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작사 이혼작곡 S1. 1
[밝은 음악]
- (피영) 어? 우리 씨 - 어, 선배
어제 앵커 멘트 너무 좋더라
어, 선배, 감사해요 저도 잘 듣고 있어요
- (우리) 언제 밥 한번 먹어요! - (피영) 어, 전화할게
(우리) 네 [휴대전화 문자 알림음]
[무거운 음악]
[밴드가 저마다 악기를 조율한다]
[보컬이 목을 가다듬는다]
[밴드의 흥겨운 악기 연주]
[흥미로운 음악]
(혜령) 우회전
(사현) 우회전 [혜령의 웃음]
(혜령) 직진
(사현) 직진
어떻게, 가시는 속도는 마음에 드십니까?
[사현의 힘주는 신음] (혜령) '낫 배드'
(사현) '낫 배드'
- (혜령) 무겁지? - (사현) 응?
[사현의 코웃음]
(사현) 전혀
[사현의 힘주는 신음]
[사현의 옅은 한숨]
안 무거운데 던져?
아, 뭘 던져 [혜령의 웃음]
[혜령의 신난 탄성] (사현) 읏차
[사현의 피곤한 신음]
[함께 지친 숨을 내뱉는다]
[사현의 웃음]
(혜령) 고생하셨어, 결혼하시느라
- 맞아, 고생했어 - (혜령) 응?
그래서 두 번은 안 해, 아니, 못 해
[함께 웃는다]
내가 언제 자기한테 제대로 반했는지 알아?
나 방송하는 거에 빠졌다며?
[부정하는 신음] 실은
얘기해
[사현이 숨을 들이켠다]
종수 형 연습실에서 처음 만난 날
내가 뭐 입었었지?
그때 우리 인사도 안 나눴잖아
통 넓은 바지 입었었는데
자태가 예술이었어
[혜령이 피식 웃는다] (사현) 통 넓은 바지 입고
여자들 다리 꼬고 앉은 거나 봤지
그런 자세로 드럼을 치는데
와…
넋이 나가더라
완전 섹시했어
[감성적인 음악]
[휴대전화 진동음]
[감성적인 음악이 흘러나온다] [문이 달칵 여닫힌다]
- 예, 여보세요 - (사현) 형
"원 웨이 뮤직 스튜디오"
(사현) [웃으며] 아, 갔다 와
[한숨]
[감성적인 음악]
[매혹적인 음악]
그 생각 할 때마다 왜, 업되는 거 있지, 응?
[함께 웃는다]
(혜령) 으이그
뭐, 부탁할 거 없어?
남편한테 바람?
변치 마
'오브 코스'
나한테 물어봐 줘
어떻게 해 주길 바라세요?
[헛기침]
나 환갑 때 그때처럼 입고 연주해 줄 수 있을까?
씁, 자기 환갑이면 난 예순둘
예순둘 할머니가 그런 차림으로 멋있으려나?
자기는 멋있어 백 살을 먹어도 안 늙어
- (사현) 왜인 줄 알아? - 왜?
내가 안 늙게 할 거니까
(사현) 여자는 남자 사랑만 있으면 안 늙어
- 어떻게 알아? - (사현) 우리 엄마가
어머니는 근데 왜 늙으셨어?
(사현) 어?
[당황한 신음]
우리 아빠 사랑이 조금 부족했어
[웃음]
속 썩이면 뒈진다?
알았다?
[사현의 애교 섞인 신음]
[매혹적인 음악]
[살짝 웃는다] [밴드가 저마다 악기를 조율한다]
(연희) 이쪽으로 들어오시면 돼요, 네
쭉 앉으시면 되거든요
여기 앉으시면 될 것 같고요
위로 올라가 주시겠어요?
(연희) 이쪽으로 앉으시면 됩니다
빈자리에 앉으시면 돼요
요쪽으로 가시면 될 것 같고요
네, 거기 앉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경쾌한 음악]
[엘리베이터 도착음]
[직원이 말한다]
[엘리베이터 안내 음성] 내려갑니다
(반) 오늘 초대 가수 누구예요?
밴드 초대했어요, 에이프릴 세컨드 신생 밴드요
누가 팬이에요?
(피영) 네?
PD, DJ, 작가 중에
분위기 좀 띄워 보려고요 요즘 반응도 좋고
[시은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옅은 한숨]
- (제작진1)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 (제작진2) 안녕하세요
[파일을 툭 놓는다]
[차분한 음악]
곡목 바꾸면 안 되네, 신청곡
신청곡을 어떻게 바꿔? 사연하고 맞춘 걸
[휴대전화 벨 소리]
네, 국장님
박수 좀 많이 부탁드려요
(방청객들) 네
[살짝 웃는다]
(방청객1) 너무 이쁘세요
감사합니다, 이모님?
(방청객1) 엄마예요
어머, 너무 젊어 보이셔서
[혜령이 살짝 웃는다]
윤철완 님?
- (철완) 네 - 아
(연희) 이따 질문하실 때 여기 잡지 마시고 여기요
(철완) 네
- (연희) 그리고 주미혜 님? - (미혜) 아, 네
(미혜) [웃으며] 문제의 그 친구예요
(방청객2) 안녕하세요
이따 3분 정도 말씀하시면 되거든요
(방청객2) 3분?
(미혜) 3분을 어떻게 알지?
사연 내용 그 정도면 3분이에요
(미혜) 아…
서브 작가님
(수정) 한 가지 질문해도 되나요?
(연희) 네
우리 남편 어디가 좋던가요?
(수정) 외모예요, 성격이에요, 능력이에요?
박재훈 씨, 내 남편이에요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무거운 음악]
대답해 봐요!
유부남 만날 땐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요
위로 오빠 있고 양친 부모 다 계시고
부모님 아세요?
막내딸이 처자 있는 남자랑 연애하는 거
밥이나 먹고 얘기나 하는 사이는 아니고
여행도 갔었죠, 얼마 전에?
싱가포르
(방청객3) 싱가포르에? [사람들이 수군거린다]
(수정) 연애라기보다는 명백한 불륜인데
불륜 정의가 어떻게 돼요?
국문과 출신에 작가니 잘 알겠네
꿀 먹었어요?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방청객4) 아, 어이없다
(수정) 부모님이 그렇게 가르치던가요?
남자 유혹해서 남의 가정 파탄 내라고?
- 아니요 - (혜령) 저기
(혜령) 방송 끝나고 말씀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어디서 배웠어요, 그럼!
사랑을 배워서 해요?
[수정의 기가 찬 신음]
사랑?
(수정) 사랑이라고 그랬어요, 지금?
- 모시고 나가요 - (수정) 여기 서브 작가님이
(수정) 우리 남편이랑 몰래 만나고 있는 거예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DJ님 결혼하셨다면서요
이런 경우 어쩌실 거예요?
(혜령) 저기, 상황 알겠는데요
(수정) 궁금해서 신청했어요
[코웃음 치며] 매력이 넘치네
- (피영) 죄송한데요 - (철완) 여자만 잘못 아니죠
남자한테 먼저 책임 있는 거지
(방청객5) 오빠, 유부남인 거 알면서 만나면 돼요?
길이 아니면 가지 말랬다고
(철완) 학생이 남자를 알아?
(방청객5) 남자는 몰라도 아빠로선 어때야 하는지는 알아요
우리 아빠도
저런 여자 때문에 집 나갔어요
(시은) 10분 있으면 방송 시작이에요 나가셔서…
다 했어요
(수정) 진행하세요
(수정) 훔쳐 먹는 사과가 맛있다지만 사과 얘기지
개돼지, 짐승하고 다를 게 뭐가 있어
안 끝내면 온 식구들
부모 형제 다 얼굴 못 들고 다니게 할 거예요, 이연희 씨!
[사람들이 수군거린다]
[연희의 거친 숨소리]
[무거운 음악]
(연희) 세 남자 삼 다리 걸치다 결혼했다면서요, 박 대표님?
먼저 친구분이랑 사귀었는데 술 먹고 작업 걸었다면서요?
작업만 건 게 아니라 계획 임신 했다면서요
베프 남친 뺏어서 한 결혼이잖아요
크게 다를 게 뭐 있어요?
생명 지우라 할 수 없고
자의든 타의든 말려들어 일 저질렀으니 '책임은 지자' 결혼했는데
정이 안 생기더래요
출근할 때 깨어 있은 적 열 번도 안 되고
계란프라이에 시리얼이지만
어쨌든 아침이라고 얻어먹은 거 부모님 오셨던 날 딱 한 번이고요
방방 옷장마다 명품으로 꽉 찼다면서요?
청담 백화점, 압구정 백화점 VIP 회원이고
제 옷은 안 샀어? 나만 명품 입었대?
(연희) 내가 좋다는 거예요
허구한 날 청바지만 입어도 늘어진 니트만 입어도 예쁘대요
멋 부릴 줄 모르는 내가
가난하고 촌스러운 내가 어느 날 눈에 들어오더니
온 가슴을 휘젓더래요
떨쳐 보려고 애썼지만 쉽지 않았고
나도 그래요
사실
갈등 많았어요
누구보다 힘들고 괴로웠는데
이제 안 괴로워할 거예요
불륜이라는 단어 왜 안 떠올렸겠어요?
더 이상 안 떠올려요 대표님 하자는 대로 할 거예요
다 털어놓고 나한테 오겠다는 거 두렵고 자신 없어서 밀쳐 냈는데
[피영이 숨을 후 내뱉는다] 물을게요, 나도
어쩔 건데요 이혼 도장 찍어 줄 거예요?
[사람들의 놀란 신음] 한양유업 상무이신 아버님
음악과 교수이신 어머님께 그렇게 배웠어요?
물건 고르듯 이 남자, 저 남자 삼 다리, 사 다리 걸치다
제일 부자 신랑 골라잡으라고?
[연희의 거친 숨소리] [사람들의 놀란 신음]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잠깐요
(연희) 동영상 찍어 주세요
치세요
(연희) 잘못한 거 알아요, 죄라는 거 알아요
그렇지만 부모는 끌어들이는 게 아니죠
[시은의 한숨]
[시은의 거친 숨소리]
[연희가 흐느낀다]
(연희) [흐느끼며] 죄송해요
[연희가 연신 흐느낀다]
[시은의 한숨]
[피영이 숨을 후 내뱉는다]
- (피영) 어디서 오셨어요? - (방청객6) 광주요
- 경기도 광주요? - (방청객6) 아니요, 전라도
- 오늘 올라오셨어요? - (방청객6) 네
저희 공개 방송 참석하려고요?
(방청객6) 네, 친구 따라서
[수정이 가방을 탁 집어 든다]
[혜령의 한숨]
(피영) 오늘 너무 죄송합니다
그래도 좀 많이 웃어 주시고 호응 좀 잘 부탁드릴게요
[피영이 손뼉 친다] (방청객들) 네
[서향의 한숨]
(서향) 아참
[버튼 조작음]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라디오 속 혜령) 우진주 님, 잠 깨셨나 모르겠어요
깨셨겠죠?
오늘 에이프릴 세컨드 출연하셔서
우리 청취자분들 그리고 저도 많이 업됐습니다
감사드리고요
'부혜령의 사랑과 추억과 음악' 끝 곡 들으면서 마치겠습니다
PD 사피영, 엔지니어 서반
저 부혜령이었습니다
[한숨]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아이스아메리카노
[피영의 힘겨운 신음]
(피영) 언니 웬일? [시은의 한숨]
더운 거 못 마시겠어
[피영의 한숨]
(시은) 사람 겉 봐선 모른다더니
그렇게 순수하게 생겨 가지고
그래서 유부남한테 말려들었나 보지 순진해서
남자 몇 살이래?
궁금하지도 않아
누구 얼른 찾아
어, 보경이는? 아침 방송 들어갔다 그랬나?
그냥 혼자 할 거야
민경 작가랑 품앗이하기로 했어, 공개 때
씁, 지난번 남자 친구 물어봤을 때 없다고 했는데
있다면 꼬치꼬치 물을 테니까
아휴, 방송 사고 났으면 어쩔 뻔했어
밖에서 안 지키고 문 안 잠갔으면
도중에 들어와서 난동 부렸을지도 몰라
[피영이 입소리를 쯧 낸다]
(피영) 얘기 퍼지는 거 시간문제라 국장님께 말씀드렸어
- 뭐래? - (피영) 다행이라고, 그나마
일방적으로 요즘 못 자르니까
그 망신 당하고 방송에 지장 주고
어떻게 붙어 있어, 나쁜 계집애
[시은의 한숨]
(혜령) 인제 사연 체크 잘해 봐야겠어요 진짜인지
다시 읽어 봤는데 감쪽같아
(피영) 글재주 있더라, 언니?
- (피영) 지어서 그 정도면 - (시은) 응
(혜령) 다른 방송 각색했을지도 몰라요
중소기업 대표 정도 되려나?
이연희 사모님 소리 듣는 거 아니에요?
[피영이 피식 웃는다] (시은) 말이 그렇지
남자들 쉽게 가정 안 깨
자식 없으면 모를까
우리 남편도 지아라면 껌뻑 죽잖아
남자들 여자보다 자식 우선이야
(피영) 핏줄이라면 벌벌 떨어
절대 도장 찍어 줄 여자 아니더라
오늘 의지만 더 다졌을걸?
누구 좋으라고 도장 찍어 줘
(시은) 하여튼 남자들은 대부분 들켜
단순해서 [혜령이 피식 웃는다]
(혜령) 경험담은 아니실 거고?
(시은) 우리 남편은 명색이 교수라 바람 못 피우지
(피영) 교수도 남자니까 피울 수 있는데
박 교수님은 완전 학자시니까 인품 자체가
너무 집하고 학교밖에 몰라
남들 다 재밌다는 골프도 별로래
(혜령) 얼마나 좋아요, 헛돈 안 쓰시고
언니만 좀 신경 써
- (시은) 뭐? - 모양도 내고 하라고
(시은) 아휴, 이, 이게 정상 아니야?
작가들 거의 다 이러고 다니지
여자의 변신은 무죄래요 한번 변화 줘 보세요
자기들도 내 나이 돼 봐
언니, 내 나이 때도 지금이랑 똑같았거든?
[혜령의 웃음]
[무거운 음악]
자기들은 살림 봐주는 사람 있지만
난 애 둘이다
(혜령) [한숨 쉬며] 우린 누구 편을 들어야 하죠?
우리 입장으로는 그 여자 역성드는 게 맞죠?
나 같으면 당장 도장 찍어 주고 이혼해요
- 말은 쉬워 - (혜령) 어떻게 데리고 살아요
PD님 같으면 아무 일 없었던 듯 살 수 있어요?
아무 일 없었던 듯은 안 되지
그러니까요
사랑 없이 부부 생활이 유지되냐고요
사랑 끝나면 정으로 사는 거야, 부부는
우리 옛날 엄마들도 다 그러고 살았고
옛날엔 여자들 생활력이 없으니까 할 수 없이 참고 살았던 거죠
남자 한눈팔게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지
(피영) 난 노력으로 웬만큼 가능하다고 봐
(시은) 맞아, 남자들도 생각은 있어 가지고
여자가 착실하면 잠시 한눈은 팔지언정 가정은 안 깨
상대적인 거야 사랑받으려면 사랑받게 행동해야 돼
책임과 의무는 뭐, 남자한테만 있어?
이혼 맘 없으면
딱 눈감고 모른 체하는 게 답이고
- 그게 쉽냐고요 - (피영) 절대 안 쉽지
근데 이런 거 저런 거 감수할 자신 없으면
아예 결혼 말아야 돼
[새가 지저귄다]
[기림의 옅은 신음]
지아가 눈에 밟혀요
(동미) 다녀가고 며칠만 되면
[피식 웃으며] 나도
불러, 와 저녁 먹으라고
- 학원 갈 거예요 - (기림) 빠져도 돼, 한두 번
작은애는 밥 먹듯이 학교 빠지고 뻑하면 주먹다짐했어도
멀쩡히 대학 들어갔어
그것도 한국대요
전화해
[휴대전화 벨 소리]
- (동미) 어, 마침 오네요 - (기림) 응
- (기림) 지아 어미? - (동미) 아니요
여보세요
(유신) 바로 받으시네? [웃음]
뭐 하고 계셨어?
지아 얘기 하고 있었어
원장님이 저녁 먹으러들 왔으면 하셔
알았어요
지아 엄마 선약 없을까?
[살짝 웃으며] 방금 통화했는데 없어요
[시은이 스위치를 탁 누른다]
[한숨]
[뚜껑을 탁 내려놓는다]
[숨을 들이켠다]
저기
뭐?
우리
우리 뭐요?
이만 사는 거 어때?
[무거운 음악]
[해륜이 숨을 들이켠다]
[한숨]
[한숨]
[피영이 지퍼를 직 올린다]
(지아) 엄마, 할아버지가 인제 뽀뽀 좀 안 했으면 좋겠어
나도 열두 살이고 베이비 아니란 말이야
안 그래? [피영이 살짝 웃는다]
애니웨이, 오늘 말씀드릴까 봐
할아버지, 저 이제 꼬마 아니에요
[기림을 흉내 내며] 꼬마 아니면?
소녀죠
오늘부터 뽀뽀 말고 악수가 좋겠어요
서운해하셔, 그러지 마
허그 정도가 적당한 거 아니야?
(지아) 내 생각은 그래
(피영) 뺨에 하는데 어때?
별로라니까
[피영의 웃음] [초인종이 울린다]
아빠 오셨나 보다
(우람) 우리 엄마한테도 이런 시절이 있었어 [아련한 음악]
누나는 늙지 마
늙고 싶어 늙냐?
관리 잘하면, 지금부터
너나 늙지 마 남자가 여자보다 늙는 속도 빨라
(우람) 우린 솔직히 엄마가 더 나이 들어 보여
아빠보다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난다]
(우람) 엄마, 결혼식 때 아빠 우셨어요?
(시은) 응, 결혼사진 봤어?
왜 우셨는데?
(향기) 감격해서
(우람) 드라마 같은 데 보면 신부들이 울던데?
아빠는
그때 여러 감정이셨던 거야
엄마한테도 아주 고마운 감정이었고
(시은) 현실 같지가 않았대
태어나서 그날이 아빠 인생 최고의 날이었고
진짜 행복해도 눈물 나?
(향기) 너 결혼 때 울기만 해
안 울어, 절대
아빠는 평생 엄마 업고 살아야 돼
엄마 같은 여자가 어디 있어
- 많아 - (향기) 난 못 봤네요
[도어 록 조작음]
(시은) 아빠 오셨다 [도어 록 작동음]
[해륜의 한숨]
- (향기) 다녀오셨어요, 아빠 - (해륜) 어
(시은) 아빠 도시락
(해륜) 좀 남겼어
바빠서? 입맛 없어서?
바빠서
(향기) 입맛이 없으시구먼, 뭘
얼마짜리 와인?
(해륜) 몰라
속 안 좋아요?
아니
저, 과일 먼저 먹었더니 배불러서
[시은의 수긍하는 신음]
(향기) '탈보'니까 맛있겠다
이따 저녁에 한잔씩 하십시다
엄마랑 마실 거야
[잔잔한 음악] (향기) 알았어요, 두 분 맛있게 드시고
한 잔 남겨 주시면 생큐
[한숨]
[유신의 웃음]
(유신) 자
입 닫아야 하는데
(유신) 잠깐인데, 뭐
(피영) 학교생활도 만만치 않은 거야
(유신) 만만치 않지
- 오늘 밴드 출연했더라? - (피영) 안 바빴어요?
들을 새 있었어?
(유신) 잠깐
자기가 DJ이면 좋을 텐데, 목소리 듣고
PD가 진행까지 하기도 해
(유신) 해
아니야, 그럼 더 바빠지지?
[피영이 피식 웃는다]
(피영) 아무래도
됐어, 그럼
[유신이 입소리를 쩝 낸다] [잔잔한 음악]
(유신) 권태기가 뭐야?
자기, 들어 봤지?
좀? [피영과 유신의 웃음]
(유신) 참 잘 웃어
헤플 정도로
(유신) 아이고
난 무표정한 여자하고는 못 살아
[피영과 유신의 웃음]
[유신이 살짝 웃는다]
[휴대전화 진동음] (피영) 어머님이실 거야
다 왔다고 말씀드려요
(유신) 네, 장모님
통화 괜찮아?
그럼요, 건강 어떠세요?
좋아, 신 서방은?
저야 뭐 지아 엄마가 잘 챙겨 주니까요
(유신) 병 좀 나고 싶어도 안 나요
아이고, 입찬소리
얘기 들었지?
나 아주 한국 들어온 거
언제요?
(서향) 오늘 [자동차 비상등 작동음]
(유신) 아유, 미리 알려 주시지 않고
자기, 공항 못 나갔지?
일부러, 다들 바쁘니까
기사가 모시러 나갔죠
어디, 집이세요?
(서향) 응
이제 좀 웬만큼 정리하고
(유신) 이따 들를게요
아휴, 피곤하게
무슨 피곤요
(유신) 본가 가는 중이에요, 저녁 먹으러
식구 다 같이?
네
(유신) 따님이랑 통화하셨죠?
[당황한 신음]
으, 응
(유신) 지아 지금 뒷좌석에 잠들었는데
좋아하겠어요, 할머니 오셨다면
[살짝 웃는다]
그럼 이따 봐
네
네, 들어가세요
지아 깨워요
(유신) 왜 얘기 안 했어?
(피영) 지아, 일어나, 다 왔어
깜빡하고
지아 방언 터지면 혼을 빼 놓잖아
지아야, 외할머니 오셨대
필리핀 외할머니?
(유신) 응
[잔잔한 음악]
[웃음]
[해륜이 잔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무거운 음악]
[한숨]
[초인종이 울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인터폰 조작음] (향기) 아빠, 재인이
자고 갈 거예요
이거 너희 마셔
어, 정말요? [초인종이 울린다]
(향기) 열렸어 [도어 록 작동음]
[무거운 음악]
[한숨]
어서 와
[재인의 웃음]
- (향기) 헐, 잠옷 가져온 거야? - (재인) 응
(향기) 내 티셔츠 입으면 되지
아빠, 재인이
- (재인) 안녕하세요 - (해륜) 어
(향기) 가자, 오늘 우리 뭐 먹어? 떡볶이? [무거운 음악]
(재인) 아니야, 오늘 피자야
(향기) 아니야, 오늘 떡볶이야 [한숨]
[해륜과 시은의 한숨]
(시은) 아휴, 오늘은 아주 잘 써지네
[시은의 한숨]
(해륜) 나갈까?
(시은) 어딜?
(해륜) 그냥 오랜만에
산책 가자고?
(해륜) 응 [시은의 옅은 웃음]
(시은) 웬일?
재인이 왔어요?
(해륜) 어
(시은) 남친 생겼대
의대생
당신 노래 들은 지도 한참 됐다
쯧, 나도 노래 좀 잘했으면 좋겠구먼
이생에선 틀렸어
[해륜의 한숨]
들어가
[흥겨운 노랫소리가 들린다]
[시은의 시원한 숨소리]
(시은) 당신 학과장 되고서 웃음 좀 없어진 것 같아
힘든 거 있으면 얘기해
(해륜) 이 세상 뭐, 쉬운 거 있어?
그렇지
여기 시설 좋다 다른 방 전혀 안 들리고
한 곡 들려주세요
(시은) 당신 십팔번 내가 외우고 있지
[잔잔한 반주가 흘러나온다]
[반주가 멈춘다]
시은아
나
떠나면 안 될까?
어디로?
당신한테서
뭐? 농담해?
아니
갑자기 무슨 얘기야
[해륜이 마이크를 툭 놓는다]
[괴로운 숨소리]
고만 살았으면 해
끝내자고?
왜?
그냥 그러고 싶어
[허탈한 숨소리]
이유를 얘기해 봐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여자 생겼어?
그럼?
우리 열아홉 때 만나서 31년이야, 햇수로
그만 살자
[어두운 음악]
싫어졌어? 싫증 난 거야?
그런 단순한 이유 아니고
그냥
가장으로서 버겁다 생각 들어
그럼 좀 쉬어
오피스텔 얻어 줄게 좀 나가 지내든가
앞으로 몇십 년 똑같이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
당신 그런 식으로 무책임한 사람 아니잖아
미안해
[해륜의 힘겨운 숨소리]
(해륜) 힘들었어
[해륜의 한숨]
언제나 맞춰 줬어, 나한테
이번에도 그래 주면 안 될까?
염치없다, 정말
[한숨]
애들은?
혹시 병 걸린 거 아니야?
그냥 좀
부탁이야
(해륜) 이제까지와 다르게 살고 싶어
굳이 이유라면
우리 너무 오래 살았다는 거
부모 자식 인연도
30년 이쪽저쪽 끝나
[휴대전화 벨 소리]
받아
(시은) 어
(우람) 엄마, 어디?
아빠랑 밖에 나왔어
(우람) 나 내일 후드 티 입을 건데 쭈글쭈글해
알았어, 다려 줄게
(우람) 응
[통화 종료음]
[쓸쓸한 음악]
[휴대전화 조작음]
[문이 달칵 열린다] [한숨]
[문이 탁 닫힌다]
[훌쩍인다]
[물소리가 솨 들린다]
[물소리가 멈춘다]
(서향) 나 지금 한국 도착했다
짬 날 때 연락 좀 주련
[노크 소리가 들린다]
당신, 여기 있어?
네
지아 졸려 해
[한숨]
[피영이 살짝 웃는다]
(피영) 나만 엄마 집에 잠깐 내려 줘요
- (유신) 자기만? - 나중에 제대로 인사드리고
한 10분 정도면 되지?
10분 갖고는 안 돼요
지아 잠 때 놓치면 짜증 내
가요
[초인종이 울린다]
[반가운 숨소리]
[인터폰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지아는?
[서운한 숨소리]
[서향의 머뭇거리는 신음]
멜론 깎았는데…
왜 왔어?
보고 싶어서
인제 내 나이도 있고
(피영) 가, 다시
[무거운 음악]
네 맘 모르는 거 아닌데
알면 더 말하지 말고
신 서방한테는 이모가 아프다든지 할 테니까
얼른 티케팅 해
[속상한 숨소리]
내 성격 알잖아
두말하기 싫어요
어떻게 해야 네 마음 풀리는데?
두 번 다시 신 서방한테 전화하지 마
이모 연락 받고 급히 다시 떠났다고 할 거야
(서향) 피영아
이제 내 맘대로 할 거야 하고 싶은 대로
언제는?
엄마는 늘 평생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았어
근데
내 가족, 내 결혼 생활엔 끼어들지 말란 얘기야
[힘겨운 숨소리]
내 앞에서 눈물 보이지도 말고
[서향의 괴로운 신음]
[흐느낀다] [문이 달칵 여닫힌다]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차 문이 탁 닫힌다]
[한숨]
- (택시 기사) 어서 오세요 - (피영) 네
[차 문이 탁 닫힌다]
[버튼 조작음] [피영이 안전띠를 달칵 잠근다]
[쓸쓸한 음악] (택시 기사) 어디로 모실까요?
[흐느낀다]
(서향) [흐느끼며] 피영아
[사현의 놀란 신음]
[사현의 힘겨운 신음]
[피곤한 숨소리]
[스위치를 탁 누른다]
[피곤한 신음]
[피곤한 신음]
[한숨]
[혜령의 한숨]
안 자고 뭐 해?
응, 꿈꿔서
무슨 꿈?
(혜령) 꿈꿔서 자다 일어나 해몽 찾는 거야?
뭔 대단한 꿈이길래
(사현) 아…
돼지꿈 [혜령의 한숨]
사현 씨 꿈 맞던가?
맞을 땐 맞고
자세히 얘기해 봐, 나 꿈해몽 잘해
[사현이 책을 탁 덮는다]
돼지가
송아지만 해, 생긴 건 돼지인데
나한테 확 안기는 거야
(사현) 안겨서 꿀꿀대는 거 쓰다듬다 깼어
복권 사 봐, 내일
[피식 웃는다]
다음부터는 궁금해도 아침에 찾고 내처 자
나까지 깨게 말고
[문이 탁 닫힌다] [의미심장한 음악]
[책을 탁 집어 든다]
[시은의 옅은 한숨]
[변기 물이 솨 내려간다]
[사현이 스위치를 탁 누른다]
[사현의 힘주는 신음]
[사현의 한숨]
(혜령) 우리가 피임 안 하면 태몽인데
[의미심장한 음악]
- (동미) 식사 맛있게 하세요 - (기림) 응
[차 문이 탁 닫힌다]
[경쾌한 음악]
오!
원장님은 조찬 약속 있으셔 가지고
- 이 호텔? - (동미) 아니, 프린스원 호텔
[자동문 안내 음성] 열렸습니다
- (사현) 차 어디 있어? - (혜령) 저쪽
(사현) 아, 저기?
[사현의 힘주는 신음]
[자동차 시동음]
- (사현) 수고 - 응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자동차 시동음]
[힘주는 신음]
[다급한 숨소리]
[의미심장한 음악]
[한숨]
[통화 연결음]
여보세요
몸은 좀 어때요?
잠은요?
나 어젯밤 태몽 꿨어요
(사현) 아, 정말요, 아주 제대로
해변을 걷고 있는데 저만큼…
[웃음]
이따 얘기해 줄게요 전화로 들을 얘기 아니에요
한 여섯 시 반쯤요
뭐 먹고 싶은 거 없어요?
네
[휴대전화 조작음]
[오디오 조작음] [장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타이어 마찰음]
[웃음]
(유신) 오, 많이 늘었어
- (동미) 그래? - (유신) 어 [동미의 웃음]
(유신) 야, 잘한다
[동미의 놀란 탄성]
[경쾌한 음악] (동미) 하지 마
[동미의 놀란 신음] [유신의 웃음]
- (유신) 와! - (동미) 이리 와
[동미의 놀란 신음]
[유신의 장난 섞인 신음]
[유신의 웃음]
물 먹었잖아
[유신의 웃음]
아, 하지 마
[동미의 놀란 신음] (유신) 자!
(유신) 출발!
[동미의 힘겨운 신음]
[유신이 코치한다]
(유신) 그렇지
[매혹적인 음악]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좀 꺼내 줄래요?
(혜령) 받아야 하는 전화야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부원장) 응, 여기
네, 어머님
- 일어났지? - (혜령) 그럼요, 숍이에요
(혜령) 오늘 홈 쇼핑 있어서 메이크업요
(예정) [웃으며] 아유, 바쁘겠구나
지금 네 아버지 말씀하시는데 요저께 꿈을 꾸셨대
혹시 별다른 소식 없나 해서
무슨 소식요?
(예정) 영락없는 태몽 꾸셨어
[흥미로운 음악] (혜령) 아이, 어머님
(예정) 잘 체크해 봐
(혜령) 아니에요
아니야?
확실해?
네, 저희 생각 안 바뀌어요
확실한 태몽인데 [문호의 호응하는 신음]
생리 때 되면 저도 한 번씩 꿔요
- (혜령) 형님 꿈일 것 같아요 - 물어봤지, 먼저
아니래
(혜령) 형님이 막둥이 낳으시는 게 순리인데
그러다 또 딸이면?
딸 꿈 꾸셨어요, 아버님?
- (예정) 알았어 - (혜령) 네, 들어가세요, 어머님
(예정) 우리 판 변
아침은 먹고 나간 거야?
그럼요, 어머님 챙겨 주신 밑반찬에
(혜령) 누룽지 뜨끈하게 끓여 먹였어요
- (예정) 응 - (혜령) 네
아니래?
[한숨]
[통화 종료음] [혜령의 한숨]
(부원장) 2세 기다리시나 봐?
네
조용히 계시다가도 한 번씩 이렇게 스트레스를 주세요
[사현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흥미진진한 음악]
[마우스 클릭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지아) 할머니 그럼 못 봐?
(피영) 응
(지아) 이모할머니 수술하셔야 된대?
(피영) 그런가 봐
[지아의 걱정스러운 신음]
(지아) 얼마나 무서울까
엄마, 수술해 봤어?
아직
(지아) 난 영원히
죽을 때까지 수술 안 했으면 좋겠어
(피영) 그러니까 엄마가 먹으라는 거 투정 부리지 말고 먹어
그래야 건강해, 응?
내가 먹는 즐거움도 없으면 무슨 재미로?
[놀라는 탄성]
그런 섭섭한 말이 어디 있어?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다 너한테 의미 없다는 뜻이네?
의미하고 즐거움은 다르지
의미 있으면 다 즐거워?
(지아) 아프리카 기아 어린이 돕는 거 얼마나 의미 있어
근데 그거 하면서 즐겁나?
성금 보내면서 막 웃음 터져? 엄마 그래?
[어이없는 웃음]
(피영) 아휴, 말로는 우리 딸 못 당해
엄마의 삶의 의미는 뭐고
즐거움은 뭐야?
- 의미야 너무 많지 - (지아) 베스트
가족
(피영) 넌?
'세임' [피영의 웃음]
[기분 좋은 신음]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 (동미) 응 - 아이고, 고맙습니다
(동미) 시럽 안 뿌렸어
와플은 이 호텔이 최고인 것 같아
제대로 굽지, 바삭하게
(동미) 맛도 있고
버터 많이 넣은 것 같지도 않은데
[함께 살짝 웃는다]
[만족스러운 신음]
사돈어른 한번 초대해야 할 텐데 주말에 약속 있어?
[휴대전화 진동음]
장모님
[동미의 어색한 웃음]
(유신) 네, 장모님
이른 시각에
미안해
괜찮아요
오늘
잠깐 볼 수 있을까?
네, 오전 진료 없으니까 들를게요
(유신) 네
[동미가 살짝 웃는다]
먹어 [유신이 휴대전화를 탁 놓는다]
[커피 머신 작동음]
(시은) 언제부터 든 생각이야?
좀 됐어
좀 얼마나?
[차분한 음악]
[한숨]
미안해
정말
[문이 달칵 여닫힌다]
[커피 머신 작동음]
[시은의 한숨]
[힘겨운 신음]
[서향의 한숨]
[유신이 잔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우리 애는
나 때문에 제 아빠 죽었다고 생각해
사실 틀린 얘기도 아니고
피영이 아버지가
실수를 했어, 여직원하고
[서향이 훌쩍인다]
(서향) 난 용서가 안 된 거야
이혼 절차 밟는 중에
피영이 만나러 학교 찾아갔다가
사고당했고
[서향이 훌쩍인다]
그래서
남들 앞에서는 흔연한데
피영이 눈치 보고 살았어
지아도 볼 생각 말라는 거야
나더러 다시
필리핀 가라고
힘드셨겠어요
더는…
[훌쩍인다]
사람 일 모르는 거고
신 서방이랑 지아 한 번씩, 한 달…
(서향) 몇 달에 한 번이라도
보고 살았으면 좋겠어서 같은 하늘 아래
이런 얘기 다 한 거 알면
피영이 또 뭐라고 할 거야
솔직히 말씀하시면 이해할 거예요
10분 이상 말도 안 섞으려고 해
(서향) 신 서방도 필리핀 가는 게 좋겠다고 하면
갈게
(유신) 계셔야죠
제가 잘 설명하고 얘기할게요
너무 걱정 마세요
[감격한 신음]
일찍 말씀해 주시지 그러셨어요
애 마음 편하게 해 주자 생각이었는데
아휴, 더는 못 견디겠어
전 그런 것도 모르고
알았으니까 저라도 지아 자주 데리고 올게요
지아도 외할머니 많이 보고 싶어 해요
[잔잔한 음악] 그래?
이번 주말 데리고 주무세요
[서향의 감격한 신음]
얼마나 컸을 거야
[서향의 떨리는 숨소리]
(서향) 이뻐라
아, 예뻐라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혜령) 태어나는 순간 우리는
인생이란 사각의 링 위에 섭니다
링 위에서 상대 선수한테 단 한 대도 안 맞고 KO 승 했다는 얘기
여러분 들어 보신 적 없을 거예요
세계적 권투 선수 마이크 타이슨도 그랬답니다
링에 오를 때는 맞을 걸 각오해야 한다고요
'부혜령의 사랑과 추억과 음악' 시작합니다
[새가 지저귄다]
[강아지가 낑낑거린다]
[문호의 한숨]
(예정) 당신 혹시
동미 꿈 꾼 거 아니에요?
무슨 소리야
새끼 가질 꿈요
내가 할 일 없어서 개 태몽을 꿔?
(예정) 며늘애들은 둘 다 아니래고
꿈은 확실한 태몽이고
그러니까요
동미라면은 또 이뻐 죽잖우, 당신
아, 누가 할머니 아니랄까 봐
한 번씩 실없는 소리는
요즘 60은 할머니 아니에요 아주머니로 치지
- 누가? - (예정) 다들
착각 속에 살아
내가 할머니면은 당신이야말로 영감이지
[예정의 코웃음]
(문호) 우리 회원들 말 안 하면 나 30대인 줄 알아
- 어딜 봐서? - (문호) 몸
모자 쓰고 선글라스만 쓰고 있어도 몸만 보면
(문호) 사람은 체형이 중요한 겨
운동 좀 혀
남들은 필드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가는구먼
아휴
인물에 학벌에
인정받는 변호사에
애만 하나 낳으면 얼마나 좋아
말 돌리지 말고
(예정) 말 돌리는 게 아니라 속상해 하는 소리예요
당신은 안 속상하우?
(문호) 왜 안 속상햐
생각하면
아들이라고 둘 있는 게 동미만도 못혀
에이그
그래도 어떻게 동미만도 못하대? 개만도
글찮여
때 되면 새끼들 척척 낳고 안 가르쳐 줘도
큰애는 둘이나 낳았어요
셋, 열이면 뭐 혀, 계집애들
(문호) 시집가 버리면 그만이지
우리 제사상 차려 줘?
애들 앞에서 절대 그런 소리 하지 마요
(예정) 세상 바뀌어서 딸 타령, 아들 타령 했다가는
아마 얼굴도 안 보여 줄 거유
여느 할아버지, 할머니면 그러겄지
우리한테는 그리 못 혀
(문호) 불효만 혀 봐, 싸가지 없이
- 하면요? - (문호) 다 기부해 버릴 테니까
재산
[애절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혜령) 수고하셨어요 - (피영) 응
(반) 수고했어요
다른 때도 좋았지만 오늘 오프닝 좋았어요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언니, 몸 안 좋아?
(피영) 오늘 좀 가라앉아 보여
얼른 들어가 쉬어 서브 없으니까 더 힘들지?
우리 남편이
끝내잔다
끝내다니?
우람 아빠가?
[어두운 음악]
결혼 생활요?
[시은의 한숨]
싸웠어?
(피영) 단지 오래 살았다는 그 이유? 정말?
말 안 되지?
[피영의 한숨]
휴대폰 한 번씩 체크했어요?
(혜령) 체크해야 돼요
아마 누구 있을 거 같아요
(시은) 우리 남편 그런 쪽으로 일 벌인 적 없어
관심 밖이고
(혜령) 저, 그럼 실례일지 모르는데
잠자리 정상적으로 해 왔어요?
[무거운 음악]
(피영) 왜?
피곤하고
성가시잖아
언니가 마다한 거야?
우람 아빠가 관심 없었어?
[한숨]
내가 몇 번 피했더니 언젠가부터
(피영) 얼마나 됐는데?
거의 2년?
[놀란 숨소리]
2년 동안 한 번도요?
그랬던 것 같아
그 이유네
안 그래요, PD님?
글쎄
요즘 그런 부부 하도 많아서
(혜령) PD님네도요?
아니죠?
(혜령) 틀림없어요
자존심에 박 교수님은 본인이 거부당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드러내 놓지 못하고 참다가 더는 안 되겠는 거죠
30년 살아 놓고 작가님 그렇게 남자를 모르세요?
(시은) 산 건 20년
만난 게 30년
31년
(혜령) 결혼하고서 첫날밤 루비콘강 건넌 건 아니죠, 설마?
[시은의 한숨] 오늘 밤 분위기 잡아 보세요
바로 해결될 거예요
그런 거 아니면?
그 문제 맞아요, 동물의 세계에선
저기, 혹시
완전히 기능 잃으신 건가, 그럼?
안 쓰면 뭐든 퇴화한다던데
알아채실까 봐
[시은의 한숨] (피영) 언니가 스트레스 주지도 않는데, 뭐
[혜령의 한숨]
어쨌든 제가 말한 대로 오늘 해 보세요
(피영) 그래, 언니 전후 상황이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혜령) 지금까지 박 교수님 한 남자밖에 모르시는 거잖아요
고3 때 만나서
너무 순진하시다고 할까
직업만 작가지
요즘 애들보다 그 방면으로는 더 무지하세요
피곤해도 할 건 해야 하는데
오히려 피곤이 날아가요
혜령 씨는 그래?
신혼 아니야
(혜령) 애가 없으니까 둘한테 서로 집중하게 되고
가만있어 봐
우리도 그러고 보니까 요즘 뜸하네?
나부터 분위기 잡아야겠다
이것이 바쁘다는 이유로 요즘
[한숨]
(피영) 절대 안 돼요
지난주부터 제가 그 스튜디오 써야 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네, 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이거 몇 살짜리죠?
우리 손녀 열두 살인데 [휴대전화 문자 알림음]
키가 어느 정도예요?
잠깐요
(피영)
[어두운 음악]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서향)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타이어 마찰음]
[자동차 엔진 가속음]
(해륜) 자, 딱 맞지?
(시은) 응
(해륜) 어, 갈 데 있어
(시은) 지금? 어디? [해륜의 힘주는 신음]
(해륜) 아셔, 가 보면
[시은의 당황한 신음]
- (시은) 아휴 - (해륜) 아이고, 파스 좀 떼고
(시은) 아이, 그런 게 어디 있어, 갑자기
[해륜의 웃음] 아휴
초대받았어요, 누구네?
(해륜) 어
아유, 머리는 이게 뭐야, 아이고, 참
자
갑시다
(시은) 아유, 태그, 태그
(해륜) [웃으며] 참
(시은) 아휴, 치
이 옷 얼마?
선물 가격 묻는 거 아니지
50만 원 넘어? 그럼 나 안 입어
안 넘어
[해륜의 웃음] [시은의 한숨]
(해륜) 자
(시은) 가격표 뗐네? 왜 뗐어?
선물이니까 점원이
[해륜의 웃음]
(해륜) 이야, 이시은 미모 산다, 어?
옷이 날개라더니
향기야, 엄마 좀!
(시은) 아휴, 머리 감아, 치
- (해륜) 어, 서둘러야겠다, 자 - (시은) 어?
(해륜) 자, 갑시다
(시은) 나도 아는 사람이겠지? [해륜의 웃음]
아휴
[가방을 탁 치며] 이거 빈 백이야
(해륜) [웃으며] 참 나
[부드러운 음악]
- 근교? - (해륜) 어
누가 바비큐 파티 하나 봐, 집들이
(해륜) 양갈비 파티
어, 그럼 와인 한 병 정도 들고 가야 되는데
- (시은) 챙겼죠? - (해륜) 몸만 오래
(시은) 누군데?
눈이나 붙이셔, 잠 부족한데 [해륜의 웃음]
[시은의 한숨]
[새들이 지저귄다]
[피곤한 신음]
[피식 웃는다]
아주 잘 자데, 잠깐이라도 푹
(시은) 아휴, 입 안 벌렸어?
(해륜) 왜 안 벌려, 침 한번 닦아 줬다
응?
[해륜의 웃음]
농담, 코만 좀 골았어
정말? 정말 골았어?
아이, 뭐, 큰일이야?
아, 큰일은 아니지만 [해륜의 웃음]
해 본 소리야
[해륜의 웃음] [못마땅한 신음]
[시은의 탄성]
(시은) 집 초대인 줄 알았더니?
[해륜이 안전띠를 달칵 푼다]
[자동차 알림음]
[해륜의 개운한 숨소리]
[시은의 개운한 숨소리]
[시은의 놀란 탄성]
- (시은) 아휴, 예뻐라 - (해륜) 들어가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결혼기념일도 아니고
좋은 일 생겼어? 축하받을 일?
그냥 우리끼리 시간 좀 갖고 싶어서
애들 왔으면 더 좋았잖아
(해륜) 앞으로 걔네는 좋은 거 더 많이 먹을 수 있어
여기는 어떻게? 누구랑 왔었어?
제자들이랑?
여제자?
(해륜) 응
난 후순위네, 제자들이 1순위고
당신 짬 안 나잖아, 일에 치여서
아무렴 내가 제자들이랑 이런 데 왔을까
학교 앞에서 삼겹살에 어묵탕이지
- 그럼? - 블로그 하는 친구한테 물어봤어
진짜
[해륜의 웃음]
[시은이 살짝 웃는다] (종업원) 실례하겠습니다
[새들이 지저귄다]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향기도 양고기 좋아하는데
이 시간에 집중, 애들은 잠시 잊읍시다
(시은) 네
오늘 이벤트가 있어, 우리만의
이게 끝 아니야?
(해륜) 아무렴 양갈비 하나 뜯으러 여기까지 왔겠어?
(시은) 분위기
(해륜) 와인 한잔해야 하는데
마셔요, 하우스 와인, 내가 운전할게
혼자 무슨 맛으로
(시은) 교외라 대리비 꽤 나오겠지?
돈이 문제가 아니라 남 있는 거 싫어, 우리 차에
그럼 집에 가 마셔
(시은) 빵 맛있다
안 드셔?
빵보다 당신?
[한숨]
- (시은) 아무래도 - (해륜) 아무래도 뭐?
뭐 죄지은 거야, 나한테
죄지었지, 원죄
이시은 사랑한 죄
[함께 웃는다]
(시은) 아휴, 옷 선물 얼마 만이야
고마워요
(해륜) 내가 골랐지만 참 이쁘고 보기 좋다
나 하여튼 안목 있어
(시은) 인정, 그러니까 나 만났고
사실 나 자기 덕에 업그레이드됐다, 모든 면에서
나 옛날에 얼마나 촌스러웠어 볼품없고
볼품없지는 않았어
촌스럽기만?
고3이 멋 내면 정상이야? 그럼 내가 좋아하지도 않았지
좋아했어, 나?
[함께 피식 웃는다]
사실 나 혼자 좋아한 줄 알았거든
(해륜) 근데 그렇게 쌀쌀맞았냐
내가 마음고생한 거 생각하면
(시은) 공부해야 하니까
처음엔 별로였다가 변한 거야, 정성에
정성이라니, 사랑이지
무슨 사랑
사랑이었지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하래
솔직히 그때는 사랑 아니었잖아
(해륜) 난 사랑이었는데?
- 사랑 아니었으면? - 그냥
좋은 감정, 순수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좋음 이상
당신은?
막 좋은 거? 정신 못 차리게
요즘 그럼 우리 사랑 아니네?
(시은) 정신 못 차리고 그런 거 없으니까
한집서 사는데 무슨 정신 못 차려
못 봐야 돌고 제정신 아니지 [함께 웃는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모시고 나왔잖아
감사해요
오늘 우리 남다르게 보내자
어떻게?
모텔 알아 놨어
[어이없는 웃음]
- 모텔? - (해륜) 응
농담이지?
아, 왜 농담이야
- 가자고? - (해륜) 그럼
우리 한 번도 안 가 봤으니까
- 어떻게 가 - (해륜) 아, 왜 못 가?
우리가 남이가?
부부야
아휴
(해륜) 그냥 눈 딱 감고 들어가
남들은 다 가
황 교수네도 한 번씩 간대
정말? 둘이?
응
[헛웃음]
그 양반 의외네
그 집이 정상이야
[다가오는 발걸음]
(종업원) 실례하겠습니다 식사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돌아가
(해륜) 왜?
[오디오 조작음] (시은) 이건 아니야
아니, 뭐가 아니야?
분위기 좀 바꿔 보자
당신 교수야, 학생 가르치는
교수는 사람 아니야?
부부끼리 모텔 가면 안 된대 도덕적으로?
- 안 내켜 - (해륜) 난 내켜
오늘은 내 말 듣기, 남편 말
(해륜) 아휴, 내가 하자는 대로 하면 자다가도 떡 생겨
안 내켜, 정말
[해륜의 한숨]
가, 미안해
(해륜) 입던 옷 입다가 새 옷 입으면 기분 좋은 것처럼
(시은) 여길 가자고 이걸 샀어?
(해륜) 응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당신 변변한 옷 없잖아
(시은) 이해가 안 가
나도 이해 안 가, 당신
(해륜) 남들은 다 좋다고 부부 동반 해서 이런 데 와
못 들어 봤어?
- (시은) 들어 봤어 - (해륜) 근데?
소고기 좋아하는 사람만 있어?
돼지고기 좋아하는 사람 생선 좋아하는 사람 다 각각이지
나 오고 싶었단 말이야, 궁금하고
그렇게 좋대
뭐가, 어떤 면에서?
아, 시설도 좋고 우선…
자는데 시설 필요해?
(시은) 사랑만 있으면 한 평 방에서도
(해륜) 알아, 우리 그랬어
근데 뭐든 변화가 필요한 거야
밥 매일 삼시 세끼 먹으면 질리듯이
- 당신 밥 안 질려 - (해륜) 질려
겪은 건 30년이고 20년 살았는데 몰라?
박해륜 밥돌이야 삼시 다섯 끼도 오케이
(해륜) 알았어, 밥 얘기고
오붓하게 우리 둘만의 공간 좀 갖자
응? 부탁
우리 요즘 그냥 동거인 비슷하게 살잖아
그래서 불만이야?
- 아니 - (시은) 애들 키우는 집 다 그렇지
난 바쁘고
그러니까 오늘 하루만이라도
그게 그렇게 중요해?
아, 내가 뭘 하재, 굳이?
그냥 손만 잡고 있어도 좋을 것 같아 이런 데서
손잡으러
여길 왔어?
(시은) 비싼 옷 선물에
양갈비 몇 대에 두 끼 외식비, 우리
[해륜의 답답한 한숨]
가, 애들 생각해도 이건 아니야
우리 부모가 모텔 다닌다면
솔직히 깨
뭐 어때서?
이런 데서는 오히려 나 몸 굳을 것 같고
가 보고나 얘기해, 올라가 보고
침대에 누워 보고 굳나 안 굳나
- 나 몰라? - 몰라
(시은) 몰래카메라 찍힐 수도 있어
아는 사람이 우리 보고 오해할 수도 있고
이 기분으로 들어간들
[해륜의 한숨]
[무거운 음악]
[해륜의 힘주는 신음]
[자동차 시동음]
[타이어 마찰음]
[한숨]
[한숨]
[시은이 스위치를 탁 누른다]
[한숨]
[물소리가 솨 들린다]
[초인종이 울린다]
[물소리가 멈춘다]
[의미심장한 음악] [서향의 한숨]
그래서?
신 서방도
다 이해하고
가실 필요 없다고
무슨 권리로 내 남편한테 가정사 다 까발려?
무슨 권리로!
[애절한 음악]
(유신) 내가 있어, 자기한테는
울고 싶으면 언제든지 울고 나한테 이렇게 안겨서만
(사현) 먼저 자, 변론 쓸 게 쌓였어
(기림) 동미야, 나 정말 오래 살아도 뭐라고 안 할 거지?
이렇게 정말 끝내자고?
내가 애들한테 얘기할게
(해륜) 그리고 서류 작성하고
- (유신) 나 같은 남편 흔치 않아 - (피영) 알아요
(유신) 자기 같은 와이프는 우주에 하나고
(남자) 아, 알아보면 어디가 덧나냐고
- (아미) 싫다는데 강요하면 안 되죠 - (원) 가세요
(시은) 엄마랑 아빠랑 따로 살아 볼까 해
이혼은 아니죠? 맞아?
(예정) 아들이건 딸이건
(혜령) 아버님 태몽 뭘 꾸셨는데요?
(사현) 엄마
나 이혼하려고요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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