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의 왕비 12
[주제곡]
[잔잔한 음악]
(집례자) 신랑, 신부 교배례
[화면 강조 효과음]
(융) '역이를 믿는다 하였느냐?'
'내 장담하건대'
(융) '너는 오래지 않아 역이를 의심하게 될 것이다'
'역이가 너를 속이고 있기 때문이다'
(집례자) 신랑, 신부 합근례
[융의 아파하는 신음]
[잔을 달그락거린다]
[잔을 달그락거린다]
[긴장되는 음악]
(사홍) 사관 소식을 모르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
밀지가 궁금해서라도
순막으로 갈 것이다
만약 사관의 거취를 알고 있다면
(사홍) 이 서찰이 가짜인 걸 눈치채고
서노 아비의 안위를 살피기 위해
그 아들놈이
자기 아비에게 달려가겠지
[서노 부가 연신 기침한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서노야
아버지
[물건이 달그락 떨어진다]
- 아버지! - (서노 부) 서노야!
서노야 [서노가 흐느낀다]
[서노가 운다] [서노 부의 기침]
아버지, 괜찮으십니까?
[기침하며] 어, 그래, 서노야
[서노 부가 기침한다]
(수근) 대비전에서 마음을 내시고
어명에 따라 이루어진 혼인입니다
하나 저는
이 혼인이 정략혼인이 아니라
평범한 혼인이길 바랍니다
[조용한 음악]
무슨 뜻인지
잘 압니다
이제
우리 채경이의 운명은
대군께 달렸사옵니다
(수근) 하니, 부디
제 사위로만
채경이의 부군으로만
전하의 아우로만 살아주십시오
간곡히 부탁드리옵니다
너와 내 아들의 인연이 참으로 우습구나
멀리멀리 돌아 다시 제자리라는 게
아니 그러냐?
세상 모든 일은
바른길로 돌아가기 마련이라 하였사옵니다
(채경) 그 긴 시간 돌아
다시 이렇게 맺어졌다는 것은
이 인연이 옳다는 증명 아닐는지요?
[잔잔한 음악]
똑같은 실수와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단 말씀을 드리는 것이옵니다
(채경) 하니
예전의 노여움은 거두시고
미움이 남아있으시다면
거두어주시옵소서, 대비마마
여인은 자고로
태어나선 아버지를
혼인해선 남편을
나이가 들어선
아들의 뜻을 좇으며 사는 법이니라
(자순대비) 이제 네가 좌상이 아니라
내 아들 역이의 편에서
역이의 뜻에 따라 살 것이라고 믿어도 되겠느냐?
예
그동안 아버지께 배우고 받은 것들을
이젠 지아비와 함께
나누고 실천하며 살겠나이다
(상궁) 대비마마
내의원에서 의녀가 당도했사옵니다 [문이 드르륵 열린다]
(융의 호위무사) 멈추어라!
공격을 하다가 말았어
노리는 건 따로 있었던 거야
(채경) 대군마마!
어, 저, 채경아
(역) 급한 일이 좀 생각나서 다녀올게
이따 집에서 보자
(유모) 아이, 혼인하자마자 저래 내빼는 거 보이까네
혹 두 집 살림하는 거 아입니꺼
유모
아임 됐고요
역이 저 녀석은 어딜 저리 급히 가는 것이냐?
모르겠사옵니다
진맥 시작하시게
(내의녀) 예, 대비마마
[문이 덜컥 열린다]
[역의 다급한 숨소리]
(석희) 역아, 괜찮아?
(명혜) 별일 없었어?
(역) 서노는?
아직 안 왔어, 왜? [역의 거친 숨소리]
아까 그렇게 쉽게 공격이 그친 게
아무래도 수상해서 말이야
(역) 처음부터 우리가 목표가 아니었을 수 있어
(광오) 그럼, 목표가 아니었다면
서노 [불길한 음악]
(석희) 어?
[문이 달칵 여닫힌다]
(석희) 서노야
아버지는?
잠깐 먹을 걸 구하러 간 사이에
(서노) 서찰만 남겨놓고 가셨습니다
다른 움직임은 없었던 것이야?
뭐 꼬리가 붙거나 그러지 않았어? [종이를 부스럭거린다]
아뇨,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습니다만
정말 그냥 떠나신 건가?
(석희) 뭐야? 그냥 이렇게 가셨다고?
밀지 얘기도 안 해주시고?
(광오) 그래그래, 밀지
너 만났을 때도 그런 얘기 없으셨어?
그럴 새가 없었다
(석희) 진짜 이상하네
아들이랑 회포를 풀고 가신 것도 아니고
왜 이러고 그냥 가셨지?
[한숨을 내쉰다]
[긴장되는 음악]
[시원한 숨을 하 뱉는다]
[몽둥이로 퍽 때린다]
(김 내관) 전하, 대비마마께서 납시었나이다
드시라 하라
(융) 어쩐 일이십니까?
주상이 다친 듯해서요
[피식한다]
그건 또 어찌 보셨습니까?
[문이 드르륵 닫힌다]
아들과 엄마의 관계는
습관 같은 겁니다
(자순대비) 멀리서 주상을 봐도
이 상처가 내 눈에 들어오더군요
안 좋은 습관이시군요
[혀를 쯧쯧 찬다]
어쩌다 이리 다치신 겝니까?
사냥을 나갔다가 좀 다쳤사옵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힘없는 고라니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늑대지 뭡니까
그래서요
늑대는 잡으셨습니까?
곧 잡을 겝니다
(융) 잡으면 그놈 가죽을 벗겨서
대비전에 바치지요
(융) 어설픈 어머니 노릇은 이만하시면 됐습니다
(융) 그만 나가보시지요
(자순대비)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겠습니다
용안에 상처까지 냈는데
- (자순대비) 이렇게 가만히 있다니 - 혹
(원종) 밀지에 대해 알게 된 눈치는 없었사옵니까?
그저 역이를
단단히 벼르고 있다는 느낌만 받았어요
[한숨]
(원종) 일단 은밀히 대전 상궁 하나를 매수해두었사옵니다
뭔가 평소와 다른 게 있으면 바로 보고하겠다 하였으니
기다려보시옵소서
[지친 한숨을 푹 쉰다]
와
내 인생에 혼인은 딱 한 번이다, 한 번
[지친 숨을 내쉰다]
[책상이 달그락거린다]
[잔잔한 음악]
(역) 급한 일이 좀 생각나서 다녀올게
이따 집에서 보자
(융) '내 장담하건대'
'너는 오래지 않아 역이를 의심하게 될 것이다'
(유모) 아씨
[유모가 한숨을 푹 쉰다]
[익살스러운 음악]
이거 신랑 손으로 내리나
지 손으로 내리나 그게 그깁니다
(유모) 목만 아프니까네 가만 계시소
참말로 신랑이라카는 사람이...
거기까지
안 그래도 머리 복잡하니까
혼인한 지 한 달이 됐나, 두 달이 됐나
(유모) 생긴 건 곱상하게도 생겨 가지고
내 같으면 마 다리 몽댕이를 분질러가 마, 씨 [찻주전자를 달그락거린다]
(송 내관) 부부인 마님
소신 송 내관이옵니다
[문이 달칵 열린다]
[다가오는 발걸음]
[놀라는 숨소리]
(채경) 오셨사옵니까, 전하
(융) 전부 챙겨준 줄 알았는데
빠뜨린 게 있어서 왔다
(송 내관) 위급할 때 쓰는 약재와 연고들입니다
황공하옵니다, 전하
어찌 이런 것까지 챙겨주시옵니까?
역이가 그간
다칠 일이 많지 않았느냐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 같고
다칠 일은
전하께도 있는 듯하옵니다
[새들이 지저귄다]
혹시 두 분 싸우셨습니까?
싸우다니?
누가 말이냐, 역이와 내가?
[멋쩍게 웃는다]
형제끼리는 종종 싸우며 큰다지 않습니까
[씁쓸히 웃는다]
형제...
역이도 혹
어딜 다쳤더냐?
식 올리고 나서
얼굴도 제대로 못 봤사옵니다
한데 정녕 저걸 주시려고
친히 예까지 오신 겁니까?
그럴 리가
(융) 잊었더냐, 나와의 약조를?
첩자가 되겠다지 않았더냐
[긴장되는 음악]
(채경) 제가 대군마마의 신뢰부터 얻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채경) 상대에게서 뭘 알아내려고 한다면
일단 믿음을 얻어야 하니 당분간은
역이의 신뢰를 얻는 것보다
과인의 신뢰를 얻는 게 더 시급하지 않느냐?
(융) 네가 과인의 뜻을 어기지 않고
제대로 첩자 역할을 할 거란
증명부터 해야 할 것이다
어제
역이가 자주 간다던 전당포에 가보았다
한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 있더구나
(융) 내가 전당포에 갔을 때
분명 역이가 거기 없었는데
(융) 내가 나가고 반 시진 후에
전당포에서 역이가 나왔다는구나
(융) 그 앞을 지키던 내 수하 말로는
새로 들어간 자는 분명 없었다 하였거늘
아무래도
그 전당포가 수상하구나
역이가 숨기고 있는 게 무엇인지
너도 궁금하지 않으냐?
"전당"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우렁각시들 연통해서, 쩝
(역) 서노 아버지를 찾아봐
(역) 아 참
그 유자광은
(역) 유자광의 애첩인지 뭔가 하는 기녀는 만나봤어?
[헛기침하며] 오늘 중으로 마무리할 예정이다
(광오) 그래, 그 서노 아버지도 유자광도
여기 일은 걱정하지 말고 넌 집에 가라
혼인 첫날 밤이잖냐
전 괜찮습니다
하면 다들 좀 수고해줘
- 네 - (광오) 네
(광오) 아, 그 첫날 밤인데 꽃이라도 좀 사 가거라
(석희) 첫날 밤부터 밉보이면
평생 골치 아프다더라
늦었지만
혼인 축하드립니다, 형님
[편안한 음악]
너희들밖에 없다
[계단 올라가는 발걸음]
(역) 까, 깜짝이야
늦으셨네요
[역의 멋쩍은 숨소리]
(채경) 그 꽃은 미안해서 들고 오신 제 선물이고요
[익살스러운 음악]
아유, 아, 아쉽네
벌써 다 갈아입었네?
내가 예복도 벗겨 주고
족두리도 내려줘야 하는 거 아닌가?
(채경) 우리가 언제 그런 예법 따지는 사이였습니까?
(역) 그거야 혼인하기 전이 아니냐
이제는 혼인을 했으니
아...
혼인하셔서 늦게 오신 거네요?
벌써 자유가 그리우신 겁니까?
(역) 씁
우리 채경이 놀릴 줄도 아네?
우리 대군마마 따라가려면 멀었지요
지금 우리 대군마마라 해, 해...
(역) 했느냐? [채경의 참는 숨소리]
주상 전하께서도 선물을 주고 가셨습니다
(역) 형님께서?
[쿵 하는 강조 효과음]
혹시
아프신 데나
다치신 덴 없으십니까?
(역) 아니, 없어
아직 식사 전이시죠?
진짓상 올리겠습니다
[문이 드르륵 쾅 닫힌다]
[애잔한 음악]
눈치챈 건가?
[약 종지들이 딸그락거린다]
아, 이, 이건 말이다, 그...
(역) 그때 그, 기억하지, 동굴에서?
그때 다친 거다
아휴, 이게 독화살이라서 그런가 [아파하는 신음]
나으려고 하면 덧나고
(역) 나으, 나으려고 하면 덧나고 그러네
예, 누가 뭐랬습니까?
(채경) 몇 달 전 동굴이 아니라
몇 년 전에 다친 상처라고 해도
대군께서 그런 거면 그런 겁니다
믿는 건 [약 종지가 달그락거린다]
제 의지대로 제 뜻대로 할 수 있으니까요
(채경) 제가 믿고 싶은 사람
그 사람의 마음만
그 말만 믿을 겁니다
채경아
한데
대군마마 안 다치는 건
제 의지대로 할 수가 없으니까요
(채경) 할 수만 있다면요
다치고 오지 마세요
대군마마 때문이 아니라 저 때문에 그래요
[울먹이며] 제가 더 아파서요
(유모) 아씨
진짓상 들어갑니더
[역이 헛기침한다]
(서노 부) '미안하다, 서노야'
[슬픈 음악]
'아비가 이렇게'
'또 너의 곁을 떠나는구나' [서노 부의 기침]
[심하게 기침한다]
'우리 같은 사람들의 운명이'
'윗전들의 뜻에 달린 걸 어쩌겠느냐' [서노 부의 기침]
아버지, 제가 먹을 거를
(서노 부) '너는 네 의지와 뜻에 따라'
'진성대군의 곁을 지키고 있으니'
'부디 앞으로도 흔들리지 말고'
'굳건히 너의 길을 가거라'
'장하고 귀한 내 아들'
'고맙고 미안하다'
같이
밥 한 끼 정도는 할 수 있었습니다
[다가오는 발걸음]
(서노) 뭐 놓고 가셨습니까?
어
왜 그렇게 보십니까?
이것 때문에 그러십니까?
(서노) 이건 그저 아버지가 제게 남기신 서찰입니다
못 믿으시겠으면...
누가 뭐랬느냐
잘 가셨을 거야
예?
(명혜) 네 아버지
잘 가셨을 거라고
그러니까 너도 걱정 말라고
[명혜의 계단 오르는 발걸음]
[젓가락을 달그락 든다]
[유쾌한 음악]
[그릇을 옮겨 달칵 놓는다]
[역의 의아한 숨소리]
혹시
나 늦었다고 복수하는 거냐?
[역의 어이없는 웃음]
아버지께서는요
집밥이 맛있는 건 어머니 때문이라고 하셨어요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으니까
솜씨와 상관없이 맛있는 거라고요 [역이 물잔을 탁 놓는다]
(채경) 전
대군마마도 그러셨으면 좋겠어요
반찬이 맛있어서 맛있는 게 아니라
제가 한 반찬이라서
맛있었으면 좋겠어요
대군마마를 위한 마음이 담겨 있으니까요
[역이 피식 웃는다]
[젓가락을 달그락 든다] 그래
내 앞으로
밥은 무조건 집에 와서 먹을게, 음
(역) 세상에서 날 생각해주는 마음은
네가 일등일 것이니
우리 집, 밥이 천하일미일 것 아니냐? 음
(역) 아이, 거
참
[유모가 위협하며] 씁!
저게 다 우리 아씨 부부 감시하는 눈깔인기라
확 쎄리 마, 잡아 뽑아 뿌까
[어두운 음악]
(두목) 말씀하신 대로
사관 아들을 미행하였더니
제 아비랑 만나고 있었사옵니다
(사홍) 진성대군이 알게 되면
또 골치 아파 질 거 같아서
(사홍) 조용히 처리하라 지시했지요
[서노 부의 옅은 숨소리]
저, 전하
[서노 부의 힘겨운 숨소리]
만일 지금이
5년 전이었다면 말이다
(융) 네놈이 뭐라 둘러대는지도
재미로 들어줄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과인이 오늘
하필 오늘 네놈을 만나서
자비를 베풀기가 어렵게 됐구나
(융) 네놈이 밀지를 숨기고
그 오랜 세월 도망을 다니는 통에 내가
과인이
(융) 무슨 짓을 했는지 아느냐?
[서노 부가 비명을 지른다]
밀지는 어디 있느냐? [서노 부의 비명]
[채경이 문을 드르륵 닫는다]
(채경) 전 이부자리만 펴 드리고
그만 나가보겠습니다
[허리띠를 탁 놓는다]
나가다니? 어디를?
제 방은 저쪽 별채입니다
설마
호, 혼인 첫날부터 각방이란 말이냐?
예
대비마마께서 각별히 당부하셨습니다
합방은 꼭 정해진 날짜에만 하라고 하셨습니다
아니, 어마마마께서 왜?
아까 혼례식 끝나고
의녀한테 진료를 받았는데
일단 탕약부터 먹고 몸부터 만든 다음에
뭐
아무튼 그거 아니래도
어차피 오늘은 독수공방하셨을 겁니다
[채경의 힘주는 숨소리]
[역의 헛기침] (채경) 나와 보십시오
[힘주는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이따 분명히 후회할 텐데
막 발로 이불 걷어차면서
(채경) 대군마마를 발로 차는 것보단 낫지 않겠습니까?
채경아
아니, 부인
(역) 그...
[채경의 힘주는 숨소리]
(역) 아이, 몰라, 아유, 아유, 아휴 하, 모르겠다
아이, 일단 옷부터 갈아입고 누우셔야...
[허리띠를 탁 떨군다]
아이, 남자들은 혼인하면 아기가 된다더니
(채경) 벌써 시작이십니까?
어어?
쩝, 씁
[어이없는 웃음]
결혼을 하면
아내는 남편이랑 같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뭐 그거야 대군마마께서 알아서 하십시오
전 그럼 가보겠습니다
(역) 어, 채경아, 채경아
같이 있자, 우리, 응?
(역) 응?
[문이 탁 열린다] [익살스러운 음악]
[문이 탁 닫힌다]
[작게] 제가 여기서 대신 자 줄 테니까네
제발 거서 주무시소, 제발요
요건 몰랐제?
[하품한다]
[가슴 시린 음악]
(역) 계속 그러고 있을 것이냐?
대군마마께서 주무시면
그때 저는 나간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얼른 주무십시오
[역의 아쉬운 숨소리]
아무래도 안 되겠습니다 전 제 방 가서...
[채경의 놀라는 숨소리] 대군마마
약속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냥 같이 있기만 하는 거로
누가 뭐랬느냐?
나 잔다
(융) '너는 오래지 않아 역이를 의심하게 될 것이다'
'역이가'
'너를 속이고 있기 때문이다'
(채경) 저는 지금 대군마마께 속고 있는 게 아니라
기다려주고 있는 것이옵니다
진실이 좀 늦게 온다고 해서
그게 꼭 거짓말인 건 아니니까요
대체
[풀벌레 울음]
어쩌다
왜 다치셨습니까?
[울음 섞인 한숨]
[긴장되는 음악] [서노 부의 고통스러운 신음]
(융) [악에 받쳐] 밀지는 어딨냔 말이다!
[살이 지지직 탄다]
(사홍) 전하, 이러다가 말도 안 하고 죽겠사옵니다
고정하시옵소서
마지막으로 묻겠다
지금 답하지 않으면
네놈 아들을 잡아다 죽일 것이야
[서노 부의 당황한 숨소리]
말하겠느냐?
저, 전하
제 아들 녀석은
살려 주십시오
(서노 부) 제 아들 녀석은
진짜, 진짜 아무것도 모르옵니다
(서노 부) 어릴 때
그때 그 지은 죄 때문에
그 마음의 빚 때문에
대군마마의 곁을 지키고 있는 것일 뿐이옵니다
전하
[서노 부가 흐느낀다]
다
말씀드리겠나이다
[코웃음]
[허탈하게 웃는다]
그래
이런 게 아비지
- 전하 - (융) 그래, 이런 게 아비야
(융) 자식을 살리기 위해 뭐든 하는 게 아비지
이게 아비지
한데 왜 내 아비는
그리도 독했단 말이냐
(융) 한데 왜 내 아비는
날 죽이는 밀지를 남겼단 말이야
대체 왜?
조선을 위해서였사옵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서노 부) 왕이 홀로
나라와 백성을 이끌 수 없기에
조정 대신들의 지지를 받는 사람이
군주가 되어야 한다
(서노 부) 하셨사옵니다
선왕 전하께옵서는
아비로서의 내린 결정이 아니라
(서노 부) 일국의 왕으로서의 내린 결정...
헛소리 집어치우거라!
(서노 부) 밀지는 [힘든 숨소리]
밀지는
여인의 몸에 새겨져 있사옵니다
여인?
(융) 여인의 몸에 새겨져 있다?
그 여인이 누구냐?
선왕 전하 주변의 여인들을
살펴보시옵소서
더 이상은
모르옵니다
(융) [한숨 쉬며] 좋다, 믿어주마
단
(융) 이 사실을 누구도 알아선 안 될 것이야, 하니
[융이 칼을 챙 뺀다]
이제 그만 가거라
[융이 칼로 푹 찌른다]
[서노 부의 아파하는 신음]
이래서
전하는 왕이 되어서는 아니 되옵...
[서노 부의 죽어가는 신음]
[쿵 하는 강조 효과음]
[잔잔한 음악]
[풀벌레 울음]
[가족이 행복하게 웃으며 떠든다]
(아들) 아버지
(엄마) 아유, 아버지 힘들어, 안 돼 [부부가 웃는다]
[아버지가 웃는다] (아들) 괜찮아요?
- (아들) 아버지 - (아버지) 어이구 [아버지의 웃음]
[가족들의 웃음]
[어머니 말에 아버지가 웃는다]
내일은 여기서
사냥을 해야겠다
당장 이 동네를 전부 싹 밀어서
사냥터로 만들어라
모조리 없애버려라
전부
[고함치며] 싹 다!
[새소리가 난다]
(희안) 병조참판 유자광에 대한 탄핵 상소가
빗발치고 있사옵니다
생전복과 굴, 조개 등 특산물을
(희안) 어부들에게 사사로이 갈취하였단 증언이옵니다
(자광) 전하
그것은 모두 주상 전하께 올린 것이옵니다
전하께서 평소 즐겨 드시는...
과인은
즐겨 먹은 기억이 없소
전하 [긴장되는 음악]
소신은 오직 충정으로 한 일이...
좌상
(융) 이런 경우 죄목은 무엇이며
어떤 벌을 받게 되어 있소?
장오죄에 해당되어
관직을 박탈하고
장형과 유배형으로 다스릴 수 있사옵니다
유 참판
(자광) 예, 전하
장형을 맞겠소?
유배를 가겠소?
(자광) 전하, 소신 유자광이옵니다
어찌 소신을 버리시려 하시나이까?
둘 다 하시겠소?
유배를 가겠습니다
[아파하는 숨소리]
오늘은
과인이 너무 피곤하여
경연은 불참하겠소
(수근) 자네가 병조참판에 대한
탄핵 상소문을 쓴 것인가?
대표로 쓰긴 했지만
함께 뜻을 모은 신료들이 여럿이옵니다
그건 알고 있네
내가 궁금한 건 이 모든 사안들을
어찌 이토록 상세하게 알았냐는 것이네
처음 알려준 것은 우렁각시였지만
그에 관한 조사를 한 것은
저와 사헌부 감찰들입니다
우렁각시?
[의미심장한 음악]
"유자광"
"제"
(대신1) 도성 안팎에 종종 조정의 대신들이나
세도가들의 비리라며
벽서가 나붙고 있사옵니다
백성들은 우렁각시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쓴다 해도 믿더이다
기근으로 죽어갈 때
쌀을 풀어서 자기들을 구해준 게
왕도 조정의 신료도 아니고
우렁각시들이니 오죽하겠습니까
그래
[사홍의 헛기침]
(사홍) 요즘 여기저기서
우렁각시 얘기를 듣소이다
그 우렁각시의 등장이
진성대군이 도성에 온 시기와
맞물린다지요
(사홍) 혹, 좌상께선 따로 아는 게 없으시오?
있소
공이 요즘 금상의 총기를 흐리고
혼군으로 만들려고 발악을 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소
(수근) 부디
자중하시오
[긴장되는 음악]
(수근) 진성대군이 아니어야 합니다
예, 아니어야 하고말고요
아닐 것입니다
하나, 그저 무시할 순 없는 상황이 아니옵니까
(신비) 지금은 그저 백성들의 은인이지만
진성대군이 그 집단에 있는 거라면요?
아무쪼록 마마께옵선
이런 일에 일희일비하지 마시고
중심을 잡고 계시옵소서
우렁각시 일은 소신이 알아보고
조치를 취하겠나이다
[고조되는 음악]
(융) 아무래도 그 전당포가 수상하구나
역이가 숨기고 있는 게 무엇인지
너도 궁금하지 않느냐?
(융) 그걸 알아내는 즉시 입궐하여
장원서 후원으로 오너라
[한숨을 후 내쉰다]
[문이 달칵 열린다]
했네, 했어
[유모가 수줍게 웃는다]
못했네, 못했어
오늘도 허탕 쳤습니꺼? 아휴
당분간 그럴 일 없을 거라고 했잖아
대비마마가 당부하신 일도 있고
아, 그런 게 어딨습니꺼
마, 혼인을 했으면 마 어, 그거는 마, 어
의무적으로다가 마, 아휴
아, 아기씨도 그래요
뭐 노력을 해야 될 거 아입니까 노력을
[피식 웃는다]
- 아, 그게 노력으로 돼? - 하모요
일단, 술상을 탁 차려놓고
'오셨습니까, 서방님' 하고 [익살스러운 음악]
눈을 막 이래
(유모) 뇌쇄적으로 치켜뜨고
술을 막 멕이면 뭐 후끈한 게 올라온다 아입니까
- (유모) 그다음에 - 그다음에?
(유모) 그다음에요? 그다음에?
첫사랑이 누구냐
내는 몇 번째냐
어, 나 괜찮다, 괜찮다 마, 이래 살짝살짝 물어보면
마, 술김에 마 술렁술렁 나온다 아입니까
그때 확 마, 계산할 거 계산하고
(유모) 딱 주도권을 잡고
아, 내 지금 뭐라카노
그래, 그거야
예? 뭐가요?
유모
나 술 줘, 있는 거 몽땅 다 줘
예? 몽땅 다요?
그 몽땅 다 쎄리 마시면 그 뻗어가 저, 저 아무것도 못 해요
그래, 아무것도 못 하게
이왕이면 독한 술로 빨리 취하게, 어?
빨리요?
[문을 탕탕 두드린다] [종이 딸랑거린다]
[문을 연신 두드린다] [종이 딸랑거린다]
[입 모양으로] 누구야?
[문을 달칵 연다] [종이 딸랑거린다]
(서노) 아유, 아씨 [웃음]
- 서노, 너도 있었네, 잘됐다 - (서노) 예
[서노의 탄성] - (서노) 여기 - (채경) 어
[채경이 웃는다] [경쾌한 음악]
(채경) 다들 고생들이 많으시지요?
술 한 잔씩 하시지요
(역) 채경아
(채경) 대군마마
(광오) 아유, 그 체통 없이 대군마마라니요, 어?
혼인을 했으면 정식으로 호칭을 갖추셔야지요
(서노) 호칭이면 뭐
서방님, 부인
(서노) 이런 거 말씀하시는 겁니까?
[헛기침]
그게 그렇게 한 번에
서, 서방님
(채경) 하고 부르는 게 뭐 쉽나요
[석희와 광오가 웃는다]
(광오) 했습니다 [서노가 피식 웃는다]
부, 부인
[석희와 광오가 킥킥댄다]
잘한다
[석희의 헛기침]
(석희) 인사가 늦었습니다, 부부인 마님
저는 대군마마의 불알친구, 아니
아, 흠
(석희) 죽마고우 백가, 석희
백 도령입니다
(광오) 예, 저는 조 도령이라고 불러주십시오
잘 부탁드립니다, 신채경입니다
(광오) 카, 씁
또요? [채경의 힘주는 신음]
(채경) 이것은 진도 홍주라고
선왕 전하께서도 아껴 드셨던
귀한 술입니다
(채경) 드셔 보시죠
[석희의 탄성] [술병이 달그락거린다]
(석희) 내 먹어보지는 못해도
들어는 봤소, 진도 홍주
(광오) 아유, 우리 역이가 이제 장가는 기똥차게 잘 갔다
아이고, 가, 감사하오, 낭자
나 맨날 늦게 들어온다고
바가지 긁으러 온 것이냐?
바가지는 무슨
이렇게 열심히 일하시니까 응원하러 온 거죠
[광오가 술 사발을 탁 놓는다]
[캑캑대며] 역시 명주라서
(광오) 이 목 넘김부터 다릅니다, 씁 [허허 웃는다]
서노, 넌 왜 안 비워?
전
그만 마셔야 될 것 같습니다
야, 섭섭하게 그런 게 어딨노
오늘같이 좋은 날 안 마시면 또 언제 취하는데?
대군마마, 우리 동무끼리 한 잔 쭉
(채경) 그냥 둘러보기만 하겠습니다
그리곤 전하께 아무것도 없다 [음미하는 신음]
의심하시지 말라 [사발을 탁 놓는다]
당당하게 말할게요 [만족스러운 숨소리]
[술을 쪼르륵 따른다]
지금 함께 있느냐?
예?
예
(녹수) 신첩, 전하의 곁에 있나이다
채경이 말이다
지금 역이 그 녀석과 함께 있냐 물었다
그래
함께 있겠지
혼인을 하였으니
[술잔을 탁 내려놓는다]
그럼 이제
그 아이들에게도
불행이 시작되고 있겠구나
(융) 부부라는 건 본디
행복할 수가 없는 관계 아니더냐
서로 끊임없이 의심하고
투기하고
미워해야 하는 법이지
[긴장되는 음악]
[질투하며 씩씩댄다]
[다급한 숨소리]
[폐비 윤씨의 초조한 숨소리]
(꼬마 융) 어마마마, 소자 건강하옵니다
(폐비 윤씨) 건강하긴
너는 지금 아픈 것이다
매일 밤 악몽을 꾸고 코피를 흘려서
내가 급히 데려온 것이다
어서 가자
(내관1) 중전마마, 아니 되옵니다
[폐비 윤씨의 거친 숨소리]
원자가 많이 아픕니다, 전하
친히 살펴주시옵소서
(성종) 중전
아비의 손길이 필요한 나이옵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무례하게 침소에 들이닥치시면 어찌하오
(성종) 썩 물러가시오
[서운한 숨소리]
신첩이 이렇게 찾아뵙지 않으면
용안을 뵙기가 어렵지 않사옵니까
(폐비 윤씨) 아무리 나랏일이 바쁘시더라도
가족을 먼저 보살펴 주셔야지요
(자순대비) 원자 마마
이리 오십시오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보십시다
[폐비 윤씨가 씩씩댄다] [자순대비의 아파하는 신음]
(자순대비) 중전마마
그래
내가 원자의 어미고 이 나라 중전일세
하니 비키시게
여긴 숙의가 있을 자리가 아니네
(융) 날 핑계 삼아
아바마마의 침전으로 뛰어들던 어마마마가
참으로 부끄럽고
원망스러웠다
(융) 한데
이제야 알겠구나
내 어미도
그저 사람이셨던 게다
은혜하는 사내에게 사랑받고 싶었던 사람
조선의 중전이기 이전에
한 사내의
아내로 살고 싶었던
여인 [잔잔한 음악]
전하
하여
문득 궁금해졌다
(융) 나는
왕으로 살고 싶은 것인가
아니면
그저 한 여인의
사내로 살고 싶은 것인가
전하
[술잔을 탁 놓는다] (사홍) 전하
여인들을 대령하였사옵니다
[문이 드르륵 닫힌다]
(성왕의 궁녀들) 주상 전하를 뵈옵니다
[술을 쪼르륵 따르고 병을 탁 놓는다]
선왕 전하 생전에
(사홍) 곁에서 시중들던 궁녀들이옵니다
소신은 물러나겠사옵니다
[문이 드르륵 열린다]
벗겨라
[문이 닫힌다]
[상을 쓱 옆으로 민다]
[불안한 음악]
[놀라는 신음]
그나마 닮았구나
(융) 이마와
뺨과 콧날이
닮다니요, 전하, 이 여인들은...
(녹수) 연비인목을 찾으라 부르신 것이옵니다
과인의
수청을 들겠느냐?
[술을 쪼르륵 따른다]
[궁녀의 놀라는 숨소리]
겁내지 마라
해치지 않는다
[석희가 취해서 중얼거린다]
[석희의 술 취한 숨소리]
(채경) 어
(채경) 집에 남은 술이 좀 있습니다
가서 가져올게요
(석희) 야, 역아, 수육 사 와, 수육
어, 수육 사 와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석희) 수육, 수육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석희의 취한 숨소리]
(채경) 벌써 끝이신 겁니까?
한 잔씩들 더 하시죠
(광오) 예
[주모와 역이 웃는다]
(역) 많이 파시오
(주모) 예, 조심히 가십시오
(상인) 귀한 물건이 많습니다
일단 구경부터 하세요 구경만 하세요
일단 보기나 하세요, 우리 거 이런 물건 딴 데는 없습니다
[장터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상인) 귀한 물건이 많습니다
일단 구경부터 하세요 구경만 하세요
[의미심장한 음악]
[장터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융) '참으로 이상한 일이 있더구나'
'내가 전당포에 갔을 때'
'분명 역이가 거기 없었는데'
'내가 나가고 반 시진 후에'
'전당포에서 역이가 나왔다는구나'
[고조되는 음악]
'역이가 숨기고 있는 게 무엇인지'
'너도 궁금하지 않느냐?'
하, 내 지금 뭐 하노
대체 뭐 하고 있는 거야 도둑놈도 아니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러면 안 되지
믿기로 해놓고
[자책하며 한숨을 내쉰다]
[놀란 숨소리]
대군마마
[애잔한 음악]
[채경이 흐느낀다]
[역이 안타까운 한숨을 쉰다]
우리 그냥
거창 내려가서 살면 안 됩니까?
(채경) 거창 내려가서
밭 일구고
그렇게 살아요, 우리
그래
그러자
[채경이 흐느낀다]
[채경이 코를 훌쩍인다]
[유모의 졸린 숨소리]
아유, 이 야밤에 갑자기 웬 목욕을 하신다꼬
[유모의 힘주는 신음]
[유모의 하품] [물통을 탁 놓는다]
[음산한 음악] [비명]
(광오) 뭐야?
뭔 소리야? 어?
[종이 딸랑거린다] (석희) 어유, 무슨 소리야?
(광오) 아유, 이 뭔 일이래?
[석희가 어지러워 신음한다]
[광오의 비틀거리는 숨소리]
(석희) 이게 뭐야, 이게?
이게 뭐야, 이게?
(광오) 이게 뭡니까?
[고조되는 음악]
[석희의 놀란 신음]
[충격받은 숨소리]
아버지
[놀라는 숨소리]
(서노) 아버지
[서노가 흐느낀다]
아버지
[한숨]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왜 그동안 소식이 없으셨습니까?
밀지 때문입니까?
이제 아셨습니까?
예 [콜록]
[서노 부가 기침한다]
밀지요
(서노 부) 선왕 전하의 유언
아니
엄밀히 말하면 유언이 아니라
밀유였사옵니다
(서노 부) 대군마마께서 태어나시던 해에
바로 작성하시고
은밀히 보관하라 하셨으니까요
(서노 부) 대군마마가 성인이 되시면
그때
찾아볼 수 있게요
그때
대군마마의 힘이 되어드리라고요
그 밀지
어디 있습니까?
[채경이 작게 흥얼거린다]
(서노 부) 밀지가 보관된 장소가
여인의 몸에
연비인목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여인은
"신수"
[쩝 하며 숨을 뱉는다]
[숨을 후 내쉰다] [문이 드르륵 열린다]
저 오늘
여기서 자겠습니다
대비마마껜 비밀로 하고요
[부드러운 음악]
(석희) 대군마마!
석희야
(석희) [울먹이며] 대군마마, 대군마마
여기 눈이 많아, 무슨 일이야?
서노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뭐?
(석희) 시신이 돼서 돌아왔다고
전당포 앞에 버려져 있었어
[석희가 흐느낀다]
(역) 전당포에 일이 좀 생겨서
금방, 금방 다녀올게
아니, 부부인 마님 무슨 일 있으시옵니까?
별일 아니네
[문이 여닫힌다]
(역) '전당포에 일이 좀 생겼어'
'금방 다녀올게'
[잔잔한 음악]
[서노가 흐느낀다]
[화면 전환 효과음]
이거, 이거 한 번만 입어봐라 [서노가 좋아서 웃는다]
(서노 부) 너무 작은가?
[울음을 참으며] 아이, 무슨 말씀이십니까
요즘엔 이 정도는 입어야지
멋쟁이란 소리 듣습니다
(서노 부) 어쩜 이리 훤칠하게 잘 커 줬누
[서노가 연신 흐느낀다]
(서노 부) '너는 네 의지와 뜻에 따라'
'진성대군의 곁을 지키고 있으니'
'부디 앞으로도 흔들리지 말고'
'굳건히 너의 길을 가거라'
'장하고 귀한 내 아들'
'고맙고 미안하다'
[서노가 목놓아 운다]
[서노가 통곡한다]
[새가 지저귄다]
[긴장되는 음악]
[놀란 숨을 토한다]
[채경의 겁먹은 신음]
[떨리는 숨소리]
[종이 딸랑거린다]
[채경의 놀란 신음]
(융) '역이가 어떤 의지를 갖는 순간'
'그것은 역심이며'
'역이가 하는 모든 행동은'
'역모에 준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미안하다, 서노야 [서노가 흐느낀다]
결국 또 지키지 못했다
하면
하루빨리 왕이 되십시오
(서노) 왕이 되시면
남아있는 사람들은 지킬 수 있습니다
(서노) 더 이상
아버지처럼
억울한 죽음
없게 만들어주십시오
[서노가 서럽게 운다]
[북이 둥 하고 울린다] "왕, 이융"
[놀란 신음]
(융) '역이를 믿는다 하였느냐?'
"임사홍"
"신수근"
[기함하는 신음]
[충격받은 숨을 삼킨다]
(역) '너야말로 아직 늦지 않았다'
[채경의 숨이 떨린다]
(역) '마지막 기회다'
'이제라도 두렵고 후회되면'
'여기서 멈춰도 돼'
[놀란 숨을 뱉는다]
[애절한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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