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작사 이혼작곡 S1. 2
무슨 권리로 내 남편한테 가정사 다 까발려
무슨 권리로!
(서향) 네 남편이기도 하지만 사위이기도 해
그리고 지아
네가 낳은 딸이지만 나한테는 손녀고, 하나밖에 없는
아버지는 둘인가?
[무거운 음악]
하나밖에 없는 아버지
못 보게, 못 만나게 한 게 누군데
그래서
네 앞에서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살았어
숨 못 쉬고 살아서
사위 불러다가 나 거짓말쟁이 만들어?
자세히 설명 못 한 거지
깜찍한 거짓말쟁이 됐어, 나
무, 무슨?
(피영) 아빠 엄마 더할 수 없이 사이좋으셨는데
아빠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고
그 전까지 더없이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것처럼
외짝 부모 밑에 컸어도
멘탈 아무 문제 없는 것처럼 이미지 연출 해 온 거 엄마 알잖아!
근데 무슨 자랑이라고 딸자식한테 득이라고
차마 말 못 하고 묻고 산 얘기를 다 까발려, 까발리길!
좀 외롭게 큰 거 외에는 별문제 없는 걸로 아는데!
사실
너 별문제 없어
그렇게 생각해?
별문제 없이 보여?
엄마 희망 사항이겠지
너만 하면 잘 큰 거야
- 속 한 번 안 썩이고… - (피영) 왜 한 입으로 두말해?
좀 전에 그랬잖아
내 앞에서 숨도 크게 못 쉬고 살았다고!
나도 알아
나 못되고 정상 아닌 거
- 아니야 - (피영) 이제 정나미 안 떨어지겠어?
부부간에 10년 넘게 살면서 이미지 연출 한 거
신 서방 충분히 이해하고도…
속마음 들여다봤어?
(피영) 겉으로 표현 안 해도 속으로 생각 안 할 것 같아?
그동안 네가 해 온 게 있는데!
그래
간신히 죽을힘으로 완벽한 며느리, 완벽한 아내
그렇게 연출하고 노력했어
[쓸쓸한 음악] 왜 허무냐고
왜 산통 깨
언제까지 내 인생 엄마 때문에 엉망 되고 휘둘려야 돼?
[괴로운 신음]
(피영) '바람난 가정에서 뭘 배우고 컸을까'
그런 생각 안 할 것 같아, 이제?
나 같으면 해
가정 깬 아버지 때문에 남자에 대해 부정적 생각 깔려 있으려니
조금만 잔소리해도 '홀엄마 밑에서 커 히스테리지?'
그렇게 생각할까 봐 꼭꼭 내 응어리
엄마 같으면 응어리 없겠냐 말이야, 가슴에!
[힘겨운 숨소리] 생판 남으로 만난 사람이 배신 한 번 했다고
본인이나 갈라서든가
자식까지 갈라놓고
엄마는 언제나 자신밖에 몰라
자기 기분만 중요하니까
남 아픔, 딸자식 상처 조금이라도 생각했으면
그런 결정 못 해
- 너도 결혼했으니 알 거 아니야 - (피영) 뭘?
남남이었지만 부부로 묶이면
다른 문제도 아니고 그건
용서 안 된다는 거
아직도 이해 안 돼?
그래
아빠는 용서 못 한다 치자고
난 무슨 죄냐고
두 사람 내가 결혼시켰어?
(피영) 좋아서 결혼해 놓고 낳아 놓고
어쨌거나 애 아버지인데
피로 연결된 천륜인데
이혼을 할지언정
천륜은 끊어 놓지 말았어야지
[흐느낀다]
(피영) 내 눈앞에서
남편 잘못 선택해서 이혼녀 딱지 달았다고
걸핏하면 한숨에 눈물 쏟고
[훌쩍인다]
정말 지겨웠어
아빠가 날 얼마나 이뻐했는데
얼마나 벌벌 떨었는데
외도는 외도고
어떻게 딸한테서 아빠를 떼어 놔?
어떻게 하나밖에 없는 딸을 못 보게 할 수 있어
아빠도 자격 있단 말이야
엄마한테나 잘못했지 나한테 잘못했어?
뷔통 가방 하나 들려서 아빠 쫓아내고
생각하면
할아버지 할머니 명껏 사셨으니 엄마 모를 거야
짐작도 못 해
내 눈앞에서
팔 벌리며 다가오다가
[훌쩍인다]
죽을 때까지 나 못 잊어
[흐느낀다]
[훌쩍인다]
외할머니가 엄마 편 들어서 한 번씩 그랬어
음식 싫은 건 뒀다 먹어도 사람 싫은 건 못 본다고
여비서랑 바람난 남편 용서 못 하겠다는 심정
어떤 건지 상상돼
[힘겨운 신음]
(피영) 근데 부모하고 자식 관계는 끊으면 안 돼
[무거운 음악] 지아 낳아서 키워 보니까 더 알겠어
[연신 흐느낀다]
(피영) 친구들은 '아빠하고 어디 갔다'
'화장품 선물 받았다'
'맛있는 거 먹었다' 자랑 늘어놓을 때
내 심정 어땠겠나 생각해 봐
자랑은커녕
영원히 볼 수 없는 아빠
그 따뜻하고
넉넉했던 손 한번 잡아 볼 수 없는 안타까움
마음속으로라도 사과한 적 있어, 아빠한테?
미안하게 생각한 적 있어?
너한텐 미안하지만
신 서방 착실하니까 너는 배신당할 일 없겠지, 근데!
엄마 때문에 아빠 죽었다고!
(피영) 쫓아낸 걸로도 부족해서
딸 얼굴도 목소리도 못 듣게 하니까
학교로 찾아왔다가 그렇게
말 그대로 비명횡사!
무슨 또 변명을 무슨 또
그렇게 말해도 여태 내가 또 헛소리했어?
(서향) 그래! 다 내 잘못이야!
네 아빠는 잘못한 거 없고
다 나만 잘못했어!
[서향이 흐느낀다]
인명은 재천이지
그렇게 죽을 운명이니까 죽은 거지!
[서향이 흐느낀다]
[힘겨운 신음]
[한숨]
[훌쩍인다]
(피영) 더 이상 할 말 없어
평생 죽을 때까지 아빠 원망해
엄마는 아무 잘못 없고
아빠가 복을 차서 그렇게 벌받아 죽었다고
됐어?
[서향의 힘겨운 숨소리]
지아 볼 생각 마
[무거운 음악] 내가 아빠 못 본 것처럼 엄마도 손녀딸 못 봐, 평생!
그래 놓고 무슨 염치로
(서향) 부처님도 시앗 앞에선 돌아앉는대!
넌 안 겪어 봐 몰라, 그 배신감
더럽고 치 떨리는 그 배신감!
[서향이 흐느낀다]
(피영) 엄마한테는 책임 없을까?
엄마가 원인 제공 했다는 생각 안 해?
엄마 배신하고 상처 준 건 인정해
근데 엄마는 잘못 없냐고
내가 질린 것처럼
아빠도 질렸을 것 같아
[어이없어하며] 뭐, 뭐라고?
엄마는 언제나
바로 이번 경우처럼
나이 들어서도 남 생각 요만큼도 못 하잖아, 안 하잖아!
(피영) 사랑에 눈멀어서
가난한 집 아들 신분 상승 시켜 줬더니
평생 떠받들고 살아도 부족할 판에 비서랑 바람이 나?
피가 거꾸로 솟고 눈 뒤집히지
근데
엄마가 원인 제공 했다는 생각 안 들어?
엄마는 사람 무시해
본인은 우아 끝판왕이고
- (서향) 내가? - 옛날엔 더 심했어
나한테도 걸핏하면
부리는 사람들 잘해 주면 감사해하는 게 아니라
위아래 없이 선 넘는다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세뇌시켰어
(피영) 항시 사람들 눈 아래로 보고
아빠한테는 잘했어?
남편 대접 해 줬어, 제대로?
[허무한 숨소리]
내 기억에 아빠는 언제나 엄마 기분 살피는 게 일이었어
(피영) 별거 아닌데도 걸핏하면 짜증 내니까
그럴 때마다 아빠는 전전긍긍 달래고 설득시키고
애가 그래도 짜증 날 거야
우리 방송국 PD들 뭐라는지 알아?
얼굴 이쁜 거 한 달이래
얼굴보다 마음이라고
입장 바꿔서 생각해 봐
아빠 입장에서 [힘겨운 신음]
엄마도 알지만
알 거야
인정하기 싫은 거지
[괴로운 신음] (피영) 나 같아도
고양이 앞의 쥐처럼 들볶이다가
입의 혀같이 사근대는 비서 있으면 당연히 마음 가, 정상이야
사람 마음 다 똑같으니까
- 말이면 다지! - (피영) 엄마도 [무거운 음악]
폭력 남편한테 시달리는데
풋풋한 젊은 남자가
다정하게 다감하게 대해 줘 봐 안 끌리나
[괴로운 신음] (피영) 당연한 거야
부잣집 딸 이전에
아내로서 따뜻하게 보듬고 가장 대접 해 줬으면 아빠 성격에
아빠 얼마나 성실하고 자상했어
절대 한눈 안 팔았지
배신하라고 누가 등 떠밀고 꼬여 내도
신뢰 안 깼어, 절대
그럼 넌
날 닮은 거야?
그래서 이렇게 모질어!
[헛웃음]
그런가 보지?
[흐느낀다]
남편 마음은 몰랐더라도
딸자식 아픔은 어땠을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봐
[힘겨운 신음]
(피영) 나 같으면 지아 보여 달라고 못 해
찾을 때까지 안 나타나
못 나타나, 양심상
[흐느낀다]
[서향이 흐느낀다]
[훌쩍인다]
- (학생1) 재유야 - (학생2) 왜?
(지아) 생각해 봤는데, 우람아
- 너 용돈 모아 놓은 거 있지? - (우람) 응
- (지아) 얼마? - 안 세어 봤어
몇십만 원 될 거 아니야
- (우람) 메이비? - 너희 엄마한테
이쁜 옷 선물해 드려
(지아) 엄마 나이 들어 보여서 싫다며
젊어 보이는 옷
(우람) 누나
(향기) 너 노크했어?
아, 깜빡
우리 돈 합쳐서 엄마 선물해 드리자
엄마 생신 멀었는데, 왜?
결혼기념일은 아빠가 선물하는 거고
엄마 옷 없잖아, 맨날 바지만 입고
옷은 이 누나도 없어
(우람) 저거 옷들 아니고 뭐야?
장에도 꽉 찼잖아
(향기) 아, 다 싼 거야, 인터넷에서 산 거
- 너 얼마 있는데? - (우람) 누나는?
내가 먼저 물었어, 너부터
(지아) 안녕히 주무셔들
- 응, 우리 딸도 - (지아) 네
불 끄고 침대 올라가 오늘은 책 읽지 말고
(지아) 응, 굿 나이트
[문이 달칵 여닫힌다]
뭐 한 잔 타 줘요? [유신이 잔을 탁 내려놓는다]
(유신) 아니
엄마 집에 갔었다면서요?
나한테 상처라
집안 문제 언급하고 싶지 않았어
자세한 얘기
(유신) 이해해
'당신 많이 힘들고 아팠겠구나' 생각 들었고
[피영의 옅은 한숨]
아버지 원망해?
실수 안 하셨으면
돌아가시지 않았을 거 아니야 그렇게 허망하게
원망보다는 안타까움
장모님한테 맺힌 맘 있더라도 풀어
(유신)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장모님은 실수라기보다
쉽게 못 받아들이셨던 거야
(피영) 있지
(유신) 응
노력은 해 볼 거야, 근데
당분간 모른 체해 줬으면 좋겠어
(피영) 지아 데리고 엄마 집 가지도 말고
야박해도 어쩔 수 없어요
지금은 도저히
자기가 원하면
알았어
난 자기 마음이 편한 게 최고니까
고마워요
그리고 미안하고
맞아, 자기는 미안해해야 돼
나 남편 맞니?
나 못 미더웠어?
(유신) 나한테는 적어도 비밀 같은 거 없어야지
비밀이라기보다
입에 올리는 것도 힘들어서
형제자매도 없이
아빠 빈자리가
[애잔한 음악]
(유신) 내가 있어, 자기한테는
울고 싶으면 언제든지 울고
나한테 이렇게 안겨서만
[숨을 들이켠다]
울고 싶은데 자기 없으면?
참았다가?
(유신) 달려와야지, 내가, 어디에 있든
아무 때건 나 필요할 때 전화해
필요할 때 많아
지난번 액자 떨어졌을 때도
서재 방충망 떨어졌을 때랑
[피식 웃는다]
알아, 나 머슴이야, 사랑의 머슴
(유신) 평생 함께할 사람은 장모님도 아니고
지아도 아니고 나야
내 옆에서 이쁘게 늙어 가
나
욕조 물 받아 놓을게
- 오케이? - (피영) 뭐, 오케이?
아휴
우리 서로 등 밀어 준 지 언제더라?
남사스러워
이보세요, 아가씨, 우리 부부예요
부부 사이에 뭐가 쑥스러워요?
[피영이 살짝 웃는다] (유신) 맨날 '나중에', '나중에'
선곡표 짜야 돼
핑계지?
아니야, 정말
우리 공홈에 들어가 봐
[물소리가 솨 들린다]
자기야!
(피영) 응?
내 정신, 자기 좋아하는 유자 파운드케이크 사 왔는데
(유신) 안 들고 들어왔어, 조수석에
알았어요
[손가락을 딱 튕기며] 오케이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잔잔한 음악]
(유신) 오늘도 사랑해, 아내 바보 신
[벅찬 숨소리]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유신의 옅은 한숨]
아, 음악 좋다
(유신) 와인 한잔할 수 있을까?
[문소리가 들린다] [다가오는 발걸음]
(유신) 역시
[유신의 개운한 신음]
심장이 나댄다
마시지 마, 그럼
아니, 와인 때문 아니고
이렇게 자기 보고만 있어도
[피식 웃는다]
[웃음]
기억해?
내가 처음 자기 이마에 뽀뽀한 거
(유신) 춥지 않아? 들어와
안 추워, 욕실이 왜 추워?
[피영이 피식 웃는다]
(유신) 욕조로 들어와 다오 내 사랑하는 사피영!
[함께 웃는다]
(유신) 아버님 참
이름 지으신 것만 봐도
로맨틱?
감각 있으신 분 같아
얼굴은 그래도 내가 좀 더 낫지 않아? 아버님보다
왜 대답 안 해, 왜 대답 안 해?
[함께 웃는다]
들어와, 이미 버린 셔츠
눈 감아 봐
와인 붓게?
아니
[유신의 헛기침]
(유신) 실망시키지 마
[웃음]
(피영) 와인 쏟아, 놔, 응?
뭘 놔, 내가 남이가
[피영의 놀란 신음] (유신) 들어와
- (유신) 사피영! - (피영) 놔…
[유신과 피영이 장난친다]
(피영) 악, 엄마! 아! [피영과 유신의 웃음]
(사현) 먼저 자, 변론 쓸 게 쌓였어 [의미심장한 음악]
[자동차 엔진 가속음]
[해륜의 한숨]
[스탠드 조작음]
[쓸쓸한 음악]
[힘주는 신음]
[한숨]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시은이 스위치를 탁 누른다]
[무거운 음악]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의미심장한 음악]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저 샌드위치요
[긴장되는 음악]
[혜령이 살짝 웃는다]
(혜령) 우리 남편 배고플까 봐 잠이 안 와
(사현) 내일 몇 시에 나가는데?
(혜령) 내일은 방송밖에 없어
24시간 카페 있는 데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거야
[살짝 웃으며] 맞아
저녁 뭐 먹었어?
국밥
아휴, 짠해라, 우리 변호사님
이따, 마치고 먹을게
[살짝 웃는다]
안 반가워?
(사현) 반갑지
[한숨 쉬며] 반가운 낯빛이 아니야?
(사현) 아휴
하루라도 바가지 안 긁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아?
응, 돋아
[사현의 웃음]
[함께 웃는다]
집에서 봐도 되잖아
집중 안 돼, 고쳐야 하고
[야릇한 음악]
[매혹적인 음악]
(혜령) 밖에 소파에 있을까?
[살짝 웃는다]
들어가서 자, 빨리 끝낼게
[컴퓨터 작동음] [사현의 한숨]
[마우스 클릭음]
[사현의 헛웃음] [혜령이 살짝 웃는다]
피부 뒤집어지잖아, 못 자면
[혜령을 탁탁 토닥인다]
[마우스 클릭음]
[새들이 지저귄다]
[문이 달칵 열린다] [기림의 한숨]
[동미가 살짝 웃는다]
(동미) 이거 드세요
[동미가 살짝 웃는다]
[기림의 힘주는 신음]
치매 환요
지아 말마따나 좀 모양 빠져
뭐가요
내가 이런 한약 먹는 거 알면 뭐라 그러겠어, 사람들이
몇십 년 의사 생활 했구먼
[동미가 살짝 웃는다]
한약 아니라 보약요
(동미) 오래 씹으세요
자꾸 보약 먹여서 명 길어지면 어떡해
당연히 오래 사셔야죠
나한테는 원장님뿐인데
(기림) 왜, 유신이도 있고
- 입안의 혀 같은 지아 어미에다… - (동미) 물론
다 소중한 식구고 가족이에요
원장님은 가족 이상이고요
[기림이 손을 탁 토닥인다]
친구 녀석들이
반밖에 안 남았지만
나더러 전생에 나라를 구했대
[동미가 살짝 웃는다]
황 부회장님은 마흔두 살 여자랑 재혼했다고 하지 않았어요?
마흔이면 뭘 하고 서른이면 뭘 해
당신 같은 사람이 있어?
(동미) [웃으며] 응
[동미가 살짝 웃는다]
[동미가 잔을 탁 내려놓는다] (기림) 동미야
네
나 정말 오래 살아도
뭐라고 안 할 거지?
저 두고 먼저 가면 뭐라 할 거예요
못 가게 붙잡을 거예요
알았어
요즘 같아선
백 세는 문제없을 것 같아
[함께 웃는다]
정말요?
응, 컨디션 최고야
당신 덕에
[웃음]
(기림) 으음, 내가 해 줄게
아이, 전 아픈 데 없어요
(기림) 가만있어, 시원할 테니까
[동미가 숨을 크게 들이켠다]
(기림) 오는 정이 있으면 가는 정도 있어야지
원장님은 정과 사랑이 넘치셔 [웃음]
(기림) 넌 평생 그, 원장님 호칭 못 고치나?
(동미) 이렇게 살다 죽을래요
[기림이 살짝 웃는다]
[시은의 한숨]
(시은) 우유 데워 줘요?
애들한테는 당신이 얘기할래?
[침울한 음악]
내가 해?
당신 진심인 거야, 정말?
무슨 병 걸린 거 맞지?
나한테 솔직히 얘기해, 나 남도 아니고
아니라고, 글쎄
[문이 달칵 열린다]
[시은의 가쁜 숨소리]
뭐 실수했어?
(시은) 회식 자리에서건
가볍게 스킨십 같은 거 했는데 누가 걸고넘어져, 성희롱으로?
아니면 돈 사고
언론에 뭐, 오르내릴 일 저질렀어?
(해륜) 다 아니야
말한 대로 우리는 너무 오래 살았어, 충분히
[어이없는 신음]
'충분히'?
'너무 오래'?
[해륜의 한숨]
(시은) 그럼 해로하는 부부들은?
이렇게 정말 끝내자고?
내가 애들한테 얘기할게
그리고 서류 작성하고
이혼 서류?
[한숨]
[한숨]
이런 꼴 당하려고 나 아등바등 살았어?
그 힘든 결혼 하고
결국 이렇게 버려지려고
(시은) 애들 상처받을 거 생각 안 해?
[시은이 숨을 들이켠다]
당분간 따로 지내, 그럼
서류 정리는 안 돼
시은아
너답지 않아
쿨한 성격이잖아
우리 둘 문제면 얼마든지 쿨할 수 있어
애들 충격받으면 안 돼 한창 감수성 예민한 때
외국은
(해륜) 요즘 우리나라도 맨 이혼 가정이야
양쪽 부모 밑에서 남부러울 거 없이 컸어도
엇나가는 애들 태반이고
결손 가정에서도 잘 크는 애들 많아
누구 있는 거야
그렇지 않고는 이럴 수 없어
- 아니라고 - (시은) 납득시켜 봐
듣고 납득되면 원하는 대로 해 줄게
정말 솔직히 얘기하면
당신 파스 냄새 싫어
더 이상 맡고 싶지 않아
[무거운 음악]
(해륜) 몇십 년 컴퓨터 작업에 사람 거의 안 쓰고 살림까지
손목 거덜 나
항상 당신 손목에 손가락에 파스 감겨 있어, 볼 때마다
침대에서까지 파스 냄새 맡으면서
내 한심함
무능함, 생각하게 돼
나 안 만났으면 나 아니었으면
훨씬 젊고 아름답게 나이 들었을 이시은인데
뒤늦은 후회지
잿더미에 끌어 앉혀 놓고
그런 생각
그런 죄책감 그만하고 싶어, 힘들어
[시은의 한숨]
이렇게 보잘것없다, 나란 인간
이거밖에 안 돼
[시은의 허탈한 신음]
이 말은 안 하고 싶었어
당신 얼마나 아프게 하는 말인지 아니까
(해륜) 몸만 나갈게
이 집
당신 고생으로 장만한 집이야
내 월급 가지고는 애들 겨우 학비나 대는 거고
남들 다 있는 명품 백 하나 못 들고 사는 거
나도 알아
그런 거 부러워한 적 있어, 내가?
터미널 상가 옷
몇만 원, 몇천 원짜리 몇 벌로 방송국 드나들고
그렇게 해서 강남 한복판에 이런 번듯한 집
나도 사람이고 남자야
미안하고 면목 없는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 게
어느 순간부터 버거워졌고 피하고 싶어
힘들다, 정말
(해륜) 오늘에서야 얘기인데
당신도 여자인데
좋은 옷에 이쁘고 발 편한 구두 왜 안 신고 싶었겠어
몸은 고단하고
살림에 원고에 치여서
당신 잘 웃지도 않아, 언제부턴가
애들한테나 한 번씩 웃고
원망 아니야
복권 맞지 않는 이상
당신 평생 꽃방석에 앉혀 줄 수 없어 내 능력으로는
[한숨]
미안해
[한숨]
미안해
[한숨]
[해륜의 옅은 한숨]
[알람이 울린다]
[훌쩍인다]
알았어
서류 준비해 와
애들한테는 내가 얘기하는 게 나아
[인덕션 레인지 조작음]
[달그락거린다]
[쓸쓸한 음악]
[떨리는 숨소리]
[계란물을 휘휘 젓는다]
[문이 달칵 여닫힌다]
[우람의 찌뿌둥한 신음]
우리 아들, 일어났어?
- 나 머리 감아도 돼요? - (시은) 응
누나 일어나면 안방 욕실 쓰라 그래
(시은) 어
[우람의 피곤한 신음]
[문이 달칵 열린다]
[시은의 한숨]
[힘겨운 신음]
[숨죽여 흐느낀다]
- 시은 언니는? - (혜령) 같이 계신 줄 알았어요
방송 끝나고 뭐 하다 보니까 없어졌어
- 전화해 볼게요 - (피영) 안 받아
- 신호는 가고요? - (피영) 응
말도 없이 갈 리 없는데
오늘 어째 더 가라앉아 보이죠?
어제 화해 못 했나?
그런 모양이야
[엘리베이터 안내 음성] 1층, 문이 닫힙니다, 내려갑니다
신 원장님 여전히 몸 좋으세요?
- (혜령) 배 안 나오시고? - (피영) 응
PD님 긴장하셔야 돼요
[흥미로운 음악] (혜령) 원장님 너무 미남이셔서
환자들, 간호사들 들이댈지 몰라요
우리 남편은
하세요
(피영) 집에서 나랑 지아한테만 다감하지 병원에선 호랑이래
직원들 말 들어 보면
얼마나 좋아
자기 신랑도 그런 과 아니야?
우리 신랑은 너무 순둥이예요
(혜령) 맘 여리고 착하기만 해요
그게 장점으로 와닿아서 결혼했는데
살다 보니까 좀 아쉬운 부분이 있네요?
무슨 아쉬움?
약간, 음… [엘리베이터 안내 음성이 흘러나온다]
좀 더 수컷다웠으면 하는? [피영이 피식 웃는다]
- (피영) 어 - (반) 왜들 여태 안 가시고?
- (혜령) 이 작가님 못 보셨어요? - (반) 네 [엘리베이터 안내 음성이 흘러나온다]
고맙습니다
[힘주는 신음]
[안전띠를 달칵 채운다] [휴대전화 진동음]
응
오늘은 안 돼, 약속 있어
응
[자동차 시동음]
[휴대전화 진동음]
(유신) 여보세요
어디가?
열은?
[의미심장한 음악]
뭐 먹었어?
먹지 마, 땀 좀 내고 있어 이따 들를게
응
[한숨]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 (피영) 음… - (유신) 사모님!
(유신) 오늘 비트 안 들여가세요?
짠! [피영의 놀란 신음]
(피영) 어머 [피영과 유신의 웃음]
아니, 어쩐 일?
비트 샐러드가 먹고 싶어서 사피영이 해 주는
[유신의 힘주는 신음]
(피영) 정말?
아니, 문자 보내면 되지
일부러 사러 왔다고?
(유신) 응
[유신의 웃음]
(피영) 솔직히 얘기해요, 뭐야?
오랜만에 같이 장 보고 싶어서
장 여기서 보는 거 알고
(피영) 어긋났으면?
느낌을 믿었지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피영의 웃음]
(유신) 안 반가워?
(피영) 반가워 [함께 웃는다]
저녁 약속 있대서 장 안 보려다가 왔단 말이에요
캔슬됐어?
(유신) 음, 이게 약속, 내 자신과
[피영의 놀란 탄성]
(피영) 아유 [유신의 웃음]
(유신) 다 샀어?
고기 [유신의 탄성]
딸이 좋아하는 고기? 남편이 환장하는 고기?
남편이 환장하는 고기 [유신의 탄성]
[피영의 웃음]
가자 [유신의 웃음]
(직원) 네, 어서 오세요
(피영) 스테이크 1kg, 로스 1kg요
아, 네, 근데 새로 썰어야 해서 한 20분 걸리거든요
그동안 장 보실 거 있으시면
네
달려온 남편 떡볶이 좀 사 주면 안 될까?
들어오는데 맛있어 보이더라
[잔잔한 음악]
- (유신) 음, 맛있네 - (피영) 음 [피영의 웃음]
- (유신) 맛있지? - (피영) 응
남편이랑 같이 먹어서 더 맛있는 거야
(피영) 내 말이
[함께 웃는다]
번개 데이트 어때?
자주 부탁드리고 싶은데
뭐, 울 서방님 워낙 바쁘시니
[피영의 웃음]
노력할게
[피영의 웃음]
(유신) 자, 국물을
자
[피영의 탄성]
- (피영) 자 - (유신) 응
[유신의 만족스러운 신음]
[피영의 웃음] 이게 행복 아니야?
행복 이상
나 같은 남편 흔치 않아
알아요
자기 같은 와이프는
우주에 하나고
진심?
진심
[작은 목소리로] 사랑해
[함께 웃는다]
[피영의 놀란 숨소리]
사람들 봐
뭐 어때, 젊은 애들은 더하던데
우리도 젊지만
[함께 웃는다]
(유신) 자
[유신의 힘주는 신음]
- 좀 있다 봐 - (피영) 네
[자동차 시동음]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 (교사) 어머니, 안녕하세요 - (학생3) 바이바이 [학부모들이 인사한다]
[저마다 인사한다] (학부모) 가자, 시연아, 고생 많았어
(교사) 우람이, 안녕
(향기) 짠!
(우람) 웬일? [교사와 학생4가 인사한다]
(향기) 엄마가 너 납치해 오래
[타이어 마찰음]
[안전띠를 달칵 푼다]
[휴대전화 메시지 알림음]
(유신) 미안, 아는 후배 부친상 당했다고 연락이 왔어
잠깐 들렀다 갈게
(피영)
[휴대전화 메시지 알림음]
[피영이 피식 웃는다]
(유신)
(피영) 당근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향기) 엄마 언제 왔어요?
한 10분?
- 배고프지? - (우람) 어
'어'가 뭐야, 걸핏하면 버릇없이 습관 돼
누나도 가끔 반말하면서
까불지 말고, 좀
(향기) 음전하게 행동해, 매사
음전이 뭐임?
점잖아야 된다고, 무게감 있게
먹고 싶은 거 다 시켜도 돼요?
응
아빠는 늦으신대요?
오늘은 우리끼리
[의미심장한 음악]
[초인종이 울린다]
[살짝 웃는다]
[인터폰 안내 음성] 열렸습니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향기) [웃으며] 야, 오늘 완전 행복하지 않냐?
- (향기) 엄마 - (우람) 삼등분해, 정확히
(향기) 아, 뭉개져
둘이서 반씩 먹어
(향기) 음, 맛있어, 응?
엄마, 한 입이라도
남자들 술배처럼 디저트 배 따로 있잖아요
[향기가 살짝 웃는다]
(향기) 아빠 안 보시네? 사진
(우람) 바쁘신 게지
먹으면서 들어
엄마랑 아빠랑
너무 오래 살아서 그만 따로 살아 볼까 해
고3 때 만났잖아
따져 보니까 31년이야
[시은이 피식 웃는다]
(시은) 강산이 세 번씩이나 바뀌고
쉽지 않은 일이야, 요즘 세상에
[무거운 음악] 그냥 떨어져 살다가
한 번씩 보기로 했어
주말에라도
이렇게 밖에서 만나도 되고
정확히 무슨 의미예요?
말 그대로
아빠가 나가시는 게 번거롭지도 않고
(시은) 사람 일
내년에 다시 모여 살 수도 있어
어쨌든
그러기로 했고
너희가 좀 이해해 줘
사람 죽기도 하고
멀쩡하게 나갔다가 사고 나서 많이 다치기도 하고 그러잖아
그런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니까
그렇지?
오히려 떨어져 지내면
더 그리워지고 가족의 소중함 알고
돈독해질 수 있어
아빠가 많이 힘드신 것 같으니까
쉬게 해 드리자
우리랑 사는 게 힘드시대?
일에 지치신 거지
학생들 가르치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잖아
이런저런 업무도 많고
엄마보다는 아빠가 덜 힘드신데
엄마는 프리랜서라 아빠만큼은 아니야
아빠는 집안일 안 해요, 그 대신
삶의 방식은 다양해
향기 너도 기껏 연극 영화과 들어가 놓고
다시 입시 준비하는 것처럼
(시은) 우리도 너 하겠다는 대로 받아들여 줬고
내 문제하고 같아요?
정확히
이혼은 아니죠?
맞아?
그냥 서류상으로
[어이없는 신음]
말도 안 돼
(시은) 어른들 인생이
단순하지가 않아
지금까지 너희들 때문에 엄마 아빠도 한 번씩 마음고생했잖아
그렇지?
이번엔 너희 차례야
엄마 아빠가 조금
너희들 속 썩인다고 생각하든가
엄마가 뭐 잘못한 거 없잖아요
잘하고 잘못하고 그런 문제 아니라니까
(시은) 너무 오래 산 거
그렇다고 싫증은 아니야
엄마 아빠 별로 싸운 적도 없고 너희들 알다시피
이제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아 보고 싶어
[한숨 쉬며] 우람이 앞에서는 좀 그렇지만
아빠 누구 생겼대요?
아니
그건 절대
엄마가 알아
남자도 여자들 갱년기처럼
사춘기랄까
그런 거 있어
그러니까 우리가 이해해 드리자
평생 가족을 위해 사신 아빠니까
[향기의 한숨]
[숨을 들이켠다] [쓸쓸한 음악]
먹자
(시은) 엄마는 많이 편해질 것 같아
우리 이쁜 강아지 둘만 거두고 챙기면
진심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그럼
(시은) 아빠한테 좀 미안하지만
해방감?
[흥겨운 드럼 연주]
[개 짖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한숨]
네, 어머님
(예정) 어디니, 집?
아니요, 아직
(예정) 돌아가면서 동창 모임 있잖아
- (혜령) 이번엔 서울서 모이셨어요? - (예정) 응
얘는 여전히 늦는 거야?
선배 회사로 옮기고 많이 여유 있어졌다더니?
운동하고 와요, 배가 좀 나와서
무슨 배가 나와, 양복발만 멋있구먼
지금부터 관리 안 하면 아저씨 몸 되는 거 시간문제예요
너처럼 사람들 앞에 나서는 직업도 아니고
네가 또 등 떠밀었어?
권한 거죠 어머님 막내아들 건강을 위해서
잠 한두 시간 더 자는 게 낫지
먼저 로펌에서 얼마나 힘들었어?
그러니까요
요즘 운동하고서 컨디션 아주 좋아졌어요
저기
너희들 이참에 다시 한번 생각해 봐
(예정) 컨디션 좋을 때 둘…
[흥미로운 음악]
아니, 딱 하나라도
마흔 되는 거 시간문제인데
그때 생각 바뀌어서 '낳아 볼까' 하면 늦어
지금이 적기지
저희 마음 정한 거 아시잖아요 그렇게 합의하고 결혼했고요
(예정) 네가 정한 거지, 안 그래?
우리 애는 한 번도 애 안 가질 생각 안 했어
중학교 때인가?
아들 둘, 딸 둘 낳겠다고 했고
요즘 애들한테 못 할 짓이에요
(예정) 뭐가?
뒷바라지를 못 할 형편도 아니고 말도 있어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 할아버지의 재력이
대학 입시 조건이라고
너 똑똑하겠다 네 남편 말할 것도 없고
할아버지 재력 다 갖췄잖아
너만 맘 바꾸면 돼
아들이건 딸이건
아들 손주면 더 바랄 것도 없고
골프장 누구 물려줄 거야?
별희, 해리가 물려받아야죠
넌 욕심도 없니, 젊은 애가?
(예정) 별희, 해리 시집들 가면
네 아버지 평생 일군 거 다른 집안에 넘어가는 건데
(혜령) 드세요
(예정) 흘려듣지만 말고 생각 좀 해 봐
네 아버지 한 번씩 한숨 쉬어
네 남편한테
막내라 특히 각별했는데
하나 낳아서 안겨 드리면 얼마나 기뻐하실 거야
아마 아까운 거 없이 너희들 앞으로 다 해 주실지 모르고
필경 네 아버지 성격에…
그렇죠
어른 말 들어서 잘못되는 거 없어
아버님 태몽 뭘 꾸셨는데요?
[도어 록 작동음] [의미심장한 음악]
[사현의 한숨]
[버튼 조작음] [힘주는 신음]
[휴대전화 벨 소리]
여보세요
- (예정) 나다 - 네, 엄마
(예정) 우리 아들 못 보고 가네
[멀리서 개들이 왈왈 짖는다] [낑낑거린다]
[웃음소리가 들린다]
동미야
동미야
[낑낑거린다]
[살짝 웃는다]
[문호가 숨을 들이켠다]
오리지널 동미는
(문호) 어디서 잘 살고 있나 모르겄다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기림) 김동미
- 김동미 - (동미) 네!
[동미의 탄성]
(기림) 우리 오래간만에 스텝 한번 밟아, 응?
늙기 전에 크루즈 여행 한번 갈까? 우리 춤 실력도 빠지지 않는데
[동미의 웃음]
(동미) 좋죠
근데 안 힘드시겠어요, 배 여행이?
(기림) 뭐 힘들어
[동미의 웃음] 자
우리끼리 가는 거보다
지아네 같이 가면 더 좋은데, 그렇죠?
지아 아비는 몰라도 지아 어미가 되겠어?
방송 때문에 [동미가 살짝 웃는다]
(동미) 그럼 뭐
지아랑 지아 아비라도요
[동미와 기림의 웃음]
(시은) 얘기했어, 애들한테
[해륜의 한숨]
향기 뭐라고 안 해?
별로
그럼 이번 주말에 짐 옮길게
나랑 애들한테서 그렇게 떠나고 싶었던 거야?
아니
근데?
눈치 보이니까
[쓸쓸한 음악]
[떨리는 숨소리]
[새들이 지저귄다]
(지아) 나도 크면 엄마처럼 계란말이 잘할 수 있겠지?
우리 지아는 나보다 더 잘할 거야, 아마
[지아와 피영의 웃음]
나 늙었나 봐
(피영) 왜?
이 풀때기가 점점 맛있어져
[피영과 유신의 웃음]
우리 공주님이 늙어서가 아니라
엄마 솜씨가 워낙 훌륭한 거야
나도 밖에서 먹는 샐러드는 별로야
소스부터가
- 그렇지, 아빠? - (유신) 응
[웃으며] 아, 아침부터 기분 좋아라
(지아) 아빠랑 난 맛있는 브렉퍼스트 덕에 에너지 뿜뿜
[지아의 웃음]
[유신과 피영의 웃음]
아빠, 나 영어 학원 다시 다녀 오늘부터
- 강사 여자, 남자? - (피영) 여자
(지아) 오늘 아마 자기소개시키겠지?
떨지 말고
[애교스러운 말투로] 떠는 게 뭐예요?
[피영과 유신의 웃음]
[애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문이 탁 닫힌다]
(반) 청취율 올랐더라고요
- (피영) 덕분에요 - PD님, 작가님 능력이죠
이번에 합이 잘 맞는 것 같아요
부혜령 씨가 좀 튈 것 같더니 괜찮고
이 작가님이 워낙 베테랑이시잖아요
그러니까 다들 같이 일하고 싶어 하고
- (DJ) 수고하셨습니다 - (피영) 수고하셨어요 [저마다 인사한다]
- (피영) 수고하셨습니다 - (제작진) 수고해요
핀 다 빼셨어요?
네
(간호사) 틀니 아니시죠?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피영) A로 갔다가 B로 가세요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시은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의료 기기 작동음]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작가님, 제 조언 효과 있었어요?
[휴대전화 메시지 알림음]
(혜령) 응? 뭘 놓고 왔지?
- (피영) 스튜디오에? - (혜령) 네
(혜령) 웃겨, 이 사람
- 최민이? - (혜령) 네
[혜령의 어이없는 웃음]
(혜령) 미친 거 아니야?
작업 거는 거야, 뭐야? 혜령 씨 결혼한 거 알 텐데
둘이 농담하는 사이 아니잖아
그렇죠
하, 이것이 날 뭘로 보고
(피영) 예쁘니까 결혼 상관없이들 들이댄다
(혜령) PD님이 한 미모시죠
[휴대전화 메시지 알림음]
립글로스 두고 갔대요
(피영) 그럼 그렇지
요즘 잘못하면 성희롱으로 몰리는데
박 교수님이랑 얘기 잘 풀렸어?
이혼하재
[무거운 음악]
그러기로 했어
(지아) [영어] 그래서 저희 가족은 세 명입니다
저랑 엄마 그리고 아빠요
음… 우리 가족원들에 대해 설명해도 될까요?
그럼요, 계속하세요
네, 우리 엄마는 음식을 아주 잘 만드십니다
그래서 나는 엄마의 음식을 매우 좋아합니다
(지아) 그리고 엄마의 직업은
라디오 음악 방송을 감독하는 라디오 PD입니다
그리고 아빠는 의사이십니다
많은 사람들을 치료하십니다
감사합니다
(지아) [한국어] 넌 이다음에 뭐 되고 싶어?
약속 지키는 사람
배신 안 하고
됨됨이 말고
(지아) 직업
- 지아야 - (지아) 응?
내가 좀 불쌍해지고 어렵게 돼도
계속 친구 해 줄 거야?
한 번 친구는 영원한 친구지
싸우지 않는 이상
싸워도 친구는 친구잖아
[웃음]
(혜령) [한숨 쉬며] 생각이 흩어지니까 제대로 맞지도 않아
(피영) 나도 [피영의 한숨]
(혜령) 말 안 되죠?
[피영의 한숨]
[피영의 한숨]
[혜령의 한숨]
박 교수님 아직 한창이겠다
어떤 여학생이 죽자 사자 매달리는 거 아닐까요? [의미심장한 음악]
선생님 좋아하는 여자들 많잖아요
나도 첫사랑 영어 선생님이었어요
그럼 표가 나거든
같이 살 부대끼고 살면서 모를 수 없어
여자들 촉 얼마나 정확해
[혜령의 한숨] (피영) 언니한테
매력을 잃은 거야
부부로 더 이상 같이 살고 싶지 않을 만큼요?
내가 몇 번 언질까지 줬어 좀 꾸미라고
(혜령) [한숨 쉬며] 맞아요
우리끼리 얘기지만 작가님은 좀 심해요
PD님이 박 교수님 만나서 얘기해 보시면 안 돼요?
여러 번 식사 같이 하셨다면서요
남 가정사에 어떻게 식구도 아니면서
나이도 한참 위시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는데, 작가님
[한숨 쉬며] 만 원 한 장을 마음대로 못 쓰고
꼭 돈 있어야 멋 내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죠?
자기는 그런 말 할 자격 없지
저도 싼 옷 많아요, 로데오표
[혜령이 살짝 웃는다] 로데오가 뭐 싸?
(혜령) 아휴, 내가 향기라면 가만 안 있겠구먼
애들이 엄마 닮아서 다 착해
박 교수님도 성품은 양반이고
양반이 그래요?
조강지처 안 버리는 게 양반 상식이잖아요
[서향의 한숨]
[인터폰이 울린다]
(경비원) 어디 오셨어요?
105동 501호요
지아 외할머니입니다
(경비원) 아, 원장님 댁요?
네
[문이 달칵 열린다]
좀 들어가마
신 서방은 아직 안 들어왔나 보구나
지아는?
좀 불러 줄래?
(서향) 필리핀서 선물 몇 가지 장만해 왔어
지아야
아빠랑 수영 갔어
(피영) 엄마는 물건은 고쳐 써도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더니
지난번 내 얘기 또 귓등으로 흘렸네
내가 앞으로
살면 얼마나 살겠어
(서향) 네 맘 아는데
지아도 외할미 그리울 거 아니야, 한 번씩
무슨 정이 들었다고
네 말처럼 보고 안 보고를 떠나서
핏줄은 끌리게 돼 있거든
할아버지 할머니 워낙들 이뻐하고 잘해 주시는데, 뭐
사실
친할머니라고 할 수 없지
피 한 방울 안 섞였어도 그렇게 이뻐하셔
[한숨]
(피영) 내 친구 중에 딱 한 명 이혼했어
거기도 바람
엄마처럼 복수할 심정에 아들 평생 못 만나게 한다는 거
애착 관계 끊어 놓으면 안 된다고 내가 말렸어
엄마가 아빠 역할 대신할 수 없거든
정서 엄마하고 나눌 수 있는 교감이 있고
부녀간의 부자간에 나눌 정서 달라
(피영) 모르겠어?
[서향의 한숨]
난 우리나라에 태어난 거
그나마 복받았다고 생각하는 게
태어나서 엄마 아빠랑 같이 자잖아
[애잔한 음악] 엄마 배 속
그 따뜻하고 부드러운 데 있다가
세상에 내동댕이쳐지듯 태어나
핏덩이 혼자 덩그러니 빈방에서
아무 체온도 숨결도 느껴지지 않는 공간에서 아기가
어떻겠어?
패닉 상태일지도 몰라
어른도 순간순간 외로움에 사무치는데
사람 손길 그리울 때 많은데 아기들 어떻겠냐고
아빠 보고 싶었을 때 든 생각이야
[힘겨운 숨소리]
과거형으로 말했지만 진행형이고
죽을 때까지 가시지 않을 그리움
안타까움이야
[떨리는 숨소리]
그리고 딸은
엄마들이 아빠한테 하는 거 보면서
아내로서의 역할
'남자는 어떤 거구나' 알게 되고
아들은 아빠 모습 보면서 제대로 남자가 되어 가는 건데
자식 생각 않고
본인 억울한 거, 당한 거 갚아 줄 생각만 하면 돼?
사람은 두 가지 밥이 필요해
위를 채워 줄 먹는 밥
정신을 채워 주는 사랑 밥
난 충분히 사랑 밥 먹을 수 있었는데
엄마가 내 밥 한 그릇을 없앴어
[힘겨운 숨소리]
내 의사 묵살하고 생각조차도 않고
그 빼앗긴 밥이
생각 이상 힘들고 아파
그러고 나서 아빠 떠나보내고 엄마 행복해?
[서향이 흐느낀다] 행복했으면 내 앞에서 한숨 같은 거 안 쉬었을 거고
한 번씩 술 마시지도 않았을 거 아니야
엄마는 남편 없는 결핍감
난 아빠 없는 결핍감
아빠가 이혼은 말자고 했어
절대 못 한다고
사장 자리 떨려나니까
아빠 학벌에 할아버지 회사 아니면 갈 데 없을까 봐?
[어이없는 신음]
엄마는 죽을 때까지 변할 사람 아니야
[힘겨운 신음]
아빠가 이혼 조건으로 나 맡겠다고 했어
엄마 고집에 양보해서
2주에 한 번이라도 보게 해 달라 사정했고
(피영) 거실서 다 들었거든
'한 달에 한 번도 안 된다'
'1년에 몇 번도 안 된다'
아빠 울더라
[흐느낀다]
나 같으면 한번 봐주겠구먼
부모 죽인 원수도 아니고
어떤 면에선
부모 죽인 원수하고 다를 거 없어
더하면 더했지
안 겪어 보면 몰라
나도 겪어 봤으면 좋겠어?
사람 심리가
엄마 이해받고 싶어서 지아…
말이라고 해!
[어이없는 신음]
잘난 사위한테
장모 대접도 받고 싶어, 인제?
[괴로운 신음]
(피영) 지아 이쁜 짓 할 때면 엄마 생각 나
엄마가 눈 딱 감고
아빠 용서해 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결혼식 때
나도 아빠 손 잡고 당당히 입장했을 거 아니야
지아 재롱떨고 크는 거 보면서
더 행복했을 거고
한 다리 건너 천 리라고
손녀딸도 눈에 밟히는데
하물며 딸은
아빠 어땠겠어
어땠을까?
[힘겨운 숨소리]
무조건 아빠 옹호하는 게 아니야
아마 내가 대신 아빠한테 따져 줬을 거야, 커서
아빠 실수한 거라고
평생 엄마한테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라고
[힘겨운 숨소리]
우리 식구 아픔만 남았어, 결과적으로
엄마 새로 좋은 남자 만난 것도 아니고
나 때문에 나 위해서 재혼 포기했다는 말 마
골프 코치랑 사귄 거 아니까
돈 흘러간 것도 알고
[한숨]
행복한 순간에
맘껏 행복하지 못하다는 얘기야
나 한 번씩 그늘이 느껴진다고 신 서방이 그래
아니라고 하지
행복하다고
후회한 적 없어?
[서향이 훌쩍인다]
내가 사민홍
얼마나 좋아해서 결혼한지 넌 몰라
그랬기 때문에 더 용서할 수 없었고
아직도?
아직도
[흐느낀다]
지아 보고 싶을 때마다
넌 무탈하게 잘 사나 마음 쓰일 때
더 원망스러워
[서향의 힘겨운 신음]
[따뜻한 음악]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다가오는 발걸음]
(혜령) 일로 와 봐
(혜령) 됐다
[혜령이 살짝 웃는다]
[사현의 한숨]
[TV 전원음]
자기 긴장해
(사현) 뭘?
사방에서 들이대
(사현) 어떻게?
톡 보내기도 하고
- (사현) 뭐라고? - 그냥 관심들 내비치는 거지
좋아, 기분?
고작 그거야? 아무렇지 않아?
누군지 알아야 질투라도 하지, 누군데? [혜령이 살짝 웃는다]
심각한 거 아니야
내가 다 씹어
[TV 전원음]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혜령) 시끄러워
[TV 소리가 멈춘다]
[사현이 숨을 들이켠다]
우리 프로 작가 언니 나이 많다고 했잖아
이혼당하게 생겼어
- (사현) 왜? - 집중하고 내 말 좀 들어
[TV 전원음]
[사현의 힘주는 신음] (혜령) 남편이 선진대 교수인데 이혼하잔대
바람난 것도 아니고 그냥 오래 산 게 이유래
어떻게 생각해?
글쎄
같은 남자로서 이해돼?
양쪽 말 들어 봐야지, 뭐
객관적으로 봤을 때 우리 작가님이 문제야
(사현) 성격?
어, 성의 격차
(사현) 응? [혜령이 살짝 웃는다]
농담이고
열심히 사는 건 좋은데
여자로서 도통 꾸미질 않아
바쁘니까
난 안 바빠?
(혜령) 난 홈 쇼핑까지 해
거기다 광고
한 번씩 목소리 재능 기부까지
눈 돌아가게 바빠도 아무렇게나 하고 다녀?
(사현) 집에서는 자기도 편하게 입잖아
편하게 입어도
여느 여자들처럼
자기 트렁크 팬츠 늘어진 티셔츠 입은 적 있어?
그리고 난 젊고 젊을 땐 뭘 걸쳐도 이쁘지만
(혜령) 우리 작가님 쉰이야
쉰 된 여자가 화장도 안 해
거의 쌩얼로 방송국 와
옷은 유니폼인 줄
그러니 남편 입장에서 싫증 안 나?
애들은 무슨 죄야
둘이라고 했던가?
(혜령) 응, 얼마나 상처겠어
막둥이는 PD님 딸이랑 같은 반이고 5학년
교수면 교수답게 논리적으로 설명해서 문제 해결을 해야지
다 살아 놓고 이제 와 이혼 통고를 하면
여자 인생 뭐가 돼?
[휴대전화 진동음]
엄마?
맘
(혜령 모) 자는데 건 거 아니야?
(혜령) 무슨 벌써 자요 여기 10시밖에 안 됐어
- (혜령) 엄마, 감기 걸리셨어? - (혜령 모) 아니
(혜령 모) 아침이라 목이 안 풀려서
우리 판 서방 건강은?
좋죠, 마누라가 피부까지 관리해 주고
[의미심장한 음악]
[한숨]
네, 엄마, 들어가세요
[휴대전화를 툭 내려놓는다]
[의미심장한 음악]
[피식 웃는다]
[충전기 연결음]
[한숨]
[의미심장한 음악]
[사현의 긴장한 숨소리]
엄마
나 이혼하려고요
(예정) 무슨 소리야?
(사현) 아빠 좀 설득시켜 줘요
이혼이라니
(가사 도우미) 두 분 나가셨어요, 일찍
- 골, 골프장요? - (가사 도우미) 아니요, 부산요
지인분 댁 결혼식 있으시다고
아…
(가사 도우미) 통화 안 하셨어요?
계실 줄 알았죠, 주말이라 [강아지가 왈 짖는다]
[사현의 한숨]
- (가사 도우미) 혼자 오셨어요? - (사현) 예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남자) 저, 남가빈 씨 맞죠?
어? 저 팬이에요
사인 좀
(가빈) 저, 성함이?
(남자) 정수길입니다
[남자의 탄성]
[남자가 살짝 웃는다]
[남자가 살짝 웃는다]
씁, 저, 사진도 좀
(가빈) 죄송해요, 사진은
아, 저 팬이에요
(가빈) 제가 오늘 노 메이크업이고 이런 모습 좀 그래요
오히려 더 멋있으세요
(가빈) 아, 아니요, 죄송해요
(남자) 아이…
자, 그럼, 하나, 둘
[남자의 한숨]
아이, 씨
닳아요, 얼굴? 한 컷 찍어 주면 뭐, 큰일 나?
[가빈의 어이없는 웃음]
(가빈) 가려도 다 알아보셨잖아요
알아보면 어디가 덧나냐고
(남자) 대스타도 아니고
알아봐 주는 것만 해도 생큐지
싫다는데 강요하면 안 되죠
[코웃음 치며] 빠지고, 넌
'너'? 너 뭐야?
뮤지컬 배우는 사람 아니야?
엄연히 인격 있고 사생활 있어
(남자) 혼나 볼래, 어?
얻다 겁도 없이, 씨, 쯧
[휴대전화 조작음]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원) 가세요
누가 찍어서 올릴지도 몰라요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남자의 짜증 섞인 한숨]
아휴, 재수 털려, 씨
[남자의 분한 숨소리]
당신 안티 할 거야! 씨
[원의 한숨]
(가빈) 고마워요
(아미) 아니에요
한 번씩 저런 사람 있어요
'나타샤' 저도 봤어요
(가빈) [웃으며] 아, 네
여기는 좀 그렇고
다른 데 안 가실래요? 제가 살게요
[살짝 웃는다]
- 누가 사면 어때요 - (아미) 영광이죠
[원과 가빈의 웃음]
(가빈) 차들 갖고 오셨어요?
(아미와 원) 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가빈) 갑자기 고기는 먹고 싶고 아까 그 집이 1인분도 되잖아요
(아미) 맞아요, 저도 오늘 고기 당겨서
저도요
[함께 웃는다]
제가 외국에 살다 온 지 얼마 안 돼서 몰라뵀어요
무대 아닌 데서는 몰라봐 주는 게 감사해요
특히 이러고 다닐 때?
(아미) 음, 멋있으신데요?
아까 진상 팬이 보긴 제대로 본 거예요
(가빈) 오늘 두 분 너무 감사해요
당연한 거죠
요즘 남의 일에 잘들 안 나서는데
옛날보다는 확실히 개인주의죠
[애절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타이어 마찰음]
[오디오 조작음] [음악이 멈춘다]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피식 웃는다]
[긴장되는 음악]
[사현의 한숨]
[사현의 어색한 웃음]
늦는다더니?
[거친 숨소리]
[혜령의 떨리는 숨소리]
뭐야?
[분노에 찬 숨소리]
[애절한 음악]
엄마 밥 먹고 싶어 왔어요
- 어떻게 알아? - (예정) 내기할래요?
(피영) 자식은 맘 비우고 키워야 한대요
자식이라고 다 똑같나
(혜령) 사랑해?
개나발 같은 소리! [예정의 놀란 신음]
(피영) 어머님은 정말 스타일 좋으세요
(문호) 저기, 혹시 김동미?
동미?
(혜령) 조건 있어, 누군지 데려와, 내 눈앞에
- (가빈) 전 남가빈인데 - (아미) 아미요
(원) 송원요
다들 이름 이뻐요 [함께 웃는다]
(향기) 저희는 돈 없이 밥을 굶더라도 우린 아빠한테 등 안 돌려요
- (문호) 염색하신 거죠? - (동미) 제가 가발 맞춰 드렸어요
(문호) 그럼 그렇지
(기림) 사귀었어, 둘이?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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