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의 왕비 10
[주제곡]
그게 지금 무슨 말이냐?
[새가 짹짹 지저귄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나온 겁니다
우리 이제 그만 만나요
[잔잔한 음악]
싫어
싫다고
[채경의 놀란 신음]
누구 마음대로?
[채경의 떨리는 숨소리]
열만 세고 놓을 것이다
그 전에 약조 하나만 하자
(역) 얼마나 화가 났을지
[울먹이며] 얼마나 서러웠을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얕게 흐느끼는 숨소리]
(역) 하니
마음 풀릴 때까지 화내고
(역) 때리고
괴롭혀도 좋다
(역) 하나 [채경이 코를 훌쩍인다]
하나 안 보겠다는 말은 마라
(역) 널 안 보면 못 살 거 같아서
돌아온 거니까
[울음 섞인 한숨]
[코를 훌쩍인다]
(역) 약조한 거다
그냥 화내는 거야 오늘은 삐친 거뿐이다
마침 잘됐구나
전하
둘이 함께 있으니
[융의 멀어지는 발걸음]
어유, 저, 저...
우려하던 일이 생긴 듯싶소
아까 보니
둘이 참 잘 어울리더구나
혼인만 하면 되겠어
[의미심장한 음악]
혼인하거라
(채경) 전하, 갑자기 혼인이라니요?
어명이다
[융의 멀어지는 발걸음]
[문이 탁 열린다]
(역) 형님
[역이 가쁜 숨을 몰아쉰다]
아직 채경이 허락도 못 받았습니다
나머진 네 몫이겠지
갑자기 이리 서두르시는 이유가 있으십니까?
네가 원하지 않았더냐?
(융) 하여 도와주는 것이다
[융의 발걸음이 멀어진다]
혼인이라니요?
게다가 어명이라고까지 하셨습니다
(채경) 전하가 갑자기 저러시는 연유가 무엇입니까?
혹
제가 모르는 일이 있는 것이옵니까?
성심을 어찌 다 헤아리겠느냐마는
아무래도 명을 거역하기는 어렵게 되었구나
(권씨) 하면 지금
진성대군과 채경이를 혼인시키자는 말씀이십니까?
(권씨) 주지 스님 예언은 어쩌고요?
채경이가 왕실 사람과 가까이하면
(권씨) 큰 화가 닥친다 하지 않았습니까?
[다급히 문을 드르륵 연다]
(역) 예언이라니요?
(역) 좌상
그런 말도 안 되는 예언을 믿으시는 겁니까?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지 않사옵니까?
[기가 막힌 한숨을 뱉는다]
(수근) 소신에겐 딸자식의 안위가 달린 일이옵고
채경이게겐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의 운명이 달린 일이니 말입니다
[아련한 음악]
너도 그리 생각하느냐?
그따위 예언이 나보다 더 중한 것이야?
(역) 하여
나를 외면하고 밀어내고
돌아선 것이냐?
[미안해하는 숨소리]
[문이 탁 닫힌다]
[안타까운 숨을 뱉는다]
[새가 짹짹 지저귄다]
[한숨]
[황당해서] 예언이라니?
[피식한다]
[연신 허망한 듯 웃는다]
[부드러운 음악]
[융이 연신 웃는다]
(채경) 뭐, 형님께서 저를 그리도 예뻐해 주시니
오늘 제가 한번 제대로 모셔보겠습니다
(융) 그, 형님이라 부르지 말거라
[장난스럽게] 오, 힘세다
(채경) 우리 처음 만났을 때 생각나요
(채경) 전하께서
어머니가 보고 싶으시대요
(채경) [울먹이며] 가족들은 아무런 죄가 없습니다
죄를 받아야 한다면 제가 받겠습니다
[화면 강조 효과음]
[융이 숨을 들이켠다]
[연신 헛웃음을 웃는다]
[잔을 달칵 놓는다]
알고 있었더냐?
부딪히는 눈빛 한 번
스치는 손끝에서도 생겨난다던
그 하찮은 연심이라는 놈이
[가슴을 쿵 친다]
(융) 이 안에도
[가슴을 쿵 친다]
있었던 걸 말이다
[융이 가슴을 쿵 친다] [울분 섞인 숨소리]
신첩이 전하에 대해 모르는 게 있겠나이까?
한데
왜 말하지 않았느냐?
[불안한 음악] [화난 숨소리]
- 저, 전하... - (융) 과인이
이리 하찮아지기 전에 말했어야지
(융) 말렸어야지
(융) 감히, 감히
(융) 네가 뭔데 과인을
이리 비참하게 만드는 것이냐
[융의 괴로워 울먹이는 숨소리]
내 너를
가족이라 여겼거늘
벗이라 여겼거늘
휴식이라 여겼거늘
(융) 어찌 너는 내가 아닌 다른 사내의 품에 안겼단 말이냐
[융이 분노의 숨을 들이켠다]
내 너를 죽일 것이다
살아서 내 곁에 둘 수 없다면
죽여서라도
내 옆에 둘 것이야
저, 전하 [힘겨운 숨소리]
(녹수) 전하
전, 전하, 전하
[녹수가 숨 막혀서 컥컥댄다]
[녹수의 힘겨운 숨소리]
[녹수가 숨을 몰아쉰다]
[녹수가 힘겨운 숨을 몰아쉰다]
[융이 씩씩대는 숨소리] [녹수가 캑캑거린다]
[막혔던 숨을 토한다]
[녹수가 심호흡한다]
[컥 하고 숨을 뱉는다]
이제
혼인만 하면 됩니다
(녹수) 그러고는 첩자로 삼으십시오
하면 그 아이
몸은 비록 진성대군 옆에 있어도
(녹수) 전하의 어명 안에서
전하의 사람으로
살게 될 것이옵니다
세상에서
가장 지옥 같은 혼인을 하게 해줄 것이야
[융의 분노에 찬 숨소리]
[화면 전환 효과음]
(석희) 구휼미는 건덕방, 순심방 창선방 지역만 돌리면 끝이야
오랜만에 우렁각시 나타났다고
다들 좋아서 방방 뛰더라고 [웃음]
(명혜) 대신들 곳간 턴 범인은
오라버니 생각이 맞았어 도승지야
(명혜) 이 두 사람이 임사홍 사병들 틈에 잠입해있어
(서노) 아무리 형님에게 타격을 입히기 위해서라지만
다른 대신들의 곳간까지 턴 게 말이 됩니까?
임금의 내탕고도 털 수 있는 놈이다
(역) 놀랄 거 없어
임사홍의 비밀 창고부터 알아봐라
(명혜의 수하들) 예
그놈이 남의 돈으로
자기 뱃구레 채우는 걸 두고 볼 수 없다
(역) 가봐
그리고 형님이
내 혼인을 허락했다
[석희의 놀란 숨소리] 오
(석희) 이제 드디어 총각 딱지 떼는 거냐?
채경 낭자한테 청혼은 했고?
허락은 받으셨습니까?
[손으로 탁자를 탁 친다]
그냥 혼인 아닙니다
대업을 이루기 위한 과정 중에 하나지
(명혜) 왜들 이리 경박하십니까
[석희의 헛기침]
명심해, 오라버니
이번엔 내가 오라버니 뜻에 따르지만
(명혜) 잘못된 선택에 대한 책임은
목숨으로 지게 된다는 거 잊지 마
걱정하지 마라
채경이만큼은
어떻게든 내 사람으로 만들 테니까
[소매 탁탁 편다]
[부드러운 음악]
[고민하는 한숨]
(융) 둘이 참 잘 어울리더구나
혼인하거라
너도 그리 생각하느냐?
그따위 예언이 나보다 더 중한 것이야?
[고민하는 한숨]
예언이 중할까?
어명이 중할까?
아니면
마음이 중할까?
마음
단디 묵으소
[채경의 어이없는 숨소리] [유모의 잠꼬대하는 신음]
(유모) 아유, 졸려
[유모의 잠자는 숨소리]
[유모가 코를 드르렁 곤다]
(수근) 소신에겐 딸자식의 안위가 달린 일이옵고
채경이에겐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의 운명이 달린 일이니 말입니다
(서노) 형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형님께선
아바마마의 유언 때문에 날 죽이려 하더니
채경이는
웬 스님이 남긴 예언에 휘둘려서
[헛웃음]
날 밀어내려 한다
다들 왜 이러는 것이냐
그럴 수 있습니다
뭐?
(서노) 두려우니까요
형님도 어릴 땐 어른들의 말 때문에
형님이신 왕을 두려워하고
(서노) 못 본 척, 못 들은 척
그렇게 살았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형님을 깨우쳐주시고 용기 내게 해주신 분이
채경 아기씨니
(서노) 이번엔 형님이 채경 아기씨께
그런 미신이나 예언, 남의 말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걸 알려주십시오
(서노) 혼인을 하려면
믿음부터 주셔야죠
[밝은 음악]
왜 그렇게 보십니까?
[옅은 숨을 내쉰다]
대견해서 그런다, 이 자식아, 응? [역의 웃음]
(역) 다 컸네, 다 컸어
이제 어른이다, 이제, 어?
어른 된 지 한참 됐습니다 [웃음]
(서노) 이제 형님보다 덩치도 크고요
[서노가 씩 웃는다]
형님 기억에서나
아직 눈탱이 밤탱이 어린애지요
[역이 풋 하고 웃는다]
야, 눈탱이 밤탱이
(역) 채경이가
너 보고 싶대
내일 만나재
참말이십니까?
참말이지, 그럼
아이, 그러면
준비를 [신나서 웃는다]
(역) 그렇게 좋아?
[서노와 역이 웃는다]
[서노의 발걸음이 멀어진다]
[문이 덜컥 여닫힌다]
[새소리]
대비마마를 뵙사옵니다
예, 좌상
주상이 우리 두 사람을 함께 초대했나 보군요
무슨 일인지 아시겠습니까?
들어가 보면 알겠지요
(융) 역이가, 진성대군이
좌상의 영애와 혼인하게 해달라 청을 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혼담이 오고 가던 사이니 나쁠 거 없지요
두 분 생각은
어떠하십니까?
[옅은 웃음]
좋지요
[긴장되는 음악] (자순대비) 조정과 왕실의
평화를 위해서도 잘된 일이고요
대비마마
뭘 그리 놀라십니까?
(자순대비) 진성대군이 살아 돌아온 이상
이미 그 아이들의 운명은 정해진 게 아니겠습니까?
경의 생각은 어떻소?
부족함이 많은 아이입니다
내가 그걸 모르겠습니까?
(자순대비) 너 혼자 살겠다는 것이냐?
내 아들을 사지로 밀어 넣고 너 혼자?
내 오늘 일을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다
하나, 괜찮습니다
내 곁에 두고 잘 가르치겠습니다
(수근) 부디
부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좋소
경하드리옵니다, 어마마마
진성대군이 좌상의 사위가 되니
얼마나 든든하시겠습니까
[옅은 웃음을 짓는다]
좌상도 좌상이지만
주상이 진성대군에겐 더 든든한 아군이지요
[융이 웃는다]
이렇게 아군이 많으니
역이가 참 복이 많은 놈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사홍) 왔는가?
[사홍이 웃는다]
거 보시게
[의미심장한 음악] (사홍) 세상에 사람 마음을 이용하는 계략이
제일 어려운 법일세
두 사람을 혼인시켜놓으면
영감께도 나쁠 게 없습니다
(녹수) 신씨 그 계집이 진성대군 편을 들기 시작하면
주상 전하와 좌상의 관계도 불편해질 테니까요
그렇게만 된다면야
내 자네에게 큰 보답을 함세
[경쾌한 음악]
[기대에 찬 숨소리]
(서노) 떨립니다
아기씨가 절 알아보실까요?
아니
어, 어우
네가 이게 좀 변했냐?
[헛기침하며] 쩝, 그런가요?
넌 오늘 딴생각 말고 어젯밤에 내가 한 말이나 명심해
뭘 말입니까?
[작게] - (석희) 축하한다 - (광오) 그래, 계획은?
아, 그래서 말인데
너희들이 내일 나 좀 밀어줘야겠다
- (석희) 뭘? - (광오) 어떻게?
밀어줍니까?
확실히 제대로 밀어달라고
오늘이 마지막 기회 같으니까
아이, 그래도 오늘은 제가 주인공 아닙니까?
씁!
[민망해하는 헛기침]
어! 오셨다!
- (서노) 오, 오, 오, 오 - (역) 치사하다
둘이 같이 주인공 하면 되잖아
아, 주인공은 한 명인 법입니다
(역) 저리, 저리 [서노가 헛기침한다]
(역) 채경...
[서노의 설레는 숨소리]
오랜만입니다, 아기씨
(서노) 아이
[입 모양으로] 나도
같이해, 같이
[억울한 숨을 뱉는다]
[새가 지저귄다]
[사랑스러운 음악]
[서노가 피식 웃는다]
[역의 힘주는 숨소리]
[기가 막혀] 참
잠잘 때가 제일 예뻐
우리 채경이
자는 모습은 처음 보시는 거 아닙니까?
[채경의 놀란 숨소리]
- 대군마마! - 잘 잤어?
[민망한 숨소리]
(역) 오오 [채경의 아파하는 신음]
[역이 황당해 웃는다] (서노) 아이고
(역) 괜찮아?
[채경의 아파하는 숨소리] (역) 괜찮아, 괜찮아
[유쾌한 음악]
어? 당신은...
알아보시겠습니까?
[기쁨에 겨운 숨소리]
그때 그 옥졸 아니십니까?
[역이 키득 웃는다]
[놀라는 숨소리]
설마
니가 그 서노가?
[역과 서노가 웃음이 터진다]
[기뻐서 놀라는 신음]
아니, 서노만 데려오랬더니 왜 오셨습니까?
아, 우리 친구 아이가
바늘 가는 데 실 가고 마
장국 나가는데 깍두기 나가야제, 그제?
[풋 하고 웃음이 터진다]
[쑥스러워 웃는다]
아이, 잘 지냈어?
아버지는? 아버지는 잘 계셔?
아...
[긴장되는 음악]
(서노 부) 쌀은 핑계일 뿐이다
아비가 해야 될 일은
때가 될 때까지
왕과 그 측근들로부터 잡히지 않는 것이다
(서노 부) 서노야, 아비가
꼭 다시 오마
[문이 달칵 열린다]
아버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새가 지저귄다]
(서노) 혹시나 또 관군들이 아버지를 쫓아
아기씨 친척분한테까지 폐를 끼칠까 봐
저만 맡겨놓고 떠나셨습니다
아...
[웃는 숨을 내쉬며] 걱정하지 마십시오
곧 찾아오실 겁니다
[환하게 웃는다]
(원종) 아무래도 걱정이옵니다
금상께서 친히 나서서 혼인을 권하다니요?
그만큼 좌상을 믿는다는 뜻이 아니겠사옵니까
(원종) 절대로 좌상은 진성대군 편에 서지 않을 겝니다
(자순대비) 역이 그 녀석이 고집을 꺾지 않은 한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자순대비) 신씨 그 계집아이를
확실히 역의 편에 붙들어 앉혀야지요
그렇다고 좌상의 마음까지 끌어올 수 있겠사옵니까?
자고로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 하였습니다
(자순대비)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금지옥엽의 목숨이 우리 손에 달렸는데
좌상이 뭘 어쩌겠습니까?
(융) 만일 진성대군이 반역을 꾀한다면
경은 누구 편에 설 것이오?
[의미심장한 음악] 전하, 말씀을 거두어주시옵소서
반역이라니요?
만일에 말이오
만일을 묻는 것이오
소신 당연히 주상 전하를 도와
이 나라 조선의 종묘사직과 조정을 지킬 것이옵니다
진성대군이
경의 사위가 되어도 말이지?
물론이옵니다, 전하
소신, 진성대군의 장인이기 이전에
전하의 신하이옵고
조정의 관료이옵니다
(수근) 누구든 반역을 꾀한다면
목숨을 걸고 막을 것이옵니다
그 마음을 잊지 마시오
(역) 과인이 이 조정과 왕실에서
진심으로 믿는 신하는
경뿐이니 말이오
전하
[꼬마 역이 귀여운 노래를 부른다]
[꼬마 역의 노래가 이어진다] [성종과 자순대비가 웃는다]
(성종) [웃으며] 이리 와보거라
[칼집끼리 척 부딪힌다]
[슬픈 음악] (원종) 세자 저하, 송구하옵니다만
주상 전하께옵서 아무도 가까이 오지 못하게
명을 내리셨사옵니다
나는 다르다
(수근) 물러나시오
세자 저하
(어린 역) 저기 가서 아우의 재롱을 보고 싶은데
나를 못 가게 막습니다
오늘은 소신과 함께 말이나 달리시지요
(어린 융)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저하께서 원하신다면
소신, 저하의 아비도, 저하의 어미도
저하의 동생 또한 되어드릴 수 있사옵니다
[북을 둥 치는 효과음]
좌상이 배신을 하는 순간
[긴장되는 음악]
과인은 내가 가진 모든 힘을 동원해서
(융) 좌상과
좌상의 아내
자식, 친척
(융) 그 모두를
다 죽일 것이오
(역) 물론
채경이가 가장 먼저 죽겠지
[긴장이 고조되는 음악]
전하
아무 일 없을 것이옵니다
소신을 믿어주시옵소서
[역이 헛기침한다]
(역) 안 가냐?
(역) 낄 데 끼고 빠질 때 빠질 줄 알아야지
[익살스러운 음악] (서노) 뭐라십니까? 깍두기 주제에
어제는 말이다
그깟 예언이
대군마마보다 중하냐 물으셨죠?
예언이 대군마마보다 중해서가 아니라
대군마마가 너무 소중해서
그 예언이 겁나는 겁니다
[애틋한 음악]
(채경) 몸소 겪으셨지 않습니까
우리가 만날 때마다 나쁜 일이 생겼습니다
(채경) 우리가 함께 있을 때마다
대군마마께서 위험해지셨습니다
(채경) 저 때문에
대군마마가 죽을 뻔하셨습니다
아니
너 때문에 죽을 뻔한 고비에서 살아날 수 있었어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 살아올 수 있었던 거라고
(역) 한데
지옥을 뚫고 온 나한테
그 예언이니 뭐니 하는 말도 안 되는 소리 때문에
그만 만나자는 거
(역)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니냐?
그런 예언을 듣고도 계속 만나자 하는 게
더 무책임한 겁니다
기필코 그 저주 같은 예언을 따르겠다는 거냐?
하면 나는 어찌하느냐?
대군은
대군의 운명대로 사시면 됩니다
하면 더 안 되겠다
그 예언이 채경이 네 운명이라면
내 운명은 채경이 너니까
네가 내 운명이니까
(석희) [신나게] 이야!
[석희와 광오가 깔깔 웃는다]
[석희가 손뼉을 짝짝짝 친다]
[크게] 야, 뭐야?
(석희) 밀어달라며? 그래서 밀어줬지!
[석희의 웃음] (역) 그게 그 뜻이야?
(석희) 안 돼, 안 돼, 안 돼, 어어, 야
[가슴 시린 음악] (석희) 야!
[서노의 힘주는 기합]
(역) 자, 하나, 둘
- (광오) 놓으라 했다 - (역) 셋!
[서노가 웃는다]
(석희) 야, 하지 마
[서노가 환호하며 웃는다] [역이 어푸어푸한다]
[채경이 탄성을 지른다]
[석희가 환호한다]
(역) 무거워, 무거워
(역) 와! [신나서 웃는다]
(역) 신채경!
[친구들이 환호한다]
(역) 신채경
(역) 하나, 둘
셋! [채경이 웃는다]
(역) 들어가거라
아닙니다, 대군마마 먼저 가십시오
너부터 들어가거라
아닙니다 저희 집은 바로 코앞이니까
대군께서 먼저 가시는 게 맞습니다
나는 저, 집이 아주아주 머니까
너부터 들어가는 게 맞다
[풋 하고 웃는다]
[풋 하고 웃는다]
(역) 아까부터
왜 자꾸 발걸음이 안 떨어지나 했더니만
뭐 하십니까?
약조를 했으면
(역) 그 증표가 있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느냐
저 아직 대답 안 했습니다
약조도 안 했고요
그걸 꼭 말로 해야 하느냐
나는 이미 다 들었다
정녕
그리해도 되겠습니까?
아까 대군마마께서 하신 말씀
(채경) 믿고
용기 내봐도 됩니까?
그래
정말
후회 안 할 자신 있으십니까?
그럼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채경) 제 예언이
제 운명이
제가 두렵지 않으십니까?
제가
대군마마의 인생을 망쳐버릴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너 없으면
망가질 거야, 나
[부드러운 음악]
[울먹인다]
[풀벌레 울음]
내일 제대로
청혼 선물 준비해서 다시 올게
[나뭇가지를 바지직 부러뜨린다]
전 이거면 됐습니다
뭐 하십니까?
이제
약조한 겁니다
이제 약조한 거다
[문이 여닫힌다]
(권씨) 정말 채경이를
이대로 진성대군과 혼인하게 하실 겁니까?
어명이라 하지 않았소
[못마땅한 숨소리]
하나, 예언도 그렇고
여러모로 힘든 길입니다
날 믿으시오, 부인
(수근) 채경이와 진성대군도
우리처럼 평생의 벗으로 함께 늙어갈 것이오
내 꼭 그렇게 만들리다
(내관1) 대군마마
날 기다린 것이오?
예, 주상 전하께옵서 계속 찾으셨나이다
역이는 아직 안 돌아왔는가?
(송 내관) 네, 전하
대비전에 반 시진마다 사람을 보냈사오나
(송 내관) 아직 입궐하지 않으셨다 하옵니다
아직도 둘이서 함께 있다는 것이냐
이제 혼인할 사이가 아니옵니까
익숙해지시옵소서
(내관2) 전하, 대군마마 오셨사옵니다
[문이 드르륵 여닫힌다]
(역) 전하, 찾으셨나이까
[목욕물이 찰랑거린다]
(융) 몰골이 그게 다 무엇이냐?
비라도 맞은 게냐?
아이고, 이거 말리다고 말렸는데
(역) 아직도 티가 나옵니까?
애들이 장난치는 바람에
하, 갯물에 빠졌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재밌게들 노는구나
벗들이 워낙 짓궂지 않습니까
너도 들어오겠느냐?
(역)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서연정에서 기다리겠습니다
[긴장되는 음악]
(녹수) 어른이 되시더니
더욱 오만방자해지셨사옵니다
어릴 땐 그저 철이 없어서 그러려니 했는데
혼인 준비는
잘돼 가느냐?
예
오늘 드디어
채경이한테 허락까지 받아냈사옵니다
제법이로구나
은혜하는 여인의 마음 하나 제대로 꿰뚫지 못하고
(역) 어찌 사내라 할 수 있겠사옵니까
(관군) 관중이오
(융) 채경이와 혼인하려는
진짜 이유가 무엇이냐?
제 이유는 오직
채경이뿐이옵니다
진짜 이유를 말하거라
(역) 채경이는
(역) 아주
폭력적인 여인입니다
그리고 무척
응큼하기도 하고요
(채경) 나랑 같이 갈 데가 있소
여기서 해결하시오
이래도?
(역) 그뿐인 줄 아십니까?
외간 사내를 함부로 유혹하고
(채경) 대군마마죠, 맞죠?
(역) 아니요
(채경) 아닌데
(채경) 왜 자꾸 내 눈에 들어와요?
(역) 또 얼마나 헤프고
난잡한 여인인지
맞잖아
(채경) 맞는데
[울먹이며] 당, 당신 맞는데
[채경이 흐느낀다]
미련하기는
곰도 안 부러울 정도라
(역) 피곤하고
또 피곤하고
(역) 또 피곤한 여인이옵니다
그게 이유더냐?
예
(역) 하니
채경이를 감당할 수 있는 사내는
저밖에 없지 않겠사옵니까?
[의미심장한 음악]
(융) 부디
잘 살거라
예, 형님
(융) 오늘은 과녁으로 그쳤지만
다음엔 네 심장을 꿰뚫을 것이다
감히 내 것을 탐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야
(역) 과녁 따위야 얼마든지 내어드리지요
기대하십시오
이제 채경이부터
하나씩 다 되찾을 것입니다
[풀벌레 울음]
(사내1) 아이고, 주모, 잘 먹었수다
- (사내2) 잘 먹고 갑니다 - (주모) 아이고, 네
[술을 쪼르륵 따른다]
(자순대비) 명혜야, 걱정할 것 없다 [잔잔한 음악]
반정이 성공할 때까지만
역의 옆자리를 빌려주는 것이니
그리 먼저 말씀해주시니
황공하옵니다, 대비마마
소녀
대군마마께서 현왕을 몰아내고
왕좌에 앉으실 때까지
필요한 일이라면
기꺼이 감내하고 행할 것이옵니다
너도 여인일진대
어찌 속상한 마음이 없겠느냐
(자순대비) 한데도 대의를 먼저 살피다니
참으로 의연하고 장하구나
뭐야, 너?
(명혜) 내놔
[어이없는 한숨]
갑자기 왜 안 하던 걱정이야
(명혜) 오라버니 딴 여인한테 장가간다고
그깟 일로 내가 망가질까 봐서?
(명혜) 줘
[서노의 한숨]
(명혜) 달래도
나, 이 정도 마신다고 안 죽어
(서노) 그게 아니라
도승지 측에 잠입해있던 명혜 낭자의 수하가
연통을 해왔습니다
비밀 창고를 찾았다고요
[옅은 한숨을 뱉는다]
가 보자
[서노의 헛기침]
[익살스러운 음악]
[좋아하는 숨소리]
아기씨
머리가 그게 뭔교?
(채경) 아?
아니야, 이거 아무것도
- (유모) 뭔데요? - (채경) 아, 아니야
- (유모) 에이 - 아니야, 아니야
- (채경) 아무것도 아니야 - (유모) 에이, 줘보소, 에헤
(유모) 이, 이 짝대기는 뭔교?
사랑의 짝대기도 아니고
[놀라는 숨소리]
설마
설마 이걸 비녀라고 꽂은 깁니꺼?
[입 모양으로] 어머
나도 이제 시집가야지
아기씨
사내는 함부로 믿으면 안 되는 족속들입니더
함부로 믿기는
내가 나름대로 검증도 다 해봤고
(유모) 여자관계는요?
깔끔한 거 확실합니까?
당연하지
확실합니까?
당연...
[익살스러운 음악]
[홱 돌린다]
[놀라는 숨소리]
거 뭐꼬?
- (유모) 와요? - 유모
- (채경) 내 망했다 - 누군교?
이 새끼를
(채경) 아, 이것 좀 들고 있어 봐봐
누군교? 이거 확 쎄리 마, 다, 마, 씨
(유모) 아기씨!
[우렁각시들의 기합]
[말이 투레질한다]
(서노) 형님
다들 어디 갔어? 왜 이것밖에 없어?
부총관이 불러서 갔답니다
오늘 작전이 있다고요
뭐?
[긴장되는 음악]
[다급한 발걸음]
(역) 부총관!
이게 지금 무슨 짓이오?
대군마마
어떻게 내 허락도 없이 작전을 내보낼 수가 있소?
[답답해하는 한숨]
하면 어쩝니까?
내일이면 도승지가 비밀 창고에 있는
장물들을 다 처리한다는데
(원종) 대군마마는 돌아오실 생각을 않고
파루 칠 시각은 다가오고
(원종) 일단 물건들부터 되찾아오고
보고는 다음에 하자 한 거지요
부총관
(광오) 저기가 저번에 왕이 풍광이 좋다고
민가 열 채를 헐어버리고 만든 집이란다
(석희) 이야, 그걸 또 그새 도승지가 차지하고 앉은 거냐?
[헛웃음]
[우렁각시의 기합] [수하들의 아파하는 신음]
[긴박해지는 음악]
[도승지 수하들의 아파하는 신음]
(역) 그러다 잘못해서 들키기라도 하면요?
그땐 어쩌려고 이러시오?
대업을 이루다 보면
그런 불가피한 희생 감당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 벗들입니다, 내 사람들이라고요
(원종) 예
제 조카딸도 있사옵니다
[달그락거리며 담는다]
[함을 탁 내려놓는다]
(광오) 옥 보석 찾았다
(광오) 값나가는 거로만 잘도 훔쳤네 [석희의 놀라는 숨소리]
(원종) 유 대감이 도둑맞은 물건이
자그마치 삼대째 내려오는
옥 보석이라고 합니다
(원종) 그게 돌아만 온다면야
좋아서 방방 뛰겠지요
대신들에게 돌려주잔 말씀이시오?
당연히 도둑맞은 물건은 제 주인에게 돌려줘야겠지요
대신들이 우렁각시에게 무척 고마워할 겁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원래 주인은 백성들이지요
다 백성들 착취해서 만든 검은돈들 아니잖소
대군마마
우리는 의적 놀이 하자고 모인 사람들이 아니옵니다
[잔잔한 음악]
(원종) 가난한 백성뿐 아니라 조정 대신들도
조선의 백성이옵니다
최대한 많은 백성들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놔야
나중에 대군께서 반정을 일으키셨을 때
뒷말이 없사옵니다
평소에도 그들이
백성들을 우리 편으로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정치를 했다면
지금 나라 꼴이 이렇게까진 되진 않았을 텐데 말이오
[답답해하는 한숨]
그러게 말이옵니다
하나
아쉬운 마음은 잠시 접어두시옵소서
(원종) 선정은 나중에 왕이 되신 후에
충분히 베푸실 수 있으니까요
지금은 왕이 되기 위해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걸 이용하면 됩니다
(원종) 대군께서
좌상의 영애를 이용하고 있는 것처럼요
[문이 덜그럭거린다]
[긴장되는 음악]
[문이 끼익 열린다]
[두목이 야비하게 웃는다]
[발을 툭 딛는다]
[다급히 쫓는 발걸음]
(서노) 아무래도 제가 마중을 나가보는 게 좋겠습니다
같이 나가자
[문이 덜컥 열린다] [종이 딸랑거린다]
(역) 야!
너희! 아이씨
별일 없었어?
[뿌듯한 숨소리]
[힘주는 신음]
다 찾아왔어
[석희와 광오의 뿌듯한 숨소리]
(명혜) 오라버니가 화가 많이 난 모양이군요
(원종) 많이 독해지신 줄 알았더니
아직도 여리고 욱하던
어릴 때 성정 그대로시다
다 신씨 그 아이 때문이지요
그 아이가 오라버니를 망치고 있어요
지금도 이런데
혼인까지 하면 또 어떻게 될지
네가 더 각별히 신경 써야 할 것이야
예, 필요하면
감시할 눈이라도 붙일 생각입니다
한데 서노 놈 말이다
(원종) 진짜 제 아비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더냐?
혹 우리한테 숨기는 건 아니고?
그렇게 수를 쓸 줄 아는 놈은 아닙니다
(명혜) 보이고 말하는 게
전부인 놈이라서요
별일이구나
네가 다른 놈한테 관심을 다 보이고
그게 제 임무니까요
[긴장이 감도는 음악]
[뚜껑이 달칵거린다]
(광오) 하나, 둘
[종이 딸랑거린다]
[보석을 달그락 놓는다]
[석희가 안도의 숨을 쉰다]
[종이 딸랑거린다] (광오) 그래
뒤를 밟히진 않았고?
(우렁각시들) 예
빨리 정리하자 오늘 내로 끝내야지
[석희가 한숨을 내쉰다]
역아, 온 김에 정리 좀 도와
(광오) 너나 좀 열심히, 열심히 하거라, 좀 [석희의 아파하는 신음]
아휴, 이 자식이 진짜
[의미심장한 음악]
"왕, 이융"
"임사홍"
"신수근"
(원종) 이 연판장에
대군마마를 옹립하려는 사람들의 이름을 다 채우고 나면
(원종) 반정을 일으킬 것이옵니다
(원종) 그리고 그 전에
그 연판장에 이름을 올리지 않는 사람들을
(원종) 깨끗이 정리해야겠지요
"왕, 이융"
"신수근"
(원종) 어느 편에 설지
확실히 정해져야 할 텐데요
잘되고 계시옵니까?
"왕, 이융"
[긴장이 감도는 음악]
(두목) 오셨습니까
[사홍의 한숨]
(사홍) 놈들이 저기 숨어들었다?
[사홍이 코로 한숨을 내쉰다]
(원종) '그 연판장에 이름을 올리지 않는 사람들을'
'깨끗이 정리해야겠지요'
[문을 탕탕탕 두드린다]
[문을 다급히 두드린다]
(광오) 빨리
[서두르는 발걸음]
뭐야? 무슨 일이야?
[작게] 누가 왔어
[문을 탕탕 두드린다]
[문을 강제로 벌컥 연다] [종이 딸랑거린다]
(석희) 야!
(광오) [언성 높여] 뭐하는 짓이오?
[불안한 음악]
[광오가 딸꾹질한다]
(광오) 아이, 한밤중에 남의 영업장 문을 박차고
(광오) 이, 이, 이 무, 이, 뭔 무례십니까?
내 물건 훔쳐간 도적놈들 잡으러 왔네
이 무슨 말씀이신지?
자네
낯이 익은데
(사홍) 그래
진성대군의 벗이 아닌가?
[사홍의 웃음] [석희의 놀라는 숨소리]
(사홍) 그렇다면 대군마마도 여기 자주 오시겠구먼
아, 그 대군마마에 대해서 궁금하시걸랑 저기
(광오) 궁에 가서 직접 여쭈시지요
뭐, 지금 딱히 여쭐 건 없네만
[불안감이 고조되는 음악]
(광오) 아이고, 이, 이, 이
이게 [광오가 기침한다]
[기침하며 웃는다]
누추합니다
[물건이 우당탕 떨어진다]
[칼을 챙 뺀다]
저, 서노야
(두목) 날
본 적 있느냐?
그럴 리가요
처음
뵙습니다
(채경) 무슨 일이십니까?
[문이 탁 닫힌다]
아기씨
채경아
(사홍) 이런 데서 또 보는군요
왜 남의 영업장에 와서 행패를 부리십니까?
(채경) 또 무슨 트집을 잡으시려고요
(사홍) 트집요?
[사홍이 웃는다]
도망친 도적놈을 잡는 중입니다
(사홍) 이리로 숨어드는 것을 내 수하들이 봤다는데
(사홍) 귀신이 곡할 노릇이지
아무런 흔적이 없지 뭡니까?
(사홍) 둘 중 하나겠지요
하나
뒷문이라도 있든가
(사홍) 둘
숨겨진 방이 있든가
[칼을 쓱 빼려 한다]
[긴장되는 음악]
셋은요?
(채경) 왜 세 번째는
생각 안 하십니까?
(채경) 이자가 잘못 본 걸 수도 있지 않습니까?
(채경) 뭐
눈이 특별히 좋아보이진 않는데요
(두목) 뭐라?
[칼을 날카롭게 휘두른다]
[역의 흥분한 숨소리]
- (역) 놔 - (석희) 안 돼
- 놔 - 안 돼, 진짜 안 돼
이번에도 물증 없이 무고한 사람 건드리면
가만있지 않겠습니다
칼도 다룰 줄 아십니까?
아버지께 배웠지요
근본 없는 무뢰배들에게서
제 몸 지키려고요
'근본 없는 무뢰배'라?
[사홍이 껄껄 웃는다]
실례가 많았소이다
[종이 딸랑거린다]
[채경의 안도하는 숨소리]
[광오의 안도하는 한숨]
[다 함께 안도의 숨을 내쉰다]
[칼을 탁 넣는다] [석희의 안심하는 숨소리]
(석희) 채경 낭자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
[역이 거친 숨을 고른다]
[석희의 안도하는 한숨]
[의아해하는 숨소리]
진성대군의 벗들과
좌상 댁 영애
그중 한 놈은
그때 배에서부터 진성대군과 함께 있던 놈입니다
이름이 서노라 했지?
[숨을 씁 들이켠다]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 같다
(채경) 야, 저 눈깔을 싹 잡아째뿔믄 여한이 없겠다, 여한이
[채경의 멋쩍은 숨소리]
저분은
왜 눈을 저렇게 기분 나쁘게 뜨시고 다니는지 몰라 [채경이 멋쩍게 웃는다]
(서노) 그놈이
절 기억할까 봐 그게 걱정입니다
기억하면 왜?
(서노) 어쨌든 도망자의 자식 아닙니까
(서노) 그때 대군마마가 유배 간 것도
다 제 아버지를 탈출시켜서 그리된 것이니
(서노) 이번에도 제가 그 도망자의 아들인 걸 알면
대군마마께 어떤 트집을 잡을지 모릅니다 [잔잔한 음악]
(서노) 그것 때문에
그동안 아기씨한테도 아는 척 못 했던 건데
[서노의 어깨를 툭 친다]
걱정 마
다신 그때 일로 함부로 괴롭히지 못하게 할 거야
[옅은 미소]
와 대군마마를 못 잡아묵어서 안달이고?
(서노) '그때 대군마마가 유배 간 것도'
'다 제 아버지를 탈출시켜서 그리된 것이니'
'제가 그 도망자의 아들인 걸 알면'
'대군마마께 어떤 트집을 잡을지 모릅니다'
(융) 전당포?
(사홍) 말로는 전당포라 하는데
딱히 값나가는 물건을 취급하는 것도 아니고
주요 고객들도 양반이 아니라
평민들인 듯하였사옵니다
그동안 정체를 감추고 한 게
고작 전당포 장사는 아닐 터
전당포는 필시 위장일 것이옵니다
(녹수) 신채경과 진성대군이 혼인하면
신채경 그 아이한테
전당포 조사를 맡기시는 게 어떠실는지요?
[잔잔한 음악] (사홍) 하나
그 첩자가 우리 편이 아니면
그땐 어찌 되는 것이옵니까?
(사홍) 그 전당포에
좌상의 여식도 함께 있었사옵니다
(사홍) 거기 있는 놈들과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처럼
매우 친밀해 보였고
소신이 전당포 안을 좀 살펴보려 하자
(사홍) 막아서기까지 했지요
하니
어찌 좌상의 여식을 믿을 수 있겠사옵니까
전하
이 시간에 어쩐 일이냐?
드릴 말씀이 있어 찾아뵈었나이다
좀 걷자꾸나
지금 뭐라 하였느냐?
아직도 대군마마를 의심하시냐
여쭈었나이다
(채경) 어찌하면
대군마마에 대한 의심을 거둬주실 수 있는지도요
내가 이유 없이 역이를
의심하기라도 한다는 뜻이더냐
아니옵니다
대군마마께서 의심스러운 행보를 보이신 건
사실이지 않사옵니까
해서
(채경) 하여
대군마마에 대한 전하의 의심을 풀어드리고
대군마마의 충심을 증명할 수 있는
(채경) 방도를 여쭈었나이다
이제
제 지아비가 될 분 아니옵니까
[의미심장한 음악]
제가 지켜드리고 싶사옵니다
네가 무슨 수로 역이를 지키겠다는 것이야
네가 무슨 수로 역이에 대한 과인의 의심을 풀고
과인에 대한 역이의 충심을 증명하겠다는 것이야
대체 네가 무엇인데
무슨 자격으로?
저, 저, 전하
(융) 한낱
한낱 계집에 불과하지 않더냐
(융) 기껏 계집 주제에
어찌하여 과인을 이토록 능멸하는 것이냐
송구하옵니다, 제가 주제넘었다면
대체 왜?
역이 그 녀석 얘기만 하는 것이야
전하
과인의 앞에 있으면서
과인의 손에 닿을 거리에 있으면서
과인의 눈을 보고 있으면서
왜 네 입에선
역이의 이름만 나오느냔 말이다
[속상해하는 숨소리]
내가 미쳤다
널 다른 사내에게 보내려고 하다니
(융) 과인은
왕이다
(융) 이 나라 조선의 지존인
왕은 가질 수 없는 게 없어야 한다
아니 그러냐?
하니
내 너도 가져야겠다
[채경의 놀라는 신음] [융의 힘주는 숨소리]
[애잔한 음악]
[채경의 당황한 숨소리]
(역) 채경아
(수근) 우리 채경이의 운명은 대군께 달렸사옵니다
(융) 이 집, 마음에 드느냐?
(채경) 매일 보고를 하라는 말씀이시옵니까?
(역) 송 내관은 맡은 임무가 무엇이오?
(융) 점점 더 가면이 단단해지고 있구나
그만큼 채경이가 네 가면을 벗길 때
그 배신감도 더 커질 터이니
.7일의 왕비↲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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