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부>
1. 방송국, 스튜디오 D
(20부 엔딩, 연결) 인터뷰를 하고 있는 신과 채경.
채경 (마음의 소리) 신군, 아무 말이나 해. 아니면, 아니면 내가...
채경 : 저.. 드릴 말씀이...
신 : 사랑합니다.. 몹시 사랑하고 있습니다.
MC : 네. 이 한마디로 세간의 낭설과 억측기사로 인한 오해와 의문은
싹 가셨을 듯 합니다.
신 : (미소)
결정을 못해. 초조한 채경의 얼굴.
채경, 혼란스러운 표정인데...
2. 궁, 태황태후전 D
TV앞에 앉아 신과 채경의 인터뷰를 시청하고 있는 태황태후를 비롯한 황실가족.
황제, 황후, 혜명. 흐믓하며 대견한 표정들이다. 집중하는 태황태후.
태황태후 : 비궁이 저렇게 앉아있는 것이 그 얼..얼짱 각도 때문인거냐, 혜명아?
혜명 : 네.. 할머니. 저렇게 하면요 영화배우처럼 나온데요.
태황태후 : 정말 영화배우 같구나.
그런데 난 저 옷차림이 계속 마음에 걸린다.
좀더 점잖게 입었으면 좋을걸 그랬어요.
황후 : 주의를 주겠습니다. 마마.
황제, 황후 슬그머니 미소 띠우고...
3. 방송국, 스튜디오 D
MC : 예, 그럼 이상으로.. 즐거운 얘기를 하다보니 시간이 다 되었는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나와주신 황태자전하, 그리고 비궁마마, 감사드립니다.
채경 : (자기도 모르게 확 내지르듯) 잠깐만요!
MC : (놀라) 네?
신 : (놀라 돌아보고) ?
채경, 순간 어리둥절해진다. 여전히 혼란스러운 표정이다가
눈을 질끔 갔았다가 뜬다. 흔들리는 눈동자...
채경 : 할 말이 있거든요.
MC : 말씀하시죠.
채경 : 저기, 그게... (입이 안 떨어진다)
이혼을... 하려고..
MC : (놀라고) 예? 이혼이라뇨?
채경 : 그게 ...
스텝들도 모두 놀라 긴장을 세우고
신 : (바로 받아선) 네, 맞습니다. 저희는 이혼을 하려는 생각까지 했었습니다.
채경 : (망연자실)
신 : (채경의 손을 잡으며/꼭 잡으며) 어젯밤 비궁과 그것까진 얘기하지 말자고
하였는데... 비궁의 성격이 워낙에 솔직한 터라 결국은 밝히게 되었네요.
채경 : (신을 보는데)
MC : 뭘 말씀하신..지?
신 : 네. 저희는. 저희 뜻에 따라 혼인을 한 것이 아닙니다.
MC : (놀라고) 그렇다면 신문에 떠들고 있는 정략결혼이라는 말이 진실이란 말씀입니까?
신 : 정략결혼이란 표현은 조금 거북스럽게 들리는군요.
MC : 황송합니다, 태자전하.
신 : 저희 혼인에는 정치적이라든가 정략적인 의도 같은 건 없었습니다.
그런 의도가 있었다면 재계나 정계의 덕망 있는 따님을 비궁으로
맞았을 겁니다.
4. 궁, 율의 처소 D
신의 말에 비싯 미소를 짓는 율. 홀로 시청하고 있다.
MC : (소리) 그렇다면 어떤 연유로...
5. 방송국, 스튜디오 D
신 : 성조폐하와 (채경의 무릎위 손에 자신의 손을 포개며) 지금 비궁의 조부께서
저희의 결혼을 약조하셨다고 합니다.
MC : 그 말씀을 듣고 보니깐, 그럼 두 분의 그 약속이 국민에게 진실을 감추면서
까지도 지켜야 했던 약속인가 궁금해지는군요.
신 : 황제는 허언(噓言)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일반 국민의 약속과 황제의 약속은 분명 다릅니다.
MC : 그럼, 두분의 조부님들을 위해서 이 결혼을 받아들일수밖에 없으셨겠군요.
신 : 그건 저희에게도 청천벽력 같은 명이었고,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어 심하게
반발했습니다. 기사에서 읽으신대로 평소 호감이 있었던 여자친구에게
달려가 청혼까지 했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결혼을 결정한 건... 결혼을 결정한 것은 저희 둘입니다.
채경 : ...
신 : 세상에는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있죠.
저 주위에 일어난 변화 또한 그런 일들 중 하나입니다.
전 그때 일을 감사하고 있습니다. (채경을 사랑스럽게 보며) 그리고
저보다 더욱 더 힘든 결정을 내렸던 비궁에게 더더욱 감사하고 있습니다.
MC : (고개 끄덕이고)
신 : 평범하기 그지없는 여고생이 아는 사람이라곤 아무도 없는 궁중에 들어와
견뎌야 됐을 외로움과 그리움의 고통들을 한번쯤 생각해 주십시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기도 조심스러운 층층시하의 황태자비로 들어와 저의
아내가 되어준 이 소녀를, (다정하게 채경을 바라보며) 강하지도 독하지도
못해 눈물을 달고 살지만, 또 울지 않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웃고 있는
이 소녀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채경 : (이상하게 눈물이 차오르고/이게 아닌데..)
신 : 그리고 여러분의 마음을 들여다 보십시오. 완벽하진 않지만,
아직은 어리숙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여러분의 황태자비에게 여러분은 사랑을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단 한가지,
여러분들이 저희를 용서해 주시는 것 뿐입니다.
MC : (감동의 박수를 친다)
채경, 신이 잡은 손을 뿌리친다.
MC : 네, 지금까지 황태자 내외분을 모시고 좋은 말씀 들었습니다.
장시간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6. 궁, 태황태후전 D
TV, 황태자부부의 공식 인터뷰가 정리되는 분위기, 신과 채경 진행자와 악수하고
인사하는데. TV를 시청하고 있는 황실가족. 이혼이라는 채경의 언급에 모두 심기가
불편해 있는 황실가족. 매우 심기가 불편한 황제.
황제 : 어찌 온 국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비궁이 이혼이란 말을 입에
담는단 말입니까.
황후 : (당황/눈치보며) 송구하옵니다. 폐하.
혜명 : (수습차원) 저기.. 비궁이 말.. 실수를 한게 아닐까요?
황제 : (버럭) 실수 할 것이 따로 있지! 이것이 어찌 실수로 할 말이냐?!
태황태후는 고민스럽고. 황제와 황후의 표정 슬쩍 살피는 혜명.
황제 : (흥분한) 국민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황실에서 이혼이라니요!!
비궁의 철없는 한마디가, 이제껏 지켜온 황실의 체통과 권위가
바닥에 떨어졌어요!! 이래가지고서야, 어찌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황후 : 폐하, 고정하시옵서소.
황제 : 지금 고정할 상황입니까?! 이것은 비궁이 나를 우습게 알고,
황실을 우습게 안 처사가 아니고 무엇입니까?!
(겨우 진정하곤 태황태후에게) 어마마마, 먼저 물러가겠습니다.
(진노한 얼굴로 나가고)
태황태후 : (황제 보곤 고심스럽고/할말은 많지만)
황실에 큰 폭풍이 닥칠것 같습니다.
황후 : (마음 숨기고) ... 마마께오선, 심려치 마시옵소서.
태황태후 : 심려치 말라니요. 이것이 보통 일입니까?
근심어린 태황태후. 황후의 얼굴에 화난기색이 역력하고...
7. 방송국 입구 D
로비에서 나온 신과 채경. 입구 바로 앞에 차가 기다리고 있다.
다정하게 채경이 먼저 태운 후 뒤이어 탄다.
채경 : (마음의 소리) 신군의 마음은 뭘까? 정말, 이 따스한 손의 온기처럼
자신의 마음을 얘기한 걸까? 아님, 저 미소처럼 가식적인 쇼맨쉽일까?
호위하던 익위사들 차에 타고. 차는 방송국을 떠나는데
8. 황실전용차 안 D
차가 방송국을 벗어나자 다정스레 잡고 있던 손을 탁 놓는 신. 놀라는 채경.
채경 : (보며/망설이다가) 신군... 오늘일은 말이야.
신 : (그대로/진짜 화가 났다/나직하고 차갑게) 입 다물어!
싸늘하게 변한 신. 그 모습이 섭섭하고도 무서운 채경.
이때, 차 안, 내부 모니터가 열리고. 화면에 공내관이 나온다.
공내관 : 태자전하, 지금 이후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황실로 급히 들어오시라는 황제폐하의 명이십니다.
신, 앞으로의 상황이 보이는 듯, 거칠게 넥타이를 푼다.
채경, 신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반응 없는 신.
9. 궁, 황제전 D
황제와 황후. 신과 채경 앉아있다.
황제 : (채경을 못마땅한 듯 보다/신보곤) 태자는 이런 일을 예상치
못하였단 말이더냐? 공식석상에 비궁을 대동하고 나가는 것은
전적으로 태자를 믿고 하는 것이거늘.
어찌 번번이 사고를 치고 돌아오는 게냐?
채경 : (머리 조아리며) 잘못 했습니다, 폐하.
황제 : (나직하지만 엄하게) 나는 태자에게 물었느니라.
채경 : (어찌할바 모르겠다/머리조아리고)...
신 : (굳은 표정 그대로)...
황후 : (황제눈치 보며) 비궁은 어찌 그리도 신중치 못한 말을 발설했단
말이야?!
채경 : 죄송합니다.
황제 : (몹시 화가난 듯) 황실의 역사상, 이혼이란 말이 공식석상에서
언급되긴 이번이 처음일것이야? (채경보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혼이라는 말이 나와?!
채경 : ... 그냥.. 제가... 실수 한 것입니다. (다소 떨며) 저.. 저도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때 태자전하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아찔한데)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모릅니다. 폐..폐하,
황제 : 지금 누구 앞에서 누굴 두둔하는 게냐! (화가 머리끝까지) 태자는
왜 말이 없어?!
신 : (굳은 채/냉정하게) 굳이 책임을 논하신다면, 이 모든 일은, 궁에
맞지 않는, 이 아이를 비궁으로 들이신 황실어른들 모두의 책임도
없지 않다고 생각하옵니다.
황제 : (놀라) 뭐이라구?!
황후 : (놀란다) 태자!
신 : 아직 황족의 언어규범조차 익히지 못한 부덕한 비궁에게 엄격한
훈육과 강도 높은 예절교육을 시켜주시길 강력하게 간청드리옵니다.
채경 : (당혹스럽다)
황제 : (신을 노려보며) 태자는 지금 반항을 하는 것이냐?!
반성할 기미는 보이지 않고, 감히 황실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야?!
신 : (굳은 표정) 소자, 잘못한 것이 없으니, 반성할 것도 없사옵니다.
저희들, 돌아가 이번 일에 관해 근신하고 있겠습니다.
(채경의 손을 잡고 끌고 나간다.)
황제는 눈을 지그시 감으며 올라오는 화를 삭이는데, 황후는 근심스럽고.
10. 궁, 파빌리온 D
황궁에서 돌아오는 신과 채경. 냉랭하다.
황태자전으로 들어가려는 신을 잡는 채경. 그대로 서는 신.
채경 : 그렇게 말을 하면 어떡해? 더 곤란해졌잖아.
신 : (싸늘하게) 내가 그렇게 나가지 않았으면, 아바마마의 노여움이
풀리실 때 까지 잘잘못을 빌어야 됐을거야.
채경 : (냉정하게) 잘못을 했으면 용서를 구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신 : (비싯 웃고) 그럼, 나한테 먼저 용서를 빌어야 될 거 같은데.
채경 : ... 뭐?
신 : (호흡 한번 고르고) 살면서 단 한 번도. 오늘만큼 절실하게 부탁이란 걸
해본 적이 없었어. 오늘 만큼 비굴해진 적도. 오늘처럼 비참해진 적도.
채경 : (당황)
신 : (끊으며) 분명히 부탁했어. 오늘만큼은 참아달라고.
나중에 때를 봐서 매듭지어 주겠다고.
채경 : 신군
신 : 설마 하면서도 널 믿었는데. 결국 넌, 그 가볍고 천박한 입을 놀려서
날 짓밟았어.
채경 : (신의 반응이 당황스럽다/자기 속을 털어 놓으려는 듯) 나도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 그치만, 그땐 나도 절실했었어. 내가 끝까지 궁 안에서
잘 해낼 수 있을지, 니가 날 끌까지 좋아해줄 지... 그래서 그랬던거야.
(다소 버벅) 이혼이란 말 한마디가 지금까지 쌓아 놓은 황실의 권위를
한순간에 깎아내리는 짓인지.. 바보같은 짓인지 정말 몰랐어.
신 : (쏘아보며) 넌.. 내 마음 따윈 안중에도 없었던거야.
채경 : ....(당황스럽고/미안하고)인터뷰에서 얘기한건 진심인지 확신이 없었어..
그건 인터뷰니까.. 그리고 .. 니가 또..
확 돌아서는 신, 채경의 어깨를 으스러질 듯 꽉 잡는데, 잡은 손, 떨리고.
신 : (분노로 떨리는 음성) 그건 내 짐심이었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 말이었어! 황태자로서가 아니라, 한남자로서 한여자한테
처음으로 한 고백을, (눈빛 흔들리고) 넌 보란 듯이 짓밟은거야.
채경 : ! ... 그럴... 뜻은.. 없었어.
신 : (따발총 같이/매우 공격적으로 몰아세우듯 뱉어낸다)
언젠가부터 너란 아이가 허락도 없이 내 맘을 비집고 들어왔어!
그리곤, 날 흔들어 놓더니, 내 속에 숨어있는 날 자꾸 끄집어 냈어!
(이를 갈며) 마치.. 심장이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날마다 니가 궁금해지고,
안보면 보고 싶고. 너 때문에 피식피식 웃음이 났어! 바보처럼 말야.
(배신감에 떨리는 눈빛/눈물) 날 이렇게 바보처럼 만들어놓고,
넌 이혼 얘길 꺼냈어. 내 마음을 배신한건,
내가 아니라 너라는 걸 똑똑히 기억해 둬!
돌아서는 신의 눈에 분노와 슬픔의 눈물이 고이고, 황태자전으로 가버린다.
홀로 남은 채경, 복받치는 울음이 터진다. 대성통곡 수준으로 터져나오는 울음.
주저앉는다.
11. 궁, 황제전 D
황제는 집무를 보고 있다. 옆에 앉아있는 황후.
황후 : 어린 나이다보니 실수를 한 것입니다.
태자와 비궁을 너그러이 용서해주세요. 폐하.
황제 : 태자의 태도를 황후께서도 보지 않았습니까? 이런 태자를 두고
내가 어찌 황실폐지론자들과 맞설 수 있으며, 태자의 자질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단 말입니까?
황후 : 인터뷰때, 비궁의 말에 태자도 상처를 입은 듯 합니다.
황제 : 태자의 자질에 회의가 듭니다. 의성대군을 보세요. 황제가 갖추어야
할 덕목을 두루 갖추지 않았습니까?
황후 : (얼굴색 변하며) ... 혜정전에 대한 미련 때문입니까?
그래서 황위를 의성대군에게 넘겨주려 하는 것입니까?
황제 : (발끈) 황후!
황후 : (또렷히 보며) 그렇게는 안될 겁니다. 만일, 폐하께서 다른 마음을
가지고 계신다면, 저는 반드시 태자를 지킬 것입니다.
굳은 의지를 세우는 황후. 그런 황후를 보는 황제.
12. 채경이네 집, 거실 D
엄마, 아빠 고민중.
엄마 : 채경이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아빠 : 이거 단순 실언이 아닌 듯 한데? 황실이 왕창 뒤집어 졌을텐데...
채준 : (사태파악 가물가물) 그래서, 돼지한테 다른 남자가 있다는 거야?
아님, 그 남자 때문에 이혼을 하겠다는 거야?
엄마 : 어쩌지? 사태가 걱정되는데, 여보.
아빠 : 궁 휴게실 찾아왔을 때부터 애 얼굴이 아주 죽상이더라구,
여보, 우리채경이 걷어오자. 우리 공주 말라죽을까봐 걱정된다.
채준 : (시무룩) 엄마, 나도 돼지가 걱정된다. 델꾸와서 우리 집에서 기르자.
아빠 : (채준 쥐어박고) 전화 한번 해볼까? 어니다, 섣불리 나섰다가 괜히
채경이만 곤란해질지도 모르지. (울음 터져나오려 하다)
어쩌냐, 여보야.
엄마 : (아빠보며) 왜에?
아빠 : (말을 하려다가/입을 틀어막고 도리도리)
엄마 : (궁금하고/'이사람이' 하는 느낌으로) 으응?
채준 : (궁금하다/재촉하듯) 뭔데에?
아빠 : .....폐..비말야. 우리 채경이 이러다가 폐비되는 거 아냐?
채준 : 그럼 돼지가 궁에서...
엄마, 아빠. 걱정이 가득하고...
13. 공원 D
히숭과 인. 훌라후프를 돌리고 있고, 그 앞으로 경이 카메라를 잡고있다.
교복을 입고 있다. 벤치에 앉아있는 강현과 순영.
강현 : 뭐, 저까짓걸 하루종일 찍냐..
순영 : 그러게. 강현아... 채경이 이러다가 폐비되는건 아니겠지?
강현 : 왠지. 느낌이 안좋아.
순영 : 여기에다가 그 황태자비의 젊은 남자라도 밝혀지는 날이라면.
(생각하기도 싫다) 으으으. 생각하기도 싫다.
강현 : (근심어린) 채경이 정말 힘들텐데..
강현 : (저만치에 시선 두고 있고) 아휴..
열심히 후라후프를 돌리고 있는 히숭. 미스코리아 미소를 머금고.
옆에 있는 인. 피식 웃고.
경 : 아이, 참. 뭐야 인. (카메라를 잡고 있다)
인 : 너무 웃겨서 못하겠어. 바꿔줘!
경은 카메라를 잡고 있고. 환은 핸드폰 카메라를 들고 그 장면을 담고있다.
경 : 야! 오리! 꽥꽥거리지 말고 잘 해봐. 신이가 없으니까 되는 게 없어.
(뒤에 서있는 강현을 보곤 굳고) 야야! 다시 다시, 빨리 처음부터!
(카메라를 강현과 순영이 서있는 쪽으로 돌리는데)
카메라에 포착 된 강현을 본 경.
경 : 야, 환아.. 카메라 좀 잡아봐.
갑자기 강현에게로 달려간다.
경 : (다가와/강현의 손을 잡으며) 아름다운 백조여..
나의 피사체가 되어주지 않으련? (어색/애써 사랑스런 표정)
강현 : (뭐야? 하는 표정!) 웩! 토나와.
14. 궁, 화영의 처소 N
화영은 충화를 만나고 있다.
충화 : 차를 훔진 자들에게서 더 이상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조치해 두었습니다.
화영 : 그래. 하지만 문제는 궁 안이야. 비궁이 이혼 문제를 꺼냈기 때문에
같이 있었던 남자를 찾으려 할 것이야. 우리 율이가 위험하겠어..
충화 : 태후마마.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황제폐하께옵서 비궁마마를 온전히
용서하신다면, 궁안의 그 어떤 사람도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못할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화영 : 그래... 그 아이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겠어.
화영, 의미있게 충화를 바라보는데.
15. 궁, 파빌리온 베란다 N
어둔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신. 나직한 한숨을 쏟아낸다. 하늘의 별이 무수하다.
나오는 채경, 신과 마주서는데. 신. 채경을 보곤 불편한지 그냥 지나쳐 들어가는데.
채경 : 신군. (O. L).. 미안해.
멈칫 하던 신, 그대로 들어가려는데. 채경은 신과 이렇게까지 된 것이 가슴 아프다.
채경 : 아이, 저... 사랑한다고... 그랬잖아.
신 : (멈추고)
채경 : 진심이었다면. 진심이라면. 날 이해해 주면 안돼?
미안하다는 말로는 안 되는 거야?
신 : (아직도 마음이 아픈 듯 흔들리는 눈빛.)
신, 들어가 버린다. 채경의 눈엔 눈물이 차오르고. 이내 후두둑 떨어진다.
16. 궁, 황태자전 N
컴퓨터에 파일을 꼽는다. TV를 통해 채경과 찍은 혹은 채경을 찍은
'강릉 바닷가 사진'이 뜬다. 한 장 한 장 무표정한 얼굴로 보고 있는 신.
무표정에 묻어있는 그리움.
17. 궁, 황태자비전 N
신군 인형을 앞에 앉혀 놓곤, 마치 그 인형이 신이라도 되는 냥, 얘기를 하고 있는 채경.
신군 인형엔 굳은 신의 표정으로 마주하고 있다.
채경 : (물끄러미 보며)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어. 입궁해서, 늘 행복한 척
웃고있지만. 사실은 나 모든게 불안하고 낯설고, 내색하지 않으려고
그랬던거야. 예쁜 옷을 입고 있어도, 늘 다른사람 옷을 입고 있는거 같앴어.
이 황태자비란 옷이 너무 무겁고 너무 버거워. 그래서 이걸 벗고
도망가고 싶었어. 내 생각만 하느라, 신군이 받는 상처를 생각하지 않았어.
미안해.. 정말.. 미안해.
18. 율의 처소 N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율. 책 펼쳐져 있다. 생각에 잠긴 표정.
19. 황제전 N
이불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는 황제와 황후. 뒤척이는 황제.
황제 : 비궁이 갑자기 이혼 얘기를 꺼낸 것이 뭔가 석연치 않습니다.
아무래도 연관이 있을 듯 싶어요. 황후께서는 정녕, 비궁이 진실을
말했다고 보십니까?
황후 : 차를 훔쳐간 자들이 또 말을 바꾸었다고 하지 않습니까?
비궁이 거짓말을 하진 않았을 듯 싶습니다.
황제 : (뒤척이고/고민스럽고) ...
황후 : 폐하께써는.. 저를 사랑하십니까?
황제 : (짐짓 당황하는데) ...
황후 : 오늘 인터뷰에서 태자가 비궁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얘기할 때,
저는 가슴이 짜릿했습니다. 비궁이 이혼이란 얘기를 꺼낸 직후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충격보다는 태자의 마음 깊은 곳에서 끌어올린 비궁에 대한
사랑이 제 가슴을 울렸습니다. 그리고 비궁이 부러웠습니다.
남편의 사랑이 있는 한 세상 모든 아내들은 어떤 고통도.. 어떤 난관도
이겨낼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황제와 황후, 둘 다 슬픈 표정.
<다음날>
20. 궁, 전경
21. 황후전 D
채경이 초조한 마음으로 황후를 기다리며 앉아있다.
들어서는 황후, 박상궁 보곤,
황후 : 박상궁은 나가 있게.
박상궁 : 예, 마마.
박상궁 나가고.
황후 : 앉거라. 비궁 (앉곤)
채경 : 네.
황후 : 비궁이 이혼이라는 말을 꺼내는 바람에 수그러들던 스캔들 기사가
다시 커지고 있어.
채경 : 죄송합니다.
황후 : 내 비궁에게 한가지 확인하고 싶은게 있느니라.
채경 : ...
황후 : (보다) 의성대군의 마음이야, 익히 짐작은 하고 있다마는,
내가 궁금한것은 의성대군에 대한 비궁의 마음인게야.
채경 : 마음이라뇨?
황후 : (채경의 표정 살피곤) 남녀사이에 우정이란 것은 그 경계선이 모호하지
않더냐. 진정, 의성대군에게 어떤 감정인지를 묻는게야.
채경 : .. 의성대군을 친구이상의 감정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황후 : (안도하는) ... 그 말을 믿어도 되겠느냐?
채경 : 네 황후마마.
황후, 미심쩍은 듯 채경보고...
22. 파빌리온 D
채경, 들어오는데, 곽상궁이 기다리고 있다.
곽상궁 : 비궁마마. 태후마마께서 들라하시옵니다.
채경 : 태후마마께서요?
23. 화영의 처소 D
화영, 매화를 치고 있다.
곽상궁 : (소리) 마마. 비궁마마 드셨사옵니다.
화영 : 어서 들라하세요.
채경, 들어온다.
화영 : 어서오세요, 비궁. 게 앉으세요.
채경 : 네. 태후마마.
화영 : 마음고생이 심하시지요?
채경 : (씁쓸한 미소) 제가 잘못해서 벌어진 일인걸요.
화영 : (부드럽게) 나이어린 비궁께서 무엇을 아셨겠어요? 살다보면,
실수도 할 수 있는거지요. 그래,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채경 :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화영 : (걱정하는척) 이번 일은, 황실과 폐하의 자존심을 버린 결과이니
그리 쉽게 풀리시지 않을 듯 싶네요.
채경 : 어떻게 하면, 용서하실까요?
화영 : (슬쩍 미소하곤) 정말 용서를 원하세요?
채경 : 네.
화영 : 제 생각에는, 이번 일은 극단적인 방법이 필요할 것 같애요.
채경 : 그게.. 무슨 소리세요?
화영 : 비궁께서는 석고대죄를 아세요? 폐하께서 아무리 완고하시다 해도,
석고대죄를 한다면, 흔들리실겝니다.
채경 : (생각에 잠기는)
24. 궁, 황제전 D
황후, 황제에게 탕약을 건내고 탕약을 마시는 황제. 황후 하얀 모시를 건네고
황제 모시로 입을 닦는다 (이거 말고, 궁중문화의 형식미를 보여줄게 있으면
다른 걸로 교체해도 됩니다)
황후 : 폐하, 심기가 불편하시니, 옥체가 걱정이옵니다.
황제 : 황실의 입지가 불안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행사에 참석해야지요.
박상궁(E) : 폐하, 태자전하 드셨사옵니다.
황제는 아무런 대답이 없다. 당황하는 황후, 황제 얼굴을 쳐다보는데.
황후 : 어서 들라하게.
황제 : (묵묵부답) ...
여전히 대답이 없는 황제. 황후, 근심어린 표정이다.
정장을 갖춘 신, 들어오고. 공내관 뒤이어 들어온다. 황후의 도움을 받아가며
준비하던 황제, 신을 보지도 않고.
황제 : 태자는 그만 돌아가거라!
신 : !
황후 : (놀라고) 폐하.
공내관 : (설득하려는듯) 폐하, 오늘 왕립박물관 행사는 해외문화재에 대한
황실의 의지를 표하는 황실공식행사이옵니다. 따라서 태자전하와의
동행이 반드시 필요한 자리라 사료되옵니다.
황제 : (짜증섞힌) 하여, 더더욱 태자와 함께 가지않겠다는 것입니다!
황후 : (신을 살피며) 폐하, 어찌하여 그런 말씀을 하시옵니까?
신 : (긴장하며 황제를 본다)
황제 : 오늘 행사는, 주한대사들에게 우리의 우수한 문화를 알리는 자립니다.
그러니, 문화재에 대한 식견이 높은 의성대군을 데리고 갈 것입니다.
신 : (인상구기곤/시니컬하게) 아바마마의 뜻이 그러하시다면, 물러가겠습니다.
황제 : (맘에 안드는 듯 신 보고)
황후 : (타이르듯) 태자, 그게 무슨 태돕니까?
(황제를 의식하며) 태자의 본분은 황제폐하를 모시고, 이 나라가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국민적 구심점의 역할을 수행하는 일입니다.
박상궁 : 폐하, 의성대군마마께서 드셨습니다.
황제 : 들라하게.
격식을 차린 정장차림의 율, 들어온다. 뒤이어 들어오는 김내관.
신과 율, 눈빛 세우고. 김내관, 공내관에게 목만 까딱. 의미있게 보는 공내관.
율 : (앉으며 신 한번 보곤) 태자전하도 함께 계셨군요.
신 : 우리 문화재에 관한 의성대군의 활약은 익히 들었습니다.
율 : 대군으로서의 소임을 다할 뿐입니다. (황제보곤) 폐하, 출발하시기전에
의논드릴 일이 있습니다.
황제 : 말해보거라.
율 : 구한말에 반출된 조선왕조실록의 반환을 동경대에 요구할까 합니다.
황제 (반색하곤) 그래? .. 그런 일이야 말로 의미 있는 일이 아니더냐.
율 : 그럼, 허락하신 걸로 알고 진행하겠습니다.
김내관 : 대군마마께서는 오늘 행사를 위해서 밤늦게까지 자료검토와 문화주권에
대해 고민하셨사옵니다. 폐하.
황제 : 그래? 내가 의성대군이 있어 마음이 아주 든든하구나.
율 : 과찬이십니다.
김내관 : 폐하, 출발하셔야 하옵니다.
황제 : 그러지.
황제와 함께 나가는 율. 김내관. 황후, 안절부절 못하고. 신 무참한데..
25. 궁, 황제전 복도 D (또는 대전 느낌이 나는 곳)
나오는 황제와 율. 소박한 한복을 입은 채경, 황제 앞에 석고대죄하고 있다.
멈칫하는 황제와 율. 채경 뒤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천,방나인.
채경 : 폐하.
황제 : (보면)
율 : (보면)
채경 : (무릎을 꿇은 채) 폐하. 용서해 주세요.
모든 것이 제 불찰입니다.
최상궁, 천, 방나인 '뭐야, 우리도 해야 돼?' 싶고. 꼼지락거리다 허리를 굽힌다.
신, 나오다가 채경 보곤 놀라고.
황제 : (굳은 음성) 이런다고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는 없는 법이다.
(나인들을 보며) 최상궁, 비궁을 데려가게.
채경 : (간절하게) 폐하, 모두 제 잘못입니다. 용서하여 주세요.
황제 : (채경보다) 그렇다면 한 가지만 묻겠다.
채경 : (고개를 수그리면)
황제 : 비궁이 이혼 얘기를 꺼낸 것이 신문에 떠도는 그 젊은 남자 때문이더냐?!
채경 /율 ! / 신 !
황제 : (채근하듯) 왜 대답을 못해?! 한 가지 더 묻겠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이 정녕 부원군이더냐?
채경 : 그게 .. (두려움이 가득한 눈)
율 : ! (황제를 한번 보고, 채경을 보다 말을 하려는데)
황제 : (동시에/ 알 거 같은) 대군은 앞장서거라!
화가 난 황제, 가버리고, 황제는 무시하듯 지나가 버리고. 율은 안타까운 눈으로
채경을 보는데. 신은... 무참하고..
율, 눈에 밟히지만 할 수 없이 채경을 지나쳐 간다.
신, 채경에게 다가온다.
신 : (화나는 걸 참곤/ 감정을 자제하곤) 그만 일어나.
채경 : ...
신 : 이런 거에 넘어가실 분이 아니야.
너 혼자 이런다고 해도 소용없어! 헛수고 하지 마.
채경 : 그래도, 진심으로 빌면, 용서해 주실 거야.
신 : (좀 흥분한) 아직도 모르겠어? 지금 상황에선, 니 진심 따윈 통하지 않아!
그러니까 고집피우지마!
채경 : 상관 하지 마. 내가 수습할거야.
신 : (자르듯 보곤) 그럼 맘대로 해.
신, 가버리고 공내관, 신을 뒤따르고. 무참한 채경, 이를 악문다.
26. 궁, 정원 - 신의 회상 D
신과 황제는 정원을 거닐고 있다. 우연히 율과 만나는데...
27. 궁, 명선당 D
신, 회상에 잠겨 있다.
새삼, 아버지와 율, 자신의 관계가 왠지 쓸쓸하고.
저만치 서 있던 공내관에게 다가가선.
신 : 비궁은 아직 그대로입니까?
공내관 : 그러하다 하옵니다. (싹 치워진 명선당을 둘러본다) 이곳이 문화재적인
가치가 있어, 보수는 조심스럽게 진행될 것이라 하옵니다.
신 : 그래요. (나직한 음성) 공내관.
공내관 : 예, 전하.
신 : 이곳은 원래 어떤 곳이었나요?
공내관 : 명선당은 원래 왕조실록을 보관했단 서고였사온데, 실록이 옮겨진
후로는 전각으로 사용되었사옵니다.
신 : 이곳에서 아바마마와 태후마마의 낯 뜨거운 연서를 발견했습니다.
공내관 : ! (당황하는)
신 : 오랜 시절, 황실에 함께 하셨으니, 알고 계셨겠지요.
제가 본 연서의 내용이 사실입니까?
공내관 : ..... (수긍의 침묵 ...)
신 : 그럼 이곳이 두 분의 밀회의 장소였겠군요. (씁쓸한 미소짓곤)
아바마마께서 의성대군에게 왜 그토록 각별하신지 이제야 알겠군요.
공내관 : (신이 안타까운) 전하.
신 : 이렇게 얽힌 인연을 제가 견뎌낼 수 있을까요?
공내관 : (진중한) 소인이 모시는 하늘은, 시련을 품고 가시는 만큼,
넉넉하고 높은 하늘이시옵니다.
신, 쓸쓸한 미소 짓고...
28. 궁, 황제전 복도 D
결연에 찬 채경, 여전히 무릎을 꿇고 있고.
천, 방나인 어찌할 바를 모르겠고. 최상궁 역시 조용히 지켜본다.
29. 왕립중앙박물관 전시실 D
정장을 갖춘 내빈들이 많이 서있고. 외국인들도 종종 눈에 띤다.
황제와 율. 김내관 옆에 대동하고 있고. 사람들 '금동여래좌상'
앞으로 모이는데.
황제 : 이 불상들은 통일신라시대의 유물로 어느 일본분이 한.일 양국의
친선을 위해 조건 없이 반환 해준 것입니다.
율 : (살펴보며) 세 작품 모두, 재질이나 조각 수법이 비슷한 것 같은데요?
학자 : 잘 보셨습니다. 대군마마. 이 불상들은 7세기경에 만들어진 작품들로
백제의 옛 땅인 충남 영기군 주변에서 발굴 된 것들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조각 기법이 비슷하여 일명 영기파 불상이라고도 합니다.
사람들 (감탄하고/ 끄덕이고/ 유심히 보고)
황제 : 지금까지 보셔서 아시겠지만 이렇듯 학술적 가치가 매우 뛰어난 많은
유물들이, 현재 해외로 반출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율을 보면)
율 : 문화의 다양성이 존중받는 시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하고 싶은 분들도
계시겠지만 한 국가가 자국의 문화에 대해 문화주권을 갖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 같습니다.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오고, 황제는 그 모습이 흐뭇하다. 황제는 다른 내빈들과
다른 전시물들을 둘러보고. 저 만치 기둥 쪽에 서 있는 충화를 보는 율.
30. 왕립중앙박물관 일각 D
황제와 내빈들이 담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들이 보이고. 율, 핸드폰 들곤...
율 : 유모. 전데요. 채경인 좀 어때요? (낮은 한숨) ... 알았어요. (끊곤)
율, 근심어린 표정 되고. 다가온 김내관.
김내관 : 대군마마, 폐하께서 찾으시옵니다.
율, 의지 다지고 황제 쪽으로 걸어가는데 ... 충화는 기둥에 서있고.
31. 궁, 황태자전 D
신, 서류를 검토하다가 서류를 탁 접고는 시계를 본다.
석고대죄를 하고 있는 채경이 걱정되지만,
내색도 못하고. 좌불안석처럼 서성인다.
<점프컷의 연속>
- 침대에 앉는 신. / 침대에 눕다가 일어나는 신. / 의자에 앉아 서류를
보는척하지만 펜만 굴리고 있고 / 황태자전을 서성이는 신 /
이어폰을 꼽아보지만, 음악이 귀에 안들어오는지, 곧 빼버리는 신.
32. 궁, 황제전 복도 D
채경을 보는 태황태후는 걱정스런 표정이다. 서상궁 서있다.
태황태후 : 큰 죄를 짓고 임금께 용서를 구하는 것이 석고대죄입니다.
비궁은 실수를 한 것이고 그에 따른 오해가 생긴 거예요.
이렇게 석고대죄까지 한 사안이 아닙니다, 비궁.
채경 : 죄송합니다, 태황태후마마.
태황태후 : (손을 잡고) 비궁. 일어나세요. 이러다가 큰일 납니다.
채경 : 제가 실수 한 거니까 용서를 받고 싶어요, 태황태후마마.
태황태후 : (안타깝고) 황상께서는 그날 밤에 누구와 있었는지 그것 때문에
오해를 하시는 겁니다. 솔직히 말씀 드리세요. 오해를 푸는 길은
그 길 밖에 없습니다. 솔직히 말씀을 드리세요.
채경 : ... 죄송합니다. 말씀 드릴 수가 없어요, 태황태후마마.
태황태후 : (한숨 쉬곤) 내가 비궁을 그리 어여삐 여기거늘 필시 말 못할
사연이 있는게군요.
태황태후, 난감한 듯한 표정이고, 채경은 고개 숙인다.
33. 황실전용차 안 D
황제와 나란히 앉아있는 율. 황제는 신문을 살피고 있다.
'황태자비, 이혼발언 이유 있다' 타이틀의 기사. 그런 황제의 눈치를
슬그머니 보던 율.
율 : 폐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황제 : 그래, 말해 보거라.
율 : 비궁마마께서 아직도 용서를 빌고 계신다 하옵니다.
황제 : (굳은 표정) ...
율 : 폐하... 비궁마마를 용서해주십시오. 연약한 여자의 몸으로
석고대죄를 감당하는 건 무리입니다.
황제 : (걱정하는 율 잠시 보다/ 엄한 목소리)
대군이 관여할 일이 아니니라.
황제는 차창 밖으로 시선을 돌린 채 낮은 한숨만. 채경이가 걱정되는 율.
34. 궁 전경 N
35. 궁, 황제전 복도 N
들어와 채경 앞에 선 황제. 나와서는 황후.
황제 : 비궁.
채경 : (핏기 없는 얼굴 들어보면)
황제 : (신이 없음을 알곤) 태자는 어디 있느냐.
채경 : ... 폐하, 용서해주세요. 저희들을 용서해주세요.
황제 : 더 이상 날, 며느리를 내치는 비정한 인간으로 만들지 말고 돌아가거라.
이런다고 해서 너희들이 한 짓이 없어지진 않을 것이야! (지나치면)
채경 : 폐하.
황제 : 조금만. 조금만 태자전하한테 너그럽게 대해주시면 안되나요?
태자 전하는요, 폐하께서 주신 만년필이 너무 아깝고 소중해서,
쓰지도 않고 꽂아먄 두고 있어요. 말은 안 해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아바마마가 무섭고, 때론 그립고, 정에 목말라하고...
그렇게 자신의 방식으로 아바마마를 사랑하고 있어요.
황제 : (돌아본다) 비궁. 비궁은 내가 태자를 미워한다 생각하느냐?
채경 : (아무 말도 못하는데) ...
황제 : 세상에, 자기 자식을 미워하는 부모는 없는 법이란다.
허나 자식의 잘잘못을 따져야 하는 것이 아비의 역할이니라.
황제, 한숨 쉬며는 들어가 버린다.
황후, 채경을 보며 근심스런 한숨을 내쉰다.
36. 궁, 황태자전 N
펜싱검을 들고 자세연습을 하는 신. 들어오는 율.
율 : 가서 채경이 좀 말려 봐!
신 : (계속 연습) ...
율 : 지금 채경이거 어떤 줄 알아? 한번이라도 채경이한테 가봤어?
저러다, 채경이 쓰러질 거야!
신 : (비위 상하고 / 냉정하게) 유난 좀 떨지 마.
니가 신경 쓸 일이 아냐. (펜싱 자세연습)
율 : (원망과 화가 나는 듯) 넌 원래 이런 놈이야.
신 : (멈짓)
율 : 니가 조금만 더 따뜻한 놈이었다면,
나도 채경일 포기했을지도 몰라.
근데 .. 너처럼 이렇게 냉정하고 이기적인 놈한테,
채경일 못 보내겠어.
신 : (비싯 웃고 / 펜신검 놓고) 작작 좀 해. 법도를 어겨도,
정도라는 게 있는 거야.
율 : (노려보다) 법도? 니 무기는 언제나 황실의 법도지.
그 잘난 법도 때문에, 난 모든 걸 뺏겼어.
신 : 그렇게 억울하면, 법도를 부수면 되는 거 아냐.
율 : 그렬려구. 이제부터 부숴볼까 해.
신 : (놀라 보며) 뭐? 니 생각이 뭔진 모르지만,
형수를 사랑하는 더러운 인연은 궁 안에 하나면 족해.
더 이상 궁 안에 더러운 인연 만들지 마.
율 : (신이 놓은, 검을 들곤 신이의 목을 겨누며) 더 이상 모독하지 마!
한번만 더 내 사랑을 모욕한다면, 그땐 용서하지 않겠어.
팽팽하게 보는 두 사람.
37. 궁, 황제전 복도 N
물을 가지고 온 율. 채경은 여전히 무릎 꿇고 있고. 채경의 모습 쓰러지기
일보직전의 초췌한 모습이다. 채경은 점점 혼미해져 오는데 ...
율 : (다가가 앉아) 채경아 ... 그만하자. 응?
채경 : (고개만 도리도리)
율 : (아프게 보다) 미안해 .. 미안해.
채경 : (그제서야 보곤 힘없이) 니가 ... 왜.
율 : 내가 말하라고 시켰잖아. 내가 그랬잖아. 다 나 때문이야.
채경 : (희미한 미소) 니가 시켜서 한 거 아냐.
어쩌면, 나도 원하고 있었을지도 몰라.
율 : .. 꿀물이야. 이거라도 좀 마셔. 너무 힘들어 보여.
채경 : 혹시 .. 신이는? 신이한테 가봤어?
율 : 신이 그 자식, 니가 이러고 있어도 신경도 안 써.
그러니까 너도 기다리지 마.
채경 : (신경 안 쓴다는 말에 마음이 아프고)
율 : 아무리 생각해도, 이대로는 안 되겠어.
채경 : (옷깃을 잡고)
율 : (보면)
채경 : (도리도리)
율 : (슬프게 채경을 바라본다) ....... 이런 일을 겪게 해서 미안해 ....
돌아가는 율. 점점 혼미해져가는 채경. 멀리 그 모습을 보고 있는 화영.
38. 궁, 황제전 N
책을 보고 있는 황제. 안경을 벗고 관자놀이를 누른다. 이때 옆에 있던 황후.
황후 : 폐하, 진정 비궁을 저리 그냥 두려 하십니까?
황제 : (묵묵부답)
황후 : 큰 변고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폐하.
황제 : 황후는 비궁이 왜 이혼얘기를 꺼냈다 생각하십니까?
황후 : (조금은 찔끔) 그 ... 그건 태자가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황제 : (끊으며 / 버럭) 황후는 날 바보로 아시는 겝니까?
황후 : 폐하, 어찌 그런 말씀을 ... 그렇지 않사옵니다, 폐하.
황제 : 비궁이 아침부터 저러고 있는데, 태자는 한 번도 비궁에게
와 보지 않았다고 합니다.
황후는 이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황후 : (할 말 없고) ...
황제 : 비궁과 같이 있었다는 그 남자를 찾아보세요.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앞으로 몰아칠 사태에 근심하는 황후의 얼굴.
39. 궁, 화영의 처소 N
율, 화영과 얘기중이다.
율 : (큰소리) 폐하께 부탁해 볼 수 있잖아!
화영 : 지금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거야? 그 멍청한 비궁 때문에
니 문제가 불거지게 생겼어. 이제, 황제까지 널 찾고 있으니,
스캔들의 주인공이 너라는 걸 찾아내는 건 시간문제겠지.
율 : .... 석고대죄 엄마가 시킨 거야?
화영 : (할 말 없는) 어쩔 수 없었어. 널 드러나게 할 순 없었으니까.
율, 나가버리는데... 화영 초조하고 불안한데 ..
40. 궁, 화영의 처소 N
서상궁, 다도를 한다. 화영, 차를 마시는데
화영 : 유모 ... 살다보면 자식만큼은 내 뜻대로 안된다고 하더니
그 말이 맞는가 봐요.
서상궁 : 마마,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화영 : 우리 율이 한테는 세상에서 나밖에 없을 줄 알았는데 ...
이런 게 세월일까요? 내 아들이 사랑을 한다네요. 게다가
황태자비를 사랑한다니 ..
서상궁 : ... 조만간 대군마마께서도 마음의 평정을 찾으실 것이옵니다, 마마.
화영 : 그럴까요? 벼락같이 찾아온 사랑을 떨쳐버릴 수 있을까요?
닮아도 너무 닮았네요.
화영. 씁쓸한 표정 짓고 ...
41. 궁, 황태자전 N
책을 보고 있는 신. 공내관 책 페이지 한번 보곤.
공내관 : 전하, 몇 시간째 같은 페이지를 보고 계십니다.
신 : (뜨끔 / 의연하게 페이지 넘기고 딴청) 내용이 좀 난해하네요.
공내관 : ... 전하. 황송하오나, 비궁마마를 저리 두실 것이옵니까?
이제, 모시고 오셔야 할 듯 싶사옵니다.
신 : ...
공내관 : 전하.
신 : 오늘 일정은 끝나셨죠? 그럼, 들어가 보세요.
난감한 공내관. 할 수 없이 꾸벅 인사하고 나간다. 낮은 한숨 뱉는 신.
42. 궁, 황제전 복도 N
채경은 쓰러지기 일보직전이다.
최상궁 : 비궁마마. 마마, 이제 그만 일어나셔야겠습니다.
옥체를 보전하셔야 합니다. 이렇게 더 계시다가는
큰 변고를 치를 수도 있사옵니다.
천나인 : (울먹이며) 마마, 옥체를 보전하십시오.
방나인 : (울며) 마마! 그만 하시옵소서.
최상궁 : 일어나셔야 합니다.
채경 : (간신히 입을 연다) 힘들어 죽겠어요. 용서 받을 때까진
한발자국도 안 움직일 거예요. 힘드니까, 말 좀 시키지 마요.
최상궁, 천, 방나인 근심어린 표정으로 옆에 있고. 그런 모습 안타깝게
보고 있는 율. 어느새 뒤쪽에 숨어서 채경을 보고 있는 신.
혼미한 상태의 채경, 채경이 안타깝고 걱정되는 율. 이 모든 상황을 보고
있는 신의 슬픈 얼굴.
<다음날>
43. 궁, 전경 D
태황태후(E) : 아직까지 비궁이 그러고 있단 말입니까!
43-1. 궁, 태황태후전 D
머리 조아리고 있는 서상궁. 매우 화가 난 태황태후. 율, 의지 다지고 있다.
율 : 비궁마마를 저대로 둘 순 없습니다. 어제부터 물 한 모금
마시질 않았습니다.
태황태후 : (이마를 짚으며) 내가 너무 오래 살았나 봅니다.
서상궁 : 마마, 그 무슨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이시옵니까.
태황태후 : 너무 오래 살았어요. 그래서 이런 못 볼 꼴을 보고 있습니다.
율 : 할마마마, 비궁마마를 도와주세요.
태황태후 : (율을 안타깝게 보고 / 이내, 의지를 다지듯) 서상궁.
서상궁 : 예, 마마.
태황태후 : 황상께도 기별하고, 황후전과 혜정전에도 기별을 넣으세요.
내가 더 이상 뒷방 늙은이처럼 이 사태를 보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의지 잡고)
서상궁 : 분부 받잡겠사옵니다, 마마.
태황태후 : 이 황실의 분란을 어찌하면 좋을꼬. (한숨)
44. 궁, 태황태후전 D
태황태후 혜명을 중심으로 한 편엔 황제, 황후,
맞은 편엔 율과 혜정전이 자리해 있다. 들어오는 신,
모두가 있는 것을 보고 움찔하는데.
태황태후 : (옆 자리 가리키며) 태자는 이리 앉으세요.
신 : ... (보기만 하면)
태황태후 : 괜찮아요. 이리 와서 앉으세요.
내 오늘 모두 이리 다 모이라고 한 것은 비궁 때문입니다.
어찌 나이 어린 비궁을 하루가 지나도록 저리 둔단 말입니까?
황후 : 황송하옵니다, 마마
화영 : (율 때문에 긴장하지만 / 태연하게) 이쯤하면 비궁에 대한 노여움을
푸시지요. 용서 구하는 모습이 눈물겹습니다.
황제 : (신을 보며) 허나, 비궁은 거짓말을 했어요. 게다가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 끝끝내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태황태후 :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황제 : (불편한 심기 드러내곤) 비궁이 스스로 결백하다면은,
왜 밝히지 않겠습니까?
율 : (고민하다가 결심한 듯) 저하고 같이 있었습니다.
화영 : (놀라) 율아.
황후 : (놀라고 / 수습하려는 듯) 의성대군.
황제 : (놀라 율을 보고)
태황태후 : (놀라 율을 본다)
율 : (담담하게) 그날, 비궁마마께서 나가시는 걸 보고 제가 따라 나섰습니다.
황제 : 뭐라? 의성대군이 같이 있었단 말이냐?
율 : 예, 폐하.
화영 : (율이를 감싸듯) 요근래, 비궁이 울적해 하는 것 같아 친구로서
함께 나가준 듯 싶사옵니다.
황후 : (긴장하고)
황제 : (율을 유심히 보다) 의성대군은 지금부터 내가 하는 질문에 답하거라.
율 : 예. 폐하.
황제 : 혹시 비궁에게 다른 마음을 품었더냐?
황후 : 폐하! 그게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율 : (사람들 둘러보곤 결심한 듯)
네, 비궁마마를 몹시 연모하고 있습니다.
모두 경악하는 황실. 눈을 감아버리는 신. 의지를 다지는 율 .. 에서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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