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프러포즈 7회
[제 7 부]
S# 1. 펜션거실(밤)
민석 (핸드폰, 크게 놀라)선배, 그게 무슨 말이예요? 자세히 좀 말해봐요, 지 금 연정씨가 쓰러졌단 말예요?
고E 응. 지금 안정제 맞고 잠들었어. 쇼크가 컸나봐.
민석 (핸드폰, 급히)어느 병원이예요?
고E 대전병원이야.
민석 (핸드폰)알았어요, 금방 갈게요!(황급히 핸드폰을 끊고 정신없이 계단을 오르려는데)
미영 (아주아주 차가운 표정으로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민석 (놀라 얼어붙는다)여보......!
미영 (부들부들 떨리지만, 애써 억누르며)이밤중에... 어딜가는데?
민석 (심호흡... 어떻게 하나... 그런데 어쩔 수가 없다, 미치겠다! 미영을 지 나 침실로 달려들어간다)
미영 (충격에 꽉 쥔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는데)......!
민석 (옷 갈아입고 잠바 걸치면서 황급히 나와 계단을 내려와 미영 옆에서 주춤, 낮게)미안하다!(지나쳐 계단을 뛰어내려가는데)
미영 (버럭)이민석!
민석 (멈칫, 그러나 돌아보지는 않은 채)......!
미영 (부들부들 떨리는)당신... 지금 나가면, 나랑은 끝인줄 알어!!!
민석 (뒷통수로도 미영의 분노를 고스란히 느끼고 있다)......!(그러나 머리보 다 가슴이 먼저 작동하는 상황, 망설이다가 그대로 뛰쳐 나가버린다)
미영 (큰 충격에 털썩 주저앉는다)......!
E 자동차 시동 거는 소리......
미영, 눈물 글썽한 얼굴로 신발도 못 신고 뛰쳐나간다!
S# 2. 펜션현관앞(밤)
미영, 달려나오는데
민석차가 벌써 저만치 급하게 달려가고 있다.
충격과 배신감과 분노로 부들부들 떨며 그 뒷모습을 노려보는데
밤하늘에 별똥별 하나가 예쁘게 떨어져내린다.
분노로 눈물 글썽글썽한 채 그 밤하늘 보면서
미영 (씹듯이)당신이... 죽어버렸음 좋겠어!(뇌까리는데......!)
S# 3. 국도(밤)
민석의 차가 전속력으로 달려가고 있다.
차창 속으로 보이는 민석의 얼굴, 연정을 향한 걱정으로 미칠듯한데!
S# 4. 대전병원 복도(밤)
간호사 스테이션으로 급하게 달려온
민석 (헉헉)황연정씨 입원실이 어딥니까?
간호 (챠트 들춰보며)315홉니다.
민석 감사합니다.(급히 달려가고)
S# 5. 병실(밤)
가습기 켜있는 1인실 병상에 연정이 잠들어 있다.
링거액 맞으며 잠든 연정의 얼굴이 핼쓱한데
헉헉대며 들어온 민석, 그 가련한 모습에 울컥해진다,
침대 옆에 놓은 의자에 앉으며 안타깝게 연정의 손을 그러쥔다.
민석 (맘이 아파서)연정아!(하는데)
연정 (힘없이 눈뜨더니, 일어나 앉으려한다)
민석 (앉는 것을 도와준다)
연정 (힘없이)어떻게 왔어요?(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애처롭다!)
민석 (끌어안으며, 안타까워서)우리 연정이 어떡하니!
연정 (설움에 엉엉)엄마가 돌아가셨어요!(어린아이처럼 서럽게 우는데)
민석 그래, 그래!(눈물이 나올 것만 것다, 등을 연신 쓸어주는데)
쥬스캔 들고 들어서던 고PD, 그 모습에 눈이 둥그래진다.
어리벙벙해하다가 얼결에 돌아서 나가는데...!
S# 6. 병실앞(밤)
고PD, 상황파악이 안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병실을 나오는데
저만치서 걸어오던 재원, 그런 고PD를 보고 의아하다.
재원 표정이 왜 그래요? 꼭 귀신이라도 본것처럼...
고 (눈 부비며)나 맥주 세 병 밖에 안 먹었는데, 헛것이 다 보이네?
재원 무슨 소리야?(하는데)
고 지금 병실에서... 민석이랑 연정이랑 껴안고 울고있어!
재원 (!)민석이 왔단말예요?
고 (아직도 얼이 나간듯 끄덕끄덕)......!
S# 7. 동 병원 휴게실(밤)
휴게실 의자에 마주앉은 고PD와 재원.
고 (뒤늦게 상황파악하고 흥분)아니, 그럼 안되지! 그러는게 아니지! 알만한 사람들이 왜들 저래?!
재원 아흐...!(난감한듯 머리를 마구 흐트러트린다)민석이 저자식, 완전 눈이 뒤집혔더라구요.
고 (황당한)언제부터야 두사람?
재원 그때, 우리 다같이 술 마시던 날, 그때부턴거 같아요.
고 뭐어? 아니 그럼 두 사람, 만나자마자 첫눈에 확 끌렸단말야? (그제 서야)괌 출장갔을 때 둘이만 남았던 것도 그래서였어?
재원 (난감한)지 처한테도 죄다 불어버린 모양이에요. 제수씨가 회사로 찾 아왔더라구요.
고 아니 그런걸 곧이곧대로 불면 어떡해! 아니라고 딱 잡아뗐어야지!
재원 내말이 그말이죠! 연정씨 사랑한다고 못헤어진다 그러더래요.
고 (당황)아니, 가만있어봐. 이거이거 불륜인데... 이럼 안되는건데!
재원 당연히 안되죠!
고 아이구!(손부채질 하며)목이 왜 이렇게 바싹바싹 타냐?(들고 있던 캔 쥬스 원샷으로 꿀꺽꿀꺽 마시는데)
재원 연정씨, 그렇게 안봤는데....아으 참!(입맛이 쓴듯)......!
고 (입 닦으며)야, 연정이 그렇게 막 사는 애 아냐. 그건 내가 알아.
재원 민석인 막 사는 놈이구요?
고 그거야, 아니지......
재원 그래서 지금 심각한 거라구요!
고 (얼빵)어...?
재원 집하고 회사밖에 모르는 놈이라구요, 민석이 저러는거 나, 처음봐요!
고 보통 일이 아니네...!(난감하고 걱정되는데)
S# 8. 펜션진입로(밤)
얇은 가디건을 걸친 핼쓱한 미영,
진입로를 서성이며 민석차가 달려간 쪽을 보고 있다.
앉았다, 일어섰다, 서성대다...... 애타게 진입로 쪽을 보다가
그만 얼굴 감싸고 주저앉는다. 무섭다!
그러나, 너무 놀라고 분해서 울음조차 안 나온다!
(민석의 외도를 알게 된후 당연히 분노와 배신감이 컸지만, 무방비상 태에서 받은 충격이라 현실감보다는 당혹감이 훨씬 컸습니다.
이 씬에서 비로소 남편의 외도에 대해 공포에 가까운 절실한 위기감 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S# 9. 펜션부부침실(밤)
창백한 미영이 비틀비틀 들어서면
급히 나가느라 함부로 벗어던진 민석의 옷가지가 뒹굴고 있다.
미영, 힘없이 그 옷들을 집어 치우려다가 그만 분노가 치솟는다.
그 옷들 바닥에 패대기치고 질근질근 밟으며
미영 나쁜 놈, 이 나쁜 놈아! 나쁜 자식아!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어떻게!
그렇게 밟고 뭉개다가 제풀에 진이 빠져 눈물 그렁그렁한 얼굴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데!(본격적인 눈물은 25씬을 위해 아껴둡시다)
S# 10. 영안실 식당(밤)
민석의 부축을 받으며 연정이 들어온다.
두 사람, 상청으로 올라가고.
고PD와 재원, 일각에서 맥주 마시다가 그 모습 돌아본다.
S# 11. 상청(밤)
연정이 상주 자리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민석이 영정에 분향하고 정중하게 절을 올린다.
S# 12. 동 영안실 식당(밤)
민석, 고PD와 재원이 맥주 마시는 옆으로 와서 앉는다.
고 (손가락질하며)이민석, 너너너!(하는데)
민석 (재원에게)술한잔 주라.
재원 (난감한듯... 그러나 맥주 따라준다)
민석 (목말랐던듯 쭈욱 마신다)
고 (그 모습에 열이 나서 자기도 술 따라서 벌컥벌컥 마시는데)
E 고PD의 핸드폰 벨소리......
고 (핸드폰)응, 왜? (짜증)아우 몰라, 지금 여기 심각한 일이 있어서그래. 당신 알거 없구 하여튼 중요한 일이 있어. 몰라몰라, 나 더 있다 올라 갈거니까 그렇게 알어.(딱 끊어버린다)
재원 남편한테 왜 짜증을 부리구 그래요?
고 내가 지금 짜증 안내게 생겼냐?(민석에게)야 이민석, 너 그러면 안돼.
그러는거 아니야!
민석 (단호한)선배, 지금 내 귀에 아무 말도 안 들려요!
고 (말문이 막히는데)......!
S# 13. 펜션부부침실(밤)
미영, 침대 위에 넋나간듯 앉았다가......
웅크리고 누웠다가......
방바닥에 털썩 앉아 침대에 등을 기댔다가......
일어나 서성대다가......
그렇게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다.
어느새 뿌옇게 새벽이 밝아오고......
S# 14. 영안실 식당(아침)
고PD, 식당 구석에서 방석을 베개삼아 베고 잠들었는데
와서 깨우는
재원 선배! 선배애!
고 (부시시 일어나 찢어지게 하품, 여기저기 결리는듯 두드리며)몇시 야?
재원 가야지.
고 (잠이 덜깬)쟤들 저렇게 두구가?
재원 그럼 어떡해요.
고 아흐, 미치겠네! 모친상 당한 애를 야단 칠 수도 없고.....!(머리 북북 긁는다)
재원 (상청 쪽을 돌아보는데)
S# 15. 동 상청(재원의 시선)
자상하게 연정을 돌봐주는 민석.
등 뒤에 방석 접어서 받쳐주고 옆에서 손도 쓰다듬으며 위로해준다.
연정, 그런 민석이 많이 고맙고 큰 의지가 된다......!
S# 16. 영안실 건물앞
고PD와 재원을 배웅하는 민석과 연정.
고 (연정에게 뭐라고 한마디 하려다가 삼키고 만다)나중에 서울에서 얘 기하자, 정신 좀 차리고 나서......
연정 네......
재원 (연정에게)발인도 못보고 가서 미안합니다. 회사에 일이 밀려서.
연정 아니예요, 와주신 걸로도 감사합니다.
민석 부탁한다. 세원물산 서류는 내 책상 맨위 서랍에 넣어놨어.
재원 (씁쓸한)알았어.(할말이 많은 얼굴로 민석을 보면서)너도, 나중에 얘기 해.(고PD에게)갑시다 선배.
고 그래.
재원, 고PD를 이끌고 일각에 세워놓은 자기 차 쪽으로 간다.
민석, 연정을 자상하게 이끌고 영안실로 들어가고.
S# 17. 동 주차장
주차해놨던 자신의 차 문을 열고 시동을 거는 재원.
고, 조수석에 올라탄다.
S# 18. 재원차 안
고 (안전벨트 매며)왜 이렇게 기분이 찝찝하냐?
재원 (이심전심)그러게나 말이예요.
고 꼭 그 물가에 애들만 덜렁 떼놓고 가는...... 아, 기분 진짜 끕끕하네!
재원 (입맛이 쓴)... 갑시다.(출발한다)
S# 19. 펜션마당
진입로를 달려들어온 택시, 펜션마당에 멈춰선다.
E 빵빵!(크락션 소리)
S# 20. 펜션거실
가져왔던 짐가방들 일각에 놓여있고
꽃비와 단비는 계단에서 우당탕쿵탕 뛰놀고 있다.
미영, 수화기를 들고 있다.
E 전화기가 꺼져있어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
미영,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수화기 내려놓는데
꽃비 엄마, 서울까지 택시타고 가는거야?
미영 아니, 기차역까지만 가야지.
단비 헤헤헤, 난 기차가 더 좋아. 신난다!(뛰어나가고)
꽃비 이건 내가 들게 엄마. (작은 가방 하나 들고 끙끙끙 나가고)
미영 (핼쓱한 얼굴로 큰가방 들고 따라나간다)
S# 21. 펜션마당
택시기사가 뒷 트렁크를 열고 꽃비의 가방을 받아넣는다.
미영이 계단을 내려오면
미영의 가방도 받아서 트렁크에 싣는다.
꽃비와 단비, 뒷좌석에 좋아라 올라타고
미영, 펜션건물을 쓸쓸하게 돌아보고는 차에 오른다.
택시, 달려나가고...
S# 22. 영안실
상청에서는 연정이 문상객들 맞고 있는 모습 보인다.
민석은 식당쪽에서 조문객들 시중을 들고 있다.
음료수도 나르고 배웅도 하고 듬직한 사위처럼 동분서주하는 중인데
그런 민석의 손을 잡으며 눈물바람을 하는 아줌마(6부 56씬에서 연정 모의 위독함을 알려줬던).
아줌 (눈물바람)이렇게 든든한 사윗감을 두고, 아이고 형님...... 뭐가 그렇게 급하다고 세상을 버려...!
민석 (목례)......!
아줌 (눈물 훔치며)그래도 자넬 보니까 내 맘이 좀 놓이네. 우리 형님도 저 승길 가는 발길이 조금은 가벼울거야. 연정이 저거 이제 천애고아나 마찬가진데, 자네만 믿을게!
민석 (목례)......!.
아줌 (눈물 닦으며 일각에 손님들 틈으로 가서 앉아 환담 나누는데)
연정 (손님을 배웅하고 돌아선다)
민석 (연정의 손을 끌어다 밥상 앞에 앉히며 숟가락 쥐어준다)국물이라도 조금 먹어봐.
연정 안 넘어가요.(힘없이 숟가락 놓는다)
민석 (안타까운)그러다 또 쓰러진단말야! 또 쓰러지면 혼내줄거야?!
연정 (힘없이)쓰러진 사람을 어떻게 혼내요?
민석 그래도 혼내줄거야!(다시 숟가락 쥐어준다)
연정 (힘없이... 국물을 조금 먹는다)
민석 (큰 병 앓고 난 자식이 처음 음식 넘기는 순간을 보는 어미같은 표 정으로 지켜본다)한 번 더!
연정 (국물 떠먹는다)
민석 (그제서야 조금 안심이 되는듯)......!
연정 드세요.
민석 (미소)그래, 먹자.(먹기 시작한다)
S# 23. 달리는 기차안
미영, 창밖 내다보며 하염없이 깊은 생각에 잠겨있다.
꽃비와 단비는 찐계란 먹고 음료수 마시며 신이 나는데......
단비 아빠 회사 갔어?
미영 ......응.(창 밖 내다보며 깊은 한숨)
꽃비 (뭔가 이상한)엄마, 어디 아파?
미영 응? 아니야......
꽃비 아픈거 같은데?
미영 피곤해서 그래.
단비 (미영품에 안겨서 다정하게)머리아파? 호오- 호오(머리 불어준다)
꽃비 (찐계란을 미영에게 바짝 내밀며, 아주 귀엽고 공손하게)드세요!
단비 쎄쎄쎄(미영 머리를 문질러 주는 시늉)
미영 (울컥하지만... 애써서 잘 참는다. 꽃비가 내미는 찐계란 한입 먹고 억 지로 웃는)맛있네.
꽃비 헤헤헤!
단비 (샘나서 빨대 꽂은 자기 음료수 내밀며)나두!
미영 (한모금 마시고)고마워!
단비 (좋아서)헤헤헤!
미영 (아이들 보며 아프게 웃는다)......!
S# 24. 아파트 인근 도로
미영, 짐가방 들고 꽃비와 단비 이끌고 터덜터덜 걸어오고 있는데
E 마늘이 왔어요, 육쪽 마늘! 알이 토실토실하니 알차게 박힌 육쪽 마늘이 두접에 삼만원, 두접에 삼만원! 산지직송한 마늘을 엄청나게 싸게 드립니다. 말만 잘하면 꽁짜로도 드려요!
트럭에서 햇마늘을 팔고 있다.
동네 아줌마들, 마늘이 실하고 아주 좋다면서 사고 있다.
불티나게 팔려나가는데......
미영, 이 와중에도 주부의 본능이 살아난다. 기웃대는데
통장 마늘이 아주 실하네! 꽃비야, 마늘 안사?
미영 마늘이 떨어지긴 했는데......
통장 그럼 오늘 사. 마늘 아주 좋아.
미영 (주인에게)저도 주세요.(지갑 꺼내는데)
통장 나 먼저 갈게.
미영 네.
주인 (마늘을 커다란 비닐봉지에 담아서 건내주면)
미영 (받아든다)
S# 25. 아파트안 길.
미영, 한손에는 마늘봉지를 다른 한손으론 커다란 짐가방 들고 힘겹게 오고 있다.
꽃비, 작은 가방 들고
단비, 빈손으로 룰루랄라 뒤따르는데
미영, 무거운 가방과 마늘봉지 때문에 팔이 떨어져나갈 것만 같다.
그렇게 힘겹게 걷다보니 왈칵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진다.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이 판국에 마늘을 샀단 말인가!
짐은 무겁고 팔은 떨어질 만큼 아프고, 마음은 부글부글 끓는데...
마늘봉지 손잡이 부분이 툭 터져서 마늘이 쏟아져내린다.
쭈그리고 앉아서 마늘을 주워담다가 그만 울컥 설움이 북받친 미영,
밤새 꾹꾹 눌러왔던 서러운 눈물이 한꺼번에 터져나와버린다.
화단가에 쭈그리고 앉아 그대로 흑흑흑 서럽게 흐느껴 우는데......
꽃비 (이상한 느낌에 옆에 쪼그려 앉아서)엄마, 왜그래?
단비 (뭔가 이상하지만, 철없이 옆에서)왜그래 엄마? 마늘 무거워? 내가 들어줄까?(낑낑대고 마늘봉지 들려는데)
미영 (울음을 멈출 수가 없다)......!
꽃단비 (기분이 이상하다)어어......?!
경수 (스쿠터 타고 룰루랄라 오다가 그 모습 보고 멈춰선다, 이상해서 보는)아줌마, 왜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미영 흑흑흑(얼굴 가리고 그냥 계속 운다, 멈출 수가 없다)......!
경수 (꽃비에게)니네 엄마 왜우냐?
단비 (천진난만)마늘이 무거워서 그런가봐요.
경수 (과장되게)하하하, 난 또 무슨 일이라구. 아줌마, 내가 이거 집까지 갖다놓을게. 울일도 ?다!(마늘봉지와 짐가방을 스쿠터에 담는다)
미영 (눈물 훔치며)됐어요.(하는 광경을)
가정부 아줌마 대동하고 차몰고 장보러 가던 유경이 고스란히 본다.
경수 배달비 안 받을테니까 걱정말아요. (스쿠터 몰고 휙 가버린다)
미영 (간신히 진정을 하고 얼굴 매만지며 일어서는데)
유경 (차몰고 와서 차창 밖으로)뭐하니, 길에서?
미영 (난감)......!(반외면하는데)
유경 (꽃단비에게 다정하게)꽃비랑 단비, 우리집에 가서 놀고 있을래? 아영이 있는데......
꽃단비 (좋아서)네!
유경 (가정부에게)아줌마, 애들 간식 챙겨주고 아영이랑 놀게하세요. 시장은 내가 봐갈게요.
가정 네. (내려서, 꽃단비에게)아영이한테 가자.
꽃단비 엄마, 우리 놀다가 올게.(가정부 손잡고 간다)
미영 (눈물자국 때문에 난감하다, 얼른 손으로 수습하는데)......!
유경 (한심한듯 보며)쯧쯧쯧......!
미영 (자존심상해서 외면한채 눈물 닦는데)
유경 타!
미영 (외면)됐어!
유경 글쎄 타봐, 할말이 있어서그래.
미영 (어쩔 수 없이 타고)......
유경 (차를 출발시킨다)
S# 26. 까페
미영과 유경, 냉음료 앞에 두고 마주앉았다.
유경 (얄밉게 쭈욱 빨대로 빨아마시고 내려놓으며)남편 바람났다고 아예 동네 광고를 하지 그랬니? 아파트 화단에서 그게 뭐야!
미영 (왈칵 자존심 상해서)할말이 그거였니? 나 갈게.(발딱 일어서는데)
유경 (O.L의 느낌으로)행여라두 이혼소린 먼저 꺼내지마!
미영 ......!
유경 성질난다구, 갈라서자 어쩌자 먼저 그러진 말란말야!
미영 (유경을 보는데)......!
유경 그랬다간 빼도박도 못하는 수가 있어!
미영 (스르르 앉는다, 반외면한채)......!
유경 (점쟁이처럼)니 남편, 지금까지 한번도 이런 일로 속썩인적 없었지? 학교 다닐 땐 모범생에 사회 나와선 성실한 가장이었구?
미영 (목이 바싹 탄다)......!
유경 (백전고수답게)그런 남자가 한번 엇나가면 훨씬 더 무서운 법이야. 선수들은 슬쩍슬쩍 잔바람은 피워도 살림을 차린다던지, 애를 낳아온다던지... 그런 대형사곤 절대 안치거든!
미영 (덜덜덜 떨리는 손으로 음료수를 마신다)......!
유경 너 앞으로 골치 좀 아프게 생겼으니까 각오 단단히 해둬!
미영 (왈칵 자존심이 상하는데)......!
유경 무조건 족치지 말고, 가슴이 썩어문드러지는 한이 있어도, 햇볕정책으로 밀고나가. 니남편 지금 제정신 아냐, 제정신 아닌 사람을 구석으로몰아 붙여봤자 반항만 심해진다구. 첫사랑에 빠진 스무살 청년처럼 물불 안가리고 날뛸지 모르니까, 신중하게 대처해!
미영 (아랫입술을 깨문다)......!
유경 그리구, 이럴 때일수록 시집식구들한테 더 잘해야돼! 남자들, 자기 부모형제한테 잘하는 마누라는 절대 함부로 못대해. 괜히 남편 밉다고 시집 식구한테 퉁퉁대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뒷통수 맞는 수 있어.
미영 (고깝다)애아빠랑 나, 어릴때부터 쭈욱 한동네서 자랐어. 다른집 고부간이랑은 달라!
유경 (얄밉게)그래? 그럼 다행이구.
미영 (가슴에 꼭꼭 와서 박히는 말들만 해대는 유경이 얄밉기 그지없다)넌 어떻게 그렇게 아는게 많니?
유경 (얄밉게)모르는 니가 더 이상한거지! 나인 대체 어디로 먹은 거니?
(빨대 쪼옥 빨아마신다)
미영 (말문이 막히는데)......!
S# 27. 아파트건물 앞
미영, 터덜터덜 힘없이 걸어오는데
택시 달려와 멈춰선 후 마영순(민석모)이 내린다.
미영 (놀라 뛰어가서)어머, 어머니!
영순 잘 있었어?
미영 (영순을 보니, 서러운 마음에 눈물이 핑 돈다, 껴안으며)어머니!
영순 (웃는)아이구... 누가 보면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하는 줄 알겠다. 여기 가방부터 좀 꺼내.
미영 (눈물 닦으며)네.(택시 트렁크에서 여행용가방 꺼낸다)
영순 (단지 안을 둘러보며 흐뭇한)아파트가 깨끗하니 차암 좋다!
미영 (반갑다)연락도 없이 어쩐 일이세요? 말씀을 하시죠, 마중나갈텐데.
영순 마중은 무슨... 공항버스 타고 와서 근처에서 택시탔어. 아주 편하게 왔다.
미영 그래도 그렇죠, 연락도 없이......
영순 (장난스레)왜? 연락없이 오니까 싫으냐? 너 살림잘하나 못하나 불심검문하러 나왔지!
미영 (웃는)어머니두.....
영순 마중나온다 어쩐다 수선필까봐 그랬어. 들어가자.
미영 네.(가방 끌고 앞장선다)
영순 (따라가고)
S# 28. 아파트 1층 현관
경비 (빗자루질 하다가, 인사)어머님이신가 봐요?
미영 네.
경비 친정어머니?
영순 (흐뭇한)그래뵈요?
경비 네, 두 분이 꼭 닮은게 모녀같은데요?
영순 하하하, 맞아요. 나 친정엄마예요.(미영을 따라 들어간다)
경비 (빗자루질 다시 시작하고).
S# 29. 미영집앞
승강기 멈춰서고 영순이 먼저, 미영이 뒤따라 내리는데
앞집 문 벌컥 열리면서 고개 쏙 내미는
경수 아줌마!(하는 바람에)
영순 (기겁을 해서)아이구 깜짝이야!
경수 (당황해서)아, 죄송합니다!
미영 (짜증)갑자기 문을 열면 어떡해요? 어머니, 괜찮으세요?
경수 (나와서 연신 꾸벅)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영순 (의아해서 미영에게)누구냐 이 청년이?
미영 앞집 사람이예요.
경수 헤헤헤, 안녕하세요? 꽃비 할머니세요?
영순 네... 안녕... 하세요?
미영 (얼른)들어가세요 어머니.(문을 연다)
경수 (얼른 짐가방과 마늘봉지 내놓으며)이거요.
미영 (쌀쌀맞게)고마워요.
영순 (좀 이상한듯 경수를 한번 돌아보면)
경수 헤헤헤.(목례)
영순 (들어간다)
미영 (짐가방이랑 마늘봉지 들고 따라 들어가고)
S# 30. 미영거실
영순 (들어서며)왜 저 청년이 그걸(짐가방과 마늘봉지) 주냐?
미영 아까 길에서 우연히 만났거든요. 무겁다고 스쿠터로 실어다줬어요.
영순 그래? (하면서 집안 둘러보며)아이구, 집이 참 넓어보이구 좋다!
미영 (짐가방 내려놓으며 얼른 주방으로 가며)식사 어떡하셨어요? 시장하시죠?
영순 (이방 저방 문 열어보며 감탄하고 흐뭇하다)집이 너무너무 좋다! 내가 아주 밥 안먹어도 배가 불러!
미영 (홍삼액 쟁반에 받쳐 내오며)우선 이거 한잔 드세요. 홍삼액이예요.
영순 (소파에 앉아 한잔 쭉 마시고)그래, 아범 회사는 잘 되고?
미영 ...네.
영순 전화해서 아범 일찍 들어오라 그래.
미영 ......!
영순 어서?
미영 네......
영순 애구구구, 좀 눕자.(소파에 길게 눕는다)
미영 (얼른)방에 가 누우세요. 자리 봐드릴게요.
영순 됐어. 시차적응할려면 좀 참아야지. 빨리 아범한테 전화나 넣어봐.
미영 네.(무선전화기 들고 안방으로 들어간다)
S# 31. 동 안방
무선전화기 들고 들어온 미영, 방문 닫고 전화를 건다.
E 전화기가 꺼져있어 소리샘으로 연결되오니......
미영 (녹음버튼을 누르고)난데, 미국에서 어머니 오셨어. 빨리 들어와. 어머닌 아무 것도 모르시니까 그렇게 알어.
굳은 표정으로 전화 끊고, 장롱속에서 얇은 홑이불과 베개를 꺼낸다.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며 이불과 베개들고 나간다.
S# 32. 동 거실
미영, 설풋 잠이 든 영순에게 이불 덮어주고 베개를 받쳐주는데
영순 애비한테 전화했어?
미영 회의중인가봐요. 전화 꺼놔서 메세지 남겨놨어요.
S# 33. 영안실앞
연정모친의 발인이 한창이다.
연정, 고인의 영정을 들고 애처롭게 흐느끼며 앞장섰고
민석, 그런 연정을 곁에서 부축한채 가고 있다.
마치 자기가 모친상이라도 당한 듯 눈자위가 벌개져 침통해 있는데...
S# 34. 화장장
연정, 관이 화장장 불가마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울며불며 관에 매달린다.
그런 연정을 말리며 품어 안는 민석, 마음이 아픈데......!
S# 35. 미영거실
E 다다다다(노련한 도마질 소리)
미영, 주방에서 부지런히 음식장만 하고 있고
영순은 소파에 누워 쉬고 있는데
꽃비와 단비, 우르를 뛰어들어오다 영순을 보고 기뻐날뛴다.
꽃단비 (매달리며)할머니!
영순 (일어나 반갑게 끌어안고 뽀뽀)아이구 내 강아지들! 잘 있었져?
꽃단비 네!
영순 (대견한듯 쓰다듬으며)그새 많이들 컸네?(하는데)
꽃비 할머니 지금 미국에서 오신거예요?
영순 그래.
단비 선물 사왔어요?
영순 사왔지.
단비 어디요?
꽃비 제건요?
미영 (겉절이 무치면서)단비야, 버릇없게!
영순 놔둬라, 애들이 다 그렇지. (가방 풀어헤치며 장난감, 바비인형, 미제쵸코렛 등등을 꺼내준다)
단비 (신나서)야, 할머니 최고!
꽃비 감사합니다 할머니!
영순 (꽃비 엉덩이 투닥투닥)어이구, 우리 꽃비가 안본새에 철이 완전히 들었네.
단비 (질세라)감사합니다 할머니.
영순 그래, 우리 강아지!(가방에서 영양크림 꺼내서)애미야, 너도 이리와봐.미영 네.(앞치마에 손 닦으며 나온다)
영순 (영양크림 주며)이거 너 써라.
미영 어머, 뭐 이런걸 다 사오셨어요?
영순 집도 장만하고 이젠 살만하니까 화장품도 좋은거 쓰고 살어. 젊었을때 좋은거 써야지, 다 늙은 담에 비싼거 발르고 좋은거 입어도 도통 티가 안나, 돼지목에 진주야.
미영 (슬프게 웃는)그럴게요......
영순 맛있는거 많이 하냐?
미영 네. 어머니 좋아하시는 잡채랑 겉절이좀 무쳐요. 버섯찌개랑 조기 굽고요.
영순 그래? 어디 보자.(주방으로 들어간다)
S# 36. 동 주방
영순, 식탁 위에 미영이 무치던 겉절이를 먹어본다.
영순 (감탄)그래, 이맛이야! 미국은 배추가 달라서 그런지 아무래도 이 맛이 안나더라구. 이거 하나만 있어도 밥한그릇 뚝딱이겠다.
미영 시장하시죠? 밥 다돼 가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영순 (시계 보며)근데 아범은 아직 연락없어? 다시 전화좀 해봐.
미영 (난감한)네......
S# 37. 오션캐슬 주차장
민석차 달려와 멈춰선다.
얼른 운전석에서 내려, 조수석에서 내리는 연정을 부축해주는 민석.
두 사람,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S# 38. 동 룸.
민석, 커텐을 확 열어젖히면 창밖으로 시원하게 펼쳐지는 바다풍경.
민석 (연정을 돌아보며)여기서 푹 쉬고 있어. 룸서비스로 음식도 시켜 먹고. 참, 여기 스파도 있다더라.
연정 (민석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민석 연정아!
연정 (민석을 본다)......?
민석 나 믿고, 따라올 수 있겠니?
연정 ......!
민석 (차분히, 연정 어깨를 양손으로 잡고 얼굴 들여다보며)이제 연정이 없으면 난 평생 허깨비처럼 살거같아!
연정 (차분하고 깊은 눈빛으로 민석을 본다)......!
민석 비난을 받아도 내가 받고, 돌을 맞아도 내가 맞을게. 내가 다 감당할테니까, 나 믿고 따라와줄래?
연정 ......!
민석 (절실한)연정아!
연정 (마침내......끄덕끄덕)......!
민석 연정아!(감격에 겨워 연정을 와락 끌어안는다)고마워!
연정 (그 품에 얼굴 묻은채)나도 이제, 아저씨 없이 못살거 같아요.
민석 (머리에 입을 맞춰준다)......!
연정 (그 품안에 작은 새처럼 안겨 눈을 감는다, 편안한데)......!
S# 39. 미영거실
거실 바닥에 신문지 펼쳐놓고 미영과 영순이 오손도손 마늘을 깐다.꽃비와 단비는 TV 만화영화 보느라 정신이 없고.
미영 어머니, 힘드실텐데 그만하세요.
영순 됐다, 이깐게 무슨 일이라구...
미영 미국 형님네는 다들 편안하시죠?
영순 그럭저럭 자린 잡아가는 모양이드라만, 거긴 사는게 다들 고단해.
미영 그래요?
영순 안팎으로 정신없이 뛰어야 살수있는 나라야. 전업주부로 집에서 살림만 하는 여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구. 넌 복받은 줄이나 알어. 그렇게 부부가 죄다 나가서 뛰지 않으면 도저히 생활유지가 안된다더라. 좀 산다는 나라는 다들 그런 모양이야.
미영 네에......
영순 (흐뭇한)니들이 이렇게 번듯한 집도 장만하고... 내가 아주 니들 생각만 하면 자다가도 벙글벙글 웃음이 나와. 이런 아파트 얼마나 하니? 꽤 비싸지?
미영 네......
영순 (벽시계보며)아니 근데, 아범은 왜 전화 한통이 없어?
미영 (얼른)저기, 거래처 사람들 만날땐 핸드폰 꺼놔요.
영순 그래? 그래두 그렇지... (웃는)원래, 민석이 그녀석이 좀 무뚝뚝한건 있지......
미영 ......!
영순 (흐뭇한)그래도 걔가 속정은 깊다. 내 아들이래서 그런게 아니라, 얼마나 사내답고 듬직하냐!(생각만 해도 뿌듯한 듯)
미영 ......!(속으로 깊은 한숨을 쉰다)
S# 40. 오션캐슬 룸(저녁)
민석, 연정을 침대에 눕게 도와주고 신발까지 벗겨준다.
이불 잘 덮어주며
민석 푹 자.
연정 집에 가보셔야죠...
민석 잠드는거 보고 갈게.
연정 항상 나 지켜줄거죠?
민석 (따뜻하게 웃으며)그럼!
연정 (손을 내민다)
민석 (따뜻한 미소로, 손을 꼭 잡아준다)아무걱정 말고 푹 자. 완전히 잠들면 갈테니까.
연정 (안심이 된다는 편안한 표정)아저씨 참 좋은 사람이예요......
민석 (미소... 연정의 흘러내린 앞머리 몇가닥을 쓸어주고)......
S# 41. 미영거실(밤 11시가 넘었다)
오손도손 마늘을 까다가
영순 (기지개켜며 하품)아니 얘는 왜 이렇게 안들어와. 나 내일 아침에 일찍 나가야 되는데......
미영 (놀라)어딜 가시게요?
영순 (웃는)초등학교 동창들이랑 남해안으로 해서 제주도까지 쫘악 돌고오기로 했어. 오는 길에 부산 이모네서 한두달 있다오구.
미영 괜찮으시겠어요? 시차도 있는데...
영순 놀러가는데 뭐가 피곤해, 일하러 가는게 피곤하지.(벽시계보며)근데,
얜 맨날 이렇게 늦니?
미영 가끔이요.......(난감하다)
S# 42. 오션캐슬 룸(밤)
연정, 민석의 손을 꼭 잡은채 아기처럼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민석, 침대옆 의자에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데,
그 눈빛에 사랑이 가득하다!
민석, 행여 연정이 깰세라 조심조심 손을 뺀다.
이불을 잘 여며주고 조용히 일어선다.
겉옷 걸쳐입고 다시 침대로 다가간다.
애정이 넘치는 부드러운 눈으로 연정 보다가, 아쉬운 듯 방을 나간다.
침대맡에 놓여있는 민석의 메모.<내일 데리러 올게, 푹 쉬고 있어. 사랑해!>
S# 43. 동 로비(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민석, 휴대폰을 꺼내들고 전원켜면서 현관 쪽으로 걸어가는데,
휴대폰 액정에 부재중 통화와 메시지 도착표시가 떠 있다.
민석, 좀 심란한듯 메시지를 듣는데
미영E 난데, 미국에서 어머니 오셨어. 빨리 들어와. 어머닌 아무 것도 모르시니까 그렇게 알어.
민석, 놀란다. 갸우뚱하다가... 급히 나간다.
S# 44. 미영아파트 건물앞(밤)
민석차 달려와 멈춰선다.
민석, 차에서 내려 아파트 건물을 올려다본다.
생각이 많은 표정이다......
마침내 결심한듯 계단을 올라간다.
S# 45. 미영거실(밤)
민석, 열쇠로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영순, 잠옷차림으로 소파에 앉아있고
미영이 정성스럽게 영순의 어깨를 안마하고 있다.
민석 엄마!
미영 (안마를 하면서, 민석을 반외면하는데)
민석 (!)어떻게 갑자기 나오셨어요?
영순 (민석 엉덩이를 철썩 때리며)우리 아들 보고싶어서 왔지! 왜 이렇게 늦게 댕겨? 바빠도 좀 일찍일찍 다녀라. 몸 축나.
민석 ......
영순 저녁은 먹었구?
민석 네.
영순 (기지개)전화기는 왜 꺼놨어? 답답하게스리...
민석 (난감한)밧데리가... 다 됐어요.
미영 ......!(안마 계속)
영순 (든든하고 행복한)장하다, 우리 아들며느리! 니들 나이에 자기 힘으로 이런 아파트 장만하는 거 그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니지! 암, 아니고 말고! 내가 뉴저지에서도 니들자랑을 얼마나 하고 다녔나모른다. 집장만 했지, 사업 잘되지, 딸아들 골고루 섞어서 딱 알맞게 나줬지... 니들이 효자다, 효자야!
민석 (마음이 무겁다)......!
S# 46. 동 안방(밤)
잠옷차림의 민석, 세수 마치고 들어오면
미영, 침대에 등 돌린 채 누워있다.
민석, 경대 앞에 앉는다. 거울 속으로 돌아누운 미영의 등을 보는데...
민석 (마침내 입을 연다)미영아!
미영 (차갑게)당신 지금 제정신 아냐. 정신 돌아오면 얘기해.
민석 (안타까운)미영아!(하는데)
미영 지금 입열면, 나 큰소리 나올거 같아. 이 악물고 참고 있는 중이니까 당신도 협조해.
민석 (할말이 없다)......!
미영 (돌아누운채 울지 않으려고, 이불깃을 꽉 쥔 주먹이 부르르 떨린 다)......!
민석 (답답한 마음으로 밖으로 나간다)
미영 (분노를 누르느라 가슴이 터질 것만 같다)......!
S# 47. 동 베란다(밤)
민석, 베란다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밤하늘을 내다본다.
가슴이 답답하고 생각이 많은 밤이다......!
S# 48. 고속터미날 승강장(아침)
미영과 민석, 마영순여사를 배웅하는 중이다.
미영 (영순에게 봉투 쥐어주며)어머니, 여행가서 맛있는 거 사드세요.
영순 (장난스럽게)두둑히 넣었냐?
미영 (웃는)네, 두둑히 넣었어요.
영순 그래, 고맙다.
민석 너무 무리하지 말고 쉬엄쉬엄 다니세요.
영순 걱정하지 마, 내 알아서 할테니까. 근데 니들 얼굴이 둘다 왜 그렇게 수척해? 밤새 잠도 못잔 사람들처럼... 아침에 밥먹는 것도 영 시원치 않더니... (떠보는)니들, 부부싸움했냐?
미영 (얼른)아니예요......
민석 ......
영순 즐겁게들 살어. 인생 잠깐이야. 한번 왔다가는 인생, 눈깜짝할새 지나가버린다구. 오손도손 알콩달콩, 알았어?(하는데)
민석 어머니, 시간 다 됐어요.
영순 그래. 잘들 있어.(버스에 오른다)
민석 (짐가방 올려드리고)
미영 조심해 다녀오세요.
버스, 출발하고.
영순, 웃으며 차창 속에서 손을 흔든다.
민석과 미영, 손을 흔들어드리고.
버스, 시야에서 사라지자 굳은 얼굴로 돌아서는 두 사람.
S# 49. 고속터미날 실내
미영, 굳은 표정으로 가고 있다.
민석, 몇발자국 떨어져서 따라가고...
민석 미영아...!
미영 (멈춰선다)......!
민석 (무뚝뚝하게)얘기좀 하자.
미영 (돌아본다, 의외로 담담하다)밥부터 먹자.
민석 ......!
미영 (허름한 터미날식당으로 들어가버린다)
민석 (난감한듯... 따라 들어가고)
S# 50. 허름한 식당
여행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엉성한 식당, 취급하는 메뉴도 오만가지다.민석과 미영, 마주앉았는데.
미영 (벽에 붙은 메뉴판 보고)난 비빔밥.
민석 (식욕 없지만)설렁탕...
미영 비빔밥하나, 설렁탕 하나 주세요.(식탁 위에 놓인 물병에서 물을 따르다가, 컵을 보고 얼굴 찡그린다, 버럭)아줌마!
아줌 (일하다가)네?
미영 (날카롭게)이리좀 와봐욧!
아줌 (와서)왜요?
미영 (컵 내밀며 신경질)여기 고추가루 안보여요? 설거지를 하는거예요, 마는거예요!
아줌 미안해요.(컵 가져간다)
미영 (식탁 위에 소금통과 다대기통도 열어보며 짜증스레)이것도 새걸로 갖다줘요, 지저분하게 국물 질질 흘렸잖아요!(하는데)
민석 (낮게)그만해!
미영 (신경질)뭘 그만해!
아줌 (새컵과 비빔밥, 설렁탕, 소금통과 다대기를 놔준다)
미영 (비빔밥을 신경질적으로 비벼서 와구와구 먹는데)......
민석 (보기 싫다)......!
미영 (억지로 와구와구 먹는데)......
민석 (입맛이 딱 떨어진다, 버럭)어디 조용한데 가서 차분하게 얘기하자구!
미영 (멈추고)당신은 어떨지 모르지만, 난 당신 그러고 간담부터 밥이 안넘어갔어. 당신 얼굴 보니까 밥이라도 먹어야 버틸거 같애. (목이 메이는지, 물 마셔가며 꾸역꾸역 먹는데)......!
민석 (화가 난다, 버럭)그만 좀 해라 제발좀!
미영 (숟가락 탁 내려놓으며, 버럭)내가 뭘! 뭘 어쨌다구!
민석 (버럭)무식하게 굴지말고 대화로 풀잔 말야!
미영 대화? 무슨 대화? 나, 하늘같이 믿었던 남편한테 뒷통수 맞구 지금 돌아버리기 일보 직전이야! 무슨 대화를 원해? 당신 원하는게 뭔데!
다른 테이블에서 식사하던 사람들, 수근수근 ‘어머, 남편이 바람폈나봐. 저 아줌마 열받겠다...’등등.
민석 (챙피하다, 벌떡 일어나며)나가, 나가서 얘기해!
미영 (버럭)앉어! 밥 다 먹구 나가!
민석 (버럭)밥이 문제야 지금!
미영 (부글부글... 씹듯이)앉으라 그랬다!
민석 (할수 없이 털썩 앉는다)어휴......!(속이 터지는데)
미영 (꾸역꾸역 먹는다, 물 마셔가면서)
미영 (억지로 계속 먹는데)
민석 (부글부글... 어쩔 줄 몰라다하가)에잇!(나가버리고)
미영 (눈물 그렁한 눈으로 원망스럽게 민석 나간 쪽을 쏘아보는데)......!
S# 51. 미영거실
미영과 민석, 들어서면서 버럭버럭 싸우는 중이다.
민석 내 맘 정해졌어, 당신이 어떻게 해도 안변해! 그러니까 서로 진빼지 말구 차분하게 풀잔 말야!
미영 어쩌라구? 가시는 걸음걸음 꽃잎이라도 뿌려줄까?
민석 비꼬지 말구 차분하게 이성적으로 판단해봐!
미영 (버럭)이성? 무슨 얼어죽을 이성! 당신이나 이성 찾어, 난 멀쩡하니까!
민석 (버럭)소리 지르지마! 귀 안먹었어.
미영 (버럭)그 기집애 어디가 그렇게 좋으니?
민석 (버럭)함부로 말하지마, 그런 대접 받을 사람 아냐!
미영 (속이 뒤집힌다, 숨이 턱 막힐 지경)허, 미쳤구나!!!
민석 (안방으로 들어간다)
미영 (따라 들어가고)
s# 52. 동 안방
민석, 장롱 열어젖히고 여행가방에 옷가지들을 챙기고 있다.
미영, 깜짝 놀라서
미영 (떨리는)뭐하는 거야, 지금!
민석 (대꾸 않고 옷을 챙긴다)......
미영 (부들부들)뭐하는거냐굿!
민석 차분하게 얘기할 수 있을때까지, 떨어져 있자.
미영 (버럭)미쳤어 당신?!
민석 그래, 나 미쳤어! 그러니까 제발 나 좀 놔줘!
미영 (부들부들 떨리는)당신... 늙어서 나한테 얼마나 구박받을려구 이러니!
민석 (무섭도록 차분하게)당신 이럴수록 내맘 점점 멀리 달아나!
미영 (하늘이 노오랗다)......!
민석 내 마음 이미 정해졌구, 절대 안변해!(다 챙긴 가방 탁 닫는다)
미영 (두렵다)무슨...... 뜻이야?(하는데)
민석 (냉정하게)이혼하자!
미영 (충격에)......다시 말해봐!
민석 이 집이랑 예금통장이랑 나 가진거 전부 다 줄게. 원하는거 다 가져!
미영 (충격에 부들부들떨다가, 터져나온다!)당신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내가 살림을 못했니, 바람을 폈니!
당신 일 안풀려 생활비 못 갔다 줄 때도 군소리 한마디 안하고 열심히 뒷바라지 했어. 이천만원짜리 단칸방에서 시작해 31평 아파트까지
악착같이 달려왔다구! 근데, 이제와서 이혼을 하자구?! 당신이 사 람이니? 사람이야!
민석 (터져나오는)알어, 안다구! 그래서 미안해! 근데, 당신이 나 틀어잡구산대두 평생 껍데기만 보고 사는거야. 난 그여자 사랑해! 그 여자 없인 못 살거같다구! 이런 기분 평생 처음이야. 안보면 미치겠구, 잠잘 때도 일할 때도 밥 먹을 때도 내 머리 속 절반은 항상 그 여자 생각으로 가득찼어! 나쁜 놈이라 욕해도 좋고 침을 뱉어도 좋아, 다 좋으니까, 그러니까 제발 나 좀 놔주라. 부탁이다 나좀 놔달라구!
미영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다, 부들부들 떨리는)당신... 이제보니까 정말 무서운 사람이네... 이렇게 무서운 사람이었니?(하는데)
민석 (냉정하게)마음 정해지면 연락해. (나가려는데)
미영 (너무 무섭다, 민석 다리 잡고 매달리며)여보, 가지마! 나 당신없인 못살어, 내가 더 잘할게! 가지 마, 여보! 당신 지금 제정신 아냐!
민석 ......!
미영 (울음 터트리며)가지마, 여보. 나 당신 없으면 못살어, 이러지마 여보, 이러지마!(무서워서 벌벌 떨며 엉엉운다)
민석 (눈에 보이는게 없다, 미치겠다)이러지 말란말야, 나 가야돼 미영아, 놔주라!(미치겠다)
미영 (엉엉 우는)여보, 꽃비아빠아!(붙잡는데)
민석 (매몰차게 뿌리치고 나가버린다)
미영 꽃비아빠, 꽃비아빠!(엉엉 울며 쫓아나가는데)
S# 53. 동 거실
민석, 가방 들고 우뚝 서 있다.
꽃비, 민석을 보고 으앙! 놀라 울음 터트리고!
쫓아나온 미영, 꽃비를 보고 당황하고!
꽃비 (엉엉 무서워서 엉엉 울며)엄마랑 아빠랑, 이혼하는거야?
민석 (굳는)......!
미영 (당황)......!
꽃비 (엉엉 울며)이혼하는거야? 그런거야?
미영 꽃비야!
민석 ......!(굳어있다)
미영 (얼른 꽃비를 감싸안으며 얼버무리는)아니야, 그냥... 엄마랑 아빠랑 말다툼 한거야. 꽃비도 단비랑 싸울때 있잖아, 어른들도 그런거야.(버벅댄다)
미영 (간절한 눈으로 민석을 보는데)......!
민석 (힘이 빠진다...... 스르르 가방을 떨어트리고).......!
미영 (꽃비 끌어안고 눈물을 닦아준다, 마음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프다)......
꽃비 훌쩍훌쩍... (아직도 불안한 듯 부모들 눈치를 보는데)......
S# 54. 동 서재
일각에 민석의 가방이 놓여있고,
민석, 고뇌에 찬 얼굴로 의자에 앉아 있다.
마음은 온통 연정에게로 달려가는데
현실때문에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가 없다.
그래서 괴롭고, 그래서 미치겠다!!!
S# 55. 동 안방
미영, 꽃비를 안고 침대에 누워있다.
꽃비, 훌쩍훌쩍 울고
미영, 꽃비를 쓰다듬으며 달래는데, 자기도 눈물이 자꾸 나온다.
꽃비 (훌쩍훌쩍)엄마, 왜 울어?
미영 (얼른 감추려)아니야, 엄마가 왜울어?
꽃비 (미영 볼을 만지며)울잖아?
미영 아니야, 눈에 뭐가 들어갔나봐.....(마음이 찢어지는듯)
꽃비 (불안한듯 미영을 본다)엄마아!
미영 (아프게 웃어주는)아무 걱정마, 엄마랑 아빠랑 좀 있음 화해할거야. 지난번에도 그랬잖아.
꽃비 (뭔가가 불안하다)......!
미영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가 없어 외면하고 눈물 수습하느라 애쓰는데)
꽃비 (일어나서 밖으로 나간다)
S# 56. 동 서재
민석, 아주 괴로운 표정으로 석고상처럼 앉아있는데
꽃비가 조심스럽게 들어온다.
꽃비 (눈치보며)아빠아!
민석 (아프게)그래, 꽃비......
꽃비 아빠아......(안긴다)
민석 (부드럽게 안아주며)왜, 우리 꽃비......
꽃비 (말간 눈동자로 민석을 올려다보며)아빠, 엄마랑...... 이제 사랑 안하는거야?
민석 ......!(가슴이 콱 막히는 기분!)
꽃비 아빠랑 엄마랑, 사랑해서 결혼하구 우리두 낳구 그런거잖아......
민석 (숨이 멎을 것 같다. 끄덕끄덕)......!
꽃비 근데 왜 싸워? 왜 이혼할려 그러는데?(무섭고 서럽다)
민석 ......(힘들게 말문을 연다)꽃비야......!(하는데)
꽃비 (울먹울먹, 금방이라도 눈물이 솟아날것 같은 불안불안한 눈망울로)사랑이...... 변하는거야?
민석 (가슴이 먹먹해 온다)......!
꽃비 (충격이다. 엉엉 서러운 울음 터트리며)사랑이 변하는거야, 아빠?!
민석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 꽃비를 끌어안는데)......!
꽃비 (엉엉 울며)아빠가 우리 사랑하는 것도 변해?(꽃비에겐 엄청난 충격이고 공포다!)
민석 (가슴이 먹먹해서 목이 잠긴채로)아니야, 그건 절대 안변해! 아빠가 꽃비랑 단빌 사랑하는건 어떤 일이 있어도 안변해!
꽃비 (눈물젖은 눈으로 민석을 보며 끄윽 끅 서럽게)엄마 사랑하는건?
민석 ......!(말문이 막힌다, 가슴이 먹먹해지는데)
단비 (뛰놀다 들어와 꼬질꼬질한채로 땀뻘뻘 흘리며 벌컥 뛰어들어와)아빠, 나 변신로보트 조립하는거 해줘. 나혼자 못한단 말야!
민석 (아프게, 끄덕끄덕)......!
단비 (이상한듯 꽃비를 보며)누나 왜 울어?
꽃비 (민석 품안에 고개를 묻고 훌쩍훌쩍 흐느끼고)......
단비 (갸우뚱)어어......?(이상한 분위기다)
S# 57. 오션캐슬 룸(석양무렵)
연정, 창가에서 일몰의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
쓸쓸한듯...
문득, 고개 돌려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핸드폰 본다.
전화를 걸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만 둔다.
다시 쓸쓸하게 바다를 보고......
S# 58. 미영 애들방(밤)
스탠드 불만 켜있는 실내.
미영, 꽃비와 단비를 안고 잠이 들었다.
병아리를 품어안은 엄마닭처럼 웅크린 품에 아이들을 껴안고 피곤에 지친 파리한 얼굴로 설풋 잠이 들었다......
S# 59. 동 서재(밤)
민석, 의자에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다.
고뇌로...... 괴롭다......
그렇게 석고상처럼 밤을 꼬박 지새우며 앉아있다......!
S# 60. 아파트전경(아침)
활기찬 아파트촌의 아침 풍경.
S# 61. 미영거실
안방에서 나온 미영, 현관으로 가서 민석의 신발을 확인한다.
제자리에 놓여있는 민석의 구두......
미영, 작게 안도의 한숨... 아침준비하러 주방으로 들어가려다
조심스럽게 서재 문을 열어보는데......
S# 62. 동 서재(미영의 시선)
민석, 굳은 표정으로 의자에 앉은채 깊은 생각에 잠겨있다.
미영의 기척에도 돌아보지를 않는다.
저렇게 날밤을 세운 건가......!
미영, 가슴에 납덩어리라도 올린 듯한 심정으로 조용히 문을 닫는다.
S# 63. 동 주방
미영, 쌀바가지에 수돗물 틀고 쌀을 씻는데
서재에서 나온 민석, 거실을 가로질러 안방으로 들어간다.
미영, 돌아보지 않고 주춤......
다시 쌀을 씻는다......
S# 64. 동 안방
민석, 침대에 그대로 엎어진다.
혈색이 아주아주 안좋다. 식은땀 흘리고, 오한이 나는듯......
S# 65. 초등학교 앞
미영, 꽃비와 눈맞추고 옷깃 바로잡아주며
미영 우리 꽃비,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잘하고 와?
꽃비 (시무룩)네.
미영 씩씩하게 대답해야지?
꽃비 (좀 크게)네!
미영 (꽃비 안아주며)사랑해 우리 꽃비!
꽃비 (걱정스럽게)아빠랑 화해할거야?
미영 (아프게 웃으며)그러엄. 꽃빈 그런 걱정하지마. 어서 들어가.
꽃비 네.(고개 푹 숙이고 교문으로 들어간다)
미영 (걱정스럽게 지켜보는데)
꽃비 (저만치 가다가 뒤돌아본다)
미영 (웃으면서 손 흔들어주고)......
꽃비 (그제서야 조금 안심이 되는지 웃으며 손흔들어주고 돌아서 교실쪽으로 간다)
미영 (그 모습 걱정스럽게 지켜보다가 돌아서고)
S# 66. 미영거실
애들 등교시키고 아침 먹이느라 어질어진 실내.
미영, 식탁위에 아이들 먹던 빈그릇들 개수대에 옮기고
거실로 나와 바닥에 어질어진 꽃비 옷, 단비 양말, 준비물 등속을 주섬주섬 주워 치운다.
청소기 꺼내 돌리려다 안방에 신경이 쓰여서 도로 넣어두고
욕실로 간다.
S# 67. 동 욕실
빙빙 돌아가는 세탁기 속에 빨래거리를 쏟아붓는 미영,
멍하니 지켜보는데......
S# 68. 동 베란다
빨래를 다 널고 빈 빨래바구니 들고 거실로 들어가는 미영.
S# 69. 동 거실
빈 빨래바구니를 들고 거실을 가로질러 가다가
문득, 안방에 신경이 쓰인다.
바구니 내려놓고 안방으로 가는 미영.
S# 70. 동 안방
미영, 들어오면
민석, 엎드린 채로 가늘게 신음소리 내고 있다.
미영, 놀라서 다가가는데
민석, 혈색이 엉망인 채로 끙끙 앓고 있다.
오한이 나는 듯 식은땀도 흘리면서 아주 많이 아파보인다.
미영 (깜짝 놀라서)여보!(만지려는데)
민석 (야멸차게 그 손을 밀어버린다)......!
미영 (서러운 마음에 멈칫)......!(하는데)
민석 (기운 없이 나가라 손짓만)......
미영 (안타까운)왜그러는데? 어디가 어떻게 아픈거야?
민석 (나가라 손짓만, 눈도 못 뜨고 끙끙 앓고 있다)......
미영 (이마 짚으며)열이 펄펄나잖아!(하는데)
민석 (쥐어짜듯, 버럭)나가란말야, 나가라구!(베개를 집어던지는데 그 눈빛 아주 광포하다!)
미영 (충격에)여보오...(얼어붙었는데)
민석 (짚이는 대로 이불, 베개, 티슈통 집어던지며)나가, 나가라구!
미영 여보오!(무섭고 두렵고 충격적이다)......!
민석 (버럭)나가란말얏!(절규하는데)
미영 (충격으로 눈물 그렁그렁한채 밀려나간다)
S# 71. 동 거실
미영, 다리에 힘이 풀여 소파에 풀썩 주저앉는다.
E 끙끙앓는 민석......
미영, 벌떡 일어나 서성서성 어쩔 줄 몰라하다가 수화기 집어든다.
미영 (수화기, 떨리는 목소리로 울먹울먹)재원씨, 꽃비엄만데요, 저이가 이상해요......
S# 72. 민석회사
놀라서 벌떡 일어나 핸드폰 받고 있다.
재원 (핸드폰)네에? 알았어요. 내가 금방 갈게요.(핸드폰 끊고 양복상의 급하게 집어들며, 비서에게)급한 일 있으면 핸드폰으로 연락해!
비서 네.
재원 (뛰어나가고)
S# 73. 미영거실
미영, 현관문을 열어주면
재원 (헐레벌떡 들어서며)어떻게 된겁니까?
미영 (울먹울먹)모르겠어요. 끙끙 앓는데 손도 못대게 해요!
재원 (안방으로 들어가고)
미영 (따라 들어간다)
S# 74. 동 안방
재원과 미영, 들어가보면
민석, 식은땀 흘리며 몹시 앓고 있다. 정신 혼미한듯......
재원 (크게 놀라 민석볼을 흔들며)야, 이민석! 정신 좀 차려봐! 이민석!
미영 (흑흑 흐느껴 운다)꽃비아빠......!
재원 (민석을 일으키려는데)
민석 (힘없이 밀어내려는)
재원 (벌컥 화를 내며)뭐하자는거야 자식아!(들쳐업으며)미영씨, 의료보험증 챙겨서 따라오세요. (민석을 업고 나간다)
미영 (흑흑 흐느끼며 급히 경대 서랍에서 보험증 챙겨 따라나가고)
S# 75. 아파트 1층 현관앞
재원, 민석을 업고 나온다.
미영, 흑흑 울면서 따라나오고
경비아저씨, 놀라 무슨 일이냐 물으며 재원을 부축해준다.
경수도 햇반두개 달랑들고 휘파람 불며 룰루랄라 오다가 눈이 휘둥그래진다.
테니스복 차림의 유경, 라켓 들고 경쾌하게 오다가 “어머!” 놀라 다가오는데.
미영, 덜덜덜 떨리는 손으로 간신히 재원차 문을 열면
경비아저씨, 얼른 차 뒷좌석을 열어준다.
재원, 민석을 뒷좌석에 비스듬히 앉히고
급하게 운전석에 올라타고 시동건다.
미영, 뒷좌석에 타서 민석을 부축하고
재원차, 급하게 출발해서 달려간다.
경수 (의아한)무슨 일이예요?
경비 글쎄말이여, 어제까지만해도 멀쩡하던 양반이......
유경 (직감적으로)일났네!
경비 왜요? 무슨 몹쓸 병이라도 걸린거래요?
유경 아니요, 그런게 있어요. 미영이 쟤 골때리게 생겼네...... (찝찝한 표정으로 가던길 간다)
경수 (뭔가 자꾸 마음이 쓰이는듯 재원차 달려간 쪽을 연신 돌아보며 현관계단을 오르고)......!
S# 76. 꽃지 해수욕장
연정, 쓸쓸하게 해변을 산책하고 있다.
철썩철썩대는 바다를 쳐다보다가,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 꺼낸다.
민석이 준 핸드폰고리 만지작대다가... 결심한듯 전화를 건다.
E 신호음 소리......
S# 77. 미영 안방
E 침대 머리맡에서 울리고 있는 민석의 핸드폰......
S# 78. 꽃지 해수욕장
연정, 의아한듯 핸드폰을 들고 있는데
E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소리샘으로 연결되오니......
연정, 핸드폰을 끊는다데...... 뭔가가 이상하다!
S# 79. 응급실
민석, 응급실 베드에 누워 끙끙 앓고 있다.
의사, 민석의 눈꺼풀 확인하고 재원과 미영, 걱정스럽게 지켜보는데
재원 어떻게 된겁니까?
의사 (간호사에게)혈액검사부터 해요.
간호 (민석의 팔에 고무줄 묶고 혈액검사 준비한다)
미영 (엉엉 운다)여보오......
재원 아 참......!(난감한데)
간호 (커튼 치면서 내몰듯)나가계세요.
미영 (밀려나며)어떡해요 재원씨!
재원 너무 걱정마세요, 어제까지 멀쩡하던 놈이 무슨 일이야 있겠어요.(그러면서도 걱정스럽다)
미영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서 당장이라도 쓰러질듯)흑흑, 여보오......
S# 80. 민석회사
비서, 통화중이다.
비서 (수화기)네, 걱정마세요. 세원물산 서류는 이메일로 다 넣었구요, 견적송장은 상무님 책상에 올려놨어요. 근데, 사장님 많이 편찮으세요?
재원E 아직 몰라. 급한 일 있으면 전화하구.
비서 네.(수화기 내려놓는데)
E 노크소리
연정 (조심스럽게 들어서서)저......(둘러보는데)
비서 (호들갑)황연정씨 맞죠? 화면에서 많이 봤어요. 어머, 실물두 너무 이쁘시다!
연정 (어색)안녕하세요. 저기... 사장님 어디 가셨나요?
비서 (호들갑)사장님 많이 아프신가봐요.
연정 네?
비서 갑자기 응급실 들어가셨어요. 감기 한번 걸리는걸 못봤는데 웬일인지 모르겠어요.
연정 (크게 놀라)응급실이요?
비서 네. 상무님두 지금 거기 가계세요.
연정 (다리가 후들후들)무슨 일인데요, 교통사고예요?
비서 그건 아닌거 같구요, 저도 자세한건 모르겠어요.
연정 (다급히)어느 병원이예요?
비서 강남병원이래요.
연정 (급히 뛰어나간다)
비서 어어?(갸우뚱)
S# 81. 입원실
민석, 링거 맞으며 잠들어있다.
S# 82. 입원실 복도
미영과 재원, 의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의사 지금 소견으로 봐선 급성 황달같습니다.
미영 급성... 황달이요?
재원 아니, 멀쩡하던 사람이 왜 갑자기?
의사 그러니까 급성이죠. 오한에 복통, 식욕부진같은 증상이 있었을거예요.
미영 (울먹)통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그랬어요.
의사 최근에 급격하게 스트레스 받은 일 있나요?
미영 (충격)네?
재원 ......!(말문이 막히는데)
의사 급성황달도 그냥 방치해두면 만성간염이 되고, 이게 간경화나 간암으로 까지 발전하는 수도 있어요. 이 환자경우는 가벼운 증세니까 충분히 휴식하고 영양섭취하면 금새 회복될 겁니다. 일단 황달지수가 떨어질때까지 지켜보죠.(간다)
재원 감사합니다.
미영 (비틀, 어지럽다)......!
재원 미영씨!(부축하는데)
S# 83. 병원휴게실
재원, 종이컵 커피를 미영에게 건내주며 마주앉는다.
미영, 받아서 쥐고는 마실 생각도 못하고 초조한데
재원 (위로하는)너무 걱정마세요. 사람이 살다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고... 고비라는게 있는 법이잖아요.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나중에 옛날 얘기하면서 웃을 날이 올거예요.
미영 (절망적인 마음이 든다)미친 사람처럼 저한테 소리소리 질렀어요. 그렇게 아프면서도 손도 못대게 했다구요...
재원 (조심스럽게)그날 이후로 무슨 일 있었어요?
미영 (넋이 나간듯)펜션에서 그여자 아프단 소리 듣곤 미친듯이 뛰어나갔어요. 무조건 이혼해달래요. 집이랑 자기 재산 다 준다고 무조건 놔달래요......
재원 (기가 막히다, 혼잣말)참... 돌겠구만!(할 말이 없는데)
미영 건강은 타고난 사람인데, 감기 한번 안 걸리는 사람인데... 내가 이혼
안해 주는게, 저사람 쓰러트릴만큼 그렇게 힘들게 한건가요?
재원 ......!
미영 (멍한)다른 사람 같아요, 초등학교 때부터 쭈욱 알았던 이민석이 아니라 너무 낯선 사람처럼 느껴져요!
재원 미영씨......!(안쓰럽고, 미영이 너무 안돼보이는데)
S# 84. 병원앞
택시가 달려와 멈춰서면,
연정, 급하게 내려서 달려 들어간다.
S# 85. 입원실앞
연정, 조심스럽게 걸어와서 멈춰선다.
노크를 하려다가 멈칫... 망설이다가... 마침내 결심한듯 노크를 한다.
응답이 없다.
숨 한 번 크게 들이쉬고, 용기 내서 병실 문을 여는데...
S# 86. 입원실
민석, 노크 소리에 눈을 떴는데
연정이 핼쓱한 얼굴로 들어선다.
민석 (일어나 앉으며 놀라서)연정아!
연정 (눈물 글썽)......!
민석 어떻게 알고 왔어?
연정 (다가간다)어떻게 된거예요?
민석 (따뜻하게)별일 아니야, 좀 피곤했었나봐.
연정 데리러 온다 그랬잖아요, 전화도 안되고... 얼마나 놀랬는데요!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져내릴것 같은데)
민석 (그 모습이 한없이 연약하고 보호본능을 불러 일으킨다)걱정하지마, 나 괜찮아!(따듯하게 연정의 손을 잡는다)
연정 (안쓰러운듯 민석 손 만진다, 민석 손등위로 눈물 뚝뚝 흘리는데)......!
S# 87. 동 복도
재원과 미영, 걸어오고 있다.
재원 애들 올시간 다 됐을텐데, 어디 부탁할데 있어요?
미영 (힘없이)동창이 같은 단지 살아요.
재원 다행이네요. 저기, 민석이 한번 들여다보고 갈테니까, 급한 일 있으면 전화하세요. 이따 퇴근하고 다시 들릴게요.
미영 재원씨 볼 면목이 없네요...
재원 (따듯하게 미영보고 웃어주며)힘내세요.(하면서, 시선을 미영보면서 병실 문을 여는데)
미영 (병실 안을 보고 화들짝 놀란다, 부들부들 떨리는)이것들이......!
재원 (그제서야 놀라 병실 안 보는데)......?
S# 88. 병실(재원과 미영의 시선)
침대 위에 누운 민석의 가슴에 연정이 볼을 묻고 있다.
민석, 그런 연정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미영보고 멈칫!
연정, 놀라서 민석 품에서 빠져나와 눈물을 닦는데,
부들부들 떨며 뛰어들어가 연정의 뺨을 후려치려 손을 쳐들며
미영 (흥분해서 말도 안 나오는)이,이게!(하는데)
민석 (미영 손목을 나꿔채며, 버럭)그만해!
연정 ......!
미영 (원망과 절망으로 가득한 눈물글썽한 눈으로 민석을 보는데)......!
민석 (버럭)나를쳐, 이여자 죄없으니까 나를 치라구!
재원 (놀라서)이민석!
미영 (충격과 절망과 원망이 뒤섞인 허탈한 표정으로 떨리게)당시인!(하는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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