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솔솔라라솔 11
[풀벌레 울음]
[성난 숨소리]
[놀란 숨소리]
(윤실) 뭐야, 저 그림은?
[놀라며] 남자가
또 있는 거야?
[휴대전화 진동음]
여보세요
나야
(준) 보고 싶다, 라라야
널 꼭 만나고 싶은데
(준) 어제 준 티켓 갖고 있지?
우리 선착장에서 만나자
[감성적인 음악]
[무거운 효과음]
(준) 라라야, 내 얘기 듣고 있어?
[울먹이며] 응, 그래, 거기서 봐
[통화 종료음]
[옅은 한숨]
구라라 씨
예
[한숨]
긴말 안 할게요
방금 우리 준이
어디서 보기로 한 거예요?
(준) 라라야
[준의 가쁜 숨소리]
[반가운 숨소리]
[차 문이 탁 열린다] 많이 기다렸어?
(윤실) 그래, 많이 기다렸어 [차 문이 탁 닫힌다]
이제 그만 가자, 어?
(준) 아, 잠시만요, 잠시만요
엄마, 30분만, 아, 아니, 아니
10분만
라라한테 할 말 있어서 그래요
[자동차 엔진음이 들린다]
[놀란 숨소리]
[윤실의 놀란 신음] [차 문이 탁 열린다]
[무거운 음악]
(윤실) 아, 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차 문이 탁 닫힌다]
(명) 둘 다 태워
[준의 떨리는 숨소리]
[차 문이 탁 여닫힌다]
(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나는 너를 떠나왔다
[사람들의 웃음]
[승기 모의 웃음]
- (예서 모) 머리를 또 하네 - (승기 모) 어
(미란) 다운 펌이 되는 머리야? [사람들의 웃음]
[숙경이 민수를 탁 친다] (승기 모) 몇 번째 오는 거야?
(예서 모) 맨날 오는 거 같아 [승기 모가 호응한다]
(승기 모) 아유, 추민수는 진헤어에 아주 출근 도장을 찍으시네
(예서 모) 어머! [사람들의 웃음]
(민수) 아, 아파라, 진짜
파마하다가 머리털 다 뽑히겠네, 진짜
(숙경) 2주 전에 열 펌 하셨고
지난주에는 염색이랑 디지털 펌 하셨고
이틀에 한 번씩 드라이로 뽕 넣으시고
내가 안 뽑아도
머리가 다 상해 가지고 아휴, 이거, 이거, 이거 쑥대밭이야
머리가 다 뽑히게 생겼거든요 이거 뚝, 뚝, 뚝, 뚝!
그래서 좋은 걸로다가
영양도 같이 해 달라고 한 거 아니에요, 내가!
[흥미로운 음악] (예서 모) 아유, 정말
둘이 뭐 하는 거야, 지금?
아니, 지금 이게 싸움이야, 연애야?
(미란) 썸이지
- (미란) 아, 썸 - (예서 모) 아, 썸
(숙경) 아, 시끄러워
썸 같은 소리 말고 집에 가서 쌈이나 싸 먹어
[사람들이 깔깔 웃는다]
(예서 모) 어, 라임 좋다 [사람들의 웃음]
(승기 모) 아유, 그나저나 추민수는
은포에 아주 눌러앉을 작정인가?
제 고향이 원래 여기라고 말 안 했나요?
- (승기 모) 어? - (예서 모) 리얼리?
(미란) 금시가 초문인디요
[예서 모가 호응한다] [민수의 헛기침]
아는 동생들도 많고 그래서 사업 하나 해 볼까 구상 중입니다
[놀라며] 어, 그렇구나
(예서 모) 사업이라면 혹시
[혀 짧은 말투로] 연애 사업?
[사람들의 웃음]
(숙경) 아이고, 정말 [사람들의 웃음]
(TV 속 앵커) 지난 7월, 은포해상공원에서 발견된
20대 남자의 시신을 유기한 피의자가 잡혔습니다
(승기 모) 쉿, 다들 조용히 해 봐
(TV 속 앵커) 경찰은 은포 스토킹 납치 사건의 피의자 안중호를 수사하던 중
욕실에서 혈흔을 발견했고 DNA 분석 결과… [음산한 음악]
[사람들의 놀란 신음]
[TV에서 뉴스가 계속된다] (승기 모) 아, 그러니까
접때 해상공원에 떠오른 시체를
그 라라 스토커 안중호가 죽였다는 얘기야?
[함께 놀란다] 아, 잠깐만
그때 뉴스에서 익사라고 하지 않았어?
어, 그랬던 거 같은…
(예서 모) 우리 언니 정말 기억력이 너무 좋다 [승기 모의 멋쩍은 신음]
아니, 승기는 왜 이런 면을 안 닮은 거야?
(승기 모) 너 또 내 칭찬 하는 척하면서 네 딸 아이큐 자랑하려고 그러는 거지?
- (예서 모) 145요 - (미란) 아, 또, 또, 또 [승기 모의 못마땅한 신음]
(미란) 자식 배틀 시작이네
자식 없는 사람 서러워서 살겠냐?
(숙경) 익사면은
바다에 빠트려 죽인 건가?
자기 욕실에서 죽이고 바다에 버렸대요
(민수) 강 형사한테 들었는데
어떻게
썰 좀 풀어 드려?
(예서 모) 예스, 예스
[민수의 한숨]
(숙경) 이렇게 하고 얘기해 주세요, 자
사실 죽은 놈이
[흥미진진한 음악] 손버릇이 엄청 안 좋은 놈이었어
[예서 모가 호응한다]
(민수) 터미널 부근에서 가방도 엄청나게 땄다지, 아마
뭐, 쓰리꾼, 소매치기 뭐, 그런 거?
- (민수) 정답 - (예서 모) 맞혔어
(민수) 근데 그놈이 재수 없게 하필 안중호의 시계를 훔치게 된 거야
[의미심장한 효과음]
[사이렌이 울린다]
[의미심장한 효과음]
[사람들의 놀란 신음]
(예서 모) 그래서, 그래서?
안중호가 자기 거에 손댔다고 회까닥한 거지
[사람들의 놀란 신음]
욕실에서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막!
[사람들의 놀란 신음] (예서 모) 왜, 왜, 왜, 왜, 왜?
물고문을 한 모양이더라고
그러다
[날카로운 효과음] 컥!
[사람들의 겁먹은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 (예서 모) 쏘리 - (숙경) 저리 가, 저리 가, 플리즈
하여튼 보통 놈이 아니야
그러니 특전사 출신인 나도 당했지, 뭐
(미란) 특, 특전사 출신이에요?
네, 뭐
[익살스러운 효과음] [사람들의 황당한 신음]
(예서 모) 왜 저래? 자랑한다, 자랑 [미란의 웃음]
- (승기 모) 그만해 - (예서 모) 어
(승기 모) 그러다가 너 숙경이한테 진짜 니 킥 맞는 수가 있어
(숙경) 아휴, 정말, 진짜! [익살스러운 효과음]
[사람들의 장난스러운 비명]
(예서 모) 야, 특전사에 니 킥에 아주 그냥 천생연분이야
아! 아, 라라
라라는 요즘 어때?
- (승기 모) 아, 맞는다 - (예서 모) 응? 괜찮아?
[잔잔한 음악]
(하영) [한숨 쉬며] 또 저기 있네, 또 저기 있어
아, 바다를 보는 거야 하늘을 보는 거야?
산타루치아 보는 거야
배를? 왜?
누나가 준이랑 배 타기로 약속해 놓고 준이 엄마 달고 나온 거잖아
어?
준이 정체를 알게 돼서도 충격이겠지만
자기 때문에 준이가 강제로 끌려갔는데
마음이 편하겠냐?
그렇지
언니 요즘 진짜 좀 이상하긴 해
[익살스러운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웃으며] 계속 배가 고파서요
[숙경의 탄성]
- (숙경) 만두 몇 개 먹을래? - (하영) 어, 나 두 개
- (라라) 전 열 개요 - (숙경) 열 개?
배 터지면 어쩌려고
괜찮아요
아이, 배가 터지는데 뭐가 괜찮아?
저 많이 먹을래요
(라라) 열 개
(하영) 일단 뭘 너무 많이 먹어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하영) 그리고
아이, 되지도 않는 댄스를 그렇게 춘다
[라라가 흥얼거린다]
[숙경이 흥얼거린다]
[익살스러운 음악] [라라의 탄성]
(라라) ♪ 덤디덤디 ♪ [라라의 추임새]
♪ 덤디덤… ♪
[함께 웃는다]
(숙경) ♪ 덤디덤디 ♪
(하영) 거기다가 아니, 엄마랑 화투도 쳐
(숙경) 비약, 풍약, 초약은 20점
홍단, 청단은 30점이라고 몇 번을 말을 해
이렇게 계산이 안 돼 가지고 이걸 얻다가 써
다시 해요
[라라의 힘주는 신음] [숙경의 놀란 신음]
(승기) 저 누나 원래 이상하잖아
원래 이상하긴 한데
(하영) 이번엔 뭔가 조금 다르달까?
뭐랄까, 아, 자꾸 새로운 걸 시도하려고 한다
잡생각 안 하려고 그러나 보네
(하영) 응?
마음이 복잡하니까 그런 거라고
(승기) 야, 그나저나
준이 그 자식은 너한테도 연락 없냐?
어, 그날 이후로 완전 잠수야
와, 독한 놈
여기 일 싹 다 잊고 새 출발이라도 한 건가?
[새가 지저귄다] [차분한 음악]
밥 먹어야지
싫어요
[윤실의 성난 숨소리]
[윤실의 놀란 숨소리]
굶어 죽을 거야?
이러다 영양실조 걸려
상관없어요
뭐가 상관없어, 뭐가!
[한숨]
체력이 받쳐 줘야 공부도 할 거 아니야
내년 봄에 검정고시 보고 가을에 정시 보려면
(윤실) 스케줄 빠듯하다고 김소형 선생님이 얘기하는 거 못 들었어?
[한숨]
(준) 됐고 빨리 핸드폰이나 주세요
[한숨 쉬며] 진짜 너…
(미란) 근데
준이는 어쩜 그렇게 우리를 감쪽같이 속였을까?
(승기 모) 그러니까
우리 승기랑 같은 고3일 줄 누가 알았겠어 [저마다 호응한다]
(예서 모) 야, 선우병원 외동아들인 게
진짜 쇼킹하지 않냐? [미란과 승기 모가 호응한다]
[민수가 혀를 쯧쯧 찬다]
다들 눈뜬장님들이셨구먼
[승기 모의 못마땅한 신음] (미란) 뭐라고요?
(예서 모) 우리 무시하는 거예요, 지금?
(숙경) 공부도 잘하고 부잣집 아들이
대체 왜 가출을 했을까?
나도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그 사모님이 어마어마하게 피곤한 스타일이야
[승기 모가 호응한다] (민수) 맨날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해서
사람을 쥐 잡듯 잡는데
그, 있잖아
같은 공간에만 있어도 숨이 턱 막히는 사람
딱 그래요 [예서 모의 탄식]
아, 난 그것도 모르고 그냥 라라 얘기를 술술 다 불었으니
(예서 모) 아휴, 이놈의 주둥이를 그냥…
아이, 엄마인 줄 모르고 그랬잖아, 뭐
(승기 모) 아, 그나저나 준이 걔 생각하면 할수록 간도 크다
어떻게 그 나이에 그 신분에
한 번 다녀온 데다가 집안까지 쫄딱 망해서
개털이 된 여자를 좋아할 수가 있어?
사랑이 뭐, 그런 거 따지고 찾아오나
둘이 저렇게 될 줄
자기들도 몰랐을걸
- (승기 모) 하긴 그렇지 - (미란) 그건 그렇다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 (하영) 다녀왔습니다 - (승기) 놀러 왔습니다
(승기 모) 놀러 왔어, 아들?
[흥미진진한 음악] - (승기) 엄마? - (승기 모) 이놈의 새끼가 그냥
(승기 모) 너는 수능을 코앞에 놔두고 '놀러 왔습니다'라는 말이 나오냐?
[하영의 못마땅한 신음]
(숙경) 공부를 하든 놀든 상관 안 하는데 그 폰 좀 그만해
(예서 모) 그냥 와이파이를 끊어 버려
(승기 모) 그래
(하영) 아, 그건 안 되거든요
- (승기) 아줌마 - (예서 모) 왜?
(승기) 공기 중에 산소가 있어서 우리가 숨 쉬는 거 알죠?
(숙경) 근데 뭐?
우리한테는 와이파이가 산소랑 같아요
(승기 모) 이놈의 새끼가 좀 맞아야지 정신 차리지?
어? 피해? 일로 와, 일로 와, 일로 와, 일로 와
[승기의 놀란 신음] 야, 이놈의 새끼야, 거기 서, 안 서!
아주 그냥, 아휴, 정말 [문이 달칵 닫힌다]
[한숨]
[한숨]
(소형) 여기요
[어색한 웃음]
(윤실) 선생님이 아니라
우리 준이를 못 믿어서 그래요
수업 마치시면 돌려드릴게요
이해합니다
[살짝 웃는다]
[윤실의 옅은 신음]
(윤실) 음, 뭐, 입시야 선생님이 워낙 알아서 잘해 주실 거라고 믿고
혹시
방정남이라고 아세요?
어, 정남이 잘 알죠
제 첫 제자였잖아요
(소형) 한국 의대 정시 케이스
그 어머니하고도 친한데, 왜요?
친하다니까 부탁드리는 건데
우리 준이 얘기
아, 특히 그분한테는 절대
비밀로 해 주세요
[헛웃음]
(소형) 저 하루 이틀 보세요?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함께 웃는다]
[웃으며] 역시
(소형) 준이 기초 실력이야 워낙 탄탄하고 머리도 좋아서
학습적으로 걱정되는 건 하나도 없는데요, 어머니 [윤실의 웃음]
근데 준이 정신이 딴 데 가 있네요
[무거운 음악] 전혀 과외 진행이 안 되고 있어요
여자 친구가 있던 거 맞죠?
아!
(윤실) [입소리를 쩝 내며] 아, 그거 별거 아니에요
그 문제는 신경 쓸 거 없어요
제가 다 알아서 해결합니다
[살짝 웃는다]
네
[못마땅한 신음]
[풀벌레 울음]
대체 언제까지 이럴 거야?
잠깐만 다녀올게요
아무 말도 못 하고 와서 라라가 힘들 거예요
[성난 신음]
라라?
너 지키겠다고 밤마다 보초 서는 엄마를 좀 그렇게 걱정해 봐 [준의 한숨]
(윤실) 넌 어쩜 여자를 만나도 그렇게 허접한 여자를 만나니!
그 라라인지 뭔지 그 여자
아빠 병원 방정남 선생한테 파혼당한 여자인 건 알아?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한데요?
나 그런 거 상관없어요
뭐가 상관없어, 동네 창피하잖아!
[무거운 음악] [답답한 숨소리]
어쩜 그 여자는 그렇게 분수도 모르고 염치도 없니?
내가 먼저 좋아했어요
너 이 자식 정말!
[윤실의 성난 신음]
네 아빠가 아는 날엔 끝장이야
그 여자 가만 안 둘 수도 있어
마음대로 하라고 하세요
내가 지킬 테니까
[경보음]
[준의 한숨]
[윤실의 기가 찬 숨소리]
정신 빠진 놈
[윤실의 성난 숨소리]
[옅은 한숨] [문이 달칵 닫힌다]
[서툰 피아노 연주]
[라라의 웃음]
(라라) 할아버지, 너무 잘 치세요
(만복) 선생님이 쉽게 악보를 바꿔 주셔서 그렇게 된 거 아닙니까?
그렇죠? 제가 이런 건 참 잘해
[웃음] (만복) 아휴
할멈이 들었으면 참 좋아했을 텐데
나만 두고 뭐가 급해 그리 빨리 갔는지
벌써 1주기가 돌아오는구먼
할아버지
(라라) 그럼 그날 '소녀의 기도' 연주회 열어 보는 건 어때요?
연주회?
(만복) 이 실력으로?
아이고, 남사스럽게
(라라) 어, 실력이 어때서요? [만복의 웃음]
굿, 굿, 굿이니까 걱정하지 말고 일단 연습부터 하세요
할머니한테 들려드린다 생각하시고요
[망설이는 신음]
(만복) 씁, 그럼
한번 해 볼까요?
접수!
[함께 웃는다]
그러면 [휴대전화 조작음]
(라라) 준비물, 씁
초대장
다과도 있어야겠지?
(만복) 그, 준이한테 연락은 아직이지?
사정이 있을 거야
너도 준이 그놈을 잘 알잖니?
(라라) 할아버지
저는
준이 진짜 나이도 준이가 가출했다는 것도
또 선우재단 아들이라는 것도 몰랐어요 [라라의 웃음]
생각해 보면 모르는 게 더 많아요
[라라의 어색한 웃음] [만복의 옅은 한숨]
겉으로 드러나는 것들만 몰랐을 뿐
넌 준이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
(만복) 그놈이 센 척하지만 여린 놈이라는 거
[잔잔한 음악]
[울먹이는 숨소리]
늘 화난 척하지만 웃을 줄 아는 녀석이라는 거
- (라라) 먹지 마! - (준) 싫어
(만복) 무뚝뚝한 것처럼 보이지만 다정하다는 거
(라라) 오, 시원해
(만복) 진짜 그 사람을 안다는 건 그런 걸 말하는 거야
네, 할아버지
[라라의 옅은 웃음]
(만복) 전에 나한테
왜 결혼을 5년이나 있다 했냐고 물었지?
왜요? 그냥 빨리해 버리지
(만복) 내가 가진 게 너무 없었거든
겨우 방 한 칸 마련하고 식을 올렸다
사실은 다른 이유가 있었다
(만복) 중간에
순자 씨랑 헤어진 적이 있었어
진짜요? 왜요?
(만복) 아, 지금처럼 휴대폰이 있던 시절도 아니었고
연락할 방법이 없어서
영영 못 보겠구나 싶었던 날들이었지
근데 만나지더구나
[옅은 한숨]
(만복) 인연만 있으면 어떻게든 다시 만날 수 있게 된다
[풀벌레 울음]
['소녀의 기도'가 피아노로 연주된다]
(젊은 순자) 이 곡
제가 정말 좋아하는 곡인데 어때요?
(젊은 만복) 좋네요
꿈꾸는 느낌도 들고
(젊은 순자) 피아노 소리가 얼마나 좋은지
언니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부드러운 피아노 연주] (젊은 순자) 언니가 피아노를 칠 때마다
걸레를 들고 일부러 방으로 들어가요
방을 닦으면서 몰래 듣는 거죠
[살짝 웃는다]
[놀라며] 늦었다
언니가 사 오라는 호떡 다 식겠어요 [젊은 만복의 다급한 신음]
이 곡만 다 듣고 가요
그럴까요?
(젊은 만복) 순자 씨
[짜증 섞인 신음] [건반이 쿵 울린다]
[함께 피식 웃는다]
[밝은 음악]
(라라) 와, 할아버지, 너무 재밌어요
아, 근데 그렇게 좋아하셨다면서 왜 헤어지신 거예요?
[살짝 웃는다]
[숨을 씁 들이켠다]
(남자) 저, 맞선은 처음이라 아무 기대 없이 나왔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분이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저, 저기…
(남자) 씁, 저, 다 마셨으면
요 앞 덕수궁이라도 한 바퀴 돌까요?
(젊은 순자) 정말 죄송합니다
저는
만나는 사람이 있어요
주인아저씨 소개라 거절을 못 했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애잔한 음악]
만복 씨!
[젊은 만복이 달그락거린다]
미안해요
정말 거절하러 간 거라니까요
[젊은 순자의 답답한 숨소리]
정말 오해예요
계속 말도 안 하고 이럴 거예요?
순자 씨
네, 만복 씨
우리
그만 만납시다
[라라의 놀란 신음]
(라라) 할아버지 너무하셨다
할머니는 진짜 거절하러 나가신 걸 텐데
헤어지자는 말을 왜 그렇게 쉽게 하셨어요?
(만복) 그 선보던 남자가
좋은 구두에 좋은 양복을 입고 있었다 인상도 좋고
(만복) 순자 씨가 저런 사람과 살면 편하게 살겠구나 싶었지
아무것도 없는 나랑 살면 고생길이 훤할 테니까
그땐 그게 최선인 것 같았어
(만복) 그래서
일방적으로 구둣방도 옮겼고
[젊은 만복과 젊은 순자의 웃음]
우리
그만 만납시다
(만복) 내가 너무 어려서 순자 씨한테 큰 상처를 줬어
[문이 달칵 열린다]
(주인집 언니) 어머, 얘! [젊은 순자의 놀란 신음]
누가 피아노 만지래?
[울먹이며] 언니, 저 피아노 안 만졌어요
(젊은 순자) 행주로 닦기만 했어요
정말 안 만졌어요
(주인집 언니) 진짜야?
네
(만복) 그리고 두 달쯤 지났나?
결국 순자 씨가 너무 보고 싶어 내가 그 집을 찾아갔다
[한숨]
(주인집 언니) 누구세요?
(젊은 만복) 안녕하세요, 김만복이라고 합니다
그, 여기서 일하는 순자 씨를 좀 만나고 싶은데
순자는 왜요?
설마 애인?
[결연한 신음]
네, 순자 씨와 결혼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놀란 숨소리]
순자 지금 잘 텐데
걔가 원체 일찍 자요
아, 아, 그럼
(젊은 만복) 이거라도 좀 전해 주세요, 꼭요
(주인집 언니) 흥
[문이 달칵 열린다]
[한숨] [문이 달칵 닫힌다]
[문이 달칵 열린다]
(젊은 순자) 아, 왔어요, 언니? [문이 달칵 닫힌다]
너한테 편지 왔더라
(주인집 언니) 여기
(젊은 순자) 고마워요, 언니 [주인집 언니의 한숨]
근데 누가 보낸 거예요?
아, 맞는다, 너 한글 모르지?
(만복) 순자 씨는 형편이 어려워 동생들 뒷바라지만 하다
열다섯에 서울로 식모살이를 왔다
그래서 제때 글을 못 배웠는데 그땐 그걸 몰랐어
(주인집 언니) 김만복이 보냈네
[부드러운 음악]
만복 씨가요?
정말 김만복이 보낸 거예요?
- 읽어 줘? - (젊은 순자) 네, 언니
[주인집 언니의 헛기침]
(주인집 언니)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순자 씨와 헤어지려 했습니다'
'하지만 순자 씨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네요'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심순자'
'당신과 평생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못마땅한 신음]
너 지금 이 만복이한테 시집이라도 가겠다는 거야?
나 결혼한 다음에, 그다음에 가
아이, 너 없으면은 우리 집 밥, 청소, 빨래 누가 해?
내 심부름 누가 하냐고!
(젊은 순자) 그건… [주인집 언니의 한숨]
'내 청혼을 승낙한다면 이번 주 토요일 5시'
(젊은 만복) 금성 다방으로 나와 주세요
(주인집 언니) '중앙 다방으로 나와 주세요'
중앙
됐지?
[주인집 언니의 못마땅한 신음]
[부드러운 음악] [벅찬 숨소리]
만복 씨
만복 씨
[새가 지저귄다]
[긴장한 숨소리]
[풀벌레 울음]
(주인) 이제 문 닫을 시간인데 커피는 도대체 언제 시킬 거야?
에이, 진짜, 몇 시간째야, 정말
(만복) 결국 순자 씨는 나오지 않았다
(라라) 어떡해
(만복) 순자 씨가 내 마음을 거절했다고 생각한 난
순자 씨 생각이 날 거 같아서
되도록 멀리 떠나왔다
바로 여기 은포로
아이, 그럼 언제 어떻게 다시 만나게 되신 거예요?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라라) 시, 시아야
[숨을 씁 들이켠다]
(시아) 진짜 피아노 학원을 차렸구나?
(민수) 혼자 오기 무서워서 그래요, 무서워서
내 목숨 구해 줬으니까 책임도 져야지, 뭐, 쯧
(숙경) 생긴 거랑 다르게 왜 이러실까, 정말 특전사가 뭔 겁이 이렇게 많아
[민수의 멋쩍은 신음]
왔으니까 얼른 선생님 보러 가죠
(숙경) 음, 뭐 안 묻었죠?
[숙경의 옅은 헛기침]
(민수) 아, 그쪽 아니고 이쪽이라…
(숙경) 어?
아, 오랜만이에요
- 누구셨더라? - (숙경) 아이
(영주) 아, 그, 그 진헤어?
(숙경) 네, 진헤어 원장 진숙경입니다 [영주의 한숨]
아유, 머리하러 왔으면 미용실로 오지 왜 여기 있어요
[영주의 당황하는 신음] [숙경의 웃음]
- 누구 좀 만나러 왔어요 - (숙경) 누구, 누구, 누구?
전남편요
[흥미진진한 음악] (영주) 가세요, 그럼
(민수) 전남편이면 이혼을 했나 보네
가서 진료 보세요
(숙경) 전 따로 볼일이 있네요
아, 이쪽이네
[숙경의 한숨]
뭐지?
[익살스러운 효과음]
[영주의 한숨]
지금 진료 시간인데
그럼 전화도 안 받고 문자도 씹는데 어떡해?
(영주) 내가 이렇게라도 안 하면 볼 수가 없는데
아, 도대체 왜 나를 봐야 되는 건데?
내가 너무 궁금한 게 있거든
[한숨]
(영주) 아니, 왜 이 여자한테 피아노를 배우는 거야?
이 여자 정남 씨 신부였잖아
아, 그래서 뭐?
정남이 부인이 될 뻔한 사람이지만
(은석) 여기 이 병원에 실려 온 내 환자이기도 해
이 여자가 다쳤었다고?
아, 그럼 당신이 주치의였어?
주치의?
[생각하는 신음]
[잔잔한 음악] (라라) 조금만 더 왼쪽요
[라라의 울음] (은석) 여기인가?
[웃음]
[격정적인 피아노 연주]
아, 근데 환자가 아니라 날 치료해 준 사람인가?
그 피아노 선생님 구라라 씨가 내 주치의야
나를 다시 웃게 만든
당신 지금
내 앞에서 그 여자가 좋다고 고백하는 거야?
(은석) 아니
깨달은 거야
어이가 없네, 진짜
[한숨] [문이 드르륵 열린다]
(영주) 아이씨
아, 진짜
(영주) 누구 좀 만나러 왔어요
전남편요
오 마이 갓
저 여자 전남편이 차 쌤이었어
[의미심장한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민수) 왜 이래요?
[한숨 쉬며] 그러니까
내 이 손으로 우리 차 쌤 전 부인 머리를…
[숙경의 괴로운 신음]
혹시
여기 의사 선생 좋아했던 거예요?
(숙경) [훌쩍이며] 네?
어머나! 어딜 만져?
아휴, 진짜!
[숙경의 짜증 섞인 신음]
저런 샌님 스타일을 좋아했던 거구나
[익살스러운 효과음]
(라라) 너무 반가워, 시아야
(시아) 오랜만에 보니까 좋네
근데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거야?
(시아) 나 후원해 주는 친한 언니가 알려 줬어
여기 옆집에 머리하러 왔다 널 봤다더라고
누구지?
[흥미로운 음악] (숙경) 가끔 드라이하러
서울서 여기까지 오는 손님 있잖아, 왜 [저마다 호응한다]
널 본 적이 있는 거 같다고 하던데?
[놀라며] 그분?
근데 그분이 날 어떻게 알지?
[시아의 웃음]
(시아) 우리 졸업 연주회에서 봤겠지
그날 네가 한 짓을 좀 생각해 봐
[라라가 '작은 별 변주곡'을 연주한다]
[함께 웃는다]
(시아) 아빠 돌아가시고 많이 힘들었을 텐데
사실 그때 널 외면한 게 내 마음에 걸렸어
늦었지만 미안해
[잔잔한 음악]
미안하긴, 그때 너도 힘들었다며
큰일도 있었고 엄마도 아프시고
(시아) 응
지금도 많이 힘들어하셔
실은
동생한테 사고가 있었어
죽었어
동생이
시아야
여전히 힘들지만 좋은 것만 기억하려고
(시아) 나랑 다르게 내 동생 지훈이는 정말 밝았거든
내가 아들 같고
[살짝 웃으며] 동생이 딸 같은?
[안타까운 숨소리]
그래서 엄마가 더 힘든가 봐
진짜 힘들었겠다
나야말로 미안해
친구라면서 아무것도 몰랐어
우리 이제 서로 미안해하지 말자
(시아)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들이었잖아
(라라) 응 [시아의 웃음]
(시아) 아, 사실
이걸 보여 주려고 왔어
엄마가 지훈이 폰을 끼고 살아서 난 여태 못 봤던 사진인데
내 동생이 네 1호 팬이었다더라
(라라) 1호 팬?
(지훈) 1호 팬입니다
[밝은 음악] 팬?
생각났다
그때 그 애가 네 동생이었다고?
그 꽃다발 나 주려고 가지고 온 줄 알았는데
(시아) [웃으며] 네 거였나 봐, 나쁜 놈
[웃음]
왜 그래?
[애잔한 음악]
(라라) 시, 시아야
이 사람 아는 사람이야?
(시아) 준이?
지훈이 베프
기숙사 룸메였어
둘이 얼마나 죽고 못 살았는데
아, 맞는다
우리 졸업 연주회에도 왔었지, 아마
[카메라 셔터음]
[무거운 효과음]
[옅은 한숨]
[거친 숨소리]
[의미심장한 효과음]
(라라) 그날이 처음이 아니었어
[라라의 놀라는 신음] (준) 왜 남의 물건을 함부로 봐!
(라라) 이거 반주도 네가 연주한 거야?
(준) 전에 내가 말했던
소중한 친구 말이야
기타 반주 녹음했던
죽었어
(라라) 날 벌써 알고 있었으면서
[한숨]
왜 아무 말도 안 했어, 준아
[준이 '사랑의 기쁨'을 연주한다] [풀벌레 울음]
[잔잔한 음악]
(승기) 아직은 날씨가 너무 덥다
(하영) 왜? 난 딱 좋은데, 어? 아저씨!
- (하영) 안녕하세요 - 어, 응
(하영) 혹시 저희 집에 뭐 온 거 있어요?
어디 보자
어, 옆집에 왔네
- 그럼 제가 전해 줄게요 - (집배원) 응
(승기) 야, 이거 선우재단이면
준이 엄마 아니야?
아이씨
근데 뭐가 이렇게 두껍냐?
설마 여기 안에 돈 든 거 아니야?
(하영) [놀라며] 어, 돈?
[무거운 음악]
[부스럭거린다]
[라라가 흐느낀다]
[멍 짖는 효과음]
[흐느낀다]
(승기) 야, 어떡해? 누나 울어
(하영) 아, 씨, 그 아줌마가 이상한 협박 편지 같은 거 보낸 거 아니야?
아니면 돈이 너무 적어서 실망했나?
- (하영) 야! - (승기) 아, 아파
너는 우리 언니를 뭘로 보고, 씨
[하영의 한숨]
야, 아무래도 안 되겠다
- 가자 - (승기) 어딜?
서울
진, 진심?
[흥미진진한 음악] 내가 준이네 가서 한판 떠야지 안 되겠어
(하영) 야, 너는 전화도 씹고 문자도 씹고 다 씹는
아주 그놈 자식 멱살을 콱 잡아 주고 [승기가 호응한다]
[한숨 쉬며] 난 그 아줌마한테 가서
아무것도 모르고 당한 우리 언니 그만 좀 괴롭히라고
확 한마디 날려 주고 오게
근데 우리 학원은 어쩌고?
당근 째야지
(승기) 아, 오늘 만복 할아버지 연주회잖아
(하영) 연주회 전까지 오면 되지
간 김에 우리 준이도 데려올까?
그럴까?
[하영의 탄성] [함께 아파한다]
(숙경) 공부는 안 하고 또 무슨 작당들이야?
(하영) 아, 엄마는 하나밖에 없는 딸 의심하는 게 취미야, 뭐야?
취미?
[하영의 놀란 신음] - (숙경) 요게 그냥, 요것들이 - (승기) 아줌마, 이따 봐요
(숙경) 네가 대신 맞아 봐라 [승기의 아파하는 신음]
[소란스럽다]
[한숨]
취미?
(라라) 미미야 [낑낑거린다]
언니 실컷 울었으니까 이제 힘 좀 내 볼까?
[밝은 음악] [낑낑거린다]
미미야 [낑낑거린다]
준이 오빠 왜 언니한테 거짓말했을까?
만나면 화 좀 내 줄까?
[낑낑거린다]
그냥 때리라고?
[멍멍 짖는 효과음]
100대 때려? 알았어 언니가 미미가 시키는 대로 할게
[낑낑거린다]
(은석) 계십니까?
(라라) 어, 선생님
빈손으로 오기 뭐해서…
아이, 고맙습니다
(은석) 어, 미니델피늄이란 꽃인데
꽃말은 나중에 찾아봐요
네, 근데 이렇게 아침 일찍 무슨 일이세요?
하영이가 라라 씨 도와주라고 연락을 했더라고요
자기랑 승기는 오늘 늦을 거라고
공부하느라고 바쁜가 보다
뭐, 그럴 수도, 네
[발랄한 음악]
[하영의 탄성]
(하영) 아이, 뭐, 우리 동네보다 쪼끔 더 건물이 높긴 하네, 쪼끔
[헛기침하며] 야, 걱정하지 마
이 오빠가 서울 지하철 노선이랑 버스 노선 완전히 파악해 왔으니까
(승기) 봐라
여기서 경의중앙선을 타고 왕십리역으로 가
왕십리에서 분당선을 갈아타고 강남구청역에서 내리는 거야
그리고 3번 출구로 나간 다음에 다섯 정거장을 이동을 하면…
(하영) 어, 여기요!
(승기) 야, 같이 가!
(하영) 넌 까까로 택시도 모르냐?
[승기의 탄성]
(승기) 야, 천재인데?
아, 같이 가
[승기의 탄성]
(승기) 이 집 확실한 거야?
[흥미로운 음악]
(민수) 그 사모님 만만한 사람 아니다
조심해
아저씨, 우리 엄마한테 비밀인 거 알죠?
(민수) 쬐깐한 게 깐깐하긴
비밀 유지가 내 직업병이거든?
생각보다 더 부자네
(하영) 야, 초인종 눌러
- 내가? - (하영) 그럼 내가 눌러?
(승기) 아니, 당연히 내가 해야지
[초인종이 울린다]
(가사 도우미)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저, 저는 그러니까, 그, 어, 그…
(하영) 저희 준이 친구들인데요
(가사 도우미) 아, 예
누군데 그래요?
도련님 친구들이라는데 은포에서 왔다고…
은포? [무거운 음악]
[윤실의 한숨]
지금 나가서 준이 없다 그러세요
그리고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 그래요
(가사 도우미) 네
아, 안 그래도 골치 아파 죽겠는데
별것들이 다 찾아오고 그러네, 정말
(하영) 아이, 진짜 짜증 나네
아, 얼굴을 보여 줘야
한 판을 뜨든 두 판을 뜨든 뜰 거 아니야
아이씨
내가 담이라도 한번 넘어 볼까?
[흥미로운 음악]
진짜? 할 수 있겠어?
아, 야, 내가 은포고 날다람쥐야
(승기) 큰 키 이럴 때 쓰지 언제 쓰겠냐?
(하영)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승기의 힘주는 신음] [사이렌이 울린다]
(승기) 야, 경찰이야?
(하영) 빨리빨리 숨어
[하영의 다급한 신음]
(승기) 야, 이게 무슨 일이야? [차 문이 탁 닫힌다]
(하영) 뭐야? 누가 쓰러졌나?
[문이 끼익 열린다] (윤실) 아, 빨리, 빨리, 빨리
아, 빨리 [윤실의 다급한 신음]
[무거운 효과음]
[무거운 음악] 설마 저거 준이야?
(윤실) 선우병원 응급실로 갑시다, 어서
[사이렌이 울린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야, 우리도 빨리 가자, 선우병원
- (승기) 어, 가자 - (하영) 가자
[밝은 음악]
[은석의 힘주는 신음]
[다가오는 발걸음]
[힘주는 신음]
- (은석) 고마워요 - (라라) 네
[은석이 의자를 탁 편다]
[승기 모의 환호성]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저마다 반긴다] - (예서 모) 차 쌤! - (미란) 어머나, 저거 봐
계집애, 그냥! 너 어디야?
(숙경) 학원도 안 가고 어딜 쏘다니는데 아직도 안 들어오는 거야?
미안, 엄마, 나 지금 사정이 좀 있거든
만복 할아버지 연주회 곧 시작한단 말이야
[한숨 쉬며] 엄마가 내 몫까지 두 배로 축하해 드리고 와
내가 어떻게든 오늘 안에는 갈 테니까
아, 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아, 엄마, 나 지금 바빠, 끊어
[휴대전화 조작음]
하여튼 그냥 고3이 공부는 안 하고
허파에 바람만 들어서는, 으이그, 이게 [문이 달칵 열린다]
어머나
(숙경) 아유
어머나, 할아버지
딴 사람인 줄 알았어요
저, 드라이 가능해?
(숙경) 아이, 그럼요, 앉으세요, 얼른
여기, 여기
[만복의 옅은 한숨]
[숙경의 탄성]
(숙경) 어쩜, 새장가 가셔도 되겠어
무슨 소리야?
난 다시 태어나도 순자 씨랑 결혼할 건데?
할머니가 깜짝 놀라서 무덤에서 일어나시겠어요
'나는 노 생큐야' 하고
내가 그렇게 별로야?
그래서
♪ 지금 이 순간 ♪
제가 여기 있는 거잖아요
(숙경) 씁, 자
키 얼마큼 더 크게 해 드릴까요?
3cm? 5cm?
(만복) 10cm 부탁해 [숙경의 놀란 숨소리]
[손가락을 딱 튀기며] 오케이, 어디 해 보죠
(숙경) [헤어드라이어를 달그락 집으며] 자
[헤어드라이어 작동음] 갑니다
[라라가 살짝 웃는다]
(라라)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다들 바쁘신데 와 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사람들의 환호성]
그럼 오늘의 주인공 김만복 님을 만나 볼까요?
김만복 님!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성]
(승기 모) 멋있다!
[사람들의 웃음]
[휴대전화 조작음]
['소녀의 기도'를 연주한다]
[부드러운 음악]
[젊은 순자의 웃음]
[풀벌레 울음]
[함께 웃는다]
(라라) 할아버지, 그래서 어떻게 할머니를 다시 만났는데요?
(만복) 음
이 음악 때문이었다
[새가 지저귄다]
['소녀의 기도'가 들려온다]
[한숨]
(만복) 내 얼굴도 내 이름도 잊은 아내의 마지막 기억이 이 음악이었지만
난 하나도 슬프지 않았다
(만복) 그 안에 내가 있었거든
여보
고마워요
나
잘 갈게요
[잔잔한 음악]
[풀벌레 울음]
[라라의 힘주는 신음]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
[쓰레기를 부스럭 담는다]
제가 준비한 곡은
'사랑의 기쁨'입니다
[잔잔한 피아노 연주]
[애잔한 음악]
[한숨]
[펜을 달그락 떨어트린다]
아니, 다른 게 아니라
우리 선우재단에서 이번에 감사 인사 편지 좀 보내려고요
(윤실) 아이, 그럼요, 항상 고맙죠
[윤실의 웃음]
아, 네, 네, 네, 네
예, 건강하세요, 고마워요
[휴대전화 조작음]
(윤실) 아줌마! 우체국 좀 다녀와요
이거 내일까지 도착해야 되니까 빨리 좀 서둘러요!
[안도의 한숨]
[잔잔한 음악]
['사랑의 기쁨'을 연주한다]
[라라가 '사랑의 기쁨'을 연주한다]
[감성적인 음악]
[울먹이며] 준아
(준) 어떤 말로도 전할 수 없었던 내 마음이
준아
(준) 그녀에게 닿았다
(가사 도우미) 도련님 친구들이라는데 은포에서 왔다고…
(윤실) 은포?
지금 나가서 준이 없다 그러세요
그리고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 그래요
(가사 도우미) 네
[숨을 후 내뱉는다]
[쿵 쓰러진다]
(경호원) 사모님, 사모님!
아, 갑자기 왜 그래?
(윤실) 아, 빨리, 빨리, 빨리, 자
[사이렌이 울린다]
(하영) 야, 우리도 빨리 가자, 선우병원, 어?
- (승기) 어, 가자 - (하영) 가자
[가방을 쓱 밀어 넣는다]
[힘주는 신음] (승기) 야
나 너희 엄마한테 맞아 죽는 거 아니야?
[승기의 한숨]
고맙다
(승기) 야
나 진짜 무서워, 어?
(준) 용기를 내라, 친구
[준이 승기를 툭툭 친다]
(승기) 야, 어쨌든 파이팅
[한숨]
[긴장한 숨소리]
(준) 네가 머릿속에 가득해서 머리가 터져 버릴 거 같아
라라야, 나 네가 싫어하는 거 안 해
대신 그때 한 약속 꼭 지킨다고 해 줘
(윤실) 준이는 달라요
온전한 사랑을 나한테 주고
내 모든 감정을 행복으로 채워 줬던 아이예요
우리 준이가
제자리를 찾아서 자기 인생을 찾을 수 있도록
라라 씨가 좀 도와줘요
(라라) 살다 보면 소중한 걸 포기해야 될 때도 있는 거 같아요
(라라) 우리의 잠시만 안녕이
영원한 안녕이 될까 봐 가슴이 아픈 날이에요
(라라) 준아
널 울게 했다면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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