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작사 이혼작곡 S1. 5
[긴박한 음악]
[다급한 숨소리]
[동미의 다급한 신음]
저, 저기요
- 저, 저, 저희 남편 쓰, 쓰러졌거든요 - (영화관 직원) 네?
[울먹이며] 저기요
[달려가는 발걸음]
[떨리는 숨소리] [사이렌이 울린다]
(유신) 지아야
너 친구들 돈 받고 불렀다는 노래 그것 좀 해 봐
아빠도 좀 듣자
(지아) 하여튼 부부는 비밀이 없으시다니까
(피영) 너도 이다음에 결혼하면 그래
[피영과 지아의 웃음]
(유신) 우리 딸 얼마나 잘하면 친구들이 관람료까지 주고?
- 좀 하지 - (피영) 엄마도 듣고 싶어, 너무나
[지아가 목을 가다듬는다]
♪ My grandfather's clock was too large for the shelf ♪
♪ So it stood ninety years on the floor ♪
와, 발음 좋고
(지아) ♪ It was taller by half… ♪
[지아의 노랫소리가 울린다] 어떡해
원장님!
(동미) 눈 좀 떠 봐
[유신과 피영의 감탄]
[피영의 웃음]
우리 지아 대단하다 그 가사 어떻게 다 외웠어?
(피영) 정말, 엄마보다 나은데?
[지아가 살짝 웃는다]
맘만 먹으면 뭐든 다 해내겠어, 우리 딸 [피영이 호응한다]
내가 생각해도
[함께 웃는다] [휴대전화 벨 소리]
(유신) 응?
[유신의 기분 좋은 신음]
[휴대전화 조작음]
네, 여사님
(동미) [흐느끼며] 어떡해
[사이렌 소리가 새어 나온다] 원장님 쓰러지셨어
지금? [무거운 음악]
빨리 심폐 소생
(동미) 했어, 근데 의식 없으셔, 어떡해
어느 병원 가요?
[동미의 힘겨운 숨소리]
(동미) 참, 어느 병원 가죠?
(구급대원) 조선중앙병원요
(동미) 조선중앙병원 응급실
알았어요
[한숨]
아버지 쓰러지셨대
(피영) 나 뭐 좀 걸치고
나도 갈래
저기, 인덕션 좀요
[심전도계가 삐 울린다]
[동미가 흐느낀다]
[어두운 음악]
[연신 흐느낀다]
[유신이 커튼을 탁 걷는다]
[피영의 놀란 숨소리]
[유신이 흐느낀다]
아버지 [애잔한 음악]
[울먹인다]
아버님…
아버님
어떻게 된 거예요?
영화 보시다가
재밌게 영화 보셨는데
[동미가 훌쩍인다]
어떻게 살아, 어떻게 살아
[동미와 유신이 흐느낀다]
[훌쩍인다]
[흐느낀다]
[무거운 음악] (예정) 미혼이든 이혼남이든
결혼 때까지 온전한 총각 있어?
다 거쳤단 말이야, 몇 여자, 몇 남자
어차피 헌 남자 만날 거
사람은 옛 사람이 좋고 집은 새집이 좋다는 말 들어 봤을 거야
[한숨]
(혜령) 그래,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사현이 의자를 드르륵 뺀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졸려?
(종업원1)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알아서 시켜
- 그냥 C 세트요 - (종업원1) 네
- (사현) 아, 네, 콜라도 한 잔 주세요 - (종업원1) 네
- 전 모히토요 - (종업원1) 네
[한숨]
[혜령의 분한 숨소리]
눈감아 줄게, 이번 한 번은
(혜령) 그 대신 데려와
어떤 상대인지는 알아야겠어
끝낸다는 확약도 받고
밖에서 딴짓했다는 것도 화나지만
어떻게 제대로 사과도 안 해?
내가 용서하든 안 하든 그건 내 문제고
자기는 잘못했다고 해야 하잖아
[사현이 침을 꼴깍 삼킨다]
또 말 안 해?
못 하겠는 거야, 안 하는 거야?
'미안해'를 천 번 할 수는 없잖아
(혜령) 한 번이라도 마음을 다해서
근데 마음이 안 느껴져
내가 자기한테 부족한 사람이야?
아니, 넘치지
(혜령) 남자는 다 그러고 살아야 하는 거야?
어머님 평생 배신한 적 없으시잖아
(사현) 그렇지만
두 분 그렇게 잉꼬부부도 아니셔
그만하면 잉꼬부부셔
표현에 서투신 거지, 아버님
(혜령) 서툴러도 진심이 중요해, 깊은 정
[혜령의 한숨]
결혼 생활 해 보니까
가벼운 달콤한 사랑보다 깊은 정이 중요하다는 생각 들어
정말 힘들어
당장 정리하고 끝낼 맘이었는데
어머님 때문에 마음 돌렸어
[떨리는 숨소리]
(사현) 나 죄받겠구나 생각 들어
죄가 아니고 벌
난 아마 벌받을 거고
자기는 잘 살… [휴대전화 진동음]
[한숨]
네, PD님
- (피영) 있지 - 네
무슨 일 있으세요?
(피영) 우리 아버님 돌아가셨어
어머
(피영) 우리 녹음해 놓은 거 충분하니까 내일 나오지 말고
어쩌다요, 어디세요?
(피영) [떨리는 목소리로] 조선중앙병원
[안타까운 숨소리]
어머, PD님
- 어쨌든 알았어요 - (피영) 응
[통화 종료음] [한숨]
(혜령) 시아버님 돌아가셨대
멀쩡하신 분이 갑자기
[한숨]
얼른 먹고 가 봐야 돼
어, 어쩌다가?
교통사고 아닐까?
버터도 주세요, 무염 버터요
(종업원2) 네
[혜령의 한숨]
(혜령) 사람 일 한 치 앞을 모른다더니
우리부터
[잔잔한 반주가 흘러나온다] (기림) ♪ all the roses falling ♪
♪ It's you ♪
♪ It's you ♪
♪ must go and I must bide ♪
♪ But come ye back ♪
♪ when summer's in the meadow ♪
♪ Or when the valley's ♪
♪ hushed and white with snow ♪
[기림이 노래한다] (예정) 감기네, 감겨
(기림) ♪ in sunshine or in shadow ♪
[흥겨운 반주가 흘러나온다] ♪ 오빠는 풍각쟁이야, 뭐 ♪
♪ 오빠는 심술쟁이야, 뭐 ♪
(문호) ♪ 난 몰라, 난 몰라 ♪
♪ 내 반찬 다 뺏어 먹는 건 난 몰라 ♪
♪ 불고기, 떡볶이는 혼자만 먹고 ♪
♪ 오이지, 콩나물만 나한테 주고 ♪
♪ 오빠는 욕심쟁이 ♪
♪ 오빠는 심술쟁이 ♪
♪ 오빠는 깍쟁이야 ♪
(문호) 안 보여, 그리고 뭐 하는 거야
(동미) 오빠, 춰 [문호가 구시렁거린다]
(기림) 어, 저런
(동미) 아이, 춰, 오빠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왜 그렇게 봐?
[TV 전원음]
[휴대전화 조작음]
주차할 때 추는 춤 알아, 당신?
(문호) 응?
- 주차할 때 추는 춤 - (예정) 몰라요
(문호) 발레파킹
안 웃겨?
요즘 왜 그렇게 싸해?
둘째네 그만 신경 써
신경 쓴다고 쉽게 해결될 일도 아니고
신 원장님 부인은 올해 몇 살이유, 정확히?
쉰여덟
- 혈액형은? - (문호) A형
그래서 여성 여성 하누먼
참
보면 혈액형 무시 못 혀
[익살스러운 음악]
당신은 그, 대신 시원시원하고
내 생일도 모르면서
결혼기념일도 모르고
몇십 년 만에 만난 오리지널 동미
나이는 어떻게 그렇게 정확히 알아?
나이니까
한 해, 한 해 나이 세고 살았어? 그리움에!
뭔 그리움?
참
심심하구먼, 심심해
노래방에서 오리지널 동미가 노래 부를 때
꼭 여신을 쳐다보는 눈빛입디다
처울면서
'처울어'?
울었잖아
아니
하도 노래가 절절하고 비장하니까
눈에 눈물기 좀 맺혔던 걸 가지고 '처울어'?
남편한테 쓸 말이야?
[익살스러운 음악] 대놓고 무안 주고, 첫사랑 앞에서
무슨 무안?
노래 부를 때
내가 춤추려고 잡으니까 뿌리쳤잖아!
잡으려고 한 거야? 부둥켜안으려 그랬지!
(예정) 그래
외간 여자도 아니고 마누라가 부둥켜안으려고 했어
그게 잘못이야?
부부끼리 블루스 좀 추면 안 돼?
오리지널 동미네 출 때도 눈 한번 안 깜빡거리고 보더구먼
그 표정 평생 기억할 거야
표정이 어땠기에?
참
속 헛헛하면 국수라도 나가 말아 먹어
사람 괜히 긁지 말고
당신 요즘 배 아파?
머리 아파? 가슴 아파?
(예정) 첫사랑이 잘 살면 배 아프고 못 살면 가슴 아프고
혼자면 머리 아프대
머리는 안 아프겠다
원장님 사모님으로 아주 잘 살고 있으니
아! 아이고
우리 집에 속 쓰림에 먹는 약 많아요
- 아, 시끄러워! - (예정) 정곡을 찔리니까 '시끄러워'?
뻑하면 반말할 겨, 참말?
할 겨, 오늘부터 이 순간부터 할 겨, 쭉!
곱게 늙어
응?
나이에 맞게
그러는 회장님이야말로 정신 차리고 처신 잘해
눈에 거슬리는 행동 말고!
[휴대전화 벨 소리]
아휴, 혜령이네
얘 전화만 오면 이제 덜컥 내려앉아
- (예정) 응 - (혜령) 어머님
- (혜령) 우리 PD님 시아버님요 - 응
신 원장님?
그 양반 왜?
(혜령) 돌아가셨다는 거예요
돌아가시다니? 뭔 소리야?
저도 자세한 건 아직 못 들었고요 일단 알고 계시라고요
신중앙병원 영안실로 옮기셨대요
어?
들어가세요, 어머님
(예정) 응
[통화 종료음]
당신 첫사랑 과부 됐네?
어떡해
[익살스러운 음악]
사람 일 참
뭔 생각 해요?
뭔 생각 해? 신 원장 죽은 생각 하지, 갑자기
뭔 일이래? 정말
[다가오는 발걸음]
[흥미로운 음악]
[혜령의 놀란 숨소리]
(혜령) 완전 딴사람인 줄
슈트발 끝내준다, 그렇죠?
"근조"
우리 기술부장님요, 저희 남편이에요
상심이 크시죠? 갑자기 일 당하시고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바쁘신데 직접 와 주시고
당연히 와야죠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영화 보시다 쓰러지셨대요
(반) 공포물 영화요?
아니요, '너의 스파이'
그거 재밌는 영화 아니에요?
맞아요
평소에 심장 약간 안 좋으셨대요
[반의 호응하는 신음]
(혜령) 근데 시어머니 왜 그렇게 젊으세요?
- 후처셔 - (혜령) 아…
(혜령) 재혼 않고 사시기에…
[혜령의 머쓱한 숨소리]
[문이 탁 닫힌다]
죽 좀 드세요
묽게 끓여서 넘어가실 거예요
아주머니가 정성껏 끓여 왔어요
몇 수저라도요
[동미의 힘주는 신음]
[동미의 힘겨운 신음]
[동미의 힘겨운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숟가락을 툭 놓는다]
[무거운 음악]
믿어지지가 않아, 도저히
[울먹이며] 아버님 보시고 계실 거예요
너무 슬퍼하시면 아버님 못 떠나세요
꿈자리라도 안 좋았으면 집에 있었을 텐데
[훌쩍인다]
아무 꿈도 안 꿨거든
그러게요
저희도요
(동미) 우리 강아지도 불쌍해 어떡해
할아버지가 얼마나 이뻐했는데
[흐느낀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네, 언니
아미 씨, 내일 별일 없으면 나 옷 사는데 좀 봐줄 수 있어?
나 옷을 잘 못 고르거든
챙겨 주는 무대 의상만 입어 버릇해서
네, 옷 쇼핑 좋아해요
송원 언니한테도 물어볼까요?
내가 문자할게
네
집?
호텔요
혼자는 아닐 거고, 누구랑?
혼자요, 미팅 있어서
[우람의 한숨]
- (우람) 누나 - (향기) 왜?
나 생일 때 선물해 줄 거지?
- 뭐 사 달라고? - (우람) 강아지
아니면 야옹이
안 돼
왜, 누나도 강아지 좋아하잖아
좋아하는 거랑 기르는 거랑 같아?
얼마나 손 가는데
[도어 록 조작음]
(향기) 엄마 오셨다
(해륜) 돌아가신 양반 연세는?
(시은) 일흔일곱
(해륜) 희수
나도 가야 하는 거 아니야, 문상?
오늘 가셨어야죠
(시은) 오일장이야, 문상객들 많아서
부부 따로 문상하는 것도 이상해
내가 했으니까 됐어
지아 많이 울어요?
[어두운 음악]
[옅은 신음]
(예정) 뭘 그렇게 멋 내요?
(문호) 무슨 멋을 내
머리가 삐쭉 솟아서
누르는 거지
(예정) 어디가 삐쭉 솟아?
[흥미로운 음악] [문이 탁 열린다]
(예정) 이제 과부 됐겠다 [문이 탁 닫힌다]
마음 더 쓰이는 거 아니야?
(문호) 혜령이 있으면 어떡혀?
(예정) 있겠어요, 바쁜 애가?
6주 차 접어들었겠구먼
입덧 없디야?
안 물어봤어요
당신 심했지?
사람 각각이니까, 뭐
물어봐, 사현이한테 [흥미로운 음악]
물어보면요?
우리가 뭐 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숨]
(예정) 핏줄이라 마음 쓰이는 거야
(서향) 내가 이런데
심정 오죽하겠어
사부인 상심 크시지?
(유신) 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유신) 지아야, 할머니
외할머니
필리핀 할머니?
(유신) 응
[애잔한 음악]
[서향이 흐느낀다]
[훌쩍인다]
[유신의 한숨]
(유신) 지아야
할머니 식사하시게 안내해 드려
보고 싶었어요, 할머니
선물 잘 받았고요
[울먹이며] 할아버지 가여워요
벌써 보고 싶어지려 그래
[흐느낀다]
(서향) 이 할미도
곧 떠나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장모님 오셨어요
할머니는 어디 살아요?
강남역 있는 데
- 나 가도 돼? - (서향) 응
엄마랑 같이 와
[서향의 옅은 웃음]
(서향) 아휴
얼마나 상심이 크세요
아휴,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
그러게요
사람이 살았달 게 없다는 말
남 얘기인 줄 알았어요
가는 데는 순서 없다지만, 쯧
하필
저기
아, 물 좀…
아, 네
[동미의 힘겨운 신음]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죠
견디고
자신 없어요
[울먹이며] 할머니
우리 집에서 같이 살아요
[옅은 웃음]
[휴대전화 진동음] [잔잔한 음악]
[휴대전화 조작음]
(우람)
(우람)
(문호) 절혀
[문호의 한숨]
(문호) 어떻게 이런 일이
요저께 함흥옥에서
점심도 같이 했어요
아버님 내외분이랑
그러셨어요?
힘들겠지만 마음 추슬러요
먼 걸음 해 주시고, 감사합니다
어머니는 어떻게…
아직 충격에서 못 벗어나고 계세요
(예정) 왜 안 그러시겠어요
두 분 아주 각별하시던데, 정이
뭐라도 드시고 가세요
(예정) 참 아까운 양반 가셨어
그 인물에 풍채에
원래 쓸 나무는 먼저 베 간다니까
못 쓸 나무라는 얘기야, 나는?
당신 스스로 어떤 남자라 생각해요?
상남자
[피식 웃는다]
비웃는 겨, 지금?
아니에요
그럼
웃은 이유가 뭐여?
- 알아 뭐 해요? - (문호) 알아야 쓰겄어
정말 상남자는요
[동미의 힘겨운 숨소리]
말씀 나누세요
(예정) 아휴, 어떡해요
얼굴이 다 상혔네
안 넘어가도 뭐 좀 먹어야 하고
일부러 올라오셨어요?
그럼, 당연히
(예정) 얘기 들었는데
고통 없이 가신 거 그나마 다행이라고 위로를 삼아요
[동미의 슬픈 신음]
(동미) 웃다가 돌아가셨어요
[동미가 훌쩍인다]
코미디 영화 보시다가
심장이 원래 좀 안 좋으셨다고요?
(동미) 네
심장엔 너무 웃는 것도 안 좋은가?
조심해야겄어
하긴 너무 슬픈 것도
너무 좋아 죽겠는 것도 심장에 무리라고
들은 것 같아
조 원장한테
몰라요
난 못 들었어요
(문호) 보약 한 제 지어 보낼게, 먹고 추슬러
약 아주 잘 짓는 한의사 있어
오래 살고 싶은 생각도 없어요
무슨 말이여
[여자들의 웃음]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아미) 한국 오니까 이쁜 옷 많고 너무 좋아요
(원) 디테일이 있지, 우리나라 옷
[가빈이 살짝 웃는다]
(아미) 어? 저 옷 어울리실 것 같은데
[함께 웃는다]
이 옷
어머, 남가빈 씨
(점원) 어, 저 팬이에요, 어, 어떡해
어, 어떡해
[슬픈 음악]
[동미와 피영이 연신 흐느낀다]
[흐느낀다]
[혜령이 스위치를 탁 누른다]
(혜령) [술 취한 말투로] 판사현
[무거운 음악]
[한숨]
[사현이 숨을 후 내뱉는다]
[문이 달칵 열린다] [사현이 놀란 숨을 들이켠다]
아, 깜짝이야
[헛웃음 치며] 왜 놀라?
내가 남이야?
[어이없는 신음]
죄지었으니까 놀라지
초저녁에 이렇게 취했어
[피식 웃는다]
[무거운 음악]
[혜령의 한숨]
[혜령의 코웃음]
(사현) 빈속에 마셨어?
걱정해 주는 거야?
갈증 나지? 꿀물 타 줄게
말 돌리지 말고
[한숨]
잘해 줘?
어떻게 해 주는데?
- (사현) 마셔 - 판사현
(혜령) 원하는 게 애야?
내가 졌다
애 낳아 줄게, 애 갖자, 우리
안 좋아?
[혜령의 한숨]
(사현) 자
(혜령) 누워
꿀물 마셔
누우라고, 인간아
[혜령의 한숨]
나 처음 취했을 때 어떻게 했니, 판사현?
기억 안 나?
(혜령) 약 사다 먹이고
등 두드려 주고 안아다 차에 태우고
내 손으로 옷 벗고 갈아입으라고?
그리고 디비 자?
나 부혜령이야!
- 몰라? - (사현) 알아
화장실 들어갈 때 마음 나올 때 마음 달라?
그런 거야?
어?
- 전혀 예상 못 했어 - (혜령) 뭘?
구체적으로
내 마음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도 못 했고
이런 상황
그러니 난 어떻겠어
어떻겠냐고
애 갖자고
맨정신으로는 용서가 안 돼
[혜령이 숨을 하 내뱉는다]
[혜령의 힘겨운 신음]
[사현의 힘주는 신음]
[사현의 힘주는 신음]
[사현의 힘겨운 숨소리]
[무거운 음악]
[사현의 한숨]
[혜령의 다급한 신음]
[사현의 힘주는 신음] [가쁜 숨소리]
[사현의 가쁜 숨소리]
(사현) 갈아입어
[사현의 아파하는 신음]
내 얼굴이 드럼이야?
말로 좀 해, 걸핏하면 치지 말고
넌 말로 바람피웠어?
어떤 여자랑 말로만 사귀고 연애했어? 스킨십 없이?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잠도 안 자고?
[혜령의 떨리는 숨소리]
(혜령) 벗어
벗어 [사현의 짜증 섞인 한숨]
(사현) 이러지 마!
뭘 이러지 마?
우리 부부야!
[사현의 한숨] (혜령) 어머니가 애 낳으라고 몇 번 권하셨어
옥동자 하나 낳아서 안겨 드리지, 뭐
[혜령의 힘주는 신음]
(사현) 혜령아
나 못 끝내
누구랑? 나랑 못 끝낸다는 거지?
나랑은 끝내도 그 여자랑은 안 돼?
못 헤어져?
내가 애 가져도?
[한숨]
임신했어
임신?
그 여자가?
[떨리는 숨소리]
- 얼마나? - (사현) 6주
[기가 찬 신음]
못 믿겠어
누군지 데려와
본인이 인정하면 모를까
[혜령의 떨리는 숨소리]
[문이 탁 닫힌다]
[거친 숨소리]
미안해
평생 사죄하면서 살게
인간 말종
쓰레기
[문이 달칵 여닫힌다]
[휴대전화 진동음]
[동미의 힘주는 신음]
어디 가시게요, 어머님?
(동미) [힘없는 목소리로] 화장실
[한숨] [문이 드르륵 닫힌다]
마셔요
[한숨]
[그릇을 탁 내려놓는다]
자기는 김 비서 차 타고 들어가
모셔다드리고 가게
같이 가요, 오늘 같은 날
[지아의 하품]
지아 얼른 재워야지
괜찮아요
들렀다 간다고 12시, 1시 되는 것도 아니고
이런 것도 다 교육이야
[스산한 음악]
[물소리가 멈춘다] [동미의 힘겨운 신음]
(병원 직원) 어, 괜찮으세요, 사모님?
[힘겨운 신음]
(동미) 어지러워 [병원 직원의 놀란 신음]
[차 문이 탁 닫힌다]
[동미의 힘겨운 신음]
[지아의 힘겨운 신음]
- (지아) 오줌 마려워 혼났어 - (피영) 응
(가사 도우미) 오셨어요
(유신) 여기 앉으세요
[힘겨운 숨소리]
(가사 도우미) 뭐 마실 거 준비할까요?
물 좀
따끈하게
저희는 됐어요
(유신) 혼자 잘 수 있겠어요?
몰라
내가 모시고 잘게
[동미의 한숨]
됐어들, 가
[동미의 힘겨운 숨소리]
(예정) 오리지널 동미 생각하나 보지?
(문호) 그려
생각혀
당신도 나 죽으면 그렇게 슬퍼할 겨?
하는 거 봐서
애틋하게 지금부터라도 잘하면
내가 못헌 거 있어?
잘한 건? 읊어 봐요?
내 생일 제대로 기억하고 챙겨 줘 봤냐고
내가 집에서 놀아? 백수여?
골프장 맹그느라 얼마나 힘들었어
- 바랄 걸 바라 - (예정) 암튼
보약만 지어 줘 봐
[한숨]
지어 주믄?
(문호) 한 제 지어 주믄 어쩔 거냐고?
내 돈 내가 쓰는디
나 보약 지어 준 적 있어?
없어, 팔팔한데 보약이 왜 필요혀?
내색을 안 해 그렇지
쑤시고 아파, 나도!
지어 잡숴
[예정의 못마땅한 신음]
지어만 줘 봐! 어떻게 되나
도장 찍어 줄 테니까 오리지널 동미 불러들이든가
말이면 다여?
내 말이
외간 여자 보약 지어 올리는 건 말 돼?
마누라가 시퍼렇게 눈 뜨고 있는데?
측은지심 좀 가져
여자, 남자를 떠나서 생때같은 남편 잃었어
다 죽어 가
죽어 가지 죽지는 않아
그 정도가 죽어 가는 거면 난 열두 번 죽어 갔게?
사현이 낳고 한 달을 못 일어났어
당신 오토바이 타다가 정강이 똑 부러졌을 때
두 달을 씻기고 머리 감기다
팔 고장 나 밥도 제대로 못 떠먹은 거 잊었남?
[익살스러운 음악] 웬 사투리여? 서울내기가
촌놈이랑 반평생 사니까 입에 배누먼
- 촌놈? - (예정) 촌놈 맞잖유?
세명시 들어선 덕에, 아버님 잘 둬서
땅 부자 아버님 덕에 회장님 됐지 그렇지 않았어 봐
손에 평생 흙 묻히고 살았어
나 영등포 상고 출신이여
[휴대전화 벨 소리]
(문호) 혜령이네
- 어쩌? - (예정) 받아요 [흥미로운 음악]
여보세요
- (혜령) 저예요, 아버님 - (문호) 어
(혜령) 저희 내일 내려가요
그래?
- 사현이도? - (혜령) 네
알았어
- (혜령) 들어가세요, 아버님 - (문호) 어
[통화 종료음]
내일 내려온다고 [한숨]
사현이한테 전화해 봐
용건이 뭔지
걸었는데 같이 있으면요?
갈아입으세요, 어머님
좀 주무셔야 해요
[동미가 흐느낀다] (피영) 어머님
[동미가 오열한다]
(지아) [울먹이며] 할머니
그렇게 챙겼건만
건강식이며
매일 아침 수영 모시고 가
알잖아
[유신의 옅은 한숨]
[동미가 흐느낀다]
[무거운 음악] (동미) 노력한 보람도 없이
애쓴 보람도 없이!
어떻게 살라고, 어떻게!
(지아) [흐느끼며] 할머니, 울지 마
할아버지 슬퍼하셔
(동미) 어떡해
[동미가 흐느낀다] (가사 도우미) 뭐 좀 드려요?
아니에요
[동미가 흐느낀다]
지아 데리고 가요
내가 어머님 모시고 오늘 잘게
[동미의 힘겨운 신음]
(동미) 아니야, 아니
가
원장님이 지켜 주실 거야
가
[향기의 웃음]
(우람) 재밌다
[시은이 살짝 웃는다]
- (우람) 아, 나 화장실 - (시은) 어
(향기) 엄마, 이 영화를 아빠 혼자 봤다고?
(시은) 머리 식힐 겸
아빠 취향 영화도 아닌데
나이 들면 취향도 바뀌나?
아빠 여성 호르몬 분비되는 거 아니야?
뭐 해요?
[의미심장한 음악]
혼자 있어요
(해륜) 나도
갈까, 지금?
갈 수 있어
[도어 록 작동음]
[어두운 음악]
원망 마요
내 덕에 몇십 년
행복하게 사셨잖아
[한숨]
[풀벌레 울음]
[한숨]
[떨리는 숨소리]
[홀가분한 숨소리]
난 잘못 없어
[동미가 숨을 들이켠다]
[한숨]
어차피 죽을 운명이었어
[동미의 옅은 웃음]
최선을 다했으니까, 난
[웃음]
[웃음]
[웃음]
[홀가분한 숨소리]
[휴대전화 알람이 울린다]
[피곤한 숨소리]
[알람이 멈춘다]
[사현의 피곤한 신음]
옷 입어
아침들은 먹었어?
(혜령) 아침 먹을 상황 아니에요
[한숨]
이 사람 상간녀, 애 가졌대요
알고 계셨어요?
(예정) 아니
상간녀가 뭐야
그럼 내연녀?
(혜령) 이름 대든가
휴대폰에 저장한 대로 논현동으로 불러 줘?
[익살스러운 음악] (예정) 완전 고양이 앞의 쥐야
6주래요
초음파 사진까지 보여 주더라고요
훈장처럼
[문호의 한숨]
안 놀라세요?
어떻게 안 놀라
지금 심장이 벌렁벌렁
평소에 어머님, 아버님 손주 원하셨잖아요
아버님, 아무렇지도 않으세요?
기쁘세요?
이 죽일 놈, 저…
죽일 놈까지는 아니죠
나쁜 놈이지
(예정) 나쁜 놈
(문호) 그렇게도 할 일이 없어?
(혜령) 논현동 어딘가에 어머님, 아버님 손주
어떤 여자 배 속에서 자라고 있어요
- 어떤 기분이세요? - (예정) 그게 뭐 중요해
기분이 뭐 중요해, 우리 기분 따위가
기쁘시냐고요!
솔직한 심정 말씀해 보세요!
뭐 기뻐, 기막히지
넌 내가 바람피웠니? 왜 우리한테 공격이야
[떨리는 숨소리]
공격이 아니라요
(혜령) 두 분 생각, 의중을 알아야겠어서요
우리 생각이 뭐 중요하냐
저한테 이혼 종용하는 거예요
어쩔 수 없다고
[예정의 한숨] (혜령) 같은 생각이시냐고요
저 물러나요?
아니
(예정) 아, 네가 왜 물러나
(혜령) 어쩔 거야?
어머님은 왜 봐!
애는 그럼 어떡해?
(예정) 어떡하긴요
어쨌든 생명인데
내 생각은 안 바뀌어
두 분 생각 말씀해 주세요
(혜령) 네?
생각 좀 해 보자
하시라는 대로 할 거야?
결혼하자면 하고 끝내자 하면 끝내야 해?
- 사람 마음이… - (혜령) 내 마음은?
내 마음 같은 건 안 중요해?
어떻게 만났어?
그냥 일상생활 하다
말이야, 막걸리야?
사실이야
- 어휴, 뒷골 땅겨 - (예정) 아이고 [익살스러운 음악]
[문호의 힘겨운 신음]
아니, 그, 요즘 이거 혈압도 안 좋은데
(예정) 일단들 올라가!
우리 생각해 볼 테니까
여보, 두통약 드려요?
아이, 그거 갖고 안 돼
(예정) 어, 누웁시다, 내일 가서 침 맞고 [문호의 한숨]
아침들 먹고 올라가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지아 엄마예요
- 어머님 식사하셨어요? - (가사 도우미) 네
얼마나요?
한 공기요
반찬이랑 충분히 드셨어요 [초인종이 울린다]
[초인종 소리가 새어 나온다]
- 다행이네요 - (가사 도우미) 원장님 오셨네요
지아 아빠요?
(가사 도우미) 네 [인터폰 조작음]
[의미심장한 음악]
네
[휴대전화 조작음]
(가사 도우미) 원장님 오셨어요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힘겨운 신음]
(유신) 머리 아파요?
(동미) 그냥 무거워
[유신의 한숨]
자꾸 울지 마요
(동미) 왜?
걱정돼서
[한숨]
걱정은
지아 어미도 왔어?
집에
인제 나야 뭐
신경 쓸 거 없어
알아서 잘 지낼게
나가요
어딜?
바람 쐬러
[망설이는 신음]
이러고 있으면 더 안 좋아
뭐 입지?
생각이 안 나
대충 편하게 입어요
[문이 탁 닫힌다]
[분위기 있는 음악]
[들뜬 숨소리]
[새가 지저귄다]
[동미가 안전띠를 달칵 채운다] [유신의 힘주는 신음]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부드러운 음악]
(예정) 혜령이 성격에
길길이 날뛰고 도장 찍는다고 난리 쳐야 정상 아니유?
[문호가 입소리를 쩝 낸다]
(문호) 그러게
어찌 된 형국인지 답이 안 나와, 답이
이대로 시간 끌면은 인제 배는 불러 올 거고
아홉 달 잠깐인데
태어난 아기 얼굴도 못 보는 거 아닌가 몰라
어떻게 그래?
살짝 가서 봐야지
그쪽에서 안 보여 주면?
그러려고
정식으로 며느리로 받아 줘야 손주 보여 준다고 나올지 몰라요
이렇게 된 이상 혜령이가…
(예정) 안 그래요?
당신 같아도 순순히 도장 찍어 주겄어?
안 찍어 주면? 사현이 마음은 이미 떠났는데?
몰러, 사람 일
(예정) 알건 모르건 우린 어쨌든 손주 봐야 한다고요, 안 그러우?
당신이 좀 나서 봐
당신이 나서
내가 어떻게
당신 말이 그래도 먹히지, 어려우니
못 해, 난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여기 처음 와 봐
그래?
아버지도 참
원장님은 집에 있는 거 더 좋아하셨어
[유신이 잔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한숨 쉬며] 있지
기운 내요
혼자 아니야
나도 있고 지아랑 지아 어미도 있고
(유신) 아버지는 충분히 잘 사시다 가셨어
그걸로 위로를 삼읍시다, 우리
[두런두런 대화한다]
(유신) 그냥 집에만 있지 말고
문화 센터 같은 데 가서 뭐 좀 배우든가
사람들도 사귀고
자신 없어
시작이 반이지
친한 친구 없어요?
없지
원장님
나 밖으로 도는 거 별로 안 좋아하셨고
당분간 나랑 다녀야겠네
아버지 대신 내가 맛있는 거 사 주고 할게요
[한숨]
좀 정신이 드는 것 같아
이렇게 나오니까
[한숨]
많이 놀랐지?
이제 나 의지하고 살아요
아버지만은 못하겠지만
우선은 그래야 할 것 같아
그래야 견뎌질 것 같아
[떨리는 숨소리]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TV 전원음]
[해륜의 힘주는 신음]
(우람) 아빠, 발 지압해 드릴까요?
[해륜이 살짝 웃는다]
(해륜) 어
아빠, 음악 들으실래요?
(해륜) 아니
(우람) 아빠, 나 한 번도 파자마 파티 안 했는데
한 번 해도 돼요? [향기의 어이없는 웃음]
- 그럼 그렇지 - (우람) 뭐가 '그럼 그렇지'야?
파티 허락받으려고, 안 돼
- 누나가 뭔데? - (향기) 네 누나
- 아빠, 안 돼요 - (우람) 빠져, 좀!
누나 친구들도 한 번씩 와서 자잖아
재인이는 한 명이야 넌 떼로 부르는 거고
아, 시끄러워, 안 돼
딱 네 명
(우람) [애교스럽게] 아빠
(해륜) 그래
안 떠들고 조용히 놀게요
(향기) 아, 아빠
아, 잠 못 자요, 우리
조용히 한다고
내 방에서 도란도란 얘기만 할 거야
음식 해야 하잖아 엄마가 놀아, 집에서?
누나가 좀 해 주면 되겠네
난 노냐? 나 입시생이야, 입시생
(우람) 그럼 재인이 누나네 가서 하루 자
난 자리 바뀌면 못 자
(우람) 누나 사정이고
(향기) 파자마 파티도 네 사정이고
뭐 가지고 또 옥신각신?
(향기) 아, 파자마 파티 하겠대
(우람) 아빠가 그러라세요
[피식 웃는다]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아미) 우린 다 술, 담배 커피 안 하는 거까지 같아요
- 가족들 떨어져 있고 - (원) 프리랜서
간헐적 백수가 맞지 않나?
[함께 웃는다]
(아미) 아니, 제가 백수 쪽이죠
(가빈) 음, 자기 나이 때 그 정도면 됐지
난 20대 때 얼마나 고프게 살았는데
(아미) 어휴, 그러셨어요? 배가 고프셨어요?
[함께 웃는다]
엄마 아빠 아니었으면 못 버티고 포기했어
쯧, 우리 집 애물단지였고
(아미) 지금은 효녀시잖아요
영양가 없는, 별로 해 드린 게 없어
이역만리 계시니까
[청소기 작동음]
[청소기가 멈춘다]
[서향의 고통스러운 신음]
[쓸쓸한 음악]
[힘겨운 숨소리] (서향) 피영아
네 시아버지처럼
나도 얼마 있으면 가
마지막 소원은
우리 딸이랑 화해하는 거
지아
맛있는 밥 한 끼 해 먹이고 싶고
[힘겨운 숨소리]
[피영이 뚜껑을 탁 내려놓는다]
(동미) 이쁘네
[휴대전화 진동음]
지아 어미가 저녁 와서 드시라는데?
[한숨]
입맛 없어서 밥은 안 넘어갈 것 같아
생각 없어
(유신)
[휴대전화를 툭 내려놓는다]
[한숨]
밥은 그렇고 사천요리 어때요?
(유신) 일식?
일식이 깔끔하지
[스탠드 조작음]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여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드르륵 열린다]
- (피영) 저녁은? - 먹었어
지아는? 자?
(향기) 인덕션 고장 나서 엄마 밥 못 하셨어
이게 아침? 우린 전기밥솥 없어?
응, 한 끼 그냥 먹어라
- 추운데 - (향기) 뭐가 추워?
난 아침은 뜨듯한 거 먹고 싶어
토스터에 식빵이라도 구워 주면 안 될까?
너 이다음에 장가가서 그래 봐
네 마누라 아주 좋아할 거야
장가가선 안 그러지
[피식 웃으며] 네가 구워 먹어
내가 어떻게?
아니, 손이 없어, 눈이 없어?
토스터기에 넣기만 하면 돼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통화 연결음]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예, 회장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야
(웅) 네
(문호) 다름 아니고
우리 고향 친한 여동생이
좀 안 좋은 일을 겪었어
상심이 크고
진맥 않고 먹을 약 없는가? 보약
아, 있죠
좋은 재료 아끼지 말고 한 제
네
우리 집사람 혹시 전화 갈지도 몰러
이러고저러고 말고
아, 피곤혀, 설명하기도
[웃으며] 아, 알겠습니다
(문호) 언제 돼?
내일 저녁요
[시은의 힘주는 신음]
(해륜) 아유, 웬일이야?
[살짝 웃는다]
점심
(해륜) 이 시간에 포장이 돼?
특별히 만들어 줬어, 방송국 단골 식당
- 이건 레인지 데워 먹어요 - (해륜) 응
- 당신 한약 먹어? - (해륜) 어
왜?
- 어디가 안 좋아? - (해륜) 아유, 뭐, 안 좋아 먹나
얼른 가 봐야지
사실대로 얘기해
아이, 그냥 면역력 떨어진 것 같아서
[걱정스러운 숨소리]
[의미심장한 음악]
(해륜) 잘못하면 차 막혀
이따 얘기해요
얘기할 것도 없어
- (시은) 갈게 - (해륜) 어
(해륜) 고마워
오늘 좀 늦을 거야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혜령) 비아젬의 '그렇고 그런 뻔한 이야기'
[음악이 멈춘다]
[따뜻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반) 재 지내겠네요? 49재
- (피영) 네 - (반) 어느 절요?
우이사요 월요일도 녹음 방송요, 당분간
네
[휴대전화 진동음]
[샌드위치를 툭 내려놓는다]
[휴대전화를 달그락 집어 든다]
(사현) 어
점심 먹어?
[샌드위치를 꿀꺽 삼킨다]
- 다 먹었어 - (혜령) 뭐?
샌드위치
(혜령) [이를 악물고] 맛있어?
잘 넘어가?
방송 중이잖아
[살짝 웃는다]
바람피우면 식욕이 더 생겨?
왜 했어?
왜 했냐고?
(혜령) 욕하려고 했어, 나쁜 놈아
생각할수록 양아치야, 너
이런 상황에 샌드위치가 넘어가니?
내 심장 다 발겨 놓고 꼬박꼬박 끼니 챙겨?
나 이혼 안 해 줘, 못 해
내가 왜 이혼녀 딱지 달아?
네가 뿌린 씨앗 네가 거둬
(사현) 나로서는 이 방법밖에 없어
너 결혼 서약 했잖아
환갑 때 드럼 연주해 달라며? 해 줄게
(사현) 부혜령, 쿨하면서 왜 이래 [혜령이 피식 웃는다]
그렇게 말하는 네 혀 뽑는다
한 번만 더 그런 식으로 교활하게 말해 봐
쿨이란 단어를 이런 때 써?
네가 쿨해 봐, 나쁜 놈아
쿨하게 정리해, 용서하고 받아 줄 테니
욕 좀 말고
욕은 듣기 싫어?
잘못했는데 욕 듣는 것도 싫으면 난 어떻겠어
잘못도 안 했는데 이렇게 당하는 난
[따뜻한 음악이 계속 흘러나온다]
(반) 통화하는 거죠, 지금?
(피영) 네
어쨌든 나 이혼 절대 못 하니까 알아서 해
[휴대전화 조작음]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혜령) 아주 전에 어떤 분이 보내 주셨던
사연이 생각나네요
며칠 출장 갔다가 집에 왔는데
아내분이 편지 한 장 남기고 떠났다는 거예요
다른 남자가 생겼다고
아마 억장이 무너졌겠죠?
2431번 님, '참 황당했겠어요'
'요즘 같으면 톡이나 문자로 이별 통고 하는 거죠'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한데'
'경우 없고 예의 없고'
'인간미까지 없는 부인 아니었나 싶습니다'
3544 님
'부인이 아니라 양아치를 데리고 살았네요'
[살짝 웃는다]
9217 님
'오죽하면 그러고 떠났으려고요'
7756 님 '맞아요, 양쪽 말 들어 봐야 해요'
[살짝 웃는다]
그렇죠?
양쪽 얘기 들어 봐야 하는데
어쨌든 제 생각은요
(혜령) 상대방 잘잘못을 떠나서
이별은 품위 있게
인간적인 방법으로 했으면 좋겠네요
[음악이 멈춘다]
[감성적인 음악이 흘러나온다]
[아이들이 시끌벅적하다]
(우람) 하늘에 뭐 있어?
(지아) 우리 할아버지
정말 하늘나라에 계신가?
(우람) 글쎄, 난 잘 안 믿겨
우주잖아
문자 고마워
(지아) 너 방귀 뀌어?
(우람) 왜?
우리 할아버지는 다 좋은데 방귀는 좀 그랬어
(우람) 냄새가 심하셨어?
(지아) 방귀 냄새가 어른이니? 존칭을 쓰게
아, 맞아, 냄새가 지독했어?
(지아) 아니, 소리가 요란했어
(우람) [방귀를 뿡 뀌며] 이렇게?
(지아) 어유, 야!
(우람) 궁금해서, 네가 어느 정도 방귀 소리를 싫어하는지
과장 좀 보태면 밥 먹다가 수저를 떨어뜨릴 정도
[무거운 음악]
(피영 친구) 너희 시어머니 맞지?
모르는 사람이 보면 오해하겠더라
[고풍스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유신) 알맞게 쪄졌네, 안 질기게
[동미가 젓가락을 잘그락 집어 든다]
(유신) 사케 한잔?
잠 잘 오게
[옅은 웃음]
힘내요, 날 봐서라도
김 여사까지 무너지면…
[유신의 한숨]
알았어
약 한 제 먹어야지 안 되겠어
내일 약 지으러 갑시다
시간 돼, 매번?
만들면 있지
내가 월급 의사도 아니고
[격정적인 음악]
[피식 웃는다]
[애절한 음악]
(혜령) 남편분, 여자 있는 거예요
(시은) 부부 사이는 부부만 알아
(예정) 동미 저 계집애, 야비한 데가 있어
(문호) 그러는 그짝이 야비허네 불쌍한 개한티
(유신) 나 오는 거 보면서 혼자 올라가?
(피영) 오늘 어머님 어떠셔?
(유신) 나 아니면 굶을 판이야
며칠 덜 먹으면 오히려 좋을 수도 있대요, 건강에
(지아) 할머니! [서향과 지아의 웃음]
(혜령) 두 분 평소 바람처럼 저 아기 가질게요
(시은) 애들 상처 안기면 나 정말 용서 못 해
그땐 어떤 짓도 나 할 거야
아빠, 어디세요?
(사현) 생각할 시간 좀 줘
(피영) 응급 대처 제대로 한 걸까?
(유신) 간호사 출신이야, 김 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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