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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바이, 마마 16

 

 그만해강화야

 

 (유리)  그만하면 됐어

 

 충분해

 

 ?

 

 

 

 자리 안 찾아

 

 아니못 찾아

 

 (강화)  그게그게 무슨 소리야  자리를 못 찾는다니?

 

 [한숨]

 

 내가 살면서

 

 누군가를 나 자신보다  사랑해 본 적이 없거든?

 

 (유리)  처음이었어

 

 나보다 더 소중한 존재가

 

 내 딸

 

 우리 서우

 

 그게그게 왜서우가 왜

 

 내가 살면

 

 우리 서우

 

 평생 귀신 보며 살아야 해

 

 [무거운 음악]

 

 ...

 

 귀신 안 볼 수 있다며

 

 곧 안 보게 된다며?

 

 서우 다 그렸어?

 

 (강화)  이야잘 그렸네

 

 이거 우리 집 그린 거야?

 

 근데

 

 - (강화이건 누구야?  - (서우아저씨

 

 아저씨?

 

 아저씨가...

 

 - 누구야?  - (서우이제 없어

 

 [휴대전화 진동음]

 

 (유리)  어린이집이랑 너희 집은 안전해

 

 그리고 이제 곧 귀신 안 볼 거야  걱정하지 마

 

 아니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래

 

 내가 이승에 있는 한

 

 계속 본대

 

 평생

 

 [떨리는 숨소리]

 

 (유리)  나 때문에 시작된 일 내가 끝내야 돼

 

 난 우리 서우가

 

 뭐든 꿈꿀 수 있게 해 주고 싶었다?

 

 뭐든 될 수 있고  뭐든 할 수 있게 해 주고 싶었어

 

 근데 나 살자고

 

 우리 서우 귀신 보며 살게 할 순 없어

 

 잠깐만

 

 ...

 

 ...

 

 고칠고칠 수도 있잖아?  [애잔한 음악]

 

 방법방법이 있을 수도 있잖아  유리야

 

 서우가 나한테 오고

 

 내 인생의 내일은 항상 서우였거든?

 

 '내일은 걸을까내일은 뛸까'

 

 '내일은 얼마나 더 자랄까'

 

 (유리)  근데 내가 그 내일을

 

 망칠 순 없어

 

 나 때문에 우리 서우  무섭고 괴롭게 만들 순 없어

 

 내가 그걸 어떻게 보며 살아

 

 이제 겨우 여섯 살이잖아

 

 내 딸

 

 [당황한 신음]

 

 아니야아니야유리야

 

 (강화)  유리야

 

 방법 있을 거야분명히?

 

 뭔가 있겠지  그러니까 네가 살아 돌아왔겠지

 

 [강화의 떨리는 숨소리]

 

 ?

 

 살 수 있다 그랬잖아  네 자리 되찾으면

 

 살 수 있다 그랬잖아유리야

 

 (유리)  이건 네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야

 

 [애잔한 음악]

 

 5년 전 그날처럼

 

 내 결정

 

 넌 네가 할 수 있는 거 다 했어

 

 강화야

 

 고마워

 

 [망연자실한 숨소리]

 

 너한테 또다시  죄책감으로 남고 싶진 않아서

 

 [한숨]

 

 49일만 있다가

 

 그냥 가려고 했는데

 

 네가 다 알아 버렸잖아

 

 전부 다

 

 그냥 다 내 결정인데

 

 또 네가 네 탓 할까 봐

 

 [떨리는 숨소리]

 

 [괴로운 신음]

 

 [강화가 훌쩍인다]

 

 [강화의 괴로운 신음]

 

 [문이 탁 닫힌다]

 

 [근상의 한숨]

 

 [근상이 열쇠를 잘그락거린다]

 

 [근상이 열쇠로 문을 탁 잠근다]

 

 (현정)  

 

 강화한테 말한 거

 

 잘한 거겠지?

 

 그럼당연하지

 

 (근상)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유리 가고 그때 알면

 

 수술실 공포증이 뭐야  그냥 삶 자체가 공포일 거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뭐라도 해 보려고 했다가 안 되는 거랑

 

 그냥 바보처럼 앉아 있다가  당하는 거랑은 다르니까

 

 잘했어누나

 

 (현정)  너 또 그렇게 가면

 

 강화 제정신에 못 살아

 

 그렇지?

 

 (현정)  죄책감을 넘어서

 

 버틸 수 없을 거야

 

 (유리)  그래

 

 그럴 거야조강화

 

 [유리의 한숨]

 

 유리야

 

 네 자리 찾을 거지?

 

 그렇지?

 

 그건가 봐

 

 - 뭐가?  - (현정강화

 

 뭐라도 하게 하려고...

 

 자기 가고

 

 죄책감 안 남게 하려고...

 

 [한숨]

 

 - ?  - (현정유리

 

 가려나 봐

 

 그냥...

 

 갈 건가 봐

 

 [무거운 음악]

 

 [어두운 음악]

 

 (은숙)  내 딸

 

 [떨리는 숨소리]

 

 딱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습니다

 

 [울먹이며]  보고 싶어요

 

 한 번만

 

 정말 딱 한 번만

 

 내 딸이 너무 보고 싶어요

 

 (미동댁)  저거였어

 

 유리 그걸 보내신 게

 

 [떨리는 숨소리]

 

 (은숙)  ♪ 소나무야소나무야 ♪

 

 ♪ 언제나 푸른 네 빛 ♪

 

 ♪ 쓸쓸한 가을날이나 ♪

 

 ♪ 눈보라 치는 날에도 ♪

 

 ♪ 소나무야소나무야 ♪

 

 ♪ 언제나 푸르구나 ♪

 

 (귀순)  다들 도망가고올라가고

 

 휑허네

 

 (혜진)  미동댁이 10년을 못 올린 귀신들을

 

 며칠 만에 다 보내 버리네퇴마사

 

 (귀순)  근데

 

 넌 제일로 먼저 올린댔는데  여적 있냐?

 

 나 대신에

 

 강상봉이 먼저 갔어

 

 자긴 이제 미련 없다고

 

 [귀순이 혀를 찬다]

 

 짝꿍이 없어져 슬프겄네

 

 (귀순)  ?

 

 [미자의 속상한 숨소리]

 

 [미자의 힘주는 숨소리]

 

 왜 그랴  [미자의 한숨]

 

 또 아들 왔다 갔어?

 

 (혜진)  사업 망해서 술만 먹으면 와서 우는  그 아들?

 

 요즘은 자주 오네

 

 뭐가 더 안되나 벼?

 

 먹고살기가 어디 쉬운가

 

 자기 딴엔 죽어라 노력하는데

 

 세상이 녹록지 않나 봐

 

 세상은 원래 녹록지 않았어

 

 (귀순)  그냥 처자식 먹여 살리려고  버팅기는 거지

 

 [한숨]

 

 [울먹이며]  안쓰러워 죽겠네내 아들

 

 [유리가 달그락거린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은숙)  유리야

 

 (유리)  엄마

 

 뭐 하는 거야?

 

 ...

 

 여기 있는 것들 좀 치우려고

 

 쓰지도 않는데 너무 오래됐잖아  자리만 차지하고

 

 그래?

 

 [한숨]

 

 엄마

 

 ?

 

 내 방 왜 안 치우고 뒀어?

 

 볼 때마다 속상했잖아

 

 [살짝 웃는다]

 

 너 올 줄 알고 그랬나?

 

 [웃음]

 

 이 방에는 내 딸이 있잖아

 

 ?

 

 (은숙)  

 

 [잔잔한 음악]  자기 몸집만 한 가방 둘러메고  학교 입학하던 내 딸

 

 낙엽만 날려도 까르르 자지러지던  여고생 내 딸

 

 꼴랑 대학 한 번 떨어져 놓고  인생 쫑 났다면서 울던 내 딸

 

 [한숨]

 

 이 방마저 없으면

 

 이 세상에 처음부터  네가 없었던 거 같을까 봐

 

 그래서 못 치우겠더라

 

 ...

 

 이 세상에

 

 (유리)  내가 좀 없으면 어때

 

 여기 이렇게 쭉 살고 있는데

 

 그럼 됐지

 

 그렇지

 

 엄마 가슴속에 살고 있으면 됐네

 

 [무거운 음악]  [은숙의 한숨]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왜 그래?

 

 (은숙)  ?

 

 ?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니야아무것도

 

 어제도 그 꿈 꿨지?

 

 (은숙)  

 

 [한숨]

 

 [대문이 철컥 여닫힌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야

 

 방법이 있을 거야분명  내가 찾을게

 

 방법 없어

 

 일단 살아

 

 - 서우는 내가 옆에서...  - (유리서우

 

 냉동고에 갇혔던 거 기억 안 나?

 

 (유리)  그때 서우 진짜 죽을 뻔했어

 

 이건 그냥 귀신 봐서 무섭고  그런 문제가 아니야

 

 [강화의 한숨]

 

 [강화와 유리의 한숨]

 

 난 어차피 죽었었잖아

 

 여기 이렇게

 

 살아 있는 게 이상한 거라고

 

 유리야

 

 어쨌든 살 수 있다잖아

 

 그럼 어떻게든 살아야지  뭐라도 해 봐야지유리야

 

 어차피 한 번 죽었던 사람이니까

 

 (강화)  '그래잘 가넌 죽었었으니까'  이러라고?

 

 이게 말이 돼?

 

 미안

 

 [떨리는 숨소리]

 

 (강화)  유리야

 

 [유리의 한숨]

 

 이게 뭐야?

 

 네 엄마 소원

 

 그리고 네가 사람 된 이유

 

 [차분한 음악]

 

 [당황한 신음]

 

 이거라고?

 

 내가 살아난 게?

 

 

 

 (미동댁)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를 올리길래

 

 딸 좋은 데 가라고 비나 했더니

 

 그거였어

 

 딱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은 마음

 

 (유리)  이거였네

 

 그것도 모르고

 

 난 내 딸 걱정만 했네

 

 아유원래 다 그래

 

 내 아들도 내가 이 삶을 안 살면  자기가 산다 해서 된 건데

 

 (미동댁)  걘 자기 아들 어리다고  근처에도 못 오게 하잖냐

 

 원래 자식은

 

 그래원래

 

 나도 울 엄마한테 그랬을 거고

 

 그럼 심판은?

 

 심판은 뭔데?

 

 네가 욕심을 부릴지 아닐지

 

 그게 심판인 거 같아

 

 욕심은 부려도 되는데

 

 대신 우리 서우 인생이랑  바꾸라는 거 아니야

 

 안 바꿔

 

 올라갈 거야무조건

 

 (유리)  대신

 

 잘 보내고 갈 거야남은 시간

 

 [잔잔한 음악]

 

 나도 처음엔 이게 상인지 벌인지

 

 나한테 대체 왜 이러나 했는데

 

 둘 다 아니더라고

 

 그럼 뭔데?

 

 선물

 

 (유리)  [울먹이며]  안녕

 

 안녕서우야

 

 [유리가 흐느낀다]

 

 [은숙의 떨리는 목소리]  (은숙)  내 딸 맞아?

 

 (유리)  [엉엉 울며]  엄마

 

 [은숙과 유리가 엉엉 운다]

 

 (유리)  생각해 보니까

 

 아이 한 번 못 안아 보고

 

 인사도 제대로 못 하고

 

 갑자기 죽어 버린 내가

 

 너무 안쓰러워서 주신 선물인 거 같아

 

 나 그때 바로 올라갔으면  너무 억울했을 거 같아

 

 근데 지금은 괜찮아

 

 남은 시간 더 잘 보내고

 

 우리 서우랑 인사하고 갈래

 

 너 변했다?

 

 뭐가?

 

 단단해졌어

 

 진짜 엄마가 됐네

 

 [살짝 웃는다]

 

 [살짝 웃는다]

 

 그래

 

 잘 정리하고 갈 수 있는 것도

 

 네 복이다

 

 [한숨]

 

 [현정의 한숨]

 

 이게 또 무슨 소리...

 

 [현정의 한숨]

 

 간다고?

 

 (현정)  안 돼유리야안 돼

 

 언니 같으면?

 

 (유리)  하준이가 평생 괴롭게 산대도

 

 그거 지켜보면서 살 수 있어?

 

 [한숨]

 

 아니그러니까...

 

 난 처음부터 갔어야 했고

 

 가려고 했어언니

 

 알잖아

 

 (현정)  진짜

 

 아니이게 뭐야

 

 정말 너한테

 

 [식탁을 탁탁 치며]  다들 너무하신다진짜

 

 아니...

 

 [한숨]

 

 언니

 

 나 좀 도와주면 안 돼?

 

 [잔잔한 음악]

 

 나 좀 도와줘

 

 [울먹인다]

 

 나 웃으면서 가고 싶어

 

 [현정의 한숨]  나 좀 잘 보내 줘

 

 ...

 

 [훌쩍인다]

 

 정말...

 

 가야겠어?

 

 (유리)  

 

 [현정이 흐느낀다]

 

 [한숨]

 

 유리야

 

 미안해

 

 내가...

 

 내가 너무...

 

 (현정)  너무 미안...

 

 [현정이 엉엉 운다]

 

 [강화의 한숨]

 

 내가 그쪽 마음 모르는 거 아닌데

 

 지금 그러고 시간 보내다

 

 나중에 이 시간 후회하면 어쩌려고

 

 누구세요?

 

 (강화)  뭐 알죠?

 

 유리 알고 있죠?

 

 [옅은 한숨]

 

 그쪽이 아는 만큼

 

 (미동댁)  딱 그만큼 내가 알지

 

 차유리가 가야 되는 거

 

 [떨리는 숨소리]

 

 안 갈 수 있는 방법은요?

 

 그쪽 딸이 귀신 보고 사는 거

 

 평생

 

 [무거운 음악]

 

 [떨리는 숨소리]

 

 [강화가 소리를 지른다]

 

 내가내가 대신 귀신 볼게요

 

 아니아니내가내가  유리 대신에 차라리 올라갈게요?

 

 내가 다 할게요내가?

 

 방법은 없어

 

 [강화의 한숨]

 

 [강화의 떨리는 숨소리]

 

 떠난 사람을 잘 보내 주는 것도

 

 그 사람에 대한 예의야

 

 [한숨]

 

 "고 차유리"

 

 [떨리는 숨소리]

 

 (유리)  이게 뭐야언니?

 

 (현정)  민정 씨가 주고 갔어

 

 너랑 내 거라고

 

 와서

 

 종일 울기만 하다 갔어

 

 다른 말은?

 

 다른 말은 없었어?

 

 이혼한대조강화랑

 

 (유리)  ?

 

 아니...

 

 [당황한 숨소리]

 

 이혼을 왜 해?

 

 나 때문에 그래?

 

 안 돼이혼하면 안 돼

 

 내가 오민정 만나 볼게

 

 (현정)  그 둘 문제야

 

 네가 이렇게까지 관여할 일 아니야

 

 (유리)  다 나 때문이잖아

 

 너 때문 아니야

 

 그 둘 한 번은 깨지든가 풀든가  해야 했어

 

 아니야언니

 

 그 둘 이혼하면 안 돼

 

 (유리)  알잖아언니도

 

 오민정이 강화랑 서우  얼마나 좋아하는지

 

 강화도 오민정 없으면 안 돼언니

 

 [유리의 거친 숨소리]

 

 [한숨]

 

 우리 서우

 

 예쁘다

 

 예뻐

 

 [입바람을 호호 분다]

 

 엄마가 아파 보여?

 

 고마워

 

 [민정의 울먹이는 숨소리]

 

 (현정)  내가 연락해 볼게

 

 넌 기다려일단

 

 [한숨]

 

 [아이들이 소란스럽다]

 

 서우야

 

 - (유리저기선생님  

 

 오늘 서우 언제 왔어요?

 

 누가 등원시켰어요?

 

 ?

 

 ...

 

 좀 전에 서우 어머니가 등원시켰죠

 

 [교사의 웃음]

 

 (교사)  서우야

 

 서우야!

 

 괜찮아?

 

 (유리)  서우야!

 

 - (교사서우야서우 어떡해  - (유리서우야

 

 (원장)  얘 왜 이래요?

 

 - (원장빨리 병원병원부터 가고  - (유리서우야

 

 (원장)  어머니한테 연락드려요

 

 (원장과 유리)  - 내가 일단 업고 빨리 병원으로  제가 할게요제가제가

 

 [어두운 음악]

 

 (유리)  서우야

 

 [유리의 거친 숨소리]  (원장)  빨리

 

 [원장이 말한다]

 

 조심조심조심

 

 (원장)  여기요여기요

 

 - (원장여기여기  - (의사1) 일단 이쪽으로 모실게요

 

 (원장)  어떡해

 

 서우야

 

 [유리의 거친 숨소리]

 

 왜 그래요?  우리 서우 왜 그래요선생님?

 

 (의사2)  급성 장염이고요

 

 안정됐으니까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될 거예요

 

 [유리의 안도하는 숨소리]

 

 (민정)  우리 서우 어디 있는지 아세요?

 

 [민정의 거친 숨소리]

 

 (원장)  어머니오셨어요?

 

 서우 괜찮아요?

 

 (원장)  장염이라네요

 

 [안도하는 숨소리]

 

 

 

 (교사)  어머니

 

 (유리)  오민정!

 

 가지 마요

 

 그럼

 

 나보고 어떡하라고

 

 언니가 왔잖아요

 

 진짜 서우 엄마가 왔잖아

 

 나보고

 

 어쩌라고

 

 난 가야 돼

 

 (유리)  가야 돼요

 

 우리 서우랑 강화는  그쪽 없으면 안 돼

 

 가지 마요

 

 [풍경 소리가 들린다]  [새가 지저귄다]

 

 [목탁 치는 소리가 들린다]

 

 (은숙)  여긴 갑자기 왜 왔나

 

 (강화)  그냥 알아볼 게 좀 있어서요

 

 (은숙)  

 

 뭐가 많이 불안해?

 

 ...

 

 없던 일이 될까 봐요

 

 유리가 또...

 

 갈까 봐

 

 강화야

 

 유리가 온 뒤로

 

 내가 매일 꿈을 꿔

 

 꿈속에서 자꾸 유리가

 

 나한테 인사를 하고 가 버리는 거야

 

 [잔잔한 음악]  (은숙)  그러다 눈떠 내 품의 유리를 보면

 

 가슴을 쓸어내려

 

 '안 갔구나'

 

 '아직 있구나하고

 

 근데 희한하게

 

 하루도 빠짐없이 그 꿈을 꾼다

 

 그러다 보니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혹시 지금 와 있는 내 딸이'

 

 '진짜 나한테  인사를 하러 온 건 아닐까'

 

 '매일 꿈속에서  이별하고 또 이별을 해서'

 

 '진짜 이별할 땐  좀 무뎌지게 해 주려는 건 아닐까'

 

 그래서 생각했어

 

 '혹시 그게 맞는다면'

 

 '그날이 오면'

 

 '내 딸'

 

 '웃으면서 보내 줘야지하고

 

 (유리)  강화야

 

 너한테 또다시  죄책감으로 남고 싶진 않아서

 

 미안해미안해

 

 내가 다 미안해

 

 [유리가 흐느낀다]

 

 그러니까 자책하지 마

 

 네 탓 아니야

 

 [한숨]

 

 간다니요?

 

 어디를 가요?

 

 난 죽었다 살아난 게 아니라

 

 죽었다 잠깐 온 거예요

 

  49

 

 (유리)  그래서 내가 강화한테

 

 민정 씨한텐  말하지 말아 달라 그랬어요

 

 어차피 난 다시 갈 거니까

 

 잠깐만요

 

 잠깐 온 거라니...

 

 그럼 다시...

 

 죽는다고요?

 

 [놀란 숨소리]

 

 오빠도 알아요?

 

 다시 가야 되는 거?

 

 [민정의 놀란 숨소리]

 

 강화가 뭐라 그랬는진 모르겠지만

 

 그거 진심 아니고  나에 대한 죄책감이에요

 

 5년 전에 나 죽은 것도

 

 다 자기 탓으로 돌리면서 살았으니까

 

 [한숨]

 

 

 

 민정 씨 많이 좋아하는데

 

 (유리)  다른 사람 아무도 몰라도

 

 조강화 본인도 잘 몰라도

 

 난 알거든

 

 나 안 미워요?

 

 왜 안 미워요?

 

 나 같으면 많이 미울 것 같은데

 

 ...

 

 내가

 

 선인장처럼  상처투성이로 만든 조강화를

 

 본인이 피가 나는지도 모르고  안고 있는 오민정

 

 [유리가 살짝 웃는다]

 

 그리고

 

 우리 서우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오민정

 

 [잔잔한 음악]

 

 내가 얼마나 다행이었는데

 

 '우리 서우 엄마가  그쪽이어서 다행이다'

 

 매일 그렇게 생각했는데 왜 미워

 

 그냥...

 

 있으면 안 돼요?

 

 안 갈 방법은 없어요?

 

 없어요

 

 [한숨]

 

 (교사)  서우가 아파서 병원 가고 있어요

 

 보시면 연락 부탁드려요

 

 [강화의 거친 숨소리]

 

 고마워

 

 오빠랑 살면서

 

 내가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  뭔지 알아요?

 

 (민정)  '미안해', '고마워'

 

 '괜찮아'

 

 서우 머리를 예쁘게 빗겨 줘도  '고마워'

 

 서우 재워 줘도 '고마워'

 

 난 분명 엄마가 해야 하는 일들을  당연히 했을 뿐인데

 

 오빤 자꾸 고맙대

 

 꼭 남처럼

 

 이전에

 

 이혼 준비도 했었어

 

 오빠가 너무 잘해서

 

 날 너무 배려해 줘서

 

 또 후회하고 싶지 않았어

 

 '좀 잘해 줄걸'

 

 '그때 그 부탁 좀 들어줄걸'

 

 (강화)  '그때 그냥'

 

 '내가 좀 더 참을걸'

 

 그런 후회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어

 

 유리 때처럼

 

 이제야 여네

 

 우린 왜 이런 대화를  이제야 나누는 걸까?

 

 엉망진창에

 

 서로 피투성이가 되고 나서

 

 차유리

 

 그 언니

 

 잘 보내 줘요

 

 오빠가 할 수 있는 마음 다해서

 

 후회 없이

 

 [차분한 음악]

 

 우리 이혼은

 

 그때 다시 얘기해요

 

 [한숨]

 

 (미동댁)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를 올리길래

 

 딸 좋은 데 가라고 비나 했더니

 

 그거였어

 

 딱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은 마음

 

 [문이 달칵 여닫힌다]

 

 [유리의 기분 좋은 웃음]  (은숙)  어머머?

 

 뭐 해?

 

 (유리)  우리 엄마 얼굴 자세히 좀 보려고

 

 (은숙)  어이구

 

 애네애야  [유리의 웃음]

 

 그럼 내가 엄마 애지누구 애야?

 

 [웃음]

 

 요것만 마저 개 놓고  엄마가 줄 거 있어

 

 [살짝 웃는다]

 

 엄마

 

 뭘 보고 있어얼른 먹어

 

 (은숙)  

 

 이게 자연산이라 미역이 아주 부드러워  후루룩 먹어 봐

 

 엄마도 먹어

 

 그럴까?

 

 [은숙이 뚜껑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은숙이 그릇에 국을 쪼르륵 담는다]

 

 [은숙이 달그락거린다]

 

 [그릇을 잘그락 내려놓는다]

 

 먹어

 

 [살짝 웃는다]

 

 맛있다

 

 맛있었어?

 

 (유리)  

 

 엄마가

 

 예전에 우리 딸 아기 낳으면 주려고  미역을 얼마나 사다 놨는지

 

 싱크대가 한가득 미역이었어

 

 그걸 이제야 먹이네

 

 (유리)  진짜 맛있었어

 

 유리야

 

 엄마가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유리)  

 

 우리 딸

 

 혹시

 

 쭉 엄마 옆에 있었어?

 

 그랬어?

 

 그랬던 거야?

 

 엄마

 

 맞네

 

 맞나 보네

 

 (은숙)  서우 물건들도

 

 서우가 생각나서 치워 버렸나 했는데

 

 엄마 때문에 치운 거지?

 

 [유리를 쓰다듬는다]

 

 그랬네

 

 [떨리는 숨소리]

 

 [잔잔한 음악]  내 딸이 계속 엄마 곁에 있었네

 

 [흐느낀다]

 

 [울먹이며]  엄마 그런 줄도 모르고...

 

 엄마가 너무 많이 아파해서 미안해

 

 우리 딸 가슴 아팠겠다

 

 [유리가 흐느낀다]

 

 [은숙이 흐느낀다]

 

 [유리가 흐느낀다]

 

 엄마

 

 울지 마

 

 (유리)  울지 마

 

 [은숙이 훌쩍인다]  [은숙의 한숨]

 

 엄마울지 마

 

 [유리가 흐느낀다]

 

 (유리)  괜찮아엄마

 

 나 너무 보고 싶었지?

 

 (은숙)  

 

 꼭 한 번만 보고 싶었어

 

 엄마가

 

 우리 딸한테  꼭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었거든

 

 [은숙이 훌쩍인다]

 

 미안해내 딸

 

 뭐가 미안해

 

 엄마가 왜 미안해

 

 '손가락 하나만 칼에 베여도  아파서 울던 내 딸이'

 

 (은숙)  '그 차가운 바닥에서  혼자서 얼마나 아팠을까'

 

 '혼자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게 가슴에 맺혀서  엄마는 살 수가 없었어

 

 같이 있어 주지 못해서 미안해

 

 혼자 둬서 미안해내 새끼

 

 [흐느끼는 신음]

 

 (유리)  하나도 안 무서웠어

 

 나 마지막까지 씩씩했어

 

 혼자가 아니었잖아

 

 나 우리 서우랑 같이 있었잖아엄마

 

 그래서 씩씩했어

 

 안 무서웠어

 

 [유리가 흐느낀다]

 

 [흐느끼는 신음]

 

 (남자)  엄마

 

 (남자)  [울며]  엄마엄마

 

 [남자가 흐느낀다]

 

 (혜진)  또 왔네아들

 

 (남자)  엄마

 

 술만 먹으면 오더니

 

 요즘은 잦네

 

 괴로워 술 먹을 일이 많은갑지

 

 먹고살기가 어디 쉽나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엄마가 보고 싶은 건 어쩔 수가 없네

 

 저 나이쯤 되면

 

 울고 싶어도 어디 가 울어 보겄어

 

 엄마가 제일 보고 싶을 나이지

 

 [귀순의 웃음]

 

 나도 이렇게 울 엄마가 보고 싶은데

 

 [남자가 흐느낀다]

 

 (남자)  엄마

 

 (미자)  에이그

 

 [애잔한 음악]

 

 아이고내 새끼

 

 그래그래

 

 보자

 

 그래그래

 

 [미자 아들이 흐느낀다]  그래그래

 

 (미자 아들)  엄마

 

 (미자)  그래그래

 

 내 새끼

 

 아유내 새끼

 

 [소란스럽다]

 

 (강화)  방법이

 

 정말 없는 거야?

 

 없어

 

 정말

 

 그러고 싶은 거야?

 

 (유리)  

 

 [강화의 힘겨운 숨소리]

 

 내가 조금만 더 일찍 알았으면

 

 [훌쩍인다]

 

 그랬으면 우리 서우도  더 자주 보여 주고 그랬을 텐데

 

 바보짓만 했네

 

 아니야

 

 귀신이었던 나한텐  이 시간들이 얼마나 귀했는데

 

 우리 서우도 만질 수 있었고

 

 (유리)  아픈 널 안아 줄 수도 있었고

 

 나한텐 선물 같았어

 

 [한숨]

 

 내가 어떻게 널 또 보내

 

 미안해강화야

 

 5년 전에도 지금도

 

 이렇게 가서 진짜 미안해

 

 내가 미안해

 

 내가 다 미안해

 

 (유리)  네가 왜 미안해

 

 내가 너한테 받은 게 얼마나 많은데

 

 사는 내내

 

 나 많이 사랑해 줘서 고마워

 

 난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잔잔한 음악]

 

 [강화의 힘겨운 숨소리]

 

 [문이 달칵 열린다]

 

 [한숨]

 

 [강화가 훌쩍인다]

 

 서우야

 

 ...

 

 예쁜 이모가

 

 실은

 

 우리 서우 낳아 준

 

 엄마야

 

 그 엄마가

 

 서우를 많이 사랑하나 봐

 

 아니

 

 사랑한대

 

 [한숨]

 

 나중에

 

 아빠

 

 용서해 줄래?

 

 [글씨를 쓱쓱 쓴다]

 

 [부드러운 음악]

 

 (귀순)  부탁 들어준다더만

 

 코빼기도 안 비치고 이제 간다고?

 

 (유리)  아유내가 그동안  시간이 좀 없었잖아?

 

 지금이라도 들어준다고

 

 근데 꼴랑 부탁이 삼겹살이야?

 

 [손님이 수군거린다]  너무 소박한 거 아니야?

 

 괜찮으신 거죠?

 

 (유리)  괜찮아요

 

 [유리의 웃음]  [종업원의 어색한 웃음]

 

 (미자)  

 

 빨리

 

 - (미자빨리빨리빨리  아이고알았어알았어

 

 - (미자나 현기증이 나 죽겠어  기다려 봐

 

 (유리)  짠  [미자의 감격하는 신음]

 

 [귀신들의 신난 신음]  [신비로운 효과음]

 

 [귀순의 탄성]

 

 [귀신들의 탄성]

 

 아유천천히들 먹어

 

 - 체하면 1년 간다?  - (귀순맛있다  [귀순의 웃음]

 

 근데 진짜 다른 부탁들은 없어?

 

 부탁할 것도 없어

 

 자식들한테 귀신으로 남아 있다고  소문낼 일 있어?

 

 [미자의 웃음]

 

 (혜진)  우리도 분위기 봐서 곧 올라갈 거야

 

 고마워다들  귀신 5년 버틸 수 있게 해 줘서

 

 (미자)  사람이 죽으란 법이 없어

 

 아니죽어서도

 

 이렇게 또 인연이 있고  살아가는 거지

 

 또 이렇게

 

 귀신 인연도 이별을 하는구나

 

 (미자)  원래 인생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계속 이별인 거야

 

 이별을 해야 또 만남이 있지

 

 [미자와 귀순의 웃음]

 

 (유리)  그러네

 

 우리 다음 생에도  꼭 사람으로 태어나서 다시 만나자

 

 그래다시 꼭 만나자

 

 - 자  

 

 (함께)  다 만나자!

 

 [함께 환호한다]

 

 [유리의 웃음]  [손님이 수군거린다]

 

 ...

 

 그냥 아는 집 애인데  집밥을 못 먹어 봐서

 

 내가 신세 진 것도 좀 있고

 

 신세 진 건 맞는데

 

 [작은 소리로]  우리 집 알아요?

 

 그쪽이 몰라 그러지 난 알아

 

 어려워 말고 들어요

 

 그냥 우리 식구 먹는 반찬이지만

 

 잘 먹겠습니다

 

 [부드러운 음악]

 

 (유리)  우아

 

 서우야이거 먹어 봐

 

 '', 아유맛있어?  [현정의 놀란 신음]

 

 [함께 대화를 나눈다]

 

 (하준)  자전거 재밌었어

 

 (현정)  우리 하준이 재밌었어?  우리 하준이 재미

 

 [현정의 웃음]

 

 이거 큰일 났네이거

 

 [무풍이 말한다]

 

 - (유리일단 이거부터 드세요아빠  - (무풍아휴

 

 [무풍이 당황한다]  (유리)  따뜻할 때

 

 - (무풍맛있다  - (유리맛있지?

 

 (유리)  서우야할머니 힘들어!

 

 [시끌벅적하다]  서우야이리 와서 드세요

 

 (유리)  ''

 

 [연지의 탄성]  [은숙이 말한다]

 

 - (은숙아이고우리 서우  서우야  [서우의 웃음]

 

 (은숙과 연지)  - 아이고아이고서우알았어  서우야서우 이모 옆으로

 

 - (연지이모 옆으로  - (은숙아이고아이고아이고

 

 (유리와 연지)  - 중간으로  이모도 서우 옆에 있고 싶은데

 

 (은숙)  아이고

 

 [은숙이 쪽 뽀뽀한다]  [무풍의 웃음]

 

 [함께 웃는다]

 

 (현정)  서우하준이 좋아?

 

 - (하준!  - (서우!  [현정의 웃음]

 

 (유리)  서우야하준아우리 어디 가게?

 

 - 캠핑!  - 캠핑!  [유리와 현정의 환호]

 

 - (현정그렇지  - (유리출발!

 

 - 캠핑 고!  - (서우출발

 

 [근상의 한숨]

 

 노래라도 좀 틀어 봐

 

 둘이 뭔 노래야그냥 가

 

 [근상의 한숨]

 

 차 좀 옆으로 붙여 봐

 

 (강화)  

 

 유리 보고 싶어차 좀 옆으로 붙여 봐

 

 [강화가 구시렁거린다]

 

 (근상)  창문 내려

 

 창문 내려  [강화의 한숨]

 

 (근상)  유리야!  [현정과 유리의 웃음]

 

 - (유리?  - (근상유리야나 심심해!  [유리의 웃음]

 

 - (근상나 그 차 탈게  - (현정유리야

 

 - (유리?  - 창문 올려

 

 (하준)  아빠다!

 

 (근상)  카 시트 사이에 나 탈 수 있...

 

 가지 마!

 

 (현정)  왜 저러니되게 심심한가 봐

 

 [유리와 현정의 웃음]

 

 가지 마!

 

 (근상)  유리야고기 사...  고기 이번에 많이 사 왔어!

 

 [강화의 탄성]

 

 (강화)  

 

 - (강화뛰어  - (근상패스!

 

 [근상이 말한다]

 

 (근상)  하준이아빠 패스!

 

 [현정의 웃음]

 

 (현정)  잘 찬다하준아!

 

 

 

 누가 더누가 더 잘하나

 

 [유리와 현정의 웃음]  (근상)  공 줘 봐

 

 (현정)  지금아빠가 지금 딸을 잡네

 

 (유리)  서우야괜찮아?

 

 (유리)  [웃으며]  신났네신났어

 

 이게 뭐야?

 

 민정 씨 가게 왔다 갔어

 

 너 전해 주라고

 

 나한테 부탁도 하고 가더라?

 

 ?

 

 너 잘 보내 주라고

 

 (현정)  조강화랑 같이

 

 그래야 마음이 편할 거 같대

 

 [한숨]

 

 하여튼 착해오민정

 

 이혼

 

 한대?

 

 모르지

 

 (현정)  말했잖아네 탓 아니야

 

 너 아니었어도 두 사람 힘들었어

 

 서로 너무 불쌍해서 배려하고

 

 안쓰러워하다가 데면데면

 

 그게 뭐야

 

 오히려 잘됐어

 

 이참에 문제가 있단 걸 알았잖아

 

 [한숨]

 

 네 코가 석 자야웃어

 

 어어웃으라니까

 

 웃어

 

 안 웃어?

 

 [유리를 간지럽히며]  안 웃어안 웃어?

 

 [현정과 유리의 웃음]

 

 잘한다

 

 (근상)  일로!  [강화의 탄성]

 

 !

 

 [현정의 탄성]

 

 (현정)  하준아뛰어뛰어!  [근상이 소리친다]

 

 (근상)  그렇지!  [공을 툭 차는 소리가 들린다]

 

 한 번 더!

 

 [유리의 한숨]

 

 (민정)  안녕

 

 주방 이모하원 도우미

 

 언니

 

 서우 엄마

 

 얼굴을 볼 용기가 없어서

 

 이렇게 편지만 보내요

 

 생각해 보니 내가 화가 난 건

 

 그쪽과 오빠가 날 속여서도 있지만

 

 실은 친구를 잃은  상심도 있었던 거 같아요

 

 나랑 친구 해 줘서

 

 너무 고맙단 말은 꼭 해야겠어서

 

 언니한텐

 

 다음이란 게 없으니까

 

 [잔잔한 음악]  나도 언니가 서우 엄마라서

 

 많이 다행이에요

 

 당신을 만난 것도

 

 다행이고

 

 [글씨를 쓱쓱 쓴다]

 

 [떨리는 숨소리]

 

 (민정)  시간 잘 보내고

 

 잘 가요

 

 나의 친구

 

 서우는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마음 다해 지켜 줄게

 

 [한숨]

 

 [편지를 바스락거린다]  [한숨]

 

 [밝은 기타 연주]

 

 - (근상알지?  - (현정그럴까?  [유리의 환호]

 

 (현정)  박수!

 

 하준아손뼉  [현정의 웃음]

 

 (근상)  하준아춤춰?

 

 [현정의 웃음]

 

 (현정)  

 

 (함께)  ♪ 우리가 마음먹은 대로 ♪

 

 ♪ 이 세상 살아가다 보면 우후 ♪

 

 ♪ 돈보다 더 귀한 게 있는 걸  알게 될 거야 ♪

 

 ♪ 사랑 놀인  그다지 중요하진 않은 거야 ♪

 

 ♪ 그대가 마음먹은 대로 ♪

 

 ♪ 이 세상 살아가다 보면 ♪

 

 (강화)  ♪ 우후 슬픔보단  기쁨이 많은 걸 알게 될 거야 ♪

 

 ♪ 인생이란  무엇을 어떻게 했는가 중요해 ♪

 

 (현정)  어떻게!

 

 (함께)  ♪ 나난나나난나 ♪

 

 ♪ 나난나나난나 ♪

 

 무슨 생각 해?

 

 '참 좋다'

 

 그런 생각

 

 [유리가 살짝 웃는다]

 

 좋아?

 

 (유리)  

 

 귀신일 땐 혼자서 보고만 있다가

 

 아무도 모르게 올라가야 된다는 게  슬펐는데

 

 이렇게 웃으면서 시끌벅적하게 가잖아

 

 좋지

 

 아쉬운 건 없어?

 

 아쉬운 거?

 

 (유리)  ...

 

 내가 살면서  제일 믿는 구석이 뭐였는지 알아?

 

 뭔데?

 

 엄마

 

 우리 엄마

 

 뒤돌면 항상 그 자리에 있는  내 백그라운드

 

 그래서 뭐든 겁 안 내고 할 수 있었어

 

 우리 서우한테

 

 나도 그런 엄마가 돼 주고 싶었다?

 

 서우 인생에서 제일 믿는 구석

 

 (유리)  그게 좀 아쉽지

 

 [한숨]

 

 근데 이젠 너한테 패스하려고

 

 네가 그런 아빠가 돼 주면 되잖아

 

 그럴게

 

 그렇게 할게

 

 [옅은 웃음]

 

 넌 나 보내고 뭐가 제일 아쉬웠어?

 

 (강화)  ...

 

 너랑 함께 늙어 가지 못한다는 거?

 

 맨날 다투고 삐져도

 

 하루하루 너랑 살아 내면서

 

 우리 서우 대학도 보내고  시집도 보내고

 

 손주들도 보고

 

 그렇게 살고 싶었어

 

 언젠가 둘 다 머리 희끗희끗해져서

 

 두 손 꼭 잡고

 

 고생했다고

 

 우리 잘 살아 냈다고

 

 그렇게 말할 수 있는 날만  꿈꾸면서 살았는데

 

 그게 제일 아쉽지

 

 나도 너랑 그렇게 살고 싶었어

 

 [잔잔한 음악]

 

 그래도

 

 서우 남겨 주고 가서

 

 고마워

 

 네가 나한테 남겨 준

 

 가장 큰 선물이잖아

 

 넌 남은 네 인생 충분히 잘 살아야 돼

 

 우리 서우를 위해서라도

 

 행복하게

 

 그럴게

 

 (유리)  혹시나 살면서 내 생각이 나면

 

 아파하지 말고 웃어 줘

 

 슬퍼하지 말고 꼭 웃어 줘

 

 그럴게

 

 (강화)  잘 기억할게

 

 행복했었던 기억만

 

 간직할게

 

 그렇게 할게

 

 고마워

 

 [기쁜 숨소리]

 

 [새가 지저귄다]

 

 [차분한 음악]

 

 서우야

 

 예쁜 우리 서우

 

 신나게 살아 줘

 

 (유리)  웃으며 살아 줘

 

 다음 생에도

 

 꼭 엄마한테 와

 

 알았지?

 

 [훌쩍인다]

 

 (서우)  잘 가엄마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흐느낀다]

 

 [옅은 웃음]

 

 (유리)  우리 미동댁

 

 고마워

 

 됐어

 

 (미동댁)  낯간지럽게

 

 왜 이래

 

 [헛기침]

 

 ...

 

 인사는 다 잘한 거야?

 

 (유리)  

 

 그래그것도 네 복이다

 

 (미동댁)  인사 다 하고 죽는 사람 몇 없는데

 

 위에서 너 잘 봐줬나 보다

 

 

 

 언제는 벌이라는 둥 그래 놓고

 

 가는 마당에 싸우지 맙시다

 

 그럽시다

 

 [훌쩍이며]  그러면 이제 너랑도

 

 [부스럭거리며]  인사해

 

 비록 완전한 육신은 아니지만

 

 그래도 인사해

 

 [옅은 한숨]

 

 차유리

 

 잘 가

 

 [잔잔한 음악]

 

 [훌쩍인다]

 

 갈게

 

 (미동댁)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유리의 한숨]

 

 (유리)  강화야서우야

 

 하늘에 가서 신이 내는 두 가지 질문에  모두 ''라고 대답하면

 

 다음 생에도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대

 

 하나는 살아가며 행복했는지

 

 그리고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도 나로 인해 행복했는지

 

 우리 다음 생에도 사람으로 태어나  꼭 다시 만나자

 

 [감성적인 음악]

 

 (유리)

 

 [편안한 음악]

 

 - (강화서우야  - (민정조서우

 

 엄마아빠!

 

 (학생 서우)  아빠오늘 수술 없었어?

 

 (강화)  

 

 (학생 서우)  웬일이래?

 

 매일 수술실에서 살던 사람이

 

 (민정)  벚꽃잎 떨어지기 전에  너랑 보려고 뛰어왔대

 

 (학생 서우)  진짜?

 

 [학생 서우의 탄성]

 

 (강화)  꽃잎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았다

 

 그 향기가 세상에 남아

 

 우리의 기억 깊은 곳을 찌르고 있었다

 

 [감성적인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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