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솔솔라라솔 7
(상인) 분명 맞는다니까 내가 확실히 기억하는데
그날 이 남자 아니었으면 만복 아저씨는 벌써 저세상 갔어
그 어르신을 잘 안다고요?
아, 그럼, 잘 알다마다 이 앞 길을 30년 동안 다닌 양반인데
[의미심장한 음악]
오 마이 갓
(하영) 뭐야? 엄마, 왜 그래? 왜, 왜, 왜?
[탄성]
(숙경)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 (하영) 아, 왜? - (숙경) 그, 그, 그, 저기
(숙경) 내가 그, 머리 싹둑 잘라먹은 그 손님
- (하영) 어? 진짜로? - (숙경) 어
[밝은 음악]
[살짝 웃는다]
(라라) 정말 생각도 못 했어요
언제부터 저를 알고 있었던 거예요?
[웃음]
왜 이제야 나타났어요?
얘기하시지
아저씨?
(라라) 너무 떨려 가지고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될지 모르겠네요
어? 차 쌤
아휴, 참
오늘 수술 있어서 못 오신다면서요?
(숙경) 어머, 선생님도 구경 오셨구나?
[숙경의 웃음]
왜 얘기 안 했어? 이렇게 중요한 정보를
(하영) 아니, 원래 안 온다고… [하영의 괴로운 신음]
(숙경) 아휴, 얘가 이렇게 큰 소리를 치고 그래?
(은석) 저, 이분은?
닉네임 '도도솔솔라라솔'…
♪ 반짝반짝 작은 별 ♪
(하영) 되시겠습니다
(승기) 자, 자, 누나랑 반짝 별 님
[잔잔한 음악] 마주 보고 웃어 보세요
[중호의 웃음] (숙경) 아, 결혼식 찍냐?
하여튼 이것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그냥
[숙경이 구시렁거린다] 어, 저…
매번 보내 주신 응원의 글 보면서 힘 많이 냈어요
(라라) 그냥 이렇게 모른 채로 평생 연락만 하면서 살아도
힘이 나겠다 싶다가도
'아니지, 피아노도 보내 주셨는데 꼭 얼굴 보고 감사 인사는 드려야지'
생각도 많이 하고
하루에 열두 번씩 마음이 바뀌었달까요
- 저기… - (중호) 근데 어쩌죠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나 본데 저는 아닌 거 같습니다
[익살스러운 음악] (숙경)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그쪽이 '도도솔솔라라솔' 아니세요?
도도솔솔…
(중호) 그게, 뭐, 뭔가요?
(하영) 엥? 뭐야, 아닌가 봐
아, 헛다리 짚었네
(승기) 아직 안 온 건가?
(숙경) 아, 근데 저
왜 여태 그, 반짝 별인 것처럼 하고 있었어요?
아니, 그거야
(중호) 아무도 아니라고 말할 기회를 안 줬잖아요, 다들
어, 우리가 언제요? [숙경이 호응한다]
(승기) 촬영하는 제삼자의 눈으로서 한마디 하자면
그랬어
아니, 셋이서 쉬지도 않고 떠들어 대니까 [라라의 난처한 신음]
끼어들 틈이 참새 눈곱만큼도 없더라
(중호) 그렇지
그럼 중호 씨는 여기 어떻게 온 거예요?
아, 이 카페
경치가 좋아서 제가 자주 들르는 곳입니다
- (라라) 아… - (숙경) 아이고
- 저기 - (숙경) 선생님, 저…
(숙경) 일단, 아휴, 정신없고 다리 아프시죠?
저쪽에 가셔 가지고 차나 한잔하시면서 기다리시죠
[은석이 호응한다]
[어색한 웃음] 무슨 차 좋아하세요? 가자, 얘들아
(승기) 네, 네
[하영의 힘겨운 신음] [승기의 한숨]
[한숨]
(라라) 오늘은 꼭 오겠지?
그럼
(승기) 힘 뺐으니까 좀 쉬면서 기다려 보자
(하영) 아, 근데 그건 그렇고 왜 우리 준이 오빠는 안 오냐?
설마 까먹은 건가, 언니?
[준의 가쁜 숨소리]
무슨 일이에요, 할아버지?
[입소리를 쩝 낸다] [한숨]
[의미심장한 음악]
어, 이 아이가 맞소
지금 어디 있습니까?
왜 이 아이를 찾는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 여기 없어요
거짓말하시면 큰일 납니다
저 연세 있다고 안 봐드려요
한 달쯤 됐나
친구 만나러 간다고 전주로 갔소
[무거운 효과음] (만복) 일단 말은 그렇게 해 두었다만
준아
이게 정말로 널 위한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집에서 저렇게 찾는데 돌아가지 않아도 되겠냐?
때가 되면
제가 알아서 갈게요
[잔잔한 음악] [만복의 옅은 한숨]
(준) 믿어 줘서 감사하고
제 편 들어 줘서 고맙습니다, 할아버지
그래, 너한테도 사정이 있겠지
라라야
(숙경) 연락 아직 안 왔니?
네
꼭 만나고 싶었는데
- 언니 - (라라) 응?
설마 오는 길에 사고 났나?
[라라의 놀란 신음]
너 무슨 그런 불길한 얘기를 해?
아니, 왜, 언니도 여기 오는 길에 사고 나 가지고 병원에 누워 있었다며
(라라) 응? 왔나?
(하영) 봐 봐
(라라) 어
(하영) '미안합니다'
'오늘 많이 기다렸나요?'
'개인적인 사정으로 당신 앞에 서지는 못했지만'
'앞으로도 영원히 당신을 응원할 것입니다'
[밝은 음악]
(라라) [한숨 쉬며] 다행이다
너 때문에 괜히 마음 졸였잖아!
아이, 아무 일도 없었잖아 그럼 됐지, 뭐
(숙경) 그래, 얼굴 안 보면 어떠냐
다들 무사하고 잘 살면 됐지
인생 길다
언젠가 꼭 만날 날 와
- 그렇겠죠? - (숙경) 응
(하영) 아이, 당근, 당근, 당근이지
씁, 우리 꾸민 김에 인증 숏이나 찍을까?
아, 뭔가 너무 아깝잖아
(숙경) 콜
(숙경) 자, 자, 자, 자
하나, 둘, 셋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
[음산한 음악]
[잔잔한 음악]
[라라의 다급한 숨소리] [사람들이 술렁인다]
[무거운 효과음]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 진동음]
어?
[반가운 신음]
반짝 별 님이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해요
[휴대전화를 탁 접는다]
[의아한 신음]
[발랄한 음악]
[창문을 탁 닫는다]
[하영과 숙경이 소란스럽다]
(숙경) 야! 다 늦게 어디 가?
[라라의 다급한 숨소리] (라라) 급해요!
[문이 쾅 닫힌다] [당황한 신음]
(하영) 하여튼 저 언니 좀 이상해
(숙경) 되게 빠르다 [하영의 못마땅한 신음]
[라라의 가쁜 숨소리] [문이 쾅 닫힌다]
(라라) '라라 랜드의 피아노 소리가 온 세상에 가득하길'
[다급한 숨소리]
[휴대전화 조작음]
'부디 당신에게 힘이 되길'
[한숨 쉬며] 말투가 똑같아
(은석) 저, 초대는 고맙지만 난 내일 수술이 있어서 못 가요
분명 오늘 못 온다고 했는데 왔었고
우리랑 헤어진 다음에 메시지를 보냈어
(은석) 저, 혹시
'도도솔솔라라솔'이라는 닉네임의 주인이
이미 만난 사람 중에 있다는 생각 안 해 봤어요?
어머
차 쌤이
반짝 별?
[문이 쾅 열린다] 어머, 깜짝이야!
뭐 훔쳐 먹었어? 뭘 그렇게 놀라?
(준) 아니 [준의 한숨]
아니, 옷이 그게 뭐야?
(라라) 아, 저…
딴생각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한숨]
(준) 치 [라라의 한숨]
아, 무슨 생각을 했길래 옷 입는 걸 까먹어?
치, 넌 하루 종일 어디 갔길래 오늘 오지도 않고 연락도 안 되고
못 가 봐서 미안
(준) 급하게 볼일이 좀 있었어
그 사람은?
잘 만났어?
실망했겠네?
근데
나 그 사람 누군지 알 거 같아
[의미심장한 음악]
누군데?
차 쌤
- 누구? - (라라) 차은석 의사 선생님
[어이없는 신음]
(라라) 너 [라라의 헛웃음]
나 촉 진짜 좋은 거 알지?
내가 엄청난 추리력으로 퍼즐 조각을 맞췄더니
글쎄
딱 한 사람을 가리키는 거 있지
무슨 퍼즐 조각?
(라라) 잘 봐 [빨리 감기 효과음]
[발랄한 음악] (라라)
(라라) 저 화분에 있는 '길'
별그램에 있는 '길'
'부디'라는 말 정말 많이 해
'부디 나에게'…
(라라)
(라라) 그 말끝을 보니까 확실해, 틀림없어
그리고 언제나 날 만난 이후야
날 만난 이후에 별그램을 보냈어
(라라)
(라라) '무엇무엇 길 위해서'
어때? 완전 퍼펙트하지?
전혀
[익살스러운 효과음]
[한숨]
사실 '도도솔솔라라솔' 그 사람 나야
뭐?
네가 추리한 대로 하면 충분히 나도 될 수 있다고
(준) 아, 나는 처음부터 약속 장소에 간다고 했었고
나도 이미 네가 만났던 사람 중 한 명이고
그럼 말투는?
'뭐 뭐 뭐 하길', '저거 저거 하길' 말투는?
얼른 집에 가서 씻고 자길
[발랄한 음악] 됐냐?
[헛웃음]
너, 내가 너무 추리를 잘해서 배가 아픈가 본데, 됐거든
[라라의 못마땅한 신음]
(라라) 나와
[준의 기가 찬 신음]
야, 내가 반짝반짝 작은 별이라니까
웃기시네, 메롱
어어?
[문이 탁 열린다] [헛웃음]
[휴대전화 진동음] (라라) 응?
[라라의 힘주는 신음]
벌써 꿈나라 갔는데?
뭐야?
'계속 자길'?
'길'? 허
아유, 진짜 유치해서 못 봐 주겠네
어?
웬일로 프로필에 사진을 올렸지?
(라라) '스페셜'?
아, 예쁘다
(은석) 안녕하세요
[새가 지저귄다]
(라라) 굿 모닝!
어? 라라 씨
설마 나 기다린 거예요?
네
우와 [웃음]
이거 빈말이라도 듣기 좋은 거는 어쩔 수가 없네요
빈말 아닌데, 진짠데?
뭐, 무슨 일 있어요?
(라라) 오늘 점심
제가 살게요
아…
[숨을 씁 들이켠다]
[휴대전화 조작음]
왜요?
(라라) 왜 대답이 없어요?
오늘 제가 좀 바빠서 밥을 같이 먹기가 좀…
(라라) 아, 괜찮아요
약속도 안 하고 불쑥 제안한 제 잘못인 거니까
아, 네
(라라) 혹시 뭐, 따로 먹고 싶은 건 없어요?
(예서 모) 맞았어 [함께 웃는다]
[초인종이 울린다]
(승기 모) 웬 초인종?
(숙경) 아, 준이 총각한테 하나 달아 달라고 했어
한두 번 놀라게 해야 말이지
(예서 모) 굿 아이디어
안녕하세요!
어? 다 계셨네요? [저마다 호응한다]
(숙경) 오늘은 또 뭔 일인데?
혹시 채칼 있어요?
(미란) 채칼? 얻다 쓰려고?
(라라) 당근을 써는데 잘 안 썰려서 채 내려고요
(숙경) [한숨 쉬며] 통째로 먹으면 되지
채는 왜 쳐 먹어, 그냥? 자
(라라) 감사합니다
[초인종이 울린다]
[익살스러운 음악] (라라) 혹시 참기름이랑 다진 마늘 있나요?
[초인종이 울린다] (예서 모) 열어 둘 걸 그랬어, 그냥
저, 시금치 몇 번 씻어야 돼요?
(예서 모) 깨끗해질 때까지 씻으면 되지 않을까? 별걸 다 묻네?
어, 그럼 혹시
싱크대에 그, 흙 들어가도 돼요?
좋진 않겠지?
[사람들의 어색한 웃음]
[초인종이 울린다] (라라) 저
계란 지단 어떻게 마는 거예요?
제가 프라이밖에 안 해 봐 가지고
도대체 뭘 만드는데 그래?
잠깐
(승기 모) ♪ 당근, 시금치, 참기름, 다진 마늘 계란 지단, 아 ♪
♪ 그건 바로 ♪
(함께) ♪ 김밥 ♪
[헛기침]
어떻게 그걸…
[밝은 효과음] [경쾌한 음악]
(숙경) 자고로 김밥은 집집마다 특징이 있는 법이야
(승기 모) 그 집의 아이덴티티가 살아 있는 음식 그게 바로 김밥이지
(예서 모) 우리 집 김밥은요
조린 어묵을 밥 위에 척 깔고 말아요
(숙경) 어허!
뭐니 뭐니 해도 맛있게 무친 시금치를 넣은 김밥이 최고야
(미란) 우리 집은
햄을 빼고 싸지
햄이 다른 재료의 맛을 다 가려 버리거든
아
(숙경) 자 [숙경이 손뼉을 짝짝 친다]
한번 말아 볼까?
(예서 모) 레츠 고
(라라) 그럼 전 뭘 도울까요?
(숙경) 너는…
아, 걸리적거리니까 가서 그, 피아노나 쳐, 응
(승기 모) 그래, 김밥 싸는데 BGM이나 좀 잘 깔아 봐
그럴까요?
[경쾌한 피아노 연주]
[웃음]
짜잔
(라라) 그럼 어디 맛 좀 볼까요?
[라라의 탄성]
너무 맛있어요!
[라라의 탄성] [함께 웃는다]
(숙경) 당연히 맛있겠지
엔간해선 맛없기 힘든 음식이 김밥이야
(라라) 참! 저 전부터 궁금했는데
왜 아줌마들 모임 이름은 '이꿈모'예요?
(예서 모) '이혼을 꿈꾸는 모임'
트렌디하게 줄여서 '이꿈모'
누구나 이혼하고 싶은 이유 하나쯤은 갖고 사는 거거든
(미란) 그럼, 맘 같아서는, 아휴, 이혼 골백번 넘게 하고도 남았다, 내가
그러나 그것이 어디 쉽나
(예서 모) 실행이 힘드니까
그저 꿈이나 꾸면서
이렇게 모여서 노가리나 까는 것이지
(숙경) 그런 점에서
파혼한 너나 미혼인 내가 훨씬 더 속 편하다고 할 수 있지
[함께 웃는다]
뭐, 일리 있는 말인 거 같네요
(승기 모) 근데 라라 씨
아침부터 김밥은 왜 싸는 거야?
어…
보은을 하고 싶어서?
[부드러운 음악]
파야, 솔이야?
[다가오는 발걸음]
(김 간호사) 도, 레, 미, 파…
(은석) 라입니다
'라라'
(김 간호사) [살짝 웃으며] 그렇구나
고등학교 이후로 악보를 본 적이 없어서요
(은석) 김 선생님
오케스트라에서 악기 튜닝할 때
[도시락을 달그락 꺼내며] 오보에 주자가 첫 음을 불거든요
그 기준 음이 뭔지 아세요?
아니요
라입니다, 라
'라라'
아, 네
(은석) 아, 저, 같이 드실래요?
아휴, 괜찮아요, 저 지금 먹고 왔어요 편히 드세요
[손을 쓱쓱 비빈다] [기분 좋은 한숨]
[아이들이 시끌벅적하다]
(여자1) 우리 딸, 오늘도 열심히 치고 와
(아이) 응, 엄마 [여자1이 호응한다]
(라라) 여기 학원은 학생이 많네요
(여자1) 아, 이 학원이 봄에 열린 콩쿠르에서 대상 나왔잖아요
엄마들한테 인기 짱이에요
[익살스러운 음악]
콩쿠르라
그래, 뭐, 우리도 콩쿠르 나가면 되지
대상 받으면 돼
(라라) 씁
하, 어디 보자
[준의 한숨]
(라라) 시간 부족
[건반이 댕댕 울린다]
실력 부족
(중호) 근데 저 가방도 진짜 주는 거죠?
(라라) 잿밥에 관심
나이 초과
[한숨]
노답이야
[부드러운 피아노 연주]
[종소리 효과음] [밝은 음악]
재민이
[들뜬 신음]
재민이?
(사진사) 사진 찍을게요
- (라라) 우리 재민이, 아, 기특해 - (사진사) 여기 렌즈 보고
- (사진사) 활짝 웃으세요 - (라라) 우리 재민이 대상 탔어요
- (사진사) 하나, 둘 - (라라) 브이 [카메라 셔터음]
(라라) 어서 오세요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아이들) 선생님, 너무 예뻐요!
[저마다 말한다]
(여자2) 잘 가르친다는 소문 듣고 왔어요
(라라) 네 [라라의 웃음]
(준) 그만 일어나지? [익살스러운 효과음]
팔자도 좋아, 대낮에 잠이나 자고
아이씨, 좀만 이따 깨우지 행복한 꿈 꾸고 있었는데
무슨 꿈?
여기 라라 랜드에 서로 등록하겠다고 난리 난 꿈
치
[하품]
그나저나 요즘 재민이가 안 보이네
(라라) 재민아, 너 피아노 배워 보지 않을래?
내일 부모님이랑 같이 와
알았지?
꼭!
그날 이후로 안 와
(라라) 집 주소도 모르고 전화번호도 모르는데
준아
재민이 찾을 방법 없겠지?
씁, 글쎄?
- (라라) 어? - (중호) 안녕하세요 [문이 달칵 닫힌다]
(라라) 어, 벌써 시간이, 아
어서 오세요 [라라의 웃음]
(준) 나 알바 갈게
[무거운 효과음]
[의미심장한 음악]
(라라) [웃으며] 식사하셨어요?
(중호) 아, 네, 선생님은 드셨어요?
(라라) 네, 저 먹었어요 두 그릇이나 먹었어요
아, 두 그릇 드셨구나
(라라) 네, 그럼 잠깐만 앉아 계시면
아, 어디서 본 적 있는 거 같은데
(라라) 네?
지금 뭐라고…
(중호) 레슨 대신
그냥 선생님의 연주를 듣고 싶습니다
음악이랑 친해질 때까지만 그렇게 했으면 좋겠는데
좀 어려울까요?
어, 어, 어, 어려운 거는 아닌데 저, 이런 경우는 처음이어서…
부탁드려요
[망설이는 신음]
그러세요, 그럼
네 [라라의 어색한 웃음]
[의아한 숨소리]
[라라의 어색한 웃음]
[숨을 후 내뱉는다]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
[한숨]
[의아한 숨소리]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가 들려온다]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준의 가쁜 숨소리]
어, 안녕하세요
(숙경) 이 시간에 웬일이야?
머리 자르게?
(준) 아니요, 아니요
(숙경) 아니, 뭐 하는 거야?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 우리 에어컨 바람 그리로 다 나가
조금만 열어 놓을게요 가끔 들여다봐 주시면 더 좋고
(준) 제가, 안에 기르는 상추가 있는데
조금
특별한 거라
[헛웃음]
준이 씨
어디 아파?
아니요, 갈게요
아, 그리고 저희도 곧 에어컨 살 거예요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더위를 먹었나? 갑자기 나타나선 헛소리를 하네
어머
[혀를 쯧쯧 찬다]
하라는 레슨은 안 하고 자기가 치고 앉아 있네, 그냥
아유, 하여튼 라라 쟤는, 아휴
[음산한 효과음]
[격정적인 피아노 연주]
[긴장되는 효과음]
계십니까?
[새가 지저귄다]
(만복) 아드님 덕분에 제가 살았습니다
언제고 기회가 되면 감사 인사를 꼭 드리고 싶었는데
네, 네, 네
(윤실) 알겠고요
저기, 우리 아이
전화는 있는가요?
핸드폰 말이에요
못 봤어요
[한숨]
전주로 간다고 한 건
(윤실) 확실한 거죠?
어, 그렇게 들었소만
[한숨]
우리 애 입성은 어떻던가요?
돈은 가지고 있던가요?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돈도 좀 챙겨서 보냈으니까
[긴장되는 음악] 아니, 그깟 돈 몇 푼 쥐여 줬다고 걱정하지 말라니요?
할아버지 아들 같았어도 그런 말이 나왔겠어요?
내 뜻에 맞는 자식이 몇이나 되겠소
너무 걱정 말아요
(만복) 내가 볼 때 그놈은 언젠가는 제자리 찾아갈 아이예요
[한숨]
(윤실) 남의 집 일에 훈수 두지 마세요
우리 준이가 어떤 집안의 어떤 아이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아, 그 아이에 관해서라면…
(윤실) 아, 됐어요
[윤실의 못마땅한 숨소리]
우리 준이한테 준 돈보다 훨씬 많을 거예요
그리고
우리 애한테 혹시 연락이 오면
저한테 바로, 바로 연락 좀 주세요
[한숨 쉬며] 그럼
[윤실의 탄식]
[강조되는 효과음] (민수) '라라 랜드'?
[명함을 툭 놓는다]
사모님, 어떻게 할까요?
[버럭 하며] 뭘 어떻게 해, 뭘?
[윤실의 한숨]
지금 몰라서 물어요?
지금 당장 전주로 가서 사람들 쫙 풀고
학교 주변에서 잠복도 하고
네
근데 제 느낌엔…
(윤실) 아휴, 시끄러우니까 그 입 좀 다물고 있어요, 좀!
[윤실의 힘겨운 신음]
아이고, 머리야
아휴, 아유, 머리야
응?
[의미심장한 음악]
어?
저, 저, 저, 우리 준인데?
저, 저, 저, 저, 아, 아, 아, 준이
이봐, 김 기사, 차 세워 김 기사, 차 세워!
(윤실) 우리 준이 같은데, 준이 [윤실의 가쁜 숨소리]
[발랄한 음악] (라라) 어?
하나 드시게요?
강추합니다!
갑자기 말도 없이 뛰어나가시면 어떡합니까?
(라라) 어? 아저씨!
그 피아노? [라라의 반가운 신음]
부인이세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윤실) 아니야!
무슨 부…
아, 뭐… [기가 찬 숨소리]
[익살스러운 효과음] [윤실의 놀란 신음]
아유, 진짜, 씨
비켜!
[윤실의 한숨]
음, 보스인가?
(민수) 내가 너
반드시 찾아간다
(라라) 레슨비는 한 달에 10만 원이에요!
[한숨]
꼭 오세요!
어디서 본 거 같은데?
[흥미로운 음악]
[카메라 셔터음]
[강조되는 효과음]
[강조되는 효과음]
[강조되는 효과음]
임자경이 며느리
[웃음]
임자경이 며느리가
거지가 다 됐네
[윤실의 웃음]
[윤실의 새어 나오는 웃음]
[탄성]
신식이네
[라라가 중얼거린다]
(라라) 깜짝이야!
매장에 갔던 일은 잘 해결됐어?
(라라) 네 핫도그도 내가 다 먹었지롱
[헛웃음]
(준) 거울이나 보고 다녀
안 봐도 예뻐서 [라라의 헛기침]
(준) 저리로 가자
(라라) 아, 나 더위 잘 안 타 에어컨 안 사도 되는데
네가 아니라 미미 때문에 온 거거든? 미미가 털도 많고, 야, 얼마나 덥겠냐
[라라의 감탄]
(라라) 어쩜 준이 넌 잘생겨, 돈도 많아 마음도 따뜻해, 모자라는 게…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마
알았어 [라라의 헛기침]
(라라) 아, 나 이럴 줄 알았으면
혼수 가전 다 돌려받을 걸 그랬어
둘 데가 없어서 그땐 생각도 못 했지
[종소리 효과음]
지금이라도 다시 전화해서 돌려달라고 할까?
됐거든?
(라라) [놀라며] 어, 이거 디자인 진짜 예쁘다, 어때?
- (점원) 신혼부부세요? - (라라) 아니요!
[익살스러운 음악] (점원) 아, 예
제가 오해를, 죄송합니다
지금 보고 계시는 모델이
우리 매장에서 가장 잘 나가는 모델이에요
손님이 보는 눈이 있으시네
신상이고 품질은 프리미엄급인데 가격이 정말 잘 나왔어요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라라의 놀란 신음]
어머! 가격이 정말 좋네요
- (점원) 그렇죠? - (라라) 네
이야, 손님이 뭘 좀 아시네
뭐 또 다른 거 필요한 건 없으세요?
TV도 없고요, 제대로 된 냉장고도 없고 세탁기, 건조기
(라라) 공기 청정기도 없다
(점원) 아, 그러시구나
그럼 TV 먼저 보실까요?
저희 매장에서 전부 구매하시면
제가 서비스로 에어 프라이어랑 전기 포트도 다 챙겨 드릴게요
정말요?
(라라) 하, 어쩜 좋아 맘 같아선 다 사고 싶은데
지금 제가 돈이 없어요
네?
[익살스러운 음악] [웃음]
[준이 피식한다]
(점원) 아, 카드로 결제하시면 12개월 무이자 할부도 가능하신데
제가 카드가 없어요
한 개도?
(준) 뭐 하냐
(라라) 응
[풀벌레 울음]
(라라) 안 무거워?
(준) 응
(라라) 라라 랜드에 새로운 게 하나씩 생길 때마다
너한테 갚을 빚이 점점 늘어나는 느낌이야
(준) 그럼 다 갚든지
[라라의 헛기침]
(라라) 그, 장부는 잘 기록하고 있는 거지?
(준) 당연하지, 어
(라라) 잘 기록해 둬, 난 수학을 잘 못하니까
네가 청구하는 것만큼 줄 거야
(준) 그럼, 이자까지 다 받아 낼 거야
(라라) 음, 깐깐하긴
- (준) 근데 너 - (라라) 응
(준) 아까 매장 점원이 신혼부부냐고 물어봤을 때
왜 그렇게 심하게 아니라고 했어?
내가 그렇게 싫었어?
아니
(라라) 아니, 저, 그게 아니라, 뭐야, 그…
너한테 미안해서
아이, 나는 결혼도 한 번 했었고
너한테 민폐 끼치면서 얹혀사는 주제에
그런 오해까지 받게 하는 건 좀 도리가 아닌 것 같아서, 또…
(준) 네가 결혼을 해 봤든 말든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나 그런 거 하나도 안 중요해
[부드러운 음악]
사실
나 너한테 할 말 있어
잘 들어
손, 손 줘 봐
(준) 특별 선물
[밝은 음악] 대낮에 꿈까지 꾸면서 자는 거 보니까 피곤한 거 같아서
먹고 힘내라고
아…
[힘주는 신음]
[시원한 숨을 내뱉으며] 준아, 나 에너지 충전 완료!
[라라의 웃음]
- 라라야 - (라라) 어?
나 말이야
(만복) 준아
할아버지 [라라의 웃음]
[준의 한숨] (만복) 내가 방해를 한 건가?
(라라) 아니요
밤 산책 하시는 중이세요?
어, 준이 이놈한테 볼일이 있어서 겸사겸사 왔다
아
낮에 네 엄마가 찾아왔었다
참 좋은 엄마를 뒀더라
내 맘에 어찌나 쏙 들던지
[한숨]
(만복) 실은 내가 거짓말을 좀 해 줬다
[피식 웃는다]
엄마가 할아버지한테 실수한 건 아니죠?
응, 그럼
[옅은 한숨]
(만복) 준아
네 마음이 잔잔해질 때까지 여기 있되
무슨 일이 있으면 무조건 나한테 말해야 된다
내가 보호자니까
알았지?
네
아
(만복) 이거 네 엄마가 주더라
할아버지가 쓰세요
(만복) 응?
라라 랜드 임대료예요
[살짝 웃으며] 그래, 알았다
[만복이 돈 봉투를 부스럭 집는다]
[잔잔한 음악]
(라라) 너 사라지면 안 돼
나 안 사라질게
(라라) 내 옆에 있어
네 옆에 꼭 붙어 있을게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라라)
[휴대전화 조작음]
[입소리를 쩝 낸다]
[못마땅한 신음]
쟤는…
[라라가 흥얼거린다]
[휴대전화 진동음]
[의아한 신음]
[라라의 못마땅한 신음]
그냥 답톡을 할 것이지 꼭 목소리를 확인해요, 아주
응, 나 잘 자라고 전화했어?
[놀란 신음]
[밝은 음악]
(라라) 어? 차 쌤!
[은석의 놀란 신음] [라라의 웃음]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라라가 살짝 웃는다]
제가 한 건 별로 없지만 맛있게 드셨…
[라라의 의아한 신음] [라라가 도시락을 달그락거린다]
뭐가 들었나?
열어 보세요
(라라) 너무 약소한 거 아니에요?
(은석) 밤도 늦었고 또 바쁘시기도 하고
뭐, 이거 먹을 동안만 앉아서 얘기합시다
잘 먹겠습니다
아
[라라의 탄성]
[라라의 신난 신음]
(은석) 저, 김밥이 무척 다채롭던데
딩동댕
이꿈모 아줌마들이 만든 거 종류별로 넣은 거예요
아
저, 그럼 라라 씨는 김밥에 어떤 기여를 했어요?
저는 김밥에
음표를 솔솔 뿌렸죠
(은석) 응?
[경쾌한 피아노 연주]
피아노 쳤어요
(라라) 김밥 즐겁게 마시라고
(은석) 이야
이상한 말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상상을 해 보니까 또 말이 되네
(라라) 음, 그렇죠?
[함께 웃는다] 김밥 중엔 어떤 게 제일 맛있었어요?
어, 시금치김밥
(라라) [놀라며] 원장님 거 픽
아줌마한테 꼭 전해 드릴게요
아, 예
(은석) 저, 근데 라라 씨
저한테 밥을 사 주겠다고 한 이유가 뭔가요?
맨날 선생님한테 받기만 해서
감사해서요 [라라가 살짝 웃는다]
[잔잔한 음악] 아, 그렇습니까?
잘 아시면서
[웃음]
[은석의 한숨]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은데
종종 이렇게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이야기나 합시다
네 [웃음]
[웃음] [코를 훌쩍인다]
[휴대전화 진동음]
[라라의 힘겨운 신음]
[휴대전화 진동음] [라라의 짜증 섞인 신음]
[라라가 수납 장을 쿵 찬다]
[힘겨운 신음]
(라라) 아휴, 뭐야?
아유, 밤새 연락도 씹더니 참 답장도 빨리하셨네
(라라) 응?
뭐? 11시에 만나자고?
[놀란 신음]
[뱃고동이 붕 울린다] [새가 지저귄다]
[라라의 힘겨운 신음]
[라라의 가쁜 숨소리]
아, 깜짝이야!
아, 놀라라
치, 뭘 그렇게 놀라? 죄지었어?
아휴, 대체 어디 가는 건데? 황금 같은 휴일에
재민이 보고 싶다며
(라라) 재민이?
같이 가!
[부드러운 음악]
(준) 여기
여기가 재민이 집이라고?
불러 봐
재민아!
(라라) 재민이 있어?
재민아!
(라라) 밥을 먹어야지
(재민) 학교에서 급식 먹으니까 괜찮아요
요즘 왜 안 왔어? 선생님이 한참 기다렸어
엄마는 없고
(재민) 아빠는 일을 나가서
학원에 같이 갈 수가 없었어요
그럼 혼자 오면 되잖아
그래도 돼요?
[밝은 음악] (라라) 당연히 맨날 와도 되지
(준) 여기 냉장고에 있는 것도 마음대로 꺼내 먹어
선생님이 매일 피아노도 가르쳐 줄게
- 정말요? - (라라) 응
(라라) 대신 조건이 있어
이 학원이랑 재민이 방 청소 깨끗이 하기
선생님이 레슨비로 너의 청소를 대신 받을게
[살짝 웃는다]
할 수 있지?
너도 뭔가를 해야 당당할 거 아니야
눈치 보지 말고 어깨 쫙 펴고 매일 피아노 치러 오기?
- (라라) 약속 - (재민) 약속
- (라라) 도장 - (재민) 도장
- (라라) 복사 - (재민) 복사
[라라의 웃음]
(라라) 어디 보자, 오늘은
이거, 이거부터 해 볼까?
저기…
선생님
응?
저는
악보를 못 보는데요?
뭐?
(라라) 분명 천재는 맞는데 말이야
[라라의 한숨]
악보 보는 것부터 가르치려면 좀 힘들긴 하겠다, 그렇지?
(준) 넌 잘할 거야
[밝은 음악]
참
(준) 저 작은 꼬마한테
레슨비 대신 청소를 받아 낼 정도의 멘탈이라면 게임 오버지
- 야, 이씨 - (준) 저녁 뭐로 할까?
재민이 밥 먹여야겠지?
밥?
내가 진짜 맛있게 잘하는 밥집 하나 알긴 하는데
[밥솥 뚜껑을 달칵 닫으며] 뭐? 지금 바로?
준이도 온다고?
- (하영) 준이 오빠? - (숙경) 아이, 찬이 없는데
(숙경) 뭐하고 먹나
그래, 일단 와
숟가락 세 개 더 놓으면 되지, 뭐
응, 천천히 와
[통화 종료음]
- (하영) 엄마 - (숙경) 응?
준이 오빠 오늘 우리 집에서 밥 먹어? [숙경이 긍정한다]
어, 그럼 지금 뭐 하는 거야?
(하영) 미래의 사위가 오는데
닭이라도 한 마리 튀겨야 될 거 아니야!
오버한다, 오버해, 쯧
(하영) 에어 프라이어 뒀다 얻다 쓰게? [발랄한 음악]
(숙경) 뭐 해?
아, 지금 뭐 하는 거야?
(하영) 고기도 없어? 뭐, 한우 같은 거 있잖아
아, 무슨 한우! 차라리 중국집에서 시켜, 그러면은
(숙경) 자, 차린 게 너무 많지
[반짝이는 효과음]
다 얘 덕분이니까
많이들 먹어, 아가
오빠, 맛있게 먹어
(함께) 잘 먹겠습니다
(숙경) 먹어, 먹어도 돼
[라라의 힘주는 신음]
[라라의 들뜬 신음]
[라라의 탄성]
(라라) 재민아, 많이 먹어
[라라의 음미하는 신음]
[부드러운 음악]
(하영) 왜?
아, 또 옛날 생각 나서 그래?
[숙경이 훌쩍인다]
(숙경) 물 가져올게
[숙경의 힘주는 신음]
[라라의 의아한 신음]
아줌마 왜 그러셔?
아, 우리 엄마 보육원 출신이거든
[냉장고 문이 달칵 여닫힌다] 아, 뭐, 근데 뭐, 좀 사연이 있는데
주로 이렇게 굶주린 사람들이 허겁지겁 먹는 거 보면은
저렇게 센티해지더라고
(준) 자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숙경) 배고프면 언제든지 와
네
[하늘이 우르릉 울린다] - (준) 재민이는 내가 데려다줄게 - (라라) 응
(숙경) 어머, 갑자기 비가 오네, 우산 챙겨
(준) 빌려 가도 될까요?
- (라라) 그럼 - (하영) 아, 당근이지
[흥미진진한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준) 라라 랜드에 갖다 놓을게
그래
(라라) 조심히 가
[빗소리가 들린다] 아, 아니, 왜 라라 언니 거를 받냐고
아, 라라 랜드에 갖다 놓겠다 그랬다며
누나가 맨날 거기 가니까 그런 거 아니야
야, 아, 그렇게 따지면 나도 맨날 그 옆의 엄마 헤어 숍 가거든?
아, 그리고 라라 언니 우산은 핑크색이었다고, 핑크색!
진짜 안 어울리게 웬 핑크색이야
아니, 형이 무슨 핑크색 좋아하나 보지
(하영) 씨, 아, 야!
너 진짜 자꾸 성의 없이 대답할래?
[한숨 쉬며] 내가 아까부터 느꼈는데 너 지금 대답에 영혼이 1도 없어, 1도
너 지금 나 무시하냐?
네가 아무 의미 없는 준이 형 행동에 의미를 두니까 그런 거잖아
아, 진짜, 짜증 나, 너 진짜
아, 몰라, 끊어!
[통화 종료음] 뭐야, 짜증 나
[짜증 섞인 신음]
[놀란 신음]
[흥미로운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학원에 있어야 될 시간 아니야?
아니, 오빠한테 말할 게 있는 시간인데?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무슨 말이 하고 싶어서 그래?
나 오빠 좋아해
- 근데? - (하영) 나랑 사귀어
싫어
어? 왜?
(하영) 아, 어떻게 내 고백을 거절할 수가 있어?
미안
(하영) 오빠!
설마
좋아하는 사람 있어?
(준) 응
내가 아는 사람이야?
[옅은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익살스러운 음악]
(하영) [울먹이며] 준이 오빠!
야, 선우준!
너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이 나쁜 놈아!
내가 어떻게
어떻게 고백했는데
- 코노 갈까? - (하영) 아, 싫어
- 그럼 떡볶이? - (하영) 아, 너나 먹어, 너나!
(하영) 씨, 구라라가 뭔데? 왜 난 안 되는데!
아, 진짜 짜증 나, 뭐야 [휴대전화 조작음]
(승기) 2020년 열아홉 여름
선우준한테 까인 날
(하영) 야, 너 진짜 변태냐? 아, 왜 이딴 걸 찍어!
(승기) 왜? 난 너 우는 게 그렇게 웃기더라
야, 이것 봐, 야, 너 진짜, 와 눈에서 검은 물 흘러
- (승기) 와, 대박 - (하영) 너 진짜 죽고 싶냐
(하영) 죽고 싶냐!
(승기) 그래, 때려, 때려
네가 나를 때려서 네 기분이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면
[팔을 툭툭 치며] 얼마든지 때려
(하영) 뭐라는 거야? 짜증 나게
씨, 나 복수할 거야
[익살스러운 음악] (승기) 뭔 복수?
라라 언니 우리 집에서 쫓아내 버릴 거야
[한숨 쉬며] 야
그럼 라라 누나 바로 라라 랜드로 들어갈걸?
- 뭐? - (승기) 생각을 해 봐라
그 누나가 갈 데가 어디 있냐?
(승기) 그리고 자고로 적은 가까이 둬야 된다 그랬어
가까이?
차라리 네 눈에 보이는 게 훨씬 이득이라고
(승기) 아, 그런 말도 못 들어 봤냐?
[훌쩍이며] 몰라
(승기) 으이그, 공부 좀 해
그러니까 네가 나보다 항상 등수가 뒤지
야, 아, 누가 들으면 너는 전교 1등 하는 줄 아시겠어요
(승기) 아휴 [하영이 씩씩거린다]
나 아까 한 말 취소할래
(하영) 라라 언니 그냥 우리 집에 둘 거야
잘 생각했어
아이고, 잘한다, 아이고, 잘한다
씨, 죽어
그러길래 왜 너는 내 허락도 없이 고백을 해 가지고
무시를 당하냐, 속상하게
제 맘이에요, 제 맘!
뭔 상관인데
[한숨]
아휴
근데 요즘 라라 누나 이상한 거 못 느끼겠냐?
뭐가?
아, 차 쌤하고 뭐가 있는데, 분명
자
[밝은 음악]
(라라) 어? 하이든 소나타집이네
나도 이거 있는데
(은석) 얼마 전에 짐 정리하다가 찾았어요
(라라) 어? 이 곡
(은석) 아, 초등학교 3학년 때 콩쿠르 나갔던 곡이에요
(라라) 대박, 나도 이걸로 콩쿠르 나갔는데
(은석) 물론 대상 받았습니다
[웃으며] 뭐든 잘하시는 차 쌤은
콩쿠르도 나가기만 하면 대상을 타셨나 봐요
[웃음]
난 만년 2등이었는데
3등 한 적도 있고 5등 한 적도 있어요
(라라) 같은 나이 친구 중에 진짜 잘 치는 친구가 있었거든요
그 친구가 대상은 다 가져갔어요
(은석) 아, 속상했겠네
(라라) 아니요, 전혀요
제가 들어도 그 친구가 진짜 잘 쳤거든요
뭐, 그런 애가 있으면
나 같은 애도 있는 거니까
충분히 알겠습니다
[웃음]
아, 재민이가 콩쿠르에서 이 곡을 치면 어떨까요?
좋은데요? [놀란 신음]
(라라) 와, 악보 봐, 역시 모범생은 다르구나
(은석) 라라 씨는 어땠는데요?
저요?
[밝은 음악]
(어린 라라) 이번엔 바나나로 그려 주세요
[한숨]
(미숙) 라라야
지금이 색칠 공부 시간 아닌 거 알지?
네!
[웃음]
[어린 라라의 웃음]
뭐가 그렇게 우스워?
바나나가 똥같이 생겼잖아요
(어린 라라) [웃으며] 똥, 똥, 똥
똥
[헛웃음]
아휴
내가 너 때문에 웃는다, 너 때문에
선생님이 고혈압이 있으셨다면
아마 백 번도 넘게 뒷목 잡고 쓰러지셨을걸요?
[웃음]
[함께 웃는다]
[악보를 팔랑 넘기며] 이거 가르치려면…
(은석) 자
기대하겠습니다
[웃음]
(라라) 진짜 어렵겠는데
(승기) 아, 뭐, 그렇다고
(승기) 내가 저번에 둘이 밤에 놀이터에서 아이스크림 먹는 것도 봤어
[흥미로운 음악] - 진짜? 둘이서? - (승기) 응
오, 그럼 둘이 잘될 수도 있단 말이네?
- 아마도? - (하영) 오
씁
그렇단 말이지
(하영) 야, 나한테 기막힌 아이디어 하나 있는데
- 뭔데? - (하영) 네가 도와줘야 돼
(라라) 쌤!
[라라의 가쁜 숨소리]
너무 늦었죠? 죄송해요
(은석) 괜찮아요
아, 뭐야, 뭐야 승기랑 하영이도 아직이에요?
아, 좀 늦네요
[휴대전화 진동음] (라라) 어?
(하영) 언니, 나랑 승기는 학원 보충 때문에 못 가겠다
[놀란 신음] 미안
학원 보충 때문에 둘 다 못 온다는데요?
아, 먼저 약속 잡아 놓고 녀석들도 참
그러니까요
[라라의 어색한 신음]
[은석이 입소리를 똑똑 낸다]
(라라) 오늘은 날이 아닌 거 같죠? 그냥 갈까요?
그냥 그…
둘이서 보죠
여기까지 왔는데
[잔잔한 음악]
[멋쩍은 웃음]
그래요, 그럼
[스크린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라라) 아, 네
[음산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은석) 아, 하필 시간이 맞는 영화가 이거밖에 없어서…
- (은석) 괜찮죠? - (라라) 그럼요
[라라의 놀란 신음]
(스크린 속 배우1) 진짜 무섭단 말이야
오빠
(준) 오늘 일찍 갔나?
[스위치를 달칵 켠다]
[낑낑거린다]
(준) 미미야, 주인님 어디 있어?
오고 있어? 어
알았어, 알았어, 씁
그럼 요리나 좀 해 볼까?
[밝은 음악]
[통화 연결음]
[통화 연결음]
[TV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휴대전화 진동음]
[헛기침]
어, 준이 오빠
라라 언니?
몰라, 여기도 없는데?
[반가운 숨소리]
[중얼거린다]
[헛기침하며] 라라 언니
차 쌤이랑 영화 보러 갔나 보다
[흥미로운 음악] 뭐?
(하영) 아, 차 쌤이랑 영화 보는 거 100%라니까
(승기) 형, 라라 누나 좋아하지?
아니, 뭐, 주제넘게 들릴 수도 있는데
고백할 거면 빨리하라고
그게 뭔 소리야?
아이씨, 하영이가 말하지 말랬는데, 쯧
아니, 차 쌤하고 라라 누나하고 잘될지도 몰라
하영이가 둘 사이에서 엄청 열심히 다리 놓고 있거든
(승기) 아이씨, 뒈지겠다
[스크린 속 배우2의 겁먹은 신음]
[라라의 비명] [스크린에서 괴성이 흘러나온다]
[라라의 놀란 신음]
[라라의 멋쩍은 웃음] [스크린에서 영화가 계속된다]
(라라) 핸드폰이…
[은석의 당황한 신음]
[라라의 당황한 신음]
[밝은 음악]
[긴장한 숨소리]
(은석) 내가 조금 다가가도 되겠습니까?
[휴대전화 진동음]
[매미 울음]
[한숨]
[감성적인 음악]
[피식 웃는다]
에어컨을 사야 되나
(승기) 뭘 고민해, 당연히 고백 먼저 해야지
고백하고 완전히 헤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됐을 때
그때 밝혀
(재민 부) 쓸데없이 애한테 바람 넣지 말고 그냥 놔둬요, 좀!
(라라) 재민이가 피아노 치러 오면 얼굴에 빛이 나요
(재민 부) 그쪽은 뭐야?
남편입니다
(준) 좋아하게 됐어
우울한 날들 속에 어느 날 기쁨이 생겼는데
그게 너였어
(민수) 혹시 이 사람 본 적 있습니까?
(여자3) 어? 이 남자
얼마 전에 어떤 여자랑 왔었잖아
[음산한 효과음]
(준) 라라야, 고마워
나에게 와 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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