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작사 이혼작곡 S1. 3
[차 문이 탁 닫힌다] [혜령의 떨리는 숨소리]
(혜령) 뭐야?
[거친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거친 숨소리]
[통화 연결음]
(사현) 아이, 저기, 자기야, 잠깐
(혜령) 아이씨
[혜령의 힘주는 신음]
[사현의 힘주는 신음]
누구야?
여자?
[사현의 아파하는 신음]
바람피워?
[혜령의 분노에 찬 숨소리]
걸어
들어가서 얘기해
만나는 사람이 있어
[기가 찬 숨소리]
- 미안해 - (혜령) 사람 죽여 놓고 [무거운 음악]
미안하다면 되는 거네?
(혜령) 판 변호사님, 물었어요
사람 죽여 놓고 '미안해' 하면 무죄예요?
바람을 피웠다고, 판사현이?
만나기만 했어?
진도 나갔어, 다?
[혜령의 거친 숨소리]
[혜령의 분한 신음]
[혜령의 힘겨운 숨소리]
누구야?
논현동 살아?
기승전결 얘기 안 할 거야? 변호사답게!
하면
그런다고 자기 맘 풀리겠어?
얼마나 됐어?
그게 뭐 중요해
'뭐 중요해'?
그럼 중요한 게 뭔데? 뭔데!
나 용서 못 할 거잖아
그래, 용서 못 해, 어쩔 건데?
(혜령) 일단 불러, 걸어서 바꾸든지
어?
(사현) 생각 좀 해 보고
(혜령) 뭘 생각해, 뭘
생각할 상황이야? 바람피울 때 생각하고 피웠어?
법적 용어로 간통이지?
나 몰래 간통할 때 생각하고 했니? 논리적으로 따져 가면서!
[혜령의 분한 숨소리]
잘못 인정하고 빌기는커녕, 사람 맞아?
[혜령의 떨리는 숨소리]
[숨을 들이켠다]
잠깐
(사현) 지혈하고 올게
[혜령의 떨리는 숨소리]
[문이 달칵 여닫힌다]
[떨리는 숨소리] [무거운 음악]
[숨을 후 내뱉는다]
[유심 칩을 툭 던진다]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사현) 어디야?
[살짝 웃는다] [잔잔한 음악]
(원) 실물이 훨씬 이쁘다 소리 들으시죠?
- 그래요? - (원) 네 [함께 웃는다]
(아미) 요즘 공연 없으세요? 저도 보고 싶은데
(가빈) 준비 중이에요
아, 전 남가빈인데
아미요, 본명이에요
송원요
[휴대전화 메시지 알림음]
(아미)
(원)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문호) 동미야
이뻐, 너무 이뻐
[예정의 어이없는 웃음]
(예정) 여보, 여보!
[TV 소리가 커진다]
일어나요 [TV 전원음]
아, 왜 깨우고 그래
(예정) 당신은 나보다 동미인가 봐 [익살스러운 음악]
잠꼬대까지 하고
잠꼬대했어?
부산 고거 다녀왔다고 피곤해요? 늙었네
아, 식곤증이야
(문호) 둘째 전화해 봤어?
아휴, 엄마 밥 먹고 싶어 왔어요
어떻게 알아? 역술가야?
내기할래요?
집에 먹을 건 없고
왜 먹을 게 없어?
언젠가 보니까 꽉 찼더구먼, 냉장고
내가 해다 채워 놨죠
채워 놓으면 뭐 해, 안 차려 먹는 걸
어쨌든 걸어 봐, 왜 왔었냐고
[문이 드르륵 여닫힌다]
별희 아비 왔나 봐요
(혜령) 저 왔어요
작은애야?
어!
[휴대전화를 툭 놓는다]
(예정) 아니, 웬일이야, 이 시간에?
사현이는 화장실?
아니요, 저 혼자
(문호) 무슨 일 있어?
낮에는 사현이 다녀갔다 하고
(예정) 싸웠니?
(준재) 차나 과일…
(혜령) 물요
(예정) 저녁은?
판사현 딴 여자 생겼어요
[무거운 음악]
- 딴 여자라니? - (혜령) 바람요
우리 사현이가? [문호의 한숨]
- 네 - (예정) 확실해?
본인이 인정했어요
오늘 알았어요, 좀 전에
- 누구? - (혜령) 말 안 해요
이런, 씨
(혜령) 물어도 '날 잡아 잡수시오' 다물고 버텨요
당장 내려오라 그래
어머님 하세요
(예정) 걸어 줘
[한숨]
[통화 연결음]
[문호의 한숨]
- (사현) 어디야? - 나다
- (사현) 네, 엄마 - (예정) 내려와, 지금
(사현) 아빠도 계신 거지?
그럴 만한 사정이 있어요
엄마, 골프채 다…
(문호) 당장 안 와!
알았어요
[통화 종료음]
[혜령이 잔을 탁 내려놓는다]
전혀 눈치 못 챘어?
(혜령) 네
아휴, 진정해
한평생 살다 보면 별일 다 겪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상상이 안 돼요
그러게, 내 속으로 낳았지만…
우리 사현이가 그럴 애가 아닌데
(문호) 꼴에 남자라고
(예정) 술집 같은 데서 이, 분위기에 휩쓸려서
그렇죠, 여보?
뭐가 '그렇지'야?
(문호) 내가 언제 실수했어? 분위기에 휩쓸려서?
말 가려 해 며느리 앞에서 오해받게끔, 쯧
[머쓱한 숨소리]
(예정) 저기
이것 좀 안 보이게 치워 이따 혹시 찾아도 모른다고
- 네 - (예정) 응
(예정) [작은 목소리로] 여기 창고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유신과 지아가 즐겁게 장난친다]
[사람들의 웃음]
- (지아) 엄마, 엄마, 엄마 - (피영) 응?
(지아) 우리 반에 엄청 말 안 듣는 친구가 있어
선생님이 몇 번을 조용히 하라고 경고를 해도 안 들어서
쉬는 시간에 책을 읽으라고 했거든?
- 담임 선생님이? - (지아) 응
(지아) 말 안 듣는 애가 웬일인지
얌전히 앉아서 멋있게 책을 보는 거야
그래서 '땡땡아, 뭐 해?' 하고 가서 보니까
[웃으며] 만화책을 읽고 있어
[피영과 유신의 웃음]
- (유신) 걔 남자아이지? - (지아) 응
(피영) 그 친구 별명이 땡땡이야?
아니
실명 밝히긴 그렇잖아
어머, 좋은 얘기 아니라서?
(지아) 응 [피영의 놀라는 탄성]
우리 딸 생각이 이렇게 깊어
(피영) 아니, 우리한테 실명 얘기해도 별 큰 상관 없는데
누군지 아는 것도 아니고
그러게, 우리 지아 천사표다
(유신) 현명한 천사표
친구 프라이버시 지켜 주고
응? [함께 웃는다]
(피영) 아이…
(기림) 혼자만 마셔?
잠이 안 와서요
운동 부족하면 잠 안 와
지아네 전화해, 내일 골프 가자고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휴대전화 진동음]
(피영) 어머님!
받아
(피영) 네, 어머님
- 지아 아비 씻어? - (피영) 네
내일 시간들 돼?
(동미) 원장님이 골프 가자셔, 오랜만에
[한숨]
[흐느끼며] 저 무시하는 거예요
한국에 가족도 없이 혼자니까
(예정) 무슨 무시를 해
친정 식구들 걱정하게 전화하고 그러지 마
별일 아닐 거야
마스카라 번졌다
[흐느낀다]
(혜령) 어떻게 별일이 아니에요
울지 마라
(문호) 방송국에 얼굴 부어서 가면
(예정) 주말엔 녹음 나가잖우
너도 우리한테는 자식이야
결혼한 지 채 3년도 안 됐어요
어떻게 이래요?
(예정) 집에 일 생기는 것보다
이런 걸로 때우고 넘어가는 게 나을 수도 있어
멀쩡히 나갔다가 다치고 사고 나고 그러지 않던?
가슴이 천 갈래 만 갈래예요
결혼 전에 깊이 사귄 여자 있어요?
(예정) 없어, 공부하느라
(문호) 있었잖아, 같은 로스쿨 동기 [흥미로운 음악]
아버지 경동시장에서 약재상 크게 하고
엄마는…
그 여자 결혼했어요?
(예정) 몰라
아휴, 끝난 지가 언제인데
얼마나 사귀었는데요?
1년도 안 돼
(예정) 아마 업소 여자일 거야
사현이가 미쳤다고 너같이 이쁘고 유명세 있는 와이프를 두고
논현동으로 저장했다니까요
(예정) 그러니까, 아직 진한 사이는… [초인종이 울린다]
[혜령의 떨리는 숨소리]
[멀리서 개들이 왈왈 짖는다] [강아지가 낑낑거린다]
[사현의 가쁜 숨소리]
동미야, 이따가
[한숨]
[한숨]
(예정) 어떻게 된 거야?
혜령이 말이 다 사실이야?
(사현) 네
- (문호) 죽통을 날려 버릴라, 그냥… - (예정) 아휴, 여보
(예정) 아휴, 좀 일단 들어 보고요!
[문호의 성난 신음] 앉아
(문호) 어물전 망신 꼴뚜기가 시킨다더니
언제, 어디서 만난 여자야?
그런 건 중요하지 않고요
그럼 뭐가 중요해?
새파랗게 젊은 게 일이나 열심히 할 것이지, 쯧
일 열심인 거 아시잖아요
결혼 전 사귀었던 여자야?
로스쿨 동기라는?
- 아니 - (혜령) 그럼?
그게 뭐 중요해
아까도 그러더니
[혜령의 답답한 숨소리]
(예정) 그러지 마
호랑이한테 물려 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고
이런 때일수록 이성적으로…
[버럭 하며] 잘했어, 잘못했어?
(사현) 잘한 거 없습니다
말 빠져나가는 거 보세요
잘잘못 묻는데 잘못했다는 인정 아니잖아요!
변호사라 그래
변호사하고 바람피운 거하고 무슨 상관이야?
직업 정신요
만만한 게 나예요?
내가 헛짓한 것도 아니고 며늘애 앞에서
(예정) 당신은 골프 회장답게 골프 잘 치고
얘는 말 다루고 글 다루는 직업이니까 그런 식으로 대답한다고요
본능적으로
(문호) 잘못했다고 용서 빌어 다시는 안 그런다고
각서 받아
어떻게 믿어요, 감쪽같이 속였는데
(문호) 너, 내가 이런 문제로 분란 일으킨 적 있냐?
- 네 엄마 실망시킨 적 있어? - (사현) 아니요
(문호) 근데 어디서 배웠어, 명색이 변호사가!
이런 인격인 줄 모르고
그쪽 너 기혼인 거 알아?
(사현) 네
[떨리는 숨소리]
(문호) 아, 반지 꼈는데 몰라? 쯧
(예정) 빼고 만날 수도 있어요
[혜령의 한숨]
- 사진 까 봐 - (사현) 없어, 휴대폰
판사현
겨우 이거야?
이 정도밖에 안 돼?
(예정) 어떡할 건지 얼른 얘기해
전화번호 외울 거 아니야
여기 불러다 앉혀, 당장!
(문호) 이뻐?
혜령이보다 더?
(예정) 지금 이쁘고 안 이쁘고가 중요해요?
인물에 넘어갔을 거 아니야
(사현) 아니요 [혜령의 어이없는 신음]
너 변호사인 거 알고 달라붙은 거야
거기다 시그널 컨트리 아들이겠다 그렇지?
- 아니요 - (예정) 그럼?
그런 건 중요하지 않고요
뭐가 중요해, 그럼, 뭐가!
어쩔 거야?
오늘 결론 내!
얼른 용서 빌어
[침을 꼴깍 삼킨다]
나 용서 못 하지?
잘못한 거 알아
하자는 대로 할게
[무거운 음악]
하자는 대로 하다니?
이혼하자면 한다고?
[기가 찬 숨소리]
[예정의 다급한 신음]
(예정) 아휴
(문호) 콩가루 집안도 아니고
우리 집안에 이혼은 없어!
어디 부모 앞에서 이혼이란 말을 올려!
(혜령) 해
(예정) 얘, 미안해 그래, 면목 없어서
용서 빌어, 빨리
잘못한 건 솔직히 인정하는 게 남자야
(사현) 미안해
단순히 미안함?
(사현) 심려 끼쳐 드려 죄송해요
(문호) 낮에 그래서 다녀갔어? 이혼 건으로?
(사현) 네
(예정) 이실직고하려고 했단다, 수습하려고
수습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이 사람 성격 제가 잘 알거든요
나 봐줄 수 있어?
- 입장 바꿔서 나라면? - (사현) 그러니까
어떡하겠다는 얘기야?
(예정) 무릎 꿇었잖아
얘는 말보다 행동이 우선이야
내가 생각해도
(사현) 신뢰가 깨졌어
옛날로 돌아가기 어려워
(예정) 너만 고쳐먹으면 돼, 정리하고
어머니, 잠깐요
[떨리는 숨소리]
(혜령) 그 여자 이름 뭐야?
사랑해?
[어이없는 숨소리]
솔직히 대답해
사랑 감정이야? [무거운 음악]
[침을 꼴깍 삼킨다]
개나발 같은 소리! [예정의 다급한 신음]
(문호) 아줌마, 아줌마!
이거, 이거, 이거 이거 치는 거, 골프채!
(준재) 아, 제가 안 뒀는데요
- 현관에! - (준재) 아, 네
[예정의 한숨]
이런 미친놈 봤나
얘기 끝났네
(예정) 아휴, 얘
앉아!
[예정의 한숨]
좁은 골목에 돼지 새끼 몰듯 하면 안 돼
혜령이도 사랑해서 결혼했잖아 죽고 못 살 만큼
스쳐 지나가는 감정을 지금 순진해서 착각하는 거지
얼마나 만났길래 사랑이야?
[기가 찬 숨소리]
(예정) 아휴, 남자한테 사랑은 한 번이야
당신 언젠가 나한테 그랬어요, 그렇죠?
사랑이든 나발이든 용서 빌고 끝내, 오늘부로
얼른 그러겠다고 해
(사현) 죄송해요, 아빠
- 못 끝내? - (사현) 네
[어이없는 신음]
이 자식이 지금
(예정) 아이고
얘, 혜령아!
얼른!
키 빨리 주고, 김 실장 따라 보낼게
어떻게든지 수습해!
[풀벌레 울음]
[문이 탁 열린다]
[강아지가 낑낑거린다]
[사현의 가쁜 숨소리]
동미야, 미안, 다음에 [강아지가 왈왈 짖는다]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차 문이 탁 닫힌다]
[혜령의 한숨]
결혼 때 내가
다시 생각해 보라고 했건만
(문호) 어린거한테 빠졌어, 필시
살다 보니 별로인 거지
공주 누나 모시기
혜령이 자존심에
어떻게 봐 내
[떨리는 숨소리]
(혜령) 너 사람이야?
얼마나 됐어?
얼마나 됐냐고!
우리 얘기만 해
우리 얘기지 다른 사람 얘기야, 지금?
(혜령) 판사현이 날 배신 때렸지 다른 사람이 때렸어?
(사현) 운전 중 아니야
[혜령의 한숨]
(혜령) 세워 [사현의 한숨]
- 세워! - (사현) 세우면?
택시 타고 갈 거야
(사현) 거의 다 왔어
(혜령) 뭘 다 와!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피영) 잠들었어 - (유신) 응
- 기분 새롭지? - (피영) 응
(유신) 자주 오자, 지아도 좋아하고
(피영) 따라다닐 때 데리고 다녀야지 중학생 되면 뜨악할 거야
공부도 해야 하고
우리 지아는 안 그럴 거 같은데? 지금 봐서
자식은 맘 비우고 키워야 한대요
부모 뜻대로, 바람대로 크는 거 아니래
자식이라고 다 똑같나
[만족스러운 신음]
(피영) 맛있다
와인은 역시 분위기도 중요해
(유신) 난 아닌데
누구랑 마시느냐가 중요한데
나도 여기서 혼자 마시면 별로고
[유신이 피식 웃는다]
오늘 제대로 당긴다
적당히 마셔요 내일 일찍 체크아웃해야 하는데
자기 괜찮겠어?
피곤하면 안 간다고 그러지 그랬어?
뭐, 피곤?
필드 나가는 건데 오히려 풀리죠
[잔을 탁 놓으며] 지아 우리 딸이지만
(피영) 기특해, 생각할수록
나 같으면 우리가 딴 데 얘기할 것도 아니고
식구니까 당연히 이름 말할 거야
그 순간에 어떻게 친구 프라이버시를 생각해요?
열두 살 어린애가
그러게
어른보다 나아
(유신) 할 소리, 안 할 소리
생각 없이 뱉는 사람 얼마나 많아, 요즘
나잇값들 못 하고
누구 닮았지?
누구겠어? 똑똑한 엄마지
아빠 인성 물려받았어
당신 얼마나 생각이 깊어
그래
(유신) 내 유전자도 좋고 당신이 교육 잘 시켰고
그 덕에 난 병원 일에 집중할 수 있고 마음 편히
충분히 좋은 아빠
훌륭한 남편이야, 넘치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며?
내 영혼 춤추게 하는 건 사피영뿐이야
[벅찬 숨소리]
[함께 웃는다]
[유신의 헛기침]
이리 와
됐어
씁, 얼른
[다리를 탁 친다]
(유신) 컴 온, 베이비
문자라도 보내, 혜령이한테
(예정) 뭐라고요
우리 믿고
마음 가라앉히라고
마음이 가라앉혀지겠어요?
(예정)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고
아, 그, '죽통'이 뭐유? '죽통'이 무식스럽게!
얻다 무식스럽디야?
혜령이가 속으로 어떻게 생각했을 거야
(예정) 시아버지 입에서 죽통을 날려 버린다고 하고
그냥 내 얼굴이 얼마나 화끈하던지
갱년기라 화끈하지 내 말 때문에 화끈해?
어떤 교수가 TV 나와 그럽디다
옷 잘 입는 것보다
말에서 교양이 묻어 나온다고
(해륜) 우선 옷만 좀 챙길게
나중에 서류 정리되면 그때 나머지 짐 빼고
갈 데랑 다 준비해 놨나 봐
효성이가 자기네 남는 오피스텔 쓰라고
[무거운 음악]
다른 건 달라지는 건 없어
월급도 그대로 입금될 거고
[거친 숨소리]
[사현의 한숨]
(기림) 출발했겠지, 애들?
(동미) 그럼요, 언제나 먼저 와 있잖아요
(예정) 골프 약속만 아니면 바로 올라가 보겠구먼
어떡하고들 있는지
(문호) 밤새들 안 다퉜겄어?
혜령이 성격에
(예정) 잠 안 재웠겠죠, 달달
열흘을 안 재우고 고문한들 어쩌겄어 할 말 없지
때리지는 않았으려나 몰라
얼굴은 이쁜데
애가 모진 데가 있어 가지고
[휴대전화 벨 소리]
(피영) 부혜령 남편이 왜?
- 여보세요 - (사현) 안녕하세요
(사현)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작년에 친구분 문제로 자문드렸던
부혜령 남편 판사현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사현) 아휴, 이른 시간에 죄송합니다
(피영) 아니에요, 괜찮아요, 밖이에요
(사현) 혹시 혜령이 PD님께 연락 안 갔나요?
아니요
무슨 일 있어요?
아, 네, 좀
어제 다퉜는데 일어나 보니까 없는 거예요
전화도 꺼져 있고
- 어머 - (사현) 혹시 갈 만한 데 없을까요?
한번 생각해 볼게요
네
심각한 상황은 아니죠?
[부드러운 음악]
- (유신) 사피영 - (피영) 응?
자기는 집 나가고 그러지 마
혹시 살다 속상한 일 있더라도
모르지, 사람 일
간호부장님이 밥 먹다 남자 의사들한테 조언하길
싸워도 하루 넘기지 말래
(유신) 그날 안으로 풀고 잠자리 들어야 한다고
우린 거의 그랬잖아요
[쓸쓸한 음악]
[차 문이 탁 열린다] [문호가 중얼거린다]
- 주 원장님 도착하셨나? - (직원) 네
[차 문이 탁 닫힌다]
[의미심장한 음악]
[차 문이 탁탁 닫힌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웅) 네
[문이 탁 닫힌다]
[해륜의 헛기침]
혹시 박해강 씨 형제분 아니에요?
네, 저희 형인데요
[놀란 탄성]
아유, 해강이랑 같은 동아리였어요 과는 달랐지만
네
쌍둥이인 줄 알겠어요, 사람들 완전 똑같으시네
맞아요, 형이 15분 먼저 태어났어요
아…
(웅) 어유, 해강이 뭐 해요?
저, 졸업하고 완전히 소식 끊겨서 [웅이 피식 웃는다]
죽었어요
언제요?
서른두 살 때요
(웅) 어쩌다요?
(해륜) 사고로요
[웅의 한숨]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 (피영) 새로 사신 거죠? - (동미) 응
너무 영한가?
(피영) 아유, 골프 웨어야 다 영하죠
어머님은 정말 스타일 좋으세요
뒷모습은 30대세요
아이
생큐
[옅은 신음]
[웅의 한숨]
나이 같겠다 말 편하게 합시다
(해륜) 그래요
특별히 안 좋은 데는 없는 것 같은데
그냥 나이도 들었고
주위 친구들이 다 보약 먹길래 한 제 지을까 하고
[웃음]
정력 예전 같지 않아?
(해륜) 그런 건 아닌데
먹어 두면 좋을 것 같아서
[웃음]
(웅) 오케이
[웅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여기 단지 사는 거지?
그럼 조 원장도?
나는 강북, 평창동
좋은 데 사네
부인이 한 미모 하셔
(해륜) 아들 하나?
(웅) 응, 좀 늦게 결혼했어
어, 부인 오시라 해 여자들 먹으면 좋은 약 지어 드리게
약 먹는 거 싫어해
[새가 지저귄다] [밝은 음악]
- (남자1) 오케이, 나이스 샷! - (남자2) 나이스 샷!
[남자들이 환호한다] - (남자2) 굿 샷 - (남자1) 굿 샷!
[남자1이 칭찬한다]
[흥미로운 음악]
(기림) 어, 좀 출출해
그늘집 먼저 들를게요
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문호) 잘 맞으시데
[사람들의 웃음] - (주 원장 처) 예, 아휴 - (주 원장) 잘 맞더라고요
(문호) 매일 연습장에서 사시는 거 아니에요?
(주 원장 처) [웃으며] 아휴, 참
맞아요, 출퇴근 도장 찍어요
[사람들의 웃음]
- (문호) 일취월장하셨어, 실력이 - (주 원장 처) 아휴, 참 [예정이 호응한다]
(주 원장 처) 민폐 안 끼치려고요
사모님은 얼마나 좋으실까
매일 공짜로 칠 수 있고
[주 원장 처와 예정의 웃음] (문호) 이 사람은 큰 재미 못 느껴요
- (주 원장) 예? - (주 원장 처) 어?
(주 원장) 아니, 뭐가 좋으세요, 골프 말고?
(문호) 살림이지, 뭐, 그렇지? [주 원장의 웃음]
(예정) 아니요, 당신 씹는 거요
[사람들의 웃음]
(주 원장) 남편들 겉으로는 큰소리치는 거 같죠?
다 조종당하며 사는 거예요
[주 원장이 말한다] (주 원장 처) 아이고, 참
(예정) 사람 나름이에요, 이 양반은…
- (유신) 자 - (기림) 자
(기림) 어
아휴, 여기 뷰 좋다
- (유신) 네 - (기림) 어, 좋아 [흥미진진한 음악]
[기분 좋은 숨소리]
(예정) 아는 분들이에요?
- (동미) 뷰 너무 좋네 - (기림) 어
[발걸음이 울린다]
[살짝 웃는다]
(문호) 저…
저기, 혹시
김동미?
'동미'?
[동미가 살짝 웃는다]
(동미) 네
[당황한 신음]
누구신지…
누구세요?
저기
연기군 진의면
[당황한 웃음]
(동미) 네
김수길 씨 댁 외동딸
(동미) 네
나
양계장집
어머, 그, 판…
(문호) 문호
어머나
- (동미) 어머 - 그대로네
- (동미) 어머 - (문호) 그대로야
(동미) 고향 오빠분요 [동미가 살짝 웃는다]
아이고, 반갑습니다
아, 예, 판문호라고 합니다
(주 원장) 아, 여기 오너세요
(기림) 아, 네, 명함을 안 가져와서
- (문호) 아휴 - (기림) 우리 아들, 며늘애
(유신) 안녕하세요
(피영) 처음 뵙겠습니다
(문호) 제 안식구고
(기림) 아이고, 안녕하세요 [저마다 인사한다]
트렁크들 어디 있어?
저기, 향기 방
아니, 베란다 붙박이장
[문이 달칵 여닫힌다]
(향기) 아빠
(해륜) 어
저랑 얘기 좀 해요
나갈 짐 싸시려고요?
어
(향기) 엄마한테 얘기 듣고 저랑 우람이 충격이 컸어요
미안하다
[향기의 한숨]
이해가 안 돼서
아빠 입장에서도 생각해 봤어요
(향기) 제가 아빠라면
아무리 부부 사이는 부부만 안다고 해도
이건 아니란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한테 저희들한테 다요
[해륜의 한숨]
요즘 사실 80, 90 대부분 장수해요
엄마 아빠 이제 쉰이고 결혼 생활 20년이에요
만난 거까지 30년이라고 해도
우람이 이제 열두 살이고 전 스물요
저희는 아직 온전한 가정이 필요한 나이예요
아빠도 있어야 하고 엄마도 있어야 하고요 [시은의 한숨]
그래야 정서적으로 안정돼요
달라지는 건 없어
책임, 의무 다할 거야
너희들 결혼 때까지 경제적 뒷바라지도 계속
(해륜) 단지 한집서만 안 사는 거야
완전히 서류 정리까지 원하신다면서요
(향기) 가족을 돈으로 만들 수 있어요?
돈으로 꾸릴 수 없어요, 가족은
저희는 돈 없이 밥을 굶더라도
아빠가 설사 직장을 잃고 벌이가 없어도
우린 아빠한테 등 안 돌려요
죽만 먹으래도
엄마 아빠만 있으면 돼요 저랑 우람이는요
[한숨]
제가 아빠 실망시킨 건 있어요
아빠가 아니라고 했는데
굳이 연극 영화과 들어갔다가 새로 입시 준비하는 거요
대학 들어가면 알바하면서 등록금 보탤게요
다시는 실망시키는 일 없게 할게요
아빠도 저희 실망시키지 마세요
실망이라기보다는
정말 아프고 슬퍼요
우리가 이런데 엄마는 어떻겠어요
[애잔한 음악]
[한숨] 어제 나갔다가
우람이 좋아하는 젤라토 사 줬는데
맛있게 못 먹는 거예요
아빠 없이 우리 어떻게 되는 거냐고
어떻게 사냐고
우람이 태어났을 때
엄마 그때 난산으로 너무 고생했잖아요
아빠 얼마나 기뻐하셨어요 그때 우람이 안고
그렇게 얻은 아들인데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막둥이인데
어린 가슴에 못 박으면 안 되잖아요
다른 사람도 아닌 아빠가
[우람이 흐느낀다]
(향기) 부탁이에요, 아빠
우람이 제 나이 정도 될 때까지 보류해 주세요
[흐느낀다]
그때도 마음 안 바뀌시면
저희 받아들일게요
흔쾌히 아빠 놓아드릴게요
엄마 제가 평생 책임지고 돌볼 테니까
걱정 말고 홀가분하게 떠나셔도 돼요, 그땐
[문이 달칵 열린다]
[우람이 울먹인다]
(우람) 누나 말이 맞아요
제 생각도 그래요
저도 부탁이에요, 아빠
아빠랑 피칭 연습할 때
얼마나 좋고 행복한데요
자전거, 스케이트, 스키
다 아빠한테 배웠고요
엄마도 소중하고
누나도 소중하지만
아빠 없이 사는 거
한 번도 생각 안 해 봤어요
상상만으로도 두렵고 싫어요
(향기) 그리고 저 독신주의 아니라고 했잖아요
결혼할 때 두 분 때문에 모양 빠지면
저나 우람이 어떡해요?
[훌쩍인다]
만약 태어나기 전에
이런 조건 알고 선택하는 거였으면
나 아빠 엄마 딸로 안 태어났어요
두 분 의지로 저희 낳으셨어요
엄마 아빠 행복 이전에
부모로서 저희한테 최선을 다할 의무, 책임감
있다고 생각해요
제 생각도요
[한숨]
(향기) 결혼 때
모든 사람 앞에서 한 약속
맹세
꼭 지켜 주세요, 아빠
자식으로서 간절한 부탁이에요
[힘겨운 숨소리]
[한숨]
(시은) 감사합니다, 하느님
우리 애들 향기, 우람이, 저희보다…
(향기) 엄마!
(시은) 응
[훌쩍인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향기) 이거
우람이랑 샀어
(시은) 뭐야, 뭘 산 거야?
(우람) 뜯어 봐, 아, 얼른
(향기) 아, 마음에 안 들면 바꿀 수 있어
우람이가 엄마 이쁜 옷 사 주고 싶다고
나보다 나아, 막둥이가
나가자, 엄마 입어 보시게
[잔잔한 음악]
[떨리는 숨소리]
[한숨]
(향기) 영어 학원에서 뭐 배워?
맞아, 잘?
(시은) 응
(우람) 역시
얼마 줬니? 엄마가 줄게
(향기) 생각보다 안 비싸
그런 게 어디 있어
(향기) 아끼지 말고 막 입어, 엄마, 자주, 응?
어
고마워, 아들, 딸
우리가 항시 고맙지
엄마가 우리한테 쏟는 정성 얼마야
[한숨]
[무거운 음악]
[어이없는 신음]
[한숨]
[혜령의 한숨]
[사현의 새근거리는 숨소리]
[한숨]
[한숨]
[혜령의 한숨]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아미) 어? 언니!
- (가빈) 여기 - (원) 어서 와요
(아미) 일찍 왔네요? [가빈의 웃음]
- (아미) 저 늦은 거 아니죠? - (원) 아이, 그럼요
(원) 우리가 일찍 왔어요
- (아미) 저도 일찍 올게요, 다음부터 - (원) 에이 [여자들의 웃음]
동미야, 이뻐
[무거운 효과음] 너무 이뻐
[혀를 쯧 찬다]
[새들이 지저귄다]
(유신) 아깝다, 좀 셌네 [사람들의 웃음]
(기림) 사귀었어, 둘이?
(동미) 문호 오빠랑요?
난 그때 초등학생이었어요
- 근데 왜 이렇게 반가워해? - (동미) 제가요?
(기림) 아니, 판 회장
(동미) 고향 동생 만났으니까요
[동미의 놀란 신음] [사람들의 탄성]
- (동미) 이야 - (기림) 오, 나이스 [사람들의 웃음]
[휴대전화 진동음]
[동미가 감탄한다]
(유신) 감사합니다
(캐디) 판 회장님, 네
저, 플레이 끝나면 저희 회장님이 식사 모시겠답니다
클럽 하우스에서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종업원1) 부라타샐러드, 소고기카르파초
문어튀김, 립아이, 에그 베네딕트요
(원) 네
(아미) 아, '애프터 웨딩' 보셨어요?
- (원) 네 - (가빈) 그 영화 재밌죠?
(가빈) 근데 사실 우리나라 드라마보다 더 막장 아니에요?
막장을 우아하게 포장한 거지
(아미) 맞아요
미국은 뻑하면 며느리가 시어머니 뺨 때리는 장면도 나오잖아요
(가빈) 맞아, 진짜 헐이야 [여자들의 웃음]
(아미) 언니는 작업 언제쯤 끝나요?
[문이 달칵 여닫힌다] [한숨]
사 PD한테 전화했었어
- 걱정돼서 - (혜령) 내 걱정을?
[혜령의 어이없는 웃음]
이혼 원한다고?
- 상황이 - (혜령) 상황 핑계 대지 말고
(혜령) 아주 원하시네
해 줄게, 근데 조건 있어
누군지 데려와, 내 눈앞에
[무거운 음악] 그럼 바로 도장 찍어 줄게
나도 미련 없는데 확인은 해야겠어
언제 데려올 거야?
머리 잡고 그런 거 안 할 테니까 걱정 말고
- 그거 말고 - (혜령) 그거 말고는 안 돼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 (문호) 금방들 오실 거야 - (종업원2) 네
첫사랑이었어?
(예정) 김동미
[예정의 코웃음]
그러니까 못 잊고 그리워서
개 이름까지 동미로
우연의 일치야
우연? 입에 침이나 바르고 둘러대
(문호) 들어
(예정) 눈에서 그냥 별이 튀데?
내 눈이 뻥튀기 기계야?
내 생일 며칠인지 대 봐
(예정) 내 생일 언제냐고
그게 뭐가 중요해
(예정) 참
아들이나 아비나 하는 짓에 말하는 거까지
내가 바람났어?
정신적인 바람은 바람 아니야?
사람 그만 볶고 다시 전화해 봐
혜령이 들어왔대
(문호) 별일 없이?
어, 여기
[문호가 살짝 웃는다]
[기림이 살짝 웃는다]
(기림) 점심 식사 하셨을 거 아니에요
(문호) 아, 조금
그냥 먹는 시늉만요
[기림이 살짝 웃는다]
몇 타 치셨어요?
(피영) 신중앙병원 외동아들인 거 알고
내가 먼저 다가갔어
여학생들한테 인기 최고라 [무거운 음악]
맘처럼 쉽지 않더라고
어찌어찌해서 프러포즈받고 결혼 날짜 잡혔을 때
사실 속으로 고민됐고
며느리 노릇은 어떻게 해야 하고
아내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본 게 없잖아
고등학교 때 친구 엄마가 신부 수업 요리 선생인데
솔직히 내 환경 밝히고 조언 부탁드렸어
자존심 상하고 얼굴 화끈 달아올랐는데
시댁에랑 책잡히고 싶지 않아서
온전한 가정 꾸려서
잘 살고 싶은 마음에
[힘겨운 숨소리]
아버님 어머님이 고맙지
뭐 하나 빠지지 않는 잘난 아들
장안의 이렇다 하는 집에서 물밀듯이 혼처 들어왔는데
받아 주시더라
네 복이야
(피영) 내 복이면 저절로 이루어져야지
내 숨은 노력 없이 먼저 지아 아빠가 나한테 반해야지
인생은, 운명은
자기 노력, 인내 여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거구나 느꼈어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
뭔지도 알고
나 정말 애쓰고 최선을 다해 살았어
지아 아빠 몇 번 방송 일 그만두고
지아나 잘 키우고 살라 했는데
내가 안 그만두는 거야
양쪽 다 잘하려니까
도우미 아줌마 있어도 내 할 일은 따로 있고 벅찰 때 많아
그렇지만 집에서 퍼지게 될까 봐
밖에서 단정하게 가꾸고 나온 여자들 보다가 들어와
단지 살림꾼 마누라로만 보여지기 싫어서
매력 떨어질까 봐
귀찮고 힘들어도
매일 이렇게 하고 있어
이런 나한테 우리 남편 만족해하고 잘해
누구보다
나도
[흐느끼며] 고맙다, 잘 살아 줘서
네가 나보다 나아
(피영) 나 겪은 거 똑같이 겪으라는 마음도 조금은 있어
근데
엄마가 지아 보고 행복해하면
그 옆에 있어야 할 아빠가 생각날 것 같아, 그래서
[쓸쓸한 음악]
불가능해, 아직은
[힘겨운 신음]
기다려
(서향) 어미 시한부야
[울먹이며] 네가 찾을 땐
이 세상 없을지 몰라
없을 거야
[흐느낀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동미의 만족스러운 신음]
[동미가 살짝 웃는다]
(문호) 음식 어떠세요?
(기림) 맛있어요
[문호의 안도하는 탄성] 먹어 본 생선 요리 중에 최고예요
(문호) 신경 많이 썼습니다
명동호텔 셰프 모셔 왔어요
[문호의 웃음] - (동미) 음 - (기림) 어쩐지
[기림이 살짝 웃는다] (예정) 너무 젊으세요
[기림의 멋쩍은 웃음]
(문호) 염색하신 거죠?
- 아, 염색은 아니고요 - (예정) 어머
그 연세에 어떻게…
- 실은 이 사람이… - (동미) 염색하시면
(동미) 두피가 뒤집어지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가발 맞춰 드렸어요
(예정) 아, 네
너무 보기 좋으세요
(문호) 그럼 그렇지
[예정의 웃음]
(동미) 요즘 나이 들어 보이는 게 뭐, 좋아요?
(예정) 맞아요, 백 세 시대라
[예정이 살짝 웃는다]
근데
두 분은 어떻게 만나셨어요?
사모님은 오빠 어떻게 만나셨어요?
[웃음]
언니라고 해야 하나?
(동미) 언니시죠? 저보다
(예정) 그래, 너 젊다
네 팔뚝 굵어
편하게 불러
(기림) 실은 제가 일찍…
(동미) 병원에서요
졸업하고 제 첫 직장이었어요
원장님은 재혼이시고 전 초혼요
(예정) 홀딱 넘어가 조강지처 차셨구먼
사모님 참 좋은 분이셨는데
명이 짧으셨어요
(문호) 네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동미) 우리 원장님
원장님으로서도 훌륭하지만
남편으로서 존경하고
사랑해요
[웃음]
감사합니다
[문호의 한숨] (기림) 이 사람 호칭을 못 고쳐요
전 물러난 거나 마찬가지인데
(유신) 어쨌든 원장님이세요
명예 원장
(피영) 조금 더 하실 수 있죠, 아버님?
(기림) 어, 그럼
(동미) 어, 어, 이리
응
오늘 밤 잘 주무시겠네
[동미가 살짝 웃는다]
잠 안 올 때는 이 사람 자장가 불러 줄 때도 있어요
(예정) 어휴, 정말요?
[동미와 기림의 웃음] (기림) 네
(예정) 어머, 두 분 너무 보기 좋으세요
그렇죠, 회장님?
[어색한 신음]
젊은 애들보다
나이 들어 금슬 좋은 부부 보기 좋더라고요
어쩔 땐 아름답기까지 하고
[동미의 멋쩍은 웃음]
(기림) 감사합니다
[예정이 살짝 웃는다]
- (동미) 드셔 봐요 - (기림) 어
[기림의 웃음] (동미) 안심이라 연해요
(기림) 음
[기림의 웃음]
(예정) 당신도
접시에 놔요
(예정) 아휴
'아'
[동미와 기림이 살짝 웃는다]
(기림) 큰아드님은?
골프 연습장 크게 하고요 여기 관리도 하고
(기림) 어, 네 [동미의 탄성]
(문호) 작은아들은 변호사예요
며늘애는 아나운서 하다가 음악 프로 진행하고요
(예정) 라디오
그럼 혹시 부혜령 씨?
- (예정) 네 - (문호) 응?
- (동미) 어머 - (피영) 저희 프로 DJ예요
오다 판 변호사님하고도 통화했고
(예정) 어머
(기림) 방송국 PD예요
(문호) 그래요?
(예정) 어떻게 이런 인연이 [사람들의 웃음]
(기림) 한 다리 건너면 다 안다더니
[함께 웃는다]
너무 자랑 같아서 시집 자세한 얘기 안 했나?
부킹 청탁 들어올까 봐 그랬겠지
- 아무리 - (피영) 방송국 소문나 봐요
요즘 맨 골프들 치는데 너 나 할 것 없이
[스탠드 조작음]
[쓸쓸한 음악]
[사현의 한숨]
[감성적인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현) 저, 이거
아휴, 싸 주시겠어요?
[예정의 힘주는 신음]
[혜령의 한숨] (예정) 어디 간 거야?
논현동 갔겠죠
저녁 뭐 좀 시켜 드릴까요?
생각 없어, 점심 두 번이나 먹고
(예정) 사피영?
네, 저희 프로 PD님요
그 집 식구들 우리 골프장 다녀갔어
[엘리베이터 도착음] [무거운 음악]
[엘리베이터 안내 음성] 내려갑니다
[초인종이 울린다]
애가 있어야 돼
애 있었어 봐라, 이혼 얘기 나오나
(예정) 잠시 한눈팔아도 쉽게 이혼 맘 못 먹지
애 있는 사람들도 잘만 갈라서던데요, 뭐
그런 사람들 얘기고 보고 배우는 게 있어, 사현이?
(예정) 엄마 아빠 사는 거 보면서 큰 게 있는데
애 아비 없는 자식 만들 것 같아?
진지하게 한번 얘기 나눠 봐
'원하면 이제라도 갖겠다'
다그치지만 말고
마음 정했어요
(예정) 하룻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으랬다고
햇수로 3년이야, 부부 연 맺은 지
끝내자잖아요, 얼마나 잘나…
[혜령의 코웃음]
(혜령) 어린거한테 빠졌을 거예요
(예정) 너희 아버지도 그러더라
이런 때일수록 이성적으로 대처해야 돼
이성적이니까 이러고 있죠
그렇지 않아 봐요
때리지는 않았지?
아무리 밉더라도 폭력은 여자건 남자건 쓰면 안 돼
(예정) 인생 크게 봤을 때 뭐가 이득인가 생각해 봐
여기서 이만 일 갖고…
이만 일은 아니죠, 어머님
말 있지? '어느 년 좋자고?'
(예정) 우리 사현이 심성이 모질길 해
인물이 빠져, 직업이 달려?
저한테 얼마나 더 모질어요?
[익살스러운 음악]
(예정) 한마디, 한마디 안 지니
명색이 시어미한테도
사현이가 얼마나 피곤할 거야
순진해 그래
닳고 닳았으면은 들키지도 않았어
(혜령) 전화기 두 대로 감쪽같이 속였어요
어머님이라도 상상하셨겠어요?
어쨌든 이혼한다고 너 속 시원할 거 없어
(예정) 이혼녀 딱지 붙이고 혼자 사는 거 남 보기 좋을 거 없고
재혼한들 사현이 같은 남자 만나?
못 만나
한 번 갔다 왔는데 네가 아무리 예쁘고 잘나가는 DJ라도
능력 갖추고 집안 좋은 연하 총각이 너 좋다고 하겠냐?
돈 있는 50대들 다 30대, 20대 찾아
결혼 만 정 떨어졌어요
(예정) 그리고 미혼이든 이혼남이든
결혼 때까지 온전한 총각 있어?
다 거쳤단 말이야, 몇 여자, 몇 남자씩
그거 가지고 결혼하면서 문제 삼아?
그렇게 생각해 모든 건 마음먹기 나름이야
어차피 헌 남자 만날 거
사람은 옛 사람이 좋고 집은 새집이 좋다는 말 들어 봤을 거야
치 떨리고 그렇겠지만
한 번만 딱 눈감아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응?
이렇게 해
당분간은 아무 말 말고 놔둬
우리가 불러다 혼꾸멍내서 정리시킬게
우리만 믿어
한 살이라도 네가 더 먹었잖아
남자는 몸만 컸지 어린애야
살아 보면 무슨 말인지 알아
사고 치는데
[예정이 입소리를 쩝 낸다]
매도 일찍 맞는 게 낫다고
이번에 아주 제대로 버릇 고쳐 놓으면 돼
어떤 인간인지 그래도 보긴 봐야겠어요
아휴, 봐서 뭐 해 부혜령 모양만 빠지지
(예정) 그리고 이번에 완전히 정리되면
애 하나 얼른 갖고
어른 말 들어서 잘못되는 거 없어
자식이 울타리라는 말이 왜 있는데
[한숨]
[무거운 음악]
[서향의 한숨]
(서향) 사진 좀 찍어 갈게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
(서향) 난 밉더라도
장만해 온 거니까 좀 전해 주렴
내가 사 온 거 몰라도 돼
지아야
(시은) 생각해 보니까
내가 많이 부족했다 싶어
손빨래 깨끗이 해 입히고
밥 정성껏 차려 주고
힘들어도 방송 일 놓지 않았다는 걸로
백 점짜리 주부다 자신했거든
그 이상은 당신한테 해 준 게 없어, 보니까
바쁘다는 이유로, 피곤하다는 핑계로
거의 방치한 거나 마찬가지야
사람 밥이 다가 아닌데
살림은 남도 해 줄 수 있는 건데 돈만 주면
내가 당신이라도 외로웠을 것 같아
그러면서 늘 피곤한 모습만 보이고
생활만 이어 갔지
부부로서 어떤 살뜰한 정을 나누지 못했어
나도 마찬가지지, 뭐
미안해
부부 상담 전문가 초대 손님으로 나온 적 있는데
집안 분위기는 주부한테 달렸다고 했거든
아내 역할이 중요하다고
[한숨] (시은) 애들 생각해서라도
서로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
나한테 바라는 점 고쳤으면 하는 거 얘기해 줘요
파스는 이제 안 붙여
(해륜) 손목 아프잖아, 그냥 나온 소리야
나 자신한테 화난 거라고
돈 많이 버는 직업이었으면
손목에 파스 붙여 가면서 당신 일 그렇게 안 해도 됐고
여느 여자들처럼
모양내면서 살았을 거 아니야
(시은) 그런 거 안 부럽다니까
난 우리 식구 건강하고 화목하고
애들 잘되면 만족하고 행복해
이제부터 어쨌든 나 자신 돌아보고 신경 쓸게
(해륜) 피곤할 텐데 자, 어서
[쓸쓸한 음악]
[스탠드 조작음]
[시은의 한숨]
(해륜) 당신
참 좋은 여자야
[한숨]
[깊게 숨을 내뱉는다]
[피곤한 신음]
[혜령의 한숨]
[옅은 신음]
[새근거린다]
[어이없는 신음]
[긴장되는 음악]
[새근거리는 숨소리]
[발걸음이 울린다]
[혜령의 분한 숨소리]
[애절한 음악]
(혜령) PD 사피영 엔지니어 서 부장님이었습니다
(문호) 밥맛이 좋냐, 이 상황에?
(지아) 잘 얘기해 가지고
- (지아) 아빠 맘 돌리셨대 - (피영) 그래?
(기림) 나 가고 혼자 남겨지더라도
네가 변치 말고 신경 쓰고 챙겨
누구 마음대로 먼저 가세요?
임신했어요, 아기
- 혜령이? - (사현) 아니
혜령이 아니면?
(문호) 이놈의 자식
(예정) 아휴, 조강지처라도 피는 안 섞였잖아
(반) 행복해요? 조물주 뜻대로 살아서?
(피영) 네, 행복해요
(사현) 아빠, 도와주세요 태어날 손주를 위해서
[동미가 애절한 노래를 부른다]
[기림의 탄성]
(유신) 나 자기한테 용서 구할 거 있어
뭐?
(유신) 먼저 화 안 낸다는 약속 해 주면 안 될까?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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