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작사 이혼작곡 S1. 6
[문이 달칵 열린다]
(가사 도우미) 원장님 오셨어요, 지아 아빠
(동미) 네…
[의미심장한 음악]
[문이 탁 닫힌다]
- 누워 계세요? - (가사 도우미) 아니요
욕실에요
[유신의 한숨]
[차분한 음악]
[힘겨운 신음]
[힘겨운 신음]
[찻주전자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새가 지저귄다]
(유신) 뭐 해요?
씻어요?
나 들어가요
나 왔어
정신 차려 봐, 왜 이래?
[힘겨운 숨소리]
[한숨]
어지러워? 정신 잃었던 거야?
[힘없는 목소리로] 몰라
손가락 하나 못 움직이겠어
(동미) 잠깐 이대로, 5분만
[동미의 한숨] (유신) 점심 좀 떴어요?
누룽지 조금
누룽지 갖고 돼? 고기를 먹어야지
[한숨]
이 시간이면
원장님이랑
음악 들었는데
(동미) 차 마시면서
듣지, 뭐
[휴대전화 조작음]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동미의 나른한 숨소리]
어렸을 때
나 목욕시켜 주던 거 생각나?
그럼
아줌마 손길은 싫었는데
누나가 씻겨 주는 건 거부감 없었어
어느 날 보니까
목덜미랑 귓바퀴에 때가 꾀죄죄한 거야
[유신이 피식 웃는다] (동미) 제대로 안 씻어 가지고
일곱 살짜리가 뭐, 얼마나 제대로 씻겠어
솔직히 좀 약간 창피하긴 했는데
(유신) 그래도 좋았어
부드러운 누나 손길
우리 엄마는 아줌마한테 맡기고
나 몇 번 씻겨 준 적도 없지만
아프다고 몸만 비틀어도 찰싹찰싹 때렸어
때릴 데가 어디 있다고
그 꼬맹이가 자라서
이렇게 나이 먹어 가
그러니 난 할머니 소리 듣고
형식적 할머니 호칭이지
형식적 호칭으로는 나도 엄마라고 불러야 돼
근데 한 번도 안 불렀잖아
왜?
그냥
누나가 어디로 봐서 내 엄마야?
젊은
엄마
첫 호칭이 누나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엄마라고 부를 수 있어, 누나 같으면?
뭐, 아버지도 그건 이해해 주셨고
참 멋지게 자랐어
몸과 마음 다
누나 덕에
그 은공, 사랑
나 안 잊어, 못 잊어
무슨 은공
억지로 노력할 필요 없어
(유신) 억지로?
섭섭하네
누나, 나 억지로 잘해 준 거야?
우리 지아 아빠 덕분에 얼마나 행복했는데
보람 있고
그러니까
우린 같은 마음이야
어, 식었네
[물소리가 솨 들린다]
한약방 가긴 늦었어, 피곤하고
전화번호 찍어 주면 내일 알아서 갈게
궁상맞게 무슨 혼자
(가사 도우미) 저기요
나가 봐 [물소리가 멈춘다]
네
[음악이 멈춘다]
(가사 도우미) 시그널 컨트리 회장님이 약을 보내셨어요
(유신) 약요?
(가사 도우미) 한약요, 비서분이 갖고 왔더라고요
- 비서 갔어요? - (가사 도우미) 네
(동미) 무슨 약을?
(가사 도우미) 차 식어서 다시 물 데웠어요 [휴대전화 진동음]
(유신) 네
(문호) 잘 아는 명의가 신경 써서 지은 약이니까
맘이 말이 아니고 몸도 힘들겠지만 먹고 얼른 기운 추슬러
아무 때건 와서 공 치면 좋겄구먼
암튼 뭐든 필요한 거 있으면 전화하고
오빠다 생각혀 [한숨]
아직도 나한테 마음 있는 겨?
과부라고 우습게 보는 겨?
[동미의 한숨]
과부라고 다 같은 과부가 아니여 [의미심장한 음악]
[한숨]
[문이 덜컥 닫힌다] [살짝 웃는다]
제가 오늘 저녁 쏠게요 지난번 사셨으니까
- 다음에요 - (피영) 선약 있으세요?
네
[옅은 웃음]
[통화 연결음]
[동미의 한숨]
(유신) 내가 가려던 한의원
[유신이 상자를 탁 놓는다] 그래?
우선 이거 먹고
아니야, 내가 전화 걸어 봐야겠다
[휴대전화 진동음]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원장님
[웃으며] 안녕하세요
그, 지난번에 병원 이사한다고 하셨는데
네, 그, 다름 아니고
그, 판문호 회장님께서
네, 시그널 컨트리
(유신) 지금 저희 집으로 약을 보내셨어요
아, 그 댁이었어요?
아, 예
근데 먹어도 되나 싶어서요
(유신) 진맥 없이 지었는데
네
그래요?
네
실은 저도 저희 어머니 모시고 거기 가려고 했거든요
(웅) 네, 그럼 혹시 모르니까 맥 체크 좀 하고 드시든가요
뭐, 체질하고 상관없이 지은 보약이지만
네, 아무 때건
별일 없죠?
그래요?
아이, 내가 왜 몰랐지?
부고 기사 안 냈어요?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혜령) 난 오늘 좀 마실래요
피곤이 쌓였어
낮술에 취하면 몰라본다던데, 부모님도?
초저녁이지 낮술 아니에요
[혜령이 살짝 웃는다]
[가수가 애절한 노래를 부른다]
(피영) 난 됐어요
한 모금 해요
(시은) 그래, 목은 축여 [종업원이 와인을 조르르 따른다]
천주교 미사 때도 마시는 게 와인이야
[종업원이 와인을 조르르 따른다]
고생했어
상 치르는 게 보통 일이야?
그것도 갑자기요
(시은) 맛있네
와인은 모르지만 맛있는 건 알아
그럼 됐죠
와인 공부 했어?
첫 남친이 와인 수입했어요, 그때 좀
아…
- 몇 살 때? - (혜령) 대학교 2학년 때 만났어요
첫사랑이랑 결혼하면 억울해
잘 헤어졌어 [혜령이 살짝 웃는다]
(시은) 난 우리 향기한테
적어도 네다섯 명은 만나고 결혼하라 그래
[피식 웃는다]
첫사랑이 마지막 사랑
살아 보니 밑지는 장사야
[함께 살짝 웃는다]
참, 나 순진했어
순수한 거지
언니 같은 순정파 없어, 정말 요즘은 눈 씻고 봐도
우람 아빠가 뇨키 좋아하는데
[무거운 음악]
[엘리베이터 안내 음성] 내려갑니다
[초인종이 울린다]
[술 취한 말투로] 작가님
권태기 얼마 만에 오던가요?
난 바빠서 솔직히 느낄 새 없었어
요즘도 두근거려요? 남편 볼 때?
무슨 두근
- PD님은요? - (피영) 섹시해 보일 때 있지
어떤 때요?
(피영) 음…
우리 남편 뒤태가 좀 괜찮거든
(혜령) 아, 부러움, 부러움
혜령 씨야말로 한창 좋을 때지
작가님, PD님
타인의 눈으로 봤을 때 저 어때요?
(혜령) 매력이 있어요, 없어요?
솔직히
넘치지
얼굴 이뻐, 몸매 예술이야
(시은) 잘나가는 DJ, 돈 잘 벌어 변호사 신랑에
그것도 연하
다 갖췄지
(시은) 전생에 나라까지는 아니고
자기는 한양 구하고 혜령 씨는 저, 수원 정도 구했나 봐
[혜령이 살짝 웃는다] (피영) 언니는?
- (시은) 나? - 딸에 아들까지
우람이 보면 정말 든든하겠다 싶어
녀석 의젓하니
있죠
(혜령) 있죠, 작가님
남편분, 오래 살아서가 아니라
여자 있는 거예요
[의미심장한 음악]
부부 사이는 부부만 알아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왜 있는데요
그래, 모르지, 밖에서 일은
남자를 너무 믿지 마세요
PD님도
혜령 씨, 스트레스가 많았나 봐, 오늘
그리고 한창 깨 볶는 새댁이 할 얘기는 아닌데?
시댁에서 계속 아기 가지래?
가지려고요
잘 생각했어
천하의 부혜령도 재력 시부모한테는 어쩔 수 없구나
(문호) 잘 받았다
문자는 줄 법한데
서 부장님 참 괜찮지 않아요?
아까 웬만한 남자 같으면 좋아라 낄 텐데
- 안 그래요? - (피영) 선약 있다잖아
아이, 그냥 하는 소리예요
(혜령) 무슨 선약
사람이 노블해
(시은) 껄떡대지 않지
실없는 소리 하는 것도 못 봤고
(혜령) 그러면서 상남자 스타일요
근데 한 가지 흠
옷을 안 갈아입어
맨날 그 검은 니트
(시은) 단벌 아니야
보면 비슷한 거 여러 벌 갈아입어
조금씩 달라, 질감이랑
그래요?
와, 관찰력 짱
[휴대전화 문자 알림음]
[휴대전화 조작음]
[문호가 휴대전화를 툭 내려놓는다]
뭐 연락 올 거 있어요?
아니
근데 왜 그렇게 호들갑스럽게 받았다가 실망해?
무슨 실망을
순간 소리에 놀란 거지
문자 소리에 단 한 번 놀란 적 없는데?
[어이없는 웃음]
혜령이 말이여
[익살스러운 음악] 당신하고 핏줄로 엮인 사이 아닌가 싶어
할 소리유?
(문호) 꼭 따지고 드는 게 당신이랑 판박이 아니야?
우리 막둥이 힘들고 고단혔겄어
제 무덤 제가 팠지만
판문호 씨도 무덤 팠다고? 나한테 엮여서?
나야 내가 안 팠지
그짝이 파 줬지
그짝?
이짝 아니고
좋아요, 앞으로 우리 '이짝', '저짝', '그짝' 합시다
그짝, 꿀물 좀 타소
그짝이 타 잡숴
목마른 놈이 우물 파랬다고
꿀물 마른 놈이 타 잡숴
놈? [예정의 헛기침]
놈의 반대는 그럼 뭐여?
나도 반대로 불러 봐?
[강아지가 왈왈 짖는다]
(예정) 동미 저년은 왜 시끄럽게 짖고 난리야? 야밤에
(문호) 안 하던 욕을 왜 혀? 개한티
동미 저 계집애
야비한 데가 있어
무슨 야비?
그러는 그짝이 야비허네
불쌍한 개한티
다 불쌍하지, 나만 빼고
다 안됐고 불쌍해
개, 사람 할 거 없이
본인이 불쌍하다는 얘기야?
아니, 시그널 컨트리 안방마님이 불쌍하면
(문호) 세상 여자들은 다 뭣이여?
나가서 함부로 그런 식으로 입 놀리지 마
맞아 죽어, 잘못허믄
그짝한테만 얘기지
나한테 요만큼 잔정 보여, 어디?
오는 정이 없응께
정은 없고 타박밖에 더 있어?
내가 할 말이네, 이 사람아!
[못마땅한 숨소리]
[타이어 마찰음]
[피곤한 숨소리]
(유신) 어!
[엘리베이터 문이 탁 닫힌다]
[버튼을 탁 누른다]
[문이 달칵 여닫힌다]
(유신) 나 오는 거 보면서 혼자 올라가?
피곤해서
와인 몇 잔 했더니
피곤해도 그렇지
오늘 어머님 어떠셔?
어머님 댁에서 오는 거죠?
(유신) 어
좀 들어요, 식사?
억지로
(유신) 나 아니면 굶을 판이야
며칠 덜 먹으면 오히려 좋을 수도 있대요, 건강에
[혜령의 힘겨운 숨소리]
[무거운 음악]
[힘겨운 신음]
[힘겨운 신음]
[흐느낀다]
[혜령이 흐느낀다]
[혜령이 오열한다]
(시은) 말해 봐요
분명히 어디가 안 좋으니까 먹는 거지
그냥 상가 지나가는데 한의원이 눈에 띄었어
(해륜) 한 번도 진맥 같은 거 받아 본 적 없잖아
체질이나 물어볼까 하고 들어갔는데
원장이 약 먹으면 좋겠다는 거야
뭐, 전체적으로 에너지가 떨어졌다나
[흥미로운 음악]
[오토바이 시동음]
[오토바이 엔진음]
[오토바이 엔진음]
[시은의 힘주는 신음]
이거 어때?
파자마 파티야
지금부터 파자마 입는 거 아니잖아
좋아
지아는 오는데 9시에 데리러 온대
- 안 자고? - (시은) 응
(향기) 와 주는 것도 어디냐? 나 같으면 안 온다
음식까지는 좀 거들고 가
네
[아이들이 시끌시끌하다]
(향기) 아휴, 정신 사나워
옛날 엄마들 어떻게 여섯, 일곱 낳아서 키웠나 몰라
닥치면 다 하게 돼
[한숨 쉬며] 인간의 적응력이란
얘들아! 저녁 먹어
(함께) 네!
- (친구1) 아, 배고프다, 웃었더니 - (친구2) 그러니까
[지아의 탄성]
(우람) 우아, 맛있겠다 [아이들의 탄성]
[문호의 한숨]
[문호가 중얼거린다]
[혀를 쯧 찬다]
[예정의 놀라는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예정) 아니, 이, 이걸?
뒤꿈치가 갈라져서
발에다 바르면 어떡해, 아이 크림을
아이 크림이든 어른 크림이든 노인 크림이든
(문호) 어쨌든 바르는 크림 아니여?
아무 데 바르건 내 맘이고
미쳐, 정말
크림 하나에 미쳐?
그럴 것 같으면 나는
아니, 물어나 보든가!
이것도 있고 이것도 있고
- 딱 보면 몰라요? 비싼 거 - (문호) 몰라
(예정) 나도 벌벌 떨고 눈곱만큼씩 바르는 걸
자식만 등골 브레이커 아니여
힘들게 벌어다 주믄
정강이에 몸뚱아리
얼굴에 처바르느라고들
(예정) 안 바르고 안 가꾸면은
또 안 가꾼다고 다른 집 여편네들이랑 비교할 거면서
이런 거 바른다고 감자가 복숭아 돼?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차 문이 탁 열린다]
[차 문이 탁탁 닫힌다]
(해륜) 아이고…
[해륜의 힘겨운 신음]
(유신) 안녕하세요
아, 저 지아 아빠요, 사 PD 남편
[웃으며] 아, 안녕하세요
[함께 웃는다]
저 지아 기다리는 중이에요
아, 제가 좀 많이 마셔 가지고
(유신) [웃으며] 아, 네, 어서 들어가세요
일전에 아버님 돌아가시고 찾아뵙지도 못했어요
- 우람 엄마가 - (유신) 네
작가님 계속 함께해 주셨어요
(시은) 아휴, 아이고 [해륜의 힘겨운 신음]
앉아 봐 [시은의 힘주는 신음]
아휴, 참 [해륜의 술에 취한 신음]
[아이들이 시끌시끌하다]
(해륜) 향기는?
재인이네
시끄러워 못 잔다고
(시은) 꿀물? 응?
생수?
냉커피?
[해륜의 한숨]
혼자 마신 건 아닐 테고
혼자
왜?
이건 아니다 싶어
(시은) 뭐가?
(해륜) 태어나서 한 여자, 한 남자하고만 살다 가는 거
우리 말이야
[한숨 쉬며] 또 시작이야?
나
만나는 사람 있어, 실은
(해륜) 단지 오래 살았다는 이유가 아니라
이시은 말고 다른 사람이
다른 여자가
내 가슴속 차지했다고
[어두운 음악]
[시은의 놀란 숨소리]
언제부터?
좀 됐어
뭐 하는 여자인데?
우리 얘기만 해
학생?
(해륜) 그건 말 안 되고
(시은) 지금 이 상황은 말 돼?
마음 돌려 보려고 했는데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어
보내 줘라, 나
애들은?
애들 생각은 안 해?
[괴로운 숨소리]
어쩔 수가 없어
(시은) 박해륜, 이거밖에 안 돼?
학생들 가르치는 교수야
근데 바람피웠어? 배신도 모자라…
난 그렇다고 쳐
우리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데
(해륜) 쳐 죽일 놈이야, 나
죽여 줘?
이대로는
이렇게는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야
어떤 여자길래
궁금하네, 아주
미안해
면목 없어
미안한 걸로 빠져나가지 말고
(시은) 그러면서 내 손목 핑계를 대?
파스 냄새 어쩌고저쩌고
(해륜) 어쨌든
뭐, 어쨌든 끝내자, 우리
의논도 부탁도 아니고 통고?
혼자 결론짓고 통고?
(시은) 우리 만나고 사귀고
고생하고 산 수십 년 세월
이거밖에 안 돼?
우리만 겪는 거 아니고
세상에서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야
'흔하게'
향기랑 우람이가 평생 나 안 본대도
어쩔 수가 없어
[쓸쓸한 음악]
[해륜의 한숨] [문고리가 달그락거린다]
(우람) 엄마! 우리 배고파요
주무세요?
야식 플리즈
어, 알았어
[멀어지는 발걸음]
일단
분위기 깨지 마
[친구2가 노래한다]
[아이들의 웃음] (친구1) 다 틀려, 음치, 음치
- (친구2) 우람아, 너 해, 아, 아 - (우람) 아, 야식 먹고 [문소리가 탁 난다]
잠들은 안 자? 안 졸려?
- (친구1) 안 졸려요 - (친구3) 더 말똥말똥해져요
쿵쿵 뛰지만 말고
(친구2) 안 뛰어요
(아이들) 네 [아이들의 웃음]
[아이들이 소란스럽다]
[한숨]
[한숨]
내 정신
비빔국수 준비해 놓고
(유신) 잠 잘 오는 약 내일 갖다줄게 그거 먹으면 잠 잘 와
천연이라 중독성 없고
내 걱정은 마, 알았어요
응, 자요
응
[휴대전화 조작음]
[유신이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스탠드 조작음]
[유신의 피곤한 신음]
나랑 지아도 슬픔 커 물론 자기는 말할 것도 없고
이 상황에 한 사람만 극진한 위로 받아야 해?
(유신) 김 여사가 아버지한테 한 거 몰라?
어쩌다 며칠에 한 번 아버지 찾아뵌 우리하고는 달라
충격 정도가
잘못하면 무기력해지고 우울증 올 수 있어
난 자기가 위로해 줘
음
자기는 천연 수면제야, 나한테
잠이 달아나야 하는 거 아니야?
자기 생각해서
달아나는 잠 붙잡잖아, 필사적으로
필사적이지는 않더구먼
[웃음]
[피영의 한숨]
응급 대처 제대로 한 걸까?
간호사 출신이야, 김 여사
너무 갑자기 돌아가셨어
아무리 심장이 좋지 않으셨더라도
(친구1) 우아, 비빔국수
(친구2) 맛있겠다
(친구들) 잘 먹겠습니다
(시은) 응
[탄성]
우리 엄마가 해 준 것보다 짱 맛있어
누가 빨리 먹나
우린 끝났다고 쳐
사람 마음
그래
남들도 거의 다 변해
변치 않고 늙어서까지 애틋하게 사는 부부 드무니까
[한숨]
가끔 드라마 보면 그런 대사 나와
내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 이럴 수 있냐고
(시은)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어
말도 있듯이
짐승보다 못하다는 비유
알아, 내가 생각해도
(시은) 가, 가는데 몸만 가
서류상으로는 우린 여전히 계속 부부여야 해
내 가슴은 뭉개져도 좋아
내 결혼 생활 이렇게 절단나도 오케이
그렇지만 애들은 안 돼
애들 모르게 해
백 여자, 천 여자 만나든
시은아
내 이름 부르지 마, 그 입에
이제 내 이름 올리지 마
[한숨]
실컷 나가 자고 들어와
(시은) 적당히 애들한테 말하면 되니까
우린 어차피 남남이 만났으니 변할 수 있고
배신이든 뭐든 그럴 수 있는데
애들한테는 안 돼
우리가 죽어서도 변하지 않는
변할 수 없는 천륜이야
우리가 우리 멋대로 이 세상에 만들어 놨어
그 책임은 져야지
가슴에 못 박으려고 낳은 거 아니잖아?
[한숨]
어떤 여자인지 모르지만
서류 정리하고 완전히 제 남자 되래?
그런 여자 아니야
됐네
홀가분하게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지내
[쓸쓸한 음악] 애들만 눈치 못 채게
이제까지처럼 충실한 아빠 노릇 그거면 돼
(시은) 학비 대는 걸로 아빠 역할 끝 아닌 거 누구보다 알지?
어쨌든 학생 가르치는 교수니까
지난번 향기랑 우람이 눈물로 사정할 때
'절대 이혼하면 안 되겠구나' 절감했어
난 절감했는데
박해륜 씨는 아닌가 봐
나한테
나 자신보다 박해륜보다 아이들이 소중하듯이
아이들 인생 안 망가지고
영혼 안 다치게 하는 게 중요하듯이
박해륜도 그래야 돼
나나 그 어떤 여자보다
네 자식들이 우선이어야 한다고
[한숨]
[문이 덜컹거린다]
두 분 제 공연 안 보실래요?
[당황하며] 어
[해륜의 한숨]
나가
표 내지 말고 웃으며 박수 쳐
[아이들이 두런거린다]
- (우람) 너도 춤출 거야? - (친구1) 나오셨어, 나오셨어
[친구들이 저마다 우람을 응원한다] (친구1) 준비해, 준비, 준비
(우람) 한다 [문이 탁 닫힌다]
[해륜의 한숨]
이걸 딱 틀고 [휴대전화 조작음]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람들의 박수] [친구들의 환호성]
[친구들의 웃음]
[친구들이 호응한다]
[친구들이 저마다 말한다]
[흥미로운 음악]
[강아지가 낑낑거린다]
어머, 웬 강아지예요?
[강아지가 낑낑거린다]
[혜령의 웃음]
선물이에요?
[해륜이 드르렁 코를 곤다]
[떨리는 숨소리]
[흐느낀다]
[새가 지저귄다]
[낑낑거린다]
(문호) 자, 동미야
아침 먹고 사현네 갑시다
- (문호) 가면? - 사현이 쥐 잡듯 하는 거 못 봤어요?
평생 죄인으로 살아야 해, 우리 아들
[한숨]
엊저녁 사현이 전화 왔는데
점점 무서워지려고 그런대
(예정) 무서워서도 인제 같이 못 살겠다고 [문호의 한숨]
(문호) 봤잖여
혜령이 강제로 가방 들려 내쫓아?
설득을 해야지
누가?
그짝이
위자료 한몫 떼 준다 해요
혜령이가 뭐, 돈 아쉬워?
아쉽지
(예정) 친정 그냥저냥 이민 생활 하는 거고
강남에 아파트 하나 장만하려 해 봐요
혜령이 벌어 모은다 해도 수년이지
지금 사는 집도 혜령이 앞으로 준다 하고
혜령이 입장에서도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새 출발 하는 게 나아요, 젊고 이쁠 때
얼매나 시끄러울 겨
일반인도 아니고
아휴, 톱스타도 아닌데, 뭐
그리고 남 얘기 사흘이에요
이런저런 사건 터지면 금방 또 묻혀
[시은이 종지를 탁 놓는다]
나한테 했듯이 애들 상대로 일 벌이지 마
본인 좋자고 누구랑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애들 상처 안기면
나 정말 용서 못 해
피눈물 흘릴 각오 돼 있으면 애들 눈에서 눈물 빼든가
그땐
어떤 짓도 나 할 거야
[한숨]
대답해, 어쩔 건지
알았어
애들 입에서
향기 입에서 '아빠 무슨 일 있어요?'
그런 말 나오게 하지 마
절대
[한숨]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문소리가 탁 난다]
향기 와
[피식 웃는다]
[문을 달칵 닫는다]
[문이 달칵 여닫힌다]
(향기) 쟤네 밤새워 놀았나 봐
거의 새벽까지
[감성적인 음악]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사진작가) 자, 아미 씨, 자신 있는 포즈 한 번만
아, 네, 좋습니다, 좋습니다 자, 그대로
자, 좀 더 밝게 웃어 주세요, 밝게
아, 너무 좋아, 너무 좋아, 자, 계속 그 웃는 표정 그대로 갈게요
좀 더 살려서, 좀 더 살…
[잔잔한 음악]
[비장한 피아노 연주] (가빈) ♪ 이유로 사라지는 ♪
♪ 티 없이 맑은 시대에 ♪
♪ 새까만 ♪
♪ 얼룩을 남겨 ♪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유신) 자
[음악 소리가 커진다]
- (혜령) 샤워해요 - (예정) 어 [문호의 한숨]
(예정) 방금들 일어났나 보지, 늦잠들 자고?
전 아까요
점심 안 드셨죠?
(예정) 생각 없죠?
왜 생각 없을 거라 생각해?
아침 오늘 늦게 먹었잖아요
(예정) 아직 때 안 됐고
계란프라이 하나 해 다오
네
(문호) 그, 뭐냐
서…
그, 서니…
서니사이드 업요?
어, 그래, 서니사이드 업
[살짝 웃는다]
네
[예정의 어이없는 웃음]
(예정) '반숙' 하면 될 걸…
내 말에 토 좀 달지 말어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누가 50대로 보겠어
편한 검은 옷이 이거밖에 없어서
누나는 뭐든 잘 어울려 군살 없으니까
오늘은 좀 멀리 갈까 해
어디?
(문호) 쭉
생각을 혀 봤다
얘 입장에서도 생각해 보고
네 입장에서도 생각해 보고
아버님
여기서 덮을게요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고
그리고 두 분 평소 바람처럼 저 아기 가질게요
(혜령) 어머니 말씀처럼
그냥 한 차례 훅 불고 지나가는 바람으로 치려고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못 견디겠어요
그러니까 자기도 노력해 줘
노력한다고 해결될 상황 아니잖아
문제가 생겼으면 해결하면 돼
이게 해결책이야
(혜령)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우리 혼인 서약 했어
이만한 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려야 해?
그 많은 하객들 뭐라고 할 거야?
소중한 시간 내서 참석해 축하해 줬는데
아버님, 어머님
친정 식구들 다 캐나다에 살고
한국에 저 혼자예요
두 분 시부모님이지만
저한테는 엄마, 아버지나 마찬가지예요
전 그렇게 생각하고 두 분 의지했어요
얼굴도 모르는 여자가 아이 가졌다고
저 이렇게 내쳐져야 해요?
며느리가 아니라
두 분이 배 아파 낳은 딸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혜령의 떨리는 숨소리]
어쨌든 결정하시는 대로 따를게요
이 사람 원대로
저 도장 찍고 갈라서요?
(문호) 아니
전 이 상황 다 감수하고 받아들이고
아이까지 갖기로 결심했어요
번복 안 해요
그려
(문호) 장혀
[흐느낀다]
울지 마라, 아가
살다 보면 별일 다 겪어
이보다 더한 일도 쌨고
(문호) 너
얼른 정리혀
[무거운 음악]
(사현) 어떻게요?
(예정) 네 선에서 안 되면 우리가 만나 볼 겨
(사현) 안 돼요, 그건
왜 안 돼?
지금 초기라 스트레스받으면 안 되잖아요
애 문제는 나중 생각하기로 허고
그짝한티 끝내자 분명히 말하고 정리혀
아버지
- 그렇게 간단한 문제예요? - (문호) 네 문제여
네가 뿌린 씨앗 네가 거둬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야는 더 이상 건들지 마
(문호) 심기
[훌쩍인다]
두 집 살림을 하든 세 집 살림을 하든
네 머리만 뽀개지고 네 몸만 곯아
배 속의 애는 무슨 죄인데요?
네가 만든 업이지 우리 죄여?
[휴대전화 벨 소리] (문호) 맹근 여자랑 둘이 책임이여
그러니까 책임진다고요
가정을 지키는 선에서 책임져
전화받아 보거라
[힘겨운 숨소리]
- 이건 아니지, 엄마 - (예정) 그럼 뭐라 그래?
네가 우리라면?
조강지처 눈에서 눈물 빼면 안 돼
혜령이랑 술지게미 안 먹었어요
쌀겨 구경도 못 하고 살았고요
[문이 달칵 열린다]
[사현의 착잡한 숨소리]
(예정) 우린 갈 테니까 점심…
어, 아점들 먹어
일어나요
[문호의 힘주는 신음]
(문호) 그려, 응
[한숨]
들어가, 감기 걸려
목소리 갈라지면 어떡해
조심히 내려가세요
(문호) 응
[엘리베이터 안내 음성] 문이 닫힙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탁 닫힌다]
[한숨]
[도어 록 작동음]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익살스러운 음악]
[사현의 가쁜 숨소리]
(예정) 아휴, 그냥 [문호가 혀를 쯧 찬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더니 [문호의 한숨]
[차 문이 탁 열린다]
[차 문이 탁 닫힌다]
[다급한 신음]
[사현의 다급한 신음]
[사현의 거친 숨소리] (예정) 왜?
(사현) [안전띠를 달칵 채우며] 일단 출발해요
이러면 어떡해요
(문호) 더 이상 방법 없어
[사현의 한숨]
(사현) [가쁜 숨을 내쉬며] 여기 나가서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가면은
카페 있어요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현) 뭐 드실래요?
(문호) 생각 없어
생각 없어도 자릿값은 하셔야지
난 아메리카노 따뜻한 거 네 아버지는 홍차
케이크 시켜 보든가
카페 왔으면 또 케이크를 한 입 먹어 줘야지
의외네, 혜령이?
(문호) 허, 그러게 말이유
아휴, 결혼이 뭔지
'딴딴딴따' 할 때 고때 잠깐 좋은 거지
뭐가 부족하고 아쉬워서 벌써 이런 속을 썩고
결혼한 지 고작 3년째구먼
한창 좋을 때
한창 좋을 때는 지났고
언제까지가 좋은데요?
한…
6개월?
6개월 살고서 싫증 났다는 얘기네?
억지로 마지못해 살았다는 얘기야?
인생이라는 게 그런 거지
하여튼 입으로 다 까올려
빈말이라도 듣기 좋은 말 해 주면 어디가 덧납디까?
빈말은 못 혀, 싫어
거기에 반한 거 아니여?
누가 반했대요?
요즘 애들 쓰는 말로 들이대니까 그냥 넘어가 줬지
(문호) 들이대기는
내가 총이여? 들이대게?
[흥미로운 음악]
[음산한 효과음]
(혜령) 늙어서 봐
몇 배로 갚아 줄 거니까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현) 지금 엄마 아버지 손주가 한창 크고 있어요
애는 잘못 없잖아 어른들이 희생해야지
(예정) 혜령이도 잘못 없어
혜령이는 어른이라 제 앞가림 얼마든지 할 수 있어
잠시 속상하고 아픈 거지
아까 봐 놓고 그래?
그게 어떻게 잠시 속상이야 인생이 걸린 문제인데
태어날 애는 앞으로 80년 이상 살아야 하고
우린 웬만큼 즐기고 살았어
덜 즐겨도 돼, 양보하고
혜령이가 저렇게 나오는데 방법 있어?
설득하셨어야지 당하시면 어떡해, 설득
당할 만하니까 당해
지금 케이크가 넘어가, 아빠?
(사현) 난 하루가 정말…
엄마
우리한테 이런다고 달라질 거 없어
우리도 힘들고 괴로워, 아주
효도는 못 할망정
만일 아들 낳으면?
[흥미진진한 음악]
아들, 손자 안겨 드리면 최고 효도 아니야?
아, 그렇잖아
[잔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그 여자가 원하는 게 정확히 뭐야?
없어요, 혼자 낳아서 키우겠대
뭐 하는 여자인데?
능력은 돼?
혜령이가 애 낳겠다니까
그쪽에서 못 키우겠다고
애 보내오면 다행이고
(예정) 지금 말은 그런데 남의 자식 키우기가 쉬워요, 어디?
(문호) 왜 남의 자식이야?
엄연히 남편 핏줄이지
어쨌든
내 속으로 낳은 자식도
주먹이 왔다 갔다 할 때 많아요 키우다 보면
난 그쪽하고 살고 싶단 말이야
(문호) 냉수 먹고 속 차려
그 맘은 평생 갈 줄 알아?
너 하는 꼴 보니까 앞으로 몇 여자 울리게 생겼어
절대 아니야, 엄마
난 착한 여자가 좋아
인제 여자 취향 확실히 알았어
이쁜 여자보다 나한테 정답게 대하고 맞춰 주는 여자
사귈 땐 다 맞춰 줘서 좋은 모습만 보이지
살아 보면 몰라?
그 말은 맞아
벌받아
빨리 끝내고
혜령이 눈에서 더 이상 눈물 흘리게 말어
내 사랑이 식었는데
혜령이가 과연 행복할까?
그리고 아버지
나하고 있을 때 그 사람 무시무시해져
얼굴 열두 번 변해
입장 바꿔서
혜령이가 바람나
딴 남자 애 가졌다고 치자
너 그럼 포 뜨고 싶을걸? 한 점, 한 점
맞아
엄마는 뭐가 맞아
(문호) 이걸 생각해
우리가 나서서 설득시키고 어떻게 해서 갈라선다고 쳐
그럼 혜령이 마음이 어떻겠어?
인터넷에 떠들썩하게
한동안 기사 떠들 거고
그걸 보는 혜령이 마음이 어떻겠냐고
피눈물 흘리면서 원한 맺혀
그럼 니한테 안 좋아
새 여자랑 깨 볶고 살다가 한 큐에 갈 수 있어
벌받아서 사고 나서 반신불수 될 수도 있고
식물인간 될 수도 있고
모르는 겨, 사람 일
(예정) 맞아
하늘 무서운 줄 알아야 돼
그러고 누워 있으면은 긴병에 효자 없다고
조강지처 아니면 다 떠나
누가 수발들어?
지금 가진 걸 감사할 줄 모르고
더 큰 욕심 부리면 하늘이 다 가져가
반신불수 돼서 누워 있으면
천하일색이 줄 섰어도 무슨 소용이야?
혜령이가 봐준다고 할 때
'감사합니다' 하고
(문호) 어서 용서 구하고 수습혀
마지막 기회야, 용서받을 수 있는
우리도 잠깐 어떻게 됐었어 네 말에 넘어가서
애 문제는
(문호) 차차
(예정) 부모 말 들어서 잘못되는 거 없어
혜령이 데려왔을 때 우리가 썩 내켜 했어?
나이도 한 살 많고
결국 이렇게 되잖아
어쨌든
연분이라서 부부로 묶인 겨
(문호) 순리 거스르고 갈아타려다가 경치지 말고
정신 차려
나 인제 그 사람 무섭단 말이야
너 하기 나름이야, 인제
잘해 주면은 금방 잊어
맞아, 조두라는 말도 있으니까
(예정) 여자 새 머리라는 뜻이유?
여자가 조두면 남자는 충두게?
- 충두? - (예정) 벌레 머리
아빠 저녁 먹고 들어오신대
(지아) 엄마 전화 꺼져 있다고
[놀라며] 꽃게?
탕 할 거야, 찜 할 거야?
[애교스럽게] 지아는 찜이 좋아요
다음에, 아빠도 먹고 들어오고
내 입은 입 아니야?
찜 해 줄게
전화기 배터리 나갔나 봐 충전기에 좀 꽂아 줘
예스, 맘
[게 껍데기를 탁 내려놓는다]
(피영) 지아야, 앉아 봐
아침에 좀 일찍 일어나서 아빠랑 수영장 다니는 거 어때?
일찍 몇 시?
음, 6시에는 일어나야지?
[놀라는 숨소리]
못 일어나
수영 웬만큼 하는데, 뭐
수영 계속하면 몸매 좋아져
얼마나 이뻐지는데, 히프 업 되고
이 정도면 업이야, 다운 아니야
나중에
6시에 일어나는 건 정말 불가능
딸한테 너무 많은 걸 요구하지 마셔
[살짝 웃는다]
(지아) 아빠는 정말 대단, 대단
할아버지 돌아가셔서 할머니 인제 수영 안 하신대? [피영이 게를 손질한다]
아빠 심심할까 봐 나 같이 다니라고?
하면 좋으니까
엄마
나 외할머니 보고 싶어
(지아) 응?
외할머니 가여운 생각도 들고
- 왜? - (지아) 왠지 느낌이
그렇게 느껴졌어
그날 눈에 눈물도 맺히셨었고
[새들이 지저귄다] (유신) 나 어렸을 때 여기 좀 데려오지 그랬어
[잔잔한 음악]
(동미) 그러게
좋은 줄 몰랐지
워낙 바빴으니까
살림은 크고
대학교 때 왔는데 좋더라고
(동미) 지아 엄마 싫어하겠어
휴일 날 쉬지도 않고
(유신) 안 그래, 배려심 얼마나 많은데
(동미) 그래서 결혼했어?
(유신) 좋았으니까
[동미의 옅은 한숨]
지아 엄마만 한 여자도 드물지
(유신) 어렸을 땐
정말 나한테는 누나밖에 없었다
[분위기 있는 음악]
참
우리 아무것도 안 먹었어 배 안 고프셔?
(동미) 별로
나도
[동미의 한숨]
(동미) 걸으니까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아
(유신) 여자들 걸어야 발목도 가늘어져
우리 김 여사는 뭐든 가늘지만
[동미가 살짝 웃는다]
아버지만은 못해도
나 정도면 든든하지 않아?
못하지 않지
나한테 업혀 볼래?
[피식 웃는다]
아버지가 업어 준 적 있어?
아니
허리 잘못되실까 봐
원장님도 나도 생각해 본 적도 없어
업혀 봐
[동미의 쑥스러운 웃음]
든든한 아들한테
어쨌든 아들 아니야
됐어
충분히
(동미) 넘치게 든든해
[함께 웃는다]
[부드러운 음악]
(유신) 우리 김 여사 좋아하는 젤라토 어디 없나?
응? [동미가 살짝 웃는다]
(유신) 음, 맛있다
아이스크림은 남녀노소 다 좋아하는 것 같아
(동미) 싫어하는 사람 못 봤어, 나도
만 원의 행복이 아니라 4,500원의 행복이다
[동미가 호응한다]
(유신) 이제야 좀 생기가 도네
자
- (동미) 아이 - (유신) 에이, 하나만 찍읍시다
[분위기 있는 음악] (유신) 자, 가만있어 봐, 자
[동미의 민망한 웃음]
자, 자, 자, 자, 여기 한번 보세요
자, 여기 한번 보세요, 자
[카메라 셔터 효과음]
소녀소녀해
[동미의 웃음] 자
하나, 둘 [카메라 셔터 효과음]
[카메라 셔터 효과음]
아빠 오실 때 돼서 엄마 못 들어가니까
할머니한테 전화해
1층 내려오시라고
(지아) '엄마'로 저장돼 있지?
[반가운 숨소리]
[지아의 반가운 숨소리]
[서향의 감격한 숨소리] [차 문이 탁 여닫힌다]
(지아) 할머니!
[서향의 반가운 신음] [함께 웃는다]
[한숨]
(서향) 아휴, 우리 강아지
[함께 웃는다]
(지아) 어? 우리 집 사진?
할미가 찍어다 현상했어
(서향) 전화 주지
그럼 맛있는 거 많이 사다 놨을 텐데
서프라이즈
우유 없어?
없어
저기
생각할 시간 좀 줘
[문이 달칵 열린다] [무거운 음악]
[한숨] [문이 탁 닫힌다]
[타이어 마찰음]
[안전띠를 달칵 푼다] [휴대전화 메시지 알림음]
[통화 연결음]
[한숨]
(유신) 어
오늘 뭐 했어?
당분간 바빠
사람 하나 떠나면 처리하고 정리할 게 많잖아
식구들도 다독여야 하고
[피식 웃는다]
그러게
잘 지내고 있어
연락할 테니까
(유신) 내일 몇 시 데리러 갈까?
(지아) 몰라, 할머니가 데려다주신댔어
할머니 힘들게 하지 말고
걱정 마셔
우리 공주님, 잘 자
아빠도
[지아가 뽀뽀를 쪽 한다]
[뽀뽀를 쪽 한다]
- (유신) 응 - 피로 풀리게
아, 맛있다, 키안티?
(피영) 응
우린 꽃게찜 맛있게 해 먹었는데 뭐 먹었어요?
휴게소에서 돈가스랑 소떡
(피영) 휴게소?
- 춘천 갔었어 - (피영) 왜?
그냥, 바람 쐬러
그 바람 나도 쐬면 안 돼?
(유신) 내일 가 [피영이 살짝 웃는다]
무슨 연달아, 내일 녹음 있어
하긴 연휴 끝 날이라 막히겠네
춘천까지 갔으면 맛있는 것 좀 먹지 막국수랑 닭갈비
김 여사 입맛이 아직 안 돌아와서
인제 호칭 제대로 해요
지아 교육상 안 좋아, 듣기에도 별로고
당사자는 뭐라 안 하는데 왜?
원래 잔소리 안 하는 양반이잖아
그 점 본받아
[유신이 피식 웃는다]
[휴대전화 조작음]
[의미심장한 음악]
[잔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누가 보냈어, 이걸?
각도 맞춰서 제대로 찍었네?
사람 붙였어
고등학교 때 친구인데 동생이랑 드라이브 갔다가 보고
참 할 일도 없다
딴 여자 만난다고? 연상의 여인?
시어머니인 거 알아 내 결혼식 때랑 와서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오해하기 쉽다는 거지
(유신) 오해하거나 말거나
누나 만날 수도 있고 이모님 만날 수도 있는 거지
연상 여자랑 차 마시면 다 그렇고 그런 사이야?
환자들 많잖아요
내 친구 눈에도 띄었는데
웬만하면 조심하는 게 좋아
다른 사람들 눈 무서워서
내 가족도 챙기지 말라고?
그리고 살다 보면
오해도 받고 시기, 질투도 받고 그런 거야
(유신) 김 여사 예전으로 감정 회복되면
자기한테만 충성할게
아버지가 부탁하신 것도 있고
아버님이 뭐라고?
사람이 예감이 있나 봐
돌아가시기 전날
주간 회의 마치고 점심 먹는데 그러시는 거야
나중에 당신 없더라도
내가 잘 챙기라고, 변치 말고 [의미심장한 음악]
이제 완전히 혼자인데 내가 바로 발 끊어 봐
왜 안 마셔?
(피영) 응
[시원한 숨을 내뱉는다]
[입소리를 쩝 낸다]
이대로 자기 아까운데
상중만 아니면
[피식 웃는다]
[잔잔한 음악] 상중만 아니면?
[유신이 잔을 탁 내려놓는다] [유신이 깊게 숨을 내뱉는다]
(유신)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피영이 피식 웃는다]
(서향) 내일 뭐 하고 싶어?
뭐 할까?
(지아) 음, 영화 보러 가도 좋고
- 할머니는? - (서향) 난
우리 지아랑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 뭐? - (서향) 우선
호텔 조식도 먹고 싶고
(지아) 콜, 나도 호텔서 아침 먹는 거 완전 좋아해
[웃음]
(서향) 일찍 일어날 수 있어? 7시쯤?
7시야 껌이지
(지아) 아침의 10분은 한밤중 1시간이랑 같아
그럼 얼른 자
(지아) 응
[애잔한 음악]
어렸을 때
엄마한테 자장가 불러 줬어?
그럼
(지아) 어떤 자장가?
많이 불러 준 게
'엄마가 섬 그늘에'
응, '굴 따러 가면'?
(서향) 응
[살짝 웃는다]
(서향) 우리 지아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힘겨운 숨소리]
[수전을 툭 잠근다]
[한숨]
[냉장고 문이 달칵 열린다] (시은) 밤새운 거야, 일찍 깬 거야?
(향기) 깼어, 아빠 어디서 자고?
후배 집들이 가셨다니까
(시은) 나이가 있으니까 인제 술을 못 이겨
취하면 바로 쓰러져
적당히 마셔야 하는데
데워 마셔, 찬 거 안 좋아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해륜) 여보세요
- 아빠, 어디세요? - (해륜) 왜?
반포공원 앞으로 몇 시까지 나오실 수 있어요?
(해륜) 무슨 일 있니?
엄마는 밥 안치고 계세요
가 있을 테니까 글로 나오세요
(해륜) 알았다
네 [통화 종료음]
[휴대전화 조작음]
[무거운 음악] [한숨]
[차 문이 탁 닫힌다]
[애절한 음악]
(시은) 향기인 줄 알고
향기 안 들어왔어?
(시은) 좀 걷고 온다고
(유신과 동미) - 누나가 나 한국월드 데려갔던 거 - 기억하지
(유신) 아버지 때문에 슬프지만 오늘은 웃읍시다, 우리
(시은) 우리 남편, 여자 있었어
향기가 알고 안 들어와
(서향) 고맙다, 하루 지아랑 잘 보냈어 [서향의 놀란 탄성]
(유신) 음, 네, 좋아요
(서향) 저기, 잠깐 얘기 좀 못 해?
(유신) 나이 들어서 여자 옆모습 이쁘기 힘든데
(시은) 향기 불러다 사과시켜?
내가 지금까지 밥을 굶겼어? 월급을 탕진했어?
단 한 번 허물이고 잘못인데
그렇게 생각해?
(피영) 저 사피영이에요 혜령 씨가 피를 토해 가지고요
피를요?
.영화 & 드라마 대본 ↲
No comments:
Post a Comment