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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연모해 왔습니다.
태황태후 : !
황제 :!
혜명은 놀라서 멍하고, 황후는 눈을 찔끔 감는다. 화영은 원망이 가득한
눈으로 율을 본다.
2.태황태후전 복도 D
신, 문에 기대서는 한숨을 쉰다. 결국 일이 터지고 마는구나 싶은…
신, 율과의 회상에 잠기듯 고개 들면,
2-1. 궁, 복도 D – 신의 회상
신의 옆에 나타나는 어린 신. (5살). 현재의 신이 어린 신을 바라본다.
한 씬안에,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느낌으로.
어린 신 복도 끝에 지나가는 어린율(5살)을 보곤 반가운듯
어린신 : (달려가선) 율아! 율아!
어린율 : (인상 팍 쓰곤 신의 머리통을 한 대 때리곤) 황태손저하라고
불러야지!! 내가 뭐랬어! 황태손저하라고 부르랬자나..
어린신 : …(울거 같은 표정)
어린율 : 한번해봐!
어린신 : 황태손… 저.. 하..
어린율 : 너 또 한번 율이라고 하면 죽을 줄 알어!
신, 어린 신과 율을 쓸쓸히 본다.
3.태황태후전 D
신의 자리가 비어있다.
태황태후는 머리가 어지러운지 휘청한다. 놀라는 황제와 황후.
태황태후 : 괜찮아요. 의성대군.. 계속하세요.
율: (잠시 태황태후 보지만 흔들리지 않는) 원래, 제 정혼자였습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저하고 혼인했을 사람입니다.
황후 : (나무라듯) 의성대군.. 그것은 지나간 인연이며 하물며,
지금은 태자비가 아니더냐.
율: 황실의 위계질서를 말하신다면, 저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태자위에서 내쳐진 것이 제 의지가 아니었듯, 비궁마마에 대한
제 마음도 제 뜻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화영 : (나즉하게) 율아 그만해. (무마하려는 듯 사람들보며) 송구하옵니다.
의성대군이 비궁을 안타까워해, 잠시 이성을 잃은 듯 싶으니,
제가 잘 타이르겠습니다.
황후 : 이성을 잃을 일이 따로 있지요.
율: (황후보며)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연이라 하셨지요?
황후 : …
율: 마음먹기에 따라서 그 인연을 버릴수도 있다 하셨지요.
하지만, 그 인연 때문에, 살아 갈 수 있다면, 누군가에게
인연은 선택이 아니라 운명입니다. (황제보곤)이제, 진실을
말해드렸으니, 비궁마마를 모시게 허락해 주십시오.
황제 : (착잡한) 비궁을 태자비전으로 데려 가라.
율, 인사하곤 나가고. 그제서야 기운이 빠진 듯 손으로 몸을 지탱하는
태황태후. 화영, 몸둘바를 몰라 고개 숙이고.. 우울한 분위기가 자욱하다.
4.복도 D
율, 나오는데, 신이 고개 숙인채 기다리고 있다.
율, 담담한 얼굴로 신을 보고, 신, 원망과 분노가 가득한 눈으로
율을 노려본다.
5.궁 일각 D
신, 율의 멱살을 붙잡은 채로, 율은 예상했다는 듯 담담하다.
신, 멱살 잡은 채.. 차마 내동댕이 치지 못하고 스르륵 놓는다.
신: 이렇게 해서 니가 얻는게 뭐야.
율: 말했잖아. 법도를 부수겠다고.
신: (감정이 솟구치며) 똑바로 들어! 니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법도는 황실을 지키는 힘이야. 그리고 그 법도가 족쇄라 해도,
그걸 지켜야 하는 게 우리의 숙명이야.
율: (담담하게) 그럼.. 넌.. 법도를 지켜. 난 법도를 버릴 테니.
신: .. (말문이 막히는)
율: (회한이 가득한/슬픔이 묻은듯) 버려진 황족으로 살아간다는 게
어떤건지 넌 상상도 못할거야. 뭔가를 원하기보다는,
원하지 않는 법을 먼저 배워야 했어. 원한다고 해도 가질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그래서 원하는 게 생기면
머릿속부터 닫아야 했어.
신: …
율: (신을 또렷히 보며) 근데 채경인 마음을 닫고 머리를 닫아도
자꾸 들어왔어.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지고 싶은게, 채경이야.
신: (감정을 꾹꾹 참으며) 아무리 가지고 싶어도, 지금은 니 형수야!
율: (엷게 웃곤) 한번도 형수라고 생각한 적 없어.
신: 이율! ! 널 위해서 하는 말이야.
율: 나도 날 위해서야.
신: 뭐?..
율: 이대로 채경이를 놓치면, 앞으로 영원히… 난 아무것도 원하지
못하는 사람이 될 거 같애. 그래서, 모든 걸 다 버려서라도,
채경일 옆에 둘거야. (신보곤) 채경이를 놔주고,
넌 황태자 자릴 지켜. 난 황태자 자릴 포기할께.
신: 궁에서 널 가만히 놔둘 거 같애?!
율: 각오하고 있어.
신, 율의 마음을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면서 난감하고, 율의 당당한 눈빛.
6.황제전 앞 D
앉은 채경, 얼굴은 파리하고, 입술은 꺼칠하다.
점점 희미해지는 눈동자 속으로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지고.
보면, 신이다.
채경 : (희미한 목소리) 왔구나..
율: 채경아.
채경 : (다시보면, 신이 아니라 율이다. 실망이 스치고) 율군..
율: 처소로 돌아가라는 폐하의 명이셔. 가자.
율, 채경을 일으켜 세우는데… 채경, 휘청한다. 순간 동시에 채경을 잡는
율의 손과 신의 손.
신: 내가 데려갈게.
채경 : (신의 손을 뿌리치며) 너한테 부탁한 적 없어.
신: …
채경, 신을 보지만, 싸늘하게 외면한다.
채경 : 율군, 나좀 데려다 줘.
율: 가자.
율, 채경을 부축한 채 가고, 멍하니 남아 채경을 보는 신.
채경이 자신을 거부하는 걸 알거 같아 마음이 아픈데..
7.황태자비전 D
천,방나인 걱정스레 보고 있고, 침대에 겨우 눕는 채경.
채경 : 율군. 고마워.
율: (물끄러미 보다) 채경아, 나 어른들께. (아니다 싶고)
다음에 얘기할게.
채경 : (피곤한 듯) 그래.
율: 혹시 무슨 얘길 들어도, 날 그냥 이해해줘.
채경 : (누운 채 힘없이) 그게 무슨.. 말이야?
율: 갈게.
율, 채경 보다 천천히 나가고, 채경은 의아한 눈으로 율의 뒷모습을 본다.
8.명선당 D
황제, 생각이 많은 얼굴로 창밖 궁의 하늘을 본다.
율: (소리) 비궁마마를 사촌형수로 생각한적 없습니다.
처음부터 깊게 연모해 왔습니다.
효열 : (소리) 현아.. 나 말야. 사실은 서화영이라는 여잘 오래전부터
연모해 왔어. 어느 영화에서 처음 봤는데 심장이 멎는 줄 알았거든.
근데, 내 신부가 되다니.. 난 정말 행복한 놈 같애 (웃음)
황제의 귓전에 계속 메아리치고.. 황제 듣지 않으려는 듯 머리를 흔든다.
한숨을 길게 내 뿜곤..
황제 : 악연이 악연으로 되돌아 올 것을, 형님은 아셨는지요.
9.황태자비 전 D
신, 깊이 잠든 채경을 물끄러미 본다. 창백한 얼굴의 채경.
신, 채경의 얼굴을 만지려고 손 뻗다가..
신, 다시 손을 떼곤, 원망이 가득한 눈으로 채경의 얼굴을 본다.
배신감이 다시 몰려들면서.. 고통스러운 듯 고개 숙이고…
신: (혼잣말로) 왜.. 왜 그랬어.. 왜..
채경 : (잠꼬대) 엄마.. 엄마.. 나도 데리고 가… 데리고 가..
신, 궁을 나가고 싶어하는 채경일 슬프게 본다.
10.황후전 N
황후와 화영 냉냉한 시선으로 보고 있다.
황후 : (화가난 듯) 도대체, 의성대군은 무슨 생각을 갖고 있길래,
일을 이 지경까지 만든답니까? 비궁에게 연모의 마음이라니요.
화영 : (무참하고) 알아듣도록 잘 타이르겠으니, 황후께서는 심려치마세요.
황후 : 이 일이 타이른다고 될 일입니까?
화영 : (화가 나는걸 참곤) 의성대군의 나이 열아홉입니다. 머리보다는
가슴이 먼저이고, 이성보다는 감정이 먼저인 나이 아닙니까?
황후 : (보곤) 밖에선 의성대군의 지지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하나,
역시 황제의 자질을 갖추기엔 역부족인가 싶습니다.
화영 : (빈정상해선) 뭐라구요?
황후 : 아니 그렇습니까? 무릇 황제의 자질에서 중요한 것이 감정을
절제하는 냉정함인데, 이번 일만 보아도, 열을 헤아릴 듯 싶습니다.
화영 : … (한방 먹은 듯 노려보고)
황후 : 자업자득이니, 태후마마께서는 어떤 처분이 나더라도,
폐하와 저를 원망치 마십시오. (시선외면하고)
화영 : … (불안한 눈빛)
황후 : 밖에 박상궁 있는가!
박상궁 : 태후마마께서 돌아가실 것이니, 태후전 상궁에게 알리도록 하게.
박상궁 : (소리) 분부 받잡겠사옵니다.
11.화영의 처소 N
화영, 몹시 흥분한 상태이고, 율은 묵묵히 앉아있다.
화영 :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가 있어?!
율: … 이혼이라는 말을 꺼내라고 부추긴 것도, 한강까지 따라간 것도
내가 원해서 간거야. 그런데도 채경인 혼자 감당하려고 했어.
더 이상 숨어 있을 수가 없었어.
화영 : 그럼 거기까지 했어야지. 스스로 니 무덤을 팔 작정이야?
율: 채경일 데리고 나갈거야. 그럴려면, 황실에서도 알아야 할 거 같앴어.
화영 : 뭐?! (당황하곤/설득조) 율아.. 그동안 우리 둘이 잘해왔잖아.
그앤 잊고, 다시 옛날로 돌아가자. 응?
율: … 이젠 안돼.
화영 : … 세상에 안되는 게 어딨어? 마음먹기 나름이야.
율: 그앤 내 마음을 웃게 해. 그 아이만 보면, 바보처럼 내 얼굴도,
내 마음도 웃게 돼. 지금 그 아일 포기하면, 다시 옛날처럼 지내게
될거야. 이젠, 그렇게 살기 싫어.
화영 : 율아… 엄마 생각은 안 해? 너 하나만 보고 산 엄마 생각은 안해?
율: (미안한 듯) 더 이상,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없어. 너무많이 와버렸어.
율, 천천히 나가고, 화영은 망연한 듯 털썩 주저앉는다.
화영 : 이렇게 무너질 순 없어. 내 인생이 이렇게 무너질 순 없어.
< 다음날 >
12.태황태후전 D
태황태후와 황제, 황후 혜명, 신 앉아있다.
황제 : 의성대군의 마음을 알고 있었는데도, 이 일을 묵과했단 말이야?
그것이 지아비로서 할 일이야?!
신: …
황후 : (신을 감싸며) 페하… 설사 알았다 한들, 태자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었겠사옵니까?
폐하 : 이 일은 태자를 감싸고만 돌 일이 아닙니다.
태황태후 : (말리듯) 황상, 그만하시지요.
지금 누구보다도 힘든 건, 태자아닙니까?
나는 이런 일이 벌어질 줄도 모르고, 의성대군과 비궁이
친하다 하여 나는 좋아만 했어요. 어리석고도, 어리석어요.
혜명 : 할머니, 이 일은 누구 탓도 아닌걸요. 먼저 알았다 해도
다른 방법이 없었을거예요.
신: 한 말씀 올릴까 합니다.
황제 : 말하거라.
신: 이번 일은, 의성대군의 일방적인 마음이니,
그 책임을 비궁에게까지 전가하진 말아 주십시요.
황제 : 밤늦은 시간까지 함께 시간을 보내고, 게다가 의성대군을
감싸기 위해 거짓말까지 하는 비궁을 어찌 믿으라는 게야?
신: …
황제 : 태자는 의성대군에 대한 비궁의 마음에 한치의 불순함도
없었는지 확신하느냐?
신, 멈칫하곤, 생각하는 위로.
플레쉬백 – 율에게 안기는 채경의 모습.
신: … (대답하지 못하고 고개 숙인다)
황제 : (신 보다) 내 비궁을 만나, 그 진위를 확인할 것이니라..
황제와 황후, 혜명 착잡한 표정이고..
13.황태자비전 D
좀 기운을 차린 듯 보이는 채경, 놀란 얼굴이고, 최상궁은 난감한 표정이다.
최상궁 : 소인의 생각으론, 이 일이 그리 가볍게 넘어가진 않을 듯
싶사옵니다.
채경 : (알 것 같은) 그 말이었구나.. 이해해 달라는 게.
최상궁 : 마마.. 혹여, 웃전에 가시거든, 그저 사실그대로 말하시면
되옵니다. 아시겠사옵니까?
채경 : …
그때. 신, 들어온다.
최상궁 : 소인 이만 물러가옵니다.
최상궁 나가고. 채경은 여전히 신을 외면한다. 서로 말없는 두사람.
신: … (답답한듯) 어른들이 율이 얘기 꺼내면 무조건 몰랐다고 해,
방법은 그거밖에 없어.
채경 : 나 이젠, 거짓말 안할거야.
신: 너 황실이 얼마나 무서운지 몰라서 그래?
이런 일은 황태자비라도 용서하지 않을거야.
채경 : 알아. 이곳에선 사람보다, 황실의 법도나 체통이 더 중요하다는거.
신: …
채경 : 그래도, 피하기 싫어. 정직하게 말할래.
신: (인상 구기곤) 뭐야. 그렇게 말해서, 쫓겨나면,
둘이 같이 도망이라도 갈 생각인거야?
이번에도 율이하고 짰냐?
채경 : (어이없는/슬프게 보곤) … 내가 마음 아픈건, 신군 때문인데…
왜 늘 율군 얘기야?
신: … (의아한 눈빛)
채경 : 기다렸어. 기다리고 또 기다렸어. 다리가 으스러질 거 같은데도,
와줄 거라고 믿었어. 아무리 화가 나도, 와줄 줄 알았어.
신: (거칠게) 내가 왜 안간 줄 알아?
채경 : …
신: 너희둘이 속닥거리며 내 뒤통술 칠 계획을 세운거며,
끝끝내 입을 놀려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곤,
용서를 빈다고 앉아있는 널 보면 구역질이 나올 거 같았거든.
채경 : 뭐?
신: 지금도, 니가 나한테 상처 입힌 걸 생각하면, 용서할 수가 없어.
채경 : (기가찬 듯 보다) …
천, 방나인 들어온다.
천/방 : 비궁마마.. 황제폐하께옵서 급히 드시라 하옵니다.
채경 : 갈게.
채경, 돌아서 가는데.
신: 내 허락 없이 궁을 나갈 수 있을 것 같애?
나하고 여기서 평생 살게 할거야. 그게 날 배신하고,
날 상처입힌 댓가야.
채경 : … (듣다가 말없이 나간다)
채경이 문을 닫고 나가고, 신… 천천히 문에 기대선다.
슬프고, 아픈 표정이 역력하다.
14.휴게실 D
아빠, 서빙하고 있는데… 들어서는 엄마와 채준.
엄마 : 저기… 채경이 만나봤어?
아빠 : 아니. 잠들었다고 해서..
엄마 : (한숨.. ) 얼마나.. 힘들었을까.. 아니 참, 폐하도 그러시다,
애가 실수를 좀 했다고 쳐, 그럼 잘 타이르면 될 것을…
아니, 그러다 애 관절염이라도 걸리면 어떡할려구?
아빠 : (엄마 입 가리곤) 여보.. 여기 궁 안이거든.
엄마 : (그제서야 아차 싶은) 그렇지 참.
채준 : 그럼.. 못 보는 거네? 돼지 볼려구 여기까기 왔는데..
아빠 : 근데. 문제가 또 생긴 거 같애.
엄마 : 무슨 문제?
아빠 : (속삭이며) 저기. 의성대군이 말이야, 우리 채경일 좋아한다는
소문이 쫙~ 깔렸더라구.
엄마 : 뭐?!! 설마..
채준 : 예?! 말도 안돼.
아빠 : 그래서, 우리 채경이만 괜히 오해받을까봐 걱정이 되는 것 있지.
채준 : 와.. 그게 사실이라면, 진짜 만화책이네.
멋진 두 왕자사이에 낀 신데렐라.
아빠 : 사실 나도 이번에 안건데, 우리 채경이 원래 정혼자가
의성대군이래. 그래서 따져보니까 그게 진짜 그렇더라니깐.
엄마 : 그렇지.. 효열황태자만 계셨어도, 지금 황태자가 그래, 의성대군
맞지. (생각하다) 차라리 그쪽이 훨신 나을뻔 했네.
저번에 의성대군 뵈었는데.. 태자전하하곤 다르게 다정한 게..
좋아보이더라고.
아빠 : 하기야 궁 안에서도 부드럽고 자상하고.. 인기가 많긴 많더구만.
채준 : 그럼… 그 형하고 결혼했으면…
아빠, 엄마 그런가 하는 갸웃뚱 하는 표정.
15.몽타쥬 (채경 부모의 상상)
머리에 요리 두건 두르고 앞치마 두른 율이 음식을 만들고,
그 옆에 똑 같은 두건에 똑 같은 앞치마 두른 아빠가 촛불에 불을
붙인다.
아빠와 율, 밥상이 완성되자. 서로 기분 좋아 하이파이브~
율과 아빠, 세팅 완료를 알리고, 엄마와 채경은 채준의 호위를 받으며
테이블 앞으로 나온다.
근사하게 차려진 식탁에 앉는 채경네 가족들. 율은 채경에게 손수
냅킨을 깔아주고, 얼른 포크에 음식을 찍어 채경 아빠에게 건네고..
숟가락도 뜨지 않는 채경, 율, 채경의 모든 수발을 다 들고, 흐믓하게
지켜보는 채경 가족들.
그야말로 전형적인 공처가인 율. 채경, 당연한 듯 받아먹고..
화기애애한 가족 분위기 연출되고..
16.휴게실 (현실) D
채준 : 이랬으면, 무뚝뚝한 얼음왕자보다 자상하고 부드러운
매형이 생기지 않았을까?
엄마 : 아니야 이 녀석아. 그 태후마마가 만만치 않아서.
자기 아들이 우리한테 살갑게 구는 걸 용납할 거 같애?
택도 없다.
아빠 : 아, 그럼.. 그 시어머님은… 어휴~ (고개를 절레절레)
아니 그나저나 우리 채경이.. 괜찮을려나?
17.태황태후전 D
태황태후, 황제, 황후, 혜명 앉아있고, 채경, 고개 숙이고 있다.
황제 : 의성대군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면, 그와 거리를 뒀어야
함이 당연하거늘, 어찌 야심한 시간까지 같이 있었단 말이냐.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한 것이야?!
채경 : 의성대군은 그냥… 절 위로를 해줄려고…
황제 : 엄연히 지아비가 있는 비궁이 시동생한테
위로를 받는단 말이더냐?!
채경 : …
태황태후 : 비궁.. 한 가지만 묻지요.
채경 : 네. 태황태후 마마.
태황태후 : 솔직히.. 말하셔야 합니다. 비궁의 마음은 어떴습니까?
혹시, 의성대군과 같은 마음입니까?
채경 : (태황태후 슬프게 보곤 울컥하면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모든 상황이 답답하고 힘겹다..)
황제 : ! (채경이 울자 채경을 더 오해해 화가 나는) 당장 울음을
그치지 못하겠는냐.!
태황태후 : (놀라고)
황제 : 황송하옵니다. 어마마마 (평정심 찾으려 노력하곤) 비궁은
내 따로 처분을 내릴 것이니 물러가라.
채경 : (울먹이며) 네…
18.황제전 N
황제, 침통한 듯 앉아있고, 김내관과 율 들어온다. 김내관 서고.
율: 부르셨사옵니까?
황제 : 앉거라.
율: (앉곤)
황제 : 내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함에 있어 널 먼저 보자고 한 것이야.
율: 말씀하십시오.
황제 : 김내관은 좀 나가있게.
김내관 : 네, 폐하 (목례를 하고 나간다)
황제 : … 내 처음, 적잖이 당황하였으나. 돌이켜보면,
내게도 너와 같은 시간들이 있었느니라.
율: (보면)
황제 : 허나.. 죽을 만큼, 원한다고 해도, 가지지 못할 사람이 있으며,
아무리 움켜쥔다고 해도 손안에 모래알처럼 놓아야 하는 사람이
있는 법이다.
율: (보면)
황제 : 법도상으로, 의성대군에게 엄격한 처벌을 내려야 할것이나.
이정도 선에서 이 일을 마무리 하는게 좋겠구나.
율: …
황제 : 비궁에 대한 마음을 접고 황실어른들의 뜻에 따라 혼인을 서둘러야
할것이야. 그것만이 이번 일을 해결하는데 가장 현명한 길이니라.
율: (놀라보곤) 송구하오나. 폐하. 사람의 마음은 종이가 아니어서,
마음대로 접을수도, 펼칠수도 없습니다. 또한 마음속에 품은 이를
두고, 다른 사람과 마음을 나눌 자신이 없습니다.
황제 : … (답답한 듯) 의성대군!
율: (일어서며) 달리 하실 말씀 없으시면,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율 나가고. 황제는 난감한 표정이 역력하다.
19.서연당 N
가만히, 앉아 궁 밖을 보는 신. 손에는 채경이 준 실내화 들고 있다.
옆에 알프레드 앉아있다.
신: (알프레드에게 말하듯) 왜 이렇게 자꾸 엉키는 거지?
이럴 땐, 무슨 말을 해야 되는지… 아무도 가르쳐 준적이 없어.
(채경이 그려준 신발을 만지작거리며) 꽤 잘 어울리지?
말없는 알프레드를 가만히 보는 신. 슬픔이 묻어나는 눈빛.
신: 울지 마라. 창피하게…
20.황태자비전 N
채경, 물끄러미 앉아선, 테이블 위에 놓인 황실 가족사진을 보다,
그 옆으로 엄마, 아빠 채준의 사진. 그리고 신의 사진을 본다.
21.명선당 N
창가에 앉아 멍하니 앉은 율. 채경과 함께 놀았던 만도린 만지작거리며..
복잡하고 슬픈 표정으로..
< 다음날 >
22.궁 전경 D
23.태황태후전 D
긴장한 시선으로 황제를 보는 태황태후와 황후, 혜명, 신.
태황태후 : 황상.. 정녕, 다른 길은 없는 것입니까?
황제 : (침통한 표정) 법도를 지키고자 한다면, 선처를 내릴 수도 있으나,
의성대군의 경우는 다른 길이 없는 듯 싶습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하였습니다. 비궁과의 만남이
줄어들다 보면 마음을 정리하는데도 도움이 되겠지요.
태황태후 : 허나, 서열 2위의 왕자를 궁 밖으로 내쫒는다는 것이
탐탁치가 않습니다. 게다가 태후와 떨어져서 혼자 살라고
하는 것은 너무 과한 처사가 아닐런지요.
황후 : 허나, 더 이상 불미스런 일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이리 하는 것이 합당한 듯 보입니다.
혜명 : 그럼.. 궁 밖에서 살게 하면서, 율이의 혼인을 추진할 생각이세요?
황제 : 사람으로 인한 일은, 사람으로 채워야 하는 법.
혜정전과 의논해서, 혼인을 서두를 생각이다.
신: 그럼.. 비궁은 어찌 되는 것입니까?
황제 : 불순한 마음을 가졌으니,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할것이야.
(살짝 안도하는) 알겠습니다.
24.율의처소 D
김내관의 보고를 듣고 있는 율.
김내관 : 마마. 가만히 계실것이옵니까?
율: 예상했던 일이예요.
김내관 : 허나.. 이번에 궁 밖으로 나가시면,
다시는 못 돌아 오실지도 모르옵니다.
율: (담담한 표정… )
25.파빌리온 D
신, 들어서는데, 다급하게 일어서는 채경.
채경 : (당황한채) 그게 정말이야? 율군을 궁 밖으로 내쫓는다는 게.
신: 법도를 어긴 사람에 대한 댓가야.
채경 : 한번 궁에서 쫓겨났던 애야. 그런 애를 또 내쫓는다는 게
말이 돼? 그건 너무 잔인하잖아.
신: (율이를 감싸는 게 빈정이 상하곤) 그건 율이가 자초한 일이야.
채경 : … (자책이 드는) 나 때문이야. 나 때문에 이렇게 된거야.
신: 왜, 같이 쫓겨나지 않은 게 아쉬워?
채경 : (기가 찬 듯 보곤) 넌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이 나와?
율군이 불쌍하지도 않아?
신: 불쌍해? 난 그녀석만 보면 속이 뒤틀리거든.
채경 : 그럼.. 나는 왜 궁에 남겨두는건데?
신: 이정도 일로, 페비라도 시킬 줄 알았어?
내가 말했지. 넌 궁에서 평생 살아야 될거라고,
그게 니가 감당해야 되는 벌이라구.
채경 : (신을 뚫어지게 본다)
신: 들어올 땐 니 맘대로 들어 왔겠지만, 나갈땐 함부로 나갈 수
없는 곳이 궁이야.
채경 : (혼잣말처럼) 어쩌면, 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겠네.
신: (돌아보곤) 뭐? 너 혹시 율이를 따라 갈 생각인거야?
채경 : …
신: 시동생이랑 가까이 지내다가, 쫓겨난 황태자비 소릴 듣고 싶어?
채경 : 상관없어. 이렇게 잔인하고 무서운 곳에서 나갈수만 있다면..
신: ! (두려움이 가득한 눈으로 채경을 본다)
26.황제전 D
화영, 황제에게 매달리고 있다. 눈에 눈물이 고인채로 황제를 보는 화영.
화영 : 폐하.. 어찌 이리 잔인하십니까? 저희 모자 오랜 세월을 부초처럼
살았으며, 이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출궁이라뇨.
우리 율이 없이 저더러 어떻게 살라 하십니까?!
황제 : (흔들리지 않는 엄한 목소리) 혜정전. 법도에 따라 결정한 것입니다.
화영 : 폐하.. 저와의 옛정을 생각하셔서라도 저희 모자를
어여삐 여겨 주십시오.
화영 : 자식을 떠나보내게 된 어미가 무엇이 두렵겠습니까?!
폐하.. 저희 모자에게 조금이나마 연민이 남아 있으시다면,
출궁만은 거둬주시옵소서.
황제 : 혜정전의 마음을 내 모르는바 아닙니다. 허나 그 일을 더 이상
거론하지 말아 주십시오. 결정은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화영 : (절망의 눈빛으로 황제를 본다.. )
27.복도 D
밖에서 듣고 있는 황후.
화영 독기를 품은 눈으로 황후를 그냥 지나치려는데,
황후 : 태후마마. 잠시 얘기 좀 하시지요.
화영 : (멈추어 선다)
황후 : (나인들 보며) 물러들 가 있게.
나인들, 물러가고,
황후 : 일이 이 지경까지 된 것은, 모두 의성대군이 불찰이오니,
너무 서운타 생각지 마십시오. 세상 일에는 순리와 이치가
있는 법입니다. 이제, 태후마마께서도 진실과 정의를
인정하셔야지요.
화영 : (비웃듯 웃곤) 순리와 이치라 하면, 효열황태자의 적자인 우리
율이가 황제가 되는 것이 합당한 일 아닙니까?
또 진실과 정의라고 하셨습니까?
황후 : …
화영 : 황후의 진실과 정의는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제겐 우리 율이가
황제가 되는 것 만이 진실과 정의입니다. 어차피 모든 걸
잃었으니 남은 건, 되돌려 받는 일만 남았지요.
황후 : 혼자만, 모든 걸 잃었다고 생각하십니까?
화영 : …
황후 : (당찬 눈빛) 혼인하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폐하의 마음속에
다른 여인이 있다는것을요. 태후마마가 가볍게 내팽겨친 자리를
저는 20년을 바라고 살았습니다. 참고 또 참으며 기다려도,
제 것이 될 수 없는 게 있다는 걸, 깨닫는 데 오랜 세월이
걸렸습니다.
화영 : … (삐딱한) 그래서요?
황후 : 태후마마는 황후의 자리를 놓치셨지만, 저는 사랑받는 아내의
자리를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화영 : …
황후 : 허나, 빼앗긴건, 제 자리만으로 충분합니다. 제 아들의 자리마저
빼앗기지는 않을 것입니다.
화영 : (노려보다) 황후께서는 폐하의 마음을 빼앗지 못하셨는지
모르겠으나 저는 우리 율이에게 (강조) 반드시 황제의 자리를
되돌려 줄것입니다. (사악하게 웃곤 간다)
황후 : !
28.화영의 처소 D
화영 분을 참으며 앉아있다.
화영 :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맞서는 법. 비궁은 숨겨두고, 우리 율이만
내 쫓겠다. 그렇게는 안되지 암, 안되고 말고. 곽상궁!
곽상궁 : 네. 마마.
화영 : 지금 당장 종친들에게 연락을 취하도록 해라.
내가 급히 보잔다고 말이다.
곽상궁 : 마마… 외람되오나, 종친들께서 이 사실을 알게되면,
의성대군 마마께서도 타격이 클 듯 싶사옵니다.
화영 : 벼랑 끝에 서 있으니 전부를 걸 수 밖에…
화영, 음흉한 눈빛으로 생각중이다.
29.화실 D
수다 떨고 있는 강현과 히숭, 순영, 채경. 이젤 놓여있고.
그때, 문이 확 열리면서 들어오는 인,경,환. 장난기 가득한 얼굴.
히숭 : 재들 또 왔네. 역시 내 미모가 장안에 화젠가 봐.
경, 강현과 눈 마주치자. 어색한 미소… 채경, 경이 강현을 보는걸 보자
알거 같아. 슬쩍 미소 짓곤…
경: 안녕…
강현 : 니들은 졸업 작품 준비 안 하냐? 왜 자꾸 들락거려?
경: 저, 저기… 오늘은 뭐 줄게 있어서.
강현 : 또 뭐?
경: (핸드폰 보이며) 이게 인이네 아버지 회사에서 나온 건데
최신형이야.. 너 가져.
강현 : (어이없다 픽 웃곤) 이걸 내가 왜 가져??
경: (부끄러운 듯 강현의 손에 핸드폰 쥐어주곤) 그냥… 가져.
강현 : 싫어.
하는데, 경, 손가락 하나로 강현의 입을 에로틱하게 막는다는 게,
강현의 콧구멍을 찌르고..
강현 : 야?!! 뭐야, 더럽게!
경: (뻘쭘) 저기. 1번에 내 번호 저장해 뒀거든. 1번이야. 1번.
히숭 : (핸드폰 뺏어선) 이거. 내가 대따 갖고 싶어 하던 건데.
히숭, 순영 얼짱 각도로 사진 찍고 난리다.
히숭 : 강현아.. 나 이거 주면 안 되오?
강현 : 그래.
경: 뭐?!! (히숭 보며) 야… 니가 날강도야? 그걸 니가 왜 가져가?!
히숭 : (씨익 웃곤) 걱정하지 마시오. 내가 하루에 백번씩 1번을 꾸욱~
눌러줄게.
경: (열 받아선, 강현보곤) 야.. 니가 특별한 오리면 다야?
왜 이렇게 자꾸 튕겨?
채경 : 특별한 오리가 뭐야?
경: 왜 모든 순정만화와 드라마의 공통점이 있잖아.
재벌가 남자는 잘생기고 멋진데 싸가지가 없다.
여자는 아무것도 가닌게 없는 평민이지만, 성격이 좋고
외모는 별로다. 근데… 강현이 얘는 성격도 좋고…
너 ~ 무 예쁘잖아. 그러니까 특별한 오리지~
일동 까르르 웃고.. 강현은 창피해서 얼굴이 빨개진다.
채경, 조용히 나간다. 강현. 채경을 따라 나오는데, 경이 따라오려하자
강현 : (터프하게) 확!!! 어딜 따라 올려고 그래? (나가고)
경: 아~ 내가 강현이 안경이었으면 좋겠다.
저 맑은 눈동자를 졸졸 따라다니게.
인, 환, 히숭, 순영 동시에 우웩~ 시늉하고..
인: (경의 머리 한대 딱 치곤) 야.. 너 그러다 불치병 걸린다.
그거 내가 앓아봐서 아는데. 진짜 골 때리거든~
30.화실 일각 D
채경, 강현과 얘기중이다. 채경, 너무 우울하지 않게 담담한.
강현 : 채경아 … 율군 때문에 그래? 그건 네 탓이 아니잖아.
채경 :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야. 처음엔 궁에서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자신이 없어져.
강현 : 요즘은 너무 갑자기 많은 일이 생기니까 그런 걸 거야.
채경 : 생각해 봤는데 그 누구 탓도 아닌 것 같아. 용기 없는 내 탓이야.
사실 궁에서 도망가고 싶은데 도망 갈 용기는 없으니까
자꾸 일이 커지는 것 같아. 그래서 모두에게 상처 주고.
강현 : 그렇게 궁에서 나오고 싶어?
채경 : 응. 황태자비가 되고부턴 내가 누군지 잘 모르겠어.
내가 원했던 건 이런 게 아니었는데.
자유를 꿈꾸고 자기 의지대로 선택하고, 그 선택에 책임지고…
그게 내가 원하는 모습이었는데.
강현 : (진지하게) 그럴 거야. 넌 민들레 풀씨 같은 애니까.
채경 (의아하게 보면) 내가?
강현 : 응. 세상 어디든 둥둥 떠다니면서, 앉고 싶은 곳에 않고.
날아가고 싶으면 날아야 되는 민들레 풀씨 말야.
채경 :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도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걸
처음 안 거 같애. 아마 어른이 된다는 건 이런 것들을
알아가는 건가 봐.
강현 : (진지한 눈빛) 만약에, 니가 궁을 나온다고 해도 널 환영할 거야.
내 친구의 선택이니까 난 그걸 존중할 거야.
채경, 강현아~ 하면 두사람… 따뜻하게 안아준다.
< 다음날 >
31.태황태후전 D
황실 어른들과 신, 공내관의 보고를 듣고 있다.
태황태후 : (놀라) 그게 무슨 말입니까? 비궁을 페위를 시키다니요?!
신: !!
공내관 : 송구하오나, 어떻게 알았는지. 종친회에서 의성대군과
비궁마마의 일을 알게 되었사옵고, 그 일로 비궁마마의 책을
잡는 듯 하옵니다.
황후 : 어찌하면 좋습니까? 특히나 요근래에는 종친들의 기세가 드세지
않습니까?
황제 : 그러게 말입니다. 예상치 못한 복병이 생겼군요,
(공내관 보며) 그래, 종친들의 요구는 무엇입니까?
공내관 : 송구하오나, 일방적으로 의성대군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 하시며, 비궁마마의 출궁을 원하신다 하옵니다.
태황태후 : (잠시 생각하다) 그러니까, 폐위를 시켜 둘 다 궁에서
내 보내던가 아니면 둘 다 궁에 두라는 얘기로군요.
공내관 : 그러하옵니다. 또 한 가지는…
태황태후 : 네, 말씀하세요.
공내관 : 만약에 종친들의 의견을 수렴되지 않을 시에는, 이 일을
국민들에게 알려 황실의 위상을 바로 잡겠다 하옵니다.
태황태후 : (기가 찬 웃음) 허허…
황후 : 종친들 사이에서 의성대군의 입지가 높아지고 있다고 얘기는
들었으나, 이리도 강경하게 나올줄이야.
태황태후 : 황상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황제 : 어찌 산을 넘으면 또 산이 생기니. 저도 난감할 뿐입니다.
신: … (혼자 생각에 잠긴다)
32.황태자비 전 D
채경, 최상궁의 보고를 듣고 놀란 듯.
채경 : 폐비라구요?
최상궁 : 송구하옵니다. 비궁마마.
채경 : (생각하면) 절 오해하고 있는데. 절 가만둘 리 없죠.
폐비가 되면, 궁에서 쫓겨날거구 그럼.. 다시 평민이 되는거겠죠?
최상궁 : (놀라선) 비궁마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옵니까?
채경 : (담담하게 미소 짓곤) 어쩌면, 이 길이 빠른 길일지도 모르겠네요.
최상궁, 걱정스러운 눈으로 채경을 본다.
33.화영의 처소 D
화영, 곽상궁의 보고를 받곤 흐믓한 미소 짓고 있는데..
화영 : 지금쯤 난감하시겠지. 내가 그리 호락호락 할 줄 알았더냐.
나인 : (소리) 태후마마. 태자전하 드셨사옵니다.
화영 : (놀라는) 태자가 직접 왔다구? (큰소리) 들라하게.
신, 들어오고, 곽상궁 나간다.
화영 : (힘없는척) 태자전하께서 이곳까지 오시다니요. 앉으세요.
신: (앉곤) 의성대군의 문제로 심려가 많으실 듯 싶사옵니다.
화영 : 실의에 빠진 큰어머니를 위로하러 오신 것은 아닌 듯 싶은데요.
신: 그럼 본론만 말씀드리죠.
생각보다 단수가 낮으시더군요. 진짜 고수라면,
적수가 안 되는 사람을 상대로 싸움을 벌리지는 않는 법입니다.
화영 : 무슨 말씀이십니까? 태자.
신: 태후마마 같은 분이 장난으로 돌을 던지면 개구리가 아니라,
사람이 죽는다는 걸 아셔야지요. 돌을 던지려면, 맞수에게
던져야 더 진정한 싸움이 될 것입니다.
화영 : … (태연하게) 이 궁 안에 과연 저의 맞수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신: 오만함은 가장 큰 허점이라는 걸 아셔야지요.
(단호하게) 비궁은 건들지 마십시오. 태후마마께 어떤 해도 끼치지
않을 아입니다.
화영 : (본색을 드러내곤) 과연 그럴까요? 존재자체가 해가 되는 사람도
있는 법이지요.
신: 비궁을 상대로 한번만 더 장난을 치신다면, 반드시 그 댓가를
지불하셔야 될 겁니다. 용맹에는 명예가 있으나,
야망에는 죽음뿐이라는 걸 명심하시지요. (일어서는데)
화영 : (신의 말 받아서/묘한 눈빛으로)
또한, 사랑에는 눈물이 있다는 말이 있지요.
신: (당당하게 노려보다간다)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화영 : …
신, 나가고, 화영 슬그머니 미소가 번진다.
화영 : 고독한 자는 사랑의 발작을 주의해야 하거늘…
니 놈의 사랑이, 널 파멸로 이끌겠구나.
34.화영의 처소 복도 D
들어오는 율과 나가는 신이 마주친다.
율: 니가 여기까지 웬일이야?
신: 안 그래도 널 만나보려던 참이었어.
율: 무슨 일이야?
신: 종친회에서 니가 닦아 놓은 입지 정도면, 니 말이 먹힐 거 같은데.
율: …
신: 가서 사실대로 말해. 일방적인 니 감정이니까,
채경이는 아무 상관없다고 말야.
율: 폐비를 막아 달아? 조금 과하다 싶긴 하지만,
내가 왜 그래야 되는데?
신: 이율! 너 꼭 채경이한테 이런 짓까지 해야겠어?!
율: 난… 채경이가 원하는 대로 할 거야. 채경인 궁에서 나가고 싶어 해.
그러니 나가는 걸 도와줄 거야.
신: 누구 맘대로?! 채경이가 왜!
율: (피식 웃곤) 붙잡을 수 있으면, 붙잡아 봐! 넌 나한테서 많은 걸
뺏어갔지만, 나도 늘 뺏기지만은 않을 거야.
신: 너만 뺏겼다고 생각해? 나도 많은걸 뺏겼어.
율: …
신: 5살 이후, 내 의지와 상관없이 황태자 노릇을 해야 했고,
덕분에 인간 이신을 버렸어. 법도라는 이름 때문에,
따뜻했던 부모를 잃었고, 꿈꿀 수 있는 자유를 잃었어.
율: … 이런 얘길 하는 건, 도와달라는 뜻이야?
신: 아니. 니가 모르는 거 같애서 가르쳐 주는 거야.
혼자서 세상을 다 잃은 것처럼 구는 게 보고 있자니
비위가 틀려서 말야.
율: ! …
신: 악연의 고리를 끊자고 너한테 분명히 말했다.
근데, 그 매듭을 놓치 않고 계속 끌고 가는 건 너니까.
율: 알아듣게 말해!
신: 내 입으로 말하지 않는 건 너에 대한 내 마지막 인내심이야.
신, 가버리고 남은 율. 신이의 말이 계속 걸린다.
35.화영의 처소 D
화영, 충화와 애기중이다.
화영 : 우리 모자의 목숨이 달린 문제라는 걸 명심 하거라.
충화 : 예.
그때 들어서는 율.
화영 : (율 의식하곤) 그만 나가 보거라.
충화, 화영과 율에게 인사하고 나간다.
율: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어?
화영 : 페비라면, 너도 원하던거 아냐?
율: … 이런 식은 아니었어.
화영 : 어차피, 결과만 같으면 되는 거야.
율: 내가 나가고 나면, 엄만 어떻게 할 거야?
화영 : 나가긴 어딜 나가! 장차 황제가 될 사람을 누가 함부로
내친단 말야.
율: 엄마. 이젠 다 끝났어.
화영 : 끝났다는 건 니 생각이지. 폐위까지 서서히 숨통을 조이려고
했지만 약점을 잡았으니까 단칼에 치는 수밖에.
율: 무슨… 말이야?
화영 : 니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넌 반드시 황제가 될 거야.
율: (물끄러미 보다) 전에 엄마가 사랑했다는 남잔 어떤 사람이야?
화영 : ! (당황하곤) 이미 다 지나간 과거야.
율: (잠시 생각하곤) 선대의 악연…
악연이 대물림 된다는 게 무슨 말일까?
화영 : ! !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율: …..
36.파빌리온 D
신과 채경 얘기중이다.
채경 : 들어올 때도, 내 의지로 들어 왔으니까.
나갈 때도, 내 의지로 나가고 싶어.
신: 폐비가 결정된 것도 아냐! 함부로 나서지마.
채경 : 폐비 따윈 상관없어. 난 그냥, 원래대로 신채경으로 살고 싶어.
신: (채경을 잡은 손이 떨리며) 왜 이러는 거야?!
채경 : 어떻게든 신군 옆에서 나도 황태자비란 이름으로 살아볼려고
했는데.. 근데, 난… 책임감만으로 살 수 없을 거 같애.
신: 이젠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채경 : 그래서 행복해? 이신이라는 이름 대신 황태자로 사는게?
신: !
채경 :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이며) 그래도, 궁 안에 들어와서,
널 좋아하게 돼서, 참 다행이야.
궁 밖이었다면, 니가 나 쳐다보지도 않았을 거니까.
채경, 천천히 가고, 신 한참을 고개 숙인 채 있다.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눈물 한 방울이 길게 떨어진다.
37.율의 처소 D
율, 책이며 몇가지 챙기고 있는데, 천천히 채경이 올라온다.
율, 채경을 보자 놀라곤, 고개 숙인채 책만 챙긴다.
나인 : (소리) 마마. 비궁마마 드셨사옵니다.
율: (놀라곤) … 들라 하세요.
채경, 들어온다. 율, 채경 얼굴 보다 시선 외면하고.
채경 : 율군… 왜 그래?
율: (천천히 고개 돌리곤/슬픈 눈빛) 미안해. 그냥… 널 데리고
나가고 싶었어. 정말… 폐비 얘기까지 나올 줄은 몰랐어.
그렇게 널 지켜주고 싶었는데… 결국은 내 욕심 때문에
네가 이렇게까지 되어버렸어.
채경 : (미소짓곤) 폐비라는 거.. 그거 얼마나, 엄청난 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난 신경 안 써.
율: …
채경 : 황태자비 자리는 내가 지키고 싶은 자리가 아니니까.
그러니까 그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해도, 나 상관없어.
율: (의아한 듯) 물러난다고? 혹시.. 그럼..
채경 : 나.. 궁을 나갈려구. 안 그래도 웃전에 어떻게 얘기할 까 싶었는데
폐비 얘기가 나오니까 더 쉬워진 거 있지.
율: (설레이는 듯) 정말… 나하고 같이 나갈 거야?
채경 : (물끄러미 보다) 율군하고 상관없이 나가는 거야.
율: …
채경 : 궁을 나가는 순간부터 율군을 만나지 않을 거야.
율군만큼, 좋은 친구를 만나서 너무 좋았어.
하지만 내 마음을 줄 수 없는데, 율군이 계속 날 바라보게
하는 건 아닌 것 같애.
율: !
채경 : 예전에, 신군이 그랬거든. 별한테는 별의 주기가 있듯이
인간에게 인간의 주기가 있데. 2천5백 만년.
2천5백 만년이 지나면, 지금 있는 사람들 모두 다시 만날지도
모른대. 그래서 우리도 다시 만나게 된데.
율: …
채경 : 율군… 만약에 2천5백 만년이 지나서 날 만나게 되면,
그땐 도망가. 혹시 날 만나게 되더라도, 아는 척 하지말고,
그냥 가. 나도 그럴게.
율: 왜 … 그래야 되는데?
채경 : 나, 지금은 신군 곁을 떠나지만, 2천5백 만년 후에도,
신군을 좋아할 거 같애.
율: (울컥하고 눈물이 고이곤) 그럼… 그때도 기다릴게.
채경 : (달래듯) 율군… 그러지마
율: (슬프게보다, 눈물이 툭 얼굴을 타고 흐르며) 나는 왜 안되니?
이렇게 심장이 멎을 거 같은데… 나는 왜 안되는 거야?
채경 : … (차마 미안하다는 말을 못하고 마음 아픔 표정)
< 점프 >
채경은 없고, 혼자 남은 율. 소리죽여, 울고 있다.
38.태황태후전 N
채경, 앉아있고, 태황태후와 황제, 황후,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다.
태황태후 : 비궁,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채경 : … 폐비. 그거 시켜주세요.
황제 : (화나선) 비궁! 지금 어느 안전이라고 그런 소릴 입에 담는 게야?!
채경 : 죄송합니다. 더 이상은… 여기서 살 수 없을 것 같애요.
(눈물이 고인다) 나가도록, 허락해 주세요.
황제 : (굳은 목소리) 혹… 의성대군과 함께 나갈 생각이더냐?!
채경 : 아니에요. 의성대군은 이 일과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황후 : !
태황태후 : !
채경 : 폐하…
황제 : (진노한) 듣기 싫다! 썩 물러가거라!
채경 : (눈물이 한 방울 흐른다) 허락해 주세요.
혜명 : (분위기 보곤) 비궁… 지금은 그런 얘길 꺼낼 때가 아닙니다.
태황태후 : (안타까워/ 달래듯) 비궁, 아무리 서운하고 마음상한 일이
있다 해도 이러는 건, 법도가 아니에요. 이러는 건 비궁의
도리가 아니에요.
채경 : … 저는 황태자비로 살 수 없을 거 같애요.
그냥… 평범한 신채경으로 살고 싶어요.(눈물만 글썽인다)
난감하고 당황한 표정의 태황태후, 황제, 황후, 혜명.
39. 황태자전 암실 N
신, 미친 듯이 사진을 현상하고, 사진을 거는데 모두다 채경의 사진이다.
그러다 문득, 채경의 사진 하나를 보다. 사진을 줄에서 툭 떼어선 가슴에
품곤 그대로 주저앉는다. 가슴이 아픈 듯.. 고개 숙인다.
40.율의 처소 N
방구석에 가만히 앉아있는 율. 바닥에 보면, 율이 그리다 만 캔버스지가
널려있고, 화영이 들어오다가,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그림들을 보고 놀란다.
보면, 온통 다 채경의 그림들.
화영 : 율아…
율, 그제서야 일어나는데, 일어나면서 휘청하고, 화영, 다급하게 율을
부축한다.
화영 : 율아. 왜 그래?
율: (슬픔이 가득한 목소리) 엄마.. 누가 날 좀 멈춰 졌음 좋겠어.
너무 지쳤어.
율, 힘없이 나가고, 화영, 아들에 대한 연민과 걱정스러움으로 뒷모습들
본다..
43황태자전 암실 N
신, 멍하니 앉아있던 신의 핸드폰 문자 메시지 음성.
신, 문자 메시지 확인하면, ;신군.. 여기 율군방인데, 빨리와 줘’
신, 불안한 느낌에 화들짝 놀라, 급하게 뛰어나간다.
44.황태자전 N
신, 정신없이 뛰어나가고..
45.궁일각 N
힘없이 터벅터벅 걸어오던 채경,
뭔가 툭 떨어지는 소리 들리고, 채경, 고개숙여 찾으면, 신이 태국에서
사다 준 목걸이가 떨어져 있다. 목걸이 주우며, 불안한 표정이 스치고..
46.율의 처소 N
신, 거칠게 문 열면서, ‘신채경!’ 부르며 들어오는데, 텅빈 방.
핸드폰을 꺼내. 채경에게 전화하지만 연결되지 않고.
신: 채경아!
47.황태자비전 N
채경 방 의자 위에 놓여있는 채경의 핸드폰 혼자 울리다 만다.
잠시후, 누군가의 손이 핸드폰의 메시지를 지우고.
48.율의 처소 N
신, 단축키 누르면, 이번에 액정에 뜨는 이율. 통화 시도하지만,
연결 안된다.
신: …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이는데.. ) 뭐가 어떻게 된거야?
하는데, 어디선가 ‘불이야!!! 태후마마처소에 불이 났다!! 불이야!!’ 하는
소리 들리고.. 신 무슨 일이 났음을 직감하고 달려가면서
49.화영의 처소 복도 N
신, 건물에 붙어 타오르는 불길 속에 휩싸인다.
신: (안타깝게 외친다) 채경아!!
툭 떨어지는 신의 핸드폰.
안타까운 신의 얼굴에서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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