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솔솔라라솔 9
[부드러운 음악]
[풀벌레 울음]
(라라) 여기 처음 왔던 날 기억나?
당연하지
(준) 너랑 있던 순간은 모두 다 기억해
매 순간 돈을 빌려 달라는데 어떻게 기억을 못 하냐?
(라라) 네가 나 돈 좀 뀌어줘
돈 좀 계속 뀌어줘 [돈통 열리는 효과음]
(준) 기록도 다 해 놨어
(라라) 갚을 거야
나한텐 소중한 기록이거든
(준) 처음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까
모든 게 행복하고 즐거운 기억이야
너
사채업자 하면 진짜 잘할 거 같아
적성에 딱 맞나 봐
(준) 응
나도 모르던 나를 찾았어
[살짝 웃는다]
[라라가 살짝 웃는다]
- 신기하다 - 뭐가?
너랑 이렇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
(라라) 씁, 어디서부터가 우리 시작이었을까?
결혼식 날부터였겠지?
널 만날 때마다
[밝은 음악]
[라라의 비명] (라라) 오 마이 갓!
(라라) 살살, 살살
(라라) 난 엉망진창이었던 거 같아
(라라) 준아!
그리고 그럴 때마다
[반짝이는 효과음] (라라) 날 지켜 준 사람이
(라라) 바로 너야, 선우준
아까
내가 네 우울했던 날들 중에 찾아온 기쁨이라고 했지?
넌 내 막막했던 날들에 찾아온 행운이야
고마워
이런 날 좋아해 줘서
내가 더 고마워
이런 내 곁에 있어 줘서
[라라가 살짝 웃는다]
(준) 라라야
(라라) 응?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놓지 않을 거야
너도 꼭 그래야 돼
[피식 웃는다]
[라라가 조잘거린다]
[준이 스위치를 탁 켠다]
(준) 누가 왔었나?
(라라) 왜?
(준) 흙이 떨어져 있는 것 같은데?
미미가 또 풀 뜯어 먹고 돌아다녔나 보네
미미야! 미미야!
[미미가 멍 짖는다]
[헥헥거린다]
[익살스러운 음악]
[라라의 놀란 신음]
(라라) 아휴, 이거 봐, 이거 봐
[낑낑거린다]
[멍멍 짖는 효과음]
미미
저 화분은 오빠 거니까 먹지 말랬지?
(준) 괜찮아, 미미야
[낑낑거린다] [준의 웃음]
[멍멍 짖는 효과음]
[낑낑거린다]
오빠 피아노 배울 건데
너도 같이 들을래?
[낑낑거린다]
[부드러운 피아노 연주]
자, 이제 나 따라와
[라라의 탄성]
이제 빨라진다
[부드러운 피아노 연주가 들려온다] [풀벌레 울음]
[민수가 흥얼거린다]
지금 네가 그러고 놀 때가 아닌데 말이다, 아가야
[통화 연결음] [옅은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긴장되는 음악]
(명) 한밤중에 누구야?
아휴, 잘못 걸려 온 전화네요
(윤실) 아휴, 이 밤에 웬 전화…
아유, 아유, 음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이거 왜 이래?
[통화 종료음]
에이, 씨, 쯧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종료음]
[윤실의 피곤한 신음]
[한숨]
[안내 음성] 전원이 꺼져 있어…
왜 전화를 안 받아?
맨날 사람 잡고 지랄 지랄을 떨더니 씨, 쯧
뭐야, 저 새끼?
[의아한 신음]
일주일 안에 뭐라도 안 나오면 그냥 업체를 그냥 콱 바꿔 버릴 테니까
설마
그새 딴 놈을 알아본 거야?
나한테 말도 없이?
에이씨, 진짜, 씨
봐
(민수) 젊은 놈의 새끼가 상도가 없어
쎄빠지게 밥해서 이제 밥만 푸기만 하면 되는데
그걸 덥석 가로채?
(중호) 예?
(민수) 너 이 새끼, 소속이 어디야?
[긴장되는 음악]
저 새끼가 족보도 안 밝히고
이 새끼야 [다급한 숨소리]
너 이 새끼 오늘 나한테 걸리면 뒈진다, 오늘
[민수가 거친 숨을 몰아쉰다]
아, 이 새끼
도대체 어디에 숨은 거야, 씨
아나, 진짜, 씨
[가쁜 숨소리]
[긴박한 음악]
[민수가 쿵 쓰러진다]
아이씨
아, 왜 자꾸 사람을 따라다니는 거야
한 번도 아니고
(숙경) 미안, 미안
그냥 쪼끔만 담아 줘
하영이 고게 입맛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너희 시어머니 김치 아니면 먹지를 않더라고
[웃으며] 어, 알았어, 어, 그래, 어
[통화 종료음]
저게 뭐야?
[긴장되는 음악] (숙경) 어머
이봐요
어머, 어머
여보세요?
[놀라며] 어떡해!
아, 여, 여기요!
사람 살려, 어머나, 어머나 이거 어떻게 해야 돼
이거 어, 얻다가 전화를 해야 되나
여, 여보, 여보세요, 여보세요! 이런, 어떡해, 죽었나 봐
[당황한 신음]
[통화 연결음]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진동음]
[다가오는 발걸음]
[한숨]
'돈 봉투'?
[휴대전화 조작음]
무슨 일이야, 밤에 전화를 다 하고?
[의미심장한 음악]
(윤실) 여보세요?
지금 어디야? 여보세요!
아, 왜 대답이 없어? 씨, 쯧
일단 오늘 만나
(명) 누굴 만나는데?
[윤실의 놀란 신음]
어, 어머나 [통화 종료음]
(윤실) 어, 어, 아유, 별거 아니에요
아는 동생이 선우재단에 기부를 하고 싶다고 그래 가지고요 [윤실의 어색한 웃음]
어, 지금 나가게요?
[당황한 숨소리]
아줌마!
원장님 나가세요!
[한숨]
[음산한 음악] [중호가 숨을 씁 들이켠다]
[고민하는 숨소리]
[헛웃음]
[헛웃음]
[의미심장한 효과음]
(만복) 젊은 놈이 걸핏하면 코피나 흘리고
밥은 먹고 다니는 거야?
삼시 세끼 잘 챙겨 먹고 있으니까 걱정 마세요
돈 아끼지 말고 고기 사 먹어 내가 줄 테니까
잠잘 틈도 없이 바빠서 그래요
에이그
(라라) 할아버지!
(만복) 아이고, 여기까지 어쩐 일로 왔을꼬?
(라라) 제가 아침부터 실력 발휘 좀 해 봤어요
기대되시죠?
- (준) 전혀 기대 안 되거든? - (라라) 치, 넌 먹지 마
(라라) 할아버지만 드세요
[발랄한 음악] [만복의 탄성]
모양 한번 참 간지럽구나
음, 맛이 아주 엉망이네
- (라라) 먹지 마, 먹지 마! - (준) 싫어
(만복) [웃으며] 난 요게 좋다
할아버지 단것도 잘 드시네요?
준이는 단게 싫대요
(준) 할아버지는 쿠키보다 초콜릿이지
그것도 다 녹은 초콜릿
다 녹은?
왜요? 무슨 사연이라도 있으세요?
[옅은 웃음]
뭐예요, 할아버지?
그렇게 웃으시니까 더 궁금하잖아요 뭔데요?
어디 보자
그때가 스무 살쯤이었나?
[매미 울음] (만복) 한 평짜리 구둣방에서
먹고 자고 할 때였다
(젊은 만복) 들어가세요
[입바람을 후 분다]
[구둣솔을 탁 내려놓는다]
[힘주는 신음]
[구두를 쓱쓱 닦는다]
[코를 훌쩍인다]
[부드러운 음악]
(젊은 순자) 수선되죠?
구두 굽을 갈아야 돼서
아, 네, 앉, 앉으세요
(젊은 순자) 여기요
(젊은 만복) 아이고, 이거
비싼 구두네요
주인집 언니 거예요
예쁘게 잘해 주세요
네
안녕하세요
(젊은 만복) 아, 아유, 네
[문이 드르륵 열린다]
안녕하세요
[살짝 웃는다]
점심도 한참 지났는데
밥은 먹었어요?
[장갑을 벗는다]
아…
잘 먹겠습니다
[놀란 숨소리]
[솔질하는 소리가 들린다] [긴장한 숨소리]
[바람 소리가 휭 들린다]
왔, 왔어요? [구둣솔을 탁 내려놓는다]
(젊은 만복) [의자를 탁 당기며] 추운데 오지 말라니까
언덕길에서 미끄러지면 어쩌려고 그래요
[입김을 호 분다]
(젊은 순자) 이거 주려고요
사모님이 먹어 보라고 줬는데 혼자 먹기 아까워서
미제예요
고마워요
[놀란 신음]
어머, 어떡해
(젊은 순자) 어쩜 좋아
[웃음]
[탄성]
(젊은 만복) 이렇게 먹으니까 더 맛있네요
[밝은 음악]
순자 씨도 한번 먹어 봐요
음, 맛있어요
[젊은 순자가 살짝 웃는다]
(라라) 어, 그래서요? 그다음은요?
[만복의 옅은 신음]
그래서 결혼은 언제 하신 건데요?
한 5년쯤 있다 했지
(라라) 왜요?
할아버지 혼자라서 외로웠다면서요 그냥 빨리해 버리지!
내가 가진 게 너무 없었거든
(만복) 겨우 방 한 칸 마련하고 식을 올렸다
아, 방 한 칸… [만복이 살짝 웃는다]
너 레슨 시간 다 된 거 아니야?
내 정신 좀 봐
할아버지, 나중에 다음에 더 얘기해 주세요
생큐, 준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눈에 뭐가 들어갔냐?
아, 요즘 눈에 이렇게 쥐가 자꾸, 아… [문이 드르륵 여닫힌다]
아이고, 좋을 때다, 눈에 쥐가 다 나고 [만복의 웃음]
[멋쩍은 신음]
(만복) 아참, 라라한테 네 얘기 했냐?
아직요
(준) 라라가 콩쿠르 때문에 신경 쓸 게 많아 보여서
재민이 콩쿠르 끝나면 얘기할까 고민 중이에요 [만복이 호응한다]
할아버지
가끔 이 얘기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 보면
조금
아니, 많이 힘들어요
[잔잔한 음악]
(만복) 준아
사람들은 말이다
누군가 자신을 믿어 주지 않을 때 아주 억울해한다
그런데
그보다 더 고통스러운 게 있거든?
자신을 철석같이 믿는 사람을 속이고 그걸 감춰야 할 때에
난 그 괴로움이 훨씬 크다고 생각해
네가 힘들다는 게 이해가 된다는 얘기야
고맙습니다
우리가 남이냐? 친구 아니냐, 인마 [웃음]
[웃음]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앉아요
[힘주는 신음]
[명의 한숨]
[명의 힘주는 신음]
원장님께서 무슨 일로 저를…
혹시
나한테 보고할 거 없나?
[긴장되는 음악] (윤실) 김 기사님
돈의 무게만큼 입도 무거웠으면 하는데
무슨 말인 줄 알죠?
아, 물론입니다, 사모님
[머뭇거린다]
전혀 없습니다
그래요?
주말마다 준이 학교에 픽업은 잘 다니고?
그럼요
(명) 음
집사람 말인데
요새 특별히 뭐, 만나는 사람이 있나?
예를 들면 어떤…
남자라도 생겼나 해서 말이야
아, 아닙니다, 절대
(명) 응
알았어요, 그만 가 보세요
자넬 고용하고
급여를 지급하는 사람이 누굴까?
그게 나라는 걸 잊은 것 같아서
[심전도계 비프음]
(은석) 바이털은 안정적인데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저, 신원 확인은 됐습니까?
추민수, 44세, 주소지는 서울
(강 형사) 일단 가족이 없는 걸로 나오네요
범인은요?
지갑이랑 핸드폰이 없어진 걸로 봐서는 단순 강도 치상인 거 같습니다
(강 형사) 근데
주변에 CCTV가 없어서 잡기가 어렵겠습니다
아, 예
(숙경) 그러니까 깨어날지 안 깨어날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는 거네요?
- (예서 모) 아직이래? - (승기 모) 어머
(미란) 어떡해
(숙경) 아휴, 감사합니다, 선생님
저기, 환자 깨어나면은 바로 연락 주세요
예, 예, 예
[통화 종료음] (예서 모) 누군지는 밝혀졌대?
(승기 모) 가족은?
(숙경) 그, 이름, 주소 다 나왔는데 가족이 없다나 봐
[함께 놀란다] (미란) 그러면 미혼인가?
(숙경) 그건 나도 잘 모르지
(승기 모) 관상은 어땠는데? 자기 딱 보면 알잖아 [예서 모가 호응한다]
(숙경) 깜깜하고 얼굴이 막 피범벅이 돼 가지고
- (숙경) 나도 못 봤어 - (승기 모) 아이고
[미란의 한숨]
지갑이 없어진 걸 보면은 분명히
(미란) 돈이 많았다는 얘긴데…
(예서 모) 어! 설마
재벌 2세!
그런 건가? [미란이 호응한다]
(승기 모) 가족 없는 재벌 2세도 있냐
- (미란) 언니 - (승기 모) 어?
(미란) 숨겨 놓은 자식이면 그럴 수도 있다
- (예서 모) 빙고 - (승기 모) 에이씨
(예서 모) 그런데 깨어났어 [함께 호응한다]
근데 기억 상실이야, 그럼 어떡해? [미란의 안쓰러운 신음]
(승기 모) 야, 드라마 좀 그만 봐
(예서 모) 언니는 누가 들으면 드라마 안 보는 줄 알겠다
- (승기 모) 나 봐 - (미란) 언니
- (미란) 그래도 생명의 은인인데 - (숙경) 응
(미란) 뭐가 좀 있지 않을까?
[미란의 웃음] (예서 모) 씁, 돈이 아니라면
[혀 짧은 말투로] 어, 숙경쓰
[익살스러운 효과음] 남자 친구 생기는 거 아니야?
(숙경) 으이그 [사람들의 들뜬 신음]
(승기 모) 아유, 안 돼, 안 돼 나쁜 사람이면 어쩌려고 그래?
인연일지 악연일지는 깨어나면 그때 보고 판단해
(예서 모) 나쁜 남자면 더 좋지, 뭐 [함께 웃는다]
(숙경) 아휴, 다들 소설 그만 쓰고 조용히 좀 해, 쯧
아휴, 그나저나 누가 그랬을까?
(승기 모) 씁, 그러게
[흥미로운 음악] ♪ 띠로리 ♪
(미란) ♪ 띠로리로리로 ♪
평화로운 마을에 나타난 한 외지인
(미란) 그 외지인을 공격한 강도
(예서 모) [혀 짧은 말투로] 완전 궁금해, 아, 말해 줘요
텔 미, 플리즈
누가 그랬을까? [미란의 웃음]
(숙경) 네가 그랬다
(라라) 아, 일찍 오셨네요?
[살짝 웃는다]
(중호) 선물입니다
[라라의 탄성] (하영) 뭐야, 이 꽃은?
[긴장되는 음악] (숙경) 몰라, 누가 우리 집 앞에 놓고 갔더라
[중호의 웃음]
기억나세요?
왜 안 받아요?
아, 너무 무겁겠다
이거 안에 놓고 오늘은 나가서 같이 점심 먹어요
(라라) [놀라며] 제가 왜요?
아, 저는
중호 씨 피아노 레슨 원생으로 받은 거예요
레슨 시간에 다른 거 하고 싶으신 거면 그만두세요
[헛웃음]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
룰이 너무 마음대로 아닌가?
[무거운 효과음]
네?
[문이 달칵 열린다]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미란) 언니, 연락 오면 우리도 알려 줘
- (승기 모) 간다 - (예서 모) 바로 연락해 [문이 달칵 닫힌다]
[사람들의 반가운 신음]
(예서 모) 안녕
저번에 머리 잘린 얼굴 천재네 [함께 웃는다]
어떻게, 머리는 좀 자랐나?
- 아, 예 - (승기 모) 피아노는 배울 만하고?
네, 뭐
[예서 모의 웃음] (미란) 어머, 근데 그거 무슨 꽃이에요?
뭐야? 이 찰나의 로맨틱하고 부끄러운 분위기 [예서 모의 장난스러운 신음]
라라 주려고 가져온 거야? [사람들의 웃음]
아니에요, 그런 거
(미란) [웃으며] 뭐가 아니야
(중호) 버리려고 가져온 겁니다
[어두운 음악] (예서 모) 아, 예쁜데 왜 버려?
플라워, 우리 집에 갈래?
(승기 모) 아, 저, 저, 버, 버리려고 갖고 온 거라잖아
[떨리는 목소리로] 저기, 라라야, 우리 밥 먹으러 갈 건데 같이 가자, 어
- 네 - (승기 모) 자
(예서 모) 그래, 그럼
이미 받은 레슨비 환불해 드릴게요
계좌는 문자로 보내 주세요
(중호) 아니요
제가 직접 받으러 오겠습니다
그럼 식사 맛있게들 하세요
- (미란) 네 - (예서 모) 바이
- (예서 모) 아, 예쁜데, 저거 - (승기 모) 아, 가만있어 봐
(미란) 저 사람 좀 이상하지 않아?
(예서 모) 좀 이상해, 성격이 변한 거 같아
(승기 모) 싸한데
[긴장되는 음악]
[피식한다]
선물을 좀 하고 싶은데
(라라) 근데 준아
뭘 크림을 두 개씩이나 샀어?
네가 나 쓰라고 문 앞에 두고 간 거 아니야?
[긴장되는 효과음]
라라가 다 썼을 거 같아서
너 뭐 하는 새끼야?
(점장) 아, 준이 씨! 손님한테 무슨 짓이야!
[점장의 힘주는 신음]
아, 죄송합니다, 어떡해, 죄송합니다
(중호) 아이, 괜찮습니다 [점장의 난감한 신음]
이거나 계산해 주세요
(점장) 아, 네, 네, 네 [점장의 한숨]
[멀어지는 발걸음]
(라라) 미미 [미미가 낑낑거린다]
언니가 좋아, 준이 오빠가 좋아?
[밝은 음악]
너 왜 말을 못 해?
[미미가 낑낑거린다]
어, 너 원래 말을 못 하지, 그래
그럼 이렇게 해 보자
언니가 좋으면 가만히 있고
오빠가 좋으면 '멍, 멍, 멍' 이렇게 세 번 짖는 거야, 알겠지?
자, 다시 해 보자
언니가 좋아, 준이 오빠가 좋아?
언니가 더 좋다고?
언니도 미미가 너무 좋아!
[신난 신음] [라라가 쪽쪽거린다]
언니가 더 좋지?
[문이 달칵 열린다]
[가쁜 숨소리] (라라) 어?
왜 이렇게 뛰어왔어? 힘들게
[가쁜 숨소리]
미미, 미미 보려고 그랬지
[미미가 낑낑거린다] (준) 어, 미미야, 밥 먹었어?
마셔, 목마르겠다
(준) 어, 고마워
라라야, 잠깐 앉아 봐
[준이 가방을 탁 던진다]
[준의 옅은 한숨]
[한숨]
표정이 왜 그래, 겁나게?
수강생 중에
안중호, 안중호라는 사람 있지?
응
그 사람 이상한 사람 같으니까 그만두게 해
너 어떻게 알았어?
안 그래도 오늘 딱 잘라 그만두라고 했는데
무슨 일 있었어?
아니, 그냥 뭐
피아노 말고 딴 데 관심이 있는 거 같길래
[걱정스러운 숨소리]
잘했어, 그리고
앞으로 누가 준 건지 모르는 선물 받으면
바로 나한테 보고해
보고?
(준) 응
치
누가 들으면 보디가드라도 되는 줄
[살짝 웃는다]
[풀벌레 울음] (준) 내가 데려다준다니까
[문이 달칵 닫힌다] 그만 들어가라니까
싫어, 데려다줄 거야
(라라) 쥬쥬 타고 가면 되는데 뭘 데려다줘
어차피 운전도 내가 하잖아
옆에 타고 갔다가 다시 걸어온다니까 그러네
날도 더운데 그냥 있어, 힘들어
[준이 차 문을 탁 닫는다]
[숨을 후 내뱉는다]
[라라의 한숨]
보디가드가 운전도 못 해서 조수석에 타고, 참
너랑 10분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어서 그래
[부드러운 음악]
조금이라도 더 너랑 같이 있고 싶다고
(라라) 그럼
드라이브라도 갈까?
사실 내가 그쪽 셔틀이잖아요
[밝은 음악]
(준) 그럴까?
드라이브가 하고 싶더라고, 하루 종일
기분이 찜찜했는데 말이야, 응 [안전벨트를 달칵 채운다]
어, 구 기사, 출발하지
네!
안 먹을 거면 내가 먹는다?
아, 야!
아, 물어보고 가져가든가 가져가고 물어보는 게 어디 있어?
야, 그나저나
너 아직도 라라 누나한테 못되게 구냐?
[흥미로운 음악] (하영) 나 왔어
하영아!
(라라) 하영아, 나랑 얘기 좀 할래?
(하영) 나 잘 거야
(라라) 어, 아, 저…
[라라가 흥얼거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숙경) 뭐 하는 거야?
맨날 프라이팬 태워 먹는 애가
하영이 아침요 [신난 신음]
(숙경) 하영이 벌써 학교 갔는데
벌써요?
(라라)
[휴대전화 진동음]
(하영)
[입소리를 쩝 낸다]
뭐, 그냥 좀 미워해 주고 있다
그만 좀 해
(승기) 누나 진짜 불쌍해질 지경이다
까놓고 말해서 준이 형이 먼저 좋다고 고백한 건데
씨, 너는 이거나…
(승기) 아휴, 말 좀 하자
아무튼 누나도 진짜 노답이야
네가 뭐라고 그렇게 눈치를 보냐 그냥 무시하면 되지
(하영) 씨, 야, 이 멍청이야!
나 같은 애도 무시를 안 하니까 내가 언니를 좋아하는 거 아니야!
[밝은 음악] [승기가 피식 웃는다]
너 누나 좋아하냐?
(하영) 어? [승기의 웃음]
아, 몰라
야, 다 먹었으면 가자, 네가 이거 치워
[하영의 짜증 섞인 신음] [승기가 웅얼거린다]
[하영의 비명] (승기) 하영아!
야, 괜찮아?
[하영의 아파하는 신음]
아, 피 나
괜찮아?
[울먹이며] 아파
[감성적인 음악]
못되게 마음 쓰더니 벌받았네, 벌받았어
벌을 받긴 무슨 벌을 받아
(승기) 가만히 좀 있어 봐
[강조되는 효과음]
[승기가 반창고를 부스럭거린다]
괜찮아?
괜찮겠냐?
(하영) 아이씨, 짜증 나
(승기) 어, 미안
걸을 수 있겠어?
(하영) 아, 당연하지
(승기) 업어 줄까?
뭐래? 됐거든?
(하영) 어, 야, 야, 야, 야
아이, 이거 놔 [승기의 힘주는 신음]
아, 내려놔! 아, 싫, 싫다고
(승기) 그냥 업혀 있어
(하영) 아이, 싫다고, 내려놓으라고
- (하영) 씨, 야, 야! - (승기) 야, 업어 줄 때 업혀 있어라
[부드러운 음악]
- (하영) 야 - (승기) 응?
(하영) 너 등이 언제 이렇게 넓어졌냐?
(승기) 왜? 듬직해?
(하영) 치, 웃기시네
옛날에는 내가 너보다 훨씬 더 컸었는데
(승기) 야, 언제 적 일곱 살 때 얘기를 하고 있냐?
(하영) 야, 초딩 때까지도 내가 너보다 컸었어
코딱지만 했던 게
(승기) 어어? 야
코딱지 나만 하면 코 터져 죽어
(하영) 치
아, 야, 제대로 좀 업어 봐
[승기의 힘주는 신음]
[피곤한 신음]
[한숨]
[답답한 신음]
[새가 지저귄다]
[고민하는 숨소리]
어, 머리를 좀 잘라야 하나
(라라) [놀라며] 깜짝이야!
[하영의 한숨]
[라라의 놀란 신음]
(하영) 아, 언니
트리트먼트했어?
어, 그, 그, 그럼
뭐, 오늘은 어떤 스타일로 해 줘?
[반가운 숨소리]
네가 원하는 스타일로 해 줘
- 진짜지? - (라라) 응
그럼 내 마음대로 한다?
[발랄한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난 마음에 드는데 언니 어때?
[익살스러운 효과음] 어…
내 미적 감각으로 봤을 때 너무 이상한데?
근데 하영이 네가 해 주니까 진짜 좋다
나 예뻐?
어, 언니, 진짜 너무 예뻐
[흥미로운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승기 모) 어디서
눈탱이를 한 대 얻어맞았어? [퍽 하는 효과음]
(예서 모) 쥐도 한 마리 잡아먹은 거 같은데? [찍찍거리는 효과음]
(미란) 오늘 뭐 잘못 먹였어?
(라라) 아, 이래 봬도
미래에 유명한 헤어 디자이너가 될 사람이 해 준 거거든요?
(예서 모) 그게 누군데요?
(숙경) 누구겠어? 우리 하영이지
[사람들의 당황한 신음]
라라야, 빨리 용건이나 말해
우리 부른 이유가 뭐야?
다들 바쁘신데 이렇게 오라고 해서 죄송해요
(라라) 다름이 아니고
우리 라라 랜드의 자랑
짜잔! 재민이가 콩쿠르에 나간다는 사실은 다들 아시죠?
예행연습하는데 한번 보시라고요
재민아!
[함께 환호한다]
[경쾌한 피아노 연주]
(예서 모) 애가 치는 수준이 아니잖아
(숙경) 세상에, 어머, 기특하게 [승기 모의 탄성]
천재네
(미란) 어머! 쟤 손 빠른 거 봐 [함께 놀란다]
눈물 나려고 그래
[밝은 음악] (미란) 어머!
[사람들이 감탄한다]
- (숙경) 잘 들었습니다 - (예서 모) 어유, 정말
[사람들이 감탄한다]
어때요?
(승기 모) 내일 정말 잘하겠는데?
(예서 모) 완전 미리 김칫국 마셔도 되겠다
아유, 너무 잘해, 옷, 옷!
슈트, 슈트! 저기, 저기 재민이 입을 정장 있어?
(승기 모) 아, 승기 거 옛날에 버렸는데, 아까비
빌리면 돼요
(미란) 아니야, 아니야, 내가 해 줄래 [숙경의 의아한 신음]
아, 진짜 나도 딱 저런 아들 하나 있으면 좋겠다
어쩜 저렇게 기특하고 예쁘지? [함께 웃는다]
내가 해 줄래
안 될까?
아, 왜 안 돼, 당연히 되지
그럼 미란이 네가 슈트 해 주고 [미란이 호응한다]
내가 재민이 머리해 줄게
그럼 아줌마는 플래카드
(예서 모) 음, 그럼 나는
플라워, 꽃이 빠지면 안 되지
[함께 웃는다]
다들 너무 감사합니다
(예서 모) 아유, 씁, 그러면은
저기, 준이 총각하고 차 쌤하고 만복 할아버지한테는
뭘 해 달라고 그럴까?
만복 할아버지는 이미 에어컨 놔 주셨잖아
준이 총각은 이 피아노 학원 내준 사람이고
- (승기 모) 그래 - (예서 모) 좋았어, 그럼
(예서 모) 재민이 1등 하면 차 쌤이
고기를 쏘는 걸로 합시다! [사람들의 환호성]
(승기 모) 아, 좋은데? 근데 라라야
재민이 정도면 1등 하는 거 맞지?
(숙경) 당근! 내가 100% 장담해
가끔 드라이하러 서울서 여기까지 오는 손님 있잖아, 왜 [저마다 호응한다]
(예서 모) 있지, 있지, 응
그이가 재민이보고 완전 짱 잘한대 [사람들의 놀란 신음]
(숙경) 자기가 피아니스트 후원자라나 뭐라나 뭐, 자랑하는데
뭐,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제삼자가 그랬다고 [사람들이 호응한다]
그런 일이 있었어요?
(숙경) 어
아참, 저기, 저 사진을 보더니
[종소리 효과음] 널 본 적이 있는 거 같다고 하던데?
혹시 그, 피아노 치는 그 시절에 만난 사이 아니야?
저를요?
네가 좀 흔한 얼굴이잖아
[휙 하는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이 얼굴이 어딜 봐서 흔하냐? [숙경의 의아한 신음]
(예서 모) 그래, 얼굴 사이즈만 봐도 완전 안 흔하다, 야, 소멸 직전인데
(미란) 저기가 흔하면 뭐, 우리가 특이한 거야?
- (미란) 말이 심하네, 이 언니 - (예서 모) 또 우리가 잘못한 거야?
(숙경) 우리가 특이한 거야 너무 작아서 흐릿하게 보이잖아
[사람들이 저마다 말한다] 누구지?
(영주) 아휴, 어디다 뒀더라?
[숨을 씁 들이켠다]
분명히 여기다 뒀는데
[영주의 한숨]
(영주) 이건가?
그래, 이 얼굴
[경쾌한 피아노 연주] [관객들이 수군거린다]
(영주) 맞아
[흥미로운 음악] 씁, 그때도 제정신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씁, 아니, 근데 왜 거기까지 가서 피아노 학원을 열었대?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여보세요?
어, 시아야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시아) 라라 잘 알지
결혼 파투 나고 아빠까지 돌아가셨다고 들었어
나한테 찾아왔었는데
나도 힘들 때라 그냥 모른 척한 게 좀 걸려
그럼 너 지금 은포에서 피아노 학원 하는 것도 모르겠네?
학원?
아니야
(영주) 아, 아니
근데 결혼은 왜 파투가 난 거야?
식장에서 시어머니가 아들을 데리고 도망갔다고 그러던데?
(영주) 뭐? 진짜?
그날 엄마 때문에 못 갔는데
남편 될 사람은 전에 한 번 봤어
(시아) 선우병원 의사라 했나?
정형외과라고 했었지, 아마
설마
이름이 방정남?
맞아, 성이 방씨였던 것 같아
(영주) 어머, 어머, 이게 웬일이니
[탁자를 탁 치며] 정남 씨 우리 남편 후배야
[놀란 숨소리]
근데 언제 나 모르게 결혼을 했지?
형부랑 결혼식장에 같이 안 갔어?
(영주) 에이, 그때는
이혼을 하네 마네 신경전 하느라 서로 말도 안 하던 때였잖아
그럼
전부터 그 여자를 알고 있었다는 얘긴데
[차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의미심장한 음악]
[휴대전화 조작음]
(라라)
(라라)
[라라가 살짝 웃는다]
[메시지 수신음]
어?
[휴대전화 조작음]
"도도솔솔라라솔"
응원해 주셔서 고마워요, 반짝 별 님
[벅찬 신음]
[기분 좋은 한숨]
[풀벌레 울음]
[드르릉 코 고는 소리가 난다]
[재민 부가 코를 드르릉 곤다]
[새가 지저귄다]
(중호) 벌써 나와 있었네?
선생님이 일이 생겼다면서 나한테 부탁을 좀 해서
[웃으며] 나 알지?
[살짝 웃는다]
가자, 콩쿠르에
선생님이 데리러 온다고 했어요
나랑 가면 된다니까 그러네
(재민) 싫어요
- (중호) 가자니까? - (재민) 이거 놔요
[재민의 아파하는 신음]
[한숨]
(라라) 재민아!
[달려가는 발걸음] [라라의 힘겨운 신음]
[다가오는 발걸음]
[라라의 힘겨운 신음]
(라라) [웃으며] 재민아, 선생님 왔어
(재민) 선생님, 안녕하세요
[라라의 웃음]
와, 재민이 오늘 너무 멋있다
어젯밤에 잘 잤어?
네
(라라) 자, 벨트를 매 주시고
출발해 볼까?
[무거운 효과음]
[안전벨트를 달칵 채운다]
(라라) 응? 재민아
재민이 표정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니요
[잔잔한 음악]
걱정돼서 그래?
네
걱정하지 마
재민이 옆에 선생님이 있잖아
갈까?
[자동차 시동음]
[사람들의 초조한 신음]
(예서 모) 아니, 몇 시야, 어?
(숙경) 왜 이렇게 안 와?
(은석) 121번이면 곧 대기를 해야 할 거 같은데요?
(승기 모와 예서 모) 그러니까
- (숙경) 밖에 한번 나가 봐 - (준) 네 [문이 달칵 열린다]
- (준) 어, 왔네요 - (예서 모) 어, 여기, 여기, 여기 [라라의 안도의 한숨]
(준)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라라) 오는데 차가 좀 막혀 가지고
- (승기 모) 빨리빨리 좀 다니지 - (숙경) 아유, 얘 땀 흘리는 것 좀 봐
[사람들의 걱정스러운 신음] (미란) 아휴, 재민이 땀 났어?
재민아, 잘할 수 있지?
(은석) 재민아, 부담 갖지 말고 평소대로 하면 돼
(재민) 네 [승기 모의 웃음]
아, 늦었어, 빨리 가자
(예서 모) 얼른 가자 [사람들의 다급한 신음]
[어두운 음악]
[무거운 효과음]
[의아한 신음]
[우아한 피아노 연주]
(숙경) 쟤도 잘하는 거 같은데, 맞죠?
네, 소리가 참 좋네요 [숙경이 호응한다]
(준) 다음이 재민인가?
(라라) 응, 내가 다 떨리네
(사회자) 121번 신재민
- (승기 모) 재민이 - (미란) 재민이 나왔다
(숙경) 재민이 파이팅! [사람들이 저마다 응원한다]
[관객들이 웅성거린다]
(미란) 재민이 아파?
[사람들이 걱정한다] (라라) 왜 저러지?
(미란) 쥐가 났나 봐
(승기 모) 아니야, 쥐 난 건 아닌 거 같아
(은석) 역시 팔에 문제가 있어
[관객들이 술렁인다]
[경쾌한 피아노 연주]
(숙경) 아니, 한 손으로…
(예서 모) 쟤 왜 한 손으로 저걸 왜 한 손으로 치지?
(여자) 왜 저래? [글로켄슈필이 땡 울린다]
(남자) 어디 아파 보여 [관객들이 술렁인다]
[훌쩍인다]
[재민이 훌쩍인다]
[흐느낀다]
(승기 모) 어, 재민이 어떻게 해
(미란) 왜 저러지? 긴장을 했나?
[잔잔한 음악]
[울음]
[아이들의 웃음]
(만수) 브라보
[박수 치며] 브라보!
[훌쩍인다]
(라라) 그날의 아빠는
이런 마음이었구나
[엉엉 운다]
(라라) 브라보! 브라보!
[라라가 연신 박수를 친다] [엉엉 운다]
(숙경) 오늘 좀 못하면 어때!
- (숙경) 어제 잘 쳤잖아! - (승기 모) 맞아!
(예서 모)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했냐!
(미란) 재민아, 괜찮아!
(예서 모) 괜찮아!
[훌쩍인다] [사람들의 박수]
(은석) 정말 많이 아팠을 텐데
너 어떻게 참았니?
너 팔이 빠졌었어 [라라의 한숨]
(라라) 재민아, 언제 다친 거야?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해야지
미련하게 팔이 이런데 콩쿠르를 나가면 어떡해
[훌쩍인다]
선생님이
슬퍼할까 봐 그랬어요
[잔잔한 음악]
(재민) 나한테
너무 잘해 줬는데
내가 못하면
나 미워할까 봐
그랬어요
[안쓰러운 숨소리]
(라라) 재민이 바보같이 그런 생각을 왜 해?
콩쿠르에서 못했어도 선생님은 재민이 사랑해
계속 잘해 줄 거야
정말요?
그럼
(라라) 빨리 나아
[시끌벅적하다]
(예서 모) 소고기가 왜 좋은지 알아?
(라라) 재민이, 많이 먹어 [사람들이 대화한다]
빨리 나으려면 든든히 많이 먹어야 돼 알았지?
(만복) 다들 고생했는데 건배는 한번 해야지
[사람들이 저마다 호응한다]
우리 저, 재민이하고 라라 랜드를 위하여!
(함께) 위하여!
[경쾌한 음악] [사람들의 신난 신음]
(숙경) 자, 자, 자
오늘 차 쌤이 쏘시는 거니까 많이들 드세요
[사람들의 환호성] (함께) 잘 먹겠습니다
- (라라) 잘 먹겠습니다 - (재민) 잘 먹겠습니다
(승기) 엄마!
(승기 모) 아들! 얼른 와
[예서 모의 의아한 신음] (숙경) 애들도 불렀어?
(승기 모) 차 쌤 아니면 우리 애들이 언제 이 투뿔 한우를 무한정 먹어 보겠어
- (예서 모) 아휴 - (숙경) 흥부네 가족이야? [승기 모의 웃음]
[승기와 하영이 인사한다] (승기 모) 어, 앉아, 앉아
(하영) 앗싸, 고기, 고기
(예서 모) 아휴, 분하다, 분해
내가 이럴 줄 알았으면 우리 예서도 부르는 건데
[사람들의 웃음]
- (승기) 잘 먹겠습니다 - (하영) 잘 먹겠습니다
(미란) 야, 승기 덩치 보니까 한 10인분은 거뜬하겠다, 언니
- (승기 모) 그럼 - (승기) 당연하죠
[사람들의 웃음]
정말 고마워요, 선생님
네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니에요?
아, 뭐, 이 정도쯤이야
그쪽은 고기나 잘 구워
그런 걱정은 넣어 두시죠
(준) 할아버지
- (준) 이거 미디엄인데 - (만복) 아유, 고맙다
- 난 웰던, 응 - (준) 웰던
- 많이 먹어 - (라라) 어
(은석) 씁, 고기는 내가 사는데 어째 생색은 그쪽이 내는 거 같네?
아이, 그럴 리가요
많이 드세요
많이 먹어, 재민아
(승기) 하나, 둘, 셋! [카메라 셔터음]
[사람들의 웃음]
(승기) 우리 엄마가 제일 예쁘네
(승기 모) [웃으며] 우리 승기 최고
(예서 모) 너무 주관적이잖아, 진짜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부드러운 음악] (숙경) 쌈 싸기, 자, '아'
아이고, 쏙
- (숙경) 맛있죠? - (은석) 감사합니다
(숙경) 하나 더 싸 드릴까요?
(미란) 기가 막히지?
버섯, 스테이크, 와!
[예서 모의 음미하는 신음] 어때?
(승기 모) 김치도 먹어야지, '아' [예서 모의 힘주는 신음]
아이고, 잘 먹네
[함께 웃는다] (미란) 목 막히니까
(하영) 그만 좀 찍어, 그만 좀 [카메라 셔터음]
[만복의 웃음] 아, 먹다 체하겠네
(승기) 왜? 먹는 것도 이쁜데
[카메라 셔터음]
(라라) '아', 많이 먹어
[라라의 웃음]
[사람들이 화기애애하다]
(라라) 오늘 학원 안 가도 돼?
[한숨]
오늘은 좀 쉬려고
뭔가 공부할 기분이 아니랄까
그래, 오늘 못 하면 내일 하면 되지, 뭐
아, 진짜로
왜?
내가 이래서 언니를 좋아한다니까
[멋쩍은 웃음]
(하영) 아, 언니, 잠깐만
아이, 화장이 그게 뭐야? 일로 와 봐
[휴대전화 진동음]
(라라) 아, 잠깐만
여보세요?
지금요? 네, 바로 갈게요
- 나 차 좀 빼 주고 올게 - (하영) 응, 같이 가 줘?
아, 괜찮아, 있어
[문이 달칵 열린다]
[숙경의 한숨] 시간이 많이 늦었네요
(은석) 씁, 재민아 [은석의 힘주는 신음]
선생님이 데려다줄게, 가자
(예서 모) 아, 우리도 가자, 언니 형부 밥도 차려 줘야 될 거 아니야
(승기 모) 아이, 벌써 차려 놓고 나왔지 그 인간 밥 못 먹으면
[승기 모의 장난스러운 괴성] 좀비 되는 거 몰라?
[사람들의 웃음]
(미란) 좀비 형부도 데리고 오지 그랬어 [예서 모가 호응한다]
(승기 모) 야, 좀비 와 가지고 생고기 먹으면 사람들 다 놀라
[사람들의 웃음]
아들, 가자
[사람들이 저마다 말한다] - (승기) 간다 - (하영) 아, 빠염
[사람들의 웃음]
(승기 모) 쌤, 오늘 얼마 나왔어요?
(예서 모) 아이고, 그런 거 좀 물어보지 마
(은석) 아, 저, 다음에는 해산물로 쏘겠습니다
[사람들의 환호성]
(예서 모) 내가 잘하는 집 알아, 잘하는 집 알아
(은석) 어, 좋아요, 좋아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 (미란) 언니, 운전 조심해 - (승기 모) 어, 가
- (예서 모) 승기 모자 가시고 - (승기) 조심히 가세요, 재민이 안녕 [사람들이 저마다 인사한다]
[풀벌레 울음]
(은석) 자, 다 왔다
(재민) 감사합니다
(은석) 너 팔 다 나을 때까지 이렇게 막 함부로 쓰면 안 된다
(재민) 네
(은석) 재민아
선생님이 아까부터 묻고 싶은 게 있는데
팔은 어쩌다가 다친 거야?
그게…
[웃으며] 괜찮아
장난치다 그랬다고 해도 안 혼낼게
사실은
아까 피아노 학원에 다니는 아저씨가 왔었어요
아저씨?
[차분한 음악]
(재민) 선생님이 부탁했다면서
콩쿠르에 가자고 팔을 잡아끌었는데
제가 싫다고 하다가 팔이 빠진 거예요
[입소리를 쩝 낸다]
[한숨]
누구지?
[전화벨이 울린다]
[버튼 조작음]
- 네 - (하영) 어, 쌤, 지금 어디세요?
어, 재민이 데려다주고 가는 길인데 왜? 무슨 일 있어?
[통화 연결음]
[준의 한숨]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숙경) 안 받아? [통화 종료음]
네
(은석) 라라 씨가 전화를 받고 나간 게 확실해?
(하영) 네, 아, 누가 차 빼 달라고 했다니까요
[한숨]
(준) 일단 제가 나가서 찾아 볼게요
할아버지 좀 부탁드려요
(만복) 아니다, 나도 같이 가자
(은석) 아, 준이랑 먼저 제가 찾아 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너무 늦었어요
(숙경) 그래요, 할아버지
라라 걔가 워낙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애잖아요
그, 야옹이 쫓아가 가지고
'야옹, 야옹' 하고 막 정신 줄 놓고 있을 거예요, 그렇지?
[어두운 음악]
'야옹'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벨 소리]
[한숨]
[한숨 쉬며] 이게 왜…
[통화 종료음]
[가쁜 숨을 내뱉으며] 뭐야?
(은석) 라라 씨 폰이잖아?
차는? 차가 없는데?
(준) 선생님, 일단 라라 랜드로 가서 라라가 있는지 확인 좀 해 줘요
없으면 신고도 부탁드릴게요
알았어, 넌?
(준) 저, 어디 좀 들렀다 갈게요
[하늘이 우르릉 울린다] [음산한 음악]
[음산한 효과음]
[천둥이 우르릉 울린다]
[다급한 숨소리]
안중호, 안중호, 203호
[거친 숨소리]
[천둥이 우르릉 울린다]
[놀란 숨소리]
[천둥이 우르릉 울린다] [긴장되는 음악]
[떨리는 숨소리]
[천둥이 우르릉 울린다]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이게
이게 어떻게…
[강조되는 효과음]
[격정적인 음악]
[밝은 음악]
[라라의 비명]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어두운 음악]
수박주스 주세요
(라라) 어?
지갑이 어디 갔지?
지갑아, 어디 있어?
아, 지갑이 어디…
아, 죄송해요
제가 지갑이 없어 본 게 처음이라
[어두운 음악]
[피식 웃는다]
[카드를 탁 던진다]
[카드를 탁 던진다]
[강조되는 효과음]
[의미심장한 웃음]
[감성적인 음악]
(준) 라라야!
(라라) 준아, 사실 나
그동안 네가 많이 궁금했어 [준이 소리친다]
라라야
(만복) 저, 준아, 너무 걱정하지 말아 괜찮을 거야
(민 형사) '선우준, 2002년생, 열아홉 살'
(하영) 네? 준이 오빠가 열아홉 살이라니요?
(승기) 소중한 사람에 대한 비밀을 다른 사람한테 듣는 게 기분이 좋을까?
(준) 아빠한테 낼 수 있는 가장 큰 목소리였어, 근데…
근데 어떻게 그걸 숨겨요!
(준) 남들 시선이나 신경 쓰며 사세요
난 내 인생 내가 알아서 살 테니까
(민수) 너, 피아노!
선우준
그놈 엄마 만났지?
(라라) 선우준이라는 사람을 찾고 있는데
(민 형사) 아, 그 학생? 좀 전에 갔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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