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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도솔솔라라솔 7

 

  (상인)   분명 맞는다니까   내가 확실히 기억하는데

 

  그날 이 남자 아니었으면   만복 아저씨는 벌써 저세상 갔어

 

  그 어르신을 잘 안다고요?

 

  아, 그럼, 잘 알다마다   이 앞 길을 30년 동안 다닌 양반인데

 

  [의미심장한 음악]

 

  오 마이 갓

 

  (하영)   뭐야? 엄마, 왜 그래? 왜, 왜, 왜?

 

  [탄성]

 

  (숙경)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 (하영) 아, 왜?   - (숙경) 그, 그, 그, 저기

 

  (숙경)   내가 그, 머리 싹둑 잘라먹은 그 손님

 

  - (하영) 어? 진짜로?   - (숙경) 어

 

  [밝은 음악]

 

  [살짝 웃는다]

 

  (라라)   정말 생각도 못 했어요

 

  언제부터 저를 알고 있었던 거예요?

 

  [웃음]

 

  왜 이제야 나타났어요?

 

  얘기하시지

 

  아저씨?

 

  (라라)   너무 떨려 가지고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될지 모르겠네요

 

  어? 차 쌤

 

  아휴, 참

 

  오늘 수술 있어서 못 오신다면서요?

 

  (숙경)   어머, 선생님도 구경 오셨구나?

 

  [숙경의 웃음]

 

  왜 얘기 안 했어?   이렇게 중요한 정보를

 

  (하영)   아니, 원래 안 온다고…   [하영의 괴로운 신음]

 

  (숙경)   아휴, 얘가 이렇게   큰 소리를 치고 그래?

 

  (은석)   저, 이분은?

 

  닉네임 '도도솔솔라라솔'…

 

  ♪ 반짝반짝 작은 별 ♪

 

  (하영)   되시겠습니다

 

  (승기)   자, 자, 누나랑 반짝 별 님

 

  [잔잔한 음악]   마주 보고 웃어 보세요

 

  [중호의 웃음]   (숙경)   아, 결혼식 찍냐?

 

  하여튼 이것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그냥

 

  [숙경이 구시렁거린다]   어, 저…

 

  매번 보내 주신 응원의 글 보면서   힘 많이 냈어요

 

  (라라)   그냥 이렇게 모른 채로   평생 연락만 하면서 살아도

 

  힘이 나겠다 싶다가도

 

  '아니지, 피아노도 보내 주셨는데   꼭 얼굴 보고 감사 인사는 드려야지'

 

  생각도 많이 하고

 

  하루에 열두 번씩 마음이 바뀌었달까요

 

  - 저기…   - (중호) 근데 어쩌죠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나 본데   저는 아닌 거 같습니다

 

  [익살스러운 음악]   (숙경)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그쪽이 '도도솔솔라라솔' 아니세요?

 

  도도솔솔…

 

  (중호)   그게, 뭐, 뭔가요?

 

  (하영)   엥? 뭐야, 아닌가 봐

 

  아, 헛다리 짚었네

 

  (승기)   아직 안 온 건가?

 

  (숙경)   아, 근데 저

 

  왜 여태 그, 반짝 별인 것처럼   하고 있었어요?

 

  아니, 그거야

 

  (중호)   아무도 아니라고 말할 기회를   안 줬잖아요, 다들

 

  어, 우리가 언제요?   [숙경이 호응한다]

 

  (승기)   촬영하는 제삼자의 눈으로서   한마디 하자면

 

  그랬어

 

  아니, 셋이서   쉬지도 않고 떠들어 대니까   [라라의 난처한 신음]

 

  끼어들 틈이 참새 눈곱만큼도 없더라

 

  (중호)   그렇지

 

  그럼 중호 씨는   여기 어떻게 온 거예요?

 

  아, 이 카페

 

  경치가 좋아서   제가 자주 들르는 곳입니다

 

  - (라라) 아…   - (숙경) 아이고

 

  - 저기   - (숙경) 선생님, 저…

 

  (숙경)   일단, 아휴, 정신없고 다리 아프시죠?

 

  저쪽에 가셔 가지고   차나 한잔하시면서 기다리시죠

 

  [은석이 호응한다]

 

  [어색한 웃음]   무슨 차 좋아하세요? 가자, 얘들아

 

  (승기)   네, 네

 

  [하영의 힘겨운 신음]   [승기의 한숨]

 

  [한숨]

 

  (라라)   오늘은 꼭 오겠지?

 

  그럼

 

  (승기)   힘 뺐으니까 좀 쉬면서 기다려 보자

 

  (하영)   아, 근데 그건 그렇고   왜 우리 준이 오빠는 안 오냐?

 

  설마 까먹은 건가, 언니?

 

  [준의 가쁜 숨소리]

 

  무슨 일이에요, 할아버지?

 

  [입소리를 쩝 낸다]   [한숨]

 

  [의미심장한 음악]

 

  어, 이 아이가 맞소

 

  지금 어디 있습니까?

 

  왜 이 아이를 찾는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 여기 없어요

 

  거짓말하시면 큰일 납니다

 

  저 연세 있다고 안 봐드려요

 

  한 달쯤 됐나

 

  친구 만나러 간다고 전주로 갔소

 

  [무거운 효과음]   (만복)   일단 말은 그렇게 해 두었다만

 

  준아

 

  이게 정말로 널 위한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집에서 저렇게 찾는데   돌아가지 않아도 되겠냐?

 

  때가 되면

 

  제가 알아서 갈게요

 

  [잔잔한 음악]   [만복의 옅은 한숨]

 

  (준)   믿어 줘서 감사하고

 

  제 편 들어 줘서 고맙습니다, 할아버지

 

  그래, 너한테도 사정이 있겠지

 

  라라야

 

  (숙경)   연락 아직 안 왔니?

 

  네

 

  꼭 만나고 싶었는데

 

  - 언니   - (라라) 응?

 

  설마 오는 길에 사고 났나?

 

  [라라의 놀란 신음]

 

  너 무슨 그런 불길한 얘기를 해?

 

  아니, 왜, 언니도 여기 오는 길에   사고 나 가지고 병원에 누워 있었다며

 

  (라라)   응? 왔나?

 

  (하영)   봐 봐

 

  (라라)   어

 

  (하영)   '미안합니다'

 

  '오늘 많이 기다렸나요?'

 

  '개인적인 사정으로   당신 앞에 서지는 못했지만'

 

  '앞으로도 영원히 당신을   응원할 것입니다'

 

  [밝은 음악]

 

  (라라)   [한숨 쉬며]   다행이다

 

  너 때문에 괜히 마음 졸였잖아!

 

  아이, 아무 일도 없었잖아   그럼 됐지, 뭐

 

  (숙경)   그래, 얼굴 안 보면 어떠냐

 

  다들 무사하고 잘 살면 됐지

 

  인생 길다

 

  언젠가 꼭 만날 날 와

 

  - 그렇겠죠?   - (숙경) 응

 

  (하영)   아이, 당근, 당근, 당근이지

 

  씁, 우리 꾸민 김에   인증 숏이나 찍을까?

 

  아, 뭔가 너무 아깝잖아

 

  (숙경)   콜

 

  (숙경)   자, 자, 자, 자

 

  하나, 둘, 셋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

 

  [음산한 음악]

 

  [잔잔한 음악]

 

  [라라의 다급한 숨소리]   [사람들이 술렁인다]

 

  [무거운 효과음]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 진동음]

 

  어?

 

  [반가운 신음]

 

  반짝 별 님이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해요

 

  [휴대전화를 탁 접는다]

 

  [의아한 신음]

 

  [발랄한 음악]

 

  [창문을 탁 닫는다]

 

  [하영과 숙경이 소란스럽다]

 

  (숙경)   야! 다 늦게 어디 가?

 

  [라라의 다급한 숨소리]   (라라)   급해요!

 

  [문이 쾅 닫힌다]   [당황한 신음]

 

  (하영)   하여튼 저 언니 좀 이상해

 

  (숙경)   되게 빠르다   [하영의 못마땅한 신음]

 

  [라라의 가쁜 숨소리]   [문이 쾅 닫힌다]

 

  (라라)   '라라 랜드의 피아노 소리가   온 세상에 가득하길'

 

  [다급한 숨소리]

 

  [휴대전화 조작음]

 

  '부디 당신에게 힘이 되길'

 

  [한숨 쉬며]   말투가 똑같아

 

  (은석)   저, 초대는 고맙지만   난 내일 수술이 있어서 못 가요

 

  분명 오늘 못 온다고 했는데 왔었고

 

  우리랑 헤어진 다음에   메시지를 보냈어

 

  (은석)   저, 혹시

 

  '도도솔솔라라솔'이라는   닉네임의 주인이

 

  이미 만난 사람 중에 있다는 생각   안 해 봤어요?

 

  어머

 

  차 쌤이

 

  반짝 별?

 

  [문이 쾅 열린다]   어머, 깜짝이야!

 

  뭐 훔쳐 먹었어? 뭘 그렇게 놀라?

 

  (준)   아니   [준의 한숨]

 

  아니, 옷이 그게 뭐야?

 

  (라라)   아, 저…

 

  딴생각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한숨]

 

  (준)   치   [라라의 한숨]

 

  아, 무슨 생각을 했길래   옷 입는 걸 까먹어?

 

  치, 넌 하루 종일 어디 갔길래   오늘 오지도 않고 연락도 안 되고

 

  못 가 봐서 미안

 

  (준)   급하게 볼일이 좀 있었어

 

  그 사람은?

 

  잘 만났어?

 

  실망했겠네?

 

  근데

 

  나 그 사람 누군지 알 거 같아

 

  [의미심장한 음악]

 

  누군데?

 

  차 쌤

 

  - 누구?   - (라라) 차은석 의사 선생님

 

  [어이없는 신음]

 

  (라라)   너   [라라의 헛웃음]

 

  나 촉 진짜 좋은 거 알지?

 

  내가 엄청난 추리력으로   퍼즐 조각을 맞췄더니

 

  글쎄

 

  딱 한 사람을 가리키는 거 있지

 

  무슨 퍼즐 조각?

 

  (라라)   잘 봐   [빨리 감기 효과음]

 

  [발랄한 음악]   (라라)

 

  (라라)   저 화분에 있는 '길'

 

  별그램에 있는 '길'

 

  '부디'라는 말 정말 많이 해

 

  '부디 나에게'…

 

  (라라)

 

  (라라)   그 말끝을 보니까 확실해, 틀림없어

 

  그리고 언제나 날 만난 이후야

 

  날 만난 이후에 별그램을 보냈어

 

  (라라)

 

  (라라)   '무엇무엇 길 위해서'

 

  어때? 완전 퍼펙트하지?

 

  전혀

 

  [익살스러운 효과음]

 

  [한숨]

 

  사실 '도도솔솔라라솔' 그 사람 나야

 

  뭐?

 

  네가 추리한 대로 하면   충분히 나도 될 수 있다고

 

  (준)   아, 나는 처음부터 약속 장소에   간다고 했었고

 

  나도 이미 네가 만났던 사람 중   한 명이고

 

  그럼 말투는?

 

  '뭐 뭐 뭐 하길', '저거 저거 하길'   말투는?

 

  얼른 집에 가서 씻고 자길

 

  [발랄한 음악]   됐냐?

 

  [헛웃음]

 

  너, 내가 너무 추리를 잘해서   배가 아픈가 본데, 됐거든

 

  [라라의 못마땅한 신음]

 

  (라라)   나와

 

  [준의 기가 찬 신음]

 

  야, 내가 반짝반짝 작은 별이라니까

 

  웃기시네, 메롱

 

  어어?

 

  [문이 탁 열린다]   [헛웃음]

 

  [휴대전화 진동음]   (라라)   응?

 

  [라라의 힘주는 신음]

 

  벌써 꿈나라 갔는데?

 

  뭐야?

 

  '계속 자길'?

 

  '길'? 허

 

  아유, 진짜 유치해서 못 봐 주겠네

 

  어?

 

  웬일로 프로필에 사진을 올렸지?

 

  (라라)   '스페셜'?

 

  아, 예쁘다

 

  (은석)   안녕하세요

 

  [새가 지저귄다]

 

  (라라)   굿 모닝!

 

  어? 라라 씨

 

  설마 나 기다린 거예요?

 

  네

 

  우와   [웃음]

 

  이거 빈말이라도 듣기 좋은 거는   어쩔 수가 없네요

 

  빈말 아닌데, 진짠데?

 

  뭐, 무슨 일 있어요?

 

  (라라)   오늘 점심

 

  제가 살게요

 

  아…

 

  [숨을 씁 들이켠다]

 

  [휴대전화 조작음]

 

  왜요?

 

  (라라)   왜 대답이 없어요?

 

  오늘 제가 좀 바빠서   밥을 같이 먹기가 좀…

 

  (라라)   아, 괜찮아요

 

  약속도 안 하고   불쑥 제안한 제 잘못인 거니까

 

  아, 네

 

  (라라)   혹시 뭐, 따로 먹고 싶은 건 없어요?

 

  (예서 모)   맞았어   [함께 웃는다]

 

  [초인종이 울린다]

 

  (승기 모)   웬 초인종?

 

  (숙경)   아, 준이 총각한테   하나 달아 달라고 했어

 

  한두 번 놀라게 해야 말이지

 

  (예서 모)   굿 아이디어

 

  안녕하세요!

 

  어? 다 계셨네요?   [저마다 호응한다]

 

  (숙경)   오늘은 또 뭔 일인데?

 

  혹시 채칼 있어요?

 

  (미란)   채칼? 얻다 쓰려고?

 

  (라라)   당근을 써는데 잘 안 썰려서   채 내려고요

 

  (숙경)   [한숨 쉬며]   통째로 먹으면 되지

 

  채는 왜 쳐 먹어, 그냥? 자

 

  (라라)   감사합니다

 

  [초인종이 울린다]

 

  [익살스러운 음악]   (라라)   혹시 참기름이랑 다진 마늘 있나요?

 

  [초인종이 울린다]   (예서 모)   열어 둘 걸 그랬어, 그냥

 

  저, 시금치 몇 번 씻어야 돼요?

 

  (예서 모)   깨끗해질 때까지 씻으면 되지 않을까?   별걸 다 묻네?

 

  어, 그럼 혹시

 

  싱크대에 그, 흙 들어가도 돼요?

 

  좋진 않겠지?

 

  [사람들의 어색한 웃음]

 

  [초인종이 울린다]   (라라)   저

 

  계란 지단 어떻게 마는 거예요?

 

  제가 프라이밖에 안 해 봐 가지고

 

  도대체 뭘 만드는데 그래?

 

  잠깐

 

  (승기 모)   ♪ 당근, 시금치, 참기름, 다진 마늘   계란 지단, 아 ♪

 

  ♪ 그건 바로 ♪

 

  (함께)   ♪ 김밥 ♪

 

  [헛기침]

 

  어떻게 그걸…

 

  [밝은 효과음]   [경쾌한 음악]

 

  (숙경)   자고로 김밥은 집집마다   특징이 있는 법이야

 

  (승기 모)   그 집의 아이덴티티가 살아 있는 음식   그게 바로 김밥이지

 

  (예서 모)   우리 집 김밥은요

 

  조린 어묵을 밥 위에 척 깔고 말아요

 

  (숙경)   어허!

 

  뭐니 뭐니 해도 맛있게 무친 시금치를   넣은 김밥이 최고야

 

  (미란)   우리 집은

 

  햄을 빼고 싸지

 

  햄이 다른 재료의 맛을   다 가려 버리거든

 

  아

 

  (숙경)   자   [숙경이 손뼉을 짝짝 친다]

 

  한번 말아 볼까?

 

  (예서 모)   레츠 고

 

  (라라)   그럼 전 뭘 도울까요?

 

  (숙경)   너는…

 

  아, 걸리적거리니까   가서 그, 피아노나 쳐, 응

 

  (승기 모)   그래, 김밥 싸는데   BGM이나 좀 잘 깔아 봐

 

  그럴까요?

 

  [경쾌한 피아노 연주]

 

  [웃음]

 

  짜잔

 

  (라라)   그럼 어디 맛 좀 볼까요?

 

  [라라의 탄성]

 

  너무 맛있어요!

 

  [라라의 탄성]   [함께 웃는다]

 

  (숙경)   당연히 맛있겠지

 

  엔간해선 맛없기 힘든 음식이 김밥이야

 

  (라라)   참! 저 전부터 궁금했는데

 

  왜 아줌마들 모임 이름은   '이꿈모'예요?

 

  (예서 모)   '이혼을 꿈꾸는 모임'

 

  트렌디하게 줄여서 '이꿈모'

 

  누구나 이혼하고 싶은 이유 하나쯤은   갖고 사는 거거든

 

  (미란)   그럼, 맘 같아서는, 아휴, 이혼   골백번 넘게 하고도 남았다, 내가

 

  그러나 그것이 어디 쉽나

 

  (예서 모)   실행이 힘드니까

 

  그저 꿈이나 꾸면서

 

  이렇게 모여서 노가리나 까는 것이지

 

  (숙경)   그런 점에서

 

  파혼한 너나 미혼인 내가   훨씬 더 속 편하다고 할 수 있지

 

  [함께 웃는다]

 

  뭐, 일리 있는 말인 거 같네요

 

  (승기 모)   근데 라라 씨

 

  아침부터 김밥은 왜 싸는 거야?

 

  어…

 

  보은을 하고 싶어서?

 

  [부드러운 음악]

 

  파야, 솔이야?

 

  [다가오는 발걸음]

 

  (김 간호사)   도, 레, 미, 파…

 

  (은석)   라입니다

 

  '라라'

 

  (김 간호사)   [살짝 웃으며]   그렇구나

 

  고등학교 이후로   악보를 본 적이 없어서요

 

  (은석)   김 선생님

 

  오케스트라에서 악기 튜닝할 때

 

  [도시락을 달그락 꺼내며]   오보에 주자가 첫 음을 불거든요

 

  그 기준 음이 뭔지 아세요?

 

  아니요

 

  라입니다, 라

 

  '라라'

 

  아, 네

 

  (은석)   아, 저, 같이 드실래요?

 

  아휴, 괜찮아요, 저 지금 먹고 왔어요   편히 드세요

 

  [손을 쓱쓱 비빈다]   [기분 좋은 한숨]

 

  [아이들이 시끌벅적하다]

 

  (여자1)   우리 딸, 오늘도 열심히 치고 와

 

  (아이)   응, 엄마   [여자1이 호응한다]

 

  (라라)   여기 학원은 학생이 많네요

 

  (여자1)   아, 이 학원이   봄에 열린 콩쿠르에서 대상 나왔잖아요

 

  엄마들한테 인기 짱이에요

 

  [익살스러운 음악]

 

  콩쿠르라

 

  그래, 뭐, 우리도 콩쿠르 나가면 되지

 

  대상 받으면 돼

 

  (라라)   씁

 

  하, 어디 보자

 

  [준의 한숨]

 

  (라라)   시간 부족

 

  [건반이 댕댕 울린다]

 

  실력 부족

 

  (중호)   근데 저 가방도 진짜 주는 거죠?

 

  (라라)   잿밥에 관심

 

  나이 초과

 

  [한숨]

 

  노답이야

 

  [부드러운 피아노 연주]

 

  [종소리 효과음]   [밝은 음악]

 

  재민이

 

  [들뜬 신음]

 

  재민이?

 

  (사진사)   사진 찍을게요

 

  - (라라) 우리 재민이, 아, 기특해   - (사진사) 여기 렌즈 보고

 

  - (사진사) 활짝 웃으세요   - (라라) 우리 재민이 대상 탔어요

 

  - (사진사) 하나, 둘   - (라라) 브이   [카메라 셔터음]

 

  (라라)   어서 오세요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아이들)   선생님, 너무 예뻐요!

 

  [저마다 말한다]

 

  (여자2)   잘 가르친다는 소문 듣고 왔어요

 

  (라라)   네   [라라의 웃음]

 

  (준)   그만 일어나지?   [익살스러운 효과음]

 

  팔자도 좋아, 대낮에 잠이나 자고

 

  아이씨, 좀만 이따 깨우지   행복한 꿈 꾸고 있었는데

 

  무슨 꿈?

 

  여기 라라 랜드에   서로 등록하겠다고 난리 난 꿈

 

  치

 

  [하품]

 

  그나저나 요즘 재민이가 안 보이네

 

  (라라)   재민아, 너 피아노 배워 보지 않을래?

 

  내일 부모님이랑 같이 와

 

  알았지?

 

  꼭!

 

  그날 이후로 안 와

 

  (라라)   집 주소도 모르고 전화번호도 모르는데

 

  준아

 

  재민이 찾을 방법 없겠지?

 

  씁, 글쎄?

 

  - (라라) 어?   - (중호) 안녕하세요   [문이 달칵 닫힌다]

 

  (라라)   어, 벌써 시간이, 아

 

  어서 오세요   [라라의 웃음]

 

  (준)   나 알바 갈게

 

  [무거운 효과음]

 

  [의미심장한 음악]

 

  (라라)   [웃으며]   식사하셨어요?

 

  (중호)   아, 네, 선생님은 드셨어요?

 

  (라라)   네, 저 먹었어요   두 그릇이나 먹었어요

 

  아, 두 그릇 드셨구나

 

  (라라)   네, 그럼 잠깐만 앉아 계시면

 

  아, 어디서 본 적 있는 거 같은데

 

  (라라)   네?

 

  지금 뭐라고…

 

  (중호)   레슨 대신

 

  그냥 선생님의 연주를 듣고 싶습니다

 

  음악이랑 친해질 때까지만   그렇게 했으면 좋겠는데

 

  좀 어려울까요?

 

  어, 어, 어, 어려운 거는 아닌데   저, 이런 경우는 처음이어서…

 

  부탁드려요

 

  [망설이는 신음]

 

  그러세요, 그럼

 

  네   [라라의 어색한 웃음]

 

  [의아한 숨소리]

 

  [라라의 어색한 웃음]

 

  [숨을 후 내뱉는다]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

 

  [한숨]

 

  [의아한 숨소리]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가 들려온다]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준의 가쁜 숨소리]

 

  어, 안녕하세요

 

  (숙경)   이 시간에 웬일이야?

 

  머리 자르게?

 

  (준)   아니요, 아니요

 

  (숙경)   아니, 뭐 하는 거야?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   우리 에어컨 바람 그리로 다 나가

 

  조금만 열어 놓을게요   가끔 들여다봐 주시면 더 좋고

 

  (준)   제가, 안에 기르는 상추가 있는데

 

  조금

 

  특별한 거라

 

  [헛웃음]

 

  준이 씨

 

  어디 아파?

 

  아니요, 갈게요

 

  아, 그리고 저희도   곧 에어컨 살 거예요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더위를 먹었나?   갑자기 나타나선 헛소리를 하네

 

  어머

 

  [혀를 쯧쯧 찬다]

 

  하라는 레슨은 안 하고   자기가 치고 앉아 있네, 그냥

 

  아유, 하여튼 라라 쟤는, 아휴

 

  [음산한 효과음]

 

  [격정적인 피아노 연주]

 

  [긴장되는 효과음]

 

  계십니까?

 

  [새가 지저귄다]

 

  (만복)   아드님 덕분에 제가 살았습니다

 

  언제고 기회가 되면   감사 인사를 꼭 드리고 싶었는데

 

  네, 네, 네

 

  (윤실)   알겠고요

 

  저기, 우리 아이

 

  전화는 있는가요?

 

  핸드폰 말이에요

 

  못 봤어요

 

  [한숨]

 

  전주로 간다고 한 건

 

  (윤실)   확실한 거죠?

 

  어, 그렇게 들었소만

 

  [한숨]

 

  우리 애 입성은 어떻던가요?

 

  돈은 가지고 있던가요?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돈도 좀 챙겨서 보냈으니까

 

  [긴장되는 음악]   아니, 그깟 돈 몇 푼 쥐여 줬다고   걱정하지 말라니요?

 

  할아버지 아들 같았어도   그런 말이 나왔겠어요?

 

  내 뜻에 맞는 자식이 몇이나 되겠소

 

  너무 걱정 말아요

 

  (만복)   내가 볼 때 그놈은   언젠가는 제자리 찾아갈 아이예요

 

  [한숨]

 

  (윤실)   남의 집 일에 훈수 두지 마세요

 

  우리 준이가 어떤 집안의   어떤 아이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아, 그 아이에 관해서라면…

 

  (윤실)   아, 됐어요

 

  [윤실의 못마땅한 숨소리]

 

  우리 준이한테 준 돈보다   훨씬 많을 거예요

 

  그리고

 

  우리 애한테 혹시 연락이 오면

 

  저한테 바로, 바로 연락 좀 주세요

 

  [한숨 쉬며]   그럼

 

  [윤실의 탄식]

 

  [강조되는 효과음]   (민수)   '라라 랜드'?

 

  [명함을 툭 놓는다]

 

  사모님, 어떻게 할까요?

 

  [버럭 하며]   뭘 어떻게 해, 뭘?

 

  [윤실의 한숨]

 

  지금 몰라서 물어요?

 

  지금 당장 전주로 가서 사람들 쫙 풀고

 

  학교 주변에서 잠복도 하고

 

  네

 

  근데 제 느낌엔…

 

  (윤실)   아휴, 시끄러우니까   그 입 좀 다물고 있어요, 좀!

 

  [윤실의 힘겨운 신음]

 

  아이고, 머리야

 

  아휴, 아유, 머리야

 

  응?

 

  [의미심장한 음악]

 

  어?

 

  저, 저, 저, 우리 준인데?

 

  저, 저, 저, 저, 아, 아, 아, 준이

 

  이봐, 김 기사, 차 세워   김 기사, 차 세워!

 

  (윤실)   우리 준이 같은데, 준이   [윤실의 가쁜 숨소리]

 

  [발랄한 음악]   (라라)   어?

 

  하나 드시게요?

 

  강추합니다!

 

  갑자기 말도 없이 뛰어나가시면   어떡합니까?

 

  (라라)   어? 아저씨!

 

  그 피아노?   [라라의 반가운 신음]

 

  부인이세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윤실)   아니야!

 

  무슨 부…

 

  아, 뭐…   [기가 찬 숨소리]

 

  [익살스러운 효과음]   [윤실의 놀란 신음]

 

  아유, 진짜, 씨

 

  비켜!

 

  [윤실의 한숨]

 

  음, 보스인가?

 

  (민수)   내가 너

 

  반드시 찾아간다

 

  (라라)   레슨비는 한 달에 10만 원이에요!

 

  [한숨]

 

  꼭 오세요!

 

  어디서 본 거 같은데?

 

  [흥미로운 음악]

 

  [카메라 셔터음]

 

  [강조되는 효과음]

 

  [강조되는 효과음]

 

  [강조되는 효과음]

 

  임자경이 며느리

 

  [웃음]

 

  임자경이 며느리가

 

  거지가 다 됐네

 

  [윤실의 웃음]

 

  [윤실의 새어 나오는 웃음]

 

  [탄성]

 

  신식이네

 

  [라라가 중얼거린다]

 

  (라라)   깜짝이야!

 

  매장에 갔던 일은 잘 해결됐어?

 

  (라라)   네 핫도그도 내가 다 먹었지롱

 

  [헛웃음]

 

  (준)   거울이나 보고 다녀

 

  안 봐도 예뻐서   [라라의 헛기침]

 

  (준)   저리로 가자

 

  (라라)   아, 나 더위 잘 안 타   에어컨 안 사도 되는데

 

  네가 아니라 미미 때문에 온 거거든?   미미가 털도 많고, 야, 얼마나 덥겠냐

 

  [라라의 감탄]

 

  (라라)   어쩜 준이 넌 잘생겨, 돈도 많아   마음도 따뜻해, 모자라는 게…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마

 

  알았어   [라라의 헛기침]

 

  (라라)   아, 나 이럴 줄 알았으면

 

  혼수 가전 다 돌려받을 걸 그랬어

 

  둘 데가 없어서 그땐 생각도 못 했지

 

  [종소리 효과음]

 

  지금이라도 다시 전화해서   돌려달라고 할까?

 

  됐거든?

 

  (라라)   [놀라며]   어, 이거 디자인 진짜 예쁘다, 어때?

 

  - (점원) 신혼부부세요?   - (라라) 아니요!

 

  [익살스러운 음악]   (점원)   아, 예

 

  제가 오해를, 죄송합니다

 

  지금 보고 계시는 모델이

 

  우리 매장에서   가장 잘 나가는 모델이에요

 

  손님이 보는 눈이 있으시네

 

  신상이고 품질은 프리미엄급인데   가격이 정말 잘 나왔어요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라라의 놀란 신음]

 

  어머! 가격이 정말 좋네요

 

  - (점원) 그렇죠?   - (라라) 네

 

  이야, 손님이 뭘 좀 아시네

 

  뭐 또 다른 거 필요한 건 없으세요?

 

  TV도 없고요, 제대로 된 냉장고도 없고   세탁기, 건조기

 

  (라라)   공기 청정기도 없다

 

  (점원)   아, 그러시구나

 

  그럼 TV 먼저 보실까요?

 

  저희 매장에서 전부 구매하시면

 

  제가 서비스로 에어 프라이어랑   전기 포트도 다 챙겨 드릴게요

 

  정말요?

 

  (라라)   하, 어쩜 좋아   맘 같아선 다 사고 싶은데

 

  지금 제가 돈이 없어요

 

  네?

 

  [익살스러운 음악]   [웃음]

 

  [준이 피식한다]

 

  (점원)   아, 카드로 결제하시면   12개월 무이자 할부도 가능하신데

 

  제가 카드가 없어요

 

  한 개도?

 

  (준)   뭐 하냐

 

  (라라)   응

 

  [풀벌레 울음]

 

  (라라)   안 무거워?

 

  (준)   응

 

  (라라)   라라 랜드에 새로운 게   하나씩 생길 때마다

 

  너한테 갚을 빚이   점점 늘어나는 느낌이야

 

  (준)   그럼 다 갚든지

 

  [라라의 헛기침]

 

  (라라)   그, 장부는 잘 기록하고 있는 거지?

 

  (준)   당연하지, 어

 

  (라라)   잘 기록해 둬, 난 수학을 잘 못하니까

 

  네가 청구하는 것만큼 줄 거야

 

  (준)   그럼, 이자까지 다 받아 낼 거야

 

  (라라)   음, 깐깐하긴

 

  - (준) 근데 너   - (라라) 응

 

  (준)   아까 매장 점원이   신혼부부냐고 물어봤을 때

 

  왜 그렇게 심하게 아니라고 했어?

 

  내가 그렇게 싫었어?

 

  아니

 

  (라라)   아니, 저, 그게 아니라, 뭐야, 그…

 

  너한테 미안해서

 

  아이, 나는 결혼도 한 번 했었고

 

  너한테 민폐 끼치면서 얹혀사는 주제에

 

  그런 오해까지 받게 하는 건   좀 도리가 아닌 것 같아서, 또…

 

  (준)   네가 결혼을 해 봤든 말든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나 그런 거 하나도 안 중요해

 

  [부드러운 음악]

 

  사실

 

  나 너한테 할 말 있어

 

  잘 들어

 

  손, 손 줘 봐

 

  (준)   특별 선물

 

  [밝은 음악]   대낮에 꿈까지 꾸면서 자는 거 보니까   피곤한 거 같아서

 

  먹고 힘내라고

 

  아…

 

  [힘주는 신음]

 

  [시원한 숨을 내뱉으며]   준아, 나 에너지 충전 완료!

 

  [라라의 웃음]

 

  - 라라야   - (라라) 어?

 

  나 말이야

 

  (만복)   준아

 

  할아버지   [라라의 웃음]

 

  [준의 한숨]   (만복)   내가 방해를 한 건가?

 

  (라라)   아니요

 

  밤 산책 하시는 중이세요?

 

  어, 준이 이놈한테 볼일이 있어서   겸사겸사 왔다

 

  아

 

  낮에 네 엄마가 찾아왔었다

 

  참 좋은 엄마를 뒀더라

 

  내 맘에 어찌나 쏙 들던지

 

  [한숨]

 

  (만복)   실은 내가 거짓말을 좀 해 줬다

 

  [피식 웃는다]

 

  엄마가 할아버지한테   실수한 건 아니죠?

 

  응, 그럼

 

  [옅은 한숨]

 

  (만복)   준아

 

  네 마음이 잔잔해질 때까지 여기 있되

 

  무슨 일이 있으면   무조건 나한테 말해야 된다

 

  내가 보호자니까

 

  알았지?

 

  네

 

  아

 

  (만복)   이거 네 엄마가 주더라

 

  할아버지가 쓰세요

 

  (만복)   응?

 

  라라 랜드 임대료예요

 

  [살짝 웃으며]   그래, 알았다

 

  [만복이 돈 봉투를 부스럭 집는다]

 

  [잔잔한 음악]

 

  (라라)   너 사라지면 안 돼

 

  나 안 사라질게

 

  (라라)   내 옆에 있어

 

  네 옆에 꼭 붙어 있을게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라라)

 

  [휴대전화 조작음]

 

  [입소리를 쩝 낸다]

 

  [못마땅한 신음]

 

  쟤는…

 

  [라라가 흥얼거린다]

 

  [휴대전화 진동음]

 

  [의아한 신음]

 

  [라라의 못마땅한 신음]

 

  그냥 답톡을 할 것이지   꼭 목소리를 확인해요, 아주

 

  응, 나 잘 자라고 전화했어?

 

  [놀란 신음]

 

  [밝은 음악]

 

  (라라)   어? 차 쌤!

 

  [은석의 놀란 신음]   [라라의 웃음]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라라가 살짝 웃는다]

 

  제가 한 건 별로 없지만 맛있게 드셨…

 

  [라라의 의아한 신음]   [라라가 도시락을 달그락거린다]

 

  뭐가 들었나?

 

  열어 보세요

 

  (라라)   너무 약소한 거 아니에요?

 

  (은석)   밤도 늦었고 또 바쁘시기도 하고

 

  뭐, 이거 먹을 동안만   앉아서 얘기합시다

 

  잘 먹겠습니다

 

  아

 

  [라라의 탄성]

 

  [라라의 신난 신음]

 

  (은석)   저, 김밥이 무척 다채롭던데

 

  딩동댕

 

  이꿈모 아줌마들이 만든 거   종류별로 넣은 거예요

 

  아

 

  저, 그럼 라라 씨는   김밥에 어떤 기여를 했어요?

 

  저는 김밥에

 

  음표를 솔솔 뿌렸죠

 

  (은석)   응?

 

  [경쾌한 피아노 연주]

 

  피아노 쳤어요

 

  (라라)   김밥 즐겁게 마시라고

 

  (은석)   이야

 

  이상한 말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상상을 해 보니까 또 말이 되네

 

  (라라)   음, 그렇죠?

 

  [함께 웃는다]   김밥 중엔 어떤 게 제일 맛있었어요?

 

  어, 시금치김밥

 

  (라라)   [놀라며]   원장님 거 픽

 

  아줌마한테 꼭 전해 드릴게요

 

  아, 예

 

  (은석)   저, 근데 라라 씨

 

  저한테 밥을 사 주겠다고 한   이유가 뭔가요?

 

  맨날 선생님한테 받기만 해서

 

  감사해서요   [라라가 살짝 웃는다]

 

  [잔잔한 음악]   아, 그렇습니까?

 

  잘 아시면서

 

  [웃음]

 

  [은석의 한숨]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은데

 

  종종 이렇게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이야기나 합시다

 

  네   [웃음]

 

  [웃음]   [코를 훌쩍인다]

 

  [휴대전화 진동음]

 

  [라라의 힘겨운 신음]

 

  [휴대전화 진동음]   [라라의 짜증 섞인 신음]

 

  [라라가 수납 장을 쿵 찬다]

 

  [힘겨운 신음]

 

  (라라)   아휴, 뭐야?

 

  아유, 밤새 연락도 씹더니   참 답장도 빨리하셨네

 

  (라라)   응?

 

  뭐? 11시에 만나자고?

 

  [놀란 신음]

 

  [뱃고동이 붕 울린다]   [새가 지저귄다]

 

  [라라의 힘겨운 신음]

 

  [라라의 가쁜 숨소리]

 

  아, 깜짝이야!

 

  아, 놀라라

 

  치, 뭘 그렇게 놀라? 죄지었어?

 

  아휴, 대체 어디 가는 건데?   황금 같은 휴일에

 

  재민이 보고 싶다며

 

  (라라)   재민이?

 

  같이 가!

 

  [부드러운 음악]

 

  (준)   여기

 

  여기가 재민이 집이라고?

 

  불러 봐

 

  재민아!

 

  (라라)   재민이 있어?

 

  재민아!

 

  (라라)   밥을 먹어야지

 

  (재민)   학교에서 급식 먹으니까 괜찮아요

 

  요즘 왜 안 왔어?   선생님이 한참 기다렸어

 

  엄마는 없고

 

  (재민)   아빠는 일을 나가서

 

  학원에 같이 갈 수가 없었어요

 

  그럼 혼자 오면 되잖아

 

  그래도 돼요?

 

  [밝은 음악]   (라라)   당연히 맨날 와도 되지

 

  (준)   여기 냉장고에 있는 것도   마음대로 꺼내 먹어

 

  선생님이 매일 피아노도 가르쳐 줄게

 

  - 정말요?   - (라라) 응

 

  (라라)   대신 조건이 있어

 

  이 학원이랑   재민이 방 청소 깨끗이 하기

 

  선생님이 레슨비로   너의 청소를 대신 받을게

 

  [살짝 웃는다]

 

  할 수 있지?

 

  너도 뭔가를 해야 당당할 거 아니야

 

  눈치 보지 말고 어깨 쫙 펴고   매일 피아노 치러 오기?

 

  - (라라) 약속   - (재민) 약속

 

  - (라라) 도장   - (재민) 도장

 

  - (라라) 복사   - (재민) 복사

 

  [라라의 웃음]

 

  (라라)   어디 보자, 오늘은

 

  이거, 이거부터 해 볼까?

 

  저기…

 

  선생님

 

  응?

 

  저는

 

  악보를 못 보는데요?

 

  뭐?

 

  (라라)   분명 천재는 맞는데 말이야

 

  [라라의 한숨]

 

  악보 보는 것부터 가르치려면   좀 힘들긴 하겠다, 그렇지?

 

  (준)   넌 잘할 거야

 

  [밝은 음악]

 

  참

 

  (준)   저 작은 꼬마한테

 

  레슨비 대신 청소를 받아 낼 정도의   멘탈이라면 게임 오버지

 

  - 야, 이씨   - (준) 저녁 뭐로 할까?

 

  재민이 밥 먹여야겠지?

 

  밥?

 

  내가 진짜 맛있게 잘하는   밥집 하나 알긴 하는데

 

  [밥솥 뚜껑을 달칵 닫으며]   뭐? 지금 바로?

 

  준이도 온다고?

 

  - (하영) 준이 오빠?   - (숙경) 아이, 찬이 없는데

 

  (숙경)   뭐하고 먹나

 

  그래, 일단 와

 

  숟가락 세 개 더 놓으면 되지, 뭐

 

  응, 천천히 와

 

  [통화 종료음]

 

  - (하영) 엄마   - (숙경) 응?

 

  준이 오빠 오늘 우리 집에서 밥 먹어?   [숙경이 긍정한다]

 

  어, 그럼 지금 뭐 하는 거야?

 

  (하영)   미래의 사위가 오는데

 

  닭이라도 한 마리   튀겨야 될 거 아니야!

 

  오버한다, 오버해, 쯧

 

  (하영)   에어 프라이어 뒀다 얻다 쓰게?   [발랄한 음악]

 

  (숙경)   뭐 해?

 

  아, 지금 뭐 하는 거야?

 

  (하영)   고기도 없어?   뭐, 한우 같은 거 있잖아

 

  아, 무슨 한우!   차라리 중국집에서 시켜, 그러면은

 

  (숙경)   자, 차린 게 너무 많지

 

  [반짝이는 효과음]

 

  다 얘 덕분이니까

 

  많이들 먹어, 아가

 

  오빠, 맛있게 먹어

 

  (함께)   잘 먹겠습니다

 

  (숙경)   먹어, 먹어도 돼

 

  [라라의 힘주는 신음]

 

  [라라의 들뜬 신음]

 

  [라라의 탄성]

 

  (라라)   재민아, 많이 먹어

 

  [라라의 음미하는 신음]

 

  [부드러운 음악]

 

  (하영)   왜?

 

  아, 또 옛날 생각 나서 그래?

 

  [숙경이 훌쩍인다]

 

  (숙경)   물 가져올게

 

  [숙경의 힘주는 신음]

 

  [라라의 의아한 신음]

 

  아줌마 왜 그러셔?

 

  아, 우리 엄마 보육원 출신이거든

 

  [냉장고 문이 달칵 여닫힌다]   아, 뭐, 근데 뭐, 좀 사연이 있는데

 

  주로 이렇게 굶주린 사람들이   허겁지겁 먹는 거 보면은

 

  저렇게 센티해지더라고

 

  (준)   자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숙경)   배고프면 언제든지 와

 

  네

 

  [하늘이 우르릉 울린다]   - (준) 재민이는 내가 데려다줄게   - (라라) 응

 

  (숙경)   어머, 갑자기 비가 오네, 우산 챙겨

 

  (준)   빌려 가도 될까요?

 

  - (라라) 그럼   - (하영) 아, 당근이지

 

  [흥미진진한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준)   라라 랜드에 갖다 놓을게

 

  그래

 

  (라라)   조심히 가

 

  [빗소리가 들린다]   아, 아니, 왜 라라 언니 거를 받냐고

 

  아, 라라 랜드에 갖다 놓겠다 그랬다며

 

  누나가 맨날 거기 가니까   그런 거 아니야

 

  야, 아, 그렇게 따지면 나도 맨날   그 옆의 엄마 헤어 숍 가거든?

 

  아, 그리고 라라 언니 우산은   핑크색이었다고, 핑크색!

 

  진짜 안 어울리게 웬 핑크색이야

 

  아니, 형이 무슨   핑크색 좋아하나 보지

 

  (하영)   씨, 아, 야!

 

  너 진짜 자꾸 성의 없이 대답할래?

 

  [한숨 쉬며]   내가 아까부터 느꼈는데   너 지금 대답에 영혼이 1도 없어, 1도

 

  너 지금 나 무시하냐?

 

  네가 아무 의미 없는 준이 형 행동에   의미를 두니까 그런 거잖아

 

  아, 진짜, 짜증 나, 너 진짜

 

  아, 몰라, 끊어!

 

  [통화 종료음]   뭐야, 짜증 나

 

  [짜증 섞인 신음]

 

  [놀란 신음]

 

  [흥미로운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학원에 있어야 될 시간 아니야?

 

  아니, 오빠한테   말할 게 있는 시간인데?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무슨 말이 하고 싶어서 그래?

 

  나 오빠 좋아해

 

  - 근데?   - (하영) 나랑 사귀어

 

  싫어

 

  어? 왜?

 

  (하영)   아, 어떻게 내 고백을   거절할 수가 있어?

 

  미안

 

  (하영)   오빠!

 

  설마

 

  좋아하는 사람 있어?

 

  (준)   응

 

  내가 아는 사람이야?

 

  [옅은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익살스러운 음악]

 

  (하영)   [울먹이며]   준이 오빠!

 

  야, 선우준!

 

  너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이 나쁜 놈아!

 

  내가 어떻게

 

  어떻게 고백했는데

 

  - 코노 갈까?   - (하영) 아, 싫어

 

  - 그럼 떡볶이?   - (하영) 아, 너나 먹어, 너나!

 

  (하영)   씨, 구라라가 뭔데? 왜 난 안 되는데!

 

  아, 진짜 짜증 나, 뭐야   [휴대전화 조작음]

 

  (승기)   2020년 열아홉 여름

 

  선우준한테 까인 날

 

  (하영)   야, 너 진짜 변태냐?   아, 왜 이딴 걸 찍어!

 

  (승기)   왜? 난 너 우는 게 그렇게 웃기더라

 

  야, 이것 봐, 야, 너 진짜, 와   눈에서 검은 물 흘러

 

  - (승기) 와, 대박   - (하영) 너 진짜 죽고 싶냐

 

  (하영)   죽고 싶냐!

 

  (승기)   그래, 때려, 때려

 

  네가 나를 때려서   네 기분이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면

 

  [팔을 툭툭 치며]   얼마든지 때려

 

  (하영)   뭐라는 거야? 짜증 나게

 

  씨, 나 복수할 거야

 

  [익살스러운 음악]   (승기)   뭔 복수?

 

  라라 언니   우리 집에서 쫓아내 버릴 거야

 

  [한숨 쉬며]   야

 

  그럼 라라 누나   바로 라라 랜드로 들어갈걸?

 

  - 뭐?   - (승기) 생각을 해 봐라

 

  그 누나가 갈 데가 어디 있냐?

 

  (승기)   그리고 자고로   적은 가까이 둬야 된다 그랬어

 

  가까이?

 

  차라리 네 눈에 보이는 게   훨씬 이득이라고

 

  (승기)   아, 그런 말도 못 들어 봤냐?

 

  [훌쩍이며]   몰라

 

  (승기)   으이그, 공부 좀 해

 

  그러니까 네가 나보다   항상 등수가 뒤지

 

  야, 아, 누가 들으면   너는 전교 1등 하는 줄 아시겠어요

 

  (승기)   아휴   [하영이 씩씩거린다]

 

  나 아까 한 말 취소할래

 

  (하영)   라라 언니 그냥 우리 집에 둘 거야

 

  잘 생각했어

 

  아이고, 잘한다, 아이고, 잘한다

 

  씨, 죽어

 

  그러길래 왜 너는 내 허락도 없이   고백을 해 가지고

 

  무시를 당하냐, 속상하게

 

  제 맘이에요, 제 맘!

 

  뭔 상관인데

 

  [한숨]

 

  아휴

 

  근데 요즘 라라 누나   이상한 거 못 느끼겠냐?

 

  뭐가?

 

  아, 차 쌤하고 뭐가 있는데, 분명

 

  자

 

  [밝은 음악]

 

  (라라)   어? 하이든 소나타집이네

 

  나도 이거 있는데

 

  (은석)   얼마 전에 짐 정리하다가 찾았어요

 

  (라라)   어? 이 곡

 

  (은석)   아, 초등학교 3학년 때   콩쿠르 나갔던 곡이에요

 

  (라라)   대박, 나도 이걸로 콩쿠르 나갔는데

 

  (은석)   물론 대상 받았습니다

 

  [웃으며]   뭐든 잘하시는 차 쌤은

 

  콩쿠르도 나가기만 하면   대상을 타셨나 봐요

 

  [웃음]

 

  난 만년 2등이었는데

 

  3등 한 적도 있고 5등 한 적도 있어요

 

  (라라)   같은 나이 친구 중에   진짜 잘 치는 친구가 있었거든요

 

  그 친구가 대상은 다 가져갔어요

 

  (은석)   아, 속상했겠네

 

  (라라)   아니요, 전혀요

 

  제가 들어도   그 친구가 진짜 잘 쳤거든요

 

  뭐, 그런 애가 있으면

 

  나 같은 애도 있는 거니까

 

  충분히 알겠습니다

 

  [웃음]

 

  아, 재민이가 콩쿠르에서   이 곡을 치면 어떨까요?

 

  좋은데요?   [놀란 신음]

 

  (라라)   와, 악보 봐, 역시 모범생은 다르구나

 

  (은석)   라라 씨는 어땠는데요?

 

  저요?

 

  [밝은 음악]

 

  (어린 라라)   이번엔 바나나로 그려 주세요

 

  [한숨]

 

  (미숙)   라라야

 

  지금이 색칠 공부 시간 아닌 거 알지?

 

  네!

 

  [웃음]

 

  [어린 라라의 웃음]

 

  뭐가 그렇게 우스워?

 

  바나나가 똥같이 생겼잖아요

 

  (어린 라라)   [웃으며]   똥, 똥, 똥

 

  똥

 

  [헛웃음]

 

  아휴

 

  내가 너 때문에 웃는다, 너 때문에

 

  선생님이 고혈압이 있으셨다면

 

  아마 백 번도 넘게   뒷목 잡고 쓰러지셨을걸요?

 

  [웃음]

 

  [함께 웃는다]

 

  [악보를 팔랑 넘기며]   이거 가르치려면…

 

  (은석)   자

 

  기대하겠습니다

 

  [웃음]

 

  (라라)   진짜 어렵겠는데

 

  (승기)   아, 뭐, 그렇다고

 

  (승기)   내가 저번에 둘이 밤에 놀이터에서   아이스크림 먹는 것도 봤어

 

  [흥미로운 음악]   - 진짜? 둘이서?   - (승기) 응

 

  오, 그럼 둘이 잘될 수도 있단 말이네?

 

  - 아마도?   - (하영) 오

 

  씁

 

  그렇단 말이지

 

  (하영)   야, 나한테 기막힌 아이디어   하나 있는데

 

  - 뭔데?   - (하영) 네가 도와줘야 돼

 

  (라라)   쌤!

 

  [라라의 가쁜 숨소리]

 

  너무 늦었죠? 죄송해요

 

  (은석)   괜찮아요

 

  아, 뭐야, 뭐야   승기랑 하영이도 아직이에요?

 

  아, 좀 늦네요

 

  [휴대전화 진동음]   (라라)   어?

 

  (하영)   언니, 나랑 승기는   학원 보충 때문에 못 가겠다

 

  [놀란 신음]   미안

 

  학원 보충 때문에   둘 다 못 온다는데요?

 

  아, 먼저 약속 잡아 놓고 녀석들도 참

 

  그러니까요

 

  [라라의 어색한 신음]

 

  [은석이 입소리를 똑똑 낸다]

 

  (라라)   오늘은 날이 아닌 거 같죠?   그냥 갈까요?

 

  그냥 그…

 

  둘이서 보죠

 

  여기까지 왔는데

 

  [잔잔한 음악]

 

  [멋쩍은 웃음]

 

  그래요, 그럼

 

  [스크린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라라)   아, 네

 

  [음산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은석)   아, 하필 시간이 맞는 영화가   이거밖에 없어서…

 

  - (은석) 괜찮죠?   - (라라) 그럼요

 

  [라라의 놀란 신음]

 

  (스크린 속 배우1)   진짜 무섭단 말이야

 

  오빠

 

  (준)   오늘 일찍 갔나?

 

  [스위치를 달칵 켠다]

 

  [낑낑거린다]

 

  (준)   미미야, 주인님 어디 있어?

 

  오고 있어? 어

 

  알았어, 알았어, 씁

 

  그럼 요리나 좀 해 볼까?

 

  [밝은 음악]

 

  [통화 연결음]

 

  [통화 연결음]

 

  [TV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휴대전화 진동음]

 

  [헛기침]

 

  어, 준이 오빠

 

  라라 언니?

 

  몰라, 여기도 없는데?

 

  [반가운 숨소리]

 

  [중얼거린다]

 

  [헛기침하며]   라라 언니

 

  차 쌤이랑 영화 보러 갔나 보다

 

  [흥미로운 음악]   뭐?

 

  (하영)   아, 차 쌤이랑 영화 보는 거   100%라니까

 

  (승기)   형, 라라 누나 좋아하지?

 

  아니, 뭐, 주제넘게 들릴 수도 있는데

 

  고백할 거면 빨리하라고

 

  그게 뭔 소리야?

 

  아이씨, 하영이가 말하지 말랬는데, 쯧

 

  아니, 차 쌤하고 라라 누나하고   잘될지도 몰라

 

  하영이가 둘 사이에서   엄청 열심히 다리 놓고 있거든

 

  (승기)   아이씨, 뒈지겠다

 

  [스크린 속 배우2의 겁먹은 신음]

 

  [라라의 비명]   [스크린에서 괴성이 흘러나온다]

 

  [라라의 놀란 신음]

 

  [라라의 멋쩍은 웃음]   [스크린에서 영화가 계속된다]

 

  (라라)   핸드폰이…

 

  [은석의 당황한 신음]

 

  [라라의 당황한 신음]

 

  [밝은 음악]

 

  [긴장한 숨소리]

 

  (은석)   내가 조금 다가가도 되겠습니까?

 

  [휴대전화 진동음]

 

  [매미 울음]

 

  [한숨]

 

  [감성적인 음악]

 

  [피식 웃는다]

 

  에어컨을 사야 되나

 

  (승기)   뭘 고민해, 당연히 고백 먼저 해야지

 

  고백하고 완전히 헤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됐을 때

 

  그때 밝혀

 

  (재민 부)   쓸데없이 애한테 바람 넣지 말고   그냥 놔둬요, 좀!

 

  (라라)   재민이가 피아노 치러 오면   얼굴에 빛이 나요

 

  (재민 부)   그쪽은 뭐야?

 

  남편입니다

 

  (준)   좋아하게 됐어

 

  우울한 날들 속에   어느 날 기쁨이 생겼는데

 

  그게 너였어

 

  (민수)   혹시 이 사람 본 적 있습니까?

 

  (여자3)   어? 이 남자

 

  얼마 전에 어떤 여자랑 왔었잖아

 

  [음산한 효과음]

 

  (준)   라라야, 고마워

 

  나에게 와 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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