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솔솔라라솔 14
[부드러운 음악]
이걸로 볼 수 있을까요?
(점원) 네 [준이 숨을 씁 들이켠다]
[고민하는 숨소리]
[문소리가 난다]
[다가오는 발걸음]
(가영) 선우준?
정가영?
찾았다
[가영의 한숨]
(가영) 그동안 나 안 보고 싶었어?
(준) 응, 별로
불친절한 건 여전하네
[의미심장한 음악]
(준) 미친놈, 먹어, 먹어, 먹어 [지훈의 웃음]
(지훈) 생큐
(가영) 지훈아, 그거 내가 먹어도 되지?
어?
[흥미로운 음악] (지훈) 어, 그래
잘 먹을게
(지훈) 야, 쟤 혹시
나 좋아하나?
아이고, 인기 많아서 좋겠다
하, 진짜 이놈의 인기 때문에 내가 참…
(준) 놔도 될 거 같은데
[탁 소리가 난다]
(지훈) 야, 괜찮아?
어머, 쏘리
지훈아, 오늘 나랑 도서관 갈래?
야, 정가영
(준) 사람을 쳤으면 성의 있게 사과를 해야 될 거 아니야
그러니까 지훈이랑 붙어 다니지 말라고
(가영) 맨날 붙어 다니니까 공 맞는 거 아니야
(지훈) 그럼 우리 셋이 같이 갈까? 셋이 같이 가자
싫어
(지훈) 야!
(준) 진로는 정했어?
의대 갈 거지?
아니, 나는
수학 전공하려고
(지훈) 미국 MIT나 스탠퍼드 목표
집에선 괜찮대?
뭐, 우리 엄마야 늘 내 편이니까
씁, 나도 너 따라서 같이 갈까?
[숨을 깊게 들이켠다]
그럼 필즈상을 향해서 둘이 같이 달려가 봐?
어떻게, 한번 달려가 봐?
- 가자 - (준) 가자, 오케이
필즈상은 내가 탈 건데?
나도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에서 금메달 딴 거 알지?
(가영) 그러니까 그 꿈에 나도 같이 들어가겠다는 얘기야
[준의 한숨]
(지훈) 가영아
너 솔직히 나 좋아하지?
네 마음대로 생각해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한숨]
(가영) 너 학교 그만두고 유학 갔다는 소문이 파다하던데
막상 가 보니까 없더라?
나 스탠퍼드 진학했어
전에 너랑 지훈이가 거기 간다 했었잖아
(준) 그래
축하한다
난 네가 지훈이랑 한 약속 지키러 간 줄 알았는데
그럼 그동안 어디 있었어?
(준) 네가 알아서 뭐 하게?
별 시답지도 않은 여자랑 몰래 결혼이라도 해서 살려고 했어?
(가영) 너튜브에서 봤어
막장 결혼식의 웨딩 크래셔
[헛웃음]
지훈이 때문에 가출이라도 한 거야?
넌 도대체 왜 나를 찾은 건데?
뭐, 괴롭히고 복수라도 하려고?
[헛웃음]
복수라…
너 좋아해서 찾은 거야
[흥미로운 음악]
너
지훈이 좋아했잖아
역시 넌 눈치가 없어
내가 좋아한 건
선우준 너였는데?
[한숨]
그러니까
앞으로 나한테 친절해져 봐
[키보드를 탁 누른다]
[밝은 음악]
주스 왔습니다!
(승기) 아, 깜짝이야
아, 누나, 왜 이렇게 조용히 다녀요 나 진짜 심장도 약한데
- 너 하영이 좋아하지? - 아니
치, 아니긴 뭐가 아니야
(라라) 마셔
아이, 근데
어떻게 알았어요?
승기야
(라라) 세상 눈치 안 보고 사는 내가 알 정도면
이 동네 사람들 다 안다는 얘기야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한숨]
부럽다
[당황한 신음] 뭐, 뭐가요?
너희 둘의 오랜 시간
나의 오랜 스승님이신 공미숙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지
시간이 힘이 제일 세다고
(라라) 연주에도 시간이 깃들면 티가 난다고
그렇구나
(승기) 근데 누나
하영이는 다른 남자 좋아한 시간이 너무 많아서
나는 끼어들 틈도 없을 거예요
에이, 정말 그럴까?
아유, 말해 뭐 해, 입만 아프지
(승기) 아, 그나저나
준이는 언제 봐요?
이제부터 누나가 서울 올라가기로 했다면서요?
공부할 시간 아껴야 되니까
(라라) 안 그래도
이번 모의고사 끝나는 날 바로 만나기로 했어
[피식 웃는다]
약속 잘 지켜요
(승기) 그 자식, 누나 안 가면 여기 바로 내려올 놈이야
음, 알아
(숙경) ♪ 아! 테스형 ♪
(하영) ♪ 테스형 ♪
(함께) ♪ 세상이 왜 이래 ♪
♪ 왜 이렇게 힘들어 ♪ [함께 웃는다]
(숙경) ♪ 아! 테스형 ♪
아, 어서 오세요
어머나, 아까 오셨던 손님이네?
어떻게, 선은 잘 봤어요?
(손님) 아, 됐고!
아줌마 때문에 오늘 선 완전 망쳤으니까
환불해 줘요
[익살스러운 음악]
네?
(손님) 그 남자가 긴 생머리를 좋아한다잖아요
아줌마가 추천해 준 파마머리 하고 나가서 다 망쳤어
[손님이 콧방귀를 뀐다]
으이그, 머리야 다시 하면 그만이고
세상의 반은 남잔데
머리 다시 예쁘게 해 드릴까?
(손님) 그냥 환불해 달라고요!
내가 오늘 하루 버린 시간하고 정신적 보상까지 다 받고 싶지만
그건 됐고, 파마값이나 줘요
(숙경) 손님
머릿결이 상한 것도 아니고 파마가 잘못 나온 것도 아닌데
(손님) 아, 진짜 시끄럽게 말 한번 많네
(하영) 아줌마!
(숙경) 쓰읍!
아줌마?
나 말이니?
그럼 여기 아줌마 말고 아줌마가 또 있어요?
(손님) [헛웃음 치며] 야, 나 아직 싱글이거든?
(하영) 아, 됐고요!
아줌마 선 망친 게 왜 우리 엄마 때문이에요?
제가 봤을 때는요 아줌마는 긴 생머리였어도
그 남자한테 차였을걸요? [숙경의 다급한 신음]
(손님) 너, 너 말 다 했어?
(하영) 아니요, 더 있는데요? 그리고요
그거 돈 조금 냈다고 갑질 좀 하고 싶은 모양인데
미용사가 아줌마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거든요!
(손님) 뭐?
(숙경) 아유, 정말, 이놈의 계집애가 그냥
[하영의 성난 숨소리]
저, 손님, 내가 머리 예쁘게 다시 해 드릴게, 응?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여기 앉으세요
- 엄마! - (손님) 아니!
(손님) 환불해 줄 거야, 말 거야?
[하영의 어이없는 신음]
일단 앉으시고
아이씨
(하영) 여기요, 됐죠?
[하영의 성난 신음]
(손님) 진작 그럴 것이지, 아유, 짜증 나
(숙경) 저기, 손님, 아, 손님!
- (하영) 아, 엄마 - (숙경) 손님
(하영) 다시는 오지 마, 이 진상 아줌마야!
[짜증 내며] 아니,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어!
(숙경) 아니, 왜 환불을 해 주고 그래 [하영의 아파하는 신음]
아, 짜증 나, 엄만 자존심도 없어?
아, 왜 저런 사람들 비위까지 다 맞춰 주는데
해 줘도 약값은 빼 주고 해 줘야지
왜 그걸 다 해 줘? 아유, 정말 아까워!
[어이없는 한숨]
아, 돈이 그렇게 좋아?
(하영) 그깟 몇 푼 안 벌면 그만이잖아
(숙경) 아, 아직 돈도 못 벌면서
네 돈을 왜 줘?
- (숙경) 자 - (하영) 아, 됐다고
(숙경) 아휴, 정말 내가 진짜
자!
[숙경의 손을 탁 치며] 됐다고
나 그깟 돈 필요 없어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해서 번 돈 나 필요 없다고!
[잔잔한 음악]
진하영
돈에 구질구질한 게 어디 있어?
이렇게 벌어서 너 먹이고 입히고 살았어
(숙경) 때마다 자존심 부리고 성질부리고 살았으면
너랑 나 벌써 길거리에 나앉았어
누가 엄마보고 그러고 살래?
아, 내가 그러라고 했냐고!
[하영의 답답한 신음]
(숙경) 하영아!
[한숨]
(민수) 하영쓰
무슨 일이 있나?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숙경이 훌쩍인다]
(숙경) 어서 오세요, 아이고, 아이고 [문이 달칵 닫힌다]
단골손님이 오셨네
아유, 저기, 아유, 눈에 뭐가 들어갔나 [숙경이 훌쩍인다]
[숙경이 살짝 웃는다]
저기, 저 좀만 기다려 줄 수 있겠어요?
오후 장사 전에 밥 한술만 후딱 할게요
아유, 이 일이 배가 고파도 손님이 계속 밀어닥치면
밥 먹을 짬이 없거든요, 저…
여기, 여기 좀 앉으세요
[숙경의 어색한 웃음]
저 신경 쓰지 마시고 편안히 드세요
(숙경) [웃으며] 아유, 예
[숙경이 달그락거린다]
평소에는 손님 오면은 밥 같은 거 절대 안 먹는데
오늘은 힘을 좀 내야 해서, 죄송해요
[옅은 신음]
[숙경의 옅은 한숨]
(숙경) 어머
아, 왜 남의 밥그릇을 뺏어요
(민수) 저기 가서 앉아 있어요
쿠폰 좀 쓰고 싶어서 그래요
[숙경의 의아한 신음] 숟가락을 올리고 싶어도 먹을 게 있어야 올리지, 쳇
[밝은 음악] [민수가 통을 탁 내려놓는다]
[숙경이 피식 웃는다]
(숙경) 아유
언제 기회가 올지 몰라서 늘 가지고 다닙니다
[반짝이는 효과음] (숙경) 어머나!
아유, 맛있겠다
이런 재주가 있었어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말 안 했나요?
제가 칼을 좀 씁니다
오!
저는 가위를 잘 씁니다
[피식 웃는다]
칼과 톱
플러스 가위까지
(민수) 삼총사 하면 딱 좋겠네
톱요?
차 쌤
(민수) 그 양반은 톱을 잘 쓴답디다
[웃음]
차 쌤은 어때요, 같이 살기?
씁
까다로워 보이죠?
(민수) 근데 생각보다 단순하더라고
먹는 거에 좀 약해
식탐이 좀 있어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민수의 힘주는 신음]
밥 먹었어요?
(은석) 네
[민수의 힘주는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민수) 뭐야?
[익살스러운 효과음]
[밥솥 뚜껑을 달칵 닫는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이씨
배 속에 거지새끼가 들었나, 씨
(민수) 약은 또 얼마나 잘 챙겨 먹는데
약요? 무슨 약?
[서랍을 부스럭 뒤진다]
[초조한 숨소리]
씁, 아, 대체 어디다가 뒀지?
씁, 그날 영주 차에 떨어뜨렸나?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어?
은석 씨?
아, 은석 씨가 웬일이야 나한테 전화를 다 하고?
어?
약병?
[발랄한 음악] 어
[통화 종료음] [휴대전화 조작음]
뭐야
아휴, 약병이…
[한숨]
도대체 무슨 약이길래
1년 만에 처음 전화해서 약병부터 찾아, 이 인간은
아이씨, 도대체 어디 있다는 거야?
(영주) 어?
[힘주는 신음]
이거구나
어, 이쁘긴 하네
[영주의 놀란 신음]
뭐야?
어디가 아픈가?
[통화 연결음]
(정남) 성분 분석요?
아, 뭐, 연구소에 친구가 있긴 한데
무슨 약인데요?
(영주) 은석 씨 건데
엄청 중요한 약 같아서 그래
은석이 형요?
일단 가져와 봐요, 예
[통화 종료음]
[생각하는 신음]
[의미심장한 음악] 이 병원 관두고 싶어서
형, 혹시
시한부야?
[작은 목소리로] 어
[놀란 신음]
설마
그게 진담이었나?
[쓱쓱 필기한다]
[한숨]
[잔잔한 음악]
아, 목소리 듣고 싶다
[상자를 탁 닫는다]
[고민하는 신음]
(라라) 앞으로 연락도 만나러 오는 것도 다 내가 할 거야
목표 달성할 때까진 절대 딴 데 정신 팔면 안 돼
알았지?
그래
약속했으니까
[숨을 후 내뱉는다]
(승기) 하루 종일 어디 갔나 했네
울었냐?
아니
(승기) 받아
뭔데?
여기서 마시자고?
아줌마 갖다드려
(승기) 혼맥 하면서 TV 보는 거 좋아하시잖아
(하영) 치
나보다 우리 엄마를 먼저 챙기냐?
(승기) 네가 아줌마 속을 또 얼마나 긁어 놨겠냐?
안 봐도 비디오지 [승기가 피식한다]
[승기의 옅은 한숨]
아휴, 이게 없네
[문이 탁 여닫힌다]
라라니?
(라라) 하영인데요?
[라라의 웃음]
어떻게 보지도 않고 알아요?
(숙경) 내 딸 발소리도 모르려고
딱 알지 [함께 살짝 웃는다]
만복 할아버지한테 갔다 오는 거야?
상태는 어떠셔?
아…
의사 선생님이야 매일 똑같다고 하는데
그래도 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려고요
그래, 곧 일어나실 거야
(라라) 그런데 이사 가요?
웬 짐이 이렇게…
아이, 찾을 게 있어서
(숙경) 아이, 어디다 잘 둔다고 뒀는데
이사 오면서 잃어버렸나
뭘 찾는데요?
어, 저…
하영이 임신했을 때 듣던 태교 음악 CD
태교 음악요?
오랜만에 듣고 싶어서 그래
옛날 생각이 나서
(라라) 어? 어머
하영이 어릴 때예요?
[놀라며] 너무 이쁘다
(숙경) 응
너무 예뻐서 동네 어른들이 다들
얘는 커서 미스 코리아 내보내야 한다고 그랬어
어! 어머
저도 저희 아빠가 그 소리를 똑같이 귀에 딱지가 앉게 들었다고 했는데
(숙경) 아유, 잘난 척은 [라라의 웃음]
[함께 웃는다]
하영이 가진 걸 처음 안 날이
스무 살 내 생일이었어
[잔잔한 음악]
부모도 없는 스무 살 여자애가
얼마나 무서웠겠니
거리를 걷는데
12월이라고
레코드 가게에선 캐럴이 흘러나오고
눈도 소복소복 쌓이고
나만 빼고
세상은 너무 행복해 보이더라
춥고, 무섭고
일단 가게 안으로 들어갔지
아무 헤드폰이나 끼고 그냥 펑펑 울었어
누가 듣든 말든
내 귀엔 고운 음악 소리만 들렸어
잘했어요, 아줌마
[살짝 웃는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났더니
용기가 생기는 거야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지
(숙경) 평생 혼자였던 나에게
가족이 생기는 거라고 생각하니까
오히려 더 열심히 살 힘이 생기더라
근데 남편은 없었어요?
도망갔어
[놀란 신음]
나랑 똑같네
[함께 웃는다]
한 끼 밥 먹을 돈도 겨우 벌던 때였는데
(숙경) 그날
만 원도 넘는 태교 음악 CD를 샀어
그 CD를 얼마나 열심히 들었는지 몰라
우리 아가 머리 좋아지라고
똑똑한 사람 되라고
어유, 어유, 주책이다, 아유
그랬는데 이놈의 계집애가 그냥
공부도 더럽게 안 하고 그냥 말도 더럽게 안 듣고
아유, 아유, 열불 나, 진짜로, 아유
에이, 열불 나니까 그냥 닭볶음탕이나 해야겠다
[의아한 신음]
아주 그냥, 아주 맵게 할 거야!
[숙경의 한숨]
내가 이놈의 계집애 들어오면 그냥 엉덩이를 그냥… 아유!
닭볶음탕 하영이가 좋아하는 건데
[달그락 소리가 들린다]
엄마랑 딸은 저런 거구나
[한숨]
어?
(라라) [웃으며] 찾았다
나중에 하면 돼, 나중에
아
[통화 연결음]
승기야? 하영이 옆에 있어?
네, 여기 있어요
뭐야?
(승기) 바꾸래
(하영) 아이씨
[하영의 헛기침]
아, 왜?
아니, 아줌마가 닭볶음탕 하고 있나 봐
집에서 맛있는 냄새가 아주 진동을 하네?
아이씨, 짜증 나
아, 끊어
[통화 종료음]
- 야 - (승기) 왜?
(하영) 나 집에 갈 거야
[밝은 음악] 1분 전까지만 해도 집에 안 들어간다며?
마음은 원래 움직이는 거야
나 간다
[승기가 피식 웃는다]
어? 넌 닭 다리인데 왜 아줌마는 감자야?
우리 엄마는 여기서 감자를 제일 좋아하거든?
(숙경) 자, 다들 맛있게 먹자
잠깐만요
[리모컨 작동음]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오늘 저녁은
모차르트와 함께하는 걸로 하죠
(숙경) 어울려
이 밥상하고
너무 잘 어울려
뭐래?
(숙경) 자, 닭 다리 먹어
[하영의 탄성]
[새가 지저귄다]
[밝은 음악]
[하영의 고민하는 신음]
자, 오늘은 어떤 스타일로 해 줄까?
준이 놀라게 스모키로 해 볼까?
아니, 그냥 과즙 팡팡으로 가시죠
- 네, 진 사장님 - (하영) 네
[함께 웃는다]
[하영의 고민하는 신음]
[한숨]
[자동차 경적]
시험 잘 봤어? 타
나 약속 있어
[타이어 마찰음]
따라오지 마
그럼 약속 장소까지 태워 줄게
[자동차들이 연신 경적을 울린다]
그 여자 만나러 가는 거야?
어
그냥 나랑 딴 데 가지 않을래?
너 왜 그래?
농담이야
(가영) 너 좀 피곤해 보인다
커피 마실래?
내가 집에서 직접 내려 온 드립 커피인데
어
가는 길에 눈 좀 붙이든지
됐어, 운전이나 똑바로 해
(가영) [기어를 달그락 넣으며] 치, 출발한다
[라라의 힘주는 신음]
너무 일찍 왔나?
기다리면 되지, 뭐
아, 예쁘다
[의미심장한 음악]
커피가 아주 효과가 좋네
[카메라 셔터음]
[기분 좋은 신음]
(라라) 예쁘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라라의 탄성]
(하영) 아, 진짜
이러다가 잠잘 자리도 없어지겠네
쯧, 그래
언니가 엄마 보물인 CD도 찾아 줬으니까
내가 인심 한번 쓰지, 뭐
아이고, 아이고
아, 진짜 이게 다 뭐야
아휴, 진짜
[힘주는 신음]
'소원 상자'?
이게 뭐지?
[잘그락 소리가 난다]
(하영) 야, 승기야!
- (하영) 이승기! - (승기) 응?
야, 너 어디 있어? 뭐야?
(승기) 나 여기 있는데?
(하영) 야, 야, 야, 빨리 일로 와 봐
아, 얼른
야, 너 이거 기억나?
여기 네 이름도 쓰여 있다
[하영의 들뜬 신음]
초등학교 때 뭐 써 넣었던 것 같은데
(하영) 초등…
(승기) 야, 그때 네가 나 협박했잖아!
내가?
[발랄한 음악]
(어린 하영) [한숨 쉬며] 야, 이승기!
빨리 쓰라고!
(어린 승기) 그냥 네 소원만 넣으면 안 돼?
안 돼, 재미없어
그, 타임캡슐은 언제 열 건데?
아, 어른 돼서 열 거라니까?
(어린 하영) 그때
지금 쓴 이 소원을 이룬 사람한테는 선물을 주는 거야, 알았어?
소원을 이루면 선물을 받는 거네?
그렇지
(하영) 아, 야, 맞네
그때 우리 둘이 여기다가 편지를 써서 넣었었잖아
(하영) 씁, 그때 내가 뭐라고 썼더라?
(승기) 씁, 야
근데 이거 열쇠는 있냐?
어?
아이씨, 그건 또 얻다 놨더라?
그냥 이렇게 하지, 뭐
[하영의 놀란 신음]
(하영) 아, 됐다
[승기의 한숨]
(하영) 씁, 뭐라고 썼으려…
[익살스러운 음악]
'구성준과 결혼하게 해 주세요'
구성준이 누구지?
아, 초등학교 3학년 때 여름에 서울에서 전학 온 애
(승기) 그, 얼굴 허옇고 삐쩍 곯은 애
(하영) 삐쩍 곯은 애?
아, 몰라, 그동안 좋아하는 사람이 하도 많이 바뀌어 가지고
다 까먹었어
[승기가 피식 웃는다]
자랑이다, 어, 자랑이야
야, 근데
네가 어떻게 나보다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을 더 잘 기억하냐?
[부드러운 음악]
(하영) 야, 내 건 꽝이니까 얼른 네 거나 보자
그럴까?
(하영) 아, 뭔데? 왜 안 보여 줘?
[승기의 헛기침] 어?
야, 야, 어디 가? [문이 달칵 여닫힌다]
뭐야? 뭔데 저래?
[잔잔한 음악]
[한숨]
(라라) 무슨 일 있나?
시험을 너무 못 봤나?
카톡 확인도 안 하고
[통화 연결음]
[통화 연결음]
[통화 연결음]
집에도 없나?
[한숨]
[통화 연결음] [문이 끼익 열린다]
[라라의 놀란 신음]
(윤실) 어, 가영아
오늘 정말 고맙다
(가영) 아이, 고맙긴요
전 그냥 준이랑 같이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윤실) 그랬구나, 그래
조심해서 가, 응?
[무거운 음악] - (가영) 안녕히 계세요 - (윤실) 그래그래
[문이 달칵 닫힌다]
[한숨]
(가영) 뭐야?
[헛웃음 치며] 그 여자네?
[다가오는 발걸음]
남자 집 앞까지 찾아오는 뭐, 그런 스타일인가 봐요?
준이한테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죠?
왜요?
무슨 일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무 일 없으면 됐어요
(가영) 언니
그만 준이랑 헤어지죠
싫은데?
[헛웃음]
(하영) 아이씨, 쯧
늦네
칭찬 좀 받아 보려고 했더니 왜 이렇게 안 와
[휴대전화 진동음]
어, 왜?
(승기) 나 지금 커트 좀 해 줘
지금?
너 미쳤냐? 아, 이렇게 늦은 시간에 누가 머리를 잘라
(승기) 진헤어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어? 여보세요? [통화 종료음]
(하영) 야, 야, 이승기! 야, 이승기!
아, 진짜
이게 예의도 없이 전화를 막 끊네
씨, 가만 안 둬
(하영) 뭐야?
기다린다더니 얘는 어딜 간 거야?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밝은 음악]
"사랑해"
(영상 속 승기) 하영아!
야, 좀 찍지 말라고, 아, 진짜
(영상 속 하영) 아, 좀!
(영상 속 승기)
(영상 속 승기)
(영상 속 승기)
(영상 속 승기) 잠자는 너도
(영상 속 승기) 노래하는 너도
(영상 속 승기) 너의 모든 순간이 다 좋아
(영상 속 승기)
(영상 속 하영) [울먹이며] 야, 너 진짜 변태냐?
아, 왜 이딴 걸 찍어!
(영상 속 승기) 왜? 난 너 우는 게 그렇게 웃기더라
(영상 속 승기)
(영상 속 승기) 너의 곁엔
(영상 속 승기)
(영상 속 승기) 하영아
오늘부터 우리 1일이다
오늘부터 1일 할 거면
(승기) 이거 불어
[하영이 입바람을 후 분다]
[발랄한 음악]
선물
선, 선물?
응, 소원 상자 소원 이뤄지면 선물 주기로 했잖아
(어린 승기) 진하영이 나를 좋아하게 해 주세요
'진하영이 나를 좋아하게 해 주세요'?
[문을 달칵 닫는다]
언니
언니?
[라라의 놀란 신음]
어, 하영아
무슨 생각 하길래 소리도 못 들어?
좀 피곤해서
- (하영) 근데 언니 - (라라) 응?
뭔가 방이 좀 깨끗해진 거 같지 않아?
그런가?
얼른 자, 언니
[잔잔한 음악] (라라) 응
나 간다
[살짝 웃는다]
헤어 숍 정리는 잘하고 있나?
(승기) 아, 그럼
아무도 안 왔다 간 것처럼 해 놓을게
[피식 웃는다]
근데 승기야
(승기) 응?
라라 언니가 좀 이상해 오늘 준이랑 무슨 일 있었나?
(하영) 지금 상태로 봐선 완전 위험 레벨 1등급인데
그래?
(하영) 응
일단 네가 준이한테 연락해서 좀 알아봐 봐
네, 충성
(영주) 그, 그 약 성분
결과 나왔어요?
사실
전에 내가 형한테
(정남) 형 설마 시한부냐고 물은 적이 있었는데
[무거운 음악]
장난처럼
맞는다고 그러는 거예요
시, 시한부?
(영주) 아이
은석 씨가 시한부라고?
(정남) 그 말이
농담 같은 진담이었나 싶기도 하고 그래서
이 약이 분명히 진통제, 뭐
그런 계열인 줄 알았는데
뭐, 뭔데?
빨리 말해, 빨리!
[정남의 한숨]
비타민이래요
어?
(정남) 아, 이 형은 뭔 약을 이렇게 잘 챙겨 먹어
[정남의 웃음] 아, 진짜 다행이다
[영주의 울음 섞인 한숨]
내놔! 이거 내가 갖다줄 거야
(영주) [정남을 탁 때리며] 아유, 씨
- (영주) 어, 쟤, 쟤, 쟤 - (정남) 어?
그 결혼식
[익살스러운 음악]
근데 병원엔 무슨 일이지? [정남의 의아한 신음]
나 쟤 분명히 어디서 본 거 같은데
(영주) 어?
[문이 달칵 닫힌다]
[정남의 의아한 숨소리]
원장실은 왜 들어가?
아, 노크도 안 했어
아, 가까운 사이인가 봐
어?
어?
(정남) 어, 어, 어!
(영주) 어디 가?
(정남) 아, 그래
병원장님 아들
[영주의 시큰둥한 신음] (영주) 어?
어? 아이…
와!
아, 그러니까
정남 씨 전처랑 사귀는 남자가
병원장 아들인 거야?
(정남) 와, 나, 세상에 무슨…
아, 어떡하지
나, 나 이제 앞으로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되는 거지? [정남의 탄식]
엄마한테 전화해 봐
- (영주) 응? - (정남) 아
[정남이 살짝 웃는다]
(숙경) 라라 쟤 요새 무슨 일 있니?
음식 냄새만 나도 정신없이 달려 나오던 애가
방구석에서 통 나오질 않네
아휴
누나 원래 무슨 일 있으면 평소보다 더 많이 먹는 스타일이잖아
그렇지
밥 먹다가 배 터져 죽어도 괜찮다는 사람이지
(숙경) 어제는 우울해 보여서 민화투 치자고 했는데
그것도 마다하더라
[한숨 쉬며] 확실히 상태가 심각한데
[잔잔한 음악]
여자 친구?
지금 준이한테 여자가 생겼다는 거야?
그날
약속 장소에 준이가 안 나와서
해 질 때까지 기다렸어
[승기의 한숨]
그래서 준이네 집 주소를 물어본 거였구나
(라라) 혹시 무슨 일 있나 하고 가 본 거야
근데 거기서 준이 여자 친구를 만났다 이거구나?
(하영) 아이씨, 진짜, 아, 준이 이 나쁜 놈!
[하영의 한숨]
(승기) 야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단정하지 마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잖아
- 그렇겠지? - (승기) 어
언니 연락도 다 씹는다며
그렇지
혹시 요즘 준이한테 너무 빡빡하게 굴거나 그런 건 아니야?
[한숨]
(승기) 잠깐만 나갔다 오자
아, 어딜?
맨입으론 일 못 하지
얼마 드리면 되는데요?
(하영) 야, 가자
[반짝이는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차라리 우리가 하는 게 낫겠어 너 가서 얼른 카메라 챙겨 와
(민수) 너희 내 밥그릇에 손대는 거야?
새 사업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업종 변경을 해
변경이 아니라
확장인데요?
[당황한 숨소리]
준이 관련해선 내가 전문가야
은포까지 와서 준이 찾아낸 것도 나라고
의뢰인이었던 준이 엄마한테 연락한 거는 경찰이잖아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하영) 아저씨 그, 나쁜 놈들한테 맞고
지갑이랑 핸드폰도 다 뺏겼다면서요?
[승기가 풉 웃는다] 야, 맞는다
그 문 비서 아저씨 정보도 있잖아
잘못 알아 왔더라
[익살스러운 효과음] (승기) 좀 어리숙해 보이기는 하는데
팩트 폭격 그만해
[미사일 발사되는 효과음] 팩트 폭격?
이 새끼! 뭐가 팩트야, 뭐가!
(하영) 승기야
아저씨가 아무래도
'팩트'라는 단어를 잘 모르나 봐 [승기와 하영의 웃음]
가자
(민수) 내가 [흥미진진한 음악]
이번 건은 돈 안 받고 한다
[날카로운 효과음] 내 명예를 걸고
이쪽 일이란 게 뭔지 제대로 보여 주지
그러실래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
(민수) 씁, 아…
진하영 고거 진짜 보통이 아니란 말이야
누가 또 형님 혈압에 태클 걸었습니까?
[카메라 셔터음]
(민수) 야, 앉아
하여튼
구라라부터 진 씨 모녀까지
그 집 사는 여자들은 하나같이 만만치가 않아
아이, 야, 나온다
얼굴 나오게 찍어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민수가 혀를 쯧쯧 찬다]
여자가 생긴 게 맞았네
가자
[준의 한숨]
[익살스러운 음악]
왜 그래?
(민수) 본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야, 걸렸냐?
안 걸린 거 같은데요?
오는 거 같은데?
안 오는 거 같은데
그래?
[익살스러운 효과음] (민수) 아이씨
[준의 어이없는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엄마가 또 시킨 거예요?
[부정하는 신음]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한숨]
맛이 없어요?
아, 아니요
하영이가 요새 통 밥을 안 먹는다고 하길래 여기 온 건데
(은석) 딴 데 갈 걸 그랬나?
전에 여기 파스타 맛있게 잘 먹었잖아요
(라라) 그렇죠
그랬었죠
(은석) 무슨 걱정 같은 거 있어요?
나한테 편안하게 말해 봐요
어, 내가 인생을 조금 더 살았으니까
작은 조언 정도는 해 줄 수 있어요
(은석) 준이가 그럴 리가 없는데
제가 장담할 수 있어요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으니까
직접 만나서 얘길 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그렇죠? 그게 낫겠죠?
아, 그럼요
(은석) 미리 걱정하고 마음 졸이는 거
라라 씨랑 안 어울려요
말도 안 돼
아, 그게 말이 돼요?
(민수) 내 말 못 믿겠어?
잠깐만요, 라라 누나 올 수도 있으니까
[승기가 문을 달칵 잠근다]
[하영의 놀란 신음]
(하영) 어? 뭐야?
이 여자가 진짜로 준이 새 여친이라는 거예요?
그렇다니까 그러네, 참
아, 진짜, 아, 짜증 나네!
왜 네가 화를 내 화를 내도 누나가 먼저 내야지
[한숨 쉬며] 승기야, 잘 봐 봐
(하영) 나보다 못생겼잖아 아, 나보다 못생겨서 짜증 난다고!
뭐야, 이 여자
걔가 더 이쁜데?
(승기) 어디가요! [전기가 튀는 효과음]
어디가 우리 하영이보다 예쁜데요?
쯧, 이렇게 예쁜데
[헛기침]
(민수) 아무튼
준이하고는 고등학교 동창이고 현재는 미국 스탠퍼드에 다녀
한국엔 비자 문제로 잠시 들어왔고
되게 공부를 잘하는구나
일단 라라한테 먼저 알려
혼자 마음고생하게 두지 말고
(하영) 아니요, 내가 먼저 준이 만나 보고 올 건데요?
(승기) 네가 왜?
아, 왜긴?
가서 멱살이라도 잡아 가지고
마음이 왜 변했나 이유라도 들어 봐야 될 거 아니야!
(하영) 어, 진짜 나쁜 놈
(민수) 너희들이 아직 어려서 세상을 모르나 본데
영원한 사랑?
[헛웃음 치며] 그런 거 없다
내가 이 일 하면서 별의별 꼴을 다 보고 내린 결론이야
(하영) 야, 숨겨 [승기의 다급한 신음]
그게 다 무슨 소리예요?
[하영과 승기의 한숨]
[무거운 음악]
[휴대전화 진동음]
어, 준이다
(하영) 아, 야
(승기) 누나
받아 봐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옅은 한숨]
(준) 그동안 연락 못 해서 미안
괜찮아
시간 없으니까 빨리 얘기하고 갈게
그래도 이별은
얼굴 보고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서
이별?
(준) 응
우리 헤어지자
[감성적인 음악]
왜? 그 여자 친구 때문에?
그냥
네가 싫어졌어
준아
진심이야?
그럼 내 두 눈 보고 얘기해 봐
이제 네가 싫다고
앞으로 잘 살아
나 같은 놈 잊고
[흐느낀다]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애절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예서 모) 아유, 노래 좋다
아, 이 노래 제목이 뭐였더라? 어?
'남몰래 흐르는 눈물'
(승기 모) 아이고, 남몰래 눈물 많이 흘려 봤다
[피식하며] 그래?
[승기 모와 예서 모의 웃음]
[애절한 음악]
[준이 훌쩍인다]
비가 제법 오시네
하루 종일 오시려나?
(승기 모) 그러게?
- (승기 모) 야! - (예서 모) 응?
(승기 모) 미란이 시험관 어떻게 됐어?
(예서 모) 씁, 눈 딱 감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하는 거라니까
이번엔 되겠지요, 응!
(승기 모) 아유, 미란이 걔도 창창한 30대를
그냥 그 임신 한번 해 보겠다고 다 날려 버리네
시어머니가 그렇게 눈치를 주는데 어쩌겠어
미란이도 사실 되게 갖고 싶어 해
(예서 모) 내색을 안 해서 그렇지
그래? [함께 호응한다]
(숙경) 우리 애들 말썽 부리는 거 보면서 아주 그냥 혀를 내두르길래
아닌 줄 알았어
하영이 엄마인 너, 진숙경이를 제일 부러워하더구먼
(예서 모) 그래
- (숙경) 진짜? - (승기 모) 어
[숙경의 놀란 신음]
우리 하영이가 그렇게 탐이 날 재목인가?
(예서 모) 숙경쓰
하영이 걔가 집에서는 툴툴대도요 밖에서는, 아휴
제 엄마 위해서라면은 목숨 걸고 싸울 애야
남편보다 백배 낫다, 야
암요 [문이 달칵 열린다]
[미란이 부산스럽다]
(미란) 아이, 차가워, 차가워
언니들
나 왔어
(예서 모) 미란쓰, 어서 와 [저마다 반긴다]
짠! 김치전 부쳐 먹자
(미란) 비 오니까 또 생각이 나더라고
[예서 모의 들뜬 신음]
(숙경) 왜 이렇게 무거운 걸 들고 다녀, 진짜
(예서 모) 자, 그럼 준비를 시작해 볼까? [사람들이 분주하다]
- (승기 모) 맛있겠다 - (미란) 음, 맛있다, 맛있다
(예서 모) 간도 잘됐다
[예서 모와 미란의 음미하는 신음]
(미란) 언니, 라라
라라 아직도 힘없어?
어
(예서 모) 별수 없지, 쯧
'아웃 오브 마인드, 아웃 오브 사이트'
'아웃 오브 사이트, 아웃 오브 마인드'
- (승기 모) 아, 진짜 - (예서 모) 거참…
(예서 모) 아, 그거나 이거나 순서 좀 바뀌었구먼 알아들었으면 됐지, 아, 패스
(승기 모) 어머나? [예서 모의 못마땅한 신음]
[미란의 한숨]
(미란) 난 그래도 저 둘이 헤어질 줄 몰랐는데
준이가 라라 좀 좋아했냐고
(승기 모) 아유, 남녀 사이의 일을 제삼자가 어떻게 알겠어
[예서 모의 한숨]
[차분한 음악]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
(라라) 내가 돈을 못 갚았잖아
너도 봐서 알겠지만
내가 원래 빚지고는 못 사는 스타일이야
그러니까 내가 돈 다 갚을 때까지 어디 가면 안 돼
[잔잔한 피아노 연주]
[부드러운 피아노 연주]
(라라) 준아
이곳은 온통 넌데
내가 라라 랜드를 혼자 지킬 수 있을까?
[휴대전화 진동음]
누구지?
여보세요?
(미숙) 라라야
[잔잔한 음악]
선생님?
(미숙) 잘 지냈니, 우리 라라?
[울먹이며] 선생님
(미숙) 너 목소리가 왜 그래?
선생님 목소리 들으니까 갑자기 선생님 보고 싶어서 그래요
(미숙) 라라야, 선생님 한국 들어가게 됐어
(라라) 진짜요? 언제요?
(미숙) 다음 주 토요일
[라라의 반가운 숨소리]
(라라) 제가 마중 나갈게요
(미숙) 됐어, 뭐 대단한 귀국이라고
(라라) 언제 오는데요? 비행 편은요?
(미숙) 아유, 너도 참 유난이다
비행기 스케줄 메일로 넣어 놓을게
네, 선생님, 곧 봬요
[훌쩍인다]
[한숨]
누나
내가 메일 하나 보내 놨거든?
나중에 확인해 봐
(승기) 조이풀 웨딩의 첫 웨딩 크래셔를 환영하며
두 사람의 앞날을 축복합니다
진짜 결혼식도 우리한테 꼭 맡겨 줘
[옅은 한숨]
[부드러운 음악]
[반가운 숨소리]
- (가영) 준아! - (준) 어
(준) 저쪽…
[감성적인 음악]
[무거운 효과음]
[울먹이며] 준아
준아
[라라가 엉엉 운다]
[떨리는 숨소리]
(미숙) 피아노 학원을 혼자 냈다는 게 믿기지 않는데?
(라라) 누가 많이 도와줬어요
(미숙) 우리 라라 그동안 많이 힘들었구나?
(라라) 사실 준이와의 추억이 쌓인 라라 랜드에서 지내는 게
좀 자신이 없어요
(은석) 이 이야기를 해야 할지 말아야 될지 고민을 좀 많이 했는데
라라 랜드 건물 사실 준이가 산 거예요
(은석) 뭔가 우리가 모르는 다른 이유가 있는 거 아닐까요?
(준) 네가 영영 모르길 바랐는데
결국 기억해 내 버렸네
(라라) 너와 함께한 시간
그게 곧 나야
그러니까
나 절대 함부로 못 버려
(준) 이곳을 잊지 못할 거 같아요
저한테 반짝반짝한 일상을 선물해 준 곳이거든요
여기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라라
라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도도솔솔라라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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