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작사 이혼작곡 1. 14
[새가 지저귄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달그락 소리가 난다]
커피 안 마시는 거 신기해
주위에서 못 봤어, 우리 딸 빼고 [아미가 살짝 웃는다]
아빠한테 세뇌당해서
아버님도 안 드셔? 식구들 다?
(아미) 응
사실 좋을 거 없어
제일 문제가 카페인 중독이고
[아미가 살짝 웃는다]
(아미) 참 정취 있다
자기가 희생
희생이라기보다
감내해야 할 게 많아
같이 시간 보내고 싶을 때 그러지 못할 때 많을 거고
그러다 보면 불만 쌓일 거고
그 정도는 예상해요
외박 같은 거 안 할 거고
[아미의 한숨]
(유신) 아파도 함께 있어 주기 힘들어
아무 때나 통화도 못 하고
저녁 6시 이후로는 특히
그래도 상관없어?
충분히 잘 생각해 간단하고 쉬운 문제 아니야
한 번씩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볼 수 있잖아
[아미의 옅은 웃음] [애잔한 음악]
됐어, 그럼
한 가지 약속할 수 있어?
어떤 경우에도
다 포기하고 오란 말 말아
안 해요
그래서
자기한테 얻어지는 거 없잖아
오빠 한 사람
오롯이 너랑 함께할 수 없다고
함께하는 시간보다 마음이 중요해
나 안 사랑하면 그렇다고 말해요
[한숨]
(아미) 진심은 느껴져
내 마음도 느껴질 거고
오빠 마음도 느껴져
6시 이후 문자든 전화든 안 할게
바쁘면 몇 주에 한 번 봐도 괜찮고
마음만 한 자락
나한테 걸쳐 놔 줘요
그것도 안 돼?
자기 생각하는 내 마음
가볍지 않아
깊어
[살짝 웃는다]
그걸로 충분해
[피식 웃는다]
[웃음]
[향기의 한숨]
- (향기) 박우람 - (우람) 응
(향기) 너 지아 좋아하지?
왜 그렇게 생각해?
지아 보는데 눈에서 꿀 떨어지더라?
- 내 눈에서 꿀이? - (향기) 응
나 아직 어려
어린 동생한테 그런 얘기 하는 거 아니야
(향기) 너 계속 지아만 쳐다봤어
빙판도 보고 천장도 보고
앞사람도 보고 옆 사람도 봤거든?
그리고 얘기도 못 해?
오랜만에 만났는데 옛날 담임 선생님 얘기도 하고 [향기가 피식 웃는다]
알 거 다 알면서
내가 알아야 할 게 뭔데?
[한숨 쉬며] 뭐, 솔직히 지아 정도면 아주 괜찮은 애니까
네가 좀 잘해서 친하게 컸으면 좋겠다
나도 누나 옆에 잘 큰 남자 친구 있었으면 좋겠어
근데 없지?
[향기의 한숨] - 똑똑한 여자는 너 안 좋아하겠다 - (우람) 왜?
너처럼 한 마디 하면 두 마디, 세 마디로 받는
수다스러운 남자 안 좋아해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많이 안 넘어졌어, 우리 딸?
아빠가 같이 타면서 잡아 줬어야 하는데
향기 언니랑 우람이가 잡아 줬어
(종업원1) 실례하겠습니다
(유신) 어, 아빠가 썰어 줄게, 손 다쳐
(지아) 응
우람이는 꼭꼭 존대하더구먼 엄마 아빠한테
- 나도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거야 - (피영) 왜?
가까운 느낌 안 들어
해 봐?
(지아) 아버지, 잘게 썰어 주세요
[유신의 웃음]
어머니, 거기
냅킨 좀 주시겠어요?
- 듣기 좋으세요? - (피영) 네
전 아니걸랑요, 혀에 쥐 나려 해요
[피영과 유신의 웃음]
(유신) 자
자기 배고플 거 아니야
난 자기랑 지아 먹는 것만 보면 불러
(지아) 피…
정말
우리 지아도 이다음에 결혼해서 예쁜 아기 낳아 보면 알아
엄마도 아빠한테는 아기고, 베이비
[지아의 헛구역질] [피영의 웃음]
(피영) 자, 우리 딸
(지아) 근데 우람이 엄마는 왜 손목에 밴드 감고 있어?
파스, 손목 아파서
컴퓨터로 원고 하도 써 가지고, 직업병
(유신) 생큐
안되셨네
엄마도 직업병 있어?
없어, 몸으로 아프고 한 건
(지아) 아빠는? [피영이 숨을 들이켠다]
(피영) 아빠는 사람들 정신 분석하려고 들걸?
얘기 나누면서 속으로는
'이 사람은 어떤 경향의 사람이네'
[웃음]
맞아
(유신) 자, 우선 드세요, 공주님
피자도 시켜 자기 고르곤졸라피자 좋아하지?
양 많을 것 같은데
많으면 싸 가고
자기 오늘 안 오길 잘했어
(피영) 당신 왔으면 시은 언니네 좀 뻘쭘했을 거야
(유신) 왜?
박 교수님 전혀 썰어 주고 하는 거 없어
낮에도 스테이크 먹었나 보지?
응, 애들이 좋아하니까
(피영) 씁, 보면
우리 원장님처럼 자상한 남편 없어
사랑하니까
그럼 우람이네 아빠는 안 사랑한다는 얘기인가?
[문이 탁 닫힌다]
[해륜의 한숨] (시은) 배고파요?
(해륜) 아니, 아직
점심 모처럼 많이 먹었더니
[시은의 한숨]
숙제 끝냈다
사 PD 시아버지 입을 다물지 못해, 보니까
마나님 이뻐서
[피식 웃는다]
죽은 사람만 불쌍한 거야
상처한 지 오래됐다며?
2년도 안 돼 재혼했대
열아홉 살 어린 간호사랑
사랑은 국경이 없다는 말이 맞지, 뭐
[해륜이 피식 웃는다] (시은) 부러워?
뭔 소리가 듣고 싶어서? [의미심장한 음악]
솔직히 부러울 수 있지
당신이랑 열아홉 살 차이 나면
서른하나?
어허, 이보세요
비약하지 마세요 왜 불똥이 나한테 튑니까?
본인 희망 사항 아니야, 혹시?
참
[피식 웃는다]
(해륜) 여자들도 어린 남자 좋아해, 보면
후배 교수 있는데 주말이면 등산 다니거든
아줌마들 등쌀에 피곤하대
음식들 먹다가 지나가면 서로들 오라고 부르고 잡아끈대
[헛웃음]
요즘 그런 세상이야 여자, 남자 할 거 없이
우리가 정상인 거지?
그럼 [피식 웃는다]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원) 드라마 같은 데서 보면 법정 장면 나오잖아요
(사현) 네
방청석에서 사람들 지켜보고
막 변호할 때 떨리지 않아요?
나는 어려서 웅변을 해 그런지 별로 그런 거 없는데요
(사현) 더러 첫 재판 때 청심환 먹고 했다는 경험담은 들어 봤어요
아, 그리고 학부 때 방청 갔던 재판인데
당시 변호사께서 첫 재판이셨나 봐요
사람이 너무 긴장하면
자기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잘 모르잖아요
하필 근데 그날 서면에
무슨 계산이 잘못돼 가지고 판사님께서 그걸
[한숨]
'지금 이거 수정하세요' 한 거예요
- 어머 - (사현) 보통 그런 건
(사현) '어, 들어가서 서면으로 수정하겠습니다'
라고 하고 들어가서
천천히 계산해서 수정해서
서면으로 다시 내면 되는데
판사님이 하필 그때
'그냥 지금 이 자리에서 하세요 뭘 굳이 서면으로 다시 내요'
'빨리 계산해 보세요'
라고 했어요 [원의 웃음]
그래서 갑자기 계산을 해야 되는데
이분이 너무 긴장하셨는지
잘 계산이 안 나오는 거예요
금액이 딱 떨어져야 되는데
진짜 당황하시더니
아직도 내 기억에 남는 게 뭐라 했냐면은
'판사님 제가 점심에 쫄면을 먹어 가지고'
[떨리는 숨소리]
[말을 더듬으며] '첫 재판인데'
'너무 긴장하고 그래 가지고'
'소화가 잘 안된 것 같습니다' [원의 웃음]
그랬더니 판사님이 약간 헛웃음 웃고
'들어가서 계산해 내세요'
와, 그때 방청석에서 웃음 참느라고
쫄면 어감이랑 상황이 완전 웃기잖아요 [함께 웃는다]
[웃음] [따뜻한 음악]
(원) 언제나 만나면 재밌어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단말기 조작음]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 진동음]
(사현) 안녕하세요, 서점 왔는데
혹시 번역하신 저서 중 추천서 있을까요? 셰셴 [부드러운 음악]
[휴대전화 진동음]
(원) 어느 서점요?
(사현)
[사현의 놀란 신음] [원이 살짝 웃는다]
(사현) 아, 깜놀
(원) 부인은요?
골프 갔어요
아, 결혼식 있어 가지고요
완전 딴사람처럼 보여요, 오늘은
좋은 쪽으로요?
평소에도 멋있었는데
캐주얼도 잘 어울리고 정장도 잘 어울려요
[사현의 헛기침] - 누가요? - (원) 셰셴요
[웃음]
쑹위안 번역서 읽어 보고 싶어서 사려고 들렀어요
빈집 들어가기도 싫고
저쪽에 있는데
집에 여분 책 있으니까 선물할게요
취향 아닐 거 같아서 안 줬어요
(사현) 책에 취향이 어디 있어요
모든 음식 골고루 먹어야 하듯이 책도 그렇잖아요
어떤 책이든 좋은 정보 좋은 내용 있고
오늘 사 갈래요, 어디 있어요?
갖고 있는 책 주고 싶은데요 마음을 담아서
[잔잔한 음악] 마…
마음을 담아서?
그 마음 뿌리치면 안 되죠 누구 마음인데
[원의 웃음]
아, 책 뭐 사실 거 있어요?
아, 훑었는데
오늘은 들고 가고 싶은 책이 없네요
손 무거워요, 가볍게 갈래요
(사현) 제 팔 잡으세요
(원) 아이…
(사현) 손 가볍게 가고 싶으시다면서요
팔 잡는 게 그렇게 편하대요
(원) 부인이요?
(사현) 아니요, 첫 여자 친구요
첫 여자 친구가 첫사랑이죠?
[사현이 숨을 들이켠다]
생각해 보니까 사랑까진
아니었어요
적당히 좋은 감정이었지
첫사랑은 그러면 부인분?
[사현의 생각하는 신음]
와이프한테 매달려 결혼했는데요
결혼해 보니까 뭐랄까
그 애틋하고 좋았던 감정이 희석? 옅어지는 느낌
(사현) 잡으세요, 이렇게
(원) 아유, 오해받아요
아유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오해 좀 받으면 어때요 어디까지나 오해일 뿐인데
오해가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잖아요
때에 따라선 중요하게도 작용해요
대단한 게 뭐라고 생각해요?
[사현의 생각하는 신음]
죽고 사는 문제
가족 간의 화합
건강
금전적인 문제도 중요하고요
쪼들려 본 적 있어요? [사현이 피식 웃는다]
(사현) 아직까지는요, 쑹위안은요?
(원) 운 좋아서
부모님 좀 일찍 돌아가셨지만
상가 건물 남겨 놓으셨거든요
다행이네요
아, 차 갖고 왔을 거 아니에요?
(사현) 세차 맡겼어요
(원) 먼저 갈게요, 그럼
(사현) 의리 없이요? [원이 피식 웃는다]
- 차 한잔할까요? - (사현) 커피도 안 드시잖아요
그냥 이렇게 걸어요, 걷는 거 좋은데요
(원) 난 거의 매일 걷는데, 산책
(사현) 어, 주로 어디요?
(원) 음, 바쁠 땐 아파트 단지 몇 번 돌기도 하고
바디플 공원도 가고
걷다 보면 적절한 문장, 표현이 잘 떠올라요
번역, 기본적으로 중요한 게 어쨌거나 도착어거든요
[사현의 호응하는 신음]
출발어가 중국어고 도착어가 한국어니까
평상시 한국 문학 서적을 많이 읽어요
중국어, 한국어 대칭이 잘돼야 하니까
(사현) 아, 그렇죠 [원이 살짝 웃는다]
(원) 어?
아, 저기요
(여자1) 어머, 감사합니다
[아이1의 칭얼거리는 신음]
(사현) 아들이죠?
(여자1) [웃으며] 아, 네
몇 개월 됐어요?
15개월 접어들었어요
[아이1이 옹알거린다]
(원) 음
(여자1) 너…
판사현?
누구…
우리 6학년 때, 나 미주, 판미주
같은 성이었잖아, 우리
아!
(여자1) 어머, 멋있어졌다, 너?
[사현의 멋쩍은 웃음]
아, 동창이에요
(원) 아, 네
어머, 재주 좋네, 이런 지적인 미인을
[익살스러운 음악] - (원) 아니… - (사현) 아, 친구
아직 결혼 안 했어?
[당황한 웃음]
한 이불 덮고 사는 친구?
- (원) 아, 아니에요 - (사현) 아…
같은 피트니스 회원요
서점 왔다가 만나서 우연히
[함께 웃는다] (지아) 그럼 우리 이따가
점심시간 끝나고 가자
- (지아 친구1) 그래 - (지아 친구2) 그래
[발랄한 음악] (지아) 어? 우람아
너도 이 반이야?
(해륜) 너희는 신입생이라 인제 2학년 헤드들 지시를 받아야 해
(시은) 헤드?
(해륜) 3, 4학년이 연출하면서 헤드를 뽑거든
헤드가 책임지고 의상, 소품을 어시스트하니까
실무적인 건 또 1학년한테 시키는 거지
연영과 군기가 세
새벽 콜 떨어질 때도 많고
인제 고생문이야, 제대로
(향기) 왜들 그런대? 요즘이 쌍팔년도도 아니고
[문이 달칵 여닫힌다] - (우람) 엄마 - (시은) 응
(우람) 옷이 다 낡고 작아요
(시은) 우리 막내가 웬 옷 타령?
[경쾌한 음악] 입은 거지는 얻어먹어도
벗은 거지는 못 얻어먹는다는 속담 있잖아요
알았어, 사 줄게
적당한 거 말고 이번엔요
조금 좋은 옷 사 주셨으면 좋겠어요
5학년스러운 옷이요
- (향기) 지아한테 잘 보이려고 - (우람) 무슨 또?
맞아, 네 머릿속 내가 환히 들여다보고 있어
- 아, 진짜 - (향기) 할 말 없지?
[시은과 해륜의 웃음]
벌써부터 여자 의식하고 말이야
- 지아가 여자야? - (향기) 그럼 남자냐?
친구야, '저스트 프렌드'
(향기) 엄마, 사 주지 마요 옷장에 입을 거 쌨어
가만있지, 좀?
이 누님이 외모 신경 쓰면서 남자나 만나러 다니면 좋겠어?
안 좋을 거 없지
성공 못 해
우린 꼭 성공해서 엄마 아빠한테 보답해야 돼
명심하거라
(시은) 아이고, 말만 들어도
- 우람이도 잘할 거야, 그렇지? - (우람) 네
새 옷 필요해?
아니
[향기가 피식 웃는다]
한 벌 사 줘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최강 동안이에요
(사현) 누가 마흔둘로 봐요
[원과 사현의 웃음]
(원) 방송을 해요 앞에 있는 여자 마흔둘이라고
[사현과 원의 웃음]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세차 끝났대요
[휴대전화를 툭 내려놓는다]
아, 들어가 봐야 빈집이고
어디 가요, 우리
(사현) 사무실, 집, 헬스장, 법원
바람이란 걸 못 쐤어요
[기분 좋은 신음]
바람이 다르죠?
(원) 네
(사현) 장소 정해서 갈까요 그냥 느낌대로 갈까요?
느낌대로가 낫겠죠?
[함께 살짝 웃는다]
[사현이 숨을 들이켠다]
[감성적인 음악]
[새들이 지저귄다]
(원) 우리 물멍인가요?
(사현) 불멍보다는 물멍이 나아요
불멍 잘못하면 시력 버려요
[원이 피식 웃는다]
좋지 않아요?
제대로 힐링 온 것 같아요
아, 배 안 고파요?
공복감도 좋고요
난 좋은데, 싫죠?
전에 변호사 준비할 때
부르면 잠 오니까 조금씩 먹어 버릇했어요
공복감이 주는 편안함 있더라고요
정신도 명징해지고
(사현) 그러니까요
공복감은 공복감대로
포만감은 또 포만감의 행복이 있어요
일반적인 남자하고는 달라요
(사현) 제가요?
뭐 어떻게요?
음, 더 진화됐고
문명 쪽에 가까워요, 한마디로
쑹위안도 일반적인 여자들하고는 달라요
차분하면서 센스, 위트 있고
섬세하고 여성 여성 하고
옆에 있는 사람 배려하고
밥 살게요, 식당 어디 있지?
배고파서 지금 헛말이 나와 [피식 웃는다]
헛말 아니고 진짜예요, 진심
- 몇 개? - (사현) 네 개
내 등에 날개도 보이죠?
오, 네
(사현) 뭐, 이렇게… [함께 웃는다]
[입소리를 쩝 낸다]
있죠
나 정말
이혼이 큰 아픔이었어요
(원)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없어진 거잖아요
시부모님이랑 같이 살았어요
[아련한 음악]
아들 형제만 키운 어머님, 아버님
딸처럼 이뻐해 주셨고요
아버지, 엄마 없는 빈자리
두 분이 채워 주셨어요
남편보다 사실
어머님, 아버님이 더 좋아서 한 결혼이었고요
[사현의 한숨]
엄마 돌아가시기 전에
자식이 결혼 생활의 끈이라는 말씀 하셨던 기억이 나요
상대방이 좀 미흡하고 사랑이 식어도
자식 보고 살아야 한다고
근데
끈이 안 생기니
방법이 없었어요
모르는 사람들한테는 날 딸이라고
진반농반 소개하시던 어머님이
어느 날부터 저한테 말씀을 아끼시고
잘 웃어 주지도 않으시더니
이혼을 권하시는 거예요
그때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
엄마 아빠 돌아가실 때 느꼈던
눈물 없이 나왔어요
남편 생각은 잘 안 나는데
두 분 생각은 한 번씩 나요
건강은 하신지
지난번 백화점에서 보고
손녀딸 얼마나 이쁘실까
보면 연분은 따로 있어요
난 그 집 인연이 아니었던 거예요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어떤 때는 행복하기까지 하고요
근데
아까처럼 이쁜 아가들 보면
가슴이 좀
아려 와요
내가
옆에 있어 드릴게요
돌아가신 부모님
대신해 드릴 수는 없지만
[감성적인 음악]
[원이 흐느낀다]
[원이 훌쩍인다]
[원이 흐느낀다]
고마워요, 말만이라도
(사현) 지켜보면 알아요
말뿐인지
마음인지
어떨 땐 한참 어른 같을 때 있어요
키만 더 큰 거 아니에요
마음도 더 커요, 쑹위안한테는
몇 개?
세 개요
앞으로 '빈말이 아니었구나'
느낄 거예요
'붐 애칭 의미도 어감도 너무 좋습니다'
'어떤 분이 지으셨는지 궁금하네요'
(혜령) 저희 엔지니어 부장님이요
[피영이 피식 웃는다]
9155번 님, '정말요?'
네, 정말요
'클로징의 그 서반 부장님인가요?'
네, 맞습니다
제작진 채택이라 상품은 못 드렸습니다
[피식 웃는다]
[엘리베이터 안내 음성] 1층
(피영) 언제 시간 되세요?
날로 먹으면 안 되듯이 날로 채택할 순 없잖아요 [흥미로운 음악]
회 좋아하시잖아요 [혜령이 피식 웃는다]
(피영) 진담이세요, 농이세요?
본인 자유죠 진담으로 듣든 농으로 듣든 [엘리베이터 도착음]
제가 사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애칭 완전 좋아요 [엘리베이터 문이 덜걱 열린다]
(피영) 사, 그럼 [피영과 혜령의 웃음]
(반) 됐어요, 내일 봬요
(피영) 부장님
원님 덕에 나팔 분다고
부장님 덕에 우리 맛있는 것 좀 먹게 해 주시면 안 돼요?
난 배부른 거 별로예요
그럼 술 사면 되겠다
- 고급진 데서 - (시은) 혜령 씨 수준에 맞게
(혜령) 좋아요
오늘은 선약 있어요
(함께) 데이트요?
(반) 네
[엘리베이터 안내 음성] 문이 닫힙니다
(혜령) 정말 데이트일까요?
(시은) 그럴지도
독신 늙긴 아깝잖아 [피영이 숨을 들이켠다]
(피영) 속을 알 수 없어, 미스터리
(혜령) 저 아저씨 기 좀 누르려면 어디가 좋을까요?
(피영) 라카스 알아? 거기 멤버십 있어야 돼
(혜령) PD님 있어요?
(피영) 우리 남편 [혜령이 살짝 웃는다]
[어색한 웃음]
너무 튀나요?
좋으신데요
[가빈의 웃음]
(해륜) 현역 배우시니까 배우 느낌 나는 거 괜찮아요
멋이란 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데요
뭔가 있다는 의미 같고요
저는 옷 못 입는 편이에요
그 정도가 못 입는 거면 전 테러블 수준이게요?
[웃음]
학과장님은…
(해륜) 그냥 선배라고 불러요
다른 강사분들도 있는데 안 되죠
한 가지는 신경 쓰셔야 할 게 요즘 저희한테도 교육 엄청 심해요
'한 학생이랑 시선 너무 길게 마주치지 마라'
(해륜) '이쁘다는 외모적 평가도 안 된다'
오해 소지 때문에 아예 소통을 말라는 건가
생각 들 정도예요
[옅은 탄성]
(가빈) 응? 근데 저거 가스난로 아니에요?
맞아요
5시면 난방이 꺼지거든요
전기난로 켜면 전기 요금 나온다고 뭐라고 그러고
학과장님이신데도요?
2년마다 돌아가면서 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냥 제 돈으로 배달시켜 써요
[한숨]
학교가 열악한 부분 참 많아요
(가빈) 제 소개는 이 정도 하고
질문받아 볼까요? 궁금한 점 있으면
없어요?
배우는 기다리는 직업이기도 해요
여러분은 배우의 길을 갈망해서 연극 영화과 들어온 거고
네
(학생1) 그냥 일반적인 질문도 돼요?
(가빈) 네
(학생1) 중학교 때 선생님 공연 본 적 있어요
굉장히 팬들이 많던데
(가빈) 본인은?
아…
이제 팬 하려고요
[함께 웃는다]
(학생1) 기억에 남는 팬 있으세요?
[생각하는 신음]
손 편지 써 주신 분들 오래 기억하게 되고요
그리고
장미 100송이 보내 주신 분도 계시고 [학생1의 놀란 신음]
남자분이요?
네
그분은 장미 100송이 보내시고 끝이에요?
[잔잔한 음악]
개인적으로 연락하거나…
난 여러분들이 솔직하길 바라요
그러기 위해선 나부터 솔직해야겠죠?
그 팬분이 적극 연락해 와서 만나게 되고 사귀었어요
(학생2) 진행 중이세요, 아직?
- 궁금해요? - (학생2) 네
- 왜? - (학생2) 러브 스토리니까요
러브 스토리는 결말이 대개 해피 엔딩이던가요?
(학생2) 아직 안 해 봐서요
[함께 웃는다]
전 눈물로 끝났어요
맞아요
나도 눈물로 끝났어요
새드 엔딩
[개운한 신음]
[의미심장한 음악]
[문이 달칵 열린다] [카메라 셔터음]
(피영) 우람이랑 지아 또 한 반 됐어
(유신) 지아 좋아해? 별로야?
둘이 친해 엄마들이랑 자주 어울리고 해서
(피영) 우람이가 워낙 잘 맞춰 주고
우람이 짓궂지는 않아?
그럼, 워낙 가정 교육 철저하니까, 그 집
(피영) 씁, 확실히 아빠가 교수라
박 교수님 양반 중의 양반이야 인품 훌륭하고
내 인품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
그냥 립 서비스 같은데?
진심스럽게 얘기해 봐
지아가 이다음에 아빠 같은 남자랑 결혼하겠대
최고 칭찬이야
지아 얘기고, 자기는?
(유신) 다시 태어나도 나랑 결혼할 거야, 어쩔 거야?
[피식 웃는다]
[다리를 탁탁 친다]
마음에 안 드는 대답 하면 헤드록 하려고?
(유신) 당연하지, 완전 포박할 거다 [피영의 놀란 신음]
[함께 웃는다]
자기부터 얘기해 봐
난 다시 태어나면
세 번은 결혼할까 해, 내생엔
(피영) 치…
첫 번째 결혼은 사피영
[잔잔한 음악]
두 번째는 지금 내 마누라
(유신) 세 번째는
지아 엄마
[술병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한숨]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휴대전화 진동음]
[살짝 웃는다]
여보세요
- (동마) 어디? - 헤어 숍
(동마) 언제 끝나?
(가빈) 한 한 시간? 왜?
(동마) 헤어 숍 어디?
떠나자
- (가빈) 어디로? - (동마) 궁전
- 경복궁? - (동마) 창덕궁
거짓말 [동마가 피식 웃는다]
(동마) 유 비서 시켜서 티켓팅했어
알람브라 궁전 안 가 봤다고 했지?
말도 안 돼
농담이지?
아, 비행기 타야 믿겠어? [동마가 안전띠를 달칵 채운다]
(가빈) 잠깐, 정말?
응, 이번 주 스케줄 없다며?
몇 시 비행기?
여권 챙길 시간은 있어, 30분
짐은? [동마가 피식 웃는다]
가서 다 사면 되고
[쓸쓸한 음악]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 벨 소리]
[숨을 하 내뱉는다] [헛기침]
[휴대전화 조작음]
[잔잔한 음악 소리가 새어 나온다] 네, 선배
(진아) 여기 마마거든, 나와
[피식 웃으며] 누구누구 있어요?
(진아) [술 취한 말투로] 야, 남가빈
선배가 나오라면 튀어나올 것이지 물어? 멤버를?
(가빈) [피식 웃으며] 네
(진아) 알 만한 분도 계시고, 얼른
네, 옷만 갈아입고요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아이, 추리닝도 상관없어, 빨리빨리
어, 와인 좋은 거 있으면 한 병
[진아와 해륜의 웃음]
[휴대전화 조작음]
[힘겨운 숨소리] [헛기침]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오진아 씨 오셨죠?
- 아, 이쪽입니다 - (가빈) 네
- (진아) 아유, 자주자주 좀 보자 - (필재) 아유, 좋습니다 [사람들의 웃음]
(가빈) 어머
(진아) 자, 이쪽으로 앉아
[진아의 웃음]
두 분이 아세요?
절친이야 [진아의 웃음]
(진아) 아, 이러면 실례죠?
[함께 웃는다]
뭐, 같이 늙어 가는 처지에
노, 노, 노, 노
(진아) 나이 거꾸로 먹는 1인?
[함께 웃는다]
우리 신랑하고도 잘 알아
아…
(진아) 어, 노필재 기자님, 태성일보
안녕하세요, 팬입니다
안녕하세요
팬도 여러 층이거든요?
열팬요
[함께 웃는다]
들렀다 가실 줄 알았더니
아, 갔었는데 교수님들 회의 들어가시더라고요
아…
너, 왜 강의 나간다는 얘기 안 했어?
내가 잘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그리고 선배 워낙 바쁘시잖아요
오늘 첫 강
어쨌든 알렸어야지, 나한테는
알렸으면 내가 제대로 초 쳤지
[함께 웃는다]
(해륜) 아, 왜?
(진아) '남가빈은 계속 무대에 서야 된다'
'무대를 떠나면 절대 안 된다'
[함께 웃는다]
오늘 어땠어요?
진땀 안 뺐냐고요?
네
[가빈이 살짝 웃는다]
[진아의 탄성]
- 이거 스페인 와인? 아유 - (가빈) 네
[가빈과 진아의 웃음]
생각보다 잘했던 것 같아요
학생들 반응도 좋았고
이러면 자화자찬이죠?
[함께 웃는다]
자화자찬 필요해요
[함께 웃는다]
(해륜) 자, 우리 남 선생 무대에서 인기, 열정
강단에서는 더 빛날 겁니다, 제가…
저한테 기 좀 팍 주세요
다 가져가세요 [사람들의 웃음]
기 다 빨리면?
껍데기만 남아도 상관없어
[사람들의 탄성과 웃음]
감사드려요
(진아) 자, 어쨌든 축하, 축하 [잔이 쨍 부딪는다]
[진아가 시원한 숨을 내뱉는다]
전 다 비웠습니다
[살짝 웃는다]
[해륜이 입소리를 쩝 낸다] [필재와 해륜의 탄성]
[해륜과 필재의 웃음]
[진아가 시원한 숨을 내뱉는다]
우리 오늘 달리는 거야!
[함께 웃는다]
[시은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향기) 잘 써져요?
[향기가 컵을 탁 내려놓는다] (시은) 응
둬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진아) ♪ 죽도록 너만 사랑하는데 ♪
♪ 왜 날 믿지 못하니 ♪
♪ 나는 죽을 때까지 ♪ [필재의 탄성과 웃음]
♪ 너 하나뿐이야 ♪
♪ 아니야 나 죽는다 해도 너뿐이야 ♪ [필재와 해륜의 웃음]
♪ 그러니 제발 ♪
♪ 마음 열어 나를 믿으며 사랑해 ♪
[진아의 웃음]
[진아의 탄성]
♪ 섹시한 당신은 나의 남자 ♪
♪ 잘생긴 당신은 나의 남자 ♪
♪ 이 세상 마지막이 온대도 ♪
[감성적인 음악]
[무거운 음악]
[해륜의 한숨]
[시은이 코를 드르렁 곤다]
[한숨]
[한숨]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 이거요 - (점원) 아, 네
선물하실 건가요?
네
(웅) 신 원장님
(유신) 아
(웅) 선물 샀어요?
네, 조 원장님도?
(웅) [웃으며] 네
[유신이 살짝 웃는다] 더 살 거 없으면
올라가 뭐 하나 마시고 가요
(유신) 그, 지하 몰에 가면 괜찮은 카페 있어요
(웅) 그래요?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웅) 뭐 사셨어요?
(유신) 향수요
보면 신 원장님도 참 애처가세요 그렇죠?
요즘 다들 잘하고 살잖아요 옛날 같지 않고
그렇지도 않아요
내 친구 녀석들 못되게 굴다 반이 갈라섰어요
당한 거죠, 이혼
재혼해서 더 잘 사는 경우도 더러 있는 것 같아요
흔치 않죠
(웅) 사람은 옛 사람이 좋고 구관이 명관이란 말 있듯이
첫 번째 와이프가 최고예요
특별한 경우 아니면
맞아요
부인 일하신다고 들은 것 같은데
네, 방송사 PD요
근데 전업주부보다 살림을 더 잘해요, 완벽하게
어, 쉽지 않은데요
[웅의 웃음] 그러니까요, 항시 고마워요
아유, 그럼요
(유신) 제가 열 체질이거든요
남자들 대개 열 체질이에요
우리 집사람
제 속옷을 다려요
면티랑 잘 다려 가지고
종이 박스에 넣어서 냉장고에 보관하는 거예요
시원하라고요?
네
그러니 샤워하고 입을 때 얼마나 촉감 좋고 상쾌하겠어요
[탄성]
그걸 하루도 안 빼놓고 결혼해서 지금까지요
(유신) 외국 갈 때 외에는
[감탄]
그거 하나만 봐도 짐작되시죠?
(웅) 대단하시네요
[함께 웃는다]
전생에 나라를 구하셨어, 신 원장님 [유신의 웃음]
어떻게 그런 분을
중매로 만났어요?
아니요, CC였어요, 과는 달랐지만
- 동갑? - (유신) 네 살 어려요
저희도 네 살 차이인데
[웃음]
말 있죠? 네 살 차이는 궁합도 안 보고 결혼한다고
그런 얘기 무시할 거 아닌 것 같아요
조 원장님도 보면 행복하게 사시는 얼굴이에요
언제 동반해서 식사 한번 해요
네
(유신) 어떤 향수 쓰는지 몰라서 물어보려다
(아미) [살짝 웃으며] 선물은 물어보면 안 되지
(유신) 뿌려 봐, 향 괜찮은가
나 사실 향수 잘 안 쓰는데
- 그래? - (아미) 근데 이건 쓸 거야
[아미가 향수를 칙 뿌린다] [아미가 향을 킁킁 맡는다]
음, 좋아요, 은은하고
[유신의 웃음]
[아미의 웃음]
[무거운 음악] [유신의 웃음]
[향수를 칙 뿌린다]
[향수를 탁 내려놓는다]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기림의 한숨]
[기림의 하품]
[피곤한 신음]
[TV 전원음] (동미) 피자들 먹는 거 보니까 먹고 싶어요
이 시간에 하는 데 없잖아
우리도 한번 시켜 먹어 봐요
아, 난 저녁을 잘 먹어서
[다가오는 오토바이 엔진음]
(기림) 냄새가 안 먹을 수가 없다
(동미) 매일 먹는 것도 아닌데요, 뭐
(기림) 음
[기림이 시원한 숨을 내뱉는다] [동미가 살짝 웃는다]
참 궁합이 잘 맞아
[기림의 웃음]
(동미) 피자엔 콜라죠, 치킨엔 맥주고
내일은 저녁으로 치맥 시켜 먹어요
(기림) 그러든가
[살짝 웃는다]
우리 나폴리에서 먹던 피자 생각나세요?
그럼, 마르게리타피자, 상 받은
정말 맛있었는데
명동 라브리카 고르곤졸라피자도 맛있고
어서 먹어, 식기 전에
(동미) [살짝 웃으며] 네
(기림) 음
[웃음]
밀라노 참나무 화덕 피자는 환상이었어요, 그렇죠?
하여튼 기억력은
[함께 웃는다]
(동미) 우리 원장님 케어하려면 총기 좋아야죠
완벽하게 케어하려면
완벽 이상이야
자네 같은 사람이 어디 있어?
원장님 같은 남편도 없어요
나야 뭐
(동미) 다 알아주시잖아요
'고맙다', '잘한다', 칭찬해 주시니까
더 잘하고 싶어요, 사람 마음이
상대적인 거지
맞아요, 상대적인 거예요
아, 어서 먹어
정작 먹고 싶다고 시켜 놓고는
난 먹는 것보다 사실
원장님이랑 이렇게 수다 떠는 게 더 좋고 행복해요
우리가
대한민국 부부 중에 순위에 들걸? 행복 지수
[동미의 웃음]
(동미) 한 쪽 더 드세요
[무거운 음악] (기림) 잘자리에?
요즘 얼마나 얼굴 좋은지 아세요?
제가 드시라는 대로만 드시면
보톡스, 디톡스 그런 거 필요 없어요
하긴
다들 얼굴 탱탱해졌다고
그러니까요
[동미가 살짝 웃는다]
[옅은 한숨]
[사현이 코를 드르렁 곤다]
[혜령의 옅은 신음]
[사현과 혜령의 옅은 신음]
[사현의 불편한 신음]
[흥미로운 음악]
[사현의 귀찮은 신음]
[사현의 한숨]
[혜령의 한숨]
(혜령) 자?
[사현의 놀란 신음]
(사현) 왜?
왜, 어디 아파?
왜 팔베개 안 해 줘?
[한숨]
사랑 식었어?
식은 게 아니라 저려
옛날에도?
옛날엔 싫다고 해도 팔 주고 하더니
저려, 인제?
머리
되게 무거워
머리 무게가 달라져?
전에도 무거웠을 거 아니야
아, 몰라, 자
[씩씩거린다]
[흥미로운 음악]
[사현의 한숨]
[혜령의 못마땅한 신음] [사현의 놀란 신음]
[혜령의 한숨]
[한숨]
[기림이 코를 드르렁 곤다]
[동미의 한숨]
[답답한 숨소리]
[한숨]
[무거운 음악]
[동미의 괴로운 신음] [기림이 코를 드르렁 곤다]
(동미) 아휴
[거친 숨소리]
[스위치를 탁 누른다]
[무거운 음악]
[동미의 한숨]
[무거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 (패널1) 고혈압 - (패널2) 고지혈증
- (패널3) 당뇨 - (패널1) 비만
(영상 속 패널1) 중장년층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멀티 성인병입니다
멀티 성인병의 가장 강력한 배후 세력은
바로 인슐린입니다
(영상 속 내레이터) 인슐린이 성인병을?
[영상에서 소리가 흘러나온다]
[만족스러운 신음]
(문호) 잘 전달하고, 깨지지 않게
(김 실장) 네
(문호) 동미, 새 유치원 좀 알아봐
(김 실장) 네
(문호) 시설도 시설이지만
그, 보모 인상이 중요해
동미가 지금까지 험한 꼴을 봤어 학대를 당해 봤어?
지난번 그 유치원 보모
눈 한번 부릅뜨면은 개린이들 다 혀 빼물고 정신 줄 놓게 생겼어
알겠습니다
때 되면 꼭 챙겨 먹고 댕겨
고프게 다니지 말고
한창나이에
네
[문이 드르륵 여닫힌다] 아예 관상가를 따라 붙이지 그러우?
또 비아냥이여
동미가 남의 집 개여?
남의 집 개라도…
애들 키울 때
유치원을 들어가는지 학교를 입학하는지 졸업하는지
관심이나 가졌어요?
당신이 다 알아서 하니까, 어련히
지나가는 소가 웃지
무슨 개 유치원, 허허
소가 웃든 두더지가 웃든
돈 대는 거 아니면 잔소리 말어
동미 죽으면 장사도 지내 주겠어
왜 아니야? 당연히 지내 줄 겨
에이그
동미가 우리한테 얼마나 웃음을 줘? 애교 떨고
꼬리 몇 번 흔드는 게 대단한 애교구먼?
(문호) 새벽이건 한밤중이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항시 반겨 주는 거 동미밖에 더 있어?
나 밤 12시 넘어 들어올 때 깨 있은 적 몇 번이야?
자다 일어나서 환영해 준 적 있어?
어떻게 환영해 주길 바라요?
꼬리가 없으니 궁둥이라도 흔들어?
흔들어
나만 흔들어? 당신도 흔들어
왜 대답 안 해?
개들은 따질 줄도 모르고
말대답할 줄도 모르고
어디 사람 피곤하게 혀?
누가 보낸 거예요?
안에 카드 있다고…
네, 수고하셨어요
(배달원) 아, 네
(가빈) 눈빛 맑은 학생들에게
제가 조금 먼저 습득한 약간의 지식과 [살짝 웃는다]
[부드러운 음악] 배우로서 갖춰야 할 소양, 기량 테크닉 등을 전하는 일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큰 즐거움이고 보람입니다
강의 있는 날은 기쁨으로 달려가요
경륜이 일천한 저에게
이런 기회를 주셔서 너무 감사한 마음에
작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꽃은 사모님을 생각하며
부족한 손재간으로 직접 만들었어요
정성이다 생각하시고 [해륜이 향을 씁 맡는다]
받아 주셨으면 합니다 [웃음]
남가빈
[기분 좋은 숨소리]
[내비게이션 안내 음성] 목적지에 도착하였습니다
경로 안내를 종료합니다
(해륜) 남 선생님 이력서 주소로 아파트 단지에 막 도착했습니다
혹 댁에 안 계시면 주신 선물 경비실에 맡겨 놓고 갈까 합니다
편지와 꽃다발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저희가 실력, 기량
뭐 하나 빠지지 않는 남 선생님을 모시게 돼 영광이고
[휴대전화 조작음] 학생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다만 강의료를 남 선생님 실력이나 수준에 맞게 챙겨 드리지 못해
죄송하고 죄송할 따름입니다
다음 주 나오시는 날까지 보관하고 있으면 환불이 늦을까 싶어
결례를 무릅쓰고 퇴근하며 들렀습니다
경비실에 맡겨도 될는지요
[쇼핑백을 부스럭 집어 든다] [휴대전화 벨 소리]
[옅은 웃음] [휴대전화 조작음]
네, 남 선생님
- (가빈) 와 계시다고요, 단지에? - 네
(가빈) 학과장님 저 병원 좀 데려다주실 수 있으세요?
네, 어디 다치셨어요?
(가빈) 네, 좀
나갈게요
네
[휴대전화 조작음]
[초조한 숨소리]
[엘리베이터 도착음]
(해륜) 아, 다치셨어요? [무거운 음악]
네, 얼른 응급실 좀요, 죄송해요
차 이쪽이요
[차 문이 탁 닫힌다]
아니, 어쩌다…
[다급한 숨소리]
[해륜이 안전띠를 달칵 채운다]
의자에 찍혔어요, 팔걸이에
아이고, 저런
[해륜의 한숨] [자동차 시동음]
(가빈) 서종병원요
환기시키려고 창 열었거든요
(가빈) 앞 동에서 보이니까 불을 껐어요
의자 팔걸이에 걸쳐 둔 스웨터가 바닥에 떨어져 있길래 집다가
이마가 팔걸이에…
아휴
피가 너무 많이 나요
꿰매야겠네요
[한숨 쉬며] 네
막 부딪쳤는데 마침 교수님 문자 와서
(가빈) 이 상태로 운전할 수도 없고
순간 119 부르나, 어쩌나 했거든요
(해륜) 제가 오길 잘했네요
(가빈) 그러게 말이에요
제가 오길 잘한 게 아니라
남 선생이 선물을 잘 보내신 건가
별것도 아닌데…
별거 아니면 제가 이렇게 안 왔죠
흉 지면 어떡해
흉 안 지게 꿰매 달라고 해야죠
신경 쓸 거예요, 제가 의사라도
(해륜) 팔 아프시겠네요
괜찮아요
저 한 번도 안 꿰매 봤거든요
피부 마취 하겠죠
저도 꿰매 본 경험 없지만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휴대전화 메시지 알림음]
(사현) 혹시 운동 오셨나요?
[휴대전화 조작음] (원) 네, 왔어요?
(사현)
(원) 네, 이제 막 도착해서 라커예요
(사현) 네
[잔잔한 음악]
[한숨]
[의사가 입바람을 후 분다]
(의사) 안 꿰매도 될 것 같은데요?
- (가빈) 그래요? - (의사) 예
(의사) 상처가 깊지는 않아요
근데 그렇게 피가 많이 나요?
이 부분이 모세 혈관이 많아서요
아…
(의사) 며칠 내로 아물 거예요
(해륜) 세수는… [가빈이 살짝 웃는다]
타월 적셔서 닦으면 돼요
꼴 우습죠?
(해륜) 그래도 그만하길 다행이죠
좀 비켜서 눈 다치셨으면 어쩔 뻔했어요
[살짝 웃으며] 그러게요, 아찔해요
아, 저녁 못 드셨죠?
집에 가 먹으면 돼요
제가 여러 가지로 번거롭게 해 드려요
8시 넘었고 얼마나 시장하시겠어요
전 공복감을 즐겨요
[함께 웃는다]
(가빈) 이러고 어디 들어갈 수도 없고
(해륜) 오늘 놀라신 데다가 얼른 들어가 쉬어야지
그래야 상처도 빨리 아물어요
[가빈이 피식 웃는다]
(가빈) 어젯밤 꿈 잘못 꾼 것도 없는데
꿈 맞는 편이에요?
맞는 편이면 예지몽을 꿨죠
[함께 웃는다]
정말 작은 선물인데 안 받으신다고요?
편지하고 꽃은 받아야죠
애들 엄마가 좋아하겠어요
남가빈 씨가 직접 만들었다고 하면
[웃음] [휴대전화 진동음]
어?
친구 전화인데 좀 받을게요 홍콩 사는 친구예요
(해륜) 네
수다 약간 길어져도 괜찮죠?
그럼요
[함께 살짝 웃는다]
[휴대전화 조작음]
어, 치치야
[살짝 웃으며] 차 안
(가빈) 피앙세랑 또 싸웠어?
[해륜이 피식 웃는다]
저 왔어요
어머
와이프랑 좀 다퉜는데
마땅히 갈 데가 없는 거예요
운동할 기분도 아니고
어디 가 기다릴래요?
옷 갈아입고 갈게요, 바로
안에 레깅스라서요
[한숨]
[한숨]
[휴대전화 벨 소리]
[휴대전화 조작음]
네
(사현) 저 술 마셔도 돼요?
그래요
(사현) 덕담집 아세요? 근처인데
알아요
[감성적인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현의 한숨]
한잔 마실게요
저 때문에, 기껏 운동하셨는데
괜찮아요
어…
[원이 잔을 탁 내려놓는다]
우리 와이프요
TMI가 아니라 TMM이에요
투 머치 메이크업이요
아…
나이도 있고 가까이서 볼 때면 좀, 좀…
많이 부담이거든요
속눈썹도 찌를 것 같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화장하는 게 어떠냐 그랬어요
[냉장고 문이 탁 닫힌다]
[혜령이 가방을 툭 놓는다]
- (사현) 왔어? - (혜령) 응
(혜령) 뭐 해?
(사현) 밥 해동하려고
(혜령) 나가 먹어
한 끼 정도는 집밥 먹자
나 낮에도 밥 먹었어
고기 구울까, 그럼?
언제 녹여서
나갈 시간에 녹지, 해동 돌리면
해피디너 가
이 시간에? 지금 한창 막혀
그럼 근처 상가라도
가츠샌드 먹고 싶어
(혜령) 응?
- 알았어 - (혜령) 10분 내로 준비
(혜령) 나 배고파
[한숨]
(혜령) 가츠샌드요
(사현) 카레우동이요
되는 거부터 먼저 주세요
(종업원2) 네 [아이2의 웃음]
카레 혈당 높이는데
이런 거, 저런 거 다 따지면 뭘 먹어
자기 기분 별로인가 봐
아니
[아이2가 속삭인다]
[흥미로운 음악]
(혜령) 한 쪽 먹어
(사현) 난 별로야, 돈가스
(혜령) 돈가스하고는 다르지 샌드위치 좋아하면서
자기야
[흥미로운 음악] 메이크업
적당히 엷게 하면 안 돼?
- 여기 에이드 한 잔요 - (종업원2) 네
(사현) 응?
간섭 마, 난 쭉 이러고 살 거니까
시선 안 불편하냐
즐기면 돼
나랑 나올 때만이라도
난 불편해 사람들이 자기 흘끗거리는 거
우리나라 사람들 남한테 관심 많아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가?
걸핏하면 너구리 댓글 달리는 거 못 봤어?
아, 전에 식당 줄 섰을 때도
누가 너구리라고 속삭이고
[오싹한 효과음]
[한숨]
(혜령) 짱 나
요즘 왜 그래?
걸핏하면 사람 속 뒤집어
[익살스러운 음악] 아이, 좀 전에 나간 꼬마도
자기 보면서 엄마한테 뭐라고 그러는 거야
나랑 안 다니면 되겠네
[문이 스륵 열린다]
[한숨]
그래서요?
(사현) 우동 두 젓가락 먹다 나왔어요
내가 잘못한 거예요?
글쎄
가족이니까 할 수 있는 얘기죠
근데 밥 먹는 자리에선 가급적
편한 얘기만 하는 게 좋지 싶어요
[사현의 한숨] (원) 틀린 말 한 거 아니에요
남도 아니고 사랑하는 아내가 그런 시선 받는 거
싫은 거 당연해요
근데 불교에서 분별하지 말라고 하거든요
옳고 그름 논리적으로 맞는지, 틀리는지
따지고 분별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이라고요
내 입장에선 집에서 편하게 한 끼 때우고 싶은데 맞춰 줬어요
끝까지요
나만 다 맞춰 줘야 돼요?
그 마음도 분별요
(원) '난 이만큼 양보하고 맞춰 주는데 당신은 왜 고마운 거 몰라?'
몰라주는 거 당연히 서운하고 손해 보는 느낌 들겠지만
상대방을 내 식대로 바꾸기는 어려워요
안 되고 어려운 걸 계속 요구하고 언쟁하다 보면
부부 사이 소원해질 수 있고요
한마디 의견이나 생각을 얘기할 순 있어요
분위기 좋을 때
근데 상대가 받아들일 맘 없으면
이쪽에서 포기하는 게 나아요
모든 건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내 생각, 가치관을 바꾸는 게
상대방 바꾸는 것보다 쉽지 않아요?
[한숨] 부인이 만약
큰 사고를 당했다고 가정해 봐요
코마 상태든 의식 없이 누워 있으면
진한 메이크업이 아니라
도깨비 화장을 해도
깨어나 걸을 수만 있으면 그 이상 행복이 없죠
그런 식으로 내 마음 다스려 가면서
나 만 5년 결혼 생활 했어요
[입소리를 쩝 낸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대단하세요, 여러 면에서
맘먹기 나름이에요
[잔잔한 음악]
여자들요
다 생각 있어요
남편이 하나 양보하고 받아 주면 둘 가요
정말 그건 사람 나름 같아요
우리 와이프는요
다섯 양보하고 받아 주면 열 바라요
고마움은 없어지고 당연한 걸로 받아들이고요
어쩌겠어요
이혼할 거 아니면 한쪽이 져야죠
제가 기가 약한 걸까요?
달리는 건가요?
마음 큰 사람이 받아 주는 거죠
셰셴, 절대 기 약하고 달리지 않아요
이해심 많고 인간적인 거지
[헛기침] [코를 훌쩍인다]
쑹위안 말 듣다 보면
마음이 안정되고 편해져요
가서 화해 청해요
빈손 들어가지 말고 꽃 한 아름 사서
(사현) 이런 여자하고 살면 얼마나 행복할까
분별 않고 받아들여 버릇하면
어렵지도 않아요
저에 대한 분별도 없으시겠어요?
어떤 분별 할까요?
[잔잔한 음악] 아…
장단점, 성격
저도 받아들여 주세요
[웃음]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버튼 조작음]
[기분 좋은 숨소리]
[향기의 놀란 탄성]
(향기) 엄마
엄마
아빠가 얼마 만에 하는 꽃 선물? [해륜이 살짝 웃는다]
[시은의 놀란 신음]
(시은) 그러게 [향기가 살짝 웃는다]
[해륜이 가방을 툭 내려놓는다]
고마워요
[시은이 향을 씁 맡는다]
이 저녁에 어디서 샀어?
(향기) 검색하면 다 나와요
[향기의 탄성]
- (해륜) 저기… - (시은) 나한테 주는 거 맞지?
그럼 당신한테 주지 누구한테 줘?
우리 딸내미
얘야 남친한테 받을 텐데, 뭐
[한숨 쉬며] 남친이 있어야 말이죠
- 우람이는? - (향기) 화장실요
얼른 꽂아 놔야지, 시들지 않게
[해륜이 스위치를 탁 누른다]
[한숨]
(향기) 아빠
자주 좀 하세요, 꽃 선물 엄마 좋아하잖아
어 [향기가 살짝 웃는다]
[풀벌레 울음]
[쓸쓸한 음악]
(서향) 한국엔 좀 있으면 라일락꽃이 만발이겠다
[감성적인 음악] [살짝 웃는다]
[차 문이 달칵 열린다]
[가빈이 살짝 웃는다]
손 부끄러워요, 돌려받으려니까
전 남가빈 배우님 손 편지 받은 것만도 영광이에요
그냥 마음의 선물인데
제 마음도 아시죠?
오늘도 너무 큰 신세 지고 감사드려요
아이, 무슨 신세요
(해륜) 저…
(가빈) 네
(해륜) 저, 실은
가빈 씨 팬 됐어요
[웃음]
그럼 다음 주 봬요
(가빈) 아…
[긴장되는 음악]
차라도 한잔 드시고 가세요
올라가셔서
[애절한 음악]
[여자2와 동마의 웃음] (여자2) 아, 진짜…
방년 몇 살이십니까?
[유신의 웃음]
졸혼 문제요?
- 아예 이혼? - (동미) 네
(가빈) 양평 집에 여기 두 배 정도 있어요
양평에 집 있으세요?
(시은) 인물에, 학벌도 기본 이상이고
모레 술 꽐라 되게 먹여 가지고
우리 한번 파헤쳐 봐요
- 세 분 나눠 가지세요 - (혜령) 뭐예요?
- 있죠 - (원) 우리 오늘
끝 만남이에요?
(문호) 작은애는 확실히 손이 커
왜 말이 없어?
뭐가 이뻐서 맞장구
내가 밉단 소리여? 둘째가 마음에 안 든단 소리여?
(가빈) 맛있게 못 굽는데 어쩌지…
제가 구울게요
나 치고 싶은가 보지? 이혼해!
(사현) 하자, 그래
(가빈) 교수님
잠깐 저 좀 안아 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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