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의 왕비 4
[주제곡]
[긴장되는 음악]
왜 그랬느냐?
대체 왜!
왕좌 때문입니다
무어라?
지금
왕좌 때문이라 했느냐?
민심은 천심이라 했으니
백성을 버리고 어찌 왕좌를 지킬 수 있겠사옵니까
애초 이 일이 일어난 이유에 대해 헤아리지 않으시고
무조건 벌만 주신다면
민심은 전하를 버릴 것이옵니다
[실성한 듯한 웃음]
네가 지금 과인을 가르치는 것이냐
맹자는 왕이 잘못하면 간하고 또 간하여
실정을 하지 못 하도록 하는 것이
신하의 도리라고 하였사옵니다
[버럭 화내며] 그래
네가 왜 이토록 되바라지고 제멋대론가 했더니
다 그 괴상한 영감의 책을 읽었기 때문이구나
왕도 잘못하면 갈아치울 수 있다는 그 영감탱이의
헛소릴 믿고 이렇게 까부는 거였어
신하의 도리?
맹자를 핑계로 날 몰아내고
네가 왕이 되려는 거겠지!
전하, 어찌...
마음대로 생각하십시오
제가 뭐라 간하여도 듣지 않으실 터인데
제가 무슨 수로 전하의 생각까지 바꾸겠나이까
네가 정녕
죽고 싶은 게로구나
이 나라 조선의 군주이시옵니다
뭐든 하실 수 있나이다
뭣들 하느냐
당장 이 녀석을 옥사에 처넣거라!
진성대군은 지금 옥사에 갇혀 있다
아마 수일 내로 판결이 내려질 것이다
대군마마도 옥에 갇혀요?
곤장도 맞고요?
아무리 잘못했어도
그래도 왕친 아입니까
[숨을 들이쉬며] 임금님 동생이잖아요
임금님의 아우로서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을 하였지
왕의 권위에 도전하였다
[불안한 음악] 역모죄만큼이나 무거운
능상죄로 처벌받게 될 것이다
[당황한 숨소리] 설마요
임금님께서 구해주시겠죠
도와주실 겁니다
주상께서
동생이라는 이유로 진성대군의 편을 들어준다면
왕의 권위가 무너진다
다른 왕친들의 기세가 높아질 것이고
진성대군을 앞세워
반역을 꾀하는 무리들이 생겨날 수도 있어
하여
주상께서는
진성대군을 끊어내실 것이다
그것이 왕의 자리고
왕좌의 무게다
[불안한 음악]
(어린 역) 마음대로 생각하십시오
제가 뭐라 간하여도 듣지 않으실 터인데
제가 무슨 수로 전하의 생각까지 바꾸겠나이까
네가 정녕
죽고 싶은 게로구나
[초조한 신음]
왜 그랬느냐?
어마마마
[다급한 숨소리]
죄 없는 사람이 억울하게 죽니 마니
그딴 헛소리는 집어치우거라
이런 짓까지 한 이유가 무엇이야
잘
모르겠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숨을 들이킨다]
문득 여깁니다, 어마마마
그땐 한 가지 생각뿐이었어요
이 일을
모른 척하거나 도망치면
나는 평생 그 친구들 얼굴을 못 보겠구나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고 다니겠구나
[비장한 음악] 적어도
내가 저지른 일엔
내가 책임을 져야겠다
친구들?
그 촌부의 아들과 신수근의 딸 말이냐?
어마마마
(자순대비) 그래, 넌 그저
너와 혼담이 오고 가는 정혼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충동적으로 일을 벌인 것뿐이다
[불안한 숨소리]
네 나이 땐 그런 게 제일 중요한 법이니까
(사홍) 서가를 넘치다니
대군 잡을 덫에
너무 큰 미끼를 놨네
대군만 없어지면
사관이 교지를 가져온들, 아니
선왕 전하께서 무덤에서 살아 돌아온들
다 무슨 소용이랍니까
자네의 셈이 맞으려면
이참에
반드시 진성대군을 죽여야 할 걸세
방도는 찾아두었는가?
예
진성대군을
살려달라 주청을 올릴 겁니다
(녹수) 궁에서 일하는 궁녀들 내시들, 생각시들
무수리들은 물론
내명부 부인들에게 소식을 다 흘릴 겁니다
물론
대비전에서 제일 먼저 움직이겠지요
(대신들)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녹수) 주상은 신하들이 진성대군을 옹호한다고 생각하게 되겠지요
(융) 이게 전부 다 역이를 용서해달라는 상소란 말이더냐
결국
죽이고 싶어질 거예요
[간교한 웃음]
한 사람을 더 얹었으면 하네
신수근의 딸
도승지의 날개도 함께 꺾어놔야 하지 않겠는가
분부대로 하지요
[장엄한 음악] (어린 역) 난 이 일을 마무리 지어야지
도망칠 시간도 벌어야 되고
어, 어떻게요? [어린 역의 비장한 신음]
내 방식대로
(수근) 임금님의 아우로서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을 하였지
역모죄만큼이나 무거운 능상죄로 처벌받게 될 것이다
(어린 채경) 아버지, 죄송해요
아버지 말씀을 머리로는 다 알겠는데
마음이 모리겠다 캅니다
[어린 채경이 헐떡인다]
(군관) 무슨 일이냐?
[숨을 헐떡이며] 도승지 영감댁에서 왔습니다
저는 신, 수자 근자 되시는
도승지 영감의 딸이고
중전마마의 조카예요
도승지 영감의 따님이시라 하셨소?
예, 급히 중전마마를 좀 뵈어야 합니다
[어린 채경이 숨을 몰아쉰다]
[가쁜 숨을 삼킨다]
[긴장되는 음악]
[숨 가쁘게 뛴다]
숙원마마께 아뢰거라
그래, 언제부터 안 보였소?
새벽에 동트자마자 나간 듯싶어요
[권씨의 걱정 담긴 한숨]
[말 울음]
(수근) 안 된다, 채경아
제발, 섣불리 행동하지 말거라
[긴장이 고조되는 음악]
(대신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우렁차게]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의미심장한 음악]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벌써 사흘째이옵니다
(대신들)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긴박한 음악]
[다급한 숨소리]
(어린 채경) 어?
[난감한 한숨]
- (어린 채경) 어! - (김 내관) 어!
(김 내관) 어유, 어유, 전하 [어린 채경의 신음]
[칼을 챙 뽑아 든다]
뭐하는 놈이냐?
[비명]
누구냐고 물었다!
[놀란 신음]
[밝은 음악]
전하
내가
알 듯싶구나
아우, 전하, 전하
[어린 채경의 놀란 숨소리]
(어린 채경) 전하?
무사님!
또 보는구나
[반가운 숨소리]
[놀라는 신음]
하면
그래
맞다
정말, 정말 무사님이
(어린 채경) 임금님?
임금님이세요?
주상 전하?
[피식]
그래
아, 궁엔 어쩐 일로...
[다급한 숨소리] 전하!
전하
[긴장한 숨소리] 전하, 대군마마를
대군마마를 용서해주시옵소서
[불안한 음악] [수근의 초조한 숨소리]
[수근의 발소리가 다가온다]
(수근) 대군마마
[놀라는 숨소리]
도승지
제 여식을
채경이와 함께한 일이라 들었습니다
맞습니까?
[피식]
역이의 벗이었더냐?
한 번만
용서해 주시면 안 되옵니까?
이 일을
과인이 용서해주지 않아서 생긴 일로 보는 것이냐?
[난처한 숨소리] 그것이 아니오라
(융) 하면 이 일을
과인의 용서 한 마디면 끝날
그런 사소한 문제로 보는 것이냐?
아, 아니옵니다, 전하
(융) 하면
더 할 말이 있느냐?
[짧은 신음]
임금님께서도
동생과 사이좋게 지내고 싶어 하시잖아요
[잔잔한 음악]
그날 [숨을 들이쉬며]
괴로워서
차가운 계곡에 수영을 하셨잖아요
그거 다 대군마마를 아끼셔서 그런 거잖아요
그 믿음을
노력을
[한숨]
배신한 건 역이 그 녀석이다
이건
채경이의 엄벌을 요구하는 상소문이옵니다
대군마마께서는 제 여식을 돕기 위해 한 일일 뿐
벌을 받는다면 애초 이 일의 주동자인
채경이가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지요
[당황한 숨소리]
[상소문을 스르륵 펼친다]
[어린 역의 당황한 숨소리]
(자순대비) 채경이라 하였지? [놀란 신음]
[다급한 숨소리]
- 그 아이는 아무 상관없사옵니다 - 상관없긴
모두 그 아이의 짓이라 말하거라
도승지의 딸이라서
너와 혼담이 오고 가는 아이라서
그 아이의 뜻대로 한 것이라고
어마마마
중전은 물론
외척들이 나서서 그 아이를 구하려 할 것이다
이 일을 더 이상 키우지 않고 묻으려 할 것이야
그래야 살 수 있다
어마마마
채경이가
지금 주상 전하를 알현하러 갔사옵니다
소신이 한발 늦어 그 아이를 붙잡을 수 없었지요
[걱정에 찬 숨소리]
(수근) 그 상소문대로라면
채경이가 대군 대신 벌을 받게 될 것이옵니다
[결연한 신음]
누가요?
누가 그 아이와 함께했대요?
제가 고작 계집애랑 이런 일을 했을까 봐서요?
걘 또 왜 형님을 만나러 갔답니까?
뭘 또 방해하려고요?
[초조한 숨소리]
형님을 만나야겠습니다
옥졸!
옥졸!
(어린 역) 옥졸!
(수근) 제가 대군께 빚을 집니다
[어린 역의 초조한 신음] 주상 전하를 봬야겠다
지금 뭐라 하였느냐?
하면
소녀도 함께 벌을 받게 해달라 청하였나이다
소녀가
진성대군의 벌을 나누어 받을 수 있게요
[잔잔한 음악]
그때
다시 만나게 되면
소원을 들어주겠다 하셨으니까요
[깊은 한숨]
그렇게 소원을 쓸 거라면 [숨을 들이켜며]
차라리 진성대군을 용서해달라지 그러느냐
백 번, 천 번 그라고 싶은데요
어떻게 그랍니까
임금님도
힘들고 아프신 거 빤히 보이는데
그렇게 쉬운 일 아닌 거 알겠는데
[어린 채경이 울먹인다]
제가 벌을 나눠 받으면
대군마마도 덜 무섭고
임금님도 덜 괴롭지 않겠사옵니까
[안타까운 한숨]
네가 불쌍하구나
(융) 보거라
역이는
진성대군은
이 모든 게 너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 고했다더구나
하여 신하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진성대군이 아니라
도승지 신수근의 딸
신채경이 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 모든 게 정녕 네 짓이더냐?
만일 이게 사실이라면
너는 물론 네 아비, 네 가족들까지
모조리 목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김 내관) 전하!
진성대군이 뵙기를 청하옵니다
들라 해라
[깊은 한숨]
[문이 드르륵 열린다]
[다급한 숨소리]
(수근) 대비마마
아무것도 하지 마십시오
그래야 대군마마께서 사십니다
[분노를 억누르는 숨소리]
(융) 무슨 일로 보자 한 것이냐?
주위를 물러주셨으면 하옵니다
저 아이
네 벗이라 들었다
쳇!
벗이라뇨?
[아련한 음악]
제가 이 계집애 때문에 무슨 일을 당했는 줄 아십니까
사사건건 내 일에 끼어들어 훼방 논 애입니다
상관 말고 꺼지라고 몇 번이나 소리쳤는데도
[콧방귀] 거머리 같이 달려들어 절 곤란하게 했다고요
쌀 사건도 그냥 묻을 수 있었는데
괜히 이 계집애가 들쑤셔서
일이 이렇게 된 겁니다
[황당한 숨소리]
대군마마
[어린 역의 격한 숨소리]
그러니까 내 일에 상관 말고 꺼지라고 했지
다신 내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했잖아
이러면 내가 고마워할까 봐?
넌 그냥 네 마음의 짐을 덜려고 하는 것뿐이잖아!
그러는 대군마마는요?
[울먹인다]
아예 자기가 지은 죄를 남한테 다 떠넘겼잖아요
[놀란 숨소리]
[어린 채경과 역의 떨리는 신음]
이제 보니 정말이네요 [울음 섞인 신음]
[어린 역의 당황한 숨소리]
[의미심장한 음악] 정말...
[어린 채경과 역의 떨리는 숨소리]
"소"
(어린 채경) 정말 대군마마
저한테 다 뒤집어씌울라 카네예
[당황한 숨소리]
[역의 놀란 신음]
[상소문을 부스럭 접는다]
그럼
(차갑게) 내가 혼자 죽을 줄 알았어?
[속상한 신음]
[어린 채경의 속상한 신음]
그렇다고 내가 다 한 거라고요?
그래
대군마마가 말렸는데도
내가 억지로 한 거고요?
그래
그래 놓고 내가 대군마마께 다 뒤집어씌운 거라고예?
아냐?
[원망스러워] 대군마마!
[어린 채경이 울먹인다]
[문이 탁 열린다]
[문을 탁 닫는다]
[힘없이] 아버지
[절박한 숨소리]
대군의 작위와
모든 특혜를 내려놓겠사옵니다
폐서인이 되겠사옵니다
[애잔한 음악]
변방의 이름 없는 무관으로 살아도 좋고
산골에 들어가
촌부로 살라면 살겠사옵니다
살려만
살려만 주시옵소서
혼자 감당하겠다?
저 혼자 한 일이니까요
그 말을 과인더러 믿으란 말이냐
여기까지
지금 이 순간까지만
믿어주시옵소서
[깊은 한숨]
(대신들) 주상 전하를 뵈옵니다
(융) 진성대군과
도승지 신수근의 여식 채경은
앞으로 서라
[무릎을 탁 꿇는다]
(융) 진성대군의 처결을 논함에 앞서
도승지 신수근의 여식 채경의 가담 여부를
짚고 넘어가고자 하오
(사홍) 상소문에 의하면
동적전 창고의 쌀을 횡령한 사건도
그리고 이번에 의금부에서 죄인을 탈주시킨 것도
모두 신채경이 한 것으로 돼 있다
사실이냐?
[긴장감 도는 음악]
[겁먹은 숨소리]
[긴장감 도는 음악
저는
- 저는... - (융) 만일 이게 사실이라면
너는 물론 네 아비, 네 가족들까지
모조리 목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사홍) 고하라!
바른대로 고하지 않으면
[울먹인다]
(어린 역) 벗이라뇨?
제가 이 계집애 때문에 무슨 일을 당했는지 아십니까
사사건건 내 일에 끼어들어 훼방 논 애입니다
상관 말고 꺼지라고 몇 번이나 소리쳤는데도
[콧방귀] 거머리 같이 달려들어 곤란하게 했다고요
모릅니다
모르는 일이옵니다
[고조되는 음악]
아무것도
모르옵니다
[어린 채경이 울먹인다]
아무 짓도
안 했사옵니다
[울먹인다]
예
저 혼자 한 일이옵니다
[긴장이 고조되는 음악]
(어린 역) 제가 한 일이옵니다
벌을 달게 받겠사옵니다
[당황한 신음]
대, 대군마마
[어린 채경의 당황한 신음]
도승지
경의 여식을 데려가시오
(수근) 예, 전하
[어린 채경의 당황한 신음]
[어린 채경의 다급한 숨소리]
[부드러운 음악]
[어린 채경 다급한 신음]
아, 아니잖아요
왜 거짓말해요?
(수근) 채경아!
대군마마, 이러지 마세요
[흐느끼며] 아, 아버지!
놔요, 놔!
놓으라고요!
[어린 채경이 목놓아 운다]
(어린 채경) 놔요, 놔!
놔요!
- 놓으라고요 - 채경아!
[흐느끼며] 알고 있으셨죠
다 알고 그랬잖아
진짜 나빠요
대군마마, 임금님, 아버지
진짜 나쁩니다
왜 그러셨어요, 왜?
(신비) 대비마마
너 혼자 살겠다는 것이냐
[격분한 신음]
내 아들을 사지로 밀어 넣고 너 혼자!
내...
오늘 일을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다
[옅은 한숨]
[옥문이 덜컥 닫힌다]
[자물쇠를 덜그럭 잠근다]
[풀벌레 울음]
"금오문"
(어린 역) 우리 혼인하면 평생 이렇게 친구처럼 재밌게 살자
나랑 혼인해도 돼
대신 정략혼인 아니다
네가 좋아서 하는 거야, 이 혼인
[들뜬 웃음]
[손바닥을 탁 치며] 어, 딱이네, 딱
"금오문"
[문이 드르륵 닫힌다]
[한숨]
어마마마
[옅은 웃음]
[숨을 들이쉰다]
며칠 전부터 양념에 재워놓은
불고기입니다
내가 직접 손질을 했지요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숨을 들이쉬며] 이미 보름 전부터 잡혔던 약속이 아닙니까
(융) 계속 미루셨었지요 [불안한 음악]
[옅은 웃음]
[숨을 들이쉬며] 어서 앉아서 드세요
(수근) 아무것도 하지 마십시오
그래야 대군마마께서 사십니다
[숟가락을 달그락 놓는다]
[사발을 달각 놓는다]
(융) 소자,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어마마마
[어색한 웃음]
그리 하세요, 주상
[다급한 숨소리]
(자순대비) 제발
(애절하게) 조용히 살게 할 테니, 제발
죽이지만 말아 주세요, 주상
그러니까
소자가 역이를
죽일 거라고
생각하시는군요
[슬픈 음악]
그래도 어마마마를
제 어머니라 믿었습니다
길러준 정도 정이니까요
한데
오늘 확실히 알겠습니다
아니네요
어마마마는
오로지 역이의
[씁쓸히] 어머니시네요
[떨리는 숨을 삼키며] 주상
오해예요 [숨을 가다듭는다]
- 그런 뜻이 아니라... - 살려드리겠습니다
대신
우리 인연은 여기까집니다
어머니와 아들, 형과 아우 [고조되는 음악]
인륜 같은 것에 얽매이지 않고
소자
앞으로 조선의 왕으로만 살겠습니다
[크게 숨을 들이켠다]
그리하세요
주상
[긴박한 음악]
(융) 아니라고, 나도 당신 아들이라고
[허탈한 웃음] 그 한마디가 그리 힘드셨습니까?
[크게 헛웃음]
(융) 우리 인연은 여기까집니다
소자
앞으론 조선의 왕으로만 살겠습니다
뜻대로 되지 않으실 겁니다
내가 가만있지 않을 테니까요
(사홍) 아니되옵니다
이제 와서 진성대군을 살려주다니요
스스로 죽을 길로 들어섰습니다
이렇게 좋은 기회가 어디 있사옵니까
참형에 처하셔야 하옵니다
[긴장이 감도는 음악]
그러하옵니다, 전하
이대로 진성대군의 처벌을 가벼이 하시면
조정의 대소 신료들은 물론이고
궁 안팎으로
그릇된 소문이 퍼져나갈 것이옵니다
소문이라니?
진성대군이
누명을 쓴 게 사실이라고
동정표가 몰릴 것이옵니다
대군은
가엾은 촌부를 위해 목숨을 건
의로운 왕자가 되겠지요
역도로 만들어도 시원찮을 판에
미담의 주인공이 된단 말이옵니다
[융의 한숨]
이번에도
진성대군을 옹호하는 세력이 꽤 된다는 걸
확인하셨지 않사옵니까
과인이
그들을 두려워해야 하느냐
여기까지
믿어주기로 약조하였다
과인의 결정에 번복은 없다
[사홍의 아쉬운 한숨]
[의미심장한 음악]
(융) 죄인 이역을 폐서인하고 함길도 안치를 명한다
- (어린 융) 하나! - (꼬마 역) 하나!
(어린 융) 그렇지, 왼발 따라오고
오른발 나가면서 둘!
- (꼬마 역) 둘! - (어린 융) 그렇지!
(어린 융) 이번에는 왼발 쭉 나가면서
(융) 비파를 켜주겠느냐
미치게 졸리는 네 연주 솜씨가 불면증엔 특효약일 듯싶구나
대군
[자순대비의 안타까운 신음]
살아야 한다
반드시 살아남아야 해
어마마마
[걱정의 한숨]
[말발굽 소리]
[백성들이 웅성거린다]
- (석희) 마마 - (광오) 대군마마
- (석희) 대군마마! - (광오) 대군마마!
대군마마!
워! [말이 투레질한다]
너희들은 뭐 한다고 이제 나타나?
궁에 아무리 찾아가도 들여보내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게 어쩌자고 사고를 치십니까
타산지석 삼으라고
(어린 역) 그러니까
나 돌아올 때까지
얌전히들 있어
(울먹이며) 마마!
- 마마! - (석희) 마마!
(광오) 마마!
마마!
- (백성1) 마마! - 강녕하십시오!
강녕하십시오 [백성들이 저마다 외친다]
(백성1) 강녕하십시오
(백성2) 강녕하십시오, 대군마마
(백성3) 마마!
(백성4) 대군마마!
(권씨) 채경아!
얘, 채경아!
[황급한 숨소리]
목숨을 구한 것만도 천운인 게야
여기서 멈추거라
배웅도 나가지 말거라
(수근) 애초
만나면 안 될 운명이었던 게다
[애잔한 음악]
(어린 채경) 대군마마
(어린 채경) 대군마마
(어린 채경) 대군마마, 대군마마
[어린 채경이 다급히] 대군마마!
어!
[숨을 고른다]
[어린 채경의 다급한 신음]
[어린 채경이 울먹인다]
[울먹이며] 대군마마
(어린 역) 깜짝이야
멧돼지인 줄 알았잖아
내가 우짜면 되는데요?
대군마마 구할라면요
서노 아버지 데려오면 돼요?
그라믄, 그라믄
[울먹인다]
(어린 채경) 서노가 잘못한 건 맞잖아요
도둑질했잖아요
그러게 왜 쌀을 훔쳐... [놀라는 신음]
[어린 채경의 낮은 신음]
[놀란 신음] 내 지금 뭐라 하노
네가 사람이가 신채경
[어린 채경이 흐느낀다]
진짜 다른 방도 없는교
[어린 채경이 흐느끼며] 똑똑하다믄서
임금님보다도 어려운 책도 많이 읽었다믄서
왕자면 뭐하노
자기 목숨 하나 못 지키면서
순 멍청이 아이가
[어린 채경이 흐느낀다]
누가 죽어
안 죽어
잠깐 갔다 돌아올 거야
평생 거기서 살까 봐?
[흐느끼며] 그래도요
안 가면 안 돼요?
다시
남의 일에 끼어들자고 안 할게요
[어린 채경이 연신 흐느낀다]
안 가면 안 돼요?
[어린 채경이 훌쩍인다]
[어린 채경이 서럽게 흐느낀다]
내 방 서탁 서랍에
도롱뇽 연적 있어
그거 너 줄게
[훌쩍훌쩍 흐느낀다]
증표예요?
돌아온다고 약속하는 거냐고요
[어린 채경이 운다]
[애잔한 음악]
[훌쩍이며 운다]
대군마마도
잘 간직하이소
이건 내 약속이니까
기다린다는
내 약속
[어린 채경이 계속 운다]
[어린 채경이 연신 흐느낀다]
[낮게 울먹인다]
[문이 덜컥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미친나?
숨긴 왜 숨노
[잔잔한 음악]
(융) 목숨은 살려주었다
이게 내 마지막 자비다
누구냐
임금님
너
제가 돼 드릴게예 [훌쩍]
[훌쩍인다]
대군께서 돌아오실 때까지
제가
임금님 동생도 되고
벗도 되고
가족도 돼드리겠습니다
그러니까
같이 기다려요
우리
[울분의 신음]
[울먹인다]
(어린 채경) 이건 내 약속이니까 [말발굽 소리]
기다린다는 내 약속
[긴박한 음악] [화살이 슝 날라온다]
[말 울음]
[화살이 슉 날아온다]
[비명]
(군관) 매복이다! 어서 피하십시오!
[말을 채찍질한다] [말 울음]
[착지하는 신음]
이랴!
[무뢰배들의 기합]
[화살이 팍 꽂힌다]
[말 울음]
[어린 역이 털썩 떨어진다]
(두목) 흩어져!
[긴장되는 음악]
[아파하는 신음]
(두목) 반드시 잡아 없애야 한다!
[의아한 신음]
(두목) 분명 근처에 있을 것이다
샅샅이 뒤져라!
[긴장한 숨소리]
[놀란 숨소리]
[긴장한 신음]
[비장한 숨소리]
[어린 역의 기합]
[두목의 힘주는 신음]
[두목의 기합]
(어린 역) 누구야? 누가 시켰어?
말해! [두목의 버티는 신음]
[어린 역과 두목의 기합]
[두목의 힘주는 신음]
[두목의 기합] [어린 역의 힘주는 신음]
[어린 역과 두목의 거친 기합]
[두목의 버티는 신음]
어명? 어명이라고?
[두목의 칼 꽂는 기합] [어린 역의 버티는 신음]
[두목의 비명] [어린 역의 기합]
(자순대비) 살아야 한다
[어린 역의 기합] 반드시 살아남아야 해
[두목의 비명]
주상이
널 죽이려 한다
선왕께서 남기신 밀지 때문에
널 죽이려 한단 말이다
형님이 절 죽이려 한다니요 [애잔한 음악]
선왕께서
널 왕으로 삼으라 하셨다
[힘든 신음] (자순대비) 밀지만 찾으면
네가 왕이 될 수도 있단 말이다
[힘든 신음] 하여
주상이 그 전에 널 죽이려 하는 것이다
후환을 없애려는 것이야 [힘 빠지는 신음]
(어린 역) 제가 뭐라 간하려도 듣지 않으실 터인데
제가 무슨 수로 전하의 생각까지 바꾸겠나이까
네가 정녕
죽고 싶은 게로구나
[고통의 신음]
(어린 역) 정녕 형님이십니까?
형님이 저를 죽이시는 겁니까?
형님
아니라고
아니라고 말씀해 주십시오, 형님
[두목의 악에 찬 신음]
[두목이 힘주는 신음]
[어린 역에게 칼이 팍 꽂힌다]
[애잔한 음악]
[백성들이 웅성거린다]
[울먹인다]
(유모) 아기씨, 아기씨
(유모) 아이고, 시상에
[유모의 놀란 신음] 아이고, 아기씨
[울음이 터진다]
[어린 채경이 목놓아 운다]
[유모가 함께 슬피 운다]
(유모) 어머, 아기씨 [어린 채경이 연신 운다]
전하...
(녹수) 전하!
[자순대비가 구슬피 흐느낀다]
이랴!
[씩씩대는 숨소리]
[세간이 우당탕 떨어진다] 내놔라, 어딨느냐?
대체 어디 숨겼냐 말이다
대체 그게 뭐라고
[고함치며] 이게 뭐라고
[융의 거친 신음] (어린 역) 형님!
형님!
형님!
형님!
[울컥한 신음]
[울음이 터진다]
[씩씩대는 숨소리]
[뛰어내린 신음]
[거칠게 씩씩댄다]
[웅장한 음악]
[헛웃음]
아바마마
왜
그런 표정으로 소자를 보십니까
그러시면 아니되지요
아바마마께서
소자가 아니라
아바마마께서
역이를 죽이신 겁니다
[울먹인다]
[울부짖으며] 아바마마께서 죽이셨다고요!
[장엄한 음악] [울분에 찬 신음]
[툭 울음이 터진다]
[융이 울부짖는다]
[거칠게 신음한다]
[거친 숨을 뱉는다]
[슬피 운다]
[분노에 찬 신음]
[성난 숨을 토한다]
[울분의 신음]
[장엄한 음악]
[새들이 지저귄다]
[부드러운 음악]
[어린 채경의 헛기침]
야, 그림 좋다, 쥑이네
송구합니다
대군마마
[연적을 탁 놓는다]
- 이건 어떻게 되는가? - 아, 요거? 두 냥
(손님) 한 냥이면 안 되나?
[상인이 흥정을 유도한다]
(어린 채경) 이거 임금님 드릴 건데
[어이없는 한숨]
네가 무슨 수로?
나 임금님 조카거든
난 임금님 동생인데?
하이고!
도령이 임금님 동생이면 나는
나는 조선의 왕비다
[황당한 신음]
[훌쩍인다]
[울먹이는 한숨]
송구합니다 [수레가 덜그럭 지나간다]
대군마마
도롱뇽을 독 속에 넣고
나뭇잎으로 덮은 다음
버들가지에 물을 적셔 가지고
도롱뇽아, 도롱뇽아
이런 데 계실 분들이 아닌 듯합니다
어서 댁으로들 돌아가시지요
[얕은 한숨]
[울먹이며] 대군마마
미안해요
혼자 벌 받게 해서
[훌쩍인다]
미안해요
괜히 대군마마 인생에 끼어들어서
미안해요
[흑흑 흐느낀다]
주, 죽게 해서
[울음이 터진다]
[애잔하게 흐느낀다]
만나서 미안해요
(어린 역) 나랑 혼인해도 돼
정략혼인 아니다 네가 좋아서 하는 거야, 이 혼인
[애틋한 음악]
[경쾌한 음악]
[사람들이 흥겹게 웅성거린다]
(집례자) 오도 신부 출 문회
[사람들이 시끌벅적 떠든다]
(집례자) 신랑, 신부, 우승오 점초
(당황하며) 이, 이게, 와 이라노
(채경) 이게 와 이라제?
(신부) 얘!
내 시집 보내기 싫어서 이카나?
오늘 내까지 시집 가믄
마을에 너 혼자 노처녀 아이가 [깔깔 웃는다]
[남자가 허허 웃는다]
- 뭐라카노? - (신부) 엄마야
아이고, 아기씨
아휴, 남의 혼례식에 난장판 치다 온 줄 알겠네요
꼴이 또 왜 이럽니까
[질색하며] 아유, 아휴
(유모) 요, 요, 요, 요, 요
또 한양에서 서찰 보내셨어?
[웃음]
(채경) 이번엔 누구야? 어머니? 아버지?
숙부님?
더 높으신
[신나는 웃음]
고모님이시구나 [피식]
중전마마께서 드디어 움직이셨어
그러니까 시집을 가시라니까요
중전마마께서 명을 내릴 정도면
이젠 더 이상 피할 곳도 없어요
- (채경) 유모 - 움매야
한양말 마니 늘었다
내보다 낫네
아, 그래요? [우쭐한 웃음]
지가 좀 뭐든 빨리 배웁니다
아, 뭐라카노 말 돌리지 마시고예
[얕은 신음]
[아련한 음악]
[유모의 한숨]
그 약속은 이제 무효잖아요
아니 장례까지 다 치라놓고
아직도 이라고 기다리고 있음 우짭니까
[멋쩍은 웃음]
누가 기다린대?
나도 귀신 아내로 살고 싶은 마음은
없거든
(유모) 아이 그라믄 왜 그 좋은 혼처 다 마다하고
이 거창 촌구석에서
마 남의 혼례식 마 수모 노릇에 마마
동물 의사 노릇이나 하고 사는지
내 참 모리겠네
[익살스러운 음악]
[문이 벽에 쿵 부딪힌다]
이번엔 꼭 성공하이소
[잔잔한 음악]
[어린 채경이 흐느낀다] (어린 역) 누가 죽어
안 죽어
잠깐 갔다 돌아올 거야
그래, 연못이 무슨 죄야
안 그래?
[긴박감 넘치는 음악]
(부하1) 뭔 놈의 비가 이렇게 온댜
[짐을 툭 떨어뜨린다]
(두목) 뭣들 해, 이 녀석들아!
서둘러라!
서두르란 말이다!
(부하2) 서둘러라
(두목) 어서, 서두르란 말이다
무게가 나가는 것들부터 버리란 말이다
이 배가 이대로 가라앉게 놔둘 셈이냐!
(두목) 어서 서둘러라!
(부하2) 예!
다들 끌어내라!
[신비로운 음악]
[문이 덜그럭 열린다]
- (부하1) 나와 - (부하2) 나와
- (부하1) 나와! - (부하2) 나와, 야!
(부하1) 야!
- (부하1) 나와! - (부하2) 나와!
[무뢰배들이 힘쓰는 신음]
저것들을 물에 처넣어라! [천둥이 친다]
(부하들) 예!
(역) [크게] 어이!
네놈이 제일 무거운 거 같은데
[퉤] [역의 기합]
[무뢰배1이 아파하는 신음] [긴박한 음악]
[서노의 기합]
[무뢰배1의 기합] [서노의 힘주는 신음]
[긴박감이 고조되는 음악]
[역의 기합]
[당황한 신음]
[역이 탁 착지한다]
[역의 기합]
[두목의 비명]
(두목) 억!
[버둥대는 신음]
[칼을 챙챙 휘두른다]
[착지 기합] [힘주는 신음]
[서노의 기합] [무뢰배2의 힘주는 신음]
[무뢰배2의 비명]
[역의 기합] [두목의 힘주는 신음]
[역의 기합] [두목의 버티는 신음]
[두목의 숨찬 신음]
너 뭐하는 놈이야?
[역이 씨익 웃는다]
[역이 껄껄 웃는다]
[극적 효과음]
[두목의 버티는 신음]
누구야? 누가 시켰어?
말해! [두목의 버티는 신음] [털썩]
기억하려나? 어?
[아쉬운 한숨]
이거 못하면 섭섭한데
[비열한 웃음]
뭐?
[힘주는 기합]
[웅장한 음악]
[역의 아파하는 신음]
[두목의 기합] [역의 힘주는 신음]
[역의 기합]
(서노) 대군!
[목청껏] 대군마마!
(서노) 대군마마! [비명]
[발랄한 음악]
[채경과 기생들이 웃는다]
[호탕하게 웃는다]
- 어라? - '어라'?
(채경) 나랏일 때문에 바쁘실 줄 알았더니 [규수들이 외친다]
또 놀러 나오셨소?
- 대군 - (사홍) 살았다면
필시 덫에 걸려들 게야
(채경) 대군마마
제가 생각했던 그 모습과 똑같은
대체 내가 사람한테 반한 건지 귀신한테 반한 건지도 모르겠는데
(명혜) 죽어서라도 그 빚을 갚아야 할 것이다
(어린 역) 살려만 주십시오
살아서 왕이 될 겁니다
[역이 절규한다]
(채경) 기억나십니까?
어, 어머
(역) 내가 진성대군이 아니면 안 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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