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This Blog



  결혼작사 이혼작곡 S1. 2

 

 무슨 권리로  내 남편한테 가정사 다 까발려

 

 무슨 권리로!

 

 (서향)  네 남편이기도 하지만 사위이기도 해

 

 그리고 지아

 

 네가 낳은 딸이지만  나한테는 손녀고하나밖에 없는

 

 아버지는 둘인가?

 

 [무거운 음악]

 

 하나밖에 없는 아버지

 

 못 보게못 만나게 한 게 누군데

 

 그래서

 

 네 앞에서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살았어

 

 숨 못 쉬고 살아서

 

 사위 불러다가 나 거짓말쟁이 만들어?

 

 자세히 설명 못 한 거지

 

 깜찍한 거짓말쟁이 됐어

 

 무슨?

 

 (피영)  아빠 엄마  더할 수 없이 사이좋으셨는데

 

 아빠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고

 

 그 전까지 더없이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것처럼

 

 외짝 부모 밑에 컸어도

 

 멘탈 아무 문제 없는 것처럼  이미지 연출 해 온 거 엄마 알잖아!

 

 근데 무슨 자랑이라고  딸자식한테 득이라고

 

 차마 말 못 하고 묻고 산 얘기를  다 까발려까발리길!

 

 좀 외롭게 큰 거 외에는  별문제 없는 걸로 아는데!

 

 사실

 

 너 별문제 없어

 

 그렇게 생각해?

 

 별문제 없이 보여?

 

 엄마 희망 사항이겠지

 

 너만 하면 잘 큰 거야

 

 - 속 한 번 안 썩이고…  - (피영왜 한 입으로 두말해?

 

 좀 전에 그랬잖아

 

 내 앞에서  숨도 크게 못 쉬고 살았다고!

 

 나도 알아

 

 나 못되고 정상 아닌 거

 

 - 아니야  - (피영이제 정나미 안 떨어지겠어?

 

 부부간에 10년 넘게 살면서  이미지 연출 한 거

 

 신 서방 충분히 이해하고도

 

 속마음 들여다봤어?

 

 (피영)  겉으로 표현 안 해도  속으로 생각 안 할 것 같아?

 

 그동안 네가 해 온 게 있는데!

 

 그래

 

 간신히 죽을힘으로  완벽한 며느리완벽한 아내

 

 그렇게 연출하고 노력했어

 

 [쓸쓸한 음악]  왜 허무냐고

 

 왜 산통 깨

 

 언제까지 내 인생 엄마 때문에  엉망 되고 휘둘려야 돼?

 

 [괴로운 신음]

 

 (피영)  '바람난 가정에서 뭘 배우고 컸을까'

 

 그런 생각 안 할 것 같아이제?

 

 나 같으면 해

 

 가정 깬 아버지 때문에 남자에 대해  부정적 생각 깔려 있으려니

 

 조금만 잔소리해도  '홀엄마 밑에서 커 히스테리지?'

 

 그렇게 생각할까 봐 꼭꼭 내 응어리

 

 엄마 같으면  응어리 없겠냐 말이야가슴에!

 

 [힘겨운 숨소리]  생판 남으로 만난 사람이  배신 한 번 했다고

 

 본인이나 갈라서든가

 

 자식까지 갈라놓고

 

 엄마는 언제나 자신밖에 몰라

 

 자기 기분만 중요하니까

 

 남 아픔딸자식 상처  조금이라도 생각했으면

 

 그런 결정 못 해

 

 - 너도 결혼했으니 알 거 아니야  - (피영?

 

 남남이었지만 부부로 묶이면

 

 다른 문제도 아니고 그건

 

 용서 안 된다는 거

 

 아직도 이해 안 돼?

 

 그래

 

 아빠는 용서 못 한다 치자고

 

 난 무슨 죄냐고

 

 두 사람 내가 결혼시켰어?

 

 (피영)  좋아서 결혼해 놓고 낳아 놓고

 

 어쨌거나 애 아버지인데

 

 피로 연결된 천륜인데

 

 이혼을 할지언정

 

 천륜은 끊어 놓지 말았어야지

 

 [흐느낀다]

 

 (피영)  내 눈앞에서

 

 남편 잘못 선택해서  이혼녀 딱지 달았다고

 

 걸핏하면 한숨에 눈물 쏟고

 

 [훌쩍인다]

 

 정말 지겨웠어

 

 아빠가 날 얼마나 이뻐했는데

 

 얼마나 벌벌 떨었는데

 

 외도는 외도고

 

 어떻게 딸한테서 아빠를 떼어 놔?

 

 어떻게 하나밖에 없는 딸을  못 보게 할 수 있어

 

 아빠도 자격 있단 말이야

 

 엄마한테나 잘못했지 나한테 잘못했어?

 

 뷔통 가방 하나 들려서 아빠 쫓아내고

 

 생각하면

 

 할아버지 할머니 명껏 사셨으니  엄마 모를 거야

 

 짐작도 못 해

 

 내 눈앞에서

 

 팔 벌리며 다가오다가

 

 [훌쩍인다]

 

 죽을 때까지 나 못 잊어

 

 [흐느낀다]

 

 [훌쩍인다]

 

 외할머니가 엄마 편 들어서  한 번씩 그랬어

 

 음식 싫은 건 뒀다 먹어도  사람 싫은 건 못 본다고

 

 여비서랑 바람난 남편  용서 못 하겠다는 심정

 

 어떤 건지 상상돼

 

 [힘겨운 신음]

 

 (피영)  근데 부모하고 자식 관계는  끊으면 안 돼

 

 [무거운 음악]  지아 낳아서 키워 보니까 더 알겠어

 

 [연신 흐느낀다]

 

 (피영)  친구들은 '아빠하고 어디 갔다'

 

 '화장품 선물 받았다'

 

 '맛있는 거 먹었다자랑 늘어놓을 때

 

 내 심정 어땠겠나 생각해 봐

 

 자랑은커녕

 

 영원히 볼 수 없는 아빠

 

 그 따뜻하고

 

 넉넉했던 손 한번  잡아 볼 수 없는 안타까움

 

 마음속으로라도  사과한 적 있어아빠한테?

 

 미안하게 생각한 적 있어?

 

 너한텐 미안하지만

 

 신 서방 착실하니까  너는 배신당할 일 없겠지근데!

 

 엄마 때문에 아빠 죽었다고!

 

 (피영)  쫓아낸 걸로도 부족해서

 

 딸 얼굴도 목소리도 못 듣게 하니까

 

 학교로 찾아왔다가 그렇게

 

 말 그대로 비명횡사!

 

 무슨 또 변명을 무슨 또

 

 그렇게 말해도  여태 내가 또 헛소리했어?

 

 (서향)  그래다 내 잘못이야!

 

 네 아빠는 잘못한 거 없고

 

 다 나만 잘못했어!

 

 [서향이 흐느낀다]

 

 인명은 재천이지

 

 그렇게 죽을 운명이니까 죽은 거지!

 

 [서향이 흐느낀다]

 

 [힘겨운 신음]

 

 [한숨]

 

 [훌쩍인다]

 

 (피영)  더 이상 할 말 없어

 

 평생 죽을 때까지 아빠 원망해

 

 엄마는 아무 잘못 없고

 

 아빠가 복을 차서  그렇게 벌받아 죽었다고

 

 됐어?

 

 [서향의 힘겨운 숨소리]

 

 지아 볼 생각 마

 

 [무거운 음악]  내가 아빠 못 본 것처럼  엄마도 손녀딸 못 봐평생!

 

 그래 놓고 무슨 염치로

 

 (서향)  부처님도 시앗 앞에선 돌아앉는대!

 

 넌 안 겪어 봐 몰라그 배신감

 

 더럽고 치 떨리는 그 배신감!

 

 [서향이 흐느낀다]

 

 (피영)  엄마한테는 책임 없을까?

 

 엄마가 원인 제공 했다는 생각 안 해?

 

 엄마 배신하고 상처 준 건 인정해

 

 근데 엄마는 잘못 없냐고

 

 내가 질린 것처럼

 

 아빠도 질렸을 것 같아

 

 [어이없어하며]  뭐라고?

 

 엄마는 언제나

 

 바로 이번 경우처럼

 

 나이 들어서도 남 생각  요만큼도 못 하잖아안 하잖아!

 

 (피영)  사랑에 눈멀어서

 

 가난한 집 아들 신분 상승 시켜 줬더니

 

 평생 떠받들고 살아도 부족할 판에  비서랑 바람이 나?

 

 피가 거꾸로 솟고 눈 뒤집히지

 

 근데

 

 엄마가 원인 제공 했다는 생각  안 들어?

 

 엄마는 사람 무시해

 

 본인은 우아 끝판왕이고

 

 - (서향내가?  - 옛날엔 더 심했어

 

 나한테도 걸핏하면

 

 부리는 사람들 잘해 주면  감사해하는 게 아니라

 

 위아래 없이 선 넘는다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세뇌시켰어

 

 (피영)  항시 사람들 눈 아래로 보고

 

 아빠한테는 잘했어?

 

 남편 대접 해 줬어제대로?

 

 [허무한 숨소리]

 

 내 기억에 아빠는  언제나 엄마 기분 살피는 게 일이었어

 

 (피영)  별거 아닌데도 걸핏하면 짜증 내니까

 

 그럴 때마다 아빠는 전전긍긍  달래고 설득시키고

 

 애가 그래도 짜증 날 거야

 

 우리 방송국 PD들 뭐라는지 알아?

 

 얼굴 이쁜 거 한 달이래

 

 얼굴보다 마음이라고

 

 입장 바꿔서 생각해 봐

 

 아빠 입장에서  [힘겨운 신음]

 

 엄마도 알지만

 

 알 거야

 

 인정하기 싫은 거지

 

 [괴로운 신음]  (피영)  나 같아도

 

 고양이 앞의 쥐처럼 들볶이다가

 

 입의 혀같이 사근대는 비서 있으면  당연히 마음 가정상이야

 

 사람 마음 다 똑같으니까

 

 - 말이면 다지!  - (피영엄마도  [무거운 음악]

 

 폭력 남편한테 시달리는데

 

 풋풋한 젊은 남자가

 

 다정하게 다감하게 대해 줘 봐  안 끌리나

 

 [괴로운 신음]  (피영)  당연한 거야

 

 부잣집 딸 이전에

 

 아내로서 따뜻하게 보듬고  가장 대접 해 줬으면 아빠 성격에

 

 아빠 얼마나 성실하고 자상했어

 

 절대 한눈 안 팔았지

 

 배신하라고 누가 등 떠밀고 꼬여 내도

 

 신뢰 안 깼어절대

 

 그럼 넌

 

 날 닮은 거야?

 

 그래서 이렇게 모질어!

 

 [헛웃음]

 

 그런가 보지?

 

 [흐느낀다]

 

 남편 마음은 몰랐더라도

 

 딸자식 아픔은 어땠을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봐

 

 [힘겨운 신음]

 

 (피영)  나 같으면 지아 보여 달라고 못 해

 

 찾을 때까지 안 나타나

 

 못 나타나양심상

 

 [흐느낀다]

 

 [서향이 흐느낀다]

 

 [훌쩍인다]

 

 - (학생1) 재유야  - (학생2) ?

 

 (지아)  생각해 봤는데우람아

 

 - 너 용돈 모아 놓은 거 있지?  - (우람

 

 - (지아얼마?  - 안 세어 봤어

 

 몇십만 원 될 거 아니야

 

 - (우람메이비?  - 너희 엄마한테

 

 이쁜 옷 선물해 드려

 

 (지아)  엄마 나이 들어 보여서 싫다며

 

 젊어 보이는 옷

 

 (우람)  누나

 

 (향기)  너 노크했어?

 

 깜빡

 

 우리 돈 합쳐서 엄마 선물해 드리자

 

 엄마 생신 멀었는데?

 

 결혼기념일은 아빠가 선물하는 거고

 

 엄마 옷 없잖아맨날 바지만 입고

 

 옷은 이 누나도 없어

 

 (우람)  저거 옷들 아니고 뭐야?

 

 장에도 꽉 찼잖아

 

 (향기)  다 싼 거야인터넷에서 산 거

 

 - 너 얼마 있는데?  - (우람누나는?

 

 내가 먼저 물었어너부터

 

 (지아)  안녕히 주무셔들

 

 - 우리 딸도  - (지아

 

 불 끄고 침대 올라가  오늘은 책 읽지 말고

 

 (지아)  굿 나이트

 

 [문이 달칵 여닫힌다]

 

 뭐 한 잔 타 줘요?  [유신이 잔을 탁 내려놓는다]

 

 (유신)  아니

 

 엄마 집에 갔었다면서요?

 

 나한테 상처라

 

 집안 문제 언급하고 싶지 않았어

 

 자세한 얘기

 

 (유신)  이해해

 

 '당신 많이 힘들고 아팠겠구나'  생각 들었고

 

 [피영의 옅은 한숨]

 

 아버지 원망해?

 

 실수 안 하셨으면

 

 돌아가시지 않았을 거 아니야  그렇게 허망하게

 

 원망보다는 안타까움

 

 장모님한테 맺힌 맘 있더라도 풀어

 

 (유신)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장모님은 실수라기보다

 

 쉽게 못 받아들이셨던 거야

 

 (피영)  있지

 

 (유신)  

 

 노력은 해 볼 거야근데

 

 당분간 모른 체해 줬으면 좋겠어

 

 (피영)  지아 데리고 엄마 집 가지도 말고

 

 야박해도 어쩔 수 없어요

 

 지금은 도저히

 

 자기가 원하면

 

 알았어

 

 난 자기 마음이 편한 게 최고니까

 

 고마워요

 

 그리고 미안하고

 

 맞아자기는 미안해해야 돼

 

 나 남편 맞니?

 

 나 못 미더웠어?

 

 (유신)  나한테는 적어도  비밀 같은 거 없어야지

 

 비밀이라기보다

 

 입에 올리는 것도 힘들어서

 

 형제자매도 없이

 

 아빠 빈자리가

 

 [애잔한 음악]

 

 (유신)  내가 있어자기한테는

 

 울고 싶으면 언제든지 울고

 

 나한테 이렇게 안겨서만

 

 [숨을 들이켠다]

 

 울고 싶은데 자기 없으면?

 

 참았다가?

 

 (유신)  달려와야지내가어디에 있든

 

 아무 때건 나 필요할 때 전화해

 

 필요할 때 많아

 

 지난번 액자 떨어졌을 때도

 

 서재 방충망 떨어졌을 때랑

 

 [피식 웃는다]

 

 알아나 머슴이야사랑의 머슴

 

 (유신)  평생 함께할 사람은 장모님도 아니고

 

 지아도 아니고 나야

 

 내 옆에서 이쁘게 늙어 가

 

 

 

 욕조 물 받아 놓을게

 

 - 오케이?  - (피영오케이?

 

 아휴

 

 우리 서로 등 밀어 준 지 언제더라?

 

 남사스러워

 

 이보세요아가씨우리 부부예요

 

 부부 사이에 뭐가 쑥스러워요?

 

 [피영이 살짝 웃는다]  (유신)  맨날 '나중에', '나중에'

 

 선곡표 짜야 돼

 

 핑계지?

 

 아니야정말

 

 우리 공홈에 들어가 봐

 

 [물소리가 솨 들린다]

 

 자기야!

 

 (피영)  ?

 

 내 정신자기 좋아하는  유자 파운드케이크 사 왔는데

 

 (유신)  안 들고 들어왔어조수석에

 

 알았어요

 

 [손가락을 딱 튕기며]  오케이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잔잔한 음악]

 

 (유신)  오늘도 사랑해아내 바보 신

 

 [벅찬 숨소리]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유신의 옅은 한숨]

 

 음악 좋다

 

 (유신)  와인 한잔할 수 있을까?

 

 [문소리가 들린다]  [다가오는 발걸음]

 

 (유신)  역시

 

 [유신의 개운한 신음]

 

 심장이 나댄다

 

 마시지 마그럼

 

 아니와인 때문 아니고

 

 이렇게 자기 보고만 있어도

 

 [피식 웃는다]

 

 [웃음]

 

 기억해?

 

 내가 처음 자기 이마에 뽀뽀한 거

 

 (유신)  춥지 않아들어와

 

 안 추워욕실이 왜 추워?

 

 [피영이 피식 웃는다]

 

 (유신)  욕조로 들어와 다오  내 사랑하는 사피영!

 

 [함께 웃는다]

 

 (유신)  아버님 참

 

 이름 지으신 것만 봐도

 

 로맨틱?

 

 감각 있으신 분 같아

 

 얼굴은 그래도 내가 좀 더 낫지 않아?  아버님보다

 

 왜 대답 안 해왜 대답 안 해?

 

 [함께 웃는다]

 

 들어와이미 버린 셔츠

 

 눈 감아 봐

 

 와인 붓게?

 

 아니

 

 [유신의 헛기침]

 

 (유신)  실망시키지 마

 

 [웃음]

 

 (피영)  와인 쏟아?

 

 뭘 놔내가 남이가

 

 [피영의 놀란 신음]  (유신)  들어와

 

 - (유신사피영!  - (피영

 

 [유신과 피영이 장난친다]

 

 (피영)  엄마!  [피영과 유신의 웃음]

 

 (사현)  먼저 자변론 쓸 게 쌓였어  [의미심장한 음악]

 

 [자동차 엔진 가속음]

 

 [해륜의 한숨]

 

 [스탠드 조작음]

 

 [쓸쓸한 음악]

 

 [힘주는 신음]

 

 [한숨]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시은이 스위치를 탁 누른다]

 

 [무거운 음악]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의미심장한 음악]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저 샌드위치요

 

 [긴장되는 음악]

 

 [혜령이 살짝 웃는다]

 

 (혜령)  우리 남편 배고플까 봐 잠이 안 와

 

 (사현)  내일 몇 시에 나가는데?

 

 (혜령)  내일은 방송밖에 없어

 

 24시간 카페 있는 데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거야

 

 [살짝 웃으며]  맞아

 

 저녁 뭐 먹었어?

 

 국밥

 

 아휴짠해라우리 변호사님

 

 이따마치고 먹을게

 

 [살짝 웃는다]

 

 안 반가워?

 

 (사현)  반갑지

 

 [한숨 쉬며]  반가운 낯빛이 아니야?

 

 (사현)  아휴

 

 하루라도 바가지 안 긁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아?

 

 돋아

 

 [사현의 웃음]

 

 [함께 웃는다]

 

 집에서 봐도 되잖아

 

 집중 안 돼고쳐야 하고

 

 [야릇한 음악]

 

 [매혹적인 음악]

 

 (혜령)  밖에 소파에 있을까?

 

 [살짝 웃는다]

 

 들어가서 자빨리 끝낼게

 

 [컴퓨터 작동음]  [사현의 한숨]

 

 [마우스 클릭음]

 

 [사현의 헛웃음]  [혜령이 살짝 웃는다]

 

 피부 뒤집어지잖아못 자면

 

 [혜령을 탁탁 토닥인다]

 

 [마우스 클릭음]

 

 [새들이 지저귄다]

 

 [문이 달칵 열린다]  [기림의 한숨]

 

 [동미가 살짝 웃는다]

 

 (동미)  이거 드세요

 

 [동미가 살짝 웃는다]

 

 [기림의 힘주는 신음]

 

 치매 환요

 

 지아 말마따나 좀 모양 빠져

 

 뭐가요

 

 내가 이런 한약 먹는 거 알면  뭐라 그러겠어사람들이

 

 몇십 년 의사 생활 했구먼

 

 [동미가 살짝 웃는다]

 

 한약 아니라 보약요

 

 (동미)  오래 씹으세요

 

 자꾸 보약 먹여서 명 길어지면 어떡해

 

 당연히 오래 사셔야죠

 

 나한테는 원장님뿐인데

 

 (기림)  유신이도 있고

 

 - 입안의 혀 같은 지아 어미에다…  - (동미물론

 

 다 소중한 식구고 가족이에요

 

 원장님은 가족 이상이고요

 

 [기림이 손을 탁 토닥인다]

 

 친구 녀석들이

 

 반밖에 안 남았지만

 

 나더러 전생에 나라를 구했대

 

 [동미가 살짝 웃는다]

 

 황 부회장님은 마흔두 살 여자랑  재혼했다고 하지 않았어요?

 

 마흔이면 뭘 하고 서른이면 뭘 해

 

 당신 같은 사람이 있어?

 

 (동미)  [웃으며]  

 

 [동미가 살짝 웃는다]

 

 [동미가 잔을 탁 내려놓는다]  (기림)  동미야

 

 

 

 나 정말 오래 살아도

 

 뭐라고 안 할 거지?

 

 저 두고 먼저 가면 뭐라 할 거예요

 

 못 가게 붙잡을 거예요

 

 알았어

 

 요즘 같아선

 

 백 세는 문제없을 것 같아

 

 [함께 웃는다]

 

 정말요?

 

 컨디션 최고야

 

 당신 덕에

 

 [웃음]

 

 (기림)  으음내가 해 줄게

 

 아이전 아픈 데 없어요

 

 (기림)  가만있어시원할 테니까

 

 [동미가 숨을 크게 들이켠다]

 

 (기림)  오는 정이 있으면 가는 정도 있어야지

 

 원장님은 정과 사랑이 넘치셔  [웃음]

 

 (기림)  넌 평생 그원장님 호칭 못 고치나?

 

 (동미)  이렇게 살다 죽을래요

 

 [기림이 살짝 웃는다]

 

 [시은의 한숨]

 

 (시은)  우유 데워 줘요?

 

 애들한테는 당신이 얘기할래?

 

 [침울한 음악]

 

 내가 해?

 

 당신 진심인 거야정말?

 

 무슨 병 걸린 거 맞지?

 

 나한테 솔직히 얘기해나 남도 아니고

 

 아니라고글쎄

 

 [문이 달칵 열린다]

 

 [시은의 가쁜 숨소리]

 

 뭐 실수했어?

 

 (시은)  회식 자리에서건

 

 가볍게 스킨십 같은 거 했는데  누가 걸고넘어져성희롱으로?

 

 아니면 돈 사고

 

 언론에 뭐오르내릴 일 저질렀어?

 

 (해륜)  다 아니야

 

 말한 대로  우리는 너무 오래 살았어충분히

 

 [어이없는 신음]

 

 '충분히'?

 

 '너무 오래'?

 

 [해륜의 한숨]

 

 (시은)  그럼 해로하는 부부들은?

 

 이렇게 정말 끝내자고?

 

 내가 애들한테 얘기할게

 

 그리고 서류 작성하고

 

 이혼 서류?

 

 [한숨]

 

 [한숨]

 

 이런 꼴 당하려고 나 아등바등 살았어?

 

 그 힘든 결혼 하고

 

 결국 이렇게 버려지려고

 

 (시은)  애들 상처받을 거 생각 안 해?

 

 [시은이 숨을 들이켠다]

 

 당분간 따로 지내그럼

 

 서류 정리는 안 돼

 

 시은아

 

 너답지 않아

 

 쿨한 성격이잖아

 

 우리 둘 문제면 얼마든지 쿨할 수 있어

 

 애들 충격받으면 안 돼  한창 감수성 예민한 때

 

 외국은

 

 (해륜)  요즘 우리나라도 맨 이혼 가정이야

 

 양쪽 부모 밑에서  남부러울 거 없이 컸어도

 

 엇나가는 애들 태반이고

 

 결손 가정에서도 잘 크는 애들 많아

 

 누구 있는 거야

 

 그렇지 않고는 이럴 수 없어

 

 - 아니라고  - (시은납득시켜 봐

 

 듣고 납득되면 원하는 대로 해 줄게

 

 정말 솔직히 얘기하면

 

 당신 파스 냄새 싫어

 

 더 이상 맡고 싶지 않아

 

 [무거운 음악]

 

 (해륜)  몇십 년 컴퓨터 작업에  사람 거의 안 쓰고 살림까지

 

 손목 거덜 나

 

 항상 당신 손목에  손가락에 파스 감겨 있어볼 때마다

 

 침대에서까지 파스 냄새 맡으면서

 

 내 한심함

 

 무능함생각하게 돼

 

 나 안 만났으면 나 아니었으면

 

 훨씬 젊고 아름답게  나이 들었을 이시은인데

 

 뒤늦은 후회지

 

 잿더미에 끌어 앉혀 놓고

 

 그런 생각

 

 그런 죄책감 그만하고 싶어힘들어

 

 [시은의 한숨]

 

 이렇게 보잘것없다나란 인간

 

 이거밖에 안 돼

 

 [시은의 허탈한 신음]

 

 이 말은 안 하고 싶었어

 

 당신 얼마나  아프게 하는 말인지 아니까

 

 (해륜)  몸만 나갈게

 

 이 집

 

 당신 고생으로 장만한 집이야

 

 내 월급 가지고는  애들 겨우 학비나 대는 거고

 

 남들 다 있는  명품 백 하나 못 들고 사는 거

 

 나도 알아

 

 그런 거 부러워한 적 있어내가?

 

 터미널 상가 옷

 

 몇만 원몇천 원짜리 몇 벌로  방송국 드나들고

 

 그렇게 해서  강남 한복판에 이런 번듯한 집

 

 나도 사람이고 남자야

 

 미안하고 면목 없는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 게

 

 어느 순간부터 버거워졌고 피하고 싶어

 

 힘들다정말

 

 (해륜)  오늘에서야 얘기인데

 

 당신도 여자인데

 

 좋은 옷에 이쁘고 발 편한 구두  왜 안 신고 싶었겠어

 

 몸은 고단하고

 

 살림에 원고에 치여서

 

 당신 잘 웃지도 않아언제부턴가

 

 애들한테나 한 번씩 웃고

 

 원망 아니야

 

 복권 맞지 않는 이상

 

 당신 평생 꽃방석에 앉혀 줄 수 없어  내 능력으로는

 

 [한숨]

 

 미안해

 

 [한숨]

 

 미안해

 

 [한숨]

 

 [해륜의 옅은 한숨]

 

 [알람이 울린다]

 

 [훌쩍인다]

 

 알았어

 

 서류 준비해 와

 

 애들한테는 내가 얘기하는 게 나아

 

 [인덕션 레인지 조작음]

 

 [달그락거린다]

 

 [쓸쓸한 음악]

 

 [떨리는 숨소리]

 

 [계란물을 휘휘 젓는다]

 

 [문이 달칵 여닫힌다]

 

 [우람의 찌뿌둥한 신음]

 

 우리 아들일어났어?

 

 - 나 머리 감아도 돼요?  - (시은

 

 누나 일어나면 안방 욕실 쓰라 그래

 

 (시은)  

 

 [우람의 피곤한 신음]

 

 [문이 달칵 열린다]

 

 [시은의 한숨]

 

 [힘겨운 신음]

 

 [숨죽여 흐느낀다]

 

 - 시은 언니는?  - (혜령같이 계신 줄 알았어요

 

 방송 끝나고 뭐 하다 보니까 없어졌어

 

 - 전화해 볼게요  - (피영안 받아

 

 - 신호는 가고요?  - (피영

 

 말도 없이 갈 리 없는데

 

 오늘 어째 더 가라앉아 보이죠?

 

 어제 화해 못 했나?

 

 그런 모양이야

 

 [엘리베이터 안내 음성]  1문이 닫힙니다내려갑니다

 

 신 원장님 여전히 몸 좋으세요?

 

 - (혜령배 안 나오시고?  - (피영

 

 PD님 긴장하셔야 돼요

 

 [흥미로운 음악]  (혜령)  원장님 너무 미남이셔서

 

 환자들간호사들 들이댈지 몰라요

 

 우리 남편은

 

 하세요

 

 (피영)  집에서 나랑 지아한테만 다감하지  병원에선 호랑이래

 

 직원들 말 들어 보면

 

 얼마나 좋아

 

 자기 신랑도 그런 과 아니야?

 

 우리 신랑은 너무 순둥이예요

 

 (혜령)  맘 여리고 착하기만 해요

 

 그게 장점으로 와닿아서 결혼했는데

 

 살다 보니까 좀 아쉬운 부분이 있네요?

 

 무슨 아쉬움?

 

 약간…  [엘리베이터 안내 음성이 흘러나온다]

 

 좀 더 수컷다웠으면 하는?  [피영이 피식 웃는다]

 

 - (피영어  - (왜들 여태 안 가시고?

 

 - (혜령이 작가님 못 보셨어요?  - (네  [엘리베이터 안내 음성이 흘러나온다]

 

 고맙습니다

 

 [힘주는 신음]

 

 [안전띠를 달칵 채운다]  [휴대전화 진동음]

 

 

 

 오늘은 안 돼약속 있어

 

 

 

 [자동차 시동음]

 

 [휴대전화 진동음]

 

 (유신)  여보세요

 

 어디가?

 

 열은?

 

 [의미심장한 음악]

 

 뭐 먹었어?

 

 먹지 마땀 좀 내고 있어  이따 들를게

 

 

 

 [한숨]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 (피영…  - (유신사모님!

 

 (유신)  오늘 비트 안 들여가세요?

 

 !  [피영의 놀란 신음]

 

 (피영)  어머  [피영과 유신의 웃음]

 

 아니어쩐 일?

 

 비트 샐러드가 먹고 싶어서  사피영이 해 주는

 

 [유신의 힘주는 신음]

 

 (피영)  정말?

 

 아니문자 보내면 되지

 

 일부러 사러 왔다고?

 

 (유신)  

 

 [유신의 웃음]

 

 (피영)  솔직히 얘기해요뭐야?

 

 오랜만에 같이 장 보고 싶어서

 

 장 여기서 보는 거 알고

 

 (피영)  어긋났으면?

 

 느낌을 믿었지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피영의 웃음]

 

 (유신)  안 반가워?

 

 (피영)  반가워  [함께 웃는다]

 

 저녁 약속 있대서  장 안 보려다가 왔단 말이에요

 

 캔슬됐어?

 

 (유신)  이게 약속내 자신과

 

 [피영의 놀란 탄성]

 

 (피영)  아유  [유신의 웃음]

 

 (유신)  다 샀어?

 

 고기  [유신의 탄성]

 

 딸이 좋아하는 고기?  남편이 환장하는 고기?

 

 남편이 환장하는 고기  [유신의 탄성]

 

 [피영의 웃음]

 

 가자  [유신의 웃음]

 

 (직원)  어서 오세요

 

 (피영)  스테이크 1kg, 로스 1kg

 

 근데 새로 썰어야 해서  한 20분 걸리거든요

 

 그동안 장 보실 거 있으시면

 

 

 

 달려온 남편  떡볶이 좀 사 주면 안 될까?

 

 들어오는데 맛있어 보이더라

 

 [잔잔한 음악]

 

 - (유신맛있네  - (피영음  [피영의 웃음]

 

 - (유신맛있지?  - (피영

 

 남편이랑 같이 먹어서 더 맛있는 거야

 

 (피영)  내 말이

 

 [함께 웃는다]

 

 번개 데이트 어때?

 

 자주 부탁드리고 싶은데

 

 울 서방님 워낙 바쁘시니

 

 [피영의 웃음]

 

 노력할게

 

 [피영의 웃음]

 

 (유신)  국물을

 

 

 

 [피영의 탄성]

 

 - (피영자  - (유신

 

 [유신의 만족스러운 신음]

 

 [피영의 웃음]  이게 행복 아니야?

 

 행복 이상

 

 나 같은 남편 흔치 않아

 

 알아요

 

 자기 같은 와이프는

 

 우주에 하나고

 

 진심?

 

 진심

 

 [작은 목소리로]  사랑해

 

 [함께 웃는다]

 

 [피영의 놀란 숨소리]

 

 사람들 봐

 

 뭐 어때젊은 애들은 더하던데

 

 우리도 젊지만

 

 [함께 웃는다]

 

 (유신)  

 

 [유신의 힘주는 신음]

 

 - 좀 있다 봐  - (피영

 

 [자동차 시동음]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 (교사어머니안녕하세요  - (학생3) 바이바이  [학부모들이 인사한다]

 

 [저마다 인사한다]  (학부모)  가자시연아고생 많았어

 

 (교사)  우람이안녕

 

 (향기)  !

 

 (우람)  웬일?  [교사와 학생4가 인사한다]

 

 (향기)  엄마가 너 납치해 오래

 

 [타이어 마찰음]

 

 [안전띠를 달칵 푼다]

 

 [휴대전화 메시지 알림음]

 

 (유신)  미안아는 후배 부친상 당했다고  연락이 왔어

 

 잠깐 들렀다 갈게

 

 (피영)

 

 [휴대전화 메시지 알림음]

 

 [피영이 피식 웃는다]

 

 (유신)

 

 (피영)  당근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향기)  엄마 언제 왔어요?

 

  10?

 

 - 배고프지?  - (우람

 

 ''가 뭐야걸핏하면 버릇없이  습관 돼

 

 누나도 가끔 반말하면서

 

 까불지 말고

 

 (향기)  음전하게 행동해매사

 

 음전이 뭐임?

 

 점잖아야 된다고무게감 있게

 

 먹고 싶은 거 다 시켜도 돼요?

 

 

 

 아빠는 늦으신대요?

 

 오늘은 우리끼리

 

 [의미심장한 음악]

 

 [초인종이 울린다]

 

 [살짝 웃는다]

 

 [인터폰 안내 음성]  열렸습니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향기)  [웃으며]  오늘 완전 행복하지 않냐?

 

 - (향기엄마  - (우람삼등분해정확히

 

 (향기)  뭉개져

 

 둘이서 반씩 먹어

 

 (향기)  맛있어?

 

 엄마한 입이라도

 

 남자들 술배처럼  디저트 배 따로 있잖아요

 

 [향기가 살짝 웃는다]

 

 (향기)  아빠 안 보시네사진

 

 (우람)  바쁘신 게지

 

 먹으면서 들어

 

 엄마랑 아빠랑

 

 너무 오래 살아서  그만 따로 살아 볼까 해

 

 때 만났잖아

 

 따져 보니까 31년이야

 

 [시은이 피식 웃는다]

 

 (시은)  강산이 세 번씩이나 바뀌고

 

 쉽지 않은 일이야요즘 세상에

 

 [무거운 음악]  그냥 떨어져 살다가

 

 한 번씩 보기로 했어

 

 주말에라도

 

 이렇게 밖에서 만나도 되고

 

 정확히 무슨 의미예요?

 

 말 그대로

 

 아빠가 나가시는 게 번거롭지도 않고

 

 (시은)  사람 일

 

 내년에 다시 모여 살 수도 있어

 

 어쨌든

 

 그러기로 했고

 

 너희가 좀 이해해 줘

 

 사람 죽기도 하고

 

 멀쩡하게 나갔다가 사고 나서  많이 다치기도 하고 그러잖아

 

 그런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니까

 

 그렇지?

 

 오히려 떨어져 지내면

 

 더 그리워지고 가족의 소중함 알고

 

 돈독해질 수 있어

 

 아빠가 많이 힘드신 것 같으니까

 

 쉬게 해 드리자

 

 우리랑 사는 게 힘드시대?

 

 일에 지치신 거지

 

 학생들 가르치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잖아

 

 이런저런 업무도 많고

 

 엄마보다는 아빠가 덜 힘드신데

 

 엄마는 프리랜서라 아빠만큼은 아니야

 

 아빠는 집안일 안 해요그 대신

 

 삶의 방식은 다양해

 

 향기 너도 기껏  연극 영화과 들어가 놓고

 

 다시 입시 준비하는 것처럼

 

 (시은)  우리도 너 하겠다는 대로  받아들여 줬고

 

 내 문제하고 같아요?

 

 정확히

 

 이혼은 아니죠?

 

 맞아?

 

 그냥 서류상으로

 

 [어이없는 신음]

 

 말도 안 돼

 

 (시은)  어른들 인생이

 

 단순하지가 않아

 

 지금까지 너희들 때문에  엄마 아빠도 한 번씩 마음고생했잖아

 

 그렇지?

 

 이번엔 너희 차례야

 

 엄마 아빠가 조금

 

 너희들 속 썩인다고 생각하든가

 

 엄마가 뭐 잘못한 거 없잖아요

 

 잘하고 잘못하고 그런 문제 아니라니까

 

 (시은)  너무 오래 산 거

 

 그렇다고 싫증은 아니야

 

 엄마 아빠 별로 싸운 적도 없고  너희들 알다시피

 

 이제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아 보고 싶어

 

 [한숨 쉬며]  우람이 앞에서는 좀 그렇지만

 

 아빠 누구 생겼대요?

 

 아니

 

 그건 절대

 

 엄마가 알아

 

 남자도 여자들 갱년기처럼

 

 사춘기랄까

 

 그런 거 있어

 

 그러니까 우리가 이해해 드리자

 

 평생 가족을 위해 사신 아빠니까

 

 [향기의 한숨]

 

 [숨을 들이켠다]  [쓸쓸한 음악]

 

 먹자

 

 (시은)  엄마는 많이 편해질 것 같아

 

 우리 이쁜 강아지 둘만 거두고 챙기면

 

 진심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그럼

 

 (시은)  아빠한테 좀 미안하지만

 

 해방감?

 

 [흥겨운 드럼 연주]

 

 [개 짖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한숨]

 

 어머님

 

 (예정)  어디니?

 

 아니요아직

 

 (예정)  돌아가면서 동창 모임 있잖아

 

 - (혜령이번엔 서울서 모이셨어요?  - (예정

 

 얘는 여전히 늦는 거야?

 

 선배 회사로 옮기고  많이 여유 있어졌다더니?

 

 운동하고 와요배가 좀 나와서

 

 무슨 배가 나와양복발만 멋있구먼

 

 지금부터 관리 안 하면  아저씨 몸 되는 거 시간문제예요

 

 너처럼 사람들 앞에  나서는 직업도 아니고

 

 네가 또 등 떠밀었어?

 

 권한 거죠  어머님 막내아들 건강을 위해서

 

 잠 한두 시간 더 자는 게 낫지

 

 먼저 로펌에서 얼마나 힘들었어?

 

 그러니까요

 

 요즘 운동하고서  컨디션 아주 좋아졌어요

 

 저기

 

 너희들 이참에 다시 한번 생각해 봐

 

 (예정)  컨디션 좋을 때 둘

 

 [흥미로운 음악]

 

 아니딱 하나라도

 

 마흔 되는 거 시간문제인데

 

 그때 생각 바뀌어서  '낳아 볼까하면 늦어

 

 지금이 적기지

 

 저희 마음 정한 거 아시잖아요  그렇게 합의하고 결혼했고요

 

 (예정)  네가 정한 거지안 그래?

 

 우리 애는 한 번도  애 안 가질 생각 안 했어

 

 중학교 때인가?

 

 아들 둘딸 둘 낳겠다고 했고

 

 요즘 애들한테 못 할 짓이에요

 

 (예정)  뭐가?

 

 뒷바라지를 못 할 형편도 아니고  말도 있어

 

 엄마의 정보력아빠의 무관심  할아버지의 재력이

 

 대학 입시 조건이라고

 

 너 똑똑하겠다  네 남편 말할 것도 없고

 

 할아버지 재력 다 갖췄잖아

 

 너만 맘 바꾸면 돼

 

 아들이건 딸이건

 

 아들 손주면 더 바랄 것도 없고

 

 골프장 누구 물려줄 거야?

 

 별희해리가 물려받아야죠

 

 넌 욕심도 없니젊은 애가?

 

 (예정)  별희해리 시집들 가면

 

 네 아버지 평생 일군 거  다른 집안에 넘어가는 건데

 

 (혜령)  드세요

 

 (예정)  흘려듣지만 말고 생각 좀 해 봐

 

 네 아버지 한 번씩 한숨 쉬어

 

 네 남편한테

 

 막내라 특히 각별했는데

 

 하나 낳아서 안겨 드리면  얼마나 기뻐하실 거야

 

 아마 아까운 거 없이  너희들 앞으로 다 해 주실지 모르고

 

 필경 네 아버지 성격에

 

 그렇죠

 

 어른 말 들어서 잘못되는 거 없어

 

 아버님 태몽 뭘 꾸셨는데요?

 

 [도어 록 작동음]  [의미심장한 음악]

 

 [사현의 한숨]

 

 [버튼 조작음]  [힘주는 신음]

 

 [휴대전화 벨 소리]

 

 여보세요

 

 - (예정나다  엄마

 

 (예정)  우리 아들 못 보고 가네

 

 [멀리서 개들이 왈왈 짖는다]  [낑낑거린다]

 

 [웃음소리가 들린다]

 

 동미야

 

 동미야

 

 [낑낑거린다]

 

 [살짝 웃는다]

 

 [문호가 숨을 들이켠다]

 

 오리지널 동미는

 

 (문호)  어디서 잘 살고 있나 모르겄다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기림)  김동미

 

 - 김동미  - (동미!

 

 [동미의 탄성]

 

 (기림)  우리 오래간만에 스텝 한번 밟아?

 

 늙기 전에 크루즈 여행 한번 갈까?  우리 춤 실력도 빠지지 않는데

 

 [동미의 웃음]

 

 (동미)  좋죠

 

 근데 안 힘드시겠어요배 여행이?

 

 (기림)  뭐 힘들어

 

 [동미의 웃음]  

 

 우리끼리 가는 거보다

 

 지아네 같이 가면 더 좋은데그렇죠?

 

 지아 아비는 몰라도  지아 어미가 되겠어?

 

 방송 때문에  [동미가 살짝 웃는다]

 

 (동미)  그럼 뭐

 

 지아랑 지아 아비라도요

 

 [동미와 기림의 웃음]

 

 (시은)  얘기했어애들한테

 

 [해륜의 한숨]

 

 향기 뭐라고 안 해?

 

 별로

 

 그럼 이번 주말에 짐 옮길게

 

 나랑 애들한테서  그렇게 떠나고 싶었던 거야?

 

 아니

 

 근데?

 

 눈치 보이니까

 

 [쓸쓸한 음악]

 

 [떨리는 숨소리]

 

 [새들이 지저귄다]

 

 (지아)  나도 크면  엄마처럼 계란말이 잘할 수 있겠지?

 

 우리 지아는  나보다 더 잘할 거야아마

 

 [지아와 피영의 웃음]

 

 나 늙었나 봐

 

 (피영)  ?

 

 이 풀때기가 점점 맛있어져

 

 [피영과 유신의 웃음]

 

 우리 공주님이 늙어서가 아니라

 

 엄마 솜씨가 워낙 훌륭한 거야

 

 나도 밖에서 먹는 샐러드는 별로야

 

 소스부터가

 

 - 그렇지아빠?  - (유신

 

 [웃으며]  아침부터 기분 좋아라

 

 (지아)  아빠랑 난 맛있는 브렉퍼스트 덕에  에너지 뿜뿜

 

 [지아의 웃음]

 

 [유신과 피영의 웃음]

 

 아빠나 영어 학원 다시 다녀  오늘부터

 

 - 강사 여자남자?  - (피영여자

 

 (지아)  오늘 아마 자기소개시키겠지?

 

 떨지 말고

 

 [애교스러운 말투로]  떠는 게 뭐예요?

 

 [피영과 유신의 웃음]

 

 [애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문이 탁 닫힌다]

 

 ()  청취율 올랐더라고요

 

 - (피영덕분에요  - PD작가님 능력이죠

 

 이번에 합이 잘 맞는 것 같아요

 

 부혜령 씨가 좀 튈 것 같더니 괜찮고

 

 이 작가님이 워낙 베테랑이시잖아요

 

 그러니까 다들 같이 일하고 싶어 하고

 

 - (DJ) 수고하셨습니다  - (피영수고하셨어요  [저마다 인사한다]

 

 - (피영수고하셨습니다  - (제작진수고해요

 

 핀 다 빼셨어요?

 

 

 

 (간호사)  틀니 아니시죠?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피영)  A로 갔다가 B로 가세요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시은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의료 기기 작동음]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작가님제 조언 효과 있었어요?

 

 [휴대전화 메시지 알림음]

 

 (혜령)  뭘 놓고 왔지?

 

 - (피영스튜디오에?  - (혜령

 

 (혜령)  웃겨이 사람

 

 - 최민이?  - (혜령

 

 [혜령의 어이없는 웃음]

 

 (혜령)  미친 거 아니야?

 

 작업 거는 거야뭐야?  혜령 씨 결혼한 거 알 텐데

 

 둘이 농담하는 사이 아니잖아

 

 그렇죠

 

 이것이 날 뭘로 보고

 

 (피영)  예쁘니까 결혼 상관없이들 들이댄다

 

 (혜령)  PD님이 한 미모시죠

 

 [휴대전화 메시지 알림음]

 

 립글로스 두고 갔대요

 

 (피영)  그럼 그렇지

 

 요즘 잘못하면 성희롱으로 몰리는데

 

 박 교수님이랑 얘기 잘 풀렸어?

 

 이혼하재

 

 [무거운 음악]

 

 그러기로 했어

 

 (지아)  [영어]  그래서 저희 가족은 세 명입니다

 

 저랑 엄마 그리고 아빠요

 

 … 우리 가족원들에 대해  설명해도 될까요?

 

 그럼요계속하세요

 

 우리 엄마는  음식을 아주 잘 만드십니다

 

 그래서 나는 엄마의 음식을  매우 좋아합니다

 

 (지아)  그리고 엄마의 직업은

 

 라디오 음악 방송을 감독하는  라디오 PD입니다

 

 그리고 아빠는 의사이십니다

 

 많은 사람들을 치료하십니다

 

 감사합니다

 

 (지아)  [한국어]  넌 이다음에 뭐 되고 싶어?

 

 약속 지키는 사람

 

 배신 안 하고

 

 됨됨이 말고

 

 (지아)  직업

 

 - 지아야  - (지아?

 

 내가 좀 불쌍해지고 어렵게 돼도

 

 계속 친구 해 줄 거야?

 

 한 번 친구는 영원한 친구지

 

 싸우지 않는 이상

 

 싸워도 친구는 친구잖아

 

 [웃음]

 

 (혜령)  [한숨 쉬며]  생각이 흩어지니까 제대로 맞지도 않아

 

 (피영)  나도  [피영의 한숨]

 

 (혜령)  말 안 되죠?

 

 [피영의 한숨]

 

 [피영의 한숨]

 

 [혜령의 한숨]

 

 박 교수님 아직 한창이겠다

 

 어떤 여학생이  죽자 사자 매달리는 거 아닐까요?  [의미심장한 음악]

 

 선생님 좋아하는 여자들 많잖아요

 

 나도 첫사랑 영어 선생님이었어요

 

 그럼 표가 나거든

 

 같이 살 부대끼고 살면서 모를 수 없어

 

 여자들 촉 얼마나 정확해

 

 [혜령의 한숨]  (피영)  언니한테

 

 매력을 잃은 거야

 

 부부로 더 이상  같이 살고 싶지 않을 만큼요?

 

 내가 몇 번 언질까지 줬어  좀 꾸미라고

 

 (혜령)  [한숨 쉬며]  맞아요

 

 우리끼리 얘기지만 작가님은 좀 심해요

 

 PD님이 박 교수님 만나서  얘기해 보시면 안 돼요?

 

 여러 번 식사 같이 하셨다면서요

 

 남 가정사에 어떻게 식구도 아니면서

 

 나이도 한참 위시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는데작가님

 

 [한숨 쉬며]  만 원 한 장을 마음대로 못 쓰고

 

 꼭 돈 있어야 멋 내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죠?

 

 자기는 그런 말 할 자격 없지

 

 저도 싼 옷 많아요로데오표

 

 [혜령이 살짝 웃는다]  로데오가 뭐 싸?

 

 (혜령)  아휴내가 향기라면 가만 안 있겠구먼

 

 애들이 엄마 닮아서 다 착해

 

 박 교수님도 성품은 양반이고

 

 양반이 그래요?

 

 조강지처 안 버리는 게  양반 상식이잖아요

 

 [서향의 한숨]

 

 [인터폰이 울린다]

 

 (경비원)  어디 오셨어요?

 

 105 501호요

 

 지아 외할머니입니다

 

 (경비원)  원장님 댁요?

 

 

 

 [문이 달칵 열린다]

 

 좀 들어가마

 

 신 서방은 아직 안 들어왔나 보구나

 

 지아는?

 

 좀 불러 줄래?

 

 (서향)  필리핀서 선물 몇 가지 장만해 왔어

 

 지아야

 

 아빠랑 수영 갔어

 

 (피영)  엄마는 물건은 고쳐 써도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더니

 

 지난번 내 얘기 또 귓등으로 흘렸네

 

 내가 앞으로

 

 살면 얼마나 살겠어

 

 (서향)  네 맘 아는데

 

 지아도 외할미  그리울 거 아니야한 번씩

 

 무슨 정이 들었다고

 

 네 말처럼 보고 안 보고를 떠나서

 

 핏줄은 끌리게 돼 있거든

 

 할아버지 할머니  워낙들 이뻐하고 잘해 주시는데

 

 사실

 

 친할머니라고 할 수 없지

 

 피 한 방울 안 섞였어도  그렇게 이뻐하셔

 

 [한숨]

 

 (피영)  내 친구 중에 딱 한 명 이혼했어

 

 거기도 바람

 

 엄마처럼 복수할 심정에  아들 평생 못 만나게 한다는 거

 

 애착 관계 끊어 놓으면 안 된다고  내가 말렸어

 

 엄마가 아빠 역할 대신할 수 없거든

 

 정서  엄마하고 나눌 수 있는 교감이 있고

 

 부녀간의 부자간에 나눌 정서 달라

 

 (피영)  모르겠어?

 

 [서향의 한숨]

 

 난 우리나라에 태어난 거

 

 그나마 복받았다고 생각하는 게

 

 태어나서 엄마 아빠랑 같이 자잖아

 

 [애잔한 음악]  엄마 배 속

 

 그 따뜻하고 부드러운 데 있다가

 

 세상에 내동댕이쳐지듯 태어나

 

 핏덩이 혼자 덩그러니 빈방에서

 

 아무 체온도 숨결도  느껴지지 않는 공간에서 아기가

 

 어떻겠어?

 

 패닉 상태일지도 몰라

 

 어른도 순간순간 외로움에 사무치는데

 

 사람 손길 그리울 때 많은데  아기들 어떻겠냐고

 

 아빠 보고 싶었을 때 든 생각이야

 

 [힘겨운 숨소리]

 

 과거형으로 말했지만 진행형이고

 

 죽을 때까지 가시지 않을 그리움

 

 안타까움이야

 

 [떨리는 숨소리]

 

 그리고 딸은

 

 엄마들이 아빠한테 하는 거 보면서

 

 아내로서의 역할

 

 '남자는 어떤 거구나알게 되고

 

 아들은 아빠 모습 보면서  제대로 남자가 되어 가는 건데

 

 자식 생각 않고

 

 본인 억울한 거당한 거  갚아 줄 생각만 하면 돼?

 

 사람은 두 가지 밥이 필요해

 

 위를 채워 줄 먹는 밥

 

 정신을 채워 주는 사랑 밥

 

 난 충분히 사랑 밥 먹을 수 있었는데

 

 엄마가 내 밥 한 그릇을 없앴어

 

 [힘겨운 숨소리]

 

 내 의사 묵살하고 생각조차도 않고

 

 그 빼앗긴 밥이

 

 생각 이상 힘들고 아파

 

 그러고 나서 아빠 떠나보내고  엄마 행복해?

 

 [서향이 흐느낀다]  행복했으면 내 앞에서  한숨 같은 거 안 쉬었을 거고

 

 한 번씩 술 마시지도 않았을 거 아니야

 

 엄마는 남편 없는 결핍감

 

 난 아빠 없는 결핍감

 

 아빠가 이혼은 말자고 했어

 

 절대 못 한다고

 

 사장 자리 떨려나니까

 

 아빠 학벌에 할아버지 회사 아니면  갈 데 없을까 봐?

 

 [어이없는 신음]

 

 엄마는 죽을 때까지 변할 사람 아니야

 

 [힘겨운 신음]

 

 아빠가 이혼 조건으로  나 맡겠다고 했어

 

 엄마 고집에 양보해서

 

 2주에 한 번이라도 보게 해 달라  사정했고

 

 (피영)  거실서 다 들었거든

 

 '한 달에 한 번도 안 된다'

 

 '1년에 몇 번도 안 된다'

 

 아빠 울더라

 

 [흐느낀다]

 

 나 같으면 한번 봐주겠구먼

 

 부모 죽인 원수도 아니고

 

 어떤 면에선

 

 부모 죽인 원수하고 다를 거 없어

 

 더하면 더했지

 

 안 겪어 보면 몰라

 

 나도 겪어 봤으면 좋겠어?

 

 사람 심리가

 

 엄마 이해받고 싶어서 지아

 

 말이라고 해!

 

 [어이없는 신음]

 

 잘난 사위한테

 

 장모 대접도 받고 싶어인제?

 

 [괴로운 신음]

 

 (피영)  지아 이쁜 짓 할 때면 엄마 생각 나

 

 엄마가 눈 딱 감고

 

 아빠 용서해 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결혼식 때

 

 나도 아빠 손 잡고  당당히 입장했을 거 아니야

 

 지아 재롱떨고 크는 거 보면서

 

 더 행복했을 거고

 

 한 다리 건너 천 리라고

 

 손녀딸도 눈에 밟히는데

 

 하물며 딸은

 

 아빠 어땠겠어

 

 어땠을까?

 

 [힘겨운 숨소리]

 

 무조건 아빠 옹호하는 게 아니야

 

 아마 내가 대신  아빠한테 따져 줬을 거야커서

 

 아빠 실수한 거라고

 

 평생 엄마한테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라고

 

 [힘겨운 숨소리]

 

 우리 식구 아픔만 남았어결과적으로

 

 엄마 새로 좋은 남자 만난 것도 아니고

 

 나 때문에 나 위해서  재혼 포기했다는 말 마

 

 골프 코치랑 사귄 거 아니까

 

 돈 흘러간 것도 알고

 

 [한숨]

 

 행복한 순간에

 

 맘껏 행복하지 못하다는 얘기야

 

 나 한 번씩 그늘이 느껴진다고  신 서방이 그래

 

 아니라고 하지

 

 행복하다고

 

 후회한 적 없어?

 

 [서향이 훌쩍인다]

 

 내가 사민홍

 

 얼마나 좋아해서 결혼한지 넌 몰라

 

 그랬기 때문에 더 용서할 수 없었고

 

 아직도?

 

 아직도

 

 [흐느낀다]

 

 지아 보고 싶을 때마다

 

 넌 무탈하게 잘 사나 마음 쓰일 때

 

 더 원망스러워

 

 [서향의 힘겨운 신음]

 

 [따뜻한 음악]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다가오는 발걸음]

 

 (혜령)  일로 와 봐

 

 (혜령)  됐다

 

 [혜령이 살짝 웃는다]

 

 [사현의 한숨]

 

 [TV 전원음]

 

 자기 긴장해

 

 (사현)  ?

 

 사방에서 들이대

 

 (사현)  어떻게?

 

 톡 보내기도 하고

 

 - (사현뭐라고?  - 그냥 관심들 내비치는 거지

 

 좋아기분?

 

 고작 그거야아무렇지 않아?

 

 누군지 알아야 질투라도 하지누군데?  [혜령이 살짝 웃는다]

 

 심각한 거 아니야

 

 내가 다 씹어

 

 [TV 전원음]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혜령)  시끄러워

 

 [TV 소리가 멈춘다]

 

 [사현이 숨을 들이켠다]

 

 우리 프로 작가 언니  나이 많다고 했잖아

 

 이혼당하게 생겼어

 

 - (사현?  - 집중하고 내 말 좀 들어

 

 [TV 전원음]

 

 [사현의 힘주는 신음]  (혜령)  남편이 선진대 교수인데 이혼하잔대

 

 바람난 것도 아니고  그냥 오래 산 게 이유래

 

 어떻게 생각해?

 

 글쎄

 

 같은 남자로서 이해돼?

 

 양쪽 말 들어 봐야지

 

 객관적으로 봤을 때  우리 작가님이 문제야

 

 (사현)  성격?

 

 성의 격차

 

 (사현)  ?  [혜령이 살짝 웃는다]

 

 농담이고

 

 열심히 사는 건 좋은데

 

 여자로서 도통 꾸미질 않아

 

 바쁘니까

 

 난 안 바빠?

 

 (혜령)  난 홈 쇼핑까지 해

 

 거기다 광고

 

 한 번씩 목소리 재능 기부까지

 

 눈 돌아가게 바빠도  아무렇게나 하고 다녀?

 

 (사현)  집에서는 자기도 편하게 입잖아

 

 편하게 입어도

 

 여느 여자들처럼

 

 자기 트렁크 팬츠  늘어진 티셔츠 입은 적 있어?

 

 그리고 난 젊고  젊을 땐 뭘 걸쳐도 이쁘지만

 

 (혜령)  우리 작가님 쉰이야

 

 쉰 된 여자가 화장도 안 해

 

 거의 쌩얼로 방송국 와

 

 옷은 유니폼인 줄

 

 그러니 남편 입장에서 싫증 안 나?

 

 애들은 무슨 죄야

 

 둘이라고 했던가?

 

 (혜령)  얼마나 상처겠어

 

 막둥이는 PD님 딸이랑 같은 반이고  5학년

 

 교수면 교수답게 논리적으로 설명해서  문제 해결을 해야지

 

 다 살아 놓고 이제 와  이혼 통고를 하면

 

 여자 인생 뭐가 돼?

 

 [휴대전화 진동음]

 

 엄마?

 

 

 

 (혜령 모)  자는데 건 거 아니야?

 

 (혜령)  무슨 벌써 자요  여기 10시밖에 안 됐어

 

 - (혜령엄마감기 걸리셨어?  - (혜령 모아니

 

 (혜령 모)  아침이라 목이 안 풀려서

 

 우리 판 서방 건강은?

 

 좋죠마누라가 피부까지 관리해 주고

 

 [의미심장한 음악]

 

 [한숨]

 

 엄마들어가세요

 

 [휴대전화를 툭 내려놓는다]

 

 [의미심장한 음악]

 

 [피식 웃는다]

 

 [충전기 연결음]

 

 [한숨]

 

 [의미심장한 음악]

 

 [사현의 긴장한 숨소리]

 

 엄마

 

 나 이혼하려고요

 

 (예정)  무슨 소리야?

 

 (사현)  아빠 좀 설득시켜 줘요

 

 이혼이라니

 

 (가사 도우미)  두 분 나가셨어요일찍

 

 - 골프장요?  - (가사 도우미아니요부산요

 

 지인분 댁 결혼식 있으시다고

 

 

 

 (가사 도우미)  통화 안 하셨어요?

 

 계실 줄 알았죠주말이라  [강아지가 왈 짖는다]

 

 [사현의 한숨]

 

 - (가사 도우미혼자 오셨어요?  - (사현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남자)  남가빈 씨 맞죠?

 

 저 팬이에요

 

 사인 좀

 

 (가빈)  성함이?

 

 (남자)  정수길입니다

 

 [남자의 탄성]

 

 [남자가 살짝 웃는다]

 

 [남자가 살짝 웃는다]

 

 사진도 좀

 

 (가빈)  죄송해요사진은

 

 저 팬이에요

 

 (가빈)  제가 오늘 노 메이크업이고  이런 모습 좀 그래요

 

 오히려 더 멋있으세요

 

 (가빈)  아니요죄송해요

 

 (남자)  아이

 

 그럼하나

 

 [남자의 한숨]

 

 아이

 

 닳아요얼굴?  한 컷 찍어 주면 뭐큰일 나?

 

 [가빈의 어이없는 웃음]

 

 (가빈)  가려도 다 알아보셨잖아요

 

 알아보면 어디가 덧나냐고

 

 (남자)  대스타도 아니고

 

 알아봐 주는 것만 해도 생큐지

 

 싫다는데 강요하면 안 되죠

 

 [코웃음 치며]  빠지고

 

 ''? 너 뭐야?

 

 뮤지컬 배우는 사람 아니야?

 

 엄연히 인격 있고 사생활 있어

 

 (남자)  혼나 볼래?

 

 얻다 겁도 없이

 

 [휴대전화 조작음]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  가세요

 

 누가 찍어서 올릴지도 몰라요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남자의 짜증 섞인 한숨]

 

 아휴재수 털려

 

 [남자의 분한 숨소리]

 

 당신 안티 할 거야

 

 [원의 한숨]

 

 (가빈)  고마워요

 

 (아미)  아니에요

 

 한 번씩 저런 사람 있어요

 

 '나타샤저도 봤어요

 

 (가빈)  [웃으며]  

 

 여기는 좀 그렇고

 

 다른 데 안 가실래요제가 살게요

 

 [살짝 웃는다]

 

 - 누가 사면 어때요  - (아미영광이죠

 

 [원과 가빈의 웃음]

 

 (가빈)  차들 갖고 오셨어요?

 

 (아미와 원)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가빈)  갑자기 고기는 먹고 싶고  아까 그 집이 1인분도 되잖아요

 

 (아미)  맞아요저도 오늘 고기 당겨서

 

 저도요

 

 [함께 웃는다]

 

 제가 외국에 살다 온 지 얼마 안 돼서  몰라뵀어요

 

 무대 아닌 데서는  몰라봐 주는 게 감사해요

 

 특히 이러고 다닐 때?

 

 (아미)  멋있으신데요?

 

 아까 진상 팬이 보긴 제대로 본 거예요

 

 (가빈)  오늘 두 분 너무 감사해요

 

 당연한 거죠

 

 요즘 남의 일에 잘들 안 나서는데

 

 옛날보다는 확실히 개인주의죠

 

 [애절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타이어 마찰음]

 

 [오디오 조작음]  [음악이 멈춘다]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피식 웃는다]

 

 [긴장되는 음악]

 

 [사현의 한숨]

 

 [사현의 어색한 웃음]

 

 늦는다더니?

 

 [거친 숨소리]

 

 [혜령의 떨리는 숨소리]

 

 뭐야?

 

 [분노에 찬 숨소리]

 

 [애절한 음악]

 

 엄마 밥 먹고 싶어 왔어요

 

 - 어떻게 알아?  - (예정내기할래요?

 

 (피영)  자식은 맘 비우고 키워야 한대요

 

 자식이라고 다 똑같나

 

 (혜령)  사랑해?

 

 개나발 같은 소리!  [예정의 놀란 신음]

 

 (피영)  어머님은 정말 스타일 좋으세요

 

 (문호)  저기혹시 김동미?

 

 동미?

 

 (혜령)  조건 있어누군지 데려와내 눈앞에

 

 - (가빈전 남가빈인데  - (아미아미요

 

 ()  송원요

 

 다들 이름 이뻐요  [함께 웃는다]

 

 (향기)  저희는 돈 없이 밥을 굶더라도  우린 아빠한테 등 안 돌려요

 

 - (문호염색하신 거죠?  - (동미제가 가발 맞춰 드렸어요

 

 (문호)  그럼 그렇지

 

 (기림)  사귀었어둘이?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