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의 왕비 11
[주제곡]
[긴장되는 음악] [융의 떨리는 숨소리]
(융) 내가 미쳤다 널 다른 사내에게 보내려고 하다니
과인은 왕이다
이 나라 조선의 지존이야
왕은 가질 수 없는 게 없어야 한다
아니 그러냐?
하니...
내 너도 가져야겠다
[채경의 당황한 숨소리]
[융의 단념하는 숨소리]
첩자가 돼라
역이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거라
역이가 어떤 의지를 갖는 순간 그것은 역심이며
역이가 하는 모든 행동은 역모에 준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긴장되는 음악]
역심이라니요, 전하
(융) 이것이 내가 너와 역이를 혼인시키는 이유니라
내 눈을 대신하여
역이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역이를 살피는 것
(융) 하여 이 칼로
네가 역이를 죽여야 할 순간이 올 수도 있다, 그래도 하겠느냐?
예, 하겠습니다
[고조되는 음악]
하나...
이 칼은 받지 않겠습니다
쓸 일이 없을 테니까요
제가 이 혼인을 하겠다는 이유는
전하와 대군마마 두 분 형제의 의심을 불식시키고
대군마마의 충심을 증명하기 위해서입니다
[다가오는 발소리]
(역) 어마마마
[자순대비의 반가운 숨소리] 이제 오는 것이냐?
아, 예, 일이 있어서 좀 늦었사옵니다
(역) 가시죠
[의미심장한 음악] (융) 그토록 역이를 믿는다?
감히 과인 앞에서 이토록 방자하게 굴 만큼
죽음이 두렵지 않을 만큼?
만약 네 믿음이 틀렸다면 어찌할 것이냐?
그땐...
이 칼을 받겠습니다
이 칼로 제 잘못된 믿음에 대한 죗값을 치르겠사옵니다
[떨리는 숨소리]
전당포를 들켰다?
예
하여, 거사를 서둘러야 할 것 같사옵니다
(자순대비) 네가 웬일이냐?
시간이 걸리더라도 민심과 천심
조정과 왕실의 신뢰까지 모두 얻은 후에야 왕위에 앉겠다더니
제 욕심이었사옵니다
욕심?
제가 그것을 아우르는 동안
저를 위해 애써주는 많은 사람들이 더 위험해지고
저를 믿어주는 사람들이 더욱 큰 시험에 드는 걸, 소자
간과하였사옵니다
(역) 혼례식을 마치는 대로
조정 대신들 중에 우리한테 필요한 사람들을 만나보겠사옵니다
어마마마께오선...
[비장한 숨소리] 밀지를 찾으마
[긴장되는 음악]
그들을 설득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밀지일 테니
[근심 어린 한숨]
(융) 그토록 역이를 믿는다?
감히 과인 앞에서 이토록 방자하게 굴 만큼?
네 믿음이 틀렸다면 어찌할 것이냐?
제 잘못된 믿음에 대한 죗값을 치르겠사옵니다
내 그날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마
머지않을 것이니
(역) 이제 나는 더 철저히 너를 속일 것이다
네가 진실을 알면 괴로워질 테니까
위험해질 테니까
(채경) 제가 이 혼인을 하겠다는 이유는
전하와 대군마마 두 분 형제의 의심을 불식시키고
대군마마의 충심을 증명하기 위해서입니다
앞으로 어떻게든 제가 대군마마를 지켜드리겠습니다
도둑맞은 물건을 모두 돌려받았다고 했소?
(자광) 예, 아침에 일어나 보니 사랑채 툇마루에 있었사옵니다
(대신1) 소신도 대문 안 행랑채에서 발견했사옵니다
(대신2) 소신도 돌려받았사옵니다, 전하
(사홍) 에이, 도둑은 잡지도 못했는데 물건을 돌려받다니요?
혹, 훔쳐 간 놈이 스스로 돌려준 것은 아닐는지요?
도적놈이 그런 위험하고 쓸데없는 일을 할 리가 없지요
(대신3) 혹, 우렁각시가 아니옵니까?
[긴장되는 음악] [장내가 술렁인다] 우렁각시요?
(자광) 그러고 보니 우렁 껍질이 문간에 있었사옵니다
(융) 우렁각시라니, 뭐 하는 놈들이오?
(순정) 1, 2년 전부터 가뭄이나 기근 때
살림이 궁핍한 집에 쌀을 주고 가는 사람이 있었는데
여염 사람들이 언제부터인가 그 사람을
우렁각시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 것만 알고 있사옵니다
(희안) 소신도 우렁각시 소문은 들었사옵니다
한 명이라는 설도 있고 여러 명 집단이라는 설도 있사온데
아직 정확히 밝혀진 것은 없는 듯하옵니다
그 우렁각시가 이번에는 대신들이 도둑맞은 물건까지 찾아줬다?
단순히 구휼 단체가 아닐 것이옵니다
조사가 필요하옵니다
(융) 우렁각시라...
[나지막한 웃음]
역이 그 녀석 작명 솜씨가 영 앙증맞지 않소?
하나, 하는 짓은 전혀 앙증맞지가 않사옵니다
백성들에게는 민심을 얻고 이제는 대신들까지 꾀어내고 있습니다
(사홍) 진성대군이
본격적으로 왕위를 찬탈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옵니다
[긴장되는 음악] 누가 내어준다고 했소?
싸움을 걸어왔으니 대꾸는 해줘야겠지요
그래, 그놈들 소굴이 어디라고요?
[종이를 마구 뒤적인다]
[역의 깊은 한숨]
당장 근거지를 옮기는 건 더 의심을 살 거야
일단, 여기 전당포와 통하는 문을 봉쇄하고...
저쪽에 문을 내는 게 어떻습니까?
[종이 딸랑 울린다]
[긴장되는 음악]
저놈들은 손님이 왔는데 왜 인사도 안 해?
[겁에 질린 숨소리]
여기 장사를 시작한 지 몇 년이나 되었는가?
- (광오) 1년... - (석희) 3년...
(광오) 예, 그, 3년 전에
작은 포목점으로 개업을 하였다가 망하여서
전당포로 업종을 변경한 지가 이제 갓 1년이 되었사옵니다
예, 그렇사옵니다
[고조되는 음악]
[뚜껑을 탁 내려놓는다]
[긴장한 숨소리]
[종이 딸랑 울린다]
(원종) 대군마마는 어디 계시느냐?
(명혜) 어제 도승지가 왔다 갔다...
왕... [광오와 석희의 다급한 숨소리]
전하!
주상 전하를 뵙사옵니다
왕이 왔나 봅니다 방금 명혜 낭자와 부총관을 만났고요
[역의 긴장한 숨소리]
[의미심장한 음악] [비웃음]
부총관이 여기의 뒷배일 거란 짐작이야 내 이미 진즉에 하였으니
긴장할 것 없소이다
다만...
새로운 얼굴이 보이니 흥미롭구려
네가 부총관의 외조카이자 죄인 윤여필의 여식이로구나?
그러하옵니다, 전하
일전에 대비전에서도 뵌 적이 있사옵니다
그래? 대비전에서?
네 아비가 오랜 유배 생활을 할 때 네가 태어났다지?
하여 어릴 적부터 고생이 심했다 들었다
가문을 일으키기 위해 역이를 돕고 있는 것이냐?
역이가 좀 더 큰 힘을 갖게 되면
너와 네 집안 식구들도 옛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아니옵니다, 전하
소녀 그저 우연히 대군마마의 목숨을 구하게 되어
대군마마의 벗이 되었을 뿐 다른 의도는 없사옵니다
역이의 목숨을 구했다?
[극적인 음악]
(융) 하면, 궁에 역이를 닮은 가짜 시신을 보내서
세상에 역이를 죽은 사람으로 만든 건 역시 네 솜씨겠구나?
- (원종) 전하! - (명혜) 살려주시옵소서!
그 소식을 대비전에 은밀히 알린 것도 너일 것이고?
대비마마께선 아신 지 얼마 되지 않으셨사옵니다
대군마마의 몸이 다 낫고 나서야 연락을 드리는 통에...
어쨌든...
대비마마께서 너를 무척 아끼시겠구나
금쪽같은 아들의 목숨을 구한 생명의 은인이니
[겁에 질린 숨소리]
일이 재미있어지는구나 역이한테 계집이 있었어
채경이만 죽고 못 사는 척 굴더니만
속이 참 쓰리겠구나
역이가 다른 계집한테 장가를 들게 되었으니 말이다
아니옵니다
[코웃음]
[긴장되는 음악] [명혜의 떨리는 숨소리]
[나지막한 한숨]
지난 5년간 역이의 곁을 지킨 계집이라
(융) 안에 총 네 명이 있었다
부총관과 계집 하나, 사내가 둘 진성대군은 없었다
이 시간부터 진성대군이...
아니, 이 전당포에 들고 나는 사람은 하나도 놓치지 말고 모두 보고하라
예!
(원종) 대군마마
[옅은 한숨] 이제 어쩌실 겁니까?
날 길들이려는 공의 오만과 독단 덕분에
전당포가 적진에 들켰습니다
도승지도 왕도 [역이 책상을 내리친다]
이제 제집 드나들 듯이 여기를 드나들면서 우리를 감시할 테고
[긴장되는 음악] 보이지 않는 곳곳에 눈을 심어두겠지요?
송구하옵니다
(역) 앞으로 함부로 월권을 행사하지 마십시오
뭐가 됐든 간에!
우렁각시와 관련된 모든 일들은 나한테 보고를 하고 행동하시오
(석희) 전당포는 어쩌냐? 우리 은거지를 옮겨야 하는 거 아니야?
(광오) 아니야, 섣불리 옮기거나 특별한 행동을 하면
더 의심을 받을 거야
아, 뭐 켕기는 게 있으니까 도망치거나 숨긴다고 생각을 하겠지
예, 그래서 낙천 형님과 대책 회의 중이었습니다
(서노) 당분간 밀실에서 모임을 자제하고
우렁각시들 회합은 대나무숲 산채에서 합니다
(서노) 그편이 안전할 겁니다
(역) 그 사이에 저쪽에 문을 새로 내고
밀실 바깥 담장 너머에 있는 초가집을 새로 매입해서
지하로 통하는 길을 뚫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봐
[종이를 바스락 편다] (역) 자, 봐 봐
여기가 전당포 입구고 뒤편 담장 너머에 있는 초가집이다
한데, 이 대로로 통하는 길이 아예 반대로 나 있다
우리 두 집이 서로 연결되어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 할 위치라는 거지
등잔 밑이 어둡다고
이 밀실만 안 들키면 여기가 제일 안전하긴 하지
보란 듯이 정상영업을 하면서 우렁각시들이 활동을 하면
우리에게 혐의를 덮어씌우지 못할 거야
예, 지금으로선 이편이 최선인 듯싶습니다
하면, 제가 이 초가집은 타인 명의로 매입해두겠사옵니다
[밝은 음악] [시장이 소란스럽다]
[그릇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권씨가 그릇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반상기 좀 볼 수 있겠나? 이왕이면 방짜유기면 좋겠네
(상인1) 아이, 이게 다 안성에서 올라온 방짜유기들입니다
음식 보온이야 말할 것도 없고 해독 작용도 이거죠
아, 제값을 합니다
무겁기만 하고 싫습니다, 어머니 전 저기 있는 저것들이 마음에 듭니다
예쁘고 소박하고...
(권씨) 이걸로 주게 혼수로 보낼 것이니 구색 맞춰서
예, 마님!
[그릇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 (권씨) 많이 파시게 - (상인2) 고맙습니다
뭘 이렇게 많이 사셔? 그것도 죄다 비싼 걸로다가만
유모가 가서 좀 말려봐
(유모) 아이고, 뭐, 마님도 뭐 좋아서 저러시겠십니꺼?
그 꼬장꼬장한 대비마마 눈에 들 만한 걸 해 보낼라 카이까네
마, 잔말 말고 따라오이소
- (권씨) 이거, 이거 - (유모) 아이, 이건 아인...
- (권씨) 다른 것 좀... - (상인3) 아이, 제일...
(유모) 아유, 예쁘다 마, 웃어 보이소 마 [상인3의 호응하는 신음]
아이고, 예쁘다
[채경이 땅에 발을 끈다]
(권씨) 바느질 한 번을 안 가르쳤네 대비전에 책이라도 잡히면 어찌하누?
어데예
(유모) 아무리 가르쳐도 실력이 안 느는 걸 우짭니까?
마님 탓이 아닙니더
대비마마께서 황공하옵게도 저한테 사주단자를 맡기셨습니다
"근봉"
내 늘 궁금하였소이다
부총관은 본디 금상과 더 각별한 사이였지 않소?
어떤 계기로 대비전과 그리 친밀해지신 게요?
선왕께서 붕어하시면서
대비마마와 진성대군을 각별히 보살펴달라
제게 유지를 남기셨었지요
선왕에 대한 충심이 현왕께도 그대로 이어지리라 믿어도 되겠소?
설마 지금 소장의 충심을 의심하시는 겝니까?
혹여, 진성대군을 보필하는 마음에 다른 뜻은 없는지
노파심에 묻는 말이외다
좌상 대감이야말로 다른 뜻은 없으신 겝니까?
[긴장되는 음악] 무슨 뜻이오?
이번에 진성대군이 살아있다는 걸
좌상께서도 제법 일찍 아셨지 않습니까?
한데도, 금상께 아뢰지 않고 함구해 주셨지요
이 사실을 금상께서 아시게 되면 무척이나 서운해하실 텐데도 말입니다
배신당했다 느끼시지 않겠습니까?
뜻하지 않게 제 여식이 관여되어 있어 한걸음 물러서 있었을 뿐
다른 뜻은 전혀 없소
한데, 그 인연으로 이렇게 두 사람이 혼인까지 하게 되었으니
대비마마 말씀대로 두 사람, 참으로 운명인 듯싶소
지당한 말씀이십니다
아무쪼록 제 여식을 잘 부탁드리외다
별말씀을요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채경) 유기그릇 싫다니까, 무겁기만 하고
이게 무슨 생고생이구먼
(유모) 아이고, 아기씨 왜 저한테 그럽니까?
물건 고르고 값 치른 사람은 따로 있는데...
(권씨) 살림 보는 안목이 그리 낮아서야, 원 아유, 시집을 두 번은 못 보내겠구나
시집을 어떻게 두 번이나 갑니까?
주상 전하께서 보내셨나이다
[긴장되는 음악]
(광오) 역아
[광오의 고민하는 숨소리]
그, 아까 내가 얘기 못 했는데
왕이 너 오면 전해달라고 했다
이거 보는 대로 여기로 오라고
대군마마
채경아
형님이 우리 둘 다 부르신 모양이구나
무슨 일인지 아십니까?
들어가 보면 알겠지
(채경) 전하!
왔느냐?
(송 내관) 대군마마와 부부인을 뵙사옵니다
이 집, 마음에 드느냐?
[의미심장한 음악]
과인이 주는 혼인 선물이니라
(융) 여기 이 사람들이
앞으로 너희 두 사람의 생활을 도울 것이니 그리 알고
다른 걱정 말고 혼례 준비에만 신경 쓰면 될 것이다
전하, 저희들한테는 너무 과한 선물이옵니다
거둬 주시옵소서
과하다니?
(융) 이 나라 조선의 대군과 좌상의 영애가 혼인하여 살 집인데
이 정도는 돼야지
과인이 고심하여 마련한 선물을 거절할 셈이냐?
[긴장되는 음악]
[답답한 한숨]
(역) 이쯤 되면 통성명도 해야 하지 않겠소?
소개가 늦었사옵니다 송 내관이옵니다
송 내관은 맡은 임무가 무엇이오?
대군마마와 부부인 마님을 보필하는 것이옵니다
(역) 전당포에 들이닥치고 채경이를 첩자로 삼는 걸로도 모자라
이제 이렇게 저를 감시하겠다고요?
이게 선물이라고요?
(융) 송 내관에게 너희 부부의 하루 일과를 보고 받을 것이다
네가 내게 보고하는 것과 한치의 틀림이 없는지 확인할 것이야
매일 보고를 하라는 말씀이시옵니까?
그래
네가 드나들 수 있는 장소도 궁에 마련해 놓겠다
[채경의 답답한 한숨]
언제까지 해야 대군마마를 믿어주실 건지요?
죽을 때까지...
[의미심장한 음악]
혹, 제가 모르는 다른 일이 있는 것이옵니까?
전하께서 대군마마께 그리고 저한테
이렇게까지 가혹하게 하실 분이 아니지 않사옵니까?
함부로 과인에 대해 아는 척하지 마라!
과인에 대해서도 역이에 대해서도 넌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제가 뭘 모르고 있다는 말씀이시옵니까?
하면, 뭘 알고 있느냐?
역이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자들과 함께하는지...
압니다, 다 들었사옵니다
하면...
역이를 구한 사람이 여인이라는 것도 알고 있겠구나?
여인요?
몰랐던 게로군
예나 지금이나 넌 참으로 불쌍하구나
늘 역이한테 속아
진성대군이 전당포에서 나왔다?
내가 갔을 때 역이는 분명 그 안에 없었다
혹, 그사이에 드나드는 움직임을 놓친 것은 아니더냐?
저뿐만 아니라 지켜보는 이들 모두
들어가시는 것은 보지 못하고 나오시는 모습만 목격했습니다
하면...
전당포에 다른 출입문이 있거나
그도 아니라면 어디 쥐구멍이라도 파놓은 거겠지
이제 전당포 일은 그만두는 것이 어떠냐?
[융이 술을 졸졸 따른다] 별로 돈벌이도 안 돼 보이고
[융이 주전자를 탁 내려놓는다] 좋은 일처럼 보이지도 않던데
제가 설마 돈 때문에 그 일을 하는 것이겠사옵니까?
하면, 거긴 너의 놀이터인 것이냐?
(융) 겉으로는 전당포 행세를 하면서
그 깊숙한 곳 어딘가에서는
[긴장되는 음악] 역이 너를 대장으로 떠받드는 이들과 함께
작당 모의라도 하고 있는 것이야?
주변에서 무슨 소리를 들으셨는지 몰라도
다 오해시옵니다
오해?
(역) 물론 그런 의심과 견제 오해를 받는 게 제 숙명이지요
그런 의심과 견제, 오해를 하는 게 왕의 숙명인 것처럼요
네 수상한 행보 때문에
내 측근들의 견제를 받는 것을 그저 너의 숙명이라 생각하다니
역이 네가 꽤 비겁해졌구나?
[나지막한 웃음]
칭찬 감사하옵니다
(역) 제가 비겁해질수록
제가 제대로 잘 살고 있다는 증거이니까요
저는 아무것도 해선 안 되는 이 나라 조선의 대군이지 않사옵니까?
그래, 네가 비겁해질수록 너와 네 사람들이 안전해질 테니까
(융) 비겁해지는 것도 너에겐 용기겠구나
알아주셔서 망극하옵니다
점점 더 가면이 단단해지고 있구나
나쁘지 않지
그만큼 채경이가 네 가면을 벗길 때 그 배신감도 더 커질 터이니
하!
[말 울음소리] [말몰이 소리]
신혼집에 있는 사람은 다 궁인이고 익숙지 않을 테니까
네가 믿을 수 있는 사람 몇 명 데려오도록 해
예
어젯밤만 해도 꿈 같았는데 이제 실감이 나요
뭐가?
뭐긴요
그냥 이것저것 혼인하는 것도 그렇고...
그래서 말인데요
마지막 기회입니다
혹시 저한테 숨기거나 미처 얘기하지 못한 게 있으시다면
지금 털어놓으십시오
지금 얘기하시면 다 용서하겠지만 혼인하고 나면 어림도 없습니다
너야말로 아직 늦지 않았다
[애잔한 음악]
마지막 기회다
이제라도 두렵고 후회되면 여기서 멈춰도 돼
나한테서 도망쳐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널 위해서 하는 말이야
이제 혼인하면 전 진짜 출가외인이 되는 거고
믿을 사람은 대군마마밖에 없게 되는데
이럴 때일수록 사랑한다, 사랑한다, 또 사랑한다
품어주고 안아주고 다정히 해주셔야죠
[울먹이며] 설마, 절 은애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진짜 대답 안 하실 겁니까?
말로 할 수 있는 거라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하지
말 따위에 무슨 힘이 있느냐?
말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말로 먼저 표현하고 곧 행동으로 옮기고
그렇게 반복하다 보면 그게 곧 부부의 삶이 되는 것입니다
(채경) 은애하는 마음이 뭐 별겁니까?
그렇게 지키면 되는 거지 아니 그렇습니까?
또 병 도졌네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는 병
(융) 예나 지금이나 넌 참으로 불쌍하구나
늘 역이한테 속아
(채경) 전하, 저는 지금 대군마마께 속고 있는 게 아니라
기다려주고 있는 것이옵니다
[채경의 뛰어오는 발소리]
[역의 당황한 신음]
대군마마는 봐 드리겠습니다
[더듬대며] 뭐, 뭐가?
입으로 하는 말보다 눈으로 하는 말이 더 많으신 분이니까
대답 좀 안 하고 표현 좀 인색하셔도 섭섭해하지 않겠습니다
그거야 같이 살면서 제가 하나하나 가르쳐드리죠, 뭐
[잔잔한 음악]
[나지막한 한숨]
(채경) 마지막 기회입니다
저한테 숨기는 것이나 미처 얘기 못 한 게 있으면
지금 털어놓으십시오
(역) 널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무기가 거짓말이라서 미안하다
[대장장이가 망치를 탕탕 두드린다]
"전당"
[석희의 갑갑한 숨소리]
(석희) 아, 조금만 절로 가
(광오) 아, 언제까지 이래야 되냐? 멀쩡한 밀실 놔두고, 아이
[광오와 석희의 짜증 섞인 신음]
당분간 진성대군과 좌상 댁 영애의 혼례식에
조정과 왕실의 관심이 다 쏠려 있을 것이야
남 말 하듯이 말하네, 아주?
일부러 설레는 거 숨기느라 그러냐? [짓궂은 웃음]
씁, 명혜 낭자 말 못 들었냐? 이거 일이다, 일!
- 아주 설레는 일 - 아주 설레는 일
[광오와 석희의 웃음] [역이 목을 가다듬는다]
[활기찬 음악] 이제 조정 대신들 솎아내는 작업을 시작했으면 해
왕권파 신하 중에는 병조 참판 유자광이
도승지 임사홍 다음으로 비리가 제일 많을 것이야
- 죄목은... - 뇌물수수
얼마 전에 곳간을 보니까
받은 녹봉보다 숨겨놓은 재산이 훨씬 더 많더라
좋아, 뇌물에 관한 정보 말고도 유자광에 대한 정보는 다 수집해줘
[숨을 내쉬며] 묘향루의 유 대감 여기에도 묘향루의 유 대감
이야, 기방에 무척 자주 가시나 봐 [석희의 비웃음]
거길 집중적으로 털어봐 뭔가 건질 만한 게 있을 것이야
[헛기침]
- 어디 가? - 기방에 가라며?
여기는 걱정하지 말고 너는 혼례 준비부터 하거라
(광오) 가자
너도 가고 싶냐?
[겸연쩍은 웃음] 아니, 전 다른 약속이 있습니다
[깊은 한숨]
[긴장되는 음악]
(두목) 몇 년 전에 동적전 마을에 산 촌장이 맞느냐?
아, 그렇소만...
뉘시오?
5년 전 동적전에서 불에 타 없어진 집이 있었다
그 집 식솔들을 기억하느냐?
[더듬대며] 5, 5, 5년...
아, 기억하다마다요
근데 댁들은 뉘신데 서노 아비를 찾소?
(녹수) 그놈이 사관의 아들이라면
[의미심장한 음악] 혹 진성대군이 이미 밀지를 손에 넣었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사홍) 아니야, 밀지는 그놈들도 아직 손에 못 넣었을 걸세
어찌 아십니까?
밀지가 있다면 뭐 하러 전당포를 만들어서 정보를 수집하고
우렁각시인지 뭔지 그런 골치 아픈 활동을 했겠는가?
그간 쥐새끼처럼 숨어 살지도 않았겠지
무슨 계책이 서신 것입니까?
[비열한 웃음]
(행상1) 주모, 국밥 좀 주쇼 [주모가 맞이한다]
(행상2) 잘 먹었네 [행상1이 불평한다]
(손님1) 진성대군하고 좌상 댁 영애랑 혼인한다는 게 사실이오?
(손님2) 아이고, 벌써부터 혼담이 오고 가던 사이였다 하더구먼
[의미심장한 음악] 아이, 대군마마께서 살아 돌아오셨응께
아, 그나저나 이 궁에서도 이 한바탕 난리가 났을 것인데...
아, 죽었던 사람이 떡하니 나타났응께 말이여
(손님1) 허유, 그러게나 말이여
[손님들의 기가 찬 웃음]
(주모) 안녕히 가시유
"주"
(채경) 이럴 때일수록 사랑한다, 사랑한다 품어주고 안아주고 다정히 해 주셔야죠
(역) 그 말만큼은 우리가 진짜일 때 하고 싶어서
우리 사이에 비밀이 없어지면
그때 천 번이고 만 번이고 하마
(융) 네가 비겁해질수록 너와 네 사람들이 안전해질 테니까
비겁해지는 것도 너에겐 용기겠구나
[문을 탕탕탕 두드린다]
[긴장되는 음악]
[문을 탕탕탕 두드린다]
무슨 일이시오?
대군마마, 절 기억하시겠는지요?
[술병을 탁 내려놓는다]
너 말이야, 뭘 믿고 그렇게 건방져?
뭘 믿고 말고 그런 것 없습니다
건방지단 말은 동의를 하는구나?
[옅은 웃음] 아니라고 말해봤자 어차피 답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까?
남의 말 듣는 분도 아니시니
내가 남의 말 안 들으면 지금 이러고 있겠느냐?
진즉에 오라버니랑 내가 혼인해서
신채경 그 계집이 오라버니 근처에 얼쩡거리지도 못하게 만들었지
계집이라뇨, 말 좀 곱게 하시죠?
네가 오라버니 방식도 존중해줘라, 어째라
헛소리하는 바람에 이렇게 된 거잖아
[명혜의 갑갑한 숨소리]
(명혜) 그게 멋있을 줄 알았는데
네가 틀렸어
명혜 낭자 멋있습니다
(명혜) 그러니까... [술잔을 탁 내려놓는다]
[잔잔한 음악]
뭐?
멋있으시다고요
원래부터 멋있으셨습니다
뭐야, 너, 그새 취했어?
온 인생을 걸고 누군가를 위해 사는 일 아무나 못 하지 않습니까?
너도 하잖아
(서노) 전...
[서노가 술을 졸졸 따른다] 대군께 죽어서라도 빚을 갚아야 하는 사람이고요
[술잔을 탁 내려놓는다] [명혜의 옅은 숨소리]
그 빚, 한 번에 다 갚을 수 있어
전당포도 다 들킨 마당에 어떻게든 거사를 서둘러야 하잖아
네 아버지...
어디 있는지 말해줘
[서노의 깊은 한숨]
모릅니다
그것 때문에 부르신 거라면 그만 가보겠습니다
[잔잔한 음악] 가지 마
내일 오라버니 혼례식이잖아
나 혼자 두면 무슨 짓 할지 몰라
[명혜의 당황한 숨소리]
(막개) 서노야, 아비다
[긴장되는 음악] 서노 아버지
(막개) 밀지에 대해 전할 말이 있으니 역참 길목에 있는 술막으로 오너라
[장식물을 팽그르르 튕긴다]
[문을 똑똑 두드린다]
누구십니까?
(역) [작은 소리로] 채경아
나다, 이역 [채경의 당황한 숨소리]
내일이 혼롓날인데 이 밤중에 어쩐 일이십니까?
[입소리를 쩝 낸다] 명색이 혼례를 하기 전인데 나도 너한테 뭐를 줘야 하지 않겠느냐?
[입소리를 쩝 낸다] 내가 받기만 하고 주지를 못 한 것 같아서...
- 증표요? - 응
그럼 빨리 주고 가십시오
[속삭이며] 누가 보면 어찌합니까?
[부드러운 음악]
[채경의 머쓱한 웃음]
(채경) 아, 난 또, 아, 제가 쓸데없이 기억력이 좋아가지고...
[역의 나지막한 숨소리]
설마, 네가 기억력이 좋다고 했느냐?
그리고 이번에 나 예고했다
싫으면...
열 세기 전에 거부해도 돼
열
날이 참 빨리도 밝는구나
[반가운 숨소리] 사관을 찾았다고요?
예, 그 사관이 우리 측에 서찰을 보냈다고 합니다
이게 웬 경사란 말입니까? 그 사관이 제 발로 찾아오다니요?
전국에 있는 상단 사람들한테 다 연통해서 찾아도 못 찾았었는데
오늘이 길일이긴 한가 봅니다 [원종의 호탕한 웃음]
(상궁) 대비마마 주상 전하께서 납셨사옵니다!
우리 자주 보는구려, 부총관
예, 소신이 대군마마의 혼례 때 혼주를 맡아서
자주 찾아뵙고 있사옵니다
집안에 마땅한 어른이 없지 않습니까?
어른이야 많지요 믿을 만한 어른이 없어 그렇지요
하면, 말씀 나누시옵소서
[문이 드르륵 열린다]
지금이라도 이 혼사 물리고 싶지 않으십니까?
역이가 제 그늘에서
좌상의 눈치까지 보며 살아야 할 터인데
괜찮으시겠냐는 말이옵니다
눈치라니요, 좌상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생기는 거지요
뒷배라면 부총관 정도도 괜찮지 않습니까?
부총관의 외조카가 재색을 겸비하고 배포까지 있는 규슈던데요?
[의미심장한 음악] 역이의 목숨까지 구한 은인이라면서요?
[나지막한 웃음] 오누이같이 지낸 아이들입니다
정혼을 한 것도 아니고요
[못마땅한 숨소리] 혹여 채경이를 잠시 이용만 하다가 말 생각은 아니시고요?
이용이라뇨?
조강지처 자리를 바꾸는 것쯤이야
어마마마께 어려운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주상!
(자순대비) 주상이 그렇게까지 오해하시니 내 솔직히 말하지요
나도 역이와 명혜를 맺어주고 싶었어요
한데, 역이 그 녀석이 도통 말을 들어야 말이지요
(자순대비) 채경이 그 아이가 아니면 안 되겠다 하더이다
어릴 적 약조를 지켜야겠다 하더이다
그렇게 두 아이가 서로 죽고 못 사는데 시켜야지요
자식 이기는 부모가 어디 있습니까?
[옅은 웃음]
그럼 됐습니다 아무 일 없이 혼례식을 치르겠어요
역이가 정녕 채경이를 아끼고 연모해서 하는 혼인이라면서요?
어떤 시험이 와도 흔들리지 않겠지요
무사할 겝니다
[심란한 숨소리]
[문이 드르륵 여닫힌다]
[밝은 음악]
(유모) 아, 가만 좀 있으소, 화장 번집니더 그래 좋십니꺼?
누가 좋대?
머리는 안 올려?
머리는 원래 신랑이 신붓집에 도착하는 것 보고 올리는 깁니다
실컷 머리 올려놨는데 마, 신랑이 안 와뿌면 어쩝니까?
[유모의 익살스러운 웃음]
유모!
취소입니다, 취소라예, 퉤퉤퉤
(역) 그렇게 안 어울리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석희 형님이 하셨어야 합니다
그러게 말이다
이 자식들은 어딜 가서 코빼기도 안 보여?
(역) 한데 그건 그렇고, 서노야
네, 형님 아니, 대군마마
내 오늘 혼례식 마치고 너한테 줄 선물이 있다
선물요? 갑자기 무슨...
(역) 이제부터 누가 뭐라 해도 넌 내 사람이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은 널 지키기 위해서야
(채경) 대군마마도 이제 평생 저의 지아비이십니다
친구처럼 재미있게 살아요, 우리
[광오가 감탄한다]
"전당"
저...
여기서 쌀을 준다는 게 사실입니까?
씁, 그, 오늘 장사를 안 합니다
[촌장이 혀를 찬다]
아, 만, 만...
거, 이왕 오신 거, 들어오시오
아, 예
(광오) 아유, 그래, 특별히 값나가는 소식이라도 있으시오?
그, 값이 나가는지 어쩌는지는 모르겠지만
좀 찝찝한 게 있어서요
웬 험상궂게 생긴 놈이 대뜸 찾아와서는
5년 전에 자취를 감춘 마을 사람을 찾더이다
[의미심장한 음악]
근데 나도 모르게 무심결에 그 이름을 말하긴 했는데
그 집이 하루아침에 불탄 것도 그렇고
식솔들이 모조리 자취를 감춘 것도 그렇고
아니, 혹, 동적전 사셨소이까?
에? 아니, 어찌 아셨수?
하면, 그 험상궂게 생긴 사람이 수소문한 사람이...
거, 본명은 나도 잘 모르고 우리는 서노 아비라고 불렀습니다요
[긴장되는 음악] [다급한 발소리]
(석희) 진짜 우리만 가도 되는 겁니까?
나중에 역이랑 서노가 알면 난리 날 텐데
(명혜) 오라버니 혼례식 아닙니까?
우리가 서노 아버지 안전한 곳에 모셔다 놓고
혼례식 끝나고 말해도 늦지 않습니다
(석희) 그렇지만, 그래도 서노한테는...
(명혜) 서노는 오라버니 곁에 있어야지요
(석희) 한데, 꼭 이렇게 무장을 하고 이 복면까지 써야 하오?
(명혜) 매사에 신중해야지요 우리가 누군지 잊으셨습니까?
[말이 투레질한다]
(광오) 잠깐만! 잠깐만, 아, 잠깐만!
[숨을 몰아쉰다]
[광오의 가쁜 숨소리] (광오) 큰일 났다
아, 명혜 낭자랑 석희가 서노 아버지 모시러 간댔는데...
(서노) 제 아버지를요? 아버지가 왔습니까?
[의미심장한 음악] 아무래도 함정 같다
서노 아버지 뒷조사를 했대, 임사홍이
함정 맞아
[떨리는 숨소리] 서노 아버지는 내가 모시고 있으니까
[고조되는 음악]
(사홍) 전하, 소신이 보고를 하면 될 터인데 어찌 예까지 친히 걸음을...
밀지를 찾겠다고 제 발로 걸어 들어가는 역이를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네
[역의 말몰이 소리]
[의미심장한 음악] [하객들이 웅성거린다]
[권씨의 깊은 한숨]
대군께서 많이 늦으십니다
(융) 아무 일 없이 혼례식을 치르겠어요 어떤 시험이 와도 흔들리지 않겠지요
무사할 겝니다
(자순대비) [낮은 소리로] 부총관
역이를 찾아야겠습니다 아무래도 무슨 일 생긴 것 같아요
군사라도 푸세요, 어서요
예
[유모의 근심 어린 숨소리] 방금 궁에 사람 보냈십니더 곧 오실 겝니더
(유모) [입을 탁 때리며] 요 입이 방정입니다, 입이...
(김 내관) 부부인 마님!
주상 전하께서 보내셨나이다
[긴장되는 음악]
[함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유모, 나 물 좀
아, 예
[문이 드르륵 여닫힌다]
(융) 역이를 믿는다 하였느냐?
[뚜껑을 덜그럭 닫는다]
[긴장되는 음악]
(사홍) 전하, 저기 왔습니다
- (우렁각시) 아무도 없습니다 - (명혜) 그래?
(석희) 이상하다
왜 이런 데서 만나자 했지?
[고조되는 음악]
[말이 투레질한다]
[역의 거친 숨소리]
- (역) 다들 무사해? - (명혜) 오라버니
- (석희) 어떻게 알고 왔어? - (광오) 임사홍이 함정을 판 것 같아
[명혜의 놀란 숨소리]
(사홍) 전하, 저놈들도 아직 밀지를 확보하지 못한 게 확실하옵니다
(역) 먼저 빠져나가
(명혜) 오라버니
[긴장되는 음악] (역) 빠져나가라고
(광오) 예, 일단 가시죠
(명혜) 아니, 오라버니
[명혜의 걱정스러운 숨소리]
(융) 만약 네 믿음이 틀렸다면 어찌할 것이냐?
그땐...
이 칼을 받겠습니다
오냐, 죽이진 않으마 역이를 죽이는 건 네 몫일 터이니
[화살이 탁 박힌다] [융의 아파하는 신음]
(사홍) 저, 전하 [융의 고통스러운 신음]
괜찮으시옵니까?
[우렁각시들이 소리친다]
(광오) 피해, 피해
(석희) 자, 이쪽으로, 아, 구석으로!
이쪽으로!
(관군 수장) 멈추어라!
쫓을 것 없다
[고조되는 음악] 여기서 얻을 건 다 얻었으니
[화살을 탁 내던진다] [융의 거친 숨소리]
보아하니 혼례식에 늦겠구나
(융) 역이를 믿는다 하였느냐?
[긴장되는 음악] 내 장담하건대 너는 오래지 않아 역이를 의심하게 될 것이다
역이가 너를 속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렁각시들의 거친 숨소리]
[역의 고통스러운 신음]
(광오) 역아, 일단 혼례식부터 가 나머지는 우리가 수습할게
(석희) 그래, 왕이랑 도승지가 또 무슨 트집을 잡을지 모르니까
[활을 탁 내던진다]
[역과 명혜의 가쁜 숨소리]
[명혜의 다급한 숨소리]
[가쁜 숨을 몰아쉬며] 가지 마
[명혜의 거친 숨소리]
우리가 밀지를 찾고 있던 걸 도승지한테 들켰어
[옅은 한숨]
오라버니를 죽이려고 들 거야 그러니까...
가지 마, 오라버니
(융) 하여 이 칼로 네가 역이를 죽여야 할 순간이 올 수도 있다
[역의 나지막한 한숨]
(역) 가야 돼, 채경이가 기다려 채경이가 기다려
[역의 멀어지는 발소리] [명혜의 슬픈 숨소리]
(유모) 아기씨!
[문이 드르륵 열린다] [유모가 숨을 몰아쉰다]
오셨습니더 [가쁜 숨을 내쉰다]
[안도하는 한숨]
[역의 가쁜 숨소리]
[거친 숨소리]
대군!
[가쁜 숨을 내쉬며] 늦어서 송구합니다
[거친 숨소리]
(역) 아, 형님
(융) 고생이 많구나
[역의 거친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역) 역시 형님이셨습니까?
(융) 역시 너였더냐?
(유모) 아유, 날 때부터 쪽 찐 사람처럼 우예 이렇게 쪽 찐 머리가 잘 어울릴꼬
(채경) 뭐라 하셔도 의심하지 않을 겁니다
대군마마를 믿을 겁니다
(집례) 모도신부출문외
(집례) 신랑 신부 교배례
(융) 역이를 믿는다 하였느냐?
내 장담하건대 넌 오래지 않아 역이를 의심하게 될 것이다
역이가 너를 속이고 있기 때문이다
[애잔한 음악]
(역) 노리는 건 따로 있었던 거야
(사홍) 진성대군보다 먼저 사관을 확보해서 밀지를 찾아내야 한다
(융) 그 전당포가 수상하구나
(석희) 전당포 앞에 버려져 있었어
(역) 전당포에 일이 좀 생겨서
(융) 역이가 숨기는 게 뭔지 너도 궁금하지 않느냐?
(융) 모조리 없애버려라, 싹 다!
(채경) 대체 왜 다치셨습니까?
(융) 밀지는 어디 있느냐? [막개의 고통스러운 비명]
(서노) 하루빨리 왕이 되십시오
(역) 그 밀지, 어디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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