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의 왕비 14
[주제곡]
[의미심장한 음악]
(유모) '일자리 구하러 왔다 하데예'
'진짜 그 계집, 몸종으로 쓰실 긴교?'
(역) '내 이름은 낙천이오'
'여자도 있소, 하니'
'정녕 진성대군을 생각한다면'
'망자 이름 들먹이며'
'외간 사내 뒤꽁무니나 쫓아다니는 일'
'제발 하지 마시오'
(채경) 대체 어떻게
(명혜) 아씨
[명혜의 다급한 숨소리]
(명혜) 아씨
저 이 집에서 일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아씨를 모시고 싶습니다
송 내관
부부인 마님께선 별채에 계시는가?
(송 내관) 네, 하온데 조금 전에
대비마마께서 다녀가셨사옵니다
[갓을 탁 떨군다]
어마마마께서? 무슨 일로?
합방 길일을 뽑아오셨다 들었사옵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채경) 누구
십니까?
뭐든 잘할 수 있습니다
(채경) 대군마마와 어떤 사이십니까?
나한테 왜 접근한 것입니까?
혹시
혹시 밀지 때문입니까?
그리 하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씨
[문이 벌컥 열린다]
[역의 거친 숨소리] 채경아
대군마마를 뵙사옵니다
오늘부터 저의 시중을 들어주기로 했습니다
인사 올립니다
쫑아라 하옵니다
어디 가시는 겁니까?
대군! 대군마마!
내가 마음 놓을 수 있는 곳
아픕니다
(역) 미안하다
미안하구나
[속상해 한숨을 내쉰다]
(자순대비) 지난번 좌상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선왕께서도 점지해주신 두 아이의 운명을
내가 간과하고 있었어요
(자순대비) 하여 내 좌상 말대로 [잔을 탁 놓는다]
이제부터라도 아이들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어줄 작정이에요
[살짝 웃는다]
아주 좋은 생각이시옵니다
하여 생각난 김에
오늘 애들 사저에 가 합방일을 잡아주고 왔지요
손주라도 태어나보세요
두 사람은 정말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될 겁니다
(자순대비) 만약 한 사람에게 일이 생기면
둘 다 힘들어질 테지요
(자순대비) 하니
모든 삶의 선택에서
서로를 최우선으로 둬야 할 겁니다
[긴장이 감도는 음악]
예
무엇보다 두 사람 다
상대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할 것이옵니다
(수근) 가족에게 피해가 갈 것을 알면서도
잘못을 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말입니다
[역이 숨을 내쉰다]
들어가
제가 왜요?
(채경) 저 이제 출가외인입니다
제집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제발 오늘은 여기에 좀 있어
내가 오늘 좀 바쁜 일이 있어서 그래
(역) 너 혼례 치르고
부모님 한 번도 못 뵀잖아
지금 제 걱정해주시는 겁니까?
아니
내 걱정하는 거다
네가 여기에 있는 게 마음이 더 편해서 그래
[잔잔한 음악]
(권씨) 채경아
[권씨의 반가운 숨소리]
(권씨) 아니, 얘, 아니
네가 웬일이냐
웬일이긴요
제가 뭐 못 올 데 왔습니까?
아유, 그래, 잘 왔느니라
(권씨) [웃으며] 아유, 세상에
(채경) '오늘부터 저의 시중을 들어주기로 했습니다'
대군마마를 뵈옵니다
[순정이 헛기침한다]
(순정) 어제는 또 누가 죽었다 합니까?
아직 보고를 못 받았소이다
(희안) 보고받기 힘드실 거외다
까딱 잘못했다간
보고한 사람이나 보고받은 사람이나
(희안) 목이 달아날 테니까요
[순정이 헛기침한다]
(내관) 주상 전하 입시오
(대신들) 주상 전하를 뵈옵니다
과인이 오늘은 잠시 상만 주고 갈 것이오
몸이 영 안 좋아서 말이오
이판 대감
예, 전하, 하명하시옵소서
경이 과인의 밤 사냥에 대한 감상을 읊은
(융) 한시를 보았는데
참으로 인상 깊어서요
(융) 앞으로 좋은 시 많이 쓰시라는 뜻에서
경을 종구품 부사용으로 임명하겠소
[의미심장한 음악]
감축드리오
- 전하, 소신... - (융) 왕이 주는 건 뭐든 받으시오
(융) 그게 영전이든 강등이든
그래야 목숨을 부지하오
[희안이 털썩 주저앉는다]
[순정의 못마땅한 숨소리]
이 참판
내가 주상 전하를 다시 한번 만나보겠소이다
아닙니다
요즘 같아선 괜히 나서셨다간
대감까지 다치십니다
(자광) 좌상 대감
혹 금상께 가시는 길이면
같이 가십시다
특별히 아뢸 말씀이 있으시오?
금상께서 우렁각시인가 뭔가
날 물 먹인 그놈들을 잡을 만한
방도를 마련해보라 하셨습니다
병력은 마음껏 쓰라 하셨고요
(희안) 아니!
병조의 병력은
전쟁이나 유사시에 동원하는 것이지
그런 사사로운 복수에 쓰라 있는 게 아니외다
[자광의 헛기침]
(자광) 복수를 하려는 게 아니오
불순한 세력을 잡는 건 응당 해야 할 일이오
(수근) 하여 방도는 찾으시었소?
도승지도 절절맨 걸
낸들 별수 있겠소?
(자광) 주신 병력으로 계속 검문하고
순찰이나 돌려야지요
(순정) 그런 무식한 방법으로
어찌 그놈들을 잡겠소?
[못마땅한 헛기침]
(자광) 죽겠는 건 나요!
[순정이 또 헛기침한다]
[옅은 한숨]
병참께서 곤란하시다면
전하께 청을 넣어
내가 대신 그 일을 맡으리다
그래 주시겠소?
내 병력은 마음껏 내드리겠소
[긴장되는 음악]
그게 사실이오?
(단골) 에이, 그렇다니까요
주막 삼거리, 비단 가게 고 앞에
(단골) 새로 노점이 열렸는데
요것이 전당포랑 똑같이
정보를 가져가면
쌀을 나눠준답니다요
(단골) 나는 의리가 있어 가지고 안 가지만
아, 고맙소
한데 거기선 무슨 정보를 산단 말이오?
딱 한 가지만 묻는답니다요
(단골) 우렁각시
[입 모양으로] 우렁각시?
"시, 해시 장소, 명철방"
(병조의 병사) 짧은 시간에도
워낙 우렁각시에게 도움을 받은 자들이 많다 보니
수집량이 엄청납니다
[입을 쩍 뗀다]
시간과 장소에 따라 분류하고
비슷한 시간, 비슷한 장소에서 벌어진 일은
반드시 따로 표시를 하거라
예, 대감마님
(광오) '닭이 두 번 울 때'
'변소에 갔을 때는 쌀이 없었는데'
'일 마치고 나와 보니 쌀이 있었다'
(광오) '그때 닭이 세 번째 울었다'
'아궁이 불이 꺼져'
'옆집에 숯을 꾸러 갔다 와 보니'
'벽에 방이 붙었더라'
'그게 해시인지 자시인지 긴가민가하다'
[석희가 웃으며] 참
이런 거로 우릴 잡겠다고?
꿈도 야무지시지
(광오) 아니야, 부총관 근신도 그렇고
여러모로 왕이 우릴 견제하기 시작했다
(광오) 이런 별거 아닌 움직임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몰라
다들 긴장해야 될 거야
[가슴팍을 툭 치며] 지금 겁먹은 거야?
긴장하라는 거다 [석희의 아파하는 신음]
(석희) 아, 알았어, 알았어
[석희의 아파하는 신음]
(권씨) 어서 먹어라
[그릇이 달그락거린다] (권씨) 아유, 아버지 오셨다
오셨습니까, 대감
어
채경아
아버지
네가 어쩐 일이냐?
[잔잔한 음악]
(권씨) 대군 진지는 잘 챙겨드리는 것이냐?
어디 아픈 덴 없고?
없습니다
(권씨) 살이 좀 빠진 거 같은데
무슨 일 있는 것이냐?
없습니다, 어머니
(권씨) 그냥 입맛이 없을 때에는 어미가 챙겨준
그 꿀물이라도 먹지 그랬느냐, 응?
아유, 다 식는다
안 먹고 뭐 하는 것이냐
부인 질문에 답하느라 못 먹고 있는 걸
지금 누구 탓을 하시오
(권씨) [웃으며] 아유, 그랬습니까? 아유
(권씨) 아유, 그럼 어쩝니까 그냥 물어도 물어도 궁금할 걸요
자 [젓가락을 달그락거린다]
(권씨) 대군께서도 같이 먹고 가면 좋았을 것을
(권씨) 많이 바쁘신 게냐, 응?
음, 이거 맛있다 이거 어머니가 하신 거 아니죠?
이 녀석이 [어이없는 웃음]
[채경이 웃는다]
(권씨) [웃으며] 참, 아이고
(권씨) 자, 어서 이것도 먹거라
(역) 어떻게 이렇게까지 하십니까?
당장 명혜 데려가십시오
(자순대비) 말로만 동료다
벗이다 가족이다
네 사람들을 가장 아끼는 척
정작 네 은인이자
가족과도 다름없는 명혜는 보이지 않느냐?
(자순대비) 어떻게든 널 돕겠다고 온 힘을 다해 애쓰고 있거늘
- 어마마마 - (자순대비) 주상이 그러더구나
좌상은 물론
채경이 그 아이까지도 자기 사람이라고
(자순대비) 한데
내가 어찌 그 아이를 믿을 수 있겠느냐
- (자순대비) 하니 - 형님이 잘못 알고 계신 겁니다
(역) 채경이 제 아내이고 제 가족입니다
[잔잔한 음악]
네 착각이다
착각을 한 대가는 제가 치르겠습니다
하니 채경이는 가만두십시오
좌상을 우리 편으로 만들겠다던
호언장담은 어디로 간 게냐?
[화난 숨을 뱉는다]
가보겠습니다
[문이 드르륵 여닫힌다]
(채경) 대군마마를
언제부터 의심하셨습니까?
그놈이
돌아왔을 때부터
어째서요?
내게 복수를 하고
왕좌를 차지하러 돌아온 것일 테니까
[역이 칼을 쓱 잡는다] (채경) 그런 것 없이도
(채경) 전하께선 대군마마를 죽일 수 있지 않으시옵니까
형제간의 은혼을 푸시고
화해하시면 안 됩니까?
[역이 화가나 씩씩댄다]
[융의 거친 숨소리] (역) 가까이 오지 마십시오
- (융) 감히! - 제 아내입니다!
(권씨) 아이고, 참
누가 신혼 아니랄까 봐서
(권씨) 몇 시각 집을 나와 있는 게 그렇게 초조한 게냐?
하룻밤 못 보면 뭐, 네 남편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서?
(권씨) 참, 부끄러워할 거 없느니라
어미도 그랬으니까
- 예? - (권씨) 쩝
신혼 때는
(권씨) 일각도 떨어져 있기 힘든 법이다, 원래 [쑥스러워 웃는다]
[권씨가 웃는다]
(권씨) 먹거라
어머니, 죄송해요
제가 그 집에 대군마마 혼자만 놔두고 있으니까
불안해서 안 되겠어요
어? 아, 얘, 어머, 얘, 아우
(권씨) 얘, 채경아
반찬 가져가야지, 아유, 참
[명혜의 아파하는 신음]
[잔잔한 음악]
[아파하는 숨소리]
녀석을 살린 네년이 그 대가를 치러야겠지
[융이 칼로 쓱 벤다] [명혜의 신음]
(유모) 아씨, 주무시고 온다 안 캐십니꺼?
(유모) 설마 대군마마 보고 싶어서 왔는교?
그냥 왔어, 대군마마는?
아직입니더
아이고, 많이 피곤하실 텐데
제가 퍼뜩 목욕물부터 데피...
(유모) 아이지
퍼뜩 목욕물 안 데피고 뭐 하니?
아, 예
(유모) 마님은요? 다들 잘 계시지요?
(채경) 응
[긴장되는 음악]
[명혜가 가쁜 숨을 내쉰다]
국화잎을 준비해보았습니다
향긋한 향을 더해줄 것입니다
고마워
씻을 땐 유모만 있으면 돼
[문을 덜거덕 잠근다]
[발을 달칵 내린다]
[불안한 음악]
[문이 삐걱한다]
[명혜의 놀란 숨소리]
[명혜와 역의 가쁜 숨소리]
(역) 당장 나가
어마마마께도 말씀드렸으니까 그 핑계 댈 생각하지 말고!
난 좋아서 이러는 줄 알아?
내가 오라버니 지키겠다
무슨 일까지 겪었는지 알기나 해?
[역의 한숨]
네가 나 때문에 많이 애써주는 거 알아
그래서 모르는 척해줄 테니까 이쯤에서 그만하자고
오라버니를 위해 모른 척한 거겠지
그래, 맞아
(역) 그러니까
내일 날 밝으면 제발
제발 좀 떠나주라, 어?
[긴장되는 음악]
제발
(명혜) 안 돼
신채경 그 아이가 밀지를 갖고 있는 것 같아
문신이 있을 거랬어
뭐야?
(명혜) 오라버니 혹시
알고 있었어?
[명혜의 어이없는 숨소리]
(명혜) 알고 있었던 거야?
대체 언제부터?
(서노 부) 밀지가 보관된 장소가
여인의 몸에 새겨져 있사옵니다
그 여인이 대체 누구란 말입니까?
(서노 부) 대군마마와
아주 가까운 곳에 계시옵니다
좌상 대감의
영애
채경이
말입니까?
그 규수가
대군마마를 지켜줄 거라
믿으셨던 듯싶사옵니다
[채경의 놀란 숨소리] (명혜) 한데 왜 말 안 하고 있던 거야?
(역) 내가 알아서 해
(명혜) 이 방법 아니면
신채경 그 여인이 더 위험해질 텐데?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여인의 몸에 새겨진 문신을 누군가가 강제로 확인하려고 한다면
무슨 방법을 쓰겠어?
너 그러기만 해
그런 일이 생기면
그건 내가 아니라 오라버니가 자초한 거야
(명혜) 오라버니가 날 방해하니까
외숙부님이나 대비마마께서
다른 수를 쓰실 수밖에 없을 테니까
(명혜) 오라버니야말로 신채경 안 다치게 하려면
나한테 맡겨
지켜만 볼 테니까
걱정 말고
(역) 채경아
내가 너한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냐
[괴로운 숨을 후 뱉는다]
[문이 덜컹 열린다]
(유모) 아, 고새를 못 참고 어딜 갔다 왔십니꺼?
아유, 아유, 참말로
[속상한 숨을 뱉는다]
[떨리는 숨을 삭힌다]
[풀벌레 울음]
아무래도 대비전의 움직임이 수상하옵니다
(녹수) 혼례를 올리고도
합방을 금하라는 명까지 내리셨던 대비마마께서
오늘은 친히 합방 길일까지 잡아
대군의 사가로 행차하셨다 합니다
누가 그 녀석들 신혼 생활이 궁금하다 하더냐
(녹수) 송구하옵니다
한데
아무래도 신씨가
밀지와 깊은 관련이 있는 듯하여
[의미심장한 음악]
무어라?
[뚜껑을 달칵 덮는다]
[문이 끼익 열린다]
채경아
곧 보시게 될 터인데
뭐가 그리 급하다고 예까지 오셨습니까
[멋쩍은 숨소리]
오해하지 말거라
훔쳐보려던 건 절대 아니었으니까
[옅은 한숨]
하면요?
그냥
마중 나왔느니라
[잔잔한 음악]
보는 눈이 많다
이 정도는 해줘야
새신랑, 새 신부답지
[역의 힘주는 신음]
(유모) 아, 신방은 이쪽
[입 모양으로] 아, 예
[긴장이 고조되는 음악]
친정집에 간 김에
며칠 좀 푹 쉬다 올 것이지
여기가 뭐가 좋다고 이렇게 일찍 돌아왔느냐
출가외인 아닙니까
그래도 지아비의 곁에 있어야지요
피곤할 텐데 일찍 쉬거라
합방은 어쩌시고요?
대비마마께서 다녀가셨습니다
다음에
급하신 거 아니었습니까?
밀지 말이옵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밀지를 찾으셔야 하지 않습니까?
그게 지금 무슨 말이냐?
또 모르는 척하실 겁니까?
(역) 알고 있었다
자신이 밀지의 여인이라는 것도
(채경) 보십시오
제게서 이걸 원하신 겁니까?
[부드러운 음악]
[인두를 달그락 집는다]
"신수"
(역) 다 알고
[살이 지지직 탄다]
(역) 그 모진 운명까지 다 짊어지고 있었다
(역) 아프지 말라고 모른 척해준 시간 동안
혼자서 앓고 있었다
[울먹이며] 언제
어떻게 안 것이냐?
그게 지금 중요합니까?
이젠 저도 못 버티겠습니다
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의심하면서도 믿는 척
불안하면서도 아닌 척
저도 더 이상 못하겠습니다
(채경) 제 믿음이
은혜하는 마음이 한 사내의 뜻을
삶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제가
너무 순진하고 어리석은 거겠지요
(채경) 설령
대군마마께서 불순한 마음으로 제게 접근하셨다 하더라도
(채경) 지금은 달라졌을 거라
수만 번 흔들렸을 거라
결국에는
(채경) 내 진심이 이길 거라 생각한 제가
너무 바보 같은 거겠지요
- (역) 채경아 - 그 이름
부르지 마십시오
대군마마께서
채경아 부르시면
제 마음이 녹습니다
제가 속습니다
[애절한 음악]
(채경) 이제 더는 속지 말자
휘둘리지 말자 다짐하면서도
혹시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내가 보고 들은 것이
착각일 수도 있다 오해일 수도 있다
자꾸 기대하게 됩니다
대군마마
누구십니까?
제게 왜 오신 겁니까?
왜 대답을 못 하십니까?
(채경) 해명해야 할 거짓말이 너무 많아서 그러십니까?
[애절한 음악]
[역의 울음이 터진다]
미안해
미안해, 채경아
내가 잘못했다
[역이 코를 훌쩍이며 흐느낀다]
우리 떠나자
네 말대로
(역) 우리 거창 내려가서 살자, 채경아
[역이 연신 흐느낀다]
지금 더 슬픈 게 뭔지 아십니까?
제가 더 이상 대군마마의 말씀을
믿을 수 없게 됐다는 것입니다
[역이 흐느낀다]
차라리 밀지를 달라 하십시오
[역이 연신 흐느낀다]
[역이 사무치게 흐느낀다]
(녹수) 그동안 혼인을 하고도 각방을 쓰게 했던 신씨한테
[술잔을 탁 놓는다] (녹수) 갑자기 합방을 허한 건
신씨가 밀지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새로운 정보를 입수한 것입니다
하여 합방을 통해 확인하려는 게 아니겠습니까 [잔잔한 음악]
어마마마께서도 참으로 독하시구나
철저히 채경이를 이용하고
그러다 버리시려는 게야
한데 그것도 모르고 채경이 그 아이는
과인이 아니라 역이를 선택하였지
어리석은 것
전하, 이대로 계실 것이옵니까?
(녹수) 정말 신씨 부인이 밀지의 여인이라면
밀지를 진성대군 편에 넘기기 전에
(녹수) 우리가 먼저 차지해야 하옵니다
(역) '우리'
'떠나자'
'네 말대로'
'거창 가서 살자, 채경아'
(희안) 부총관이 예까진 무슨 일이십니까?
한가한 사람들끼리 [술병을 달그락 놓는다]
담소나 나누자 찾아온 거지요
(원종) 아시다시피
저도 근신령을 받은 터라 [술을 쪼르륵 따른다]
가뜩이나 나라가 불안정한 이때
(희안) 금상께서 중심을 잡지 못하시고
간신들의 사탕발림이나 즐기고 계시다니요
임금의 오감은 이미 진즉에 몹쓸 것이 되었습니다
(희안) 부총관,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그 오랜 세월 온갖 수모를 겪으면서도
도승지가 금상의 곁에 붙어있던 연유가 뭐겠습니까?
임금의 눈과 귀를 멀게 하여
조선을 자신의 발아래 두려는 것이겠지요
무슨 복안이라도 있으시오?
있다면 들어보시겠습니까?
진성대군을 어찌 생각하십니까?
[긴장되는 음악]
(석희) 아휴, 살을 빼던지 해야지, 씨
(서노) 다 모였습니까?
(광오) 아니, 아직
(석희) 오랜만에 담 넘었더니 배고프다, 야
[순라군이 막대를 딱딱 치면서 온다]
[점점 가까워진다]
(석희) 쟤 뭐야? 야, 빨리 와봐
"전당"
[긴장이 고조되는 음악]
[자물쇠를 잘그락거린다]
(석희) 야, 뭐 하고 있어?
아, 이 자식
(석희) 조심해, 응, 응?
"왕, 이융" [잔잔한 음악]
(융) 밀지만 찾으면
왕위를 갖거나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다
(채경) 제가 밀지를 대군마마께 드려야 하는 이유가 뭡니까?
대군마마께서 왜 왕이 되셔야 하는지
그 이유를 여쭙는 겁니다
[다가오는 발걸음]
[석희의 개운한 숨소리]
(석희) 어? [광오의 한숨]
(서노) 형님,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역) 그냥, 생각할 게 좀 있어서
(수근) 멈추시오
(석희) 뭐야? 복면 벗지 말라고?
[긴장감 넘치는 음악]
좌상 대감
[우렁각시들이 칼을 챙 뺀다]
대군마마
여긴 어찌 아셨습니까?
(석희) 대장
(광오) 밖에 관군들 깔렸나 확인하고 와
(서노) 예
(수근) 나 혼자이외다
아무한테도 안 알렸소이다
아직은
(서노) 그래도 확인해보고 오겠습니다
어찌 이리 빨리 찾았는가
궁금하시겠지요
(역) 고작 이런 조잡한 정보로
확실히 낱개로 보면
그다지 쓸데없는 내용이지요
(수근) 하지만 그것이 백 개가 되면
제법 쓸만한 정보가 됩니다
백 개를 이어 천 개를 만들고
(수근) 천 개를 이어 만 개가 되니
우렁각시의 동선 정도는 파악이 되더군요
그 동선에서 우리 복장을 하고 기다리신 겁니까?
여기서 멈추십시오
(수근) 당장 우렁각시를 해체시키셔야 합니다
(광오) 있어 봐
그럴 순 없습니다
왕의 폭정이 계속되는 한
우리의 일은 계속될 것입니다
단순히 의협심에서 하는 일이 아니지 않사옵니까
정말 노리는 것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까
[처연한 음악]
(채경) 왜 왕이 되려 하십니까
꼭
왕이 되셔야 하는 겁니까
[채경이 호 분다] (역) 까, 깜짝이야
늦으셨네요 [역의 멋쩍은 숨소리]
(채경) 그 꽃은 미안해서 들고 오신 제 선물이고요
(채경) 주상 전하께서도 선물을 주고 가셨습니다
혹시 아프신 데나
다치신 덴 없으십니까?
아니, 없어
(채경) 그냥
대군마마로 사시면 아니 되는 겁니까?
(서노) 밖은 이상 없습니다
제가 여길 발견했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겠지요
(수근) 바로 코앞까지 성상께서 다녀가셨는데도
이렇게 간 크게
(수근) 계속 거사를 도모하고 계시니 말입니다
숨을 장소는 얼마든지 또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수근) 하나 기댈 수 있는 마음은 한곳 뿐입니다
(수근) 대군께서 살아가시면서
진심으로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마음이
(수근) 그 곁이 어디일 듯싶습니까?
(수근) 편전에 있는 어좌입니까?
[의미심장한 음악]
(수근) 조만간
(수근) 도성 안팎에 통행금지령이 내려질 것입니다
불온한 벽서들 때문에 내린 조치지요
(수근) 덩달아 우렁각시들 소탕령도 내려질 것입니다
그 전에 우렁각시를 해산시키시고
채경이와 함께 시골로 떠나십시오
(수근) 그리 못하시겠다면
헤어지십시오
(수근) 제 여식을
역도의 아내로 살게 할 수 없습니다
(역) 무슨 짓이야?
(석희) 정말 이대로 가게 놔둘 거냐?
(광오) 좌의정 대감이시다
(광오) 외척의 거두시고
왕권파 대신이셔
(서노) 예, 채경 아씨를 믿는 것과
좌상 대감을 믿는 것은 별개입니다
(역) 그렇다고 지금 좌상 대감을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것이야?
(역) 채경이의 아버지시고
나의 장인어른이시자
이 나라의 충신이시다
함부로 무고한 백성들을 죽게 하실 분이 아니시다
(역) 혹시나 하여 너희들 얼굴도 안 봤다
(역) 만약
오늘 일로 무슨 일이 생긴다면 다 내가 책임진다
하니
보내 드려라
명령이다!
[불안한 음악]
[서노가 한숨을 뱉는다]
[문이 여닫힌다] (권씨) 대감
도대체 뭘 하고 오신 겁니까?
(권씨) 아니, 행색은 또 왜 이러십니까?
물 좀, 물 좀 주시오
예, 저
(하인) 대감마님 궐에서 사람이 나왔습니다요
[화면 강조 효과음]
이 시간에 말이냐?
[잔잔한 음악]
(수근) '숨을 장소는 얼마든지 또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 기댈 수 있는 마음은 한곳뿐입니다'
(역) 아, 이, 이건 말이다
(역) 그때 그, 기억하지? 동굴에서
독화살이라서 그런가
누가 뭐랬습니까?
(채경) 몇 년 전에 다친 상처라고 해도
대군께서 그런 거면 그런 겁니다
(채경) 믿는 건
제 의지대로 제 뜻대로 할 수 있으니까요
(채경) '저희 부부'
'도성에서 최대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정착해서 평범하게 살아가겠나이다'
(수근) '제 여식을'
'역도의 아내로 살게 할 수 없습니다'
[다가오는 발걸음]
[서노의 거친 숨소리]
다들 무사히 나갔습니다
아직은 다 잠잠하긴 한데
(서노) 형님
(광오) 역아
아무리 장인어른이라지만
이거 너무 무모한 거 아니냐?
이 사실을 부총관이 알게 되면 곤란해질 텐데
당장 은거지를 옮기든지
이제라도 좌상의 입을 막든지 택일하자
왜 아무도 물어봐 주지 않았느냐
내가 왕이 되어야 하는 이유
[석희의 난감한 숨소리]
그런 고민을 하고 증명하려는 거 자체가
이미 왕제란 뜻 아니냐?
(광오) 지금의 왕은 민심을 잃고 천심을 잃었다
심지어 자기네 권력을 유지할 수만 있으면
어떤 왕이라도 상관없는
(광오) 비리 대신들까지도 현왕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했어
다른 이유가 더 필요하냐?
형님은 적어도
백성의 목숨을 가장 귀하게 여기지 않습니까
[잔잔한 음악]
제 사람을 지킬 줄 아는 마음
형님이 왕이 되시면
조선의 백성 모두가 형님의 사람이 되는 것이니
(서노) 분명 형님은 잘해내실 겁니다
한데 정작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 하나 못 지키고 있다면?
(역) 채경이는 하루하루
[문이 드르륵 열린다]
(역) 자기한테 당최 어떤 위험이 닥치고 있는지도 모르고
[채경의 겁먹은 숨소리]
[입 막힌 비명을 지른다]
[채경의 입 막힌 비명이 계속된다]
나만 믿고
그렇게 감옥 같은 집에서 지내고 있는데
형님의 감시로도 모자라
이젠 어마마마께서 채경이한테 사람을 붙였다
뭐? 누굴?
명혜가 채경이 옆에 있어
아, 아니 명혜 낭자를 거기다 붙이시면
(석희) 이건 전쟁이지, 전쟁
(광오) 아니, 명혜 낭자가 은근히 독하시던데
부부인 마님이 괜찮으실까?
지난번에 옥사에 보내신 것도 대비마마신 겁니까?
옥사라니?
똑바로 말해, 무슨 일이야?
(서노) 아, 그게...
명혜 낭자가 옥사에 갇혀 있었습니다
(서노) 채경 아씨가 혹시나 우리에 대해 얘기할까 봐
감시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극적인 음악]
단순히 그건 아니었을 거다 [갓을 쓱 집는다]
(석희) 역아
[유모의 놀란 숨소리]
(유모) 아유, 아유, 우야면 좋노
오늘은 합방하시는 거 아니었습니까요?
(유모) 오늘도 각방인 줄 알았시믄
지가 옆에 딱 지키고 있는 긴데
(역) 이자가! [송 내관의 떨리는 숨소리]
이 집에서는 궁인이 몇 명인데
부부인이 사라지는 걸 몰랐단 말이야?
대군마마
어명이었더냐?
네
(송 내관) 도승지 영감의 명으로
어명이라 하셨사옵니다
오라버니는?
여기도 없어?
(명혜) 대체 어디 간 거야? 신채경도 없어졌어
채경 아씨 옆에
정체를 숨기고 계시는 게 사실입니까?
(서노) 그때 옥사에서도
채경 아씨를 죽이러 가셨던 겁니까?
그걸 왜?
갑자기 왜?
맞습니까?
[애잔한 음악]
형님께 말씀드렸습니다
뭐?
(서노) 이번에도
여차하면 그러실 작정이셨습니까?
가여우십니다
[속상한 한숨을 뱉는다]
[내관들이 문을 드르륵 연다]
조심하십시오, 좌상
말 한마디에 좌상의 목을 거셔야 될 겝니다
또 무슨 수작을 부리신 게요?
[사홍이 야비하게 웃는다]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제가 딱히 수를 부리는 건 없소이다
늘 좌상과 좌상의 영애가
자초한 것이지요
[긴장이 감도는 음악]
좌상
정녕
과인을 속인 것이오?
그게
(수근) 어인 말씀이시옵니까?
어쩐지
(융) 경이 어마마마와 함께 있는 모습을 봤을 때부터
내 불안했었소
- (수근) 전하 - 진성대군에 대해
언제 알았소?
궁에 그 진상품을 끌고 들어오기 전에
살아있는 걸 알았소?
오호라
알고 있었던 게로군
(융) 과인도 확실히 몰랐거늘
경은 알고 있었어
(융) 다 알면서
과인을 속이고 능멸하고
(수근) 전하, 송구하옵니다
소신, 전하를 능멸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사옵니다
(수근) 짐작만 했을 뿐 확실한 것이 아니라
섣불리 아뢰지 못하였었나이다
또 뭘 알고 있소?
그 녀석이 하려는 일이 뭔지
혹 알고 있소?
그 녀석이 지금 뭘 하고 다니는지
하면 이건 어떻소?
경의 여식, 채경이 말이오
채경이의 몸에
혹 문신 같은 게 있소?
[불안한 음악]
전하
그건 어찌 물으십니까?
아바마마의 밀지가 있는 장소가
여인의 몸에 문신으로 새겨져 있다 하더이다
(융) 혹, 그 여인이
채경이가 아니오?
(융) 만일 채경이라면
아바마마께서는 20년 전부터 경과 함께
(융) 진성대군을 왕으로 옹립하려는 계획을 세운 거겠지
과인이 가장 의심하지 않을 신하의 여식 몸에
문신을 새겨서
전하, 천부당만부당하옵니다
소신, 결단코 그런 일은 없사옵니다
믿어주시옵소서
그래?
채경이는 절대 아니다?
예, 그렇사옵니다
난 이제 경의 말도 못 믿겠소
전하
(사홍) 그래서 소신이
이 일의 진위를 밝혀줄 사람을 대령시켰사옵니다
들라 해도 되겠습니까?
들라 하라
[잔잔한 음악]
[역이 말을 모는 기합]
전하
[긴장되는 음악]
(채경) 전하를 이리도 횡포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입니까?
밀지만 없애면
어심이 다시 평안해지시는 겁니까?
(채경) 다시 되돌리실 수 있사옵니까?
(융) 밀지를 없애면
과인의 자리가 안전해지겠지
그 녀석의 욕심도 꺾이겠지
(수근) 전하, 제 여식은 아무것도 모르옵니다
(융) 하니
지금 그걸 확인하자는 것 아니오?
(융) 신씨 가문 부녀가 진정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지
아니면
다 알면서 과인을 기만하고 있는지
확인하시겠사옵니까?
벗겨라
전하
[채경의 당황한 숨소리]
채경아! [호위무사들이 칼을 챙 뺀다]
(채경) 감히 어디다 손을 대는 것이오? 물러서시오
계속하거라
전하
숙원!
내가 하겠소
(채경) 전하께서 꼭 전하의 눈으로 보셔야만
저를 풀어주시겠다면, 예
기꺼이 그리하지요
이게 무슨 짓입니까? [칼을 챙 빼 든다]
[긴장되는 음악]
이제 괜찮아
어쩌시려고요?
너야말로 무슨 짓이냐?
(융) 이 밤에 연통도 없이
제가 형님께
이별 선물을 갖고 왔사옵니다
이별 선물?
제 아내가 전하께 친히 청을 올리지 않았사옵니까
(역) 저희 부부가 낙향해서 살게 해달라고요
무슨 그런 섭한 소릴 다 하느냐
왕이 되어야지
저는 형님과 다릅니다
저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을 아프게 하면서까지
왕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네놈이! [탁]
[박진감 넘치는 음악]
(사홍) 막아라, 뭣들 하느냐
어서 진성대군을 죽여라! [호위무사들의 기합]
멈춰라!
선왕의 밀지를 받드시오
[고조되는 음악]
밀지?
정녕 네가
네가 그것을 찾아온 것이냐?
'진성대군이 성인이 되는 날'
(역) '이융은'
'왕위를 진성대군에게 선위하고'
'상왕으로서 아우를 보좌하라'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융이 허탈한 듯 웃는다]
(융) 아바마마께서 결국
다 죽일 것이야
모조리 다!
아니 되옵니다, 아니 되옵니다 아니 되옵니다, 전하
네가
(융) 네가 정녕
밀지를 저 녀석에게 준 것이냐?
(융) 내가 아니라
역이 저 녀석한테?
전하
저 녀석을
정녕 왕으로 세우고 싶단 말이오?
아니옵니다, 전하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이시옵니다
(수근) 선왕 전하의 뜻이 어찌 되었든 간에
소신에게 주군은 오로지 전하 한 분이시옵니다
(사홍) 전하! 고정하시옵소서
(사홍) 아직 끝난 것이 아니옵니다
선왕 전하의 유지가 있다 해도
시시비비를 가려서
그럴 필요 업소
저는 제 것만 갖고 가면 됩니다
말씀드렸잖습니까
채경이와 낙향하겠다고
[쓸쓸한 음악]
무어라?
(역) 왕은
하늘이 내리는 것이라지요
(역) 예
예상하신 대로
채경이한테 밀지가 있었사옵니다
그건 어쩌면
하늘이 형님께 주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사옵니다
(역) 아직은 하늘이 형님께 기대한다는 증거
백성들이
얼굴을 모르는 우렁각시들을 기다리지 않게
(역) 여기 이 궁에 계신 임금님께서
지금이라도 통치를 잘해달라는 하늘의 간곡한 뜻
누구보다도 채경이가 그걸 바랐사옵니다
(채경) 임금님께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실 순 없는 겁니까?
(채경) 현왕이신 형님을
좀 더 믿고 보필하여 선정을 베풀 수 있도록
(채경) 기다려주시는 게 백성이자
신하의 도리 아닙니까?
그럼 약조하십시오
대군께서 왜 왕이 되셔야 하는지
그 이유를 찾기 전엔 절대
(채경) 이걸 왕이 되시는 데 쓰시지 않겠다고요
한데 왜 주는 것이냐?
(채경) 대군마마가 하시는 일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기에
대군마마를 살릴 수 있는
최후의 방편으로 드리는 것입니다
하여
형님께 한 번 더 기회를 드리고자 하옵니다
나 진성대군 이역은
선왕이신 아바마마의 유지를 받들어
왕위를 계승한다
[웅장한 음악]
[융의 분한 숨소리]
(역) 그리고 지금
그 왕위를 다시
형님께 선위한다
적고 있소, 사관?
(사관) 예, 예, 전하
이게 제 답이옵니다
멈추어라
허락
못하겠다면?
죽이십시오
(역) 하나 저를 죽인다 하더라도
형님께서 원하는 건 얻지 못하시옵니다
저는 귀신이 돼서라도
채경이와 함께할 테니까요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애잔한 음악]
(역) 헤어지기 싫다
(채경) 계속 같이 있어 놓고
앞으로도 계속 같이 있을 텐데요, 뭐
(역) 손을 놔줘야 가지
(채경) 제 손인 줄 알고 [행복하게 웃는다]
(서노) 보십시오, 형님
[서노의 기합] (서노) 왕은 바뀌지 않습니다
(역) 아무 일 없었느냐? 어딜 갔다 온 것이야
(채경) 저 여기 있습니다
(역) 우리 슬프고 괴로웠던 건
다 여기 두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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