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솔솔라라솔 12
[풀벌레 울음]
[잔잔한 음악] [준의 가쁜 숨소리]
[의미심장한 효과음]
[준이 '사랑의 기쁨'을 연주한다]
[라라가 '사랑의 기쁨'을 연주한다]
[잔잔한 음악]
[떨리는 숨소리]
[울먹이며] 준아
[라라가 흐느낀다]
준아
[떨리는 숨소리]
[준의 한숨]
[라라가 엉엉 운다] [밝은 음악]
[훌쩍인다]
[라라가 엉엉 운다]
아, 왜 울어, 지금이 울 타이밍이야?
[훌쩍이며] 너무 반가워서
반가운데 이상하게 눈물이 나
이유가 이상한 건 여전하네
[엉엉 운다]
[라라가 코를 팽 푼다]
야, 이거 승기 옷이거든? 아이참, 진짜 너는…
[라라가 엉엉 운다]
[헛웃음 치며] 진짜
[라라가 연신 엉엉 운다]
그동안 잘 지냈어?
(라라) 음
밥을 많이 먹었어
뭐야?
나만 밥 못 먹은 거야?
아이씨, 억울해
응? 억울해하는 건 승기가 자주 하는 건데
[코를 훌쩍인다]
밥 많이 먹은 거 말고, 또?
[밝은 음악]
(라라) 음, 머리도 새로 하고 춤도 열심히 췄어
그리고 아줌마랑 화투도 치고
정신없이 지냈어
네 생각 안 하려고
(준) 난 방 안에 갇혀서 하루 종일 네 생각만 했어
아이씨, 짜증 나
'짜증 나'는 하영이 건데?
[살짝 웃는다]
근데 갇혀 있었다면서 여긴 어떻게 왔어?
너희 엄마 아빠가 알면 어쩌려고?
그건
내일 생각할래
'내일 생각할래'는 내 건데
(라라) 준이, 너 갑자기 다중 인격자가 됐네? [준의 웃음]
너무 심각한 거 아니야?
그날
나 구해 줘서 정말 고마워
(라라) 진짜 많이 무서웠거든
이 말을 이제야 하네
나야말로 그동안 거짓말해서 미안해
(준) 작정하고 속이려고 했던 건 아니야 정말이야
그날 결혼식장에서
내가 너랑 동갑이라고 말했던 건
음…
네가 예뻐서
뭐야?
이유가 너무 이상한데?
널 다시 만나지 못할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
그 순간만큼은 어려 보이고 싶지 않았어
(라라) 가출은?
가출은 왜 한 거야?
[한숨]
싫어서
[잔잔한 음악] (학생) 일부러 지훈이 죽인 거 아니냐?
1등 하려고?
(준) 엄마도
아빠도 집도 공부도
다 싫어서
(라라) 치
드디어 '싫어' 준 선생 나타나셨네
(라라) 좋아하던 건?
좋아하던 건 없었어?
지훈이
(시아) 기숙사 룸메였어
둘이 얼마나 죽고 못 살았는데
죽었어
내가 헤어질 때
'안녕'이라는 말 하지 말아 달라 그랬던 거 기억나?
그럼
그게 지훈이가 나한테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야
(준) 야, 김지훈, 인사도 안 하고 가냐? [신호등 알림음]
(지훈) 안녕
[자동차 엔진음]
[무거운 효과음]
(준) 내가 그때
부르지만 않았어도
지훈이가 우리 집에 오지만 않았어도 지훈이가…
어쩔 수 없는 사고였어
네 잘못 아니야
[감성적인 음악]
네 잘못 아니라고, 바보야
고마워
[코를 훌쩍인다]
(준) 네가 결혼식 날
헤어질 때 '안녕'이라고 말했을 때 내가 싫다고 했던 건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서야
[무거운 효과음] (준) 네가 교통사고로 의식 잃었을 때
[준이 차 문을 덜그럭거린다]
네가 진짜 죽는 줄 알고 얼마나 무서웠는지 알아? [무거운 효과음]
네가 나한테 마지막으로 한 말도 '안녕'이었으니까
안녕
준아, 잘 봐
(라라) 그날 나를 사고에서 구해 준 사람도 너고
지금까지 나를 먹여 살린 것도 너야
그래서 지금 난 잘 살고 있지? 그렇지?
쉽진 않겠지만
나 보면서 그날의 아픔 극복해 봐
아, 그나저나 다섯 살이나 어리면서 꼬박꼬박 나한테
'너'라고 부르는 이 관계를 어떻게 해야 될까? 어?
별걱정을 다 하네
[숨을 씁 들이켠다]
자, 생각해 봐
(준) 내가 마흔이면 넌 마흔다섯이지?
[익살스러운 음악] 어차피 똑같은 아저씨, 아줌마야
다섯 살 차이는 티도 안 나
또 내가 일흔이면
넌 일흔다섯이지
같이 늙어 가는 할아버지, 할머니한테는
다섯 살 차이는 진짜 별거 아니야
(라라) 뭐야? 늙을 때까지 너랑 같이 살아야 한다고?
- (준) 응 - 싫은데?
다 내가 책임질 거니까 걱정 같은 거 하지 마, 알겠지?
[반짝이는 효과음]
[헛웃음]
그때 네가 이런 기분이었구나?
[반짝이는 효과음]
내, 내가 뭐?
승기 옷도 잘 어울린다고
그나저나 승기 어디 갔지? 오늘 하루 종일 안 보이는 거 같던데
아!
[구시렁거린다]
[한숨]
[윤실의 다급한 신음]
(윤실) 어떻게, 검사 결과는 나왔어요?
애가 한 달 동안 먹은 게 시원치 않아서
아마 영양이 다 무너졌을 거예요
네? 영양요?
(의사) 영양은 너무 좋은데요?
네?
(의사) 사모님께서 걱정이 많은 것 같아서 일단 영양 수액을 처방했습니다
(간호사) 환자분 팔 좀 주세요
환자분
[작은 소리로] 왜 나한테 그래, 진짜 미치겠네
[익살스러운 음악]
[초조한 숨소리]
(윤실) 잠깐만요
어, 우리 애 팔뚝이
너무 굵은 거 같아요
아이씨
(윤실) 아니, 얘가 왜 이래? [익살스러운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어머, 얘, 준아, 너 왜 이러니? 어머, 이거 세상에, 경련인가요?
- (윤실) 준아 - (의사) 어디 불편해요?
- 준아? - (의사) 확인하게 벗겨요 [간호사가 호응한다]
(윤실) 준아
준아, 너 왜 이러니?
[힘주며] 준아, 왜 이렇게 갑자기 경련을…
어머, 얘!
어머!
아니!
네가 왜 여기서 나와!
(승기) 아이, 죄송합니다
- 죄송… - (승기) 아, 그게…
(윤실) 빨리 말 안 해!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전원이 꺼져 있어 삐 소리 후…
(승기 모) 아, 이놈의 새끼는 왜 핸드폰을 꺼 놓은 거야, 진짜
(숙경) 아, 저기, 선생님
우리 하영이 어디로 간다고 했어요? [통화 종료음]
(은석) 어, 예, 그…
오늘 바쁘다면서
저한테 연주회 준비를 대신 해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저는 뭐 수능도 얼마 안 남았고 하니까
[웃으며] 공부를 하나 보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예서 모) 컴 온, 차 쌤 [예서 모의 탄식]
승기랑 하영이가 어디 시험 앞뒀다고 공부할 애들이에요?
[익살스러운 음악] 공부가 취미인 사람의 시각으로 아이들을 평가하면 안 되죠
[미란의 난감한 신음] (숙경) 얘!
너희 딸만 공부하냐?
(승기 모) 내 아들도 해, 공부
몰랐지, 한 번도 못 봐서
(승기 모) 아휴, 그냥, 확 그냥…
(미란) 아, 언니들
쓸데없이 예민하게 그래
아, 좀 늦을 수도 있지 [미란의 웃음]
둘이 같이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 [예서 모가 거든다]
- (승기 모) 그러니까 더 걱정이지! - (숙경) 그러니까 걱정인 거야!
(승기 모) 어머나?
(예서 모) 어머!
[예서 모의 당황한 신음]
나 상상했어
- (승기 모) 뭘? - (숙경) 왜? 뭐?
이러다 둘이 사돈 되는 거 아니야?
[숙경의 짜증 섞인 신음] [예서 모의 웃음]
(승기 모) 확 그냥, 아휴, 이걸 그냥, 아유! [소란스럽다]
(승기) 그게
준이가 옷이 필요하다 그래 가지고 벗어 주고
잠깐만 대신 침대에 누워 있어 달라 그래 가지고
누워 있었어요
그래서 우리 준이 지금 어디 있는데?
(윤실) 설마
은포에 갔니? [문이 드르륵 열린다]
(하영) 아줌마!
아니, 왜 우리 승기한테 화를 내요?
이게 다 아줌마가 준이 가둬서 생긴 일이잖아요
[흥미로운 음악]
(윤실) 너, 내가 지난번부터 참 궁금했는데
너 이름이 뭐니?
진하영인데요?
전 진하영이고 얜 이승기예요
(윤실) 넌 어쩜 그렇게 또박또박 말대답도 잘하니
그래, 하영아
내가 똑똑히 물을게
우리 준이 지금 그 라라인지 뭔지 만나러 간 거
맞지?
네
(윤실) 아휴, 이걸 정말!
[하영의 놀란 숨소리]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모르는 번호인데?
[휴대전화 조작음]
(윤실) 여보세요
(준) 저예요
(윤실) 준아, 너, 너 지금 어디야?
(준) 죄송해요
지금 갈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전화했어요
[놀라며] 너 정말 오는 거 맞지?
네, 갈게요
그래, 그럼 내가
김 기사 차 보낼 테니까 그 차 타고 와 그리고 그 차에
태워 보낼 것도 생겼으니까
(준) 네 [통화 종료음]
[휴대전화 조작음]
(윤실) 집에 갈 준비 해
(하영) 네
[밝은 음악] [하영의 힘주는 신음]
(승기) 아, 아줌마
이거요
저번에 주신 건데
갖고 있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거든요
전 어찌 됐거나 준이 편이라서요 [승기가 봉투를 건넨다]
(하영) 저희 주차장으로 가면 되죠? 그럼 감사히, 흠
잘 타고 가겠습니다
- (승기) 감사합니다 - (하영) 가자
(하영) 야, 너 좀 짱인데?
(승기) 야, 이제 알았냐?
- (하영) 허세 부리지 마, 허세 - (승기) 아, 아, 아파, 아파
[문이 드르륵 닫힌다]
[헛웃음]
(라라) 트렁크 빌려줄까?
아니야, 짐도 별로 없어
너 또 도망가는 거 아니지?
(준) 응
(라라) 가서 밥도 잘 먹고
엄마 걱정하게 하지 말고
잔소리는 내 건데? 언제 이렇게 잔소리꾼이 됐지?
몰래 사라진 적이 있으니까 그런 거잖아
네가 있는데 앞으로 그럴 수는 없지
[준이 서랍을 드르륵 연다]
(준) 이게 어디 갔…
(라라) 이거 찾아?
[준의 당황한 신음]
나한테 또 말 안 한 거 없어?
(라라) 결혼식장에서 나 처음 본 거 아니지?
[잔잔한 음악]
며칠 전에 시아가 왔다 갔어
지훈이 누나 시아
그리고 나 다 기억났어
(라라) 졸업 연주회 날 사진 찍어 준 사람 [카메라 셔터음]
너지?
그게 끝이야?
[옅은 한숨]
(라라) 그동안 왜 나 모른 척했어?
모른 척한 게 아니라 말할 수가 없었던 거야
(준) 다 기억났다더니
그날 교복 입고 있었던 건 기억 안 나나 봐?
(준) 야, 너희 누나
(지훈) 이거 누나 거 아니야 [카메라 셔터음]
- 어? - (지훈) 저기 계신다
[부드러운 음악]
내가 좋아하는 사람 생겼다고 했지, 어?
(지훈) 미래의 형수님한테 인사하러 가자
(지훈) 안녕하세요, 저 1호 팬입니다
- (라라) 팬요? - (지훈) 네, 너무 잘 봤습니다
(라라) 아…
(준) 지훈이가 널 좋아했었던 것도 [라라가 말한다]
(준) 제 친구의 첫사랑이 되신 기분이 어떠십니까?
아이, 부끄러워
(준) 그러게 결혼은 왜 그렇게 일찍 해 가지고
결혼식 날 얘기는 그만 좀 하지?
미안, 심술이 나서
[함께 살짝 웃는다]
근데 준아
사진 찍어 주던 날 왜 나를 그렇게 봤어?
[말을 버벅대며] 내, 내가 뭘 어떻게 봤는데?
[밝은 음악] (지훈)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라라) 네 눈빛이 기억에 남아
좀 이상했거든
네가 이상한 대답을 했어
이야, 고마워, 근데 어쩌지?
나 오늘부로 피아노 쉴 건데
(지훈) 네? 아, 왜, 왜요?
졸업했잖아
졸업했다고 피아노를 쉬는 사람이 어디 있어, 20년이나 해 놓고
그게 그렇게 이상했어?
(준) 아니
너랑 같이 살다 보니까 그건 이상한 축에도 못 들더라
치, 뭐?
진짜 이상한 건
계속 네 생각이 나게 만든다는 거야
[부드러운 음악]
네가 머릿속에 가득해서 머리가 터져 버릴 거 같아
[익살스러운 효과음] [라라의 놀란 신음]
(라라) 어, 준아
키가 더 커야 되지 않을까? 지금 보니까 키가 좀 작은 거 같아
나 187인데 여기서 더 크라고?
내가 봐도 충분히 큰 거 같긴 한데
그래도 네 키가 더 커야 된다고 생각해, 응
우유 많이 먹어야겠네
[살짝 웃는다]
[자동차 경적]
(라라) 어, 차 왔나 보다, 빨리 가
(하영) 아, 그만 자고 빨리 내려
[한숨]
라라야
(라라) 응?
나 네가 싫어하는 거 안 해
대신
[부드러운 음악] (준)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놓지 않을 거야
너도 꼭 그래야 돼
(준) 그때 한 약속 꼭 지킨다고 해 줘
얼른
(라라) 응
(라라) 준이를 만나면 해야 할 이별의 말을 준비하고 또 준비했지만
결국 하지 못했습니다
반짝반짝 작은 별 님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승기) 아이씨, 옷을 못 바꿔 입었네
누나, 안에 준이 옷 있어요?
옷? 준이가 다 가져갔는데
아, 선우준, 저 자식 진짜…
아, 그냥 가
내 옷 빌려줄까?
(승기) 응?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누나 옷은 팔 한쪽도 안 들어가지 않을까?
그럼 미미 옷 줄까?
[익살스러운 효과음]
야, 저 누나 또 맛 갔는데?
(하영) 언니
[라라를 툭 치며] 정신 차리고 얼른 집에 가자
갑시다요
[하영이 흥얼거린다]
[새가 지저귄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밥 먹어야지
(준) 앞으로 내려가서 먹을게요
힘들게 올라오지 마세요
(준) 엄마
이젠
공부도 열심히 할 거고
걱정하는 일 만들지 않을게요, 대신
핸드폰은 좀 주시면 안 될까요?
[당황한 신음]
(소형) 잘하셨어요, 어머님
그래
(소형) 요즘 애들은 폰 없으면 안 돼요
저희 때랑은 많이 다르니까 그 문화를 이해해 주셔야 합니다
네
근데 걸리는 게 하나 있어서요
(소형) 채찍과 당근은 같이 줘야죠
준이 정말 잘하고 있거든요
준이가 머리가 좋아서 그런지 그동안 학습 공백을 금방 따라잡네요
다만
의대가 아니라 수학과를 간다고 하는데
아…
뭐, 뭐라고요? 수학과요?
(소형) 너무 걱정 마세요
일단 공부를 다시 시작한 게 중요한 거 아니겠어요?
지원 학과는 나중에 다시 설득하면 됩니다
[헛기침하며] 그럼
선생님만 믿겠습니다
[밝은 음악] (준) 어, 일단은
다음 주에 볼 모의고사에서 약한 부분이
영어랑 비문학인 거 같고요
(준) 상추에는 물 잘 주고 있어?
(라라) 당연하지
안 그래도 물 주고 있었네
(준) 청소는 자주 하고?
(라라) 그럼
미미, 자!
[미미가 멍 짖는다] (준) 미미 체중 관리는 하는 거야?
아, 잔소리 좀 그만해!
[통화 종료음]
[한숨]
[피식 웃는다]
[은석이 피아노를 연주한다]
(라라) 차 쌤 실력이 점점 늘어서 나보다 잘 칠 거 같아
선생님 너무 자주 만나지 마
또, 또, 별거 아닌 걸로 질투하네
미미가 할 말 있대
(라라) 자, 미미야
[미미가 낑낑거린다] [라라의 웃음]
(준) 미미가 뭐라는 거야?
'오빠, 정신 차려'
[웃음]
통역이 그게 뭐야?
[웃음]
준아
(라라) 밥은 잘 챙겨 먹고 있는 거지?
그럼
(윤실) 모의고사는 잘 봤어?
(준) 그럼요
[웃으며] 그래
(윤실) 아참, 그, 이따가 저녁 약속 있는 거 잊지 않았지?
아빠랑 김 쌤이랑 같이 식사하기로 한 거
네
그래
[휴대전화 진동음]
[준의 힘주는 신음]
아유, 저, 저놈의 새끼 저거, 아휴
이, 이렇게 하는 건가?
[휴대전화 조작음]
(만복) 음
[휴대전화 진동음]
[부드러운 피아노 연주가 흘러나온다]
(준) 이야, 연주회 영상이에요?
(만복) 어, 복덕방 이 씨가 촬영해서 보내 줬다
(만복) 네가 가르친 보람이 있어
[기분 좋은 웃음]
(준) 할아버지 연주 되게 잘하시네
(만복) 에이, 아니야
[부드러운 음악]
(준) 건강하시죠?
(만복) 아, 그럼
(준) 하영이랑 승기는 수능 잘 봤대요?
(만복) 둘 다 시험 망쳤다고 코 빠져 있더니 금방 털고 일어나 재밌게 지낸다
재밌는 녀석들 아니냐
(만복) 요즘은 라라한테
네 자전거 가르친다고 열심이다 [라라가 불안해한다]
(하영) 언닌 여태 자전거도 안 배우고 뭐 한 거야?
(라라) 난 대신 운전면허가 있잖아
(승기) 오, 그렇지, 그렇지, 잘한다 [라라의 겁먹은 신음]
- (라라) 뭐야, 뭐야? 나 잘해? - (하영) 아니, 너무 못해
(라라) 아빠가 다친다고 못 타게 해서 안 탄 거란 말이야
나 귀한 딸이었던 거 몰라?
나도 귀한 딸이거든?
(라라) 알겠습니다
승기야, 잘 잡고 있는 거지?
아이, 그럼
(승기) 저거 봐, 저거
[라라의 비명]
[우당탕 소리가 난다] (하영) 어? 어, 언니! 야
[휴대전화 진동음]
승기?
- 여보세요? - (승기) 준아, 큰일 났어
그게…
[긴장되는 음악] [통화 종료음]
[준의 다급한 숨소리]
[준의 가쁜 숨소리]
라라야
(준) 라라야…
(환자) 누구세요?
아, 아니요, 네, 죄, 죄송합니다
[한숨]
희망적이고 좋은 말만 해 주세요
(라라) 제 상태가 최악이라도
치료만 하면 완전히 나을 거라고 말하세요, 얼른요
[밝은 음악] 치료만 하면 완전히 나을 거라고 그렇게 말해 주세요, 얼른요
[헛웃음]
갑자기 옛날 생각 나네
안 그래도 그렇게 말하려고 했습니다
어, 다친 데를 또 다친 게 좀 걸리지만 당분간 쓰지 않는 걸로
[한숨]
빨리 나아야 할 텐데
(라라) 저 라라 랜드 선생님이잖아요
레슨도 해야 하고 하숙비도 내야 하고 이 손에 생계가 달렸달까요
이야
많이 변했네요, 라라 씨 [라라의 멋쩍은 웃음]
[헛기침]
[장난스러운 말투로] 그렇습니까?
[웃음]
[웃음] [문이 드르륵 열린다]
[준의 가쁜 숨소리] (라라) 어?
준아, 갑자기 여기 웬일이야?
왜 왔겠어, 걱정되니까 왔지
[익살스러운 효과음]
[부드러운 음악] [준의 한숨]
(준) 손은 괜찮대?
(라라) 응, 심각하진 않다고 하네
(준) 그러니까 넌…
왜 자전거는 배우겠다고 해서 다치고 난리야
내가 일부러 다쳤냐? 왜 화를 내?
속상하니까 그렇지 나도 없는데 수발은 누가 해?
(라라) 한 손은 멀쩡하거든?
음, 별걱정을 다 해요 [준의 못마땅한 신음]
그나저나 너 오늘은 학원 없어?
이따 저녁 약속 있는 거 잊지 않았지?
[휴대전화 진동음]
[멋쩍은 신음]
[통화 종료음] [윤실의 한숨]
(윤실) 아, 그냥…
저, 식사는 다음에 하는 걸로 할까요?
힘든 걸음 하셨는데 드시고 가셔야지 무슨 소리야!
(소형) 아니요
[어색한 웃음]
아닙니다
어, 안 그래도 방금 면담이 잡혀서 양해를 구하고 싶었는데
너무 잘됐네요 [소형의 웃음]
그럼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아유, 이거 죄송해서 어떡하죠
(소형) 아닙니다 [윤실과 소형의 어색한 웃음]
아, 선생님, 죄송합니다
- (소형) 그럼 전화 주세요 - (윤실) 네
[한숨]
[문이 드르륵 닫힌다]
[윤실의 한숨]
(명) 이 자식, 그 여자 만나러 갔나?
누구요?
방정남 선생
전처 말이야
[무거운 음악]
(윤실) 아
[윤실의 헛기침]
당신이 어떻게 그걸…
(명) 내가 모르고 있을 줄 알았어?
도대체 준이 관리를 어떻게 하길래!
[윤실의 난처한 신음] 아무래도 내가 나서야겠어
(윤실) 아, 여보, 여보, 여보, 여보!
여보, 아…
준이가 삐뚤어질까 봐 그냥 둔 거예요
당신은 그냥 가만히 있어요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알잖아요, 내 실력
[윤실과 명의 한숨]
[풀벌레 울음]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알겠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통화 종료음] [잔잔한 음악]
[뱃고동이 붕 울린다] [새가 지저귄다]
(예서 모) 아니
근데 오늘은 조용하네?
(미란) 그러게? 뭔 일 있어?
라라 피아노 안 치면 여기 내 붙어살잖아
- (예서 모) 그러니까 - 드디어 올 게 왔어
- (예서 모) 뭐가, 뭐가 왔어? - (미란) 뭐, 뭐? [승기 모가 궁금해한다]
오늘
준이 엄마가 라라 만나러 온대 [저마다 놀란다]
(미란) 그때 여기, 여기, 그, 그
'미친!' 했던 그 선우재단 사모님?
[사람들의 놀란 신음]
(예서 모) 큰 구경 나겠는데, 이거
[예서 모의 들뜬 신음]
빅 재미겠다
(승기 모) 하긴
그 엄마 그동안 왜 가만히 있나 싶었다, 내가
나 같아도 당장 우리 아들하고 헤어지라고 난리 쳤어
여러 가지 팩트 체크만 해 봐도
너무 당연한 거 아니야?
뭐가 당연해?
(예서 모) 아, 저 진짜 야박한 언니
아니, 언니가 언제부터 그렇게 이성적이었어? 치
라라가 우리랑 친한 게 하루 이틀도 아닌데
편 좀 들어 주면 어때서?
(승기 모) 잠깐, 잠깐, 잠깐, 야!
친한 거랑 아들 여자 친구랑은 다르지
너희 설마
의견 다르다고 나 왕따 시킬 거야?
(미란) 어
야, 민주주의 사회에서 그러면 안 된다 [예서 모와 미란의 못마땅한 신음]
(승기 모) 어머! 아이고
[함께 웃는다]
(미란) 그나저나 그 사모님 포스 와! 장난 아니던데?
(예서 모) 아니, 드라마같이 물 확 뿌리고 이렇게
돈 봉투 막 집어 던지고
김치 싸대기 막 이렇게 날리고 막 이러는 거 아니야?
안 되겠어, 우리가 준비를 해야지
라라 걔는 친정 엄마도 없잖아 [예서 모의 속상한 신음]
(미란) 뭘 어떻게 준비해?
일단은 [예서 모가 호응한다]
돌발 상황부터 대비를 하자고
[긴장되는 음악]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흥미진진한 음악]
(숙경) 미란이 너는 그 큰 눈으로
그 여자 기를 팍 죽여! [윤실의 놀란 신음]
[익살스러운 기합]
[아기 울음 효과음]
자기는 우비 입고 라라한테 물이 날아오면 몸으로 막아!
[무거운 효과음]
[짜증 섞인 신음]
[음흉한 웃음]
라라는 분명히 돈 봉투 안 받을 거니까 [승기 모의 탄성]
[날렵한 효과음]
언니가 대신 챙겨 [익살스러운 효과음]
[발랄한 효과음] (승기 모) 그럼 너는 뭐 하게?
[숙경의 기합]
[기합]
[우두둑 하는 효과음] 아유
(숙경) 나는
[기합]
친정 엄마의 마음으로
육탄 방어를 할 거야 [날렵한 효과음]
[숙경과 윤실의 기합]
[퍽 때리는 효과음]
[종소리 효과음]
[사람들의 탄성] [익살스러운 음악]
(예서 모) 브라보, 브라보
(숙경) 자, 다들 준비됐어?
[저마다 호응한다] 그러면
가 볼까?
(예서 모) 오케이, 무브, 무브, 무브!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미란) 뭐야, 왜 안 와?
[승기 모가 입김을 하 분다]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숨을 들이켠다]
[문이 달칵 열린다]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라라의 가쁜 숨소리] [문이 달칵 닫힌다]
[라라가 거친 숨을 몰아쉰다]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가쁜 숨소리]
(윤실) 난 시간 끌고 배려하고 돌려 말하는 거 못 해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그동안 우리 준이 때문에 참았는데
나
라라 씨 정말 마음에 안 들어요
알고 있습니다
두 사람
더 이상 안 되겠어요
(윤실) 지금이 우리 준이한테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지
라라 씨도 잘 알죠?
예
[답답한 숨소리]
(윤실) 내 나이쯤 되면은
작년 가을이나 올해 가을이나 별 차이가 없어요
어느 정도 자리 잡힌 삶이 반복되는 나이니까
하지만 준이는 달라요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서
인생이 크게 바뀌는 예민한 시기예요
열아홉이란 나이는 그런 나이예요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준이가 상처받을까 봐 매몰차게 하지 못했어요
걱정하는 어머니 마음도 충분히 이해하고요
(라라) 아마 같은 상황이었다면
저희 아빠도 똑같았을 거예요
[헛웃음]
[윤실의 헛기침]
남의 집 귀한 딸한테 함부로 대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렇게 이해한다니 정말 다행이고 고맙네요
(윤실) 준이도 우리한테는
귀한 아들이에요
[잔잔한 음악] (윤실) 늦은 나이에
시험관으로 힘들고 어렵게 얻은 아이예요
온전한 사랑을 나한테 주고
내 모든 감정을 행복으로 채워 줬던 아이
지금 이런 사태가 너무 마음이 아프지만
준이는 그런 아들이에요
준이가
제자리로 돌아와서 제 인생을 찾을 수 있도록
라라 씨가 좀 도와줘요
걱정 마세요, 제가 잘 해결할게요
그렇게 결단을 해 줘서
정말 고마워요
[떨리는 숨소리]
[가방을 부스럭 뒤진다]
(라라) 준이한테 빌린 돈이에요
아직 돌려주지 못했는데 이제 줘야 할 것 같아요
(윤실) 어…
그럴게요
이걸 받아야
두 사람의 인연이 마무리될 거 같으니까
[라라가 스위치를 달칵 켠다]
(숙경) 라라야
그 돈 어디서 났어?
쥬쥬요
차? 아빠가 사 준 차를 팔았다고?
(숙경) 아이고
아낀다고 맨날 물고 빨고 하더니
[숙경의 한숨]
살다 보면
소중한 걸 포기해야 될 때도 있는 것 같아요
그렇죠, 아줌마?
아이고
(숙경) 다 컸네
[숙경의 안쓰러운 웃음]
다 컸어, 그냥
아줌마보다 원래 컸거든요?
(숙경) 아유
저 피곤하니까 오늘 그냥 안 씻고 잘래요
(숙경) 쓰읍!
그래, 오늘만 봐준다
들어가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여기 어떻게 왔어?
(라라)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한번 와 봤지
아, 서울 오랜만에 오니까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공부에 지친 널 위해 오늘은 내가 쏜다, 고, 고!
[라라의 환호성]
[밝은 음악]
같이 가
- (준) 맛있어? - (라라) 응
[라라의 탄성]
(준) 이것도 먹어
[라라의 탄성]
많이 먹어
(라라) '아'
난 두 개 먹어야지
[라라의 웃음]
(점원) 어서 오세요
(준) 나 이거 사 줘
[라라가 살짝 웃는다]
(라라) 100개도 사 줄 수 있지
[라라의 웃음]
(준) 이거
(라라) 이거
나랑 너무 안 어울리는 거 아니야?
딱이야
[자전거 벨이 울린다]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그럼
그냥 너랑 데이트가 하고 싶었어
- (라라) 준아 - (준) 응
나 너랑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게 있어
마지막?
나 이제 가야 되잖아
그렇지
뭐가 하고 싶은데?
저거
[부드러운 음악]
(준) 자전거?
자전거 탄다고 손까지 다쳤으면서 너도 참
그냥 갑자기 네 등이 생각나서 그래
네 등에다 코 좀 풀게
[헛웃음]
(준) 갔다 올게
(라라) 준아
놀라지 말고 또 화내지도 말고
[잔잔한 음악] 이 편지를 읽었으면 좋겠다
(라라) 난 말이지
세상에서 가장 잘되길 바라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너라고 말할 거야
(라라) 그리고
그만큼 네가 소중하기 때문에 너와 헤어지고 싶어
(라라) 넌 또 이유가 이상하다고 말하겠지?
[피식 웃는다]
[훌쩍인다]
난 네가 지금 해야 할 일들을 먼저 해냈으면 좋겠어
(라라) 나에게 생긴 작은 일 때문에 [라라가 놀란다]
무조건 달려오는 네가 고맙고 좋지만
(라라) 한편으로는 많이 부담스럽기도 했거든
넌 지금 나 말고도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은 시기야
넌 똑똑하니까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해 [훌쩍인다]
먼저 그것들을 이루고
우리 멋진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
그동안 나도 열심히 살고 있을게
이별하자는 나의 말에
네가 '싫은데?' 할까 봐 이렇게 편지로 대신해
(라라) 설마 울고 있는 건 아니겠지?
널 울게 했다면
미안
(준) 라라야
우린 꼭 다시 만날 거야
(라라) 반짝반짝 작은 별 님
그와 이별을 했습니다
우리의 잠시만 안녕이
영원한 안녕이 될까 봐 가슴이 아픈 날이에요
과연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당분간 별그램을 닫습니다
[걱정스러운 한숨]
[풀벌레 울음]
(은석) 라라 씨?
늦었네요? 한참 기다렸어요
[한숨 쉬며] 선생님
(은석) 이제 아이스크림을 먹기엔 좀 추운 거 같아서
종목을 바꿔 봤습니다
자
[라라가 살짝 웃는다]
그럼 오늘은 이거 먹을 때까지만 이야기하는 거예요?
(은석) 음
뭐, 더 있어도 되고
씁, 라라 씨가 원하면 그렇게 하는 걸로?
[살짝 웃는다]
사실
오늘은 라라 씨한테 고백할 게 있어서
무작정 기다렸어요
고백요?
아, 오해하지 말아요
'좋아한다', '사랑한다' 그런 고백 아니니까
[웃음]
그동안 타이밍이 어긋나서 하지 못했던 말이 있어요
무슨…
저
은포병원에서 라라 씨를 처음 본 게 아니에요
서한대학교 졸업 연주회에서 봤습니다
[부드러운 음악]
그때쯤의 난
(은석) 심각한 번아웃에 빠져 웃음도 잃고
약을 먹지 않으면 잠도 잘 수 없는 그런 날들을 보내고 있었어요
[한숨]
그날 무대에서
(은석) 라라 씨가 갑자기 모차르트 치는 걸 봤는데
[라라가 '작은 별 변주곡'을 연주한다] 너무 황당해서 웃음이 났어요
씁, '아, 또라이인가?' 생각했죠
네?
그리고 손을 다쳐서 실려 온 라라 씨를 다시 만났는데
(은석) 여긴가? [라라가 울먹인다]
웃, 웃음이 납니다, 예
(은석) 아무 표정 없이 살던 내가
1년 만에 아주 크게 웃고 있었어요
음
'이 여자 내 인생을 심폐 소생 하러 온 환자구나'
씁, 그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라라 씨는 고마운 사람이에요
(은석) 그런 존재니까
힘내라고요
내가 늘 응원하고 있어요
꽃말은 찾아봤습니까?
[옅은 웃음]
'당신을 행복하게 해 줄게요'
고맙습니다
(라라) 선생님
저 알고 있었어요
선생님이 도도솔솔라라솔이라는 거
오늘에야 궁금증이 풀리네요
아빠와 나만의 모차르트를 어떻게 알고 있을까 늘 궁금했었거든요
[새가 지저귄다]
(숙경) 너희 뭐야?
(승기 모) 너희 왜 쌍으로다가 무릎을 꿇고 난리야, 사람 불안하게!
[승기의 긴장한 신음] 엄마
(하영) 있잖아
(예서 모) 이건 딱 그런 상황인데
- (승기 모) 뭐? - (숙경) 뭐?
(승기 모) 어떤 상황?
둘이 사돈 될 상황
- (승기 모) 너 일로 와 - (숙경) 오늘 좀 맞자
(함께) 그런 거 아니거든요?
(미란) 성질들 좀 죽여
애들 얘기부터 좀 들어 보자
- (승기 모) 그래 - (숙경) 해 봐 [저마다 호응한다]
[밝은 음악]
(숙경) 사업 계획서?
(하영) 네
(승기 모) 너, 너희 둘이
- 사업을 한다는 얘기야? - (승기) 네
[빨리 감기 효과음]
(예서 모) [서류를 탁 내려놓으며] 오케이
그런데 너희들 그
머니 [돈통 열리는 효과음]
사업할 돈 있어?
아, 그럼요
(하영) 저희의
대학 입학금 [익살스러운 효과음]
- (승기 모) 뭐? - (숙경) 뭐야? [예서 모의 의아한 신음]
(숙경) 아, 대학도 다 떨어진 것들이 무슨 입학금!
(승기 모) 그럼 너 재수 학원을 안 가고 사업을 한다는 얘기였어?
(승기) 네
(승기 모) 이놈의 새끼가 미쳤나
가라는 대학은 안 가고 뭘, 뭘 해?
(예서 모) 아유, 언니, 참아 안 간 게 아니라 못 간 거잖아
(승기 모) 네가 더 미워! [하영이 탁자를 탁탁 친다]
(하영) 아주머니들
저희들도 이제 성인이에요
앞으로 인생을 저희가 어떻게 살아갈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는 나이라고요
(승기) 맞아요
- 이놈의 주둥이를, 너 일로 와! - (하영) 아, 엄마 [익살스러운 음악]
(승기) 아줌마, 아줌마, 절 때리세요, 저… [소란스럽다]
(숙경) 이놈의 자식이
아이고, 너 일로 안 와? 아, 요놈들이!
(예서 모) 아, 왜 나한테 그래, 또!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한숨 쉬며] 잘했다, 미란아
무자식이 상팔자다
[휴대전화 진동음]
네
(윤실) 어, 준아
그, 오늘 병원 가서 건강 검진도 좀 받고
그, 간 김에
아빠랑 같이 저녁 식사도 같이 하면 좋을 거 같은데
(준) 아, 아빠랑 밥은 패스할래요 아직 별로
어, 그래그래, 그래 아직 별로지, 그래, 그래그래, 알았어
[통화 종료음]
[흥미로운 음악] 아휴
이놈의 새끼 누굴 닮아서 이렇게 소고집이야
내가 이놈의 새끼 눈치 보다가
수명이 단축될 거 같아
아유, 이놈의 새끼, 내 새끼, 아휴
(정남) 안녕하세요
- (정남) 무슨 일이에요, 선배? - (춘호) 아, 왔냐?
(춘호) 아, 뭐, 중요한 건 아니고
너, 은석이한테 뭐 연락받은 거 없냐?
없는데, 왜요?
(춘호) 아, 내가 결혼 준비하다가
별그램에서 이런 걸 봤어
청첩장이네?
은석이 형이잖아?
(정남) 아니, 말도 없이 웬 재혼?
(춘호) 야, 다음 사진 봐 봐
결혼식장에서 봤던 네 전처랑 똑 닮았어
그럴 리가
구라라?
아니, 왜 은석이 형이 라라랑 결혼을 해?
결혼?
[흥미로운 음악]
(정남) 누구세요?
결혼?
말도 안 돼
[준이 휴대전화를 탁 놓는다]
(정남) 뭐야? 누군데 나보다 더 놀라?
(춘호) 야, 쟤 어디서 본 것 같지 않냐?
결혼식이 오늘이야?
[정남이 휴대전화를 탁 놓는다]
(춘호) 야
[우아한 음악이 연주된다]
[사람들의 웃음]
- (승기 모) 승기야 - (예서 모) 아, 여기 [카메라 셔터음]
(승기 모) 이야, 추민수, 추민수!
(예서 모) 와, 터프가이
(승기 모) 우리 재민이 [예서 모의 탄성]
(미란) 뭐야? 옷이 좀 작은 거 같은데?
(민수) 딱 맞는데
(예서 모) 왜? 장가가도 되겠는데, 우리 터프가이 [미란의 웃음]
아, 결혼하고 싶네
(승기 모) 아이고, 그 나이에 결혼해서 뭐 하게?
(미란) 그러게, 골치만 더 아플 텐데
(예서 모) 하지만 결혼식은 너무 재밌어
[사람들의 웃음] 재밌어
자, 자, 여기 보시고
아름답게 가실게요
- (예서 모) 아름답게? 어렵다 - (승기 모) 오케이
자, 이번엔 코믹하게
(예서 모) 코믹하게요, 코믹하게 이렇게 한번
(미란) 매달리겠어, 매달리겠어 [승기 모의 탄성]
(승기) 자, 이번엔 덕담 한마디씩
(예서 모) 덕담요? 차은석 씨
이혼해도 괜찮아요
[승기 모의 나무라는 신음]
(승기 모) 결혼식 날 무슨 이혼 얘기야
(예서 모) 조킹, 조킹, 에이그, 정말
(미란) 이렇게들 싸우지 마시고 행복하게 사세요
[함께 웃는다] (예서 모) 행복하게 사세요
[의미심장한 음악]
[반짝이는 효과음]
하영아, 너 신부 메이크업도 진짜 잘한다
언니, 내가 못하는 게 어디 있어?
(숙경) 그게 다 엄마 DNA를 받아서 그런 거야
항상 감사해
(하영) 예예, 알겠으니까 그만 좀 하시죠?
아, 귀에 딱지 앉겠네
(숙경) 어머! 시간 다 됐다, 다들 기다려
(민수) 마지막으로
신랑 신부의 행진이 있겠습니다
신랑 신부 행진!
[결혼 행진곡이 흐른다]
[사람들의 환호성]
(미란) 잘 살아, 라라야!
(예서 모) 컨그래출레이션!
- (미란) 뭐야? - (승기 모) 쟤 준이… [사람들이 수군거린다]
(승기) 야, 쟤 왜 왔어?
[사람들의 당황한 신음]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밝은 음악]
[사람들이 저마다 말한다]
(하영과 승기) 야! [승기의 한숨]
[웃음]
[차를 탁탁 치며] 빨리빨리, 빨리, 아이참, 서둘러요
(영주) 아휴, 정말
[영주의 못마땅한 신음]
[밝은 음악] [강조되는 효과음]
은석 씨 아닌데?
구라라 인생도 참 버라이어티하네
[정남의 헛웃음]
(준) 이왕 이렇게 된 거 나랑 결혼했다고 쳐
(라라) 싫은데? [라라의 웃음]
(준) 나 너무 불안해
(준) 라라야
(준) 빨리 겨울 됐으면 좋겠다
너랑 당당히 만날 거야
(정남) 왜 나한테 말 안 해 줬어?
(은석) 네가 얄미워서
이젠 나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
(라라) 지금 밤하늘 보면서 별한테 소원 빌었어
네가 많이 보고 싶어서
(은석) 그 용기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냐?
(준) 하나만 생각하면 돼요, 라라
(민수) 그 중고 피아노 가게 사장
찾았어, 찾았다고
(라라) 오늘같이 기쁜 날 너도 같이 있으면 좋을 텐데
(여자) 선우준?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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