데
엘리베이터 열리면서
민석과 뒤이어 연정이 나온다.
선두에 섰던 유경, 제일 먼저 민석을 발견하고 멈칫 선다,
본능적으로 날카롭게 민석 뒤의 연정을 훑어보곤 흠? 놀라는데!
민석도 유경 보고 놀라 당황해하다
그 뒤에 따라오는 미영을 보고는 더욱더 크게 놀라는데,
동창들과 수다떨며 뒤따라오던 미영,
그제서야 민석을 발견하고는 눈이 휘둥그레진다.
뒤에 동창(경희, 은미, 현진)도 따라서 멈칫하는데
미영 (어리둥절해서 )여보......?
민석 (몹시 당황해서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연정 (저만치 뒤에서 얼어붙어 서있다)......!
미영 (연정과 민석 번갈아 보며 뭔가 불안한 느낌에 어리둥절)여보오...!(하 는데)
경희 (놀라, 미영에게)니네 남편이야?
현진 (은미에게 속닥속닥)어머어머, 웬일이니!
은미 (현진에게 속닥)저 여자 쇼핑호스트 아냐, 왜 그 명품 많이 파는?
경희 맞아, 그렇네!
현진 어머머, 웬일이니... 근데, 실물로 보니까 더 이쁘다 얘!
미영 (얼굴에 모닥불을 확 끼얹은듯 말도 못하고 얼굴 새빨개져 있는데)
유경 (재빨리 승강기 쪽 일각에 붙은 '스카이라운지는 리모델링 관계로 당 분간 닫습니다'라는 게시물을 보고, 얼른 나서서 아무일 아니라는듯) 스카이라운지 갔다오시나봐요?
민석 (당황해서)아? 네......
유경 (굳어있는 연정에게)TV로 볼때보다 훨씬 더 예쁘시네요, 지난번 골프 방송 잘 봤어요.
연정 (꾸벅 어색하게 인사만)......!
유경 (미영에게)인사 안해? 너두 오늘 처음 만난는거지?
미영 (당황)어? 어어..... 안녕... 하세요?
연정 (꾸벅 인사만)......!
유경 호텔 패키지 상품 기획하신다더니 둘러보러 나오셨어요?
민석 (상황 파악하고)네.
유경 우리 애아빠도 지난번 골프상품 예약하라 그러던데...(미영에게)넌 좋겠다 얘, 신랑 사업 쑥쑥 잘 풀려서.(동창들에게)얘네 회사 기획상 품이 홈쇼핑에서 대박난거 내가 아까 말했지?
동창들 (얼결에)어, 그래...(호기심으로 연정을 힐끗힐끗 보는데)
민석 (연정에게 낮게)연정씨 먼저 나가세요.
연정 (목례를 한 후 또각또각 나간다)
미영 (민석을 본다)......!
민석 (미영을 차마 마주 보지 못하는데)......!
유경 동창들끼리 바람쐬러 나왔거든요. 바쁘실텐데 일보세요.
민석 그럼,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동창들 (얼결에)네.(꾸벅)
유경 (동창들 모르게 미영의 옆구리 찌르면)......!
미영 (애써서 자연스러움을 가장하며 민석에게)일찍, 들어올거지?
민석 어? 그래...
미영 당신 좋아하는 갈치조림 해놀게.
민석 알았어. (뒷통수 땅기는 기분으로 현관을 빠져나간다)
유경 (활달하게 동창들을 레스토랑으로 몰아가며)밥먹자, 여기 스테이크 잘 해.
동창들 (뭔가 미심쩍긴 하지만 너무나 자연스럽게 몰아치는 유경의 기세와 미영의 연기에 얼결에)그래, 들어가자. 배고프다야.(레스토랑으로 들어 간다)
미영 (멍하게, 민석이 나간 쪽을 돌아보는데)
유경 (재빨리, 낮게)표정관리 쌈빡하게 하구 들어와, 알았지?
미영 (충격에 멍하니 서 있는데)......!
유경 (쥐어박듯)쟤네들 앞에서 그 얼굴 해봐, 오늘 저녁 안에 동창들 사이 에 소문 쫘악 퍼질테니까!
미영 (심호흡하며 마음 가라앉히려 애쓰는데)......!
유경 (다짐)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최대한 자연스럽게, 알았지?!(들어간다)
미영 (심호흡 한번 크게 더하고 따라 들어가는데)......!
S# 2. 동 레스토랑
미영, 유경, 경희, 은미, 현진이 깔끔한 스테이크와 와인을 앞에 놓고 수다떠는 중이다.
미영, 아무 일 없다는 듯 표정관리하며 보조 맞추느라 죽을 맛이지만, 그럭저럭 잘 해나가는 중이다.
현진 아깐 정말 깜짝 놀랬지 뭐니, 니 남편 바람난거 아닌가 하고 말야.
미영 (과장되게)어머, 호호호... 우리 애아빠 그런 사람 아니야!
은미 그런 사람 저런 사람이 정해져 있는 줄 아니? 전혀 안 그럴거 같던 남자가 뒷구멍으로 호박씨 까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데?
유경 얘네 남편은 안그래. 어제도 얘네 집에서 우리집 남자랑 다 같이 모 여서 밥먹고 술마시고 부부끼리 블루스까지 추면서 얼마나 재밌게들 놀았는데! 얘네 남편이 얘안고 춤 추는데 정이 뚝뚝 떨어지더라. 척 보면 알잖아 그냥저냥 사는 부분지, 속정깊게 사는부분지... 내가 샘이 날 정도였다니깐?(미영에게)어저께 서울 근교쪽에서 골프 상품이랑 연결할 호텔 알아보는 중이랬잖아?
미영 응? 으응 그렇지......
경희 (떠보는)근데, 쇼핑호스트도 같이 동행하고 그래?
미영 (당황하지만, 명쾌하게 받아친다)대박난 기념으로 장흥쪽에서 식사대 접하고 오는 길에 들른거였대.
은미 그랬었구나!(오해가 풀린다는듯)
유경 (제법인걸? 하는 표정으로 미영을 힐끗 보더니)여기저기 헌팅 다닌다 더니 어떻게 여기서 딱 만나지니? 나도 어제 그런 얘기 못 들었으면 깜빡 오해할 뻔 했다 얘.
미영 (억지로 웃는)호호호, 그러게나 말야.
동창들 (자연스럽게 의심이 풀리는 분위기다)
미영 (한시름 놓이는 듯)......!
유경 (그런 미영의 기색을 조소로 살피며 와인 한모금)......!
현진 나두, 니네 남편 나온 골프방송 봤어, 그땐 너희 남편인지 몰랐었지. 그게 왕대박 났다며? 잘나가는 남편 둬서 좋겠다 얘!
경희 어이구 엄살은... 판사 사모님, 아니 이젠 변호사 사모님이네, 변호사 사모님이 그딴 소리하면 섭하지?
은미 온라인 게임 계발해서 떼부자 된 사람이 누구더라? 너야말로 죽는 소 리 좀 그만해!
현진 무슨 소리야? 물려받은 주유소 돌면서 따박따박 현금만 거둬들이는 팔자좋은 사모님은 어떻구?
미영 (칭찬인가 자랑인가! 분위기 적응이 안돼고 주눅까지 들어서 복잡한 심정인데)......!
경희 (유경에게)참, 니네 병원 그렇게 잘된다면서?
현진 요새 제일 뜨는게 비만크리닉 아니니? (유경에게)얘네 남편은 벌써 진작에 비만 크리닉 차렸었잖아. 온 동네 돈 싹 다 긁어모은다고 소 문이 자자해!
유경 (여유롭게)무스은... 그정돈 아니야.(와인 한모금)
현진 강남에 빌딩 알아보는 중이라며?
은미 강남에 빌딩을? 어머, 니네 진짜 돈 많이 벌었나보다!
유경 (도도하게 흐뭇하다)그냥 뭐 쪼금...
현진 얘네 신랑도 신랑이지만 유경이 얘가 보통 재주꾼이 아니잖아!
경희 부동산으로 재미 봤단 소린 들었지.
현진 재미 정돈줄 아니? 지금 사는 집도 경매 나온걸 시가보다 2억이나 싸 게 잡았지, 작년부터 연기군에 빈 농가주택 잡아놨지, 그뿐인 줄 알아
? 안면도 땅에다...(하는데)
유경 그만좀 해, 누가 들으면 복부인인줄 알겠다.
미영 (금시초문이다, 입이 딱 벌어지는데)어머......!
현진 한 동네 살면서도 넌 몰랐구나?
미영 (충격에)어......(물 꿀꺽 마신다)
경희 (질투 섞인)야야, 잘하면 종합병원도 세우겠다!
유경 (미소)그정돈 아니구, 그냥 깔끔한 웰빙병원 구상중이야.
은미 그래, 그게 앞으로 뜬다더라. 피부과니 성형외과 치과, 비만크리닉까 지 죄다 연결해서 원스톱으로 진료 받게 하는 거 말이지? 분위기도 까페처럼 고급스럽게 해놓고.
유경 (명쾌하게)응!
현진 오늘 점심 이거, 유경이 니가 쏴라. 듣다 보니까 약오르잖아, 사실 변 호사 수임료 그거 몇푼 되니?
유경 어머, 그런게 어딨니? 너야 말로 니남편 개업기념으로 한턱 쏴.
경희 호호호, 하여튼 있는 애들이 더 무섭다니까?
은미 (맞장구)호호호 그러게나 말야.
미영 (주눅이 들고 적응이 안 되는데)......!
S# 3. 경치좋은 강변
민석차 달려와 멈춰선다.
S# 4. 민석차 안.
민석과 연정, 몹시 당혹스런 표정이다.
연정 (혼란스럽고 두려운)이건 잘못된 거예요. 그 동안 내 감정만 생각만 했지 사모님 생각은 못했어요. 이건 사모님한테 죄 짓는 거예요!
민석 (급하게)이런 감정... 정말 처음이야. 놓치고 싶지 않아!
연정 미안해요. 이만 내릴게요.
차에서 내려버린다.
놀라는 민석, 서둘러 뒤따라 내린다.
S# 5. 동 강변
연정, 혼란스런 표정으로 급하게 차에서 내리는데
민석 (놀라 나와서 연정 팔을 잡으며 쏟아붓는)학교 다닐 땐 모범생이었구, 사회나와선 회사밖에 몰랐어, 솔직히 말해 집사람한테도 특별한 불만 없었구! 소꿉동무로 쭉 같이 자라 어영부영 지금까지 오면서 이런게 사랑이고, 남들도 다 이렇게 사는거려니 한번도 의심한적 없었어, 연정이 만나기 전까진!
연정 (눈물 글썽한 눈으로 돌아보는데)......!
민석 (진심으로 절절하게)요즘은, 내가 새롭게 남자로 태어난 기분이야. 연정일 만난뒤부턴 사춘기 소년처럼 하루에도 몇번씩 가슴이 쿵쾅쿵쾅, 연정이 생각만 하면 밥을 안 먹어도 잠을 안 자도 하나도 피곤하지가 않다구!
연정 (가슴 아픈)그래도 어떡해요, 우린 그래봤자 불륜이잖아요, 바보처럼 그냥 아저씨가 너무 좋고 편해서 한발두발 다가가다 여기까지 와버렸어요!
민석 연정아!(가슴이 아픈데)
연정 (혼란스럽다)우리... 더 이상 안 만나는 게 좋겠어요!
민석 (충격이다)연정아......!(하는데)
연정 (민석을 남겨두고 가버린다)......!
민석 (충격으로 멍하니 굳어버렸다)......!
S# 6. 호텔 주차장
미영, 유경과 경희, 은미, 현진이 식사를 마치고 호텔을 나선다.
경희 조금만 더 가면 강변에 근사한 찻집있어, 내가 앞장설 테니까 잘들 따라와?(차에 오른다)
은미 알았어. (차에 오르고)
현진 (차에 오른다)
동창들 (차를 움직여 주차장을 빠져 나가는데)
유경 (운전석에 올라 시동켜며 미영에게)안타구 뭐해?
미영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탄다)
유경 (차를 움직여 출발하고)
S# 7. 경치좋은 국도를 달리는 유경 차안.
미영, 유경이 운전하는 조수석에 굳은 얼굴로 앉아있다.
미영 저기, 난 그냥 적당한 데서 내려줄래? 차는 니들끼리 마시고 와.
유경 쯧쯧쯧...(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며)간신히 저 참새들 입 막아놨는데, 너만 차도 안마시고 그냥 서울 가봐, 뭐라구들 그럴거 같애? 바보처럼 굴지 말고 끝까지 마무리 잘해.
미영 (말문이 막힌다, 괴로운데)......!
S# 8. 도심의 공원앞 도로(올림픽 공원앞 쯤)
유경의 차 달려와 멈춰서면, 미영 내린다.
미영 고마워.(공원쪽으로 힘없이 걸음 옮기려는데)
유경 (차창 밖으로 내다보며)니남편이 먼저 꺼내기 전까진 절대 입도 뻥긋하지 마. 오히려 평소보다 훨씬 더 잘해줘버려. 좋아하는 반찬에 따뜻한 밥 해서 바치구, 말도 더 상냥하게 하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괜히 악다구니 써봤자 너만 초라해져!
미영 (말문이 막히는데)......!
유경 지는 게 이기는 거야,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는거구. 알았어?(머리위에 올려놨던 썬그라스 내려끼는데)
미영 (자존심 상한다)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걱정하지 마.
유경 (묘한 비웃음으로)애들은 우리 아영이랑 놀게 할테니까 맘풀구 들어와.
(차를 출발한다)
미영 (멍하게 달려가는 유경차 보다가 터덜터덜 발걸음 옮긴다)
S# 9. 공원 벤치
아주아주 넒은 잔디밭이 눈앞에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한적한 벤치.민석 주려고 산 넥타이 포장이 삐죽 나와있는 핸드백을 곁에 놓고
미영이 멍하니 앉아있다.
미영, 핸드백 위로 삐죽 나온 넥타이포장 보며 가슴이 찢어질것 같다!
고개 돌려 하염없이 멀리 지평선을 바라보는 미영의 표정,
충격과 배신감, 무엇보다도 자존심의 상처로 괴롭고도 몹시 허탈하다!!!
미영, 자기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꽉 깨물면서 마음을 다잡는데......!
S# 10. 대형수퍼 수산물코너
직원, 소리높여 호객을 하고 있다.
직원 (마이크잡고 장단 맞춰)눈을 떴다 감았다하는 싱싱한 인천먹갈치, 특대사이즈 먹갈치가 왔-써요, 자, 눈을 떴다 감았다하는 싱싱한 인천먹갈치가 왔-써어요!
미영 (힘없이 카트 밀고 와서 제일 큰 갈치 가리키며)이건 얼마예요?
직원 (신바람)물좋죠? (당연히 깍을 것을 예상한듯)6만원인데, 이건 정말 깍으시면 안돼요, 제가 웬만하면 깍아드리는데(하는데)
미영 (순순히)주세요.
직원 (신바람나서)감싸합니다!(초대형 갈치를 갈고리로 찍어서 도마에 놓고
칼로 탁!!! 내리쳐 목을 자르고, 재빠르게 손질을 하는데)
미영 (멍한 표정, 멍한 목소리)소금은 치지 마세요......
S# 11. 아파트단지안 도로
미영, 커다란 쇼핑봉지와 민석넥타이 포장이 삐죽이 나온 핸드백 들고
깊은 생각에 잠겨서 오고 있다.
스쿠터 타고 지나가다가 미영을 발견하고 멈춰서는
경수 아줌마!
미영 (못 듣고 걸어간다)
경수 아줌마아!
미영 (그제서야 돌아보는데)......
경수 (쪼르르 스쿠터 돌려 와서 신바람나게)그 홈씨어터 말예요, 인터넷으로 최저가격 알아봤걸랑요? (주머니에서 메모지 꺼내며)4분에 일로 나누면 47만 8천 2백(하는데)
미영 (메모지 받아들며)알았어요.(무표정한 얼굴로 가버린다)
경수 (의외의 반응이다)어......?
미영 (쇼핑봉지 들고 저만치 타박타박 가고 있다)
경수 (이상하다... 주머니 속에서 생리팬티 꺼내며 혼잣말)이것도 줘야되는데......(하는데)
지나던 젊은 아가씨, 여자 팬티를 들고 중얼대는 경수 보면서
어머, 웬 변태야! 하는 표정으로 두려운 듯 구석으로 피한다.
경수, 당황해서 얼른 팬티를 주머니 속에 쑤셔 박을려다 떨어트리고,
당황해서 얼른 주워서 주머니에 마구 쑤셔박는데......
젊은 아가씨, 몹시 두려운듯 슬슬 피하며 걸음아 날 살려라 도망가고
경수 우이씨!(억울한데)......!
S# 12. 미영주방
토막친 대형갈치를 씽크대에 쏟아붓고 있는 미영,
참담한 표정으로 수돗물 틀어서 갈치를 씻고 있다. 그 얼굴 위로
유경E 지는 게 이기는 거야,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는거구. 알았어?
씻은 갈치를 바구니에 건져놓고 준비해 놓은 깨끗한 무를 큼직큼직 썰어서 냄비 바닥에 깔고 갈치조림 준비를 하는 미영, 비장하다!
S# 13. 홈쇼핑 스튜디오
다소 화려한 복장의 연정, 보석판매 생방송을 앞두고
대본을 최종 검토하고 있다.
오가는 스텝들로 어수선한 무대,
일각에는 고PD가 성장을 한 외국모델들에게 연기지도 하고 있다.
연정, 겉보기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일에 몰두하지만
종이컵에 담긴 생수 마시는 손, 아무도 모르게 덜덜 떨린다.
살짝 식은땀을 닦으며 연정, 상념으로 몹시 불안한데......!
S# 14. 고수부지에 세워진 민석차 안(황혼이 질 무렵)
민석,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마음이 답답한 듯 깊은 한숨 쉬며 어쩔 줄 몰라하다
담배라도 찾는지 주머니 여기저기를 뒤적이다가,
조수석 앞에 박스까지 열어보는데
툭 떨어지는 사진열쇠고리(미영과 꽃단비가 코믹하게 웃는 스티커사진 열쇠고리다)
열쇠고리를 집어들고 느낌으로 물끄러니 보는 민석......
이윽고 박스 안에 넣고는... 닫는다!
결심한 듯 굳은 표정으로 시동을 켜더니 차를 급출발시킨다.
S# 15. 홈쇼핑앞(저녁)
조신한 복장으로 갈아입은 퇴근길의 연정, 건물을 빠져나온다.
주차해놓은 자기 차 쪽으로 가는데
민석차 와서 앞을 가로막으며 멈춘다.
연정, 멈칫 선다... 느낌으로 민석을 보는데
민석, 차에서 내려 연정을 본다!
S# 16. BAR(밤)
분위기 근사한 바 구석자리에 민석과 연정이 마주앉았다.
민석은 투박하고 담담하게 심정을 털어놓고
연정은 묵묵히 듣고 있는 중.
민석 (투박하게)난 말재주 없어서 듣기 좋고 달콤한 말은 잘 못해. 그냥 내생각 내맘을 있는 그대로 얘기할게.
연정 ......
민석 첫눈에 반한 사랑이나, 그 사람 아니면 절대로 안되는 죽고 못사는 연애 같은건 영화속에나 나오는 허풍이다 생각했었어.
연정 (가만히 민석을 본다)......
민석 우리집 사람 참 좋은 여자야.
연정 (민석을 느낌으로 보는데)......!
민석 결혼한진 10년이지만 그사람하고 역사는 20년이 다 돼가. 콩만할 때부터 한동네서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되는 모습 서로 쭈욱 봐왔거든.
연정 ......!
민석 돌이켜 생각해보면, 사랑인지 우정인지 애매모호했던거 같아. 어릴 때부터 줄곧 서로한테 제일 가까운 남자여자였으니까...
연정 아저씨!(하는데)
민석 (절절히)내가 지금 연정이한테 느끼는 이런 감정, 나한텐 너무 낯설고 두렵구 그러면서도 행복해. 첫사랑에 빠진 사춘기 소년처럼 나도 내맘을 어쩔 수가 없어!
연정 아저씨!(하는데)
민석 가지 않아야 되는 길인거 알고 이쯤에서 끝내는게 맞다는 것도 알어, 머리론 얼마든지 알겠다구! 근데, (손바닥으로 가슴을 치며)여기가, 여기가 말을 안들어!
연정 그러지 마세요...(마음이 아픈데)
민석 (진솔하게)세상 사람 모두 돌 던진데도, 그 돌 맞아 죽는 한이 있어두 이대로 연정일 놓을 순 없어!
연정 이러면 안돼요, 잘 알잖아요!(마음이 너무 아프다)
민석 (절절히)연정아, 나 이제 너 아니면 안되겠다, 일할때도 잠잘때도 밥먹을 때도(가슴을 툭툭 치며)여기가 너무 아프다!
연정 (맘이 아파서 더 듣고 있을 수가 없다, 눈물 뚝뚝 흘리며)왜 이렇게 내 앞에 늦게 나타났어요!(눈물 뚝뚝 흘리며 서럽게 우는데)
민석 (눈 붉게 충혈된 채 떨리는 목소리로)연정아!(가슴이 미어진다!)
S# 17. 미영주방(저녁)
가스렌지 위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갈치조림과 무맑은 국.
앞치마 두른 미영, 땀을 닦으며 갈치조림 냄비의 뚜껑을 열면
보글보글 맛있게 끓고 있는 갈치조림(부감)
미영, 조림국물을 숟가락으로 떠서 간이 골고루 배도록 뿌려준다.
뚜껑 덮고 불을 줄이는데,
그 손길이 제사를 준비하는 여사제처럼 엄숙하기까지 하다.
(시간 경과)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먹음직스런 갈치조림이 식탁 가운데 올려진다, 따뜻한 밥과 무맑은 국, 버섯 나물, 잡채, 탕평채......
잔치상처럼 성대하다.
상차림을 마친 미영, 식탁 위에 덮개를 덮어놓고
앞치마를 풀러 일각에 걸고 거실로 나간다.
S# 18. 동 거실(밤)
미영, 소파에 풀썩 앉으며 시계를 보면 9시가 다 돼 간다.
미영, 전화기를 잡으려다 많이 망설인다......
그러다 포기하고, 한숨을 푸욱 내쉬는데......
S# 19. 연정오피스텔앞(밤)
민석차 달려와 멈춰서면, 연정과 민석이 내린다.
민석 (연정의 어깨를 가볍게 잡으며 무슨 말을 할듯할듯 못하는데)......!
연정 (파리한 안색으로 힘없이)제자리로 돌아가면 되는거예요, 원래 있던 자리로...(돌아서 가는데)
민석 연정아!
연정 (멈칫하다가)아저씨 없이 살도록 노력할게요. 아저씨도 그렇게 해요! (돌아보지도 않고 그냥 건물현관으로 들어가버린다)
민석 (너무나 괴롭다......)
민석, 차마 자리를 뜨지 못하고 연정방을 올려다본다.
연정 방에 불이 켜지자,
민석, 천천히 차에 오르려다 마지막으로 창문 돌아본다.
깊은 한숨 쉬고는, 차에 오른다.
민석차, 달려가고
S# 20. 연정오피스텔(밤)
연정, 커튼 틈으로 민석차가 달려가는 모습을 보고 있다가
커튼을 놓는다.
착잡한 표정으로 돌아서고.
S# 21. 미영거실(밤)
민석, 굳은 표정으로 들어서는데
아무 일 없다는듯 아주 밝게 가방을 받아들며
미영 저녁은?
민석 ...(아이들방 돌아보며 낮은 목소리)애들은 자?
미영 그럼, 지금 몇신데...
민석 (안방으로 들어간다)
미영 (결심을 다지듯 이 악물고, 표정 밝게 억지로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따라 들어간다)당신 좋아하는 갈치조림 해놨는데?
S# 22. 동 안방(밤)
민석의 양복상의를 받아서 장롱에 걸며
미영 (낮에 산 넥타이포장 보여주며)당신 넥타이 하나 샀는데, 지금 볼래?
민석 (낮게)나중에 볼게.
미영 (재잘재잘)그래 그럼. 먹갈치가 싱싱한게 물이 아주 좋더라구. 요새 당신 얼굴 까칠한거 같아서 큰맘먹고 샀어. 한마리에 6만원짜리야, 어떻게 된게 갈치가 소고기보다 비싸다니깐!
민석 (와이셔츠 벗으며, 어색하고 괴롭고)......!
미영 빨리 나와. 국 다시 데워놓게.(밝게 웃어주고 나간다)
민석 (마음이 무겁다)......!
S# 23. 동 주방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민석, 식탁 앞에 앉으면
앞치마를 두른 미영, 따뜻한 국을 민석 앞에 놔주며 앉는다.
민석, 성대하게 차려진 저녁식탁을 어떤 느낌으로 보는데
미영 (갈치조림 민석쪽으로 밀어주며)간이 아주 맛있게 배었어.
민석 ......(수저를 들고 한 숟갈 맨밥 먹는다)
미영 (갈치 한조각 민석 밥에 올려주며)먹어봐, 비싼거야.
민석 (미영과 눈도 안 맞추고, 국을 떠 먹다가 도저히 못 먹겠는지 숟가락을 놓으며)미영아......!(하는데)
미영 (얼른, 아주 싸늘하게)당신 빨리 나한테 빌어, 무조건 빌어!
민석 미영아......!(하는데)
미영 (O.L의 느낌으로)설명도 변명도 필요없어, 잘못했다구 빌어!
민석 (낮게)미안하다...(하는데)
미영 (얼른)됐어!(국에다 밥그릇채 부어 씩씩하게 말며)밥먹자, 나두 당신기다리느라 굶었더니 배고프네.(억지고 씩씩한척 푹푹 국만 밥 퍼먹는데)
민석 (결심한듯)미영아!(하는데)
미영 (국만 밥 씩씩하게 먹으며 자신에게 하는 말)살면서 한번 실수는 할 수도 있어, 다신 안 그러면 되는거야!
민석 (말문이 막히는데)......!
미영 (씩씩하게)연쇄살인범도 아닌데 까짓거 눈한번 딱감고 용서해줄게. (아주 아프게 웃는)전부다 그런건 아니지만, 부부가 한평생 살다보면 더러 한번 쯤은 이런 일도 있다더라. 20년 우정으로 딱 한번만 눈감아줄게, 특별히 한번만!(하는데)
민석 (투박한 진실이다, 저도 모르게 쏟아져나오는 본심!)이런 감정 처음이야. 비난받을 짓인 줄 알고 당신한테 큰 죄짓는 것도 아는데, 너무 잘 아는데, 근데 나, 그 여자 없인 안되겠다......
미영 (충격에)......!
민석 나... 그 여자, 사랑한다!
미영 (민석을 큰 충격으로 본다, 눈물이 글썽글썽)......!
민석 ......!
미영 (씹듯이)그럼, 나는... 난 뭐니?
민석 (천천히)의리도 사랑이고 우정도 사랑인줄 알았는데... 아니더라.(하는 말에)
미영 (더 이상은 못 참고 벌떡 일어나 손에 잡히는 대로 씽크대 위에 놓인 가지, 오이를 집어들고 마구잡이로 민석을 두들켜팬다)야 이 나쁜 놈새끼아, 이 나쁜 자식아! 뚫린 입이라고 다 말인줄 알어? 우정? 의리?!(눈물콧물 범벅이 돼서 울부짖으며 두들겨 패는데)
민석 (피하지도 않고 묵묵히 다 맞고 있다)......!
미영 이 나쁜 자식아!(절규하는데)
꽃단비 (잠옷차림으로 눈비비며 와서 어리둥절 본다)엄마?!
미영 (씩씩대다 멈칫하더니, 민석을 보며 버럭)얘들은 그럼, 우정으로 태어난 애들이니!!!
민석 (굳은 표정으로 일어나 서재로 들어간다)
미영 (씩씩대며 어쩔 줄 몰라하다가 안방으로 문 쾅 닫고 들어가버린 후)
단비 (어리둥절)이번엔 좀 심각한거 같지 누나?
꽃비 그러게말야!(걱정이 되는 듯 갸우뚱)......!
S# 24. 헬스클럽 라커룸(한밤중)
민석,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굳은 표정으로 라커 문 닫고 나간다.
S# 25. 헬스크럽 런닝머신위(밤)
창밖에 도시의 야경이 잘 내려다보이는 런닝머신 위에서
민석이 땀을 뻘뻘 흘리며 뛰고 있다. 그 표정 아주 심각하다.
민석 (마음의 소리)생각하자, 생각하자, 생각을 해보자!
S# 26. 미영안방(밤)
미영, 침대위에 올라앉아 크리넥스통을 아예 끼고 앉아서
눈물콧물 다 흘리며 분해서 울고 있다.
코를 흥! 풀어 휴지를 바닥에 던지는데
바닥에는 그렇게 던져놓은 휴지가 사방에 깔려 있다.
미영, 눈물을 닦으며
미영 (마음의 소리)생각하자 생각하자 생각을 해보자!
S# 27. 아파트 외경(밤)
불꺼진 아파트 건물에 미영집 안방에만 불이 환하게 켜있다.
그렇게 서서히 새벽이 밝아오고...
S# 28. 아파트 앞길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는 줄 속에
밤새 잠 못 이룬 부석부석한 얼굴의 미영, 단비 손잡고 있고
유경도 아영 손잡고 서 있다.
유경, 여시같이 미영의 기색을 힐끗 살피는데
버스 도착한다.
아이들을 버스에 태운 후 엄마들 흩어져 간다.
유경 (힐끗 미영을 보고는 앞서 가는데)
미영 저기!
유경 (돌아보는데)......?
미영 (부러 씩씩한척 억지로)꽃비아빠 진짜로 일땜에 거기 갔더라구, 비즈니스 미팅이었데.(하는데)
유경 (코웃음치듯이)누가 뭐래?(가버린다)
미영 (참담한데)......!
S# 29. 아파트 현관
미영, 씩씩거리며 부글부글 속상해서 계단을 오르다
마침 내려오는 경수와 마주친다.
경수 저기요!(하는데)
미영 (아주 딱딱하게)이따 은행에서 돈 찾아다줄게요.(가버린다)
경수 그게 아닌데... (미영 간쪽 보며)팬티 줘야 되는데 왜 저렇게 무겔 잡는거야, 어울리지도 않게......(투덜투덜 거리면서 계단을 내려간다)
S# 30. 미영거실
풀썩 소파에 앉은 미영, 힘이 빠지는듯 소파에 쓰러져 누웠다.
그 괴로운 표정 위로
민석E (담담히, 그러나 단호하게)이런 감정 처음이야, 비난받을 짓인 줄 알고 당신한테 큰 죄짓는 것도 아는데, 너무 잘 아는데, 근데 그 여자 없인 안되겠다......
미영, 열이 나서 벌떡 일어나 손부채질 해대다가 안방으로 들어간다.
S# 31. 동 안방
화장대 앞에 앉은 미영, 거울 속의 자기 얼굴 보는데, 꺼칠하다.
미영, 영양크림을 정성껏 바른다.
눈물이 나올 것 같지만 이 악물고 참는다.
거울 보며 정성껏 화장을 하는데.....
S# 32. 민석회사
쇼핑백 든 미영, 들어서면
재원과 비서만 각자의 자리에서 일하고 있고
민석은 없다.
재원 (미영보고 반가워서)아이구 미영씨, 어인 행차세요 아침부터?
미영 저...... 꽃비아빤?
재원 아직 안나온거 같은데, (의아해서)아니 집에 안 들어왔어요?
미영 (당황해서)아니요, 운동하고 바로 나간다고 새벽에 나갔거든요. (쇼핑백 민석 자리에 놓으며)저 그만 갈게요, 수고하세요.(나간다)
재원 아,네.(얼결에 인사해놓곤 이상한 느낌에 민석자리에 올려놓은 쇼핑백 열어보면 갈아입을 속옷과 양말이다, 퍼뜩 뭔가 불안한 마음에 쫓아나가는데)
S# 33. 동 복도
미영, 힘없이 가는데 사무실에서 나와 쫓아오며
재원 미영씨!
미영 (멈칫 선다)
재원 (다가가며 의아해서)미영씨!(하는데)
미영 (눈물 글썽한 얼굴로 돌아본다)......
재원 (당황스러운데)......!
재원E (크게 놀라서)네에?!
S# 34. 커피숍
커피 마시다 말고 놀라서 거의 쏟을 뻔한 재원과
참담한 표정으로 고개 푹 숙인 미영이 마주앉아 있다.
재원 (캑캑 사래들려 커피잔 내려놓으며)아니, 그게 정말이예요? 뭘 잘못알고 있는 게 아니구요?
미영 (챙피하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그 여잘 사랑한데요....
재원 (놀라)그 자식이, 자기 입으로 그렇게 말했단 말예요?
미영 (끄덕끄덕)......!
재원 (펄펄 뛰며)아니 얘가 정신이 나갔나... 짜식이 워낙이 고지식해서 그래요, 술김에 잠깐 실수한 걸 거예요, 제가 잘 타이를테니까 너무 걱 정마세요.
미영 (참담한)부탁합니다......
재원 (위로하는)걱정하지 마세요, 남자가 사회생활 하다보면 어찌어찌 그런 유혹에 넘어갈 때도 있거든요, 그치만 민석이 그 자식 워낙이 반듯한 놈 아닙니까? 아마 곧 제정신 돌아올 거예요.
미영 (괴롭고 부끄럽다, 고개 푹 숙인채 손수건만 비틀고 있다)......!
S# 35. 민석회사
재원 들어서는데
민석, 자기 자리에서 모니터 들여다보며 업무 보고 있다.
재원 (비서 눈치를 살피며)이사장, 나 좀 보자.
S# 36. 동 옥상
민석과 재원이 얘기하고 있다.
재원 (펄펄 날뛰며)야 이자식아, 너 미쳤어?
민석 (담담히)응, 나 미쳤나봐......
재원 (말문 막혀서 버벅)너너너.. 그럼 안되는거잖아! 제수씨 놓구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집에서 눈 말갛게 뜨고 있는 꽃비단빌 생각해봐!
민석 (괴롭다)......!
재원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아니라고 딱잡아 뗐어야지! 너, 때로는 진실이 거짓말보다 훨씬 잔인한거야, 선의의 거짓말 몰라? 여자들은 그런거 평생안잊고 맘속에 새겨둔단 말야, 잠시잠깐 헤까닥해서 실술했더라도 그걸 그렇게 순순히 불면 어떡하냐!(하는데)
민석 (단호히)실수 아냐!
재원 야, 이민석!(하는데)
민석 (화난듯)그렇게 함부로 말하지 마. 연정씨, 그런 취급 받을 여자 아냐!
재원 아흐!(어이가 없는데)......
민석 회의 들어가야지. 나 먼저 내려갈게.(굳은 얼굴로 가버린다)
재원 (놀라서)저게저게... 아주 단단히 돌았네? 아으 참, 보통 일이 아니네!(걱정이 되는데)
S# 37. 민석회사 주차장
굳은 표정의 민석, 주차장에 세워진 자기차에 올라 시동을 건후
못마땅한 표정으로 현관을 나온 재원, 조수석에 오른다.
민석차 출발하고.
S# 38. 민석차 안
도시의 거리를 달려가는 민석차 안.
운전하는 민석이나 조수석에 재원, 둘 다 말이 없다.
재원, 답답한 듯 차창을 열고 밖을 내다보는데
(재원의 시선)거대광고판 속에서 활짝 웃는 연정의 모습.
재원, 심란하다... 입맛이 쓴 듯, 차창 올리고.
S# 39. 홈쇼핑 회의실
고위간부와 고PD, 민석, 재원이 회의중이다.
간부 (흡족한듯)이번 골프 상품은 사장님께서도 아주 흡족해 하십니다.
민석 감사합니다.
재원 믿고 밀어주신 덕분이죠.
고 (털털하게)상품만 좋아봐, 당연히 팍팍 밀어주지!
간부 이번에 올린 산성수 알카리수 분리되는 정수기도 아주 기대가 커요, 잘 해봅시다.
민석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재원 믿고 밀어주신 분들한텐 절대적으로 보답을 한다는 게 저희 회사의 경
영컨셉입니다.
간부 하하하, 아주 멋집니다 좋아요!
고 (흐뭇하고)......!
S# 40. 동 복도
고PD와 민석, 재원이 걸어오고 있다.
고 (신바람나서)야, 이거 니들 이러다가 재벌될거 같애, 그땐 나두 좀 스카웃해가라. 지긋지긋한 월급쟁이 좀 면하게.
재원 왜? 우리 회사 회장님으로 취임하시게?
고 그것도 좋고!
재원 욕심부리지 말고 여기 홈쇼핑에서 어떻게 커볼 생각이나 해요.
고 니들, 나 여기 붙박이로 심어놓고 계속 니네 상품 찍어달라 그러는거지?
재원 하하하 어떻게 알았지?
고 하하하, 너무하는구만!(즐거운데)
민석 (침울하다)......
고 (눈치못채고)우리 회식은 언제 하는거야? 말나온 김에 오늘 뭉치는거 어때?(하다가 저만치 연정 지나는것 보고)연정씨!
연정 (돌아보다가 민석 일행 발견하고 흠칫 놀란다)
민석 (표정이 굳는데)......!
재원 (난감하고)......!
고 (눈치 못 채고)오늘 우리 뭉칠려 그러는데 시간 어때?
연정 (굳은)전... 선약이 있어요,
고 그래? 그럼 내일로 할까?
연정 (난감한)내일도 어려울거 같은데...
재원 (얼른)나중에 다들 시간될 때 다시 정하죠.
고 그래? 그럼 할 수 없고.
민석 (연정을 안타깝게 보는데)......!
연정 (꾸벅 목례를 하고 가던 길로 가버린다)
민석 (그 뒷모습을 안타깝게 보고 있는데)
고 반응들이, 뭐가 이렇게 썰렁해?
재원 (혼자 당황해서)썰렁하긴요, 갑자기 시간들을 맞추려니까 삑사리가 나는거죠.
고 (갸우뚱)......?
S# 41. 마을버스 정류장
마을버스 달려와 멈춰서면 미영 내린다.
터덜터덜 걸어가는데 현금인출기가 저만치 보인다.
미영, 멍한 얼굴로 들어가서 현금카드를 꺼내 넣고 버튼을 누른다.
S# 42. 비디오가게
경수, 콧노래 흥얼흥얼대며 대걸레로 바닥 청소하는데
미영, 침울한 표정으로 들어와서 지갑을 연다.
카운터 위에 지폐뭉치와 동전 꺼내놓으며
미영 (풀죽은)47만 8천 2백원, 맞죠?
경수 (대걸레질하다 말고)......
미영 (나가려는데)
경수 (황급히)저기요, 잠깐만요.
미영 (힘없이 돌아본다)왜요?
경수 (카운터 서랍 열고 팬티 꺼내주며)이거요, 저번에 장볼때 내 쇼핑봉지에 딸려왔더라구요.
미영 (팬티를 멍하게 보는데)......
경수 (지레)내가 집어 넣은거 아니예요! 계산하다 섞여 들어온거지!(하는데)
미영 알았어요.(조용히 팬티를 챙겨들고 나간다)
경수 (뭔가 불안한듯)이상하네...... (미영의 카랑카랑한 목소리 흉내내며)“어머머, 남의 팬틸 왜 가져갔어요? 당신 혹시 변태아냐!” 이렇게 날뛰어야 맞는건데...(갸우뚱하다가 다시 휘파람 불며 대걸레질 시작한다)
S# 43. 놀이터 벤치
동네 꼬마들 신나게 놀고 있고.
일각 벤치에 꽃비, 단비, 아영이 쁘띠첼 먹으며 앉아있다.
꽃비와 단비, 자못 심각한데
아영 (쁘띠첼 먹으면서)너무 걱정하지 마. 다 방법이 있는거니깐.
단비 무슨 방법?
아영 우리 엄마 아빠도 가끔씩 부부싸움 하거든. 근데 엄마가 아주 많이 화났을땐 아빠가 선물 사주고, 그래도 안풀리면 여행데려가, 하와이도 가고 빈탄도 가고 또... 터키도 갔다왔어.
꽃비 (놀라서)그게 전부 부부싸움 땜에 간거란 말야?
아영 (천연덕스럽게)안그런 데도 있구... 근데 효과는 되게 빵빵해, 가족여행!
단비 어떡하지 누나? 우리도 하와이 가야돼?
꽃비 그건 좀 그렇고... 지난번에 펜션여행 가기로 했잖아. 그거라도 졸라볼까?
단비 그러자.
아영 (꽃비에게)맞어, 언니가 나서서 여행가자고 졸라야돼. 삐져서 둘이는 서로 얘기 안하거든.
꽃비 (끄덕끄덕)그래, 그게 좋겠다.
단비 (꽃비 보며 끄덕끄덕)......!
S# 44. 민석회사
민석과 재원, 들어서는데
비서 (민석에게)사장님, 펜션 예약 해놓은거요, 오늘까지 입급해야 되는데요?
민석 펜션?
비서 지난번에 가족여행 갈 깨끗한 펜션 하나 예약해 놓으라 그러셨잖아요.
민석 (그제서야)아!(하는데)
재원 (잘됐다 싶어)그래, 지금 입급시켜.
민석 아니 저기(말리려는데)
재원 (비서에게)빨리 은행 문닫기 전에 지금 갔다와, 공금으로 처리해.
비서 네.(나간다)
민석 (난감하다)이 판국에 무슨 여행...(하는데)
재원 그러니까 더 더욱 갔다오라구.(하는데)
E 핸드폰 벨소리
민석 (핸드폰)여보세요?(하는데)
꽃단비 (반화면으로 등장해서)아빠, 저흰데요!
민석 어? 그래...
꽃단비 아빠, 우리 가족여행가기로 한거 언제 가요?
민석 (당황)어?
꽃단비 펜션 여행 가기로 했잖아요!
민석 어어... 그거(하는데)
재원 (꽃단비 목소리가 우렁차서 옆에서도 다 들린다, 거보란듯이)거봐라!
꽃단비 약속 꼬옥 지키세요, 알았죠?
민석 (난감하다)알았어...
꽃단비 (우렁차게)아빠, 사랑해요! 일찍 들어오세요!(반화면 사라지고)
민석 (난감한 표정으로 핸드폰 폴더를 접는다)
재원 (민석 어깨 툭 치며)두말 하지 말고 여행갔다와, 좋은 공기 마시고 애들 재롱 보면서 두사람 얘기도 좀 하고. 딱 맞춰서 애들 전화 오는것봐라, 하늘의 계시지!(자리로 가 앉는다)
민석 (한숨이 나온다)휴우......!
S# 45. 유경거실
유경, 우아하게 소파에 앉아 상류층들만 보는 잡지를 넘기고 있는데
가정부 아줌마가 홍삼액세트 두박스를 양손에 들고 온다.
가정 이거 어디다 놓을까요, 사모님?
유경 (잡지 넘기며)다용도실 햇볕 안 드는 쪽에다 놔요.
가정 네.(들고 가려는데)
유경 아, 한 상잔 거기 두세요.
가정 네.(소파 앞에 놓고 나머지 한박스 만 들고 주방으로 간다)
유경 (홍삼액 박스를 보면서, 잡지를 덮는다)
S# 46. 미영거실
어질어진 거실...
미영, 힘없이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미영의 회상)
S# 1. 호텔로비에서 민석, 연정과 마주쳤던 장면. 당황하던 민석과 그 뒤의 젊고 세련된 연정의 모습.
S# 24의 민석이 “이런 감정 처음이야. 비난받을 짓인 줄 알고 당신한테 큰 죄짓는 것도 아는데, 너무 잘 아는데, 근데 그 여자 없인 안되겠다...”라고 털어놓던 장면.
미영 (생각할 수록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다, 벌떡 일어나 앉으며 손부채질,분노로 부글부글 터지기 일보 직전인데)......!
유경 쯧쯧쯧, 내 이럴 줄 알았어!
미영 (당황해서 )웬일이야?
유경 (앉으며)문도 안 잠궈놓고 뭐하니?
미영 (속상하고 자존심 상하고 유경이 하나도 안 반갑다)......
유경 (홍삼액 밀어놓으며)이거 너 먹어.
미영 뭐야 이게?
유경 홍삼액이잖아. 밥굶고 속끓여 봤자 너만 손해야.
미영 (시무룩, 자존심 상한다)......!
유경 (아무 일도 아니라는듯)먹고 힘 내. 남편 바람 좀 폈다고 세상 무너지니?
미영 (발끈)그런거 아니라니깐 그러니? 진짜 일때문에 간거였대!
유경 아휴, 알았어, 알았어!(혼잣말)자존심은...!
미영 ......!(속이 상하는데)
유경 (벌떡 일어나더니)이렇게 쳐져 있음 점점 더해, 나가자!
미영 어딜 가?
유경 (잡아 끌며)칙칙하게 이러구 있어봐, 들어오던 남편도 도로 나가겠다!
미영 (얼결에 끌려나가며)어딜 가는데?(끌려 나간다)
S# 47. 고급 피부관리실
미영과 유경, 마사지 차림으로 각각의 베드에 눕는다.
미영, 생전 처음 와보는 곳이라 몹시 어색한데
유경 생활비 아낀다고 아둥바둥 하다가 촌스런 아줌마로 쳐져봐, 누가 잘했
다구 칭찬해줄 줄 알어? 이 세상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돼.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한테도 사랑 받는거야.
미영 (시무룩... 할말이 없는데)......
관리사 (두명이 들어와 미영과 유경의 머리맡에 자리잡고 앉아, 피부관리를 시작한다)
유경 (미영의 관리사에게)저친군 마사지 처음이니까 신경써서 해줘요.
관리 네.(미영 얼굴 스팀타올로 닦으며)각질이 많으시네요.
유경, 익숙하게 마사지사의 손길을 즐기고 있다.
미영, 얼결에 따라와서 어색하게 마사지 받고 있고...
S# 48. 고급 미용실
미영과 유경, 머리를 말고 나라히 기계 아래 앉아있다.
유경 어때, 개운하지?
미영 (주눅들어 주위 살피며)여긴, 피부미용에다 헤어까지 다 취급 하는거야?
유경 응!(잡지 넘긴다)
미영 (걱정스레)이런데 비싸지? (작게)파마 얼마나 해?(하는데)
유경 오늘은 내가 쏠테니까 제발 그 얼굴 좀 펴라. ‘나 고민 엄-청 많아요!’ 얼굴에 다 써있잖니! (하는데)
직원 (와서 유경에게)손톱손질 준비됐는데요 손님.
유경 네.(도도하게 일어서서 간다)
미영 (그 뒷모습에 대고 궁시렁)잘났어 정말......(속상해서 잡지 책장을 팍팍 넘기는데)......!
S# 49. BAR(노래할 수 있는)
민석이 피아노 치면서 ‘이별의 끝은 어디인가요’ 부르고 있다.
민석 어떻게 돌아왔는지 아무 생각도 나질 않아 예감할 수 없었던 이별이었기에 무슨 말은 했는지 그저 눈물만 흐르네요, 믿을 수가 없었던 이별이었기에...
재원 (들어와 실내를 두리번거리다 민석 발견하고 일각에 앉는다)
민석 무슨 이유로 떠나야 했나요 나보다 더 나를 사랑했던 그대 가 왜 나를 떠나야 했는지 아직도 눈물이 남아있었나요 내 모습은 정말 싫어요오 또다른 사랑을 찾아야 하나요 내 이별의 끝은 어디인가요...
재원 (진지하게)이민석!(하는데도)
민석 무슨 이유로 떠나야 했나요 나보다 더 나를 사랑했던 그대가 왜 나를
떠나야 했는지 아직도 눈물이 남아있었나요 내 모습이 정말 싫어요
재원 (그런 민석 보면서, 보통 일이 아니라는 불길한 느낌에... 답답한 듯 술을 따라 마신다)
민석 또다른 사랑을 찾아야 하나요 내 이별의 끝은 어디인가요
(애절하게 피아노 치면서 노래를 계속 부른다)
S# 50. 미영거실(밤)
설거지를 마친 미영, 주방에서 나오는데
잠옷차림의 꽃비와 단비, 거실바닥에서 뒹굴거리며 턱을 괸채 TV오락물을 보고 있다.
미영 앉아서 보랬지, 니들 안경쓰고 싶어?
꽃단비 (TV에 빠져서 낄낄낄)......
미영 (엄하게)꽃비단비!
꽃단비 (그제서야)네.(일어나서 쪼르르 미영에게 온다)엄마!
미영 왜?
꽃비 아까 아빠한테 전화했다?
미영 (의아해서)왜?
단비 가족여행 가기로 한거 언제 가냐구?
미영 (약간 놀라는)그랬어?
꽃비 아빠가 알았다 그랬어.
단비 엄마도 좋지, 그치?
미영 ......
꽃비 안좋아?
미영 (쓸쓸하게 웃는)좋아.
꽃비 히히히, 우리두 되게 좋아.
단비 누나, 학교 안가도 되니까 좋아하는거지?
꽃비 아냐!
단비 아니긴 뭐가 아냐?
꽃비 (약올라서)이게!(쥐어박으려고)
단비 (미영 뒤로 숨으며)엄마아!
미영 (아이들을 귀엽게 쓰다듬으며)이제 들어가 자. 착한 어린이는 일찍 자구 일찍 일어나는거야.
꽃단비 (착하게)네.
단비 (들어가면서도 꽃비에게 혀 낼름!)
꽃비 (투덜투덜)내가 누나라서 봐준다!(쿵쾅쿵쾅 따라 들어간다)
미영, 소파에 앉아서 습관적으로 리모콘을 이러저리 돌리는데,
화면속 홈쇼핑에 연정이 보인다.
놀란 미영 순간적으로 TV를 끈다,
가슴이 쿵쿵 뛰는데......!
그러나, 망설이다가 주춤주춤 다시 TV를 켜고
소리 줄인 채 유심히 화면 속의 연정을 본다.
연정, 품위있는 명품 의류 입고, 명품의류 몇점을 걸어놓고 매만지며 뭐라뭐라 나긋나긋 설명 하고 있는데, 젊고 세련되고 그리고 예쁘다!!!
리모콘 쥔 미영의 손이 부르르 떨리는데......!
E 현관 벨소리...
자는 줄 알았던 꽃단비 신바람 나게 뛰어나오며
꽃비 (얼른 인터폰 수화기 집어들며)누구세요?
민석 (화면속에서)아빠야!
단비 히히히(맨발로 쫓아나가 문을 연다)
미영 (놀라 얼른 TV 끄고 애써서 밝게)어서와요.
꽃단비 (민석과 세러모니를 하면서)아휴 술냄새.
민석 (아이들과 볼 부비며)쪼금 마셨어, 아주 쪼금.
미영 저녁은?
민석 (아이들 내려놓으며)먹었어.
미영 (꽃단비에게)이제 가서 자, 늦었어.
꽃비 아빠, 우리 가족여행 가는거야?
민석 (난감하다)......!
미영 (민석을 보는데)......!
단비 (민석 손을 잡고 조른다)아빠아!
꽃비 (민석 손을 잡고 조른다)아빠아!
민석 (씁쓸하게 웃는)그래...
꽃단비 (환호성)야, 신난다!(팔짝팔짝 뛰고 소파에서 구르고 야단이 났다)
미영 (놀라 말리며)아래층에서 뛰어와, 어서 들어가 자. 안그럼 여행 안가!
꽃단비 (신나서)알았어, 안녕히 주무세요.(좋아라 자기들 방으로 룰루랄라 들어간다)
민석 (어색하게 있다가, 안방으로 들어간다)
미영 (주방으로 간다)
S# 51. 동 주방(밤)
미영, 낮에 유경이 준 홍삼액 박스를 연다.
홍삼액 한봉지 컵에 따라 작은 쟁반에 받치다보니 마음이 부글부글...
한봉지 더 컵에 따라서 쭈욱 두봉지를 한꺼번에 원샷으로 들이키고는 손등으로 입을 쓰윽 닦으며,
미영 (씩씩대며)너만 먹냐, 나도 먹자!
새로 한봉지를 컵에 따라 쟁반에 받쳐들고 안방으로 들어간다.
S# 52. 동 안방(밤)
민석, 잠옷으로 갈아입었는데
홍삼액 담긴 컵을 들고 들어와 건내주는
미영 (반외면)홍삼액이야 마셔.
민석 웬거야?
미영 낮에 유경이가 한박스 갖다 줬어.
민석 (마신다)
미영 (빈컵 받아들며, 최대한 상냥하려 노력하며)목욕물 받아줄게, 반신욕해. 당신 피곤해 보여.(나간다)
민석 (마음이 무겁다)......!
S# 53. 동 욕실(밤)
미영, 욕조에 물 받고 있다.
욕조물 위로 눈물이 뚝뚝 떨어지지만, 애써 추스른다.
손바닥으로 물 떠서 눈물젖은 눈가를 닦으며
아로마오일까지 몇방울 떨어트린다.
미영 (큰 소리로 밝게)아로마오일이 몇방울 떨어트려 줄게!
S# 54. 애들방(밤)
스텐드불만 켜져 있는 방안.
꽃비와 단비, 문에 귀를 바짝 대고 바깥 상황을 엿들으면서 키득키득
꽃비 오늘은 분위기 괜찮은거 같지?
단비 응, 벌써 화해했나봐.(하품)
꽃비 자자, 나두 졸려.(침대로)
단비 (침대로 가서 눕는다)
S# 55. 동 안방(밤)
잠옷 차림의 미영, 오늘따라 신경써서 잠옷도 좋은걸로 고르고
립스틱도 옅게 발라보는데,
민석이 욕실에서 나오는 기척이 난다.
미영, 얼른 침대에 올라가 누운 후,
민석, 들어온다.
미영 (아무일 없다는듯)개운하지? 아로마향이 피로회복에 좋다던데...
민석 ... 그런거 같아...(어색해서 눈을 못 맞춘다)
미영 (그런 민석이 밉고 야속하지만, 그러나 참는다! 스킨 바르는 민석의 뒷모습을 원망과 분노로 가만히 보는데)......!
S# 56. 연정오피스텔(밤)
연정, 잠 못 이루고 뒤척거리는 중이다. 괴로운데......
E 전화벨소리...
연정, 망설인다.
E 전화벨소리...
연정, 일어나 테이블 쪽으로 간다.
결심한듯 수화기 집어드는데
연정 (차분하게)여보세요. (하다가 놀라서)아줌마, 무슨 일이예요?
아줌E (다급히)여기 대전병원 응급실인데, 니 엄마 큰일났다!
연정 (크게 놀라서)무슨 일인데요 아줌마!(하는데)
아줌E 빨랑 와, 와서 얘기해, 대전병원 응급실!
연정 알았어요, 금방 갈게요.
수화기 끊은 연정, 파랗게 질려서 장롱을 열고 옷을 꺼낸다.
놀라고 당황해서 손이 벌벌 떨리면서 울먹울먹 엄마...! 부른다.
연정, 어쩔 줄 몰라 흐느끼며 다급히 옷 갈아입고 뛰쳐나가는데!
S# 57. 미영 안방(밤)
스텐드 불만 켜있는 방안.
민석과 미영, 서로 등을 돌린 채 누워있다.
미영, 눈을 감고 자는 척은 하고 있지만 잠이 올 리가 없다.
민석, 뜬눈으로 뒤척이며 밤을 지새는 중이다.
그렇게 동상이몽인 채로 밤을 보내는 두 사람......
S# 58. 경치좋은 국도
민석의 차가 씽씽 달려간다. 그 뒤로
꽃단비E 개울가에 올챙이 한마리...
신바람나서 부르는 꽃단비의 올챙이송 노래소리 울려퍼지고.
S# 59. 민석차 안
아이들은 신나서 올챙이송을 소리높여 부르는데
운전하는 민석이나 조수석의 미영은 둘 다 잠을 설쳐 피곤하다.
민석 (시선은 정면)의자 뒤로 젖히고 눈 좀 붙여. 아직 한참 가야 돼.
미영 (담담히)괜찮아. 당신 피곤하면 내가 교대할까?
민석 (힘없이 피식)그게 더 불안해...
미영 (힘없이 새침)싫음 말구...
민석 (뭐라고 더 말하려다가 그만 둔다)......!
미영 (무심히 창 밖 보고)......!
S# 60. 고속도로 휴게소 식당
일각의 테이블에 미영이 집에서 준비해 온 찬합 도시락을 펼치고 있다.
꽃비와 단비, 벌써 젓가락 들고 맛있게 먹고 있고
미영, 아이들 먹게 도와주고 있는데
작은 생수 두병을 사갖고 와서 테이블에 놓고 앉는 민석,
미영, 민석에게 나무 젓가락을 건내준다.
꽃비와 단비는 기분이 아주 좋아서 왕성하게 잘 먹는다.
미영, 민석 앞에 보온병에서 따른 된장국물 놔주는데
민석은 젓가락질이 영 시원치가 못하다.
민석, 억지로 몇 번 먹다가 입맛이 쓴지 결국 젓가락 놓는다.
미영, 민석을 보는데
민석 담배 한대 피우고 올게.(나간다)
미영 (속이 상한다)......!
단비 엄마, 물!
미영 (그제서야)응, 그래.(물 따라주고)
S# 61. 휴게소 마당 일각
민석, 다 피운 담배꽁초를 비벼 끄고 있는데
미영, 꽃비와 단비를 이끌고 식당에서 나온다.
꽃비와 단비, 민석차 쪽으로 달려가고
미영 (부글부글하는 감정을 최대한 억누르며)잠도 안자고 밥도 안 먹고......!
좋아, 다 좋아! 지금 안먹는 건 봐줄게. 근데, 오늘 저녁부터는 더 이상 안봐줄거야!(차로 간다)
민석 (착잡한 심정으로 그 뒷모습을 본다)......
S# 62. 펜션앞
민석차 달려와 멈춰서면
꽃비와 단비가 환호성을 올리며 뛰어내린다.
이어서 미영과 민석도 내린다.
주변의 풍경들을 둘러보는데
꽃비 엄마, 여기 되게 좋다 그치?
미영 응, 그래.(주위 둘러보며 맑은 공기 들이마시는데)
단비 (민석 손 잡아끌며)들어가 아빠!
민석 그래.(미소)
꽃비와 단비, 미영과 민석을 잡아끌고 펜션 안으로 들어간다.
S# 63. 펜션 안
천장이 높다란 시원스런 실내.
꽃비와 단비,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이방 저방 열어보고 신이 났다.
민석, 피곤한지 들고온 여행가방 내려놓고 소파에 앉고
미영은 음식가방 들고 주방쪽으로 간다.
단비 (쪼르르 뛰어와서)아빠, 벽난로도 있어!
꽃비 (가방 열어 냉장고에 먹을것부터 넣는 미영에게 달려와)엄마, 방이 되게 이뻐! 산두 너무너무 잘보여! 이리 와봐!(미영 손 잡고 침실로 간다)
S# 64. 동 부부침실
미영, 꽃비에 이끌려 들어서는데
통창 가득히 펼쳐지는 설악산의 아름다운 경치,
그 아름다운 풍경에 잠시 시름을 잊고 하염없이 보는데...
꽃비 (의기양양)좋지, 그치 엄마?
미영 (꽃비 머리 쓰다듬으며 시선은 산을 본다)그렇네...(저 산처럼 의연하고 강건했으면 좋겠다)......!
꽃비 (창문 열고 아래를 내려다보며 손흔든다)이단비, 단비야! (미영에게)엄마, 나가자!(미영 손을 이끌고 신나서 나간다)
S# 65. 펜션 마당(미영의 시선)
민석은 펜션마당 일각에 방치된 망가진 자전거를 고치느라 몰두해있고,
꽃비와 단비는 펜션에서 기르는 큰 개와 뒹굴며
민석 옆에서 나비처럼 팔랑거린다.
미영, 멀찍이 현관 계단에 앉아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민석, 마침내 자전거를 다 고치고
꽃비가 앞에 단비가 뒤에 타고 마당을 빙빙 돈다.
파아란 가을하늘이 청명한 초가을 오후,
까르르 까르르 웃는 아이들 머리카락 사이로 햇살이 눈부시다,
아이들이 참 예쁘다!
꽃단비, 해맑게 까르르 까르르 웃으며 미영을 향해 손 흔든다.
단비 엄마! 엄마!
미영 (미소로 손 흔들어주고)
민석 (해맑게 웃는 아이들 보며 잠시 시름을 잊는데)......
S# 66. 펜션 산책로
꽃비와 단비가 자전거를 타고 앞서 간다.
아이들 까르르 까르르 웃으며 아주 행복하다.
민석과 미영, 그 뒤를 따라간다.
서먹한 두 사람, 간격을 두고 뚝 떨어져서 아이들 뒤 따라가고...
S# 67. 펜션 포켓볼장
단비, 일각에서 포켓볼 큐대를 갖고 칼싸움 흉내 내며 장난치고 있고
꽃비, 포켓볼대에서 어색하게 포켓볼치고 있는데
민석, 다정하게 꽃비에게 포켓볼 치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민석 이렇게 ?대를 잡는거야, 손목은 고정하고 팔은 삼각형되게.
아빠 하는거 봐봐.
미영 (꽃비에게 포켓볼 가르치는 민석을 보며 회상에 잠기는데)
S# 68. 대학가 포켓볼장(회상)
대학생 차림의 미영, 어색하게 ?대를 잡고 까르르 거리는데
민석, 그 뒤에서 껴안는 듯한 자세로 미영을 지도하고 있다.
(이 씬의 대사는 계속 이 자세에서 포켓볼 지도하는 채로 이루어진다.)
민석 잘봐, 팔의 각도가 제일 중요해. 이렇게!
미영 (나름대로 치면서)이렇게?
민석 (답답한)어이그... 장미영, 너 솔직히 말해봐, 체육 점수 꽝이었지?
미영 아니다! 이래뵈두 체육대회 할때마다 대표선수로 뽑힌 몸이야.
민석 아닌거 같은데?
미영 얘가 사람 말을 못믿네.(귀엽게 흘기며 팔꿈치로 민석의 배를 콕 찌르는데)
민석 (능글맞게)근데, 너 생각보다 가슴 빵빵하다?
미영 (부끄러워 얼굴 빨개지면서)어휴 이 늑대! 비켜!(밀치는데)
민석 (더 꼭 붙어서 열심히 지도하는척)어허, 열심히 배우라니깐! 요새 포켓볼 못치는 여자가 어딨냐?
미영 (못 이기는 척 민석 품에 안겨 ?대를 다시 쳐보고)
S# 69. 포켓볼장(현실)
미영, 회한에 잠겨서 민석이 꽃비를 지도하는 모습 보고 있는데
꽃비, 민석이 가르쳐 주는대로 치면서 재밌어서 깔깔댄다.
꽃비 엄마, 나 잘했지?
미영 (빙그레)응, 잘했어.
단비 (샘나서 쪼르르 와서)나두 나두!
민석 우리 단빈 키가 작아서 어려운데?
단비 싫어, 나두 해볼래!
민석 하하하 알았어, (단비 안아들고)자 ?대를 이렇게 잡고(같이 친다)
미영 (그 모습을 씁쓸한 미소로 빙그레 보다가 나간다)
민석 (나가는 미영의 뒷모습을 느낌으로 돌아보고)......
S# 70. 영안실
소복 차림의 연정, 빈소 앞에 처연히 앉아있다.
창졸간에 당한 일이라 아직 문상객도 변변히 없는 썰렁한 상가다.
연정, 어머니 영정을 보면서 하염없이 줄줄 눈물을 흘리며 흐느낀다.
어깨 들썩이며 애처롭게 울고 있는데
황급히 들어서는 고PD, 카메라맨, 부조 스텝들.
연정, 휘청거리며 일어선다.
들어선 고PD, 카메라맨, 부조 스텝들, 향을 피우고
영정을 향해 두 번 절하고 상주인 연정과 맞절을 한다.
연정, 애처롭게 흐느끼는데
고 (안타깝게 연정 손을 잡으며)세상에,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라니?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유분수지!
카메 (침통한)얼마나 애통하겠어 연정씨!
연정 (대꾸도 못하고 흐느낀다)
고 (그런 연정이 안쓰럽고 마음이 아픈데)......!
S# 71. 영안실 일각 식당
음식을 앞에 놓고 고PD와 연정이 마주앉았다.
카메라맨과 부조스텝들은 일각에서 술판이 벌어졌고.
고 (소근소근)아직 나이도 젊으신데, 어떻게 된거야?
연정 (흐느끼며)심장이 조금 안좋긴 했는데, 위험할 정돈 아니셨어요... 흑흑
다음 주말에 게장 담가 온댔는데, 흑흑...
고 인명은 재천이라잖니, 사람 뜻대로 안되는 걸 어떡하겠어... 애통하지만 어머니 몫이 여기까지였나보다 생각해...
연정 너무너무 ?고 이쁜데 우리 엄마... 아직도 얼마나 이쁜데요, 흑흑
고 (안타까운)그래, 영정사진 보니까 너무 고우시더라.
연정 내년쯤엔 집도 하나 장만하고 엄마 모셔와서 같이 살려그랬어요, 흑흑
고 그만 울어.(눈물 닦아주며)이렇게 울면 지쳐, 너까지 쓰러질래?
연정 (고PD 품에 안겨 엉엉 어린애처럼 운다)어떡해 선배, 우리 엄마 어떡해요!
고 아유 참......!(마음이 아파서 어쩔 줄 몰라하며 연정을 쓰다듬어 주는데)
재원 (황급히 들어서며)연정씨!
연정 (눈물 닦으며 목례)......
고 (재원을 보며)어 그래, 왔구나! 절부터 올려야지.
재원 네.(영정 앞으로 간다)
연정 (울면서 상주 자리로 가고)
S# 72. 펜션 천체망원경 앞
꽃비와 단비 뒤를 따라 민석과 미영이 계단을 올라온다.
단비, 망원경 들여다보며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꽃비 나두! 나두 좀봐!
단비 잠깐만!(혼자만 들여다보고)
꽃비 (화가 나서 씩씩대며)너 혼자만 보기야!(하는데)
미영 단비! 누나랑 사이좋게 한번씩 봐야지. 그래야 착한 사람이야.
민석 그래, 그리구 지금은 봐도 잘 안보여. 이따 완전히 어두워진 담에 봐야돼.
꽃비 (씩씩)거봐!
단비 치, 알았어.(양보한다)
꽃비 (망원경 들여다본다)
단비 (민석에게)아빠, 이따가 깜깜해지면 여기서 별도 볼 수 있는거야?
민석 그러엄.
단비 헤헤헤, 카시오페이아랑 북극성이란 다 볼거야!
민석 (놀라서)우리 단비가 카시오페이아도 알아?
단비 (뻐기듯)그러엄, 페가수스랑 안드로메다도 아는걸?
미영 (대견하다)우리 단비 엄청 똑똑하네!
민석 (대견해서)어떻게 그런걸 다 알았어?
미영 그러게 말야.
꽃비 (샘나서)어린이 백과사전에 다 나와있어, 그게 뭐 대단하다구!
단비 누난 유치원 다닐 때 그런거 알았냐? 몰랐지?
꽃비 (약올라서)알았어!
단비 거짓말!
꽃비 진짜다!
단비 거짓말! 거짓말!(놀리며 달아나고)
꽃비 이게!(화가 나서 쫓아간다)
단비 거짓말이래요, 거짓말이래요!(놀리면서 잽싸게 계단을 뛰어 내려간다)
꽃비 너 죽을 줄 알어!(우당탕 쿵탕 쫓아내려가고)
미영 (큰 소리로)넘어져 니들, 조심해!(민석에게)애들 좀 말려.
민석 (아래쪽 향해 큰소리로)꽃비, 단비! 사이좋게 놀아!(하는데)
단비E 으앙!(큰 소리로 울음을 터트린다)
미영 (놀라서)왜그래?(쫓아 내려가고)
민석 (급히 따라 내려간다)
S# 73. 동 펜션 마당
단비, 넘어져서 무릎이 까져 울고 있고
꽃비, 단비를 일으키고 있다.
놀라 달려온 미영과 민석.
미영 (단비를 일으키며)거봐, 엄마가 조심하라 그랬잖아.
꽃비 (겁이 나서 으앙 울음을 터트리는데)
민석 (꽃비를 안아주며)괜찮아, 우리 꽃비. 꽃빈 잘못 없어.
미영 (꽃비에게 버럭)동생을 그렇게 쫓아다니면 어떡해!
꽃비 (서러워서 엉엉)단비가 자꾸 놀리면서 도망가잖아!
민석 (미영에게 버럭)왜 애한테 소릴 질르구 그래? 애들끼리 그럴 수도 있지!
미영 (열올라 버럭)그런 당신은 왜 소릴 질러! 누군 뭐 속이 없어서 가만 있는줄 알어!
민석 (씩씩대는데)......!
미영 (씩씩대고)......!
단비 (부모들 눈치보며 울음을 그쳤다, 딸꾹딸꾹 딸꾹질을 하고)
꽃비 (부모의 눈치를 살피면서)흑흑...
미영 (아이들 기색 알아채곤 입을 다문다, 단비에게 등 돌리며)업어!
단비 (업힌다)
민석 (꽃비를 안는다)
단비를 업은 미영과 꽃비를 안은 민석이 뚝 떨어져서 한마디도 않은채
펜션 숙소 쪽으로 걸어간다.
꽃비와 단비, 각각의 부모 등과 어깨에 볼을 묻은채 훌쩍훌쩍 잔울음 우는데......
S# 74. 영안실 식당
고PD와 재원이 맥주 마시며 얘기중이다.
고 이사장은 왜 같이 안왔어?
재원 (!)저기, 가족여행 갔어요.
고 그래? 그래두 전화라도 한통 해주는게 도리지, 무슨 소리야.(핸드폰 꺼내 번호 누른다)
재원 (말릴 수도 없고 난감한데)......!
고 (핸드폰 들고 신호가 떨어지길 기다리는데)
S# 75. 펜션 거실
일각 탁자 위에 놓인 민석 핸드폰 계속 울려대지만
실내에 아무도 없다.
E 핸드폰 소리 계속 울리다 멈춘다.
S# 76. 펜션 마당
민석과 단비, 배트민턴 치고 있고
꽃비는 펜션에서 기르는 개와 뛰놀고 있다.
계단참에 앉아 이런 모습 보면서 미영, 생각에 잠겨 있는데
배드민턴 공이 미영 발치에 와서 떨어진다.
공을 잡으러 뛰어온 민석과 미영의 눈이 마주친다.
미영, 반외면하고......!
민석, 멈칫... 공을 집어서 단비에게로 서브한다.
S# 77. 영안실 식당
고 (핸드폰 폴더를 접으며)전활 안받네.
재원 내가 나중에 해볼게요.
고 그래, 그럼.
재원 (상청 쪽 돌아보면, 연정 혼자서 조문객 맞고 있는 모습 안돼보인다)
상가가 영 썰렁하네......
고 원래가 단촐한 집안이야. 아버진 다섯살때 돌아가셨구 친척두 별로 없나봐. (안쓰럽게 연정을 보며)지 엄말 얼마나 끔찍해 했는데... 하룻밤새에 얼굴이 다 죽게 생겼네......!(마음이 아프다)
재원 (마음이 안 좋다)......!
S# 78. 펜션 전망대(밤)
E 귀뚜라미 소리......
전망대 평상 위 민석, 꽃비, 단비, 미영 순으로 조르르 앉아있다.
밤 하늘엔 초롱초롱한 별들, 쏟아질듯 촘촘히 박혀있다.
민석 (꽃비의 손을 잡고 밤하늘 가리키며)저건 카시오페이아, 저기 옆에는 저기 보여? 저게 북극성이야.
꽃비 아빠, 왜 시골에 오면 별이 더 잘 보여?
민석 음... 공기도 맑고 주변에 불빛이 별로 없잖아. 깜깜해야 별이 더 잘보이지.
단비 (신바람나서 큰 소리로)별하나 나하나 별둘 나둘!
꽃비 (이어서)별셋 나 셋, 별 넷 나 넷!
미영 (느낌으로 민석을 보는데)......!
E 미영과 민석의 노래소리(저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S# 79. 강북 한옥주택가 골목길(회상, 밤)
가로등 켜져있는 인적없는 골목길을 대학생차림의 민석과 미영이
손을 잡고 오고 있다.
민석, 미영의 가방을 대신 들고 있다.
두 사람, 허밍 섞어서 저별은 나의별, 저별은 너의 별, 별빛에 물들은...
노래를 부르며 어느새 미영 집앞에까지 왔다.
미영 이제 가.
민석 그래...(하면서도 미영 손을 안 놓는다)
미영 가라니까.(하는데)
민석 (미적미적 미영의 입술에 수줍게 입술을 댄다)
미영 어어!(기겁을 해서 밀치다가)
미영의 발, 민석을 향해 살며시 까치발 드는데
E 삐그덕 대문 열리는 소리
미영모E 미영이냐?(하다가는 황급히)아니아니, 이놈의 자식, 너 민석이 이리 안와!!!
민석과 미영, 화들짝 놀라서 몸을 떼는데
미영모, 빗자루를 들고 쫓아나온다.
미영 (놀라)엄마!
민석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며 걸음아 날 살려라 도망가고)
미영모 (민석을 쫓아가다 말고 미영을 빗자루로 두들겨패며)너 들어가, 들어 가서 얘기해!
미영 아얏, 엄마아!(집안으로 피해 달아나고)
미영모 (씩씩대며)말만한 것들이 동네 소문나면 어쩔려구!(대문 닫아건다)
민석 (저만치 골목어귀에서 머리만 쏙 내밀고 난처한듯 머리 벅벅 긁는 데)아흐......!
단비E 별똥별 떨어지면 소원비는 거야 엄마?
S# 80. 펜션 전망대(현실, 부감)
전망대 평상 위에 민석, 꽃비, 단비, 미영 순으로 쪼르르 누워있다가
단비 물음에 퍼뜩 정신이 든
미영 (단비 보며)응?
단비 (속사포처럼)그럼 별똥별이 소원을 들어주는거냐구? 왜 그러는데? 별똥별이랑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랑 친해?
미영 어......!(말문이 막힌다, 민석을 돌아보는데)
민석 저기... 아빠 생각에는 말야, 아마 산타할아버진 크리스마스때만 오시니까, 그래서(하는데)
단비 (급히 밤하늘을 가리키며)별똥별이다!
모두 (밤하늘을 보는데, 별똥별이 예쁘게 떨어진다)
꽃비 (감탄)와!
단비 (몹시 흥분해서)나 소원 빌었어!
꽃비 뭐 빌었는데?
단비 (다소 심술궂게)내가 누나 오빠 됐음 좋겠다구!
민석 뭐? 허허허
미영 (어이없어서)호호!
꽃비 멍청아, 그런 소원이 어떻게 이뤄지냐?
단비 (씩씩대는)맨날 나보구 멍청이, 바보 그러니까 그렇지!
미영 (엄하게)꽃비야, 동생한테 그런말 하면 안된다고 했어, 안했어?
꽃비 (시무룩)......!
단비 엄만 무슨 소원 빌었는데?
꽃비 (동시에)아빠는?
미영 (멈칫)......!
민석 (멈칫)......!
미영과 민석, 순간적으로 퍼뜩 서로를 돌아보는데......!
S# 81. 영안실 상청(밤)
연정, 문상 온 고위간부와 함께 맞절을 하고 있다.
연정과 고위간부, 절을 마치고 일어서는 순간
연정, 휘청 의식을 잃고 쓰러져버린다.
간부, 놀라서 연정을 부축하며
간부 연정씨, 연정씨!
고 (놀라 후다닥 달려와 연정 볼 두드리며)어머, 얘 왜이래? 연정아! 황연정! 정신 좀 차려봐!
재원 (달려와 등 내밀며)업히세요!
고 (간부와 함께 연정을 재원의 등에 업힌다)
재원 (연정 업고)응급실 어느쪽이야?
스텝들 (달려와)이쪽이요!
재원 (연정을 업고 뛴다)
고PD와 부조 스텝들 놀라서 따라 뛰어가고
S# 82. 펜션 부부침실(밤)
미영은 침대에, 민석은 일각의 소파에 누워있다.
한마디 말도 없이 서로 냉랭한데
갑자기 베개를 하나씩 들고 우르르 뛰어드는 꽃비와 단비.
단비는 잠잘때 읽을 동화책(‘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까지 챙겨들고 뛰어왔다.
단비 엄마, 우리 여기서 잘래?(하다가 멈칫)
꽃비 (뭔가 이상한듯 미영과 민석 번갈아보며)엄마랑 아빠랑, 왜 따로 자?
민석 (당황)......!
미영 (당황)어... 아니야. 따로 자긴 왜 따로자?(민석에게 얼른 눈짓!)
민석 (얼른 침대로 와서 누우며)따로 안자.
꽃단비 (그제서야)헤헤헤.(가운데로 풍덩 파고든다)
단비 엄마, 동화책 읽어줘.
꽃비 아빠랑 같이!
미영 (쓸쓸한 미소)그래.(동화책 펼쳐들고 읽기 시작한다)
꽃비와 단비, 미영과 민석 사이에 끼어 누워서 각자 엄마아빠의 손을 끌어다 잡고 뒹굴뒹굴 동화책 읽어주는 소리를 듣고 있다.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를 미영과 민석이 한귀절씩 번갈아 읽어준다.
꽃비와 단비, 미영과 민석의 손을 끌어다 잡고 스르르 잠이 든다.
그 바람에, 미영과 민석의 손이 마주 닿는다.
멈?하는 두 사람, 그러나 아이들 때문에 손을 뺄 수도 없다.
그렇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는데......
마침내, 꽃비와 단비 곯아떨어진다.
단비는 애기처럼 엄지손가락을 입에 문채 잠이 들었다.
동화책 읽기를 멈춘 미영과 민석, 눈이 마주친다.
민석 안깨겠지?
미영 응.
민석 데려다 눕히자.
미영 (조심스럽게 옆에 누운 단비의 몸을 추스린다)
민석 (꽃비를 조심조심 안아들고 방을 나간다)
미영 (단비를 안아들고 따라나가고)
S# 83. 동 애들침실(밤)
민석, 꽃비를 침대에 눕히고
미영도 단비를 침대에 눕힌다.
미영, 아이들 이불을 꼭꼭 여며 잘 덮어주고 있는데
민석, 아이들 볼 한번씩 쓰다듬어주고 나간다.
S# 84. 동 거실(밤)
아이들 방에서 나온 민석, 계단 내려와
주방 냉장고를 열고 맥주를 한캔 꺼낸다.
소파로 와서 털썩 앉으며 맥주를 딴다. 생각이 많은 듯...
맥주 꿀꺽꿀꺽 마시다 문득 탁자위 핸드폰에 눈길이 간다.
부재중 전화 표시를 열어보면 ‘고명옥선배’
민석, 맥주 내려놓고 통화버튼을 누르는데
민석 (핸드폰)여보세요, 선배 전화했어요?
S# 85. 입원실(밤)
의식없는 연정, 링거액 주사 맞으며 누워있는 옆에서 핸드폰 통화중인
고 (핸드폰)어, 그래! 아후 참...
S# 86. 펜션 거실(밤)
민석 (핸드폰, 의아해서)왜요? 무슨 일 있어요?
S# 87. 입원실(밤)
고 (핸드폰, 걱정스럽게 잠든 연정을 돌아보며)연정이 모친상 당했잖니, 여기 상가야. 잘못하면 줄초상나게 생겼어. 지금 연정이까지 까무라쳐서 정신을 못차리네. 재원인 아까 왔잖아.
S# 88. 펜션거실(밤)
민석 (핸드폰, 크게 놀라)선배, 그게 무슨 말이예요? 자세히 좀 말해봐요, 지금 연정씨가 쓰러졌단 말예요?
고E 응. 지금 안정제 맞고 잠들었어. 쇼크가 컸나봐.
민석 (핸드폰, 급히)어느 병원이예요?
고E 대전병원이야.
민석 (핸드폰)알았어요, 금방 갈게요!(황급히 핸드폰을 끊고 정신없이 계단을 오르려는데)
미영 (아주아주 차가운 표정으로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민석 (놀라 얼어붙는다)여보......!
미영 (부들부들 떨리지만, 애써 억누르며)이밤중에... 어딜가는데?
민석 (심호흡... 어떻게 하나... 그런데 어쩔 수가 없다, 미치겠다! 미영을 지나 침실로 달려들어간다)
미영 (충격에 꽉 쥔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는데)......!
민석 (옷 갈아입고 잠바 걸치면서 황급히 나와 계단을 내려와 미영 옆에서 주춤, 낮게)미안하다!(지나쳐 계단을 뛰어내려가는데)
미영 (버럭)이민석!
민석 (멈칫, 그러나 돌아보지는 않은 채)......!
미영 (부들부들 떨리는)당신... 지금 나가면, 나랑은 끝인줄 알어!!!
민석 (뒷통수로도 미영의 분노를 고스란히 느끼고 있다)......!(그러나 머리보다 가슴이 먼저 작동하는 상황, 망설이다가 그대로 뛰쳐 나가버린다)
미영 (큰 충격에 털썩 주저앉는다)......!
E 자동차 시동 거는 소리......
미영, 눈물 글썽한 얼굴로 신발도 못 신고 뛰쳐나간다!
S# 89. 펜션현관앞(밤)
미영, 달려나오는데
민석차가 벌써 저만치 급하게 달려가고 있다.
충격과 배신감과 분노로 부들부들 떨며 그 뒷모습을 노려보는데
밤하늘에 별똥별 하나가 예쁘게 떨어져내린다.
분노로 눈물 글썽글썽한 채 그 밤하늘 보면서
미영 (씹듯이)당신이... 죽어버렸음 좋겠어!(뇌까리는데서)
- STO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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