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작사 이혼작곡 S1. 4
[분한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혜령의 떨리는 숨소리]
[한숨]
[발걸음이 울린다]
[뼈가 우두둑거린다]
[사현의 놀란 신음]
(혜령) 아이씨
[놀란 숨소리] [흥미진진한 음악]
[혜령의 짜증 섞인 한숨]
[혜령의 아파하는 신음]
(사현) 뭐야?
아…
[혜령의 아파하는 신음] [사현의 놀란 신음]
[사현의 당황한 신음] [한숨]
[혜령의 아파하는 신음]
(사현) 허, 허리 다쳤어?
(혜령) 아이씨, 아니야
[짜증 섞인 신음]
[혜령의 한숨]
[혜령의 힘겨운 신음]
[문이 달칵 열린다]
[짜증 섞인 한숨]
[격정적인 음악]
[놀란 탄성] [늘어지는 효과음]
[떨리는 숨소리]
[자동차 엔진 가속음]
[쓸쓸한 음악] [아미의 한숨]
[훌쩍인다]
[힘겨운 숨소리]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가빈) 가운 어디 있어요? 잠옷 가운
(점원1) 아, 저쪽요, 이쪽으로 오시겠어요? [전화벨이 울린다]
어, 잠깐만요, 보시고 계세요
[점원1이 수화기를 달칵 든다]
네, 감사합니다, 언더웨어입니다
(점원2) 보여 드릴까요?
[잔잔한 음악]
(가빈) 이거 몇 사이즈죠?
[새들이 지저귄다]
자매님, 무슨 기도를 그렇게 간절히 하셨나요?
(시은) 감사합니다
[예정이 탁탁 가위질한다]
(문호) 라디오 좀 켜 봐
- (예정) 혜령이 방송요? - (문호) 응
아휴, 정신 사나워요
누가 노래 듣재?
목소리 들어 봐야 할 거 아니야 기분 어떤가
[애절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혜령 씨? - (시은) 아직
(혜령) [가쁜 숨을 내쉬며] 죄송해요
죄송해요
(라디오 속 혜령) 10년 전 저희 엄마 환갑 되던 해의 이야기입니다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친한 여고 동창들과 '우리도 나이트클럽을 가 보자'
의견이 모아졌고
저도 그날 기억하는데요 [잔을 탁 내려놓는다]
(혜령) 정말 최선을 다해 엄마는 젊게 차리고 나가시는 것이었습니다
평소하고 너무 다른 차림 다른 분위기에 이상해서 물었더니
동창 모임이라고 하시더군요
그런가 보다 했죠
근데 다섯 분 할머니가 강남 나이트클럽을 가신 거였어요
나중 알고 봤더니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당시에 물까지 좋다고 소문난 클럽을요
[시은이 피식거린다] 어쨌든 다섯 분 여사님이 격려들 하며 들어갔는데
웨이터분들, 친절하게 안내하더랍니다
'그러면 그렇지'
'화장발, 조명발, 의상발까지 더해 완전히 30대로 보이는구나'
기분 최고 업돼서
안내하는 웨이터를 따라 오랜만에 신은 높은 힐과
어두운 조명에 넘어질세라 [시은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온 신경을 집중해 따라갔고
웨이터가 문 앞에 서더니
열고 '이쪽'이라는 제스처를 하길래
'우리가 좀 들어 보여 룸으로 들여보내는 건가?' 하고
(라디오 속 혜령) 열어 주는 문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글쎄, 룸이 아니라
밖으로 난 클럽 후문이더랍니다 [예정이 피식 웃는다]
나가시라는 거죠, 정중히 [웃음]
주책바가지들
(라디오 속 혜령) 망신, 망신, 그런 망신이 없었고
아직도 엄마와 친구분들의 아픈 기억입니다 [문호의 웃음]
(혜령) 저는 '나이에 맞게 살아야겠구나'
엄마 얘기를 들으며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 가면서
포기할 게 참 많다는 것도요
[옅은 한숨]
그렇죠, '포기' 단어
짧고 말은 쉬운데
그리고 포기할 게 취미
뭐, 간단한 기호 같은 건 쉬울 수도 있어요, 그나마
그런데 만일 사람을 포기해야 하는 거면
쉽지 않을 겁니다
(혜령) 4475번 님
'어머님들보다 웨이터들이 더 황당했을 거 같은데요?'
[웃으며] 그럴지도요
3216 님, '어머님들 귀여우시네요'
9338 님
'저 올해 꼭 마흔인데요'
'저도 클럽 가고 싶습니다, 유유'
[웃음]
재밌는 문자들 보내 주셨는데
3812번 님
'DJ님 멘트 정말 아프게 와닿네요'
'저는 우리 아들을 포기한 상황입니다'
음, 어떤 상황이라 포기하셨는지 모르지만
얼마나 힘드시겠어요, 어머님
보내 드리는 음악 들으시고 부디 마음 추스르시기 바랍니다
[발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허밍러브 '오 마이 여봉'입니다
점심 맛있게 드시고 식곤증 힘드신 청취자분들
리듬에 맞춰 가볍게 몸 푸시면 졸음 달아날 거예요
[음악 소리가 커진다]
혜령 씨 하여튼 어디션 잘해
[피식 웃는다]
(혜령) 판사현 나쁜 놈
맞바람 피우리, 나도?
나 부혜령이야
아이돌도 불러낼 수 있어, 맘만 먹으면
[발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문호의 힘주는 숨소리]
(문호)
[발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기림) 오, 좋아 [웃음]
사진 하나 찍을게
(동미) 아유, 찍지 마 [카메라 셔터음]
[동미의 웃음]
어어, 찍지 말랬잖아, 진짜 찍지 마 [카메라 셔터음]
찍지 마 [기림의 웃음]
[카메라 셔터음] [기림이 중얼거린다]
일로 와, 원장님, 일로 와, 빨리 와 [기림의 호응하는 신음]
(기림) 오케이
[동미의 기분 좋은 신음]
[동미의 웃음]
[동미의 웃음]
[함께 웃는다]
- (환자) 아, 허리야 - (간병인) 천천히, 천천히
(환자) 어, 원장님
안녕하세요
(유신) 따님 면회 다녀갔죠?
(환자) 네
- 몇 분 걸으셨어요? - (환자) 많이 걸었어요
오늘 잘 주무시겠네
식사 좀 하셨어요?
(간병인) 반의반 공기요
[휴대전화 진동음]
(유신) 아
(환자) 원장님, 너무 멋있으세요
원장님 보면 기분이 너무너무 좋아요 [간병인이 살짝 웃는다]
전 이혜숙 님 이렇게 열심히 걷고 하시는 거 보면
너무 좋아요
걸을게요, 원장님, 감사합니다
(유신) 예
[애틋한 음악]
[훌쩍인다]
"CSB 라디오"
[의미심장한 음악]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혜령) '부혜령의 사랑과 추억과 음악' 어느덧 마칠 시간이네요
우리 '부음' 식구들
오늘도 지치지 마시고 끝까지 파이팅 하시기 바랍니다
끝 곡 역시 활기찬 음악 준비했습니다
'The Artist'
PD 사피영
엔지니어 서 부장님이었습니다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한숨]
[라디오가 멈춘다]
(문호) '서 부장'?
서반 아니었어? 엔지니어?
(예정) 그러게
방송 사고 아니야?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혜령) 죄송해요
개명하죠, 뭐, '부장님'으로
갑자기…
[한숨]
어떡해요? [휴대전화 벨 소리]
[휴대전화를 탁 집는다]
네, 국장님
[한숨]
(우람) 지아야
넌 엄마 아빠가 혹시 싸우면 어떡할 거야?
그냥 모른 체할 거야 아니면 두 분 화해시킬 거야?
화해시켜야지
(우람) 나도 그랬어
너희 엄마 아빠 싸우셨어?
싸운 건 아니고
아빠가 이혼하자셨다지?
레알? 왜?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죄송해요, 저 때문에
(피영) 괜찮아, 청취율 좋고 하니까 크게 뭐라 안 하셨어
서 부장이 좀 서운했겠지, 속으로
내색은 안 했어도 [함께 살짝 웃는다]
(혜령) 아휴, 클로징 하려는데 갑자기 이름이 생각 안 나는 거예요
그렇다고 문 열고 나가서
'저, 성함이?' 할 수도 없고
[피영이 피식 웃는다] 톡으로 물어볼 수도 없고
신랑이랑 뭐 가지고?
아이 문제요
갑자기 아이 하나 갖재서요
(피영) 자기네는 유전자도 특히 우월하겠다
엄마 미모에 아빠 두뇌
(시은) 시댁 재력까지, 나 같으면 셋은 낳아
안 힘들어요?
자기가 아직 안 낳아 봐서 그런데
애 낳으면 얼마나 이쁘고 키우는 재미 있는지 몰라
애도 이쁘지만 더 행복해지고, 애까지 있으면
(시은) 또 다른 세상이 열려
아기 낳아서 품에 안는 순간
- 미러클 - (혜령) 그 정도예요?
(시은) 말로 표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피영) 씁, 우주를 품에 안는 느낌?
처음 남자한테 안길 때 그런 느낌이던데
- (시은) 몇 살 때? - (피영) 와 [피영의 웃음]
(피영) 참, 서 부장님 어제 자기네 골프장에서 봤어
부장님은 나 못 보고
- (혜령) 그래요? - (시은) 서 부장이 골프를?
[흥미로운 음악]
(시은) 어째 안 어울리는 느낌?
(피영) 나도 깜놀, 완전 딴사람인 거야
씁, 프로 골퍼 이미지?
골프 웨어도 명품으로 쫙
- (혜령) 그래요? - (시은) 여자랑 같이 쳐?
남자 두 명하고
차림이나 분위기 봐서는
자기네 시댁 골프장 회원권 있을 것 같았어
아무리요, 저희 회원권 비싸요
(피영) 알아
(시은) 묻어갔겠지
느낌이 그랬다고, 알아보면 되잖아
(시은) 스폰 있는 거 아니야?
재벌 사모님이나 누구
(피영) 설마, 끼도 없고 말도 잘 없는데 [혜령이 피식 웃는다]
(시은) 뒤로 호박씨
낮과 밤이 다른 생활
그렇지 않으면 왜 결혼을 안 해?
인물이 없는 것도 아니고 버젓한 직업에
미스터리 아저씨
(시은) 미스터리 총각 [혜령이 피식 웃는다]
[함께 웃는다] [휴대전화 메시지 알림음]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유신) 갑자기 약속이 잡혀서 저녁 먹고 들어갈게
[휴대전화 조작음]
(피영) 지아랑 적당히 한 끼 때워야겠다
우리 남편 늦는다네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난다]
[차분한 음악]
[칙칙 소리가 난다]
[시은이 중얼거린다]
[한숨]
[오븐 알림음]
[시은의 한숨]
(시은) 밥 많아요?
(해륜) 됐어
(향기) 아빠가 좋아하는 갈치, 무생채
아니, 어떻게 구우면 이렇게 노릇노릇해?
난 안 되던데
(시은) 시간과 정성
- (우람) 잘 먹겠습니다 - (시은) 네
(해륜) 우람이 아침마다 체중 꼭 재고
네, 1kg 늘었는데
옷 보니까 찐 게 아니라 키가 큰 거예요
(향기) 바지 그대로구먼
누가 5cm 이상 컸대?
(시은) '겨울 사랑' 재밌다던데, 안 갈래요?
시간 돼? 오프닝 써야 하잖아
보고 와 쓰면 돼
잠 안 자고?
(해륜) 주말에 가
(향기) 그거 좀 눈물 난대, 완성도는 있는데
난 눈물 나는 거 별로야
웃긴 영화가 좋지
너도 때 되면 좋아져
(우람) 우리 엄마는 못하시는 게 없어 특히 요리 실력, 인정
[시은의 웃음]
- 애늙은이 - (우람) 이보시오, 처자
점잖은 거지 애늙은이가 아니라오
[잔잔한 음악] [함께 웃는다]
(향기) 너 처자라는 말은 어디서 배웠냐?
만화책에서 봤소이다
[함께 웃는다]
(향기) 참, 엄마
오늘 혜령 언니 방송 사고 낸 거지?
(시은) [웃으며] 응
아, 별건 아니고요
갑자기 엔지니어 이름이 생각 안 나더래
(향기) 'PD 사피영, 엔지니어'
'서 부장님이었습니다'
[함께 웃는다]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 (예정) 우리 간이침대 있지, 어디? - (준재) 광에요
(예정) 꺼내 놔, 일단 우리 아들 가지러 온다니까, 좀 있으면
- (준재) 네 - (예정) 먼지 털어서
(준재) 잘 싸 뒀어요 [TV 전원음]
여보
(문호) 여보!
(예정) 네
(문호) 간이침대 가지러 와?
(예정) 네
각방 쓰겠다는 거 아니야?
그런 모양인데 일단 오게 해야 하니까
혜령이는 됐고 사현이만 정리시키면 돼요
말 안 듣기만 해 봐
[무거운 음악]
[문호의 못마땅한 한숨] [사현이 잡채를 후루룩 먹는다]
(예정) 응
(문호) 밥맛이 좋냐, 이 상황에?
혜령이 어떻게 하고 있어?
(예정) 먹는 건 개도 안 건드린대요
고파서요
[휴대전화 벨 소리]
(문호) 어, 최 부장
그래?
곧 간다고 말씀드려
어
최 부장은 왜요?
오 회장이라고
(문호) 있어
외국에서 사업 크게 하는 양반
오셨대
너
빨리 확실하게 정리해
안 그러면 아무것도 안 물려줘
[혀를 쯧 찬다]
어, 내 이태리 재킷 있지? 빨리
(예정) 혜령이가 방 못 들어오게 해?
(사현) 엄마
용서 빌고 얼른 정리해
그게 네가 사는 길이야
네 아버지 성격 몰라? 한다면 하는 양반인 거
(예정) 그 고집 아무도 못 꺾어
- 있지 - (예정) 다시 반복하지만
잘못했으면 솔직히 인정하는 게 남자야
너 죽을죄 지었어
아들 아니고 사위였으면 그냥!
[예정이 사과를 쓱쓱 깎는다] [한숨]
임신했어요, 아기
[흥미로운 음악]
(예정) 혜령이?
(사현) 아니
혜령이 아니면?
5주 접어들었어요
- 사실이야? - (사현) 네
어째, 이를
(예정) 혜령이 알아?
어떻게든 해결해야 돼, 엄마
내가 임신시켰어? 내가 왜 해결을 해?
내가 하는데 도와…
거들어 주셔야지
엄마, 나 태몽까지 확실하게 꿨어
딸 꿈, 아들 꿈?
(예정) 가만있어 봐
그럼 네 아버지가 꾼 꿈이…
아버지도 꾸셨어?
보통 일이 아니네, 보통 일이
보통 일이 아니지
혜령이 알면
(예정) 아휴
네 아버진 뭐랄 거야!
혜령이가 애 안 가진 건데, 뭐, 싫다고
그렇다고 외방 자식 만들어?
너도 애 안 갖는다고 했잖아, 같이
혜령이가 그러자니까
그래 놓고 이제 와서, 응?
뭐 하는 짓이야, 이럴 거면 아예 애초에 결혼을 하지 말든가
눈 뒤집혀서 해 놓고!
(사현) 그러게
잘잘못 따질 때가 아니고요
머리를 모읍시다, 지혜, 어?
우선
언제 밝힐까, 혜령이한테?
혜령이 거품 물고 쓰러져
안 쓰러져, 쓰러질 성격 아니야
쓰러지면 내 손바닥을 지져
몰라! 네가 뿌린 씨
해결한다고
(예정) 아유!
(사현) 먹는 걸로?
오죽하면!
[한숨]
[흥미로운 음악]
(사현) 이럴 때일수록 냉정, 응?
호랑이한테 물려 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며
우리 다 같이 살아야 돼
나도 살고 엄마도 살고 아빠도 살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면서 새 손주 재롱
크는 거 보셔야지
터진 입으로
엄마는 아버지한테 이 사실 알려 주는 것까지만 해
(사현) 나머지는 내가 다 알아서 할게
[한숨]
그리고 혜령이 편만 들지 말고
내 편 들라는 것도 아니야
중간에서 중립만 지키고 계셔 엄마 아빠는, 응?
- (사현) 어렵지 않지? - 참도 안 어렵다
그러니까
기어코 이혼하겠다고?
- (사현) 응 - 뭐 하는 여자인데?
너 잡으려고 계획 임신 했구먼?
아니야, 그런 거
하늘이 주신 선물이야
[답답한 한숨]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고 이를 어째, 정말
애 때문에 이혼하겠다는 거야?
혜령이하고는
솔직히 내 맘 떠났어
내 속으로 낳았지만
어떻게 이런 걸 낳고 미역국을 먹었을까
엄마, 사랑을 알아?
아빠 사랑해서 결혼한 거 아니잖아 중매…
(예정) [버럭 하며] 혜령이는 안 사랑했어?
그러게
마음이 변하더라고 안 그럴 거 같았는데
[예정과 사현의 한숨]
결혼할 때는 진심이었거든
하느님도 아실 거야
또 변하겠지, 몇 년 살다가
이번에는 아니야
[숨을 후 내뱉는다]
- 준재야 - (준재) 네
- 나 물 좀 - (준재) 네
(사현) 엄마
나 어제 자다가 물벼락 맞을 뻔했어
[무거운 음악]
[한숨]
안 넘어졌으면 나 심장 마비 걸렸을지도 몰라
자다가 물벼락 맞으면 안 그래, 엄마?
- 정말? - (사현) 아, 그럼 지어서 말해?
물어보시면 되잖아
하늘이 도우신 거야
그러니 임신 사실 알아 봐
여차하면 삼십육계 할게
우선 살고 봐야 하니까
[예정의 한숨]
[의미심장한 음악]
엄마
솔직히 마음속으로는 기쁘지 않아?
(사현) 솔직한 생각, 응?
몇 살이야? 어린애지?
혜령이하고 완전히 해결되면
그때 다 밝힌다니까
지금은 아무것도…
자신 없구먼
접대 여성 아니야?
내가 미친 거 아니고…
엄마 아들이 그렇게 생각 없어?
참도 생각 있어!
생각 있고 개념 있어서 바람피워?
아유, 엄마 듣기 좋은 꽃 타령도 한두 번이야
- '바람', '바람', '바람' - (예정) 알았어!
(예정) 외도!
[한숨]
아들 입장에서 좀 생각해 보실 수 없어?
없어
엄마, 우람이 참 진중해
(피영) 우리 딸 진중하다는 표현도 알아?
(지아) 할머니가 가르쳐 주셨어 아빠 진중하다고
아빠는 진중하면서도 다감하셔 그렇지?
걔네 아빠가 이혼하려고 하셨는데
(지아) 우람이랑 향기 언니랑 둘이서
아빠한테 잘 얘기해 가지고
아빠 맘 돌리셨대
그래?
(시은) 그냥 해 본 생각이었나 봐
자기 요즘 스스로 느끼기에도
감정이 왔다 갔다 한다고
내가 갱년기라고 그랬어
맞아, 남자 갱년기
(피영) 언니, 이렇게 꾸미니까 얼마나 이뻐
(시은) 뭐 이뻐
너무 보기 좋다니까
[한숨]
좀 신경 쓰려고, 이제
이번 기회에 나 자신도 돌아봐지더라고
우리 시어머니가
여자는 백 살을 먹어도 여자라고
여자인 걸 포기하면 안 된다 그러시더라
아는데 쉽지가 않지
(피영) 언니, 이 세상 쉬운 거 없어
근데 노력하면 노력한 만큼의 대가가 있잖아
부부 사이야말로 정말 노력이 필요해
[문이 드르륵 닫힌다]
(유신) 아직 안 주무실 줄 알았지 우리 마나님
보고 싶었어
자주 늦으세요, 립 서비스 듣기 좋아
립 서비스라고 생각해?
농담, 씻어요
[흥미로운 음악]
(예정) 어떤 게 태어날까?
(예정) 이런 상황인 거 알았으면
혜령이 설득 안 할 걸 그랬나?
[비닐을 부스럭 벗긴다]
[스쿱을 달그락 집는다]
(유신) 워!
[피영의 놀란 신음] [함께 웃는다]
(피영) 음, 비누 냄새
(유신) 내가 할게
- (유신) 응 - (피영) 한 스쿱씩만
- (피영) 음, 맛있다 - (유신) 음
(피영) 이러면 안 되는데
(유신) 뭐 안 돼? 이 정도 먹는 건 찌지도 않아
(피영) 의사 선생님이?
의사로서 하는 얘기야, 아니까
(피영) 치, 딸내미는 재워 놓고
[유신의 웃음]
(유신) 내일 주면 되지
매장에서 사 먹는 거보다 자기가 사다 주면 이상하게 더 맛있어
(유신) 그렇지?
그래도 자주 사 오지는 말고
[숨을 씁 들이켠다]
자기는 참 다른 여자들이랑 달라
다른 여자들은 남편 늦으면
'어디 갔었냐', '누구 만났냐' 꼬치꼬치 캐묻거든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맨 보면 직원들, 친구들
(유신) 안 궁금해?
궁금하기도 한데
대답하기 피곤할 거 아니야
(유신) 뭐, 매일 그러면 피곤할 수도 있지만
자기가 묻고 궁금해하는 건
전혀 안 귀찮고 안 피곤해, 뭐든
당신 믿고 신뢰하니까 꼬치꼬치 캐묻고 싶지 않아
그리고
그리고 뭐?
속으로 의부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정신과 닥터시니
자기같이 현명과 지혜와
부덕을 갖춘 와이프는 없을 거야
대한민국에서 오직 사피영 하나
아부?
칭찬?
진심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잔잔한 음악]
난 사피영 없으면 안 되는 거 알지?
[유신의 나른한 신음]
(예정) 사현이 만나는 여자
애 가졌대요
[흥미로운 음악]
그래서 어쩔 수 없다고
애는 낳아야…
아유, 애 없애라 해요, 그럼?
이놈의 자식, 다리몽둥이…
(예정) 아이, 아이, 참
애 아비 없는 자식 만들 수도 없고
애만 뺏어 오는 것도 말 안 되고
조강지처 버리면…
[문호의 힘주는 신음] (예정) 아휴, 참
[예정의 힘주는 신음]
아휴, 조강지처라도 피는 안 섞였잖아
자식은 천륜이고!
[문호가 코를 드르렁 곤다]
(예정) 있죠
판문호
[코를 연신 드르렁 곤다]
[익살스러운 음악]
이보쇼, 고집통이
[숨을 후 내뱉는다]
[예정의 한숨]
당신도 늙었다, 어느새
허세만 살았지
- (사현) 왜? - (혜령) 열어
(사현) 내일 얘기해
[혜령의 한숨]
(혜령) 열어!
[긴장되는 음악]
[혜령이 달그락거린다]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난다]
[혜령의 거친 숨소리]
(혜령) 너 때문에 오늘 방송 사고 나고 개작살났어!
(사현) 아이, 저, 무슨 나 때문이야?
(혜령) 집중이 돼, 방송에?
뭘 잘했다고 문까지 잠그고 [사현의 아파하는 신음]
(사현) 아이, 누가 잘했대?
[혜령의 가쁜 숨소리]
[새가 지저귄다] [강아지가 낑낑거린다]
(준재) 동미야, 아침 먹자
사람이나 짐승이나 새끼 한 번 낳았다고 젖 늘어지고
아휴
아휴
[문호의 피곤한 신음]
[문호의 힘겨운 신음]
(문호) 나 어제 몇 시에 들어왔어?
(예정) 1시 다 돼서요
[한숨]
사현이 뭐라고 그러고 갔어?
얘기가 길어요
우선 식사해요
길게 뭐 있어?
(문호) 못 헤어진대?
(준재) 아침 차렸는데요
(예정) 응!
[문호의 힘겨운 신음]
일주일 안에 정리 안 하면은
나 올라간다 그래
[힘주는 신음]
[차 문이 탁 닫힌다]
주간 회의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이크 조작음] 네, 시작하세요
(부원장) 특이 사항부터 보고하겠습니다
5병동 남자 환자들은 특별한 건 없었고요
7병동에
지난주에 55세 남자 환자분 목요일 날 입원하기로 했었는데
입원 당시에도 두부 외상 히스토리 있었는데
보호자 면담하다 보니까
2주 전부터 평소에 술 사러 가는 것도 못 한다고 해서
뇌출혈 의심 찍었고
결과 뇌출혈 나와서 조선종합병원으로 옮겼습니다
수술 끝나면 다시 저희 병원 입원하기로 했고요
이상입니다
[마이크 조작음] 조선종합병원 주치의 누구?
[부원장이 숨을 들이켠다]
알아보겠습니다
[마이크 조작음] (유신) 뇌출혈 사인이 어땠어요?
[한숨]
(문호) 확실해?
(예정) 네
[한숨]
얼마나 됐디야?
5주 접어들었대요
[한숨]
일은 벌어졌고
최선이 없으면 차선책을 찾는 수밖에요
(예정) 뭐 하는 여자인지 몇 살인지 말 안 해요
확실히 매듭지어지면 데려와 인사시킨다고
누구 맘대로?
(문호) 아, 누가 보고 싶대? 궁금하대?
원인을 따져 보면
혜령이한테도 책임 있죠, 안 그래요?
애 안 갖고 자기네끼리 홀가분히 살겠다더니
결혼 생활보다 제 일이 더 중요해서
그렇더라도
'밖에서 딴 여자 임신시켰으니 너는 그만 퇴출이다'
(문호) 그려?
사현이더러 알아서 하라고 했어요 [문호의 한숨]
어린애들도 고집이 있는데 우리가 뭘 어떻게 해요
인생 대신 살아 줄 수도 없고
경우가 아니여, 경우가
인간이 돼 가지고
(예정) 옛날 임금들은 몇씩도 거느렸어요
당신도 남자인데 이해될 거 아니에요
사람이라고 다 똑같아?
남자라고 다 개여?
(문호) 수캐?
[익살스러운 음악]
혜령이 또 오더라도
난 아무 쪽 편 안 든다고 했어요
(예정) 배 속의 애도 엄연히 생명인데
없애랄 수도 없고
그렇다고 혜령이더러 도장 찍으랄 수도 없고요
[문호의 한숨]
안 그래요?
완전히 우리 발등 찍혔어
혜령이까지
[무거운 효과음]
(변호사) 참, 그, 다음 주말 비워 둬
[조르르 소리가 들린다]
우리 딸 돌
(사현) 아, 그래요?
- 벌써요? - (변호사) 낳아 놓으면 잠깐이야
가까운 사람 몇 명만 초대
- 아빠 알아봐요? - (변호사) 그럼!
[변기 물이 솨 내려간다] 판 변도 딩크족이니 뭐니 말고 빨리 하나 낳아
(변호사) 세상이 달라져
그러게요 [조르르 소리가 들린다]
[차분한 음악]
[웅의 힘주는 신음]
신경 써서 지었어, 특별히
[해륜이 피식 웃는다]
(해륜) 고마워 [웅의 웃음]
더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
밥이나 한 끼 사
당연히 사지
언제 시간 돼?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기림) 이 정도면 집밥이랑 다를 게 없다
월요일은 특별히 신경 쓰는 것 같아요 영양사가
- 나 때문에? - (유신) 네
[살짝 웃는다]
(기림) 음, 간만 약간 싱거워
병원이니 어쩔 수 없고
김 여사 전에 병원 밥 궁금하다고 했는데
한 번도 안 먹었던가?
그렇죠, 한 10년도 넘었대요
그럼 내일이라도 나와 먹으면 되지, 뭐
(기림) 가끔 외롭다는 생각 안 드냐? 혼자라
왜 혼자예요
두 분이랑 지아 어미에
무슨 말인지 알잖아
글쎄요
동생 하나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내가 하나 갖자고 했었는데
김 여사가…
나까지 입에 뱄어
[살짝 웃는다]
나중에
재산 문제로 골치 아파질 수도 있고
그냥 너한테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안 갖겠다는 거야
(기림) 그러기가 쉽지 않잖냐, 저도 여자인데
제 속으로 낳은 자식 왜 안 갖고 싶었겠어
형편이 안 되는 것도 아니고
- 우리한테는 정말 - (유신) 잘하죠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우린 늙어 갈 일만 남았고
(기림) 혹시 나 가고 혼자 남겨지더라도
네가 변치 말고 신경 쓰고 챙겨
누구 마음대로 먼저 가세요?
더 오래 행복 누리셔야죠
[살짝 웃는다]
지아 시집갈 때까지만 살아도 좋은데
얼마든지 사실 수 있으세요
[버튼 조작음]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라디오 속 혜령) 어떤 영화에서 아내가 남편한테 묻습니다
내일은 얼마나 걸리는지 아냐고요
남편이 얼른 대답 못 하자
아내는 '영원과 하루'라고 답했습니다
'영원과 하루'
(혜령) 이 방송 듣고 계시는 여러분은
오늘 어떤 하루를 살고 보내고 계신가요?
'부혜령의 사랑과 추억과 음악' 시작합니다
[발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반) 어느 영화예요?
(시은) 맞혀 보세요
맞히면 밥 살게요
'영원과 하루'?
- (시은) 네 - (피영) 언니 밥 사야겠네?
[살짝 웃는다]
살게요
사요, 계산은 내가 할게요
우리 끼어도 돼요?
(반) 그럼요
[마이크 조작음]
혜령 씨, 오늘 저녁 시간 돼? 부장님이 밥 사신대
(혜령) 어쩌죠? 이번 주는 풀인데, 스케줄
- 다음 주에 해요, 그럼 - (피영) 잊어버리시면 안 돼요
[피식 웃는다]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혜령) 부담돼요, 너무 과용하시는 거 같아서
(피영) 제가 보탤게요, 회식이나 마찬가지니까
(시은) 보태면 내가 보태야지
내가 밥 산다고 시작한 거 아니야
(반) 밥 한번 먹기를 뭐 따져 가면서 먹어요?
누가 내면 어떻고 누가 계산하면 어때요?
한식 좋아하시는 거 아니에요? 국, 탕, 뭐, 그런 거
뜨거운 거 별로 안 좋아해요
- 그래요? - (반) 네
국 같은 것도 좀 식어야 먹어요
어머님이 좋아하셨어요, 싫어하셨어요?
(반) 그냥 그러려니요 [혜령이 살짝 웃는다]
(혜령) 왜 결혼 안 하세요?
안 했다고 말한 적 없는데
어머, 하셨어요?
(시은) 다들 독신으로 알고 있잖아요
[반이 잔을 탁 내려놓는다]
- 우리 나이 같죠? - (시은) 그런가요?
지천명 나이 아니에요?
(시은) [당황하며] 네
숙녀 나이를 막 까세요
신사가 아니라서요
아, 그런 뜻 아니고요
- (혜령) 한 번 다녀오셨어요? - (반) 아니요
(반) 다들 궁금해하죠, 독신이라면
나도 궁금해요
왜들 결혼하는지
[혜령이 살짝 웃는다]
조물주가 그렇게 만들었잖아요
여자, 남자 짝 맞춰서 살게
[흥미로운 음악] 행복해요?
조물주 뜻대로 살아서?
(피영) 네, 행복해요
혼자라 행복하세요?
(반) 행복에 이르는 길은 없다잖아요
행복 자체가 길이지
비유로 돌리지 말고요
그래서, 에니웨이, 행복하시냐고요
난 행복을 몰라요
행복을 정확히 모르니까 불행이 뭔지도 모르겠고
불행하지 않으신 거네요
언어유희에 불과하다고요?
사람이 만들어 낸 말이고 단어잖아요
거기에 휘둘리고 싶지 않다고요
- (피영) 아, 존심 상해요? - (반) 네
(피영) 자존심이 굉장히 세세요
그 단어도 사람들이 규정지어서 만들어 낸 거고
엔지니어보다 젊었을 때 혹시 작가 지망생 아니셨어요?
[도어 록 작동음] [무거운 음악]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버튼을 탁 누른다]
[엘리베이터 안내 음성] 내려갑니다
[버튼을 탁 누른다]
[엘리베이터 안내 음성] 문이 닫힙니다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기림이 살짝 웃는다]
[기림이 중얼거린다]
냉면 먹고 싶네요, 보니까
(기림) 가, 아직 할 거야
(동미) 아유, 저녁 먹었는데요, 뭐
(기림) 먹었어도
냉면 한 그릇 더 먹는 거야 지아 말대로 껌이지
가면 9시 넘어요, 옷 갈아입고 뭐 하고
(기림) 그러고 보니까 우리 냉면 먹은 지 오래됐다
[변기 물이 솨 내려간다]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문을 탁 닫는다]
[향기가 스위치를 탁 누른다]
[우람이 흥얼거린다]
[우람이 흥얼거린다]
(우람) 아, 뭐야?
[웃으며] 잘한다
(향기) 계속해, 관객이 있어야지
됐어
엄마 아빠 앞에서 좀 해 봐
누나는 춤추는데 훔쳐보면 좋겠어?
좋아
[향기가 흥얼거린다]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여닫힌다]
- (향기) 다녀오셨어요? - (해륜) 어 [도어 록 작동음]
- (우람) 아빠 - (해륜) 응
(향기) 엄마는 오늘 회식 있으시대요
(해륜) 어, 우람이 왜 여태 안 자고?
(향기) 댄스 삼매경에 빠졌어요
(우람) 아, 무슨!
우람이 춤 잘 춰, 아빠
- 한번 춰 봐 - (우람) 다음에요
그래, 연습 완벽하게 해서 제대로
공짜로는 안 돼
네가 프로 춤꾼도 아니고
벌써부터 돈 밝히면 못쓴다
[무거운 음악]
[휴대전화 진동음]
(사현) 재판 들어가는 중이에요
(예정) 응, 알았어
[휴대전화 조작음]
재판 들어간다고 나중에 통화하재요
우리끼리 점심 먹어요
[기림의 한숨]
[동미의 놀란 숨소리] (기림) 이 집은 하여튼
(운전기사) 제가 줄 서 있을 테니까 차에 계십시오
아니, 아니야
기다리는 것도 재미지, 뭐 [운전기사의 웃음]
[기림의 웃음]
우리 지아도 냉면 좋아하지?
그렇죠, 어려서부터 먹어 버릇해서
맛을 알아, 냉면 맛을
아, 요즘 애들은 뭐가 그렇게 바쁜지 어른 만나기보다 더 어려워
아휴, 배울 게 많아요, 보니까
(기림) 애들은 많이 뛰어놀아야 하는데 말이야 [동미가 살짝 웃는다]
[차 문이 달칵 여닫힌다]
(동미) 어머
[차 문이 탁 닫힌다] 오빠!
(문호) 어?
[동미의 웃음]
- (동미) 냉면 드시러 오셨어요? - (문호) 어
[사람들의 웃음]
- (문호) 안녕하세요 - (기림) 예, 안녕하세요
(예정) 줄이 기네요
저희랑 같이 들어가면 돼요
- (종업원1) 네, 들어오세요 - (동미) 저희 일행요
(동미) 골프장 아니었어도 오늘 우리 만났겠어요
그렇죠, 오빠?
(문호) 그러게
(예정) 다정하게도 불러
서울 오면은 세 번에 한 번은 꼭 여기 들르거든요
(기림) 네
두 분 좋아 보이시지만
혹시 어디 불편하시면 저희 병원에 오세요
특별히 신경 써 드릴 겁니다
[예정이 살짝 웃는다]
(동미) 그래요, 오빠
[어색해하며] 언니
[동미의 웃음]
(기림) 신경외과, 정형외과 이비인후과 빼고는 다 진료돼요
(문호) 당신 그, 저, 갱년기로 힘들다며
아휴, 그냥 피곤한 정도요
걸핏하면 땀 뻘뻘 흘리잖아
(예정) 아, 당신은 안 흘려요? 더운 거 먹으면 누구나 땀 나지
아니, 그,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나면서, 한 번씩
(예정) 화병이에요, 화병!
[동미의 웃음]
(동미) 오빠가 속 썩였어요?
(문호) 아니
아, 나 만나서 호강만 했지, 안 그래?
(예정) 은근히 까다로워요, 이 양반
(문호) 동미 너도 힘들어? 갱년기로?
(기림) '너'가 뭐야, '너'가?
매너가 없구먼, 졸부 아니랄까 봐
(동미) 난 별로 못 느껴요
약 먹죠? 호르몬제
- 아니요 - (기림) 이 사람
(기림) 약 먹는 거 하나도 없어요
건강 관리는 의사인 나보다 나아요
이 사람 만나고 몸도 낫고
전에는 좀 말랐었는데
마른 건 아니고 보기 좋게 날씬하셨죠
지금은 별로야?
아이, 나이 들면 원장님 정도는 돼야죠, 남자가
딱 보기 좋으세요
이 사람이 워낙 잘 챙겨 줘요
(기림) 음식 솜씨가 좋아서 안 먹으려야 안 먹을 수가 없어요
자기는 안 먹고 [기림의 웃음]
저 먹는 거보다
원장님 맛있게 드시는 거 보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예정) 늙어 가지고 닭살들
[휴대전화 진동음]
(피영) 어?
[휴대전화 조작음]
선생님, 안녕하세요
(종업원2) 저희 사장님께서 특별히 주셨어요
(기림) 음, 네
(동미) 감사하다고 전해 주세요
(종업원2) 네 [예정이 살짝 웃는다]
[문이 드르륵 닫힌다] (동미) 우리 병원 환자신가 봐요
[웃으며] 원장님 알아보고
(기림) 그러게
아이, 이거 수육도 시킬 걸 그랬나?
- (기림) 양 적죠? - (문호) 아니요
(문호) 과식 안 하려고요 [사람들의 웃음]
(기림) 저희 노래방에 갈 건데
오후 일정 없으시면 저희랑 같이
노래방요?
아, 예, 저희는 한 번씩 가요
노래 부르는 게 복식 호흡이거든요
아, 가죠, 뭐
우리 애 퇴근 때까지 뭐 하나 했는데
[애절한 반주가 흘러나온다] (동미) ♪ 녹수청산은 ♪
♪ 변함이 없건만 ♪
♪ 우리 인생은 ♪
♪ 나날이 변했다 ♪
♪ 이래도 한세상 ♪
♪ 저래도 한평생 ♪
♪ 돈도 명예도 사랑도 ♪
♪ 다 싫다 ♪
[기림의 탄성]
[기림과 예정의 박수] [기림의 웃음]
(기림) 역시 잘하네 [문호의 감탄]
[예정의 기가 찬 웃음]
여자들
의외로 무서워
만만히 볼 인물들 아니야
- 한몫 챙기려고 - (사현) 아빠
(사현) [헛웃음 치며] 저 변호사예요
별별 사건 다 맡았었고요
병원도 같이 갔어요
초음파 사진요
여기, 점
(문호) 맞아?
(예정) 맞아요
[문호의 깊은 한숨]
한숨 쉬실 거 없어요
마냥 기쁘고 좋아할 일이냐?
혜령이가 마음 잘못 먹으면
네 앞길 망칠 수 있어
그 사람 그런 수준 아니에요
기본 성품이 있는데
네 성품은?
(사현) 내 팔자고 운명이야, 엄마
혜령이랑 결혼한 것도…
[사현의 한숨]
대학 다닐 때 친구 녀석 한 명이 주역 공부를 해 가지고
곧잘 잘 봤거든
나더러 장가 두 번 갈 거라고 했는데
그때는 무시했지
근데 결국, 어?
이렇게 [사현의 헛기침]
아빠, 도와주세요
태어날 손주를 위해서
[익살스러운 음악]
- 심성은 어때? - (사현) 천사표요
혜령이는 뭐, 악마표였어?
천사표라서 임자 있는 남자를 만나 애까지 가져?
나중에 자초지종 들으면 이해하세요, 아빠도
무슨 얼어 죽을 이해
아빠도 남자시잖아
(문호) 모자가 하는 소리 똑같아 [예정의 헛기침]
남자는 다 양심 없어?
그리고
반말하지 마
걸핏하면 반말 비스무리
사내 녀석이
차남 겸 막내니까요
[어이없는 웃음]
혜령이는 두 분 짐작하시겠지만
자기 본위라 평생 받들어 모시고 살아야 돼
몰랐어?
아나운서랑 결혼하면서 그 정도 각오 예상 안 했어?
하루 이틀, 한두 달도 아니고
나도 사람이라 지쳐 가요
얼마나 살아서?
[헛기침]
어쨌든 이번 주 안으로 설득하고 해결하려고요
혜령이 또 달려가더라도
두 분 잠자코 계세요, 예?
아, 부탁
일어나, 혜령이 오기 전에
무슨 얼굴로 봐?
맞아
[휴대전화 벨 소리]
여보세요
(유신) 나 자기한테 용서 구할 거 있어
뭐?
(유신) 먼저 화 안 낸다는 약속 해 주면 안 될까?
뭔데요?
(유신) 어디야?
지아 픽업 왔어, 미술 학원
(유신) 그럼 이따 이실직고할게
(피영) 알았어요
[도어 록 작동음]
(서향) [놀라며] 어쩐 일인가?
(유신) 모시고 저녁 먹고 싶어서요
꽃 좋아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서향) 아휴, 꽃 싫어하는 사람 있어?
[함께 웃는다]
(유신) 나가 드실래요?
김치라도 있으면 밥 볶아 주시든가요
(서향) 앉아
김치도 있고 생선이랑
[함께 웃는다]
지난주 잠깐 들렀다 찍어 왔어
피영이가 얘기 안 해?
보기 좋은데요? 잘 어울리고
친구들한테 돈 받은 게 말이 돼?
- 왜 말이 안 돼? - (피영) 네가 가수도 아니고
넌 그냥 학생이잖아
그것도 세상 때 안 묻은 초등학생
(지아) 때 묻고 안 묻고 순수를 떠나서
내가 흥얼거리는 거 듣고 성준이라는 애가 해 보래서
농담으로 공짜로는 안 된다 그랬어
그랬더니 돈 주겠다고
주겠다는데 뭐, 안 받아?
총 여섯 명한테 받았다며?
받았다가 오늘 다 돌려줬어
[속상한 신음]
엄마들이 왜 애들 문제에 나서나 몰라
나 같아도 나서, 네가 삥 뜯기고 오면
삥 뜯은 거 아니거든?
자기들이 원해서 불러 줬고 대가 받은 거거든?
그게 삥이야?
어떻게 들으면 네 말 맞는 것처럼 들려
틀린 말 아니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나 잘못한 거 없어
(지아) 한 달 걸렸단 말이야
긴 영어 가사 외우기 쉬운 줄 알아?
왜 연습했는데?
부르고 싶어서
노래가 가슴에 와닿아서
그랬어?
속상하겠지만, 지아야
그래, 네가 시간 들여 에너지, 열정 쏟아 연습한 노래
애들이 준다니까
'돈 받고 불러도 괜찮겠지' 생각했을 수 있어
가수들도 다 돈 받고 불러
그건 직업이 가수고, 넌 그냥 학생이야
돈벌이하는 가수가 아니라
직업이든 아니든
내가 수고한 거에 대한 대가야, 정당한
(지아) 내가 구두 닦는 직업도 아닌데
그럼 아빠 구두 닦으면 왜 나 용돈 줘?
선생님들도 월급 받고 우리 가르치면서
나더러 잘못했다고
내가 애들 괴롭히길 했어? 학대를 했어?
돈 달라고 강요를 했어?
강제로 돈 뺏었어?
줘 놓고 집에 가서 고자질하는 것들이나
담임 선생한테 이르는 엄마들이나
똑같아
지아야, 우리 딸
(피영) 그래, 지금 네 말 다 옳아, 논리적으로
뭐든 공짜가 없는 세상에
네가 돈 주면 하겠다니까 돈 준 친구들도 잘못 아니고
너도 잘못이라고 할 수 없어 엄밀히 따지면
근데 네 재능
친구들이 보고 싶어 하는 네 장기
그냥 돈 안 받고 친구들한테 보여 줄 수 있잖아
그럼 더 이쁘고 의미 있는 거잖아
우리 집이 굶는 것도 아니고
엄마 아빠가 너 그렇게 가르친 것도 아니고
돈 몇 푼보다는
우리 지아가 사랑을, 정을
그냥 순수하게 나눌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거야, 엄마는
그럼 부모로서 더 뿌듯할 거 같아
[한숨]
대가를 받고 가진 걸 나누는 것도 당연하고 잘못 아니지만
그냥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친구들이 네 노래 듣고 싶다고 했을 때 기분 좋게 불러 주면
친구들도 널 더 좋아할 거고
우리 지아 훨씬 멋있을 거 같은데 엄마 생각은
대가 없이 뭐든 나누고 줄 수 있는 사람
그거 아무나 못 하는 거야
마음이 넓고 큰 사람만 할 수 있어
[한숨]
무슨 얘기인지 알겠어
내가 인간미가 좀 부족했네
인정
[웃음]
혹시 너 우람이한테도 돈 받았어?
[전기 포트 조작음]
(유신) 지아가 선물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서향) 그래?
(유신) 이 넥타이 다들 멋있다고요
[웃음]
[유신이 잔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유신) 가끔 외롭다는 생각 드실 때 없으세요?
[서향의 당황한 웃음]
(서향) 별로
남자 친구 안 사귀실래요?
아휴, 무슨 다 늙게
한창이세요
좋은 분 있거든요
장모님하고 딱 어울릴 만한 분
됐어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피부 관리사) 잠시 계세요
[문이 달칵 여닫힌다] 내일
내가 웃게 해 줄게, 실컷
[피식 웃는다]
- (동미) 어떻게요? - 웃게 해 주면 나 뭐 해 줄 거야?
글쎄요
뭐 해 드릴까?
호칭 바꿔, 이제부터라도
(동미) 호칭을 어떻게요?
나도 오빠 소리 좀 듣자
[헛웃음]
- 해 봐 - (동미) 아이
누구한테만 오빠라고 하고 말이야
한동네 살던 오빠잖아요 꼬마였을 때부터
어쨌든
이제는 그만 듣고 싶어, 원장님 소리
[헛기침]
(기림) 어? [동미의 생각하는 신음]
내일 웃겨 주시면 해 볼게요
간지럼 태우기 없기
간지럼을 왜 태워
미리 연습 한번 해 봐
아이, 관리사들 들어와요
(기림) 아, 지금 없잖아
(동미) 아이
(기림) 싫어?
[피식 웃는다]
(동미) [작은 소리로] 오빠
[웃음]
[함께 웃는다]
웃지 마요, 주름져
[분위기 있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해륜) 제수씨랑 연애?
(웅) 응
미인이시던데
엄청 공들였겠어
집사람도 나 많이 좋아했어
서로
[피식 웃는다]
[웅이 시원한 숨을 내뱉는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그 제목 알지?
그럼, 영화도 두 번 봤고
중년 남자들 정력 보강 약 지어 주면서
'누구를 위해 보약을 먹나'
(웅) 이 생각이 드는 거야
애인 아니면 와이프
박 교수는
어느 경우야?
[웅의 웃음]
누구 있으면 대부분 약 집으로 배달 안 시켜
찾아가거나, 박 교수처럼
직장으로 배달시키지 후자가 월등히 많고, 요즘
어느 정도 진전됐는데?
심각해?
제수씨는 모르고? [무거운 음악]
[웅의 옅은 신음]
빨리 정리해 제수씨한테 결격 사유 있는 거 아니면
뜻대로 돼야 말이지
마음처럼
남 얘기는 쉬워
그렇지
(웅) 얼마나 됐어?
(해륜) 1년 돼 가
(웅) 상대 싱글?
정리하고 오길 원해?
- 중요한 건 둘 다 - (웅) 둘 다?
안 보고 살기 힘들어
나도 집사람 누구보다 사랑해서 결혼했고
그 감정 어떤 건지 아는데
애들 생각도 해야지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갈피를 못 잡겠어
[옅은 신음]
언제든 콜해, 의논 상대 필요하면
(해륜) 고마워
어, 해강이랑 얘기하는 것 같아
나도 이상하게 편해
오래전 친구 만난 것 같고
(피영) 이실직고 뭔데?
(유신) 무릎 꿇을까?
(피영) 장난 말고
장모님 댁 들렀어
차려 주셔서 저녁 먹었고
(유신) 마땅한 분 있어서 소개시켜 드리려 했더니 싫으시대
자기 눈치 보시는 것 같기도 하고
싫어? 장모님 누구 사귀시면?
외래 상담 오시는 분 중에 아주 괜찮은 분 있어
알아서 하시라 해요
[부스럭거리며] 점심 약속 있어?
있어, 저녁은 비었고
(혜령) 나폴리에서 봐
응, 몇 시?
(혜령) 7시
알았어
- 예약해 - (사현) 응
[혜령의 한숨]
[사현의 한숨]
[숟가락을 탁 놓는다] [문이 스르륵 열린다]
[한숨] [문이 스르륵 닫힌다]
언제 웃게 해 주실 거예요?
(기림) 시간 안 됐어
어디 가요?
(기림) 응
차려입을 필요는 없고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가빈) 우리 정서가 참 통하지 않아요?
[원이 호응한다] (아미) 너무 잘 통해요
한국에 혼자라 친구도 별로 못 사귀고 외로웠거든요
일주일에 한 번씩이라도 계속 이렇게 모였으면 좋겠어요
(원) 다 싱글에다 프리랜서인데 못 모일 거 없죠
그렇죠? 공연 들어가기 전까지는
(가빈) 그럼요 [함께 웃는다]
나도 서울에 혼자잖아요
식구들 스페인으로 이민 갔어요
(원) 아…
난 스페인 못 가 봤는데, 아직
좋다면서요?
(가빈) 정말 문화가 색다르죠 [가빈의 웃음]
(아미) 저 알람브라 궁전은 가 봤어요 [원의 부러운 신음]
그라나다랑 세비야
(가빈) 알람브라 궁전은 밤이 더 훨씬 아름다워요
음, 정말 판타스틱
[아미의 탄성] (원) 아, 꼭 가 봐야지
[아미가 살짝 웃는다] (가빈) 언제 갈 때 같이 가요
또 가고 싶어
여행은 혼자보다 둘이 좋아요
[함께 웃는다]
[동미의 놀란 신음]
- (동미) 영화요? - (기림) 응
[동미가 살짝 웃는다]
(운전기사) 휴대폰 그거 보여 주시면 됩니다
(기림) 어
[밝은 음악]
(점원3) 음료랑 팝콘 나왔습니다
- (점원3) 맛있게 드세요 - (여자) 맛있겠다
- (남자) 감사합니다 - (여자) 감사합니다
우리도 뭐 좀 사
(기림) 음
[잔잔한 음악] (동미) 뭐 보는데요?
재밌대요?
(기림) 응
(동미) 안 웃으면 오빠라고 안 불러도 되죠?
일부러 안 웃으려고?
[함께 웃는다]
심각하고 골치 아픈 영화는 싫어
저도요
(기림) 로봇들 싸우는 것도 별로고
마블 영화는 봐 보면 재밌어요
(기림) 몰라, 난
[기림의 탄성]
우리나라는 참 잘돼 있어
어디 가나 제세동기 설치돼 있고
(동미) 응 [동미가 피식 웃는다]
저 영화 아니에요?
(기림) 응
[살짝 웃는다]
(검표원) '너의 스파이' 입장하실게요
- 입장하래요 - (기림) 응
[영화 소리가 흘러나온다]
[관객들의 웃음]
[관객들의 웃음]
(기림) 아이고
[영화 소리가 계속 흘러나온다]
[관객들의 웃음]
[의미심장한 음악]
[관객들의 웃음]
[기림의 힘겨운 신음]
[기림의 괴로운 신음] [무거운 효과음]
[기림의 힘겨운 신음] [의미심장한 효과음]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무거운 효과음]
[애절한 음악]
(혜령) 눈감아 줄게, 이번 한 번은
그 대신 데려와
어떤 상대인지는 알아야겠어
(유신) 지아야, 외할머니
(문호) 보약 한 제 지어 보낼게, 먹고 추슬러
(예정) 보약만 지어 줘 봐
나 보약 지어 준 적 있어?
지어 잡숴
[예정의 못마땅한 신음]
(사현) [놀란 숨을 들이켜며] 아, 깜짝이야
(혜령) 내가 졌다
애 갖자, 우리
(유신) 어머니 밥 생각 없으시대, 지아랑 먹어
(해륜) 뭐 해요? 혼자 있어요, 나도 갈까, 지금?
어차피 죽을 운명이었어
(동미) 최선을 다했으니까, 난
[동미의 웃음] (유신) 이제 나 의지하고 살아요
아버지만은 못하겠지만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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