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솔솔라라솔 5
[잔잔한 음악]
[자동차 경적] (라라) 어? 왔나 보다
미미도 잘 자고
[라라의 기분 좋은 신음]
[라라의 힘주는 신음]
나 갈게
(준) 어
안녕
[천둥이 콰르릉 울린다]
[무거운 음악]
(남자1) 안녕
[무거운 효과음]
[사이렌 소리]
준아 [무거운 효과음]
(라라) 준아
준아, 왜 그래?
준아, 괜찮아?
[강조되는 효과음]
가지 마
[천둥이 콰르릉 울린다]
가지 마
[감성적인 음악]
준아
무슨 일 있어?
(라라)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미안
앞으로 헤어질 때
안녕이라는 말 하지 말아 줘라
응, 알았어
(준) 괜찮아졌어, 나
가
오래 기다렸겠다
가
나 간다
쌤, 저 세워 주세요
- 여기서요? - (라라) 네
(라라) 저기, 저기, 저기 인도에다가
죄송해요, 먼저 가세요
무슨 일인데 그래요? 기다릴까요?
아, 아니요, 먼저 가세요
[잔잔한 기타 연주가 들려온다]
[잔잔한 기타 연주]
[잔잔한 기타 반주가 흘러나온다]
[연주를 멈춘다]
(라라) 슈베르트의 '밤과 꿈'이네
너 왜 집에 안 가고
그냥 너랑 있고 싶어서
[의미심장한 음악]
걱정도 좀 되고
(준) 너무 오랜만이라 엉망이다
이거 반주도 네가 연주한 거야?
아니, 친구가
여자?
소중한 사람이었어
아
(라라) 준아
힘들고 슬픈 일 있으면 나한테 말해도 돼
[잔잔한 음악]
내 친구 중에
자기 힘든 일 시시콜콜 상대방한테 말해서
상대방까지 힘들게 하지 말라고 얘기한 친구가 있었다
가만 생각해 보니 그게 틀린 말은 아니더라고
그래서 나도 '그러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했었어
자기 생각만 해도 힘든 세상에
남 일까지 신경 쓰면서 감정 낭비하는 거
사실 피곤하잖아
근데
네 슬픔은 내가 나눠 가져 줄 수 있어
너니까
너라서 내가 인심 쓰는 거야
[옅은 신음]
[한숨]
무슨 일이지?
[잔잔한 음악] (라라) 너
슈베르트 병 걸려서 요절한 거 알아?
(준) 그 정도도 모를까 봐 [라라가 살짝 웃는다]
'밤과 꿈'이라는 곡도 아프고 나서 만든 곡이래
어려서부터 형제자매도 많이 죽고 자신도 병에 걸리는 바람에
(라라) 늘 죽음이 옆에 있다고 생각했대
그래서 꿈이라도 꾸고 싶었나 봐
넌? 꿈이 뭐야?
예전엔 있었는데
(준) 지금은 없어, 꿈 같은 거
(라라) 왜?
(준) 꿈을 꾸려면
과거도 돌아보고
현재도 둘러보고 미래도 상상해야 되는데
난 내 과거, 현재, 미래 그 어떤 것도 생각하기가 싫거든
(라라) 아휴
숙경 아줌마가 맨날 생각 없다고 혼내는 사람은 난데
너도 좀 혼나야겠다
그럼 넌 꿈이 뭔데?
나? 내 꿈?
(라라) 나는 [라라의 들뜬 숨소리]
한우 투뿔 안심 먹는 거 [소 울음 효과음]
[밝은 음악]
(준) 꿈이 그게 뭐야? 아이참
(라라) 왜, 꿈이 뭐 별건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게 꿈이지
나 한우 투뿔 안심 못 먹은 지 진짜 너무 오래됐거든
그리고 학원 수강생 10명 만드는 거
또 학원 가방 만드는 거
꿈이 참 거창하네
(준) 너무 거창해서 말이 안 나온다, 야
왜? 사람의 꿈의 종류와 크기는 모두 다 다른 거거든?
참, 꿈도 없는 주제에 내 꿈 무시하기는
누가 무시했다고 그래?
맞잖아! 얼굴에 쓰여 있잖아!
- (준) 아니야 - (라라) 어, 지금 표정이 무시했는데
- (준) 아니라니까 - (라라) 오리발 내밀지?
[새가 지저귄다]
[코골이한다]
[힘겨운 신음]
(라라) 응?
긴장해서 스트레스가 밀려왔나
내가 왜 여기서 자고 있지?
준아
준아
어?
(라라) 음, 아침으론
[경쾌한 음악] 케일, 시금치, 사과를 간 주스
아보카도스프레드를 바른 글루텐 프리 퀴노아빵
코코넛정크와 청포도, 블루베리 그래놀라를 넣은 요거트
레몬비네그레트드레싱을 곁들인 치커리, 적근대, 라디치오, 로메인에
블랙올리브와 브리치즈를 얹은 샐러드 정도?
준비해 줄 수 있을까?
아니, 싫어
아, 하여튼, 싫다면서 할 건 다 해 준단 말이야
[탄성]
(라라) 그나저나 아침부터 어딜 간 거야?
[새가 지저귄다]
(준) 아이
그냥 두세요, 제가 할게요
(만복) 아이고, 젊은 게 좋긴 좋구나 [준의 힘주는 신음]
나도 네 나이 땐 80kg 쌀가마도 번쩍번쩍 들었단다
그렇게 막 써서 허리가 그러신 거잖아요
(준) 이제 좀 쉬세요, 좀
말수 하나 없던 놈이 잔소리도 늘고 웃기도 잘하고
그 처자가 그렇게 좋으냐?
예?
아, 아닌데요
[휴대전화 진동음]
[준의 힘주는 신음]
- (준) 여보세요? - (라라) 준!
[경쾌한 음악]
(라라) 아침부터 나 좋아하는 거 다 차려 놓고 어디 간 거야?
(준) 야, 야, 좀 작게 말해, 좀
그냥 슈퍼에 우유 사러 갔다가
떨이로 있길래 대충 담아 온 거야
떨이?
(준) 어
그 옆의 메모는 봤어?
(준)
너 지금 나 먹이 주고 일시키는 거야?
바빠, 끊는다
[통화 종료음]
(준) 할아버지, 이거 어디다 둘까요?
아, 치
괜히 감동했네
(만복) 그
그 피아노 학원은 잘되고 있냐?
(준) 아직은 좀…
근데 나아질 거 같아요
참, 할아버지
상추나 케일, 로메인 같은 모종도 있나요?
왜?
설마 기르게?
네, 한번 길러 보려고요
오호
드디어 정착할 마음이 생긴 게로구나
[만복의 웃음]
(윤실) 저기요, 그래서 내 아들은요?
저, 강 형사님, 저기 [강 형사의 한숨]
내 아들은요? 왜 내 아들은 못 찾냐고요!
왜 여태 내 아들을 못 찾고 있냐고요!
(강 형사) 사모님
시신이 아드님이 아닌 것만도 다행이라고
펑펑 우신 게 몇 시간 전이세요
아니, 그리고 시신에서 나온 신분증만으로 아들을 어떻게 찾습니까?
일단 집에서 기다리고 계세요
뭐라도 나오면 제가 연락드리겠습니다
아, 저, 강 형사님!
[한숨]
아휴
[문이 탁 여닫힌다] [윤실의 힘겨운 신음]
[한숨]
[무거운 음악]
[통화 연결음]
[성난 신음] 추 실장, 당신!
지금 어디야?
아, 왜 여태 안 오는 거야? 빨리빨리 못 움직여?
아니, 돈을 그렇게 받고 그렇게 굼떠 가지고 얻다 써먹어!
빨리 안 와!
(TV 속 앵커) 지난 12일 은포해상공원에서 인양된 신원 미상 시신이
익사에 의해 사망했다는 부검 결과가 나왔습니다
(예서 모) 아, 미스터리하네? [TV에서 뉴스가 계속된다]
아니, 부검 결과가 나왔는데 왜 신분 확인이 안 된다는 거야?
(승기 모) 저 시체에서 지문이 안 나왔나 보지
(예서 모) 지문?
아니, 그 D…
DHA는 참치고
DNA! 그걸로 알아내면 되는 거 아니야?
아이고, 참
[흥미로운 음악] 죽은 사람 DNA가 국과수 데이터베이스
(승기 모) 뭐, 그런 데 등록이 돼 있어야 비교를 해서 알아내지
DNA 검사한다고 신분이 그냥 막 뿅 하고 나오냐?
(숙경) 이야, 승기네 '수사 남녀' 열심히 보더니
아주 형사가 다 돼 버렸어야
[함께 웃는다]
'유 윈'이여! [웃음]
(예서 모) 아, 몇 시야?
씁, 아, 그나저나 우리 애들 저, 시험 잘 보고 있나?
우리 예서야, 뭐 보나 마나 1등급 받아 오겠지만
승기는 뭐, 공부 좀 했나? 응?
수시 반영되는 마지막 시험이잖아
어, 어, 어?
(승기 모) 밤을 새우긴 하더라
- 됐냐, 됐어? - (예서 모) 밤새웠어? [숙경의 웃음]
- (승기 모) 어 - (예서 모) 그럼 2등 하겠다, 뒤에서 [문이 달칵 열린다]
(미란) 언니! [문이 달칵 닫힌다]
[흥얼거리며] 김치가 왔어요, 김치가
(TV 속 기상 캐스터) 현재 제주와 호남, 경남 지역에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왁자지껄하다]
[TV에서 일기예보가 계속된다]
(미란) 비가 또 쏟아져 [사람들의 들뜬 신음]
[예서 모의 탄성] (승기 모) 시어머니가 준 거 맞아?
(미란) 당연하지
(예서 모) 아휴, 또 썰어 왔어, 센스 보소
- (예서 모) 음, 딜리셔스 - (승기 모) 맛있지?
(숙경) 우리가 그렇게 그냥 이혼해라 해도
요, 요, 요, 시어머니 [숙경의 음미하는 신음]
이 김치 때문에 이혼을 못 하는 거 아니야, 얘가
말해 뭐 해
[숙경의 탄성] (승기 모) 얼른 가루랑 기름이랑 갖고 와
(함께) 빨리
(예서 모) 빨리빨리, 빨리
[경쾌한 피아노 연주가 들려온다]
[경쾌한 피아노 연주]
(예서 모) 아, 낭만적이다
뭐니 뭐니 해도 비 오는 날은 이 기름 지글지글 한
부침개만 한 게 없다
(미란) 맞아
(승기 모) 피아노 소리 들으면서 부치니까 뭔가 고품격인데?
[사람들의 웃음]
(숙경) 어, 얼른, 얼른 뒤집어, 이거 다 탄다 [승기 모의 놀란 신음]
(예서 모) 다 탄다, 다 타 [숙경의 다급한 신음]
[사람들의 환호성]
판타스틱
[함께 웃는다]
(미란) 근데 라라 씨 오늘 일찍 나왔네
어제 집에 안 들어와 버렸어
(예서 모) 어머! [함께 놀란다]
준이 총각 아프다고 학원서 잤잖아
(숙경) 아휴, 하영이가 공부한다고 너희 집에서 잤으니 망정이지
하영이 그 계집애가 얼마나 난리를 쳤겠어, 아휴
아휴, 생각만 해도 그냥 머리가 지끈하네, 아휴
(미란) 준이 총각 하나도 안 아파 보이던데?
[함께 의아해한다]
(준) 아, 안녕하세요
어, 혹시
[흥미로운 음악] 아보카도스프레드를 바른 글루텐 프리 퀴노아빵
- 있나요? - (주인) 뭔 빵요?
아보카도스프레드를 바른 글루텐 프리 퀴노아빵요
무슨 퀴…
- (미란) 퀴, 퀴, 퀴… - (숙경) 퀴즈?
아니야, 아휴, 하도 이름이 길어 가지고 기억도 안 나네, 하여튼
신나서 빵 사러 왔던데?
[함께 의아해한다] (미란) 응
입맛이 좀 까다로운 스타일인가 보네, 어?
퍽이나
(숙경) 누가 시켰는지 아주 그냥 딱 견적이 나오는구먼
아이고, 유난은, 쯧쯧
(예서 모) 또 여기야?
[함께 웃는다]
[경쾌한 피아노 연주]
(라라) 이 냄새
[경쾌한 음악] 고소하고 기름진 게
딱 부침개 냄샌데?
[라라의 의아한 신음]
이런 데 문이 있었네?
[쿵 부딪는다]
[힘주는 신음]
[한숨]
[휙 하는 효과음]
[기합]
[우당탕 소리가 난다] [저마다 비명을 지른다]
[사람들의 놀란 숨소리]
[익살스러운 음악] (라라) 어?
(숙경) 아니, 네가 여, 여기서 나와?
(승기 모) 저기 문이 있었어?
(미란) 아휴, 세상에, 애 떨어질 뻔했네
- (숙경) 임, 임신했어? - (예서 모) 리얼리?
(승기 모) 아니, 시험관 된 거야?
(미란) 아니, 그 정도로 놀랐다고
(라라) 저기, 저도
부침개 한 입만 먹어도 될까요?
너 지금 이거 먹자고 저 벽 뚫고 나온 거야?
벽이라기보다, 저는 그냥 문인 줄 알고
(숙경) 어머! 아휴, 정말
아니, 얘, 도대체 이게… [라라의 들뜬 신음]
아니, 이게 얼마짜리 벽인데 아휴, 나…
[승기 모의 웃음]
(승기 모) 아니, 그 외상 장부에 벽짓값도 달아 놓으면 되잖아
- (예서 모) 그래 - (미란) 아휴, 이왕 벽까지 뚫은 거 [함께 웃는다]
- (미란) 얼른 먹고 가 - (라라) 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예서 모) 참 생긴 거랑 다르다
자기 반전 있는 스타일이야? [라라의 웃음]
[휴대전화 벨 소리] [예서 모의 탄성]
복스럽네
아, 전화가…
[라라의 멋쩍은 웃음]
네, 여보세요?
지금요?
네, 지금 바로 갈게요, 네!
[라라의 들뜬 신음] [예서 모의 의아한 신음]
- (라라) 저 - (숙경) 무슨 일인데 그래?
수강생이 왔대요!
(숙경) 어?
(라라) 참, 자
[발랄한 음악] [숙경의 의아한 신음]
(라라) [살짝 웃으며] 저번의 그레이스 켈리 펌 외상값요
(승기 모) 어머나! [예서 모의 탄성]
드디어 라라 씨가 돈값 하나 보네
[예서 모의 탄성] [멋쩍은 웃음]
부침개 꼭 한 입 남겨 놔 주셔야 돼요
- 두 입 - (라라) 두 입
(예서 모) 예스
(라라) 다녀올게요
[함께 웃는다]
[라라의 가쁜 숨소리]
어? [밝은 음악]
(만복) 아가씨! 아가씨
잠깐만!
할아버지
(라라) 정말 피아노를 배우시게요?
저번에 아가씨가 쳐 줬던 그 곡
그 곡을 치고 싶어
어? '소녀의 기도'요?
(만복) 제목이 '소녀의 기도'야?
'소녀의 기도'
[만복의 웃음] (라라) 근데 할아버지
그 곡이 좀 어려워서요
(만복) 제대로 치기 전에 내가 먼저 죽을 거 같아?
[웃음]
이거 봐
내가 올해 여든인데
아가씨 보기에는 얼마나 걸릴 거 같아?
[익살스러운 음악]
어, 음…
좀 많이요?
(만복) 음
학원비는 비싼가?
그게…
할아버지, 폐지 주우시면 하루에 얼마 버세요?
(만복) 뭐, 8시간 동안 한 100kg 주우면은 약 5천 원 정도는 벌지
왜?
5천 원…
그, 한 달에 레슨비가 10만 원인데
그럼…
(만복) 아이고
내가 10원 한 장 안 쓰고
20일 꼬박 폐지를 주워야 하는 값이구먼
아, 그러니까요
제가 그 돈을 어떻게 받아요
(라라) 그, 할아버지, 그 곡 치시려면 진짜 한참 걸릴 거 같은데?
난 그래도 피아노 꼭 배우고 싶은데
[라라의 난감한 신음]
(라라) 어! 그럼 이렇게 해요
[흥미로운 음악] 사실 제가 꾼 돈도 많고 보는 눈도 많아서
학원 운영을 잘해야 되거든요
[작은 목소리로] 일단 제가 공짜로 피아노 가르쳐 드릴 테니까
소문내시면 안 돼요, 알았죠?
여기 저한테 학원 차려 준 투자자가 알면 난리 나요
[문이 달칵 열린다]
(숙경) 김치전 배달 왔다 [라라의 놀란 신음]
(숙경) 어머! 할아버지 [라라가 딸꾹질한다]
[라라의 헛기침]
아, 요새 왜 통 안 보이셨어요?
머리 자르러도 안 오시고, 아휴
두 분이 어떻게 아세요?
아이, 여기 건물주시잖아 [발랄한 음악]
가게 주인
- 몰랐어? - (라라) 네?
[딸꾹질한다] [숙경이 딸꾹질하는 시늉을 한다]
[숙경의 웃음]
(숙경) 김치전 드세요 [라라가 딸꾹질한다]
아주 바삭하게 잘됐어요
야, 진하영
(승기) 야, 일어나 봐, 어?
아, 진짜 짜증 나게
아, 나 좀 놔둬
(하영) 오랜만에 머리 썼더니 진짜 겁나 피곤해
[감성적인 음악이 흘러나온다]
이게 뭐야?
노래 좋지?
어제 밤새 너튜브 하다가 발견한 건데 20년 전 노래래
우리 태어나기도 전에 나온 거
뭐, 엄마가 들었던 거 같기도 하고
좋네
근데 뭐?
아이, 가사를 들어 보라고, 가사를
[감성적인 음악이 흘러나온다]
그래
나 사랑한다는 말 아껴 두면 안 될 거 같아
나 오늘 고백할 거야
[승기의 헛기침]
아, 우리 준이 오빠 말이야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진짜 이렇게 두면 안 되겠어
(하영) 야
[하영의 한숨] (승기) 뭐, 뭐?
[짜증 섞인 신음]
(준) 네, 맛있게 드세요
매니저님?
[매니저의 놀란 신음] 치킨샌드위치 하나요
- (매니저) 아, 예 - (준) 네
(매니저) 예, 치킨샐러드 여기 있습니다
- (매니저) 맛있게 드세요 - (손님) 감사합니다
[문이 달칵 여닫힌다] [매니저의 헛기침]
- (매니저) 준아 - (준) 네?
(매니저) 저기 저 남자가 계속 너만 봐
[준의 한숨] [준이 펜을 달칵 내려놓는다]
무슨 일이세요?
아픈 건 좀 괜찮아요?
(은석) 씁, 아, 그, 어제 라라 씨가 그쪽이 많이 아팠다고…
제가요?
[흥미로운 음악]
(은석) 뭐, 혈색도 그렇고 일하는 걸 보니까 다 나았나 보네요
나은 게 없겠죠?
안 아팠으니까
아… [웃음]
네, 그렇군요
설마 날 진찰하러
이 붐비는 점심에 샌드위치 먹으러 여기까지 온 건 아닐 테고
사실 신경 쓰여서 왔어요, 뭐
여러 가지로
[휴대전화 진동음]
(은석) 네, 김 간호사님
네?
[한숨]
[통화 종료음]
일이 좀 생겨서 다음에 얘기해요
싫은데요?
[헛웃음]
(은석)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영주) 정남 씨한테 들었어
둘이 술 먹었다며
아휴, 여기 너무 덥다 일단 시원한 데로 가
(은석) 난 자연 바람이 좋더라, 여기 있자
당신 지금 내 말에 토 다는 거야?
아이, 그냥
내 의견을 말한 거야
[은석의 한숨]
무슨 일이야?
그냥 아침 먹다가
꼴 보기 싫은 당신 면상이 생각나서 왔어
여전하다
어, 그럼
(영주) 난 여전히 아름답고 완벽해
나 당신 없이도 잘 먹고 잘 자고 잘 산다고, 아주
(은석) 자랑하러 왔니?
뭐 하고 사나 했더니
[피식하며] 결국 또 의사 하네
뭐, 배운 게 이 기술밖에 없는데
나도 먹고는 살아야지 아버지도 도와드려야 되고
(영주) 그러니까, 어?
왜 다 박차고 나가서 지지리 궁상이야, 궁상은
(은석) 제발 함부로 말하지 마
지금 내 말에 또 토 다는 거네, 당신?
너 도대체 여기 왜 왔니, 어?
뭐, 심심해서 나한테 시비 걸러 온 거면
다시는 오지 마
(영주) 아, 자, 자, 잠깐, 잠깐
아, 멀리서 왔는데
밥 한 끼는 사 줘야지
(은석) 끝나고
피아노 치러 가야 돼
피아노?
너 내가 피아노 치는 거 몰랐지?
아, 진짜?
요즘에서야
[잔잔한 음악] 어떤 사람을 보고
내 문제점이 뭔지 알게 됐다
(은석) 뭐든 제대로 말하지 못했던 거
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했던 거
그래서?
[한숨 쉬며] 그래서
솔직하게
한번, 얘기 한번 해 보려고
오영주 씨!
[흥미로운 음악] (은석) 그 정장이랑 백이랑 구두랑 머리
싹 다 안 어울려!
요
[은석이 숨을 후 내뱉는다]
[영주의 어이없는 숨소리]
(영주) 저게 진짜 뒤늦게 중2병이 왔나?
왜 저래!
[라라의 의아한 신음]
(라라) 아휴
(라라) 도대체 똑같은 걸 몇 개나 사 놓은 거야?
[건반이 댕댕 울린다]
- (라라) 준아 - (준) 너 보러 온 거 아니야
(준) 브레이크타임에 내가 시킨 일 잘했나 검사하러 온 거지
[발랄한 음악] (라라) 아
시킨 일?
(준) 바닥 청소, 설거지, 이불 정리
어, 그거 막 하려던 참이었는데?
(준) 내가 이럴 줄 알고 와 본 거야, 내가
내 방 이불 정리는?
(라라) 당연히 해야지
(준) 야, 너 그걸 지금 정리라고 하는 거야? 지금 그걸?
(라라) 너 신데렐라 계모 같아
일시키고 구박하는
(준) 도시락 사 왔으니까 먹을 거면 먹든지
잘 먹을게, 준아
(준) 천천히 먹어, 좀
나 갈게
벌써 가게?
브레이크타임에 잠깐 온 거라니까
알았어
(라라) 근데 준아
뭘 크림을 두 개씩이나 샀어?
집에 하나, 여기에 하나 놓고 쓰라고 그런 거야?
너무 고맙잖아
집에 똑같은 게 있어?
네가 나 쓰라고 문 앞에 두고 간 거 아니야? [살짝 웃는다]
아니야
[차분한 음악]
그럼 누구지?
[웃음]
[기분 좋은 한숨]
(영주) 아니, 어디 가?
[못마땅한 숨소리]
'라라 랜드'?
[영주의 비웃음]
(영주) 이름 꼬라지하고는
아휴, 가지가지 한다, 가지가지 해
(숙경) 피아노 배우시게요?
(영주) 아니요, 안 배워요
[익살스러운 음악]
[헛기침]
(숙경) 그럼 여기서 뭐 하시는 걸까?
보아하니 동네에서 처음 보는 얼굴인데
머리하러 왔어요, 머리하러
(숙경) 어, 잠깐, 잠깐, 잠깐, 잠깐, 잠깐 잠깐, 잠깐, 잠깐
자, 들어오세요 아유, 보기 드문 미인이시다
커피 드실래요, 티 드실래요? 아니면 아이스크림?
[숙경의 웃음]
(숙경) 자, 어떻게 해 드릴까요?
파마, 염색, 영양, 커트
말씀만 하세요
[영주의 어색한 웃음]
그, 드라이로 해 주세요, 드라이로
오, 제 주특기가 드라이인 거 어떻게 알고
제가 헤어스타일로 키 5cm는 거뜬히 늘여 드려요
[숙경의 웃음]
[숙경이 흥얼거린다] [격정적인 피아노 연주가 들려온다]
[숙경의 탄성]
(숙경) 잘 친다, 잘 쳐
- 저기 - (숙경) 음?
저 학원엔 잘 치는 수강생들이 많나 봐요
(숙경) 아마 선생님이 치는 걸 거예요
수강생은 한 두세 명 되려나? 응
그 선생님은 여자?
(숙경) 네
이뻐요?
씁, 뭐, 그
(숙경) 예쁘장하긴 한데 객관적으로다가
저보다 못해요
아, 그렇구나
[헤어드라이어 작동음]
[입소리를 쉭 낸다]
[격정적인 피아노 연주]
[은석이 숨을 깊게 내뱉는다]
[살짝 웃으며] 형편없었죠?
아니, 오랫동안 안 쳤다면서 어쩜…
아, 그, 중학교 콩쿠르 곡이라 손이 외우고 있나 봐요
라라 씨도 잘 알잖아요 얼마나 반복하는지
(라라) 그렇죠, 그, 치고 치고 또 치고 또 치고
아, 근데 선생님 피아노를 이렇게 잘 치면서
왜 의사가 됐어요?
(은석) 음
공부를 너무 잘해서
[익살스러운 효과음]
피아노도 잘 쳤지만 공부는 더 잘했거든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사실 못하는 게 없었습니다
아, 부모님이 공부하기를 원하셨기도 했고요
(라라) 아 [어색한 웃음]
은자스시네
[라라의 웃음]
- (은석) 은 뭐요? - 은자스
은근히 자랑하는 스타일이라고요
(은석) 이야
정말 오래간만에 누군가 지어 준 별명이네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잘 간직하겠습니다, 그 별명
[웃음]
네, 은자스 선생님
(라라) 쇼팽 '혁명'은 왼손이 훨씬 더 중요한 거 아시죠?
아직 왼손 터치가 별로니까 더 연습하셔야 돼요
악센트 잘 지키면서
그리고
[헛기침]
그…
선생님 나이에 전공할 것도 아니고 그냥 혼자 취미로 치셔도 될 거 같은데
가르칠 것도 없을 거 같아
맘 같아선 '그냥 취미로 피아노 치고 가세요'
이렇게 말하고 싶긴 한데
(만복) 아가씨
[발랄한 음악] 사람이 돈을 모으려면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 되는 거야
이래서 봐주고 저래서 봐주고
사람들 처지 다 봐주다가는 돈 못 벌어
(라라) 그래도 레슨비 꼭 받을래요
네, 레슨비 꼬박꼬박 잘 낼게요
(은석) 씁, 저, 끝나고 저녁 식사 어때요?
콜!
[영주가 드르릉 코를 곤다]
[흥미진진한 음악]
뭐야?
마음에 드세요?
(영주) 눈은 뒀다 뭐 하는지 몰라
지금 내가 표정으로 말하고 있는 거 안 보여요?
너무 마음에 드시나 보다
(숙경) 얘기를 들어 보니까 서울 분 같은데
우리 헤어 숍은 어찌 알고 오셨대요?
아, 그, 뭐
별그램에서 본 거 같기도 하고
(숙경) 어머 [웃음]
누가 우리 숍 홍보를 내 허락도 없이 했어, 아
- (숙경) 참, 참, 참, 참, 참, 참 - (영주) 쉿, 쉿, 쉿, 쉿!
피아노 소리가 안 들리네?
(숙경) 레슨이 벌써 끝났나?
[익살스러운 음악]
[영주가 지갑을 달그락거린다]
[돈을 탁 내려놓는다]
아, 저, 아이, 손님, 저기
아, 여기 잔돈 가져가셔야… [문이 달칵 열린다]
감사합니다 [문이 달칵 닫힌다]
(숙경) 또 오세요!
[문을 덜커덕 흔든다]
(영주) 아유, 고새 어딜 간 거야?
- 딴 데 가죠 - (라라) 왜요?
여기 준이 일하는 데잖아요
[라라의 신난 신음]
[한숨 쉬며] 오늘만 벌써 두 번째인데
- 어? 누나 왔어요? - (라라) 오냐
- (은석) 아… - (하영) 뭐야? 아저씨는 웬열?
(은석) 안녕
[발랄한 음악]
(은석) 왜 꼭 이렇게 앉아 있어야 하는 거지?
(하영) 우린 원래 이렇게 준이 오빠 보면서 먹어요
(라라) 저녁 모임의 룰이랄까?
(승기) 준이 형은 되게 싫어해요
[매니저의 탄성]
팬클럽 한 명 추가네
(매니저) 슈트 입은 남자 아까 낮에도 오지 않았냐?
(준) 네
(매니저) 씁, 어쩐지 눈빛이 예사롭지가 않더니
너한테 홀딱 빠진 거 같아
(준) 아, 팬클럽 아니라고요
[준의 답답한 신음] [준이 행주를 툭 놓는다]
(라라) 시험은 잘 봤어?
(승기) 누나 저희 무시해요?
당연히 망했죠
(라라) 자랑이다
아저씨는 의사니까 공부 잘했겠네요?
(은석) 당연하지
난 세상에서 공부가 제일 쉬웠어
[휙 하는 효과음]
(하영) 아, 잘난 척 쩌네, 진짜
야, 여태까지 결혼도 못 하고 독거하는 이유가 다 여기 있는 거야
(승기) 맞아, 맞아
(은석) 나 한 번 갔다 왔는데?
결혼도 해 봤고 이혼도 했어
[익살스러운 효과음]
(하영) 아, 아저씨!
아, 무슨 그런 얘기를 이런 데서
고딩들이랑 샌드위치 먹으면서 해야겠어요?
아유, 쌤 민망하게 왜 그래?
멋있네
와, 마음에 진짜 들어요, 차 쌤
[하영의 박수]
- 뭐, 인정 - (승기) 인정
[은석이 피식한다]
(준) 다들 뭐가 그렇게 재밌어?
(하영) 오빠, 이제 끝난 거야?
오빠, 근데 저 아저씨 돌싱이래
아, 빨리 가자 나 오늘 오빠한테 할 말 있어
[승기의 짜증 섞인 신음] [문이 달칵 열린다]
(하영) 오빠, 얘기 좀 하자고
(준) 무슨 얘기를 하냐고, 너랑
(하영) 아, 오빠가 들어 줘야 얘기를 하지
전혀 몰랐어요
내가 말을 안 했으니까 당연한 거 아닌가?
뭐, 이혼남이라고 이름표 써 붙이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라라와 은석의 웃음]
(하영) 아, 오빠!
나랑 얘기 좀 하자고
(준) [한숨 쉬며] 뭐? 뭐? 해
나 오빠한테 고백할 거야
[은석의 헛웃음]
(승기) 형, 나 화장실 좀, 아, 급해
[흥미로운 음악] 아, 뭐야? 너 혼자 가면 되잖아
(승기) 야, 여태 몰랐냐? 나 혼자 화장실 못 가!
아, 뭐래?
(승기) 제발, 나 급해
나 화장실 좀 데려가 줘라, 응?
[승기의 괴로운 신음]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준) 가, 가 [승기의 안도하는 신음]
(하영) [발을 탁 구르며] 아이씨
(은석) 씁, 이야, 참 재밌는 아이들이네
[혀를 쯧쯧 차며] 못 말리는 애들이죠
[숙경의 의아한 신음]
(숙경) 아니
이런 게 왜…
왜 여기 있지?
보낸 사람 이름도 없고 받는 사람 이름도 없고
[냄새를 씁 맡는다]
아휴, 그래도 이쁘네
[문이 달칵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하영의 성난 숨소리] [문이 탁 닫힌다]
(하영) 와, 진짜 짜증 나네
아, 이승기 그 자식이 다 망쳤어
(라라) 어, 다녀왔습니다, 꽃이다!
[라라의 탄성] (하영) 어, 뭐야, 이 꽃은?
(숙경) 몰라, 누가 우리 집 앞에 놓고 갔더라
설마
몰래 날 좋아하는 사람이 있나?
(하영) 치, 아줌마를 누가 좋아하냐?
아줌마는 사람 아니냐?
어! 언니
(하영) 언니, 언니, 언니
그 반짝반짝 작은 별이 보낸 거 아니야?
[흥미로운 음악] (숙경) 라라야, 그, 별그램 확인해 봐, 얼른
(라라) 어디 보자
어? 아무 메시지 없는데?
그래?
씁, 그럼 누가 보낸 거지?
[음산한 음악]
[무거운 효과음]
(준) 얼른 쑥쑥 자라서 샐러드 접시에 올라가자
[미미가 낑낑거린다]
[준이 물조리개를 달칵 놓는다]
너희 주인님 잘 들어갔나?
[리드미컬한 음악]
[고민하는 숨소리]
[라라와 은석의 웃음]
주인님한테 전화 한 통 해 볼까?
[낑낑거린다]
[숨을 씁 들이켠다]
[입소리를 쩝 낸다]
[한숨]
(준) 전화할까?
[낑낑거린다]
그래, 하자, 전화하자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응? 밤에 안 자고 어쩐 일이지?
[휴대전화 조작음]
여보세요?
나야
나 누구요?
목소리만 듣고는 누군지 모르겠는데요?
기타 소리를 들으면 알 것도 같고
[피식 웃는다]
(준) 아직 안 잤어?
아, 나 세수를 하고 잘까 그냥 잘까 고민 중이었어
고민하는 사이에 씻고 왔겠네
안 그래도 나 너한테 할 말 있었는데 잘됐다
(준) 왜, 무슨 일 있어?
드디어 차가 수리돼서 나왔대
찾아가라고 연락 왔는데 같이 가 줄 거지?
당연하지, 내 거나 다름없는 차인데
그거 담보로 돈 빌려준 거 잊었어?
안 까먹었거든?
그동안 내가 꾼 돈 정산이나 잘해 놔
- 당연하지 - (라라) 근데 왜 전화했어?
어
(준) 음…
그러니까 전화를 왜 했냐면
[낑낑거린다]
그러니까
(준) 그러니까 왜 전화를 했냐면…
[한숨]
잘 자라고
[한숨 쉬며] 너 되게 싱겁다
그 말 하기가 그렇게 힘들어?
잘 자
(라라) 잘 자, 잘 자, 잘 자
잘 자, 잘 자, 잘 자, 잘 자 난 엄청 잘하지롱
아휴
(라라) 아, 아이, 인사를 했더니 갑자기 급 피곤하네
세수 안 하고 그냥 자야겠다 잘 자, 준아, 내일 봐
[통화 종료음]
[뱃고동이 붕 울린다]
[민수의 힘주는 신음]
(윤실) 빨리 보고해 봐요
어디서 어떻게 찾고 있는지
[민수의 헛기침]
(민수) 운 좋게도 제 고향이 여기라 아는 애들을 쫙 풀었습니다
일단 도착했을 확률이 높은 터미널부터 파악 중인데…
(윤실) 아!
[긴장되는 음악] 절대 전단지는 뿌리면 안 돼요
애 아빠가 알면 큰일 나니까
빠르게, 아무도 모르게 비밀리에 진행해야 된다고요
(민수) 그럼요, 그리고…
(윤실) 또 뭐요?
(민수) 인력이 늘어나서 진행비를 좀 더 주셔야…
(윤실) 아휴, 씨
아니, 뭐라도 찾고 난 다음에 얘기를 해야지
작은 단서 하나라도 찾은 다음에!
아, 여태 한 게 뭐가 있다고! 쯧
(윤실) 아, 피곤해
안 내리고 뭐 해요!
예
[자동차 시동음]
[민수의 짜증 섞인 신음]
저 여편네
돈줄만 아니었으면 그냥 콱!
[씩씩거린다]
(라라) 어, 준아, 괜찮아, 천천히 와
나 주스 한잔하고 있을게
응 [통화 종료음]
- (직원1) 주스 나왔습니다 - (라라) 네
- (민수) 아이스커피 - (직원1) 네
[커피 머신 작동음]
[흥미로운 음악] [라라가 살짝 웃는다]
피아노 배우고 싶으세요?
(직원1) 커피 나왔습니다
(라라) 뭘 배우기에 늦은 나이란 없는 거거든요
저희 학원엔 무려 80이 되신 할아버지도 다니신답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민수) 아가씨
내 낯짝을 봐
피아노를 치게 생겼는지
피아노를 때려 부술 것 같은 관상이긴 하시네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라라의 웃음]
[휴대전화 벨 소리]
[익살스러운 효과음]
(남자2) 형님, 두 달 전쯤 여기 터미널에서 본 사람이 있다는데요?
(민수) 기다려, 바로 갈게
[통화 종료음]
그거 주세요
[흥미진진한 음악]
(민수) 왜 줬다 뺏어?
필요 없다고 버릴 거잖아요
(민수) 내, 내가, 내가 전화하면 어쩔 건데?
어차피 안 할 거면서
[라라와 민수의 힘주는 신음]
[한숨 쉬며] 내가 반드시 전화한다
너 꼭 찾아갈 거야
(라라) 레슨비 10만 원이에요
10만
[못마땅한 숨소리]
[보행 신호 알림음]
(준) 모르는 남자랑 무슨 얘길 그렇게 해 [차 문이 탁 닫힌다]
- (준) 위험하게 - 뭐
살벌한 영업이라고나 할까?
[자동차 시동음]
(라라) 꼭 오세요
(민수) 이 남자가 확실해요?
아…
(직원2) 그때 모자를 쓰고 있어서
[어두운 음악]
(직원2) 오늘 분실물 들어온 건 없는데
그, 소매치기당한 것 같으니까 일단 카드 분실 신고 먼저 하세요
어, 얼마 전부터 이런 일이 많네
신고하실 거죠? 제가 경찰서 위치 알려 드릴게요
아, 아
(준) 아니에요, 네
(직원2) 대부분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는데
이분은 그냥 가더라고요
그게 좀 걸려서 기억에 남는달까?
[기계 작동음]
[라라의 반가운 숨소리]
(직원3) 차 키 여기 있습니다
(라라) 감사합니다
아, 고생했다, 쥬쥬야
[라라가 입을 쪽 맞춘다]
수고 많았어
[라라의 기쁜 신음] 쥬쥬?
내가 얘기 안 했나, 이 차 이름?
(라라) 라라, 미미, 쥬쥬
삼총사잖아, 우리
[헛웃음]
쥬쥬 운전해 볼래?
- 나 면허 없어 - (라라) 여태 면허도 안 땄어?
그럼 내가 태워 줄게, 타
[밝은 음악]
(라라) 나 대학 합격하고 아빠가 처음 사 준 차야
아빠가 몇 번 바꿔 준다고 했는데 그냥 계속 타겠다고 했어
- (준) 왜? - 정들어서
[라라의 웃음]
[라라가 글러브 박스를 달칵 연다]
(라라) 이게 뭔지 알아?
글쎄?
사고 나지 말라고
(라라) 아빠가 감아 준 거
(라라) 아빠, 촌스럽게 누가 보면 이거 창피해
(만수) 창피하긴, 잘 보관하고 다녀
(만수) 널 걱정하는 아빠 마음이다
이것 때문에 나, 너, 미미 쪼금밖에 안 다친 거 인정?
(준) 응
인정
그럼 어디 출발해 볼까?
(라라) 나 카레이서 해도 되겠지?
큰일 날 소리
음, 네가 면허가 없어서 내 실력을 모르나 본데
(라라) 이 정도면 완전 세계적인 선수급이거든
이렇게 정든 차를 팔아도 괜찮겠어?
음, 나도 염치가 있지
돈 없어서 중학교밖에 못 나온 너한테 신세를 져도 너무 많이 졌잖아
빨리 돈 갚고 독립하도록 할게
[잔잔한 음악]
대신
딱 하루만 기다려 줘
그래
아, 저 또라이
(숙경) 아, 왜 쟤는 차에서 잠을 잔다고 저런다니, 저거?
왜, 난 완전 이해되는데
하여튼 똑같은 것들이야 [숙경이 혀를 쯧쯧 찬다]
[하영을 툭 치며] 깨워
[숙경이 구시렁거린다]
[못마땅한 신음] [멀어지는 발걸음]
[한숨]
(라라) 하영아
어?
[하영의 헛기침]
[한숨 쉬며] 나 언니 위험할까 봐 온 거 아니고
그냥 나도 한번 차에서 자 보고 싶어 가지고, 어
온 거니까 오해하지 마
[의자를 달그락거린다]
[하영의 힘주는 신음]
[부드러운 음악]
(라라) 하영아
쥬쥬와의 마지막 밤 함께 보내 줘서 고마워
[코를 훌쩍인다]
내가 오해하지 말랬지?
(하영) 아휴
그래서? 쥬쥬는 얼마 준대?
천오백
씁, 준이 빚 갚고 하숙비 내면 얼추 맞을 거 같아
쯧, 좋네
아휴
(딜러) 오케이, 됐습니다
자, 차량 등록증, 인감 증명서 신분증 주시고요, 예
아이고
신분증, 아, 예, 예
여기 받으시고요
네, 거기 금액 확인하시고요
사인만 해 주시면 제가 바로 입금하겠습니다
[애잔한 음악]
(라라) 저, 사장님
꼭 좋은 사람한테 파셔야 돼요
거참, 알겠다니까 몇 번을 그렇게 말씀을 하십니까 [딜러의 웃음]
(딜러) 걱정하지 마시고 거기, 예, 사인하십시오
(라라) 준아
안 팔아요, 이 차
[잔잔한 음악]
(준) 돈은 천천히 갚아도 돼
(라라) 정말?
- (라라) 그래도… - (준) 대신
앞으로 내 기사 해
기사? 네 셔틀을 하라고?
너 한우 투뿔 먹는 게 꿈이라며
(준) 나는 내 전용 기사 갖는 게 꿈이야
- 뭐? - (준) 꿈이 별건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게 꿈이지
(라라) 꿈이 뭐 별건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게 꿈이지
(준) 대신 내가 부르면 바로 차 가지고 나와야 된다
알겠지?
씁, 아, 구 기사 나 드라이브가 하고 싶은데
네, 회장님, 어디로 모실까요?
[준의 한숨]
(라라) 솔직히 말해 봐
너, 나 셔틀 시켜서 복수하려는 거지?
뭐야? 진짜야?
나 기사로 부려 먹으려고 차 못 팔게 한 거야?
(준) 음
소중한 게 없어지는 건 슬픈 거니까
그래서 그냥 있게 한 거야
전에 내가 말했던
소중한 친구 말이야
기타 반주 녹음했던
(라라) 응
죽었어
[쓸쓸한 음악]
준아
슬프면 울어
(라라) 실컷 울어야
그다음도 있는 거야
오늘 제대로 울어야
내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거든
[울음 섞인 숨소리]
[라라가 울먹인다]
[훌쩍인다]
[훌쩍인다]
[헛웃음 치며] 넌 왜 울어?
[울먹이며] 몰라
그냥 네가 우니까 나도 슬퍼
[피식한다]
[헛웃음]
[웃음]
[함께 웃는다]
(숙경) 선생님!
(은석) 아휴, 안녕하세요
오늘은 일찍 출근하나 봐요?
아, 저, 뭐, 서울에 갈 일이 좀 있어서, 예
(은석) 아, 저, 그런데
라라 씨가 혹시 차 판다고 하지 않았나요?
아, 그냥 쓰라고 했대요
(숙경) 준이 총각이 빚 천천히 갚으라고
그냥 뭐, 타라고 했나 보더라고요
아, 예
(은석) 그렇군요, 잘됐네요 [숙경의 고민하는 신음]
- (숙경) 어, 이거 - (은석) 예?
[익살스러운 음악] (은석) 아이고
- (숙경) 머, 머리, 이거 - (은석) 아, 예 [숙경의 어색한 웃음]
아휴 [은석의 어색한 웃음]
- (은석) 아이고 - (숙경) 5cm, 5cm
[숙경이 입김을 하 분다] (숙경) 아, 됐네요
(은석) 아, 고맙습니다, 예, 저는 그럼
[숙경의 탄성]
(숙경) 참
걷는 폼도 멋지다
[한숨]
[입소리를 쩝 낸다]
(간호사) 안녕하세요
(정남) 형!
형!
은석이 형
어?
[정남의 한숨]
(정남) 뭔 일 있어?
갑자기 우리 병원에 행차를 다 하고
어휴, 박 선배 잠깐 보러 왔다
- 저, 신경외과 박춘호 선배? - (은석) 어
- (정남) 왜? - 아, 별일 아니야
그, 물어볼 게 좀 있어서
(은석) 씁, 요새도 많이 바빠?
(정남) 뭐, 일이야 늘 많은 거고
짬짬이 선보느라 더 바쁘지, 뭐
(은석) 참 일관성 있는 놈이다
바쁜데 시간 뺏었다, 잘 마셨어, 갈게
에이, 더 있어도 되는데
(정남) 아, 급하기는
[의미심장한 음악]
(정남) 왜?
아는 얼굴이라도 있어?
혹시
이 사람 누군지 알아?
(정남) 병원장 아들이잖아
선우재단 금지옥엽 외아들
(정남) 우리 엄마 정보에 의하면
저 아랫동네, 의대 잘 보내는 자사고 다닌다고 하더라
아무래도 재단 후계자니까 의사 먼저 시키려고 하는 거겠지
얘 공부도 엄청 잘한대
아마 고3일걸?
고3?
[가쁜 숨소리]
[숨을 고른다]
[부드러운 피아노 연주]
왔어? [문이 달칵 닫힌다]
(준) 어
[준이 냉장고 문을 달칵 여닫는다]
[준이 시원한 숨을 내뱉는다]
[연주를 멈춘다]
왜 그만 쳐?
준아, 너 좀 이상해
뭐가?
[밝은 음악]
왜 이래?
너
며칠 사이에 키가 더 큰 거 같아
(라라) 씁, 남자들은 24살에도 키가 더 자라나?
(정남) 표정이 완전 맛이 갔네?
(정남) 아니, 뭐, 병원장 아들이 고3이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어?
[당황한 숨소리]
(라라) 아, 가만히 좀 있어 봐!
이렇게 해야 다음 달에 확인을 하지
아, 좀 빨리해, 좀
(라라) 알았어, 알았어
[라라의 비명]
[리드미컬한 음악]
[경쾌한 피아노 연주가 들려온다]
[은석의 한숨]
[은석의 옅은 신음]
[한숨]
[약통이 툭 떨어진다] 아, 미안합니다
[준의 놀란 신음]
[의미심장한 음악]
죄송합니다
네
우리 전에 본 적이 있던가요?
[강조되는 효과음]
[경쾌한 음악]
(라라) 어머!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아, 미쳤나 봐
(준) 우리 둘 다 비밀이 있네요
난 거짓말을 했고 선생님은 진실을 숨겼어요
이것도 기망 아닌가요?
그러니 밝히는 것도 각자 합시다
스스로 적당한 타이밍에
(재민) 근데 선생님, 그 곡요 왜 그 형이 올 때만 쳐요?
(라라) 그 곡은 그 형을 마중 나가는 곡이거든
너도 이렇게 아는 걸 그 형은 알지도 못하더라
(준) 라라야,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사라지면
넌 어떨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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