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의 왕비 8
[주제곡]
[긴장되는 음악]
(채경) 대체 언제까지 그러려고 그랬어요?
(채경) 바보같이 자꾸 쫓아다니는 나 보면서
미안하지도 않았어요?
(역) 언제까지 속이려고 했냐고?
눈치도 없고 막무가내고
쓸데없이 오지랖만 넓고 겁까지 없어서
지금도 보시오, 댁이랑 있으면 자꾸 위험한 일에 휘말리지 않소
만약 살아있는 거라면
왜 과인 앞에 나타나지 않고 숨어있는 것이냐
(융) 내게 복수를 하고
왕좌를 차지하려는 게지
(명혜) 도승지 사병들 틈에 끼어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거라
신씨 계집을 더 몰아세워서라도
(녹수) 진성대군을 오게 만들란 말입니다
저잣거리에 매다는 게 어떻겠습니까?
저잣거리에 매단다?
그렇게 하면
진성대군이 모른 체하지 못할 것이라 하였사옵니다
딴에야 말은 맞는 말이지
단순히 소식을 듣는 것과
고초를 겪는 걸 직접 보는 건
엄연히 다를 터이니
대군께서 나타나야만
이 싸움이 끝날 겁니다
아니면
아니면?
신채경이
없어지던가요
[몹시 아파하는 신음]
[채경의 힘겨운 숨소리]
(명혜) 이런 몸으로
계속 버틴 것이냐
(채경) 오지 마십시오
오시면 안 됩니다
[채경의 힘겨운 신음]
[긴장감 도는 음악]
차라리
내게 고마워하게 될 것이다
(명혜) 이 약이
고통을 끝내줄 테니
(서노) 뭐 하는 겁니까?
[명혜의 당황한 숨소리]
[명혜의 당황한 신음]
[명혜의 반항하는 신음]
그러는 넌 왜 여기 있는 것이냐?
(명혜) 그 차림은 또 무엇이고?
그건 저야 당연히
[명혜의 긴장한 신음]
걱정돼서 왔습니다
마찬가지야 [불안한 음악]
낙천 오라버니가 걱정돼서 왔어
(명혜) 혹시나 허튼소리 할까 봐
감시 차원에서
네가 가만있을 수 없어서 그런 꼴로 여기 있는 것처럼
나도 같은 마음이었던 거니까 트집 잡을 생각은 마
[탁]
뭐하는 짓이야
대체 어떻게 들어온 겁니까?
이거 안 놔?
(명혜) 풀어, 안 풀어?
하긴
돈도 있고 인맥도 있으시니까
이 정도는 일도 아닌가?
[명혜의 힘주는 신음]
[짜증 섞인 한숨]
[의미심장한 음악]
오라버니한테 허락은 맡고 온 거야?
형님 얘기 꺼내지 마십시오
아...
싸우셨구나?
[문이 덜컥 열린다]
[다가오는 발걸음]
[자물쇠를 철컥 연다]
[끼익]
(두목) 끌어내라!
[놀란 신음]
[겁먹은 신음] [옥문이 닫힌다]
[끼익]
(명혜) 괜히 허튼짓하지 마
잘못하다간 신채경도 죽어
(명혜) 알지?
그 정도는 저도 압니다
[끌려오는 발걸음]
이보시오
이보시오
날 어디로 끌고 가는 것이오?
(채경) 이보시오
[채경의 떨리는 신음]
이제라도 그 도적놈이 있는 곳을 실토한다면
이대로 집에 가게 해드리리다
어찌 이렇게까지 해서 그 사람을 잡으려 하십니까?
주상 전하께 올릴 진상품을 훔친
대역죄인을 잡는 것인데
다른 이유가 더 필요합니까?
[채경의 떨리는 신음]
[채경의 떨리는 숨소리]
[당황한 숨소리]
[걱정에 찬 신음]
오시면 안 됩니다
오시면 죽습니다
[채경이 흐느낀다]
[채경의 거부하는 숨소리]
가십시오
[서노의 한숨] [채경의 힘든 신음]
한 모금이라도 드셔야 버티십니다
마음은 고맙습니다
하나 괜찮습니다
(서노) 아니...
[잔잔한 음악]
[채경이 옅은 숨을 뱉는다]
(두목) 매복은 마쳤습니다
최대한 소문을 많이 빨리 퍼트려라
(사홍) 그놈이 이 소식을 들어야
이리로 올 것이니
알겠습니다, 영감
[한숨을 뱉는다]
(두목) 저...
한데 말입니다
아무래도 그놈이 여태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독 때문인 것 같사옵니다
독?
(두목) 혹시나 해서 독화살을 쐈습니다
만약 해독을 따로 안 했다면
지금은 운신이 힘들 정도로
중독되었을 것입니다
칼 맞고 벼랑에서 굴렀어도 살아서 돌아온 놈이다
독이든 뭐든
그 어떤 것도 장담하지 마라
이번엔 무슨 일이 있어도
내 두 눈으로
직접 숨통이 끊어지는 것을 확인할 것이야
예, 영감
[한숨]
[잔잔한 음악]
(자순대비) 대체 왜 이렇게 무모한 짓을 한 것이냐
지금은 때를 기다려 자중해야 하거늘
그 때를 기다리다가
어마마마께선 아들을 잃지 않으셨습니까
소자
소자도 한번 길을 찾아볼까 하옵니다
[문이 여닫힌다]
자
진상품 목록 정리한 거 이건 왜?
다 쓸 데가 있으니까 그렇지
어, 내가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응?
너, 서노 그 자식하고 일부러 싸웠지?
- 어 - '어'?
아니 [멋쩍은 웃음]
아니 아닌 게 아닌데?
(광오) 아니, 그 서노 그 자식이 앞으로
뭘 할지는 뻔한데
네가 그걸 묵인하는 걸 보면
[광오가 손가락을 딱 튕긴다]
너 대신에 신채경 그 여인을 지켜라?
[아파하는 신음]
괜찮냐?
어, 어
[힘주는 신음]
[아파하는 숨소리] (광오) 아
[역의 아파하는 신음] [잔잔한 음악]
[광오의 역겨워하는 신음]
이게, 이게 이 송장풀이 괜히 송장풀이 아니구나
송장풀이라니?
[역겨운 신음]
이거 삼백초라고
이게 해독 작용할 때 독한 냄새가 나는 거...
너 혹시 독 당했냐?
(석희) 누가 독 맞았대?
[놀란 신음]
(석희) 설마
그때 그놈들이 쏜 게 독화살이었어?
(광오) 잠깐만
너 열도 나는데?
어디?
[석희의 놀란 신음]
(석희) 와, 독한 놈, 안 어지럽냐?
- 이 정도면 완전 머리 빙빙 도는데 - (역) 의원
[다급히] 의원 좀 불러줘, 어서
어, 알...
열 좀 나는 거로 엄살은
자기가 가도 되겠구먼
어유, 내 팔자야
(석희) 빨리요, 빨리
(석희) 아휴, 빨리 좀 와요
아, 이게 무슨 난리여
사람이 죽는다니까
이 독으로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인가?
급사할 정도의 독은 아닙니다만
빨리 해독하지 않으면 위험합니다
해독제를 주게
(의원) 도령은 해독 과정에서 오는 부작용이라
해독제까진 필요 없습니다
(의원) 탕약으로 다스리면 서서히 회복되실 겁니다
이 독화살을 맞은 사람이 또 있어서 그러네
(의원) 내의원도 아니고 일개 동네 의원이
그런 해독약을 어찌
(의원) 약재를 구하는 데만 반나절
제조까지 다 하려면 이틀은 걸립니다요
[답답한 신음] [종이 딸랑 울린다]
(서로) [다급히] 형님! 형님!
채경 아기씨가
(서노) 아기씨가...
[긴장감 도는 음악]
(석희) 그렇다고 성문에 매달려 있는 사람을 데리고 도망이라도 칠 거냐?
그 전에 독이 아니라 관군들 화살에 맞아 죽을걸
그렇다고 그냥 넋 놓고 있어?
그냥 있어도 쓰러질 판에 장대에 매달렸다잖아
[역의 걱정하는 신음]
한 시진도 채 못 버틸 거야
(역) 독이 퍼진다고
(광오) 그러니 하는 말 아니냐
그래, 관군이랑 맞짱 떠서
우리 애들 몇 놈 목숨 바쳐서 그 여인을 구했다고 치자
(광오) 해독제도 없는데 무슨 수로 구해?
내의원을 털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만드는 데 하루는 꼬박 더 걸린다잖아, 어!
해독제가 있다 해도 소용없을 겁니다
(서노) 채경 아기씨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습니다
꼭...
죽으려고 작정한 사람 같았습니다
[애절한 음악]
(역) 활에 맞고 칼에 찔리고
숨통이 끊어진 채로 벼랑으로 굴렀소
정말 나 안 보고 싶었어요?
그럼 어떨 것 같소?
그놈만 잡으면
널 풀어주겠다
또 내가 죽길 바란다면
아무나 붙들고 살려달라 하시오
[비장한 숨소리]
[울먹이며] 안 할 겁니다
절대로
(서노) 채경 아기씨 죽으려고 작정한 사람 같았습니다
(채경) 그래도 다행입니다
제가 다시 좋아하게 된 사람이
대군마마여서요
걱정했었거든요
제가 이상한 놈한테 마음 준 줄 알고
(융) 채경아
채경아
[채경의 밝은 웃음]
아, 웃지만 마시고
힘을 한번 보여주시라니까요
너야말로 그리 웃어도 소용없다
네가 내 손을 거부한다면
나도 널 지키지 않을 것이니
[긴박한 음악]
[칼을 챙 빼든다]
(기룡) 전하!
[사라지는 발걸음]
(호위무사1) 저기 있다, 쫓아라
(역) '소의문에 신채경이 죽어 있더군'
(역) '대신 죽여 줘서 고맙다'
[긴박한 음악]
[말 울음]
[융이 다급히 말을 몬다]
(융) 죽다니? 누가?
(역) '신채경이 죽어 있더군'
- (역) '대신 죽여 줘서 고맙다' - (융) 이랴!
(융) 더 빨리 달리십시오
어서! 어서 가란 말입니다!
(역) 설마 죽기야 하겠냐 싶으셨겠지요
형님도 이젠 아셔야 합니다
형님의 그릇된 선택과 판단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말 모는 기합] [말이 투레질한다]
[말 모는 기합]
"소의문"
[부드러운 음악]
(어린 채경) 지는요, 겁날 때 요래 휘파람을 불어요
그라믄 마음이 좀 진정되거든요
[어린 채경이 휘파람을 분다]
[어린 채경과 어린 역의 웃음]
[어린 채경이 휘파람을 분다]
[화면 전환 효과음]
[어린 채경이 휘파람을 분다]
[역의 말 모는 기합]
[역의 말 모는 기합]
[만감이 교차하는 신음]
대군마마 [흐느낀다]
[반가운 신음]
[말이 달가닥달가닥 달린다]
[놀란 신음]
[말이 다가온다]
[다급한 숨소리]
[채경의 다급한 숨소리]
오, 오지 마...
아, 아, 안 돼, 아...
안 돼...
오지 마, 안 돼
(채경) 아, 아니야 [다급한 숨소리]
(채경) 안 돼, 안 돼 [절규한다]
[말 모는 기합] [채경이 흐느낀다]
(관군 수장) 멈춰라!
[말이 투레질한다]
[잔잔한 음악]
채경아, 신채경!
전하...
[걱정스러운 신음]
[울먹인다]
[맥 놓는 신음]
(융) 채경아...
어서 풀어라, 어서!
(관군들) 예!
무사하실 겁니다
그거 하나 바라고 왕한테 보내신 거 아닙니까
(내의원 의원) 조금만 늦었어도 위험할 뻔하셨사옵니다
어찌 된 것이냐?
독화살에 맞은 상처가 곪으면서
독이 온몸으로 번졌나이다
고초를 겪던 중이라
몸이 견디어내지 못한 듯하옵니다
살려라
반드시 살려야 한다
예, 전하
일단 해독 탕약부터 들이겠나이다
어쩌자고
이 꼴이 될 때까지 버틴 것이냐 어쩌자고
[속상한 신음]
다 내 잘못이다
숨어서 그따위 장난질이나 하는 놈 하나 잡겠다고
널 이 꼴로 만들다니
(융) 그러게 진즉에 말을 했으면 좋았지 않느냐
도와달라 한 마디면 끝날 일이었을 것을
[잔잔한 음악]
[문이 여닫힌다]
(융) 이리 다오, 내가 먹이겠다
(내의원 의원) 저, 저, 전하
[숟가락을 달그락 놓는다]
(기룡) 전하, 기룡이옵니다
[문이 드르륵 열린다]
채경아
미안하지 않다
애초에 약조를 지키지 않은 네 탓이니
[애잔한 음악]
기다리지 않겠다 하지 않았느냐
한데도 넌 기다렸을 것이다
속으로 수만 번은 내 이름을 불렀을 것이다
(울먹이며) 오지 말라면서도
와주길 기다렸을 것이야
[역의 안타까운 신음]
내 너를 모를 줄 아느냐?
채경아
삼거리 주막부터 의금부
궁궐 안팎까지 전부 수색하였사온데
아무런 흔적을 찾지 못하였사옵니다
송구합니다, 전하
지금 과인과
숨바꼭질이라도 하자는 것이냐
[문이 쾅 닫힌다]
[긴장되는 음악]
채경아
대군마마
대체 왜 그렇게까지 한 것이야
정말 죽으려 한 것이냐
[옅은 웃음]
대군께서도
이렇게 하셨지 않습니까
이제서야
빚을 갚습니다
[힘겨운 숨소리]
[다가오는 발걸음]
[가까워진 발걸음] [놀란 신음]
[긴박한 음악]
(상궁) 중전마마 납셨사옵니다
[문이 탁 열린다]
(신비) 전하, 이게 어찌 된 일이옵니까?
그 도적놈을 도망시킬 때
상처를 입었던 모양이오
[애잔한 음악]
[채경의 힘겨운 신음]
[화면 강조 효과음]
[탁 착지한다]
[권씨의 다급한 숨소리]
(권씨) [울먹이며] 채경아, 채경아
(신비) 채경아
[권씨의 울먹이는 신음] 아휴
(권씨) 아가
[권씨가 흐느낀다]
[긴장이 감도는 음악]
(융) 도승지는?
(내관) 하명하신 대로 처리하였사옵니다
(융) 이랴! 이랴!
(융) 워워
[말의 투레질]
[사홍의 난감한 신음]
비켜라
도승지
혹, 도승지 자리도 버거운 게요?
과인은 분명 도적놈을 잡아 올리라 명했거늘
일을 어찌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이오?
경이 이렇게 무능력한 사람이었소?
송, 송구하옵니다, 전하
이제 보니 하는 일 없이 앉아서
천지신명님과 담소나 나누던
소격서 제조 자리가
경에겐 딱이었소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나이...
또다시
과인의 명 없이 내 사람을 다치게 하는 날에는
그땐 경의 등이 아니라
목을 바치게 될 것이오
[벌벌 떨며] 명심하겠사옵니다, 전하
[칼을 쓱 넣는다]
이랴!
[말 울음]
(사홍) 아니지요, 전하
전하의 사람은 소신뿐이어야 합니다
소신 우리를 위해 반드시
진성대군과 신수근을 잡아 올리겠나이다
[권씨의 한숨]
(권씨) [울먹이며] 채경아
아기씨
어머니
유모
[유모가 울음을 삼킨다]
며, 며칠입니까?
[걱정스레] 오, 오늘 며칠입니까?
30일이 지났어요?
아직 안 지났느리라 [훌쩍]
몸은, 몸은 좀 괜찮은 것이냐?
(권씨) 응?
[당황한 신음]
[채경의 의아한 숨소리] [유모가 훌쩍인다]
한데
[울먹이며] 제가 아직 살아있습니까?
아기씨
[놀란 신음]
[애잔한 음악] 아직 제가 살아있으면 아니 되지 않습니까
하면 올지도 모르는데
[채경이 울먹인다]
(권씨) 너, 이 녀석
(울먹이며) 어미 앞에서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
(권씨) 죽다니?
누구 마음대로 죽는단 말이냐!
(권씨) [흐느끼며] 죽어?
(권씨) 정녕
죽을 기운을 다해서 그리 견디는 것으론 모자라더냐
(권씨) 기껏 살려놨더니
[울먹이며] 또 죽을 타령이구나?
오냐, 그래
그게 정...
네 소원이거든 차라리 죽거라
(유모) 마님, 고정하십시오
(권씨) 나도 너 같은 딸 필요 없다, 어? [울먹인다]
부모 속 문드러지는 건 생각도 안 하고
그냥 자기 마음 하나 편하자고
차라리 죽겠다는 너 같은 딸년은 나도 필요 없느니라
[울며] 필요 없느니라
- 마님 - 이거 놓게
(유모) 마님
(권씨) [흐느끼며] 이거, 놔
[흐느낀다]
[훌쩍이며] 아휴, 채경아 [흐느낀다]
탕약인가?
[코를 훌쩍인다]
들이게
[연신 흐느낀다]
(권씨) 자기 같은 딸을 낳아봐야지
[권씨가 흐느낀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마님을 그래 보내시면 우얍니까
[유모의 답답한 신음]
(유모) 아기씨야 죽든 살든 신경도 안 쓰고
코빼기도 안 보이는 그 망할 도적놈 때문에
모녀지간 의는 상해도 된다 이깁니까?
[답답한 신음]
오면 안 되니까 안 오시는 거야
오지 말라고 기도도 했고
기다리지 않겠다고 약조도 했어
[기가 찬 신음]
아, 설마 방금 그놈아 편을 드신 겝니까?
(유모) 마 됐고, 후딱 약이나 드이소
[그릇을 달그락거린다]
[귀찮아하는 한숨]
[잔잔한 음악]
[숟가락을 달그락 놓는다]
[가슴 시린 음악]
[착잡한 한숨]
어떡하나
[채경의 힘겨운 숨소리]
[깨달은 신음]
설마...
[숟가락을 탁 놓는다]
좋게 말할 때 드시겠습니까?
아니믄 간만에 한번 붙을까요?
마, 이렇게
마 도끼질 마, 쎄리 마, 씨 [살짝 웃는다]
[유모의 속 터지는 신음]
음, 드입시다, 응
- 아, 됐어, 안 먹어 - 쓰읍, 어허
[유모가 다정히 말한다]
(수근) 왜 안 들어가고 그러고 있소?
(권씨) 아
이제 막 들어가려던 참입니다
좀 어떻소?
해독도 거의 다 됐고
오늘 밤부턴 미음도 먹이랍디다
(유모) 어휴 [수근의 헛기침]
[유모가 중얼거린다]
왜 그냥 가십니까?
이제 막 기력을 되찾았는데
이 아비를 보면 또 울 거 아니오
울면 또 심기 상해서
낫던 병도 덧날 터이니
난 나중에 다시 오겠소
(권씨) 저...
부인은 왜 그냥 오시오?
저도 벌써 채경이와 한판 했습니다
어허, 거, 둘 다 참, 거, 성질, 참
(수근) 쯧 [웃음]
지금 모녀가 싸울 땐
거, 아니지 않소
예
[수근의 헛기침]
[긴장되는 음악]
(역) '소의문에 신채경이 죽어 있더군'
'대신 죽여 줘서 고맙다'
[헛웃음]
우습구나
내가 더 하나 잡겠다고
이토록 비겁한 수를 쓰다니
어디, 올 테면 오너라
내 기꺼이 맞아주마
[긴장이 고조되는 음악]
[역의 거친 숨소리]
[역이 숨을 헐떡인다]
[절규한다]
[씩씩대는 숨소리]
"진성대군의 묘"
[거친 숨을 몰아쉰다]
[역의 거친 숨소리]
"진성대군의 묘"
(성종) 역아
넌
이 나라 조선의 대군이다
그 이름만으로도 중하고 또 중한 존재니라
(성종) [콜록거리며] 이 아비가 죽고 나면
모두가 널 노릴 것이다
[거친 숨을 토한다]
[씩씩댄다]
(자순대비) 죄인의 신분이긴 하나
명색이 중전의 조카딸 아이가 쓰러졌다는데
안 와볼 수가 있어야지요
마음 써 주셔서 황공하옵니다
대비마마
해서 말이옵니다
제 여식의 미련함이 누굴 지키기 위한 것인지
대비마마께옵서는 누구보다 잘 아시리라 믿사옵니다
(수근) 그 옛날
제 여식이 마마께 진 빚을
이제는 덜어주셨으면 하옵니다
우리 사이에
더 이상 빚은 없다
이 말씀이시지요?
[긴장되는 음악] (자순대비) 하여
이번에도 그저 물러서 있어 달라
아무것도 하지 말고?
내가 도움을 줄 수도 있을 텐데요
말씀은 감사하오나
제 여식은 소신이 지키겠나이다
그러세요, 그럼
그 아이는 보셨습니까?
좌상이 세게 나오더이다
이제 우리 사이에 빚은 없다고요
(원종) 흠
확실히 대군마마에 대해서 알게 된 모양이로군요
물러서 있겠다 하였으니
당분간은 지켜만 보세요
(자순대비) 더 얹을 것도 뺄 것도 없습니다
좌상과 신 씨, 그 계집의 운명대로 굴러가게
어디 지켜보자고요
예, 대비마마
그나저나 아쉽게 됐구나
큰마음 먹었을 텐데
어찌 그 맹독을 버텨냈는지
실은
제가 한 게 아닙니다
이미 화살 독에 중독된 상태였습니다
한데도 아무한테도 말을 않고
견디고 있는 중이었고요
하면
그 계집이 죽을 각오를 하고 역이를 지켰다는 게냐?
예
[은은한 음악] [자순대비와 원종의 한숨]
역이 그 아이 성격에
이 일로 그 아이를 더 마음 쓰게 될 터인데
(원종) 우선은
대군께서 더 나서시지 않게 네가 잘 지켜보거라
신 씨가 곧 풀려날 거란 소식을 전해도 좋고
예, 외숙부님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오라버니
어, 왔냐?
안 그래도 지금 너 찾아 나섰던 길이었다
무슨 일 있어?
일은 무슨 왜 이렇게 안 보이나 해서
궁궐 소식 들을 데가 너밖에 없지 않냐
아...
(역) 들어가자
[종이 딸랑 울린다]
(서노) 하면 풀려난다는 것입니까?
(명혜) 당장은 아니고
왜?
어명으로 추포하였으니
풀어줄 때도 명분이 필요하잖아
(명혜) 아마 수일 내로 편전에서 정식으로 사면 발표를 하실 거래
(석희) 이야, 절묘하네
딱 맞춰서 사면령이라니 [웃음]
(명혜) 다행히 삼남의 수재 때문에 조정 대신들 사이에서
사면령에 관한 말이 나오는 중이고
상소문도 올라오던 중이었대
사면령을 이리 함부로 내려서 될 일은 아니지
꼭 채경 아기씨 때문만은 아니니까
괜찮지 않습니까?
이제 어쩔 거야?
당분간 도성을 좀
떠나 있을까?
- (광오) 음 - 뭘 그렇게 놀래?
그냥 한고비 넘겼으니까
쯧, 잠시 떠나 있다가
조용해질 때쯤에 돌아오자는 건데, 어?
어때?
왜
말 안 했어?
옥사에서 나 봤다는 거
방식을 바꿔 볼 생각은 없으십니까?
[잔잔한 음악]
- 뭐? - 은혜하는 사람의 방식을 존중하고
생각을 닮아가는 게 사랑이라 들었습니다
그래서 사랑이 어려운 거라고요
누가 사랑 따위를 한다더냐
사랑이 아니면
뭡니까?
(서노) 채경 아기씨는 형님의 마음을 열고
생각을 변화시키고 신념을 갖게 하셨습니다
한데 명혜 낭자는...
(명혜) [발끈해서] 난 뭐?
채경 아기씨 이기시려면
분발하셔야 할 듯합니다
[화가 치밀어] 너 진짜!
[애잔한 음악]
[문이 탁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역) 기다리지 않겠다 하지 않았느냐
한데도 넌 기다렸을 것이다
속으로 수만 번은 내 이름을 불렀을 것이다
오지 말라면서도
와주길 기다렸을 것이야
약조를 했으면
증표가 있어야 한댔지?
하면 그 약조가 무효가 됐을 땐
증표도 거둬가야 옳지 않으냐
이제 우리 사이에 남은 약조는 없는 거다
돌아오겠다는 약조도
[채경의 힘겨운 숨소리]
(역) 이제 우리 사이에 남은 약조는 없는 거다
[탄식]
[애절한 신음]
[흐느낀다]
[채경이 흐느낀다]
[어린 채경이 휘파람을 분다]
[휘파람 소리가 이어진다]
[의미심장한 음악]
(수홍) 삼남에 전례 없는 수재가 발생하여
백성들의 고초가 심하니
혹시라도 형벌이 중도를 잃어
원통하고 억울함을 펴지 못한 일이 있어 그러한가
(수홍) 염려된다
(수홍) 하여
모반 등
국가에 관계되는 중죄를 제외한
오늘까지의 죄는
판결이 났거나
판결을 기다리는 것을 막론하고
용서하고 놓아주어서
(수홍) 아래로는 백성들의 원통함을 위로하고
위로는 천상에 응답하겠다
(대신1) [작게] 사면령을 내리시나 보오
(자광) 아, 저, 상소문을 보신 모양이오
(사홍) 하여 지난 아흐레
죄인을 탈주시켰다는 죄목으로
의금부에 잡혀 온 신 씨의 죄는
모두 사면한다
[극적인 음악]
(대신들) 아니 되옵니다,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아니 되다니?
(융) 천재지변이 있을 때 사면령을 내리는 것은
전례가 있던 일이오
대체 왜?
전하, 실은 지난밤
진상품 도적놈이 소신의 집에 잠입해
(자광) 곳간을 털어갔나이다
(대신1) 그러하옵니다, 전하 소신의 집도
(대신2) 소신도 털렸나이다, 전하
(자광) 소신의 집 곳간이 털린 건 큰일이 아니오나
그 무도한 도적놈이 감히 주상 전하를 욕보이는 것은
(자광) 그냥 둘 수가 없잖겠나이까?
과인을 욕보인다?
(역) '원통해 할 것 없소'
'왕도 털렸으니'
[피식]
[종이를 박박 구긴다]
대체 어찌 된 것이오?
아, 예
간밤에
진상품 도적놈이
(수홍) 북촌에 여러 대신들 집을
한꺼번에 털어간 듯하옵니다
포청과 의금부에 일러
수사하도록 이르겠나이다
[마땅찮은 숨소리]
[순정의 헛기침]
(순정) 이 이례적인 일 때문에
지금 대소 신료 모두가 당황하고 있사옵니다
하오니 전하
지금 유일한 증인이자 공범인 신 씨의 사면령은
신중을 기하여 공표하는 것이 옳은 줄 아뢰옵니다
(자광) 그러하옵니다, 전하 [긴장되는 음악]
신 씨를 풀어주는 날엔
그 도적놈이 또 얼마나 더 활개를 치고 다닐지
모를 일 아니옵니까
[기가 찬 한숨]
[자광의 헛기침]
(수홍) 이대로 끝나실 줄 알았다면
오산이지요
- (사홍) 서둘러라 - (두목) 예
[아파하는 신음] [무뢰배의 기합]
(수근) 전하
신, 좌의정 신수근
이번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여 사직을 청하옵나니
(수근)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또한, 소신의 여식이
진상품 도적과 공범이라는 명확한 증거는 없사오나
(수근) 도적과 함께 있다 잡혀 온 것은 사실이오니
그 일에 대해서도
소신이 책임지고
대신 벌을 받겠나이다
(수근) 부디
소신이
병으로 쓰러진 제 여식을 대신하여 벌을 받을 수 있도록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불가하오
[긴장되는 음악]
전하
절대 불가하오
그 도적놈을 잡고 싶다고 했소?
(융) 꼭 잡아야 한다 했소?
하여
하여 유일한 증인이자 공범인 신 씨를
풀어줘선 아니 된다?
(대신들) 그러하옵니다, 전하
그것이
경들이 도둑맞은 재물 때문이 아니라
감히 과인을 모욕했기 때문이다?
충심에서 간언하는 것이다?
(대신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좋소, 잡아야지
암, 잡아야 하고말고
자!
(융) 다들 갖다 쓰시오
[상자를 탁 놓는다]
승명패 하나면
관군들도 마음껏 쓸 수 있고 못할 것이 없소
이게 곧 과인의 어명이니
(대신들) 전하!
어서들 들고 가서
그 도적놈을 잡아 오라니까요
(대신들) 명을 거두어주시옵소서
(희안) 전하
승명패를 이리 쉽게 주시는 것은 아니 되옵니다
왜 안 되오?
(융) 아!
이거 들고 나갔다가 괜히 잘못하면
되레 목이 달아나니까?
지금 그게 두려워서 다들 못 집어가시는 게요?
어서들 들고 가시라니까요
일어나시오, 좌상
전하
갑시다
좌상
(수근) 망극하옵니다, 전하
하오나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일이옵니다
한데 그 책임을 왜 좌상이 지려 하오?
(융) 왜 하필 좌상이냔 말이오?
이미 채경이 그 아이도 충분히 벌을 받지 않았소
사건이 자꾸 미궁으로 빠지니
(수근) 이렇게라도
누군가는 벌을 받고
책임을 져야 할 줄로 아뢰옵니다
[버럭] 책임은...
비겁하게 숨어있는 그 진상품 도적놈이 져야 하는 것이오
[긴장되는 음악]
(융) 감히 과인의 진상품에 손을 댄 것도 모자라
채경이를 위협하고
여기 있는 대신들의 곳간까지 털어서 과인을 능멸하는
그 도적놈이, 그놈이 책임을 져야 한단 말이오
(융) 처음 좌상의 여식이 추포됐다 소식을 들었을 땐
다들 입도 벙긋 못하고
좌상과 과인의 눈치만 보고 있던 사람들이
자기들 곳간 털리고 나니까
그제야 들고 일어서는 꼴을 보시오
과인이 이런 자들과 나랏일을 도모하다니
참으로 통탄할 노릇이 아니오?
(융) 좌상과 그 여식에게 죄를 물을 자들은
직접 가서 증거든 그 도적놈의 목이든 가져오시오
그런 후에야
좌상이든 그 여식이든
처벌을 논하겠소
[긴장이 고조되는 음악]
내 생각엔
이번에도 공이 지실 것 같소이다
좌상 위에 금상 이 말이 괜히 있겠소이까
[원종의 웃음] 아!
요즘엔 그보다도 더 재밌는 풍문도 돌던데요 [수홍의 못마땅한 신음]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가 아니고
'권세가 높다 하되'
'좌상 아래 도승지로다'
[원종의 웃음]
다 좋은데
그게 부총관이 하실 말씀은 아닌 듯싶소
나야 좌상의 코털이라도 건드려봤지만
부총관은 좌상의 그림자도 못 밟고 있지 않소
하릴없이 입방정 떨 때가 아닌 듯하오만
[사홍의 헛기침]
(자순대비) 물러서 있겠다 하였으니 당분간은 지켜만 보세요
[탐탁지 않은 신음]
어머니 화 많이 나셨어?
오늘도 안 오실까?
유모?
- 유모? - 어데예?
아무 일 없심니더
무슨 일이야?
(유모) [울먹이며] 아기씨
[가쁜 숨소리]
(채경) 아버지... [슬픈 음악]
[흐느끼며] 아버지, 아버지...
(채경) 아버지...
[권씨가 흐느낀다]
(순정) 우리가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좌상 대감께서 특별히
인편에 서신까지 보내지 않으셨소이까
이번 일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나서지 말라고
(자광) 저런다고 도적놈도 안 잡힌 마당에
신 씨를 풀어주라고 할 순 없지요
아니 그렇소이까, 도승지?
오늘이 삼십 일입니다
유시가 되려면 아직 좀 남았으니
기다려 봅시다
(사홍) 도적놈이든 신 씨든
약속을 했으니
누구 하나는 목을 내놔야지요
[가쁜 숨소리]
[채경이 울먹인다]
아버지
[흐느낀다]
(권씨) 채경아! [신비의 말리는 신음]
(권씨) 채경아! [다급한 숨소리]
(채경) 아버지!
[채경의 가쁜 숨소리]
채경아
[채경이 흐느낀다]
아버지
[흐느끼며] 제가
제가 잘못했습니다
아버지까지 이렇게 고초를 겪게 하다니
[채경이 목놓아 운다]
[채경이 연신 운다]
채경아
전하
가족들은 아무런 죄가 없습니다
죄를 받아야 한다면 제가 받겠습니다
안 된다, 채경아
(대신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채경) 전하
저로 인해 어명의 지엄함을 해치면 아니 되옵니다
부디 예정된 대로 형벌을 진행하십시오
채경아
군주의 벌은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하옵니다
[채경이 흐느낀다]
전하께서는 저를 살리고자 애쓰셨고
기회를 주셨사옵니다
그 기회와 마음을 저버린 건 접니다
하니
[흐느끼며] 벌을 내려주시옵소서
뭣들 하느냐
이 아이를 당장 내의원으로 데려가지 않고!
[채경이 흐느낀다]
[다급한 숨소리]
전하! 전하!
[맥 놓는 신음]
- 채경아! - (권씨) 채경아!
(역) [우렁차게] 멈추시오!
[웅장한 음악]
[채경의 힘겨운 신음]
[고조되는 음악]
[힘겨운 숨소리]
누구냐?
누구냐 물었다
이역
형님
접니다
제가 돌아왔습니다
[웅장한 음악]
[애절한 음악]
(역) 진짜 도적놈은 여기 대신들 중에 있사옵니다
(녹수) 첩자만 한 게 없지요
적당한 사람이 있사옵니다
좌상의 영애, 신채경이옵니다
(유모) 이걸 비녀라고 꽂은 깁니까?
나도 이제 시집가야지
(융) 채경이를 역이의 첩자로 쓸 수가 없겠어
(채경) 지금 이걸 저더러 믿으라고요?
(채경) 이건 부적이 아니라 저주잖아요
.7일의 왕비↲
.영화 & 드라마 대본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