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솔솔라라솔 4
[밝은 음악] [풀벌레 울음]
[피식 웃는다]
[음산한 음악]
[긴장되는 효과음]
아, 라라 씨가 여기 사는구나
(준) 뭡니까?
설마 나 따라왔어요?
[의미심장한 음악] 당신이 가끔 가게에 와서 날 보고 간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준이 행주를 탁 던진다]
[준의 한숨]
(은석) 망상 장애가 있나 봐요?
(은석) 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지나다닌 것뿐인데
샌드위치 가게가 병원 가는 길에 있으니까
[한숨]
혹시
누구한테 쫓긴다거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도망 다닌다거나
뭐, 그런 겁니까?
[헛웃음]
의심병 있나 봐요?
(준) 멀쩡한 사람 이상한 사람 만들지 말고
지금 여기 있는 이유나 말씀하시죠?
[헛웃음]
(은석) 집에 가는 길입니다
나 여기 살아요
[잔잔한 음악]
[옅은 한숨]
우리 전에 본 적이 있던가요?
피치 못할 사정으로 도망 다닌다거나
(준) 이상하게 신경 쓰이는 사람이야
[은석이 숨을 카 내뱉는다]
그냥 내 맘이에요
[의아한 신음]
(은석) 실례지만 환자분과의 관계가…
피해자입니다
(준) 당사자가 싫다는데 그냥 좀 놔두시죠?
씁, 아이, 늘 날이 서 있단 말이야
(은석) 확실히 이상한 놈이야, 응
[입소리를 쩝 낸다]
[새가 지저귄다]
[밝은 음악] [라라가 흥얼거린다]
(라라) 씁, 오늘은 첫 출근이니까, 음…
[라라가 숨을 깊게 내뱉는다]
[들뜬 신음]
[심호흡]
[라라의 심호흡]
(라라) 예? 강사를 안 뽑는다니요?
저 깁스도 풀고
손 컨디션도 회복해서 왔는데요?
제 일이 취소가 되는 바람에
(학원장) 사람을 안 써도 되는 상황이 됐지 뭐예요
그래도 어떻게 안 될까요?
제가 취업을 못 하면은 좀, 아니, 많이 곤란해서
(라라) 여기저기 너무 소문을 많이 내 놓은 데다가
돈까지 끌어다 써서…
[익살스러운 음악] (라라) 나 피아노 선생님으로 취직했어요
취직됐다면서?
조만간 월급 타면 쏠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사 와
(학원장) 그거야 그쪽 사정이고
선생님을 쓰면 제가 곤란해요
[난감한 신음]
[부드러운 음악]
그래
내일부터 다시 찾아보면 되지, 뭐
[하늘이 우르릉거리는 효과음]
그래도 슬픈 건 사실이야
창피해서 어떡해
하필 이럴 때 준이를 보러 가야 한다니
[혀 짧은 말투로] 속상해
[한숨 쉬며] 어떡하지?
[한숨]
아, 왜 이렇게 안 와
[휴대전화 진동음] 어머, 깜짝이야!
어? 어, 어, 준아
(준) 어디야?
나 어디긴, 가고 있어
[헛웃음]
(준) 무슨 일 있어?
아, 아니
그…
구, 구두가 불편해 가지고 집에 다시 갔다 오느라고
[어색한 웃음] (준) 어, 그렇구나
라라야, 너 혹시 숨바꼭질 좋아해?
(라라) 응? 숨바꼭질?
아니, 나 숨는 거 딱 질색인데
(준) 근데 왜 이러고 있어?
(라라) 아, 깜짝이야!
깜짝이야! 아, 놀랐잖아
[당황한 신음]
(준) 너 혹시 나 몰래 죄지은 거 있어?
[통화 종료음]
무슨 일인데 그래?
저기, 그러니까 그…
학원 선생님 못 하게 됐어
나 곧 딴 데 알아볼 거니까 나 무시하면 안 돼, 알았지?
(준) 야, 야, 야!
아이, 저 돌발, 진짜
아직 예고도 못 했는데
[문이 달칵 열린다] [라라의 가쁜 숨소리]
(라라) 어? [밝은 음악]
오 마이 갓
[피식 웃는다] [라라의 탄성]
이게 뭐야?
준아
이거 내 방이야?
네가 내 방 만들어 준 거야?
가끔 미미랑 있고 싶을 때 와서 놀다 가
[낑낑거린다]
[라라의 탄성]
우와
(라라) 너무 예쁘다
[종이 딸랑 울린다]
[라라의 신난 신음]
준아, 고마워, 정말정말 고마워!
[강조되는 효과음]
[낑낑거린다]
[잔잔한 음악]
오, 미미야!
우와, 오빠가 참 솜씨도 좋다, 그렇지?
얼굴만 잘생긴 줄 알았더니
돈도 잘 빌려주고 집도 만들 줄 알고 봐 봐
그런, 그런 얘기는 좀 속으로 하라고 [라라가 살짝 웃는다]
(준) 칭찬받자고 한 거 아니야 내가, 내가 필요해서 수리한 거야
네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알겠어, 오해 안 할 테니까 제발 1절만 하지?
[노크 소리가 들린다] (배달원1) 실례합니다
[문이 탁 열린다]
[라라의 감동한 신음]
(라라) 준아, 설마 이것도 네가 산 거야?
나 치라고?
아니야, 내가 산 거
- 진짜? - (준) 어
[의아한 신음]
(라라) 그럼 이거 누가 보낸 거야?
(준) 저기, 이거 보낸 사람 좀 알 수 있을까요?
(배달원1) 어디 보자
뭔 이름이 이렇게 어려워?
'도도솔솔'
'라라솔'? [배달원1이 송장을 부스럭거린다]
안녕히 계세요
(라라) 조심히 가세요
어? [문이 달칵 여닫힌다]
어어?
"도도솔솔라라솔"
아, 여기 온 후에
한 달 뒤에 만나자는 메시지 말고는 그 어떤 말도 없었는데
이 사람 내가 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알았지?
[잔잔한 음악] 잠깐 있어
(준) 아저씨, 잠시만요
저거 피아노 어디서 배달된 거죠?
[휴대전화 진동음]
[놀란 신음]
[살짝 웃는다]
도대체 누구세요, 당신?
[밝은 음악] [쪽쪽거린다]
감사합니다, 감사히 잘 쓸게요 반짝반짝 작은 별 님
2주 후에 만나면 제가 꼭 업어 드릴 거예요
아니, 업고 지구 세 바퀴도 돌 수 있어요
아니! 지구 열 바퀴도 돌 수 있어요! [신난 신음]
[쪽쪽거리며] 감사합니다
[부드러운 음악]
[한숨]
[피식 웃는다]
(숙경) 별일이 다 있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피아노를 사 주고
(하영) 그러니까, 근데 진짜 궁금하다
그, 뭐, 도미솔솔인가 그 사람 [숙경이 호응한다]
도도솔솔라라솔이거든? 몇 번을 말해?
♪ 반짝반짝 작은 별 ♪
♪ 도도솔솔라라솔 ♪
[숙경이 흥얼거린다] (하영) 아이, 뭐, 그거나 저거나
근데 그 사람 만날 때 나도 꼭 데려가야 돼
(숙경) 나도, 너무
(함께) 궁금하다고
[익살스러운 효과음] (하영) 어? 아파
알았어요
(숙경) 근데 그
준이네 집에 아예 피아노 학원을 차린다는 말은 그, 뭔가?
(준) 너 여기서 피아노 학원 해 보는 건 어때?
[밝은 음악] (라라) 오?
너 완전 천재인데?
굿 아이디어 내가 여기 임대료도 반 낼게
너 돈 없잖아
(라라) 으응, 학원 해서 돈 벌 거니까
여기는 임대료 없어
- 진짜? - (준) 응
그럼 한번 해 볼래?
(라라) 응, 잠깐만
학원 이름을 뭐라고 하지?
사랑 피아노?
아니다, 스타 피아노, 씁, 아닌데
모차르트… [라라의 고민하는 신음]
뮤즈, 뮤즈…
라라 랜드
[밝은 음악] (준) 어때?
(함께) 라라 랜드?
라라 피아노 랜드요
(하영) 오, 근데 피아노 한 대로 학원을 하려고?
그렇지?
(라라) 나도 좀 그게 걸려서 피아노 몇 대를 더 사야 되나 고민이긴 한데
(숙경) 그게 고민할 거리나 되냐?
수강생 넘쳐나면 그때 생각해! 쯧
하여튼 쥐뿔도 없는 것들이 어디서 그냥 본 것만 있어 가지고, 쯧
들었지, 언니?
내가 언제 산댔어? 사람이 고민도 못 하나, 뭐
[헛기침]
피아노는 비싸지만 고민은 공짜거든요?
(숙경) 그래, 라라 너는 고민 좀 하고 살아
공짜니까 제발 많이 해
간판 어떻게 할 거야? 업체 소개해 줘?
(라라) 준이가 해 준대요, 피아노 그림도 넣고
뭐? 준이 오빠가 간판을 만들어? [흥미로운 음악]
응
준이는 뭐 하던 애일까?
진짜 가만 보면 못 하는 게 없어
(하영) 내 미래 남편이니까 언니는 신경 좀 끄시지?
(숙경) 누가 네 남편이야?
준이 그 말 들을 때마다 표정 썩는 거 못 봤어?
아, 내 딸이지만 너 진짜 진상이야!
(하영) 아, 엄마는 장모 될 사람이 왜 이래, 진짜!
누가 장모야, 누가 장모?
(숙경) '남녀열상지사'라는 얘기도 모르냐? [하영의 못마땅한 신음]
[탁자를 탁탁 치며] 남녀가 손도 잡으면 안 되는 거야 벌써부터 쪼그만 게
[숙경이 계속 말한다] 아, 준이 오빠랑 결혼할 거야 준이 오빠랑 결혼할 거야
쌤, 무슨 일이세요?
(은석) 어, 저번에 약속드린 식사 대접은 언제쯤 가능할까요?
깜빡했다
어떡하죠? 제가 이번 주는 좀 바쁜데
어, 라라 씨는 뭐가 늘 그렇게 바빠요?
[웃음]
쌤, 이렇게 하는 거 어때요?
(라라) 제가 피아노 학원을 차리게 됐는데 개업식에 놀러 오실래요?
학원요?
피아노가 한 대 생겨서 일을 좀 벌였어요
아
[피식 웃는다]
[새가 지저귄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숙경) 영업 안 해요
오늘 영업 안 해요
[격정적인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은석) 저
조금만 다듬어 주시면 안 될까요? 오래 안 걸릴 텐데
(숙경) 돼요, 아휴, 아, 저
안 되긴요
- (숙경) 여기, 여기로 앉으세요, 여기 - (은석) 네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숙경의 힘주는 신음]
[놀란 신음]
[기침]
[숙경의 긴장한 숨소리]
[익살스러운 음악]
[어색한 웃음]
[숙경이 달그락거린다]
[이발기 작동음] [은석의 당황한 신음]
(숙경) 어, 죄송합니다 [이발기를 달칵 끈다]
[은석의 불안한 숨소리]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혹시 뭐, 수전증 있으세요?
[떨리는 목소리로] 아, 아유, 손님도
아, 헤어 디자이너가 수전증이 있으면 장사 접어야죠
(숙경) 손님 귀 자르고 눈 찌르게요? [숙경의 어색한 웃음]
걱정 마세요, 이래 봬도 제가 청담동, 서울 출신이에요
[숙경의 어색한 웃음] 아, 예, 예
[숙경의 심호흡]
[흥미로운 음악]
[숙경의 긴장한 숨소리]
[속삭이며] 어때요?
마음에 드세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네, 아주 마음에 듭니다
(숙경) '넥스트', 드라이 갑니다, 네
[숙경의 웃음] [헤어드라이어 작동음]
[발랄한 음악] 이 동네에서 약속이 있으신가 봐요
아, 그럼 멋있게 해 드려야 되겠다
제가 드라이가 특기예요 [숙경의 웃음]
자
[숙경이 흥얼거린다]
[은석의 아파하는 신음]
[입김을 하 분다] [은석의 불편한 신음]
어떻게, 키 한 5cm 정도 더 커 보이게 해 드릴까요?
- 어? - (은석) 됐습니다, 이 정도면
[숙경의 힘주는 신음] [은석의 아파하는 신음]
(숙경) [웃으며] 제가 아주 예쁘게 만들어 드릴게요
(은석) 아니요, 그…
(숙경) 오, 머리가 아주 그냥
잘만 되게 생겼어
[카드 단말기 작동음]
(숙경) 드라이는 서비스예요 [숙경이 영수증을 찍 뜯는다]
감사합니다
어, 한 10년은 젊어 보이신다, 어 [은석의 당황한 신음]
(숙경) 아이, 부끄러워하시기는, 으음 [은석이 중얼거린다]
(승기) 안녕하세요 [숙경이 호응한다]
- (숙경) 어, 왔니? - (은석) 어?
[흥미진진한 음악] (숙경) 엄마라고 부르지 마
[휙 하는 효과음]
(하영) 아저씨가 여기 무슨 일이세요?
[휙 하는 효과음] (숙경) 뭐야?
둘이 아는 사이야?
(하영) 이 아저씨, 야밤에 우리 가게 훔쳐보던 아저씨잖아
(승기) 어? [은석의 당황한 신음]
(숙경) 설마 저한테 관심 있으셨던 거?
(은석) 아니거든요! 예?
[은석의 짜증 섞인 한숨]
(하영) 아, 엄마, 빨리 좀 하라고
(숙경) 엄마라고 부르지 말라 그랬잖아
(승기) 아, 어머니, 왜 이러세요 [문이 달칵 여닫힌다]
(숙경) 어머니 말고 누나라고 부르라 그랬지!
(라라) 다들 빨리 오세요! [경쾌한 음악]
[카메라 셔터음]
[사람들이 화기애애하다]
(숙경) 내가 산 건 아니지만 많이들 먹어 [숙경의 웃음]
네가 감각은 있나 보다
가게가 전보다 생기가 넘쳐, 야
이거 다 준이가 한 거예요
뭐?
(배달원2) 떡 배달 왔습니다
(숙경) 어, 고사떡 왔다
- (숙경) 하영아 - (라라) 고마워요, 아줌마
번창해서 내 돈 빨리 갚으라고 해 주는 거니까
(숙경) 그리고 앞으로 언니라고 불러
네?
너랑 나랑 열다섯 살 차인데
(숙경) 겉모습은 다섯 살 차이도 안 나 보여
그런 거 같아요
- 그렇지? - (라라) 네 [함께 웃는다]
(은석) 좋네요, 학원
라라 씨한테 학원 하게 해 줘서 고마워요
이게 왜 그쪽한테 고마운 일인지 잘 모르겠는데
아이, 뭐, 그냥, 마음이 좀 쓰였습니다
(은석) 라라 씨 결혼식 날 저도 거기 있었거든요
[의미심장한 음악]
당신이 다친 라라 씨를 외면할 수 없었던 거
난 그게 연민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닌가요?
(라라) 떡 좀 드세요!
떡 먹으러 가죠, 예
연민 아닌데
- (라라) 감사합니다 - (예서 모) 생큐
(남자1) 고마워요 [예서 모의 웃음]
(승기 모) 아니, 피아노 친다더니 진짜였나 보네
소문 좀 많이 내 주세요
(여자1) 나 하나만 더 줘라
- (여자1) 가다가 슈퍼 집 주게 - (라라) 아, 네
(예서 모) [손가락을 딱 튀기며] '라이트'!
그 집 아들이 초등학생이었다 [저마다 호응한다]
(라라) 저기, 성인반도 있는데
직접 등록하셔도 돼요
아이, 난 손가락이 많이 아파서
(예서 모) '노, 노, 노, 노' 애들 키우고 반찬 만들기도 바빠요
- (예서 모) '베리 비지' - (라라) '베리 비지'
(남자1) 에이, 피아노 칠 시간에
박 씨하고 고스톱을 치지 [사람들의 웃음]
(라라) 하영아, 승기야
엄청 맛있어
(승기) 감사합니다
우리 피아노 학원 취미반 있는데
언니, 우리 고3이잖아
(승기) 예, 저희 독서실 가야 되고, 아휴
(라라) 언니, 언니, 떡 좀 드셔 보세요
언니, 피아노 좀…
(숙경) 언니가 저기, 그 시간에 한 명이라도 더 말아야지
언니 바빠
[의미심장한 음악]
[강조되는 효과음]
(하영) 아, 나 진짜 더 놀고 싶었는데
나 진짜 학원 가기 싫어
(승기) 나도
(하영) 야, 예서는 공부라도 잘하지
난 도대체 학원을 왜 다니냐
[익살스러운 음악] 딴생각 말고 열심히 해 전기세 내 주지 말고, 다른 애들!
난 역시 다른 애들 전기세 내 주러 학원 다니나 봐
완전 나도
[하영이 입소리를 쯧 낸다]
[밝은 음악] (하영) 그래도 라라 언니는 좋겠다
20년 동안 피아노만 쳐서 그래도 그걸로 먹고살게 생겼네
야, 남들 공부할 시간에 20년 넘게 자전거만 탄다고 생각해 봐
이렇게, 이렇게 공중에서 외줄도 탈걸?
야, 난 공중에서 그냥 한 바퀴 돌지
(승기) 그래서 내가 너튜브를 꾸준히 하는 거잖아
하루 네 시간씩 쉬지도 않고
승기야
(하영) [한숨 쉬며] 너 그거 어머니 알면
뒷목 잡고 쓰러지셔
(승기) 야, 너튜브로 성공하면 되지
(하영) 그래, 꼭 그러길 바라
(라라) '라라 랜드의 피아노 소리가 온 세상에 가득하길'
[경쾌한 음악]
오, 화초도 예쁘고 사람도 멋있고
어쩜 이렇게 글도 잘 쓸까, 차 쌤은?
(준) 비켜
너 그리고 빨리 청소해
설거지, 대걸레질, 그릇 정리 지금 할 일이 한두 개가 아니야, 지금
(라라) 내가 이렇게 큰 청소는 처음이어서
안 그래도 이 수많은 일들 중에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었지
숙경 언니가 고민 좀 하고 살래서
그래서 뭘 할 건데?
어…
난 피아노를 칠 테니 넌 내 음악을 듣고 힘내서 일을 해
뭐?
야, 내가 한석봉이야? 이게 진짜
'난 당신을 원해요'
[심장 박동 효과음]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
(라라) 이 곡 제목이다
병원에 입원했을 때 로비에서 열린 연주회에서 들었어
엄청 좋지?
[헛웃음]
어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
(라라) 에리크 사티가 한 여인을 너무너무 사랑해서
만든 곡이라는데 어때?
(준) 기분 좋아지는 음악이네
(라라) 사티는 죽을 때까지 그 여자만 미친 듯이 사랑했대
(준) 그 여자는 어땠는데?
(라라) 인기가 많아서 다른 남자랑 여러 번 결혼했을걸?
[강조되는 효과음]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
(준) 슬픈 얘기잖아
[풀벌레 울음]
[가로등이 지직거린다]
[음산한 음악]
[음산한 효과음] (여자2) 야, 진짜
[안도의 한숨]
[숙경의 한숨]
[날카로운 효과음]
[긴장되는 효과음]
[떨리는 숨소리]
(숙경) 에잇!
[숙경의 비명]
[의미심장한 효과음]
[숙경의 놀란 신음]
- 어? - 어?
- 아! - 아!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니? [은석의 당황한 신음]
(숙경) 아, 선생님
[헛웃음 치며] 지금 저 따라오신 거예요?
아니요
저 그냥 집에 가는 길이었습니다
거짓말
[은석의 한숨]
(은석) 제가 그렇게 누구를 따라다니게 생겼습니까?
네
[한숨]
[익살스러운 음악] 저 찾아오신 거예요?
설마 나 따라왔어요?
근데 왜요?
[피식하며] 아니요
뭐, 요즘에 그런 얘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숙경) 여기 408호에 사신다고요?
어떻게 이런 일이
아, 저 308호에 살아요
- 알고 있습니다 - (숙경) 어머
아, 그럼 알은척을 하시지 [은석의 웃음]
한 달 전쯤에 사다리차가 요란을 떨더니
이사 온 사람이 선생님이었네 [숙경의 웃음]
(숙경) 아이참, 아, 세상에 별 인연이 다 있어 아, 선생님
선생님, 아, 선생님
아니, 저기 아침 일찍 혹시 머리할 일 있으시면…
쓰는 거면 그거 부엌에 갖다 놓을까?
아니, 그냥 여기다 둘래
(라라) 우리 엄마 아빠가 쓰던 부부 찻잔이야
나도 나중에 남편이랑 같이 쓰려고
아, 뭐, 한 번은 실패했지만 [어색한 웃음]
아
(라라) 어, 너희 부모님들은 뭐 하시는 분들이야?
난 가족이 없어
미안
내가 괜한 걸 물었네
[피식 웃는다]
(라라) 준아
그냥 나를 가족이라고 생각해 봐
[잔잔한 음악]
어때? 존재만으로도 힘이 나지?
생각만 해도 골치가 아프네
난 타인이랑 엮이는 거 딱 질색이야
(준) 가족 타령 그만하고 빨리 학원 운영해서 내…
돈이나 갚아
알았어
[한숨]
(라라) 그나저나 수강생은 어떻게 모으나?
(준) [한숨 쉬며] 그러니까
(라라) 음, 뭐, 어떻게 되겠지
오늘은 피곤하니까 내일부터 생각해야지
[헛웃음]
[딸랑거리는 효과음]
[뱃고동이 붕 울린다]
[긴장되는 음악]
[음산한 효과음]
[비명]
[무거운 효과음] [여자3의 놀란 신음]
[예서 모의 음미하는 신음] (승기 모) 시루떡
남은 거 있어, 없어?
다 먹은 지가 언젠데
(숙경) 왜? [승기 모의 아쉬운 신음]
(승기 모) 자기들, 내가 '시루떡'
이러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거 알아, 몰라?
언니는 전생에 떡 먹다 죽은 귀신이 붙은 걸로
(예서 모) 저희가 잠정적으로 결론을 내렸어요
어떤 떡이든 다 좋아하시니까요 [예서 모의 웃음]
(승기 모) 아니, 자기들도 다 아는 걸 왜 그 화상 바가지만 모르냐고
아, 생각하면 할수록 화딱지 나네, 진짜
(미란) 아휴, 우리 형부가 또 혼자 잡쉈구먼
(승기 모) 아니, 그 인간이
내가 승기 간식 챙겨 주고 설거지하는 사이에
팥고물 한 톨까지 싹 긁어서 자기 입에만 홀랑 털어 넣었더라니까?
[미란의 탄식] 어쩜 해가 갈수록 식탐만 느니?
[익살스러운 음악] - (숙경) 이혼해! - (승기 모) 어이!
(함께) 이혼해! 이혼해! [승기 모의 추임새]
(예서 모) 오케이, 이참에 이혼하고 갈라서
- 그래 - (예서 모) '난요'
'개업식 시루떡 때문에 이혼했어요' [숙경의 탄성]
(숙경) 아주 그냥 이혼 사유가 디테일하고 사연 있어 보이네
[함께 웃는다] - (승기 모) 그렇지? - (예서 모) 디테일, 디테일
- (미란) 언니 - (숙경) 왜?
개업식에 왔던 그 슈트 입은 남자 누구야?
(승기 모) 그래, 그 남자 나도 너무 궁금했어 누구야?
'후 아 유'?
- (숙경) 라라 손 다쳐서 입원했었잖아 - (승기 모) 응
(숙경) 그 병원 선생님이래
[혀를 굴리며] 와, '닥터'?
(예서 모) 씁, 아니, 근데 의사가 원래 환자 학원 개업식에도 막 오고 그러나?
라라가 초대했나 보더라고
그건 그렇고, 그 사람
우리 집 위에 살아
[익살스러운 음악] - (예서 모) '리얼리'? - (미란) 진짜?
혼자 사는 거 같아
[옅은 탄성]
(승기 모) 어, 진숙경이 얼굴 피는 거 봐라 간만에 심장이 벌렁벌렁하나 보다
(숙경) 뭐, 여기 단골 하기로 했어
왠지 나한테 관심도 있어 보이고
(예서 모) 라라 씨가 아니고? [승기 모의 웃음]
'쏘리'
(미란) 아, 뭘 또 그렇게 발끈하냐? 고딩 학부형께서
- (숙경) 얘! - (미란) 아, 언니!
(숙경) 이래 봬도 나 미혼이거덩?
(미란) 네
(승기 모) 미혼이라서 좋겠다 이혼 같은 거 안 해도 되고
[예서 모의 한숨]
(예서 모) 라라 랜드는 어떻게 됐어?
아, 수강생 좀 더 모았대?
열심히 홍보는 하고 다니더라
라라 걔가 철없고 엉뚱하긴 한데
뭔가를 계속하긴 해
[발랄한 음악]
(라라) 오늘도 힘 좀 내 볼까?
- (라라) 안녕하세요 - (여자4) 안녕하세요
[라라의 한숨]
(라라) 차 쌤?
(은석) 아휴, 무슨 짐이 이렇게 많아요? 예?
(라라) 아, 아니, 아니, 아니 [은석의 나무라는 신음]
손에 안 좋다고 내가 분명히 말씀드렸을 텐데
(라라) 아이, 사정이 좀 있어서
사람이 살다 보니 몸에 안 좋다고 안 할 수만은 없더라고요
[웃음]
근데 여긴 어떻게?
혹시 저 기다리신 거예요?
아, 내가 라라 씨 위층 산다고 진헤어 원장님이 말 안 하던가요?
아, 안 했을 리가요 벌써 귀에 딱지도 앉았는데요?
[한숨] [라라의 웃음]
(라라) 근데 출근 안 하세요?
오늘 오프입니다
(은석) 그, 전에 같이 밥 먹기로 한 거
사 드리려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정말요? - 네
(라라) 근데 어쩌죠? 제가 지금 바빠서 할 일이 좀 많아요
(은석) 아
어…
저, 그럼
같이 다닐까요?
[밝은 음악]
(라라) 이거 엄마 아빠 꼭 보여 드려
- (아이1) 네 - (라라) 꼭
(라라) 안녕, 자, 너도 가져가
너도 피아노 다니니?
(아이2) 네, 저는 소망 피아노요
(아이3) 저는 클래시컬 다녀요
아, 그래
(라라) 그래, 잘 다녀
왜 다시 가져가요?
이거 필요 없다고 바닥에 버릴 거잖아
바닥에 뒹구는 거 보면 언니 가슴이 너무 아파서
안 버리고 친구 줄게요
(라라) 고마워
고마워!
[한숨]
피아노 안 다니는 애가 없네
또 달라고?
자 없어?
자 많이 필요해?
(라라) 자
너도 피아노 다녀?
아니요
안 다녀?
(라라) 그럼 이거 엄마 아빠한테 꼭 보여 드려
알았지?
응?
얘, 아, 인사는 하고 가야지!
꼭 보여 드려, 꼭!
[차 문이 드르륵 열린다] (사범) 태권
(아이들) 태권!
(사범) 들어가
(아이들) 안녕하세요
(사범) 수업 잘했어? [아이들이 대답한다]
(라라) 아…
(사범) 아, 무슨 일이시죠?
그쪽은 참 학생이 많네요 [라라의 멋쩍은 웃음]
여기
(사범) 아, 학원 홍보 나오셨어요?
요즘은 이렇게 애를 태워 가서 한 건물에서 원스톱으로 돌려요
태권도 끝나면 피아노
피아노 끝나면 영어 영어 끝나면 미술 이런 식으로
엄마들 입장에서 셔틀은 기본이죠, 기본
아…
(라라) 저런 노란 차도 사야 하나
쯧, 운전은 누가 해?
셔틀 선생님은 누가 하고
아, 정신 차려
(은석) 라라 씨
아유, 덥죠?
- (라라) 네 - (은석) 이거, 요거 마시면서 해요
- (라라) 아 - (은석) 아, 이렇게
정말 신경 쓰이긴 하네요 [라라의 웃음]
뭐라고요?
[발랄한 음악] (준) 내가 불편하다고
네가 자꾸 쳐다봐서 엄청 신경 쓰인다고
제가 쌤처럼 이런 적이 많았거든요
[의아한 신음]
그만 갈까요? 배고파요
- (은석) 감사합니다 - (라라) 감사합니다
드세요
잘 먹겠습니다
[밝은 음악]
[포크를 잘그락거린다]
[은석의 웃음]
아, 그, 천천히 드세요, 네
[당황한 웃음]
(라라) 제가 원래는 미식가에 소식가였거든요?
근데 이상하게 돈이 없어지고부터 배만 고파요
아, 네
음식이 생기면 무조건 많이 먹고 봐야 한다는 본능이 샘솟고
배 속에 또 다른 내가 들어앉은 느낌이 들 때도 있고, 뭐랄까?
아, 그, 충분히 이해합니다
[멋쩍은 웃음]
[휴대전화 진동음]
(라라) 응?
준이네?
어, 준아, 응, 나 차 쌤이랑 있어
아, 쌤이 점심 사 준다고 해서
(준) 아니, 그 사람이 왜?
어, 맛있게 먹어라
[통화 종료음]
뭐야? 전화를 왜 이렇게 끊어, 치
[라라가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선우준
그 친구랑은 많이 친한가 봐요
아, 뭐, 제가 돈도 많이 꿨고
(라라) 또 피아노 학원도 차리게 해 줬고
제가 신세를 좀 많이 져서요
씁, 나한테 신세 져도 되는데
- 네? - 나도 돈 빌려줄 수 있다고요
(은석) 뭐, 그 친구한테 진 빚까지 갚아 줄 수 있어요
선생님이 왜요?
아, 그냥
아, 라라 씨를 믿으니까요
(은석) 예, 뭐, 언젠가 원금에 이자까지 쳐서 갚을 거라는 믿음!
그게 있습니다
[은석의 웃음]
[웃음]
참, 선생님도
(라라) 제가 좀 그런 면이 있긴 하죠
[웃음]
근데요, 저 그냥 준이한테 빌릴래요
왜요?
뭐라고 해야 하나?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
(라라)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제가 피아노를 칠 때 준이가 청소를 해도
전 즐겁게 피아노를 칠 수 있을 거 같거든요?
[빗자루를 달그락거린다]
[입바람을 후 분다]
[은석의 웃음] [라라의 어색한 웃음]
(라라) 근데 선생님이 청소를 하고 있으면 눈치가 보여서
저도 같이 청소를 해야 될 것만 같은 [라라가 비질한다]
그런 느낌이랄까?
[탄식]
뭐, 결국에 그 친구는 편하고
나는 불편하다는 거네요
[은석의 씁쓸한 웃음]
그런 건가? [웃음]
그, 라라 씨는
그 사람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의미심장한 음악]
[사이렌이 울린다] [사람들이 분주하다]
(여자5) 뭐야, 뭐야?
[강 형사가 말한다] [카메라 셔터음]
[의미심장한 효과음]
[날카로운 효과음]
(여자6) 아, 어떡해? 아휴
(여자7) 아, 끔찍해
[사람들이 수군거린다]
(강 형사) 그, 감식반 말로는
한 달 이상 된 시신이라고 합니다
지문 뜨려면 시간 좀 걸리겠네
대신 지갑에서 신분증이 나왔습니다
(강 형사) 물이 스며서 100% 보이지는 않는데
(윤 팀장) 이름 끝 자가
'준'
(강 형사) 네, 그, 주민 번호가 남아 있어서 조회를 해 봤는데
6개월 전에 가출 신고가 된 사람입니다
(윤 팀장) 신고자한테 연락해서 얼른 신원 파악해
네
(강 형사) 야, 조 형사!
[문이 달칵 닫힌다]
[휴대전화 진동음]
(윤실) 여보세요?
그런데요?
어디요?
[무거운 음악] 은포 경찰서 강민국 형사입니다
경찰요?
무슨 일이신데요?
어, 그게 [한숨]
아드님으로 추정되는 시체가 발견돼서요 [무거운 효과음]
(강 형사) 지금 바로 서로 좀 와 주셔야겠습니다
[떨리는 신음]
준이는 자기 얘기 하는 걸 싫어해요
가족도 없다고 했고
[어두운 음악] (라라) 사실
비밀이 좀 많아요
근데 전 무리해서 묻지 않아요
(은석) 왜?
힘들고 슬퍼 보여서요
(라라) 그래서
나중에 말하고 싶을 때
스스로 말하고 싶을 때 그때 해 달라고 했어요
(승기 모) 우리 승기가 그러는데
준이 총각이 자기 사진 찍히는 걸 그렇게 싫어한대
(예서 모) 그걸 어떻게 아는데?
승기가 전에 같이 농구를 하다가
(승기 모) 카, 멋있었나 보지? [농구공을 탕 튕긴다]
그래서 자기 너튜브 채널에 올리려고 영상을 찍었다나 봐
(미란) 근데?
(승기) 와, 진짜 폼 대박이다!
[준이 농구공을 탕 튕긴다]
어, 왜 그러는데
사진, 영상 이런 거 함부로 찍지 마
[익살스러운 음악] '사진, 영상 이런 거 함부로 찍지 마'
(승기 모) 이렇게 화를 내면서 자기 영상을 싹 지워 버리더래, 글쎄
(예서 모) '와이'?
(숙경) 아이고, 당신네들도 사진만 찍으면
뚱뚱하네, 못생기게 나왔네 하면서 지우라고 난리잖아!
'노'
(예서 모) 20대의 팔팔한 청년과
통통하고 이렇게 주름이 자글자글한 우리랑은 다르니까요
[미란의 웃음]
(미란) 아, 근데
얼굴이 알려지면 안 되는 사람인가?
(승기 모) 혹시 범죄 짓고 숨어 다니는 사람 아니야?
- (예서 모) '웁스'! - (숙경) 또, 또, 또, 또
(숙경) 생사람 잡네 아, 어디 준이 총각이 그럴 관상이야?
사람 일 모르는 거다
(미란) 아이, 됐고! 언니
그 라라 씨가 찾는다는 그 사람 얘기 좀 해 줘 봐 봐
그 뭐, '도레미파'? 뭐, 뭐, 뭐 있었잖아
(예서 모) '라이트'
라라 랜드 피아노도 그이가 보내 준 거라며? [미란이 호응한다]
(승기 모) 아, 진짜?
(라라) 어차피 2주 후에 만나기로 했으니까
보고 싶어도 알고 싶어도 꾹 참아 보려고요
그 사람을 만나러 여기까지 왔다가 결국 눌러앉게 됐네요
음, 하숙도 하고 학원도 차리고
[웃으며] 정말 그렇네
(은석) 혹시 그 '도도솔솔라라솔'이라는 닉네임의 주인이
이미 만난 사람 중에 있다는 생각 안 해 봤어요?
[의미심장한 음악]
씁, 글쎄요?
선물을 좀 하고 싶은데
(준) 아
연령대가 어떻게 되시죠?
한 20대 중반쯤?
[긴장되는 음악]
[무거운 효과음]
[준이 가위를 탁 놓는다]
[날카로운 효과음]
포장 다 됐습니다
아
좋은 선물 되세요
감사합니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한숨]
[한숨]
(라라) 오늘 밥도 차도 선생님의 금쪽같은 시간도 다 감사했습니다
쉬세요
또 봐요
[부드러운 음악] 네?
밥 살게요
안 불편해지는 그날까지
아…
- 생각… - (은석) 쉬세요
[웃음]
[멀어지는 발걸음]
[의아한 신음]
[의아한 신음]
[밝은 음악]
(준) 야, 너 벌써 세 번째야
사람을 은근히 감동시키네
[스위치를 달칵 끈다]
[휴대전화 진동음]
(라라)
뜬금없긴, 참…
(준)
(준)
(준)
(준)
[밝은 음악]
[준의 한숨]
[한숨]
[한숨]
[낑낑거린다]
[헛웃음]
(준) 너희 주인님
스트레스가 밀려와서 또 폭풍 잠 자나 보다
[라라가 코를 드르릉 곤다]
[코를 드르릉 곤다]
내가 왜 이러지?
하영아, 너 머리 진짜 잘하는 거 같아
이러다 아줌마 넘어서겠어
언니, 내가 머리만 잘하게? 메이크업도 완전 수준급이지
그러니까
[경쾌한 음악]
(하영) '에'
(숙경) 하영아
네가 라라 스타일리스트냐?
취미 생활 하는 거거든?
빨리 나와서 아침이나 먹어! 쯧
[경쾌한 음악]
[강조되는 효과음]
[신난 신음]
[숙경의 긴장하는 신음]
[강조되는 효과음]
[아름다운 음악]
[탄성]
[침을 꼴깍 삼킨다]
너무 맛있는데요?
(라라) 서울 압구정역 3번 출구의 10분은 줄 서야 먹을 수 있는
그 토스트집보다 훨씬 맛있어요 [숙경이 살짝 웃는다]
(숙경) 그래?
거기가 얼마나 유명하냐면요
(라라) 장사가 너무 잘돼서 사장님이 딱 삼 계절만 일을 해요
봄, 가을, 겨울
그리고 여름에 세계 여행을 가시는데
하, 일종의 워라밸이랄까?
어, 뭐야? 나도 먹어 보고 싶어
이게 훨씬 맛있다니까?
어떻게 저기, 몇 개 더 해서 싸 줘?
저야 너무 감사하죠 [숙경의 웃음]
금방 해 올게, 요기 입 뭐 묻었네, 오
(하영) 엄마, 그럼 하는 김에 우리 준이 오빠 것도 해 줘
엄마를 좀 그렇게 생각해 봐라, 쯧
[숙경이 가스 불을 달칵 켠다]
(숙경) 라라 너는 요즘 어때?
수강생은 잘 모집하고 있는 거야?
그럼요
[부드러운 음악] [새가 지저귄다]
[라라의 힘겨운 신음]
[라라의 힘겨운 숨소리]
아, 미미야 [미미가 멍멍 짖는다]
(라라) 아이고, 목말라
[라라의 힘겨운 숨소리]
[라라의 탄성]
아유, 시원해 [미미가 멍 짖는다]
미미야, 언니 오래 기다렸지?
아이고
세상에 쉬운 게 없다
그렇지, 미미야?
[낑낑거린다]
아휴 [문이 달칵 열린다]
어?
(라라) 벌써 왔어? 야간 알바 시간이잖아?
- 시간을 좀 바꿨어 - 왜?
피아노 배우려고
(준) 여기
레슨비
내가 네 첫 번째 수강생 해 줄게
준아
[울먹이며] 준아, 고마워, 진짜 너무 고마워!
[익살스러운 효과음]
[당황한 신음]
(라라) 미미야, 오빠 진짜 멋있지? [미미가 낑낑거린다]
오빠가 얼굴만 잘생긴 줄 알았더니 돈도 잘 빌려주고
집수리도 할 줄 알고
이번엔 피아노도 제일 먼저 배우겠대
야, 그런 얘기는 좀 속으로 하라고, 좀
오빠 진짜 짱이다, 그렇지?
참, 진짜
[은석의 헛기침]
어?
(라라) 쌤? [문이 달칵 닫힌다]
(은석) 그
피아노를 좀 배우고 싶은데
등록할 수 있을까요?
그럼요!
가능하다마다요
(라라) 어서 오세요
[라라가 피아노 뚜껑을 달칵 연다]
(라라) 준이는 초딩 때 체르니 30 치다 말았다고?
쌤은요?
피아노 안 배워 보셨구나?
(은석) 뭐, 네
씁, 그럼
도가 어딘지는 알아요?
(은석) 음, 글쎄요?
(라라) 여기 검은 건반 두 개 앞에 있는 하얀 건반
여기가 가온 도예요
[건반이 댕 울린다]
쉽죠?
그럼 시험 삼아 한번 도, 레, 미 쳐 볼까요?
도, 레, 미
[은석의 헛기침]
[건반이 댕댕 울린다]
(라라) 여유로운 자세
[의미심장한 음악] 힘이 들어가지 않은 어깨
중력을 이용하는 터치 단정한 소리까지
제대로 피아노를 치던 사람이야
- 왜 거짓말하세요? - (은석) 네?
(라라) 피아노 잘 치잖아요?
엄청 많이 쳐 봤잖아요?
[은석의 헛기침]
(은석) 안 예민한 줄 알았는데
라라 씨 보기보다 좋은 눈과 귀를 가졌네요
[입바람을 후 분다]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
(은석) '난 당신을 원해요'
에리크 사티가 수잔 발라동이라는 여자한테 고백하는 곡이잖아요
(은석) 넌 내 거라고, 그러니 사랑해 달라고
(라라) '난 당신을 원해요'
[한숨]
[잔잔한 음악]
(은석) 앞으로 레슨 있는 날은 내가 라라 씨 데려다줄게요
어차피 같은 아파트 사니까
그러든지요, 예
- (은석) 자, 가시죠 - (라라) 네
[준의 한숨] 잘 자, 준아
어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작은 별 변주곡'을 연주한다]
[잔잔한 음악]
(매니저) 야, 이게 이렇게 많이 나갔어?
야, 준아 너 아보카도 좀 더 시켜야겠다
아, 준아
너 요새 무슨 일 있냐?
아, 말도 없고 표정은 뚱하고
처음 봤을 때처럼 매가리도 없고
[한숨]
[잔잔한 피아노 연주가 들려온다]
[잔잔한 피아노 연주]
[가쁜 숨소리]
[심호흡]
[문이 달칵 닫힌다]
[놀라며] 왔어?
어
레슨 없는 날인데 와 있었네?
아줌마가 김밥 싸 놨길래 너 주려고 훔쳐 왔지
뻥인데
(라라) 아줌마가 너 갖다주래, 얼른 앉아
하, 참
(준) 잘 먹을게
잠깐
먹기 전에, 선우준 학생
[익살스러운 음악]
음, 연습을 하나도 안 했네?
아, 그게
(준) 아, 그거 오늘 하려고 내가 일찍…
(라라) 이럴 때 나의 오랜 스승이신 공미숙 선생님은
[강조되는 효과음] 손등을 때리셨지
설마 나 때리게?
(라라) 으응
더 좋은 방법이 있는데
나중에 알려 줄게
치, 엄청 궁금하네
얼른 먹어
(라라) 난 김밥 먹는 널 보고 있을 테니
[웃음]
아, 이런 것 좀 하지 마 나 체할 거 같아
[하늘이 우르릉 울린다]
[빗소리가 들린다]
어? 비 온다
[부드러운 음악]
[놀란 탄성]
그만 가야겠다, 우산 있어?
(준) 잠깐만
데려다줄게
같이 쓰고 가는 거야?
어
아, 우산이 작아서 다 젖겠는데?
나 비 맞는 거 질색이니까 잘 받쳐 줘야 돼, 꼭
까다롭기는, 치 [휴대전화 진동음]
(라라) 어?
응? 차 쌤이네
[밝은 음악] (은석) 아직 라라 랜드에 있어요?
(라라)
(은석) 퇴근길에 픽업해서 갈게요 비도 오니까
(라라)
(은석)
(라라)
[라라가 휴대전화를 달칵 접는다]
나 안 데려다줘도 되겠다
차 쌤이 집에 가는 길에 나 태워 가겠대
아, 그래?
같은 아파트 사니까 좋긴 하다 기사도 해 주고, 이런 날에
너도 사실은 좀 귀찮았지?
당연하지
[한숨 쉬며] 언제 오시지?
(라라) 쌤이 좀 늦나 보다, 그렇지?
[미미가 낑낑거린다]
[라라의 힘주는 신음]
[자동차 경적]
(라라) 어? 왔나 보다
미미도 잘 자고
[라라의 기분 좋은 신음]
[라라의 힘주는 신음]
나 갈게
(준) 어
안녕
[천둥이 콰르릉 울린다]
[무거운 음악]
(남자2) 안녕
[라라의 놀란 숨소리]
준아
준아, 왜 그래?
(라라) 준아
괜찮아?
[강조되는 효과음]
가지 마
[감성적인 음악] [천둥이 콰르릉 울린다]
가지 마
그만 가야겠다, 우산 있어?
(준) 잠깐만
(준) 헤어질 때 안녕이라는 말 하지 말아 줘라
(준) 소중한 게 없어지는 건 슬픈 거니까
(라라) 준아, 나한테 말해도 돼
네 슬픔은 내가 나눠 가져 줄 수 있어
(윤실) 내 아들은요? 왜 내 아들은 못 찾냐고요!
왜 여태 내 아들을 못 찾고 있냐고요!
(준) 무슨 일이세요?
(은석) 사실 신경 쓰여서 왔어요
여러 가지로
(민수) 이 남자가 확실해요?
(라라) 준아, 슬프면 울어
실컷 울어야 그다음도 있는 거야
오늘 제대로 울어야 내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거든
(하영) 뭐야, 그 꽃은?
(숙경) 몰라, 누가 우리 집 앞에 놓고 갔더라
(하영) 언니, 언니, 언니 반짝반짝 작은 별이 보낸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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