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의 왕비 17
[주제곡]
[의미심장한 음악]
(수근) 집행하라
[망나니의 기합 소리] [칼로 서노를 휙 벤다]
(채경) 아버지!
(수근) 채경아
네가 왜 여기 있느냐 왜 돌아왔어?
무슨 일이 있어도 돌아오지 말라고 아비가 신신당부하지 않았느냐?
이러시려고 저희를 그리 급히 보내신 겁니까?
(채경) 기근에 허덕이는 백성들에게 쌀을 나눠주었습니다
여기저기서 긁어모은 정보들을 바탕으로
썩어빠진 권신들의 비리를 폭로했을 뿐입니다
그 후에 어떤 계획이 있다 한들 아직 거기까지 가지도 않았습니다
해산한다 했다고요
내가 하지 않았으면
금상께선 더더욱 깊은 의심과 배신감으로 절망하셨을 게다
이미 임금님께선 선을 넘어버리셨습니다
한데, 아버지께선 주군이라는 이유만으로 감싸고 돌고 계십니다
혹 저 때문입니까?
이 모든 게 다 저와 대군을 불러들이기 위한 겁니까?
[채경의 다급한 숨소리]
(수근) 채경아!
(관군) 좌상 대감, 큰일 났습니다
(채경) 대군마마, 대군마마!
채경아
(사홍) 역도의 아내다, 붙잡아라
- (채경) 역도라니요? - (역) 놔!
무슨 일입니까? 대군마마
당장 거기서 손 떼!
[당황한 숨소리]
진성대군은 의금부 옥사에 가두고 부부인은 궐문 앞 당직청으로 데려가라
(관군들) 예
- (채경) 대군마마 - (역) 안 돼, 놔
- (채경) 대군마마 - (역) 놔
그 누구의 말도 믿지 말고 난 아무 짓도 안 했어, 채경아
대군마마! 대군마마!
(역) 이거 놔, 채경아!
이거 놔 [채경의 힘주는 숨소리]
이게 무슨 일입니까? 대체 무슨 짓을 꾸미는 것이오?
방금 진성대군이 주상 전하를 시해하려고 했소
한데 이렇게 큰소리를 치다니 상황 파악이 그리 안 되시오?
- (사홍) 끌고 가 - (관군) 예
[문을 덜그럭 잠근다]
[멀어지는 발소리]
[역의 낙담한 숨소리]
[쓸쓸한 음악]
[융이 칼을 쓱 잡아당긴다] (역) 형님
(사홍) 전하, 역모다!
[놀란 숨소리]
[아파하는 신음] 잘 가거라, 아우야
[긴장되는 음악] 나를...
죽이시려는 거군요
기어코 나를...
죽이시겠다?
(융) 하나 너는 약조를 지키지 않았으니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그 누구의 말도 믿지 말고 난 아무 짓도 안 했어, 채경아
[낙담한 한숨]
전하, 전하께서 말씀하신 대가가 이겁니까?
(수근) 전하께선 괜찮은 것이오?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이오?
[문이 드르륵 열린다]
[수근의 의아한 한숨]
(수근) 전하, 이게 다 어찌 된 일이옵니까?
전하께서 음습을 받고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왔사온데
왜? 과인이 생각보다 멀쩡하여 당황스럽소?
이게 다 경들이 진성대군을 제대로 잡지 못해 벌어진 일 아니오?
(융) 하여 과인이 친히
역도를 잡을 명분과 증좌를 만들어주었소
[의미심장한 음악] 전하, 설마...
이제 진성대군을 죽일 명분이 없다느니, 증좌가 부족하다느니
그런 소리 못 하겠지 아니 그렇소, 좌상?
왜 그런 눈빛으로 과인을 보는 것이오?
왜 그런 경멸 어린 표정으로 과인을 보냐는 말이오?
어찌 다른 사람도 아닌 경이 그런 눈빛으로 과인을 보는 것이오?
옥체는 무고하시옵니까?
듣기 싫소, 썩 물러가시오!
경이 과인을 속이고 책임을 다하지 않아 생긴 일이니
경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오
당장 벼슬을 내려놓고 사저로 돌아가 근신하시오
과인의 허락 없이는 함부로 집 밖에 나오지 못할 것이오
어명을 받잡겠나이다
[고조되는 음악]
[문이 드르륵 열린다]
당장 의금부로 가야겠다
(상궁) 대비마마, 고정하시옵소서
의금부 관군들이 일절 출입을 금한다고 합니다
감히 누가 내 앞을 막는단 말이냐, 감히! [자순대비가 책상을 탁탁 친다]
(상궁) 대비마마
[자순대비의 힘겨운 숨소리] 그럴 리가, 누명일 것이다
[책상을 탁탁 치며] 역이가 그렇게 무모한 행동을 할 리가 없어
[거친 숨소리]
(대신들)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대신1) 전하, 혈육의 정을 생각하시어 목숨만은 구명하여 주시옵소서
그러하옵니다, 전하
(대신2) 본디 나라의 종친은 극형으로 다스릴 수 없으니...
참 애들 쓰십니다 듣는 사람도 없는데
[혀를 끌끌 찬다]
[못마땅한 숨소리]
[애달픈 음악]
(어린 역) 어명?
(융) 이렇게 칼까지 들고 내 앞에서 설쳐주니 내 피가 끓는구나
(사홍) 역모다! 진성대군이 전하를 죽이려 한다
[거친 숨을 몰아쉰다]
[무거운 음악]
[떨리는 숨소리]
어떠냐? 내 연기가
[역이 분에 겨워 고함친다]
[억울한 숨소리]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묻고 싶은 게냐?
너를 제대로 죽일 명분이 필요했다
세상에 너를 제대로 죽여서
다시는 그 누구도 내 앞에서 네 이름을 꺼내는 일이 없게
확실히 너를 지울 방법이 필요했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십시오
그런다고 제 존재가 사라지겠습니까?
어떻게까지 이렇게 참혹한 짓을 하십니까?
예?
이젠 절대로, 절대로!
다시는 형님을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용서?
[코웃음] 우습구나
누가 너한테 그럴 기회라도 준다더냐?
내 이제 곧 네 숨통을 끊어놓을 것인데
날이 밝는 대로 널 처형대에 세워 능지처참으로 다스릴 것이야
반드시 저를 죽이셔야 할 겁니다
아니면!
제가 형님을 죽이게 될 테니까요
여전하구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힘없는 왕제 주제에
눈빛과 목소리에 힘만 잔뜩 넣고 대거리를 하는 게
대체 몇 번을 더 죽어봐야 철이 들겠느냐? 쯧
[역의 처절한 숨소리]
[분노에 찬 신음]
[거친 숨소리]
(사홍) 전하, 잘하셨사옵니다
진성대군은 진작에 꺼뜨렸어야 할 불씨였사...
(융) 채경이는? 어디 있느냐?
아, 예, 당직청에 있사옵니다
(김 내관) 부부인께서는 좀 어떠신가?
(상궁) 반쯤 넋이 나가셔서는 밤새 저러고 미동도 없으십니다
물 한 모금도 삼키지 못하시고 다 뱉어내시고요
[옅은 한숨]
(채경) 전하
(융) 감히 역적의 아내가
어디 함부로 하고 싶은 대로 하려고 하느냐?
과인이 용서하거나 과인이 죽이고 싶을 때까지
너는 여기서 사는 것도 죽는 것도 네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전하
그것이 과인이 너에게 주는 형벌이니라
차라리 죽여주시옵소서
죽는 건 너무 쉽지 않느냐?
네 남편이 죽는 걸 보고 난 후에 그때 생각해보마
내일 아침 소의문 앞에서 능지처참으로 다스릴 것이야
[애절한 음악] 전하
왜? 또 살려달란 말을 하려고 하느냐?
[슬픈 숨소리]
(채경) 전하
전하의 어명으로 혼인하여 제가 졸지에 역도의 아내가 되었나이다
이 일에 전하의 책임도 없다 하시지 못할 것이옵니다
하니, 저와 제 가족을 위해서라도
대군께서 역모죄로 죽는 일만큼은 막아주시옵소서
(채경) 역모죄는 삼족을 멸하는 중죄이옵니다
제가 대군과 혼인한 이상
그럼 저와 제 가족 모두
노비가 되거나 죽어야 되는 상황 아니옵니까?
그래, 네 말도 일리가 있구나 과인의 책임도 있어
하면 어쩐다?
저번처럼 유배를 보냈다간 또 무슨 꼴로 돌아올지 모르겠고
[채경의 옅은 숨소리]
제가 평생 전하의 곁에 있겠나이다
제가 전하의 곁에 볼모로 잡혀 있는 한
대군께서도 함부로 행동하지 못할 것이옵니다
볼모라?
전하께서 안심하실 때까지 설사 그게 평생이라도
제가 전하 곁에 남겠나이다
기껏 그 약조를 믿고 살려주었더니
네가 탈출하거나 그 녀석이 널 구하겠다고 오면 어쩌느냐?
이제 과인이 널 믿을 수 없게 돼서 말이다
말 따위에 기댈 것이 아니라 다른 조치를 취해야겠는데
그래, 단근형이 좋겠구나
[놀라는 숨소리]
발꿈치의 힘줄을 잘라내면 평생 제 몸 하나 간수하기 힘들 것이니
역모는 꿈도 못 꾸겠지
[떨리는 목소리로] 전, 전하
절도범을 다스리기 위한 형벌이니 역이에게 딱이지 않느냐?
(융) 내 것을 훔치려 하였으니 말이다
내 자리, 내 사람, 내 삶
그도 싫다면 죽는 수밖에
살려만 주시옵소서
[어두운 음악]
[비통한 숨소리]
알았다
[광오와 석희의 당황한 숨소리]
(명혜) 어떻게... 그 형벌을 어찌 견디겠다고요?
단근형입니다 평생 불구가 된다고요
(석희) 파옥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저러다 왕이 마음 바뀌어서 발목이 아니라
숨통을 끊어놓겠다 나설 수도 있습니다
아니, 탈옥도 문제지
부부인 마님과 대비마마께서도 궁에 계시니까
어떻게든 살릴 방도를 찾아야지
[날카로운 새소리]
[문이 끼익 열린다]
[의미심장한 음악]
(역) 채경아
놔
전, 전하! 제, 제 아내는 아무 잘못이 없사옵니다
제 아내, 제 아내를 처소로 돌려보내 주시옵소서
역도의 아내다
그 자체로 죄를 지었느니라
[간절한 숨소리]
하니 그 대가가 어떠한지 직접 두 눈으로 지켜봐야지
그래야 다시는 허튼 생각을 하지 않을 게 아니냐?
[역의 분노에 찬 숨소리]
전하!
[역의 절박한 숨소리]
아니, 형님!
채경이한테는 너무 가혹한 일이옵니다
제발, 제발, 제발
[절실한 숨소리]
(역) 가, 가
(융) 어찌하겠느냐?
[결연한 숨소리]
[역의 만류하는 숨소리]
보겠습니다
보겠다는구나
[분노에 찬 숨소리]
(사홍) 이역은 왕을 다치게 한 대죄를 저질렀으나
선왕의 직계 후손이고 이 나라의 종친으로서
극형에 처할 수 없는바 단근형으로 다스린다
[채경의 슬픈 숨소리]
[성난 숨소리]
집행하라
대군마마, 버티십시오
[걱정스러운 숨소리]
[칼로 살을 휙 벤다] [역의 고통스러운 신음]
(채경) 지켜봐야지요 그래야 잊지 않지요
기억할 겁니다, 오늘 일을
[괴로운 숨소리] 주상 전하의 만행을
대군마마의 고통을
제 어리석음을
(사홍) 죄인 이역은
앞으로 왕실 사람들과의 사사로운 만남을 금한다
죄인 이역의 아내인 신씨는 이역의 충심이 증명될 때까지
별궁에 유폐시킨다
진성대군 이역을 폐서인하여 자자손손이 영구히 서인이 되게 하니
[자순대비의 가쁜 숨소리] 왕실에는 종신토록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옅은 기침]
(광오) 이제 정신이 좀 드냐?
역아, 여기 어딘지 알겠어?
집
[옅은 숨을 몰아쉰다]
우리 집이네
[광오의 안도하는 한숨]
한데...
채경이는?
친정에 갔어?
궁에 있다
너 대신에 궁에 잡혀 있어
너 목숨 구해준 대가로 그러기로 했대
[애잔한 음악] 누가? 왜, 대체 왜?
[역의 아파하는 신음] (광오) 역아
(석희) 역아
[아파하는 신음] [절망스러운 숨소리]
[체념한 웃음]
[역이 바닥을 내려친다]
[역이 분에 겨워 고함친다]
(송 내관) 부부인 마님, 송 내관이옵니다
[문이 드르륵 열린다]
전하께서 보내셨나이다
놓고 가게
저...
혹시 다른 연락은 없었는가?
아버지나 어머니 아니면 대군마마라도
별다른 연통은 없었사옵니다
[문이 드르륵 닫힌다]
[놀란 숨을 고른다]
채경아
서방님, 일어나셨습니까?
채경아, 어떻게 왔어?
서방님께서 다치셨는데 어떻게 안 와봅니까?
[애잔한 음악]
[역의 반가운 숨소리]
상처는 많이 아물었습니다
다행입니다
그럴 리가 없다
잘 보거라, 나 아직 많이 아프다
그건 발목이 아니라 마음이 아픈 겁니다
마음이 아픈 게 나으려면 저를 어서 빨리 데려가 주셔야 하고요
저를 계속 이렇게 혼자 두실 겁니까?
혼자 두다니?
우리 이렇게 같이 있지 않느냐?
이건 꿈이니까요
우리가 이렇게 가까이 있을 수 있는 건
꿈이니까 그런 겁니다
(역) [더듬대며] 안, 안 돼
그러니까 어서 쾌차하셔야 합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안 돼 가지 마, 채경아, 응?
안 돼
[몽환적인 효과음] [역의 놀란 신음]
[낙심한 숨소리]
(유모) 마마
일어나셨습니까?
또 악몽 꾸셨습니까?
몸만 회복되면 뭐 합니까? 이 마음이 단단해져야지
(유모) 얼른 드시소 마
와, 와 그래 보십니까?
자네
내가 많이 밉겠군
채경이에게 그런 고초를 겪게 하는 내가
말해 뭐 합니까? 내 진짜 미버 죽겠십니더
(유모) 아고, 거짓말을 못 해가
그래도 우리 아씨가 믿을 분은 대군마마뿐이시니 지도 믿어야지요
(유모) 얼른 드시소 마 [식기를 덜그럭댄다]
[잔잔한 음악]
(원종) 미리 형 집행인을 매수하여 힘줄까지는 끊어내지 않았사옵니다
상처가 낫는 데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걸으실 순 있으실 것이옵니다
[속상한 숨소리] 역아
[융의 술에 취한 신음]
소자, 오늘도 꿈에서 역이를 봤습니다
예, 늘 그랬듯이 또 죽였고요
그 녀석이 좀 지독합니까? 죽이고 죽여도 계속 나타납니다
[긴장되는 음악] 녀석을 없앨 방도를 혹 아시면 말씀 좀 해주십시오
이러다 소자가 죽겠습니다
다 나 때문입니다
5년 전에도 이번에도 내가 역이를 죽게 만든 겁니다
말로는 주상한테 모자지정을 끊자 말했지만
그래도 역이를 살려주겠다는 주상의 말을 믿었어요
적어도 그때까진 내가
역이만의 어미가 아니라 주상의 어미이기도 했으니까요
한데, 그 믿음을 깨고 역이를 사지로 몰더니
이제는 또!
예나 지금이나 주상은
그 의심과 횡포한 성격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을 겁니다
평생 고독과 병중 속에서 살게 될 거예요!
[융의 떨리는 숨소리]
살고 싶으시면 그 입...
닥치십시오
[문이 드르륵 열린다]
[놀란 숨을 몰아쉰다]
(자순대비) 역이를 살려주겠다는 주상의 말을 믿었어요
적어도 그때까진 내가
역이만의 어미가 아니라 주상의 어미이기도 했으니까요
과인의 어미셨다고요?
아니요, 어마마마는 그런 적이 없습니다
늘 역이가 먼저셨지요
나도 내 어미를 살려야겠습니다
[무거운 음악]
전하, 찾으셨사옵니까?
지금 당장
내 어미를 사지로 내몰았던 그 계집들을 데려오거라
예
[귀인들의 신음]
(채경) 그날 이후, 임금님은 스스로 괴물이 되어갔다
[귀인들의 놀란 신음]
(엄 귀인) 이게 뭐 하는 짓이냐?
[귀인들의 겁먹은 숨소리]
쳐라
- (안양군) 전하! - (봉안군) 전하!
(융) 무얼 하느냐?
치라니까, 응?
- (안양군) 전하 - (봉안군) 전하
(융) 자
(채경) 아무도 막을 수 없고 종잡을 수 없는 폭주가 시작되었고
[몽둥이로 퍽 때린다] [귀인들의 신음]
[매질이 이어진다] [귀인들의 신음]
(채경) 궁궐 안팎에 피바람이 불었다
[죄수의 놀란 비명]
(융) 내 어미는 사약을 받고 오장육부가 뒤틀려 죽었는데
[융이 계속 말한다] (채경) 조정의 대신들은
조선이 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었고
백성들은...
자신을 지켜줄 나라와 임금을 잃어버렸다
두려우시지요?
[녹수가 잔을 내려놓는다]
폐비 논의에 가담한 정 귀인과 엄 귀인을 모두 죽이셨으니
이제 대비마마의 안전도 보장하지는 못할 겁니다
말씀이 지나치시오
대체 내가 이런 일들을 전해주는 저의가 무엇이오?
[가벼운 웃음] 저의라뇨?
저는 단지 부부인께서 이곳에 갇혀 적적하실까 하여
바깥소식도 전할 겸 수다나 떨려고 온 것입니다
필요 없으니 다신 찾아오지 마시오
그래도 진성대군의 모친인데
대비마마의 소식 정도는 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비마마는 전하의 어머니기도 하오
- (채경) 어찌... - (녹수) 아직도...
전하를 모르시겠습니까?
혹여, 대비마마를 지켜달라 함부로 기어오르지 마십시오
예전의 금상이 아니십니다
[아련한 음악]
(유모) 그러지 말고 한술 뜨이소
(채경) 아버지께서는요
집밥이 맛있는 건 어머니 때문이라고 하셨어요
가족을 위한 마음이 담겨 있어서 솜씨랑 상관없이 맛있는 거라고요
전 대군마마도 그러셨으면 좋겠어요
반찬이 맛있어서가 아니고
제가 한 반찬이라서 맛있었으면 좋겠어요
[슬픈 숨소리]
지도 우리 아씨 많이 보고 싶습니더
(석희) 대군마마
[역이 슬픈 숨을 들이마신다]
(유모) 아이고
아유, 밖에서 들어오믄 되지 와 나갈 생각을 하는교?
[문이 드르륵 닫힌다]
그래, 상황은 좀 어때?
아유, 야, 말도 마라
폐비 일로 사람들 줄줄이 죽어 나간 지 얼마나 됐다고
이젠 또 막 뇌물 수레가 줄줄이 그냥...
역이가 그렇게 남들 다 아는 걸 묻는 것이냐?
그럼?
뭐 더 나아진 건 없다
부부인 마님께서도 여전히 별궁에 유폐되어 계시고
왕의 허락 없인 아무 데도 못 간대
대비전 감시야 말할 것도 없고
[석희의 깨닫는 신음]
아, 대비마마께서 편찮으시다는...
[광오가 숨을 씁 들이마신다]
뭐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기력이 많이 쇠하신 모양이야
심각한 건 아니고
[걱정스러운 숨소리]
[깊은 한숨]
이번에 전라 감사가 된 이기웅이
(녹수) 성은에 보답하는 의미로 귀한 사슴 꼬리를 올려보냈나이다
이것은 이번에 종사관으로 승진한 최찬이 바친 오골계이옵니다
상전, 역이는 어찌 지내는가?
예, 불편하신 몸으로 나름 적응하려고 노력하신다 들었사옵니다
가끔 들여다봤어야 했는데 과인이 너무 무심하였어
역이에게 가보거라
다리는 어떤지, 걸음을 또 어떠한지 내 궁금하구나
[비밀스러운 음악]
[김 내관이 숨을 씁 들이마신다]
[하인이 쓱쓱 비질한다]
[하인의 놀란 신음]
(역) 괜찮으니 가보게
[역의 거친 숨소리]
[나지막한 비웃음]
[거친 숨소리]
[힘겨운 숨소리]
(역) 전하, 또 심심해지신 모양이로군요
사람을 또 보내신 걸 보니
(유모) 아이고, 더버라, 더버라, 더버 죽겠네
[김 내관의 놀란 신음] 아이고, 더버 죽겠네
뭐가 이렇게 알짱거리노? 어이구, 쥐새낀가?
어? 어이고, 작기나 작나
[김 내관의 불평하는 신음] 어이고, 말도 하네?
[유모가 소금을 뿌린다] [김 내관의 못마땅한 신음]
[풀벌레 소리]
[무거운 음악]
[깊은 한숨]
(서노) 하루빨리 왕이 되십시오
왕이 되시면...
[훌쩍인다] 남아있는 사람들은 지킬 수 있습니다
저한테, 우리한테 왕은 가족을 죽인 살인자에 [칼로 서노를 휙 벤다]
백성을 핍박하는 무능한 군주일 뿐입니다
(역) 네 말이 맞다 왕은 더 이상 가망이 없다
기필코 왕을 내 손으로 없애 너의 한을 풀어줄 것이다
(송 내관) 주상 전하 납시옵니다
(채경) 주상 전하를 뵈옵니다
어떠냐, 여기가 마음에 드느냐?
그래도 모르는 궁인들보단 안면이 있는 저들이 나을 것 같아
이곳에 머물라 하였다
(채경) 이제 임금님을
예전 같은 마음으로 볼 수가 없사옵니다
많은 도움을 받고 있사옵니다
[아련한 음악]
내일 또 오겠다
(송 내관) 주상 전하 납시옵니다
(채경) 주상 전하를 뵈옵니다
앉거라
또 오겠다
[문이 드르륵 열린다]
[문이 드르륵 닫힌다]
[의미심장한 음악]
(광오) 아, 왕의 근위대는 선정관청과 그리고 내금위, 호위청
이 모두를 포함해서 대략 2천 정도다
그중에서 입직하는 자가 400~500명
왕의 최측근에서 호위하는 무사들이 100여 명
일당백 하는 놈들이야
최후에 맞설 놈들이겠군
오위도총부는 거의 오라버니 편에 선다고 봐도 무방해
궁궐에 방위를 담당하는 오위장 12명과 부장 25명 중에
반 이상이 외숙부님과 성 대감 측 사람들이거든
(광오) 하, 근데 문제는 병조의 병력인데 이 병력들이 궁궐로 들이닥치게 되면
우리 우렁각시와 오위부 병력만으로는 감당하기가 힘들다
그러면 끌어내야지
궐 밖으로, 되도록 도성 밖으로
[옅은 한숨]
내일 또 오마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시옵니까?
아니다
하면 어찌 이리 매일같이 여기에 오시는 것이옵니까?
혹 불안해서 그러시옵니까?
혹 대군께서 여기 오시기라도 했을까 봐요?
그놈이 어찌 여기를 온다는 것이냐?
걷지도 못할 것을
[애잔한 음악]
그저, 네가 여기에
과인 곁에 있다는 게 신기해서 오는 게다
매일 확인하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어서
그동안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서 외면하고 있었사옵니다
전하의 눈을 마주 볼 수가 없어서요
(채경) 하오나, 전하
정녕 저를 여인으로 마음에 품으셨다면
저와 대군을 혼인시키지 않으셨어야 하옵니다
하면, 적어도 우리가
벗으로 가족으로 남을 수 있지 않았겠사옵니까?
그랬으면 역이와 혼인하지 않았을 것이냐?
혼인을 못 한 채로 서로를 그리워하며 사는 것보다
혼인해서 서로 증오하고 원망하게 만드는 것이
더 유리한 거겠지
하오나, 전하 [떨리는 숨소리]
[채경의 깊은 한숨]
용무가 없으시면 너무 자주 찾아오지 마시옵소서
제가 곤란하옵니다, 불편하옵니다
과인이 불편하다?
예
어찌하여?
언젠가는 전하께서 저를 죽이실 거니까요
내가 왜 너를 죽인단 말이냐?
저는 전하께서 잘못되셔도 죽습니다 전하의 가족이니까요
[잔잔한 음악]
저는 대군께서 잘못되셔도 죽습니다 대군의 아내니까요
[채경이 훌쩍인다]
아마 저는 죽어도 온전히 죽지 못하고 살아도 온전히 살지 못한 채
이생을 살아가게 될 것이옵니다
(채경) 하오니, 전하
제게 기대하지 마시옵소서
제겐 죽은 마음 말고는
드릴 게 없사옵니다
[떨리는 숨소리]
내게 줄 수 있는 게 죽은 마음밖에 없다?
(채경) 그렇게 반쯤은 죽은 채로 대군마마를 기다린다
대군께서 다시 오실 때 그땐 나도 선택을 해야 할 터
누구의 사람으로 살다 죽을 것인지
[긴장되는 음악]
(우렁각시) 지방에서 우렁각시들이 보내온 소식입니다
(역) 전라도에서 귀양살이를 하고 있는 유빈, 이과, 김준손 등이
군사를 일으켜 거사를 도모하려 합니다
무슨 일이오?
지방에서 반란군들이 쳐들어온다 합니다
금상을 치려는 것입니까?
[반란군의 기합 소리]
[반란군이 소리친다] [죄수들이 술렁인다]
(죄수) 살려주시오, 살려주시오
[죄수들이 웅성거린다]
(원종) 금상의 눈 밖에 나서 지방으로 좌천되거나 유배된 인사들이
각 지역의 수령들과 손을 잡고 병력을 모아서
도성으로 진격하기 시작했다 합니다
금상을 치고 조정을 장악하려는 것이겠지요
반란군들이 도성에 들어오는 데까지 시간이 얼마나 남았나?
(우렁각시) 며칠, 길게는 이레 짧게는 사나흘 안쪽입니다
[순정의 못마땅한 헛기침]
지금 병력을 규합해서 방어하기에도 촉박한 시간입니다
이대로라면 내전이 벌어질 상황이 아니외까?
도성은 물론 궁에 피바람이 불 것이외다
하니, 그전에
우리도 마음을 정해야 하지 않겠소이까?
이렇게 넋 놓고 있다가 반란군에게 선수를 빼앗기면
그간 중앙 조정에서 요직을 차지하고 있던 우리 모두
숙청 대상이 될 테니까
[대신들의 헛기침]
[헛기침]
주상 전하께옵서 옥체가 미령하시어 오늘 조회는 없소이다
[대신들의 언짢은 헛기침]
급히 고할 일이 있거든 나한테 말씀들 하시지요
[순정의 못마땅한 헛기침]
그렇다고 도승지한테 국정을 보고할 수는 없지 않소?
[사홍의 코웃음]
글쎄? 뭐 나를 통하지 않고서 어찌 국정을 논할 수 있을지
(사홍) 한번 두고 봅시다 [순정의 마뜩잖은 헛기침]
이러니까 지방에서 반란이 일어나는 게 아닙니까?
[긴장되는 음악]
지금 반란이라고 하셨소?
예, 지방 곳곳에서 반란의 기미가 보인다 합디다
도성이 털릴 날도 머지않았소이다
[순정의 못마땅한 헛기침]
(자광) [더듬대며] 대, 대감
아, 저, 저...
(대신) 영감
서둘러 처리하지 않으면 곤란한 일이라
주게
"상소"
반란이라
'지방 수령들의 수탈이 심하여...'
'이는 모두 지방관과 중앙의 벼슬아치 임 아무개가 짜고...
[사홍의 시큰둥한 신음]
내가 금상께 말씀 올리지
이런 시시콜콜한 것까지 금상께서 알아야 할 필요는 없지
[나지막한 웃음]
[깊은 한숨]
(명혜) 외숙부님
명혜 왔구나
그래, 원행 갔던 일은 잘 끝났느냐?
예
[고민하는 숨소리] (명혜) 한데, 무엇을 그리 걱정하십니까?
너도 들었겠지, 반란군 말이다
생각보다 세가 크다 자칫하다간 우리도 위험할 수 있어
굶주린 백성들에게
나쁜 권문세가가 따로 있고 좋은 권문세가가 따로 있겠느냐?
그 일이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대군마마의 작전이 성공한 것 같습니다
적을 속이려거든 아군부터 속이라고 했지요
[긴장되는 음악]
대군마마, 어찌 저한테까지 이 계획을 숨기셨습니까?
부총관께선 계속 속아주십시오
대군마마
지방에서 규합된 반란군의 규모만 벌써 소문으로 1천입니다
도성으로 진입을 하면 오위부의 병력과 합쳐져서
내금위 병력을 훨씬 뛰어넘는 대군이 되겠지요
그 규모에 놀란 사람들이 목숨이 아까워서 도망치겠지요
그럼 궁은 텅 빌 테고요
예, 그 틈에 궁에 잠입하여 왕과 담판을 지을 생각입니다
(역) 부총관과 성 대감은 오위부 군사들로 내금위군만 잘 막아주시면
제가 왕을 제압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을 테니까요
한데 우리 반정파 대신들한테까지 숨기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역의 고민하는 숨소리]
그건...
배신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반정에 가담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하나같이 굳건할 수 있겠습니까?
세상에 없던 일을 하려는 것인데 겁을 먹는 게 당연히 인지상정이지요
그렇다고 정말 누구 하나라도 배신할 경우엔 우리 모두가 죽습니다
하여, 반정에 적극적으로 협조를 하지 않으면
반란군의 손에 죽을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심어주려는 것입니다
하면 함부로 허튼 생각을 못 하겠지요
사람은 누구나 제 목숨을 가장 중히 생각할 테니까요
하면, 끝까지 숨기실 작정이십니까?
예, 이번 일은 절대 실패되어서는 안 됩니다
수많은 사람의 목숨에 국운까지 달린 일입니다
(역) 특히 저는...
제 가족이 궁에 있습니다 아시겠습니까?
명심하겠습니다
[융의 깊은 한숨]
(김 내관) 전하
자택에 은신 중인 좌의정 신수근이 오늘도 안부 서찰을 보내왔나이다
아니다, 다시 꺼내오거라
[잔잔한 음악]
(채경) 대군마마, 다리는 다 나으셨습니까?
식사는 제때 하시고요?
(송 내관) 주상 전하께서 납셨사옵니다
[문이 드르륵 열린다]
[문이 드르륵 닫힌다]
오늘은 용무가 있어 왔느니라
좌상이 매일 과인에게 서신을 보내온다
(융) 과인의 안부를 묻고
일국의 대신으로서 과인에게 간언하는 내용이겠지만
필시, 궁궐에 유폐되어 있는 너를 걱정하여
어떻게든 과인을 달래보려고 이리도 애를 쓰는 것이겠지
하여, 네 아비의 정성을 무위로 만들고 싶지 않다면
매일 네가 이 서찰들을 과인에게 읽어주면 좋겠구나
명 받잡겠나이다
(채경) '이 쪽지를 기억하십니까?'
'원자 시절, 저하께서 저에게 주신 전하의 탄신일 초대장이옵니다'
(융) 이걸 읽거라
'전하, 소신 여러 달무리를 보았으나'
'그중 가장 으뜸은 경회루에서 올려다보는 달무리였습니다'
'달빛 아래 전하와 함께 주고받던 술 한잔이 사무치게 그립사옵니다'
(융) 이걸 읽거라
'전하, 민가에서는 악몽을 꿀 때 달맞이꽃에 머...'
더는 못 듣겠구나
좌상의 서간 쓰는 솜씨가 이리도 형편이 없다니 못 들어주겠어
채경이 네 표정은 또 무엇이냐?
과인이 반갑지 않은 것이야?
(융) 과인을 무시하는 게야?
죄인의 아내이옵니다
제가 어찌 화려한 옷을 입고 값비싼 장신구를 걸칠 수 있겠나이까?
이제부턴 과인이 직접 들고 오마
[문이 드르륵 열린다]
[문이 드르륵 닫힌다]
[흐느낀다]
[울먹이며] 아버지
저는 이제 어찌하면 좋습니까?
[슬픈 한숨]
좌상 대감의 충심에 내 경외감까지 듭니다그려
전하께선 어찌 경 같은 충신을 내치시는지
주군을 속인 죄인을 어찌 충신이라 할 수 있겠소?
아니지요, 애초에 거짓말을 하신 건 금상이시지요
선왕 전하의 유지를 두 눈으로 보셨지 않습니까?
부총관! [긴장되는 음악]
그런 말을 하시려거든 그만 나가주시오
군왕의 탐욕 때문에
매일 대신들과 백성들이 죽어 나가고 있소
조선의 종묘사직을 위해서라도 선택을 해야 하오
나는 선택을 했소
폭군 이융을 몰아내고 진성대군을 왕으로 옹립할 것이오
(수근) 그게 무슨...
기어이 일을 벌이겠다는 것이오?
대감도 선택을 해야 할 것이오
아마 대감께는 좀 더 힘든 선택이 되겠지요
누이를 선택하든지 딸을 선택하든지
답하기 어려우시다면 질문을 바꿔볼까요?
임금의 신하로 죽겠습니까 아니면, 딸의 아비로 살겠습니까?
딸을 선택하신다면 오늘 하루 아무것도 하지 마십시오
(원종) 만약 움직이신다면
우리 계획을 금상께 알리러 가는 것일 테니
우리와 반목하는 것으로 알겠소
그래도 하나뿐인 딸 살려야 하지 않겠소?
[고조되는 음악]
[떨리는 숨소리]
- (역) 어떻게 됐어? - (석희) 준비 다 끝났어
반란군들은 과천 역참에 있다
(광오) 하루 거리야, 명혜 낭자가 오늘 밤에 합류해서 지휘하기로 했다
딱 좋네, 가자
[풀벌레 소리]
[긴장되는 음악]
(광오) 저게 궁으로 가는 진상품 맞냐?
경비가 너무 허술하군
(석희) 누가 감히 임사홍과 왕의 물건에 손을 대겠어?
(광오) 자만하고 있구먼
뭐, 우리야 감사하지
[관원들을 퍽퍽 때린다] [관원들의 아파하는 신음]
[관원들의 괴로운 신음]
(문지기1) 멈추시오!
통행패와 물목 단자를 좀 보여주시오
(역) 빨리 통과시켜주시오 도승지 영감께서 기다리시오
(문지기2) 그래도 할 건 해야지요
[광오의 어색한 웃음] 그렇지요, 나리들은 할 거 하시고 우리는 줄 걸 주고
[석희의 머쓱한 웃음]
(석희) 아이고, 고생이 많으십니다
(문지기2) 통!
(문지기1) 잠깐!
이보시오, 혹시...
(희안) 왜 이리 늦어지는 것이냐?
왜 자꾸 성문에서 꾸물대냐는 말이다
얼른 통과시켜라
(문지기2) 알겠습니다
통과!
(내관) 무슨 일이냐?
[나인들의 놀란 비명]
[나인들의 비명]
[문이 드르륵 열린다]
어마마마
역아
오래 기다리셨지요? 소자 왔습니다
[자순대비의 애달픈 신음]
[애잔한 음악]
이게 어떻게...
예, 예, 제가 알아서 찾았고요 얼른 끼워 주기나 하세요
딱 맞네
[소란스러운 발소리]
[채경의 놀란 신음]
[문이 드르륵 닫힌다]
(채경) [겁에 질린 목소리로] 게, 게 누구 없느...
[애잔한 음악] [역의 거친 숨소리]
채경아, 나 왔어
[떨리는 숨소리]
많이 기다렸지?
[떨리는 숨소리]
벌써 내 손길을 잊은 것이냐?
[흐느껴 운다]
(역) 날 따라 대전으로 간다
(역) 이제 움직이자!
[병사들의 기합 소리]
(채경) 전하의 마음 하나 다스리지 못하면서
어찌 다른 사람의 인생과 목숨을 다스리려 하십니까?
(융) 내 이미 경고하지 않았더냐?
언제든 너를 죽일 수 있다 죽여서라도 가질 것이다
(역) 이제 그런 모든 것들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겠습니다
(융) 날 죽일 배짱도 없이 여기까지 왔단 말이냐?
[역이 분에 겨워 고함친다]
(채경) 우리 행복할 수 있습니까?
(역) 이제 우리 행복할 수 있어
(채경) 당신을 죽였어야 했어 차라리 같이 죽어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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