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솔솔라라솔 8
[흥미로운 음악]
(은석) 저, 많이 놀랐습니까?
(라라) 네, 좀 많이…
그럼 더 놀라게 해야겠네요
우리 한번 만나 보는 건…
(라라) 거절합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 저, 저기, 저 아직 시작한 문장도 다 못 끝냈는데
죄송해요, 선생님
선생님이 진짜 좋은 분이라는 것도 알고
(라라) 또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인데
혹시 지금 하시려는 게 고백이라면 저 받아들일 수 없어요
[잔잔한 음악]
[난처한 웃음]
(은석) 아이
이렇게 빨리 거절당한 게 처음이라서
어떤 말을 어떻게 해야 될지 잘 모르겠네요
와
정말 새로운 경험입니다, 예
실례가 됐다면 죄송합니다
제가 더 실례했습니다
그…
오늘 일은 다 잊고 어제처럼 지내시죠
(은석) 뭐, 가끔 만나서 아이스크림이나 사 먹고 하는 그런 사이?
[웃으며] 어때요?
괜찮습니다, 정말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어색한 웃음]
뭐, 그런 의미로
편하게 하나만 물어볼게요
혹시 지금
다른 좋아하는 누군가가 있습니까?
그, 그게…
(준) 라라야
(준) 영화는
- 잘 봤어? - (라라) 어?
그, 그럼 [라라의 어색한 웃음]
(준) 오늘은 이만
라라랑 헤어져야겠는데요?
어디를 좀 가야 돼서
그렇게 해요
잘 가요
[라라의 한숨]
[멋쩍은 웃음]
(라라) 무슨 일인데 이렇게 정신없이 왔어?
아, 너 주려고 샐러드를 만들었는데
식, 식을까 봐
[익살스러운 효과음]
식을까 봐 급하게 데리러 온 거야
샐러드 원래 차게 먹는 건데?
너 모르는구나?
내 샐러드는 뜨거워
정말 뜨거워
[밝은 음악] [라라가 피식한다]
- 왜 웃어? - (라라) 아니
이유가 너무 이상하잖아
다 너한테 배운 거거든
내가 언제 그랬는데?
넌 늘 이유가 이상해
치
근데 그게 다 맞는 말이야
치
[피식 웃는다]
가자, 샐러드 먹으러
- 라라야 - (라라) 응?
(준) 뭐 잊은 거 없어?
뭐?
(준) 나 레슨 언제 해 줄 거야? 내가 첫 번째 수강생인 거 잊었어?
(라라) [놀라며] 미안, 내일부턴 너부터 꼭 챙길게
나 혼자 연습해서 한 번에 받을 테니까 몰아서 해 줘
진짜 그래도 돼?
(준) 응
꽉 잡아
[라라의 놀란 신음]
(준) 너와 달리는 이 밤
이 순간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승기) 뭐야?
어제 일 감사 인사 하려고 부른 거야?
- 근데 왜 빈손이야? - (준) 여기 네 거
(승기) 와, 고작 물 한 통으로 퉁을 치겠다고? [승기의 헛웃음]
그래, 뭐, 시원하니까 내가 봐준다
사실 상담할 게 하나 있어서
[승기의 당황한 신음]
뭐, 사, 사, 상담?
(승기) 아니, 공부 못한다고 맨날 무시당하는 고3인 나한테 상담?
아니, 뭐, 간단한 거야
[헛기침하며] 그래, 뭔데?
만약 너한테 비밀이 하나 있는데 [승기가 호응한다]
고백도 하고 싶은 거야
(승기) 비밀, 고백
그럼 비밀 먼저 말하고 고백을 할래, 아니면
고백을 한 다음 비밀을 밝힐래?
[익살스러운 음악]
와, 이…
안 간단한데?
뭐, 그 비밀이 뭐, 치명적인 거야?
라라 누나가 알면 막 고백 안 받아 줄 거 같고 막 그래?
아마도?
에이, 그럼 뭘 고민해
당연히 고백 먼저 해야지
(승기) 고백하고 완전히 헤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됐을 때
그때 밝혀
나라면 그럴 거 같은데?
그래서
그 비밀이 뭐야, 어?
이 동생한테만 말해 봐, 어?
(준) 싫어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 형!
아, 뭐야, 저 형, 뭐, 전과자인가?
어유, 씨
[음산한 효과음]
갈게
(라라) 네
할아버지
궁금한 게 있는데요
왜 '소녀의 기도'예요?
[부드러운 음악]
꼭 그 곡을 치고 싶으신 이유가 있나 해서요
내 아내가 살아생전에 갖고 있던
마지막 기억의 조각이거든
[살짝 웃으며] 그럼 수고해
네
[만복의 웃음]
(승기 모) [웃으며] 어떡해
레슨받고 가시는구나
가방 멘 폼이 딱 소녀 같으세요
잘 어울려?
엄청요
[웃으며] 어휴
(만복) 참새들이 방앗간에 모일 시간이구먼 [승기 모의 웃음]
잘 놀다 와
[만복의 웃음] (승기 모) 네, 들어가세요
[웃음]
(숙경) 이거, 이거 여기다 이렇게 싸 먹어, 맛있어
(예서 모) 상추야? 뭘 싸 먹어 [미란이 풉 웃는다]
[사람들이 도란거린다]
- 참새들! - (숙경) 아, 왜 이렇게 늦었어?
- (라라) 오셨어요? - (승기 모) 이거 챙겨 오느라 그랬지
- (예서 모) 뭔데, 뭔데? - (승기 모) 몸에 좋은 거 [숙경의 감탄]
(승기 모) 승기 아빠가 이걸 숨겨 놓고 혼자 먹길래
화딱지 나서 내가 엄청 챙겨 왔지
신상인가?
(예서 모) 스톱, 스톱, 스톱
(예서 모) 뭐야, 이거? 번호가 있어?
[익살스러운 음악] - (승기 모) 어? - (라라) 어? 진짜다
- 전 10번요 - (숙경) 난 6번
(미란) 어머머
언니가 몰래 빼 먹는 거 알고 형부가
번, 번호 써 놨나 봐 [예서 모의 놀란 신음]
(예서 모) 그럼 형부가 우리 잡으러 오는 거 아니야?
더럽고 치사해서 같이 못 살겠네!
(숙경) 이혼해! [승기 모의 추임새]
(함께) 이혼해! 이혼해! [승기 모의 추임새]
(숙경) 나이가 몇 갠데 아직도 먹을 거로 싸우고 그래, 진짜로
(승기 모) 아휴, 정말
(예서 모) 이혼할 때 하시더라도 드시고 하소서
그래, 먹자, 먹어
(미란) 오! 맛은 있구먼 [예서 모가 호응한다]
형부가 확실히 미식가구먼
미식은, 아휴
아휴, 맛은 있네 [함께 웃는다]
(승기 모) 아참, 만복 할아버지 방금 나가시던데 어때?
실력 많이 느셨어? [예서 모의 궁금한 신음]
그게, 그…
원하시는 곡까지 치시려면 좀…
(미란) 아휴, 걱정하덜 말아
만복이 할아버지 그래 봬도 그 어려운 핸드폰도 배우신 분이야
(예서 모) 맞아, 맞아, 저기 길거리에서
맨날 폰에다 엄청 뭐 쓰시더라, 그냥
별그램을 하시나?
[함께 웃는다]
(미란) 아유, 말도 마, 언니 준이 총각 엄청 고생했어
고생요?
[익살스러운 음악]
(준) 자, 그럼 이제 제가
단톡을 만들어 드릴 거예요 단체로 얘기할 수 있는 방
거기다가 아까 배우신 대로 글을 쓰시면 돼요
- (미란 시부) 뭐라고? - (준) 네? [익살스러운 효과음]
(미란 시부) 뭐라고? [익살스러운 효과음]
자, 보세, 보세, 보세요, 다시 할게요
(미란) 우리 시아버지, 만복이 할아버지랑 막걸리 드시는 사이잖아
(준) 이렇게 글을 쓰시면 되는 건데
아, 천천히 좀 해 봐
[익살스러운 효과음]
(미란) 준이 총각이
동네 할아버지들 다 모아 놓고 핸드폰 강의 엄청 열심히 했어 [준이 계속 설명한다]
- (미란) 그거 진짜 대단한 거다 - (예서 모) 그럼
(미란) 나는 몇 년 전에 우리 시어머니 인터넷 뱅킹 가르쳐 드리다가
대판 싸워 가지고 우리 시어머니랑 이혼할 뻔했잖아
[라라의 웃음] (함께) 이혼해! 이혼해!
(라라) 무슨 이혼이에요 아주머니들 너무 웃겨요
[함께 웃는다] 뭐가 웃겨?
(숙경) 별 잡스러운 일들이 일어나는 게 이 결혼의 세계야
(미란) 어머머, 어머머
(예서 모) 하여튼 숙경쓰 결혼을 안 해 봤는데 참 제일 박사야
- (승기 모) 그러니까 - (숙경) 헤어 숍 12년 해 봐
나만큼 그 세계의 전문가도 없어요
(라라) 저 질문이 있는데요
(예서 모) '왓'?
만복 할아버지 부인은 어떤 분이셨어요?
[예서 모가 입소리를 쩝 낸다]
작년까지만 해도 만복 할아버지
언니였어
[잔잔한 음악]
(만복 처) 언니
언니
왜?
나 배고파
아유, 다 왔어
(만복) 얼른 가서 먹자고
(만복 처) 응 [만복의 웃음]
[만복 처의 탄성]
(만복) 맛있어?
(만복 처) 응
언니는 왜 안 먹어?
[옅은 신음]
[만복 처의 당황한 신음]
[만복 처가 젓가락을 달칵 내려놓는다]
[말을 더듬으며] 화나셨어요?
밥이 다 식었죠?
얼른 다시 해 올게요
(만복) 아니야
난 지금 배불러
걱정 말고 먹어
언니, 나
피아노 진짜 안 만졌어요
(만복 처) 그냥 행주로 이렇게 닦기만 했어요
[울먹이며] 진짜로
피아노 안 만졌는데
응, 알고 있어
(승기 모) 할머니한테 치매가 왔는데
(승기 모) 할아버지가 지극정성이셨어
(미란) 우리 시아버지 말로는
젊을 때 이 동네 오셔 가지고 두 분이서 엄청 고생하셨대
[예서 모의 한숨]
(숙경) 꽃집 할머니 얼마나 사람이 좋았게
(예서 모) 꽃 다 못 팔면 요 앞에 묶어 가지고 내놔 가지고 공짜로 막 가져가라고
[저마다 호응한다] (숙경) 어!
저거, 여기 헤어 숍 오픈한 날 선물로 주신 거잖아
- (미란) 오! - (숙경) 엄청 컸지?
(승기 모) 어머나, 세상에, 많이 컸다 [사람들이 감탄한다]
(예서 모) 아니, 할아버지 치시고 싶은 곡이 뭔데?
'소녀의 기도'요
(승기 모) 어머, 어떡해 [승기 모와 미란의 웃음]
아까 보니까 이렇게 소녀 같으시긴 하더라 [함께 웃는다]
(예서 모) 가방 참하게 메시고
(승기 모) 어, 얼마나 이쁘게 다니시는지
[밝은 음악]
"음악"
[새가 지저귄다]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준) 이제 테이프 말고 이걸로 들으세요
오, 훨씬 잘 들리는구나
(준) 진작 바꿔 드렸어야 됐는데 죄송해요
(만복) 죄송할 것도 많다, 고맙다
(준) 저 가요
왜? 다 듣고 가지 그러냐
전 따로 듣는 게 있어서요
"소녀의 기도"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풀벌레 울음]
[잔잔한 음악]
[낑낑거린다]
[미미가 낑낑거린다]
[피아노 건반을 댕댕 두드린다]
[멍멍 짖는 효과음]
[시원한 신음]
준이는 잘 있나?
오늘은 연락이 없네?
[밝은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진동음]
[헛기침]
여보세요?
준아
이 시간에 내가 셔틀 시키면 화낼 거야?
당연하지
(준) 왜? 뭐가 필요한데 그래?
아니, 내가 쓰던 수분 크림이 똑 떨어졌지 뭐야
거기 내 방 탁자 위에
(라라) 네가 사 준 크림 있는데 배달 가능할까?
안 돼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 그래?
너무 늦긴 했다, 그렇지?
준아, 그래도 내 목소리 들어서 좋지?
(준) 아니
[웃으며] 하여튼 얘는 정말
(라라) 준아, 오늘도 잘 자
(준) 싫은데?
응?
[가쁜 숨소리]
[준의 가쁜 숨소리]
왜 이렇게 빨리 왔어? 뛰어온 거야?
[준의 가쁜 숨소리] (라라) 고마워
내가 괜히 전화해 가지고
이거 주러 온 거 아니야
너 보러 온 거야
[의미심장한 음악]
보고 싶어서
[한숨]
잘 자
(라라) 응
- (준) 라라야 - (라라) 어?
저기
(준) 그러니까
[침을 꼴깍 삼킨다]
[한숨]
(준) 너희 집 앞에 화장품 두고 간 사람 찾았어?
어, 으응
뭐, 또 선물 온 건 없고?
(라라) 응
아
꽃바구니가 하나 온 것 같기도 하고
(준) 꽃?
근데 나한테 온 게 아닐 수도 있어
[새가 지저귄다]
"소나타 작품 57번"
(라라) 음, 오늘은 베토벤이네
제가 사실
모차르트 선수이긴 한데
[웃음]
베토벤도 잘 쳐요
[라라의 웃음] (중호) 네, 잘 들을게요
(라라) 저, 드릴 말씀이 있는데
제가 콩쿠르를 준비해야 될 학생이 생겨서요
네, 그런데요?
당분간 한 시간씩만 수업을 해야 될 것 같아요
(라라) 저
이번 달 두 시간으로 계산된 수강료 환불분이에요
재민이가 콩쿠르에서 우승만 하면
학원 수강생도 많아지고 엄청 번창할 거 같아요
[라라의 들뜬 신음]
저는 사람 많아지는 거 싫은데요?
[음산한 음악]
그러니까 선, 선생님이 바빠지는 게 싫단 얘깁니다, 예
(중호) 어, 그래서 제 시간을 뺏기는 것도 싫고요
저…
[중호의 어색한 웃음]
죄송합니다
네가 재민이니?
(재민) 네
[피식 웃는다]
(중호) 열심히 해
네
[음산한 음악]
[문이 달칵 닫힌다] [헛웃음]
[경쾌한 피아노 연주] [메트로놈이 째깍거린다]
왼손, 오른손 박자 정확하게
(라라) 그렇지
어어, 또, 또 속도 빨라진다 속도 일정하게, 재민아
손목하고 어깨 힘 빼고
[경쾌한 음악]
(라라) 자, 이번엔 스타카토!
[경쾌한 피아노 연주]
[날카로운 효과음]
이번엔 부점으로 손은…
[문이 달칵 열린다] (직원1) 에어컨 왔습니다
[만복의 헛기침]
어?
- (만복) 재민이 오늘도 열심히 하나? - (라라) 할아버지
(재민) 안녕하세요
[밝은 음악] (만복) 어, 저, 저 안으로 가져가요
(라라) 아니, 이렇게 큰 선물을…
감사해서 어떡해요
아, 준이가 나한테 선물을 주길래 나도 보답하는 거다
선물요?
그 동그랗고 음악 나오는 거
동그랗고 음악 나오는 거?
아, CD
아
보답 선물로
너무 큰 선물을 주신 거 아니에요?
아, 이 더운 계절에 너희들 힘들까 봐 그러지
(만복) 재민아, 열심히 해
이 할아비가 응원하마
(재민) 감사합니다
(라라) 할아버지
콩쿠르 나가서 꼭 우승할게요
그래 [만복의 웃음]
(라라) 감사합니다
[잔잔한 음악]
[숨을 들이켠다]
[은석의 한숨]
(하영) 아저씨! [은석의 사레들린 기침]
(김 간호사) 학생, 내가 기다리라고 했잖아
[은석의 괴로운 신음] (은석) 물
[흥미진진한 음악] - (김 간호사) 어, 선생님! - (은석) 물, 물!
[은석이 물을 후루룩 마신다]
- (은석) 등 - (하영) 네?
때, 때, 때려
[괴로운 신음]
(김 간호사) 선생님, 괜찮으세요?
[당황한 신음]
[문이 탁 닫힌다]
[은석의 한숨]
근데 무슨 약 먹은 거예요?
(은석) [한숨 쉬며] 비타민
어? 나도 줘요
다음에, 지금은 내가 먹을 거밖에 없다
어, 진짜 은근히 욕심쟁이네 비타민이 뭐라고
씁
근데 넌 무슨 일이니?
(하영) [한숨 쉬며] 아저씨
진짜 라라 언니 이렇게 포기할 거예요? 아, 뭐라도 좀 해 봐요!
밥을 먹든 대시를 하든
맨날 그렇게 비타민이나 먹고
영양가 없는 피아노만 치고 앉아서 뭐 할 거냐고요!
벌써 까였어
[흥미로운 음악] 네?
[헛웃음]
정말 난생처음 겪는 일이라 좀 다소 충격적이긴 한데, 쯧
(은석) 오히려 마음 편하다
아, 진짜
아저씨 진짜 겁나 짜증 나요!
하영아
내가 아주 옛날에 본 영화 중에
이런 대사가 있어
[영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놓아주어라' [차분한 음악]
(은석) '다시 되돌아온다면 그것은 영원히 당신 것이다'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애초에 당신 것이 아니었다'
[한국어] 뭐라는 거야?
아저씨 지금 나한테 영어 잘한다고 자랑하는 거예요?
[익살스러운 음악] (하영) 하여튼
이래서 '라떼는 말이야'랑은 대화가 안 통해, 대화가
[문이 드르륵 열린다] [헛웃음]
씁, 내가 벌써 '라떼'란 말이야? [문이 드르륵 닫힌다]
[헛웃음]
[감성적인 반주가 흘러나온다] (하영) ♪ 눈물이 또 남아 있다면 ♪
♪ 모두 흘려 버려요 ♪
♪ 이 좋은 하늘 아래 ♪
♪ 우리만 남도록 ♪
[승기의 추임새]
아, 야! 안 그래도 좁아 죽겠는데 뭐 하는 거야? [팡파르가 흘러나온다]
[승기의 멋쩍은 신음] [하영의 한숨]
야, 좁으니까 나가
- (승기) 어? - (하영) 아, 나가라고!
(승기) 어, 아, 알았어
[감성적인 반주가 흘러나온다]
(하영) [울먹이며] ♪ 사랑할 수 있나요 ♪
♪ 내가 다가간 만큼 ♪
♪ 이젠 내게 와 줘요 ♪
♪ 내게 기댄 마음 ♪ [승기의 한숨]
♪ 사랑이 아니라 해도 괜찮아요 ♪
♪ 그댈 볼 수 있으니 ♪
(승기) 왜 준이 형만 바라보냐
난 너만 바라보는데
(하영) ♪ 괜찮아요 ♪
♪ 내가 사랑할 테니 ♪
[풀벌레 울음]
(승기) 이제 좀 풀렸어?
내가 알려 준 노래 어때? 되게 괜찮지?
(하영) 시끄러워
(승기) 그래서? 준이 형은 어떡할 건데?
계속 좋아할 거야?
(하영) 몰라, 생각 중이야
(승기) 야
내가 현재 네 마음 상태 테스트 한번 해 줄까?
(하영) 무슨 마음?
(승기) 음
생각해 봐 봐 [감성적인 음악]
지금 막 장대비가 내리고 있어 [천둥 효과음]
근데 네 손에는 우산이 하나 있는 거야
그럼 그 우산 준이 형 줄래, 아니면
나 줄래?
장난하냐?
아, 당연히 우리 준이 오빠지 이게 미쳤나
[하영의 한숨]
아직 멀었네
그래, 뭐, 비 좀 맞으면 어때
감기 좀 들면 되지
야, 하영아, 같이 가
[경쾌한 피아노 연주]
(라라) 그렇지
재민아, 여기 박자 정확하게 맞춰야 돼
조금씩 빠르게, 좀 더 빠르게 그렇지!
어, 여기서부터 빨라지지 않아야 돼
여기 쌤 체크해 놨지? [발랄한 음악]
여기는 잘 집어 줘야 돼, 그렇지
여기는 다시 느리게, 점점 느리게 그렇지, 박자 맞춰서
(라라) 재민아, 이거는 트릴이라는 거야
그리고 이 트릴은
'도, 레, 도, 레'를 빠르게 한 박자 동안 반복해서 치는 거야
- (라라) 알겠지? - (재민) 아
[보드 마커를 달칵 내려놓는다]
(하영) 이게 뭐야?
누가 이런 걸 그려 놨대?
준이 형 같은데?
(승기) 도대체 이 형 정체가 뭐지?
내가 이거를 과학 시간에 봤나? 수학 시간?
(승기) 야, 너 옴의 법칙도 몰라?
'V는 IR', 어? 야, 이건 중학교 때 배운 거다
전압은 전류 곱하기 저항
아직 안 죽었어
씨, 쟤 요즘 나 몰래 공부하는 거 아니야?
야! 너 혼자 공부하기냐? 아, 그건 반칙이잖아
[잔잔한 피아노 연주]
아, 몰라
[낑낑거린다]
들을 만해?
[익살스러운 효과음]
표정, 표정이 왜 그렇지?
(라라) 재민아, 우리 이거 마시면서 할까?
선생님하고 짠!
(함께) 짠!
[시원한 숨을 내뱉는다]
[경쾌한 피아노 연주]
재민아 [재민이 연주를 멈춘다]
더 씩씩하게, 즐겁게, 신나게 쳐 봐
(라라) 막 즐거웠던 거 떠올리면서 그런 마음으로 피아노를 쳐 봐
생각이 잘 안 나요
떠오르는 게 없어요
(라라) 재민이가 그랬어?
그렇다면
[휴대전화 진동음] [문이 달칵 닫힌다]
왜, 또 무슨 일이야?
내가 톡 보낸 거 봤어?
(라라) 그거 사 가지고 숙경이 아줌마네로 와
아, 싫어, 그리고 바빠
치, 알았어
일 잘하고
[통화 종료음]
[코를 훌쩍인다]
(라라) 됐다
- (준) 왜 이제 와? - (라라) 어머, 깜짝이야!
- 너 바쁘다며? - (준) 빨리 와
[헛웃음 치며] 준아
(라라) 너는 국어를 다시 배워야 될 거 같아
싫어
(준) 가자, 재민아
너는 '싫어'가 '예스'냐?
[경쾌한 음악]
(라라) 이건 밀가루, 듬뿍듬뿍
자
[라라가 흥얼거린다]
(준) 재민아
(라라) 재민이 이제 만들어 볼까?
(재민) 네
(준) 세게 해야지
[라라의 장난스러운 신음]
(준) 그렇지, 그리고 이렇게
그리고 하트
[오븐 작동음]
[라라의 들뜬 신음]
[오븐 알림음]
[라라의 탄성] [오븐 문을 탁 닫는다]
(라라) 와, 성공
[라라와 준의 웃음]
냄새 진짜 고소하다 [라라의 신난 신음]
[놀란 숨소리]
어떡하지, 저거 너무 무서운데?
[익살스러운 음악]
(준) 내가 해야지
아니야, 그럼 내가 너무 미안해지잖아
(준) 아니야, 너 재민이하고 과자나 먹어
(라라) [애교스럽게] 감사합니다
재민아, 먹자, 먹자, 가자
[준이 달그락 설거지한다]
(라라) 맛있어?
[살짝 웃으며] 재밌었어?
네, 많이요
선생님도 아빠랑 쿠키 만들 때 엄청 재밌었거든
(라라) 많이 먹어
우유도 마셔
아직 멀었어? 너도 먹어야지
(준) 나 단거 싫어해
음, 까다롭긴
(라라) 또 해 보고 싶은 건 없어, 재민이?
[고민하는 신음]
줄넘기요
[밝은 음악]
- (준) 이따 집에 가서 오븐 열어 봐 - (라라) 왜?
뭐가 있을 건데 꼭 혼자 먹어
더 높게 뛰어 봐, 높게
봐 봐, 재민아
[오븐 작동음]
[오븐 알림음]
(라라) 아휴, 세상에
너무 잘 만들었네
[기분 좋은 신음]
[메시지 수신음]
(라라)
(준)
(라라)
[코를 훌쩍인다]
(준)
어머!
(준) 아!
아
(라라) 어머, 얘가 갑자기 왜 이래?
어머
어머, 이거 지금 실화야?
아, 미쳤나 봐
아, 미친놈
아, 너무 오그라들어
[헛기침]
[메시지 수신음]
(라라)
(라라)
[헛웃음]
(준)
[피식 웃는다]
(명) 아니, 이게 [명의 한숨]
이, 이게 뭐야, 이거?
계절 바뀐 지가 언젠데 새 셔츠 하나가 없어?
(윤실) 아이코
어, 내가, 아유, 이런
오늘 가서 얼른 당장 하나 사, 사 올게요
이런 것도 안 챙기고 맨날 어딜 그렇게 싸돌아다니는 거야?
전화는 맨날 통화 중이고
뭐, 남자라도 생겼어?
[어색한 웃음]
아유, 당신도 참 [어색한 웃음]
무슨 그런 말을 다 해요
(윤실) 얼른 오늘 중으로 셔츠 사다 놓을게요
(명) 으이그, 정말, 참
[명의 한숨] [의미심장한 음악]
[사이렌이 울린다]
(민수) 혹시 이 사람 본 적 있습니까?
5월 초쯤 심장에 문제 생긴 어떤 할아버지를 모시고 왔다고 하던데
(간호사1) 음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
(간호사2) 어, 이 남자
얼마 전에 어떤 여자랑 왔었잖아
여자?
어떤 환자였는데요?
이름이 특이했는데
라라였던가?
(간호사2) 왜, 정형외과 김 선배가 되게 웃긴 피아니스트 환자 입원했다고
(간호사1) [웃으며] 야
바쁘지 않아?
환자 정보는 알려 드릴 수 없습니다
(간호사1) 죄송합니다
[간호사1이 부스럭거린다]
여자
피아니스트
이름이 라라…
[강조되는 효과음] 라라
[흥미로운 음악]
(라라) 피아노 배우고 싶으세요?
(민수) 학원 이름이 라라 랜드
저희 학원엔 무려 80이 되신 할아버지도 다니신답니다
"라라 랜드"
그 노인네가 여길 다닌다는 얘긴데
지금 여기 없어요
얼마 전에 어떤 여자랑 왔었잖아
(은석) [한숨 쉬며] 재민이랑 또 놀러 나갔나?
나온 김에 머리나 자를까?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숙경) 어머, 어머
[웃으며] 아이고, 선생님 오셨어요?
(은석) 네, 안녕하세요
(숙경) 머리할 때가 되셨구나 [은석이 호응한다]
- (은석) 아이고 - (숙경) 아휴
- (숙경) 여, 여기, 여기 앉으세요 - (은석) 네
(숙경) 예
뭐, 차 드릴까요?
(은석) 아, 괜찮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발랄한 음악]
(숙경) 차 쌤 진헤어 방문
이꿈모 모여라
아, 그 복숭아 하나만 먹을 수 있을까요?
[메시지 수신음] - (승기 모) 수고하세요, 예 - (주인) 들어가세요
뭐야?
[놀란 신음]
[메시지 수신음]
차 쌤?
(윤실) 응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음, 이것도 다 주세요
어머
(윤실) 이거 다
(자경) 어머, 사모님
[웃으며] 안녕하셨어요?
어, 결혼식 이후로 오랜만이네요
[자경의 어색한 웃음]
그날
사정이 좀 있었어요
[헛웃음 치며] 얘기 들었습니다
뭐, 우리 정남이는 다시 선보고 있으니까
좋은 소식 있으면 또 연락드릴게요
(윤실) 또요?
아, 또? [함께 살짝 웃는다]
뭐, 그래요
(자경) 어, 사모님!
혹시 아드님 코디 선생님 바꾸셨어요?
[딸꾹질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아니, 우리 정남이가 대치동 김소형 에이스반 출신이잖아요
얼마 전에 김 쌤 만났는데 올 초에 준이가 딴 데로 옮겼다던데
누구예요?
그새 더 좋은 쌤이 생긴 거예요?
노코멘트입니다
그럼
아휴!
(자경) 아니…
(자경) [웃으며] 여기 분위기 확 바꿨잖아요
아, 저기, 그래서 준이 학원 주말반은 다 빼신 거예요?
김 쌤이 준이 안 보인 지 오래됐다고 궁금해하더라고요
(윤실) 좀 그만, 그만! [익살스러운 효과음]
그만 좀 물어요, 좀!
[멋쩍은 신음]
[한숨 쉬며] 왜 이렇게 다들
남의 집 일에 이렇게 관심들이 많은지
(윤실)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
난 당신 며느리가
은포에서 거지같이 사는 걸 봤어도 그냥 못 본 척 넘어갔는데
정말 이렇게 귀찮게 굴면 나도 그냥 못 참아요!
은포에서 거지라니요?
[익살스러운 음악] (윤실) 그 핫도그는 어떻게 알게 된 거야?
전단 붙이다가 시비가 붙은 적이 있는데
여기서 피아노 학원을 하는 것 같습니다
뭐, 그, 무슨 뭐…
(윤실) 랄라 랜드? 룰루 랜드?
라라 랜드?
(영주) 은포에서 라라 랜드?
(영주) '라라 랜드'?
(자경) 라라 걔가 학원을 차렸다고요?
[헛기침]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더니
결국 다시 피아노를 치긴 하나 보네
(직원2) 사모님, 밑에 기사님 도착했답니다
(윤실) 고마워요
[자경의 힘주는 신음]
그럼 살펴 가세요, 사모님
[익살스러운 효과음]
임자경 씨
앞으로 우리 아들 일에
(윤실) 신경 좀 꺼 줬으면 좋겠어요!
아, 그럼요, 사모님
참 피곤한 스타일이야
(영주) 안녕하세요
[익살스러운 음악] 그, 초면에 실례지만 뭐 하나만 여쭤봐도 될까요?
아, 그러니까 그…
은포에서 피아노 학원을 한다는 여사님 전 며느리가
이혼녀라는 말인가요?
무슨 소리?
우리 아들은 파혼했어요
이혼 아니고 파혼
[호응한다] (은석) 이혼을 꿈꾸는 모임요?
(미란) 아이, 그냥 꿈만 꾸는 모임입니다 [저마다 웃는다]
(예서 모) 실행 능력은 제로입니다 [물소리가 쪼르륵 들린다]
[은석이 살짝 웃는다]
(승기 모) 선생님은 꿈을 이루셨다 그러길래 어, 너무 부러워서
한번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진 원장한테 부탁했습니다
참고로 전 미혼입니다
(은석) 네
(숙경) 아, 자, 자, 자, 자, 저기
선생님 쑥스러우시니까 궁금한 거 빨리 묻고
2차는 라라 랜드에서 하자고
우리 차 쌤이 피아노를 얼마나 잘 치시는지
들으면 다들 깜짝 놀랄걸?
(승기 모) 어머나, 피아노까지 [소란스럽다]
아니, 제가 뭐, 피아노까지 쳐야 되는 겁니까?
(숙경) 그게 더 편하실걸요? 안 그러면
네버 엔딩 토크 쇼 하셔야 해요
아, 네, 치겠습니다
(은석) 네
(승기 모) 이혼 사유는 무엇인가요?
[차분한 음악] 어느 날 문득
(은석)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하는 고민을 하다
현재의 모든 관계와
이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미란의 당황한 신음]
- (미란) 저기, 아, 그럼 - (은석) 네
(미란) 뭐, 성격 차이, 유책 배우자 [승기 모가 호응한다]
뭐, 시댁과의 갈등, 뭐, 요런 [미란의 웃음]
좀 쉬운 이유는 없나요?
저의 내면적인 문제였습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 (승기 모) 내, 내면… - (미란) 아
- (예서 모) 저, 저요 - (은석) 네
(예서 모) 그럼 재산 분할은요?
(은석) 다 두고 몸만 나왔습니다
[함께 놀란다]
아니, 왜요?
[흥미로운 음악]
별로 미련이 없어서요
미쳤네, 미쳤어 [승기 모의 놀란 신음]
[승기 모가 나무란다] [예서 모의 당황한 신음]
[승기 모의 어색한 웃음] (예서 모) 아이고, 아닙니다
[웃으며] 자, 그럼 이만 라라 랜드로 옮길까요?
[함께 호응한다]
- (은석) 네 - (예서 모) 네
(미란) 제대로 미쳤네, 제대로 미쳤어, 진짜 [저마다 말한다]
(예서 모) 미친 게 분명하네, 이게
아니, 겉모습은 멀쩡한데 속이 많이 모자라네
(미란) 아, 서울에서 병원도 크게 했다며
(예서 모) 그러니까, 사람이 무엇으로 살긴, 쯧
질풍노동의 시기가 아주 뒤늦게 왔구먼
(승기 모) 아휴, 질풍!
- (미란) 노도! - (승기 모) 그래, 쯧
네 글자 중에 두 개 맞혔다 반 맞혔으면 됐지, 뭘, 에이 [미란과 승기 모의 한숨]
(숙경) 나는
저 마음이 이해가 되는데
(미란) 어, 그래, 우리 언니는 이혼하지 말고 이해하세요
이해해
평생 이해해
(함께) 이해해, 이해해!
- (예서 모) 에이그, 에이그 - (숙경) 이거나 먹어
[격정적인 피아노 연주가 들려온다]
- (미란) 어머 - (승기 모) 보러 가자, 보러 가 [소란스럽다]
분명 소리는 나는데?
왜 이렇게 아무도 안 나와?
아, 그냥 한번 가 봐?
아이씨
아유, 진짜
[놀란 신음] [발랄한 음악]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승기 모) 모차르트야, 모차르트 [은석의 웃음]
[영주의 놀란 신음] (미란) 언제부터 피아노를 배웠어요?
(영주) 아니, 저 아줌마들은 다 뭐야? [사람들이 저마다 말한다]
(승기 모) 오, 너무 잘해, 너무 잘해
저 중에 피아노 쌤이 있는 건가?
[왁자지껄하다]
(영주) 분명 저 여자보다는 안 이쁘다 그랬는데
(예서 모) 또 듣고 싶을 거 같아
(승기 모) 아유, 너무 잘해, 너무 잘해 [저마다 감탄한다]
아이, 도대체 누구야? [은석이 말한다]
[시끌벅적하다]
[차 문이 탁탁 열린다] [당황한 신음]
(숙경) 자리 잡고 있어, 갈게! [영주의 기가 찬 숨소리]
(영주) 와!
차은석 저게 진짜 미쳤나?
여기까지 와서 고작 한다는 게
피아노나 치고
아줌마들하고 어울려 다니는 거야?
어머, 어, 사모님!
(숙경) 오셨어요? 어머나!
[영주의 당황한 신음] [숙경이 환호한다]
어머, 언제 오셨어요?
어머, 보고 싶었어요, 세상에 머리 어떻게 해 드릴까요?
[영주의 당황한 신음] 아, 머리 여기 좀 잘라 드릴까?
(숙경) [컵을 탁 내려놓으며] 자
오늘도 드라이시죠?
[한숨 쉬며] 어디 한번
3cm만 키 크게 해 봐요
(숙경) 씁, 자 [영주의 한숨]
[헤어드라이어 작동음]
드라이 갑니다, 쉭!
[경쾌한 피아노 연주가 들려온다] (영주) 잠깐!
학원에 선생님 있나 봐요
설마 피아노까지 배우시게요?
옆에 좀 다녀올게요
(숙경) 저, 손님
지름길이 있는데
[헤어드라이어를 탁 내려놓으며] 자, 자
[익살스러운 신음]
뭘까요?
열렸다 [영주의 놀란 신음]
[경쾌한 피아노 연주] (숙경) 라라야
라라야
귀빈 오셨다 [연주가 멈춘다]
(영주) 어? 너
저번에 학원 앞에 있던 애 맞지?
오, 역시
제법이네 [영주의 웃음]
어, 그걸 들으면 알아요?
[영주의 헛웃음]
[흥미로운 음악]
제 친한 동생이 피아노를 치거든요
제가 거기 후원자고요
(숙경) 아, 아, 나는
아유, 나 이거 들어도 모르는 세계 얘기네
(영주) 근데 선생님은 어디 갔어?
(재민) 선생님이 일이 있다고 연습하고 있으랬어요
(숙경) 얘는 또 어딜 간 거야?
하여튼 그냥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는 폼이 홍길동 절친급이야
(영주) 이 사람이 선생님이에요?
네, 맞아요
아, 그쪽보다 안 이쁘다며요!
아이, 아, 그렇지 않나요?
(숙경) 이, 내 눈엔 그렇게 보이는데?
[흥미로운 음악] 근데 낯이 익어
[영주가 숨을 씁 들이켠다]
(영주) 어, 분명히 어디서 본 적 있어
내가 어디서 봤더라?
어디서 봤지?
[한숨]
[재민 부의 한숨]
저, 학원비, 콩쿠르 참가비, 의상비
하나도 신경 안 쓰셔도 돼요
[헛웃음]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어?
(재민 부) 쓸데없이 애한테 바람 넣지 말고 그냥 놔둬요, 좀!
우리 살던 대로 그냥 두라니까!
[재민 부의 한숨]
[옅은 한숨]
아, 아버님, 그…
바람이 아니고 기쁨이에요
[잔잔한 음악] (라라) 재민이가 피아노 치러 오면
얼굴에 빛이 나요
아버님이 한번 보시면 딱 알 텐데
아, 맞는다, 참, 여기, 어
이거 보세요
[웃음]
진짜죠?
(준) 하지, 하지 마
그쪽은 뭐야?
(준) 아, 저는
그러니까
남편입니다
[밝은 음악]
같이
학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준) 계세요 - (라라) 계세요 [라라의 웃음]
[문이 덜컹 닫힌다]
[힘주는 신음] 미쳤어?
네가 왜 내 남편이야?
뭐, 어찌 됐든
재민이 아버지가 허락하셨으니까 그걸로 된 거야
[헛기침]
(준) 그리고
드디어 때가 왔어
무슨?
나 레슨해 줄 시간
[놀라며] 드디어 받겠단 말이지?
스파르타식으로 완전 빡세게 해 줄 테니까 각오해
아유, 떨려, 씁
- (라라) 선우준 학생 - (준) 네
(라라) 농담이 아니에요
구라라 선생님은 피아노 가르칠 때 진짜 무서워요
(숙경) 하영아, 나와 [문이 달칵 닫힌다]
이거 먹자
자, 빨리 나와
(숙경) [흥얼거리며] 맛있는 음식을 먹자
뭔데?
[숙경이 흥얼거린다] (하영) 어, 뭐야?
내가 좋아하는 거네?
[발랄한 음악] (숙경) 엄마 일찍 들어오니까 좋지?
뭐, 별로
으이그
(하영) 엄마, 근데 오늘 늦게까지 일 안 해도 괜찮은 건가?
종종 서울서 오는 손님 있잖아, 왜
그분이 팁 엄청 주고 가서 그냥 영업 종료해 버렸어
(숙경) [흥얼거리며] 기분도 좋고 바람도 좋고
우리 딸이랑 치킨도 먹고 싶고 해서
난 별론데
- (숙경) 별로는 뭐가 별로야? - 됐어, 됐어, 먹어, 먹어, 먹어
[숙경의 놀란 신음]
(라라) 매일매일 손가락에 불이 나게 연습했다는 곡이 뭘지 정말 궁금하네
시작해 볼까요, 선우준 학생?
'사랑의 기쁨'
제가 준비한 곡은
'사랑의 기쁨'입니다
[숨을 후 내뱉는다]
[잔잔한 피아노 연주]
(라라) 고마워
코피야
[신비로운 효과음]
(라라) 오늘 제대로 울어야
내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거든
(라라) 준아, 준아
(라라) 준아, 준!
[빗소리가 들린다]
[라라가 훌쩍인다]
(라라) 완전 엉망진창이네
하지만
내 생애 가장 감동적인 연주야
[헛기침]
선우준 학생
너무 잘 쳤으니까 소원을 하나 들어드리죠
말만 하세요
[피식 웃는다]
(준) 음
데이트하자, 우리
[감성적인 음악]
데이트?
[뱃고동이 붕 울린다]
(준) 라라야, 이상한 게 있는데
마르티니 그 곡 말이야
제목이 '사랑의 기쁨'인데
왜 음악은 슬픈 느낌일까?
(라라) 바보야
그거 원래 이탈리아 가곡이잖아
노래 처음 가사는 사랑의 기쁨 맞는데
끝까지 들으면 아마 너 깜짝 놀랄걸?
(준) 가사가 뭔데?
(라라) '사랑의 기쁨은 어느덧 사라지고 사랑의 슬픔만 영원히 남았네'
(준) 뭐?
야, 나 아까 연주한 거 취소
아, 그거 취소야!
[라라의 웃음]
(라라) 너무 예쁘다
해가 바다로 넘어가려나 봐
[부드러운 음악]
[라라의 탄성]
[입소리를 쩝 낸다]
얘도 뜨겁네
[놀란 신음]
(라라) 음
심장이 뜨겁네, 탔네 또 이상한 소리 하기만 해 봐
[피식 웃는다]
- 라라야 - (라라) 응?
널 좋아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좋아하게 됐어
[감성적인 음악]
우울한 날들 속에
어느 날 기쁨이 생겼는데
그게 너였어
고마워
나에게 와 줘서
준아
[음산한 음악]
[딸깍 소리가 난다]
[날카로운 효과음]
[경쾌한 피아노 연주] [관객들이 수군거린다]
(남자) 와
완전 내 스타일
(남자) 안녕하세요, 1호 팬입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 팬? - (남자) 네, 너무 잘 봤습니다
이야, 고마워, 근데 어쩌지?
나 오늘부로 피아노 쉴 건데
(남자) 네? 아, 왜, 왜요?
졸업했잖아
(남자) 아
그래도 1호 팬이니까 내가 사진은 찍어 줄게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
[경쾌한 음악]
(라라) 어디서부터가 우리 시작이었을까?
널 만날 때마다
난 엉망진창이었던 거 같아
(준)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놓지 않을 거야
(중호) 선물입니다
기억나세요?
(중호)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
룰이 너무 마음대로 아닌가? [중호의 헛웃음]
(재민) 싫어요
- (중호) 가자니까? - (재민) 이거 놔요
[재민의 아파하는 신음]
(라라) 재민이 표정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중호) 라라가 다 썼을 거 같아서
너 뭐 하는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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