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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작사 이혼작곡 S1. 6

 

 [문이 달칵 열린다]

 

 (가사 도우미)  원장님 오셨어요지아 아빠

 

 (동미)  

 

 [의미심장한 음악]

 

 [문이 탁 닫힌다]

 

 - 누워 계세요?  - (가사 도우미아니요

 

 욕실에요

 

 [유신의 한숨]

 

 [차분한 음악]

 

 [힘겨운 신음]

 

 [힘겨운 신음]

 

 [찻주전자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새가 지저귄다]

 

 (유신)  뭐 해요?

 

 씻어요?

 

 나 들어가요

 

 나 왔어

 

 정신 차려 봐왜 이래?

 

 [힘겨운 숨소리]

 

 [한숨]

 

 어지러워정신 잃었던 거야?

 

 [힘없는 목소리로]  몰라

 

 손가락 하나 못 움직이겠어

 

 (동미)  잠깐 이대로, 5분만

 

 [동미의 한숨]  (유신)  점심 좀 떴어요?

 

 누룽지 조금

 

 누룽지 갖고 돼고기를 먹어야지

 

 [한숨]

 

 이 시간이면

 

 원장님이랑

 

 음악 들었는데

 

 (동미)  차 마시면서

 

 듣지

 

 [휴대전화 조작음]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동미의 나른한 숨소리]

 

 어렸을 때

 

 나 목욕시켜 주던 거 생각나?

 

 그럼

 

 아줌마 손길은 싫었는데

 

 누나가 씻겨 주는 건 거부감 없었어

 

 어느 날 보니까

 

 목덜미랑 귓바퀴에 때가 꾀죄죄한 거야

 

 [유신이 피식 웃는다]  (동미)  제대로 안 씻어 가지고

 

 일곱 살짜리가  뭐얼마나 제대로 씻겠어

 

 솔직히 좀 약간 창피하긴 했는데

 

 (유신)  그래도 좋았어

 

 부드러운 누나 손길

 

 우리 엄마는 아줌마한테 맡기고

 

 나 몇 번 씻겨 준 적도 없지만

 

 아프다고 몸만 비틀어도  찰싹찰싹 때렸어

 

 때릴 데가 어디 있다고

 

 그 꼬맹이가 자라서

 

 이렇게 나이 먹어 가

 

 그러니 난 할머니 소리 듣고

 

 형식적 할머니 호칭이지

 

 형식적 호칭으로는  나도 엄마라고 불러야 돼

 

 근데 한 번도 안 불렀잖아

 

 ?

 

 그냥

 

 누나가 어디로 봐서 내 엄마야?

 

 젊은

 

 엄마

 

 첫 호칭이 누나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엄마라고 부를 수 있어누나 같으면?

 

 아버지도 그건 이해해 주셨고

 

 참 멋지게 자랐어

 

 몸과 마음 다

 

 누나 덕에

 

 그 은공사랑

 

 나 안 잊어못 잊어

 

 무슨 은공

 

 억지로 노력할 필요 없어

 

 (유신)  억지로?

 

 섭섭하네

 

 누나나 억지로 잘해 준 거야?

 

 우리 지아 아빠 덕분에  얼마나 행복했는데

 

 보람 있고

 

 그러니까

 

 우린 같은 마음이야

 

 식었네

 

 [물소리가 솨 들린다]

 

 한약방 가긴 늦었어피곤하고

 

 전화번호 찍어 주면 내일 알아서 갈게

 

 궁상맞게 무슨 혼자

 

 (가사 도우미)  저기요

 

 나가 봐  [물소리가 멈춘다]

 

 

 

 [음악이 멈춘다]

 

 (가사 도우미)  시그널 컨트리 회장님이  약을 보내셨어요

 

 (유신)  약요?

 

 (가사 도우미)  한약요비서분이 갖고 왔더라고요

 

 - 비서 갔어요?  - (가사 도우미

 

 (동미)  무슨 약을?

 

 (가사 도우미)  차 식어서 다시 물 데웠어요  [휴대전화 진동음]

 

 (유신)  

 

 (문호)  잘 아는 명의가  신경 써서 지은 약이니까

 

 맘이 말이 아니고 몸도 힘들겠지만  먹고 얼른 기운 추슬러

 

 아무 때건 와서 공 치면 좋겄구먼

 

 암튼 뭐든 필요한 거 있으면 전화하고

 

 오빠다 생각혀  [한숨]

 

 아직도 나한테 마음 있는 겨?

 

 과부라고 우습게 보는 겨?

 

 [동미의 한숨]

 

 과부라고 다 같은 과부가 아니여  [의미심장한 음악]

 

 [한숨]

 

 [문이 덜컥 닫힌다]  [살짝 웃는다]

 

 제가 오늘 저녁 쏠게요  지난번 사셨으니까

 

 - 다음에요  - (피영선약 있으세요?

 

 

 

 [옅은 웃음]

 

 [통화 연결음]

 

 [동미의 한숨]

 

 (유신)  내가 가려던 한의원

 

 [유신이 상자를 탁 놓는다]  그래?

 

 우선 이거 먹고

 

 아니야내가 전화 걸어 봐야겠다

 

 [휴대전화 진동음]

 

 여보세요

 

 안녕하세요원장님

 

 [웃으며]  안녕하세요

 

 지난번에  병원 이사한다고 하셨는데

 

 다름 아니고

 

 판문호 회장님께서

 

 시그널 컨트리

 

 (유신)  지금 저희 집으로 약을 보내셨어요

 

 그 댁이었어요?

 

 

 

 근데 먹어도 되나 싶어서요

 

 (유신)  진맥 없이 지었는데

 

 

 

 그래요?

 

 

 

 실은 저도 저희 어머니 모시고  거기 가려고 했거든요

 

 ()  그럼 혹시 모르니까  맥 체크 좀 하고 드시든가요

 

 체질하고 상관없이  지은 보약이지만

 

 아무 때건

 

 별일 없죠?

 

 그래요?

 

 아이내가 왜 몰랐지?

 

 부고 기사 안 냈어요?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혜령)  난 오늘 좀 마실래요

 

 피곤이 쌓였어

 

 낮술에 취하면  몰라본다던데부모님도?

 

 초저녁이지 낮술 아니에요

 

 [혜령이 살짝 웃는다]

 

 [가수가 애절한 노래를 부른다]

 

 (피영)  난 됐어요

 

 한 모금 해요

 

 (시은)  그래목은 축여  [종업원이 와인을 조르르 따른다]

 

 천주교 미사 때도 마시는 게 와인이야

 

 [종업원이 와인을 조르르 따른다]

 

 고생했어

 

 상 치르는 게 보통 일이야?

 

 그것도 갑자기요

 

 (시은)  맛있네

 

 와인은 모르지만 맛있는 건 알아

 

 그럼 됐죠

 

 와인 공부 했어?

 

 첫 남친이 와인 수입했어요그때 좀

 

 

 

 - 몇 살 때?  - (혜령대학교 2학년 때 만났어요

 

 첫사랑이랑 결혼하면 억울해

 

 잘 헤어졌어  [혜령이 살짝 웃는다]

 

 (시은)  난 우리 향기한테

 

 적어도 네다섯 명은 만나고  결혼하라 그래

 

 [피식 웃는다]

 

 첫사랑이 마지막 사랑

 

 살아 보니 밑지는 장사야

 

 [함께 살짝 웃는다]

 

 나 순진했어

 

 순수한 거지

 

 언니 같은 순정파 없어정말  요즘은 눈 씻고 봐도

 

 우람 아빠가 뇨키 좋아하는데

 

 [무거운 음악]

 

 [엘리베이터 안내 음성]  내려갑니다

 

 [초인종이 울린다]

 

 [술 취한 말투로]  작가님

 

 권태기 얼마 만에 오던가요?

 

 난 바빠서 솔직히 느낄 새 없었어

 

 요즘도 두근거려요남편 볼 때?

 

 무슨 두근

 

 - PD님은요?  - (피영섹시해 보일 때 있지

 

 어떤 때요?

 

 (피영)  

 

 우리 남편 뒤태가 좀 괜찮거든

 

 (혜령)  부러움부러움

 

 혜령 씨야말로 한창 좋을 때지

 

 작가님, PD

 

 타인의 눈으로 봤을 때 저 어때요?

 

 (혜령)  매력이 있어요없어요?

 

 솔직히

 

 넘치지

 

 얼굴 이뻐몸매 예술이야

 

 (시은)  잘나가는 DJ, 돈 잘 벌어  변호사 신랑에

 

 그것도 연하

 

 다 갖췄지

 

 (시은)  전생에 나라까지는 아니고

 

 자기는 한양 구하고  혜령 씨는 저수원 정도 구했나 봐

 

 [혜령이 살짝 웃는다]  (피영)  언니는?

 

 - (시은?  - 딸에 아들까지

 

 우람이 보면 정말 든든하겠다 싶어

 

 녀석 의젓하니

 

 있죠

 

 (혜령)  있죠작가님

 

 남편분오래 살아서가 아니라

 

 여자 있는 거예요

 

 [의미심장한 음악]

 

 부부 사이는 부부만 알아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왜 있는데요

 

 그래모르지밖에서 일은

 

 남자를 너무 믿지 마세요

 

 PD님도

 

 혜령 씨스트레스가 많았나 봐오늘

 

 그리고 한창 깨 볶는 새댁이  할 얘기는 아닌데?

 

 시댁에서 계속 아기 가지래?

 

 가지려고요

 

 잘 생각했어

 

 천하의 부혜령도  재력 시부모한테는 어쩔 수 없구나

 

 (문호)  잘 받았다

 

 문자는 줄 법한데

 

 서 부장님 참 괜찮지 않아요?

 

 아까 웬만한 남자 같으면  좋아라 낄 텐데

 

 - 안 그래요?  - (피영선약 있다잖아

 

 아이그냥 하는 소리예요

 

 (혜령)  무슨 선약

 

 사람이 노블해

 

 (시은)  껄떡대지 않지

 

 실없는 소리 하는 것도 못 봤고

 

 (혜령)  그러면서 상남자 스타일요

 

 근데 한 가지 흠

 

 옷을 안 갈아입어

 

 맨날 그 검은 니트

 

 (시은)  단벌 아니야

 

 보면 비슷한 거 여러 벌 갈아입어

 

 조금씩 달라질감이랑

 

 그래요?

 

 관찰력 짱

 

 [휴대전화 문자 알림음]

 

 [휴대전화 조작음]

 

 [문호가 휴대전화를 툭 내려놓는다]

 

 뭐 연락 올 거 있어요?

 

 아니

 

 근데 왜 그렇게  호들갑스럽게 받았다가 실망해?

 

 무슨 실망을

 

 순간 소리에 놀란 거지

 

 문자 소리에 단 한 번 놀란 적 없는데?

 

 [어이없는 웃음]

 

 혜령이 말이여

 

 [익살스러운 음악]  당신하고 핏줄로 엮인 사이  아닌가 싶어

 

 할 소리유?

 

 (문호)  꼭 따지고 드는 게  당신이랑 판박이 아니야?

 

 우리 막둥이 힘들고 고단혔겄어

 

 제 무덤 제가 팠지만

 

 판문호 씨도 무덤 팠다고?  나한테 엮여서?

 

 나야 내가 안 팠지

 

 그짝이 파 줬지

 

 그짝?

 

 이짝 아니고

 

 좋아요앞으로 우리  '이짝', '저짝', '그짝합시다

 

 그짝꿀물 좀 타소

 

 그짝이 타 잡숴

 

 목마른 놈이 우물 파랬다고

 

 꿀물 마른 놈이 타 잡숴

 

 ?  [예정의 헛기침]

 

 놈의 반대는 그럼 뭐여?

 

 나도 반대로 불러 봐?

 

 [강아지가 왈왈 짖는다]

 

 (예정)  동미 저년은  왜 시끄럽게 짖고 난리야야밤에

 

 (문호)  안 하던 욕을 왜 혀개한티

 

 동미 저 계집애

 

 야비한 데가 있어

 

 무슨 야비?

 

 그러는 그짝이 야비허네

 

 불쌍한 개한티

 

 다 불쌍하지나만 빼고

 

 다 안됐고 불쌍해

 

 사람 할 거 없이

 

 본인이 불쌍하다는 얘기야?

 

 아니시그널 컨트리  안방마님이 불쌍하면

 

 (문호)  세상 여자들은 다 뭣이여?

 

 나가서 함부로  그런 식으로 입 놀리지 마

 

 맞아 죽어잘못허믄

 

 그짝한테만 얘기지

 

 나한테 요만큼 잔정 보여어디?

 

 오는 정이 없응께

 

 정은 없고 타박밖에 더 있어?

 

 내가 할 말이네이 사람아!

 

 [못마땅한 숨소리]

 

 [타이어 마찰음]

 

 [피곤한 숨소리]

 

 (유신)  !

 

 [엘리베이터 문이 탁 닫힌다]

 

 [버튼을 탁 누른다]

 

 [문이 달칵 여닫힌다]

 

 (유신)  나 오는 거 보면서 혼자 올라가?

 

 피곤해서

 

 와인 몇 잔 했더니

 

 피곤해도 그렇지

 

 오늘 어머님 어떠셔?

 

 어머님 댁에서 오는 거죠?

 

 (유신)  

 

 좀 들어요식사?

 

 억지로

 

 (유신)  나 아니면 굶을 판이야

 

 며칠 덜 먹으면  오히려 좋을 수도 있대요건강에

 

 [혜령의 힘겨운 숨소리]

 

 [무거운 음악]

 

 [힘겨운 신음]

 

 [힘겨운 신음]

 

 [흐느낀다]

 

 [혜령이 흐느낀다]

 

 [혜령이 오열한다]

 

 (시은)  말해 봐요

 

 분명히 어디가 안 좋으니까 먹는 거지

 

 그냥 상가 지나가는데  한의원이 눈에 띄었어

 

 (해륜)  한 번도 진맥 같은 거  받아 본 적 없잖아

 

 체질이나 물어볼까 하고 들어갔는데

 

 원장이 약 먹으면 좋겠다는 거야

 

 전체적으로 에너지가 떨어졌다나

 

 [흥미로운 음악]

 

 [오토바이 시동음]

 

 [오토바이 엔진음]

 

 [오토바이 엔진음]

 

 [시은의 힘주는 신음]

 

 이거 어때?

 

 파자마 파티야

 

 지금부터 파자마 입는 거 아니잖아

 

 좋아

 

 지아는 오는데 9시에 데리러 온대

 

 - 안 자고?  - (시은

 

 (향기)  와 주는 것도 어디냐?  나 같으면 안 온다

 

 음식까지는 좀 거들고 가

 

 

 

 [아이들이 시끌시끌하다]

 

 (향기)  아휴정신 사나워

 

 옛날 엄마들  어떻게 여섯일곱 낳아서 키웠나 몰라

 

 닥치면 다 하게 돼

 

 [한숨 쉬며]  인간의 적응력이란

 

 얘들아저녁 먹어

 

 (함께)  !

 

 - (친구1) 배고프다웃었더니  - (친구2) 그러니까

 

 [지아의 탄성]

 

 (우람)  우아맛있겠다  [아이들의 탄성]

 

 [문호의 한숨]

 

 [문호가 중얼거린다]

 

 [혀를 쯧 찬다]

 

 [예정의 놀라는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예정)  아니이걸?

 

 뒤꿈치가 갈라져서

 

 발에다 바르면 어떡해아이 크림을

 

 아이 크림이든  어른 크림이든 노인 크림이든

 

 (문호)  어쨌든 바르는 크림 아니여?

 

 아무 데 바르건 내 맘이고

 

 미쳐정말

 

 크림 하나에 미쳐?

 

 그럴 것 같으면 나는

 

 아니물어나 보든가!

 

 이것도 있고 이것도 있고

 

 - 딱 보면 몰라요비싼 거  - (문호몰라

 

 (예정)  나도 벌벌 떨고 눈곱만큼씩 바르는 걸

 

 자식만 등골 브레이커 아니여

 

 힘들게 벌어다 주믄

 

 정강이에 몸뚱아리

 

 얼굴에 처바르느라고들

 

 (예정)  안 바르고 안 가꾸면은

 

 또 안 가꾼다고  다른 집 여편네들이랑 비교할 거면서

 

 이런 거 바른다고 감자가 복숭아 돼?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차 문이 탁 열린다]

 

 [차 문이 탁탁 닫힌다]

 

 (해륜)  아이고

 

 [해륜의 힘겨운 신음]

 

 (유신)  안녕하세요

 

 저 지아 아빠요 PD 남편

 

 [웃으며]  안녕하세요

 

 [함께 웃는다]

 

 저 지아 기다리는 중이에요

 

 제가 좀 많이 마셔 가지고

 

 (유신)  [웃으며]  어서 들어가세요

 

 일전에 아버님 돌아가시고  찾아뵙지도 못했어요

 

 - 우람 엄마가  - (유신

 

 작가님 계속 함께해 주셨어요

 

 (시은)  아휴아이고  [해륜의 힘겨운 신음]

 

 앉아 봐  [시은의 힘주는 신음]

 

 아휴참  [해륜의 술에 취한 신음]

 

 [아이들이 시끌시끌하다]

 

 (해륜)  향기는?

 

 재인이네

 

 시끄러워 못 잔다고

 

 (시은)  꿀물?

 

 생수?

 

 냉커피?

 

 [해륜의 한숨]

 

 혼자 마신 건 아닐 테고

 

 혼자

 

 ?

 

 이건 아니다 싶어

 

 (시은)  뭐가?

 

 (해륜)  태어나서 한 여자한 남자하고만  살다 가는 거

 

 우리 말이야

 

 [한숨 쉬며]  또 시작이야?

 

 

 

 만나는 사람 있어실은

 

 (해륜)  단지 오래 살았다는 이유가 아니라

 

 이시은 말고 다른 사람이

 

 다른 여자가

 

 내 가슴속 차지했다고

 

 [어두운 음악]

 

 [시은의 놀란 숨소리]

 

 언제부터?

 

 좀 됐어

 

 뭐 하는 여자인데?

 

 우리 얘기만 해

 

 학생?

 

 (해륜)  그건 말 안 되고

 

 (시은)  지금 이 상황은 말 돼?

 

 마음 돌려 보려고 했는데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어

 

 보내 줘라

 

 애들은?

 

 애들 생각은 안 해?

 

 [괴로운 숨소리]

 

 어쩔 수가 없어

 

 (시은)  박해륜이거밖에 안 돼?

 

 학생들 가르치는 교수야

 

 근데 바람피웠어배신도 모자라

 

 난 그렇다고 쳐

 

 우리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데

 

 (해륜)  쳐 죽일 놈이야

 

 죽여 줘?

 

 이대로는

 

 이렇게는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야

 

 어떤 여자길래

 

 궁금하네아주

 

 미안해

 

 면목 없어

 

 미안한 걸로 빠져나가지 말고

 

 (시은)  그러면서 내 손목 핑계를 대?

 

 파스 냄새 어쩌고저쩌고

 

 (해륜)  어쨌든

 

 어쨌든 끝내자우리

 

 의논도 부탁도 아니고 통고?

 

 혼자 결론짓고 통고?

 

 (시은)  우리 만나고 사귀고

 

 고생하고 산 수십 년 세월

 

 이거밖에 안 돼?

 

 우리만 겪는 거 아니고

 

 세상에서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야

 

 '흔하게'

 

 향기랑 우람이가 평생 나 안 본대도

 

 어쩔 수가 없어

 

 [쓸쓸한 음악]

 

 [해륜의 한숨]  [문고리가 달그락거린다]

 

 (우람)  엄마우리 배고파요

 

 주무세요?

 

 야식 플리즈

 

 알았어

 

 [멀어지는 발걸음]

 

 일단

 

 분위기 깨지 마

 

 [친구2가 노래한다]

 

 [아이들의 웃음]  (친구1)  다 틀려음치음치

 

 - (친구2) 우람아너 해아  - (우람야식 먹고  [문소리가 탁 난다]

 

 잠들은 안 자안 졸려?

 

 - (친구1) 안 졸려요  - (친구3) 더 말똥말똥해져요

 

 쿵쿵 뛰지만 말고

 

 (친구2)  안 뛰어요

 

 (아이들)  네  [아이들의 웃음]

 

 [아이들이 소란스럽다]

 

 [한숨]

 

 [한숨]

 

 내 정신

 

 비빔국수 준비해 놓고

 

 (유신)  잠 잘 오는 약 내일 갖다줄게  그거 먹으면 잠 잘 와

 

 천연이라 중독성 없고

 

 내 걱정은 마알았어요

 

 자요

 

 

 

 [휴대전화 조작음]

 

 [유신이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스탠드 조작음]

 

 [유신의 피곤한 신음]

 

 나랑 지아도 슬픔 커  물론 자기는 말할 것도 없고

 

 이 상황에  한 사람만 극진한 위로 받아야 해?

 

 (유신)  김 여사가 아버지한테 한 거 몰라?

 

 어쩌다 며칠에 한 번  아버지 찾아뵌 우리하고는 달라

 

 충격 정도가

 

 잘못하면 무기력해지고  우울증 올 수 있어

 

 난 자기가 위로해 줘

 

 

 

 자기는 천연 수면제야나한테

 

 잠이 달아나야 하는 거 아니야?

 

 자기 생각해서

 

 달아나는 잠 붙잡잖아필사적으로

 

 필사적이지는 않더구먼

 

 [웃음]

 

 [피영의 한숨]

 

 응급 대처 제대로 한 걸까?

 

 간호사 출신이야김 여사

 

 너무 갑자기 돌아가셨어

 

 아무리 심장이 좋지 않으셨더라도

 

 (친구1)  우아비빔국수

 

 (친구2)  맛있겠다

 

 (친구들)  잘 먹겠습니다

 

 (시은)  

 

 [탄성]

 

 우리 엄마가 해 준 것보다 짱 맛있어

 

 누가 빨리 먹나

 

 우린 끝났다고 쳐

 

 사람 마음

 

 그래

 

 남들도 거의 다 변해

 

 변치 않고 늙어서까지  애틋하게 사는 부부 드무니까

 

 [한숨]

 

 가끔 드라마 보면 그런 대사 나와

 

 내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  이럴 수 있냐고

 

 (시은)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어

 

 말도 있듯이

 

 짐승보다 못하다는 비유

 

 알아내가 생각해도

 

 (시은)  가는데 몸만 가

 

 서류상으로는 우린 여전히  계속 부부여야 해

 

 내 가슴은 뭉개져도 좋아

 

 내 결혼 생활  이렇게 절단나도 오케이

 

 그렇지만 애들은 안 돼

 

 애들 모르게 해

 

 백 여자천 여자 만나든

 

 시은아

 

 내 이름 부르지 마그 입에

 

 이제 내 이름 올리지 마

 

 [한숨]

 

 실컷 나가 자고 들어와

 

 (시은)  적당히 애들한테 말하면 되니까

 

 우린 어차피 남남이 만났으니  변할 수 있고

 

 배신이든 뭐든 그럴 수 있는데

 

 애들한테는 안 돼

 

 우리가 죽어서도 변하지 않는

 

 변할 수 없는 천륜이야

 

 우리가 우리 멋대로  이 세상에 만들어 놨어

 

 그 책임은 져야지

 

 가슴에 못 박으려고 낳은 거 아니잖아?

 

 [한숨]

 

 어떤 여자인지 모르지만

 

 서류 정리하고 완전히 제 남자 되래?

 

 그런 여자 아니야

 

 됐네

 

 홀가분하게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지내

 

 [쓸쓸한 음악]  애들만 눈치 못 채게

 

 이제까지처럼 충실한 아빠 노릇  그거면 돼

 

 (시은)  학비 대는 걸로 아빠 역할 끝 아닌 거  누구보다 알지?

 

 어쨌든 학생 가르치는 교수니까

 

 지난번 향기랑 우람이  눈물로 사정할 때

 

 '절대 이혼하면 안 되겠구나절감했어

 

 난 절감했는데

 

 박해륜 씨는 아닌가 봐

 

 나한테

 

 나 자신보다  박해륜보다 아이들이 소중하듯이

 

 아이들 인생 안 망가지고

 

 영혼 안 다치게 하는 게 중요하듯이

 

 박해륜도 그래야 돼

 

 나나 그 어떤 여자보다

 

 네 자식들이 우선이어야 한다고

 

 [한숨]

 

 [문이 덜컹거린다]

 

 두 분 제 공연 안 보실래요?

 

 [당황하며]  

 

 [해륜의 한숨]

 

 나가

 

 표 내지 말고 웃으며 박수 쳐

 

 [아이들이 두런거린다]

 

 - (우람너도 춤출 거야?  - (친구1) 나오셨어나오셨어

 

 [친구들이 저마다 우람을 응원한다]  (친구1)  준비해준비준비

 

 (우람)  한다  [문이 탁 닫힌다]

 

 [해륜의 한숨]

 

 이걸 딱 틀고  [휴대전화 조작음]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람들의 박수]  [친구들의 환호성]

 

 [친구들의 웃음]

 

 [친구들이 호응한다]

 

 [친구들이 저마다 말한다]

 

 [흥미로운 음악]

 

 [강아지가 낑낑거린다]

 

 어머웬 강아지예요?

 

 [강아지가 낑낑거린다]

 

 [혜령의 웃음]

 

 선물이에요?

 

 [해륜이 드르렁 코를 곤다]

 

 [떨리는 숨소리]

 

 [흐느낀다]

 

 [새가 지저귄다]

 

 [낑낑거린다]

 

 (문호)  동미야

 

 아침 먹고 사현네 갑시다

 

 - (문호가면?  - 사현이 쥐 잡듯 하는 거 못 봤어요?

 

 평생 죄인으로 살아야 해우리 아들

 

 [한숨]

 

 엊저녁 사현이 전화 왔는데

 

 점점 무서워지려고 그런대

 

 (예정)  무서워서도 인제 같이 못 살겠다고  [문호의 한숨]

 

 (문호)  봤잖여

 

 혜령이 강제로 가방 들려 내쫓아?

 

 설득을 해야지

 

 누가?

 

 그짝이

 

 위자료 한몫 떼 준다 해요

 

 혜령이가 뭐돈 아쉬워?

 

 아쉽지

 

 (예정)  친정 그냥저냥 이민 생활 하는 거고

 

 강남에 아파트 하나 장만하려 해 봐요

 

 혜령이 벌어 모은다 해도 수년이지

 

 지금 사는 집도  혜령이 앞으로 준다 하고

 

 혜령이 입장에서도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새 출발 하는 게 나아요젊고 이쁠 때

 

 얼매나 시끄러울 겨

 

 일반인도 아니고

 

 아휴톱스타도 아닌데

 

 그리고 남 얘기 사흘이에요

 

 이런저런 사건 터지면 금방 또 묻혀

 

 [시은이 종지를 탁 놓는다]

 

 나한테 했듯이  애들 상대로 일 벌이지 마

 

 본인 좋자고  누구랑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애들 상처 안기면

 

 나 정말 용서 못 해

 

 피눈물 흘릴 각오 돼 있으면  애들 눈에서 눈물 빼든가

 

 그땐

 

 어떤 짓도 나 할 거야

 

 [한숨]

 

 대답해어쩔 건지

 

 알았어

 

 애들 입에서

 

 향기 입에서  '아빠 무슨 일 있어요?'

 

 그런 말 나오게 하지 마

 

 절대

 

 [한숨]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문소리가 탁 난다]

 

 향기 와

 

 [피식 웃는다]

 

 [문을 달칵 닫는다]

 

 [문이 달칵 여닫힌다]

 

 (향기)  쟤네 밤새워 놀았나 봐

 

 거의 새벽까지

 

 [감성적인 음악]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사진작가)  아미 씨자신 있는 포즈 한 번만

 

 좋습니다좋습니다  자그대로

 

 좀 더 밝게 웃어 주세요밝게

 

 너무 좋아너무 좋아계속  그 웃는 표정 그대로 갈게요

 

 좀 더 살려서좀 더 살

 

 [잔잔한 음악]

 

 [비장한 피아노 연주]  (가빈)  ♪ 이유로 사라지는 ♪

 

 ♪ 티 없이 맑은 시대에 ♪

 

 ♪ 새까만 ♪

 

 ♪ 얼룩을 남겨 ♪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유신)  

 

 [음악 소리가 커진다]

 

 - (혜령샤워해요  - (예정어  [문호의 한숨]

 

 (예정)  방금들 일어났나 보지늦잠들 자고?

 

 전 아까요

 

 점심 안 드셨죠?

 

 (예정)  생각 없죠?

 

 왜 생각 없을 거라 생각해?

 

 아침 오늘 늦게 먹었잖아요

 

 (예정)  아직 때 안 됐고

 

 계란프라이 하나 해 다오

 

 

 

 (문호)  뭐냐

 

 

 

 서니

 

 서니사이드 업요?

 

 그래서니사이드 업

 

 [살짝 웃는다]

 

 

 

 [예정의 어이없는 웃음]

 

 (예정)  '반숙하면 될 걸

 

 내 말에 토 좀 달지 말어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누가 50대로 보겠어

 

 편한 검은 옷이 이거밖에 없어서

 

 누나는 뭐든 잘 어울려  군살 없으니까

 

 오늘은 좀 멀리 갈까 해

 

 어디?

 

 (문호)  

 

 생각을 혀 봤다

 

 얘 입장에서도 생각해 보고

 

 네 입장에서도 생각해 보고

 

 아버님

 

 여기서 덮을게요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고

 

 그리고 두 분 평소 바람처럼  저 아기 가질게요

 

 (혜령)  어머니 말씀처럼

 

 그냥 한 차례 훅 불고 지나가는  바람으로 치려고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못 견디겠어요

 

 그러니까 자기도 노력해 줘

 

 노력한다고 해결될 상황 아니잖아

 

 문제가 생겼으면 해결하면 돼

 

 이게 해결책이야

 

 (혜령)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우리 혼인 서약 했어

 

 이만한 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려야 해?

 

 그 많은 하객들 뭐라고 할 거야?

 

 소중한 시간 내서  참석해 축하해 줬는데

 

 아버님어머님

 

 친정 식구들 다 캐나다에 살고

 

 한국에 저 혼자예요

 

 두 분 시부모님이지만

 

 저한테는 엄마아버지나 마찬가지예요

 

 전 그렇게 생각하고 두 분 의지했어요

 

 얼굴도 모르는 여자가 아이 가졌다고

 

 저 이렇게 내쳐져야 해요?

 

 며느리가 아니라

 

 두 분이 배 아파 낳은  딸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혜령의 떨리는 숨소리]

 

 어쨌든 결정하시는 대로 따를게요

 

 이 사람 원대로

 

 저 도장 찍고 갈라서요?

 

 (문호)  아니

 

 전 이 상황 다 감수하고 받아들이고

 

 아이까지 갖기로 결심했어요

 

 번복 안 해요

 

 그려

 

 (문호)  장혀

 

 [흐느낀다]

 

 울지 마라아가

 

 살다 보면 별일 다 겪어

 

 이보다 더한 일도 쌨고

 

 (문호)  

 

 얼른 정리혀

 

 [무거운 음악]

 

 (사현)  어떻게요?

 

 (예정)  네 선에서 안 되면 우리가 만나 볼 겨

 

 (사현)  안 돼요그건

 

 왜 안 돼?

 

 지금 초기라  스트레스받으면 안 되잖아요

 

 애 문제는 나중 생각하기로 허고

 

 그짝한티 끝내자 분명히 말하고 정리혀

 

 아버지

 

 - 그렇게 간단한 문제예요?  - (문호네 문제여

 

 네가 뿌린 씨앗 네가 거둬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야는 더 이상 건들지 마

 

 (문호)  심기

 

 [훌쩍인다]

 

 두 집 살림을 하든 세 집 살림을 하든

 

 네 머리만 뽀개지고 네 몸만 곯아

 

 배 속의 애는 무슨 죄인데요?

 

 네가 만든 업이지 우리 죄여?

 

 [휴대전화 벨 소리]  (문호)  맹근 여자랑 둘이 책임이여

 

 그러니까 책임진다고요

 

 가정을 지키는 선에서 책임져

 

 전화받아 보거라

 

 [힘겨운 숨소리]

 

 - 이건 아니지엄마  - (예정그럼 뭐라 그래?

 

 네가 우리라면?

 

 조강지처 눈에서 눈물 빼면 안 돼

 

 혜령이랑 술지게미 안 먹었어요

 

 쌀겨 구경도 못 하고 살았고요

 

 [문이 달칵 열린다]

 

 [사현의 착잡한 숨소리]

 

 (예정)  우린 갈 테니까 점심

 

 아점들 먹어

 

 일어나요

 

 [문호의 힘주는 신음]

 

 (문호)  그려

 

 [한숨]

 

 들어가감기 걸려

 

 목소리 갈라지면 어떡해

 

 조심히 내려가세요

 

 (문호)  

 

 [엘리베이터 안내 음성]  문이 닫힙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탁 닫힌다]

 

 [한숨]

 

 [도어 록 작동음]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익살스러운 음악]

 

 [사현의 가쁜 숨소리]

 

 (예정)  아휴그냥  [문호가 혀를 쯧 찬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더니  [문호의 한숨]

 

 [차 문이 탁 열린다]

 

 [차 문이 탁 닫힌다]

 

 [다급한 신음]

 

 [사현의 다급한 신음]

 

 [사현의 거친 숨소리]  (예정)  ?

 

 (사현)  [안전띠를 달칵 채우며]  일단 출발해요

 

 이러면 어떡해요

 

 (문호)  더 이상 방법 없어

 

 [사현의 한숨]

 

 (사현)  [가쁜 숨을 내쉬며]  여기 나가서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가면은

 

 카페 있어요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현)  뭐 드실래요?

 

 (문호)  생각 없어

 

 생각 없어도 자릿값은 하셔야지

 

 난 아메리카노 따뜻한 거  네 아버지는 홍차

 

 케이크 시켜 보든가

 

 카페 왔으면 또  케이크를 한 입 먹어 줘야지

 

 의외네혜령이?

 

 (문호)  그러게 말이유

 

 아휴결혼이 뭔지

 

 '딴딴딴따할 때 고때 잠깐 좋은 거지

 

 뭐가 부족하고 아쉬워서  벌써 이런 속을 썩고

 

 결혼한 지 고작 3년째구먼

 

 한창 좋을 때

 

 한창 좋을 때는 지났고

 

 언제까지가 좋은데요?

 

 

 

 6개월?

 

 6개월 살고서 싫증 났다는 얘기네?

 

 억지로 마지못해 살았다는 얘기야?

 

 인생이라는 게 그런 거지

 

 하여튼 입으로 다 까올려

 

 빈말이라도 듣기 좋은 말 해 주면  어디가 덧납디까?

 

 빈말은 못 혀싫어

 

 거기에 반한 거 아니여?

 

 누가 반했대요?

 

 요즘 애들 쓰는 말로 들이대니까  그냥 넘어가 줬지

 

 (문호)  들이대기는

 

 내가 총이여들이대게?

 

 [흥미로운 음악]

 

 [음산한 효과음]

 

 (혜령)  늙어서 봐

 

 몇 배로 갚아 줄 거니까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현)  지금 엄마 아버지 손주가  한창 크고 있어요

 

 애는 잘못 없잖아  어른들이 희생해야지

 

 (예정)  혜령이도 잘못 없어

 

 혜령이는 어른이라  제 앞가림 얼마든지 할 수 있어

 

 잠시 속상하고 아픈 거지

 

 아까 봐 놓고 그래?

 

 그게 어떻게 잠시 속상이야  인생이 걸린 문제인데

 

 태어날 애는  앞으로 80년 이상 살아야 하고

 

 우린 웬만큼 즐기고 살았어

 

 덜 즐겨도 돼양보하고

 

 혜령이가 저렇게 나오는데 방법 있어?

 

 설득하셨어야지  당하시면 어떡해설득

 

 당할 만하니까 당해

 

 지금 케이크가 넘어가아빠?

 

 (사현)  난 하루가 정말

 

 엄마

 

 우리한테 이런다고 달라질 거 없어

 

 우리도 힘들고 괴로워아주

 

 효도는 못 할망정

 

 만일 아들 낳으면?

 

 [흥미진진한 음악]

 

 아들손자 안겨 드리면  최고 효도 아니야?

 

 그렇잖아

 

 [잔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그 여자가 원하는 게 정확히 뭐야?

 

 없어요혼자 낳아서 키우겠대

 

 뭐 하는 여자인데?

 

 능력은 돼?

 

 혜령이가 애 낳겠다니까

 

 그쪽에서 못 키우겠다고

 

 애 보내오면 다행이고

 

 (예정)  지금 말은 그런데  남의 자식 키우기가 쉬워요어디?

 

 (문호)  왜 남의 자식이야?

 

 엄연히 남편 핏줄이지

 

 어쨌든

 

 내 속으로 낳은 자식도

 

 주먹이 왔다 갔다 할 때 많아요  키우다 보면

 

 난 그쪽하고 살고 싶단 말이야

 

 (문호)  냉수 먹고 속 차려

 

 그 맘은 평생 갈 줄 알아?

 

 너 하는 꼴 보니까  앞으로 몇 여자 울리게 생겼어

 

 절대 아니야엄마

 

 난 착한 여자가 좋아

 

 인제 여자 취향 확실히 알았어

 

 이쁜 여자보다  나한테 정답게 대하고 맞춰 주는 여자

 

 사귈 땐 다 맞춰 줘서  좋은 모습만 보이지

 

 살아 보면 몰라?

 

 그 말은 맞아

 

 벌받아

 

 빨리 끝내고

 

 혜령이 눈에서  더 이상 눈물 흘리게 말어

 

 내 사랑이 식었는데

 

 혜령이가 과연 행복할까?

 

 그리고 아버지

 

 나하고 있을 때 그 사람 무시무시해져

 

 얼굴 열두 번 변해

 

 입장 바꿔서

 

 혜령이가 바람나

 

 딴 남자 애 가졌다고 치자

 

 너 그럼 포 뜨고 싶을걸한 점한 점

 

 맞아

 

 엄마는 뭐가 맞아

 

 (문호)  이걸 생각해

 

 우리가 나서서 설득시키고 어떻게 해서  갈라선다고 쳐

 

 그럼 혜령이 마음이 어떻겠어?

 

 인터넷에 떠들썩하게

 

 한동안 기사 떠들 거고

 

 그걸 보는 혜령이 마음이 어떻겠냐고

 

 피눈물 흘리면서 원한 맺혀

 

 그럼 니한테 안 좋아

 

 새 여자랑 깨 볶고 살다가  한 큐에 갈 수 있어

 

 벌받아서 사고 나서  반신불수 될 수도 있고

 

 식물인간 될 수도 있고

 

 모르는 겨사람 일

 

 (예정)  맞아

 

 하늘 무서운 줄 알아야 돼

 

 그러고 누워 있으면은  긴병에 효자 없다고

 

 조강지처 아니면 다 떠나

 

 누가 수발들어?

 

 지금 가진 걸 감사할 줄 모르고

 

 더 큰 욕심 부리면 하늘이 다 가져가

 

 반신불수 돼서 누워 있으면

 

 천하일색이 줄 섰어도 무슨 소용이야?

 

 혜령이가 봐준다고 할 때

 

 '감사합니다하고

 

 (문호)  어서 용서 구하고 수습혀

 

 마지막 기회야용서받을 수 있는

 

 우리도 잠깐 어떻게 됐었어  네 말에 넘어가서

 

 애 문제는

 

 (문호)  차차

 

 (예정)  부모 말 들어서 잘못되는 거 없어

 

 혜령이 데려왔을 때  우리가 썩 내켜 했어?

 

 나이도 한 살 많고

 

 결국 이렇게 되잖아

 

 어쨌든

 

 연분이라서 부부로 묶인 겨

 

 (문호)  순리 거스르고 갈아타려다가  경치지 말고

 

 정신 차려

 

 나 인제 그 사람 무섭단 말이야

 

 너 하기 나름이야인제

 

 잘해 주면은 금방 잊어

 

 맞아조두라는 말도 있으니까

 

 (예정)  여자 새 머리라는 뜻이유?

 

 여자가 조두면 남자는 충두게?

 

 - 충두?  - (예정벌레 머리

 

 아빠 저녁 먹고 들어오신대

 

 (지아)  엄마 전화 꺼져 있다고

 

 [놀라며]  꽃게?

 

 탕 할 거야찜 할 거야?

 

 [애교스럽게]  지아는 찜이 좋아요

 

 다음에아빠도 먹고 들어오고

 

 내 입은 입 아니야?

 

 찜 해 줄게

 

 전화기 배터리 나갔나 봐  충전기에 좀 꽂아 줘

 

 예스

 

 [게 껍데기를 탁 내려놓는다]

 

 (피영)  지아야앉아 봐

 

 아침에 좀 일찍 일어나서  아빠랑 수영장 다니는 거 어때?

 

 일찍 몇 시?

 

 , 6시에는 일어나야지?

 

 [놀라는 숨소리]

 

 못 일어나

 

 수영 웬만큼 하는데

 

 수영 계속하면 몸매 좋아져

 

 얼마나 이뻐지는데히프 업 되고

 

 이 정도면 업이야다운 아니야

 

 나중에

 

 6시에 일어나는 건 정말 불가능

 

 딸한테 너무 많은 걸 요구하지 마셔

 

 [살짝 웃는다]

 

 (지아)  아빠는 정말 대단대단

 

 할아버지 돌아가셔서  할머니 인제 수영 안 하신대?  [피영이 게를 손질한다]

 

 아빠 심심할까 봐 나 같이 다니라고?

 

 하면 좋으니까

 

 엄마

 

 나 외할머니 보고 싶어

 

 (지아)  ?

 

 외할머니 가여운 생각도 들고

 

 - ?  - (지아왠지 느낌이

 

 그렇게 느껴졌어

 

 그날 눈에 눈물도 맺히셨었고

 

 [새들이 지저귄다]  (유신)  나 어렸을 때 여기 좀 데려오지 그랬어

 

 [잔잔한 음악]

 

 (동미)  그러게

 

 좋은 줄 몰랐지

 

 워낙 바빴으니까

 

 살림은 크고

 

 대학교 때 왔는데 좋더라고

 

 (동미)  지아 엄마 싫어하겠어

 

 휴일 날 쉬지도 않고

 

 (유신)  안 그래배려심 얼마나 많은데

 

 (동미)  그래서 결혼했어?

 

 (유신)  좋았으니까

 

 [동미의 옅은 한숨]

 

 지아 엄마만 한 여자도 드물지

 

 (유신)  어렸을 땐

 

 정말 나한테는 누나밖에 없었다

 

 [분위기 있는 음악]

 

 

 

 우리 아무것도 안 먹었어  배 안 고프셔?

 

 (동미)  별로

 

 나도

 

 [동미의 한숨]

 

 (동미)  걸으니까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아

 

 (유신)  여자들 걸어야 발목도 가늘어져

 

 우리 김 여사는 뭐든 가늘지만

 

 [동미가 살짝 웃는다]

 

 아버지만은 못해도

 

 나 정도면 든든하지 않아?

 

 못하지 않지

 

 나한테 업혀 볼래?

 

 [피식 웃는다]

 

 아버지가 업어 준 적 있어?

 

 아니

 

 허리 잘못되실까 봐

 

 원장님도 나도 생각해 본 적도 없어

 

 업혀 봐

 

 [동미의 쑥스러운 웃음]

 

 든든한 아들한테

 

 어쨌든 아들 아니야

 

 됐어

 

 충분히

 

 (동미)  넘치게 든든해

 

 [함께 웃는다]

 

 [부드러운 음악]

 

 (유신)  우리 김 여사 좋아하는 젤라토  어디 없나?

 

 ?  [동미가 살짝 웃는다]

 

 (유신)  맛있다

 

 아이스크림은  남녀노소 다 좋아하는 것 같아

 

 (동미)  싫어하는 사람 못 봤어나도

 

 만 원의 행복이 아니라  4,500원의 행복이다

 

 [동미가 호응한다]

 

 (유신)  이제야 좀 생기가 도네

 

 

 

 - (동미아이  - (유신에이하나만 찍읍시다

 

 [분위기 있는 음악]  (유신)  가만있어 봐

 

 [동미의 민망한 웃음]

 

 여기 한번 보세요

 

 여기 한번 보세요

 

 [카메라 셔터 효과음]

 

 소녀소녀해

 

 [동미의 웃음]  

 

 하나둘  [카메라 셔터 효과음]

 

 [카메라 셔터 효과음]

 

 아빠 오실 때 돼서 엄마 못 들어가니까

 

 할머니한테 전화해

 

 1층 내려오시라고

 

 (지아)  '엄마'로 저장돼 있지?

 

 [반가운 숨소리]

 

 [지아의 반가운 숨소리]

 

 [서향의 감격한 숨소리]  [차 문이 탁 여닫힌다]

 

 (지아)  할머니!

 

 [서향의 반가운 신음]  [함께 웃는다]

 

 [한숨]

 

 (서향)  아휴우리 강아지

 

 [함께 웃는다]

 

 (지아)  우리 집 사진?

 

 할미가 찍어다 현상했어

 

 (서향)  전화 주지

 

 그럼 맛있는 거 많이 사다 놨을 텐데

 

 서프라이즈

 

 우유 없어?

 

 없어

 

 저기

 

 생각할 시간 좀 줘

 

 [문이 달칵 열린다]  [무거운 음악]

 

 [한숨]  [문이 탁 닫힌다]

 

 [타이어 마찰음]

 

 [안전띠를 달칵 푼다]  [휴대전화 메시지 알림음]

 

 [통화 연결음]

 

 [한숨]

 

 (유신)  

 

 오늘 뭐 했어?

 

 당분간 바빠

 

 사람 하나 떠나면  처리하고 정리할 게 많잖아

 

 식구들도 다독여야 하고

 

 [피식 웃는다]

 

 그러게

 

 잘 지내고 있어

 

 연락할 테니까

 

 (유신)  내일 몇 시 데리러 갈까?

 

 (지아)  몰라할머니가 데려다주신댔어

 

 할머니 힘들게 하지 말고

 

 걱정 마셔

 

 우리 공주님잘 자

 

 아빠도

 

 [지아가 뽀뽀를 쪽 한다]

 

 [뽀뽀를 쪽 한다]

 

 - (유신응  피로 풀리게

 

 맛있다키안티?

 

 (피영)  

 

 우린 꽃게찜 맛있게 해 먹었는데  뭐 먹었어요?

 

 휴게소에서 돈가스랑 소떡

 

 (피영)  휴게소?

 

 - 춘천 갔었어  - (피영?

 

 그냥바람 쐬러

 

 그 바람 나도 쐬면 안 돼?

 

 (유신)  내일 가  [피영이 살짝 웃는다]

 

 무슨 연달아내일 녹음 있어

 

 하긴 연휴 끝 날이라 막히겠네

 

 춘천까지 갔으면 맛있는 것 좀 먹지  막국수랑 닭갈비

 

 김 여사 입맛이 아직 안 돌아와서

 

 인제 호칭 제대로 해요

 

 지아 교육상 안 좋아듣기에도 별로고

 

 당사자는 뭐라 안 하는데 왜?

 

 원래 잔소리 안 하는 양반이잖아

 

 그 점 본받아

 

 [유신이 피식 웃는다]

 

 [휴대전화 조작음]

 

 [의미심장한 음악]

 

 [잔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누가 보냈어이걸?

 

 각도 맞춰서 제대로 찍었네?

 

 사람 붙였어

 

 고등학교 때 친구인데  동생이랑 드라이브 갔다가 보고

 

 참 할 일도 없다

 

 딴 여자 만난다고연상의 여인?

 

 시어머니인 거 알아  내 결혼식 때랑 와서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오해하기 쉽다는 거지

 

 (유신)  오해하거나 말거나

 

 누나 만날 수도 있고  이모님 만날 수도 있는 거지

 

 연상 여자랑 차 마시면  다 그렇고 그런 사이야?

 

 환자들 많잖아요

 

 내 친구 눈에도 띄었는데

 

 웬만하면 조심하는 게 좋아

 

 다른 사람들 눈 무서워서

 

 내 가족도 챙기지 말라고?

 

 그리고 살다 보면

 

 오해도 받고  시기질투도 받고 그런 거야

 

 (유신)  김 여사 예전으로 감정 회복되면

 

 자기한테만 충성할게

 

 아버지가 부탁하신 것도 있고

 

 아버님이 뭐라고?

 

 사람이 예감이 있나 봐

 

 돌아가시기 전날

 

 주간 회의 마치고 점심 먹는데  그러시는 거야

 

 나중에 당신 없더라도

 

 내가 잘 챙기라고변치 말고  [의미심장한 음악]

 

 이제 완전히 혼자인데  내가 바로 발 끊어 봐

 

 왜 안 마셔?

 

 (피영)  

 

 [시원한 숨을 내뱉는다]

 

 [입소리를 쩝 낸다]

 

 이대로 자기 아까운데

 

 상중만 아니면

 

 [피식 웃는다]

 

 [잔잔한 음악]  상중만 아니면?

 

 [유신이 잔을 탁 내려놓는다]  [유신이 깊게 숨을 내뱉는다]

 

 (유신)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피영이 피식 웃는다]

 

 (서향)  내일 뭐 하고 싶어?

 

 뭐 할까?

 

 (지아)  영화 보러 가도 좋고

 

 - 할머니는?  - (서향

 

 우리 지아랑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 ?  - (서향우선

 

 호텔 조식도 먹고 싶고

 

 (지아)  나도 호텔서 아침 먹는 거  완전 좋아해

 

 [웃음]

 

 (서향)  일찍 일어날 수 있어? 7시쯤?

 

 7시야 껌이지

 

 (지아)  아침의 10분은 한밤중 1시간이랑 같아

 

 그럼 얼른 자

 

 (지아)  

 

 [애잔한 음악]

 

 어렸을 때

 

 엄마한테 자장가 불러 줬어?

 

 그럼

 

 (지아)  어떤 자장가?

 

 많이 불러 준 게

 

 '엄마가 섬 그늘에'

 

 , '굴 따러 가면'?

 

 (서향)  

 

 [살짝 웃는다]

 

 (서향)  우리 지아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힘겨운 숨소리]

 

 [수전을 툭 잠근다]

 

 [한숨]

 

 [냉장고 문이 달칵 열린다]  (시은)  밤새운 거야일찍 깬 거야?

 

 (향기)  깼어아빠 어디서 자고?

 

 후배 집들이 가셨다니까

 

 (시은)  나이가 있으니까 인제 술을 못 이겨

 

 취하면 바로 쓰러져

 

 적당히 마셔야 하는데

 

 데워 마셔찬 거 안 좋아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해륜)  여보세요

 

 - 아빠어디세요?  - (해륜?

 

 반포공원 앞으로  몇 시까지 나오실 수 있어요?

 

 (해륜)  무슨 일 있니?

 

 엄마는 밥 안치고 계세요

 

 가 있을 테니까 글로 나오세요

 

 (해륜)  알았다

 

 네  [통화 종료음]

 

 [휴대전화 조작음]

 

 [무거운 음악]  [한숨]

 

 [차 문이 탁 닫힌다]

 

 [애절한 음악]

 

 (시은)  향기인 줄 알고

 

 향기 안 들어왔어?

 

 (시은)  좀 걷고 온다고

 

 (유신과 동미)  - 누나가 나 한국월드 데려갔던 거  기억하지

 

 (유신)  아버지 때문에 슬프지만  오늘은 웃읍시다우리

 

 (시은)  우리 남편여자 있었어

 

 향기가 알고 안 들어와

 

 (서향)  고맙다하루 지아랑 잘 보냈어  [서향의 놀란 탄성]

 

 (유신)  좋아요

 

 (서향)  저기잠깐 얘기 좀 못 해?

 

 (유신)  나이 들어서  여자 옆모습 이쁘기 힘든데

 

 (시은)  향기 불러다 사과시켜?

 

 내가 지금까지 밥을 굶겼어?  월급을 탕진했어?

 

 단 한 번 허물이고 잘못인데

 

 그렇게 생각해?

 

 (피영)  저 사피영이에요  혜령 씨가 피를 토해 가지고요

 

 피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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