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 20부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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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경 : 어떻게.. 된거야?
신: 니 차 훔쳐간 놈들이 너하고 다른 남자가 같이 있다고 떠들어댔거든.
누구하고 같이 있었어?
채경 : ... 율이랑 있었어.
신: (질투로 가득 찬 눈) ..... 도대체, 생각이 있는거야?! 유부녀가 시동생하고
그것도 밤늦게 한강변에 있는 걸 사람들이 어떻게 볼거 같애?!
채경 : .....
신: (감정 추스르곤) 일이 커질거야. 마음 단단히 먹어.
천나인 : (소리) 비궁마마. 태황태후 마마께서 급히 드시라 하옵니다.
올것이 왔다는 표정의 신. 불안한 표정의 채경.
신: 넌 여기 있어. 내가 가서 말씀 드릴게.
채경 : 아니야. 내가 알아서 할게.
채경 : 나 땜에 벌어진 일이야. 그러니까 책임도 내가 져야지.
신: 설마 사실대로 얘기 하려는 건 아니지?
채경 : 그럼..뭐라고 말해?
신: (한심한) 율이하고 같이 있었다는 얘긴 하지마. 그랬다간, 둘다 다쳐.
채경 : ... (수긍하고)
2. 태황태후전 D
태황태후와 황후, 혜명, 채경 앉아있다.
황후 : 같이 있었던 남정네가 누구란 말이더냐?
채경 : ...
황후 : 왜 말이 없는게야?
태황태후 : (황후 만류하곤) 비궁... 얘길 해 보세요. 우리는 한 가족 아닙니까?
채경 : (눈 찔끔 감곤) 그게... 친정아버지랑 같이 있었어요.
황후 : (의아한) 부원군하고 같이 ? 아니, 그 야심한 시간에 친정아버지하고
무슨 일로 만난거냐?
채경 : 저기... 궁 휴게실 운영건 때문에. 아버지께서 많이 힘드세요.
사람들이 낙하산이라고 말이 많나봐요. 아버지께서 아셔야 될거 같애서 만났어요.
태황태후 : (안심한 듯)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래요. 절대로 우리 비궁은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 했습니다.
혜명 : 그것 보세요. 제가 아닐거라고 했잖아요.
황후 : (걱정어린) 황태자비의 스캔들이라니. 어찌하여 하루가 멀다하고,
이런 일이 생긴단 말이냐?
태황태후 : (황후보며)( 饌傳愈減 言傳兪濫) 찬전유감 언전유람 이라 했습니다.
음식은 갈수록 줄어들지만, 말은 옮겨갈수록 늘어난다지 않습니까?
혜명 : 어머니. 일단은 사태를 지켜보죠. 진실은 언제든 밝혀지잖아요.
채경(좀 찔리고..)
황후 : (화난음성) 비궁은 내일부터! (태황태후 의식하곤 톤을 낮추어서) 자숙하도록 하라.
채경 : 네. 황후마마.
3. 황제전 D
황제와 마주 앉아 있는 신.
황제 : (화난 음성) 너희 부부는 어찌하여, 이리도 바람 잘날이 없단 말이냐?
태자의 문제가 지나간 지 얼마 되었다고, 이번엔 비궁까지 황실의 체통에 누를 입혀?!
신: (잠시 사납게 보지만 곧 고개숙이고) 모든게 제 불찰입니다.
황제 : (누그러뜨리곤) 그래. 태자는 부원군과 함께 있었다는 비궁의 말을 어찌 생각하느냐?
신 : 비궁 비록 나이는 어리나 품성이 반듯합니다. 거짓말을 할 사람이 아닙니다.
황제 : 내 생각도 그러하다만, 함께 있었다는 남자가 자꾸 걸리는구나.
혹시, 태자와 비궁사이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더냐?
신: (아버지를 똑바로보며) 비록 어른들이 정하신 혼인이긴 하나, 부부로서
지켜야 하는 신의와 약속을 지키고 있습니다.
황제 : 이번 일로 또다시 황실 폐지론자들의 주장이 거세질지 모르니
태자와 비궁은 조심하고 또 조심하여야 할 것이다.
신: 명심하겠습니다.
4. 화영의 처소 D
화영, 율을 설득중이다.
화영 : 지금, 너 제정신이야? 니가 같이 있었다고 알려서 뭘 어쩌겠다는거야?!
율: 내 책임도 있어. 채경이만 혼자 둘 수 없어.
화영 : (흥분한채) 그래서, 황실과 언론에 알리면 그애한테 도움이 될 거 같애?
넌 어떡할거야! 넌 황제가 될 사람이야!
사촌형수하고 스캔들 낸 사람을 누가 황제로 밀겠어?!
율: (물끄러미보다) 엄마.. 나는 황제가 되는 것 보다도, 채경이가 더 소중해.
만약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한다면, 난 황제를 포기할거야.
물론, 나머지 하난 반드시 얻을거구.
화영 : (열이 받친 듯)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거야?!
우리가 뭘 바라고 여기까지 왔는데?!
율: 아버지가 못 이룬 황실에 대한 비젼을 나도 이루고 싶어.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더 갖고 싶은 게 생긴거야.
(단호한 음성) 채경이만 있다면, 평민이 되어도 상관없어.
화영 : !!! 그걸... 말이 ... !!
화영, 경악해선, 말을 못잇다가 그대로 쓰러진다.
율: (놀라선) 엄마 !! 엄마 !!
5. 채경의 집 D
채경 아빠. 엄마 옆에서 걱정 어린 표정으로 보고 있고. 채준 신문보고 있다.
엄마 : 어머나... 세상에... 뭐 이런 말도 안되는 기사가 있냐?
그치? 여보
아빠 : 아무래도. 채경이 한테 무슨 일이 있나보네.
엄마 : 무슨 일? 당신 설마.. 이 기사 믿는 거 아니지?
아빠 : (발끈) 당연하지! 우리 채경이가 그럴 애야? 그거 말고, 내 말은..
그냥 느낌이 그래.
채준 : 근데 돼지... 진짜 남자 생길수도 있어. 매형은 솔직히 너무 얼음왕자잖아.
엄마 : 입 안다물어?! 이 신문사들 그냥 확 고소해 버릴까?
왜.. 명예훼손 그런거 되잖아. 아니, 이거 누굴 불륜으로 모는거야?
아빠 : 조용히 좀 해. 가뜩이나 머리 복잡한데..
채준 : 아빠도 아니고, 매형도 아니고. 대체 누구랑 있었던 걸까?
엄마 : 시끄러!!
6. 학교 전경 D
7. 미술과 교실 D
히숭 순영 강현. 황태자비의 남자는 누구인가? 하는 신문 보는데..
순영 : '이번엔 황태자비 불륜... 황실 위험한 건 아닌지?'
히숭 : '그녀의 남자는 누구인가?' (속닥속닥)
채경, 들어와서 앉는다. 친구들, 채경의 눈치만 보고..
강현 : 채경아. 괜찮아?
채경 : 응.
히숭 : 근데.. 누구하고 같이 있었소?
순영 : 우리한테만 살짝 말해주면 안되오?
강현 : (째려보며) 니들.. 입 안다물래?
히숭 : (깨깽~)
채경 : .. 바람 좀 쐬고 올께. (일어서서 나간다)
강현, 히숭, 순영 걱정스런 마음에 따라가려는데.
신문을 들고 뛰어들어오던 반 아이 한명이 호들갑을 떨며 소리친다.
아이 : 야! 이거 봤니?
순간 그 아이 앞에 선 히숭과 순영... 무섭게 째려보며 신문을 낚아 채고, 채경 그냥지나친다.
8. 복도 D
채경, 복도로 나오는데.. 몇몇 여자아이들이 신문보며 채경 험담중. 채경 멈짓한다.
아이 1 : 야.. 이거 완전히 바람핀 거 아냐? 혼인한지 얼마 됐다고 말야.
아이 2 : 우리 아버지 말이 출신을 못 속인다잖아. 언감생심, 황태자비는 아무나 되니?
도대체 황태자비로 쟤가 가당키나 하냐구?
아이 1 : 근데 누굴까? 같아 있었다는 남자 말야.
아이 2 : 뭐.. 지랑 비슷비슷한 놈이겠지 뭐.
기둥 뒤에 서서 듣고 있던 채경과 친구들.
화가 난 히숭과 순영은 그 앞으로 떡하니 나서고.
히숭, 순영, 한판 뜰 뜻 매서운 눈으로 여자애를 째려보며 조용히 하라고 소리친다.
확 쪼는 여자애들.
강현 : (위로하듯) 원래 황태자비란 자린 보는 눈이 많잖아.
높은 자리에 앉은 댓가라고 생각해.
채경 : (씁쓸한) 높은 자리가 불편하고 힘들면 어떻게 해야돼?
강현 : (걱정스럽게 채경 본다)
9. 영화과 교실 D
경, 환, 호들갑 떨고, 신 캠코더 만지며 의연하다. 인은 신의 눈치보고.
경: 야.. 도대체 누구냐? 그 남자 죽도록 좋아한데?
신: ... (인상 구기고)
환: 이상하네. 파티 갔을때 니들 사이 좋아 보였는데..
경: 야.. 암튼.. 마누라가 밤늦게 고수부지에서 딴 놈하고 있었으니 기분 꽝이겠다.
신: (참다못해) 조용히 못해??
인: (경, 환에게) 야, 니들은 철 좀 들어라. 응?
10. 태황태후전 N
태황태후, 황후, 황제, 혜명이 앉아 대책논의중.
황제 : 인터넷을 통해, 수그러들기는커녕 점점 더 커지고 있으니 큰일이로구나.
황후 : 이번 일로, 황태자비 간택이 잘못되었다는 망극한 소리까지 나오고 있으니
이를 어찌 하옵니까?
혜명 : 제 생각엔 비궁이 평민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시비 거는 사람들이 많은 거 같애요.
태황태후 : 요즘 세상에.. 황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
어째서 그리들 옹졸한지. 사람은 모름지기 근본을 봐야 하는데 말입니다.
혜명 : 그러게요.
황후 : (혜명 보곤) 가만히 두는 게 낫겠느냐?
혜명 : 이번 일은 비궁이 말한대로, 아버지와 함께 있었다고 기사를 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누구와 같이 있었느냐 그거니깐요.
황제 : 그러다, 일이 더 커질 수도 있어.
혜명 : 일단은 최소한의 궁금증만 풀어주면, 사람들의 관심도 조금씩 줄어들겁니다.
그게 인지상정이잖아요.
황후 : 그리 되면야 얼마나 좋겠느냐.
태황태후 : 뭘 망설입니까? 혜명아.. 일을 진행하여라.
혜명 : 네. 공보실측과 의논하겠습니다.
11. 화영의 처소N
누워있는 화영, 근심어린 걱정의 눈으로 지켜보는 율.
화영, 자리에서 일어난다.
율: (엄말 부축하며) 이제. 좀 괜찮아?
화영 : (노기어린) 이제, 속시원하니? 꼭 이런 꼴을 보고 싶어?
율: ...
화영 : (부드럽게 / 설득하듯) 율아... 엄마 생각해서라도, 마음 바꿀거지?
율: ... (시선 피하곤) 미안해 엄마. 두 사람이 이혼만 한다면,
채경일 데리고 멀리 떠날거야. 전에도 말했지? 이제껏 난, 엄마를 위해 살았어.
하지만 남은 인생은 채경이를 위해서, 날 위해 살거야.
화영 : (흥분해선 율의 어깨를 꽉잡곤) 내 말 잘 들어! 율아! 이런 얘기까지 너한테
할 거라곤 상상도 못했지만.. 난 모든걸 포기하고 여기까지 왔어!
율: (놀라선).. 엄마..
화영, 한숨 쉬는 위로 젊은 황제의 목소리가 들린다.
황제 : (소리) 화영아.. 궁 안이 싫다면, 우리 궁을 버리고 멀리 떠날까?
니가 원한다면, 나도 궁을 버릴게.
화영 : (율을 놓곤 침착하게) 한때 내게도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어.
그 사람이라면 황족이 아니어도 상관없었고, 그 사람이 가자고 하면
이름 없는 시골 아낙으로 살아도 행복할 거라 생각했어.
하지만.. 난 내 아들을 황제로 만들고 싶었어!
율: ....
화영 : 그래서, 내 사랑도, 궁밖에서 누릴수 있는 모든 자유도 다 포기했어.
그런데, 넌 그 계집애 하나 때문에 모든 일을 포기하려고 들어?
율: (물끄러미 보다) 아버질.. 사랑한게 아니구나.
화영 : 니 아버질 모욕하지마! 내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었어.
율: (차분한) 존경과 사랑은 달라. 우정과 사랑이 다르듯.
화영 : !
율: 그 사람을 선택하지 않은 건, 엄마 인생에서 가장 큰 실수야.
화영 : 무슨 소리야?
율: 만약.. 그 남자하고 이름없는 촌부로 살았다면..
엄만 지금보다 더 아름답고 행복하게 살았을거야.
화영 : (당황한 듯 율을 본다)
율: 채경이 한테 가봐야 겠어. (나간다)
12. 명선당 N
채경과 율 얘기중이다.
율: 이렇게 혼자 버틴다고 될 문제가 아냐. 내가 부추겼다고 하면 돼.
채경 : 니가 나서면 일이 더 커질거야. 이번 일은 내가 알아서 해결할게.
율: 널 혼자 힘들게 할 수 없어! (일어서는데)
채경 : (팔 잡곤) 율군..
율: (보면)
채경 : 늘 율군한테 기대왔어. 율군의 마음 받아줄 순 없지만,
나도 한번은 율군을 보호해 주고 싶어. 율군은 내 친구니까..
율: 채경아..
채경 : 율군 입궁한 뒤로 이제 겨우, 황실 사람들이랑 가까워지고 있어.
이런 일로 오해받게 하고 싶지 않아.
율: (깊은 눈으로 보다) 너.. 좀 달라진 거 같애.
채경 : (애써 미소짓곤) 그런가? 궁 안에 살면서 나도 느끼는게 있어.
황족으로 살려면 어떡해야 하는건지 알게 되는것 같애.
율: ....
채경 : 예전엔 신군만 있으면, 궁 생활에 쉽게 적응할거라고 생각했어.
근데.. 아닌거 같애. 요즘, 신군하고 싸늘해서 그런지 궁이 더 답답해.
아무래도 난 신데렐라 체질이 아닌가봐.
율: ...(연민과 안타까움이 교차되는 눈빛으로 채경을 본다.)
13. 황태자비전 N
채경, 들어오는데, 기다리고 있는 신.
신: 인터넷에서 황태자비의 남자를 찾겠다고 난리던데.. 봤어?
채경 : 신경 안 써.
신: 그래? 그럼, 누군지 밝히지 그래?
채경 : 그러면, 율군이 다쳐.
신: (빈정이 상하곤) 그렇게 그 자식이 걱정스러워?
그렇게 보물단지 감추듯 하는 게 그래서 그런거야?
채경 : (고개 절래절래 흔들곤) 신군... 그만해. 나 너무 힘들어.
신: ...
채경 : 율군한테 너무 많이 받았는데.. 난 줄게 없어. 마음을 줄 수 없으니까.
이렇게라도 뭔가 주고 싶어.
신: (어이없는) 그 자식을 감싸고 도는 게 마음이 아니라구?
이야.. 내가 보기엔 아주 감동적이기까지 하던데...
채경 : (기가찬) 신군은 마음이란 걸 그렇게 쉽게 주는 사람이야?
미안하지만 난 그렇게 안돼. 난 이미 다른 사람한테 줘버려서 줄 수 없어.
신채경의 마음은 하나밖에 없으니까.
신: 마음이 어떻고, 감정이 어떻고, 그런 쓸 데 없는 소리좀 그만 하라고!
내 말 똑 바로 들어. 율이는 안돼! 더 이상 궁 안에 더러운 인연을 만들지마.
채경 : (경악하는 듯) 뭐? 더러운 인연? 율군하고 날 그렇게 바라 본거야?
신: (답답한) 그런 뜻이 아냐.
채경 : 자기 속 뒤틀리면 잔인해 지는 거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믿어주지 않는 건 그것보다 훨씬 더 잔인한거 야.
신: ...
채경 방으로 가버린다.
<다음날>
14. 궁 전경 D
15. 궁 일각 D
신, 기다리고 있는데 다가오는 율.
율: 왠일이야? 날 다 부르고.
신: (율의 멱살을 잡곤) 보는 눈이 많으니.. 조심하라고 분명히 말했다.
율: (묵묵히 받으며) 이번에 또 칠려고? 원한다면 얼마든지 맞아줄 수 있어.
신: (멱살 풀곤) 앞으로 채경이 앞에 나타나지마. 그땐. 가만있지 않을 거야.
율: 그렇게 못하겠다면?
신: (답답하듯 눈을 찔끔 감았다가 뜨곤) 널 위해서도, 그리고 채경이를 위해서도,
그리고 날 위해서야.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황실을 위해서야.
율: 난 황태자가 아니라서, 황실에 대한 책임감 까지 지고 싶지 않아.
단.. 채경이를 위해서 말하는거야. 더 이상 궁안에 채경일 잡아두지마.
니가 채경일 놔줘.
신: 넌.. 몰라. 우리가 어떤 악연의 고리속에 있는지. 하지만 이것도 운명이라면
우리 대에서 끊자.
율: (의아한) 무슨 말이야?
신: 잊지마라. 그게 니 운명이든, 내 운명이든 우리가 끝내야 한다는거.
신, 답답한 시선만 남긴 채 가고. 율, 심상치 않는 분위기를 느낀 시선으로 신을 본다.
16. 태황태후전 D
황제, 황후, 태황태후, 혜명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황제 : 연일 가십난에서는 비궁에 관한 기사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질 않는구나.
혜명 : 부원군하고 함께 있었다는 기사가 나가자마자. 차를 훔진 자들이 젊은 남자를
봤다고 했나봐요. 어쩌죠? 쉽게 잠잠해질 거 같지 않아요.
태황태후 : (생각에 잠겼다가) 그리하면, 비궁이 거짓말을 했다는게냐?
혜명 : 아닐거예요. 비궁이 그럴 필요가 없잖아요.
그리고, 그 쪽에서 잘못 봤을 수 도 있구요.
황후 : 도대체.. 앞뒤가 맞질 않으니. 이게 어찌된 일인지.
태황태후 : (섭섭함이 역력한) 비궁이 왜 우리에게 거짓말을 했을까요?
혜명 : 뭔가 이유가 있을거예요.
황제 : 부원군이 아니라면, 대체 누구와 함께 있었다는 게야?
황후 : 아무리 생각해도, 이대로 넘어가서는 아니 될 일 입니다.
(박상궁 보며) 지금. 비궁은 어디에 있는가?
박상궁 : .. 처소에 계신 듯 싶사옵니다.
황후, 뭔가 생각하는 표정.
17. 황태자비전 D
채경과 최상궁, 마주 앉아 여러 장의 신문을 보고 있다. 우울한 채경,
한숨쉬며..
채경 : 어떡해요? 어떡해야 되요? 응?
최상궁 : ...
쌓여있는 신문더미, '황태자비 스캔들' 기사제목 클로즈 업.
천방나인 파빌리온 복도에서 훌라후프를 돌리고 있다. 갑자기 들이닥친 황후와
박상궁을 보고 당황한 두 사람. 급히 의복을 단정히 하고 목례를 한다.
박상궁 : 비궁마마께서는 어디 계신가?
방나인 : 처소에 계시옵니다
박상궁 : 어서 고하거라
천방나인(소리): 마마. 황후마마 드셨사옵니다.
채경 / 최상궁 (놀라서 벌떡 일어나는데)
황후 : (들어와선 최상궁을 노려보며) 자네는 뭘하는 사람이야?!
채경 : !
황후 : 비궁의 훈육을 담당하는 사람이 대체 어찌 했길래, 비궁에게 이런 불미스런
일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게야!
최상궁 : 송구하옵니다. 황후마마.
채경 : (더 쫄아선 황후보고)
황후 : 비궁은 앉거라. (최상궁에게도) 앉게.
채경 : 네.
황후 : 이실직고 하렸다. 대체, 누구와 함께 있었길래,
이런 내용들이 세상에 떠돈단 말이냐?
채경 : ....
황후 : 어서 고하지 않고 뭘 하고 있는게야?
채경 : ... 죄송합니다. 황후마마.
황후 : 대답할 수 없다?
채경 : (놀라고)
최상궁 : (분위기 살피곤 채경보며) 비궁마마.
이번일은 감추고 숨긴다고 해서 해결 될 일이 아닌 듯 싶사옵니다.
사실대로 말씀 드리옵소서.
황후 : (무슨 말이지 싶다가 굳은 표정으로 보다) 혹시, 의성대군이더냐?
채경 : ... 네.
황후 : 입 다물고 있으면, 웃전들이 모를 줄 알았더냐?! 게다가 웃전에 감히
허언을 고하다니! 지금 황실을 능멸하려고 작정한 것이 아니더냐!
채경 : (안절부절못하고) 죄송합니다. 황후마마. 저 때문에 의성대군이 오해를 받을까봐..
황후 : 무엄한지고.. 내 의성대군에게 그리 일렀거늘.
채경 : ...
황후 : 황후의 자리라는 것이 밖으로 세상의 음덕을 권장하고,
안으로는 내명부를 통솔하는 자리라는 것을 아는게야 모르는게야?
채경 : ...
황후 : (대답 없는 채경에게 더욱 화가 나서) 내 지금 묻고 있지 않느냐!!
채경 : 아옵니다.
황후 : 아는 사람이, 그리도 경솔히 처신 하여, 황실에 누를 끼칠 수 있단 말이냐.
그리도 훈육을 시켰건만 황태자비로서 자질이 이리도 부족하다니..
이래서야 어찌 일국의 지어미가 될 것이야!
채경 : 송구하옵니다.
황후 : 의성대군의 일은 절대로 세상 밖으로 나가선 아니될 것이니라.
듣거라. 이 자리에서 나온 말이 궐 내와 바깥으로 나가지 않도록 단단히 주의하게.
최상궁 : 네. 마마.
황후, 못마땅한 듯 채경을 보다 나가는데, 신이 서 있다.
신: (황후에게) 이번 일에 관해서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어마마마.
황후 : 이번 일은 태자가 나설 일이 아닙니다!!
황후, 노기서린 듯 나가고. 신 안타까운 눈으로 채경을 본다.
눈물을 흘리던 채경, 신이가 온 것을 알아채고는 얼른 눈물을 훔치며
채경 : (지친 목소리) 혼자 있고 싶어.
신, 문을 닫고 나온다.
궁의 현실이 새삼 크게 느껴지고, 채경이 걱정되고..
18. 화영의 처소 D
화영, 서상궁의 보고를 받고 놀라는데.. 곽상궁 서 있고.
화영 : 도대체, 멀쩡한 건물을 수리해야 되는 이유가 뭐랍니까?
서상궁 : 갑작스레 수리하라는 명외에는 이렇다 할 말씀이 없다 하옵니다.
화영 : 황태자 자리를 등에 업고, 안하무인이군 그래.
그렇겐 안되지. 명선당은 니가 함부로 손댈 곳이 못돼.
(곽상궁 향해) 곽상궁, 태자에게 이리로 들라 하세요.
곽상궁 : 네. 마마.
19. 미술반 교실 D
수업중. 담임 얘기중이고 애들..아우성이다~
담임 : 조용, 조용 !! 아니, 얘네들은 어째 졸업작품 얘기만 꺼내기만 하면
알레르기 반응이야? 졸업하기 싫어?
아이들 : 네 !!
담임 : 그래도 졸업은 해야지. 피터팬 증후군이 단체로 걸렸나.. 그럼..
졸업작품 얘기도 나왔으니깐 우리 꿈 얘기나 좀 해볼까? 누구, 꿈 얘기 할 사람?
히숭 : 저요!
담임 : 먼저 히숭이?
히숭 : 현모양처요!
학생들 (다같이 웃는다)
담임 : 아니, 현모양처 얘기하는데 왜 다들 웃고 그래?
현모양처. 근데 너무 올드하다. 강현이는?
강현 : 전.. 무대 미술쪽을 해보고 싶어요.
담임 : 오호.. 혹시, 배우가 되고 싶은건 아니고?
학생들 (동시에 웃음)
채경 : ... (순간 쓸쓸해지고)
담임 : 어이.. 비궁마마.
채경 : (놀라선) 네! 제 꿈은요...
담임 : 나중에 황후마마가 되면, 우리 꿈돌이들 다 굽어 살펴주십사 하고. 알았지?
채경 : (어색한 미소만) 네..
담임 : (시계보곤) 자, 그럼 아직도, 갈팡질팡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선생님이 오늘
특별히 시 한편을 준비했거든?
그러니까 끝까지 한번 들어보도록 해. 졸지말고! 제목은 갈매기의 꿈.
<점프>
담임 : (영어로 죽 말한뒤 독해) 나의 발은 땅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두려울뿐이다.
하늘을 날기가 두려울 뿐이다.
이 땅에서의 삶이 익숙해져서 하늘은 이미 낯선 곳이 되었다.
하지만 나에겐, 날개가 있지 않은가? 갈매기의 꿈이 있지 않은가?
(아이들 보곤) 갈매기들!! 다음주에 꿈 2탄이니까 각자 꿈 준비해 오고!
담임, 미소짓고, 애들 웅성거린다.
채경, 노트에 뭔가를 낙서하다, 답답한듯 나간다.
채경의 자리로 다가와 노트를 보는 율. 노트엔 '꿈'이라는 글자가 선명히 보이고
20. 학교일각 D
채경과 효린, 벽에 기댄 채 서로 마주보고 서 있다.
효린 : 나 유학가.
채경 : (담담한) 진짜 가는구나. 넌 꼭 멋진 발레리나가 될거야.
효린 : (채경보며 미소짓곤) 주제넘는 얘긴지 모르지만, 넌 궁안의 인형으로 살 수 없는애야.
혹시 니가 궁밖으로 나오게 된다면 디자인을 계속 했음 좋겠어.
채경 : ...
효린 : 전에 신이 생일때 줬던 실내화 말야. 멋있다고 생각했거든.
아이디어도, 솜씨도.
채경 : 정말 그렇게 생각해?
효린 : 응.. 갈게.
채경 : ... (물끄러미 보다)
효린, 먼저 돌아서 가고, 뒷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채경,
채경 : 효린아!
효린 : (돌아보면)
채경 :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만나면, 그땐 우리도 친구가 될 수 있겠지?
효린 : 언젠가는 상처도 추억이 될거니까.
채경 : (보다) 우리가 한뼘 쯤 더 자라게 되면 그렇게 되겠지?
채경과 효린, 서로를 조용히 응시하다 미소짓는다.
21. 학교 다른 일각 D
채경. 효린의 말 때문에, 혼란스러운데.. 율 다가온다.
율: 니가 더 이상 답답하게 궁에 살지 않아도 되는 방법을 찾았어.
최대한 너의 부부와 가족들이 비난을 덜 받으면서도,
사람들이 쉽게 이혼을 받아들일 방법.
채경 : 율군, 지금 무슨 소리 하는거야? 이혼이라니. 난... 아직..
율: (말끊곤/똑바로 보며) 거짓말하지마. 이혼까지 아니라고 해도
궁 안에 사는게 힘들다고 느끼잖아.
채경 : !
율: 난 니 눈빛만 봐도 알아.
채경 : (피하듯) 어쨌든 지금은 아냐. 좀더 시간이 지나면..
율: 시간이 지나면 불가능해질거야.
채경 : ..
율: 시간이 지날수록 신채경이라는 아이는 사라져.
가식적인 웃음과 겉치레 인사에 능숙한 황태자비가 될거니까.
채경 : 그럴 리 없어.
율: 이미.. 조금씩 넌 변하고 있어.
처음에 궁 안이 낯선 곳 이었지만.. 이젠 궁 밖이 낯설잖아.
채경 : 어쩔 수 없는 거잖아. 그렇다고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율: 아니야. 기회가 왔어. 이 기회를 놓치면 넌 절대로 이혼하지 못할거야.
채경 : 기회라니?
율: 생방송 인터뷰 말야. 그 인터뷰는 황실가족과 전 국민들이 지켜볼거니까
그 자리에서 황태자와 이혼하겠다고 얘기해.
채경 : 율군..너무 무모해. 그랬다간 황실을 우습게 만들거야.
율: (강한어조) 만약..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궁 안에서 이혼하는 건 불가능해.
채경 : !
22. 황제전 N
황제, 신 마주 앉아있고, 공내관 서 있다.
황제 : (근엄한) 명선당의 보수를 갑자기 명한 까닭이 무엇이더냐?
신: (의중을 파악한 듯 시니컬하게) 저도 궁안에 버려진 건물이 있다는 걸
최근에 알았습니다. 근데, 너무 낡고 허름해서, 보수를 하면, 지금보다
더 좋을거 같아서요.
황제 : 버려진 건물이라고는 하나, 그곳엔 가치 있는 옛 서적이 많이 있다.
게다가 아직 건물의 상태도 양호하지 않느냐.
신: 명선당에 특별한 기억이라도 갖고 계신건가요?
황제 : (멈짓하곤) 어렸을적 부터, 그곳에서 책을 읽었으니, 내겐 추억이 깃든 곳이야.
신: (피식웃곤) 아바마마의 추억이 깃든 장소인지는 미처 몰랐습니다.
지금도 운치가 있기는 하나, 건물이 너무 낡아 위험한 듯 싶으니,
보수를 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요.
황제 : ... (말문이 막히는)
신: 그럼.. 물러가겠습니다. (일어서는데)
황제 : 비궁과 같이 있었다는 남자에 대해 알아는 보았는냐?
신: 사가의 아버지와 있었습니다.
황제 : 젊은 남자라고 온 세상이 들썩이는데, 그게 무슨 말이야?
신: 남의 차나 훔치는 저잣거리 불량배의 말보다는 비궁의 말을 더 믿습니다.
황제 : 이번 문제는 그리 간단하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야!
신: (황제를 지긋이 보고) 비궁은 혼인한 이를 두고, 다른이에게
마음을 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나가고)
황제 : 공내관..
공내관 : 예. 폐하.
황제 : 태자가 명선당을 갑자기 없애려는 의도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공내관 : .... (스스로도 의아한) 최근에 명선당에 관해 물으신적이 있사온데..
정확한 사연은 소인도 모르겠사옵니다.
황제 : 그래요? 아무리 품안의 자식이라고 하나, 도무지 저 녀석의 생각을 알 수가 없어요.
공내관 : ...
23. 황제전 복도
신, 나오는데 서 있는 황후. 신 목례 한번 화난 듯 가버린다.
걱정스레 보는 황후.
24. 파빌리온 N
신, 화가 치미는 듯, 성큼성큼 들어서는데, 화영이 앉아있다.
멈칫하는 신.
신: (냉냉한) 태후마마께서, 이곳까지 어인 일 이십니까?
화영 : 내 처소로 들라 전했거늘. 태자께서 지금 내 말을 무시하는 겁니까?
신: 저와 태후마마 사이엔 긴히 논할 얘기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화영 : (그제서야 침착을 되찾곤) 그래요? (사납게 노려보곤)
단도직입적으로 묻죠.
신: 말씀하세요.
화영 : 명선당을 보수하라는 지명을 중지하세요.
명선당은 그렇게 함부로 손댈곳 이 아닙니다.
신: (피식 웃곤) 이상하네여, 아바마마께서도 명선당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계시던데.. 태후마마께서도 똑같은 말씀을 하시니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두분의 생각이 너무 똑같군요.
화영 : (황제 얘기에 멈칫하다) 돌아가신 성조황제폐하께서 효열태자와 제게 내린
건물입니다.
신: 태후마마의 것이 아닙니다.
화영 : !
신: 명선당이 있는 땅은 제 궁토이니. 그 건물도 또한 저의 것입니다.
대대로 태자비가 성인이 되면 하사하던 궁토이니, 이제 곧 비궁의 것이 될 것입니다.
화영 : (말문이 막히는) 아무리 태자의 궁토이긴 하나. 멀쩡한 건물을 왜 보수한단 말입니까?
그것 역시 국고의 낭비가 아니고 무엇입니까?
신: 보수를 결정한 이유가 궁금하십니까?
화영 : (팽팽한 시선으로 노려본다)
신: 더러워서입니다.
화영 : ...
신: 어찌나 낯 뜨거운 연서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던지. 구역질이 나는걸 겨우 참았습니다.
합당치 못한 연애 행각을 하실려면, 제대로 숨기셨어야죠.
화영 : !
신: 아름답고 화려한 황태자비의 탈을 쓰고, 삼류애정소설보다 못한 지저분한 글귀로
서로를 유혹하시다니. (힘주어선) 그것도 일국의 황태자비와, 서열 2위의 왕자가
말입니다.
화영, 모멸감에 떨다가 '짝' 하고 신의 빰을 거세게 걷어부친다.
화영 : (부들부들 떨며) 말이란 걸 가려 하셔야지요. 벌써 황제라도 된 듯 싶습니까? 태자.
신: (맞은 빰을 살짝 만지곤) 이 빚은 다음에 갚겠습니다.
허나, 다시 한번, 이 일을 거론하신다면, 그땐 그 낯 뜨거운 연서를 율이가 있는
의성대군저로 발송해드리죠.
화영 : (충격으로 비틀한다)
신, 지지 않는 눈빛으로 화영을 노려본다.
25. 화영의 처소 N
화영, 분해서 방안을 계속 서성이고 있다.
화영 : (흥분한채) 건방진 놈. 건방진 놈. 누구에게 감히 협박을 해?
내. 반드시 니 놈의 숨통을 조이고 말것이야.
(진정하곤 잠시 생각) 흉중의 야망을 노출시켰다간, 소매위의 심장을
드러내 놓고 비둘기더러 쪼아먹으라는 격이 되겠어.
(큰소리로) 곽상궁 밖에 있는가?
곽상궁 : (들어오며) 찾으시옵니까. 마마.
화영 : (표독하게) 지금 당장 충화를 불러들이라.
<점프>
화영과 충화 마주앉아 있다. 은밀히 얘기 나누는 모습.
화영 : 심혈을 기울이고 주위를 잘 살펴서 일을 처리하도록 하시오.
충화 : 그렇게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마마
26. 황후전 N
황후 : 내 요즘 들어, 태자와 폐하를 보고 있으면,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는 듯한
기분입니다. 태자, 자식을 이기는 부모는 없는 법입니다. 그러니 태자가
조금만 더 살갑게 대해준다면, 폐하의 마음도 눈처럼 풀릴 것입니다.
신: ... 저는 아바마마의 눈에 들기 위해, 가식적인 언행을 하긴 싫사옵니다.
황후 : 혹시.. 아직도 황태자 자리를 버릴 생각입니까?
신: (놀라는) 무슨.. 말씀이십니까?
황후 : 내 비록 사가에서처럼 품안에서 잔손 오가며 키우지는 못했어도, 내 배 아파 낳은
아드님 생각하나 읽지 못하겠습니까.
신: ....
황후 : 태자위에 대한 태자의 생각이 부정적인 것이 궁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생활을
꿈꾸는데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혹여 비궁을 자유롭게 놓아주고 싶어서인지
그것이 궁금합니다.
신: !
황후 : 허나, 그게 어떤 이유라 하더라도, 태자는 반드시 황제가 되어야 합니다.
(진지한 눈빛) 그게 이 생에서 주어진 태자의 운명입니다. 또한
이 어미의 마지막 소망이기도 하고...
신: ....
<포스터>
27. 파빌리온 D
신, 채경을 찾으나 보이지 않고.
신: (최상궁에게) 최상궁, 비궁은 어디 갔습니까?
최상궁 : 비궁마마께서는 방금 전 부모님을 뵈러 가셨사옵니다.
신: 예? (그제서야 생각이 난 듯) 참.. 휴게실 운영하신다는 얘길 들었는데..
혹시 거길 간 거예요?
최상궁 : 그러하옵니다, 전하. 부원군께서 일을 시작하시고 여지껏 들리지 못하시다가
오늘 처음으로 방문하시러 가셨사옵니다. 아뢰옵기 황공하옵니다 전하.
전하께서도 일간 찾아뵙는 것이 어떠실런지요?
28. 휴게실 D
채경과 앉아있는 아빠. 엄마. 채경, 수정과 먹고 있다.
엄마 : 어휴, 엄마 강아지 얼굴 상한 거 좀 봐.
아빠 : 채경아.. 아직도 그 기사 때문에 어른들한테 야단 맞냐?
채경 : 그럼.. 황태자비 스캔들이면, 세상이 뒤집힐 일인데 뭐.
엄마 : 너 엄마한테만 말해봐, 누구하고 같이 있었어?
아빠 : 그 얘긴 그만하기로 했잖아. (수정과 밀며) 수정과 들어? 응.?
채경 : 응. (수정과 먹고) 집에서 먹는 맛이야. 이거 먹으니까
진짜.. 집에 가고 싶다.
아빠/엄마 : (걱정스레 채경 보고)
채경 : 엄마 배 베고 누워 자던 생각도 나고, 처음에 우리가 아빠가 해주는 음식
맛없다고 타박했을때, 이빠가 파업했었잖아. 그때, 진짜 일주일 내내 짜장면
먹었는데.
아빠 : (애써 웃으며) 그랬지.
엄마 : (안된 듯) 채경아..
아빠 : 우리 공주님 힘들구나. (훌쩍)
채경 : 나.. 집에 가면 안될까? 나 데리고 나가면 안돼?
아빠/엄마 : !
엄마 : 안돼! 지금은 그러는거 아냐 채경아!
아빠 : (속상해선/ 엄마보며) 안되긴 뭐가 안돼? 이러다 우리공주님 말라 죽겠어.
엄마 : 잘들어. 혹시 너한테 무슨 일이 생겨서, 니가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고 쳐.
우리야 너를 따뜻하게 맞겠지만, 세상은 그렇게 녹록치가 않아.
아무 일 없던 것 처럼 예전처럼 못 살거야.
채경 : (울것같은) 엄마..
엄마 : 하지만, 니가 정 힘들고, 정말 더 이상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면,
니가 마지막으로 올 수 있는 곳은..
신: (소리) 그럴 일은 없을겁니다.
채경, 엄마아빠 놀라서 돌아보면, 굳은 표정의 신과 최상궁 서있다.
최상궁도 당황한 분위기고.
신: 포기하세요 장모님. 전 채경이를 돌려보낼 생각이 없으니까요.
아빠 : (분위기를 돌리려고) 전하.. 다른 뜻이 아니라. 애가 워낙 힘들어하니까.
신: (단호한) 애라뇨. 여긴 궁안입니다. 비록 사석이라도 비궁에게 경어를
써 주시기 바랍니다.
최상궁 : 비궁마마의 훈육을 맡은 상궁으로서, 말씀 올립니다.
최상궁 : (엄마아빠 보며) 황실법도는 언어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렇게 궁에 들어오셨으니, 황실언어를 익혀보시는게 이제부터는
필요한 때 이옵니다.
채경 : ! (못마땅한 듯 신 노려보는데)
신: 안 그래도, 비궁이 가끔 자신의 위치를 잊어버려서 여러 사람을 곤란하게 만드는데,
부모님께서 자꾸 사가에서처럼 대하시면 비궁에게 해가 된다는 것을
아셔야 하옵니다.
채경 엄마와 아빠, 할말을 잃은 듯 눈치보고. 그모습 보며 속상한 채경.
신: 어쨌든 비궁이 다시 돌아가는 일은 없을겁니다.
그럼, 이만 비궁과 함께 물러가겠습니다.
아빠 : 비궁마마.. 그만 가시지요.
엄마 : 그러세요. 비궁마마
신: (채경의 팔을 잡으며) 가지.
채경 : (신의 팔을 거칠게 탁 치곤) 또 올께. 엄마도 자주 와야 돼. (간다)
29. 궁 일각
화난 얼굴로 앞서 걸어가는 채경. 뒤를 따르던 신 채경을 잡는다.
신: 얘기좀 해!
채경 : (돌아보곤) 어떻게 우리 엄마아빠한테 그럴수가 있어?
니가 황태자면 다야?
신: 황태자비가 밖으로 나가겠다고 징징거리는 건, 더 이상 들어줄 수가 없었어.
채경 : 나가고 싶어! 나가고 싶다구!
신: 어쩌지? 난 니가 필요한데.
채경 : ... (의아하게 보면)
신: 태자위를 물러날 생각이 없어졌거든, 이젠 완벽한 황태자의 모습으로 거듭나
볼려구. 그럴려면 내 옆에 꼭 붙어서 카메라 앞에서 거짓 미소라도 지어줄
사람이 필요해.
채경 : (실망어린) 결국 너한테 필요한건 내가 아니라 태자비네 그렇지?
신: 꼭 그렇게 밖에 생각을 못해? (채경의 어깨에 손 뻗으며) 난 니가..
채경 : (손을 탁 쳐내곤) 나도 필요해.
너처럼 이기적이고 답답한 인간들을 피해서 숨쉴 곳이 필요하다고.
신: 너 설마 순진하게 우리가 이혼하면 너랑 나만 피해볼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아마 가장 큰 피해는 네 가족일거야.
채경 : 무슨 소리야. 그게.
신: 부귀영화를 위해서 조부님들의 약속을 들먹거려서 자격도 안되는 딸을
황태자와 정략결혼시키곤, 결국 황실과 국가에 폐만 끼친 너의 부모님께
비난이 쏟아지는 건 당연한 거잖아.
채경 : ... 말도 안돼.
신: 그러니까 답답하다고 도망칠 생각만 말고 궁 안에서 숨쉬는 법을 배워.
채경 : (터져나오듯) 넌 몰라. 내가 얼마나 답답한지.
법도나 격식이 우선인 황실이나, 무조건 조심 또 조심해야 하는
황태자비란 자리까지 이젠 정말 숨이 막혀!
채경, 어쩌지도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새삼 절감하면서 돌아서 간다.
물끄러미 보는 신.
신: (못다한 말을 하듯) 떠나지마. 나만 혼자 남겨 두지마. (안타까움에 고개 숙이고)
그때 신의 전화 벨이 울리고
신: 어, 경아...효린이? 그래 알았어.
30. 파빌리온 D
자기 방으로 가던 신. 발걸음을 돌려 채경 있는 방 쪽으로 온다.
쇼파에 앉은 채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채경. 생각이 복잡하다.
신: 흠.. 저기, 효린이가 오늘 출국한데. 공항에 같이 안가볼래?
채경 : 혼자 다녀와.
신: (의아한) 네가 내켜하지 않으면 나도 안갈래.
채경 : 그러지 말고 다녀와. 내가 안가겠다는 건 그럴만 한 이유가 있어서야.
두 사람 사이엔, 내가 모르는 시간들이 있었잖아. 그 시간들을 정리하는데
아무래도 내가 끼게 되면 방해가 될 것 같애. 괜찮으니깐 혼자 다녀와.
신: (의아하면서도 새삼 채경이 달라보이고)
31. 공항 출국장대 앞 D
채경은 안오고...효린과의 말
인, 경, 환 모여 있는 가운데. 짐을 들고 있는 효린.
환은 마지막 장면을 휴대폰으로 촬영한다.
인: 너무 열심히 연습만 하지 말고. 좀 놀기도 해라.
그동안 고생했던 거. 싹 다 잊게...
효린 : (웃으면)
경: 잘 생긴 백인하고 연애도 하고 말야.
환: (달려가 핸드폰 효린에게 향하고) 효린아. 마지막 인사!!
효린 : 결국 이렇게 될 걸... 왜 그렇게 욕심을 부렸나 몰라.
새롭게 펼쳐질 내 인생을 축복해줘.
인, 경, 환 효린을 향해 환호하며 박수 쳐주는데.
미소 짓던 효린. 이내 놀라는 표정이다.
인, 경, 환 돌아보면, 안경을 쓴 신이 다가온다.
효린 : 신아.. 와줬구나.
신: 인사는 해야지.
효린 : (맑게 보곤) 나 이제야 알거 같애.
자기가 가진 걸 먼저 놓아야, 다른 것을 쥘 수 있다는 걸 말야.
근데, 난 양손을 비우지도 않고, 다른 걸 잡으려 했으니. 잡을 수가 없었던 거야.
신: . . . .
효린 : 이제, 내 손에서 이신을 놓고, 그 자리에 민효린의 꿈을 담을려구.
신: (따듯하게 보곤) 그래 . . . 잘가라. 효린아.
효린 : 안녕. 내 왕자님 . .
효린, 마지막인듯 신의 얼굴을 한번 보고, 친구들을 본뒤,
뒤돌아 간다. 당당하고 멋진 걸음으로 . . . 걸어가는 효린의 얼굴에 새로운 출발에
대한 미소가 흐르고 . .
32. 화영의 처소 N
화영과 마주 앉아있는 채경.
화영 : (지긋이 보다) 율이와 같이 있었다구?
채경 : (멈칫하는)
화영 : 놀랄것 없어요. 내 자식을 감싸줬는데 . . 고맙다는 인사는 해야지요.
친구끼리 바람 쐬는 것도,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 게 황족의 삶이 지요.
채경 : . . . (안도의 미소) 네.
화영 : 궁 생활이란게 쉽지 않을텐데 . . 지켜야 할 것도 많고
따지는 것도 많고. 그렇지 않나요?
채경 : 네 . . 조금은요.
화영 : 지금은 잘 적응하는 거 같지만, 앞으로는 더 힘들거예요. 나도 그랬거든요.
채경 : (보면)
화영 : 처음엔, 그럭저럭 지낼수 있었는데 . .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숨이 조여왔어요.
이게 과연 사는걸까? 이게 정말 내가 원하던 삶일까?
처음엔 궁이 낯설었는데, 나중엔 내가 살던 세상이 낯설게 느껴지고 . .
채경 : (자기 이야기 같애서 솔깃한 듯) 그래서요?
화영 : (슬쩍 채경 눈치 살피곤) 너무 힘들어서, 효열태자에 대한 사랑과는 별개로
이혼을 생각했어요, 황태자비라는 허울 좋은 가짜인생 말고,
난 진짜 인생을 갖고 싶었거든요. (괜히 딴척)
.. 고맙다는 인살 한다는 게 신세한탄이 됐네요.
채경 : 얘기 더 해 주시면 안될까요? 태후마마께서는 궁을 나가시니까 어떠셨어요?
화영 : . . . (지그시 보다) 천국의 문을 찾았어요.
채경 : 천국의 문요?
화영 : 진짜 인생이요. 자유롭게 꿈 꾸고, 느끼는 . . . 진짜 인생.
채경 : 하지만 . . . 궁에서 나간다는 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거 같애요.
화영 : 천국의 문 앞에 가면 이런 문장이 쓰여 있어요. 운명에 굴복하는
얼빠진 자들에게 슬픔이 있으리라. 천국의 문을 찾으려면 그 정도의 용기는
필요하겠지요. 또 모르지요? 비궁은 나하고 달라서 천국의 문을 궁안에서 찾을런지.
채경 : (쓸쓸한 듯 엷은 미소짓고)
화영, 보일 듯 말듯한 회심의 미소짓는데 . . 보면 율이 서 있다.
채경도 율을 보곤 . .
율: 여긴 . . 무슨 일이야?
채경 : 어 . . 태후마마하고 얘기 좀 나눴어. 이제 갈려구.
태후마마, 말씀 감사합니다. 또 뵐께요. (율 보며) 갈게. (나간다)
율: (의심가득한 눈으로 다가와선) 엄마 . .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화영 : (기분상하면서도 의기양양) 널 도와준 거 뿐이야.
율, 여전히, 의심가득하게 화영을 보곤 나간다.
33. 파빌리온 N
율, 기다리고 있는데 . . 나오는 채경.
채경 : 나 따라온거야?
율: 응. 방송 인터뷰 때 어떻게 얘기 할 생각이야?
채경 : 아직 . . 잘 모르겠어.
율: 채경아 . . 기회는 한번 뿐이야. 그걸 놓치면, 넌 평생 이혼이란 말도 못 꺼내게 돼.
채경 : 하지만 . . 내가 이혼 얘기를 꺼내면, 신군이 힘들어 질거야.
그냥 . . 내 자유를 포기하고, 좋아하는 사람 옆에서 평생 살까 싶기도 해.
율: 궁 안의 여인들이 얼마나 불행하게 살고 있는지 넌 몰라!
엄격한 법도와 황족으로서의 무거운 의무에 얽매여서, 사랑 같은 건
누릴 여유조차 없이 살게 돼.
채경 : . . . .
율: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니 손으로 기를 수 없어. 3살만 되면 전통에 따라
아이를 독립시켜 떠나보내야 하는 게 황실이야. 그리고 더 중요한 건 . .
채경 : . . .
율: 지금은 신이가 너한테 마음을 여는 것처럼 보이지만, 언제 닫힐 지 몰라.
신이에게 필요한건, 마음을 주고받는 사람이 아니라, 황태자비로서의
역할을 해줄 사람이니까.
채경 : 그건 . . . 나도 알아.
율: (설득하듯) 채경아.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아야 돼. 그건
죄를 짓는게 아니야. 인터뷰때 이혼 얘기 해. 그게 최선이야.
들어서던, 신, 두사람을 보고 멈추고.
채경 : . . 인터뷰때 이혼 얘길 꺼내는게 최선일까? 다른 방법은 없을까?
율: 그럴거야.
채경 : 생각해 볼께.
신, 채경의 말에 흠씬 놀라 얼어붙는다.
<다음날>
34. 방송국 전경 D
35. 대기실 D
채경, 생각이 복잡한 듯 신을 보지만 신은 무표정하게 질문지 검토중이다.
익위사. 천방나인.
채경 : (속마음소리) 아직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어. 결국 어떤 결론에 다다를지.
확률은 반반이겠지? 용기를 내서 말을 하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못하거나.
스탭 : (들어와선) 10분 뒤에 들어가겠습니다. 준비하고 계십시오.
신: 네.
채경의 핸드폰 울리고.
채경, 핸드폰 든채 살짝 나가고, 채경의 뒷 모습을 보는 신.
36. 대기실 복도
통화중인 채경.
채경 : 나. 지금 들어가봐야 돼.
율: (소리)채경아. 이게, 니 인생의 마지막 기회야.
채경 : 그치만 . . .
37. 율의 처소 D
율, 통화중
율: 아무말 못하고, 궁으로 돌아온다면, 넌 평생 궁을 못 떠날거야
신이는 황태자자리를 그만두지 않을거니까. 이럴땐 너만 생각하는 거야.
38. 방송국 복도
채경, 놀라고, 신, 채경의 전화기에 귀를 대고는
채경 : 뭐하는거야?
신: (율에게) 넌 줄 알았어. 아직도 말귀를 못 알아들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넌 절대 안돼. (전화 툭 끊는다.)
채경 : 왜 남의 전활 끊고 그래 . . . (하면서 신군을 손으로 때리는데)
신, 채경의 양 손 거칠게 잡아선 벽으로 밀어부친다.
놀라는 채경.
신: 내말 잘들어. 니가 그렇게 원한다면, 내가 대신 때를 봐서 매듭지어주겠어.
그러니까 부탁이야. 지금은 제발 입 다물고 있어줘.
채경 : . . . 혹시 . . 알고 있었던 거야?
스탭 : 전하 . . .
신: (손풀곤) 나가자.
39. 스튜디오 안 D
방청객 뒤쪽에 앉아있고, 아늑한 토크쇼 분위기. 인터뷰가 진행중이다.
MC: 네 이번에는 온 국민이 궁금해 하는 질문부터 하겠습니다. 황태자비로 책봉되시면서
궁중예절이 힘드셨을 거 같은데요.
채경 : (살짝 가식적인) 네. 태황태후마마와 황후마마를 비롯한 웃전분들,
그리고 궁중예절에 밝은 상궁분들의 도움을 받아, 이제는 궁중예절이 편해졌어요.
MC: 실례되는 질문인지 모르겠지만, 사실 온 국민이 정말 궁금해 하는 것은
황태손 . . . 기다리고 있거든요 . . 언제쯤이면 . . .?
신: 저희는 아직 미성년이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계획중입니다.
언제가는 국민들에게도. 좋은 소식을 전해드릴 때가 있겠죠.
채경 : (마음의 소리)어떡하지? 이게 내 인생의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잖아.
MC:그럼, 이 질문도 국민을 대표해서, 드리는 질문입니다.
사실 두 분은 웃어른들의 언약으로 맺어진 결혼 아니겠습니까?
신: 네.
MC: 이런 표현을 하는걸 용서해 주십시오.
신: 말씀하세요.
MC: 요즘말로 하면 일종의 정략결혼일수도 있는데.
결혼 이후에 두 분에 대한 마음이랄까. . . 사랑은 어떻습니까?
채경 : (마음의 소리) 신군 . . . 아무 말이나 해. 아니면. . 아니면. . 내가
(진행자보며) 드릴 말씀이 . .
신: (단호한) 사랑합니다.
채경 :! (놀라 보면)
신: 몹시 사랑하고 있습니다.
신을 보는 채경의 놀란 눈빛에서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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